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냥벨이 썰 너무 맛있는거 아니냐구 ㅋㅋㅋㅋ 빗질 받으며 냐아 하고 우는 벨이... 달링이는 벨을 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첼이는 음~~ 페르시안 쪽이 가깝겠네! 쌀쌀맞아 보이는 인상이 아주 딱이야 하지만 윤이에겐 세상에 둘도 없는 개냥이가 되겠지.. 좋구만(?)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벨주가 요망함을 엎어버리면 어카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러면 순진한 척 요망하게 구는 건 넘겨야 하잖아 아깝게(?) 달링이 반응도 귀엽네~~ 초록색 ㅋㅋㅋ 깍까옥 ㅋㅋㅋㅋㅋ 전에도 그렇고 달링이 말 따라하는거 보면 진짜 똑똑하구나 싶어. 어릴 땐 까마귀가 참 무서웠는데 크고 보니 이렇게 똑똑하고 매력적인 새였다니...!
순진한 척 요망하게 구는것도 귀여울 것 같아요...((순진함도 같이 엎어버려요!))(?) 까마귀는 재판도 열고..문도 딸 줄 알고...지능이 굉장히 좋다고 하더라고요. 큰까마귀(레이븐)도 그렇고 까마귀들은 다 말도 따라할 줄 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기도 하고요...😳 신비한 동물의 세계...저도 어릴 땐 까마귀가 울 때마다 무서웠지만요..😂
저도 먼저 들어가볼게요. 첼주도 푹 주무시고 개운하게 깨시길 바랄게요. 좋은 새벽 되세요!🥰🥰🥰
두번째 허탕. 그녀는 혀를 차며 손을 털었다. 많이 보여줬으니 자중하란건가? 확실히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해지지만 모르는 역사, 사실을 보는 건 은근히 재밌단 말이다. 설마하니 신수의 탄생을 볼 줄은 몰랐으니까. 원하지 않을 때는 억지로라도 비춰주더니, 원할 때는 은근히 피해간다. 그것도 제일 재미 없는 방향으로.
이런 건 싫은데.
입을 비죽 내밀고 근처의 나무를 툭 찼다. 전력으로 후려친게 아니라 그냥 스치듯이 툭, 이었다. 미약한 울림이었지만 예민한 니플러가 도망가기에는 충분했다보다. 파사삭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머리 위로 뭔가가 통- 하고 떨어졌다.
"어."
반사적으로 잡고 보니 마침 페인트볼이라 가차없이 터뜨려주었다. 그래. 어디 누가 먼저 포기하는지 보자.
전에는 걷기도 힘든 큰 날개더니, 이번엔 다 뻗어봐야 팔뚝만도 못한 날개를 보고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왜 검은색? 이왕이면 색 좀 맞춰서 달아달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린다.
흰 몸에 검은 깃이 섞인 날개. 이거 그 오목눈이 라는 새 아닌가?
맙소사. 그 작고 조막만한 새라니. 차라니 매나 까마귀가 낫지, 그녀하고는 전혀 안 어울린다. 진짜 새가 되었다면 다르겠지만. 장식용으로는 괜찮을지도.
몇번 파닥거리다가 고이 접고 새로운 공을 찾아나섰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학교 앞 숲까지 나오게 될 줄이야. 여기도 이곳저곳 소란스러운 학생들 투성이인걸 보다가 수풀 위에 고이 올려진 페인트볼을 찾아냈다. 말랑말랑한 공을 보고 물어서 터뜨리면 어떨까 하는 충동이 들었지만, 진짜 무지개빛 토를 하고 싶진 않았으니 참고 손으로 터뜨렸다.
그는 입안에 초콜릿을 하나 밀어넣었다. 속에 헤이즐넛이 든 노마지의 초콜릿은 제법 맛있었다. 이름이 뭐더라, Ferrero-Rocher? 부르기는 제법 귀찮지만 맛있으면 됐다. 당신에게 아예 12개가 들어있는 상자째로 줄 정도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게 정해진 몫의 초콜릿을 집었다.
그리고 손안에서 터지는 감각에 제발 초콜릿 사이에 숨겨두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눈을 감았다.
새로운 공을 터뜨렸는데도 날개가 그대로인걸 보니 같은게 걸렸나보다. 등에 앙증맞게 달린 날개를 몇번 파닥여보고 어깨를 으쓱인다. 이대로 방에 돌아갔다간 리치의 장난감이 될게 뻔하니 산책이나 좀더 해야겠다.
그 뒤 느긋한 걸음으로 숲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다. 천천히 걷다보니 니플러들 몇이 우당탕탕 구르며 그녀의 앞으로 지나간다. 여러마리가 하나의 귀금속을 가지고 경쟁이 붙었나보다. 서로 삐익대며 수풀 사이로 사라지는 걸 보며 작게 웃었다. 장난만 안 치면 그럭저럭 귀여운데 말이지.
"ㅇ, 윽!"
그 중 한마리였는지 다른데서 튀어나왔는지, 작은 니플러 한마리가 그녀의 등으로 뛰어들었다. 작지만 제법 선명하게 부딪히는 바람에 몸이 앞으로 휘청 꺾였다. 화려하게 넘어지진 않고 비틀거리며 바닥을 닿는대로 짚었는데, 꾸욱 눌리는 느낌과 함께 익숙한 그 소리가.
들려오는 대답은 생각하기에 따라 무관심해보였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무관심하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떻게 반응했더라. 눈을 깜빡이면서 생각해보던 단태는 이윽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 수 있었다. 잘 아는 사이가 아닌데. 그런 걸로 하자- 라는 내용의 의미는 그런 것 아닐까. 숲을 바라보는 자신에게 닿는 시선이 느껴졌다. 단태는 샐쭉 눈을 가늘게 뜨고 숲 안쪽 어딘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선만 움직여서 펠리체를 흘끗 바라봤다.
"켕길 짓을 할 생각은 아니었지, 달링?"
웃음기 한점 머무르지 않는 눈으로 펠리체를 바라보면서 단태가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특유의 낯간지럽기 짝이 없는 호칭까지 섞어서 재잘재잘 떠들며 그와 똑같은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주제에 말이다. 게다가 학원에는 그날처럼 다이빙을 할 절벽도 없으니까. 펠리체의 말에 신뢰가 있느냐 없느냐는 단태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거랑 비슷해." 목걸이를 만지던 단태는 손을 떼어내며 불성실한 웃음소리를 낄낄 터트렸다.
펠리체가 하는 말은 단태에게는 꽤 의외의 것이라, 눈썹 한쪽을 치켜올렸다가 내리며 반응을 보였다.태생과는 상관없는 본능이라는 말까지 듣고 나서야, 단태가 하! 하고 짧게 숨을 내뱉듯이 웃어버렸다. 아. 이게 잘못된 게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가 흘끗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 나는 모르겠지만 네가 들으면 꽤 좋아할만한 반응이지 않나.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걸. 보통 그 나이대의 여자애들은 다르게 생각하잖아? 좀더 말랑하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반짝이는 금색 눈을 바라보는 암적색 눈동자가 섬찟하게 어둡게 모습을 드러냈다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문득 단태는 그 모든 습격에서 언제부터인가 백궁의 남학생과 붙어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이걸 묻자니, 자신과 펠리체와의 사이가 친근하지 않다는 걸 안다.
"알고 싶어한다면 알려주겠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도 그것까지 좋아해줄 사람이라서 말야. 그리고 나는 나에 대해 알려주는 것보다 상대를 알고 싶은 마음이 더 크거든."
단태는 설렁설렁 복도를 걷고 있었다. 두번, 딱 두번 페인트 볼을 터트렸지만 그 터트리는 감각이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자신해서 페인트 볼을 찾아 걸음을 옮기는 중이였다.
이 성격만 보면 왠지 청궁에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청궁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쑥덕거리며 무슨 장난을 칠지 열심히 의논하는 모습을 보다가, 단태는 걸음을 다시 옮기려 했다. "엇! 조심!" 갑자기 청궁 학생들이 모여있던 곳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누군가가 소리치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단태는 눈앞으로 날아오는 것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올해로 7살난 소녀는 자주 아픈 아이였다. 툭하면 아파서 외출하는게 금지에 가까웠다. 그래도, 가끔 아프지 않은 날은 밖에서 노는 것을 허락받곤 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라 소녀는 집 뒤의 숲에서 놀고 있었다. 그래봐야 집 뒷편의 정원 같은 곳에서 클로버더미를 헤집거나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으려 하거나 하는게 전부였다.
"......"
안색이 창백한 소녀는 치맛자락을 꼭 쥐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머리를 묶은 리본이 달랑거린다. 자신은 분명 집의 뒷문이 보이는 정원에서 놀고 있었는데, 어느새 주변이 처음 보는 곳으로 바뀌어있었다. 숲은 숲인데 분위기도 나무도 전부 다른 숲이다. 게다가 저기 멀리서는 많은 사람들의 소리도 들린다. 소녀의 집은 항상 조용하고 적막한 곳이라 사람소리는 낯설 뿐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울지 않았다. 대뜸 낯선 곳에 떨어진게 무서워 울 법도 한데, 울지 않고 생기 없는 눈으로 이리저리 돌아보기만 한다. 그런 아이였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그러던 중 그녀의 등에 맞았던 니플러가 정신을 차리며 삐익 울었고, 그 소리에 소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은 본적 없는 니플러였지만 어쨌든 동물이란 점에서 저항감은 덜 드는 듯 했다.
삐익? "......" ㅃ...삑...? "...삑삐이...?"
난생 처음 보는 동물의 이름을 몰라, 울음소리를 딴 이름을 불러보자 흠칫 놀란 니플러는 서둘러 수풀 사이로 숨어들어갔다. 그 빠른 움직임에 소녀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고민하듯 숲과 학교 쪽을 번갈아본다. 처음 보는 숲과 사람 소리가 들리는 학교. 둘 중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치맛자락을 놓고 작은 구둣발을 옮겼다. 사박사박 걸어간 곳은 어두컴컴한 숲이었다.
가문에서 편지가 왔다. 어머니의 패밀리어인 Dear가 보낸 것이 아닌 엉클 잭¹의 것이다. 큰까마귀가 아닌 조그마한 까마귀는 달링의 몸집에 부리나케 도망간다. 편지를 뜯어 읽어본 그의 등에 돋아난 검은 날개는 제기능도 하지 못하는 장식품이지만 일정한 시간동안 잠깐 틈만 벌려 살랑거렸다 다시 접기를 반복한다. 마지막에 적힌 잉크 자국까지 다 읽고나서야 그는 입을 열 수 있었다. "잠시 나갔다 오마. 순찰 시간이 다 되었으니. 달링, 이리 오렴. 이 오라비와 함께 간만에 나가자꾸나."
달링이 어깨에 신이 나서 앉는다. 그는 가장 먼저 청궁 근처로 향한다. 가깝기 때문이다. 청궁 다음으로는 주궁, 그 다음으로는 백궁에 가고, 다시 현궁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손에 쥔건 처음 보는 장신구다. 그가 휴학 이후 복학하며 늘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가느다란 은줄에 로켓²같은 무언가가 하나 매달려있다. 막 세공한 건지 아직 변색되지도 않고 반짝거린다. 달링은 로켓에 관심을 가지다 그 안에 든것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에 대신 그의 뺨에 부리를 부볐다.
"그래, 이 예쁜 것. 네가 내게 맞춰줄 이유는 없지. 사랑스러운 여신아, 네가 나의 단 하나뿐인 까마귀임을 누가 모를까."
그는 로켓 부분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달링을 손으로 쓸어줬다. 달링은 잽싸게 날개를 펼쳐 어딘가로 날아간다. 그는 능숙하게 손을 뻗는다. 곧 달링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온 것은 쥐다.
"내게 주는 거니?" "Yes." "영특하고 사랑스러운 것."
아직 살아있어서 찍찍대는 쥐를 그는 손 위에 올리고 가볍게 쓰다듬었다. 쥐는 꼬리가 길 뿐이지 아주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그의 날카로운 손톱은 쥐의 등을 친절하게 쓰다듬었다. 청궁 주변 숲에 도착하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여전히 타니아는 없다. 그의 인생에서 영원히 퇴장한 것이다. 그는 청궁 주변을 천천히 돈다. 쥐를 적당한 곳에 놓아주려는듯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달링이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고 그의 귀를 애교스럽게 깨문다.
"그래, 자네는 통금 시간이 다가오는데 무얼 하고 있는겐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생명력이 가득한 청궁에서 쥐의 경추를 엄지로 눌러 부러트렸다. 똑 소리를 뒤로 쥐는 축 늘어져 즉사한다. 삶과 죽음은 종이 한끗차이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은 여전히 예민하고, 독기가 차있으며, 표독스럽다. 단 한번도 변함없는 눈은 혼혈과 머글, 그리고 순혈을 가리지 않았다.
단태와의 대화를 이어가며 그녀도 느낀 것이 있다. 저번엔 지금보다 말투가 좀더 능글맞았고 말을 받아치는 것 역시 조금더 능숙, 하다고 할까. 뱀이 기어가듯 매끄러웠는데. 여기 온 뒤로 느껴지는 단태는 정반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 때와 다르다. 여기 와서 마주쳤던 눈빛, 그녀가 뒤를 돌아 마주한 눈빛이 괴리감을 좀더 짙게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붉은 안광-
아, 그녀는 그것을 이전에도 보았다. 저주에 걸린 채 다 죽어가는 마법사를 상대할 때였다. 그 날도 오늘처럼 가득 찬 달이 뜬 날이었지.
상념으로 빠졌던 그녀의 정신을 돌아오게 한 건 단태의 경망스런 웃음소리였다. 정신을 다잡은 김에 제가 무어라 말했는지 되짚어본다. 그러니까, 그래, 어느 본성에 대해 얘기했었다. 소유욕. 원하는 대상의 전부를 제 것으로 하고 싶어하는 비뚤어진 욕구는 당연한 것이라고. 단태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며, 보통 여자아이들은 다르지 않느냐 말했다. 그 뒤에 따라온 비유인지 뭔지 모를 말에 그녀는 못 참겠다는 듯 소리를 내어 웃었다. 소리를 내었다고 해도 후후, 하는 얌전한 웃음소리다. 단지 그 소리가 낮아 읍습하게 울렸을 뿐이다.
"글쎄요. 누군가는 그렇겠지만, 일단 저는 아니라서요. 제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느낀 건 말랑하고 아름다운 세상 따위 없다는 거였어요."
말 뒤에 구구절절한 사연이 붙을 만도 하지만 그녀의 말은 뒤가 없다. 단태가 그녀와의 친분이 얕음을 알고 관계에 대해 묻지 않는 것처럼 그녀도 의미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얘기를 술술 털어놓지 않는 것이다. 그만한 얘기를 들었다면 모를까. 그래도 서로 이러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하며 느릿하던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금줄 가까이까지 왔기 때문이었다.
"선배가 그렇게 생각하시니 원하는대로 하시면 되겠네요. 부외자가 너무 껴들어도 민폐니까요. 그닥 궁금하지도 않고."
그들의 연애는 그들의 것이니 더 말을 얹어봤자 폐만 될 테다. 그러니 이 이상 그에 관련해 말은 않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자기 일만 생각하기에도 짧은게 인생이다. 금줄 앞에 서서 그 너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금줄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질문을 해볼까 하는데, 대답하기는 선배 마음대로 하세요."
금줄에는 절대 닿지 않으며 그렇다고 너무 멀어지지도 않은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그녀가 말을 덧붙인다.
"선배가 그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걸 이번으로 두번째 본 거거든요. 저번에, 반 시체 같은 마법사가 습격해 왔을 때에도 그랬잖아요. 생각해보니 두 날 모두 보름날인데, 그저 우연인 걸까요? 아니면 뭔가 있는 걸까요. 저주라던가."
조그마한 니플러를 쫓아 작은 소녀가 열심히 수풀 사이를 헤쳐들어간다. 바스락바스락, 바스락바스락. 정신없이 들어가다보니 어느새 숲의 한중간이라. 앞도 뒤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나무들 사이에서도 소녀는 울지 않는다. 몇번을 두리번거리다가 근처 나무등치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을 뿐이다.
"......"
얌전히 앉아있다보니 소녀가 쫓던 니플러가 수풀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소녀는 일어나지 않았고 니플러도 가만히 있었다. 기묘한 대치를 이어가다가, 니플러는 다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파사삭! 하는 잎사귀 사이로 자그마한 공이 굴러나왔다.
알록달록한 공은 소녀의 발치까지 굴러왔다. 멀리도 아닌 바로 앞까지 온 공을 보고, 손을 뻗어 잡아본다. 말랑하니 감촉이 제법 좋다. 잘 때 안고 자는 인형의 느낌 같았다. 비슷한 느낌이다보니 한참을 만지작거리는데, 어느 순간 손톱이 잘못 찌른 탓일까. 퍽 하고 작은 손 안에서 페인트공이 터졌다.
물음이 아니었다. 구름이 잔뜩 낀 밤하늘에 걸린 달을 가리키는 것처럼 허공에 들어올려졌던 단태의 손끝이 금줄이 걸려 있는 숲 안쪽을 가득 메우는 어둠 속으로 향했다. 모조리 타들어갔지만 터지지 않는 뭔가를 끌어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머글들이 쓰는 비유를 해보자면 심지가 전부 타들어갔지만 터지지 않는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기분. 차라리 터져버리면 깔끔할텐데.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얼굴 위에 머무르는 웃음을 거두지도 않고 단태는 히죽하니 입꼬리를 올려서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지만." 전혀 농담같지 않은 목소리로 덧붙혀낸 말이었다. 숲 안쪽을 메우고 있는 어둠 속을 손끝으로 가리켰을 때는 이런 표정이 아니었지만.
