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퀘스트(제한, 주의사항 확인 필수): https://www.evernote.com/shard/s662/sh/409d36f0-d625-4fa8-8df0-9df4bb9aee95/030cc87ff6ca3c1a1cd392b6299bf69c
10. 웹박수: https://forms.gle/mss4JWR9VV2ZFqe16
MA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음료는 계절에 어긋나게 싹을 틔워서 꽃을 피우는 국화꽃으로 만든 국화주다. 그렇기에, 그 신에게서 태어난 신수들을 모시는 동화학원에서는 학교의 학생이나 교직원이 사망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추모하고 MA에게 그들의 영혼을 잘 지켜달라는 의미로 국화주를 바치게 되었다.
situplay>1596279087>993 까고보면(?) 멀쩡하진 않은 첼이라구~~ 무엇이 독이고 무엇이 오염일지는... 나중에~언젠가...?
situplay>1596279087>995 안그래도 비설 때문에 가문족보나무 생각을 자주 하고 있었는데 딱 나타내기 좋은 진단이 나왔지 뭐야 ㅎㅎ 그 한시간 반 연주하고 바이올린 내려놓자마자 기절할 뻔 하긴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음~~ 그치 사랑은 대단하면서 무서운거야...(비설 봄)(안봄)
머ㅜ야? 오늘 안에 통과 안될줄 * (드디어)(3년이나 버텨 놓고서)4학년 때 청궁을 탈출하기 위해 기린궁 면접을 보는 걸 진지하게 생각했지만, 배정받은 지금 기숙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기숙사로 옮기려는 건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하지만 했어야 했다. * 주변에서 미 하와는 동명이인으로 여겨지는 중. 성이 뒤인 게 도움이 되었다.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건 비꼬는 걸로 들리겠지만.
은주 반가워요!!😊 까칠예민병약이지만 내사람에겐 나...름 친절한 벨 오너 벨주랍니다. 잘 부탁드려요!!🥰🥰
소주도 어서오세요!!((꼬옥 안아요!!))
너무 습해서 샤워를 하고 오는데 세상에, 엄청 큰 모기가 있어서 혈투..를 벌이다 왔어요.🤣
>>7 앗!😳 음..🤔 으음..어렵네요..😂 관리가 아주 잘 된 묘지터가 아닐까요? 장미 덤불로 벽이 세워져있고, 십자가 묘비가 가지런히 놓여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러 사람이 오가겠지만 정작 덤불이 미로처럼 되어있어서 그 묘비를 찾긴 어려울 것 같아요. 찾는다면 새로운 안식처를 발견하는 셈이죠.🤔 아마도요?
어라, 쇼고주. 전혀 주제넘거나 죄송해할 일이 아니랍니다. 상황극판은 모두가 즐기러 오는거고, 사정이 있다면 쉬시는 분도 계신 거예요. 누구나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는거고 남겨지신 분들도 모두 이해하니까요. 기다리다가 돌아왔을 때 반가워요. 하면 되는 일이랍니다. 그러니까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먹자구요.((꼬오옥 안아요!))((토닥토닥..))((땃주도 꼬옥 안아요!!))((도담도담..!!))
오 그리고 내 발언때문에 어장 분위기가 싸해진 거 아닌지 미안한걸. 특히 소주....음~~~ 절대로 주제넘지도 않았어. 절대절대. 내가 민망하고 부끄러운 기분을 못참아서 그러는거구. 그러니까 소주가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괜히 이야기한 것 같네. 미안해. 그러니까 주제넘었다는 말은 그만! 알았지?
스레 덜 쌓였으면 정주행이라도 할 수 있는데 28스레는 무리네 ><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기라도 해야겠어. 그래도 4학년은 기숙사별로 한 명씩 있네. 동기가 있으면 됐다구! 이제 저번 이야게 같은 걸 대강 보긴 봐야 하는데... 시트 쓰느라 너무 늦어졌네. 스레나 보다가 자야지.
>>94 괴짜 떠돌이 예술가 혼혈 마법사 집안이란 걸 알고 있다는 게 특이하긴 해도 무거운 건 아니잖아? 집안끼리의 친분이 있다면 하 가문의 비장의 명작 그림 같은 걸 선물받았을 수도 있긴 하지만. 난 둘이서 마주쳤단 게 더 끌려. 은이의 부모님이 여간 귀찮은 사람이 아니라서...
>>99 가문이랑 가문이 만났으면 은이가 땃태를 만났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편.....이라기보다는 대화를 못해봤을거야. 은이네 부모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둘이 우연히 만났다면 은이에게 썩 좋은 첫인상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 나이는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어? 10세 이전에 만났다면 은이가 지금의 땃태와 그때의 땃태 분위기에 괴리감을 느낄 수 있겠고. 아니면 그냥 가볍게 마주쳐서 대화 조금 나눠봤다는 사이로?
>>105 결론만 말하자면.....좀 뒷덜미가 싸늘해지는 느낌이 들정도로 달라진 케이스야. 소주에게도 말했지만 단태는 반사회적 인격(성격)장애를 약하게 타고나서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없고 폭력적이며 무감했는데 이걸 가문 사람들이 어찌어찌 예쁘장하고 그럴듯한 옷처럼 입혀놓은 게 위키에 나와있는 성격이거든. 10세 이전에 만났다면 높은 확률로 무감하게 어두침침하게 탁한 암적색 눈동자를 가진 단태가 작은 동물이나 자기보다 큰 어른을 약간 나쁘게...하고 있는 걸 봤을테고. 높은 확률로 단태와 단태의 쌍둥이 언니를 봣을거야. 아니 근데 은이 들고 탈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6-108 은이는 기본적으로 위기엔 많이 노출됐어도 악의엔 노출되지 않은 편이라 단태와의 만남이 많이 낯설었겠네. 그런 상황을 봤다면 그럼 안돼! 하고 달려들었을지도 모르고. 동화학원에서 다시 마주쳤을 땐 애가 그렇게 컸다고? 라면서도 그럴 수 있지. 많이 변했네. 라고 생각할 거야. 그때의 모습이 생각나서 찜찜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때라면 단희도 볼 수 있었구나. 은이가 단태의 성격(겉)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완전히 알게 된다면 자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테니까, 부모님의 선의와 걱정(부담스럽긴 해도)으로 본질을 감추고 있는 자신을 단태에게 떠올려 보지 않을까 싶네. 아무것도 모르고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게 되어 그걸로 단태 자신도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 적어도 다른 사람 앞에선 평범하게 굴 수 있도록 가르치고 위장시켜 둔 게 아닐까, 은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때까지'라면 단태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스스로 정할 수 있을 때까지'인 거라고, 실제로 어떤진 몰라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109 애기 쇼고... 이런 아이를 멋지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개화한 폭력성과 온화함이 곁들여져 있는 아이를... 이렇게 어설프게(?) 장난스러운 애라면 청궁 애들이 흥미있어 하겠다 싶어서 청궁 애들에게 역공을 날릴 만한 장난의 참모를 해주려 했을지도 모르겠네.
>>113 ((오 그렇구나. 이건 또 굉장한 걸 알게 된 느낌인걸)) 안돼하고 달려들었다면 은이가 단태에 의해 다쳤을 수 있으니까 그건.....((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죄책감이 듬)) 은이가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단태가 은이를 바로 알아봤을테고. 그게 아니라면 은이만 단태를 알아볼거야. 물론 첫만남에 단희가 같이 있었으면 다치지는 않았을듯해:) (사실과는 정말 다른 방향성이라는 걸 짚어본다) 그렇게 좋은 의미로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은이도 단태랑 비슷한 면이 있다는 걸 슬퍼해야할지 어째야할지 고민이야 8ㅁ8 그렇게 생각하는 은이를 굳이 바로잡아주지는 않는 단태가 떠올라서 은이에게 미안하고. 막.. 아이고 우리집 애 성격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교활한게 뱀같고 잔혹하기가 이리같아서 말입니다 o<-< 이 선관으로 가면 단태가 능글능청맞음을 10%정도 발휘할 것 같네.
>>117 위기에는 부모님이 다들 강하다 보니 별 신경 안 썼지만 딸아이에게 오는 악의엔 민감했으니까. 그때랑 지금이랑 좀 달라진 게 있다면, 마냥 둥글었던 어린 시절보다 분위기가 좀 더 차가워졌단 점이지(정말 분위기만!). 알아보기 힘들진 않겠지. 사실 다쳐버리는 쪽이 더 취향인데 그랬으면 단태에 대한 은이의 인상이 최악일 거 같아서 단희도 같이 만났다는 걸로 해야 하려나.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은이는 그래도 그 태도가 잘 맞고 몸에 익어서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거니까, 안 좋은 일은 아니지. 은이가 멋대로 오해한 건데 뭐... 슬리더린 최적화 인재인가? 10%가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모르겠지만 적은 거라면 좀 진지하겠네.
은주 잘자라굿:) 선관은....이어놔야지. 그래야 내가 일어나서 까먹질 않어야ㅋㅋㅋㅋㅋㅋ 슬슬 선관 마무리일 것 같으니 천천히 이어달라구?
>>118 그래서 은이 부모님이 그렇게 과보호하시는구나. 악의에 민감하셨다는 건.. 이게 은이 비설과 연관되는 것 같고. 흠,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을게. 다쳐버리는 쪽이 취향이면 단태가 또 이케저케할 때 단희가 등장했다는 쪽도 괜찮아. 사실 이렇게 하면 은이가 단태를 최악으로 생각할 것 같은데:0 공격하는 이유도 어, 봤어? 그럼 너도 이렇게 되야겠네<이거라((새삼 캐릭터의 인성이 너무 최악이라 울고마는 땃쥐)) 슬리데린보다는 죽먹자쪽에 가까운 인재(?)지. 헤죽헤죽거리면서 대하다가 갑자기 정색한다던가....음! 진지하기도 하고 은이 생각이로는 여기서 이 대답이 아니라고? 하고 생각할 정도로 엇나간 대답과 그런 느낌의 감정을 보일거야 응.
>>127 🤔 보통 날을 새고 난 뒤에 붙을 말은 아니지? 세상에 게임한거냐구....물론 주말 게임은 아 ㅋㅋㅋ못참지ㅋㅋㅋㅋㅋ긴 하지만((이마탁)) 그으....일단 새벽을 불태우던 정이 있으니까...첼주가 안보이면 그렇지 뭐...((외면)) 아냐 절대 민망해서 아니니까!
>>120 과보호하는 건, 하 가문의 후계자가 하나밖에 없는데 은을 잃으면 피가 끊긴다는 이유도 있지. 가문 종특인 초감각도 없는 애라서 더욱 그렇고. 어렸을 때 아이를 악의에 노출시키지 않는 건 하 가문의 일종의 지침 같이 내려오는 상황이야. 초감각이 불완전하게 열려 있는데 강한 악의에 노출되면 감각 때문에 그 충격이 더 증폭되는 동시에 그 순간이 다른 악의를 접할 때마다 되살아나면서 모든 악의와 고통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거든. 나쁜 건 아니지만, 세상 모든 걸 아프게 보다 보면, 무슨 안 좋은 결과가 일어날지 예측하는 불안감의 감각이 시각이나 청각이나 통각으로 재현되는 게 수도 없이 반복되면 미치지 않기가 힘드니까. 언제나 확실하게 육체적 고통으로 재현되는 트라우마를 안는 거야. 땃쥐 강해... 역시 여기서 은이가 다쳤다는 건 좀 그렇겠네. 자기를 공격하려 했다는 것만 봐도 충격을 먹을 거니까. 죽먹자 쪽에 가까운 인재라니.. 아무튼 은이가 그런 걸 보면 상당히 무서워할 거야. 상식으로 대하면 상식이 안 통하고 얘기를 하다가도 얘기가 안 통하고. 나랑 얘기하는 게 아니라 나에 비친 자기 자신과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런 조금 무례한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0 신비한 생물 돌보기 - 수강 중 얼마 전에 동화학원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던가, 은은 분명 가까운 일일 텐데도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그 사건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던가, 마침 그때에 맞춰서 은을 불러들인 본가에 잠시 다녀왔을 수도 있고, 죽음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 수업은 재개됐고 은은 수업을 받으러 왔다. 지금은 그뿐.
" 초빙 교수님은 어디 계신 거지. "
은은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바른 자세로 새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깜빡 잊고 초빙 교수님을 가져오지 않아서 잠시 다녀오겠습니다."라던가, "청궁 학생이 교수님을 훔쳐가서 찾아오는 데 잠시 시간이 걸리겠군요." 같은 즐겁지 않은 놀라움을 선사하진 않을 테니까. 은은 잠시 동안 그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까지 자괴감이 들어 욕지거리를 내뱉을 뻔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142 지금 되게되게 중요한 정보를 알아버려서 두근두근한 땃쥐라구. 아니면 내가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걸수도 있지. 초감각이라는 게 굉장히 양날의 검이구나..확실하게 육체적인 고통이면 매번 악의를 마주할때마다 크루시오를 맞는 기분....((굉장히 싸구려 표현이 되어버림)) 단태도 마법(물리)를 잘쓰는 타입인데 요즘 들어서 마법(마법)을 사용하는 애라:) 은이의 어린시절을 위해서라도 그냥 우연히 단태를 만났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지?:Q 표현하자면 어릴때의 단태는 말그대로 짐승 새끼처럼 본능이랑 천성에 치우쳐 있는 편이다보니 좀 그렇지. 지금은 잘 만들어진 예쁘장한 옷을 입고 그럴듯하게 보여질만큼 사회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되려 어릴때보다 지금의 단태랑 이야기하는 게 더 덜 어색할걸. 무례한 생각을 입밖으로 안낸다면 단태는 모를테니 괜찮아. 이건 은주가 혐관을 바라는지 아니면 개선될 수 있는 관계를 원하는지에 따라서 단태가 눈치채느냐 못채느냐가 될테지만:Q
스베타는 종이를 반듯하게 접어낸다.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하얀 조화를 조금씩 만들어 갈수록. 떠오르는 기억에 압도된다. 기억은 너무나도 명료하니, 고통스러울 정도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같이 싸운 이들이 있었고, 저희의 손으로 탈을 막아내고 체포하기도 했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열 명의 학생들이 죽은 후에야, 알아차리고 마는 것이었다. 안온함에 물들어 있던 자신의 행동에 절박하니 무겁기만 했다. 슬프다는 말은 사치였다. 살아남았다는 죄의식이 슬픔보다 클 수밖에 없었고. 죽음은 돌이 킬 수가 없기에. 절대적인 무력감에 허덕이게 되는 것이었다.
>>0 신비한 동물 돌보기 - 수강중 아하, 투명 망토를 쓰고 숨어 있던 거로군. 펄럭이는 투명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저것 청궁에 넘어가면 큰일이 나겠다 싶다. 은은 제 나라의 예절대로 교수의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숙여 가볍게 목례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러고보니 저 교수는 학생을 금지된 숲으로 데려간다는 소문도 돌던 것 같은데? 뭐, 소문이 꼭 믿을 만한 건 아니다. 은은 인솔에 따르며 평범하게 숲으로 향했다.
은은 손을 들고 말했다.
" 예전에 읽은 문헌 중, 묘두사라는 이름을 가진 괴물은 뱀인데 새끼 고양이의 머리를 갖고 있으며 바위틈에 살고 새가 따르며 비가 올 때 뿜는 푸른 연기에 질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이 학원 부지에 서식하는 묘두사가 제가 아는 묘두사와 같은 생물인지, 맞다면 문헌에 기록된 것과 실제로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156 상대가 진심으로 고통받길 원하는 마음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크루시오와 비슷하지. 악의 없이도 상대가 고통받길 바랄 수 있다는 건 좀 다르지만 둘 다 받는 쪽에선 악의니까. 은이는 성격상 자극에 예민하고 부모님처럼 둔감하지 못하니까 어렸을 때부터 초감각이 열렸다면 고생했을 거야. (앞으로도 동화학원에서 어지간히 서사가 쌓이지 않으면 초감각이 깨어났다는 건 덧붙이지 않을 생각이고. 은이가 닫혀 있는 건 밸런스 조절 문제도 있으니까. 초감각 만능으로 다 알고 있다고 하면 재미가 없잖아?) 우연히 만났다고 하는 게 좋겠지... •p• 그래도 좀 어색하긴 해도 지금이 더 낫다고 생각할 거야. 은이에겐 '나아진' 걸로 보일 테니까. 혐관도 좋지만 개선될 수 있는 관계 쪽이 더 좋아. 쭉 비틀려 있는 관계는 슬프니까.
>>168 서사가 초감각을 깨우지 않는다고 해도 어떻게 될지:Q 단태도 서사에 따라애가 달라지게 짜뒀는데 엄....단태에겐 최고이며 오너에게는 오마이갓 내새끼 인성 무슨 일이야ㅋㅎ;; 할 방향으로 가버렸거든. 은주 화이팅 화이팅:) ((소곤소곤)) 우연히 만났다면 축하합니다. 은이는 숏컷을 한 단태를 봤을거야. 물론 학원에 입학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숏컷이었지만...단태의 어릴때늘 딱 맹수들이 새끼일때 체형을 생각하면 돼. 쬐깐하지만 핏줄은 핏줄이라고 하찮음은 쪽 빠진 느낌? 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있는 선관 좋지. 대신 공략이 좀 힘들다는 점!XD 혹시 덧붙힐 게 있을까? 없다면 이쯤에서 마무리짓자.
어라? 단태의 고개가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그와 동시에 목에 걸려있는 곡옥 목걸이와 귀에 걸려있는 그와 똑같은 모양의 귀걸이도 같이 흔들린다. 교실에 도착하니 안에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에 혼나고 있는 에반스 교수님의 주눅이 든 목소리가 들렸다. 칼 교수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 아. 그러고보니 초빙 교수님이 온다고 했던가? 단태는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교수님. 중간에 병동에 잠깐 들리느냐고-" 뻔뻔스러우리만치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어조로 재잘거리며 히죽- 웃어보였다. 멋쩍어보이는 태도까지 곁들이니 그럴듯하게 수업에 늦었는데 처음보는 사람이 있어서 당혹스러워하는 학생의 모습이다. 비린내? 여성의 말에 단태는 킁, 하고 코끝을 실룩였지만 이내 곧 다시 멈췄던 걸음을 옮겨서 자리에 냉큼 앉았다.
