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졌다. 9살때의 모습은 안봐도 뻔했다. 그는 작은 체구로 차마 담배도 피울 수 없어 방을 연신 빙빙 돌며 짜증을 속으로 삭혔다. 다행인 점은 머리가 아파도 10년 뒤 지금과는 달리 깨질 정도도 아니고, 짜증을 삭혀도 쓰러질 몸은 아니란 것이다. 그 점을 위안삼다가도 지금을 생각하면 또 짜증이 올라오니 딜레마다. 결국 아이처럼 한번 발을 크게 굴렀는데, 그때 굴러들어온 페인트볼은 퍽 소리를 내며 터졌다. 그가 맑은 목소리로 걸쭉한 욕을 외쳤다. "Bloody Hell!!"
절벽과 금지된 숲은 위험함의 종류가 다르다. 고 얘기할까 했지만 관둔다. 말을 꺼낸 당사자가 농담이라 치부하며 가볍게 여긴 말에 일일히 주석을 다는 것만큼 무의미한 짓도 없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하고. 타인에의 무관심은 말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농담조차 제대로 받아넘기지 않게 만들어갔다.
그리고 말을 아끼는 건 그녀만이 아니었으니.
금줄을 따라 걸으며 건넨 질문에, 뒤에서 들려오던 인기척이 멈춘 듯 했다. 힐끔 돌아보자 달을 올려다보는 단태가 보인다. 그 모습만 확인하고 다시 앞을 보았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가 금줄의 중간쯤에서 멈췄다. 서로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거리를 딱 유지한 채, 고개를 들어 달을 보았다. 빈틈 없이 둥글게 꽉 찬 달이 창백한 우윳빛을 흘리고 있었다.
"그거, 이미 잔뜩 취한 사람이 하는 말처럼 신뢰감 전혀 없다는 거, 선배도 알죠?"
그렇게 한마디를 하고 위를 향하던 고개를 조용히 내린다. 고개릐 기울어짐을 따라 머리에 꽂힌 지팡이의 장식이 달랑 달랑 흔들린다. 별로 믿을 만한 소리를 듣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덧붙이며 몸을 돌려 금줄을 뒤로 했다. 그대로 단태를 볼 듯 했으나, 그녀는 시선을 약간 아래로 향하고 말을 계속했다.
"보름달은 광기의 상징이기도 하죠.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진 않아요. 그랬다간 제 남매들은 보름날마다 피튀기는 싸움을 해댔을테니까요. 그럼 누구에게 해당되느냐, 그건 말이죠."
쿡쿡쿡. 일부러 말을 끊고 좀전과 같은 웃음을 흘렸다. 이 말을 하는 것이 우습다는 듯이, 이 말 자체가 우습다는 듯이.
"그런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거에요. 짐승이라던가, 미치광이라던가."
그제야 그녀의 시선이 단태에게 향했다. 가늘게 좁혀 웃는 눈을 하고서 몇초간 바라보다가 제 정면을 향해 돌아가고, 멈추었던 걸음이 움직였다. 숲의 초입에서 나가는 길을 향해서였다.
"제 산책은 이쯤 할까 하는데. 선배는요?"
두어걸음쯤 나아갔을 때 그녀가 형식상의 물음을 던졌다. 그대로 말없이 가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예의를 차려줄 용의가 남아있었나보다.
조막만한 날개는 별로라니까 이번엔 또 큼지막한게 달렸다. 갈색과 검은색의...매? 크기나 그런게 매의 느낌이다. 아니면 솔개일지도.
날개를 두어번 퍼덕인 후, 그럴듯한 날개를 달고 날지 못한다는 건 참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뭐, 딱히 날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차분히 접어놓고 기숙사로 돌아간다. 가는 동안 등 뒤의 무게가 어색해 몇번 기우뚱거려야 했다. 그래도 어찌 어찌 기숙사까지 와서, 최소한 날개는 없애고 들어갈 생각으로 근처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페인트볼을 찾아보았다.
이곳저곳 뒤적-거릴 필요도 없이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나서 좀 놀랜 건 비밀이다. 냉큼 볼을 잡아 터뜨렸다.
>>203 괜찮다고 봐요. 마름모 순찰은 대표에게만 발렌타인이 통보했던 거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다들 예민했을 거예요. 사람이 죽었는데 정상적으로 나올 수 없는게 사람이니까요. 갈등은 사람마다 반드시 있는 법이고, 저는 저 상황에서 아성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봐요. 하지만 아성주가 원하신다면 레스를 제가 조금 더 유하게 바꿔보도록 할게요.😊
축 늘어진 어떤 마법사의 머리채를 확, 휘어 잡은 매구가 씩 웃었습니다. 질이 좋은 옷과 마법부 장관임을 증명하는 장신구가 번쩍였습니다. 양반탈이 그것들을 마법사에게서 빼내자, 매구는 거칠게 그 마법사의 머리채를 내려놓았습니다. 손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남아 있습니다.