얌전한 웃음소리가 음습하게 들린 건 착각이 아닐테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유욕과 집착은 상대가 관심있게 바라보는 대상을 부숴서라도 자신만을 봐야했고 자신만큼 상대도 자신에게 그만큼의 소유욕을 보여줘야했다. 내가 가지고 싶은만큼 그 애도 그만큼의 것을 보여줘야지. 누군가를 원한다는 건 소유욕의 다른 말 아니던가. "질문?" 금줄 근처에서 걸음을 멈추는 펠리체의 걸음보다 몇분 더 늦게 단태의 걸음이 멈추고 단태는 자연스럽게 익숙하다는 듯 양손을 등뒤로 돌려서 뒷짐을 지며 고개를 돌려서 그쪽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반문했다.
앞선 말들에 대해서는 말을 얹는 것보다 입을 다무는 것으로 긍정을 대신한 상태였다. 금줄을 따라 걸음을 다시 옮기는 펠리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단태가 달을 올려다본다.
"내가 불안정해보이나? 나는 지금 굉장히 이성적인데 말야."
반시체같은 마법사를 만났던 날을 언급하는 목소리에 단태는 한참 생각해야했다. 아. 그날. 뒷짐을 진 채로 걸음을 옮기며 한손을 들어보인 단태가 자신의 입술 아래쪽을 엄지로 슬슬 문질렀다. 그러고보니 그때도 보름이었지. 옮기던 걸음이 점차 느려지더니 이윽고 그 자리에 멈췄다.
"그런 말이 있어. 자기야- 보름달은 사람의 기분을 이상하게 만든다고. 내가 유난히 보름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라는 생각도 괜찮지 않아?"
그는 지금껏 살아오며 누군가의 도발에도 가만히 넘어가곤 했다. 상종하지 않으면 인생이 편하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하게 넘어가면 된다. 사람들은 서로를 죽어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건 그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녁과 목적이 같을 줄은 몰랐는데 말입세."
그렇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넘어가기 힘들다. 복학한 이후로 첫 순찰일 뿐더러, 청궁 기숙사에서 오던 순간부터 두통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또 대화를 하다 기절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그는 달링이 손 안의 쥐에게 관심을 갖자 손을 올려 쥐를 부리에 물렸다. 달링은 신이 나서 발톱으로 움켜쥐고 배부터 쪼아 물어뜯었다.
"정해진 규칙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지. 시간이 늦었지 않은가."
그는 잠시 손에 쥐어진 로켓을 만지작거린다. 아름다운 별과 곤충, 새소리라. 새같은 소리.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뒤로하고 미소를 지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웃어본 적이 손에 꼽는지라 어색하고 딱딱한 미소는 차라리 짓지 않는것이 나았다.
"교내에 추종자가 들어선 이후 비상상황에 대한 대책 첫째. 사람이 죽었으니 모든 학생은 안전에 유의하고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해 통금 시간을 엄격하게 지킬 것."
그는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둘째. 학년 대표는 순찰을 강화하여 필요시 교수를 호출할 것. 또한 외부인을 목격하거나 금지된 숲으로 향하는 등 수상한 동향을 발견하였을 경우 즉각 신고할 것. 비상 상황에는 점수의 차감이 조금 더 강경해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더 얘기해야 하나?"
그는 달링이 내장을 끄집어내자 눈을 굴린다. 이 상황에서도 잘 먹기만 하는 이 큰까마귀가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손을 들어 달링의 날개깃을 한번 간지럽힌 그는 뺨에 쥐의 살점이 튀자 대충 손으로 쓸어 닦았다.
"나는 지금 상황에서 새니 별이니 하는 것에 신경쓰고 싶지 않네. 각시인지 뭔지 하는 원인이 제거되기 이전까지 머리에 꽃을 채우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지. 자네는 다를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숙사 사감에게 누를 끼칠 생각은 하지 말게."
1. 마법사와 머글, 어느 누구나 태어나면서 가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혈통이다. 인간이라 하는 이는 누구든지 아버지와 어머니를 거치며 태어나기 때문에, 그 몸에 흐르는 피에는 당연하게도 최초라 할만한 시작이 존재한다. 그것을 우리들 가문에 표현하자면 뿌리에 해당되는 부분이렷다.
그러나, 이것을 보는 그대는 알 것이다. 그대의 가문에는 이렇다 할 과거도 차곡차곡 쌓였을 가문의 나무도 없는 것을.
그럼에도 어째서 순혈 가문으로 불리우는지, 그리 받아들여지는지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그 이유를 찾으려 해본 적은 있을런지? 허나 어떤 수를 써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듯 땅에서 솟은 듯 갑작스레 시작된 가문이란 것만이 그대가 알 수 있는 최선이었을거다.
그대가 그것을 얼마나 고민하고 탐구했을지 내 알 길은 없으나 이 말은 할 수 있겠다. 기뻐하게. 그대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의문에 답을 얻게 되었다.
현재 "스피델리"라 불리는 가문에게는 달리 뿌리가 존재했다는 답을.
2. 내 감히 그대의 기분을 예측하건데, 무슨 이런 일이 있느냐고 황당해하면서도 그럴 것 같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그 이유도 어렴풋이 알 듯 하나 명확하게는 모른 채 이것을 받아들었을 것이다.
이것을 준 이로부터 어떤 첨언과 함께 받았는지까진 모르니 그대는 그대가 받은 조언을 유의하며 이 다음을 읽어가도록 하길 바란다.
"중장"
1. 현재, 그리고 그대의 세대에서까지 "스피델리"라고 불리우는 순혈 가문은 시작 이전이 존재한다. 없어보였어도 명백한 뿌리가 있었던 것이다.
"스피어리" 라고 불렸던 그 가문은 석산이자 꽃무릇의 형상을 가문의 문양으로 삼고, 순혈지상주의를 가문의 사상으로 내새우며 눈에 걸리는 모든 혼혈과 머글들을 해하는 것으로 악명이 드높았던 가문이었다. 옷과 지팡이에 새겨진 하얀 가문의 문양을 피로 붉게 물들이는 것을 즐기는 가문이기도 했다. 동시에 '매구'라 불리는 희대의 악인이자 어둠의 마법사의 추종자였으며, 나의 본래 이름이기도 하다. 베릴 R. 스피어리. 이제는 사라진 스피어리의 마지막 가주, 바론 R. 스피어리의 혈육이며 쌍둥이인 자의 이름이다.
스피어리는 그 시대 어느 순혈지상주의 가문에 빗대어도 모자라기는 커녕 차고 넘칠 정도의 악함을 지니고 있었다. 나 역시 어릴 적에는 그것이 당연하다 느껴지는 환경이었으니. 그러나 나와 내 반신은 그 중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해 서로를 지키고 있었다. 결코 우리가 먼저 남을 해하지 않았고, 부딪혀오면 피하거나 가문의 어른들처럼 참혹하게 대하진 않았다. 가문의 이름을 가진 탓에 억울하게 당하더라도, 항상 정도, 라는 것을 지키고자 했다.
당시에 그러했던 건 어리숙하게도 우리가 가문을 바꾸고자 하는 바람을 가졌었기 때문이었다. 가주인 어머니 아래 자식은 우리 뿐이었으니 다음 가주는 필시 우리 중 하나가 될 것이고 그리되면 가문의 실정을 바꿀 수 있을거라 헛된 꿈을 꾸었다. 그것이 헛됨을 모른 채 우리는 성년을 맞이했다.
같은 날 태어난 우리는 성년이 되는 날도 같이 맞이했으나, 그 비극 역시 같이 맞이하고 말았다. 우리의 성년을 축하할 물건을 받기 위해 어머니가 직접 외출하셨다가 때를 노린 습격에 당해 돌아가셨다. 매년 축복받아왔던 날이 가장 뼈아픈 날이 되버린 해였다.
2. 비극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라고 하던가. 그것 뿐이었다면 차라리 다행이었을지 모른다. 모든 것이 과거가 된 시점에서 보자면 어머니의 죽음은 더 큰 비극의 시작에 불과했다.
사고가 갑작스러웠던 만큼 가문 내의 가주의 부재 역시 그랬다. 울분에 찬 가문원들은 하루 빨리 새 가주를 세워 일을 행한 그들에게 피의 복수를 하고 싶어했다. 그런 혼란 속에서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내 반신과 함께 했던 다짐을, 어릴 적의 꿈을. 허나 내 반신은 아니었다. 어머니의 죽음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그는 함께 했던 꿈은커녕 일말의 정도조차 남기지 않은 채 돌변해버렸다.
나는 어떻게든 그를 되돌리려 애썼으나, 내가 하는 어떤 호소도 듣지 않았으며, 내 손이 그리 가지 말라 붙잡을 때마다 냉정히 내쳤다. 내치고 내치다 못해 나를 가문에 반기를 드는 반역자라며 내쫓았다.
어찌나 충격적이었던지, 이를 적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가 직접 내 멱살을 잡아 문 밖으로 내치던 때가 선명히 떠오른다. 더러운 배신자라며, 다신 가문 문턱을 밟을 생각도 말라 일갈하던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나를 향한 눈에 선 핏발과 핏빛으로 보이는 눈물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3. 쫒겨난 후 달리 기댈 곳도 없었기에 어디든 발 닿는대로 정처없이 떠돌았다. 달이 지고 해가 바뀌어 갈 만큼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마법사의 세계란 어딜 가든 소식이 들려오기에. 거기서 나는 깨닫고 만 것이다. 나의 태생, 나의 핏줄은 벽 하나를 넘었다고 하여 다르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그렇다면, 그렇다면, 차라리 없애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이미 너무 많은 피를 머금은 이름을 씻어낼 수단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깨끗이 없애고 나도.
그러나 결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리 극악무도하고 잔악한 가문이더라도 나의 가문이다. 나를 이 세상에 내보낸 곳이다.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 끝이 나인 것도 고민의 한자락을 차지했다.
다시 달이 뜨고 해가 바뀌는 시간을 방황했다. 방황 속에서 흘러온 소식을 듣고 나는 드디어 때가 왔음을 알았다.
매구가 일으킨 전쟁이 그것이었다.
4. 몇 해 만에 다시 찾은 세계는 전쟁의 불길이 가득해 마치 지옥 그 자체였다. 혼란 속에서 들은 바로는 나의- 스피어리 가 역시 매구의 추종자로서 모든 가문원이 전쟁에 나서 지팡이를 들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젊은 가주가 아주 잔혹하다고,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바론, 나의 반신.
전쟁터에 발을 내디뎠을 때, 아니, 전쟁의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다짐은 이미 굳혔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정녕 그 길을 계속 가야겠느냐고 묻고 싶었다. 세상에 눈 뜬 순간부터 함께한 그를 나 이상으로 쉬이 내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의 눈을 피해 둘 만의 장소에서 그와 만났다.
그리고-
만남은 어찌 말할 것도 되지않았다. 당연했다. 우리는 그 날 너와 나로 갈렸을 때부터 이미 끝났던 것이었다. 이제, 더이상 망설일 것은 없었다.
5. 스피어리 가는 당시의 순혈 가문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마법 실력을 뽐내는 가문이었다. 그 재능은 금지된 저주를 쓰는 것에도 적합해 전쟁 훨씬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을 해했다. 순수 혈통의 마법사로 태어나 마법에 출중한 것에 긍지를 갖고 살아온 가문이니, 마법이 아닌 방식으로 죽는 것이 무엇보다 치욕스러우리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저주를 준비했다. 그들의 긍지를 빼앗고 가장 모욕적인 죽음을 안겨줄 저주를. 지팡이는 필요하지 않았다. 아주, 아주 날카로운 단도 하나만이 필요했다. 부정하게 만들어진 단도에 내 명을 깎아 그들을 해할 저주를 담았다.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 전쟁은 가장 치열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좋은 시기였다.
...
양 측의 전투가 심화되었을 때, 나는 마법부의 오러를 흉내내어 전쟁 속으로 섞여들었다. 금지된 저주를 날리는 그들에게 거침없이 반격을 날리며 안으로, 더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한복판에서 나의 핏줄들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시작했다. 속죄이자 단죄라는 이름의 잘못을.
그 날 그 단검에 몇의 피가 스며들었는지 끝내 기억하지 못 한다. 확실한 것은 당시 스피어리의 이름을 이은 자라면 전부,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바론이었다. 내가 아니라.
6. 그 날, 나를 제외한 스피어리 가의 사람 중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철저하게 모든 이를 죽이고 가주이자 내 반신인 바론마저 내 손으로 직접 보내주었으니.
그러나 바론은 순순히 죽어주지 않았다. 그는 단검의 저주를 역이용해 내게 지울 수 없는 저주를 새겼다. 죽어가는, 그리고 죽은 자의 집념이란 무서운 것이다. 그의 지팡이로 내 가슴팍을 찌르며 남긴 것은 그가 추종자로써 받았던 문양이 흉하게 비틀려 새겨진 형상이었다. 그래, 지금 그대의 몸에 있을 그것 말이다. 그것 때문이었는지, 나는 그 날 그 자리에서 죽지 못 했다. 아니면 죽음의 앞에서 덜컥 두려웠던 걸지도 모른다. 내가 지은 죄의 무게를 내가 알기에.
피를 피로 씻으려 한들 핏빛은 더욱 짙어질 뿐이라는 걸 왜 미리 알지 못 했을까.
이후 나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몸을 숨겼다. 다만 살고자 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눈을 뜨면 전쟁의 울부짖음이 들리고 눈을 감으면 내가 죽인 이가 내지르던 단말마가 시도 때도 없이 정신을 괴롭혔다. 그럼에도 죽지 못 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추하게라도 살고 싶었다. 문양이 욱신거리는 몸을 어떻게든 연명하다보니, 지독한 전쟁의 불이 꺼지는 날이 찾아왔다. 영원히 타오를 것만 같던 전쟁의 불이 꺼진 뒤에 남은 건 다 타버린 세상이었다.
"종장"
1. 전쟁이 끝난 후, 남아있던 스피어리의 잔재들을 처리하거나 처분해 그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가문의 초상화도 태피스트리도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내 나름 철저하게 스피어리의 흔적을 지우고 그 위를 덮기 위해 스피델리라는 이름을 세웠다.
허술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그대는 알 것이다. 허술해보여도 그 뒤를 전혀 캘 수 없었던 것을.
없는 것은 찾을 수 없고, 설사 아는 이가 있더라도 쉬이 입에 담지 않았을테니.
모든 것은 혼란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반대하거나 막는 이 하나 없었으니 순조롭기만 했다. 전쟁의 여파가 가라앉을 무렵에 새로운 이름을 조용히 세간에 흘려넣었고 나는 그렇게 스피델리의 초대 당주가 되었다.
2. 그 다음은 말할 것도 없다. 스피델리는 순탄히 가지를 뻗었다. 내가 정한 조건에 따라 문양을 가진 자식이 내 뒤를 잇고, 그 다음 문양의 소유자가 뒤를 잇고 다시 이어 그대에게까지 다다른 것이다.
문양을 가진 순혈 자식에게 가주를 넘겨줄 것.
그것이 스피델리의 가주를 잇는 조건이다. 그대가 기억해야 할 가문의 수칙이기도 하다. 그대가 이 가문을 존속해 나갈 것이라면 말이다. 하여 대답을 들을 수는 없지만 물음은 남겨두겠다.
당대의 가주가 된 그대여. 이 죄와 업을 짊어진 가문을 그대는 어찌할텐가.
오염에 물들어 그대로 끝을 맞이할 것인가. 독을 머금었을지언정 가지를 뻗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할 것인가.
내게 묻는다면 이리 대답하겠다. 지금도 후회한다. 그 날 그 무게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을.
3. 내가 남길 말은 여기까지다. 이 수기에 뒤를 이은 가주들이 각자의 기록을 채우도록 해두었으니 모쪼록 그대에게 쓸모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대를 이어나갈 것이라면 그대의 후계를 위한 기록을 이어서 남겨주길 바란다.
만약, 만약이지만, 더이상 대를 잇지 않을 것이라면 이 수기는 그대의 명과 함께 끝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길.
"그렇지 않은가? 동화학원의 안전을 명분으로 한가로이 까마귀 사냥이나 즐기는 그대와 공석인 학생대표를 대신해서 자발적으로 순찰을 한다는 명분으로 밤놀이를 즐기고 있는 내가 과연 뭐가 다른가?"
물론 후자는 뻥이다. 사실 반정도만 뻥이다. 아성이 학생대표를 대신해서 순찰을 돈다는 것. 사실 건 사감도 모를 것이다. 왜? 1분 전에 그가 그 스스로에게 붙힌 명분이기 때문이다. 아성은 부디 그가 자신의 거짓말을 모르길 바라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대는 현궁소속인데 왜 청궁에 와서 순찰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군. 내가 탈이라면 학생대표가 순찰을 포기한 현궁을 노리겠지. 안그런가? 친구"
아성은 발렌이 자신의 손안의 쥐를 까마귀에게 주는 것을 보고 역겹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굳이 내 앞에서 그럴필요가 있나 싶지만...뭐 사실 나도 고기를 먹고 하니 뭐라 할말은 없네."
아성은 슬슬 억지로 발렌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이 지겹게 느껴졌다. 굳이 현궁 학생대표를 도발할 필요도 없다. 사실 발렌은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니까. 이상한 논리와 억지를 들이대며 자신의 무고함을 드러내는 스스로의 행동이 추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발렌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초면에 '자네'라고 부르며 하대하는 그 말투 때문인지 아성을 보는 발렌의 눈빛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네~ 죄송합니다.'하고 돌아가면 그날밤은 잠을 못 잘것 같았다.
발렌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로켓을 만지작거리더니 딱딱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성은 그 모습이 제법 웃겼는 지 씨익 웃으며 다시한번 그를 놀렸다.
"아 오케이 오케이 첫째 둘째 모르겠고 한줄요약하자. 돌아가지 않으면 점수를 까겠다는 거지?"
아성은 손가락 하나를 펼쳤다.
"탈 쓴 정신병자들이 이곳을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그리고 웃음기를 거두고 그에게 말했다.
