물론 내가 빌빌거리면서 으악 아파, 이러고 있지는 않지만 컨디션이 안좋은건 사실이기는 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왜 몸이 이러는지 몰라. 역시나 체질은 선천적인거라 극복하는데엔 한계가 있나보다. 멀찍이 떨어져서 앉아있는걸 보면 손을 잡아서 확 끌고 오고 싶었지만 아직은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연애라곤 너가 처음인데도 어쩐지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감기는 아니니까 안옮거든. 약골이라니 말이 심하시네요 참! "
기침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그냥 컨디션 난조가 이런식으로 영향을 주는 것뿐이었다. 시험기간이 끝나면 그동안 밤샜던 여파 같은게 한번에 몰려와서 주말엔 거의 침대에 퍼져있어야하는걸 생각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뿐이다. 짐짓 삐진척을 해보지만 넌 분명 속지 않을 것이 뻔하기에 금세 웃어버리곤 눈을 감고서 한숨을 푹 내쉰다.
" 배 안고파. "
밥을 안먹었으니 약도 안먹었다는 의미다. 그렇게 눈을 감고 머리마저 벽에 기댄채로 쉬고 있는데 이마에 손이 닿는 것이 느껴진다. 조금 차갑게 느껴져서 움찔했지만 네 손이라는 것을 알고서 그냥 가만히 있을뿐이다. 어제도 이렇게 내 이마에 손을 대주었는데 어제랑 오늘의 느낌이 다른 것은 비단 기분탓만은 아닐테다. 감고 있던 눈을 뜨고서 너를 바라본다.
" 근데 머리가 다 안말랐네. 너 그러고 다니면 감기 걸려. "
너의 목 언저리로 흘러내려와있는 머리가 아직 촉촉한 것이 보인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곤 하지만 아침 공기는 쌀쌀하다.
" 내가 말려줄까? "
환자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나 때문에 너가 감기 걸릴까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긴 머리는 남이 말려주는게 더 잘 마르기도 하고.
삐죽거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꾸하다, 원래대로 목소리 크기가 돌아온다. 부끄러운 것, 부끄러울 것만 작게 말해서 최대한 부끄러움을 덜어본다.
"약골 맞거든?"
눈을 가늘게 뜨고서 단호하게 말을 끊어냈다. 말만 이렇지, 제 동생이 진짜 약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놀리는 말이고, 틱틱대는 말이었고. 그래서 네가 삐진 척을 하다가 웃어버리고 말면, 쿡쿡 조그맣게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시답잖은 장난을 치고서 웃음을 참으려 할 때 나고는 하던 소리였다.
"누가 아플 때 배고파서 밥 먹냐? 약 먹으려고 밥 먹지."
핀잔을 주며 아직도 열이 올라있는 네 이마에서 손을 떼어냈다. 저도 밥 안 먹었다는 사실은 숨기기로 해본다. 밥 안 먹은 사람이 밥 먹으라고 잔소리한들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너냐? 이 정도로 무슨 감기."
퉁명스럽게 대꾸했지만 확실히 아침바람은 서늘했고, 오는 길에 덜 마른 머리카락이 차갑다고 느껴졌다. 가족에게서도 손에 꼽게 들었던 말을 네가 태연스럽게 하고는 하면 웃음이 나고는 했다. 그래서 퉁명스러운 대꾸와는 다르게 헤실 웃으며 답했다. 앞머리에 꽂아두었던 실핀들을 빼낸다. 머리 말릴 때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빼내서는 손에 쥐고 있는다.
보고싶다고 하니까 왔다니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 가슴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라 손이 멈칫했다. 이게 그렇게 부끄러운 말이었구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설레는 감정이 싫지는 않아서 나도 모르게 헤실헤실한 웃음을 지어버리고 만다. 손이라도 덥썩 잡고 싶었지만 그러다간 반동으로 펀치가 날아올까 그러지는 못했다. 한번씩 주고 받은 말에 둘 다 웃어버리자 조금은 어색했던 분위기가 한결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 그건 맞는 말이라 반박은 못하겠네. "
입맛이 없어도 조금이라도 밥을 먹어둬야하는 이유는 기력을 회복하기 위함도 있었지민 빈 속에 약을 먹는 것보단 뭐라도 먹어두는게 더 좋기도 해서 그런거지. 그걸 나도 알고는 있지만 먹기 싫으면 밥을 차리기도 귀찮은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다. 물론 반찬을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되는게 뭐가 귀찮냐고 물어보면 할 말은 없다. 원래 아플때는 만사가 귀찮은 법이니.
" 너 그러다가 감기 걸리면 오늘 내가 당한만큼 돌려준다? "
그렇게 자신만만한 태도가 어디까지 가나 보자. 입술을 살짝 삐죽이긴 했지만 너가 웃는 모습을 보고선 금세 마음이 풀려버려서는 드라이기를 가지고 온다. 그러다 너가 실핀을 앞머리에서 빼는게 눈에 들어온다. 생각해보니 너 실핀 맨날 하고 다니는거지. 근데 왜 하고 다니는거지? 평소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오늘은 갑자기 눈에 들어와서 궁금해졌다.
" 좋아, 대신 같이 먹자. 밥은 먹고 왔어? "
밥을 먹고 왔으면 굳이 같이 먹을 필요는 없겠지만 혼자 먹는 것보단 낫겠지. 뒤돌아보라고 말한 나는 드라이기를 콘센트에 꽂고 아직 촉촉하게 젖어있는 솔이의 머리를 위에서부터 손가락으로 살살 풀어주며 말려준다. 집에서 대강 말리고 와서 뭉치지는 않았지만 자칫하면 꼬여서 아플수도 있기에 꼼꼼하게 말려주며 물었다.
" 근데 그 실핀은 왜 하고 다니는거야? 평소엔 그러려니 했는데 갑자기 오늘 궁금해지네. "
드라이기의 따뜻한 바람이 내 손을 스치고 지나가 기분이 좋다. 몸이 으슬으슬한 것을 보니 오늘 하루는 깜빡 앓아야 나을 것 같긴 했지만 그런 것은 말하지 않는다. 말은 저렇게 해도 분명 걱정할테니까. 그렇게 너의 머리가 완전히 다 마를때까지 드라이를 해준다.
솔이가 넘 매력적이라 답글 달면서도 심장이 쿵쾅쿵쾅한다구요~~~ 아이고 우리 현이는 이런 좋은 애인 만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겠네 ... 나중에 현이가 또 아프면 그때는 무릎 베개해주고선 앞머리 쓸어주는 그런 장면도 기대하겠읍니다 ~~ 물론 솔이가 아파서 현이가 간호해주는 것도 기대해도 조아요~~~
네가 웃는 걸 봤을 뿐인데 왠지 저가 부끄러워졌다. 제 말 한 마디에 네가 그렇게 웃으니까 이상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굳이 소리내어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네가 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게 느껴지기라도 한건지. 그래서 침대 위에 놓여있는 베개에 손을 뻗어 네게 던졌다. 아프라고 던진 것은 아니고, 어딜 맞출 생각도 없었다. 베개는 네가 잡으려고 하지 않는 이상 그냥 툭 네게 닿았다 떨어질테다.
