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퀘스트(제한, 주의사항 확인 필수): https://www.evernote.com/shard/s662/sh/409d36f0-d625-4fa8-8df0-9df4bb9aee95/030cc87ff6ca3c1a1cd392b6299bf69c
10. 웹박수: https://forms.gle/mss4JWR9VV2ZFqe16
MA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음료는 계절에 어긋나게 싹을 틔워서 꽃을 피우는 국화꽃으로 만든 국화주다. 그렇기에, 그 신에게서 태어난 신수들을 모시는 동화학원에서는 학교의 학생이나 교직원이 사망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추모하고 MA에게 그들의 영혼을 잘 지켜달라는 의미로 국화주를 바치게 되었다.
"혹시 내 룸메이트는 트러블 메이커였던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자기야~" "아! 또 그소리!"
날개가 솟아난 룸메이트의 툴툴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면서 단태는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번에 있었던 유리병 소동과 비슷한 맥락인 모양인데. 설마 이번에도 그러겠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날개가 불편하다느니, 이 날개를 달고 수업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끔찍하다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룸메이트의 말에 능청스럽게 낄낄거리던 단태가 암적색 눈동자를 샐쭉 가늘게 떴다. 어디서 나타난건지 모를 페인트 볼이 손에 잡혔다고 생각하던 찰나.
"아 젠장."
미처 손에 힘을 풀지 못한 탓이다. 단태는 눈앞에서 페인트 볼이 나약하게 터지는 걸 바라봤다.
아 새벽에 MA와 NE 모티브 이야기가 나와서 잠깐 설명해드리자면... 해당 짤에서 모티브를 살짝 따온 건 맞아요! 그런데, MA의 행동이나 생각, 일을 벌이는 스케일 등등은 제가 몇 번 꿈으로 꾼 어느 존재의 모습에서 99.9% 따왔습니다:P(((+자각몽을 꿨을 때의 동캡의 행동도 섞여있어요)))
NE도 대다수 제 자각몽에서 따왔어요. 개미라고 비유했지만, 그래도 캐릭터들이 생명이라는 걸 인식은 하고 있고 MA는 그런 인식조차 없어요. NE는 적어도 죽으면 슬퍼하는데 MA는... 우리가 게임에서 몬스터를 죽일 때,체스나 바둑 같은 게임에서 말이 죽어도 슬퍼하지 않듯이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거든요.
낙엽에서 뒹군 리치를 그대로 두기엔 무리가 있었기에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목욕부터 시켰다. 겸사겸사 그녀도 씻고. 단모종이라지만 그래도 고양이라 털을 꼼꼼하게 말려주고나니 다음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말릴 차례다. 털부터 먼저 정리하며 어휴 이 털쟁이, 하고 리치를 흘겨보자 똑같이 도끼눈으로 응수해온다. 그녀의 머리도 만만치 않다는 듯이.
"요게 또 도끼눈으로 보네. 안 되겠다. 오늘은 리치 보금자리 털어야겠다."
먕?!
리치는 개도 아닌데 가끔 물건을 가져다 보금자리에 숨겨놓곤해서 정기적으로 확인해줘야했다. 오늘이 그 날이구나 하며 전용 무션으로 된 보금자리를 뒤적이기 시작하자 리치가 불안한지 주변을 서성인다. 각양각색의 깃털, 갈레온, 주인 모를 펜, 리본, 등등. 자잘한 잡동사니들을 꺼내다가 그 속에 숨겨진 페인트볼을 발견했다.
"리치... 이건 또 언제 주려고 숨겨놓은거야, 응?"
페인트볼을 들고 으름장을 놓자 리치가 난 모르는 일이오 하듯 고개를 돌리고 냉큼 캣타워로 올라가버렸다. 저, 저 잔망스런 고양이 같으니. 일단 늘어놓은 것들부터 정리를 한 다음에 페인트볼을 터뜨렸다. 혹시 모를 화근은 미리미리 없애는게 좋지. 캣타워 둥지에서 리치가 아쉽다는 눈으로 터지는 공을 보고 있었다.
왠지 유리병 때 있었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복도를 걸어가면서 단태는 시선 앞에 펼쳐진 풍경에 혀를 내두르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아무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
걸음을 옮기다말고 복도 한복판에서 나 여기 있소- 하며 존재감을 보이는 물체와 마주하자마자 암적색 눈동자가 그것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주인모를 패밀리어가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가 여기까지 굴러온 모양이다. 내가 저걸 안밝고 지나갈 수 있을까. 세상은 늘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데굴데굴 구르던 페인트 볼을, 청궁 학생이 난데없이 행한 기행-솟아난 날개로 날아보겠다며 창문으로 달려가는-을 보다가 밟아서 터트리는 건 당연한 노릇이었다.
