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퀘스트(제한, 주의사항 확인 필수): https://www.evernote.com/shard/s662/sh/409d36f0-d625-4fa8-8df0-9df4bb9aee95/030cc87ff6ca3c1a1cd392b6299bf69c
10. 웹박수: https://forms.gle/mss4JWR9VV2ZFqe16
MA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음료는 계절에 어긋나게 싹을 틔워서 꽃을 피우는 국화꽃으로 만든 국화주다. 그렇기에, 그 신에게서 태어난 신수들을 모시는 동화학원에서는 학교의 학생이나 교직원이 사망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추모하고 MA에게 그들의 영혼을 잘 지켜달라는 의미로 국화주를 바치게 되었다.
>>0 [은 하/감에게 병을 돌려주자]-수행 이제는 저 추위가 조금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현궁으로 돌아오는 길, 눈을 뽀득뽀득 밟으며 느리게나마 뛰어 눈밭을 가로지르는 학생을 보았다. 유령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건지, 유령과 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도망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부모님과 함께 따뜻한 코코아를 마셨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코코아 속에 가라앉아 있던 마시멜로가 문득 소리를 지르며 뜨거운 코코아 방울을 튀기며 뛰쳐나온 탓에 와앙 울어 버렸던 것도. 수많은 부모님에게 서운했던 시린 겨울. 만약 부모님이 추운 날 집을 나서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따뜻한 겨울 집 안에서 천천히 녹아 내리다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겠지.
그래, 그들이 언젠가 사라지는 건 아닐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생기고 나선 모든 책임을 다했다면서 나를 향한 사랑을 물거품처럼 흩어 버리고 떠나 버리는 건 아닐지. 그런 게 무서웠다. 사랑을 잃는 게 두려웠지만,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바보 같은 그들에게 정이 더 들어 있어서, 그 망할 하 가문의 역마살이 내 부모를 앗아가고 내가 세상에 홀로 남은 하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가장 두려웠던 건, 기질이 뒤늦게 깨어나 그들을 이해하다 못해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내 핏줄 속 피가 아니었을까.
이제는,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내 남동생이 하나 있지. 따뜻한 불길 위에 녹인 버터의 풍요롭고 맑게 빛나는 금빛 머리칼을 가진, 우아한 아이. 그 애가 바라지 않는 한 어디로도 떠나지 않을 수 있는 아이.
이미 닫아 버렸는데도 국화꽃 물병을 흔들리게 하거나 찬 소리를 내게 해선 안 될 것 같아서, 결국 다시 조심스럽게 안아 옮겨야 했다. ...라는 것도 변명이었다. 현궁으로 돌아오는 길,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늦어 버렸던 것이다. 나는 면목없는 표정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런 감사를 받을 만한 좋은 심부름꾼은 아니었던 거라고. 하지만, 내 손 하나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한 번 이 일을 반복하게 되겠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감 사감은 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성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빗자루를 몰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화꽃이 담긴 술병을 감 선생님께 돌려주었다. 아성은 이 술병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 과연 이것으로 영혼이 달래지기는 하는 건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이 술을 빚는 과정 하나하나가 영혼을 달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꽃 한송이 한송이를 따면서, 우물 물을 길으면서 선생님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희생당한 학생들을 생각했고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되뇌일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생각하며 추모한다면 그들의 억울함도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 까 생각했다. 감 사감은 아성에게 거듭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이제 아성이 해야할 일은 모두 끝났다. 아니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동안 놈들에게 놀아나기만했다. 그리고 결국 많은 학우들이 놈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더는 참을 수 없고 참아서도 안된다.