"뭔 반박이야. 이 약골아."
네가 완전히 컨디션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계속 약골이라고 부를 생각임이 분명하다.
"하? 내가 뭘했다고?"
아프다니 친절히 집까지 와줘, 아침 안 먹었다니 잔소리도 해줘, 제 생각에는 돌려받을게 없었다. 어이없는 듯한 표정이 또렷하다.
"아니. 깜빡했어."
밥 먹는 걸 깜빡했다며 대답하고는, 뒤돌라는 말에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고쳐 앉았다. 네게 등을 뒤돌린 채로 앉아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걸 기다렸다. 생각보다 섬세한 손길에, 처음 만났던 중학교 때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렇게 싸우고 다니던 너라서, 지금 모습이랑 영 맞물리지 않아 키득거리며 웃어버린다.
"아, 그거? 애기 때 아빠랑 엄마가 해줬던 거 생각나서."
손에 쥐고 있던 실핀을 내려다본다. 좀 더 어릴 때는 다른 모양 머리핀도 하고 다녔던 거 같은데 지금은 실핀 뿐이다. 굳이 예쁜 머리핀을 사거나 할 일이 없으니까. 아직 네가 머리를 말리고 있는 중이었지만 몸을 틀어서 언뜻 너를 바라볼 수 있게 자세를 바꾼다.
"이거. 이거 잘 보이라고 해줬어."
왼쪽 눈가를 콕 가리킨다. 그냥 점인가 싶지만 자세히 보면 하트 모양을 띠고 있는 그 점이다. 제 아빠가 저를 보며 눈에 하트가 있다고 서투르게 꽂아줬던 머리핀을, 엄마가 그게 무엇이냐고 예쁘게 다시 꽂아줬던 기억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58 솔이는 현이한테 열린 문~~~~ 연애적으로는 아직이지만 웬만한건 죄다 열린문~~~ 당연히 답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학 새솔이가 현이랑 현주 심장을 아주 단단히 꿰었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그러게 좀 더 그 뭔가 연애적으로 진전이 있은 후에는.... 현이 아파서 이러구 약먹고 그러면 이러면 또, 또 아프지 또! 약골 맞잖아! 하고서 잠이나 자라구 무릎베개 해주지 않을까~~~ 그러다 그냥 솔이도 벽에 기대서 잠들어버리면 좋겠다 으학 귀여워
솔이가 아픈.......건 현이의 눈치가 매우 빨라야한다!! 등록금 집에 손 안 벌리는 거에서 쪼금 느껴졌을랑가 모르겠지만 독립심이 강하달까 혼자 해결하려는게 있어서 웬만해서는 말 안할거같거든..!!! 사귀기 전이나 이후에나 새솔이가 아팠다면 그냥 푹 쉬거나 아니면 약먹고 자면 낫겠지 하고서 잘 만 안했을 거 같다!!
내가 웃어버리니까 웃지말라며 베개를 던져버린다. 평소라면 양 손바닥으로 잡았겠지만 오늘은 약간 반응이 늦어서 베개가 내 팔을 툭 치고 떨어진다. 그렇게까지 부끄러웠나 싶었지만 나도 반대 입장이라면 분명 부끄러웠을테니까 이해가 간다. 하지만 웃지말라는 말은 들을 생각이 없어서 내 팔을 맞은 베개를 보고서도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그대로이다.
" 너가 아픈 날에 가서 보자고. "
물론 나도 똑같이 이렇게 해주겠단 뜻이지만 얘, 나한테 아프단 말을 애초에 잘 안하는 성격이고 티도 잘 안내서 알아채는게 쉽지가 않았다. 정말 아픈 날에나 내가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행동해서 솔직히 걱정되기도 했다. 독립심이 강한건 좋은 일이지만 그런 일 정도는 얘기해도 좋을텐데. 8년이나 알고 지냈지만 그럼에도 너는 아직 나보다 더 어른 같기는 하다.
" 그럼 같이 먹으면 되겠네. 반찬 같은건 다 냉장고에 들어있어. "
남은 밥이 두명 먹을 양이 되는지 가늠해봤는데 얼추 될 것 같다. 평소에 밥을 조금 많이 해두고 그때그때 먹는 타입이라. 여름에는 그러다가 쉬어버린적도 몇번 있었지만 오래된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어젯밤에 지은 밥이니까 쉬지는 않았겠지.
" 뭐가 재밌어서 그렇게 웃어. "
머리를 말려주고 있으니 앞에서 키득거린다. 뭐가 생각나서 그렇게 웃는거람. 그러면서도 머리를 꼼꼼히 말려주고 있으니 그녀가 살짝 몸을 돌려앉더니 자기 눈가를 가리키며 얘기한다. 확실히 눈가에 하트 모양의 점이 작게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알고 지냈는데 그걸 몰랐네. 하긴 네 눈가를 길게 볼 일이 있었어야 말이지. 지금 너와 부모님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조금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 다 말린 것 같아. 너 학교 올때 진짜 힘들겠다. "
이렇게 긴 머리를 말리려면 일찍 일어나야겠네. 대강 말라있던걸 말리는데도 이렇게 걸리는데 완전히 젖어있을때부터 말리려면 진짜 한세월이겠다. 내가 아침마다 말려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어차피 따로 사는 입장이라 그것도 힘들긴하다. 같이 살게 된다면 ... 일단 부모님께 한대 맞을 준비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 내가 차려줄께 기다려보.. "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순간 아찔해서 벽을 콱 짚는다. 넘어질뻔했네. 오랫동안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그런가보다.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하던가, 평소에도 자주 있는 일이기는한데 오늘은 컨디션이 안좋아서 더 심하게 온 것 같았다. 잠시 어두워졌던 시야가 다시 밝아지고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부엌으로 향한다.
하 이건 솔이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만들어버린 솔주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래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현이 다 가져도 좋아 .. (솔주 : 뭐에요 필요없어요;;) 아픈 모습을 자주 보여줄 생각은 없지만 현이는 아픈건 솔직하게 아프다고 얘기하는 편이라 ... 숨기면 자기가 손해라고 생각하는 아이라서!
이런이런 그렇다면 현이가 알아채기 힘들겠구나 ... 그래도 현이가 눈치가 빠른 편이니까 몇번은 알아채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아픈거 하나 얘기 안하냐고 핀잔 주기도 할테고!
생각해보니 솔이는 요리를 잘 하는 편이야? 현이는 그냥 혼자 사는 경력 덕분에 사람이 먹을만한 음식은 만드는 편인데.