"나도 하나 말하지. 네가 탈이었으면 넌 벌써 죽었어."
금지된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탈들은 그 마법으로 머릿수 차이를 극복하고 다수의 학생들을 가지고 놀았다. 사감과 학생대표가 함께 순찰을 도는 것도 아니고 학생대표 따로 순찰을 돌게한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설사 무사히 교수를 불러 탈들을 퇴치한다고 해도 최초 신고자인 발렌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 전 이전부터 그게 궁금했어요. 과연 죽음이란 무엇인가요? 생명의 부재, 혹은 생명의 끝이 죽음 아닌가요?" " 그렇다면 생물이 죽을 때는 현무가 그에게 죽음을 주입하는 형태인가요? 아니면..."
동전의 양면과 같은 삶과 죽음을 각기 다른 사방신이 맡는 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생물의 죽음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현무가 명이 다한 이에게 죽음을 주는 것인가 그렇다면 명이 다한 이라는 것은 청룡이 정하는 것인가 현무가 정하는 것인가.
" 그래도 상관없어요. 청룡이 생명을 주관하는 건 확실하고 결국 모든 삶은 그의 손에 있으니까요. 작은 벌레들부터 우리 학생들의 생명도요. " " 현무도 마찮가지에요. 그가 원한다면 누구도 죽지 않을테니까요."
건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속력을 올려, 청궁 상공을 천천히 날기 시작했다.
" 곤 사감쌤한테는 감초 사탕을 좀 많이 뿌리는 게 어때요? 항상 애매하게 뿌리니까 보복을 당하죠."
그리고 자기 주머니에 있는 사탕 반통를 청궁 상공에 뿌렸다. 사탕들은 학생들을 향해 입질을 시작했고 많은 학생들이 아파하며 사탕과 싸웠다. 결국 모두가 맛있는 사탕을 즐겼다.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까마귀 사냥이라는 말에 달링이 잠시 고개를 들어 당신을 빤히 쳐다보다 다시 쥐를 뜯었다. 원내의 쥐는 통통하기 때문에 특식이다. 본가에서는 잘 맛보지 못하는 것을 여기서라도 즐기는 것이다. 그도 딱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쥐를 잡는 건 효율적인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니플러를 잡아 뜯는 것보단야 훨씬 나은 선택이기도 했다.
공석인 자리를 대신하기보다 아예 눌러앉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 미심쩍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지만 생각을 읽는 재주는 없었기 때문에 "조만간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도록 하지." 하고 답했다.
"자네는 공석인 자리를 대신한다면 다른 학년대표의 순찰 루트에 겹치지 않도록 필히 알아야 할 텐데 내가 청궁, 주궁, 백궁, 현궁. 이리 마름모꼴로 순회함을 정녕 모르는 겐가?"
그는 진심으로 물었다. 순찰 자리가 겹쳐 다른 곳이 비는 것을 자처하는 것 자체가 싫었기 때문에 그는 다른 대표에게 자신의 순찰 루트를 미리 알려주곤 했다. 겹친다면 그것만큼 비효율적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겹치기라도 했다면 그는 가차없이 1점을 차감하려다 취소하고는 했다. 달링은 고개를 들고 당신을 바라보다 반도 먹지 못한 쥐를 발톱으로 쥐고 부리로 머리를 덥석 물었다. 그리고 뜯어내 한입에 삼켰다. 그는 "그러다 체하니 제발 천천히 먹어주련." 하고 달링을 달랬다. 이 영리한 새가 지금 상황을 알아듣고 삐진게 분명하다.
이제 달링이 토라진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인내했다. 말투를 따라해도 마법을 쓰지 않았고, 비아냥거려도,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놔도 점수 차감 없이 넘어갔다. 그가 만약 수행하는 중이라면 깨달음을 얻고 득도했을 것이다! 가문 욕을 들어도 그러려니 싶었지만 국화주에서 결국 그의 인내심은 폭발했다. 이런 날이면 그는 마법을 쓰곤 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러면 죽여보게."
그의 어색한 표정이 천천히 풀렸다. 진심이 담긴 미소였다. 감정이 서투른 그는 웃는 순간이 드물었는데, 화가 난게 분명했다. 뒤로 그가 앙상한 손가락을 들어 목의 한곳을 가리켰다.
"이쪽을 향해 섹튬셈프라를 쓰면 아무리 보호 주술이 걸려있다 해도 경동맥의 손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죽을 테지. 탈이었으면 죽었을 거라 했나? 재밌군. 내 타 학생에게 듣기로는 살인 저주를 쓰지 못한다 들었네. 헌데 어떤 방법으로 죽일지 자네는 알고 있는 듯 하군 그래? 크루시오로 인한 쇼크사인가? 아니면 역시 과다출혈인가? 죽여본 적이 있나? 아니면 죽는 장면을 직접 보고 어설프게 따라해보려는 셈인가?"
우습군! 그는 하! 하고 날카롭게 헛웃음을 뱉었다.
"추모하는 시간동안 고작 다시는 국화주를 만들기 싫고 누군가 슬퍼하는 꼴이 보고싶지 않았나 보군, 그래. 그게 정상적인 태도지. 누가 깊게 이해하려 드나. 죽으면 끝이고 죽은 사람들만 앞날 창창했는데 아깝지. 탈 쓴 정신병자 때문에 또 무서운 일이 일어났어. 안 그래?"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아. 삶과 죽음의 경중에서 죽음을 감히 슬픈 것으로 취급하는 자. 죽었을 것이라고? 죽음을 뭘로 생각하길래 죽었을 것이란 말을 협박으로 사용할 수 있지? 그의 역린을 건드린게 분명했다. 아니면 달링이 옆에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다 날개를 펼쳐 저멀리 나무 사이로 숨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봅세. 원내에서 10명이 죽었네. 가장 안전하다 생각된 공간에서 마법부는 움직이지 않고, 아무것도 지킬 수 없으며, 탈이 죽이러 왔을 때만 반격을 할 수 있으니 그 순간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그는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듣자하니 현궁 소속이었던 매구의 추종자가 아무렇지 않게 탈옥했다고 했다! 마법부도 믿을 수 없고, 학교에서는 임시 휴교라는 말만 했다. 그렇다고 탈이 안 올 것 같나? 정상인이면 안 가는게 맞지만 그들이 정상인이던가?
"내 자신을 과신할 수밖에 없네. 교수가 무얼 했지? 그동안 사감은 뭘 했지? 사람이 죽는 동안 뭘 했냔 말이야. 교장은 무얼 하고 있지? 계획이 있는 건가? 그러면 학생의 목숨을 내놓고 지금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는 말 아닌가?"
진절머리가 났다.
"나는 자네들이 그 빌어먹을 국화주를 만드는 시간동안 원내에서 희생된 10구의 시체를 직접 염을 하고 토막난 곳을 꿰맸네. 이미 뜯어먹혀 없는 신체 부위는 유족의 동의를 얻어서 솜과 밀랍으로 넣어 채웠고, 최대한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보내주려 했네. 눈 감지 못한 것을 죄다 눈 감겼고 수의를 입혀 관에 넣었어. 그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가? 이 학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일세. 원내의 보안이 이따위인데 이제 믿을 건 내 자신 뿐이 아닌가. 국화주를 더 만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나? 꿈 깨게. 앞으로 몇번이고 더 국화주를 만들게 뻔하니까. 그게 나만 될 줄 아나? 너도 될 수 있다 이 소리지. 머리가 아직 잘 돌아가고 눈치가 있다면 고작 3년 전만 해도 원내에서 미친 새끼 성질을 긁어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아즈카반에서 탈옥해서 뻔뻔하게 돌아다니고 있음을 자네도 알 텐데?"
손에 쥐여 매달렸던 로켓의 사슬이 손바닥을 타며 힘없이 늘어졌다. 로켓 사이에 무언가 끼워진게 분명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로켓 사이로 가느다란 실같은 무언가가 같이 살랑였다. 늘어진 로켓처럼 그의 목소리에도 힘이 빠졌다.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가 잠시 소맷단으로 입을 가리고 밭은 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벨이 화난 포인트는 너 죽는다! 이게 맞긴 한데 정상인 입장에서의 날 지금 죽을 사람으로 보는거야? 보다는 원내에서 실제로 사람이 죽은 사건이 일어났고 개미 하나조차 신뢰할 수 없는 마당에 지금 저 말이 나오나+여기 가문 사람들은 죽음이 하나의 문화인데 지금 나랑 죽음으로 토론하자 그건가+지금 네가 내 단 하나뿐인 여신인 달링을 역겹게 쳐다봤냐 이 복합적인.......무언가네요..🤦♀️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왠 숲 한가운데였다. 이상한 곳으로 끌려온건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학교 앞 숲이었지만. 왠지 주저앉아있던 몸을 일으키자 주변에 숨어있던 니플러들이 우수수 도망간다. 그 모습들을 보며 키득이고, 일단 숲에서 나가는 것부터 했다. 오기 전에 샤워했는데 돌아가서 또 해야 할 판이었다.
휘적휘적 나무와 수풀을 비집고 나와보니 어느새 통금시간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아까는 분명 아니었는데.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며 학교를 향해 걷는다. 그리고 가는 길에 새로운 페인트볼을 발견했다.
통-
가벼운 소리와 함께 공을 차올려 그대로 손바닥에 안착시킨다. 어쩐지 요 말랑말랑함이 낮설지가 않은데. 하도 터뜨려서 그렇겠지. 약간의 위화감을 무시하며 공을 터뜨렸다.
"강제로 너의 하루가 다방면으로 전세계에 중계된다면?" 발렌타인: 정말 그런 짓을 하고 싶나? 내 자신도 떳떳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네만 자네의 그...관음하는 행위 말일세. 그래. 그 뒤틀린 성벽 따윈 알고 싶지가 않았네. 나를 중계해서 무얼 하려는 겐가. 그래도 굳이 중계하겠다면 네뷸러스로 숨어 사는수밖에 없겠군.
"어떤 초능력을 얻고 싶어?" 발렌타인: 그런게 굳이 필요한가?
"비밀요원이 된다면 코드네임은 무엇으로?" 발렌타인: 오, 생각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네만. 코드네임이라. 귀찮으니 위스키*로 합세.
>>182 저, 저, 제가, 부빗을 받았어요!!!!🥰🥰🥰🥰 이렇게 기쁜 날은 없네요!((기뻐서 방방 뛰어요!!)) 제 다갓이 무섭다뇨! 다갓님께서 혼란만 점지하지 않는다면 저는 가장 무해한 벨주랍니다.🤨 그렇지만 크라임씬 캡틴은..((동의해요..)) 이번엔 과연 어떤 작대기가 있을까요..
어려졌다. 9살때의 모습은 안봐도 뻔했다. 그는 작은 체구로 차마 담배도 피울 수 없어 방을 연신 빙빙 돌며 짜증을 속으로 삭혔다. 다행인 점은 머리가 아파도 10년 뒤 지금과는 달리 깨질 정도도 아니고, 짜증을 삭혀도 쓰러질 몸은 아니란 것이다. 그 점을 위안삼다가도 지금을 생각하면 또 짜증이 올라오니 딜레마다. 결국 아이처럼 한번 발을 크게 굴렀는데, 그때 굴러들어온 페인트볼은 퍽 소리를 내며 터졌다. 그가 맑은 목소리로 걸쭉한 욕을 외쳤다. "Bloody Hell!!"
절벽과 금지된 숲은 위험함의 종류가 다르다. 고 얘기할까 했지만 관둔다. 말을 꺼낸 당사자가 농담이라 치부하며 가볍게 여긴 말에 일일히 주석을 다는 것만큼 무의미한 짓도 없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하고. 타인에의 무관심은 말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농담조차 제대로 받아넘기지 않게 만들어갔다.
그리고 말을 아끼는 건 그녀만이 아니었으니.
금줄을 따라 걸으며 건넨 질문에, 뒤에서 들려오던 인기척이 멈춘 듯 했다. 힐끔 돌아보자 달을 올려다보는 단태가 보인다. 그 모습만 확인하고 다시 앞을 보았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가 금줄의 중간쯤에서 멈췄다. 서로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거리를 딱 유지한 채, 고개를 들어 달을 보았다. 빈틈 없이 둥글게 꽉 찬 달이 창백한 우윳빛을 흘리고 있었다.
"그거, 이미 잔뜩 취한 사람이 하는 말처럼 신뢰감 전혀 없다는 거, 선배도 알죠?"
그렇게 한마디를 하고 위를 향하던 고개를 조용히 내린다. 고개릐 기울어짐을 따라 머리에 꽂힌 지팡이의 장식이 달랑 달랑 흔들린다. 별로 믿을 만한 소리를 듣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덧붙이며 몸을 돌려 금줄을 뒤로 했다. 그대로 단태를 볼 듯 했으나, 그녀는 시선을 약간 아래로 향하고 말을 계속했다.
"보름달은 광기의 상징이기도 하죠.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진 않아요. 그랬다간 제 남매들은 보름날마다 피튀기는 싸움을 해댔을테니까요. 그럼 누구에게 해당되느냐, 그건 말이죠."
쿡쿡쿡. 일부러 말을 끊고 좀전과 같은 웃음을 흘렸다. 이 말을 하는 것이 우습다는 듯이, 이 말 자체가 우습다는 듯이.
"그런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거에요. 짐승이라던가, 미치광이라던가."
그제야 그녀의 시선이 단태에게 향했다. 가늘게 좁혀 웃는 눈을 하고서 몇초간 바라보다가 제 정면을 향해 돌아가고, 멈추었던 걸음이 움직였다. 숲의 초입에서 나가는 길을 향해서였다.
"제 산책은 이쯤 할까 하는데. 선배는요?"
두어걸음쯤 나아갔을 때 그녀가 형식상의 물음을 던졌다. 그대로 말없이 가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예의를 차려줄 용의가 남아있었나보다.
조막만한 날개는 별로라니까 이번엔 또 큼지막한게 달렸다. 갈색과 검은색의...매? 크기나 그런게 매의 느낌이다. 아니면 솔개일지도.
날개를 두어번 퍼덕인 후, 그럴듯한 날개를 달고 날지 못한다는 건 참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뭐, 딱히 날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차분히 접어놓고 기숙사로 돌아간다. 가는 동안 등 뒤의 무게가 어색해 몇번 기우뚱거려야 했다. 그래도 어찌 어찌 기숙사까지 와서, 최소한 날개는 없애고 들어갈 생각으로 근처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페인트볼을 찾아보았다.
이곳저곳 뒤적-거릴 필요도 없이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나서 좀 놀랜 건 비밀이다. 냉큼 볼을 잡아 터뜨렸다.
>>203 괜찮다고 봐요. 마름모 순찰은 대표에게만 발렌타인이 통보했던 거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다들 예민했을 거예요. 사람이 죽었는데 정상적으로 나올 수 없는게 사람이니까요. 갈등은 사람마다 반드시 있는 법이고, 저는 저 상황에서 아성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봐요. 하지만 아성주가 원하신다면 레스를 제가 조금 더 유하게 바꿔보도록 할게요.😊
축 늘어진 어떤 마법사의 머리채를 확, 휘어 잡은 매구가 씩 웃었습니다. 질이 좋은 옷과 마법부 장관임을 증명하는 장신구가 번쩍였습니다. 양반탈이 그것들을 마법사에게서 빼내자, 매구는 거칠게 그 마법사의 머리채를 내려놓았습니다. 손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남아 있습니다.
' 이 마법사의 가문은 기억하고 있지. 전쟁 때, 내가 죽을 것 같으니까 바로 날 팔아 넘기려 했던 그 더러운 배신자들이니까. 그렇게 해서, 마법부 장관까지 올라갔으면 일처리라도 제대로 해야지. 그래야, 네 명줄이 더 길었을텐데. '
매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투둑, 끊었습니다. 그리고 초랭이탈에게 두 종류의 머리카락을 건넸습니다. 초랭이탈은 뒤로 슬쩍 물러나서, 끓고 있는 마법약 안에 매구의 머리카락을 넣었습니다. 펑, 냄새와 함께 액체가 핏빛으로 변했습니다. 그것을 손에 쥔, 매구가 그것을 강제로 마법사의 입에 흘러넣었습니다.
'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야. 한 번 배신한 놈이, 두 번은 배신 안하겠나. '
강제로 음료를 마신 마법사의 몸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습니다. 매구는 그 때, 감옥 밖으로 나갔습니다.
' 아직, 쓸모는 있으니까 죽이지는 마라. 디멘터 키스 정도가 적당하겠지. 마법부 장관이나 되었는데, 설마 디멘터의 키스를 못 버틸 리는 없겠지? '
감옥 안에는, 쓰러진 또 다른 매구와 기분 나쁘게 히죽히죽 웃는 마법부 장관만이 남았습니다.
자주 보았던 괴이한 환상을 한번 보고 나니 날개가 사라져있었다. 좋아. 이제 방으로 돌아가도 리치에게 공격받을 일은 없다. 그 자리에서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고,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리치~ 나 왔어~"
리치를 부르며 방 안으로 들어가자 제 보금자리 냅두고 그녀의 침대에서 뒹굴던 리치가 앗, 하듯이 그녀를 본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는게 장난치려다 걸린 아이 같다. 키득 웃으며 침대가 그렇게 좋냐고 쓰다듬어주고 일단 샤워부터 했다. 숲에 들어갔다 나온 여파가 꽤 있어서 말이다. 말끔하게 씻고 나오니 리치가 뭔가 물고 제 앞으로 다가왔다. 낯익은 크기, 낯익은 색. 페인트볼이었다.
"그새 어디서 주워왔어, 응?"
우아웅....먀악!
볼을 받고 턱과 정수리를 마구 쓰다듬어주자 질색하는 소리를 내며 캣타워로 도망간다. 그녀의 시선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 빨리 그거나 터뜨리라는 듯 꼬리질을 하길래, 쪼매난게 승질만 더럽다고 중얼거리며 페인트볼을 터뜨렸다.
