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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 하는 말을 슬혜는 진지하게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 신경 쓰고 있었느냐는 듯한 말투로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서 싹 사라지고 고압적인 태도로 주원을 내려다보며 그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무섭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만,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깨닫고 있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누구나..."
주원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반박해보려고 하지만, 글쎄. 어쩌면 누군가는 흘려들을지도 모르지. 누군가는 그 분위기에서 흘러나온 말로 치부할 수도 있고. 주원처럼 올곧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적을지도.
문자 그대로, 별 의미 없었다. 하지만 주원에게만 할 수 있었던 말. 주원은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천천히 듣고 있었다.
슬혜는 손을 뻗어 주원의 턱선을 따라 손가락으로 훑어간다. 그리곤 피 맛으로 본능을 깨운 듯한 맹수와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은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간 것은 어딘가 과거의 자신과 닮아있기 때문에. 그 이유가 중간에 조금은 바뀌었을지도 몰라도,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었다. 슬혜는 옷 속에서 목걸이를 꺼내어 거기에 걸린 '열쇠'를 보여주었다. 돌려받지 못한 열쇠. 그리고 돌려받지 않겠다고 말 한 열쇠. 열쇠는 열쇠다. 얼마든 타인에게 줄 수 있고, 돌려받을 수 있는 열쇠. 하지만 타인에게 열쇠를 준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 마음 깊은 곳까지 '허락'한다는 의미겠지. 그리고 그것을 돌려받을 때는, 분명.
슬혜는 말을 이어갔다. 응당한 보상이 있으며, 그것에 충실할 뿐이라고. 자신을 끌어내 주려고 하지 않았냐며. 이어 그녀는 몸을 기울여 주원의 귓가에 속삭였다.
풀어준 댓가라고.
"대가..."
주원 작게 그 말을 되뇌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
주원은 쉽게 입을 뗄 수 없었다. 새콤달콤한 시트러스의 향기.그녀는 제대로 알약을 먹었을 터임에도, 주원은 팔에 그 늑대의 욕망을 제어하기 위한 패치를 붙이고 있었음에도 그 향기가 다시 자신을 감싸며 끌어당기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그것은 기억에서 되살아난 페로몬의 향기일지도 모르지. 그 날의 기억으로부터 새어나오는 향기.
그는 태생으로 늑대이고, 그것을 거스를 수 있는 늑대는 없다. 모든 늑대는 주박처럼 그 욕망에 사로잡히고, 그것을 채우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것은 주원도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그가 추구하던 것은.
문득 방금 전 식사할 때를 떠올린다.
'아, 그렇구나. 나는.'
그것은 정확하게 주고받은 것이 아니었다. 비상시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잠시 '빌려주었을 뿐.' 그 상황이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었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주원은 마치 선택권을 주듯 애매하게 힘을 줘 밀어붙이는 그녀의 허리와 등에 두 팔을 둘러 부드럽게 안으려 했다.
만약 그녀가 별말 없이 안겨 온다면 주원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일 것이다.
"나는, 너와 거래한 적 없어."
은인이 으레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고. 주원이 내뱉은 말은 그런 뜻일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그녀의 죄책감에서 온 행동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렇지 않을지도. 주원은 그녀를 부드럽지만 꽈악 하고 강하게 안아주려 한 뒤 놓아주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우선, 고마워. 그렇게 말 해줘서. 하지만 그 대가를 받아들일 순 없어. 그럼 늑대로서의 대가를 생각하고 너에게 다가간 게 되니까. 나는 네가 내 예전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스스로의 마음을 죽이고, 상처입히지만, 그것을 그대로 보고 있을 뿐. 그렇게 죽어가는 자신과, 그걸 그냥 보고 있는 자신이 있을 뿐."
주원은 아직 그녀의 양 허리에 팔을 둘러 마주 본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잘 모르겠어. 슬혜 네가 아직도 그런지. 만약 더이상 그렇지 않다면, 그건 내가 무엇보다 바라던 것이야. 하지만 아직도, 그런 '진짜 자신'을 되찾지 못했다면..."
옆에 있기만 해도 얼굴을 붉히고 긴장하던 남주원이 맞는지, 그런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타이르는 것 같은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 그리고 은은한 미소.
"난 네 옆에 있을 거야. 언제든. 절대 널 놓지 않아. 네가 아무리 밀어내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주원은 한 번 입을 꾹 닫곤 슬픔을 삼켜내듯 침을 한 번 삼켜낸다.
"내가 네 빛이 될 수 없다면, 내가 네 옆이 있는 이유는 없어. 좋아한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냐. 사람마다 맞는 '자물쇠'와 '열쇠'가 있는 거니까. 내가 네 어두운 방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없다면."
그렇게 말하곤 한쪽 팔을 풀어 그녀의 목에 걸린 열쇠로 손을 옮겨 그것을 움켜쥐었다.
"다른 '열쇠'에게 맡기는 수 밖에 없겠지."
하고, 말을 줄인다. 하지만 마음의 자물쇠나 열쇠는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 절대 맞지 않는 열쇠처럼 보이더라도, 열쇠를 자물쇠에 넣다 보면 맞아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첫눈에 맞는 열쇠라고 확신하더라도, 그 열쇠를 자물쇠에 넣어가다가 어느새 더이상 맞물리지 않게 되기도 한다. 즉, 들어가는 부분까지 열쇠를 직접 넣고 돌려보지 않으면 그것이 열리지 않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실체가 있는 열쇠와는 다르게. 마음의 열쇠는 말이다.
"하지만 내 열쇠나 얼마나 네 마음에 닿았을지, 솔직히 난 잘 모르겠어. 아무리 내 능력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저 그 순간 순간의 느끼는 감정을 어렴풋이 눈치챌 뿐."
주원은 열쇠를 움켜쥔 손을 풀고 그녀의 팔을 잡아 이끌어 자신의 왼쪽 가슴. 즉 심장 쪽에 갖다 대려 했다. 만약 그녀가 그대로 이끌려 주원의 왼쪽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면, 조금은 가파르게, 그리고 확실히 뛰는 심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하게, 손에 그 진동과 리듬이 닿을 정도로.
"내 열쇠가, 네 어두운 방의 '열쇠'가 되고 있는지. 더이상은 맞지 않는지, 아니면 아직 모르겠는지. 아마 그건 슬혜 너만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너라면, 거짓말을 하지 않겠지."
그가 말하는 것은 늑대와 양의 식사라던가, 서로 사귄든던가 하는 그런 단위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분명 그것은, 사람과 사람. 그리고 상처와 상처의 이야기. 그리고 슬혜라면, 자신을 꼭꼭 감추려 한 슬혜라면 분명 그것을 알 수 있을 테지.
(첨부된 이미지는 문하가 답례로 사물함 안에 넣어둔 팔찌와 비슷한 방식으로 짜여진 다른 팔찌입니다.)
문하는 가만히, 새로 시작된 다른 엉뚱한 컬렉션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언가의 원석 같은 그것은 고래 모양으로 다듬어져 있었고. 이게 그 3개를 다 모으면 찾아온다는 행운인가? 하고 보면 또 다른 쪽지가 있었다. 어쨌건, 앞서 샀던 3개의 작은 진열 케이스 중 하나는 제 용도를 찾은 모양이다. 문하는 구석에 박아놓았던 아크릴 케이스를 꺼내서는 고래 모양의 원석 조각을 집어넣고 닫았다. 앞서 선물받은 3개의 수정 동물 조각 옆에 놓아두니 그럭저럭 볼 만했다.
─딱히 이야기나눌 사람이 없어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이지만 문하는 반짝이는 것에 눈길이 이끌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경향 때문에, 낙원이라고 생각한 반짝이는 무언가에 속아서 마음을 잃었고.
고래 조각과 장식품들을 내려다보는 입안이 새삼스레 썼다. 그게 자기의 바보같은 몰골을 거울처럼 비추어주는 것만 같아서.
의미하는 공통점이라는 건 무슨 뜻이고, 토템이라는 건 무슨 뜻일까.
무슨 뜻이건 무슨 의미이건 무슨 상관이랴.
자신의 삶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문하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 그의 사물함에서 고개를 돌리면, 반에 으레 하나씩 걸려있곤 하는 상반신을 다 비추는 거울 하나가 걸려있었다. 오늘 치렀던 국가대표결정전의 여파로 문하의 얼굴에는 몇 군데의 상처가 나 있었고, 턱 한 쪽에 멍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 나 있는 생채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망가져있는 것이 있었다. 자신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모든 감상이 자기파괴적인 비관론으로 결부될 정도로. 자신은 그런 감상밖에 갖지 못하게 되었으며, 금속에 녹이 번져나가는 것처럼 그런 감상에 좀먹히는 것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메모지를 떼어서는, 조심스레... 한 글자 한 글자 최대한 가지런히 써서는 새로운 장식품 옆에 놓아두었다.
< 고마워. >
그는 이것 이외에 다른 말을 쓰지 않으려 부던히 노력했다.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른 알았고, 녹이 다른 곳으로 번지는 일은 원치 않았다.
그는 고마워, 라고 적어둔 쪽지 옆에 파라코드로 엮은 팔찌 하나를 놓아두었다. 흰색의 테두리와 검은색의 바탕 위에 푸른색의 포인트가 들어간 그것은 코버넌트 노트 방식으로 짜여있었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자상한 마니또라면 새로운 주인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문하 멋대로 한 생각이었다.
눈짓으로 시아가 문을 닫는 것을 확인한다. 선하는 뒷짐을 지고서는 문고리를 만지작거린다. 이내, 딸각 소리와 함께 문이 잠겼다.
"이런, 내 말이 널 슬프게 하면 안되지. 당장 취소할게."
걱정마, 사탕처럼 달달한 냄새가 나니까. 선하의 눈이 찢어질듯 커진다. 저를 두 팔로 끌어안은 시아의 얼굴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우유처럼 하얀 피부에 초콜렛 같은 눈이 별빛처럼 박혀있었다. 볼에 이를 박고 질근질근 씹고 싶은 마음이 불처럼 쏫아올랐다. 선하는 시아의 팔꿈치를 슬슬 문지르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서로의 코가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글쎄, 내가 어설퍼서 쑥맥처럼 서툴면 어쩌지?"
넌 어쩔래? 속삭인다. 선하의 양 손이 등을 타고 올라가 시아의 뒤통수를 받친다. "아니면 참지 못하고 네 혀를 물어뜯으면 어떡할까?" 겁주듯 목소리라 낮게 깔렸다. 굶주린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걱정마, 난 신사적인 늑대거든." 장난이었다는 듯이 웃음소리를 흘린다. 이 역시 바닥 질질 기어가는 것 같았다.
"네 입 안도 네 향만큼이나 달달할까?"
그 말을 끝으로 그 누구도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었다. 망설임 없는 움직임으로 선하가 자신의 입술을 시아의 입술 위에 포갰다. 충분히 붙었으면서도, 선하는 뭐가 부족한지 자꾸, 자꾸 얼굴을 내밀었다. 자연스레 선하의 자세가 굽어지게 되었으나, 시아의 목과 뒤통수를 붙잡고 있는 손 덕분에 시아가 뒤로 넘어가는 일은 없었다.
허락을 받기라도 하듯 선하가 시아의 입술을 혀로 툭툭 두드리다가, 이내 천천히 입술 부분을 핥았다. 열어달라고 간청하는 태도로, 선하의 목대가 잘게 떨렸다. 속눈썹이 길었기 때문에 선하의 속눈썹에 시아의 얼굴에 아슬하게 닿아있었다. 선하가 눈꺼풀을 떨때마다 속눈썹이 시아를 간지럽혔다.
딸깍 하는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 정도는 시아도 알고 있었다. 이미 이 창고 안으로 들어온 순간, 이렇게 되어버릴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것은, 아니 거부하지 않은 것은 무언가 이끌렸던 것일지도 몰랐다. 목에 가벼이 팔을 두르고 눈을 마주하자, 선하의 눈이 커지는 것을 알아차리곤 맑은 웃음소리를 흘린다. 두사람의 숨소리 외에는 고요하기 짝이 없는 창고 안에 시아의 웃음소리가 작게 퍼져나간다.
" 어머나, 가까워라. "
코가 닿을 정도로 고개를 들이미는 선하를 보며, 시아는 그저 즐겁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체 장난스런 탄성을 뱉을 뿐이었다. 아까부터 선하에게서 느껴지던 향긋한 향이 더욱 짙어졌다. 아니, 이미 그 달콤함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있었다.