웃지 말라고 베개를 던졌는데까지도 웃고 있으면, 이제는 상대할 마음이 사라졌다. 저는 계속 조금 부끄럽겠지만, 웃는 것을 말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헹."
여태 혼자서도 잘 해왔었으니까 네게 아프다고 엄살을 부릴 일도 없고, 연락할 일도 없을테다. 저가 아파도 늘 동생이 우선이라 가족부터가 신경써주지 않았는데, 굳이 가족도 아닌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 성 싶어 생긴 버릇이다. 제가 아프거든 그 아픈 걸 눈치채는 것부터 먼저 하란 듯, 약올리기 위해 혀를 내밀었다가 집어넣고서 방긋 웃었다.
"너 밥 다 먹고 약 먹는 거까지 내가 똑바로 볼거."
밥은 제가 퍼줄 생각이다. 고봉밥으로 떠다줘버릴 작정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아프다니까 가만히 앉혀놓고 차려주고 치우는 것까지 다 할 생각이었다. 아픈 사람을 챙기는 건 동색 덕분에 경력이 있었다.
"응? 너 생각!"
정말 네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 그렇게 대답하는 목소리에는, 키득거리던 웃음소리가 깔려있었다. 네 중학교 때를 생각하고 있던 것이니 밥을 먹고 나서는 졸업앨범을 펼쳐봐도 재밌겠다, 싶었다. 그러다 네가 눈가의 점을 확인하고 나면 생글 웃고서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렸다. 부모님이랑 싸우고 집을 나와버린 것까지 다 알고 있는 너니까, 괜찮다는 의미로 웃은 것이었다. 점이 잘 보이라고 머리핀을 꽂아줬던 걸 부모님이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가 기억하고서 지금까지도 하고 있으니까 괜찮았다.
"그런가? 익숙한데."
다 말렸다는 말에 대강 손으로 머리카락을 몇 번 빗어내리더니, 손에 쥐고 있던 실핀을 다시 왼쪽 앞머리에 꽂아 고정해둔다. 보송한 샴푸향이 완전히 말랐음을 알려주었다.
"야, 야!"
제가 차리겠다며 말하려다, 네가 넘어질 뻔해서 벽을 짚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따라 일어났다. 부엌으로 향하는 너를 뒤에서 꼭 붙잡았다.
"미쳤냐? 119 부르기 싫거든?"
식겁해서는 너를 침대 쪽으로 다시 데려가려고 한다. 체격차를 생각하면 너를 질질 끌어본다고 끌릴 것 같지도 않았지만, 저러다 부엌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앗 현이를 내가 가지면 솔이가..... 뭐라할테니 그대로 솔이한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그치 아픈건 아프다고 말하는 편이 낫지!! 이건 솔이가 조금 삐뚤어진 생각을 하는거지ㅎㅅㅎ.... 이번 답레에서도 쪼금 언급됐지만 새솔이는 동생이 애기 때부터 잔병치레 병원신세를 많이 진 탓에 새솔이가 아파도 동생이 더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 그래서 아파도 동생한테 더 신경이 써지곤 했어서...... 예 그렇습니다...!!
저저 메롱하는거 봐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아픈 티를 정말 내지를 않아서 지금까지 내가 너의 아픈 모습을 눈치 채지 못했으니 저렇게 나와도 할 말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냥 친구가 아니라 여자친구니까 조금 더 챙겨서 본다면 어느 정도 눈치는 챌 수 있지 않을까.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가 다 신경 쓰인다니까.
" 약까지 잘 챙겨먹을테니까 걱정마세요. "
단지 귀찮아서 밥을 안먹었을 뿐이니까 먹는다면 약까지 똑바로 챙겨먹을 생각이었다. 약 먹으면 졸릴텐데 솔이를 두고 잠들까 조금 걱정이긴하다. 아무래도 날 재울 생각이긴 하겠지만, 나는 쉽사리 잠들어줄 생각이 없다. 그러고보니 어제 잠을 못잤다고 했을텐데 너도 많이 피곤하지 않을까. 괜한 사람을 불렀다는 생각이 든다.
" 나도 네 생각하고 있었어. "
엄밀히 말하자면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네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머리를 다 말리고서 실핀을 앞머리 꽂는 것까지 보고서 일어나다 현기증으로 넘어질뻔하자 뒤에서 솔이가 나를 꽉 잡는 것이 느껴진다. 다급한 목소리, 실내에서 서있다가 넘어지면 정말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 당연한 반응이다. 나를 침대로 끌고가는 너의 손을 따라서 그대로 침대로 다시 향한다.
" 이거 평소에도 그러는거니까 걱정 안해도 되는데 ... "
라곤 말해도 너는 들을 생각도 없어보이니까 그냥 잠자코 앉아있기로 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가다 있는 일이라서 익숙한데. 물론 밖에서는 한번도 이런 적이 없으니까 너는 처음 보는 일이겠지. 많이 놀랐을 것 같아서 나는 앉은채로 이불을 목까지 끌어서 둘르곤 너를 바라본다. 물론 여기서 밥을 먹은적도 많아서 너가 차려주는 것 자체는 낯선 일이 아니긴하지만 ...
" 그럼 잘부탁해. "
한쪽 눈을 찡긋하면서 말하고선 눈을 감는다. 왠지 노곤한 기분이 들어서 눈이 자연스럽게 감겼다. 그리고 나는 아주 잠깐, 잠에 들어버린다.
그걸 보면서 현이는 적어도 자기한텐 말하기를 바라면서 일상을 계속 돌리면서 여러번 강조하지 않을까싶네. 나한테는 조금씩 얘기해도 괜찮다고! 다 말하는건 힘들어도 적어도 아픈건 자기한테 말해줄 수 있는거 아니냐~~ 하면서. 그래도 얘기 안하면 겨우겨우 눈치껏하겠지만.
연락이 안되면 아픈 것 ... (메모) 잘 기억해둘께! 나중에 현이가 불쑥 찾아가는 시츄에이션이 나올 수도 있겠는걸~~ 현이도 시답잖은걸로 카톡하는거 다 받아주면서 같이 막 떠들었을것 ... 그러면서도 자기 얘기는 남한테 잘 안하는 타입이라서 계속 들어주기만 하지 않았을까싶네.
ㅋㅋㅋㅋㅋ 요리로 예술 ㅋㅋㅋㅋㅋㅋ 괜찮아 현이가 요리하면 되니까~~ 각자 잘하는걸 하면 되는거야!
컨디션 안 좋은 거 알고 있으면서 어제 빗길 뛰어간 건 누구였더라, 모르는 척 핀잔을 주었다. 비 그치면 나가자고 하거나 우산을 사러 가든가 뭘 해도 됐을텐데 굳이 선택지를 줘서는 그렇게 비까지 맞고. 잘하는 짓이다 싶었다.