그는 현궁 1학년 학생에게 붙잡혔는데, 달링을 따라나온 얼음호수에서 얼어붙은 꽃을 만지다 벌어진 참사였다. 볼을 쪼물거리는 학생에게 나름 열심히 반항하고 "톰한테 이를 거야! 놔요!" 하고 협박도 해봤지만 들어먹지를 않았다. 결국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당신 진짜 미워!!" 하고 나서야 뭔가를 받았는데, 페인트볼이다. 꾹 찌르자 펑 터졌다. 아마 그가 본모습으로 돌아오면 바로 인카서러스와 점수깎기가 이어질 것을 이 학생은 모르는 것 같다.
이 사람, 간이 담대하다. 아니 사람 맞나? 그냥 사감. 사감님. 그래, 건 사감님. 우리 자랑스러운(반어법) 청룡의 청궁의 사감님. 얼마 전에 겨우 진지한 모습을 보는가 싶더니만, 당당하게 백궁에서 고구마를 구워먹는단 소문이 돌다 못해 그게 사실이었고 그걸 보러 온 나한테 생고구마를 쥐어 주고서 인센디오 조절 수업 어쩌구를 하면서 고구마나 구워 달라고 하질 않나. 이러다 고정관념이 생겨 버리겠다! 입 밖으로 뛰쳐나오는 레라시오, 봄바르다, 엑스펄소를 겨우겨우 눌렀다. 나의 귀여운 장난꾸러기(반어법, 은의 지팡이를 뜻함)가 신난 듯 빛을 뽑다가 수그러들고 뿜다가 쪼그라들고를 반복하는 모습이 애처롭지 않은가?
에휴, 고구마엔 죄가 없다.
" 인센디오. "
그리고, 방금 전 사라진 줄 알았던 빛은 함정이라는 것처럼 레라시오 봄바르다 엑스펄소 그리고 앞에 비하면 가녀린 인센디오의 불꽃이 꽝 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겹치고 눈부시게 폭발했다! 나는 깨달았다. 저 인간(?) 지팡이도... 층층나무였지...
이 사람, 간이 담대하다. 아니 사람 맞나? 그냥 사감. 사감님. 그래, 건 사감님. 우리 자랑스러운(반어법) 청룡의 청궁의 사감님. 얼마 전에 겨우 진지한 모습을 보는가 싶더니만, 당당하게 백궁에서 고구마를 구워먹는단 소문이 돌다 못해 그게 사실이었고 그걸 보러 온 나한테 생고구마를 쥐어 주고서 인센디오 조절 수업 어쩌구를 하면서 고구마나 구워 달라고 하질 않나. 이러다 고정관념이 생겨 버리겠다! 입 밖으로 뛰쳐나오는 레라시오, 봄바르다, 엑스펄소를 겨우겨우 눌렀다. 나의 귀여운 장난꾸러기(반어법, 은의 지팡이를 뜻함)가 신난 듯 빛을 뽑다가 수그러들고 뿜다가 쪼그라들고를 반복하는 모습이 애처롭지 않은가?
에휴, 고구마엔 죄가 없다.
" 인센디오. "
그리고, 방금 전 사라진 줄 알았던 빛은 함정이라는 것처럼 레라시오 봄바르다 엑스펄소 그리고 앞에 비하면 가녀린 인센디오의 불꽃이 꽝 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겹치고 눈부시게 폭발했다! 나는 깨달았다. 저 인간(?) 지팡이도... 층층나무였지...
>>0 [은 하/건의 고구마 굽기] 완료합니다. 다시 드러난 고구마의 모습은, .dice 1 5. = 1 정도. 즉... 타긴 커녕, 단단하진 않은 정도로 익혀진 것 같다... 이 정도 화려한 이펙트가 있었는데 레어라니 허탈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맛있을 거 같기도 하고. 짓궂지만 못써먹을 결과는 안 낸다는 거냐, 너라는 지팡이는. 역시 나랑은 안 맞는 지팡이다. 바닥에 흘러내린 가루 같은 열기가 항의하듯 흙과 만나 작은 터지는 소리를 내서 조금 놀랐다. ...이만 돌아가야지.
" 고구마 하나 주신다고 하셨죠? 가져가겠습니다. "
당장 고구마 집어들고 휭 가면 될 텐데 굳이 고구마를 들고 고구마 구워달라고 생떼나 쓰는 사감님을 떨떠름하게 바라보며 허락을 기다리는 건, 나 자신의 성격이지만 조금 답답했을지도.
>>266 ㅋㅋㅋ 나는 그런 점도 통틀어서 벨의 매력으로 보니까 전혀 불편하지 않지만 말야.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나만 그런거니까. 음. 신선한(?) 벨주를 낚은 기념으로 슬쩍 풀어보자면 첼이가 벨에게 마노를 언급하면서 인성질 비슷한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해봤어~~ 아무리 선배를 따르고 있어도 결국 매구의 수족이지 않느냐, 백정이 과연 주인의 명을 무시하면서까지 선배의 옆에 있을거 같냐...하면서? ㅎㅎㅎ ㅎㅎㅎㅎㅎ 음....(일단 정좌부터 함)
어라?((맛있어요!)) 괜찮아요! 저는 이런 인성질을 정말 좋아한답니다. 보기보다 저는 심연의 깊은 무언가도 건져먹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은은한 미소 뒤로 음흉한 생각들을 모두 숨겨요!))
조금 대답을 해보자면...이건 비설과도 연관있는 사안이라 확실하게 이유까진 설명해드릴 수 없지만 벨이라면 사랑의 힘을 믿지도 않고 믿을 생각도 없다고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내 죽을 때는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옆에 있어주겠지." 라고 하면서 은은하게 미소지을 것 같아요.
>>268 그 짤 오랜만이네 ㅋㅋㅋㅋㅋ맛있다니 다행이야! (정좌를 품) 벨주의 그 미소 뒤가 참 궁금하단 말이지....벨이나 잉이는 맛보기 같은 느낌이랄까 뭐 아무튼! 좀더 설명을 보태자면 첼이는 벨에게서 사랑이니 뭐니를 보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애착하는 존재를 떼어내놓으면 어떨까! 라는 애만도 못하게 인성 갈린 생각으로 그러는거라(...) 벨이 그렇게 말하면 "그러니까- 그걸 못하게 할거라니까요? 앞으로도, 그리고 선배 죽을 때 옆에 있지 못 하게 할거라구요." 라고 못을 박겠지... 낮에 올린 픽크루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에라이 이 못된냔아...(첼이 등짝 때림)(첼 : ?!)
사실 진지하게 답하면 저렇지만 ((저급한))농담으로는..어..음.. "자네의 말대로일세. 떠날지도 모르지. 오, 잠깐." 하다가 속으로 .oO(주인의 명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게지. 버리지 말라 해놓고 본인은 거스를 수 없으니 순 얌체군 그래. 오, 잠깐. 노마지 서적에서 비슷한걸 본 것 같은데.. 튕기는 걸지도 모르겠군. 같은 탈도 못본체 하지 않았나. 오.. 앙큼하기는! 내 곁을 떠나서 그리워만 해봅세... 절대 용서치 않고 앞으로는 잠도 같은 침대에서 자지 않을 게야...오레오도 주지 말아야겠어.) 하고 혼자 생각해놓고 "오히려 귀엽겠군. 줄을 설 수는 없고 남의 곁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라니. 단호해도 더 좋겠어." 하고 첼 앞에서 볼 붉히고 말했다가 미친놈 취급 받지 않을까요..? 고삐 잡고 올게요..🙄
(버둥버둥) 이...이...이대로 갈거야 행복하게 갈거라구...! 이이익...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지한 반응도 좋고 농담 반응도 최고다 진짜... 아무리 그래도 그 벨이가 볼 붉히면 조금 오싹할거 같지만 그래도 이 못된것은 촐랑촐랑 깐족대겠지! "어머 선배 지금 얼굴 빨개졌어요. 세상에, 현궁의 사신님이 이게 무슨 굴욕이시래! 위엄이고 체면이고 다 갔다 버리셨네요!" ㅋㅋㅋㅋ 첼이 원래부터 문양 발현 이후에 성격 좀 파탄 낼 생각이긴 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너무 찰떡 같아서 무섭다 ㅋㅋㅋㅋㅋ;;;; 진행이나 수업 때 보면 벨이가 매구에 초점을 맞추는거 같아 보이는게 종종 보여서, 둘이 맞붙으면 꽤나 꿀잼 아닐까 싶더라~~ 근데 아마 말빨로는 첼이가 200퍼 지겠지만... ㅋㅋㅋ
>>269 >>273 맛있어요..중요하니 두번 말할게요. 맛있어요...냠..냠..😋 제 미소 뒤에는 심연이 도사릴지도 몰라요! 우우우!!👾 애착하는 존재를 뗀다니. 치사해요 첼! 그렇지만 그 요망하고 촐랑촐랑 깐족대는 첼이 너무 귀여워요! 벨은 입술 자근자근 한번 씹고는 "그딴 별명 바라지도 않았네만." 하고 헛기침을 하고...하지만 파탄첼이..귀여워요...
벨이가 매구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졸업이 머지 않았는데 갑자기 탈 쓴 녀석들이 나타나서 우리 주인님 살아계시는데! 너희를 죽여야겠어! 하다보니 .oO((이 주인놈은 대체 뭘 하길래 원내를 뒤집어놓지?)) 하고 자연스럽게 의심하는 거랍니다. 어떤 사람이 숨어들어서 계속 제 졸업 논문이나 작품을 망치려는 시도를 하면..신경쓰이다 못해 대체 누군데 이래?? 하는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졸업만 잘 시켜주면 신경을 끌 생각이랍니다. 첼이도 한 말빨 하잖아요!😠 맞붙으면 꿀잼이긴 하겠어요.😊 그렇지만 어쩐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거란 예감도 들어요. 두 파탄자의...누이좋고 매부좋고 넌 비밀로 해라 나도 비밀로 해줄게 동맹..😊
아마 >>269에서 진지하게 답하면 아무말 없이 미소만 지어보이고 "할말은 그걸로 끝인가? 최근엔 사회성을 좀 길러보고자 하여 자네의..그래, 그 독특한? 취향에 어울려줄 심산은 있네만, 현궁의 수치((선비를 말하는 거예요..))와 너무 닮으려 하진 말게나." 한 뒤에 기숙사 점수를 무려 4점이나 깎을 것 같네요.🙄 심했어요 벨.
>>274 그 심연 조금만 더 맛보게 해주면 안 잡아먹지!(?) 파탄난 첼이가 귀엽다니 벨주 당신은 도대체...(본인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깐족대다 리덕토를 맞고 기숙사 점수가 까이고~~ ㅋㅋㅋㅋㅋ!!!
음~~ 하긴 현실에서도 졸업반은 건드리는거 아니랬어... 졸업을 망치려 드는데 열 안 받는게 이상하지. 음음. 졸업만 잘 시켜주면 신경 끈다니까 의외란 느낌이네. 마노 관련해서라도 다른 생각이 있는거 아닐까 싶었는데 :3 그으 말빨은 내가 하도 컨디션을 타는 분야라 좋았다 나빴다 해서 평균적으로는 나쁘다구~~ 표현의 거장 벨주에 비하면야 밑바닥 수준이지 ㅋㅋㅋㅋㅋㅋ
좋은 친구라. 사태가 수습되거나 끝날 때까지의 동맹이라면 모를까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거 같아, 지금 시점으로는. 원래부터 타인에게 관심도가 낮았는데 지금은 그나마 아는 사람도 관심도가 낮아졌고... 벨이한테도 이전의 친분보다 탈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재밌다고 볼 뿐이니까. 오히려 그 점에서 흥미가 떨어지면 급속도로 무관심해질 것... 어 근데 선비탈과 닮는다던가 하면 진심으로 극혐해하는 건 볼 수 있겠다. 찐텐으로 화 비스무리한 걸 낼지도?
>>275 시..심연은 이제 안 돼요!((도리도리!)) 하지만 귀여운걸요...파탄첼이는 얼마나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까요..? 리덕토에 이은 점수 깎기까지...😂
마노 관련해서는..생각을 포기했답니다. 문신을 지울 수 있는 마법이 개발된 것도 아니고, 처음으로 거둬준 것이 매구였으니까요. 백정이 확실하게 자신과 동거할 때 '탈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고요. 본인의 자율성을 존중하지만 그게 좀 어긋나고 해탈한것에 가깝네요.🤔 하지만 첼주..컨디션을 챙기셔야 해요..그래서 지옥의 말빨을 보여주세요! 백궁의 달콤입술..!!(?) 주궁에 매콤입술, 현궁에 새콤입술이 있다면..!(??)
그렇군요!😳 동맹이라. 첼이의 선은 어쩌고 보면 벨보다 더 칼같네요. 그 점이 정말 멋있어요.😊 흥미가 떨어지면 무관심 해진다니..약간 고양이를 보는 느낌이에요.😳 극혐하고 찐텐으로...ㅎㅎㅎㅎ 이게 첼주가 제 심연을 본 기분이군요..((첼주: 아니에요..)) 벨은 "더 듣기 싫으면 그만해야겠지?" 하고 성질 나쁘게 한번 미소지어줄 것 같고..? 깐족벨이어요..!
>>276 체엣...하지만 기다리다보면 기회가 오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존버한다... 그 심연을 볼 때까지...!
흐음, 해탈이라. 그렇구나. 이런 점에서는 첼이랑 반대네. 첼이는 가능하다면 매구가 목적을 포기해줬으면 하고 있고 그걸 위해 움직일 의향도 있거든. 저번 역사서 때, 매구의 목적이 단순히 혼란을 일으키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였나 그런 내용을 봤었으니까. 명확한 목표도 없이 그런 전쟁을 또 일으켜봤자 의미가 없고 무엇보다 그런 무의미한 살상전은 직접 보고 싶지 않다고도 생각하거든. 생명은 중요하니까 그런 생각은 일절없이 그냥 픽픽 죽어나가는 건 아깝지 않나,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아니 근데 ㅋㅋㅋㅋ 달콤입술 뭐야 ㅋㅋㅋㅋㅋ 전혀 달지 않을텐데?! 지옥의 말빨이라 하면 컨디션이 지옥인 걸 말하는거지? 오키오키 잘 접수해두겠어(선택적 난청)
첼이는....사실 사회성이 좋아보이는 척을 하는 것 뿐이라, 관계에 있어서는 항상 칼 같을 수 밖에 없어. 그 기준도 오로지 자기 자신이고. 성격 파탄 후에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게 만들 점이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면모라 이후의 관계들에서는 다 비슷할걸. 이미 단태와의 일상에서도 그러고 있고. 이렇다보니 지는 실컷 깐족대놓고 벨이 한마디 한 것 정도로 기분 팍 상해서 관심 끊어버릴 수도 있고... 음... (일단 첼이를 때림)(첼 : 아 왜! 왜!!!) 호호 그정도로 심연이라니 ㅎㅎㅎㅎㅎ 진짜는 다르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잖아 벨주...? 히히히!
이미 살아있는 것에 크게 상처받고 상실을 겪은 사람은 독기를 품지만 쉬이 계획이나 손을 뻗을 수 없답니다. 다시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신중할 수밖에 없고, 또 진절머리가 나니까요. 무너질 자신을 두려워 하는 겁쟁이일지도 몰라요. 목적을 포기하는 것에 매달릴 첼이 이 점에서는 가장 크게 차이가 나고 멋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매구를 말려서 전쟁을 멈춘다면 좋을 테지만, 이건 첼과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로 남겨두고픈 맘도 있답니다. 벨은 보조하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봐요.
이럴수가! 비겁해요! 컨디션이 지옥이시라뇨! 이이이..😬
사회성((벨도 없지만 얘는 사회성이 아니라 반사회성이면 아주 잘 배워먹을게 분명해요! 혼돈악! 혼돈악! 민트초코에 꿀을 부어먹을지도 몰라요!!))이라...😳 그렇군요..첼이를 살살 구슬리고 달래줘야겠어요! 삐치면 물론 토라진 첼이를 달래주는 매구님이 계셔서 귀엽고 쓰읍 저 침 안 닦았어요..!!((시선을 피해요!)) 지, 지, 진짜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호호호..!👀
질문공세 타타..너무 귀여워요..정말 귀여워요...어쩌죠, 유치원 일상도 보고 싶어요..동화 유치원..
벨주의 썰을 보니까 둘의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보이네. 첼이는 아직 진정한 의미로 상실을 겪어보지 못 했으니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무모해질 수 있는거 같아. 본인 스스로는 어떤 결과든 다 받아들일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매가 죽는 걸 보고 상실감 비스무리한 걸 간접적으로 느끼기도 해서 조오금 신중해졌달까. 진행하면서 다르게 변할 수도 있긴한데. 음... 어허 선배님 어디 뒤에서 꿀빨려고 이리 나와서 최전선에 서시라구! ㅋㅋㅋㅋㅋㅋ
민초에 꿀 ㅋㅋㅋㅋ 어 이거 괜찮을거 같은데? 물론 조금만 뿌리면 좋겠지만 설탕귀신 벨이는 아주 그냥 푹찍! 해서 먹겠지... 으으으 달아... 왠지...구슬리고 달래려고 하다가 승질 더 돋구지 않을까 싶은데 이거 기분탓...? 뭔가 내 머릿속 이미지가 ㅋㅋㅋㅋㅋㅋ 벨이는 나름 기분 풀라고 한 말인데 첼이 얘가 괜히 비꼬아 듣거나 해서 점점더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그런거라 ㅋㅋㅋㅋㅋ!!! 아 근데 삐졌다고 매구한테 가서 징징대고 그러지는 않을거 같네. 진짜 억울하게 삐질만한 말을 들었으면 매구한테 달래달라고 앵기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거의 자업자득일테니까... 돌아서면 자기 혼자 속에서 정리하고 끝내버릴걸? 그러고 다음부터 대할 때는 더 거리를 두게 될 거고.