다시 한 번 목례를 하고서 은은 초빙 교수님과 교수님의 말에 집중했다. 그러고보니 묘두사가 능력을 발휘하고 보답으로 바치는 먹이를 받아먹었다는 구절이 있었지. 썩 좋지 못한 것을 먹이려 든다는 게 걸리긴 했지만, 원래 마법사와 마법 생물에겐 독이나 약이 적용하는 법칙이 다른 법이었다.
" 비가 오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묘두사가 질병을 치료하는 힘을 썼기 때문에 먹이로 보답받았다는 이야기와 달리, 묘두사는 먹이를 얻으면 푸른 연기를 방출하는 습성이 있던 것인가요? "
은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인솔을 따라 가까이 다가섰지만 섣불리 푸른 연기를 맡거나 하진 않았다.
>>186 스스로 아는 정보만을 가지고 모든 걸 추리해 나가야 하겠지. 캐릭터가 오너 손을 벗어나서 아몰라내맘대로할거임~~ 하는 일, 흔하지. ^q^... 어린 맹수라니까 이미지가 엄청 선명하게 느껴지는데. 숏컷이라니까 은이가 oO(남자애인 줄 알았는데) 하는 게 생각난다(?) 공략은... 열심히 해봐야지!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자, 수고했어 땃주!
복학 이후 첫 수업이다. 그는 백정이 얌전히 기다렸다는 걸 깨닫고 다시는 쓰러지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 결정이 무색하게도 오늘 아침에 깨자마자 다시 머리를 박고 기절할 뻔 하긴 했지만 알게 뭔가. 돌아온게 중요하다. 손을 뻗어 아주 간만에 당신을 불렀다. "아가, 이리 온."
어깨에 오른 당신은 얌전하여 그가 감성적인 사람이라면 눈물을 쏟으며 미안하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서투른 사람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듯 손을 들고 가만히 있다 뺨쪽의 깃털을 손톱으로 가볍게 긁어주며 고개를 돌려 부리에 입을 맞춰주는 걸로 사과를 대신했다. 벌써부터 교실 밖이 소란스럽다. 초빙교수가 있다더니 에반스 교수님을 혼내는 것 같다. 그는 안으로 들어서 가볍게 목례한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수업 준비물을 챙기느라."
비린내? 시취가 안 가신건가? 그는 소맷단을 들었지만 달리 냄새를 맡아도 익숙하기에 구분할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시취가 가시지 않았다면 노마지가 말하는 모세의 기적처럼 인파가 갈라졌을게 뻔하다. 기우일 것이라며 그는 자리에 앉았다.
칼 교수님이 있었다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에반스 교수님에게 농담하기- 라는 타이틀을 붙혀줘야할 것 같은 내용을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재잘재잘거리면서 단태는 미셸 교수님의 말에 대꾸한 뒤 가볍게 윙크를 해보였다. 아! 불쌍한 우리 에반스 교수님. 단태가 낄낄 웃음을 터트리고는 미셸 교수님의 말에 집중하려는 것처럼 자세를 바꿔 앉았다.
"우리 귀엽고 잘생긴 에반스 교수님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미셸 교수님?"
뻔뻔스럽게 능글능글거리며 말을 했지만 이내 이어진 말에 눈썹을 슥 치켜올렸다. 보험? 어둠의 마법사라면, 역시 매구를 말하는 걸테고.
기어가는 소리, 뱀의 미끈한 비늘이 어딘가를 가로지르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다른 점은 머리가 고양이이기 때문인지, 그냥 내지 않은 것인지 쉭쉭거리는 소리는 없었다는 것이다. 은은 케이크를 먹기 시작하는 묘두사를 보며 평범한 뱀이 더 좋다는 생각을 했다. 뱀은 차갑고 영리하니까. 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질서 없는 것이 흥미로운 동물이었다.
"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
이번에도 은은 손을 들고 생각했던 것보다 하찮게 우는 묘두사에게 다가갔다. 몸 부분은 뱀의 피부이니 인간의 체온에 갑자기 닿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똑똑, 정중히 노크하듯 손등을 보이면서 먹이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귀 사이에 손가락을 가져가려고 했다.
실습이 위험하면 대체 무슨 수업이란 말인가? 그는 깃펜의 촉에 잉크를 적시며 적어내릴 준비를 마친다. 어둠의 마법사는 살인 저주로 숭고한 죽음을 저지한다. 죽음을 두려워 한다는 말에 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 또한 인간이라지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족속이다. 관에 들어가면 끝인 것이 그리도 싫은 건가? 아니면 죽인 것과 같은 땅에 묻힌다는 것이 두려운가? 그랬으면 죽이질 말았어야지. 주인 말만 철썩같이 믿어 신나서 죽여놓고 마지막에 무릎을 꿇고 비는 것이 그려졌다. 백정으로 향하려는 시선을 애써 저지한다.
[죽음을 두려워 함 -> 등신들. 숭고한 의미를 전혀 모름.]
깃펜으로 짤막하게 요약하여 적어내리던 그는 비녀를 유심히 쳐다본다. 호크룩스. 듣기 싫은 단어중 하나다. 그는 단어를 적어내리고 질문한다.
>>0 신비한 동물 돌보기 - 수강중 건! 그 이름에 은은 체통도 없이 펄쩍 뛰려 하는 몸을 추스렀다. 대체 무엇을 먹였을지. 아무도 모르게 슬쩍 묘두사의 털을 무지개색으로 염색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다행이 이 묘두사는 그런 것치곤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벗은 장갑을 적당히 집어넣고 데구르르 구르는 묘두사를 바라본다. 뱀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하는 짓이 개처럼 구는 고양이를 닮았다. 어쩌면 아무 생각이 없는 걸지도. 고양이에게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스킨십이 봉인되긴 했지만 은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묘두사의 머리 뒤로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듯 쓰다듬었다. 누워 있어서 어쩐지 불편한 동작이지만.
그는 그륵그륵 소리에 손을 올렸다. 당신의 목을 손톱으로 능숙하게 긁어주려다 레이스가 감겨있자 손가락을 빙 선회하여 가볍게 날개깃 부분을 엄지와 중지로 쓸어주려 했다. 여전히 다른 손으로는 수업을 요약한다.
[호크룩스. -> 영혼 조각이 담김. 파괴 전까지 죽지 않음.]
민달팽이를 토하는 마법 이후로 이렇게까지 쓸모없는 마법을 본 적이 없다. 영혼을 조각내서 담는 것도 징그러운 수준이다. 삶의 열망을 이해하지만 불사는 이해하고 싶지 않다. 주어진 삶이 그만치 짧은 것도 아니면서 단지 죽음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은 더더욱. 불로불사 하는 정인이 있다면 생각은 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영혼에 상흔을 입힌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뜻입니까?"
그는 질문을 던진 뒤 미셸 교수를 본다. 호크룩스는 리덕토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 목숨 지키기는 하여튼 안 시켜도 잘 하는 족속들이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0 신비한 동물 돌보기 몸이 제대로 된 고양이의 것이었다면 영락없는 고양이였겠다. 순한 태도로 손길을 받아들이다 손을 떼자 눈을 뜨고 혀를 할짝거리는 건, 또 뱀의 태도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어느 한쪽의 습성으로 잴 수 없는 존재이지만. 원래 빵은 손끝에 얹으려고 했지만 조금 크게 주는 게 좋겠다 싶어 손바닥 위에 올리자 묘두사가 약간 킁킁대고는 냉큼 먹어버렸다.
" ...! !! "
갑자기 손바닥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에 놀라 손을 뗄 뻔했다. 머리를 비비다니, 갓난아기가 구는 행동도 닮았구나. 평소의 (본인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차갑고 오만해 보이는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띄었다. 주변에서 보면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린 게 비웃는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은은 마지막으로 몇 번 귀 사이 가운데를 톡톡 두드려 주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 착한 아이로구나. 나는 이제 가 봐야 해. 다른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할 테니. "
>>0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그런 당신의 말에 스베타는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선다. 비단으로 모자라 손으로도 가린 채였으므로.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어지는 당신의 물음에 스베타는 침묵한 채, 당신과 눈을 맞춘다.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역사서를 보았을 때를 떠올린다. 잠깐의 침묵의 끝에서, 스베타는 애써 단아한 미소를 지어 보인 채,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아." 단태의 반응이 담백했다. 오러라면 납득할 수 있다. 늑대인간만 전문으로 쫒는 오러라. 찡긋 웃는 미셸 교수님을 향해 단태또한 히죽- 하니 능청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에 손가락을 걸고 슬슬 매만진다.
살인저주를 사용하게 되면 영혼에 상흔이 생긴다. 그 때, 물건에 영혼을 옮겨담는다. 필기를 이어가던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서 같은 기숙사의 복학한지 얼마안된 학생 대표를 바라봤다. 단태의 필기 끝에 호크룩스는 위험한 저주 마법이나, 물건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게 적혔다. "호크룩스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은 살인저주를 한번이라도 사용해봐야하는 건가요?" 문득, 단태는 질문을 던졌고 미셸 교수님의 말에 깃펜을 내려놓으며 귀를 막았다.
>>0 [은 하/무기의 신꽃 접기] - 수행 그의 고향땅 반도에 사는 머글들은 오래전부터 꽃에 특별한 의미를 두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 해의 이팝나무가 만발하면 풍년이 든다 하였으니, 꽃이 필 무렵엔 이팝나무 아래에서 기도하고, 백합 꽃잎의 색을 보고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등나무 꽃을 침구에 넣어 두면 부부의 금슬이 좋아진다고 믿었더라지. 하지만 이것은 그 무엇도 아닌, 새롭고 영원한 세계로 떠날 이들을 위해 접어야 할 꽃이다. 듣기로는, 먹을 수 있는 종이라 했지.
국화가 필 때 국화꽃을 뜯어 먹으면 액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에게 바칠 꽃을 뜯어 먹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잃어버리거나 남에게 주지 말라고 했는데, 자기 자신이 먹어 버린다면 잃은 것도 아니고 남에게 준 것도 아니지 않은가?
" ...미 같은 생각을 해버렸군. "
우스운 말장난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연습장 한 장을 화풀이하듯 손으로 구기고, 책상 위에 하잘것없이 엎드려 스스로를 자책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빨리 무기 사감님에게 잃어버리지 않고 이것을 전달해 주는 게 이런 쓸모없는 생각에서 벗어날 길이겠지. 신꽃을 소중히 들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호크룩스가 파괴되면 충격이 감. 살인 저주를 사용할 때 영혼의 상흔이 남음 -> 영혼의 조각을 근처 물건에 옮겨 담는다? -> 그렇게까지 살고싶나?]
그는 잠시 당신을 향해 눈을 굴리고는 양피지 끝단에 작게 적어내린다. [너도 살인 저주를 써본 적이 있더냐.] 하고 적어내리곤 당신이 확인한다면 깃펜이 잘 나오지 않아 촉을 확인하는 양 꾹 눌러 잉크로 썼던 부분을 지워버릴 것이다. 증거는 확실히 인멸하는 것이 좋다.
바실리스크의 독니, 악마의 화염. 꼭 자기같은 것들로만 없애려 한다니. 그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당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리 온." 하고 한 손을 펼친다. 당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쳐선 안 된다. 좋은 것만 보고 자라야 한다. 그 긴 손가락의 엄지와 검지로 귀가 있을 곳을 가려주고 그는 대충 한쪽 어깨로 빈 손을 대체한다. 다른 손으로는 온전히 한쪽 귀를 막고 호크룩스가 파괴될 순간을 지켜보려 했다.
// 캡틴 갑자기 단게 들어와서 속이 놀라셨나봐요..((도담도담을 해요..)) 푹 쉬셔요..!
그게 있는 동안에는 죽지 않을 거라며, 윤이 웃으며 하는 말에 그녀는 설핏 고개를 기울였다. 호크룩스가 대체 무엇이길래 죽지 않게 해주는걸까. 그게 맞다면 이미 영생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하지만 윤은 호크룩스가 있는데도 불로장생하는 도술을 원했다. 그렇다는 건, 이건 불완전한 방법이라는 걸까. 수많은 물음표들이 머릿속을 채우려는 걸 막고 정신을 현실로 끌어온다. 모르는 건 아무리 파고들어봐야 답을 얻을 수 없으니.
"슬퍼해도 안 봐줄거니까. 너무 애태우는 장난만 치지 말아요."
너무, 라는 건 조금은 괜찮다는 의미인건지. 작게 쿡쿡 웃으며 말하고 윤의 손을 꼭 쥔다. 그녀가 잡아온 윤의 손은 그 날 같이 끼운 반지가 걸린 손이었다.
오묘한 빛을 내는 보석이 박힌 반지는 지금 그녀의 손에도 잘 끼워져 있었다. 손과 손을 맞대고, 한쌍의 반지가 반짝거리는 걸 만족스럽게 바라본다. 그리고 재차 쥐며 장난을 치는 듯 하다가 그녀의 손에 피를 묻히게 될 거라는 말에 일순 멈칫했다. 금방 다시 움직여 손바닥 한가운데를 간질이기 시작했지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가문에서도 늘 그랬고 선배도 그랬잖아요. 타인으로 인해 피가 묻을 바에는 직접 묻히는게 낫기도 하고."
손에 피를 묻힌다. 누군가를 해하거나 그 숨을 끊는다는 말을 그녀는 참 담담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체념이나 자포자기와는 다르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 기다리던 것이 왔을 뿐이라는 듯한 담담함이다.
"살인 저주라- 한번도 써본 적 없는데, 배운 적도 없고. 선배가 가르쳐 줄려나? 응?"
그의 꾸밈없는 부추김이 싫지 않는 듯이 웃으며 말한다. 이매와 각시의 짐승들이 불러온 죽음을 대면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초연함, 혹은 대담함, 어쩌면 다른 무엇이든 그녀에게 작용한 것은 분명해보인다.
"반지 한지 얼마나 됐다구 벌써 새 반지를 맞추고 싶어진거에요? 음, 아닌가, 이건 같이 맞추는게 아니게 되려나. 어찌됐든 선배가 쓸 수 있으면 되긴 하는데-"
별개의 것이 필요하다면 하나 만들면 되지 뭐. 담담했던 만큼 가벼이 중얼거리고 작게 하품을 한다. 자다깨서 한참을 떠든 여파인 듯 했다.
아니면 됐다. 달리 생각하면 끔찍한 말이다. 살인 저주를 쓰지 않고 사람을 죽였다면 어떤 방법일까? 여러 시체를 봐온 그는 최악의 수만 떠올랐다. 인카서러스로 흉폭하게 교살 당한 시체, 여러번의 리덕토로 산산조각이 난 시체, 잉고르지오로 커진 바위에 압사한 시체..끔찍하고 징그러운 장면에 익숙하지만 매 순간마다 새로운 방법으로 죽는 사람들을 보면 그도 잠시 숙연해질 때가 있다. 마법이 살아가기에 옳은 방법인가 생각하지만 간혹 어디서 구한건지 모를 머글의 지팡이에 머리가 날아간 시체를 보면 그냥 인간이 죄다 옳지 않다는 결론으로 끝나곤 한다.
비녀가 깨지자 일련의 반응이 보인다. 형상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그는 본 장면을 전부 적었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해골 형상이었는데 원 주인은 이미 죽은 겁니까? 원 주인이 알게 되는 방법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지?"
>>0 신비한 동물 돌보기 - 수강중 " 이렇게 보면 기어다니는 게 정말 뱀을 닮았군요. "
평범하게 말하는 것도 어쩐지 얄미워 보이는 게 은이었다. 아무튼 땅을 기어가는 걸 지켜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교수의 발밑에 멈추다니, 혹시 저 바지 밑단에 흘린 술 냄새라도 베어 있단 뜻인가? 속으로 시시한 생각을 하다가 질문을 받는 것을 깨닫고 은은 역시 손을 들었다.
"너의 가장 큰 약점." 발렌타인: 오..알고 싶나? 내가 뭘 믿고 자네에게 알려줘야 하지? 리덕토. < 나빴어요..
"아랫사람의 실수에는?" 발렌타인: 실수할 수도 있는 법이지만 이곳은 단 하나의 실수로 한 사람의 무죄나 사인이 갈리는 법이네. 절대 어떤 과실도 범해서는 안 되는게지. 다만 내 관대한 편이라 자르지는 않네. 10분동안 관에 산채로 넣어서 땅에 묻어두면 다시는 죄를 저지르지 않으니 말입세. < 나빴어요...
호크룩스를 만들고자 하는 마법사가 영혼에 상흔이 얼마나 생기든 상관하지 않는다면 만드는 숫자에는 한계가 없다는 뜻이다. 단태는 끄적끄적, 필기를 이어나가다 말고 "호크룩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건은 아무거나 상관없는건가요?" 하는 질문을 덧붙히는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는 여전히 샐쭉하게 가늘어진 채였다.
>>0 "얼마나 달라지는지 좀 궁금하기는 하네요. 아! 이건 진짜 순수한 호기심이에요. 교수님?"
오해하시면 안돼요? 하고 단태는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을 히죽 지어보이며 뻔뻔한 어조로 대꾸한 뒤 깃펜을 손가락 사이로 몇바퀴 돌렸다. 미셸 교수님의 이어지는 말에 단태가 암적색 눈동자로 슬그머니 다른 곳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다시 교수님쪽으로 시선을 옮겨서 예의 능청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졸업도 못한 학생이 호크룩스를 만들었다가 무슨 사단이 나려구요. 그럴 생각 없어요."
아주 잠깐, 반지나 그런 걸 나누는 것보다 호크룩스 하나씩 만들어서 교환하는 게 더 그럴듯하게 로맨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절대 안했다.