"뭐?"
나'도'라는 말에 내가 네 생각을 했다는 건가 싶어서 자신이 했던 말을 되짚어본다. 그리고는 조그맣게 힉 놀라버린다. 제가 아무생각도 없이 네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대답해버렸단 걸 지금 깨달았다. 저는 네 생각을 했다고는 해도 중학교 때 모습을 생각하고 있던 것 뿐인데, 네가 내 생각을 했다고 하면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게 되어버린다. 낯간지러운 말을 뭣도 모르고 내뱉었단 생각이 드니 소리없이 잠시나마 앓았다.
"평소에도 그러면 더 안 되거든?"
다행히 너는 저가 이끄는 대로 침대로 다시 돌아왔다. 이불까지 두르고 앉아 잘 부탁한다고 하면 다시 일어나지는 않겠구나 싶어서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 다 들어있다고 했었으니, 두 사람 몫의 식사를 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곧잘 이 곳에서 밥을 먹고는 했으니까. 평소와 좀 다른 구석이 있다면 네 밥을 한 공기를 가득 퍼담아 정말 고봉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작 자신의 밥 공기는 꽉 차지도 않았다. 원래 먹는 양만큼이었지만 고봉밥과 있으니 턱없이 적어보이기도 한다. 이제 더 차릴 것은 없나, 차려놓은 식탁을 내려다보다 문득 그보다 좀 더 아래 있는 자신의 발을 발견한다. 짝짝이 양말이었다. 키득거리며 네게 얘기해줘야지, 하고 침대가로 돌아오면 너는 그새 앉은 자세 그대로 깜빡 잠들어있었다.
지금도 조금씩 달달한게 난 너무 좋다구 생각합니다 현이 최고야.......닉값 지대로 하는 목석같은 유새솔한테 설탕 뿌린다~~ (새솔: 새로 난 소나무(솔)의 푸르름처럼 살라는 뜻의 순우리말) 푸르름처럼 살랬더니 눈만 파랗구 그냥 연애고자 나무가 되어버렸대요~~!
헉 계속 그러다가 조금 언성 올라가거나 감정골 찌금 생기기만 해도 솔이 뚝뚝 우는 거 볼 수 있을텐데!! 화내는게 아니라 혼난다는 느낌?? 강조 계속하면 아마 어색해도 말하지 않을까 싶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나 아파" 이게 끝일 거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불쑥 찾아오셔도 됩니다! (사촌언니: ?) 앗 들어주는 편이구나! 솔이는 별걸 다 얘기하는 타입이거든 짹짹
맞아 예술ㅎㅅㅎ 겉보기에는 미슐랭 먹으면 지옥행ㅎㅅㅎ 그래서 주말에 가끔 몇번씩 언니가 새솔이한테 요리 시켜놓고 봐줬지만....글렀기 때문에 요리를 제외한 모든 것은 새솔이가 맡구 있습니다ㅎㅎ.....
선잠에 빠져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니 나는 어디선가 많이 본 옷을 입고 있었다. 아, 교복이네. 전학 오기전에 잠깐 다녔던 그 중학교의 교복이다. 나는 그 교복을 입고 정말 엄청나게 싸웠다. 그리고 대놓고 교문을 넘어서 나가버린 일도 많았고. 철이 없어도 너무 없던 시절이었고 결국 나는 한학기만에 강제전학을 당해 너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전학 온 첫날, 모두의 앞에서 간단하게 내 소개를 마친 나에게 중학교 때의 너가 다가온다. 그리고 내게, '여—보—세—요———!' 라고 외친다. 화들짝 놀라서 눈을 뜨니 이번엔 다 커버린 네가 내 옆에 있다.
" 아, 깜빡 잠들어버렸어. "
밤에 푹 잔 것 같은데도 계속 졸린건 몸에서 쉬라고 항의를 하는게 분명하다. 여기서 더 혹사시키면 우리 더 아플테니까 알아서 해! 라고 외치는거지. 워워 아까도 푹 쉬었는데 자꾸 그렇게 파업할꺼야? 라고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근육통이다. 이럴때만 말썽이라니까.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침대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한다. 그리고 너가 차려놓은 밥상을 보자마자 웃어버린다.
" 이거 다먹으면 배 터져. "
한가득 고봉으로 쌓아놓은 밥을 바라보고선 어이가 없고 웃겨서 나온 웃음이다. 무슨 조선시대 선비들이 먹는 밥상이냐고. 아무리 밥심이라지만 이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네 몫은 그렇게 적당히 퍼놓고 내 몫만 이렇게 잔뜩이라니. 내가 밥을 그렇게 많이 지어놨었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내 밥그릇을 들고가 윗부분을 약간 덜어서 밥솥에 옮겨놓는다. 그럼에도 한가득 남아있는 밥이었지만 이 정도는 먹을 수 있으니까.
" 그럼, 잘 먹겠습니다. "
차려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반찬들은 엄마가 해다주신게 몇개 있었는데 아무리 내놓고 키우는 자식이라지만 굶는건 못봐주겠다고 하면서 몇개 가져다 주신거다. 이런거 안가져다줘도 굶지는 않는데, 나름 걱정은 하시는게 있으셔서 이런 점은 좋다. 이번에도 너랑 같이 먹으라면서 반찬을 배로 가져다주셔서 몇번이나 먹었는데 지금도 이렇게 한가득 남아있다.
" 생각해보니까 다음 학기도 개강 총회하겠네. 너 갈꺼야? 너 과에서 제일 인기 많잖아. "
회화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솔이겠지. 덕분에 나는 컴공이 아니라 회화과에서 더 유명해졌다. 그야 둘이 맨날 붙어다니니까 유명해지기 싫어도 유명해질수밖에.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네 밥공기에 올려주면서 얘기한 나는 그대로 밥을 한숟가락 더 입에 넣는다.
무슨 소리에요 .. 솔이가 더 최고지 ... 지금도 달달구리한거 인정인정! 지금은 약간 달콤쌉싸름하다면 나중엔 너무 달달해서 혀가 마비되는거 아닌가 몰라~~ 이런 맛도 저런 맛도 다 좋으니까!!!
헉 울어버린다니 ... 하지만 우는 솔이도 보고싶 ... (안됨) 솔이한테 잔소리하다가 솔이가 울어버리면 잠깐 당황해서 에? 하다가 결국 한숨 쉬고선 안고 달래주지 않을까. 그리고 나 아파 세글자만 보내도 우리 솔이가 장족의 발전을 했구나하고 마음 속으로 대감격하는 현이를 보실 수 잇씁니다! 현이는 외동아들인데다가 부모님도 막 우쭈쭈하는 성격은 아니었어서 자연스럽게 자기 얘기는 잘 안하게 되어버렸어. 그래도 살살 꼬시면 솔이한테는 다 얘기할테니까 뭐든 찔러보라구!