만약 대화가 잘 되서 서로 윈윈하는 부분이 보인다 싶으면 첼이는 고민없이 그쪽을 선택할거야. 무의미한 죽음이 아니었으면 하는 건 탈들도 포함이니까. 마음 딱 정한 순간부터 불 도우-쟈마냥 벨이한테 협력을 들이밀 수도 있고 ㅋㅋㅋㅋㅋㅋ 깐족과는 또다른 민폐....ㅋㅋㅋㅋ
첼주 돌리던 일상, 나중에 썰풀이 같은 걸로 마무리 지어도 될까? 현생이 현생이여서 그런지 요즘 내가 잡담에도 잘 못끼고 계속 늘어지는 답레 때문 미안하기도 하고. 바빠서 그런지 땃태에 이입하기 살짝 어렵다, 라고 해야겠네. 결론은 일상을 갑작스럽게 마무리 짓다고 해서 미안해. 기껏 기다려줬는데.....
>>296 에이 미안해할거 없어~~ 바쁘고 그러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괜찮아! 돈 마인! (찡긋) 그럼 일상은 마무리 짓는 걸루 하구~~ 그대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해도 되고 따로 땃주가 생각나는 반응 달아줘도 괜찮구! 응! 우리 땃주 늘 화이팅이야~~ 응원한다구~~
현궁의 기숙사 방은 오로지 그와 당신, 그리고 달링 뿐이다. 독방을 쓰기 때문이다. 달링은 그의 손을 애교스럽게 물다 창문을 열어주자 휙 날아가버린다. 최근 얼음 호수에서 놀아주는 1학년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알아서 잘 들어올 것이다. 그는 창문을 닫는다. 자리로 돌아오자 그는 생각에 한참 잠겨있다 손을 까딱였다. 주문 없이 무언가를 불러오는 건 이제 눈 감고도 할 수 있다. 머지 않아 성냥에 불을 긋는 소리가 들린다. 불꽃이 나비처럼 피어올라 춤추고 궐련의 끝에 입을 맞췄다. 불이 붙는다. 2년동안 흡연은 라온에서 해왔다. 기숙사 방에서 했다간 들킬 위험도 있지만, 그의 마음이 어딘가로 갈만치 인내심이 깊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최근 학생이 10명이나 죽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자꾸만 떠올라 가라앉지 않는다. 매일같이 보는 죽음이지만 대체 뭐가 그렇게 충격적일까! 사람이 가끔 감상적이게 되는 날이 있는데, 아마 오늘인 것 같다. 연기를 한번 들이마시고 그는 깊게 숨을 뱉었다. 원내의 사람이 죽어 떠났는데, 당신이라고 안 그럴까. 모든 일이 끝나도 과연 내 곁에 끝까지 남아있을까?
안다. 욕심이고 월권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당신은 매구의 추종자고, 나는 별개의 존재다. 당신이 내게 말했다. 제재를 가해도 백정의 탈은 절대 안 된다고. 그는 당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흔쾌히 수락했다. 그 자유가 당신을 오히려 옥죄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것이다. 그는 다시 연기를 들이마신다. 손 끝이 달달 떨렸다. 공교롭게도 당신은 악인이다. 지금껏 그 고운 손으로 몇을 죽였을까? 앞으로 몇을 더 죽일까? 그는 당신을 자유롭게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왜 묵인하지 못하는 걸까? 묵인하지 말라는 명확한 이유도 없고 그래도 된다는 증거도 없다. 그러면 넘어가면 되는건데 굳이 또 손가락에 박힌 작은 가시처럼 거슬린다. 이제야 거슬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누군가는 당신에 손에 죽고 그의 손을 통해 땅에 묻혔고, 앞으로 그럴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가 뒤집혀 원내측이 우세해지고 매구가 마지막 발악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언젠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고, 저번에 탈이 죽었다는 얘기처럼 당신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당신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고, 내가 먼저 떠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언제라도 죽음이 도사릴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이 금이 간 얇은 유리처럼 아슬아슬하다. 그렇다고 그가 손대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랑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동화 속의 이야기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연기를 뱉는 숨결이 떨렸다. 불안정한 연기가 방을 채우고 사라졌다.
당신을 내 손으로 자유롭게 하는 방법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일까 두렵다. 당신의 몸이 내 손에 의해 싸늘해진다는 생각에 온 몸이 떨린다. 당신이 살아있기 때문에 온기에 기대보려 하는 것인데, 당신마저 식어버리면 어떻게 될지 두렵다. 상실은 더이상 겪고 싶지 않다.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만일 당신이 개심한다 쳐도 이미 죽은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남아갈 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도 슬픔을 이고 살아야 한다. 그는 그 상황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처럼 네가 개심했으니 됐어. 앞으로 참회하며 살자.' 라는 말을 뱉을 정도의 위인이 아니다. 이미 죽은 자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고, 한 가문을 좌지우지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의 감정으로 사사로이 판단하고 개심과 참회를 언급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다른 가주처럼은 되고 싶지 않았다. 손 안의 로켓을 만지작대다 이내 책상 위에 올려뒀다. 분홍색 눈이 어둠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다.
아, 차라리 처음부터 매구가 아니라 날 만났더라면 달라졌을까…….
그럴 리가 없다. 달라지지 않을 망상에 이 상황을 맡기고 싶지 않다. 세상의 우연은 단 한번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철저한 확률로만 이루어진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후회와 될 리가 없는 망상에 기대기보단 오늘을 살아가는게 더 중요하다. 그럼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문득 코를 타고 뜨거운 감각이 느껴지자 그는 안면을 더듬는다. 턱을 타고 흐르는 이 느낌을 모를 리가 없다. 손가락에 번지듯 묻어나오는 피에 그는 눈을 감았다. 궐련을 두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고개를 숙이며 지혈을 우선시한다.
"계시 한번 끝내주는군."
신이 있다면 잔인한 자다. 그리고 한없이 자비로운 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궐련을 아무렇지 않게 책상에 비벼 끄고 손가락을 다시금 까딱였다. Accio Cigar. 느긋하게 다리를 꼬며 지혈도 덜 끝났는데 고개를 휙 치켜든다.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정적으로 살면 인생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불안에 몸을 맡기느니 차라리 하루 더 진하게 붙어먹고 말겠다.
"시간이 아까워."
// 새벽에 첼주와 풀었던 썰과 함께 떠올라서 적어본 독백이어요. 비설을 찬찬히 읽어보다 방향성이 확실하게 잡혔네요.😊
화이자 1차는 그래도 괜찮긴 하더라고요.😊 한 이틀내지 사흘정도 팔이 묵직하긴 했는데, 그것 빼고는 거의 부작용도 없었어요. 배고픈것도 부작용일까요..?🙄 단지 저는 2차가 지옥이란 소리를 들었네요...😂 캡틴 두드러기가 나시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하시면 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해요! ((꼬옥 안아요!)) 진행 무리하실 생각은 절대 마시구요!
안 버렸어요..버릴 리가 없어요..기다리게 한 벨이 나빴어요!😭((벨 등짝을 찰싹 때려요!))((벨: 아, 아야.)) 그런데 어떡하죠..수면마취 백정 너무 귀여워요..ㅎ...ㅎㅎ 어떡하지 웃음밖에 안 나와요...ㅋㅋ큐ㅠㅠㅠ오레오 많이 먹여줄게..예뻐요..예뻐..((꼬옥 안아요!))
47대 가주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는 초상화가 없다. 초상화를 그리지 말라는 본인의 요청도 있을 뿐더러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한명 더 있으면 가문원이 견디지 못하고 죽을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그가 유독 일측면에서 잡들이 하는 것은 아냐며 용감하게 반발했던 캐서린이 인카서러스 마법으로 가문 기둥에 거꾸로 묶여 매달린 이후 가문원 전체가 납득하고 초상화를 그리지 않기로 했다. 그에겐 유독 44대 가주 베로니카의 모습이 겹쳐보였는데, 베로니카의 성격이나 외형과 비슷하냐 묻는다면 현재 나이가 제일 많은 관 제작자 윌리엄이 혹시 병원에 가보지 않겠느냐 진심으로 묻곤 한다. 베로니카는 풀 한포기 제대로 밟지 못할 정도로 심상이 연약하고 죽은 사람을 보며 눈물을 훔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베로니카는 복슬거리는 분홍색 머리카락에 둥근 눈매의 붉은 눈을 가졌으니 가문원 전체가 토끼같다 했다. 윌리엄이 회고하기를 외형이나 성격보다는 병약한 모습이나 진통제 대신 초콜릿을 찾고 잠에 들지 못할 때 코냑을 약으로 쓰는 모습,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에서 그나마 비슷하다 하였다.
"죽은 사람을 보고 눈물을 훔치면서 코냑을 즐겨요? 조금 의외다. 저는 술도 못할거라 생각했거든요." "술을 못하시지만 자주 드셨지요." "왜요?" "죽은 사람을 보면 괴롭다고 눈물을 훔치다 잠도 못들고 코냑 한병을 들이마셔야 잠에 들었으니까요."
언더테이커 가문 사람이 괴롭다고 운다고? 발렌타인은 죽은 사람만 보면 싱싱하다는 농담부터 던지고 봤는데. 타니아는 혼란스러웠지만 베로니카의 집권 시기가 마법사 전쟁이었단 사실을 떠올렸다. 납득이 가고 한편으로는 공감이 됐다. 타니아였어도 전쟁으로 시체가 우수수 들어온다면 죽고 싶었을 것이다.
>>404 단지 웃기만 했다면 그대로 인사하고 갔을 것이고, 그 뒤에 대답까지 했다면 싱긋 웃는 얼굴로 "그래서요?" 혹은 "그러시군요." 하고 대답한 뒤에 걸어서 기숙사로 돌아갔으을거야. 땃태가 더 잡지 않는다면 그대로 끝! 이었겠네~~ 늦었지만 일상 수고했어 땃주~~
>>409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한명 더 있으면 가문원이 견디지 못하고 죽을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본인이 잡들이 하는 악덕 상사인걸 아는 거예요..((끄덕끄덕..))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기록이 남는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44대 가주님은 일전에도 tmi로 풀었듯 남성이셔요. 떡밥 풀이용으로만 쓰이지 비중이 높진 않답니다. 그래도 조금 풀어보자면 언더테이커의 직계는 여성이 제법 오래 사는지라 몸이 좋지 않은 남성 직계가 여성의 이름을 쓰면 더 오래 산다는 민간신앙 때문에 이름도, 복식도 여성과 비슷하게 했지만 33세의 나이, 마법사 전쟁 종전 하루 전에 요절했어요. 벨도 미들네임이 샬럿인 이유가 민간신앙 때문이고, 7살까지는 여장을((사실 이건 어머니인 헬레나의 내 아들 치마 입혀보기가 버킷리스트니 수명 연장 핑계로 욕망실천을 해야지 심보여요)) 하고 자랐답니다. 흑역사여요.
>>415 ((꼬옥 안고 음쪼쪼를 해요!)) 민간신앙중에 성별과 반대되는 이름을 지으면 오래산다~ 여장을 하거나 남장을 하면 어릴때 병에 안 걸린다~ 그런 속설은 어디든 퍼져있으니까요.😊 어머니의 사심도 채울 겸 민간신앙도 수용할 겸..벨이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이유가 사실 여장 사진이 남아있어서라나 뭐라나..소근쇼근..((농담이어요)) ppt..과찬이어요..너무 영광이라 숨고 싶어라!🙈🙈
>>412 ㅋㅋㅋㅋㅋ 아니 괜찮다니까....자꾸 미안해하면 그으나마 남아있는 호감도를 마이너스로 밀어버리는수가 있어 응...? (희번득) 일부러 물어보기 좋게 먼저 언급을 해줬는데 물으라는 떡밥은 안 물고 다른 걸 묻네?! 아이 이거 안되겠네...했다구 ㅋㅋㅋㅋ
>>413 히히히 졸아버린 타타주도 귀여워 귀여워 (부빗) 졸지 말구 자라구~~
>>414 하지만 가장 고생하는 건 벨이같은걸... 그정도 잡들이는 타당하다!!! 44대 가주님은 몸도 몸이지만 전쟁의 여파가 너무 컸을거 같다. 오죽하면 그 독한 술을 약 대신으로 삼았을까... 전쟁이 끝나 쉬지도 못하고 요절.... 아이고..... 그리고 벨주는 대체 어떻게 이런 멋진 설정들을 짜는 걸까 나도 배우고싶다....(???) ㅋㅋㅋㅋㅋ 어머님.... 그 마음 이해합니다(?)
>>413 졸았다니...! 피곤하시다면 주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시간을 봐요!))((못본척 해요))
>>417 일할 때는 가장 칼같은 상사..제대로 못 하면 스투페파이를 쓰는 공포의 장의사..😳 그렇죠. 전쟁의 참상을 보고 쇄문의 결정을 내린 것도 44대와 45대(임시대리인으로 44대의 쌍둥이 동생이 집권)였고요. 음...족보로 치면 할아버지니까..((충격적인 결론이어요..)) 이렇게 보면 벨은 할아버지를 닮은 점이 습관 빼곤 하나도 없네요. 넌 누구니..?😳 설정...앗..앗..늘 부끄럽고 저를 춤추게 하는 칭찬 세례여요..((쥐구멍에 도망치고 싶어요..)) 어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가죠..😊
벨: 으아악!!
>>418 ((부빗부빗부빗부빗!)) 애정 공세여요.😉 어머니의 사심...((인정하고 말아요..)) 그렇지만 레이스 잔뜩...프릴 잔뜩...하늘하늘 원피스에 투사이드업이나 꽁지 트윈테일이나..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귀엽고 예쁘게 꾸미기라니..놓칠 수 없답니다. 단태도 키워드가 확실하면서도 그 묵직하고 서늘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갭이 잘 드러나서 매력적인 걸요!😍🥰😍🥰
>>420 벨주가 너무 귀여워서 볼빨묵을 할 수 밖에 없어! ((볼빨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그것도 어릴때 외모가 바쳐줘야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후...그래 벨이니까 가능한 것들이다. 인정. 꽁지 트윈테일 벨 보고 싶은데(?) 단태? 어.......그런거 없지 않누? 요즘 나는 단태가 캐붕을 일으킬 것 같고 사회성이 부족해보이는 게 걱정이라서:Q 매력적이라는 단어는 단태가 아니라 다른 캐릭터에게 어울리는거야.
오늘 하루도 열심히, 충실히 살았다. 공부도 열심히했고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애니마구스, 그것도 열심히했고 남는 시간에는 인적이 없는 장소를 찾아 저주를 연습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상당히 피곤해졌다는것이다. 레오는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허물을 벗듯이 옷을 벗고 제일 편한 파자마로 갈아입었다. 허벅지까지는 여유있게 내려오는 큰 반팔티 한장에 돌핀팬츠. 레오는 으으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눕자마자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고 팔 다리에서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해.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으면서 천장을 보고 누워 눈을 감았다.
" .... "
뭔가 시끄러운데, 레오는 한 차례 인상을 찡그렸다. 잘못들었나 싶었지만 또 다시 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워.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고 이내 짜증이 치밀었다. 레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벌컥열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 아무것도 없는데.. 역시 잘못들었나.. "
그리곤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다시 팔 다리에 힘이 빠지고 피로가 풀리는 노곤한 느낌이 밀려온다. 구름위에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들려고, 하는데.
" 아 진짜!!! 누구야!!! "
레오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씩씩거리며 지팡이를 챙기곤 기숙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 누구야!! 어떤 새끼야!!! 기숙사 혼자써? 조용히좀 하라고!!!! 좀 자자!! 좀!!!!! "
주변에서 당황한듯 자신을 보는 시선이 먼저 보였다. 그리곤 다시 그,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레오는 허, 참. 하고 머리를 쓸어넘기곤 잠옷차림 그대로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섰다.
평화로운 하루였다. 수업도 별 문제 없었고 시끄러운 일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불만스러운 일이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였으니. 그것만 빼면 간만에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갈 듯 했다.
그 소리만 안 들렸다면.
"?"
멀게 들려오는 이형의 소리는 누군가 교내에서 크게 노래라도 부르고 있는가보다 싶었다. 그런데 그 소리가 기묘하다. 어디서 부르길래 여기까지 들리지? 그녀의 방까지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드물었다. 혹시- 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 더 그 소리에 귀기울여본다. 나갈 준비를 하면서.
너무 흥분했나. 레오는 자신이 잠옷차림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며 여기까지 나왔단 사실에 짐짓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머리를 긁적이던 레오는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뒤를 돌려고 했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에 눈쌀을 찌푸리곤 고개를 홱 돌렸다.
" 있네. 거기 누구 있네. 또 탈쟁이냐? 야! 나와! 쳐죽여버리기전에 나와!!! "
분노의 핀트가 조금 엇나간 느낌은 들고있다. 다른 이유도 아닌 피곤해 죽겠는데 시끄럽게해서 잠을 못자게 했다는 이유. 그리고 킥킥대던 소리가 수근대는 소리로 바뀌고 웃는 소리가 조금 더 자세히 들릴때쯤 레오는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아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혼자서, 너무 멀리 나와버렸다는것.
" 아. "
왜인지 아래쪽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에 레오는 고개를 숙였고 입이 찢어져라 웃고있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다. 레오는 '아.' 하고 한 마디를 뱉고는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식은땀이 흐르고 몸이 얼어붙는 느낌. 어쩌지, 어떻게 해야하지. 레오는 끼긱끼긱, 하고 고장난 로봇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도망,쳐야,하는데,
옷을 단정하게 정리하며 기숙사 방에서 나가기 위해 얼굴을 가릴 만한(은은 자신이 여자 기숙사의 1인실 방에서 나왔단 소문이 도는 걸 원하지 않았다) 걸 찾던 중, 은의 귀에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이건, 사감님. 즉 건의 목소리인가... 가볼까? 하지만 이래놓고 "은하! 은하! 아, 왔구나. 고구마 좀 구워줘." 같은 거라면? 그때 가서 봄바르다를 날려도 부족하진 않겠지만.