당신은 콕콕 두드리는 시늉을 한다. 그는 무슨 의미가 있나 가늠하다 당신과의 대화는 늘 반박자가 늦고 의미가 없는 행동을 자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무언가 아느냐 물어보려 했건만 미셸 교수가 가까이 다가온다. 괜히 매에게 이상한 말을 건네는 학생으로 낙인 찍히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는 당신의 행동을 가만히 쳐다본다. 동그라미 안으로 폴짝 뛰어들어가는 모습에서 괜히 달링이 어머니의 패밀리어인 디어(Dear)와 만나면 보이는 의식적인 행동을 겹쳐본다.
"……."
Engage in jolly co-operation! Praise the sun!
그는 미셸 교수의 말에 조용히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지금까지 당신 때문에 놀란 일이 많지만 지금은 유독 형용하기 어렵다. 기숙사라면 요량껏 찬사 하나정도는 뱉어줄 수 있지만 아직 수업시간일 뿐더러, 학생의 시선이 여럿 몰렸기 때문이다. 그는 손가락을 벌려 아직도 태양을 숭배하는 모습을 보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가 기어이 손을 뻗는다. 날개를 펼쳤으니 배는 무방비지 않은가. 당신이 도망치지 않는다면 그 솜털 보송한 몸통을 붙잡고 엄지로 날개를 살포시 눌렀을 것이다.
"아가, 잉크가 발에 다 묻지 않느냐. 사랑스럽기도 하지." "와..저거 저 현궁 사신 위엄 다 뒤졌네.."
무표정하게 입을 꾹 다물고 사당으로 향한다. 평소라면 즐겁게 뛰어다니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학생들의 희생이 꼭 자기자신 때문에 일어난 사건 같았다. 금지된 저주에 호되게 당하면서 며칠간 조용히 살았는 데 이런일이 발생했다.
한숨을 쉬며 청룡의 기운이 서린 흰 꽃들을 뽑는다. 평소라면 온갖 마법을 쓰며 무차별적으로 아무렇게나 꺾었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흰 국화, 흰 석산, 흰 백합, 흰 장미, 흰 거베라 가지각색의 흰색 꽃을 모두 담기 위해 화단의 꽃을 한송이 한송이 꺾는다. 꽃을 꺾을 수록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처음에는 놈들과 똑같아지기 싫어서 제압주문을 사용했다. 하지만 놈들을 제압할 수는 없었다. 두번째는 놈들이 두려워 숨어버렸다. 그러나 놈들의 악행은 끊이질 않았고 결국 누군가가 희생되었다. 한때는 그들이 개과천선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것만 이제는 더이상 참을 이유도 참을 생각도 없다.
이를 꽉 깨물고 분노로 찬 마음을 애써 진정시킨다.
그리고 사당 앞에서 청룡이 쉬는 곳을 노려본다.
"망할 도마뱀 같으니.."
사방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조선의 사방을 지킨다는 전설의 동물들이지만 그들은 고작 자기 학교 학생들도 구하지 못했다.
무표정하게 입을 꾹 다물고 사당으로 향한다. 평소라면 즐겁게 뛰어다니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학생들의 희생이 꼭 자기자신 때문에 일어난 사건 같았다. 금지된 저주에 호되게 당하면서 며칠간 조용히 살았는 데 이런일이 발생했다.
한숨을 쉬며 청룡의 기운이 서린 흰 꽃들을 뽑는다. 평소라면 온갖 마법을 쓰며 무차별적으로 아무렇게나 꺾었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흰 국화, 흰 석산, 흰 백합, 흰 장미, 흰 거베라 가지각색의 흰색 꽃을 모두 담기 위해 화단의 꽃을 한송이 한송이 꺾는다. 꽃을 꺾을 수록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처음에는 놈들과 똑같아지기 싫어서 제압주문을 사용했다. 하지만 놈들을 제압할 수는 없었다. 두번째는 놈들이 두려워 숨어버렸다. 그러나 놈들의 악행은 끊이질 않았고 결국 누군가가 희생되었다. 한때는 그들이 개과천선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것만 이제는 더이상 참을 이유도 참을 생각도 없다.
이를 꽉 깨물고 분노로 찬 마음을 애써 진정시킨다.
그리고 사당 앞에서 청룡이 쉬는 곳을 노려본다.
"망할 도마뱀 같으니.."
사방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조선의 사방을 지킨다는 전설의 동물들이지만 그들은 고작 자기 학교 학생들도 구하지 못했다.
>>0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아이는 고개를 떨군 채 들지 못한다. 자신이 도사가 되어도, 당신은 아직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건.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긴 시간을,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보내오고 있는 걸까. 정말로 상관이 없는 걸까.
생각하던 때에 당신이 종이를 자신에게 내밀자, 그제서야 시선을 조금 들어낸다. 이전에 조화를 접어내었던 그 종이이다. 설명을 듣고서 조심스레 두 손을 뻗어 종이를 받아든다.
"... 감사합니다."
이로써 한 송이의 꽃을 더 접어 낼 수 있을 거다. 고향에서 홀수의 꽃은 고인에 대한 모욕이었으니까. 스베타는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당신에게 묻는다.
아성은 곤에게서 불꽃 깃털이 담겨있는 유리병을 받았다. 기분탓인지 진짜 불꽃이어서 그런지 기분 좋은 따스함마저 느껴졌다. 곤은 병 그대로 건네줘야하며 절대 깨뜨려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불꽃 깃털의 색은 참으로 다양했다. 주작의 깃털이 이렇게나 다양한 색이었나 아니, 불꽃의 색이 이렇게나 다양했나 싶을 정도였다.
아성은 주작에게도 뭐라 책망하는 목소리를 내려다가 말았다. 그들에게는 죄가 없다. 자신이 저주해야할 대상은 사방신이 아니었다. 악한 것은 탈들이었다. 사방신에게도 방어하지 못했다는 책임이 있으나 진짜 미워해야할 악인들이 누구인지 착각해서는 안되었다. 아성은 한숨을 내쉬며 유리병을 품속에 넣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복학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그는 충실했던 요양 생활을 접고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에 다시금 위험으로 뛰쳐들었다. 그는 휴학하는 동안 끔찍한 참상을 눈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아끼는 것은 아니지만 원내에서 일어나는 속시커먼 일에 가문이 더 연루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10명 이상 들어오는 것도 머리가 아픈 일인데 또 원내의 사람이니 뭐니 말이 나오면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군다나 그는 마노를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따라가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는 청궁에 도착한다. 생기넘치던 청궁도 조용하다. 그는 타니아가 오셨어요? 도련님? 하고 맞이하기를 기다렸다. 안타깝게도 그럴 일은 없다. 그가 놓아주었기 때문이다. 타니아는 자유를 찾아갔고, 그는 더이상 왈가왈부 할 수 없다. 화원에 들어서니 흰 장미가 보여 그는 손을 뻗었다. 장미는 줄기가 두껍고 가시가 있기 때문에 꺾기 어렵다. 그는 장미를 손톱으로 눌러보고 놀랐다. 연하게 끊겼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월하게 장미를 꺾을 수 있었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일을 하면서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세상은 무엇보다 소설같지만 뒤집어보면 개소리다. 누군가는 마법 그 자체인 삶을 살지만 어떤 사람은 마법사 세계에 홀로 떨어진 노마지처럼 산다. 천차만별인 삶에서 죽음만큼은 모두 공평하여 멋진 대사도 없다. 말을 할 여유가 있는건 말이 안 된다. 죽음은 청천벽력으로 다가오고, 멋진 죽음을 맞이할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삶이란 죽음의 연속이며 소설같은 이야기는 개소리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그는 죽음을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주변에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그는 마지막 장미를 꺾는다.
수면 위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듯, 차분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그녀가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에게 해를 가했을 때다. 본가의 너른 공터에서 그녀로 인해 팔이 부러져 절규하는 파이몬을 무정한 얼굴로 내려다보는 자신이 있었다. 충격으로 몸이 굳거나 한게 아니었다. 그냥, 아프구나. 아파하는구나. 그래서 아파하는 파이몬에게 그녀는 한마디를 속삭였고, 그 말을 들은 파이몬은 경악으로 물든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끝내 도망가버렸다. 그 때 했던 말이 아마-
치링!
상념을 쫓으라는 듯 머리장식이 울렸다. 그 탓에 멈춘 걸음이 어색했다. 소리가 들린 머리 위를 향해 고개를 들어도 보이는 건 하늘 뿐. 고개를 내리고 다시 걸었다. 물과 머리장식이 번갈아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머무르는 백궁으로 들어섰다.
평소에는 가지 않는 신당 쪽으로 가니 리 사감과 마주할 수 있었다. 신당을 중심으로 한 일대가 물로 이루어져 갈 수 없었으니 그녀는 가능한 곳까지만 발을 디뎠다. 그곳에서 리 사감에게 국화꽃을 건네고 시키는대로 물병의 뚜껑을 열었다.
열린 병을 든 채 한동안 리 사감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흰 국화를 사당 주변의 물에 담그거나, 꽃잎을 물에 적시거나, 그런 모습 하나하나를 조용히 눈으로만 따라갔다. 지켜보는 내내 별 생각은 없었다. 그냥, 뭘 하는구나. 아마 술을 담그나보다. 같은 상투적인 생각만 했다.
기다린 끝에 리 사감이 꽃을 병 안에 넣자 다시 뚜껑을 닫았다. 들고 올 때처럼 꼬옥 잠그고, 리 사감이 부적을 붙이는 걸로 과정이 끝나니 이제 감 사감에게로 돌아갈 때였다.
그는 장미꽃을 담는다. 그의 문화권에서는 장미꽃이 일반적이다. 바구니에 하얀 꽃이 가득 담겼다. 그의 능숙한 손길과 완벽한 바구니는 예전부터 이런 일에 종사했음을 알려준다. 그는 바구니를 들고 건 사감에게 갔다. 그리고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고개를 내저었다. "됐습니다."
"신속정확 아성택배를 이용해주신 고객님께 감사의 말씀 드리며! 추가 심부름 시키실 일은 없으신가요?"
일부러 별로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며 감 사감의 기분을 띄우려고 했다. 그녀는 이번 기간에 옛날 방식의 우물을 하나 새로 만든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아성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우물에서 현무의 물을 유리로 된 물병 하나에 가득 담아서 리 사감에게 전해주고 다시 그것을 자신에게로 가져와달라는 부탁이었다.
"아..현궁에서 백궁으로, 백궁에서 현궁으로 다시 가야 하는군요! 거리가 멀어 추가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커다란 물병이다. 예전 아무것도 모르는 머글이었던 시절 집에서 부모님께서 담그시던 매실주가 이정도 크기의 병에 있었다. 빗자루를 타니 우물까지는 금방이다. 아성은 두레박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도르래는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며 물이 가득 든 두레박을 끌어올렸다. 우물물을 긷다보니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서너번 물을 긷고 물통을 가득 채우자 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혔다. 아성은 한번 더 두레박을 내려보낸 후 자신이 마실 물을 길렀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두레박이 오염되지 않게 두레박의 물을 공중부양시켜 입을 대지 않고 물을 마셨다. 땀을 흘리는 노동을 하고나니 머리속이 개운해졌다.
어쩌면 사방신도 답답하고 힘들지 모른다. 나는 힘이 없어 다른 이들을 지키지 못했지만 사방신들이 힘이 있음에도 그들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어쩌면 사방신이 있어서 이정도로 일이 끝났을 지도 모른다. 학원 자체가 파괴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살아있으니까.
그러고보니 일본 신화에서는 신의 것을 탐내다가 벌을 받은 인간이 수두룩하게 나왔지. 신에게 바쳐질 만한 물건이란 나름 탐낼 만한 것이겠지만, 신은 인간에게 따라 주는 존재이자 인간의 목숨을 얼마든지 쥘 수도 있는 존재이기에 더 가벼이 봐서는 안 되는 것이던가. 공물을 받을 만한 존재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정성껏 접은 국화의 무게는 결코 무겁지 않을 텐데도 손이 무거웠다. 손의 땀에 닿아 녹아 버릴새라 흰 장갑을 끼고 온 손 위에 다시 흰 꽃이 피었다. 가슴은 답답하고 또 가벼워서, 그 간극이 낯설었다.
...곤 사감님을 도와주러 가야지. 국화꽃을 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남쪽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더위가 강해졌다. 흐르는 땀 한 방울이라도 국화꽃에 닿아서, 그대로 녹아 부정탈 것만 같았다. 장갑이 손에 흐르는 땀을 남김없이 먹어치울 만큼의 욕심쟁이여서 다행이었다. 언제나 불타는 정열의 기숙사, 주궁이었다. 어째선지, 처음 와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최대한 조심히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
불사조의 깃털과는 다른 주작의 깃털일까. 다채로운 빛깔이 아름다웠다. 유리병 안에 가둬진 불꽃, 깃털의 형상으로 굳어진 불꽃. 묶여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그것은 스스로 자유롭다.
괜히 유리병이 몸에서 떨어져 버릴라, 품속에 꼭 껴안았다. 어디 넣어 다니거나 손에 들고 다니는 건 불안했다. 유리병이 깨질 정도라면, 분명 내 심장도 진작에 뚫린 후일 것이다.
>>0 [은 하/곤의 깃털 옮기기] 완료합니다. 그 조심스러움은, 번잡하고 죄책감 있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켜 버렸다는 불안감을 비슷한 대상에 성실히 함으로서 풀어내리려고 했던 방어기제였을지도 모르겠다.
땀에 젖은 몸이 차갑게 식었다. 이대로 이 눈밭 위에 쓰러져 버리지 않을까. 쌓여 있는 눈과 내리는 눈. 하얀색 사이에 반사된 빛으로 밝게 진 음영처럼 떠돌고 있을 은색을 환상처럼 그려 보았다. 하지만 그 차가움이, 누군가에게 안식을 주기 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몸이 식고 썩어 찌릿한 고통마저 멀어져갈 때, 눈이 소복소복 쌓이면 그 죽음은 더럽혀지지 않고 희게 남을 것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무엇을 떠올렸는지 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감님께 유리병을 건넸다. 무엇을 들어줘야 할지 듣는 것은, 눈물이 멈춘 후로 하기로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독하게 길다.
백궁으로 도착하니 신당을 중심으로 땅이 물로 이뤄진 것이 보였다. 추모를 위해 현무가 직접 잠시 동안, 백궁의 사당에 물을 채웠다고 한다. 왜 그 거북이는 자기 사당이 아니라 남의 사당에 물을 채운건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본인들이 알아서 잘 합의했겠지 생각하며 리 선생님께 추가적인 심부름을 받는다.
리 사감은 아성에게 그가 가져 온 물병의 뚜껑을 열고 닫으라고 할 때까지 닫지 말라고 부탁한다. 그는 아성이 가져 온 국화꽃을 백궁에 가득 찬 물에 담갔다 빼거나, 물방울을 꽃잎에 묻히기도 합니다.
아성은 리 선생님의 행동을 보며 왜 현무가 자신의 사당이 아니라 백호의 사당에 물을 채웠는 지 깨달았다.
계속해서 술을 빚고 있는 리는 곧이어 아성의 이름을 부르며 국화 꽃을 병 안에 담았다. 그리고 그 때, 아성은 리의 명령대로 바로 뚜껑을 잠가버렸다. 리 사감이 무기 사감에게서 받아 온 부적을 붙일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술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분명 죽은 것은 학생인데 왜 술을 주는 걸까 차라리 콜라나 버터맥주라도 빚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니다. 걔들도 어른이 되면 술이라는 걸 마셔보고 싶었을 테니까. 술을 주는 게 맞겠다.'
>>0 [은 하/감의 물 긷기]-수행 새로 만든 우물이라는 건 이곳을 말하는 것인가. 과연, 4학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곳인 것 같았다. 까마득히 깊은 곳이 내다보이는 우물로 고개를 내밀면, 거대하고 입 안이 검은 짐승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르래를 풀어 나무 양동이를 내려보낸다. 시꺼먼 그 색은 현(玄)이라고 할 법도 하다. 끝없는, 끝없는 무한 속으로 내려보내는 듯한 느낌. 팔이 아파서 잠시 걸어 놓고 쉬었지만, 그대로 내버려둘 순 없었다. 잘못 풀리게 했다간 양동이가 박살나고 말 것이다. 끼익끼익 하는 소리가 우물 속에서 울고 있는 짐승의 소리 같다. 더 이상 줄이 풀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한결 더 묵직해진 양동이를 다시 끌어올렸다.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의 두 배 이상은 걸린 것 같다. 땀이 나서 추운 것은 한결 덜하지만. 설마, 이래서 옛날 방식으로 우물을 만든 건가?
바보 같은 소리지. 커다란 물병에 나무 양동이의 물을 떠서 흘려넣기 시작한다. 그 과정을 몇 번인가 더 반복하여 담금주를 담그기 적당한 물병에 물을 가득 담았다. 땀이 식고 몸은 지쳐 힘들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힘을 쓰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는 과정은, 무언가를 덜어주었을지도 몰랐다.
그는 본가에 있는 동안 여러점의 그림을 그렸다. 예술에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는 소리내 웃었다. 이런 점은 닮고 싶지 않아도 직계라면 다 물려받나보다. 캐서린은 제발 살려달라며 울었다. 고작 8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리에 쥐가 났다는 것이다. 눈물이 저렇게 많아서 어떻게 신비한 동물을 돌보나 싶다.
"어림도 없네. 자, 팔이 내려갔군. 조금 더 올려보게. 한..12˚정도?" "안 돼..! 더이상은 무리라고요!! 가주님!! 꽃병이 제 몸값보다 비싼데 진짜 깨먹을지도 몰라요!" "갚으면 되는 걸 가지고 무얼 그러나." "제 몸값보다 비싸다니까요!" "크리스틴도 팔아먹으면 되는 일 아닌가." "고소할거야!! 당신 고소할거라고!!"
지나가던 크리스틴이 그의 그림을 보고 감탄했다. "아름답군요! 그렇지만 이건 캐서린이 아닌데요." "내 뮤즈일세. 아름답지 않은가?" 그는 마지막으로 붓을 덧대고 만족스러운듯 팔짱을 낀다. 그의 그림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다. 옥색 머리에 붉은 꽃장식, 세로동공의 남성이 우는 모습으로 장미꽃이 든 화병을 들고 있었다.
