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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하네..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1년이나 모르고 있었다는게 말이야. 누군가 도와준 것처럼 말이지. "
어색하게 답을 해오는 슬혜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주는 시아는 놀라울만큼 변함이 없었다. 과거의 슬혜가 몇번이고 마주 했었을 그 부드러운 미소와 차분함이 눈 읖에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시아는 그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한순간 슬혜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곤 '아직도 나를 거슬리게 생각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웃는 얼굴로 잠시 복도 바닥을 내려다본다. 복도가 일렁이고, 세상이 핑핑 도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저 눈만 내리깔았을 뿐.
" 그럴거라 생각했어.. 아마 너는 나랑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불편할테니까. 나 같은 건.. "
잔잔하게 답하던 시아의 말 끝이 흔들린다. 방금전까지 변화없는 잔잔한 목소리였는데, 미간이 찌푸려진 표정을 본 탓인지 자신도 모르게 왼손으로 오른팔을 꼭 부여잡은 체, 말끝을 흐리고 마는 시아였다. 왠지 시아의 눈에 물기가 많아진 것 같은 것은 그저 기분 탓이었을까.
" ..따라와, 이렇게 있다간 아마 더 눈에 띌테니까. "
휙 돌아선 시아는 왠지 그시절보다 더 작아진 듯한 뒷모습을 보여준 체 천천히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긴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워 보이는 발걸음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빈교실로 중간중간 고개를 돌려 슬혜를 바라보며 나아간다.얼마나 걸렸을까, 빈교실 앞에 선 시아는 천천히 문을 열었고 먼저 안으로 들어가선 들어오라는 듯 손짓했다.
" 여기라면 아무도 오지 않을거야. 여기서 이야기 하자, 슬혜야. "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 시아가 슬혜의 눈을 응시하며 속삭였다. 왠지 과거의 그 날로 돌아간 것처럼.
>>519 >>524 단유신은...맥주입니다...맥주병임 물에서 애초에 뜨지를 모태여ㅠㅁㅠ,,,, 그냥 적당히 가벼운 옷에 허연 비치후드 입고 있을 거 같네요. 그 상태에서 햇볕 아래서 골골골,,, 파라솔 아래 가서도 후덥지근한 날씨에 골골골,,, 그러다 픽 쓰러지고(총체적난국
금아랑은 평소처럼 반창고와 유인물을 몰래 놔두고 가려는 참이었다. 종례 끝난 교실에 홀로 남아 오늘치 유인물을 가지런히 순서대로 정리해 책상 위에 올리고선 반창고 두 통을 들고 고민하는 것이다. 언제나 혼합형 반창고를 놔두고 가긴 하겠지만. 사실 귀여운 반창고도 놔두고 가고 싶은 생각도 종종 들기 때문이다. ...놔둬도 역시 안 써주겠지? 생각하며 혼합형 반창고를 놔두던 찰나였다.
교실 문 쪽에서 기척이 들렸다. 금아랑은 문 하의 책상에 두던 시선을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옮겼다.
몰래 두고 가려던 도토리를 들킨 다람쥐 같은 표정이었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린다. 그냥 놀라고 끝내기엔, 문 하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엉망이어서. 저 정도로 엉망이 아니었다면 빵긋하고 웃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랑은 살짝 구겨진 얼굴을 하고서 문 하를 바라보았다. 손에 들린 캐릭터 반창고 상자도 살짝 구겨졌다.
“ 연고... 후시딘밖에 없을 텐데... ”
유인물이나 반창고들을 몰래 놔두고 가던 사람이 저란 것을 들킨 것은 이미 뒷전이다. 어지간하면 참견 안 하겠지만, 저건 좀 너무했다. 너무... 아프고 괴로워 보여. 후시딘으론 어떻게 안 되겠다.
“ 병원부터 가자. 평소처럼 방치하면 안 될 수준이야. ”
평소의 애교 있는 말투보다, 차분하게. 말을 건넨 아랑이 걱정이 담긴 푸른 눈으로 문 하를 바라보았다.
//문하가 크게 다쳐올 줄은 모르고 -경기 갔더라도 걍 스친 상처만 있을 줄 알았음- 캐릭터 반창고나 들고 고민하던 금아랑... <:3 그리고 그 반창고 상자는 구겨져서 금아랑 손 안에 있슴미당.
>>555 어느 정도로 다쳤는데요....??? 일단 얼굴에 평소보다 더 멍 든 거면 크게 다친 거임. >:0 (얼굴만 다친 건 아닐 거 아녜요...?)
