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가.. 모르겠어, 방금한 말은 상냥하게 보이려고 한 게 아니라 그저 내 생각을 말한 것 뿐이지만, 슬혜가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분명 내 말이 따뜻하게 들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기쁘네. "
시아는 상냥한 말이라는 슬혜의 대답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고는 베시시 미소를 지은 체 말한다. 정말로, 상냥함을 표현하려고 말한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이 하고자 했던 것을 말했던 것 뿐이니까. 그것을 슬혜가 상냥하다고 받아들여준다면, 시아 역시 기쁠 따름이었다. 슬혜가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일테니까.
" 그러네, 이젠 슬퍼해도 아파해도 옆에 슬혜가 있어줄테니까 맘 편히 울어도 되겠어. 그래도 .. 슬혜가 내 감정받이가 아니니까 최대한 울지 않을거야. 슬혜한테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 "
자신의 수줍은 웃음을 보고, 아리따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슬혜에게 조곤조곤 대답을 돌려준다. 분명 자신의 슬픔, 아픔을 받아 위로해줄 슬혜가 이젠 옆에 있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감정들을 온전히 슬혜에게 받아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타인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은 분명 쉽지 않고 힘든 일이니까. 자신이 힘들다고 그런 힘든 일을 슬혜에게 온전히 맡기고 싶지 않았다.
" 그래도 너무 힘들면 아까처럼 슬혜를 끌어안고 기댈게. 슬혜 품에서 엉엉 울어버릴게. 거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니까, 그렇지? "
그래도 기대야 할 때는 꼭 슬혜에게 기대겠다는 듯 시아는 눈을 마주한 체 말한다. 한점의 흔들림 없이 꼭 그렇게 하겠다는 듯.
" 괜찮아, 슬혜가 꼭 울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도 내 마음만 잘 알아준다면, 방금 전의 말을 듣고 웃어도 아무런 상관 없어. 내 마음을 알아주는거면 충분해. "
자신의 말에 눈물이 나오지 않아 신경이 쓰이는 듯한 슬혜에게 고개를 살살 저어보인 시아가 상냥하게 대답한다. 눈물은 필수가 아니다. 감동을 하더라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웃어주고, 마음을 알아주면 그만인 것이다. 슬혜의 눈물 보다는 미소를 보고 싶으니까.
" 응... 나도 겁 먹지 않을게. 예전처럼 혹시나 일어날 일에 겁을 먹고 망설이지 않고 슬혜에게 다가갈거야. "
자신의 귀를 매만져주는 그 손길에, 열을 머금은 한숨을 뱉어내며 귀여운 소리를 내곤 작게 몸을 파르르 떨어보이는 시아입니다. 그런 후에는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라 당황해선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귀까지 빨개진 것이 한순간 부끄러워진 모양입니다.
" .... 행복이 뭐라고 예단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겠지만...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말한다면 단언컨데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어, 슬혜야. "
순수하게 궁금해하는 듯한 슬혜의 물음에, 얼굴을 붉힌 체 부끄러워 하던 시아는 얼굴을 조금 추스리려는 듯 뜸을 들이다가 옅은 미소를 지은 체 고개를 끄덕인다.
" 나는 지금 엄청나게 행복해.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야. "
아무리 부끄럽다고 하더라도 이것만큼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복숭아처럼 달아오른 얼굴을 한 체로 의지가 담긴 눈을 슬혜의 눈과 올곧게 마주한 체 잔잔한 목소리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