"제가 아니면 대체 왜 저를 8시간이나.." "그야 내 아직 사람의 형태를 가늠하지 않고 그릴 정도가 못 되니 말입세. 요양하는 동안 자네가 수고를 좀 해줘야겠어." "혀깨물고 죽는다는 가설이요,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내 미리 첨언하자면 속설일세. 자네는 나와 부검을 한게 대체 몇 건인데 아직도 그걸 믿고 그러나?"
캐서린은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새 영감을 얻었다며 좋아서 손뼉을 쳤다.
>>0 [은 하/감의 물 긷기] 완료합니다. 물이 닿으면 안 되니 멀찍이 떨어트려 주긴 했다만, 국화꽃을 누가 가져가기라도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몸과 물병을 모두 닦아 겉에 한 방울의 물도 없게 만들고, 국화 꽃과 큰 물병을 적절히 떨어트려 쥐었다. 남이 보면 바람에 휘청이는 허수아비 같이 못난 꼴일지도 몰랐다. 아, 미 하. 네가 이 모습을 보면 안 될텐데.
쇠붙이들이 지키듯 우뚝 선 백궁 사당의 입구가 보이는 곳으로 도착했다. 땅의 모습 대신 물이 가득 차 있다. 하, 물의 성을 가진 나에게 물이란 말은 참으로 익숙하다. 이 눈동자도 물을 닮아 있으니. 자신의 은빛 머리카락과 달리 리 사감님의 머리카락은 빛이 바란 사진을 떠올리게 했다. 상처입은 추억처럼. 그 몸에 물리적인 상처가 많았기 때문일까? 나는 물병과 국화를 보였다. 저번과 달리, 아주 건네주어야 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창제신 중 또 다른 하나이자, 이 곳을 완전히 창제했음에도 알려지지 않은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NE입니다. MA의 장난에 대해서 알게 된 그 신은 자신도 장난을 쳐보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그 결과가, 바로 기숙사에 굴러다니는 페인트공이 되겠습니다. 말랑말랑하고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이 페인트공을 꽉 쥐어봅시다. NE의 장난이, 당신을 덮칠 겁니다.
어떤 페인트공에 어떤 장난이 들어있을까요?
.dice 1 6. 1. 머리에 쫑긋쫑긋 동물 귀와 뒤에 간질간질 동물 꼬리가! 2. 등이 간지러워요. 새의 날개가 돋아났다! 3. 아무 일도 없어요. 4. NE의 환상쇼. 5. 육체만 -10세. 6. 기억까지 -10세.
1. 2시간에 1번씩 다이스를 굴릴 수 있습니다. 2. 다이스를 다시 굴리면, 이전의 다이스 결과로 나온 것이 사라집니다. 예) 동물귀와 꼬리가 돋아났을 때, 2시간 뒤에 다시 다이스를 굴리면 동물 귀가 돋아난 것이 사라집니다. 물론, 굴려서 같은 게 안 나올 거라는 보장은 없지요. 캡틴이 하나의 예언을 하자면, 누군가는 다이스를 향해 화를 낼 거고 누군가는 같은 게 굉장히 많이 나올 거예요:) 누구인지 몰라요!
3. 페인트볼을 쥐어서 터뜨린다는 내용의 레스를 쓰고 하단에 꼭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다이스식만 굴리면 캡틴이 "삐용삐용!!! 이리 와봐요!!>:ㅁ" 하고 호출해요!
>>0 [은 하/리의 술 빚기]-수행 물 속으로 잠겼다 올라오는 꽃은 안쓰럽다. 물이 묻지 않고 방울져 무질서한 모습이 쉽게 상상되었다. 그런 것만은 아니었을까. 마치, 저 물 아래가 저승을 은유하는 것 같았다. 기원을 하며 저승을 오가고 이승을 오가는 듯한 모습. 너무 과한 것을 상상하고 있었을까? 하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리 사감의 모습에 그 감상은 너무도 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는 저승에 가지 못하는 것만 같았으니까, 아무리 생명을 흘린다 한들.
아무런 표정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 열린 뚜껑으로 한 방울의 물도 새어나오지 않도록 바른 자세로 두 손에 물병을 들고 있다.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면 그것이 이 물 속으로 녹아들어 버릴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물에 대한 생각, 국화꽃에 대한 생각, 물병에 대한 생각. 관련된 생각만 하려 하니, 물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죽음의 은유가 계속 떠올랐다. 아름다운 물 속의 죽음.
>>0 [은 하/리의 술 빚기] 완료합니다. 오늘, 많이 돌아다닌 탓에 피곤해서 이런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리 사감이 모든 과정을 끝냈는지 이쪽으로 다가오는 걸 보았다. 은 하. 이름이 앞이고 성이 뒤인 내 이름. 물과 공기를 오가던 국화꽃은 마침내 병 속에 갇힌 죽음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나오지 못하도록 뚜껑을 잠가 버렸다. 리 사감이 부적을 붙이고 모든 것을 마무리할 때까지.
아성은 리가 빚은 술병을 감 사감에게 건네주었다. 그런 의미불명의 행동으로 어떻게 영혼을 달래는 술이 완성되는 건지 아니, 애초에 술이 완성은 되는 건지, 이건 잘 쳐줘봐야 꽃차가 아닌 지 생각했다. 아성은 감 사감의 눈가의 붉은 기운을 애써 모른척한 채 해맑게 웃었다.
>>0 [은 하/감에게 병을 돌려주자]-수행 이제는 저 추위가 조금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현궁으로 돌아오는 길, 눈을 뽀득뽀득 밟으며 느리게나마 뛰어 눈밭을 가로지르는 학생을 보았다. 유령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건지, 유령과 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도망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부모님과 함께 따뜻한 코코아를 마셨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코코아 속에 가라앉아 있던 마시멜로가 문득 소리를 지르며 뜨거운 코코아 방울을 튀기며 뛰쳐나온 탓에 와앙 울어 버렸던 것도. 수많은 부모님에게 서운했던 시린 겨울. 만약 부모님이 추운 날 집을 나서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따뜻한 겨울 집 안에서 천천히 녹아 내리다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겠지.
그래, 그들이 언젠가 사라지는 건 아닐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생기고 나선 모든 책임을 다했다면서 나를 향한 사랑을 물거품처럼 흩어 버리고 떠나 버리는 건 아닐지. 그런 게 무서웠다. 사랑을 잃는 게 두려웠지만,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바보 같은 그들에게 정이 더 들어 있어서, 그 망할 하 가문의 역마살이 내 부모를 앗아가고 내가 세상에 홀로 남은 하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가장 두려웠던 건, 기질이 뒤늦게 깨어나 그들을 이해하다 못해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내 핏줄 속 피가 아니었을까.
이제는,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내 남동생이 하나 있지. 따뜻한 불길 위에 녹인 버터의 풍요롭고 맑게 빛나는 금빛 머리칼을 가진, 우아한 아이. 그 애가 바라지 않는 한 어디로도 떠나지 않을 수 있는 아이.
이미 닫아 버렸는데도 국화꽃 물병을 흔들리게 하거나 찬 소리를 내게 해선 안 될 것 같아서, 결국 다시 조심스럽게 안아 옮겨야 했다. ...라는 것도 변명이었다. 현궁으로 돌아오는 길,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늦어 버렸던 것이다. 나는 면목없는 표정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런 감사를 받을 만한 좋은 심부름꾼은 아니었던 거라고. 하지만, 내 손 하나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한 번 이 일을 반복하게 되겠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감 사감은 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성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빗자루를 몰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화꽃이 담긴 술병을 감 선생님께 돌려주었다. 아성은 이 술병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 과연 이것으로 영혼이 달래지기는 하는 건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이 술을 빚는 과정 하나하나가 영혼을 달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꽃 한송이 한송이를 따면서, 우물 물을 길으면서 선생님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희생당한 학생들을 생각했고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되뇌일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생각하며 추모한다면 그들의 억울함도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 까 생각했다. 감 사감은 아성에게 거듭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이제 아성이 해야할 일은 모두 끝났다. 아니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동안 놈들에게 놀아나기만했다. 그리고 결국 많은 학우들이 놈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더는 참을 수 없고 참아서도 안된다.
대체 저런 건 어디에서 나타난 걸까. 그녀는 자신의 패밀리어가 문 오색찬란한 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낌새를 보아하니 저번의 유리병과 같은 기믹이 일어날 것 같은데. 같은 사단이 나기 전에 빨리 갖다 버리고 싶어서 어떻게든 뺏으려 해보지만 그녀는 인간이고 리치는 고양이다. 방 안을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리치를 쫓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데 돌연 무지갯빛 공이 방 한가운데로 포물선을 그린다. 요 앙큼한 고양이가 변덕을 부려 휙 집어던진거다. 엉결겁에 손을 뻗은 그녀는 공을 잡는데는 성공했으나 급하게 움직이느라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 꾸욱, 하는 감촉이 잠깐 느껴진다 싶더니, 이내 퍽 하는 둔탁한 느낌과 함께 손 안에서 공이 터지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배 위에 깍지를 끼고 누워있었다. 침대는 푹신했고 천장은 아무것도 없다. 본가에서 질리도록 했던 행동이다. 그는 당연히 이 상황을 싫어했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면서 침대에 대뜸 눕히고 아무것도 안 준다. 생각할 시간을 주면 되레 사람이 더 우울해지는 법인데 수세기가 지나도 그걸 모른다. 처음엔 비효율적이라며 싫어했지만 나흘쯤 지나니 이 짓도 괜찮았다. 천장에 엉클 잭을 매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기숙사 천장엔 처음 요양을 하던 시절처럼 아무것도 없다.
적어도 명치 위로 페인트볼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탱탱한 페인트볼은 어디서 생겼는지 몰라도 그의 명치에 정확히 안착했다.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페인트볼에서 불길한 기운이 풀풀 풍긴다. 꼭 일전에 있던 유리병 같다.
"…."
일단 이불에 튀면 귀찮아지니 그는 슬슬 움직여 침대 밑으로 빠져나오곤 페인트볼을 이리저리 눌러봤다. 대체 이게 뭘까. 잘 터지지도 않는다. 절대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는 기숙사 밖으로 던져버릴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유달리 긴 손톱은 눈치도 없이 페인트볼을 터뜨렸다. 손 안에서 터지는 느낌과 함께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운명을 받들기로 했다. 될 대로 돼라.
타이밍도. 옮기는 걸음이 느긋한 것 같으면서도 다급했다. 수업이 끝나고, 현궁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손가락을 꼽아 날을 세어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가문에서 보내온 편지에 들린 소포에는 늘 자신이 마시는 약병이 들어있었지.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날을 세는 걸 까먹을 수 있지? 약병에 들어있는 약을 들이키고, 같이 동봉된 달달하고 고소한 알사탕을 입안에 던져넣은 뒤 단태는 침실을 나선 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업이 끝났을 때 병동을 가던가, 아니면 수업 자체를 빼먹고 금지된 숲 근처를 맴돌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단태는 현궁을 나서자마자 바로 금지된 숲 근처로 목적을 분명히 했다. 숲 안까지 기어들어가서 뭔짓을 할 생각도 없었지만 지나가는 학생들이나 교수님들을 마주친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귀찮고 곤란해지는 건 졸업 때까지 사양이야. 지팡이도 없이 숲쪽으로 걸어가는 단태의 모습에서, 유난히도 어둠 속에서 그 암적색 눈동자만이 섬뜩하게 빛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누가 보면 늑대인간인 줄 알겠군."
목 안쪽에서부터 긁혀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그르렁거리는 것과 꽤 닮아 있었다. 보름달이 뜬 날에, 금지된 숲을 헤매이는 사람이라니.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에 초빙받으신 미셸 교수님이 늑대인간으로 착각하고 제압마법을 써도 할말이 없는 노릇이다. 숲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단태는 그 주변을 헤매는 것처럼 걸었다.
>>0 [발렌타인 C. 언더테이커/곤의 깃털 옮기기] - 수행 주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덥다. 그는 걸쳤던 로브가 이렇게까지 거슬리는 적은 처음이라 생각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는 더위에 쥐약이었기 때문이다.
곤 사감은 그의 손에 유리병을 쥐어줬는데, 그는 대체 이 유리병은 무엇인가 싶어 받아들자마자 이리저리 훑어본다. 속에는 불꽃으로 된 깃털이 담겨있다. 소독이라도 하는 건가 싶다. 불타고 있는 깃털은 하늘색이다. 구리인가? 염화구리? 아니면.. 아. 그는 불꽃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뭔가 깨닫기라도 한 양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섰다. 현궁으로 가는 길은 아주 익숙하다. 그는 발길 닿는 곳이 현궁임을 쉬이 깨닫고 귀소본능에 몸을 맡긴다.
현궁으로 가는 길은 혼자다. 언제나 그랬듯 혼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절애하는 자가 있다 해도 현궁의 신수가 주관하는 길까지 같이 데려갈 생각은 없다.
은은 자신의 숙소인 청궁 기숙사의 1인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닥을 굴러다니는 딱 봐도 수상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여기, 여자 기숙사인데. 남장 중이란 걸 들키면 괜히 피곤해질 것 같아 안 그래도 몰래몰래 다니는데, 설마 청궁의 소문난 장난반응혜자인 은의 정체가 누군가에게 들킨 걸까? 전지적 시점으로는 딱히 그렇진 않지만, 은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우선 페인트공에서 멀리 떨어진다. 자신의 지지리 말 안 듣는 지팡이를 꺼내 페인트공을 가리키고, 알고 있는 주문 목록을 떠올려 본다. 나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저 페인트공을 없앨 만한 마법이... 골랐다.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하려고 했는데. 이 짓궂은 층층나무 지팡이가, '어차피 이거 너한테 그리 해 될만한 거 아니니까 그냥 터져도 상관없지 않더냐?'라는 듯 페인트 공이 터지지 않게 옮기려던 마법의 방향을 홱 틀었다. " 군, 혹시 지팡이가 아니라 살아있는 게 아닌가! 맞아야 할 필요도 없다! " 하고 은이 지팡이를 고쳐 쥐려는데, 이 말썽꾸러기 지팡이가 손아귀를 천연덕스럽게 빠져나가며 휘고 핑그르르 돌아 바닥에 딱 딱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튀어오른다.
맙소사 멀린. 은은 얼굴 쪽으로 날아오는 페인트공을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쥐어 터트리며, 이 페인트공 소동에 휘말릴 첫 효시를 쏘아올리고 말았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던 주궁과 달리 현궁은 사무칠 정도로 추웠다. 그렇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는 현궁에서 6년 동안 살았고, 영지가 북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지는 여기처럼 눈이 가득 쌓인게 아니라 풍요롭고 사계절이 명확하다. 사람들은 북부에 편견이 있는게 분명하다. 어깨 밑으로 내려 걸쳤던 로브를 다시 걷어 올려 입는다.
그는 감 사감에게 깃털이 담긴 병을 건넸다. 감 사감은 방금 전까지 또 울었는지 눈시울이 새빨갛다. 그는 차마 달랠 재간이 없다. 위로를 해도 삶은 한 순간이라는 시덥잖은 말로 또 울릴게 뻔했기 때문이다. 산 자에게 있어 참 슬픈 일이다. 언젠가 무뎌질 일이기도 하다. 그는 무뎌진 사람이었다.
─ 그래서 손가락질 당한 거고, 모두가 경멸한 거잖아요!! 오로지 시체만 찾아다니는 까마귀라고..!! …헉! 제가 무슨 말을..! ─ … ─ 도, 도련님. 실언이었어요.. ─ …자네가 옳아. 모두가 우리를 경멸하지. ─ 도련님, 도련님! 제발 용서해주세요! 지팡이를 겨눠주세요. 차라리 저를 죽여주세요!!! 도련님!! 가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타니아와 사상에 대해 싸웠을 때는 그 순간이 싫고 남들처럼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하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이제 슬퍼할만큼 했으니 해야 할 일을 해야한다.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우물을 내려다본다. 이건 또 언제 만든 건지 모르겠다. 그는 우물 안을 들여다보듯 고개를 쭉 뺐다. 우물의 속은 깊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대로 발이라도 헛디뎌 빠져들면 아무도 그를 꺼내주지 않을 것이다. 미쳤다고 들어갈 일이 있겠냐만은 누군가는 또 여기에 빠져들어 죽어버리고 싶다는 한심한 생각을 할 것 같았다. 저기 저 학생처럼 말이다. 저 멀리서 코를 훌쩍이며 아직도 눈물을 그치지 못한 학생을 감정없이 쳐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해도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울기만 하면 그는 이 우물에 사람을 집어 던질지도 모른다.
그는 줄을 당겨 물을 긷기 시작한다. 물이 담긴 양동이는 무거워 한참을 낑낑대야 했다. 예상 외의 난관이었다.
하 가문의 사람들은 자신을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한 이들에게는 특별한 그림을 선물한다. 은으로부터 9대쯤 위에 있었던 것 같은 한 특출난 마법사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친구에게 11개월에 걸친 정보 수집을 걸쳐 완성한 할아버지의 초상화를 선물했다고 한다. 보통의 초상화는 모델이 제일 좋아하던 구절을 내뱉고 평소 태도를 따라할 뿐이지만, 그가 만든 초상화는 철학이나 우주의 원리, 갖가지 신기한 상식들을 생전처럼 친구에게 알려 주었으며 그림으로 재현된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고뇌할 정도의 고차원적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공감각의 형태로 나타나는 초감각이 유난히 짙게 나타났던 당대의 힘 덕분으로, 그는 친구의 주변인들과 친구에게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쓰던 물건을 보고 생전에 그린 오래된 초상화를 보면서 주변인들이 그를 어떻게 봤고 그가 순간순간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생생하게 느끼고 묘사할 수 있었다. 그 초상화는 쭉 친구의 저택에 걸려 있다가 친구와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한 후 본화의 의지에 따라 찢겨 생을 마감해,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 차 하, 중국에 머물던 하 가문 사람의 기록
삶이 있다면 그에게 엿을 주는 존재가 분명하다. 그는 요양하면서 침대에만 있었다보니 체력이 더 약해졌음을 깨달았다. 고작 물 한번 긷는 것에 온 힘을 뺐는지 숨을 돌리며 물을 병에 가득 담았다. 이걸 백궁으로 가져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정신이 아득하지만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또 감 사감을 울릴 수 없기 때문이다.