" 괜찮아요, 선배가 그다지 서툴진 않을 것 같으니까... 그래도 아픈 건 조금 곤란할지도. "
장난이었다는 듯 웃음을 흘리는 선하에게 키득키득 똑같이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보이던 시아는 감싸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준다. 재밌는 선배다. 왠지 이런 비밀을 앞으로도 몇번 더 만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얌전히 자신의 뒤통수를 받치는 선하의 손길에 편하게 기대었다. 그리고 안그래도 가까웠던 선하의 얼굴이 좀 더 가까워졌을 때, 서툴게 시아는 눈을 감았다.
자신의 입술에 노크를 하는 선하의 행동이 퍽 우스웠지만, 시아는 망설이지 않았다. 노크에 화답을 하듯 장난스럽게 선하의 아랫입술을 오물거렸고 쪽 하는 소리를 내며 입술을 겹쳤다 떼어내곤 닫혀있던 문을 열어주었다. 간청을 하듯 선하의 몸에서 떨림이 느껴졌으니까. 천천히 잠겨있던 문을 열어준 시아는 선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천천히 목을 감싸안고 있던 팔을 풀어 선하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떨어지지 않고, 꺾여버리지 않게 의지하려는 듯 조금 힘을 줘서 끌어안은 선하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 시키곤 파고들어오는 선하를, 성심성의껏 받아들이고 호응하기 시작했다.
>>35 어디까지나 찌르고 싶을 때/좋은 생각이 있을 때만 말해줘도 괜찮아. (그 와중에 주원이 싫어하는 것 목록에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 있어 몹시찔림) 기행이라고 해야 되나.. 어쩌다 보니 주원이의 기행에 휘말려서 의도치 않게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 체험활동을 하게 되었다던가.
>>40 앗.... 그건 정확히 말하면 본질적으로 친해지기 어려운 경우..!(설마 그런 경우인가?!)오오 문하주 대단해..! 그거 되게 좋은 아이디어다! 근데 그건 선관보단 왠지 일상으로 하는게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혹시 나중에 일상 돌리게 될 때 그걸로 하면 어떨까? 주원이의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의 활동에 문하가 휘말리는걸로!
>>40 조금 일방적인 느낌이 있는 관게기는 한데, 문하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혹시 문하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면 피사체로 어울려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려문이가 사진을 찍는 예술계열의 캐릭터이다 보니 약간 창작자와 뮤즈같은 선관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거든.
>>42 피사체인가.. 문하는 사진 찍는 것 가지고는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아마 어떤 포즈를 잡아달라고 하면 간단한 포즈 정도는 취해 줄 테고... 다만 사진을 찍기 위해 그 이상의 동작을 요구하려면 더 높은 친밀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려문이가 혹시 문하의 경기를 봤을까?
나도 이런저런 선관문 아직 열어두고 있어~😉 단순히 면식이 있다부터 시작해서 뭐 선 넘은(물론 스레 수위 기준 하) 스킨십을 분위기 타서 나눈 적이 있다거나 단유신이 다른 음흉한 마음 없이(...) 어장질하며 가지고 놀아서 감정의 응어리가 남았거나 아예 거의 일방적으로 싸운 적이 있다는 뭐대충 매운맛 선관까지? 불호 요소가 0에 수렴한다에 가까워서 재밌을 거 같으면 모든지 환영이야~~^,^
도서실의 책들이란 으레 아주 오래되어 너덜너덜한 것부터 빳빳한 신권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법이다. 글은 하나의 세계요, 자신만의 활자를 품고는 전하기 위해 안달난 이야기꾼들이다. 책은 저마다 자신의 말을 전할 의무를 지닌다. 누군가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잊혀지는 순간 하나의 우주가 죽음을 맞이하는 셈이기에.
경아는 그런 책을 좋아했다. 저자의 손길을 떠난 글이 자신에게로 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순간을 사랑했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조금 더 단순하게 이야기한다면 단지 현실을 등지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온전히 몰입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깊은 물 속을 유영하는 것과도 같다. 지상 위의 모든 것을 잠시 잊고 물살 속에 휩쓸린다. 온전히 몸을 내맡긴다.
그런 경아에게 도서실이란, 활자로 이루어진 숲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저마다의 노래를 부르듯 책 또한 음유시를 불렀다. 그것을 주의깊게 듣는 것처럼 책등을 더듬어나가던 경아는 작은 비명을 들었다. 생각에서 깨어나 고개를 돌린다. 그러니까, 몇번 정도는 보았던 사람이다. 아무래도 책이 떨어졌나 보다. 경아는 허리를 숙여 천천히 책을 집어들었다.
"많이 아프겠다, 괜찮아?"
온화한 녹빛의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본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보아하니 이 책을 원하던 건 아닌가 봐. 맞니? 도서실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인지, 조근조근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 혹은 평소의 성격인지도 모르지.
선하는 제 샴프향에는 이미 안중에 없었다. 양을 앞에 둔 늑대는 정신 없이 먹이를 갈구할 뿐이었다. 이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는 매몰되고 오로지 시아의 존재만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토록 초라해지는데 자존심 구길 여력조차 남지 않았다. 선하는 단지 배가 고팠다.
눈 감은 시아를 눈 망막에 담는다. 새파랗게 떠오른 눈동자는 불타는 얼음처럼 어둠속에서도 선명하게 빛이 났다. 포식자의 그것과 닮아있다. 마참내 벌려진 입 사이를 뚫고 선하의 혀가 지나간다. 혀로 훅 끼쳐오는 달달한 꽃내음에 선하가 눈을 가늘게 뜬다. 닳아빠진 이성이 비명을 질렀다. 혼탁한 뇌리에 누군가 독을 풀어놓은 듯 정신이 없었다. 닿는 족족 달게 느껴지는 건 양의 향탓일 것이다. 담장에 구렁이처럼 시아의 치열을 훑고 지나간다.
시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이 자리를 바꾼다. 한 손은 볼을 타고내려와 시아의 턱밑을 쓸었다. 또 다른 한손은 제 허리를 감싸안은 시아의 팔을 타고 내려와 시아의 팔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목구멍까지 닿을듯한 혀가 어느순간 자취를 감췄다. 더 오래 했다가는 시아가 숨을 막혀할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까 겁을 준것치고는 몹시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키스였다. 얼굴을 떼어내며 혀끝으로 시아의 입술을 핥고 지나간다. 떨어지기 싫다는 듯 몸에 비해 얼굴이 유독 느리게 떠나간다.
"...좋았어?"
혀로 제 이를 훑으며 입 안을 갈무리한다. 입술을 혀로 핥으며 선하가 샐쭉 웃는다. 기분 좋은듯 말아로라간 입꼬리 끝이 날카로웠다. 오랫동안 숨을 참아왔으면서도, 숨가쁜 기색 하나 없는 얼굴은 열기로 약간 달아올라있을뿐이었다. 그 모습도 금세 자취를 감추고 평소처럼 태연한 얼굴로 바뀐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던 홍현은 강장제라도 마실지 생각했지만 아직 그렇게 마시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잠시 강장제로 가던 손을 멈췄다. 그런 뒤 홍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바라봤는데 그 자리에는 무언가가 놓여있었다. 홍현은 조심히 교실 문을 열었다. 의외로 잠겨있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하며 자신 자리에 놓여있던 물건에 다가갔다. 놓여있던 물건은 레모나였다.
'이거..좋은데?'
홍현은 마치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레모나 하나를 집고 바로 뜯은 뒤 자신에 입에 털었다. 강한 신맛이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런 뒤 홍현은 레모나를 들고 혼잣말을 했다.
자신을 삼켜오는 선하의 행동에, 그저 열심히도 호응을 하는 시아였다. 수줍은 듯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얽혔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선하를 애태우는 것이 조금은 자연스러웠다. 아주 살짝 눈을 떴을 때, 자신을 열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선하를 발견하곤 유혹하듯 눈웃음을 지어보이는 것은 선하를 자극하려는 것이었을까.
선하의 손길이 턱 밑을 쓸었을 때, 선하의 허리를 감싸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고 한순간 시아의 몸이 떨려왔다. 그리곤 자신의 팔을 만지작거릴 때엔 간지럽다는 듯 품에서 꿈틀거리면서도, 살짝 까치발을 들어 선하가 좀 더 편하게 입을 맞추도록 해준다. 숨이 한계에 다다라 몽롱해지는 와중에도 열심히 선하를 기쁘게 해주었고 천천히 떨어졌을 때,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선하를 올려다본다.
" 좋았어요, 선배의 기분처럼. "
천천히 숨을 고르던 시아가 입꼬리를 예쁘게 휘어 웃어보이며 자그맣게 속삭이곤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살짝 풀어 천천히 끌어올려 선하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열기로 달아오른 그 얼굴이 퍽 예쁘게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 선배의 눈동자는 지금 보니까 되게 깊네요, 후후. 이러다 빠져버릴 것만 같은 눈이에요. 예뻐라. "
가끔씩 만나자는 선하의 말에는 바로 답하지 않은 체, 다른 이야기를 천천히 늘어놓던 시아는 작게 맑은 웃음을 흘렸다. 즐겁다는 듯한 웃음소리였다.
주원의 긴 이야기에 슬혜는 불안하게 중얼거리며 눈을 마주치곤 살며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리곤 누가 보면 사귀는 것만 안 하고 다 한줄 알겠다며 농담을 흘렸다.
"아하하, 누가 안 봐서 다행이다. 그치?"
다행히도 이 방 안엔 슬혜와 주원 오직 둘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거나 들켜도 오직 서로만이 존재할 뿐이니까.
아직 주원의 한쪽 팔에 안긴채로, 슬혜는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은 작은 웃음으로부터 점점 커지더니 어느샌 스스로의 광기에 취한 사람처럼, 마치 우는 것처럼 들릴 정도로 웃음을 쏟아냈다. 주원은 그런 슬혜에도 팔을 놓지 않고, 그저 둘이 마주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한동안 정신 놓고 웃음을 터트리던 그녀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인다.
그녀는 말했다. 약속이 있기에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고. 무슨 약속일지, 주원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필시 그것은 중요한 약속이었겠지.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주원은 잘 하고 있었다며. 그리고, 스스로가 역겹다며.
주원은 과연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할까. 그렇지 않다고? 역겹지 않다고? 아무래도 그렇게 말해야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주원은...
"모두가 그런걸."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사람은 다 그래. 너만 그런게 아냐. 나도 그렇고. 누구나 다 그런 면을 안고 살아가. 다만 사람마다 그 형태나 크기. 그리고 보이는 정도가 다를 뿐이지. 그리고 그걸 잘 숨기는 사람도, 일부러 드러내는 사람도, 숨기려 해도 숨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주원이 아주 어릴 때 깨달았던 것. 그의 중1무렵일까. 그 경험으로 주원은 사람이 얼마나 겉으로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것과,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며 얼마나 이기적이고, 단지 자기가 좋아하는 존재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과, 싫어하는 존재에겐 가차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가는거야. 각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남에게 폐가 되더라도. 있는 자신 그대로. 네가 사는건 다른 누군가가 아닌 현슬혜 너 자신이니까. 그러니까, 있는 너 그대로가 좋아."
주원은 밥을 먹으며 말 했던,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다는 말을 다시금 한다. 이번엔 부끄러움 없이. 담담하게.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그만 둬. 있는 그대로의 너 그대로. 스스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줘. 어려울거야. 나도 하지 못하는거야. 나도, 누군가가 사랑해주지 않으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내가 옆에 있어줄게. 다시 말하지만 '그런'의미가 아냐."
주원은 음 하고 잠시 다른 곳을 보고 고민하는듯 목소리를 흘리더니 다시 그녀와 눈을 마주하고 미소지었다.
"좋아. 결정했어. 네가 뭐라고 말 해도 떠나가지 않기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언젠가 진정으로 네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될 누군가와 만나게 될 때까지. '널' 위한게 아냐. '내가' 결정한거야. 그러니까, 그 열쇠는 받지 않겠어. 쓰지 않아도 상관 없어. 잃어버리면, 다시 만들어줄게. 언젠가 필요 없어지면 잊어도 돼."
언젠가 그 아이와 나누었던 약속. 네가 나에게 빛을 준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빛이 되고 싶어. 설령 그것이 가짜라고 해도.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슬혜야."