고장난 로봇처럼, 아니면 망가진 인형처럼 레오는 그 자리에 멀거니 서서 굳어버렸다. 눈물이 끝까지 차올라 울먹이는 레오는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끼긱,끼긱, 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이 왔던 곳을 돌아보고 다시 끼긱, 끼긱, 하고 고개를 돌려 아래서 타고 올라오려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 쯤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 Hilf mir..... "
누구라도 좋으니까 도와줘. 이 쪽으로 느릿느릿 손을 뻗는 그림자가 보였다. 레오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을 움직일수가 없는 느낌.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짓누르는 느낌에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것같았다. 아니, 차라리 정신을 잃는다면 더 좋을텐데.
...이 상황은, 대체 뭐지. 방 하나가 통째로 귀신 들린 것처럼 굴기 시작하고, 제대로 된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게 단지 장난이라고 생각할 순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깨지는 소리에 이어 전방위적 층간소음. 층간소음이라기엔 악의. 태연하게 일어나는 일들에 볼 위로 식은땀 한 방울이 미끄러졌다.
그걸 손등으로 닦아내면서 은이 침대 쪽으로 향했다. 춤추는 검은 실루엣... 이 그려져 있는 창문을 열면 되는걸까. 이 상황이 대체 왜 일어난 건지 알려면 마주쳐야 하는 걸까. 그래도, 가릴 게 필요했다. 이불을 끄집어내어 머리 위로 폭 뒤집어쓰고 밟아 넘어지지 않게 바닥을 밟았다. 여전히 쾅쾅 두드리고 있었다...
반댓손으로 벌써 지팡이를 꾹 쥐고 은이 이불 속에서 손을 뻗어 창문을 열려 했다. 그러나 시야가 일부 가려진 상태론 잘 되지 않았던 모양인지─아니면 자기 손으로 그걸 들여보낼 수 없단 마음이었는지, 손은 거듭 허공을 가르고 가까스로 손잡이에 손가락이 걸렸을 땐 힘이 풀려 떨어지고 말았다. 헤매는 동안 시간이 더 지나간다. 강제로 열리는 것과 열어주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어느 쪽이라도 고르고 싶지 않았는데.
잘못 걸렸다. 차라리 대답하지 말 걸 그랬다. 그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백정도, 방금 전까지 로켓만 쳐다보던 달링도 눈을 뜨지 않는다. 그는 지팡이를 손에 쥔다. 탈의 농간인가? 아니면 원내를 습격한 제 3의 존재?
"미쳤군."
단단히 미쳤다. 살면서 시체도 보고, 죽어가는 사람도 보고, 죽는 장면도 여러번 봐서 담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초자연적인 공포는 말이 안 된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마법의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문이 덜컹거리고 이름을 부르는 존재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유령이라기엔 6년 동안 현궁에서 이런 유령은 본 적이 없다. 그는 도련님 소리에 몸을 우뚝 멈췄다. 마음 같으면 당장 숨고 싶었다. 차라리 백정을 깨우고 싶었다. 그렇지만 도련님 소리를 듣자 뚝 이성이 끊긴 것이다.
"뭘 원하는 거지? 장난? 비명이라도 지르길 원하나? 잡아먹고라도 싶나?"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 이런 마법도 없을 것이다. 덜컹거리는 소리 뒤로 문이 부서지기 직전이다. 그는 한참동안 고민하더니 문을 벌컥 열어젖히려 한 것이다. 만일 이것이 탈의 농간이면 교수도, 사감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그러면 교수도 사감도 없는 사이 살인저주 한번은 괜찮지 않나. 탈이 아니라면 어떡하지? 두려움이 물씬 끼쳤다. 탈이 아니라면.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하지만 이미 문은 열렸다. 아, 울고 싶다. 울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력하다.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그림자가 느껴지진 않더라도 눈에 선히 보이는데. 귓가에 비웃는듯한, 무엇이 기쁜지 그렇게 웃어대는 소리가 선히 들리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유라면 여러가지가 있게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공포때문이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 무슨 짓을 해도 이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
" 하..지마.. 하지마.. "
도망쳐야하는데. 움직여야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어릴때부터 이런 일이 있으면 항상 어디선가 아빠가 나타나서 도와주었다. 나무에서 떨어졌을때, 눈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나타나서 도와주셨지. 그리고 지금은 날 무조건적으로 믿어주겠다는 사람도 생겼다. 물론, 그 녀석은 나쁜 사람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레오에게는 무조건적인 지지자였다.
" 이,러지,마, 하,지마.. "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계속 이런 잡생각들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처음 겪어보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데서 오는 공포 탓이었다.
벗어날 수 있게 되었을때 레오는 헙,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숨을 들이마시는 것을 기점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그냥 내달렸을 뿐이다. 자신이 돌아왔던 방향으로 뛰었다. 슬리퍼를 끌고 나온탓에 뛰는 것이 영 쉽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뛰었다. 눈물 때문인지 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주먹을 쥐고 눈물을 훔쳤다.
그게 눈물 탓이 아님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눈물을 닦아내고 닦아내도 눈 앞이 계속 하얗고 뿌얬으니까. 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 달리다가 슬리퍼를 신고있던 것이 화근이었는지 발이 걸려 넘어져 버렸다. 보기좋게 넘어진 레오는 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당황했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일어섰다.
" ...가야해.. "
이 쪽으로 가는 것이 맞는지, 정말 내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는것이 맞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넘어진 다리가 아파서 뛸 수가 없었기에 레오는 기어서라도 이 곳에서 나가려했다. 자신이 왔던 곳으로, 이곳이 맞는 방향이길 빌면서 레오는 느리다면 느릴 속도로 기어서라도 도망치고 있었다.
은은 마침내 덮고 있던 이불을 벗어던지고 지팡이를 꾸우욱 쥐었다. 이런 걸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제 손으로 열어주는 것 또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면 싸우든 싸우지 않던 제대로 맞을 준비는 해야 하지 않겠나. 때로는, 무지가 용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 용기가 만용에 불과할지라도.
나는 너를 맞아들이지 않는다. 하의 사람은 손님을 귀이 여기니, 손님이 되지 못한 것을 어찌 받을까? 그러니 들어오거라, 불청객.
덜컥거리는 소리가 강해질 때마다 그 용기도 공성병기에 부딪치는 성벽처럼 흔들리고 있다만, 아직은 버텨 서고 있다. 아직은.
백궁 내부는 조용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그녀 밖에 없는 것처럼, 그녀만 남은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곳이 그녀가 4년간 머무른 곳과 같은 곳이라고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녀 혼자만 뚝 떨어져 같지만 같지 않은 곳에 떨어진 것 같다. 과연 여기에 윤이 있을까? 찾는다고 만날 수 있을까?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의 반복에 불안이 점점 쌓여간다. 언제라도 넘쳐흐를 듯이.
"......"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부름에, 그녀는 또다시 몸이 굳었다. 굳은 채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먹고싶은 것이 분명하다. 미친 것! 먹어서 뭘 하려고? 그는 이대로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다가, 뒤로 돌아 백정을 쳐다본다. 만약 내가 여기서 도망쳐버리면 내 아이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한 손에 지팡이, 다른 손에 문고리. 그는 한참을 침묵하다 문고리에서 손을 놓고 두어걸음 뒤로 물러나고 주문을 외칠 준비를 한다. 저번에 뭐라고 했지. 패트로누스? 그래.
부르는 소리에도 레오는 답하지 않았다. 뛰지 못한다면 걷고 걷지 못한다면 기어서라도 가야지. 간신히 벗어난 곳은 어디였던가. 레오는 비틀비틀 걸어와 적당한 자리를 찾아 털썩하고 앉았다. 차라리 상대가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맞서 싸울 수 있었을텐데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공포는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 .... "
학교도 뭔가 이상해. 레오는 어떻게할까, 하고 고민했다. 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여전히 패닉상태에 빠져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레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 숲으로 향했다. 기숙사나 다른 기숙사, 학교로 가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굳이 숲으로 향한 까닭은 항상 그 곳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자신의 조력자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
" 버니... 도와줘.. "
도망치는 와중에 슬리퍼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제 레오는 맨발로 풀과 흙을 밟으며 천천히 숲으로 향한다.
밖으로 나서자 보인 것은 비정상적으로 생긴 무언가였다. 그 생긴 것에 근원적인 공포감을 느끼며, 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 그것과 눈이 마주쳤을까. 행동을 멈춘 그것을 따라 발을 멈춘다. 뒤돌아 달려야 할까. 아니면? 생각하던 도중 그것이 웃으며 달려들자 빠르게 부적을 꺼내 쥔다. 아니, 저것이 학원을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다. 불로 태워버릴 것을 생각하며 부적을 내던진다.
뭐야. 저게, 뭐야. 좀 더 커진 실루엣, 저것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집어삼키려는 것만 같다. 차라리 이 상황을 누군가의 장난으로 믿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모두 해결되었으면 좋겠단 같잖은 희망사항이 있었다. 꼭 쥔 손이 장갑을 끼지 않아서 꽤 아파왔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마땅히 들여야 했겠지만, 창문 밖에서 말하는 상황에서 결코 열어 줄 리가 없었다. 은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로. 그 입 틀어막힌 것에, 두려움 또한 없었다곤 못 했다.
레오는 반쯤 정신이 나간것처럼 비틀비틀 걸어다니다 숲에 도착했고 웃음소리를 들었다. 정상적인 판단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텐데 레오는 살짝 미소를 띄곤 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음에도, 신발을 신고있지 않음에도 비틀거리며 손을 휘적였고 그러면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 버니, 너야? "
너구나. 그렇지? 레오는 비틀비틀 그리로 향하다가 문득 머릿속에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저건 그 목소리가 아니야. 그리고 버니는 저렇게 웃지 않아. 저렇게 웃는건, 내가 아는한 하나밖에 없어.
" ... "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때, 레오는 뒤를 돌았다. 그리고 자기가 왔던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 보인 것은 커다랗게 벌린 입과 돌아가선 안 되는 방향으로 돌아간 사지와 그것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겹쳐져 정신을 후벼파는 무언가는 위험한데 위험해 도망 아니 몸은 움직이지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누군도 도와주지 않고 누구 누구 누가 아무나 아무나 아무나라도 거기 여기를 여기에서 저거 저거 저거-
"윽!"
그녀는 아까 깨물었던 혀를 다시 깨물어 정신을 붙들었다. 굳음이 풀린 손을 꽉 쥐며 뒤돌아 도망쳤다. 잘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강제로 끌어 밖으로, 백궁 밖 어디로든 도망쳤다. 혀의 쓰라림 때문인지 영문 모를 상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숨찬 흐느낌이 다문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귀신이 깔깔 웃었습니다. 그것이 목을 길게 빼어서, 바로 당신의 코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읍니다. 거꾸로 내려다보는 얼굴이, 천천히 다시 돌아가서 당신을 똑바로 마주했습니다.
어때, 아성아? 마음에 들어?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웃음소리가 당신의 귀를 시끄럽게 합니다.
' 거기 누구니? '
뒤에서 건 선생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가위 눌림이 풀렸습니다. 귀신도, 당신이 들고 있던 거울 조각도 당신과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핏물도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루모스 주문으로 지팡이 끝을 밝게 비춘 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은은 거기에 지팡이를 겨눴다. 스스로 열린 문 너머엔 아무도 없었다. 긴장했을 때가 아니라면 놀라지도 않았을 일이지만, 지금은 상대가 어디에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문 밖에 아무것도 없다면, 설마 뒤─
창문을 뒤흔들며 찍히는 손바닥 자국에 은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손에 힘이 풀릴 뻔했지만, 겨우 붙잡을 수 있었다. 지팡이만은. 한동안은 쭉 눈앞에 붉은 손자국이 어른거릴 것 같았다. 공포를 억누르기 위해서 자신은 무장해 있다는 걸 끊임없이 되새기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도망은... ...상대가 열어 놓은 문으로 하거나, 멀쩡한 벽을 부수거나. 잡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 맹목적인 공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들지만 무엇이 옳은 답인지 알 수 없는 머리. 정신을 차렸을 땐 " 봄바르다─!! "를 창문을 향해 외친 후, 무작정 문으로 뛰어 달아나고 있었다.
아아, '인센디오 조절 수업' 같은 걸 할 시간에 더 쓸만한 걸 가르쳐 주지, 이런 수상쩍은 상황에 무섭게 목소리는 왜 나오냔 말이야. 그런 원망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인간이 아니다. 지팡이를 꽉 쥐고 뒤로 한걸음 더 물러났다. 행복한 기억을 어떻게 떠올리란 말인가. 침착해야 한다. 탈의 농간일 수도 있다. 이런 존재를 풀어서 10명이나 죽이지 않았나. 침착해야 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피가 흐를 정도로 깨물고 나서야 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래, 솔직하게 말해서 이런 존재를 대처하지 못할까 겁이 났다. "이딴 말라빠진 몸뚱아리가 뭐가 맛있어 보이나. 정신이 나갔나? 개소리 말게."
귀가 아팠다. 두렵다. 그렇지만 해야만 한다. 그는 심호흡을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백정도, 달링도 이 방에 있다. 아직 각시인지 뭔지 하는 여성을 만나지도 못했다. 한번 사는 인생에서 방해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다리를 보고 그의 머리가 핑 돌았다. 한번 휘청인 그가 우뚝 서고는 지팡이를 쥐어 휘둘렀다. 평정심을 금세 찾은 것이다. 그가 방금 죽은 사람을 생각하지 않았나? "익스팩토 패트로눔."
흐윽, 흑, 하고 나오는 소리는 그저 숨이 차서 나는 소리인지. 눈 앞이 흐려질 쯤에야 멈춰서 주변을 살핀다. 무작정 뛰었더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그래도 교내를 벗어나진 않았을텐데. 손등으로 눈가를 문지르고 다시 보자 익숙한 구도가 보이고 곧 그녀가 갈 수 있을 곳이 몇곳 추려졌다.
그것이 아직 있을지 모를 백궁으로 돌아갈지, 양측의 다른 기숙사로 갈지, 정전으로 갈지.
어린 날 그녀가 그러던 것처럼 옷자락을 쥐고 사방을 돌아본다. 백궁과 주궁과 현궁과 정전을 몇번이고 번갈아 보다가, 떨리는 다리를 움직여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0 귀신이 깔깔 웃었다. 아성은 이상하게 깔깔 웃어대는 귀신이 우스꽝스러워보여 함께 웃었다. 그것이 목을 길게 빼어서, 바로 당신의 코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을 땐, 금방이라도 그녀석이 커다란 입을 벌려 자신의 머리르 뜯어먹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반드시 유령이 되어 저 귀신을 박살 낼 것이라 다짐했다.
그때, 거꾸로 내려다보는 얼굴이 천천히 다시 돌아가며 아성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에 드냐고 물었다.
아무 목적도 의미도 없이 시끄럽게 깔깔대며 웃는 녀석을 보고 아성도 웃었다. 미소와 웃음은 전염이 된다. 그런데 설마 귀신의 웃음도 전염될 줄은 몰랐다.
"그래, 재밌네."
' 거기 누구니? '
뒤에서 건 사감의 목소리가 들리며. 가위 눌림이 풀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귀신도, 거울 조각도 핏물도 모두 사라졌다. 루모스 주문으로 지팡이 끝을 밝게 비춘 건 사감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성을 바라보며 왜 밖으로 나와있냐고 물었다.
고작 연기밖에 나오지 않는다. 침착해야 한다! 이럴수록 떨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공포에 직면하니 이론은 이론이었음을 실감한다. 이건 자존심을 세울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시원하게 마법 몇번 날리고 도망치고 싶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론에 휘둘리지 말라며 머리가 아우성을 치지만 막상 근거없는 용기가 치솟는다. 도망치면 안 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당신에 대한 마음을, 아직도..
"익스팩토 패트로눔."
모르겠다. 이 망할 개 연기는 왜 나오지 않는 것인가! 그가 결국 세게 깨물어 터진 입술을 벙긋거렸다. "FxxK."
다리 하나만 남았다. 모골이 송연하다. 물러날 수 없다. 하지만 물러나고 싶다. 이런 경험은 늘 말했듯 처음이고, 이겨내기엔 상태가 좋지 않다. 부들부들 떨리던 손을 뒤로하고 그가 심호흡을 한다. 떨리는 숨 사이로 울음소리가 나와도 다들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울지 않았다. 저것이 원할 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거리가 벌려졌으면 좋겠다. 뛰기 바쁜 은에게 짧게 스쳐나간 생각이었다. 여전히 따라오는 소리는 멀어지지 않은 것 같지만... 이제, 가까운 방향을 찾아 달려야겠다. 백궁, 백궁에만 간다면.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바닥을 내리치면 몸이라도 데여 버리란 마음으로 인센디오를 날렸다. 제발 그 요란스러우면서 고구마 하나 못 굽는 수준의 불길이 나오지만 않았으면. 이번엔 명확한 방향을 잡아 직선을 그리며 뛰고 있었다.
그동안 여얼심히 창밖에서 들려왔던 사감이 백궁에서 고구마나 먹고 있는 걸 보니, 역시 그 목소리는 거짓이었던 모양이다. 그 사실에 안심하면서도 체해서 음료수를 들이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갈 곳 없는 감정들이 괜히 분노로 모여드는 느낌이 들었다. 아, 정말, 이 인간, 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감님이─!
" ...수업 받으러 왔습니다. "
인센디오. 남아있는 고구마를 활활 다 태워버릴 듯한 불꽃을 띄운 지팡이를 겨눴다. 과연, 이번에는 고구마를 하이 웰던으로 구울 수 있을 만한 화려한 불꽃이었다. 아무튼 다 끝났다는 걸 말하는 것처럼.