>>턱의 멍자국이나 눈썹 위와 귀, 뺨 등 여기저기 나 있는 컷팅 자국은 실제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누군가 봤더라면 헉, 하고 입을 틀어막을 정도로 비주얼적으로 흉측한 몰골<< 문하주 선생님... 묘사를 발췌해왔는데, 실제로는 심각하지 않더라도 크게 다친 얼굴로 보이지 않을까요? 아뇨! 아직 안 자는데... (흘긋) 한... 2시 반? 까진 있거나 모바일로 옮겨서 보고 있거나 하겠지요. 아랑주 자러가는 거 신경 쓰지 마시구 그냥 느긋하게 써와주세요~
>>559 얼굴은 저 묘사대로 읽으면 되고, 얼굴 외에도 몸 여기저기에 찰과상이랑 타박상 몇 군데 정도. 선발전에 가서 딱 저 경기 하나만 치르고 온 게 아니라, 3라운드 룰로 경기를 대여섯 번쯤 치르고 오는 길이거든. 하지만 겉보기에 아파보이는 생채기가 많이 나서 그렇지, 전체적인 몸 상태는 12라운드 정식 매치를 한 판 뛰어도 될 정도로 멀쩡해. 이건 문하가 자기 입으로 설명하겠지만. 확실히 평소보다 '경기 흔적이 더 많이 남았다' 고 하면 되려나?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선 게 물건을 놓고 간 옆자리 친구일 수도, 교실을 잘못 찾은 다른 교실 친구일 수도 있는데 어째서 하필이면 아랑이 종종 밴드를 놓고 가곤 하는 책상의 주인이 이 타이밍에 돌아온 걸까. 그는 오늘 분명 무슨 선발전을 한다고, 경기를 하러 갔다는 말이 반의 친구들 사이에서 두런두런 돌아다녔었는데. 그래도 과연 그 소문이 틀린 말은 아니었는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문하의 얼굴은 이런저런 보기 싫은 흔적이 충분히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남아 있었다. 한쪽 턱과 한쪽 눈옆에 불그락푸르락하게 피멍이 든 자국이 있었고, 뺨이며 입술이며 눈썹이며 귀에는 주먹이 스쳐 커팅이 난 붉은 궤적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런 아파보이는 몰골을 하고도 그는 지독할 정도로 표정이 없었다. 그는 자박자박 자기 자리로 다가오다가, 아랑이 어조를 가라앉히며 건네오는 말에 아랑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병원이라니."
기복없는 삭막한 억양이 드물게도 의문을 담고 아랑에게로 건네어졌다.
"갑자기 왜?"
...마치, 자기가 지금 어떤 몰골인지에 대한 자각도 없고 자신의 얼굴에 상처가 났다는 것도 모르는 듯이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태도다. 저 흉측한 상처들이 아프지도 않은 걸까?
어느새 완전히 그녀를 고양이 취급하며 말했다. 다칠 수 있다고 해도, 요리하는 도중 갑자기 달려들다던가, 갑자기 놀래키거나 하는 행동을 하진 않을테니 말이다. 음, 놀래켜도 될 상황에서는 놀래킬지도 모르지만.
"그럼 언제 어디에 있을지 모른단거네. 음~ 왠지 기뻐진다고 하면 좀 이상한가?"
언제 어디서든 깜짝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뜻 밖의 행복일 것이다. 주원은 고개를 갸웃하고 자신의 볼을 톡톡 치며 말한다.
"그건 참아줘. 그 모습을 보이는건 둘째치고, 정말 네가 없는 줄 알거아냐."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럼 나중에라도 나타나 사실은 있었다고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슬혜는 원래는 금방 돌아가려고 했었는지 아이스크림에 아주 잠깐은 있다 가도 된다고 말한다.
"그럼 큰 아이스크림을 가져와야겠다. 다 먹을 동안은 돌아가지 못할테니까.."
하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베시시 웃는다. 그리고 그것은 장난이 아니었는지 냉동실을 뒤지다 유명한 통 아이스크림의 딸기치즈맛과 함께 플라스틱의 밥숟가락보다 작은 아이스크림용 숟가락을 가져온다. 아이스크림은 한 사람이 먹기엔 많은, 두 사람이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먹어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주원은 슬혜에게 숟가락을 하나 건네주고 통을 연 뒤에 아이스크림 위의 포장지를 뜯었다. 그러자 딸기의 핑크와 치즈의 흰색 섞인 먹음직스런 아이스크림이 먹음직스럽게 가득 차있었다.
보통 가해자쪽이 잊고 잘 살고 피해자쪽은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하는데, 아마 당신도, 그녀도 전자는 아니였나보다. 어쩌면 그런 부류로 나눌 수는 없는 무언가 다른 문제일 수도 있고,
"후후후... 어쩌면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러다가 우연찮게도, 이 날 이 때에 만난 거구요..."
1년 정도면 자잘한 기억 정도는 잊으려나, 대강 그렇게 생각했던 그녀였지만 당장 당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양 기억이 되감겨졌다. 한켠으론 당시의 기억 하나하나, 사소한 부분까지 떠올리는 자신에게 안도하면서 한켠으론 그런 자신을 저주했다.