대체 저런 건 어디에서 나타난 걸까. 그녀는 자신의 패밀리어가 문 오색찬란한 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낌새를 보아하니 저번의 유리병과 같은 기믹이 일어날 것 같은데. 같은 사단이 나기 전에 빨리 갖다 버리고 싶어서 어떻게든 뺏으려 해보지만 그녀는 인간이고 리치는 고양이다. 방 안을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리치를 쫓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데 돌연 무지갯빛 공이 방 한가운데로 포물선을 그린다. 요 앙큼한 고양이가 변덕을 부려 휙 집어던진거다. 엉결겁에 손을 뻗은 그녀는 공을 잡는데는 성공했으나 급하게 움직이느라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 꾸욱, 하는 감촉이 잠깐 느껴진다 싶더니, 이내 퍽 하는 둔탁한 느낌과 함께 손 안에서 공이 터지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배 위에 깍지를 끼고 누워있었다. 침대는 푹신했고 천장은 아무것도 없다. 본가에서 질리도록 했던 행동이다. 그는 당연히 이 상황을 싫어했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면서 침대에 대뜸 눕히고 아무것도 안 준다. 생각할 시간을 주면 되레 사람이 더 우울해지는 법인데 수세기가 지나도 그걸 모른다. 처음엔 비효율적이라며 싫어했지만 나흘쯤 지나니 이 짓도 괜찮았다. 천장에 엉클 잭을 매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기숙사 천장엔 처음 요양을 하던 시절처럼 아무것도 없다.
적어도 명치 위로 페인트볼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탱탱한 페인트볼은 어디서 생겼는지 몰라도 그의 명치에 정확히 안착했다.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페인트볼에서 불길한 기운이 풀풀 풍긴다. 꼭 일전에 있던 유리병 같다.
"…."
일단 이불에 튀면 귀찮아지니 그는 슬슬 움직여 침대 밑으로 빠져나오곤 페인트볼을 이리저리 눌러봤다. 대체 이게 뭘까. 잘 터지지도 않는다. 절대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는 기숙사 밖으로 던져버릴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유달리 긴 손톱은 눈치도 없이 페인트볼을 터뜨렸다. 손 안에서 터지는 느낌과 함께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운명을 받들기로 했다. 될 대로 돼라.
타이밍도. 옮기는 걸음이 느긋한 것 같으면서도 다급했다. 수업이 끝나고, 현궁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손가락을 꼽아 날을 세어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가문에서 보내온 편지에 들린 소포에는 늘 자신이 마시는 약병이 들어있었지.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날을 세는 걸 까먹을 수 있지? 약병에 들어있는 약을 들이키고, 같이 동봉된 달달하고 고소한 알사탕을 입안에 던져넣은 뒤 단태는 침실을 나선 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업이 끝났을 때 병동을 가던가, 아니면 수업 자체를 빼먹고 금지된 숲 근처를 맴돌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단태는 현궁을 나서자마자 바로 금지된 숲 근처로 목적을 분명히 했다. 숲 안까지 기어들어가서 뭔짓을 할 생각도 없었지만 지나가는 학생들이나 교수님들을 마주친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귀찮고 곤란해지는 건 졸업 때까지 사양이야. 지팡이도 없이 숲쪽으로 걸어가는 단태의 모습에서, 유난히도 어둠 속에서 그 암적색 눈동자만이 섬뜩하게 빛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누가 보면 늑대인간인 줄 알겠군."
목 안쪽에서부터 긁혀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그르렁거리는 것과 꽤 닮아 있었다. 보름달이 뜬 날에, 금지된 숲을 헤매이는 사람이라니.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에 초빙받으신 미셸 교수님이 늑대인간으로 착각하고 제압마법을 써도 할말이 없는 노릇이다. 숲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단태는 그 주변을 헤매는 것처럼 걸었다.
>>0 [발렌타인 C. 언더테이커/곤의 깃털 옮기기] - 수행 주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덥다. 그는 걸쳤던 로브가 이렇게까지 거슬리는 적은 처음이라 생각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는 더위에 쥐약이었기 때문이다.