순결한 피를 이어나간다는 것은 동일한 피를 섞고 섞고 또 섞는다는 뜻이다. 마법약은 동일한 재료를 자꾸만 넣으면 특정한 성질이 강해져 쉽게 다룰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순수 혈통의 피에 마법사 농도를 늘려야 한다고 처음 생각한, 그 후대에게 그 생각을 계속해서 물려준, 최초의 마법사-선대는 참으로 멍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가끔은 참을 수 없는 광기, 어떤 열망을 느꼈다. 다른 성을 쓰고 다른 이름을 받았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있다는 것처럼.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견딜 수 없는 생각에 잠시 저녁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 불쾌할 정돈 아니었지만 소음의 원인이 궁금했다. 자리를 정리하고 방을 나가 보니 바쁘게 드레스룸과 복도를 오가는 사람이 보였다. 내 누이, 도련님이다.
"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
막 깨어난 후라도 우아한 억양을 꾸미는 건 어렵지 않았다. 캐리어에 옷을 넣고 종이조각 하나를 한참 노려보던 도련님은 이쪽을 돌아봤다.
" 아, 군. 잠시 짐을 싸고 있었어. " " 여행이라도 가시는지요? " " 아니, 가출. "
가출이라. 이 도련님이 가출이란 말을 입에 담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여덟 살, 내가 여섯 살일 때 한국에 온 이후 도련님은 양친(養親)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는지 맹목적인 믿음을 버렸지만 여전히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내가 무엇이든 일찍 마치고 남은 시간을 불쾌하고 천박한 것에 쓸 수 있는 것과 달리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 변덕이 드셨나 보군요. " " 변덕? 아니야, 군. 이건 계획된 거야. 부모님은 내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 " 계획이라. 머물 장소는 알아두셨습니까? "
그가 하의 피 때문인진 몰라도 어둠을 잘 가려낸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양친이 절대 그를 찾으러 가지 않을 어둡고 위험한 장소로 향하려 한다면 나는 양친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와 동등하지만 그의 부모에겐 은혜를 입고 있었으니.
" 쓸데없는 걱정이야. 이제부터 우리 가문과 그나마 친교가 있었던 가문인 임(恁)으로 갈 테니까. 그 집에서 나에게 손님방을 내어주기로 했지. "
그러고보니 한국에서 가출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풀이하면 집을 나간다는 뜻이었지. 하지만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가 직역한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 드물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의구심을 품은 눈으로 도련님을 바라보았다.
" 친교가 있는 가문으로 가는 것이 어떻게 가출이 될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만. " " 원래대로라면 미리 부모님한테 말하고 일주일 동안 곰곰히 생각해보란 말을 듣고도 바짓가랑이를 잡혔을 텐데, 임 가문의 장자를 통해 먼저 일을 진행시키고 후에 통보했잖아. 원래대로였다면 우리 부모님은 절대 남의 집에 묵고 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 한 달 동안 꽤 외로울 테지만 그건 지금까지 날 새끼 쥐처럼 여리게 취급했던 대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
도련님이 떠난 후에 들은 것은, 도련님이 한 달 동안 마법적인 지식을 교류할 겸 가문 간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임 가로 잠시 수학(受學)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플루가루 타는 냄새가 났다. 양친이 우는 소리를 몇 번 한 이후 가끔 저녁에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주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연락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먹물을 잘못 떨어트린 종이를 손 안 대고 가루가 되도록 찢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무언으로 손짓하자 가루는 쓰레기통으로 빨려들어갔다. 새 종이를 꺼냈다. 저 도련님이 내 자리를 다시 빼앗을 걱정은 없어서 다행이다. 나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 손에 넣을지 모르는 그것을. 그러나, 저 도련님은 남의 것을 빼앗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 또한 손에 쥐어주는 것을 움켜쥐기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쥐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고 알았을 뿐. 먹을 적신 붓을 죽 긋는다. 시원하다. 문득 도련님이 종이 앞에 서 있었다면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해졌다. 영원히 느낀 적 없는 그 감각이 궁금해졌다. - 미 하, 환영받는 이방인의 기록
한 편 더 쓰려고 했는데 귀찮아 (누워 있는 이모티콘) 평소라면 금손이란 말이 과찬이고 어쩌구 했겠지만 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보통 자신이 글을 못 쓰고 다른 사람이 잘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냥 각자 글에 차이가 있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고 금손이고 똥손이고 가릴 필요 없이 모든 사람의 글은 소중하다는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에 그냥 누울 거야. 줄여서 데굴데굴.
미심쩍은 눈길로 책상에 놓아둔 공을 찬찬히 살핀다. 저한테 이런 공이 있었던가. 아니 무지갯빛으로 반짝이기만 할 뿐 이런 필요도 없는 공을 저가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굴러온 것일까. 공을 잡으려 손을 뻗다, 저번의 유리병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거둔다. 이 공이 비슷하거나 같은 것이라면. 무언가 어떠한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그때와 같은 장난은 한 번이면 충분한 것이었다.
스베타는 공에게서 관심을 끄며, 침대 끝에 앉다, 문뜩 벌떡 일어나며 침대와 손을 살핀다. 손에 눌리며 터진 그건, 또 다른 공이었다.
하루에 수업 하나. 오늘만큼은 이 패턴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모처럼 들은 수업 내용이 그다지 얻을 것이 없어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바로 다른 수업을 들어야 했다면 무단으로 쨌을지도 모를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숙사 점수가 깎인다고 한소리 들을테지만 알게 뭐냐. 쓸 일도 없이 쌓아둔 점수인데 뭐.
그렇게 수업이 끝나자마자 기숙사로 돌아와 잠깐만, 이라며 엎어진게 문제였다. 설마 잠들 줄은. 누운 것도 아니고 그냥 침대 옆에 앉아 살짝 기댔을 뿐인데. 눈을 떴을 때는 방 안이 캄캄해 순간 리치가 또 눈 위에 꼬리를 얹었나 했다. 하지만 보들보들한 털의 감촉은 무릎 위에 있었고, 단순히 해가 져서 어두운 것 뿐이었다.
응. 망했다.
안 그래도 약에 의존한 며칠 때문에 밤잠을 잘 잘 수 있을까 어쩔까 애매했는데 저녁잠이라니. 최소한 일찍 잠들지는 못 하겠다. 저와 같이 깨어 꼬물거리는 리치를 쓰다듬어주며 한숨을 푹 내쉰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산책이나 나갔다 와야겠다.
"리치~ 산책 갈래?"
먀우우우...
혹시나 해서 한번 물어보니 추욱 늘어지는 감각과 함께 부정의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 그래. 흐물렁거리는 리치를 안아 보금자리에 데려다주고, 촌스러운 도복 대신 깔끔한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가려는 곳이 근처 중에서도 외진 곳이었으니 설마, 하며 어깨가 드러나는 상의를 걸쳤다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을 상기하며 얇은 여름용 가디건을 그 위에 겹쳤다. 빛도 없고 하니 이정도로만 가려도 안 보이겠거니 하고. 그 다음은 반지 꼈는지 확인하고, 로켓은 옷자락 안으로 잘 숨기고, 마무리는 지팡이로 머리를 올렸다. 그리고 누구보다 조용히 방을 나서, 가능한 발소리가 나지 않는 걸음으로 백궁에서 벗어난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금지된 숲은 초입구였다.
"음?"
금지된 숲 입구의 풀이끼를 몇번 밟기도 전에 그녀의 눈이 사람의 형상을 먼저 발견했다. 설마했는데 진짜 누가 있네. 거짓말 같이 들어맞은 상황에 그녀는 조심히 가디건의 자락을 추슬렀다. 그러면서 상대가 누구인지 판별을 한 결과, 아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한번 불러보았다.
"단태 선배, 맞으신가요?"
훌쩍한 키에 하늘색 머리카락은 개성 넘치는 학원 내에서도 보기 드문, 아니, 그녀의 눈에 드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었으니. 그래서인지 경계 없는 모습으로 천천히 걸음을 내딛으며 물음을 던져본다.
백궁에 도착한 건 꽤 늦은 시간이다. 한시 급하게 진행할 일도 아닐 뿐더러 거리가 조금 있기 때문이다. 물병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의 소리없는 발걸음과 달리 찰랑이는 물소리는 맑다. 귀를 기울이면 목소리가 들릴 것 같다. 들릴 리가 없으니 쓸데없는 감상은 그만 하기로 했다.
그는 백궁에 들어선다. 백궁에 들어가본 일은 손에 꼽는다. 그렇게 좋아하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순혈이니 혼혈이니 하는 이유 때문은 아니고, 단순히 하얀 색을 꺼리기 때문이었다. 내색하지 않고 그는 리 사감에게 도착한다. 신당을 중심으로 채워진 물이 현무의 것임을 쉽게 알아챘다. 이렇게까지 한기 서린 물은 원내에서 현궁을 빼면 없기 때문이다.
일은 순조롭다. 그는 물병의 뚜껑을 열고 리 사감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본다. 무얼 하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묻지 않는다. 집중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하며 인내한다. 그는 그나마 체력이 남아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국화를 병에 담자 그는 뚜껑을 닫았다. 부적을 붙이는 걸 보며 보통의 것은 아니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일련의 과정이 끝나자 그는 목례를 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술병을 감 선생에게 돌려주러 갈 시간이다. 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현궁의 것보다는 못하지만 제법 차갑다. 그는 오늘 봄과 여름, 가을을 겪었으니 이제 겨울로 돌아가야만 한다. 현궁으로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혼자다. 앞서 서술하였듯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변할 일은 없다. 홀로 돌아가는 길, 그는 입속의 말을 빙빙 돌린다.
너는 빛으로 가야지. 절애하는 자야, 너만이라도 빛으로 가야지. 너마저 나락으로 가버리면 내가 무엇이 되겠니. 나를 따라오지 말고 너는 행복해야 할 텐데.
현궁에는 현무가 있고 현무는 죽음을 주관하며 겨울을 상징한다. 죽음은 전혀 차가운 것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고작 시체가 식는다는 것에 착안해 겨울을 죽음의 계절로 착각하곤 한다. 겨울이 길어 상대적으로 죽는 사람이 많다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날씨를 고려한다 해도 동사한 사람도 많으나 열사병으로 죽는 사람도 많다. 이젠 날씨가 죽음의 계절이 여름으로 바뀌어도 될 법 하지 않나?
그는 이 겨울=죽음이라는 집단지성에 대해 고찰해볼까 고심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늘 몇백년간 다져진 사람들의 아집을 깨부술 답을 내놓아도 들어먹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지금도 막 그 생각을 마치고 감 사감 앞에 도착했다. 그의 귀소본능은 제법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는 술이 담긴 병을 돌려준다. 이걸로 끝이다.
금지된 숲으로 들어서지 않고 근처를 맴도는 건 아무리봐도 정신나간 짓이라고 생각한다. 딱! 새된 소리가 귀를 흔들었다. 잘다듬어진 매끈한 손톱을 이로 세게 깨물었다가 놓고 단태는 그 손으로 금지된 숲 초입구에 있는 나무를 짚고 걸음을 멈췄다. 깊은 숲 안쪽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암적색 눈동자가 휙- 하고 하늘로 옮겨진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박혀있는 흐릿한 보름달이 눈에 들어오고 단태가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열이 오른 머리로 인해, 눈앞이 붉게 물들어있는 착각이 든다.
지끈지끈하게 뇌를 헤집어대는 두통과는 명백하게 다른 어지러움이 누르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 어지러운 와중에서도 누군가의 목소리는 분명히 고막에 닿아왔다. 보름달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가 느릿하게 굴렀다. "아." 누가 자신을 불렀는지 단태는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름이, 펠리체였나. 절벽에서 다이빙을 한 것에 휘말린 이래 가끔 수업이나 탈과 대치할 때 봤었던 후배. 단태는 자신의 입가에 손을 대며 엄지와 약지를 이용해 눌렀다.
"오랜만이야. 자기야- 그러니까.. 펠리체 맞지? 잘 지냈어? 우리 자주 마주쳤었는데 제대로 인사할 시간이 없었네. 그치?"
손을 떼어내고 단태는 걸어오는 펠리체를 향해 몸을 돌렸다. 등 뒤에 닿는 나무에 잠시 손을 올렸다가 꽉 쥐면서도 얼굴 위에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을 뻔뻔스럽게 떠올리며 평소와 다르지 않을 목소리로 재잘재잘 떠들었다. "산책이냐고 물어보면- 음! 맞아. 산책이지. 요즘 일이 많았잖아?" 하고 말을 덧대며 단태가 찡긋 윙크를 해보이고는 곧 나무에서 등을 떼어냈다. 한걸음 펠리체에게 다가선 것이다.
하늘빛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길어보인다 싶었는데, 고개를 들고 있어서 그랬나보다. 단태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이자 기억 속의 그 머리칼과 얼추 들어맞는다. 얼추, 라고 한 건 사방이 어둑하니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래서인가. 그녀를 향해 돌아서는 단태의 모습이 어딘가 위태로워 보였다.
"네, 맞아요. 보시다시피 잘 지내는 중이죠."
그녀의 이름과 함께 돌아온 대답에 보시다시피 라고 하며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요근래, 습격이 있어도 자진하지 않으면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잘 지냈는가에 대한 건 누구보다 잘 지냈다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단태는, 그녀의 기억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부분이라면 검은 표범에게 물리는 모습이었다. 그대로 맞아준 탓에 제법 다쳤었을 걸로 보였지. 지금 보니 그 때의 부상은 다 나은 듯 했다. 처음부터 걱정도 안 했지만.
"마주칠 때마다 인사할 상황이 아니긴 했으니까요."
그런 거 치곤 수업 때도 인사를 안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 부분은 알아서 적당히 생각해주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하며 나무에서 등을 떼는 단태를 본다. 저를 향하는 듯한 걸음을 보고, 다시 단태의 얼굴을 바라보자 올림머리를 지탱한 지팡이에서 은빛 석산 장식이 달랑거렸다.
"요즘 뒤숭숭하긴 했죠. 그래도 산책 장소로 여길 고르는 건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요."
금지된 숲의 초입구. 여긴 숲 안의 위험한 동물들도 동물들이지만 과거 몇번의 습격이 있던 곳이기도 했다. 바로 최근의 참사도 이곳을 넘어 저 안쪽에서 일어나지 않았는가. 그러니 위험하다면 위험한 곳이지만, 그런 곳에 그녀도 와 있었다. 가까운 현궁도 아닌 거리가 있는 백궁의 그녀가.
"뭐, 여기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을지 모르니, 그런가보다 하죠. 저도 여기 있는 마당에 선배에게 뭐라 할 자격은 없고. 각자 원하는만큼 산책을 즐기면 되겠네요."
이 말 저 말 좀 하는가 싶더니 돌연 말을 돌려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바꿔버린다. 그리고 그녀를 향하는 단태와 달리, 그녀의 정면을 향해 두어걸음 내딛었다. 가볍게 뒷짐을 지고, 나홀로 산책을 즐기러 온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는 페인트볼을 멀리했다. 보이는 족족 지팡이로 툭 건드려 기숙사 밖으로 쫓아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쥐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렇지만 인생사 마음대로 되는 법이 없다. 그는 새 페인트볼을 발견하고 지팡이를 집어들려 했으나 그 옆에 가지런히 자리한 페인트볼을 움켜쥐었다. 그가 다시 욕을 뱉었다. "젠장!"
일단 시작부터 엿을 먹진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방에서 복도로 나가보았다. 그러자 이게 왠걸, 저번과 비교해서 더하면 더했지 덜한 상황은 아닌 상황이 기숙사 내에 한가득이다. 밖으로 나가니 더 혼란스러웠고. 온갖 동물귀와 꼬리와 새의 날개들과 그 속에 섞여 우는 아이들이란...
그만 정신이 아찔해져 짚은 난간에 때마침 페인트볼이 있었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익숙한 감촉에 손을 떼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더란다...
분위기가 평소랑 좀 다른데. 펠리체의 반응을 가만히 응시하던 단태가 히죽하니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능글맞은 목소리로 재잘재잘 떠들었다. 달이 밝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밤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단태는 툭, 하고 자신의 뺨 한쪽을 손바닥으로 누르듯이 두드렸다. 약을 먹었기 때문에 공격성이나 내제된 폭력성 정도는 잘 억누를 수 있었지만 역시나 완전히 증세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단태는 펠리체의 반응에 평소와 달리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할 수 없었다.
아니면 원래부터 그렇게 무감한 성격이여서 그런걸지도. 차라리 그믐때라면 더 반응하기 쉬울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수업 때 만나도 인사 안했잖아. 달링- 꽤 서운했는데." 나는 너랑 친한 줄 알았거든~ 하고 말을 이어나가며 단태는 예의 평소와 비슷하게 헤죽 웃어보였다. 자신의 뺨을 두드리던 손은 이내 눈과 눈 사이로 옮겨져서 마사지를 하는 것처럼 누르고 있다. 서운하다는 기색을 보인 것과 달리, 석산 장식을 응시하는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는 꽤나 무감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현궁에서 가깝고, 위험하니까 아무도 안오잖아?"
그렇게 말하는 달링도 지금 여기 있으면서? 하고 말하고는 단태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낄낄 웃음을 터트리는 것과 동시에 치켜올렸던 눈썹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정면을 향해서 걸어가는 펠리체의 모습에 한번 더 심호흡을 하는 것처럼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두세발을 앞으로 내딛은 뒤에 펠리체를 향해 몸을 돌리는 단태의 행동에 발소리는 따라붙지 않았다. 금지된 숲 근처에 가득한 숲이끼 때문일 것이다.
