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퀘스트(제한, 주의사항 확인 필수): https://www.evernote.com/shard/s662/sh/409d36f0-d625-4fa8-8df0-9df4bb9aee95/030cc87ff6ca3c1a1cd392b6299bf69c
10. 웹박수: https://forms.gle/mss4JWR9VV2ZFqe16
MA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음료는 계절에 어긋나게 싹을 틔워서 꽃을 피우는 국화꽃으로 만든 국화주다. 그렇기에, 그 신에게서 태어난 신수들을 모시는 동화학원에서는 학교의 학생이나 교직원이 사망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추모하고 MA에게 그들의 영혼을 잘 지켜달라는 의미로 국화주를 바치게 되었다.
안정적인 걸 원할 때, 인가. 딱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오늘은 여기가 좋겠다는 생각이 주된 이유였다. 적당히 걸을 수 있고 행여나 누군가와 마주칠 가능성이 희박한 곳이니까. 그 가능성이 이렇게 맞을 줄은 몰랐지만.
"그다지 의미 없긴 하지만, 그런 걸로 하죠. 이곳에 와서 편안함을 느끼고자 한 것은 맞으니."
붙을만도 한 물음이 더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기로 한다. 무의미한 질문에 일일히 대답하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내키지 않아하는 것이었다.
걷던 중 걸음을 느리게 하며 뒤를 힐끔 보니 때마침 단태가 숲 쪽을 보고 있었다. 어둑한 사방 탓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단태의 귀 아래로 흔들리는 무언가를 보았다. 분명 전에는 없었던 거다. 원래 가졌던 것일까, 아니면? 떠오르는 의문을 한쪽으로 밀어놓으며 말을 받았다.
"켕길 짓은 하지 않을테니 감시를 한다 해도 딱히 신경쓰지 않아요. 오늘은 정말로 걷기만 하려고 나온 거니까요."
같은 말을 했던 저번엔 절벽에서 다이빙을 했었으니 그다지 신뢰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뭐 어떤가. 그 날도 오늘도, 그녀는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켕기는 마음 따윈 일절 갖고 있지 않았다.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그냥 걷기만 할 거였지만.
"경험담이라면, 상대가 뭘 숨겨서 그로 인해 슬퍼했거나 삐졌거나, 그런거 말인가요?"
되돌아온 질문에 다시 돌아보자 이번엔 목걸이를 만지는 단태가 보인다. 저것 또한 못 보던 거다. 귀걸이 만이라면 모르겠지만 목걸이까지 함께라. 그녀는 자신이 손수 채웠던 목줄을 조용히 떠올렸다. 어쩐지, 같은 의미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만 했다.
"맞긴 하죠. 경험담. 제 경우는 제가 지레짐작하거나 안달나서 그렇긴 해요.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내서 전부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지는 거, 그런 소유욕은 지극히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태생 따윈 상관없는 인간으로서의 본성 중 하나- 라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휙 돌렸다. 발 밑의 이끼를 가차없이 짓뭉개며 단태를 향해 돌아서서 싱긋 웃었다. 어둠 속에서 금빛 눈이 반짝였다.
"그런 제가 보기에 선배의 행동 역시 소유욕의 일부로 보이지만, 아니라면 하루 빨리 시원하게 털어놓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다시 가던 길을 이어간다. 느긋한 걸음이 착실하게 족적을 남기며 나아가고 있었다.
어떤 감정으로 상대의 목을 졸랐던 걸까. 환상에서 헤어 나오고서, 헐떡이며 그동안 막히었던 숨을 몰아쉰다. 핏줄을 타고 산소가 돌며, 놀래었던 마음도 조금은 진정된다. 생각대로 유리병 만큼 저 공 역시 위험한 것이었다. 피곤한 얼굴로 페인트가 묻은 시트와 이불을 끌어모아 품에 안자, 그 속에 딸려온 다른 페인트 볼이 팍, 하는 소리를 내며 터진다.
리치의 보금자리 손질까지 마치고 제 몸단장을 마친 그녀는 이제 슬슬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했다. 아무리 난리가 나도 밥은 제때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리치에게도 밥을 챙겨주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와 식당에 간다. 가는 동안에도 별별 꼴을 한 학생들을 보고 한번은 웃은 듯도 싶다.
가면서 찬찬히 살펴보건데, 이번에는 동물 의태가 토끼만이 아닌지 온갖 동물의 모습들이 있었다. 하긴 날개도 있었지. 그녀는 자신에게 귀와 꼬리가 난다면 여우의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귀는 쫑긋하고 꼬리는 하나 말고 세개면 딱 좋을 거 같은데. 그런 모습을 하고 무얼 할지는 뻔할 뻔자였다.
"오."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때마침 굴러오는 페인트볼을 발견했다. 이제는 반갑게 그 공을 잡아 지체없이 터뜨린다. 소리와 달리 간질하게 터지는 감각에 이번엔 또 무얼까, 하는 기대감이 슬금 들었다.
그의 책상에는 일전에 배운 어둠의 마법 방어술 복습을 위한 양피지 여러장과 깃펜, 잉크, 그리고 초콜릿이 담긴 하트모양 상자가 있다. 질서정연한 책상 위의 물체는 지난 6년동안 위치가 변하는 법이 없다. 손을 뻗어 초콜릿을 먹을 위치도 정확해야 하고, 잉크를 적시기 위해 놓인 잉크병도 늘 그자리에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실수로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짜증이 났다. 그게 당신이나 달링이라면 인내심을 백번 발휘해서 참겠지만, 가문원이라면 참지 않고 성질을 내며 관에 20분동안 생매장을 했을 것이다.
그는 이번 복습을 모두 마친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크룩스를 그냥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았다. 가설이지만 매구는 호크룩스를 찾기 위해 학교를 습격하는게 아닐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나? 그는 손을 뻗어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고 씹었다. 퍽 소리가 났다. 그는 더러워진 양피지와 입에서 뚝뚝 흐르는 페인트를 보며 미간을 짚다 휘청이더니, 기절해버렸다.
>>0 [스베틀라나 이브코프/리의 술 빚기] 수행 백궁은 기억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조화를 놓쳐 떨어트릴까, 손가락 끝으로 조화를 살며시 누르고서 리 사감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러운 걸음을 옮긴다. 발을 떼어낼 때마다 찰랑이며 물소리가 울린다. 이내 리 사감 앞에 선 스베타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서, 병과 함께 흰 조화와 부적을 내밀어 보인다.
"물병은 감 사감님께서. 부적은 무기 사감님께서 리 사감님께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그리고서 당연히도 스베타는 리 사감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인다. 숨소리조차 죽인 채 조용히 의식의 과정을 지켜본다. 그 모습은 영혼을 달래고 위로하는 듯 보였을까. 이내 조화가 병에 담기자 스베타는 뚜껑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