간밤에 잠 설친 건 저인데, 어째 네가 제대로 잠을 자지 못 한 것처럼 그런다. 아무래도 밥 먹고나서는 약 기운도 있을테니 재워야겠다 싶어졌다.
"안 터져, 아."
침대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하는 너를 뒤에서 지켜보며 쫓아간다. 또 휘청거리다 넘어지려 할까봐 먼저 식탁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 밥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뜬다. 덜어버렸겠다. 식탁에 마주 앉아서도 감히 그걸 덜어버렸겠다, 하고서 눈을 가늘게 뜨고서 쳐다보았다. 먼저 네가 숟가락을 들어도 가만히 삐진 체를 하다가, 개강총회 이야기를 하며 질문을 던지자 그제서야 숟가락을 들었다.
"아마?"
한 술 뜬 숟가락 위에 반찬을 올리고 한 입 입에 물었다.
"인기 많기는, 과탑이니까 다들 아는 거지."
개강총회에 가봤자 별 특별할 것도 없고, 맛없는 술 먹는 곳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너와 같은 과였다면 그나마 나았을까 싶지만 제가 컴퓨터공학과에 갈 일은 없었으니 헛된 상상이다. 우연으로 같은 날 같은 곳에서 한다고 하면 컴공과 테이블로 넘어가버리는 쪽이 확률이 높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재미없는 개강총회보다는 제가 양말을 짝짝이로 신은게 더 흥미요소였고, 아까 네게 말 못 했었으니까 밥을 먹다 말고서 식탁 아래로 발을 쭉 뻗어 네 다리를 툭툭 건들여본다.
"아래 봐 봐. 나 양말 짝짝이로 신었다?"
접어올린 바짓단 아래로 보이는 양말은, 복숭아뼈를 넘게 올라와 살이 드러나지 않는 발목이 긴 양말과 그것보다 짧아 발목이 언뜻 보이는 길이의 양말로 짝짝이 흰색 양말이었다.
난 빨리 솔이가 현이한테 애정표현 잔뜩 해줬으면 좋겠어.............. 혀 마비시키고 뇌까지 마비시킬 정도로 달아져라~~~
그리고 이제와서 말하지만!! 새솔이 눈물점이 하트모양인건! 언젠가 현이가 저기에 꼭 입맞춰주면 좋겠다라는!!! 엄청난 흑심이!!!!!
우는 거 별거아냐! 현이한테 혼나서 그러는게 아니라 어쨌든 남도 자기 걱정을 이렇게 해주는데 가족한테 못받았던게 서러워서 우는거니까 ㅎㅅㅎ 그리고 만약 울게되면 안아주려고 안해도 솔이가 먼저 안기려고 할것ㅎㅅㅎ~~~ 아니면 나 안아주면 안 돼...? 하고서 물어보거나..... 장족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구 그렇다면야 솔이는 궁금한거는 안 참으니까 다 물어보러간다~~
새벽에 깨버린 것을 보면 분명 깊게 잠들지 못했던 것이겠지. 그리고 아플때는 몸이 회복을 위해서 계속해서 자고싶어한다니까 이렇게 꾸벅꾸벅 조는 것도 이해는 된다. 내가 밥을 덜러가자 눈을 가늘게하고 쳐다보는 널 보고 어깨를 으쓱한다. 이 정도 먹는 것도 많이 먹는거에요 이 사람아. 그리고 밥 다 먹어버리면 이따 저녁에 밥 또 해야하잖아. 이따 저녁에 먹을 밥은 남겨둬야했다.
" 그래도 참가는 하는구나. 나는 가지말까 고민중이기도 하고~ "
개강총회에 참여하는건 1학년때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가버리면 술도 제어를 못하고 너무 많이 먹게 되어서 다음날 힘들기도 했고. 빠진다 그러면 친구들이 왜 빠지냐고 뭐라고 하겠지만 적당히 둘러대고 빠질까 고민중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까 이미 날짜도 공지되어 있던데.
" 아, 우리는 개강하고 그 다음주 목요일이래. 너네도 아마 그쯤하지 않을까? "
핸드폰을 열어서 들어가있는 학과 단톡을 보니까 이미 일정까지 고지가 되어있었다. 보통은 개강하고 알려주는데 이번엔 좀 크게 할 생각인지 장소와 시간까지 다 나와있었다. 이렇게 크게 하면 더 가기 싫어지는데. 무슨 핑계를 대고 빠질까, 하고 밥을 먹으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내 다리에 네 발이 와 닿는다. 뭐야,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너의 말이 들려온다.
" 뭐야 그렇게 정신없이 올 정도로 내가 걱정됐어? "
짝짝이로 신은 양말을 보고서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그냥 신경도 안쓰고 신고 온 것이겠지만 그렇다면 나는 정말 감동일테니까. 그래도 둘이 같은 색깔이고 솔이 외모도 상당히 예쁜 편이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은 패션인줄 알고 신경도 안썼을 것이다. 패완얼이라고 뭘 입던간에 솔이가 입으면 맵시가 살더라. 나도 잘생겼으면 좋았을텐데.
" 아님 너네 개총에 내가 갈까? 나 너네 과에서 더 유명할 것 같은데. "
사람들도 많고 술도 많이 먹는데다가 계속 말을 걸어오는 우리 과 개총보다는 너가 있는 너네 과 개총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민폐일지도 모르니까 굳이 가지 않아도 되지만.
... 그런 흑심이 있었다니 사실 저 점에 뽀뽀해버릴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통해버리다니.
아이고야 안아주면 안돼냐니 당연히 되지 현이가 진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안아줄테니까 기대하렴 솔아 ㅠㅠㅠㅠㅠ 그러다가 분위기 타서 볼에 뽀뽀까지 해줄께!!! (안됨) 후우 현이한테 다 물어봐!! 싸움은 왜 그렇게 했는지도 물어보면 알려줄꺼야! 별거 아닌 이유기는 하지만~~
말을 하고선 다시 한 술 떠 입에 넣는다. 꼭꼭 씹으며 오물거리며, 네가 이따 잠들면 설거지는 그때 해야겠다 생각했다. 잠드는 것까지 확인하고서, 그러고 나서 저는 어떡할까. 집에 가면 혼자라서 싫고, 네가 아프기도 하니까 계속 네 집에 있을까 고민한다.
"얼굴 비추기! 안주만 뺏어먹고 와야지."
무엇보다 안 간다고 하면 들러붙어 늘어지는 연락이 너무 많았다. 네가 개강총회 일정을 알려주자 눈을 깜빡거리고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과톡에 공지는 아니어도 분명 언제쯤 할 거 같으니까, 꼭 오라는 연락은 받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연인지 공교롭게도 알려준 날짜는, 캘린더 어플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다음주 목요일이었다.