' 이 마법사의 가문은 기억하고 있지. 전쟁 때, 내가 죽을 것 같으니까 바로 날 팔아 넘기려 했던 그 더러운 배신자들이니까. 그렇게 해서, 마법부 장관까지 올라갔으면 일처리라도 제대로 해야지. 그래야, 네 명줄이 더 길었을텐데. '
매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투둑, 끊었습니다. 그리고 초랭이탈에게 두 종류의 머리카락을 건넸습니다. 초랭이탈은 뒤로 슬쩍 물러나서, 끓고 있는 마법약 안에 매구의 머리카락을 넣었습니다. 펑, 냄새와 함께 액체가 핏빛으로 변했습니다. 그것을 손에 쥔, 매구가 그것을 강제로 마법사의 입에 흘러넣었습니다.
'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야. 한 번 배신한 놈이, 두 번은 배신 안하겠나. '
강제로 음료를 마신 마법사의 몸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습니다. 매구는 그 때, 감옥 밖으로 나갔습니다.
' 아직, 쓸모는 있으니까 죽이지는 마라. 디멘터 키스 정도가 적당하겠지. 마법부 장관이나 되었는데, 설마 디멘터의 키스를 못 버틸 리는 없겠지? '
감옥 안에는, 쓰러진 또 다른 매구와 기분 나쁘게 히죽히죽 웃는 마법부 장관만이 남았습니다.
자주 보았던 괴이한 환상을 한번 보고 나니 날개가 사라져있었다. 좋아. 이제 방으로 돌아가도 리치에게 공격받을 일은 없다. 그 자리에서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고,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리치~ 나 왔어~"
리치를 부르며 방 안으로 들어가자 제 보금자리 냅두고 그녀의 침대에서 뒹굴던 리치가 앗, 하듯이 그녀를 본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는게 장난치려다 걸린 아이 같다. 키득 웃으며 침대가 그렇게 좋냐고 쓰다듬어주고 일단 샤워부터 했다. 숲에 들어갔다 나온 여파가 꽤 있어서 말이다. 말끔하게 씻고 나오니 리치가 뭔가 물고 제 앞으로 다가왔다. 낯익은 크기, 낯익은 색. 페인트볼이었다.
"그새 어디서 주워왔어, 응?"
우아웅....먀악!
볼을 받고 턱과 정수리를 마구 쓰다듬어주자 질색하는 소리를 내며 캣타워로 도망간다. 그녀의 시선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 빨리 그거나 터뜨리라는 듯 꼬리질을 하길래, 쪼매난게 승질만 더럽다고 중얼거리며 페인트볼을 터뜨렸다.
그는 현궁 1학년 학생에게 붙잡혔는데, 달링을 따라나온 얼음호수에서 얼어붙은 꽃을 만지다 벌어진 참사였다. 볼을 쪼물거리는 학생에게 나름 열심히 반항하고 "톰한테 이를 거야! 놔요!" 하고 협박도 해봤지만 들어먹지를 않았다. 결국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당신 진짜 미워!!" 하고 나서야 뭔가를 받았는데, 페인트볼이다. 꾹 찌르자 펑 터졌다. 아마 그가 본모습으로 돌아오면 바로 인카서러스와 점수깎기가 이어질 것을 이 학생은 모르는 것 같다.
이 사람, 간이 담대하다. 아니 사람 맞나? 그냥 사감. 사감님. 그래, 건 사감님. 우리 자랑스러운(반어법) 청룡의 청궁의 사감님. 얼마 전에 겨우 진지한 모습을 보는가 싶더니만, 당당하게 백궁에서 고구마를 구워먹는단 소문이 돌다 못해 그게 사실이었고 그걸 보러 온 나한테 생고구마를 쥐어 주고서 인센디오 조절 수업 어쩌구를 하면서 고구마나 구워 달라고 하질 않나. 이러다 고정관념이 생겨 버리겠다! 입 밖으로 뛰쳐나오는 레라시오, 봄바르다, 엑스펄소를 겨우겨우 눌렀다. 나의 귀여운 장난꾸러기(반어법, 은의 지팡이를 뜻함)가 신난 듯 빛을 뽑다가 수그러들고 뿜다가 쪼그라들고를 반복하는 모습이 애처롭지 않은가?
에휴, 고구마엔 죄가 없다.
" 인센디오. "
그리고, 방금 전 사라진 줄 알았던 빛은 함정이라는 것처럼 레라시오 봄바르다 엑스펄소 그리고 앞에 비하면 가녀린 인센디오의 불꽃이 꽝 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겹치고 눈부시게 폭발했다! 나는 깨달았다. 저 인간(?) 지팡이도... 층층나무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