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퀘스트(제한, 주의사항 확인 필수): https://www.evernote.com/shard/s662/sh/409d36f0-d625-4fa8-8df0-9df4bb9aee95/030cc87ff6ca3c1a1cd392b6299bf69c
10. 웹박수: https://forms.gle/mss4JWR9VV2ZFqe16
MA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음료는 계절에 어긋나게 싹을 틔워서 꽃을 피우는 국화꽃으로 만든 국화주다. 그렇기에, 그 신에게서 태어난 신수들을 모시는 동화학원에서는 학교의 학생이나 교직원이 사망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추모하고 MA에게 그들의 영혼을 잘 지켜달라는 의미로 국화주를 바치게 되었다.
단태는 펠리체의 말을 들으면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우연찮게 몇번 마주친 걸 제외하고는 딱 한번 마주쳤을 때는 못느꼈던 분위기에 저절로 시선이 갔던 것이다. 그것을 입에 담아서 밖으로 끄집어내기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한번밖에 안만났기 때문에 자신이 저 애를 모르는 건 당연할테니까.
"이 시간이면 학원 내의 모든 곳이 조용하지 않을까? 뭐, 그래도 안정적인 걸 원할 때 비슷한 환경에 끌리는 건 당연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학교 앞 숲은? 하고 물으려다가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으면서 단태는 굳이 말을 잇지는 않았다. 금지된 숲에서 들려오는 정체모를 동물의 울음소리에 그쪽으로 고개를 기울이자, 이제는 퍽 익숙해진 무게감이 귓볼에서 느껴졌다. 후배와 선배로서 이야기거리를 찾자니, 자신은 잘 모르는 후배였고. 이거 곤란한데. 단태는 자신의 턱을 한번 문지르듯 매만지면서도 걸음을 옮기는 건 멈추지 않았다. 펠리체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로. "어른이 없는 곳에서 선배가 후배를 보호하는 건 당연할테지만."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가 슬쩍 펠리체에게 향했다.
"단순한 산책길에서 감시받는 건 자기도 썩 반갑지 않을 것 아냐?"
안그래? 하고 물으며 히죽 웃는 얼굴로 장난스럽게 윙크를 해보인 단태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시선은 오래 펠리체에게 머무르지 않았다. 펠리체가 내뱉는 말들 중에서 대부분 단태는 대답하기보다는 느긋하게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다가 찾아가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문장에서야 펠리체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샐쭉- 가늘게 뜨고 목걸이를 손에 감아서 장난질을 하며 "가서 기댈 수야 있지. 그런데 약간 그런 거 있잖아? 왠지 모르게 상대가 눈치챌 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어지는 심리 말야. 달링." 슬퍼한다면 나름대로 그것또한 좋았다.
자신으로 인해 슬퍼하고 삐져버린다면 그만큼 자신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싶어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얼굴에 묻은 페인트를 말끔하게 닦았다. 주치의가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렇다고 안 받을수도 없다. 복잡한 일에 뛰쳐든 건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날개가 돋고, 뿔이 자라고, 환상을 보고. 이번엔 형광색으로 빛나지 않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뒤로 하고 그는 이렇게 된 거 보이는 족족 전부 없애서 스트레스의 원인을 타파하자고 마음 먹었다. 기억이 나지 않고 백정이 울던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설마 나쁜 짓이라도 했을까? 하늘에 맹세컨대 그는 나쁘지 않다.
"혹시 내 룸메이트는 트러블 메이커였던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자기야~" "아! 또 그소리!"
날개가 솟아난 룸메이트의 툴툴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면서 단태는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번에 있었던 유리병 소동과 비슷한 맥락인 모양인데. 설마 이번에도 그러겠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날개가 불편하다느니, 이 날개를 달고 수업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끔찍하다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룸메이트의 말에 능청스럽게 낄낄거리던 단태가 암적색 눈동자를 샐쭉 가늘게 떴다. 어디서 나타난건지 모를 페인트 볼이 손에 잡혔다고 생각하던 찰나.
"아 젠장."
미처 손에 힘을 풀지 못한 탓이다. 단태는 눈앞에서 페인트 볼이 나약하게 터지는 걸 바라봤다.
아 새벽에 MA와 NE 모티브 이야기가 나와서 잠깐 설명해드리자면... 해당 짤에서 모티브를 살짝 따온 건 맞아요! 그런데, MA의 행동이나 생각, 일을 벌이는 스케일 등등은 제가 몇 번 꿈으로 꾼 어느 존재의 모습에서 99.9% 따왔습니다:P(((+자각몽을 꿨을 때의 동캡의 행동도 섞여있어요)))
NE도 대다수 제 자각몽에서 따왔어요. 개미라고 비유했지만, 그래도 캐릭터들이 생명이라는 걸 인식은 하고 있고 MA는 그런 인식조차 없어요. NE는 적어도 죽으면 슬퍼하는데 MA는... 우리가 게임에서 몬스터를 죽일 때,체스나 바둑 같은 게임에서 말이 죽어도 슬퍼하지 않듯이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거든요.
낙엽에서 뒹군 리치를 그대로 두기엔 무리가 있었기에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목욕부터 시켰다. 겸사겸사 그녀도 씻고. 단모종이라지만 그래도 고양이라 털을 꼼꼼하게 말려주고나니 다음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말릴 차례다. 털부터 먼저 정리하며 어휴 이 털쟁이, 하고 리치를 흘겨보자 똑같이 도끼눈으로 응수해온다. 그녀의 머리도 만만치 않다는 듯이.
"요게 또 도끼눈으로 보네. 안 되겠다. 오늘은 리치 보금자리 털어야겠다."
먕?!
리치는 개도 아닌데 가끔 물건을 가져다 보금자리에 숨겨놓곤해서 정기적으로 확인해줘야했다. 오늘이 그 날이구나 하며 전용 무션으로 된 보금자리를 뒤적이기 시작하자 리치가 불안한지 주변을 서성인다. 각양각색의 깃털, 갈레온, 주인 모를 펜, 리본, 등등. 자잘한 잡동사니들을 꺼내다가 그 속에 숨겨진 페인트볼을 발견했다.
"리치... 이건 또 언제 주려고 숨겨놓은거야, 응?"
페인트볼을 들고 으름장을 놓자 리치가 난 모르는 일이오 하듯 고개를 돌리고 냉큼 캣타워로 올라가버렸다. 저, 저 잔망스런 고양이 같으니. 일단 늘어놓은 것들부터 정리를 한 다음에 페인트볼을 터뜨렸다. 혹시 모를 화근은 미리미리 없애는게 좋지. 캣타워 둥지에서 리치가 아쉽다는 눈으로 터지는 공을 보고 있었다.
왠지 유리병 때 있었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복도를 걸어가면서 단태는 시선 앞에 펼쳐진 풍경에 혀를 내두르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아무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
걸음을 옮기다말고 복도 한복판에서 나 여기 있소- 하며 존재감을 보이는 물체와 마주하자마자 암적색 눈동자가 그것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주인모를 패밀리어가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가 여기까지 굴러온 모양이다. 내가 저걸 안밝고 지나갈 수 있을까. 세상은 늘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데굴데굴 구르던 페인트 볼을, 청궁 학생이 난데없이 행한 기행-솟아난 날개로 날아보겠다며 창문으로 달려가는-을 보다가 밟아서 터트리는 건 당연한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