"야, 우리도 그때 하나 봐."
개강총회야 학교 근처에서 할테니까, 갈만한 술집을 생각해본다. 날짜도 맞았겠다, 장소까지 겹치면 좋을텐데. 너와는 6년 내내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으니까 이번에도 그런 일이 한 번쯤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다리라고 했잖아. 기다리다 눈 빠질까봐 서둘렀지."
키키 웃으며 가볍게 받아쳤다. 남자친구니, 연인이니 하는 의식이 없는 탓이었다. 네가 가끔 간지러운 말을 하면 흔들려버리고는 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친구일 때와 다름없는 것만 같아서 스스럼없이 굴 수 있었다.
"우리 과에서? 왜?"
다시 한 술 떠 넣고 있다가 네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눈을 깜빡거리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내가 못참는다 내가........... 크아악 아현주랑 같은 생각하고 있었다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볼에 뽀뽀까지 해준다고 그랬다!! (새솔: ?) 왜 그렇게 싸웠는지는 왠지 중학생떼부터 꾸준하게 물어봤을 거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다쳐서 오면!! 왜 그렇게 싸우고 다니냐고 내가 너 반창고 값으로 백만원은 썼겠다구 툴툴대면서! 그래도 싸움 잘하니까 크게 다칠 일은 없었을까?? 크게 다치면 왠지 깜짝 놀라서 화도 냈을 거 같고 그런 느낌 :3c
중학교 때 첫만남 어땠는지 너무 궁금하다 ㅎㅅㅎ 현이가 전학와서 반장이던 솔이한테 챙김받는다! 말구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왠지 반장이 챙겨주라고 해놨으니 한동안 이동수업할때 솔이가 현이 쫓아다녔을거 같은 느낌두 있구.... 그냥 수업째러가는건데 그것도 모르고 이쪽이 과학실이라니까! 너 길치야?? 이랬을 거 같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ㅅㅎ
아무리 귀찮아도 샤워랑 양치는 꼭 하는 편이다. 결벽증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몸은 깨끗하게 하고 지내야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술에 떡이 되어서 집에 들어와도 그것들은 무조건 한다. 밥 다 먹으면 적어도 설거지는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네가 개강총회 일정을 확인하는걸 보고 있는다. 6년동안 같은 반에 대학교도 같은 학교인데 여기서 개강총회 날이 겹치는 우연 아닌 우연이 생기는 수가 ...
" 잘됐네. 평소에 하던 곳보다 장소가 큰 것보니까 같이 할 것 같은데? "
장소로 나와있는 여기, 평소에 개강총회 하던 곳보다 두배는 넓은 크기다. 우리 과가 돈이 넘쳐나서 이런 곳을 빌리지는 않았을테고 분명 같이 하는 학과가 있을텐데 회화과가 같은 날에 개강총회를 한다라? 그럼 거의 확정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과대표에게 카톡을 넣어서 다른 과랑 같이 하냐고 질문을 넣어둔채로 핸드폰을 엎어놓는다.
" 조금만 늦었으면 진짜 눈 빠졌다. "
내가 남자친구로 느껴지지 않을때는 평소와 같은 텐션이라 이걸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다. 물론 나도 솔이가 편했으면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사귀는 사이인데 이게 맞나 싶기도하고. 아직 이틀차라 솔이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테니까 ... 씁쓸한 마음을 속으로 삼킨다.
" 우리 과 개총 술만 많이 먹고 재미없으니까. 차라리 네 옆에 앉아있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별로면 나 안가도 되니까 괜찮아~ "
말은 이렇게해도 너랑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에 제발 허락해줘! 라고 속으로 빌고 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핸드폰이 울려서 확인해보니 과대표가 답장을 보내놨고 내 예상은 적중해있었다. 이번 개강총회는 회화과와 같이 한다는 답장을 보자마자 나는 이걸 너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 뭐, 이번엔 같이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채로 열심히 밥을 먹는다. 갑자기 식욕이 도는 느낌이라 밥을 마구 먹다가 목이 메여서 켁켁대며 물을 마신다. 또 바보같이 먹는다고 한소리하겠구만. 네 눈치를 보며 얌전히 물컵을 내려놓고서는 말없이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약간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님에 대한 반항 같은? 계속 말하지만 아현이네 부모님은 방임주의라서 정말 나쁜짓만 아니면 터치를 아예 안하셨거든. 이게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너 하고싶은대로 다 해라~ 같은 마인드였는데 어릴땐 그걸 모르고 그냥 학교에서 일 저지르면 부모님이 와야하니까 그것 때문에 계속 그런것 ... 그래서 고등학생때부턴 얌전해진 이유도 부모님의 의도를 알아채서 ... 하지만 이미 이미지는 망가져버린 뒤! ㅋㅋㅋㅋㅋ 자기도 어렸을때 철없이 그랬단걸 인정하는편.
첫만남 일상도 돌려보면 재밌을 것 같아! 쫓아다니는 솔이 보면서 현이가 귀찮아서 아씨 좀 저리가라고! 하는데 말 안들으니까 일방적으로 무시하려고 하고 ... 과학실 저기야! 하고 알려주면 얜 뭘까?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무시하고 창문 열고 슉 나가버리고.
아현이는 싸울때 크게 다친적은 거의 없는데 딱 한번 상대방이 벽돌 같은거 던져서 팔로 막고 팔이 나간적이 있다. 그거 말고는 크게 다친적은 없어! 애가 마구잡이로 싸우는 성격도 아니라서 :3
안 잔다고 할 줄 알았는지라, 순순히 네가 잔다고 말하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방긋 웃었다. 귀신이 나올 것이라며 효과라고는 없을 듯한 저주까지 걸면서 웃는게 장난기가 도드라졌다.
"뭐야, 컴공 벌써 공지떴어?"
눈을 깜빡거린다. 언제하는지는 알 수 있다고 쳐도, 장소까지 알 정도면 공지까지 뜬 건가 싶어서 물어보았다. 정말 같이 하는 거면, 그렇다면 적어도 네 옆에 있으면 마냥 재미없는 술자리는 아닐 것 같았다. 널 보러가다가 친구의 친구라는 느낌으로 얼굴을 아는 사람도 몇 있고.
"열도 그렇게 나는데 눈까지 빠졌으면 병원으로 갈 뻔 했네."
키들거리면서 있다가, 네 대답을 듣고서는 다시금 고개를 갸웃인다.
"아니, 유명하다는 거. 너 우리과에서 왜 유명하냐구."