곤 사감은 그의 손에 유리병을 쥐어줬는데, 그는 대체 이 유리병은 무엇인가 싶어 받아들자마자 이리저리 훑어본다. 속에는 불꽃으로 된 깃털이 담겨있다. 소독이라도 하는 건가 싶다. 불타고 있는 깃털은 하늘색이다. 구리인가? 염화구리? 아니면.. 아. 그는 불꽃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뭔가 깨닫기라도 한 양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섰다. 현궁으로 가는 길은 아주 익숙하다. 그는 발길 닿는 곳이 현궁임을 쉬이 깨닫고 귀소본능에 몸을 맡긴다.
현궁으로 가는 길은 혼자다. 언제나 그랬듯 혼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절애하는 자가 있다 해도 현궁의 신수가 주관하는 길까지 같이 데려갈 생각은 없다.
은은 자신의 숙소인 청궁 기숙사의 1인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닥을 굴러다니는 딱 봐도 수상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여기, 여자 기숙사인데. 남장 중이란 걸 들키면 괜히 피곤해질 것 같아 안 그래도 몰래몰래 다니는데, 설마 청궁의 소문난 장난반응혜자인 은의 정체가 누군가에게 들킨 걸까? 전지적 시점으로는 딱히 그렇진 않지만, 은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우선 페인트공에서 멀리 떨어진다. 자신의 지지리 말 안 듣는 지팡이를 꺼내 페인트공을 가리키고, 알고 있는 주문 목록을 떠올려 본다. 나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저 페인트공을 없앨 만한 마법이... 골랐다.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하려고 했는데. 이 짓궂은 층층나무 지팡이가, '어차피 이거 너한테 그리 해 될만한 거 아니니까 그냥 터져도 상관없지 않더냐?'라는 듯 페인트 공이 터지지 않게 옮기려던 마법의 방향을 홱 틀었다. " 군, 혹시 지팡이가 아니라 살아있는 게 아닌가! 맞아야 할 필요도 없다! " 하고 은이 지팡이를 고쳐 쥐려는데, 이 말썽꾸러기 지팡이가 손아귀를 천연덕스럽게 빠져나가며 휘고 핑그르르 돌아 바닥에 딱 딱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튀어오른다.
맙소사 멀린. 은은 얼굴 쪽으로 날아오는 페인트공을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쥐어 터트리며, 이 페인트공 소동에 휘말릴 첫 효시를 쏘아올리고 말았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던 주궁과 달리 현궁은 사무칠 정도로 추웠다. 그렇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는 현궁에서 6년 동안 살았고, 영지가 북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지는 여기처럼 눈이 가득 쌓인게 아니라 풍요롭고 사계절이 명확하다. 사람들은 북부에 편견이 있는게 분명하다. 어깨 밑으로 내려 걸쳤던 로브를 다시 걷어 올려 입는다.
그는 감 사감에게 깃털이 담긴 병을 건넸다. 감 사감은 방금 전까지 또 울었는지 눈시울이 새빨갛다. 그는 차마 달랠 재간이 없다. 위로를 해도 삶은 한 순간이라는 시덥잖은 말로 또 울릴게 뻔했기 때문이다. 산 자에게 있어 참 슬픈 일이다. 언젠가 무뎌질 일이기도 하다. 그는 무뎌진 사람이었다.
─ 그래서 손가락질 당한 거고, 모두가 경멸한 거잖아요!! 오로지 시체만 찾아다니는 까마귀라고..!! …헉! 제가 무슨 말을..! ─ … ─ 도, 도련님. 실언이었어요.. ─ …자네가 옳아. 모두가 우리를 경멸하지. ─ 도련님, 도련님! 제발 용서해주세요! 지팡이를 겨눠주세요. 차라리 저를 죽여주세요!!! 도련님!! 가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타니아와 사상에 대해 싸웠을 때는 그 순간이 싫고 남들처럼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하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이제 슬퍼할만큼 했으니 해야 할 일을 해야한다.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