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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누군진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그저 팬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제가 바라는 것은 저를 알아주는 것이 아닌, 당신이 피아노를 치는데 조금이나마 더 힘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만화는 좋아하시나요? 혹시 쉬실 때 읽어주세요. 저도 읽어봤는데 피아노와 관련된, 아주 좋은 만화에요.
자신을 숨기고 싶어하는 듯한 메시지라고 하늘은 생각했다.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보았으나, 역시 그런 인상을 지울래야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그에 대해서는 이 마니또의 자유였고, 자신이 뭐라고 할 자격은 없었기에 하늘은 그냥 조용히 메시지를 조금 곱씹을 뿐이었다.
피아노의 숲이라면 자신도 알고 있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이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그런 만화라고는 들은 적이 있으나 직접 보진 못한 작품이었다. 물론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하늘은 만화를 좋아하는 부류였다. 방 한 쪽에 놓여있는 원XX라던가, 카XX야 님은 XXXX 싶어 라던가. 전권은 아니었으나 몇 권 꽂혀있는 것을 떠올리며 하늘은 가만히 쿠폰을 바라봤다. 전권을 다 볼 수 있는 전자책 쿠폰이라니. 설마 마니또에게 이런 것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하늘은 괜히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이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으나, 마치 후원자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하늘은 쿠폰을 조용히 챙겼다.
-그렇게 많이 쉬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혹시 쉬거나 할 때 꼭 볼게요.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볼테니까 어쩌면 다 읽는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는 봐줄 수 있겠죠? -저는 팬이라고 하는 이에게 이런 것을 받아본 적은 없어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기분은 좋네요. 고마워요. 누군진 모를 마니또님.
아마 만나는 것은 힘들겠거니 생각을 하며 하늘은 그저 만날 일 없는 누군가 정도로 인식하기로 했다. 상대가 저렇게 말을 하는데 억지로 만나달라고 할 순 없었으니까. 그 대신, 깔끔한 글씨가 남아있는 메모장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도넛 6개 한 세트를 그 자리에 남겨뒀다. 좋아할진 모르겠으나, 다양한 맛으로 샀으니 저 중 하나는 있을 거라고 믿으며.
/아이고. 갱신하면서 하나하나 답변 작성한다! 일단 다들 안녕안녕!! 정식으로 레스 쓰는 건 일단 다 쓰고 할게! 그때까진 스루하게 될 것 같아서 미안해!!
>>205 (섬뜩해진 가슴 가라앉힘...) 좋게 받아들여주신다면 저야 고저 다행이조... 흑흑...88 그래도 얘가 너무 다크해지는데요... 얘 원래 이런 앤가요...? >:0 스러워진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시기.. 저도 문하 넘 좋읍니다... ㅇ)-( 외로운 한 마리의 늑대인것이여
>>207 ㅋ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상상만 해도 넘 귀여운데 미안하다...(찔끔) 그치만 그렇게 인정머리없는 사람은 아닐것입니다... 힘들어보이면 숨도 중간에 멈춰서 힘도 좀 고르고..... 도착할 때 즈음엔 체력소모를 상당히 했다는 건 변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래도....(쭈글)
당신의 피아노가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그것에 자신만을 담는것이 아닌, 타인이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부분 또한 강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그 영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하늘은 조용히 메시지를 바라봤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들었단 말인가. 애초에 이 학교에서 자신이 피아노를 치고, 피아노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는 이는 몇이나 될까? 자신이 다른 이들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다른 이들 역시 '자신'을 몰라야 하건만, 자신은 모르나, 상대는 아는 사태라도 벌어진 것일까. 괜히 표정을 찌푸리며 하늘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뚫어져라 메시지를 바라보나 도저히 누가 썼는지 감도 잡히지 않아 입술만 삐죽 내밀었다.
"너무 미화받는 것 같은데.'
타인이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은 그저 자신이 느끼는 분위기, 자신이 연주하고자 하는 것을 피아노로 표현할 뿐이었으니까. 허나 가만히 또 생각해보면 그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분위기는 결국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타인이나 삶, 혹은 풍경 등에서 받는 것이었으니까. 참으로 날카로운 부분을 콕 찌르는 듯한 그 메시지는 그저 평범하게 연주를 듣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하늘에게 주었다.
"그렇다면 내 다음 연주는 당신에게 영향을 받지 않을까."