주원은 그렇게 말하며 힘껏 미소짓곤 한쪽 팔을 풀어 슬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따뜻하고 큰 손으로, 부드럽게.
남주원: 305 어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나요 "어떤 아이스크림이든!" 207 피를 잘 보나요? "그냥저냥 아닐까? 잘 보냐는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보긴 싫지만, 봐야하는 상황이면 봐야겠지?" 005 좋아하는 사람의 유형은? "글쎄. 잘 맞는 사람? 마음이 통하는 사람!"
문 하: 222 무언가를 잘 돌보나요? "잘 모르겠어. ...내가 돌봐야만 하는 상황이면 우선 최선은 다해보겠지만."
147 울 때의 모습은? "...이상한 질문이네." 문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 날 이후로 단 한 순간도 울음을 그친 순간이 없었는데 이젠 눈물도 울음소리도 다 말라버려서 아무도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어버린 모양이다. 문하는 눈을 감았다. 차라리 그게 다행이라고 느꼈다.
354 러닝 시점 캐릭터의 최우선 목표/소망은 "딱히, 말하고 싶지 않아." 문하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어차피 영영 이루지 못할 소원이다. 그러나 포기하지도 못한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손안에 실오라기처럼 남은 그것마저 놓쳐버리면 더이상 문하라는 한 명의 존재를 유지할 수가 없을 것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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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그 애는... 죽지 않았어!" 문 하: ......네 좋을 대로 생각해. 그는 해명을 포기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다. 반박하던가, 자신이 전해준 말을 되풀이하던가, 터무니없는 희망에 수긍하던가, 모두가 망가진 마음으로 감당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고된 일이었기 때문에, 문하는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24시간 후에 죽는다면 뭘 하고 싶어?" 문 하: 딱히 다른 걸 모르겠는데. 문 하: 뭔가 해야만 돼? 자신의 삶을 삶으로 만들어주는 거의 대부분의 것을 상실하고, 생물학적 내구연한에 얽매여 하루하루를 조용히 감퇴되어 가는 문하에게 있어 24시간 후에 죽는다는 문구는 오히려 반갑게 들릴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 24시간을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하고 소중한 것으로 치장하려 하는 그 질문이 문하에게는 대단히 이상하게 들렸다.
"처음 보는 사람이 친근하게 오랜만이라고 말을 걸면?" 문 하: 일단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들어볼 생각. 문 하: 수작을 부리는 것 같으면 그 때 피해도 늦지 않아.
>>107 영화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델마와 루이스 같은 영화도 좋아하고, 잔잔한 영화도 즐겨 보지만 아예 상업적인 히어로 영화나 스릴러 호러 영화도 잘 보는 편이고요. 영화도 크게 편식하는 편은 아니에요.
>>108 작년 즈음에 읽었던 책인데, 저는 괜찮았어요. 취향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탐나는 사람을 발견하면?" 도경아: "글쎄, 생긴다면 그 때 고민해볼게. 하지만 탐난다는 전제 하라면...내 옆에 머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네가 극도로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은?" 도경아: "으음...아마도 말을 안 걸 것 같아. 존재를 무시하지 않을까? 더 감정을 쏟기는 싫으니까."
"공공장소에서 질서와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도경아: "선을 넘는다면 말로라도 제지해야지. 특히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거나 한다면 말이야. 누군가 나서는 것과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은 커다란 차이를 불러오니까."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056 본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드는지? 익숙해져서 크게 신경 안쓸거에요. 마음에 들어하는 쪽. 103 필요 없는데 아까운 물건은 그냥 버린다 vs 그래도 모아둔다 홍현이가 정리를 잘 하는 성격은 아니라 못 쓰는 물건은 바로바로 버리긴 하지만 이상하게 물건이 많은 스타일. 043 이벤트(파티, 기념일 등)에 대한 생각 "아.. 오늘이 그..그 날이었나요? 까..까먹고 있었네요.." 그러합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기에 어떤 것에도 솔직해질수 없었고, 어떤 것에도 솔직해질수 없었기에 필히 잡아야 하는 것을 잡지 못했다. 필히 잡아야 하는 것을 잡지 못했기에 무력감과 패배감이 생겨났고, 무력감과 패배감이 생겨났기에 자신을 믿지 못했다.
그의 나약함을 질타하기 전에 자신의 무능함을 알고 있어야 했다. 그저 도망쳤을 뿐이었다. 자신이 없었기에 도망쳤을 뿐이다. 이 이상으로 무책임한 행동이 어딨을까, 이 이상으로 어이없고 역겨운 존재가 또 있을까,
그럼에도 그녀에게 당신이 했던 대답은 여느 사람들과 똑같다는 말이었다. 형태와 질량이 저마다 다를뿐, 어쨌든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잘 숨기냐, 그러지 못하냐만이 각자의 숙제로 남을뿐. 하지만 죄악감으로 덧칠된 그녀에겐 그 어떤 것도 맞아들지 않았고 그렇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며 스스로 굴을 파고 있었다. 사실은 가치가 없는게 아닌, 스스로가 그 가치를 던져버렸던 것이다.
"있는... 그대로..."
그녀는 들릴듯 말듯 중얼거리며 얼굴에 대었던 팔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쉬운듯하면서도 어려운것, 여태껏 그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수년간 반복했던 관점을 한번에 바꿀 수야 없겠지만 정말 그걸로 나아질 수 있다면, 돌이킬수는 없어도 최소한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 이루어내야 할 일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당신은 한번 더 확신을 시키듯 말을 건넸다. 단호한 결정이긴 했지만 애초에 그녀는 그걸 막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뿐,
"...저도, 잘부탁드려요."
힘껏 미소지어보이는 당신이 팔을 올리자 어딘가 낯설면서 익숙한 감각이 닿았다. 저도 모르게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을까, 부드럽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에 가만히 있다가 별안간 튀어오르듯 몸을 일으켜 이번엔 그녀가 당신을 끌어안으려 했을까, 마치 키가 커진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품속에 얼굴을 파묻듯 끌어안다가도 이내 무언가 깨닫고선 팔을 풀어 당신과 살짝 떨어져보였다. 아마...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었다면 숨이 막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뇨, 이번거는 안죄송해요."
흘러내린 옆머리를 괜히 쓸어넘기며 싸늘한 어투로 말을 꺼내는 그녀였지만 딱히 당신에게 화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고맙다고 하고 싶었던쪽이 아니었을까? 그걸 대신하듯 당신과 눈을 마주치다가도 이내 뭐가 그리 재밌는 건지 혼자서 웃음을 터트렸다.
마니또를 올해로 3년째 하고 있는데 이렇게 선물을 많이 받아본적은 처음이다. 사실 챙겨주는 것도 귀찮고해서 지금까지는 잘 챙겨준 적도 없었고 마니또 기간동안 두세번 정도 받은게 전부였는데 이번엔 벌써 다섯번째라니. 누군지 알게 되면 정말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악어 장난감을 집어들었다.
" 음 ... 이걸로 음료수 내기나 할까? "
마침 주변에 학생회 인원들이 조금 있어서 나는 쪽지에 써있던대로 음료수 내기를 제안했다. 다들 슬슬 더워지는 날씨에 조금씩 처져있던터라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고 네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서 게임을 시작했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악어의 이빨을 누르는 장난감. 하지만 한명씩 순서가 돌아가도 어째서인지 악어의 입은 닫힐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순서가 돌아가고, 남은 이빨은 단 두개. 나는 심혈을 기울여서 하나의 이빨을 꾸욱 눌렀고,
' 탁 '
하는 소리가 학생회실에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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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치열했던 내기가 끝이나고 내 손에는 다섯개의 음료수가 들어있는 봉지가 쥐어져있었다. 학생회실에 있던 인원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나는 내 마니또에게도 전해주고자 작은 병에 담긴 오렌지 주스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거기에 영수증을 붙여두었다. 영수증에 큼지막하게 고마워요라고 써두고서.
자신을 좀먹는 부정적인 연쇄는 계속 이어지는 법이다. 스스로 그것을 깨닫고 바뀌거나, 누군가가 그것을 온 몸으로 부딪쳐 멈춰주지 않는 이상은. 결국 누군가가 그것을 온 몸으로 멈춘다 해도, 깨닫는 것은 언젠가의 그 본인일테지만.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고 해도, 잡아야 하는 것을 잡지 못했다고 해도, 그럼으로서 태어나는 패배감과 무력감이 있다고 해도. 그럼으로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그럼에도 손을 뻗어주는 존재는 있다. 이유 없이. 아니, 손을 잡는 것 그것만을 목적으로 한 채.
아무리 가치 없다고 그것을 버리고 비하해도, 진정한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언젠가 인정해줄 때까지 잠들어 있을 뿐. 그녀는 조용하게 중얼거리며 주원의 얼굴로 가 있던 손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는 조용한 슬혜의 대답을 기다렸다. 언제까지고 기다리겠다는듯 평온한 얼굴로. 그리고 그녀가 잘 부탁드린다며 말 했을 때, 주원은 드디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었다. 슬혜는 주원의 부드러운 손길을 받다가도, 돌연 몸을 일으켜 와락 주원을 당겨 끌어안았다. 그는 처음엔 조금 놀란듯 하면서도 이내 평온한 미소를 짓곤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곤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한 번 토닥여주고, 쓸어내리는 것을 천천히, 손길을 읽을 수 있도록 부드럽게 반복했다. 어린 아이를 위로하듯이.
얼마나 서로 강하게 끌어안았던지, 숨이 막혀 정신이 아득해질까 싶을 즈음 슬혜는 팔을 놓고, 주원도 그녀의 팔을 놓는 것에 맞추어 그녀를 놓아주었다.
"서로 마찬가지인걸."
'나도 널 끌어안았으니까.'
옆머리를 쓸어넘기며 어색한듯 퉁명스럽게 말하는 슬혜는 괜히 더 귀엽게 보여 한 번 더 꽉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을 꾹꾹 억누르며 미소짓는다. 서로 떨어지고, 초침의 시간이 들리는 어색한 시간이 흐르자 주원은 이제 어찌 해야할지 몰라 고개를 돌리고 목을 긁적인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 다음엔 어떻게 해야하지? 드라마에서 보면 이 장면에서 다음 장면은 안 보여주던데. 하고 망설이다, 그녀와 문득 눈이 마주치고, 왠지 모르게 서로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푸흣... 푸하하하하하하!"
서로의 무엇이 웃긴지 모를 웃음에 다행히 어색하던 공기는 흩어져 조금 편해진 기분이 들었다.
"아, 그래도 저번처럼 어디 숨어있으면 안 된다? 말 했듯이 침대든, 소파든 좋으니 쉬고 있어. 서프라이즈는 좋아하지만, 네가 다치는건 싫으니까. 알았지?"
하곤 반은 그 분위기를 더 편하게 할 겸, 그리고 반은 조심하라며 주의를 할 겸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며 말한다.
복붙 아니고 하나하나 쳐서 좀 느려요... :3 인사해주신 분들 계신 분들 >>1-1000 모두 안녕! >:3 뭐예요.... 마니또 이벤트 끝나면 여름이에요....??? (안돼) 어... 시트랑 비설 고쳐야 하는데... (여름 끝나기 전에 일상 돌리고 싶음) (시트랑 비설 버려!)
비랑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벌써 익숙해진, 자신이 아닌 타인의 물건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합니다. 애플파이와 쪽지. 첫 번째 쪽지를 읽은 비랑은 놀랐습니다. 분명 원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로 불렀을 텐데... 어쩌면, 노래를 부를 때 노래를 받은 사람이 교실 밖에 있었던 걸까요?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남의 심장까지 닿았다는 건 비유겠지만 조금 간지럽게도 기쁩니다. 본심이란 건 너무 무르고 약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닿기 쉽지 않은 법입니다.
애플 파이 냄새가 나는 사람... 이 냄새가 이름 모를 자신의 마니또까지 이어져 있을까요? 교실을 두리번거리며 냄새를 맡아 보지만 누군가(who)에게 이어지는 향로는 지워진 지 오래겠죠. 포장을 뚫은 파이 냄새가 비랑이 움직인 바람에 실려 두둥실 떠다닐 뿐입니다.