"그런거 아니거든요? 괜한 오해...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멋대로 떨어뜨려놓고서, 멋대로 당신이 행복하길 바란건 그녀 아닌가. 그런데도 대뜸 그렇게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것은 그 시절부터 계속되었던 절망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란게 어디 안갔는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하나도 없었다.
그저 잔잔한 수면위였던것 같은 당신의 목소리가 눈에 띌 정도로 흔들리는게 느껴졌다. 어째서 아무 이유 없는 찌푸림에도 곧잘 반응해버리고마는 것인지, 어째서 아직도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이래선 스스로가 가치없는 존재라 생각하며 당신을 떠나보냈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렇다고 돌이키기엔 이미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와버렸건만...
마치 긴장감과 두려움에 빠진 사람처럼 제 왼손으로 오른팔을 꼭 잡은 당신의 눈가에 살짝 물기가 어린 것을 보자 평소보다도 심장이 배로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평정심을 찾고자 해도, 이런 상황이면 더 눈에 띌거라는 당신의 움직임에 따라 천천히 따라 걸어가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간 것을 느껴 손을 펴보았다. 당연하게도 손바닥에 깊게 패인 손톱자국은 흔적이 남을듯 싶었고, 그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부러 주먹을 꽉 쥐며 앞을 보고 나아가도 어째 당신의 뒷모습이 예전보다도 더 위태로워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그런 의문이 그녀의 머릿속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에게서 떨어져있으면 그녀도 다시 그녀만의 밝은 삶을 살아갈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그 선택이 틀렸다며 질타하듯 작아진 당신의 뒷모습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후회는 그때도 충분히 했지만, 지금은 그것과는 다른 죄책감이 자신을 엄습해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이런데라면 어지간한 사람 아니고서야 모르겠네요."
빈 교실 앞에 섰던 당신이 문을 열고서 먼저 들어간뒤 손짓을 하자 그녀 역시 조심히 들어가서는 주변을 둘러보았을까? 잠깐 열린 문이 눈에 들어 그쪽을 신경쓰다가도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바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그녀는 여느때와 다름없는, 예전그대로 희미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모습에 잠시동안 할 말을 잃었다.
"...어째서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대할 수 있는 거죠?"
순수한 의문이었지만 지금 그녀에게 있어선 수수께끼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나 당신이나, 잊어버리기는 커녕 오히려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때의 사건들에 대해서도,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녀는 그럼에도 당신을 보는 시선만큼은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도, 그게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예의일테니까.
배려의 덕목은 소중하다. 솔직히, 별 생각 없었지만 배우기를 그렇게 배웠다. 어린날의 치기로 남의 목을 흉지게 만들고픈 마음은 없었다. 선하의 비밀은 그래서 가벼웠다. 남들에게 비밀로 저지른 장난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들키면 곤란하겠지만 문제 삼기 힘든 딱 그정도.
선하는 향이 남은 창고를 신경쓰는 것 같았다.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 향이 남을 것이었다. 선하는 창고 높이 있는 작은 창문을 열어놓으며 문 밖을 향했다.
"또 만나게?"
다음을 기약하겠다는 말에 선하는 좋다고 웃었다. 무지하게 굴 생각은 없지만, 집에서 떠난지 오래 지나면 선하의 인내심 역시 그만큼 가늘어졌다. 요컨대, 남들에게 신경쓰고 예의차릴 여유가 사라진다는 소리였다.
"...몇 반이니?"
그래서 선하는 아까 묻지 않은 질문을 이제서야 했다. 돌아가니는 길은 필연적으로 시아를 향할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필히 앵초향이 그리울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장막을 드리우고 또 다시 불장난이나 치겠지.
"그때가 되면... 상냥하게 맞이해줘."
그렇게 말하며 선하가 자리에 곧게 섰다. 이제 막 체육관을 나서던 찰나였다. "시아야." 이름을 입에 담는다. 혀가 굴러가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허무감에 제가 끊어낸 시간이었으나, 객관적으로 선하는 시아와의 시간을 대차게 즐긴 셈이었다. 시아가 뒤를 돌면 몸을 끌고 볼에 가볍게 키스를 했을 것이었다.
"친구끼리 뽀뽀정도는 할 수 있잖아?"
라고 말했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상태였다. 선하는 장난스레 웃으며 작별을 고했다. 성취감 뒤에 찾아오는 소강 상태는 선하를 붕 뜨게 만들고 있었다. 좀 더 적나라한 표현을 쓰자면, 선하는 이 순간이 기분을 홀로 즐기고 싶었다. 사교활동을 끝으로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극히 이기적인 감상이었으나 그런 기색을 티내지 않는다..
"이만 가볼게. 오늘 즐거웠어. 다음에 또 보자?"
//막레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끈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ㅠㅠ 일상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