작게 소리내어 웃으면서 하늘은 눈을 감고 그 메시지 속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했다. 가벼움이 아니라 진지하게 쓰는 느낌. 사실 정말로 그럴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냥 적당히, 가볍게 쓰는 것일지도 모르고 자신이 너무 진지하게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결국 그런 것은 주관적이고 자신이 직접 본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하며 하늘은 눈을 떴다.
-이미 본 작품이긴 하지만, 장소나 올라가는 이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게 뮤지컬이니 꼭 보러 갈게요. -당신이 준 이 티켓 너머에는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도 될까요? -바로 쓰진 않겠지만, 이렇게 선물을 줬으니 꼭 쓸게요. 또 다시 고마워요. -하지만 이 티켓. 비싸지 않았어요? 그건 조금 미안하네요. -그러니까 저도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당신에게 줄게요.
티켓 3장을 자신이 혼자서 다 쓸 순 없었다. 가족과 쓸지, 아니면 친구들과 같지는 조금 생각해보기로 하며 하늘은 티켓 3장을 확실히 챙기며 위와 같은 내용이 담겨있는 메모장과 그 옆에는 분홍색 향초를 남겨두었다. 불을 붙이면 복숭아 향이 은은하게 풍겼을 것이다.
네가 눈을 감고 내게 얼굴을 내맡기는 데에도 사실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늑대가 드물게 사람에게 얼굴을 맡기는 듯도 해 손이 더 떨렸을 수도 있겠다.
왜냐면, 상처 입히기 싫거든.
아프다는 내색이 전혀 없어서 통각에 무뎌진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섣부른 추측은 아무래도 금물이지.
-너한테 날아올 일 없잖아.
링 위의 펀치는 날아올 일 없어도, 다른 종류의 폭력은 찾아올 수도 있지. 자연스레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에서 내가 뭘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를 샀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 나... 네가 꺼려져서 떠는 게 아니었는데. 오해할까 봐 말해두는데 난 네가 꺼려지거나 무서운 게 아니고... 상처 자국이 좀 무서운 거야. 그으러니까아.... ”
트라우마를 말하는 것도 싫은데, 오해를 사는 것도 싫다! 금아랑 내적 자아가 끄아악 비명 소리를 냈지만, 금아랑은 말을 멈추진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을까?
“ 나한테 있던 상처가 떠올라서, 손이 떨렸어. 이제 겉으로 남은 자국이 없는데도... 난 왜 여전히... ”
“ 겁에 질려 떠는 날이 있는 걸까, ” 한숨 같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 나 혹시 겁쟁이로 보이니? ” 라고 조심스레 묻기도 했다. 겁쟁이라고 고하고 나선 떨리던 손이 오히려 멈추었다. 금아랑이 겁쟁이라. 아마 평소처럼 빵긋빵긋 웃으며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았다면 떠올리기 어려운 이미지일 수도 있겠고, 가끔 교실이든 밖에서든 큰 소리나 천둥소리가 들리면 놀란 다람쥐처럼 눈을 크게 떴다가 몸을 아주 살짝 웅크리는 모습을 보았다면 떠올리기 쉬운 이미지일 수도 있겠지.
금아랑은 문하에게 양이라고 밝히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겁쟁이인 면은 밝히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녀의 클래스 메이트는 눈으로 만든 사람 같아서, 잘못 만지면 와르르 부서질까 걱정되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오해를 사면 큰일 날 것 같았다.
“ 으응. ”
고맙다는 말에는 솔직히 기뻐하는 얼굴로 방긋 웃었다. 상처투성이 얼굴보다는 반창고투성이 얼굴이 조금 더 나았고, 고맙다는 말에 내포된 건 아마 반창고랑 연고를 챙겨주면 가져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
지금까지, 너였어? 라고 묻는 말에는 잠시 눈을 댕그랗게 떴지만, 몇 번 깜박거리다가 이내 반달처럼 접힌다.
“ ...나였다고 밝혀도 되는 시점이겠지이? ”
밝혀진 이상 아닌 척할 생각은 없었다. 평소처럼 별사탕 같은 목소리로 애교 있게 대답하고는 문하와 책상 위 유인물을 번갈아 보았다.
오늘이 마니또 마지막 날이네요. 사실 이 선물은 마니또가 시작하고 마지막 날에 드려야지 하고 꼭 생각하고 있던 선물이에요. 대단한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아마 마니또가 끝나고 나면 당신은 절 알 수도, 알지 못할 수도 있겠죠. 하나 말씀드리면, 저를 찾지 말아 주세요. 제가 누구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그저 지금의, 그리고 언젠가 더 많아질 당신의 팬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당신이라면 이런 것 없이도 충분히 꿈을 향해 당당히 걸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말고도 다른 여러 사람이 당신을 응원하고 있어요. 부디 당신이 진정 이루려 하시는 바를 언젠가 꼭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선물은, 당신의 꿈을 위한 '계속'에 보탬이 될 거예요. 매일 사용해주세요. 다 쓰신 뒤엔 직접 구해서라도 계속 사용해주시길. 피아니스트에게 손은 생명이니까요
"이렇게 대놓고 대면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면 아무리 나라도 조금 고민하게 되는데 말이야."
