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퀘스트(제한, 주의사항 확인 필수): https://www.evernote.com/shard/s662/sh/409d36f0-d625-4fa8-8df0-9df4bb9aee95/030cc87ff6ca3c1a1cd392b6299bf69c
10. 웹박수: https://forms.gle/mss4JWR9VV2ZFqe16
MA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음료는 계절에 어긋나게 싹을 틔워서 꽃을 피우는 국화꽃으로 만든 국화주다. 그렇기에, 그 신에게서 태어난 신수들을 모시는 동화학원에서는 학교의 학생이나 교직원이 사망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추모하고 MA에게 그들의 영혼을 잘 지켜달라는 의미로 국화주를 바치게 되었다.
시련은 늘 그렇듯 한순간이다. 페인트볼이 터지자 그는 자리에 앉아 겸허히 이번에 다가올 농간이 무엇이든 받아들이려 했다. 끽해야 또 사슴뿔이 돋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머리가 핑핑 돌고 시야가 암전됐다. 소년은 참으로 사랑스럽다. 작고 귀여운 두상은 동글동글하다. 머리를 덮는 새카만 머리카락은 얇게 한움큼만 쥐어 낮게 한갈래로 묶었는데, 묶은 부분을 제외하고 주변은 똑단발로 잘려있다. 아마 어머니의 취향인 것 같다. 소년에게선 매캐한 담배 냄새나 깔끔한 향수 냄새가 나지 않고 어린아이들이 쓰는 달콤한 샴푸향이 난다. 그리고 약간의 초콜릿 냄새도. 어딜 그렇게 바쁘게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햇볕에 살짝 그을린 피부는 여전히 새하얘서 밀가루 반죽같다. 희고 말랑한 뺨 위로 색이 다른 두 눈동자는 여기가 어딘지 가늠하듯 크게 뜨여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그는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엉클 톰이 주는 O-rioh¹와 Mar-s, 그리고 쉿²이다. 그것 말고도 톰의 오두막에서 뛰놀거나 비스크돌을 보고, 그의 육중한 팔에 올라타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9살 소년이다. 아직 9살밖에 안 됐지만 곧 위대한 선조를 따라 47대 가주가 될 것이다! 곧 가주의 승계시험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직계만 받을 수 있는 패밀리어를 얻었는데, 이제 막 알에서 태어난 귀중한 생명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이름을 달링이라고 지었다. 방금 전까지도 그는 달링이 삐약삐약 우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Uncle-Tom? Mommy?"
그런데 여긴 대체 어디란 말인가! 본가에서도 이런 구조의 방은 없다. 엉클 톰의 비스크돌³이 전시되는 공간일까? 하지만 여기는 아주 따뜻하다. 그는 머글 사회 한가운데에 떨어진 마법사처럼 그자리에 굳었다. 영리한 새인 달링은 어린시절의 그를 기억하는지 반갑게 울며 날개를 펼쳐 품에 안기려 든다. 그는 처음 보는 큰까마귀가 날아들자 깜짝 놀랐지만, 품에 안기 전까지는 어머니의 패밀리어인 Dear-겠거니 생각했다. Dear는 수명이 아주 길어 그가 태어났을 때도 함께 했는데, 자식처럼 생각하는지 이렇게 자주 안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새는 Dear보다는 체구가 작고 어리광을 더 부렸다. Dear는 아니고, 누굴까? 품에 안긴 새가 부리를 연신 부비며 낮게 울자 어설픈 손길로 새의 머리를 쓸어줬다. 그는 새를 한참이나 쳐다보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새의 발목에 있는 붉은 리본 때문이다. 지금은 낡았지만 그가 알에서 깬 달링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다. "달링? 맙소사, 달-링! 정말 예뻐. 벌써 자란 거야? oh. 그러니까..꼭 밤-의 여신같아!"
누군가 마법을 부린 걸까? 그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나이대 아이가 맞다는듯 방울이 딸랑대듯 맑은 웃음소리다. 10년 뒤로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을 웃음이다. 달링을 품에 가득 안은 그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당신을 마주보고 웃음을 뚝 그치고는 슬슬 침대의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숨어버렸다.
"살아있는 사람은 무서워. 움직이잖아."
이 나이에는 조금 온건하고 순수한 방법으로 사람을 싫어했던 것 같다. ¹) 그는 아직 오레오의 이름을 외우지 못했다. ²) Hush와 Hershey's의 발음이 비슷한걸 이용한 말장난. ³) 순혈주의자를 비롯한 여러 사상을 가진 마법사의 박제를 일컫는 말.
곤 사감에게서 목례하며 물러난 네 손에 들린 건 부탁으로 건네받은, 태양의 한 조각을 담아낸 것 같은 깃털이 담긴 유리병이었다. 혹여나 놓쳐 떨어트릴까 병을 들어 살핀다. 담긴 깃털이 구름 사이 태양이 빚어내는 빛처럼. 붉은색으로, 주황 색으로, 빛바랜 파란색으로, 그리고 백색으로. 온갖 색으로 반짝인다. 조심스레 병을 품에 안아내면 온기 또한 느껴지는 것 같다.
히죽-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은 채, 단태는 느물한 어조로 재잘거렸다.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의 변화와는 다른 것.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 사뭇 다른 분위기와 반응을 보여주는 게 처음 만났을 때와 반대였다. 생각해보면 그저 우연히 만나서, 우연하게 같이 시간을 보냈을 뿐이였으니까 자세히 모르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한시도 가만 두지 못한 채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던 단태가 눈과 눈 사이의 미간을 마사지하듯 누르면서 펠리체의 시선을 지긋하게 응시했다.
아, 굳이 들키지 않기 위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샐쭉, 가늘게 뜬 암적색 눈동자가 느릿하게 구르며 다른 곳으로 향했다. "금지된 숲에서 평온함이 느껴지는 게 신기한걸." 예전에 봤던 트롤이나, 거대한 게 같은 게 초입까지 나와있다면 좋았을텐데. 가늘게 뜨고 있는 암적색 눈동자를 두어번 깜빡이며 능청스럽게 중얼거리던 단태가 자신의 머리를 대강 쓸어넘겼고 펠리체와 걸음을 맞추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속도로 걸었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인데? 뭐 확실히 우리 후배님은 위험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해. ..그리고 나는 학생 대표가 아니라서 감시할 생각이 없거든."
기묘하리만치 자신감이 담겨있는 목소리에 능청스럽고 능글맞던 웃음이 꽤 담백하게 흘러나왔다. 가늘게 뜬, 가라앉아있는 암적색 눈동자가 펠리체를 살피듯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스며들어오는 빛에 반짝이는 존재감을 발견한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반지를 처음부터 끼고 있었나. 그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고개를 기울이며 단태는 걸려있는 목걸이의 끈을 손으로 매만졌다. 자신을 보며 하는 말에 대해 답을 내기 위해 고심하는 것처럼 시선을 다른 곳-정확히는 금지된 숲 안쪽-으로 넌지시 던졌다가 느긋하게 입가를 끌어올렸다. "네 말대로." 느긋한 웃음과 함께 느긋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보이지 못할 건 아니지만 귀찮아질까봐."
단태는 숨을 한차례 더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머리까지 치솟은 열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았지만 그뿐이라서, 내뱉은 숨에 섞여있는 말이 한껏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