그러다 네가 핸드폰을 보여주길래 화면에 떠 있는 카톡을 보았다. 과대표라고 저장된 사람에게서 온 개강총회 이야기는 회화과와 같이 한다는 이야기. 어쩌다 날짜랑 장소가 겹쳤나 했는데 아예 같이 하는 거면 과대들끼리 CC라도 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정작 CC는 따로 있었다. 눈 앞에 있는 너와 나였다. 이 사실을 복기해버린 탓에 밥을 먹다가 잘못 삼켜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네가 켁켁거리기 무섭게 콜록거리며 표정을 찡그리다가 물을 마시며 진정했다.
"와..."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한다고 기뻐할 자신이 있었는데, 바보같이 급히 밥을 먹다가 목 메인 네게 핀잔도 줄 수 있었는데 그렇지를 못 하게 됐다. 어색하게 환호를 담은 외마디 소리를 내고는 밥을 입에 넣어 입을 막았다.
현이의 카카오 비율을 빨리 줄여야할 거 같은데ㅠㅠㅠㅠ 아구구 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설탕 부어넣어........
앗 생각한 이유랑 맞았다!! 중학교 때는 츤데레 기 질이 강했다구 하니 물어봤어두 대답 안해줄 것 같은데... 그럼 그때는 몰랐을 거 같구, 고등학교 올라가서 정도에서야 솔이가 물어봤을 때 대답해줬으려나???!근데 솔이가 듣고나면 뭔가 기분이 이상해했을 거 같다ㅎㅅㅎ...... 솔이는 방임보다는 반강제적인 편애에 가깝지만 어쨌든 부모님이 관심을 안 줬다는 건 똑같으니까..... 사고친다는 방법이 몸도 상하구 좋지 않은 방법인건 알지만 그렇게라도 저질러봤던 현이가 부럽기도 하고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말 안 하고 진짜 잘하는 짓이다 바보야! 하겠지만!!
그 치 !! ! ! ! ! ! ! 나만 첫만남 일상 돌려보고 싶은거 아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이는 솔이가 귀찮은데 솔이... 눈새+선생님이 시켜서 열심히 함....... 솔이 눈에는 전학생이 겉도는 거 같다였던 것 뿐이야...... 반 애들이 야 쟤 강전왔대; 그냥 적당히 하고 어울리지마... 이런말해도 애들한테 이상한 소문 돌잖아! 하고서 진짜 현이가 쌈박질하는거 입증(?)되고 나서야 어? 할 거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물론 알게되도 귀찮게 한다. 이번에는 탈선방지 잔소리!
벽 돌 을 던 져 ㅠ ㅠ ㅠ ㅠ ㅠ 팔 나가서 깁스하고 다니면... 한 중3 때쯤이면 너 또 싸웠냐고 울었을 거 같다ㅎㅅㅎ..... 그래 니 맘대로 해 < 이런말 한번 하고 그때부터 진짜 냉대하구 그랬을 거 같은 느낌......... 이렇게 되면 사춘기 현이 솔이의 첫싸움인가?!!
언제 잔다곤 얘기 안했으니까. 밤에 자도 자는건 자는거 아니겠어? 꿈에 귀신이 나오면 뭐 어쩔꺼야 내가 확 때려버릴라. 어릴때부터 그런건 별로 안무서워해서 괜찮다. 컴공은 벌써 공지가 떴냐는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 아니 과대표한테 직접 물어봤어. 학생회장끼리 말 나와서 이렇게 진행됐다던데? "
우리 과 회장님은 발이 넓어서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른 과 회장들이랑도 두루두루 친하고 그래서 행사를 할때도 여러가지 이익을 많이 챙겨오고 그랬는데 이번엔 회화과랑 뭐가 잘 맞았나보다. 이러면 나도 좋고 솔이도 좋으니까 나쁘지 않겠네.
" 너가 과에서 유명하잖아. 근데 내가 너랑 자주 붙어다녀서 나도 모르게 좀 유명해져 있던데? "
사실 우리 과에서 너 이름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많을 정도긴 하다. 객관적으로 봐도 예쁜 외모에 키도 작고 날씬하니 유명할 수 밖에. 이게 과 내부에서 유명해지면 자연스럽게 타 과로도 소문이 퍼지곤한다. 그래서 나한테 애들이 솔이랑 무슨 관계냐고 계속 물어보기도 했고. 그때마다 그냥 친구라고 답했지만 이젠 아니다.
" 헉 너도 왜 사레가 들러, 괜찮아? "
뭐야 나한테 사레가 옮은거야? 하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대답이 영 시원치 않아서 무슨 일이 있나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식탁이 조용해진다. 아마 우리가 사귄다는 사실 때문에 저렇게 되는거겠지. 내가 너무 성급했나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올라온다. 그렇게 조용하게 식사를 마무리하고서 나는 내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고서 네 앞에 다시 앉아서 입을 열었다.
" ... 내가 급했던것 같아. 그 자리에서 그렇게 고백하면 안됐는데. "
너가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너가 무슨 마음으로 날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친구를 잃기 싫다는 마음이었다면 ... 그건 조금 슬플지도 모른다.
" 근데 난 너 진짜 좋아하거든. 그래서 물러준다거나 그런건 못할 것 같아. "
작게 한숨을 내쉰다. 나도 내 자신이 답답했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 ... 설거지는 내가 할께. "
할 말이 많았지만 목 뒤 저편으로 넘겨버리고선 설거지를 한다는 말을 남기고서 양치를 하러 간다.
아마 고등학생때 단둘이 얘기하다가 물어보면 알려주지 않았을까 ... 솔이도 자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고! 방식은 전혀 달랐지만 ... 솔이가 잔소리하면 또또 그런다하면서 양 손으로 귀 틀어막고 에베베베베 하고~~ ㅋㅋㅋㅋ 둘 다 귀여워ㅜㅠㅠ
현이는 솔이가 넘 귀찮아서 어떻게든 떼어내고 싶은데 여자애라 때릴 수도 없고 때린다고 떨어져나갈 것 같지도 않아서 결국 포기 ... 나중엔 너 나한테 왜그래?! 하면서 투닥투닥 ... 그래도 나중에 쌈박질하고 반창고 붙여주면 좀 놀래서 바라보다가 나중에 초콜릿 같은거 하나 쥐어주고 그럴려나~~~
솔이 울면 당황해서 어버버어버버 하다가 다음부터 안싸울테니까 울지마~ 같은 말 하면서 달래주고 ... 헉 솔이 현이 싸우지말어라~~ 그래도 싸우면 먼저 다가가는건 현이가 아닐까 ... 잘못도 현이가 했으니까!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렇지, 그렇지. 네 대답에 수긍하며 반찬도 몇 개 집어 입에 넣는다. 분명 늘 먹던 양만 푼 것 같은데 먹는 속도가 느려서인지 아직도 조금 남아있었다. 그러다 학생회장 이야기가 나오면 좋은게 좋은거라고, 개강총회에서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 잘 됐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유명해? 난 컴공과 과탑 친구 모르는데."