지팡이도 말을 듣지 않는다. 돌겠다. 그는 지팡이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머리가 아득해졌다. 뒤로 한걸음, 두걸음 걷다 그는 결국 자리에 주저앉는다. 머리를 부여잡고 웅크렸다.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날카로운 웃음을 한번 쳐내고 그가 심호흡을 했다. 그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그저 학교를 다니려고 했고, 졸업만을 위해 달려왔다! 그런데 머리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한가득이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일 투성이다.
머리가 아팠다. 왜 자신이 뒤로 물러나서 공포에 떠는 지도 모르겠다.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죽음을 숭배하는 집안 사람이 뭐가 무섭다고 이렇게 떨었는지 모르겠다.
살면서 죄를 그리 크게 저지른 적 없는데 죄값은 천벌이다. 전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마법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지팡이를 던져버리고,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리고 한걸음씩 다가가려 한 것이다.
"대화가 통할 지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말하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세우려는 듯 그가 문 앞에 섰다. 눈의 동공은 반쯤 수축해있고 침묵하다 주체할 수 없는 공포에 몸을 맡기듯 되는대로 입을 열었다. 사람은 공포에 직면하면 무슨 말이든 하는 법이었다. 죽음의 공포를 느낄 수 없고 미지의 공포만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돌아가라. 이곳은 죽은 자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도, 죽을 사람이 있는 길도 아니다. 내 이곳에서 누가 더 죽을지 흥미가 생겨 아직 죽고 싶지가 않다."
1. 인간은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이해하려 한다. 또한 이해 자체로 인간이 편하다고 느끼는 경향을 지닌다. 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간에게는 욕구와 능력이 있으며,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화를 피하려는 욕구가 있으며 그것에 대해 위험의 가능성을 추론하거나 발견하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이 욕구를 중점으로 보았을 때, 인간은 욕구에 대한 수단을 초월적인 믿음에서 찾기도 하며, 그 수단이 종교가 되면 종교를 가진 집단의 생존능력은 다른 집단보다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또한 종교적 사고, 습관, 가르침, 가르침에 대해 믿음을 주는 행동과 사건. 즉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의 헤게모니는 곧 종교가 된다.
언더테이커는 뿌리가 Undertaker, 즉 장의사로 비롯되었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월적인 믿음을 찾았으며, 이들에게 종교는 허울 좋은, 높은 존재에게 기대 안식을 취하기 위한 허상에 불과하다. 때문에 허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보고 있으나 결코 구원하지도, 깨달음을 주지도, 전하지도 않는다.
2. 블랙번 가문은 극단적인 이상주의 가문으로, 멸문 직전 언더테이커의 선조가 도움과 생존에 대한 가르침을 준 이후 언더테이커를 주인으로 섬기는 군신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초월적인 믿음을 찾았으나 그 믿음이 변질되어 광신으로 변모하였다. 이로 인해 46대 가주 헬레나 제레미 언더테이커(결혼 전 미들네임은 헬레나 줄린 언더테이커다.)가 5시험 중 2시험을 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허상은 진실, 진실을 더럽힐 수 없다는 이유로 오래 된 세습과 규율, 전통을 폐지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였다.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는 이후 5시험을 통과한 이후 거울과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플래시백 증세를 비롯한 큰 PTSD 증세를 호소하였다.
발렌의 까마귀는 아성이 자신을 경멸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건지 신나게 죽은 쥐를 뜯어먹고 있었다. 물론 아성 역시 까마귀가 쥐를 먹는 것이 자신이 고기를 먹는 것과 별 다르지 않으며 쥐 같은 유해조수를 먹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실제 날것 그대로 먹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역겹기만했다.
아성은 발렌타인이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발렌타인은 현무의 학생대표 그리고 아성은 일반 청궁 학생 중 한명이니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알고 있다네. 하지만 어쩌겠나? 그대가 청궁, 주궁, 백궁, 현궁 순으로 마름모 꼴로 순찰돈다면 안 마주칠 방법이 있긴 한건가? 대체 어떤 루트로 해야 그대와 안마주치는 걸까? 난 모르겠네. 난 청궁 백궁 현궁 주궁, 그리고 다시 청궁 순으로 돌고 있으니 날 마주치기 싫다면 그대가 돌아가게."
아성은 그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되물었다. 물론 애초에 처음부터 거짓말이었으니 별 의미는 없지만. 까마귀는 쥐의 머리를 덥썩 물고는 한입에 삼켜버렸다. 발렌타인은 그런 까마귀를 걱정하는 듯 체하니 천천히 먹어달라며 부탁했다.
"까마귀도 체라는 것을 하나?" 아성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물론 체라는 것이 단순한 소화불량이기에 장기가 있는 생물이라면 모두 체를 할 수 있다고 알고는 있지만 까마귀가 쥐를 잘못먹어서 체할 수도 있다는 건 몰랐다.
"난 탈이 아니야. 발렌타인. 널 죽일 이유가 없고 죽이고 싶지도 않아."
아성은 발렌의 말에 짧게 반박했다. 아성은 발렌이 자신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 지 이해했다. 그의 말의 본래 목적은 만약 이곳에 있던 게 탈이었으면 그가 널 죽였을 것이라며 몸 조심하라는 뜻이었지만 표현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 아성은 발렌타인이 자신의 말을 '난 탈이 아니기에 널 죽일 수 없지만 탈이었으면 가차없이 널 죽였다.'라고 오해했으리라 추측했다.
"너 역시 잘 알고 있네. 탈을 쓴 녀석들도 아닌 나 조차도, 아니, 저학년도 마음만 먹으면 우리를 죽일 수 있어. 그런데 진심으로 우리를 죽이려드는 탈을 막기 위해 순찰을 돌고 있으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혼자 순찰을 돌고 있는 거야?"
아성은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아성은 청궁 감점 없이 무사히 도망칠 실마리를 찾아내었다.
"맞아, 그리고 그것이 네가 될 수도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지. 그런데 내 생각엔 이렇게 혼자 순찰을 도는 우리 중 한명이 될 것 같아서?"
아성은 발렌의 목소리가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지자 그가 되게 열받았음을 추측했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웃음을 참았다. 흥분 상태가 되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자신의 도발이 성공했다. 아성은 발렌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이라고 파악했다. 그는 이제 감점과 같은 째째한 수나 이성적인 대화보다는 폭언이나 폭력 같은 파괴적인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시 말해. 감점 없이 넘어갈 수 있다.
"또 한번 반대로 꼬아보자. 우리가 아무도 지키지 못한게 맞아? 마법부가 방치하고 있는 게 맞고 사감과 교수가 아무것도 안하는 게 맞아? 우리는 수백명을 지켰어. 마법부는 지금도 수 많은 악질 범죄자를 쫓고 있으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교수와 사감 역시 목숨을 걸고 우리를 지켰어. 기억안나? 사감 선생님 중 한명이 탈을 쓰면서까지 우리를 지키려고 한것?"
아성은 처음에는 크게 분개해하며 그를 한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한명의 선생이었고 사람이었다. 한명의 제자도 잃고 싶지 않아했던 연약한 사람.
"넌 네 자신을 과신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데 다시 묻자. 넌 강해? 아니, 당장 일반 학생인 내가 아즈카반행을 각오하고 너에게 금지된 주문을 날린다면 넌 방어할 수 있어? 아니, 내가 공격 주문을 날리며 널 죽이려한다면 넌 상처없이 날 제압할 수 있어? 그전에 날 이길 순 있어?"
순찰을 도는 건 고맙다. 어디까지나 학생들을 위한 일이니까. 하지만 아성은 탈의 위협이 학생들을 노리고 있는 지금. 아무런 대책없이 학생 대표 혼자서 순찰을 돌게 한 것과 발렌이 많은 사람들을 비난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본래 목적은 그를 적당히 도발한 후 도주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언행을 듣고 화가났다.
"네가 염을 직접한건 정말 고마워. 우리 대신 손을 더럽혀 준 것에 대해선 경의를 표하지만 그것이 네가 다른 이들의 노력을 모욕할 이유는 되지 못해."
아성은 선을 그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는 거야. 나도 너도 오늘은 그저 서로를 못본거야. 그냥 순찰 코스가 우연히 겹치지 않아서 서로 대화하지도 않은 거라고 알겠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말다툼하는 동안 서로의 경계선에 구멍이 생겼으니까."
화가났다. 그의 말과 행동에, 그러나 그의 말은 분명 맞는 부분이 존재했고 반박할 수 없는 부분또한 존재했다. 그러니 화가나도 참고 본래 목적을 이루기로 한다.
'감점없이 도주하기.'
아성은 자신이 발렌에게 했던 말을 되짚었다. 그리고 속으로 탄식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버렸다. 그는 부디 발렌이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가주길 바랐다.
그는 대놓고 욕하지 않는다. 품위나 그런 문제가 아닌 더 엮이면 귀찮다는 이유 때문이다. 굳이 미리 편지를 보낸 뒤 순찰을 돌면 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어린아이가 유치하게 말싸움 하는 현장은 더 싫었다. 비효율적인 대화와 빙빙 도는 말싸움을 하느니 백정과 반박자 늦는 대화를 하는게 몇배는 더 가치 있다. 지금 이 상황이 딱 그랬다. 그럼에도 딱 한마디 말을 얹었다.
"당연한 소리. 개와 고양이도 감기에 걸리지 않나. 병치레는 만 동물이 가지는 공통된 이치일세만."
무엇보다 달링은 성질이 나면 씹지도 않고 삼키는 버릇이 있었다. 자칫하다 기도라도 막히면 어쩔 셈인지! 그의 심장이 곤두박질 치는 순간이 여러번 있었다. 사랑스러운 달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파서는 안 됐다. 긴 수명을 가진 큰까마귀의 특성상 무려 10년을 함께 해온 사이라 있는 정 없는 정이 다 들었기 때문이다.
심기가 불편했다. 말을 해도 오해가 생기는 판국에 말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는 많기 때문이다. 특정한 사상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만나면 특히 그렇다. 사람은 문화가 다르지만 서로 같을거란 생각으로 대화를 한다. 그는 탈로 인한 죽음이 개죽음이라 해도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숭배하는 쪽에 가까웠다. 하나 둘 죽어가도 상관 없다. 그게 그라면 더 괜찮다. 죽기 전엔 뭐든 할 것이고, 죽어도 가문 사람들은 그러려니 살 것이다. 본인 살기 바쁘기 때문이며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성, 당신은 아니다. 탈의 죽음을 막는 것 자체가 의미있고 대단한 일이다. 한 사람도 죽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죽음을 아예 방지하려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건 당연하다.
새삼 부네인지 뭔지 하는 탈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였어도 주특기인 섹튬셈프라와 충분한 인간혐오로 인해 축적된 살의로 아바다 케다브라 마법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금방이라도 지팡이를 쥘 것 같았고, 눈은 따뜻한 온색 계열이었지만 현궁의 얼음 호수처럼 서슬퍼렇다. 손바닥에 늘어진 은실 밑의 로켓은 거친 바람결에 계속 흔들렸다.
"적어도 자네 말처럼 원내에 다시 탈이 들어오면 아무도 지키지 못하는 꼴이겠지. 마법부가 방치하지 않았다면 부네탈과 선비탈은 어떻게 아즈카반에서 탈출했지? 사감과 교수가 목숨을 걸고 지켰다면 왜 같은 수에 두번을 당하지? 교수가 탈을 쓰며 지켰으면 원내를 칠 계획임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있단 것 아닌가. 의심해야 할 것은 확실하게 규명해야 하거늘 왜 그런 언질도 없냔 말이었네."
신비한 동물 돌보기 교수가 탈을 썼다는 건 백정을 통해 알게 된 일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학생을 지키고 싶어서 깨트릴 수 없는 맹세를 했다는 건 타니아를 통해 알았다. 기가 찼다. 맹목적인 것은 변한다. 학생의 불신과 분열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처럼.
또 원점이다. 유년시절 사람을 평생 이해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고 그 철칙이 여기에서까지 쓰일 줄 몰랐다. 마음 같으면 모의전을 신청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그는 차분하게 심호흡을 하려 하며 눈을 잠시 내리감았다. 바르르 떨리는 몸이 내재된 화를 식히려는 듯 하다. 그는 보가보다 인내심을 깊게 키웠고, 대담한 사람일 뿐더러, 비효율적인 상황을 싫어했으며, 가문 자체가 남들과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 필요시엔 지팡이를 들고 사람을 죽이는 것도 좋은 지론이라 여겼다. 모의전을 신청했다면 시작하자마자 살인 저주를 날렸을 것이다. 흉기난동 마냥 섹튬셈프라 난사를 참는 생각만 6년. 덕분에 학교에 와서 인내심만 깊어져갔다.
알지 못하는 것은 의심을 깊게 하고 불신을 심어 균열을 일으킨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니 평생 서로를 이해할 일은 없겠군."
그 또한 선을 그었다. 적어도 현재 그는 표독하며 악독한 자다. 정의감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을 수가 없고 의무를 짊어졌기에 행할 뿐이다. 차라리 그렇게 되는게 낫다. 동정의 시선도, 안타까운 탄식도, 위로도, 공감도, 누군가와의 의기 투합도 필요가 없었다. 사상 자체가 다르니 일절 쓸모없고 무상(無想)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내의 사람을 이해할 생각도 없었다.
"받아들이지. 다만 건 선생님께 정식으로 여쭈어 인과관계를 확인한 뒤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순찰 루트를 다시 편성할 테니 그리 알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짜야 사람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겠는가."
기숙사 점수에 대한 것을 청궁의 사감에게 일임한다는 뜻이었다. 봐준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팔을 저 멀리 있는 나무 쪽으로 뻗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달링, 이리 온." 달링이 쥐를 바닥에 툭 밀어 던지고는 날개를 펼쳐 낮게 비행한다. 어깨 위에 안착하고 나서야 그는 당신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발렌타인 C. 언더테이커의 오늘 풀 해시는 사랑하는_사람에게_미움_받게_된다면_자캐는 : 사소한 것으로 미움 받는다면 달래주려고 최선을 다할수도 있겠네요. "무엇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더냐. 여기, 얼굴 마주 보고 말해야지. 응?" 하면서요.
다만 진지하게 다가서면 이게 당연한 일이겠거니 받아들일 것 같아요. 죽은 사람을 대해야 해서 가장 냉정해야 할 가문 사람이 과분한 걸 받았다는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니까요. 다만 이건 공적인 거고, 사적인 측면으로 가면 "무엇이 그리도 증오스럽더니." 하고 묻고는 원인을 제거하려 들지 않을까요..?🙄
((두번째 해시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라고 방생했어요))
자캐의_기본_자세 : 정자세네요. 다만 손을 영정 사진을 들 정도의 크기로 모으고 있어요. 소맷단이 크다보니 손을 모아둔 것 처럼 보이지만요.
주 단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인터넷에서_처음_만든_닉네임은 일단 순혈이라서 인터넷이라는 걸 아는지부터 물어봐달라. 진단 이놈아(진단:이러시는 이유가 있을거 아냐;;) 유니크한 닉네임을 쓸것 같은데 오너가 절대 유니크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예시는 못들겠다(??)
자캐의_의외인_설정 몇번 나왔는데 무의식적으로 어리광을 부리지 않는데 부린다는 점? 좀 애같은 점,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동물이 부릴 법한 스킨십같은 걸 좋아한다던가(목덜미에 뺨 부비기나 볼 감싸면 손에 얼굴 문지르거나) 하는 점.
죽지는 않는데 실력을 기를 수 있는 일이란 건, 결국 위험한 일이란 게 아닐까. 턱 위에 손가락을 올려 괜히 하는 행동으로 턱을 몇 번 쓸던 은은 축객령을 내리는 교수의 말을 따라 얌전히 자리를 떠났다.
그 뒤로 얼마나 지났던가, 은은 학교 앞 숲으로 가는 길에 섰다. (딱히 그러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지팡이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소중히 챙긴 지팡이를 꾹 쥐고서. 요즈음은 꽤 말을 잘 들어주는 듯했으나, 붉은 손자국 같은 괴이를 마주쳤는데 주인이 끌려가는 것보다야 잠깐 말을 들어주는 게 나았다는 의지일 뿐이었을 것이다. 이 지팡이, 진지할 줄을 모른다. 번쩍번쩍 하는 효과만 화려하고.
은은 좀 더 생산적인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도 여기 왔을까? 만티코어...를 잡으러. /이것만 쓰고 잠깐 다녀올게요!
이상한 사고에 휘말린 여파는 조금 길게 이어졌다. 기분을 달랠만한 것도 없으니 더 그랬다. 하필 그 날 왜인지 기타줄이 일제히 끊어진 탓이다. 그런 와중에 들을 수업이 천문학 하나 뿐이라니. 점수고 나발이고 방구석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잠이나 자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 하고 수업에 나가는 그녀가 있었다.
수업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끝났다는 말만이 귀에 쏙 들어왔다. 아, 드디어. 칼 교수가 말을 하던 말던 그녀는 가장 빠르게 교실에서 빠져나왔으나 그대로 기숙사로 돌아가 틀어박힌다는 예정은 이룰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괴수를 잡아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
불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얼굴은 구긴 것처럼 일그러진다. 쯧! 하고 혀를 찬 것도 모자라 아랫입술을 깨물며 치렁치렁한 머리를 올려묶는다. 탄력 좋은 머리끈으로 포니테일을 하자 평소보다 인상이 사나워졌다. 손바닥으로 미간을 꾹 눌러 풀어놓긴 했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사나운 건 그대로다. 그 상태로 그녀는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평소 가볍게 들던 손짓에 비하면 지금은 지팡이로 찌를 듯이 쥐고서, 성큼성큼 걸어 학교 앞 숲으로 갔다.