"괜찮다면 동행해도 될까? 자기 말대로 요즘 꽤 뒤숭숭하니까 말야. 뭐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거절해도 좋다는 듯 뻔뻔스럽게 어깨를 으쓱이는 제스처를 섞어서 이야기를 한 단태는 히죽 웃었다.
단태가 만난게 반갑지 않느냐고 했을 때,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리 말했다. 제가 당신을 여기서 만난 것에 왜 반가워해야 하는가요. 단태가 느낀 분위기의 다름을 숨기려 하는 기색 따윈 없이, 오히려 그것이 기분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듯 단태를 대하고 있었다.
적당히 넘겨주길 바랐던 인사에 대해서 기어코 한마디 하길래 그녀도 뭔가 말하려다가- 말았다. 말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뭐 어때서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러면서 그녀의 눈은 단태의 행동을 쫒는다. 손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미간을 누르는 것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 손 너머의 시선이 서운하다는 말과 달리 건조, 무감정하다는 것 쯤 모를 리가 없다. 탐색하는 듯한 시선은 단태가 경박한 웃음을 흘릴 때 거두어져 앞으로 향했고,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금줄만 넘지 않으면 여기만큼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도 없으니까요."
그녀는 나름대로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를 대며 걸음을 내디뎠다. 푹신한 이끼가 카펫처럼 밟히며 발소리를 삼켜준다. 샌들의 밑창 아래로 밟히는 이끼더미의 감촉은 제법 좋은 편이었다. 한걸음 한걸음, 지면에 걸음을 새기듯 걸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원하시는대로요. 감시하지 않아도 전 금줄을 넘을 생각은 없고, 여차할 위험 따윈, 저에게 있을 수가 없거든요."
정말 갑작스럽게 탈의 습격이 일어나더라도 자신만은 아무 일 없을거라는 묘한 자신감이 담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뒷짐을 진 손의 겹침을 바꾸자 약지의 반지가 나무 사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존재감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그녀는 말했다.
"지병이 있는거라면, 이런 곳이 아니라 의무실이나 사감을 찾아가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배."
뜬구름 잡는 듯한 말에 걱정하는 기색은 없었다. 단태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그런 방법을 취해야 하지 않느냐고 단지 말만 하듯이. 그러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뒤를 보는데, 몸은 앞을 향한 채 고개만 뒤로 기울여 단태를 보는 눈은 웃는 건지 그저 가늘게 뜬 건지 모를 애매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완성된 술병을 들고 현궁으로 가는 길은, 이미 한번 걸었던 길이기에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느낌이 또 사뭇 달랐다. 그 다른 느낌은 올 적에 했던 생각의 연장선을 이끌어내려고 하고.
대체 기억은 그녀에게 무엇을 깨닫게 하고 싶은 걸까. 하여 깊게 생각해보고 싶어도, 누가 칼집을 넣은 동앗줄마냥 잡으면 끊어지고 당기면 찢긴다. 아까와 같은 회상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그만두고 걷는 것에만 집중했다. 올 때와 같이 지면에 걸음을 새기듯 앞으로 나아가, 초입부터 냉기가 흐르는 현궁에 다시 도착했다.
자, 이제 의미없는 추모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녀는 끝의 끝에 다다라 일을 망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얼마 남지 않은 길을 더욱 신중히 나아갔다. 누군가에게 부딪히지도 스치지도 않게. 순례길이라도 걷듯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그렇게 감 사감에게 가 두 손으로 받친 술병을 건네었을 것이다.
달링은 누굴 닮아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그는 달링의 깃털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빗질했다. 만족스러운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름답군!" 당연히 이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큰까마귀는 고양이가 내던 그르륵 소리를 흉내낸다. 그리고 날아올라 그의 머리에 자라난 사슴 뿔 위에 앉아 선물이라는 듯 무언가를 툭 내준다. 페인트볼이었다. 그는 단호하게 "선물은 고맙지만 터뜨리진 않으마." 하고 선을 그어내려 했지만 달링의 그 올망졸망한 눈동자가 부담스러운 나머지 울며 겨자먹기로 페인트볼을 쥘수밖에 없었다.
>>0 [은 하/건의 꽃바구니]-수행 " ...사감님도, 오늘은 진지하시네요. 하지만 이 시간이 끝나면 사감님도 언제나처럼 분위기를 띄워 주셔야 해요. 저한텐 그리 마음에 드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죽은 사람을 달랬으면 이제 산 사람을 달래야 하니까.
그것까지 내뱉을 만큼 어리진 않았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 결코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면서 남의 일엔 냉정하다. 기분이 좋진 않았다. 하지만 이 학원에서 학업을 보내는 만큼이나 어딘가에선 깔깔 체통 없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져야 한다고, 빨갛게 부은 눈이 아니라 호된 장난에 팅팅 부푼 빨간 코가 있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낸 꽃바구니는 가벼웠지만,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모든 인간은 두려운 미지를 두렵지 않기 위해 탐내오도록 진화했지만, 해결할 수 없는 미지를 피할 수 있게 지혜를 전승하는 법 또한 새겨왔다. 큰 힘이 웅크린 사당 또한 내가 들어가지 말아야 할 미지였다. 계절에 자유로이 피어 있는 꽃무리 앞에 쪼그려 앉았다.
흰 장미, 흰 석산, 흰 국화, 흰 백합, 흰 거베라. 바구니 안쪽을 둥글게 두르듯 한 종류에 둘씩 꺾어 놓았다. 바구니 가득 채우려면 부지런히 꺾어야지. 장미를 한아름 꺾었다. 다시 두르듯 바구니 안에 둥근 틈만 남기고 풍성하게 장미를 깔았다. 이제는 백합이다. 묻히지 않게 조금 더 줄기가 길도록 꺾었다. 장미의 두 배 정도는 되는 양을 꺾어, 바구니가 꽉꽉 들어차면서도 꽃이 흐트러지거나 서로 깔아뭉개지 않도록 세심하게 비지 않도록 넣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주기 좋을 아름다운 꽃바구니다.
아 환상 정산은 퇴근하고 퀘스트 정산과 함께 다 올릴게요!!!@ㅁ@! 해리포터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 하셔서 덧붙이자면, 해리포터 세계관이긴 하지만 동양판타지가 섞였어요!:> 어제 은이가 본 묘두사도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나오지 않는 생물이구요! 레이드 진행 때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주문도 같이 올려드리니까, 걱정하실 필요 하나도 없으시고....
다이스만 잘 나오게 바라면 됩니다! 여기는 .dice 1 2. 다이스로 하는데 1이 명중이거든요!:D 만약, 이거 모른다 하면 꼭 물어봐주세요! 캡틴이나 다른 분들이 보면 다 알려드릴테니까요!!!
시련은 늘 그렇듯 한순간이다. 페인트볼이 터지자 그는 자리에 앉아 겸허히 이번에 다가올 농간이 무엇이든 받아들이려 했다. 끽해야 또 사슴뿔이 돋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머리가 핑핑 돌고 시야가 암전됐다. 소년은 참으로 사랑스럽다. 작고 귀여운 두상은 동글동글하다. 머리를 덮는 새카만 머리카락은 얇게 한움큼만 쥐어 낮게 한갈래로 묶었는데, 묶은 부분을 제외하고 주변은 똑단발로 잘려있다. 아마 어머니의 취향인 것 같다. 소년에게선 매캐한 담배 냄새나 깔끔한 향수 냄새가 나지 않고 어린아이들이 쓰는 달콤한 샴푸향이 난다. 그리고 약간의 초콜릿 냄새도. 어딜 그렇게 바쁘게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햇볕에 살짝 그을린 피부는 여전히 새하얘서 밀가루 반죽같다. 희고 말랑한 뺨 위로 색이 다른 두 눈동자는 여기가 어딘지 가늠하듯 크게 뜨여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그는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엉클 톰이 주는 O-rioh¹와 Mar-s, 그리고 쉿²이다. 그것 말고도 톰의 오두막에서 뛰놀거나 비스크돌을 보고, 그의 육중한 팔에 올라타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9살 소년이다. 아직 9살밖에 안 됐지만 곧 위대한 선조를 따라 47대 가주가 될 것이다! 곧 가주의 승계시험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직계만 받을 수 있는 패밀리어를 얻었는데, 이제 막 알에서 태어난 귀중한 생명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이름을 달링이라고 지었다. 방금 전까지도 그는 달링이 삐약삐약 우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Uncle-Tom? Mommy?"
그런데 여긴 대체 어디란 말인가! 본가에서도 이런 구조의 방은 없다. 엉클 톰의 비스크돌³이 전시되는 공간일까? 하지만 여기는 아주 따뜻하다. 그는 머글 사회 한가운데에 떨어진 마법사처럼 그자리에 굳었다. 영리한 새인 달링은 어린시절의 그를 기억하는지 반갑게 울며 날개를 펼쳐 품에 안기려 든다. 그는 처음 보는 큰까마귀가 날아들자 깜짝 놀랐지만, 품에 안기 전까지는 어머니의 패밀리어인 Dear-겠거니 생각했다. Dear는 수명이 아주 길어 그가 태어났을 때도 함께 했는데, 자식처럼 생각하는지 이렇게 자주 안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새는 Dear보다는 체구가 작고 어리광을 더 부렸다. Dear는 아니고, 누굴까? 품에 안긴 새가 부리를 연신 부비며 낮게 울자 어설픈 손길로 새의 머리를 쓸어줬다. 그는 새를 한참이나 쳐다보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새의 발목에 있는 붉은 리본 때문이다. 지금은 낡았지만 그가 알에서 깬 달링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다. "달링? 맙소사, 달-링! 정말 예뻐. 벌써 자란 거야? oh. 그러니까..꼭 밤-의 여신같아!"
누군가 마법을 부린 걸까? 그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나이대 아이가 맞다는듯 방울이 딸랑대듯 맑은 웃음소리다. 10년 뒤로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을 웃음이다. 달링을 품에 가득 안은 그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당신을 마주보고 웃음을 뚝 그치고는 슬슬 침대의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숨어버렸다.
"살아있는 사람은 무서워. 움직이잖아."
이 나이에는 조금 온건하고 순수한 방법으로 사람을 싫어했던 것 같다. ¹) 그는 아직 오레오의 이름을 외우지 못했다. ²) Hush와 Hershey's의 발음이 비슷한걸 이용한 말장난. ³) 순혈주의자를 비롯한 여러 사상을 가진 마법사의 박제를 일컫는 말.
곤 사감에게서 목례하며 물러난 네 손에 들린 건 부탁으로 건네받은, 태양의 한 조각을 담아낸 것 같은 깃털이 담긴 유리병이었다. 혹여나 놓쳐 떨어트릴까 병을 들어 살핀다. 담긴 깃털이 구름 사이 태양이 빚어내는 빛처럼. 붉은색으로, 주황 색으로, 빛바랜 파란색으로, 그리고 백색으로. 온갖 색으로 반짝인다. 조심스레 병을 품에 안아내면 온기 또한 느껴지는 것 같다.
히죽-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은 채, 단태는 느물한 어조로 재잘거렸다.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의 변화와는 다른 것.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 사뭇 다른 분위기와 반응을 보여주는 게 처음 만났을 때와 반대였다. 생각해보면 그저 우연히 만나서, 우연하게 같이 시간을 보냈을 뿐이였으니까 자세히 모르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한시도 가만 두지 못한 채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던 단태가 눈과 눈 사이의 미간을 마사지하듯 누르면서 펠리체의 시선을 지긋하게 응시했다.
아, 굳이 들키지 않기 위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샐쭉, 가늘게 뜬 암적색 눈동자가 느릿하게 구르며 다른 곳으로 향했다. "금지된 숲에서 평온함이 느껴지는 게 신기한걸." 예전에 봤던 트롤이나, 거대한 게 같은 게 초입까지 나와있다면 좋았을텐데. 가늘게 뜨고 있는 암적색 눈동자를 두어번 깜빡이며 능청스럽게 중얼거리던 단태가 자신의 머리를 대강 쓸어넘겼고 펠리체와 걸음을 맞추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속도로 걸었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인데? 뭐 확실히 우리 후배님은 위험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해. ..그리고 나는 학생 대표가 아니라서 감시할 생각이 없거든."
기묘하리만치 자신감이 담겨있는 목소리에 능청스럽고 능글맞던 웃음이 꽤 담백하게 흘러나왔다. 가늘게 뜬, 가라앉아있는 암적색 눈동자가 펠리체를 살피듯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스며들어오는 빛에 반짝이는 존재감을 발견한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반지를 처음부터 끼고 있었나. 그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고개를 기울이며 단태는 걸려있는 목걸이의 끈을 손으로 매만졌다. 자신을 보며 하는 말에 대해 답을 내기 위해 고심하는 것처럼 시선을 다른 곳-정확히는 금지된 숲 안쪽-으로 넌지시 던졌다가 느긋하게 입가를 끌어올렸다. "네 말대로." 느긋한 웃음과 함께 느긋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보이지 못할 건 아니지만 귀찮아질까봐."
단태는 숨을 한차례 더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머리까지 치솟은 열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았지만 그뿐이라서, 내뱉은 숨에 섞여있는 말이 한껏 낮다.
그는 이불 안에서 사람을 처음 본 고양이처럼 한참을 경계했다. 조금만 다가가려 해도 꾸물꾸물 움직여 이불 깊숙한 곳으로 숨었다. 침대 구석에 붙었는지 등이 딱딱한 벽에 닿았다. 달링은 그의 품안에서 그렇게 자기 사랑을 독차지 하더니 꼴좋다는듯 그르륵 울었다. 그는 침대 틈으로 숨을 수 있는지 확인하듯 손을 이리저리 더듬다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나자 손바닥을 본다.
모습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윤에게 고정된 장신구는 불편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잘 끼워져 있어서 기쁘기도 했다. 이러면 무얼 채워줘도 계속 하고 있겠구나 싶다. 호크룩스는 금방 만들 수 없을테니, 그 대신할 것을 빠른 시일 내에 가져오는게 좋을거 같다.
간지럼을 손장난으로 받아주며, 그가 언제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더냐는 말에 듣고보니 그렇다며 웃었다. 단순한 부탁도 그렇지만 두번이나 그의 수족들을 물러주지 않았던가. 이렇게 오냐오냐 해주기만 하면 버릇이 나빠질 것만 같다. 문득 든 생각에 가늘게 눈을 휘어 웃으며 중얼거린다.
"저 나중에 버릇 나빠져도 그거 다 선배 때문이니까, 투덜대면 안 돼요?"
말뿐인 위협은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더욱 가벼이 흩어진다.
"응. 다른거 조만간 들고 올게요."
호크룩스를 만들던 어쩌던 그 때까지 비워둘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근시일내로 가져오겠다 말하며 순순히 윤의 품에 기댔다. 두고 가려 해도 놓지 않을 듯 그의 팔과 옷을 단단히 쥐고, 점점 무거워지는 눈커풀을 느릿히 깜빡인다. 감기는 눈만큼이나 말도 조금씩 늘어진다.
"더 얘기 하고 싶은데, 졸려... 조금만 잘게요. 진짜, 조금만.."
그러니 가지말라고. 꼭 옆에 있으라고. 비슷한 말을 몇번 반복하다가 툭 하고 잠들었다. 그 며칠 사이 가장 편안한 잠이었다.
후일담, 이라고 할까. 며칠 뒤의 일이다. 그녀는 정말로 목줄...스러운 초커를 들고 윤을 찾는다. 그의 지금 모습에 맞춘 듯 붉은색이 도는 가죽끈에 장식이라곤 동그란 은색 고리 하나가 전부인 심플한 물건이다. 정말로, 고리에 줄을 달아 당기면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양새다. 윤이 기꺼이 해주겠다고 했을 때처럼 눈을 반짝이며 그것을 내밀었을텐데 과연 거절할 수 있었을까. 어찌했을지 모르긴 하지만, 먼저 했던 말처럼 순순히 착용했다면 활짝 웃으며 안기는 그녀가 있었을거다. 저보다 큰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안겨 그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 속삭였겠지.
만약 장난으로라도 거절했다면? 뭐, 그건 굳이 말로 해야 할까 싶다. 어찌할지는 이미 다 말했지 않은가.
//더...더 잇고 싶지만 이미 지난주 내내 캡틴을 붙잡고 있었던 것에 양심이 아파서 ㅋㅋㅋ.... 이걸로 막레 할게! 캡틴 일상 수고했어~~
어느 쪽도 이유가 없는 것은 맞지만, 그녀는 필요성에 중점을 두는 편이었으므로 반갑지 않은 상대에게 그리 대할 뿐이었다. 그래도 나름 예의를 차려서 무시하지 않은 것이 낫지 않느냐고 생각했고. 단태가 보여준 언행 불일치의 모습도 그와 비슷하지 않는가 라고도 생각했다. 기껏 남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이런 곳을 찾았는데 그녀가 대뜸 나타났다. 방해라고 여겨져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 정도는 일일히 짚지 말아줬으면 하지만, 말로 하지는 않는다. 귀찮거든.
"본가의 주변이 온통 숲이다보니 비슷한 환경이 익숙한거죠. 그리고, 뭔가 있을 때는 시끄럽지만 없으면 이렇게 조용한 곳이, 학원 내에 있었던가요."
원내는 어딜가도 학생 학생 학생들이고 후원마저 유령들로 소란스러우니. 정말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이곳만한 곳도 없다. 그렇다면 학교 앞 숲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 싶겠지만, 그녀는 지금 여기에 있었다. 어떤 순순한 대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말이라는게 하는 사람 나름이고 듣는 사람 나름 아니겠어요? 감시는 안 하신다라."
그러고보니 해변에서도 감시는 안 한다고 했었지. 괜한 말을 했다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슬핏 기울였다. 그 날 나름 재밌게 놀았었는데, 그걸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 스스로 생각해도 참 못됐다. 그걸 철회할 생각은 없지만.
"귀찮아지는게 싫다는 이유만으로, 보이지 못할 것이란 건 맞지 않나 싶지만요."