그리고 대답을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왜 사레가 들리냐며 괜찮느냐고 물어보는 네 대답에 고개만 끄덕거리고 말았다. 아까 전, 네 집에 도착한 직후와 같은 정적이 테이블 위로 가라앉았다. 그때보다 조금 더 무거운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왜 사레가 들렸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분명 너는 눈치챈 모양이다. 무슨 말을 꺼내기라도 해야하는데, 그 무슨 말이 도대체 무엇일까. 정적이 깨지는 건 네가 자리에 일어나면서부터였다.
"..."
차라리 고백하지 말지, 라는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라 침묵을 지켰다. 친구에게서 받은 고백은 생각보다 엄청 당황스럽고 무거운 것이여서, 약 하루 정도 되는 시간동안 계속 그 생각만 했는데도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았더라. 저도 너를 좋아하고, 너도 저를 좋아하는데 그게 다르다는 걸, 네 고백 수락함으로써 서로 같은 좋아함으로 맞춰야만 한다. 저의 좋아함이 너와 같은 것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하루 아침에 일어날 리가 없는데. 애매한 태도로 수락해버린 제쪽이 역시 실수였던건가 싶어졌다. 아니면 적어도, 오늘 오지 않는다고 우길 걸 그랬나. 숟가락 들기가 무거워졌다. 너는 양치를 하겠다고 자리를 비웠고, 저는 테이블에 남아있다.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일단 테이블부터 치웠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들리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럼 고등학생 때 들었으려나~~ 아마 현이가 그때 싸운 이유 알려주면 조만간 솔이도 자기 집 얘기 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 비슷한 환경에서 애정 요구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게 맛집이라고 생각해(?) 한쪽은 뭐든지 잘해보려고 했고, 한쪽은 사고치고 다녔고! 크악 에베베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떼어내고 싶으셨던 솔이가 어쩌다 여자친구가 되었는데 이거 중딩 현이랑 대딩 현이 나란히 앉혀놓고 인터뷰해야하는 부분 아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투닥거리게 되는거였어! 솔이는 계속 챙겨주고 현이는 그런 솔이가 귀찮아서 떨어져나가면 좋겠고~~~ 빵 다음은 초콜릿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중딩 류아현.... CUTE....... 싸움이라기보다는 솔이가 일방적으로 현이한테 마음 닫고 거하게 화난거지만..... 그래두 현이가 먼저 다가와주고 하면 팔에 한 깁스에 잘 나으라고 낙서해주지 않았을까?? 로맨스에서 코리안하이틴도 다 해먹기 크아 JMT~~~ 나중에 화해하고 나서 현이네 가게 되면 현이네 부모님이랑 마주칠 때도 있겠지?? 왠지 그때 다 이를 거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맨날 싸워갖고 저 울기까지 했었는데... 현이 요즘은 진짜 안 싸워요?" 이러면서 은근슬쩍 다 일러버리기............
너무 구구절절이 될까봐 조금 잘라내긴 했는데.... 솔이는 지금 현이가 그만하자고 하면 어떡하지 상태이기는 해.....ㅎㅅㅎ......... 그야 현이 없으면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사람라고는 한명도 없게 되버리는 상태라....... 현이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그치만 이런 상태로 연애하는 게 맞나? 란 생각도 하고있고! 아무리 연애고자에 모솔(이었던) 솔이 생각에도 이건 현이한테 나쁜 짓하는 것 같으니까...... 이게.... 뭔가... 도움이 되면 좋겠는 것 예 그렇습니다
>>92 중딩 현이가 보면 내 미래가 저럴리 없어! 하고 그 인터스텔라 마냥 스태이 .. 스태이 ... 이럴 것 같곸ㅋㅋㅋㅋㅋㅋ 부모님은 싸우러 다니는거 아시니까 우리 현이 챙겨주는 애가 너구나? 하면서 예쁘장하게 생겼네~~ 앞으로도 잘부탁한다? 하고 미래의 며느리감으로 점찍 ... 크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테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현이네 부모님이 솔이네 부모님보다 솔이를 훨씬 더 잘 챙겨주셨을 거 같은 이 느낌() 솔이가 현이네 부모님이랑 어느 정도 친해질 수도 있을까?? 막 아줌마 아저씨! 하면서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정도로....?? 미래의 며느리감 맞지요 예 ^^ 현이랑 솔이 사귀는 거 알게 되셨을때 현이 잘했다고 칭찬받는 거 아닌가 몰라ㅎㅅㅎ
그렇게 말해버리고 양치를 하러 가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다. 물론 내가 너를 좋아한건 꽤 오래 된 일이지만 그걸 네가 알아버린건 어제였으니까. 그렇다고 티를 낸다고 너가 알아챘을까, 하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오였다. 너무 성급한 고백이었을까, 칫솔에 치약을 짜고 입에 넣을때까지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살면서 이렇게 답답해본적이 없는데 오늘만큼은 너무 답답할 지경이다.
양치를 끝내고 입을 헹군 다음 말없이 거울을 바라보다가 나는 찬물로 세수를 해버린다. 찬 기운이 가득 닿아버려서 몸이 움찔했지만 억지로 찬물 세수를 하고서 수건으로 말끔하게 닦은 뒤 다시 나와서 식탁으로 향한다. 어색한 적막이 계속해서 흐르고, 이대로는 뭣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 ... 갑작스럽게 고백한건 미안해. 너한테도 시간이 필요할꺼란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때가 아니면 말 못할것 같더라고. "
짝사랑은 6개월 정도.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할까, 아니 참아야하는걸까 ...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너도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한다는 생각도 계속 했지만 그 방법을 나는 찾지 못한채로 질러버렸고, 결과는 이렇다. 참담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 너가 나랑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그러니까 한달, 한달만 이대로 지내보면 안될까? 그래도 마음이 안바뀌면 내가 포기할께. "
그렇게 질질 이어가는건 너랑 나, 둘 다에게 안좋은 일이니까. 그렇게 얘기하고서 나는 물 한잔을 따라서 다 마셔버린다.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다른 방법은 도저히 떠오르지를 않아서.
솔이네 부모님.........한테 챱챱 나기는 하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이가 내다놓은 자식은 아니고 동생한테 관심과 신경이 쏠릴 수 밖에 없었던거니까!! 지금도 사촌언니가 솔이 자기 집에서 지낸다고 말해줘서 언니한테 어느정도 성인이지만 양육비(?) 같은 느낌으로 생활비 보태주고 하고 있다 생각하거든! 솔이가 못난 딸은 절대 아니고 여러모로 예쁜 딸이니까!!! 속 한번두 안썩이고 참다참다 20살되서야 한번 좀 크게 싸운게 끝이고.....
앗 조아하면 다행이다!! 나도 완전 조아해 히히 부담스러울리가 주접 즐겁다 주접 맛있다 썰? 이건 나의 주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