학생 몇이 이상한 일을 당했는데 수업은 여전하다. 백정의 권유로 잠을 자긴 했지만 그마저도 30분정도 지나니 눈이 저절로 뜨여 하루를 꼬박 새웠다. 다크서클이 좀 사라지나 싶으면 이런 일이 생기니 환장할 노릇이다. 한참 옆에서 낯선 숨소리를 듣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맞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니 천문학 수업이 있는 날이다. 하늘로 운세를 점친다는 자체가 그로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구름과 별, 달의 움직임이 대체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칼 교수는 예언을 했다.
사람이 가장 화가 난다는 순간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아무튼 그렇다. 그렇지만 달리 화는 나지 않는다. 이젠 아! 뭐 일이 터지려나보다! 하는 생각이 당연하게 됐다. 고작 몇개월만에 적응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젠 스트레스를 탈에게 푸는게 당연해진 것 같았다. 만티코어를 잡기 전 준비해야할 것이 몇가지 있어 그는 기숙사로 잠시 들어갔다.
"만티코어를 잡을 예정이다. 위험할 지도 모르니 오늘은 데려가기 어렵겠구나. 그래도 따라올 것이면 창문을 통해 나오려무나. 혼자 있고 싶다면 안에 오레오가 있으니 먹으면서 기다리렴. 오래 걸리진 않을 게야. 다만 달링이 괴롭히면 바로 말해야 한다."
뭔가 삼킨 그는 머리를 틀어올린다. 헐겁게 틀어올린 머리카락 뒤로 그가 지팡이를 챙겨 기숙사 밖으로 나선다. 따라오든 말든, 만티코어 패는 일이 더 중요했다.
아성은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니플러들만이 고개를 내밀고 있을 뿐. 혜향교수는 절룩거리며 학생들에게 다가왔고 아성은 혜향교수의 전적이 있는 터라 그를 경계했다. 그의 본성은 나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다. 그는 한때 탈의 일원이었으니.
가증스러운 얼굴. 저 위선자. 레오는 입술을 살짝 깨물곤 가만히 노려보았다. 뒤에 있다 이거지. 몸풀이 상대따위가 아니라 잘못하면 정말로 크게 다치거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비한 동물이라면 관심이 있는 과목이라 열심히 공부했었고, 그 교수님도 좋았.. 아.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 비켜 "
레오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혜향교수를 노려보며 그 앞에 섰다. 그리곤 어깨로 툭 치고 지나가며 저 쪽에서 자고있다는 만티코어를 찾아나섰다. 또 가슴이 아프다. 뭔가가 쿡쿡 찌르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가 너무나도 불편한 기분. 몸 속에서 파도가 치는 기분. 레오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머리가 많이 길었구나. 자자, 중요한건 이게 아니지.
빨리 빨리 해치우던가 하고 돌아가고 싶은데, 막상 학교 앞 숲까지 나오니 안 보인다. 그 만티코어, 작은 크기도 아니라 쉽게 보일텐데 어디로 숨은 건가. 다시 주름 잡히려는 미간을 눌러 펴놓고 한숨을 푹 내쉰다. 오는 동안 씹은 입술은 붓다 못해 너덜하다. 그래도 괴롭힐 부분이 그것 뿐이었으니 계속 입술을 잘근대다가 혜향 교수와 마주쳤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표정을 구겼다가 펴고 예의상 고개만 꾸벅 숙였다 들었다.
"네."
친절하게 그 위치를 알려준 혜향 교수에게 단두대로 싹뚝 자른 것마냥 짧은 대답을 하고 가르쳐준 방향으로 걸어갔다.
어딜 갔나 했더니 처자고 있었다 이거지. 팔자가 늘어졌네 아주. 지팡이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손을 쥐었다 풀기를 반복하며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만티코어가 보이지 않는다. 니플러를 본 그는 자연스럽게 손가락의 반지를 숨긴다. 6년동안 모노클을 수십개나 헌납했고, 더이상 뺏기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이다. 저 작고 귀여운 두더지를 닮은 생물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갈레온을 소비했는지! 간식비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혜향 교수를 본 그는 이해하는 양 대충 두어번 고개를 끄덕인다.
"잔다니, 팔자 한번 좋군요."
숲 안으로 들어가며 그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새삼 생각해보니 대체 원내에 왜 만티코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검은 단발머리 가진 조막만한 지팡이 심 제작자 녀석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며 방방 뛸게 뻔하다. 지금은 자기 집에 돌아가서 은둔생활을 한다지? 어디 있을까. 그는 일단 무작정 걷기로 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발소리 없이 걷는 건 익숙하다.
보이질 않네. 얼타서 두리번거리던 은이 빼꼼 고개를 내미는 니플러를 보기 위해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숙일 때, 혜향 교수가 그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프우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보니,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던 양으로. 만티코어의 위치를 알려준 것에 은은 예의 갖춰 고개를 숙이고 숲을 향해 걸었다. 자고 있을 때 급습할 수 있다면 비겁하긴 하지만 그만큼 좋을 게 없다.
그렇지만, 역시 숲은 무섭다. 모르고 나뭇가지를 밟는 작은 소리에 놀라고, 숲을 서식지 삼은 동물들이 뛰쳐나오는 게 무섭다. 몸을 움츠리지는 않고, 지팡이가 어디든지 금방 겨눠질 수 있도록 긴장이 팽팽하게 드러난 손 안에 모순적으로 느슨하게 잡혀 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걷다보니 보이는 건 없고 뭔가 움직이는 소리만 들렸다 말다 한다. 거대한 뭔가가 스치는 소리, 소리, 그 놈의 소리! 모든 사단은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울음 소란 소동 습격 환청 전부.
그녀는 지팡이로 귀를 찔러버리고픈 충동을 참으며 손을 움켜쥐었다. 너덜한 입술을 깨물자 픽 하고 찢어지며 혀끝이 비릿해진다. 어린 날, 하도 입술을 물어뜯어 혼났던 기억이 떠오르자 조금은 기분이 누그러지는 듯도 싶다. 잠시 멈춰서 깊게 심호흡을 한번 하자 그보다 조금 더 나아진다. 부디 이대로면 좋을텐데.
손에 무리하게 들어간 힘을 풀고 그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주변에서 누군가의 기척이나 외침이 들렸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그녀가 가고자 하는 길만 무심하게 나아갔다.
어느 순간부터 다른 이들의 모습이 수풀 너머로 사라지더니, 이젠 보이지 않는다. 너무 흩어지는 건 아닌지. 그런 걱정을 한다. 숲 한가운데를 이렇게 걷고 있자니 오싹한 기분이다. 가뜩이나 최근의 사건들 때문에 더 그럴까. 목덜미를 타고 오르는 소름에 살짝이 몸을 떤다. 그러다 들려오는, 바람을 가르는듯한 소리에 자리에서 멈춰 선다. 자세를 낮추고서, 나뭇가지라도 밟아 부러뜨릴까 아래를 살피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한다.
이 점 여섯 개에 얼마만큼의 고뇌가 담겼는가. 조심스럽게 숲을 헤맨다고 생각했더니만, 죄수복을 입은 세 명의 마법사와 마주쳐서 들키기까지 한 상태라니. 발밑에 밟혀 부러져 있는 고얀 나뭇가지(그렇게 피한다고 피했지만 결국 불행에는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가 미웠다. 최근, 도망칠 일만 많았다는 게 생각났다. 붉은 손바닥과 덜컹거리는 기숙사 방. 꽉 막힌 공간이 무서워서 노숙을 생각하기도 했다만 은이 노숙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회상할 때가 아니었다. 그저 이번에도 도망쳐야 할 순간인 것 같았다.
죄를 지었다면 감옥에나 들어가 있을 것이지, 군들은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느냔 말이야!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은이 곧바로 돌아서 뛰었다. 교수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지만, 대체 누굴 부른단 말인가? 혜향 교수?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맡기려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었다. 이곳에 다른 교수들이 있을지도 의문이었지만.
우선 오던 길을 돌아가려고 한다. 적어도, 학교에 가까운 길이 나올 것이다... 은에게 숲 속을 헤매다 완벽하게 왔던 길로 돌아가는 능력 따윈 없지만 목표로 잡는 것만은 자유겠지.
윤이 은에게 물었습니다. 어디 가는 건지 묻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가는 걸 막아세우듯 앞에 섰습니다.
' .. *베르밀리어스. '
*불꽃을 위로 피우는 주문.
윤이 지팡이를 하늘로 겨눴습니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 연기 같은 붉은색 불꽃이 하늘을 향해 떠올랐습니다.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여기 자리에서 벗어나면, 다시 어떻게 돌아올 건지는 생각해야 해. 그게 아니라면, 자극시키지 않고 알리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아. 그리고..... 저 마법사들, 위험한 마법사들이니까.... 이걸로, 사감 선생님들과 교수님들도 알아챘을 거야.'
섣불리 공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윤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공통]
하늘 위로 붉은 불꽃이 보였습니다. 자, 그 방향으로 달려갑시다.
당신들이 도착하면, 4명 정도 되어보이는 죄수복을 입은 마법사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윤이 그들을 대치하듯이 서 있군요. 학교 쪽 방향에서 4명의 사감이 달려오는 게 보입니다.
' 왜, 저 마법사들이..? '
리 사감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순간, 네 명의 마법사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막지 않으면, 그들이 저주를 날릴지도 모릅니다. 막으려면, 프로테고나 프로테고 막시마를, 저 마법사들의 지팡이를 떨어뜨리고 싶다면, 엑스펠리아르무스를 공격하려면 폭파 주문인 엑스펄소나 봄바르다, 불을 쏘는 주문인 인센디오가 좋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묶기 위한 인카라서스가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만티코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작 그녀를 부르는 건 다른 방향이었다. 하늘 위로 떠오른 붉은 불꽃을 보고 그냥 또 한숨을 내쉬었다. 나쁜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지.
가기 싫은 다리를 끌어 불꽃이 쏘아진 곳으로 향하니 죄수복 차림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그들만이 아니라 윤도 있었고 사감들도 있었다. 언젠가와 똑같은 구도다. 단지 상대가 다를 뿐. 그래. 그래. 이럴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어. 그녀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새롭게 터진 자리로부터 흐르는 피를 혀끝으로 핥으며 지팡이 든 손을 들었다. 짧게 외운 주문과 함께 냉기가 쏘아졌다.
"글레시우스."
일단 주둥이부터 막아 주문을 외우지 못 하게 만들자. 그 다음엔 사지를, 아니 목을 끊어버릴까. 됐다. 어디든 좋으니 끊어버리자. 제 기타줄이 끊어진 것처럼.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만티코어를 찾았거나 위험한 일이 생겼다는 신호다. 최근 일어나는 일을 보니 후자인건 확실하다. 하늘을 계속 보고있어 다행이었다. 적어도 일이 터지는건 누구보다 먼저 볼 수 있었지만 이게 정말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이번에도 싸움이 벌어지면 다행인 일이겠다.
그는 가장 먼저 보았음에도 가장 늦게 도착했다. 느긋하게 걷고 걸어 마주한 4명의 마법사와 한마리의 개를 보고 지팡이를 소맷단에서 꺼내 겨눴다. 이제는 마주하는 것이 일상이다. 하기 싫은 숙제를 하듯 몸이 미적미적 움직인다.
고매기의 지팡이 끝에서 뿜어지던 불이 은 하의 방어 주문에 상쇄 되었습니다. 윤이 고개를 까딱이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곧이어, 스베타가 자신에게 다가온 것을 발견한 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왜 왔는지 모르겠는 눈치입니다. 다행히, 사감들은 제 때 도착했습니다. 펠리체의 주문에 맞은 신밧드가 주춤,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그대로 얼어붙었기 때문인지, 그는 버둥거립니다.
' ..... 아씨오... '
발렌타인의 주문에 지팡이를 손에서 놓친 오랭지는 아씨오 주문으로 다시 지팡이를 쥐었습니다. 그리고 발렌타인을 향해 겨눴습니다.
' 봄바르다. '-대상: 발렌타인 ' 뭔가 이상한데... 감 쌤은 어떻게 생각해요!? '
건이 미간을 찌푸리곤 감에게 물었습니다. 감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 전혀! 귀엽지 않아요. '
인간좋아! 인간 사랑! 을 외치던 감이 딱 잘라 말했습니다. 건은 어깨를 으쓱이곤 오랭지를 향해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인간의 반응은 본능적인 것이다. 엑스펠리아르무스 주문을 맞으면 최소한의 반응이라도 있어야 했다. 최소 몸을 움찔 떨거나 악 소리라도 나는게 일반적이다. 아니면 뒤로 휘청거리는 느낌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는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거나 고통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부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4명 모두 그런 체질일 확률은 적지 않을까? 디멘터의 키스를 받아도 마찬가지다. 머리 한구석에서 다시 사이렌이 울렸다. 이 상황은 잘 짜인 판 같았다. 이내 명료하게 답이 떠올랐다.
"임페리우스 마법이군."
조종 마법이다. 이전에도 이런 일은 한번 있었다. 금지된 마법을 숨쉬듯 쓰는 사람들인데 두번이라고 없을까? 봄바르다에서 다가 들리는 순간 그도 지팡이를 휘둘렀다.
공격의 징조도 없는데 불길함만 앞서 방어주문을 써 얻어걸렸건만 돌아온 감사에 은은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사감들이 도착한 것으로 아군의 인원수는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날아간 봄바르다... 는 알아서 대처한 것 같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지팡이를 세우고, 입술을 달싹인다.
반응조차 없다. 그는 임페리우스 마법에 조종당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주문을 외우기 위해 지팡이를 다시 겨눴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녹색 광선을 뒤로하고 곤 사감이 쓰러진다. 미동도 없는 완벽한 시체다. 그는 쓰러진 곤 사감을 한번, 그리고 탈옥한 죄수를 한번 쳐다본다. 사람이 죽었다. 타니아의 말로는 리 사감이 죽었다 살아났다 했으니 완전한 죽음은 아니다. 그는 손을 모았다. 기도를 하듯 손에 깍지를 끼고 잠시 입술을 달싹인다.
Defunctis requiem da, et sine fine dolores vivorum.
지팡이가 살을 뚫는 감각은 그녀가 언젠가 남매의 팔을 꺾어버렸을 때를 연상시켰다. 살아있는 것을 해했을 때의 감각은 상대가 누구든 그 부위가 어디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그녀가 지팡이를 뽑자 흐르는 피가 얼굴과 머리카락에 튀었다. 손톱보다 작은 틈이지만 목은 치명적일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알아듣지도 못할 상대를 향해 중얼거렸다.
"당신."
언젠가 남매에게 했던 말을.
"왜 안 죽어요?"
그녀는 자신이 희미하게 웃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모르는 채 웃으며 피 묻은 지팡이를 들었고 그녀가 찔렀던 목을 향해 주문을 날렸다.
타는 냄새가 난다. 불길에 꺼진 생명에게서 나는 냄새는 절대 좋지 않다. 탄내가 머리에 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평소 싸움이 난 학생을 중재하기 위해 쓰는 리덕토는 위력이 결코 강하다고 할 수 없다. 스투페파이와 함께 상대를 저 멀리 날려버릴 생각으로만 썼지만 전투시에는 완급이 달랐다. 그는 누군가를 확실하게 제압할 생각이었고, 오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 둘의 시너지는 어마어마했다. 신체의 일부가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그는 튀는 살점을 소맷단을 들어 가렸다. 핏자국을 지우려면 집요정이 고생할 것이다. 알게 뭔가? 임페리우스 저주가 저렇게 지독하게 걸렸다. 그는 예술품을 관찰하듯 천천히 훑는다.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화장이 확정 되었군 그래."
관에 예쁘게 못 들어가겠다는 뜻을 저렇게 돌려 말한다. 그는 죽음을 인지하는 자이며 죽음은 인간에 의해 비롯된다. 우리 또한 인간이니 마땅히 내세로 보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는 다시금 지팡이를 휘둘렀다.
"리덕토."
이번엔 지팡이를 든 팔이다. 최후는 봄바르다로 장식할 예정이다. 머리를 한번에 터뜨리면 죽음의 순간도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공격이 가로막힌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리덕토. 사람에게 리덕토가 날아들었다. 몸이 산산조각났다. 그런데도 그 대상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괴리감이 징그러웠다. 사람이 공격마법을 받아내는 건 징그러웠다. 단지 움직일 수 없게 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만 하고 다친 것엔 신경쓰지 않는 건 징그러웠다.
발렌타인 C. 언더테이커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미래를_볼_수_있다면_미래를_바꾼다_바꾸지_않는다 : 바꾸지 않는답니다.😳 운명은 흐르는 대로 두는 법이고, 손댔을 때 어떻게 될 지, 어떤 여파를 가져오고 무엇을 대가로 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벨은 불확실한 확률에 기대느니 확정된 미래에 기대는게 훨씬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특히 죽음에 관한 미래를 본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거고요.😊
오너조차_잊고있었던_자캐의_설정 : 이거 덕분에 생각났네요!😳
자캐를_처음_짤_때_그렸던_장면이나_문장 : 세상의 시선은 참혹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배척한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발렌타인은 자신의 다른 점을 알고 세상과 타협했다.
만약의 얘기니까 풀어보자면, 얜 그냥 세상에 나와보지도 못 했을 듯. 가문에서 평생 가두고 키우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빡쳐서 가문 부수고 나와서 희대의 빌런이 되거나...
천둥번개_치는_날_자캐는
평소랑 똑같이 다니는데 이제 천둥번개 칠 때마다 움찔하거나 작게 놀란다. 어릴 때는 잠잠해질 때까지 이불 쓰고 얌전히 방콕했다.
자캐식으로_네가_제일_좋아
"응. 응. 그랬다니까, 어, 응?" "갑자기 그건 왜?" "아- 굳이 꼭 그렇게 들이대는 이유가 뭐야 대체?" "엎드려 절 받기잖아. 꼭 들어야겠어?" "알았어 알았어. 한번만이니까 잘 들어?" "나는- 그러니까-" "네가 제일 좋아. 제일 사랑해." "후후, 얼굴 빨개졌대요. 자기가 해달래놓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