기다려 달라는 건 이 자리에 있으라는 걸까요, 아니면 모르는데 들쑤시지 말고 얌전히 정체를 밝히길 기다려 달라는 걸까요. 여전히 비랑은 상대가 누군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마니또 씨가 확실한 힌트를 줬다고 해도. 비랑은 책상 위에 올라앉습니다. 무릎 위에 두 장의 쪽지를 다시 접어 올려놓고, 포장지에 손을 넣어 조금 떼낸 애플 파이를 한 손에 들고, 남은 한 손을 그 밑에 받칩니다. 파삭, 바삭. 입 안에서 겹진 파이결이 부서지고, 달콤한 필링이 입 안에 느껴집니다.
따뜻할 때 먹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허공에 발을 구르던 비랑은 손 위로 떨어져내린 부스러기까지 입 안에 털어넣고 교실 바닥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217 제가 달이 두자릿수가 되면 좀 바빠질 것 같긴한데ㅠㅠ 연말이나 연초엔 또 한가하고 그래서 잘 조절 될까 걱정이긴 해요 ㅎ▽ㅠ >>219 와 민규 졸업하는 모습 볼 수 있나요 와~~ 같이 사진찍어야지~~ >>223 헉 그렇다면 면밀히 검토해 보겠습니다 ㅎ▽ㅎ!!! >>226 다들 바쁘실 것도 같지만 그래두 기대되요 ㅎ▽< >>227 그것두 글네요 ㅎ▽ㅎ~! 역시 해인주는 머리가 좋으신 것 같아요
즉흥적으로..밤에..아이디어만 파칭 떠올라서 할까말까 하다가 지르자~~ 하면서 스레만 그냥 바로 세워버리고 실시간으로 설정을 썼던 스레인데 애착도 붙고 많은 분들이 아껴주셔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구 있답니다..ㅇ>-< 다 너무 좋아해요
새빨간 덩어리가 느릿느릿하게 흔들리며 어깨 위를 스쳐 귀를 문지르고 지나간다. 권투글러브의 코팅된 표면이 엄청난 속도로 피부를 얕게 문지르며 귓바퀴의 살결이 쓸리고 찢어지는 그 짧은 순간순간이 모두 느껴진다. 따가워온다. 뜨거워온다. 자세를 조금만 더 수그렸으면 귓바퀴에도 스치지 않았을 주먹이었고, 실제로 조금 더 수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수그리지 않았다. 귓바퀴에 주먹이 스칠 정도로 회피동작을 최소화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머리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이 순간,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빗나갔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이 아주 짧은 자각의 틈...
지금의 자신에게는 1초 정도로 느껴지지만 상대에게는 0.1초도 되지 않을 아주 찰나의 이 순간.
권투 선수의 주먹은 일반적으로 인간이 반응할 수 없는 속도이며, 이것은 링 위에 올라온 권투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권투선수들은 상대의 다음 동작을 미리 예측하고 먼저 움직이도록 하는 연습을 한다. 그 말은 이 순간을 놓쳐버리면, 상대방에게 다음 펀치에 대응할 시간... 가드를 올려 펀치를 막거나, 몸을 돌려 펀치를 피하거나 최소한 충격을 최소화시킬 시간을 주는 셈이다.
지금도, 상대는 자신의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빗나갔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는데도, 반격을 피하고 공격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려고 벌써부터 펀치로 인해 앞으로 기울어진 무게중심을 다시 회수해서 옮기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꿈 속에서 날리는 것처럼 느릿느릿한 왼팔이 상대의 오른팔 아래로 미끄러지듯이 파고든다. 내뻗어진 팔이 상대의 몸통 쪽으로 반쯤 파고들 때쯤이 지나서야, 상대방의 얼굴근육이 무언가 표정을 지으며 움직이려 한다. 아마도 아차, 하는 당황이겠지. 그러나 개의치 않고, 문하의 왼팔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고요히 허공을 가로질러 상대의 우측 옆구리에 꽂힌다. 권투글러브가 이지러지는 것과, 글러브가 전한 충격이 상대의 몸으로 파고들며 피부 위에 출렁이는 물결을 남기는 것이 느릿느릿하게 보인다.
복서들을 위한 교과서에 실어도 모자라지 않을 카운터 리버블로.
────
"네가 아무리 우승 후보라고 해도, 방심하면 안 돼. 상대가 심상치 않은 놈이라고."
트레이너는 경고했지만, 딱히 그 경고가 와닿지는 않았다. 상대방의 전적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학생선수권 대회에 4차례 출전해 전승 우승. 세번째 우승 때에는 32강에 걸친 토너먼트 경기에서 단 한 대도 유효타를 맞지 않았다고 했던가. 해볼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갖고 있는 그 경력이라고는 고작해야 학생선수권 대회 우승일 뿐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정식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는, 말 그대로 초짜였다. 그에 반해 자신은 정식 격투기단체인 KBF의 아마추어 매치에 등록되어 있는 어엿한 정식 권투선수였다. KBF 매치에서 실제로 선수로 뛰면서 만난 강자들과,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같은 무대를 뛰는 자신에게 그 정도 상대는 제법 해볼 만한 상대일 것이라고- 그렇지만 올림픽에 학생선수 대표로서 참전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그렇게 짐작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링 위에 올라 상대방과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로프를 비집고 올라오는 그 녀석을 바라보며 내심 비웃었던 것도 같다. 링에 내리쬐는 환한 조명 아래에서도 탈색이라도 한 것처럼 창백한 피부는 살아생전에 햇볕이라고는 전혀 받아본 적 없는 것 같아서. 마찬가지로 허옇게 바래어 있는 머리카락은 무덤에서 파낸 시체 같았고. 잘 단련된 강인한 근육이 짜임새있게 들어찬 몸뚱아리도 그런 몰골에 싸여 있자니 말라빠진 삭정이요, 툭 치면 무너질 법한 음울한 폐허와도 같아서. 자기 자신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음산함에 흠칫할 법도 하겠건만, 18세의 학생들 중 누구보다도 치열한 실전경험과 단련을 거쳤다고 자부하는 자기 자신에게는 그저 싸구려 귀신의 집에 대충 엮어놓은 허수아비 유령 인형 정도로밖에 부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조명 아래에서 그 하얗게 늘어진 머리카락 아래에 놓여있는 그 눈을 보았을 때,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거기 있는 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까맣게 패여, 별 한 점도 없는 공허, 달빛마저 들지 않는 지하실. 여태껏 닿아본 적 없던 깊은 어둠이 거기에 있었다. 다닥다닥 매달린 조명이 링 위에서 링을 향해 한껏 환한 조명을 비추어주고 있건만, 그 새까만 눈에는 빛무리 하나 점으로 맺히지도 않고 고요히 비어 공허했다. 뭔가, 사람이 아닌 것이 상대로 링에 올라왔다는 위기감이 본능적으로 등골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 링 위에는 환한 조명이 내리쬐고 있고, 관중석은 어둡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선수들의 눈에 관중은 잘 들어오지 않기 마련이다. 애초에 선수가 상대 선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는 것이고. 그렇지만, 경기 준비 자세를 취하고 그의 눈을 마주볼 때 느껴지는 감각은 그런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링 밖의 모든 것이 퇴색되어 황량히 바스러져버리고, 회색의 거대한 폐허 가운데 링 위에 자신과 상대 선수와 심판 세 명만이 남아 있는 것만 같은 먹먹한 고립감. 그나마도 복스, 하는 구령과 함께 공이 울리자, 심판마저 사라지고 어두운 폐허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툭 치면 무너질 법한 음울한 폐허는, 이 세상 어디에도 닿지 못할 거대한 머설리엄이었다. 출구 없이 어둠만이 있는 묘실에, 절대로 이기지 못할 망령과 단 둘이 남아버리고 말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그를 상대로 무엇을 하더라도- 그 모든 행동이 그저 조금이라도 더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권투선수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것을 느꼈다.
────
경기는 2라운드 TKO로 끝났다.
카운터 리버블로 이후 몸을 돌려 파고들면서 얼굴 옆면을 강타한 라이트 훅이 치명타가 되어, 상대 선수는 그 크루저급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잘 발달된 피지컬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쉽게 무너져내렸다.
문하는 거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며칠 내내 로테이션 경기를 치르느라, '감안할 수 있는 부상' 이 얼굴에 누적되어 있었다. 물론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로테이션이었기에 일반적인 12라운드 경기가 아니라 3라운드로 진행하는 올림픽 룰로 진행된 데다, 문하는 다른 선수들보다 상태가 아주 양호한 편이었지만, 턱의 멍자국이나 눈썹 위와 귀, 뺨 등 여기저기 나 있는 컷팅 자국은 실제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누군가 봤더라면 헉, 하고 입을 틀어막을 정도로 비주얼적으로 흉측한 몰골이었다.
반창고를 붙여봤자 마찬가지로 누덕누덕 상처투성이 문제아 몰골이 될 것 같아서, 문하는 딱히 상처에 뭔가를 바르거나 붙이거나 하지 않았다. 잠깐 지혈하고, 흐른 피를 닦아내는 것으로 그만이었다. 물론 트레이너며 닥터가 경기 중에 입은 부상을 치료해주려고 한사코 무언가 해주려 했지만, 문하는 항상 나직한 말로 그것을 거부했다.
오늘의 경기로, 문하는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한 승점을 확보했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이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하는 문득 아직 밴드를 풀지 않은 손을 들어올려 가슴에 얹어보았다.
거기 있는 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까맣게 패여, 별 한 점도 없는 공허, 달빛마저 들지 않는 지하실. 여태껏 닿아본 적 없던 깊은 어둠이 거기에 있었다. < 으악 문하야
문하를 사람 아닌 걸로 보이게 하는 그 무언가가 뭘까요 궁금한걸... 저번에 문하가 원래 성격 되찾으면 알파늑대라는 티엠아이가 생각나는데 이렇게 변해버린 심경도 자세히 듣고 싶고요 지금은 찌금 늑대라기보다는.. 하이에나..? 그런데 이제 무리에서 떨어진..? :3... 민규주는 그런 게 더 생각나유(적폐면어카지난두려워)
지나간 일은 어쩔수 없다. 애초에 그녀는 그것을 돌이킬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후회와 미련은 계속 남는다 해도 담담해지는건 특기였으니 그저 누락된 감정을 덮어쓰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어느때부턴가 평소에 그래왔던 것처럼 점점 무뎌질 것이다. 가끔 생각나거나 뜬금없이 꿈에서 나타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어차피 미신같은 것도 믿지 않았기에 기억은 빨리 잊혀졌다. 물론 머릿속을 쉽게 떠나진 않지만... 그것 또한 언젠간 익숙해지고 무덤덤해질 것이다. 항상 그래왔듯이.
"아무리 선배님이라도, 너무 쓰다듬진 말아주세요~ 갑자기 무슨 행동을 할진 저도 모르니까요?"
그것은 정말 그녀 스스로도 모르는 무의식의 영역이었다. 갑자기 뭔가 행동을 취하고 싶어졌다. 라는 것은 생각도 전에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니, 애초에 무의식을 의식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지 않을까?
서로 잠시 떨어져서 어색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다시 평소처럼 그랬듯 웃으며 서로를 대할 뿐이었다.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전보다는 더 홀가분해진 느낌이었을까? 당신의 생각하는 바를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는 무언가에서 약간이라도 놓여났음을 느끼고 있었다.
"뭐어, 숨어있다가 언제 또 잠들지 모르니... 다음번엔 좀 더 기발한 방법을 채택해야겠네요."
다만 그것이 어떤 방법일지는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미리 패턴을 보인다면 당신이 선수를 치거나 할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내심 신경쓰였는지 그녀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렇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 손가락 끝에 펼쳐져있는 것은, 변함없이 막막하고 공허한 회색의 겨울하늘. 그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하늘이, 이제 와서 뭐가 달라질 거라도 있겠냐는 듯이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회색 하늘이 정말이지 거울을 보는 것처럼 그의 기분을 비참하게 만들려 했기에, 문하는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이번 여름도 덥겠네."
하고, 문하는 텅 빈 속을 감추려 텅 빈 말을 돌려주었다. 이어지는 질문에는, 문하는 잠깐 규리를 흘끔 돌아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앞으로 두었다.
"특기생."
그렇지만 이 수다쟁이는, 도무지 문하를 얌전히 목적지에 데려다 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집을 언급하는 말에, 문하는 문득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석관과 마찬가지인 집을 떠올렸다. 오늘 일정이 끝나면 또다시 그 석관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사실도.
"집."