자신의 자리에 앉아 하늘은 가만히 메시지를 바라봤다. 오늘은 굉장히 긴 격려문이었다. 누구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 많아질 당신의 팬 중 한 명이다. 그렇다면 그 팬 하나하나는 그저 의미없는 객체에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하늘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모두를 상대할 순 없어도 그 하나하나는 최대한 기억하고 싶은 존재들이었고, 원래라면 자신에게는 존재할 수 없는 이였다. 세상에는 자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피아노를 잘 치는 이들이 많았고, 정말로 훌륭한 연주를 듣고 싶다면 '늑대'를 찾아가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따져보면 자신에게 팬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로서는 잘 와닿지 않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는 이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저도 모르게 오른쪽 뺨을 꼬집어보나 아픔이 느껴져 오른쪽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며 하늘은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다른 것은 그저 그렇게 받아들여도 하나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무리 자신에게 이런저런 격려를 하는 존재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었다.
-당신이 저를 어떻게 볼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허나 저는 이런 것이 없어도 충분히 꿈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도, 당신이 말하는 정말로 존재할지도 모르는 그 팬들의 눈에는 제가 어떻게 비치는걸까요?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이와는 달라요. 그런 이들이 존재하기에 이런 것이 있기에, 오늘도 피아노를 칠 수 있어요. -누구보다 높은 곳으로, 누구보다 반짝이는 곳으로. -그 모든 것을 목표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신 같은 이가 있었으니, 당신의 격려문도, 저를 어릴 적부터 격려해준 이들도 모두 의미없는 것처럼, 그런 것이 없어도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피아노도, 다른 연주도 들어주는 이가 있고, 그것을 좋아해주는 이가 있고,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이가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혼자서 치는 연주는 그저 자신 만족이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위안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을 찾으려고 하지도 않을 거고, 조용히 입 다물며 지내겠지만 그래도 당신의 그 생각만은 부정하게 해주세요. -마지막이기에 다시는 메시지를 받지 못할 오늘이기에, 저도 마지막 정도는 당신이 좋아한다는 그걸 보낼게요.
메시지 위에 남겨져있는 것은 작은 USB 하나였다. 조 히사이시를 좋아한다고 했던가. 그렇기에 하늘은 그 곡 중 하나를 자신이 연주해보기로 했다.
누군지 모를 당신은, 메시지 만으로 촉촉하게 마음을 적시다가 아련하게 사라져버리는 비 같은 존재. 그런 당신에게는 역시 이 곡이 제일 어울리겠지. 물론 그건 내 생각일 뿐일까.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느끼는 그 분위기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이었기에.
USB에 담겨있는 곡을 마음에 들어하길 바라며, 하늘은 그 자리를 떴다. 찾지 않길 바라는 상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과 메시지였다. 설사 자신이 아는 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입에서 더 이상 그 말을 더 꺼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자신 역시 비처럼 사라질 뿐이었다.
>>197 다음에 봐요! >:3 (상냥한 도서부 언니랑 만나고 싶다) 경아가 돌리는 일상 기대 되요 :>
>>201 (포풍 쓰다듬 받기) 해인주는 참 부지런한 새럼인 거예요! (멋 있 어!) 일상.. 부지런히 돌리시는 모습이 항상 멋있다고 생각해써요 ㅇ.<
>>202 그것은... 손이 비어있을 때나 가능하지 말임다! 안녕 시아주 <:3 (슬혜랑 일상 나중에 복습해야지!) 망사랑 너모 맛있는 선관 같아요...
>>203 지금 돌아가는 일상 중에... 달달한 게 있었어요....? (레스 쓰느라 바빠서 못 봄...) 뭐야 나도 같이 봐요... 8ㅁ8
>>204 새슬주도 쫀 저녁~~~ <:3 맛난 거 먹어요!! 잡담 읽고 쪼금 궁금해진 게 있는데... <:Q 새슬이의 다크한 부분... 비오는 날에만 볼 수 있는 건가요...?