안정적인 걸 원할 때, 인가. 딱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오늘은 여기가 좋겠다는 생각이 주된 이유였다. 적당히 걸을 수 있고 행여나 누군가와 마주칠 가능성이 희박한 곳이니까. 그 가능성이 이렇게 맞을 줄은 몰랐지만.
"그다지 의미 없긴 하지만, 그런 걸로 하죠. 이곳에 와서 편안함을 느끼고자 한 것은 맞으니."
붙을만도 한 물음이 더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기로 한다. 무의미한 질문에 일일히 대답하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내키지 않아하는 것이었다.
걷던 중 걸음을 느리게 하며 뒤를 힐끔 보니 때마침 단태가 숲 쪽을 보고 있었다. 어둑한 사방 탓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단태의 귀 아래로 흔들리는 무언가를 보았다. 분명 전에는 없었던 거다. 원래 가졌던 것일까, 아니면? 떠오르는 의문을 한쪽으로 밀어놓으며 말을 받았다.
"켕길 짓은 하지 않을테니 감시를 한다 해도 딱히 신경쓰지 않아요. 오늘은 정말로 걷기만 하려고 나온 거니까요."
같은 말을 했던 저번엔 절벽에서 다이빙을 했었으니 그다지 신뢰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뭐 어떤가. 그 날도 오늘도, 그녀는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켕기는 마음 따윈 일절 갖고 있지 않았다.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그냥 걷기만 할 거였지만.
"경험담이라면, 상대가 뭘 숨겨서 그로 인해 슬퍼했거나 삐졌거나, 그런거 말인가요?"
되돌아온 질문에 다시 돌아보자 이번엔 목걸이를 만지는 단태가 보인다. 저것 또한 못 보던 거다. 귀걸이 만이라면 모르겠지만 목걸이까지 함께라. 그녀는 자신이 손수 채웠던 목줄을 조용히 떠올렸다. 어쩐지, 같은 의미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만 했다.
"맞긴 하죠. 경험담. 제 경우는 제가 지레짐작하거나 안달나서 그렇긴 해요.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내서 전부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지는 거, 그런 소유욕은 지극히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태생 따윈 상관없는 인간으로서의 본성 중 하나- 라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휙 돌렸다. 발 밑의 이끼를 가차없이 짓뭉개며 단태를 향해 돌아서서 싱긋 웃었다. 어둠 속에서 금빛 눈이 반짝였다.
"그런 제가 보기에 선배의 행동 역시 소유욕의 일부로 보이지만, 아니라면 하루 빨리 시원하게 털어놓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다시 가던 길을 이어간다. 느긋한 걸음이 착실하게 족적을 남기며 나아가고 있었다.
어떤 감정으로 상대의 목을 졸랐던 걸까. 환상에서 헤어 나오고서, 헐떡이며 그동안 막히었던 숨을 몰아쉰다. 핏줄을 타고 산소가 돌며, 놀래었던 마음도 조금은 진정된다. 생각대로 유리병 만큼 저 공 역시 위험한 것이었다. 피곤한 얼굴로 페인트가 묻은 시트와 이불을 끌어모아 품에 안자, 그 속에 딸려온 다른 페인트 볼이 팍, 하는 소리를 내며 터진다.
리치의 보금자리 손질까지 마치고 제 몸단장을 마친 그녀는 이제 슬슬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했다. 아무리 난리가 나도 밥은 제때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리치에게도 밥을 챙겨주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와 식당에 간다. 가는 동안에도 별별 꼴을 한 학생들을 보고 한번은 웃은 듯도 싶다.
가면서 찬찬히 살펴보건데, 이번에는 동물 의태가 토끼만이 아닌지 온갖 동물의 모습들이 있었다. 하긴 날개도 있었지. 그녀는 자신에게 귀와 꼬리가 난다면 여우의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귀는 쫑긋하고 꼬리는 하나 말고 세개면 딱 좋을 거 같은데. 그런 모습을 하고 무얼 할지는 뻔할 뻔자였다.
"오."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때마침 굴러오는 페인트볼을 발견했다. 이제는 반갑게 그 공을 잡아 지체없이 터뜨린다. 소리와 달리 간질하게 터지는 감각에 이번엔 또 무얼까, 하는 기대감이 슬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