애써 태연하게 말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차라리 이 대신에 샌드백을 붙들고 12라운드 내내 파워샌드백을 치라고 하면 기꺼이 칠 것 같았다.
끌어안고 있던 도중 그녀는 너무 쓰다듬진 말라며, 갑자기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며 말한다. 아마 쓰다듬어지다보면 갑자기 돌발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겠지. 가끔 고장나는 고양이처럼.
"그게 궁금해서라도 더 쓰다듬고 싶어지는걸."
장난스럽게, 나긋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인다. 적어도 그것은 할퀴어질 각오까지 해야한다는 것이겠지만. 고양이 키우다보면 팔 할퀴어 지는것 쯤이야 예삿일 아니겠는가. 익숙해져야겠지. 하고 주원은 생각했다.
함께 웃음을 터트리고 난 뒤의 그녀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바 없었으면서도 어딘가 편해진듯한 인상을 주었다. 바로 오늘 하루에 모든 것이 바뀌진 않겠지. 하지만 분명, 그것은 아주 느리게라도. 아주 천천히라도 조금씩 달라져갈 것이다.
"더 기발한 방법? 아무리 그래도 숨을 곳은 적어보이는데 말이야."
굳이 따지자면 현관 옆의 부엌일까. 들어와서 보는건 정면의 침대일테니. 굳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부엌을 보지 않긴 하지.
"기대하고 있을게. 그렇게 말 하면 매일 들어올 때 가슴 졸여야겠네."
어디서 고양이가 갑자기 두 팔을 벌리고 날아들지 모르는 것처럼, 언제 들어왔을 때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테니까. 그것은 분명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할테지만.
"그럼... 어떻게 할래? 바쁘지 않으면... 디저트... 아니, 아이스크림 있는데. 먹을래?"
식사 후의 디저트 이야기가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얼굴이 다시 붉어질 뻔 했지만 '아니'라고 말하며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어 그것을 날려버리곤 말한다. 냉동실 안에도, 냉장고 위에도 과자나 군것질거리는 가득했으니 말이다. 슬혜가 시간이 괜찮을 경우의 이야기겠지만.
엄마 아빠가 나는 술냄새가 난다고 했다. 양한테 나는 페로몬이 있는데, 나는 페로몬이 술냄새라고 한다. 슬프다. 다른 사람이 맡으면 초등학생이 술 마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억울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술을 마시기로 했다. 안 했는데 했다고 하는 것보단 했는데 했다고 하는 것이 덜 억울하기 때문이다. (???????????) 참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나중에는 더 훌륭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싶다.
"...아. 늑대인 척 하기로 했는데."
아이는 꾸벅꾸벅 졸다가 퍼뜩 깨며 일기를 지우개로 뿍뿍 지웠다. 졸린 의식의 흐름이 지어내는 일기란 이토록 무섭다. 깔끔하게 지워지지 않아 아예 찢어 뭉쳤다. 아이는 피로하게 눈을 내리감으며 대신 무슨 내용을 쓸지 고민길에 빠졌다......
>>307 1. 특기생이 성적 좀 좋다고 교내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럴 거면 교내에 해인이 팬클럽 사하 팬클럽 슬혜 팬클럽 경아 팬클럽 규리 팬클럽 민규 팬클럽 연호 팬클럽 지구 팬클럽 선하 팬클럽 아랑이 팬클럽 주원이 팬클럽 시아 팬클럽 호련이 팬클럽 홍현이 팬클럽 유신이 팬클럽 등 팬클럽들로 미어터질 것.. (사실 그 팬클럽들에 다 내가 가입해있어) ((있는 사람 다 적은 거 맞나..??)) 2. 선물은 어지간해선 안 받아. 문하가 다른 사람에게서 뭔가 받으려면 친밀도가 어느 정도 높거나 특이한 경우여야 하는데, 아랑이한테 밴드 같은 거라던가 이번의 마니또 같은 거라던가..
이 어린 양은 제 눈앞에 있는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이러는 걸까? 피를 보고 나서야만 잠잠해질 흉심凶心은 고욕이다. 다행히도 선하는 인내심이 강한 편이었고, 이성은 미약하게나마 작동하고 있었다.
제 뺨을 어루어만지는 시아의 손위에 제 손을 겹친다. 시아의 손바닥에 제 볼을 부비는 모습이 퍽 애교스럽다. 마치 연인에게나 할법한 행동이었으나 애석하게도 그러한 감정은 오가지 않았다. 애초에 겨우 인사나눈 둘이 키스하는 것부터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었으나 적어도 이 공간에서 그걸 신경쓸 사람은 없었다. 지극히 가벼운 관계가 이어졌다.
"예쁘면 예뻐해줘야지. 말뿐인 칭찬은 싫어."
귓볼에 잇맞춤을 받자 선하의 볼이 약하게 떨린다. 선하는 그 상태 그대로 고개를 기울여 시아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입술이 떼어지면서 낯부끄러운 소리가 났지만 둘뿐인 공간에서 이 역시 걱정거리는 못된다.
한 번으로 만족할 수 있냐는 말에 선하는 다소 경박하게 웃음을 터뜨리고만다. 뜀틀 위에 올라간 시아에게 바짝 달라붙는다. 돌연 몸을 낮춘다. 자연스럽게 시아가 선하를 내려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마침 높이가 잘 맞아떨어진 탓에 선하의 손끝이 새하얀 종아리를 타고 내려가 끝에 불룩 튀어나온 복숭아뼈를 향한다. 살살, 툭 튀어나와 손에 걸리는 부분을 문지르는 손길이 부드럽다 못해 은밀했다.
"시아야, 내가 중요하니 너는? 난 신경쓰지마."
선하가 무릎을 접자 올려세웠던 상체가 밑으로 내려갔다. 선하는 조심스레 고개를 틀어 시아의 발목 부근에 입을 맞춘다. 충성을 맹세한 기사처럼 숭고해보이는 얼굴이다.
제가 혼자 케이크를 다 먹은 것으로 몽몽님께서 뿌듯해 하셔서 굉장히 기뻐요!ᕕ( ᐛ )ᕗ 칭찬! 저 칭찬 되게 좋아하거든요. 굉장히 마음에 찼어요. 기쁘다! 나! 기쁘다! 헤헤. 그림 보고 되게 웃었어요. 강아지는 역시 저겠죠? 그림에서나마 쓰다듬어지니 기쁘네요. 쓰다듬는 것도, 쓰다듬어지는 것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역시 저는 전생에 정말 멍멍이었을지도 몰라요.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겠어요.
그리고 젤리는 잘 받았습니다. 저 젤리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사실 몇 개나 먹으려다가 P.S.2를 보곤 그만 뒀어요. 저 잘했죠? 헤헤.
음... 3학년 들어서 활동량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러려나? 그럴지도? 뭐어 1,2학년 때 하고 싶은걸 해서 상대적으로 3학년 때는 하고 싶은게 줄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직 제가 진짜 하고싶은걸 찾지는 못했지만요. 아무튼 아무튼. 하루에 두 개! 꼭 명심해둘게요. 젤리를 좋아해서 신경쓰지 않으면 보통 구미젤리는 하루에 반 통은 먹겠지만, 꼭 기억해두고 2개만 먹을게요.
그럼, 몽몽님의 하루가 더 즐겁고 행복해지시길 바랄게요!
- 몽몽님 덕에 매일 하루가 더 건강해진(?) 주원이가. -
P.S.1 꾸밈없이 드러나는 감정. 전 언제나 꾸밈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너무 직선적이라, 음, 싫어하거나 금방 질려하는 사람은 있겠지만요. 그런 감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네! 저도 끝나면 몽몽님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P.S.2 왠지 이거 읽고 무서워졌어요. 공포영화에서 보면 잘못 세서 큰 일이 일어나더라고요. 의도하신건진 모르겠지만, 저를 떨게 하시려고 하신거라면 아주 대성공이에요! 젤리통에도 적어뒀어요. 하루 2개에서 3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실실 웃고 있는 사하를 흘깃 보았다가 웃음을 흘리며 지구는 부러 잘못 들은 척을 했다. 무슨 말을 해도 놀릴 거지만. ..좀 더 간다면, 그녀와 다시 엮일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비대칭 쌍쌍바 얘기에 지구는 그저 픽 웃고 넘길 뿐이었다. 그래도 주긴 주네. 쌍쌍바를 가르고 혼자서 다 먹어 버리는 쪽이 더 무서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입 밖에 내진 않았다. 진짜 꿈에 나와서 쌍쌍바나 나눠줬으면. 크기보단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하는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지구의 눈으로 보기엔 그냥.. 애교를 부리고 싶은 건가? 사하의 외모로 남을 겁주긴 어려워 보인다. 그냥 좀 더 늑대같긴 했더랬다. 지구 역시 눈을 감박 뜨니 제 말에 찔린 건지 사하는 충격을 먹은 듯한 표정으로 바뀌어있다. 왜.
"안 믿겨."
지구는 잠깐 생각을 하는듯 제 목덜미를 매만지다 상체를 사하의 쪽으로 기울여 대뜸 불쑥 사하의 앞에 얼굴을 들이대려 하며 "넌 너무 무방비해." 낮게 속삭이고서 다시 정면으로 돌아왔다. 그런 짓을 하는 와중에도 무정한 얼굴은 하나 변하지 않았다. 사하는 좀 더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지만 절대 들을 것 같진 않다. 언제 철 들게.
"지구 형님."
해봐. 그런 눈짓으로 지구는 입을 다물고 사하를 물끄러미 본다. 어느새 다다른 1층의 계단의 난간을 천천히 밟으며.
시아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걸음을 옮겼다. 딱히 무언가 일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기에 조금은 돌아서 교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아마도 누군가를 마주치기 전까지는 분명 아무일 없이 교실로 돌아갔을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복도 한 가운데에서 누군가를 마주한 순간, 가벼웠던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 ... 아 "
똑같은 반응, 분명 방금 전에 슬혜 역시 똑같은 소리를 흘렸다. 여전히 변함없이 예쁘장한 아이, 한순간 시아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어지러움이 몰려오면서 밀려오는 과거의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행복함에 아찔했던 순간들, 서로 비밀스럽게 애정을 나누던 시간들, 그리고 철저하게 버려지던 그 날의 기억까지. 마치 댐을 쌓아 막아두었던 기억들이 손쓸 틈도 없이 터져나오는 것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두커니 굳은 석상이 되어버린 것처럼 서있는 슬혜를, 시아는 웃고 있던 얼굴로 고개를 살짝 기울여 바라보았다. 미세하게 몸이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시아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 안녕, 슬혜야. 이 학교.. 다녔구나? "
잔잔한 목소리로 시아가 먼저 운을 뜬다. 완전히 굳어버린 슬혜를 바라보며 과거의 시아와 마찬가지로 상냥하고 따스한 목소리였다. 분명 슬혜가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다 알고 있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그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 .... 시간 좀 있다면 이야기라도 하지 않을래? 조용한 곳을 알고 있어. 지금 바로 집에 돌아가거나 할 건 아니지? "
이렇게 만난 것도 운명인데.
시아는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인 체로, 슬혜를 바라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두사람 사이에는 좋은 일만 있었던 것처럼.
네? 그런데 학교에 왜 팬클럽이 없나요? 어디 뭐..2000년대 감성으로 네이버 카페 <온지구 옵빠 팬클럽>ㅅ<♥♥> 까진 아니더라도 부마다 팬 무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 뭐 배구부 에이스 누구누구 언니.. 같은 거 들고 경기 응원을 간다거나..평소에 연습 구경하러 온다거나.. 지나가면 수군수군 댄다거나.. 물론 없을 수도 있고 운동 능력이 뛰어난 거 외에도 외모가 매우 출중하거나 매너가 좋다고 소문났거나 뭐..이런저런 이유로 있지 않을까요 ㅎ▽<???
