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먼저 말하려 했는데』 처음으로, 문하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리는 것을 본 것 같다.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사라졌고, 당신을 바라보는 문하의 눈은 컴컴하고 어둡게 죽어있지만, 당신이 한 말이 그를 어떤 식으로든 자극하는 데 성공했는지 그는 가만히 당신을 바라본다. "같은 말을 하네." 알쏭달쏭한 말이다. 뭐라는 거야? 문하는 당신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나직이 더 덧붙인다.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이랑." 오늘 당신의 재수, 꽤나 옴붙은 모양이다.
2. 『모든게 끝났어』 "......" 언어를 잃은 것처럼, 그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문득 어디선가 불어온 산들바람이 공기를 휩쓴다. 거기에 무언가를 날려보내는 것처럼 기원을 담아서, 그는 고개를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무언가를 씻어내려는 듯이. 무언가를 날려보내려는 듯이. 그는 가만히, 그 어떤 것에도 속박되지 않은 자유를 만끽했다. 나는 자유야. 그는 입을 다문 채로 소리없이 부르짖었다. 이제 그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3. 『한 번 더 말해줘』 "......?" 먹먹한 까만 눈으로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게, 얼굴에 별 변화가 없는데도 무언가 아주 놀라운 것을 귓전에서 반쯤 놓쳐버리고 만 사람의 표정으로 보인다. 아니 어쩌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표정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몸을 당신에게로 돌려앉는다. 조금 주저하다가, 그는, "...다시, 말해줄래." 하고 나직이 청해온다. 목소리가 약간 떨린다. 설레임일까, 공포일까. 무엇이 그의 목소리를 흔들리게 하는지는 알 수 없다.
1. 『잘 있어』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야?" ...대답을 아는 질문이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대답하지 않아도 대답을 알 수 있다. 애초에, 끝맺고자 하는 말에 질문을 덧대어봐야 상대방에게 수고를 더해주는 일일 뿐이다. 문하 역시도 그것을 잘 알았다. 그렇지만 마음속에 날아든 파랑새 깃털 한 장을, 아직, 도무지, 놓아줄 준비가 되지 않아서. 깃털 한 장은 깃털 한 장일 뿐인데 도무지 파랑새를 그리는 미련을 털어낼 길을 모르겠어서. 그렇지만 준비가 되었는지 되지 않았는지 신경써줄 정도로, 상황은 그에게 자상하지 않다. 항상 그랬다. 그래서, 그냥 손에서 놓아주는 일일 뿐인데, 왠지 빼앗기는 것 같아서. 뼈밖에 남지 않아 뜯겨나갈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뼈가 뜯겨나가는 듯이 아팠다. 그러나 아파도, 이 말을 해야만 한다. "...잘 가."
2. 『죽여줘』 "네가 나를 죽여주면." 소년은 웃었다. "나도 너를 죽여줄게." 어딜, 나를 두고 가려고. 너는 내 처음이자 마지막 사냥감인데. 도망칠 수는 있겠지만 날 떨쳐낼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 포기해."
3. 『당연하지』 "역시 그런가─" 당신에게로 시선을 둔 채로, 그는 나직이 숨을 내쉬며 웃었다. 다른 사람의 웃는 얼굴에 비하자면, 그것은 웃는 얼굴이라기엔 너무도 서투르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문하라는 소년의 기준에 비추어보면 꽤 그럴싸한... 그리고 꽤 보기 드문 표정이었다. 당신의 말이 어떤 의미에서 그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했는지는 모른다. "─하긴,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먼지가 바람에 날려 바닥이 조금씩 드러나듯, 그의 미소가 조금씩조금씩 그 빛을 바꾼다. 그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지만, 표정이며 기색은, 조금, 다른 의미로 변해 있다. "다행이야."
이 세 가지 입니다! 열심히 해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893746
>>714 우아ㅏ악 그것 때문이구나 8.8....!!! 미안해요 미안해욧 오늘은 기력이 없어서 그냥 잠잠하게 있다 떠날까 싶었는데, 이런저런 썰들이 막 올라오길래 이 쯤에서부터 답변하면 되지 않을까... 했던 것이 바로 문하주의 글에서부터 끊어져 있었네요...... u"u (머리박음,,) 절대로 의도적으로 싫어서 스루했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알아주세요ㅠㅠ...!!!! ㅇ(-(
오히려 문하와 문하주가 싫거나 부담스러웠다면 말 없이 티내는 행동같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이야기하고 거리를 뒀을 거에요. 다시 말하지만 문하와의 관계성 저에게 있어 너무 소중하고, 스레가 엔딩이 날 때까지 둘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저에게는 있으니까요. 흑흑 낙심하지 마세요 ㅇ)-(....... 미안해요 미안해요
고라니랑, 뱀이랑.. 가끔 운 나쁘면 멧돼지도 내려왔었고. 가끔 운 좋으면 사람 만나도 안 도망치는 토끼도 있었고.
운 나쁘면 멧돼지 부분에서 눈이 땡그래진다. “멧돼지랑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운 좋은 때의 경우와 차이가 너무 큰 거 아닌가... 응, 그랬어, 재밌었어, 라고 마무리되는 이야기에 커진 눈을 깜박거리다가 방긋 미소했다. 재밌었다면 다행이지만, 역시 멧돼지는 신경 쓰여요.
*
그래도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색이 있을까? 여름 소품 사러 갈 때 참고할 수도 있고 하니까 말이야.
“ 색은 나랑 잘 어울리는 색이면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
민규의 질문에 잠깐 생각하는가 싶더니 빵긋 웃으며 대답한다. 물건이면 그 모양과 실용성이 중요하겠지만, 색은 그냥 그 물건에 어울리거나 아랑에게 어울리거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뭐, 그래도 귀여운 디자인이면 깔끔한 색을 고를 것 같고, 실용 중시인 디자인이면 귀여운 색을 고를 것 같네에.
...그, 네가 생각한 이유 맞아.
...내가 그걸 얼굴에 티 냈어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아랑이 웅얼거리는 민규를 바라보다가 샐그러지게 미소했다. 민규의 옷소매를 살짝 쥐어보았다가 천천히 놓아주었다.
“ 선배, 역시 신기한 사람이야. ”
나를 모르는 것 같으면서도, 나를 아는 사람 같아. 편지에서 받은 느낌을 또다시 받았다. 생각한 이유가 맞다고 했다면, 내 눈 색을 보고 파랑이라고 대답한 게 맞다는 뜻일까?
“ 나, 혹시 얼굴에 티 나는 타입이야~? ”
그래도 이건 물어봐야지. 나 선배한테는 혹시 티 나는 타입이거나, 알기 쉬운 쪽의 사람인 거야?
*
도합 4kg 정도니까 가방이 비명을 지를 만 했다. (이런 가방을 매고 다니니까 키가 안 크는 게 아닐까...?) 아랑은 제 양쪽 어깨에 제대로 가방을 맸다. 내년엔 무게를 줄이든가 해야겠다.
“ 운동 삼아 걸어가는 건 좋은데에, 나 데려다주고 나면 너무 어두워지는 거 아닌가 싶어 걱정이에요. ”
가방 안에 있는 방범부저 하나 넘겨줄까...? 나는 주머니에도 하나 더 있으니까 –집에 가면 더 있기도 하고- 하나쯤은 넘겨줘도 괜찮을 거 같은데. 가방을 들쳐 매고 교문 쪽으로 걸어가려는 민규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 으음, 가족이 태워다 줄 때도 있고, 버스 탈 때도 있고, 택시 탈 때도 있고, 걷거나 뛸 때도 있고 다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