그녀도 같은 이유로 그 날 밤 내내 베개만 쥐어뜯었다. 힐끔 시선만 내려 옷이 가리고 있는 가슴팍을 본다. 그 속에 감춰진 문양과 로켓의 존재감을. 아, 이제야 생각났다만. 그러고보니-
"여기서 혼자 이러실게 아니라, 찾아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던가요, 선배? 주제넘은 말이긴 하지만, 제가 그 사람이라면 선배가 혼자 이랬다는 걸 나중에 알았을 때 정말 슬플거에요. 혹은 깊게 깊게 삐지거나요."
그의 수족들과의 교전 중에도 서로에게 기대어있던 두 사람을 그녀는 분명 보았다. 단태와 주양. 그 둘이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는지는 모르지만 이럴 때야말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이지 않을까. 뭐, 그렇게 말한 그녀도 매번 그를 찾지는 않았지만.
그의 뮤즈가 눈물을 흘리는 일은 잦다. 오죽하면 본가에서 그린 그림도 눈물을 흘리는 것이 대다수였다. 평소같으면 울지 말라며 눈물을 두어번 닦아주는 걸로 끝난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인트볼 때문이다. 그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슨 실수라도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 달래주기 위해 짚고 일어서던 순간이다. 그는 또 손바닥에 터지는 불쾌한 감각에 신은 죽었다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발렌타인 C. 언더테이커의 오늘 풀 해시는 멘션_온_질문에_어린시절의_자캐가_대답해준다 : 이거는 여기에 앵커를 달아주시면 답해드릴게요.😊
자캐의_손_특징 :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고 길쭉한게 특징이에요. 굵은 편은 아니지만 뼈마디가 도드라져 보이고, 손가락이 긴 편이에요. 손톱에는 검은 칠이 되어있고 단단한 편이에요. 네일아트를 한 손처럼 손톱도 긴 편이네요. 손등의 혈관이 그대로 비칠 정도로 피부가 창백한 것도 있네요.😲
자캐의_커피_취향 : 커피는 설탕을 넣지 않고 블랙으로 마셔요. 가끔 설탕을 넣기도 하는데...양은 말 안해도 아시죠..? 설탕 괴물..🙄
>>784 "oh. 이거 Uncle-Tom이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누-나한테만 알려주는 거예요. 샬-롯이라고 안 불렀으니까." ((목소리를 작게 낮춰요!)) "..oh-reoh? o-rio? 그게 좋아요. 사실 그것보다 캐-드버리를 더 좋아하지만 구하기가 너무 어려운 걸요."
각설탕을 탈탈탈..같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질색하지 않을까요..🙄
부..부끄러워요...🙈 유용하게 쓰니 정말 다행인 거 있죠..? ((둥기둥기를 받고 기뻐해요!))((음쪼쪼쪼!))
날개가 돋아났다고 모두 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날개에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달링이 깃털을 부리로 물고 뽑자 자신도 모르게 크게 펄럭였다. 덕분에 방 안이 깃털 천지다. 조류는 이렇게 깃털이 잘 빠지지 않는데, 물리적인 무언가가 고장난게 분명하다. 아니면 멋을 부리라는 신의 뜻일지도 모른다. 어느쪽이든 마음에 들지 않아 지팡이를 쥐고 방의 깃털을 모두 모았다. 그리고 손짓 한번에 불탄다. 그는 지팡이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두통 때문이다. 이마를 짚는 순간, 손 안에 냉큼 들어온 페인트볼이 퍽 소리와 함께 터졌다.
리치를 미리 내려놓길 잘 했다. 갑자기 어려지면 품에서 놓치니까 말이다. 또다시 작아진 그녀의 주변을 멤돌며 아기 때나 내던 소리를 내는 리치를 보며 창백한 낯빛의 그녀가 웃었다.
"이게 그렇게 좋아? 리치가 더 커서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 하는데?"
마우웅-
그래도 좋은지 연신 옹알이를 하며 그녀에게 몸을 부벼오는 리치를 쓰다듬어주고 천천히 복도를 걷는다. 혹시나 해서 벽에 딱 붙어서 걷긴 했지만 이번엔 안 아프게 지나갈 모양이다. 그래도 체력이 나락인 건 그대로였지만.
한참 걷다가 후원으로 나가는 문 근처에 적당히 주저앉아 쉰다. 그새 어디론가 가버린 리치를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 후 폴짝거리며 공을 문 리치가 나타났다. 조막만한 그녀의 품에 파고드는 리치를 받아 안고서, 두 손으로 페인트볼을 쥐고 꼬오옥 눌렀다. 누른 채로 팽팽해진 표면에 손톱을 찔러 터뜨렸다.
답레를 쓰고는 있는데 이게 쓰다가 잘 삘이 강하게 느껴지는걸. 이번 새벽내에 답레 안올라오면 이 땃쥐 기절해버렸군 하고 생각해줘.. 흑흑 황천의 뒤틀린 답레 텀이라니...((쓰러짐)) 점점 애들 처음에는 페인트볼을 경계하더니 이제는 유리병때처럼 즐기고 있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페인트볼들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지? 은이 한숨을 쉬면서 혹시 옷에 묻을라, 터져버릴라 후두둑 쏟아지는 페인트볼을 피했다. 물론 이게 평범한 페인트볼은 아니라지만. 낯선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의 낯선 감각, 황홀함. 떠올렸을 땐 무언가 홀린 듯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난 저 개미를 사랑하는데 저 개미는 나에게 관심이 없어요. 나를 저 개미에게 중요한 개미로 만들어주세요.」 절대자는 사랑을 줄 수 있었던가?
발렌타인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누군가를_신뢰하는_기준 : 딱히 기준점이 없는 것 같아요. 애당초 신뢰한다는 것 자체가 발렌타인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요. 사회적인 면을 비롯한 공적인 관계에서는 성과와 과정을 보고 신뢰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기준을 아예 잡지도 않고, 신뢰도 하지 않아요. 굳이 따지자면 이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를 죽이거나 하는 사고도 안 치고 죽을때 관에 탈없이 들어갈 사람일까? 정도겠네요.🙄
자캐의_몸에서_나는_향기 : 유달리 독하고 매운듯한? 매캐한 향기요. 흡연을 하지 않는 날은 깔끔한데 관능적인 계열의 향수와 약간의 초콜릿 향도 나겠네요. 초콜릿 귀신이니까요.
자캐가_유난히_경멸하는_타인의_행동은 : 우와..🙄 숭고한 죽음을 능멸하는 행동이요. 죽음에 대해 토론하는 건 괜찮지만 이제 징그럽다는 말이 나오면 노빠꾸 3연발 섹튬셈프라부터 갈기고 협상을 시작한답니다. 보기 드물게 언성을 높이면서 "맙소사, 삶의 일부를 징그럽다 말한다니..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안봐도 뻔하군!" 하고 경멸하지 않을까요..? 그것 말고도 뭐..우당탕 소음을 일으키는 행동도 꺼리고..그냥 사회성 제로네요.🙄
은이는 이름이 은이니까 은이라구. 쉐도우 문장은 절대적 존재가 보는 인간을 개미에 비유하는 레딧 짤이 생각나서 캡틴이 모티브 한 건지 궁금해서 가져왔을뿐 은이랑은 그다지 관계가 없어! 그나저나 육체만 -10이라서 다행이네. 정신까지 -10이면 (딱히 어떻게 생각해둔 게 없는 오너의 SAN치가)혼파망이 되어버렸을 텐데. 으으 근데 졸리당... 다들 좋은밤
>>814 벨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짤 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거라서 그런가봐요.😂 퇴폐는 처음이라 스테레오를 이것저것 참고하다((병약, 염세, 다크서클, 흑발, 헝클어진 머리 등) 조금 다른 포인트를 넣고 싶은데..하고 뒤적거리다 미드소마를 만나고...((현실에 달관해요))
= 죽음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지만 그게 멕시코처럼 제 2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진 캐릭터는 어떨까? 아니면 죽음 자체를 아름답다 생각하면? = 남들과는 시선이 다르고 남들도 다르게 보겠지? 그러면 가문은 불리한 상황에 놓일 거고, 그 결정타가 되는 계기는 세계관이랑 이어볼까? =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 폐쇄적인 삶을 살면 남들과는 다른 철학이 있지 않을까? < 이게 가장 큰 기준점이 되네요!🙄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된다니, 누군가에게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점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옳지 못한 사상을 심는건 아닐까 겁이 나기도 해요.😂 그렇지만 저희 동화학원 분들은 모두 현명하시고 따뜻한 분들이니까 분명 잘 튕겨주실 거예요.🥰
>>816 궁금한 건 못 참아! 이게 이어지다보니...😂 저는 이제 미드소마 내용을 전부 외웠답니다..((꼬옥 안아요..))
과찬이어요..🙈 구멍 속으로 쏙 숨어버리고 싶네요. 당연히 막혔겠지만요..😂 스토리와 연관지어서 조금씩 풀리는 첼이의 가문 얘기나 설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세계관이 더 대단한걸요. 영향을 받지 않는 건 다행이지만 깐족거린다니...ㅋㅋㅋ 분명 벨이 미간을 짚고 크게 한숨을 쉴 거예요..🤣🤣🤣
벌써..2시네요..🙄 팔이 그나마 괜찮? 을때 잠을 자야겠어요. 다들 어제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오늘도 근사한 하루 되길 바랄게요.😊 좋은 새벽 되셔요! 너무 늦게 주무시지 말구요. 이이이.😬
단태는 펠리체의 말을 들으면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우연찮게 몇번 마주친 걸 제외하고는 딱 한번 마주쳤을 때는 못느꼈던 분위기에 저절로 시선이 갔던 것이다. 그것을 입에 담아서 밖으로 끄집어내기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한번밖에 안만났기 때문에 자신이 저 애를 모르는 건 당연할테니까.
"이 시간이면 학원 내의 모든 곳이 조용하지 않을까? 뭐, 그래도 안정적인 걸 원할 때 비슷한 환경에 끌리는 건 당연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학교 앞 숲은? 하고 물으려다가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으면서 단태는 굳이 말을 잇지는 않았다. 금지된 숲에서 들려오는 정체모를 동물의 울음소리에 그쪽으로 고개를 기울이자, 이제는 퍽 익숙해진 무게감이 귓볼에서 느껴졌다. 후배와 선배로서 이야기거리를 찾자니, 자신은 잘 모르는 후배였고. 이거 곤란한데. 단태는 자신의 턱을 한번 문지르듯 매만지면서도 걸음을 옮기는 건 멈추지 않았다. 펠리체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로. "어른이 없는 곳에서 선배가 후배를 보호하는 건 당연할테지만."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가 슬쩍 펠리체에게 향했다.
"단순한 산책길에서 감시받는 건 자기도 썩 반갑지 않을 것 아냐?"
안그래? 하고 물으며 히죽 웃는 얼굴로 장난스럽게 윙크를 해보인 단태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시선은 오래 펠리체에게 머무르지 않았다. 펠리체가 내뱉는 말들 중에서 대부분 단태는 대답하기보다는 느긋하게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다가 찾아가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문장에서야 펠리체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샐쭉- 가늘게 뜨고 목걸이를 손에 감아서 장난질을 하며 "가서 기댈 수야 있지. 그런데 약간 그런 거 있잖아? 왠지 모르게 상대가 눈치챌 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어지는 심리 말야. 달링." 슬퍼한다면 나름대로 그것또한 좋았다.
자신으로 인해 슬퍼하고 삐져버린다면 그만큼 자신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싶어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얼굴에 묻은 페인트를 말끔하게 닦았다. 주치의가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렇다고 안 받을수도 없다. 복잡한 일에 뛰쳐든 건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날개가 돋고, 뿔이 자라고, 환상을 보고. 이번엔 형광색으로 빛나지 않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뒤로 하고 그는 이렇게 된 거 보이는 족족 전부 없애서 스트레스의 원인을 타파하자고 마음 먹었다. 기억이 나지 않고 백정이 울던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설마 나쁜 짓이라도 했을까? 하늘에 맹세컨대 그는 나쁘지 않다.
"혹시 내 룸메이트는 트러블 메이커였던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자기야~" "아! 또 그소리!"
날개가 솟아난 룸메이트의 툴툴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면서 단태는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번에 있었던 유리병 소동과 비슷한 맥락인 모양인데. 설마 이번에도 그러겠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날개가 불편하다느니, 이 날개를 달고 수업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끔찍하다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룸메이트의 말에 능청스럽게 낄낄거리던 단태가 암적색 눈동자를 샐쭉 가늘게 떴다. 어디서 나타난건지 모를 페인트 볼이 손에 잡혔다고 생각하던 찰나.
"아 젠장."
미처 손에 힘을 풀지 못한 탓이다. 단태는 눈앞에서 페인트 볼이 나약하게 터지는 걸 바라봤다.
아 새벽에 MA와 NE 모티브 이야기가 나와서 잠깐 설명해드리자면... 해당 짤에서 모티브를 살짝 따온 건 맞아요! 그런데, MA의 행동이나 생각, 일을 벌이는 스케일 등등은 제가 몇 번 꿈으로 꾼 어느 존재의 모습에서 99.9% 따왔습니다:P(((+자각몽을 꿨을 때의 동캡의 행동도 섞여있어요)))
NE도 대다수 제 자각몽에서 따왔어요. 개미라고 비유했지만, 그래도 캐릭터들이 생명이라는 걸 인식은 하고 있고 MA는 그런 인식조차 없어요. NE는 적어도 죽으면 슬퍼하는데 MA는... 우리가 게임에서 몬스터를 죽일 때,체스나 바둑 같은 게임에서 말이 죽어도 슬퍼하지 않듯이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거든요.
낙엽에서 뒹군 리치를 그대로 두기엔 무리가 있었기에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목욕부터 시켰다. 겸사겸사 그녀도 씻고. 단모종이라지만 그래도 고양이라 털을 꼼꼼하게 말려주고나니 다음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말릴 차례다. 털부터 먼저 정리하며 어휴 이 털쟁이, 하고 리치를 흘겨보자 똑같이 도끼눈으로 응수해온다. 그녀의 머리도 만만치 않다는 듯이.
"요게 또 도끼눈으로 보네. 안 되겠다. 오늘은 리치 보금자리 털어야겠다."
먕?!
리치는 개도 아닌데 가끔 물건을 가져다 보금자리에 숨겨놓곤해서 정기적으로 확인해줘야했다. 오늘이 그 날이구나 하며 전용 무션으로 된 보금자리를 뒤적이기 시작하자 리치가 불안한지 주변을 서성인다. 각양각색의 깃털, 갈레온, 주인 모를 펜, 리본, 등등. 자잘한 잡동사니들을 꺼내다가 그 속에 숨겨진 페인트볼을 발견했다.
"리치... 이건 또 언제 주려고 숨겨놓은거야, 응?"
페인트볼을 들고 으름장을 놓자 리치가 난 모르는 일이오 하듯 고개를 돌리고 냉큼 캣타워로 올라가버렸다. 저, 저 잔망스런 고양이 같으니. 일단 늘어놓은 것들부터 정리를 한 다음에 페인트볼을 터뜨렸다. 혹시 모를 화근은 미리미리 없애는게 좋지. 캣타워 둥지에서 리치가 아쉽다는 눈으로 터지는 공을 보고 있었다.
왠지 유리병 때 있었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복도를 걸어가면서 단태는 시선 앞에 펼쳐진 풍경에 혀를 내두르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아무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
걸음을 옮기다말고 복도 한복판에서 나 여기 있소- 하며 존재감을 보이는 물체와 마주하자마자 암적색 눈동자가 그것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주인모를 패밀리어가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가 여기까지 굴러온 모양이다. 내가 저걸 안밝고 지나갈 수 있을까. 세상은 늘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데굴데굴 구르던 페인트 볼을, 청궁 학생이 난데없이 행한 기행-솟아난 날개로 날아보겠다며 창문으로 달려가는-을 보다가 밟아서 터트리는 건 당연한 노릇이었다.
안정적인 걸 원할 때, 인가. 딱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오늘은 여기가 좋겠다는 생각이 주된 이유였다. 적당히 걸을 수 있고 행여나 누군가와 마주칠 가능성이 희박한 곳이니까. 그 가능성이 이렇게 맞을 줄은 몰랐지만.
"그다지 의미 없긴 하지만, 그런 걸로 하죠. 이곳에 와서 편안함을 느끼고자 한 것은 맞으니."
붙을만도 한 물음이 더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기로 한다. 무의미한 질문에 일일히 대답하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내키지 않아하는 것이었다.
걷던 중 걸음을 느리게 하며 뒤를 힐끔 보니 때마침 단태가 숲 쪽을 보고 있었다. 어둑한 사방 탓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단태의 귀 아래로 흔들리는 무언가를 보았다. 분명 전에는 없었던 거다. 원래 가졌던 것일까, 아니면? 떠오르는 의문을 한쪽으로 밀어놓으며 말을 받았다.
"켕길 짓은 하지 않을테니 감시를 한다 해도 딱히 신경쓰지 않아요. 오늘은 정말로 걷기만 하려고 나온 거니까요."
같은 말을 했던 저번엔 절벽에서 다이빙을 했었으니 그다지 신뢰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뭐 어떤가. 그 날도 오늘도, 그녀는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켕기는 마음 따윈 일절 갖고 있지 않았다.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그냥 걷기만 할 거였지만.
"경험담이라면, 상대가 뭘 숨겨서 그로 인해 슬퍼했거나 삐졌거나, 그런거 말인가요?"
되돌아온 질문에 다시 돌아보자 이번엔 목걸이를 만지는 단태가 보인다. 저것 또한 못 보던 거다. 귀걸이 만이라면 모르겠지만 목걸이까지 함께라. 그녀는 자신이 손수 채웠던 목줄을 조용히 떠올렸다. 어쩐지, 같은 의미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만 했다.