>>382 흔한 용사판타지 RPG로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처음 시작하는 시골 마을의 무기점 방어구점 도구점 다 뭉뚱그려놓은 듣보잡 잡화점 직원 소년 아닐까! 뒷산에서 약초 따오기 or 슬라임(쪼렙 몹) 잡으면 나오는 점액 가져오기 같은 초보용 퀘스트 내주고 막 공략집에서 > 잡화점에서 템 맞추고 시작하는거 돈낭비 시간낭비니까 바로 다음 마을로 넘어가주세요 < 쓰여있는 바람에 플레이어가 얼굴도 안 비추고 가서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중반부까지 존재도 모르고 있겠지! 그리고 중후반부에 마왕이 인질 잡으려고 주인공 출신 마을에 쳐들어왔을 때 불쑥 튀어나와서 갑자기 > 동료 영입 가능 캐릭터 < 뜨는거 보고 어리둥절해서 영입하고 스텟스킬 보면 한방극딜형 불마법사에 최종무기는 총(TMI 컷)
그는 머리가 한번 헝클어지고 나서, 그가 내미는 초콜릿을 군말 없이 받으려 했다. 아마 초콜릿이 손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포장지를 제거하고 입에 집어넣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초콜릿을 채가기 전에 튀어나온 이현의 손 요구 덕분에 그대로 몸이 굳었다.
" ....하, "
잠시 뒤에 나온 말은, 가소롭다는 말투였을 테다.
" 지금, 나처럼 긍지높은 늑대에게 손을 요구하는거냐? "
눈빛은 싸늘했다. 그는 자신을 얕보지 말라 경고하고 있었다. 자신을 서슴없이 늑대라 밝혔다. 자신의 긍지가 짓밟히는 것을.... 경계하는 것일테다......
라고 추론할만 했지만, 그의 손은 여지없이 이현의 손 위로 올라가있었다. 역시 말보다는 몸이 더 솔직한 법이다.
" 지금 상태로는 아마 체육계가 되지 않을까 싶지...? 아직 미래는 모르는 거라지만... "
갑자기 휴대폰을 요구하는 이현에게 의문스럽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일단은 휴대폰을 꺼내서 이현에게 넘겨주었다. 무슨 도움일지는 모르겠지만, 진짜든 가짜든 뭐 상관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 맞춰보라고...? "
그는 잠시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현의 장래희망... 아무래도 정보가 너무 적었다. 이제 처음 만난 이현에 대해 알고있는거라곤 상냥한 사람, 종교인(?), 머리쓰다듬는걸 좋아하는 사람... 정도인가? 그런걸로 낼 수 있는 답은 적었다. 하지만 기피하는것은 별로 좋아하질 않았으니. 일단 아무거나 뱉어보기로 했다.
뺨을 어루만지던 손에, 가볍게 손을 겹쳐 볼을 부비적거리는 선하의 모습에 시아의 입술 사이에선 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런 선하가 마냥 귀엽다는 듯 간질거리게 손가락을 움직여줄 뿐이었다. 사랑 따위는 담겨 있지 않을 행위들이었지만 적어도 두사람은 지금 그것을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 어떻게 예뻐해줄까요? 좋아하는거라도 있어요, 선배? "
귓볼에 입맞춤을 받자 몸을 떠는 선하를 바라보며 상냥한 목소리로 타이르듯 묻는다.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 얼마든지 들어주겠단 눈을 한 체로 선하를 바라본느 시아였다. 볼에 입을 맞춰주는 선하에게 ' 간지러워요~ ' 하고 작게 웃음기 섞인 목소리를 들려준 시아는 답례라는 듯 선하의 콧망울에 상냥하게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대곤 떼어낸다. 짙은 앵초향이 아마도 선하의 코 끝에 강하게 머물렀을 것이다.
" 으음.. 이런 위치는 처음이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
시아는 자신의 복숭아 뼈를 매만지고, 그곳에 입을 맞추어주는 선하를 부드러운 눈길로 내려다보며 천천히 운을 띄운다. 충성을 맹세한 기사처럼 숭고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선하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손을 뻗어 쓸어넘겨준 시아는 몸을 조금 기울여 하얗게 들어난 이마에 자신의 입술을 새겨넣는다.
" 전 휘두르는 것보단 역시 아까처럼 마주보고 선배를 느끼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왠지 선배도 그건 싫어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구? "
천천히 두손을 뻗어 선하의 두 뺨을 감싼 시아가 천천히 선하가 몸을 일으키게 하곤 얼굴을 가까이 하며 속삭이듯 말한다.
>>43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이해 못해서 한 열번은 읽고 수십번 생각하다 이해했어요 지구가 고슴도치..? 아니면 지구..가 고슴도치?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주접 너무 웃겨..ㅠㅠ미쳐.. 지구는 팬클럽 없어요.... >>440 그것도 그래요!! 일부러 반 너무 퍼지는 거 (1반~5반..6반..) 막으려고 반을 적게 만들었는데 그러다보니 학생 인원 수가 적긴..적어서 슬프기두 해요 >>44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제가 미쳐~~~~~~~
뺨을 어루만지던 손에, 가볍게 손을 겹쳐 볼을 부비적거리는 선하의 모습에 시아의 입술 사이에선 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런 선하가 마냥 귀엽다는 듯 간질거리게 손가락을 움직여줄 뿐이었다. 사랑 따위는 담겨 있지 않을 행위들이었지만 적어도 두사람은 지금 그것을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 어떻게 예뻐해줄까요? 좋아하는거라도 있어요, 선배? "
귓볼에 입맞춤을 받자 몸을 떠는 선하를 바라보며 상냥한 목소리로 타이르듯 묻는다.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 얼마든지 들어주겠단 눈을 한 체로 선하를 바라본느 시아였다. 볼에 입을 맞춰주는 선하에게 ' 간지러워요~ ' 하고 작게 웃음기 섞인 목소리를 들려준 시아는 답례라는 듯 선하의 콧망울에 상냥하게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대곤 떼어낸다. 짙은 앵초향이 아마도 선하의 코 끝에 강하게 머물렀을 것이다.
" 으음.. 이런 위치는 처음이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
시아는 자신의 복숭아 뼈를 매만지고, 그곳에 입을 맞추어주는 선하를 부드러운 눈길로 내려다보며 천천히 운을 띄운다. 충성을 맹세한 기사처럼 숭고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선하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손을 뻗어 쓸어넘겨준 시아는 몸을 조금 기울여 하얗게 들어난 이마에 자신의 입술을 새겨넣는다.
" 전 휘두르는 것보단 역시 아까처럼 마주보고 선배를 느끼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왠지 선배도 그건 싫어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구? "
천천히 두손을 뻗어 선하의 두 뺨을 감싼 시아가 천천히 선하가 몸을 일으키게 하곤 얼굴을 가까이 하며 속삭이듯 말한다.
해인주도 해인이 좋아하는 빵과자류 알려줘요...<:3 (일단 마카롱 들어가는 건 알고 있음)
시아주 >>360 물리적 공격력이 없다면.... (시아에게 경찰서 번호 쥐여줌)(사설경비업체 번호 쥐여줌) 물리적 공격력 없어도 다른 걸로 보충하면 됩니다 ㅇ.<
연호주 >>373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대 맞으면 더 때려줄 자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쾌) 연호는... 연호는 오히려 선빵 친 사람이 더 크게 멍들어 있을 것... ㅋㅋㅋㅋ
경아주 >>375 별일이 없을거라고 해도 경아 맘 속에 선 안의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야요... <:3 분란 싫어하면... 고것도 아랑이랑 마음이 맞아버리네요... (금아랑 내적 친밀감 올라가는 소리가 들림)
민규주 (레스가 지금 373밖에 안 보여서 아까 민규주 본 거 같은데 번호 기억이 안나요...) >>아랑이가 선빵에 되돌려주는 방식 자기보다 약하고 작은 사람 : (한번만 봐주자) (두번도 봐주자) 본인보다 작고 약하면 마음이 좀 약해지는 편이고요... <:3 본인보다 크고 힘 센 (모르는) 사람 : (너는 경찰서) 본인보다 크고 힘 세며 모르는 사람이면 마음이 안 약해지는 것입니다... <:3
문하주 >>376 금아랑 : (일단 받아들고) (글썽한 표정으로 쳐다봄) 흠... 봄이 지나가기 전에 만나보고 싶은데... (시간 봄) 2시 전에 자러갈 거 같은데, 킵하셔도 괜찮으면 지금 일상 돌려도 괜찮아요!
유신이 일기는 얼핏 봤는데도 귀엽구... (술 말고 콜라 쥐여주고 싶다) 지금 일상은... 잡담만 눈으로 훓고 있어서 8_8 못 보는 게 아쉽네요! (나중에 복습해야지) 지구주 질문은... 어..... 게임세계에서 뭔가요? 였던가요...?? 어... 어..... (금아랑 봄) (뭐시키지) 마왕성에서 일하고 있는 모브1(특 : 한 대만 때려도 죽음) 해보겠습니다... <:3
당신에게 장난스러운 경고를 남기긴 했지만 진지한 부분은 아니었다.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서로에게 큰 피해를 줄만한것 같진 않으니까, 가령 요리를 하는 사람에게 갑자기 들러붙을 일도 없을 것이고, 집중하는 사람을 갑자기 놀라게 만들어 혼을 빼놓을만한 행동도 안할것 같고, 날붙이를 쥔 사람에게는 더더욱 장난치지 않을 것 같으니...
아마도 어디까지나 장난스레 넘길 수 있는 일들일 것이다.
"음... 아니면, 아얘 숨어버리지 않는 방법도 있죠?"
어차피 뻔히 드러난 상황에 한번 더 숨으려고 하면 금방 들통날 것이다. 그러면 어느땐 당당하게 나타나고, 어느땐 숨지 않거나, 다른 때에는 몰래 당신의 뒤를 쫒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양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물론 그녀는 사람이지만.
"후후후... 그러다가 아무도 없어서 시무룩해하는 선배님도 좀 보고싶어지지만... 그런건 나중으로 생각할까요?"
벌써부터 보따리를 풀어버리면 재미없는 법이다. 물론 오늘 그녀가 들고온 거라곤 평소보다 작은 크로스백뿐이지만,
"음~ 딱히 없다면 저도 오늘은 뭔가 할까 싶었지만... 아이스크림이라고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시점에서 아주 잠~깐은 있다 가도 될거 같은데~"
...누가 봐도 노골적인 표정이었다. 아무렴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리 없고, 고양이가 생선가게에 눈독들이지 않을리 없으며, 사람이 아이스크림에 한눈을 팔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을테니까.
>>484 아, 다행이네요! >:D 제가 텀이 좀 긴편? 레스 쓰는 게 느린편이라 좀 오래 돌리게 되거든요. 텀은 원래... 사람 뜻대로 안 되서 길어질수도 있는 거예요... 😂
종례 끝난 시점이긴 한데, 너덜너덜(ㅠ) 문하가 교실로 들어오면 금아랑이 책상 위에 반창고며, 연고며, 유인물 올려놓고 잠깐 고민하고 있던 순간에 마주치면 되는걸까요...? <:3 교문에서 만나는 것보단 교실로 들어와야 반창고며 유인물 두고 가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 아니에요 <:3
>>490 아, 그것까지 해보고 싶었어? 그러면 배경을 교실로 옮기지 뭐. 문하가 교실에 뭔가 가지러 왔다고 해도(선생님이나 아랑이가 카톡으로 오늘 무슨무슨 통신문 나왔으니 가져가라고 카톡을 했다던가) 될 테고. 다만 문하 반응이 그렇게 재밌거나 스펙타클하지는 않을지도... <:3c
선레는 미안하지만 아랑주가 먼저 써줄 수 있어? 레스는 길지 않아도 좋아. 아니 오히려 길지 않은 편이 좋습니다(손 느림+분량컨트롤 고자) ((내가 선레 써줬으면 한다면 꼭 말해주기))
하다못해 외모라도 좀 바뀌었다면 비슷한 사람인가보다 하고 지나쳤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기억에 남다 못해 뇌리에 각인된 사람을 그녀가 쉽게 착각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인가, 2차적으로 물어도 답은 어차피 알수 없었다. 그저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진 각본이겠지. 중학생의 막바지에 헤어졌던 사람이 고등학교에 들어서, 그것도 애매하다면 애매한 이때에 다시 만난다는건 누가 봐도 악의적인 편집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1년 이상의 공백을 주었단건 정상참작할만 했을까?
"네... 뭐, 그렇게 되었네요~"
첫마디를 꺼내는게 어려웠을 뿐, 먼저 운을 띄운 당신의 인사에 그녀 역시 대답을 이어나갔다. ...어째서 저렇게 상냥한 어투로 대화를 할 수 있는지, 분명 오래된 기억은 아니니 금방 다시 되살아날 것임이 분명해도 어떻게 떨리는 느낌 하나 없이 태연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그녀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지나가듯 생각한대로 '잘 살고 있다면 그걸로 된것이다.'를 증명하는 셈일까? 그렇게 놓고보자니 정작 그때와 다르게 수그러든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
운명인 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의미를 가진 운명인 건지, 신이 있다면 분명 그녀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살짝 얼굴이 찌푸려지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표정을 고쳐내곤 하려던 말을 마저 이어갔다.