>>205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또 신나서 적폐해석짤 가져와 버리는 데요... <:Q (눈사람짤 가져옴) 혼자 있어 외로워 보이고 흙도 묻어 있는 쟈근 눈으로 만든 사람짤... 헉... (진짜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면 큰일날 거 같은데요...) (동공지진) 힌트와 팁 감사합니다.. 필요한 거예요.. (훌찌락)
>>212 주접도 일상도 동시에 하는 슬혜주 멋져! (그짤이 있는데 생각이 안남..) 힘내요...8ㅁ8 (지뢰 밭을 뛰어다니는 아랑이 봄) (두가지맛 사이를 뛰어야 하는 슬혜 봄) (도담도담)
>>216 어ㅏ... (와...) 선물 여러개 올리는 정성이 넘 멋져요... 하늘주 좋은 저녁! >:3 어서오세요!
>>1-1000 오신분들 어서오시고... 아랑주는 저녁먹고 좀 느지막하게 올게요~~ 다들 저녁 잘 챙겨드세요~~~!
눈치를 챘을까, 채지 못했을까, 새슬의 안색이 변하는 것과 문하의 시선이 다시 앞에 놓인 빗길로 돌아가는 게 거의 동시였기에, 그가 새슬의 안색의 변화를 캐치했을지 캐치하지 않았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새슬이 키득거리는 소리는 피할 수 없기에, 문하는 앞으로 두었던 시선을 숫제 새슬과 반대방향으로 비스듬히 돌렸다. 역시 서툰 변명이었나 보다. 조금 머쓱했기에, 눈이 흔들리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잠깐 동안만 딴청을 피면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가 다시 시선을 되돌리려 했다.
그러나 시선을 되돌리다가, 새슬이 던진 뜻밖의 말에 문하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그는 눈을 반쯤 감으며 한 호흡 늦게 대답했다.
"...이상하네, 너."
그는 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퍽 성의없다고 생각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 그는 문학적 상상력이 그렇게 좋지는 못한 편이었으니까. 새슬이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짐작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새슬처럼 다른 사람의 이름을 곱게 풀어서 마음에 새길 줄도 몰랐고. 그가 남의 이름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텍스트 그대로 자신의 마음속에 새겨놓는 것이었다. 최민규 선배님. 강해인 선배님. 하늘. 비랑이. 아랑이. 규리. 오늘 새로 새길 이름. 새슬.
"유새슬."
한번 불러보고는 기억하는 것. 이빨 사이로 산들바람처럼 스치는 이름을 대하는 방식이 그에겐 그것뿐이었다. 그러다, 그 처음으로 이름을 새긴 소녀가 던져온 질문에 문하는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어떻게, 오늘 이름을 안 사이인데 질문이 이렇게 매정하냐.
문하는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좋아해. 여름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잖아. 싫어해. 여름은 눅눅해서 별로. 그런데 머리가 고민하는 사이 혓바닥이 사고를 쳤다.
"내 여름은 작년에 끝났어."──빠아아아아아앙─────
무심코 뱉어놓고, 문하의 표정에 아차, 하는 등골 싸늘한 경악이 스쳐지나간다. 타이밍 좋게도, 빗길에 뭐가 미끄러졌는지 다른 차가 눈치없이 끼어들기라도 했는지 트럭이 성마른 고함을 와락 지르고 있었다. 이 고함소리에 내 말소리가 묻혔을까. 어느덧 우산은 교문을 지나 거리로 나오고 있었고, 다행히, 말을 돌릴 화제가 있다.
좋아. 위키에 옮기기도 끝났어. 그.. 아무래도 빠르게 답변을 써야 할 것 같아서. 일단 마니또가 선물을 보내고도 답변 올라오지 않는 것에 되게 시무룩했을 것 같아서 일단 기차에서 보고 최대한 전개를 생각하고 정말 빠르게 쓰고 옮기고 하다보니 스루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정말로 미안해.
하지만 벌써 저녁 7시잖아. 주말에 바빠서 활동도 못했는데 이런거라도 빨리 해야지!
아무튼 제대로 안녕안녕이다!! 그러니까 난 착석! 일상? 돌릴 이 있을까? 있으면 찔러주면 좋긴 한데 멀티하면서까지 하는 것은 별로 원하지 않아서.. 일상 돌리는 이들은 그냥 스루해도 상관없음이다!
아. 그리고 하늘이의 마니또인 누군가. 하늘이는 그렇게 요청했으니 아마 마니또를 찾으려고 하진 않을거야. 하지만 오너인 나는 추리해도 되는거 맞지? (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