"맞긴 하죠. 경험담. 제 경우는 제가 지레짐작하거나 안달나서 그렇긴 해요.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내서 전부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지는 거, 그런 소유욕은 지극히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태생 따윈 상관없는 인간으로서의 본성 중 하나- 라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휙 돌렸다. 발 밑의 이끼를 가차없이 짓뭉개며 단태를 향해 돌아서서 싱긋 웃었다. 어둠 속에서 금빛 눈이 반짝였다.
"그런 제가 보기에 선배의 행동 역시 소유욕의 일부로 보이지만, 아니라면 하루 빨리 시원하게 털어놓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다시 가던 길을 이어간다. 느긋한 걸음이 착실하게 족적을 남기며 나아가고 있었다.
어떤 감정으로 상대의 목을 졸랐던 걸까. 환상에서 헤어 나오고서, 헐떡이며 그동안 막히었던 숨을 몰아쉰다. 핏줄을 타고 산소가 돌며, 놀래었던 마음도 조금은 진정된다. 생각대로 유리병 만큼 저 공 역시 위험한 것이었다. 피곤한 얼굴로 페인트가 묻은 시트와 이불을 끌어모아 품에 안자, 그 속에 딸려온 다른 페인트 볼이 팍, 하는 소리를 내며 터진다.
리치의 보금자리 손질까지 마치고 제 몸단장을 마친 그녀는 이제 슬슬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했다. 아무리 난리가 나도 밥은 제때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리치에게도 밥을 챙겨주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와 식당에 간다. 가는 동안에도 별별 꼴을 한 학생들을 보고 한번은 웃은 듯도 싶다.
가면서 찬찬히 살펴보건데, 이번에는 동물 의태가 토끼만이 아닌지 온갖 동물의 모습들이 있었다. 하긴 날개도 있었지. 그녀는 자신에게 귀와 꼬리가 난다면 여우의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귀는 쫑긋하고 꼬리는 하나 말고 세개면 딱 좋을 거 같은데. 그런 모습을 하고 무얼 할지는 뻔할 뻔자였다.
"오."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때마침 굴러오는 페인트볼을 발견했다. 이제는 반갑게 그 공을 잡아 지체없이 터뜨린다. 소리와 달리 간질하게 터지는 감각에 이번엔 또 무얼까, 하는 기대감이 슬금 들었다.
그의 책상에는 일전에 배운 어둠의 마법 방어술 복습을 위한 양피지 여러장과 깃펜, 잉크, 그리고 초콜릿이 담긴 하트모양 상자가 있다. 질서정연한 책상 위의 물체는 지난 6년동안 위치가 변하는 법이 없다. 손을 뻗어 초콜릿을 먹을 위치도 정확해야 하고, 잉크를 적시기 위해 놓인 잉크병도 늘 그자리에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실수로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짜증이 났다. 그게 당신이나 달링이라면 인내심을 백번 발휘해서 참겠지만, 가문원이라면 참지 않고 성질을 내며 관에 20분동안 생매장을 했을 것이다.
그는 이번 복습을 모두 마친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크룩스를 그냥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았다. 가설이지만 매구는 호크룩스를 찾기 위해 학교를 습격하는게 아닐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나? 그는 손을 뻗어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고 씹었다. 퍽 소리가 났다. 그는 더러워진 양피지와 입에서 뚝뚝 흐르는 페인트를 보며 미간을 짚다 휘청이더니, 기절해버렸다.
>>0 [스베틀라나 이브코프/리의 술 빚기] 수행 백궁은 기억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조화를 놓쳐 떨어트릴까, 손가락 끝으로 조화를 살며시 누르고서 리 사감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러운 걸음을 옮긴다. 발을 떼어낼 때마다 찰랑이며 물소리가 울린다. 이내 리 사감 앞에 선 스베타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서, 병과 함께 흰 조화와 부적을 내밀어 보인다.
"물병은 감 사감님께서. 부적은 무기 사감님께서 리 사감님께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그리고서 당연히도 스베타는 리 사감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인다. 숨소리조차 죽인 채 조용히 의식의 과정을 지켜본다. 그 모습은 영혼을 달래고 위로하는 듯 보였을까. 이내 조화가 병에 담기자 스베타는 뚜껑을 닫았다.
>>0 [은 하/감의 물 긷기] - 수행 이미 한 번 해봤던 일이지만 힘을 쓰는 일이다보니 쉽사리 숙련되지 않았다. 저번에도 돌아가고 나서 근육통에 시달릴 뻔했었지. 부모님께 물려받은 몸이 깡근력 자체는 좋아 다행이었다. 운동을 하면 되지 않냐고? 열심히 운동 하는데 근육이 안 붙으면 성별이 의심받지 않겠어. 아무튼 그래. 나군은 게으른 게 아니야.
마지막 양동이가 될 듯한 것을 끌어올리고 있을 때, 우물물을 기는 데 마법의 힘을 빌리지 말란 말은 없었다는 게 문득 생각났다. 자체 오블리비아테 하기로 했다. 이런.
떨어트리지 말라는 말에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흰 국화에 물이 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물병을 든 채 동동동 리 사감에게로 가려 한다.
>>0 [은 하/감의 물 긷기] - 완료 건네주고 다시 가져오기. 말은 어렵지만, 그냥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만 받으면 된다. 별 일은 없었다. 리 사감의 의식이 시작하기 전, 국화꽃을 건네고 물병의 뚜껑을 열고 기다릴 준비를 했겠지. 준비라고 할 것도 없는 마음의 준비를.
>>0 [은 하/리의 술 빚기] - 수행 포그르한 마시멜로를 코코아에 넣어서 마시고 왔더니 오늘은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가끔 피곤할 때는 이상한 생각이 스멀스멀 밀려나오기도 하는 법이지. 지금은 괜찮아. 게다가 마시멜로가 아주 온건하게 사람을 놀래키는 정도면 아주 양호하지. 리 사감님은 물에 길들이려는 듯 꽃을 담았다 빼며, 물방울을 손아귀에서 똑똑 떨어트려 꽃잎 위를 매끄러지게 하기도 한다. 한 번 본 풍경은 그리 신선하지 않았으니 이제부턴 기다림의 시간이다.
이번 페인트볼과 저번 유리병과의 큰 차이를 하나 꼽으라면, 불쾌함의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벌써 몇번째인지 모를 환상을 보고 난 그녀가 한 생각이었다.
유리병 때는 하나 하나 직접적이고 선명해서 그 불쾌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미로 치환해서 보이니 그냥, 재밌게 보인달까. 어쩌면 그 사이 일어난 변화가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나 그것도 예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이었다.
"?"
누군가 그녀의 옆을 지나가며 날개에서 무언가 떨어뜨렸다. 반사적으로 잡고 보니 페인트볼이었다. 참 별 희안한 곳에서 나오네. 이왕 잡은 김에 터뜨리기로 하고, 두 손을 맞대 손바닥 사이에서 으스러뜨렸다.
신꽃, 무당이 사용하는 꽃. 그러나 무기 사감은 추모 용도의 신꽃을 접어야한다고 말한다. 종이 꽃은 어릴 적 카네이션 접기가 끝인 아성은 카네이션도 아니고 그 이상의 난이도를 자랑할 것만 같은 국화꽃을 접어야한다는 사실이 믿지기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우연치 않게도 아성은 국화꽃을 쉽게 접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흰 색의 먹는 종이로 열심히 국화꽃을 접어본다. 먹는 종이는 라이스 페이퍼 밖에 모르는 아성이었지만 투덜거리지 않고 조용히 손가락을 움직인다. 아성은 망각이라는 것을 인간에게 준 존재가 있다면 그는 분명 그 어떤 존재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존재일 것이라 생각했다. 당장 이전까지만해도 꽃 한송이를 꺾으며 당장이라도 희생된 이들을 추억하며 울 것같은 느낌을 받았으나 지금은 그저 조용히 애도하는 마음 뿐이다. 예쁘기다기보단 그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접은 꽃을 완성한다.
만일 자신의 가족, 연인, 친구가 죽는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따라죽을 듯 오열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빈자리를 크게 느낀다.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가면 사람들은 서서히 죽은 이들을 잊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죽은 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남겨진 자들을 위해서.
희생된 10명의 학생들은 과연 남겨진 학생들이 어떻게 살길 바랄까? 자신들의 죽음을 슬퍼하다가 따라 죽어라? 아니, 고작 잘쳐줘도 친구가 늘뿐이다. 평생 자신들의 죽음을 슬퍼하라? 아니, 그들이 얻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답은 얼른 자신들을 잊고 일상으로 복귀하라는 것이다.
자신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얼른 자신들을 잊고 이전처럼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죽은 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리라 추측했다.
이미 저번에 한번 해봤던 일이지만 그래봤자 두번째로 하는 일이니 할때마다 새롭고 신기했다. 이제 그 용도를 잘 알고 있는 술통에 물을 흘려 넣고 통에 물이 가득찰때까지 반복한다. 한번두번 계속해서 멍하니 무념무상으로 반복하니 어느새 술통에 가득차 넘쳐버린 물이 신발을 적셨다.
"이런."
물통을 들고 다시 감 사감에게 돌아왔다.
"착불요금에다가 심부름 값은 현무 앞으로 달아놓겠습니다."
왜 감 사감 앞에서만 이런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지 모르겠다. 그저 그 앞에서는 해맑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고 싶었다.
헐렁헐렁한 옷 아래 큰 옷소매를 펄럭이고 있는 어린애. 어린애. 어린애! 일곱 살, 어리고 작은 몸. 뽀얀 손. 장갑이 없다. 은은 당황스러워서 주변을 둘러봤다. 페인트볼의 이상한 효과일까, 생각하며. 여자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 불명확하지만 한쪽을 고르자면 중성적인 여자아이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일곱.
이런 모습으로 돌아다니다니 당치도 않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걸음 내딛으려는데, 노렸다는 듯 들어올린 발 밑에 깔려 있는 페인트볼. 이 교묘함은 뭐지? 함정인가? 가까스로 발을 거둬들인 은하는 페인트볼을 주워들고 터지지 않게 잡고, 아니 터트렸다. 나를 돌려보내달라 이 못된 페인트볼-!
백궁에 도착하여 물로 뒤덮힌 신당을 바라보았다. 아성은 나중에 이곳의 물을 어떻게 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다가 어자피 물을 다스리는 게 현무니 상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현무 신당에 물을 채우고 리 사감이 그곳에 가서 술을 빚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리사감의 부탁대로 가져 온 물병의 뚜껑을 열고 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리는 저번처럼 아성이 가져 온 국화꽃을 백궁에 가득 찬 물에 담갔다 빼거나, 물방울을 꽃잎에 묻히기도 한다. 얼마 간, 행동한 그는 아성의 이름을 부르며 국화 꽃을 병 안에 담았다. 그리고 그 때, 아성은 바로 뚜껑을 닫고 잠가버렸다. 그 이후 리 사감이 무기 사감에게서 받아 온 부적을 붙혔다.
그는 페인트를 뱉어낸다. 욕을 같이 뱉으려다 교육에 좋지 않다는 걸 깨닫고는 입을 꾹 다문다. 그가 자신의 사람이라고 공인하는 당신은 좋은 것만 듣고 보고 자랄 나이다. 놀랍게도 그보다 살아온 세월은 8살 더 많지만 정신은 8살 어린 것 같기 때문이다. 가글을 몇번이나 하고나서야 그는 입안의 찝찝한 감각을 없앨 수 있었다. 덤으로 자란 북실한 장모종 고양이 꼬리를 본 그는 거울을 못 보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했다.
감 사감은 이전처럼 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성은 자신이 가져온 국화꽃이 든 술병을 그에게 넘겼다. 이전처럼 저승사자를 연상케 할 정도로, 까만 한복과 검은색 갓을 쓴 감이 아성에게서 조용히 병을 받고 신장대를 손에 쥐었다.
'내가 바라는 바가 이뤄질진 모르겠어. 그런데 안해보면 모르는거잖아?'
지난번 들었던 기괴한 목소리의 악의에게 답을 하듯 생각한다. 길흉을 점치는 무꾸리.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어쩔 수 없다. 자신이 가야할 길은 이미 그 스스로가 선택했다. 그 끝이 대흉, 또는 파멸만이 있을지라도 아성은 묵묵히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 길을 걸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폭음과 굉음이 터져나온다. 안개와 흙먼지가 자욱한 숲속에서 한 소년이 악을 지르다시피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늘만 쉴까? 너무 힘들다 수도 없이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쉬지않고 마법을 단련한다. 더 강해지고 싶다. 더 강해져야한다. 더 이상의 피해는 막아야한다.
당신의 주변에서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면, 부엉이가 떼로 몰려서 부엉부엉 울고 있습니다.
부엉이 한 마리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습니다. 다른 부엉이들도 고개를 갸우뚱 기울입니다. 우는 소리에 겹쳐서 무언가, 당신의 귀에 들립니다.
정말 신기하네요, 부엉이는 창문을 통과하지 못하는데 말이죠? 당신의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당신이 고개를 돌립니다. 개미들이 굉장히 많이 살고 있군요. 당신은 그것에게 부탁을 하나 했습니다.
마법을 가르친 인간을 모아서 살게 하자.
당신의 말에, 그것은 마법을 부릴 줄 아는 개미와 그렇지 않은 개미를 나눴습니다.
그렇지 않은 개미를 두 마리 빼고 전부 다 죽여버렸거든요.
부엉이 우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머글 사회와 마법사 사회가 나뉘어지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826 펠리체
터지자마자, 페인트볼이 당신의 눈에 잉크를 뿌린 것처럼 어두워집니다.
당신은 그것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습니다. 당신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 이것은 당신이 생기기 훨씬 전의 일입니다. 그것의 노랫소리는 불협화음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멜로디 같기도 하며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음악 같기도 하고 가장 아름다운 음악 같기도 합니다.
노랫소리에 맞춰서, 무언가가 형태를 갖추어갑니다.
'''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의 편을 가장 먼저 들어야 해. ''' ''' 공명정대해야 하고 ''' ''' 한 마리가 아니라, 한 쌍이 좋겠어. 난 짝수가 좋거든. ''' ''' 개나리가 피었던데, 노란색도 좋네. '''
그 노랫소리가 끝날 때 쯤에, 당신은 노란 빛을 내는 작은 두 마리의 네 발 달린 짐승을 발견했습니다. 기린입니다.
잉크가 묻은 적이 없다는 것처럼 시야가 다시 뚜렷해집니다.
기린의 탄생 순간을 알게 되었습니다
>>846 발렌타인
세상은 악독합니다. 당신이 페인트 볼을 손에 쥐자, 차가운 잉크가 당신의 손을 타고 점점, 눈 쪽으로 올라갑니다? 당신이 미처 떨어내지도 못했을 때, 잉크는 당신의 눈을 덮어버립니다.
당신은 그것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습니다. 당신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 이것은 당신이 생기기 훨씬 전의 일입니다. 그것의 노랫소리는 불협화음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멜로디 같기도 하며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음악 같기도 하고 가장 아름다운 음악 같기도 합니다.
노랫소리에 맞춰서, 알 하나가 보입니다.
''' 가장 먼저 태어났으니까 가장 끝을 맡는 게 맞지. ''' ''' 네가 볼 인간들과 네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죽은 것이야 ''' ''' 저승사자들과 죽은 자들이 모두 너를 왕으로 모시겠지 ''' ''' 거북아, 거북아, 혼자는 외롭단다. ''' ''' 거북아, 거북아, 네 꼬리를 두 마리의 뱀으로 바꿔주마. 적어도 외롭지는 않을 거야. ''' '''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려면, 네 역할이 가장 중요해. 그러니까, 네가 물을 다스리렴. '''
이번엔 꽝이었나보다. 그녀는 손을 털어내고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처음엔 질색팔색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안 일어나면 조금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아프지만 않으면 어려지는 것도 꽤 나쁘지 않아서일까. 손을 턴 뒤엔 곧장 방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저녁 소화도 시킬 겸 짧게 산책을 다녀오기로 한다.
전에도 그랬듯, 교내는 페인트볼로 인해 어딜가나 시끄러웠다. 그래도 좀 떨어져서 걸으면 생활 소음 수준...은 아니고 그래도 시끄럽다. 이 공을 퍼뜨린 누군가는 이 광경을 보는게 즐거울까. 그래. 휘둘려주는데 이왕이면 즐겼으면 한다. 최소한 억하심정으로 이러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느긋하세 걷다가 담장 위에 뭔가 걸쳐져 있어서 무심코 손을 뻗어 꺼내본다. 그러자 쨔잔, 페인트볼이다. 진짜 온갖 곳에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적당한 힘을 주어 공을 터뜨렸다.
환상을 보는 것은 한두번이 아니지만 익숙하지 않다. 잉크가 눈을 덮을지 누가 알았을까? 가문의 아이를 위한 장송곡처럼 기묘한 노래가 들렸다. 현무의 탄생은 그런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죽은 것들로 둔다는 말은 그의 뇌 한구석에 한참이고 남았다. 현무는 죽음을 주관한다 했다. 그가 현궁에 온 이유는 차갑기 때문이었지만 새삼 닮은 점이 많았다. 다른 점이라면 현무는 외로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는 외로움은 진작 포기해서 내려뒀다는 것이다.
또다른 환상을 보고 그는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현무도 그렇고 방금 전의 상황도 그렇다. 세상이 그를 두고 장난을 친다는게 딱 이렇다.
심란한 마음을 정리하려면 조만간 공물이라도 바쳐야겠다. 죽은 자의 왕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 그가 할 일이다. 찝찝한 기분으로 그는 기숙사 창문을 열었고, 때마침 눈싸움을 하던 1학년 학생은 그의 얼굴에 페인트볼이 담긴 눈뭉치를 던졌다.
아 냥꼬리 한번 더 났으면 좋았을텐데.... 백정이가 빗질해줄지도 모르는데....(소곤)(?) 여담이지만 벨이+고양이 하니까 왠지 메인쿤이 딱 떠오르더라. 메인쿤 애들이 되게 이쁘고 분위기 있는 애들이 많아서 그런가? ㅇ딱 이거다 싶은 이유는 못 찾겠지만 굉장히 도도한 메인쿤 느낌이야... 하지만 백정이에겐 살갑겠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