"물론 바로 갈 생각은 없지만요~ 그렇네요... 되도록이면 조용한 곳이 나을것 같기도 하구요."
근황 같은걸 듣거나 말해줄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예의 정도는 갖추고 싶었다. 아마도 뒤늦은 죄책감이 불러일으키는 미련 같은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그 미련에까지 호된짓을 할 수는 없으니... 사실 다시 만난다 해도 그녀쪽에서 할 수 있는 말은 극히 적었다. 행여나 있다고 해도 억지로 입을 틀어막으려 하겠지만, 되도록이면 다시 엮이고 싶지 않았던 극에 뛰어든다는 것은 자충수가 확실했다. 하지만 어쩌랴, 머리는 이미 수락을 했으니 말이다.
>>503 (토닥토닥) 선레 써주기로 해서 고마워. 졸림취 손이 가는대로 써줘. 졸리다거나 피곤하다거나 하면 쓰다 말고 자러 가도 좋아. 나는 느긋하게 오래 돌리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니까. 나는 기다릴 수 있어. 앗 생각해보니 아랑이가 문하가 오는지 모르는 게 낫겠구나. (파워수긍)
고민이 길어지는 듯싶자 선하는 재빨리 고민을 끊어냈다. 멋 모르는 치들이 함부로 제 머리에 손 올리는 건 싫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퍽 마음에 들었다. 칭찬은 언제나 기꺼웠고, 사랑 받는 감각은 중독적이었다. 선하는 슬그머니 눈을 굴리며 입안을 혀로 훑었다. 사탕을 먹고 나면 남는 잔향처럼 입안은 여전히 달았다.
잘 모르겠다는 말에 선하의 표정이 미묘해진다. 어깨 한 번 으쓱이고 마는 걸 봐서는 퍽 신경쓰는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양에게 유독 몸을 낮추고 친절하게 구는 건 오래된 학습이었고, 견고하게 만들어진 취향이었다. 그렇다고 그걸 굳이 시아에게 갈구하는 건 옳지 않지, 계산을 마친 선하는 다음부터는 안하겠다며 작게 답했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
시아에게 맞춰주겠다는 태도는 여전했다. 태엽이 어긋나 고장난 시계처럼 한 자리에 멈추어서있었다. 그러다, 이어지는 시아의 말에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시아를 밀어 뜀틀에 몸을 기대어 눕게 했다. 자리에서 이러난 선하는 어둠속에서 우두커니 서있엇다. 선하의 그림자가 시아 위로 드리웠다.
"시아야, 그러면 안 돼.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권태롭고 나긋한 음성이었으나,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방금 충동적으로 한 행동을 근거로 선하는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충분히 향을 취하고 즐겼지만 눈 앞에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이 있다면 군침 도는 것이 짐승의 섭리 아닌가.
"다치면 어떡해."
뜀틀에 놓여진 검은 머리카락 위에 놓여진 얼굴과 목이 눈에 띄게 하얗다. 선하는 천천히 머리카락을 몇가닥집어 목 주변을 정돈한다. 난폭한 충동이 일었다. 지극히 짐승적인 것으로, 흔히들 사냥한다고 표현하는 행위와 일체 다르지 않은 욕구였다. 선하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시아의 목을 쓸고 지나갔다. 무방비하기 짝이 없었다. 문득, 허무에 가까운 소진상태가 찾아왔다. 선하는 잠시 말을 멈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시아야?"
몇번의 회유와 유혹으로 홀라당 이를 박아넣고 지 좋을 대로 행동했다면 지금껏 별탈없이 양들 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일 수 없었을테였다. 선하는 도자기처럼 견고한 미소를 지으며 시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놀라운 절제력이었으나, 평생 해온 일이라면 이보다는 잘했어야했다.
"그만 가자. 집에 갈 시간이야."
화사한 미소와 함께 손을 내민다. 분위기 깨는 말인 걸 본인도 인지하고 있었으나, 선하는 속내를 보여주지 않았다. 평범한 선후배 관계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532 그런 주원주에게 선물이야 https://www.google.com/search?q=captain+america+swim+trunks&tbm=isch&ved=2ahUKEwjQzpn8vLPyAhXtxIsBHbJeC1IQ2-cCegQIABAA&oq=captain+america+swim+&gs_lcp=CgNpbWcQARgAMgQIABATMgYIABAeEBM6BAgjECc6CAgAEIAEELEDOgUIABCABDoHCCMQ6gIQJzoICAAQsQMQgwE6CwgAEIAEELEDEIMBOggIABAIEB4QE1DV1wFYt5ECYM-dAmgEcAB4AIABmwGIAe8SkgEEMC4xOJgBAKABAaoBC2d3cy13aXotaW1nsAEKwAEB&sclient=img&ei=okQZYdD1Fe2Jr7wPsr2tkAU&bih=1007&biw=1920&rlz=1C1CHZL_koKR712KR712
" 신기하네..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1년이나 모르고 있었다는게 말이야. 누군가 도와준 것처럼 말이지. "
어색하게 답을 해오는 슬혜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주는 시아는 놀라울만큼 변함이 없었다. 과거의 슬혜가 몇번이고 마주 했었을 그 부드러운 미소와 차분함이 눈 읖에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시아는 그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한순간 슬혜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곤 '아직도 나를 거슬리게 생각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웃는 얼굴로 잠시 복도 바닥을 내려다본다. 복도가 일렁이고, 세상이 핑핑 도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저 눈만 내리깔았을 뿐.
" 그럴거라 생각했어.. 아마 너는 나랑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불편할테니까. 나 같은 건.. "
잔잔하게 답하던 시아의 말 끝이 흔들린다. 방금전까지 변화없는 잔잔한 목소리였는데, 미간이 찌푸려진 표정을 본 탓인지 자신도 모르게 왼손으로 오른팔을 꼭 부여잡은 체, 말끝을 흐리고 마는 시아였다. 왠지 시아의 눈에 물기가 많아진 것 같은 것은 그저 기분 탓이었을까.
" ..따라와, 이렇게 있다간 아마 더 눈에 띌테니까. "
휙 돌아선 시아는 왠지 그시절보다 더 작아진 듯한 뒷모습을 보여준 체 천천히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긴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워 보이는 발걸음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빈교실로 중간중간 고개를 돌려 슬혜를 바라보며 나아간다.얼마나 걸렸을까, 빈교실 앞에 선 시아는 천천히 문을 열었고 먼저 안으로 들어가선 들어오라는 듯 손짓했다.
" 여기라면 아무도 오지 않을거야. 여기서 이야기 하자, 슬혜야. "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 시아가 슬혜의 눈을 응시하며 속삭였다. 왠지 과거의 그 날로 돌아간 것처럼.
>>519 >>524 단유신은...맥주입니다...맥주병임 물에서 애초에 뜨지를 모태여ㅠㅁㅠ,,,, 그냥 적당히 가벼운 옷에 허연 비치후드 입고 있을 거 같네요. 그 상태에서 햇볕 아래서 골골골,,, 파라솔 아래 가서도 후덥지근한 날씨에 골골골,,, 그러다 픽 쓰러지고(총체적난국
금아랑은 평소처럼 반창고와 유인물을 몰래 놔두고 가려는 참이었다. 종례 끝난 교실에 홀로 남아 오늘치 유인물을 가지런히 순서대로 정리해 책상 위에 올리고선 반창고 두 통을 들고 고민하는 것이다. 언제나 혼합형 반창고를 놔두고 가긴 하겠지만. 사실 귀여운 반창고도 놔두고 가고 싶은 생각도 종종 들기 때문이다. ...놔둬도 역시 안 써주겠지? 생각하며 혼합형 반창고를 놔두던 찰나였다.
교실 문 쪽에서 기척이 들렸다. 금아랑은 문 하의 책상에 두던 시선을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옮겼다.
몰래 두고 가려던 도토리를 들킨 다람쥐 같은 표정이었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린다. 그냥 놀라고 끝내기엔, 문 하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엉망이어서. 저 정도로 엉망이 아니었다면 빵긋하고 웃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랑은 살짝 구겨진 얼굴을 하고서 문 하를 바라보았다. 손에 들린 캐릭터 반창고 상자도 살짝 구겨졌다.
“ 연고... 후시딘밖에 없을 텐데... ”
유인물이나 반창고들을 몰래 놔두고 가던 사람이 저란 것을 들킨 것은 이미 뒷전이다. 어지간하면 참견 안 하겠지만, 저건 좀 너무했다. 너무... 아프고 괴로워 보여. 후시딘으론 어떻게 안 되겠다.
“ 병원부터 가자. 평소처럼 방치하면 안 될 수준이야. ”
평소의 애교 있는 말투보다, 차분하게. 말을 건넨 아랑이 걱정이 담긴 푸른 눈으로 문 하를 바라보았다.
//문하가 크게 다쳐올 줄은 모르고 -경기 갔더라도 걍 스친 상처만 있을 줄 알았음- 캐릭터 반창고나 들고 고민하던 금아랑... <:3 그리고 그 반창고 상자는 구겨져서 금아랑 손 안에 있슴미당.
>>555 어느 정도로 다쳤는데요....??? 일단 얼굴에 평소보다 더 멍 든 거면 크게 다친 거임. >:0 (얼굴만 다친 건 아닐 거 아녜요...?)
>>턱의 멍자국이나 눈썹 위와 귀, 뺨 등 여기저기 나 있는 컷팅 자국은 실제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누군가 봤더라면 헉, 하고 입을 틀어막을 정도로 비주얼적으로 흉측한 몰골<< 문하주 선생님... 묘사를 발췌해왔는데, 실제로는 심각하지 않더라도 크게 다친 얼굴로 보이지 않을까요? 아뇨! 아직 안 자는데... (흘긋) 한... 2시 반? 까진 있거나 모바일로 옮겨서 보고 있거나 하겠지요. 아랑주 자러가는 거 신경 쓰지 마시구 그냥 느긋하게 써와주세요~
>>559 얼굴은 저 묘사대로 읽으면 되고, 얼굴 외에도 몸 여기저기에 찰과상이랑 타박상 몇 군데 정도. 선발전에 가서 딱 저 경기 하나만 치르고 온 게 아니라, 3라운드 룰로 경기를 대여섯 번쯤 치르고 오는 길이거든. 하지만 겉보기에 아파보이는 생채기가 많이 나서 그렇지, 전체적인 몸 상태는 12라운드 정식 매치를 한 판 뛰어도 될 정도로 멀쩡해. 이건 문하가 자기 입으로 설명하겠지만. 확실히 평소보다 '경기 흔적이 더 많이 남았다' 고 하면 되려나?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선 게 물건을 놓고 간 옆자리 친구일 수도, 교실을 잘못 찾은 다른 교실 친구일 수도 있는데 어째서 하필이면 아랑이 종종 밴드를 놓고 가곤 하는 책상의 주인이 이 타이밍에 돌아온 걸까. 그는 오늘 분명 무슨 선발전을 한다고, 경기를 하러 갔다는 말이 반의 친구들 사이에서 두런두런 돌아다녔었는데. 그래도 과연 그 소문이 틀린 말은 아니었는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문하의 얼굴은 이런저런 보기 싫은 흔적이 충분히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남아 있었다. 한쪽 턱과 한쪽 눈옆에 불그락푸르락하게 피멍이 든 자국이 있었고, 뺨이며 입술이며 눈썹이며 귀에는 주먹이 스쳐 커팅이 난 붉은 궤적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런 아파보이는 몰골을 하고도 그는 지독할 정도로 표정이 없었다. 그는 자박자박 자기 자리로 다가오다가, 아랑이 어조를 가라앉히며 건네오는 말에 아랑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병원이라니."
기복없는 삭막한 억양이 드물게도 의문을 담고 아랑에게로 건네어졌다.
"갑자기 왜?"
...마치, 자기가 지금 어떤 몰골인지에 대한 자각도 없고 자신의 얼굴에 상처가 났다는 것도 모르는 듯이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태도다. 저 흉측한 상처들이 아프지도 않은 걸까?
어느새 완전히 그녀를 고양이 취급하며 말했다. 다칠 수 있다고 해도, 요리하는 도중 갑자기 달려들다던가, 갑자기 놀래키거나 하는 행동을 하진 않을테니 말이다. 음, 놀래켜도 될 상황에서는 놀래킬지도 모르지만.
"그럼 언제 어디에 있을지 모른단거네. 음~ 왠지 기뻐진다고 하면 좀 이상한가?"
언제 어디서든 깜짝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뜻 밖의 행복일 것이다. 주원은 고개를 갸웃하고 자신의 볼을 톡톡 치며 말한다.
"그건 참아줘. 그 모습을 보이는건 둘째치고, 정말 네가 없는 줄 알거아냐."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럼 나중에라도 나타나 사실은 있었다고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슬혜는 원래는 금방 돌아가려고 했었는지 아이스크림에 아주 잠깐은 있다 가도 된다고 말한다.
"그럼 큰 아이스크림을 가져와야겠다. 다 먹을 동안은 돌아가지 못할테니까.."
하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베시시 웃는다. 그리고 그것은 장난이 아니었는지 냉동실을 뒤지다 유명한 통 아이스크림의 딸기치즈맛과 함께 플라스틱의 밥숟가락보다 작은 아이스크림용 숟가락을 가져온다. 아이스크림은 한 사람이 먹기엔 많은, 두 사람이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먹어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주원은 슬혜에게 숟가락을 하나 건네주고 통을 연 뒤에 아이스크림 위의 포장지를 뜯었다. 그러자 딸기의 핑크와 치즈의 흰색 섞인 먹음직스런 아이스크림이 먹음직스럽게 가득 차있었다.
보통 가해자쪽이 잊고 잘 살고 피해자쪽은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하는데, 아마 당신도, 그녀도 전자는 아니였나보다. 어쩌면 그런 부류로 나눌 수는 없는 무언가 다른 문제일 수도 있고,
"후후후... 어쩌면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러다가 우연찮게도, 이 날 이 때에 만난 거구요..."
1년 정도면 자잘한 기억 정도는 잊으려나, 대강 그렇게 생각했던 그녀였지만 당장 당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양 기억이 되감겨졌다. 한켠으론 당시의 기억 하나하나, 사소한 부분까지 떠올리는 자신에게 안도하면서 한켠으론 그런 자신을 저주했다.
"그런거 아니거든요? 괜한 오해...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멋대로 떨어뜨려놓고서, 멋대로 당신이 행복하길 바란건 그녀 아닌가. 그런데도 대뜸 그렇게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것은 그 시절부터 계속되었던 절망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란게 어디 안갔는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하나도 없었다.
그저 잔잔한 수면위였던것 같은 당신의 목소리가 눈에 띌 정도로 흔들리는게 느껴졌다. 어째서 아무 이유 없는 찌푸림에도 곧잘 반응해버리고마는 것인지, 어째서 아직도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이래선 스스로가 가치없는 존재라 생각하며 당신을 떠나보냈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렇다고 돌이키기엔 이미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와버렸건만...
마치 긴장감과 두려움에 빠진 사람처럼 제 왼손으로 오른팔을 꼭 잡은 당신의 눈가에 살짝 물기가 어린 것을 보자 평소보다도 심장이 배로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평정심을 찾고자 해도, 이런 상황이면 더 눈에 띌거라는 당신의 움직임에 따라 천천히 따라 걸어가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간 것을 느껴 손을 펴보았다. 당연하게도 손바닥에 깊게 패인 손톱자국은 흔적이 남을듯 싶었고, 그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부러 주먹을 꽉 쥐며 앞을 보고 나아가도 어째 당신의 뒷모습이 예전보다도 더 위태로워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그런 의문이 그녀의 머릿속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에게서 떨어져있으면 그녀도 다시 그녀만의 밝은 삶을 살아갈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그 선택이 틀렸다며 질타하듯 작아진 당신의 뒷모습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후회는 그때도 충분히 했지만, 지금은 그것과는 다른 죄책감이 자신을 엄습해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이런데라면 어지간한 사람 아니고서야 모르겠네요."
빈 교실 앞에 섰던 당신이 문을 열고서 먼저 들어간뒤 손짓을 하자 그녀 역시 조심히 들어가서는 주변을 둘러보았을까? 잠깐 열린 문이 눈에 들어 그쪽을 신경쓰다가도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바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그녀는 여느때와 다름없는, 예전그대로 희미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모습에 잠시동안 할 말을 잃었다.
"...어째서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대할 수 있는 거죠?"
순수한 의문이었지만 지금 그녀에게 있어선 수수께끼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나 당신이나, 잊어버리기는 커녕 오히려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때의 사건들에 대해서도,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녀는 그럼에도 당신을 보는 시선만큼은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도, 그게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예의일테니까.
배려의 덕목은 소중하다. 솔직히, 별 생각 없었지만 배우기를 그렇게 배웠다. 어린날의 치기로 남의 목을 흉지게 만들고픈 마음은 없었다. 선하의 비밀은 그래서 가벼웠다. 남들에게 비밀로 저지른 장난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들키면 곤란하겠지만 문제 삼기 힘든 딱 그정도.
선하는 향이 남은 창고를 신경쓰는 것 같았다.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 향이 남을 것이었다. 선하는 창고 높이 있는 작은 창문을 열어놓으며 문 밖을 향했다.
"또 만나게?"
다음을 기약하겠다는 말에 선하는 좋다고 웃었다. 무지하게 굴 생각은 없지만, 집에서 떠난지 오래 지나면 선하의 인내심 역시 그만큼 가늘어졌다. 요컨대, 남들에게 신경쓰고 예의차릴 여유가 사라진다는 소리였다.
"...몇 반이니?"
그래서 선하는 아까 묻지 않은 질문을 이제서야 했다. 돌아가니는 길은 필연적으로 시아를 향할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필히 앵초향이 그리울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장막을 드리우고 또 다시 불장난이나 치겠지.
"그때가 되면... 상냥하게 맞이해줘."
그렇게 말하며 선하가 자리에 곧게 섰다. 이제 막 체육관을 나서던 찰나였다. "시아야." 이름을 입에 담는다. 혀가 굴러가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허무감에 제가 끊어낸 시간이었으나, 객관적으로 선하는 시아와의 시간을 대차게 즐긴 셈이었다. 시아가 뒤를 돌면 몸을 끌고 볼에 가볍게 키스를 했을 것이었다.
"친구끼리 뽀뽀정도는 할 수 있잖아?"
라고 말했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상태였다. 선하는 장난스레 웃으며 작별을 고했다. 성취감 뒤에 찾아오는 소강 상태는 선하를 붕 뜨게 만들고 있었다. 좀 더 적나라한 표현을 쓰자면, 선하는 이 순간이 기분을 홀로 즐기고 싶었다. 사교활동을 끝으로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극히 이기적인 감상이었으나 그런 기색을 티내지 않는다..
"이만 가볼게. 오늘 즐거웠어. 다음에 또 보자?"
//막레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끈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ㅠㅠ 일상 즐거웠습니다.
>>584 내일의 아랑주를 위해 직접 알려주는 팁 애초에 지금 문하는 통각도 느끼지 못하고 얼굴이 상처투성이라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 병원에 보낼 생각보다 얼굴에 상처가 많다고 말해주는 게 우선이야. 얼굴에 상처가 많다고 해도 본인 기준으론 컨디션이 괜찮기에 병원에 갈 생각도 없을 테니 맘편히 얼굴을 반창고범벅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 @@
진짜로.. 눈감아볼게.. 산들고 여러분도 너무 늦게 잠들지 말고 적당히 자러 가야 돼? (이미 늦었긴 했지만)
>>637 슬픈 얼굴로 도망치지 못하게 끌어안으면서 "왜... 왜 내가 있는데 다른 사람을 보는거야...? 나로는... 만족하지 못하는거야...? 왜...? 이렇게, 이렇게 널 사랑하는데...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거야... 절대로..." 하고 숨이 막히게 꽉 끌어안을 거 같네요...!
>>623 스케일이...쉽게 말해 그냥 보는 사람마다 잘생겼다 예쁘다 근데 나도 잘생기고 예쁘지(?) 너 나한테 마음 있는 거 아니냐 무표정하게 밀당하고 때로는 흑막 미소 지으며 본의 아닌 쎄함을 표출하는..넊김입니다. 되게 음흉하게 대형어장관리해용 헐 동족혐오하는 선하와 눈치없는 것처럼 선하한테도 어;장질;하는 단유신 이걸로 선관 가능하나요(막나감
>>624 ㅋㅋㅋㅋㅋㅋㅋ아..너무 귀여워,,,, 어서 보고 싶어집니다 쓰앵님,, 확인햇고 일상에 원하시는 상황 혹시 없으시다면 어서 선레 구우러 갔다와보겠습니다 느긋하게 기다려주십셔
려문의 완벽한 반박에 나늘은 잠깐 웃음소리를 내어 웃다가, 목을 가다듬더니 조금 낮은 목소리로 짧게 대꾸했다. 권위적이고 구시대적인 말을 내뱉자면 하루가 걸릴 것 같으니, 그저 짧은 소리 하나로 일축해 버리는 것이다. 어쨌든 그가 그녀에게는 어르신이 되어버렸으니까. 이 정도로의 단어에도 그는 어느정도 그 뜻을 이해할 듯 싶었다. 아니라도 상관은 없지만. 어쨌든 그런 말을 뱉은 나늘은 실로 기분이 나쁘다거나 미간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빙글빙글 웃는 얼굴. 그 정도.
"나는 마음에 들어."
방향제! 그녀는 눈을 사르륵 접어 웃으며 이제 그만 일어나라는 듯, 려문에게 하얀 손을 내민다. 그가 나쁜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면 나늘에겐 최소한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보통 사람에게서 좋은 향기가 나면, 샤워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나? 가 1차적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은데 그는 집에서부터 한 이불빨래의 고운 향을 그녀가 여기까지 머금고 왔나 생각하는 게 조금 귀엽기도 하다고. 그의 시선이 어깨에서부터 흘러 내리고 있는 그녀의 머리칼에 꽂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와 가만 웃어보였다. 색이 없고 포근해 보여서 그런가 이불 같기도 하고. 이불 같은 머리. 거기서 혼자 또 빵 터져 버리는 그녀였다. 어쨌든 바닥을 손으로 짚고 있는 그를 보면 결벽증은 없다는 말이 진실인듯 했다.
"It's time to take your medicine~."
설마 까먹은 건 아니지? 나늘은 나른한 목소리로 흐르는 강물처럼 노래 부르듯이 아직까지도 약과 물, 그리고 초콜릿을 섭취하고 있지 않은 려문에게 잊지 말라는 듯 짚어주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초콜릿은 꼭 먹어주었으면 했다. 그야, 페레로로쉐잖아. 제일 안쪽에 든 초콜릿잼이 제일 상냥한 맛이 난다. 단 걸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것도 처방 중 하나였으니 반납은 안 돼. 나늘은 그가 먹기까지 기다리며 불분명한 콧노래를 부른다.
>>661 보더콜리... 똑똑하구... 개니까 일단 사람 만나면 와방 반가워하고 활동량도 높긴한데 일단 영리하단 점에서 주원이가 생각낫습니다. 물론 적폐캐해입니다
>>663 엇 진짜요? 남이 하는 제 캐해 넘 즐겁네요 ^~^ 아마 존댓말을 써서 그런걸까요? 사실 좀 더 경박한 사람인데 자제하는 편입니다 ㅎㅎ 캡틴께서 제 캐해를 해주셨으니 저도 캡틴 캐해를 해봅니다 뭔가 친한 학교 선배라서 말도 잘하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학생 대표가 되어서 돌아온 친근 멋진 선배st입니다 ^~^ 사실 캡틴이셔서 그런걸까? 싶기도 하지만 잘 수행하시는 것 같고 그렇게 수행하려고 노력하시는게 잘 보여요 항상 감사해요
>>668 >>>사실 좀 더 경박한 사람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선하주는 선하도 그렇고 특유의 여유가 있으신데 그게 문장에 너무 잘 녹아있으셔서 가끔 신기해요 어른스러운 분..^^(홀짝 왠지ㅋㅋㅋㅋㅋㅋ일부분 지구랑 겹치네요 인싸과대st같은 느낌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저는 그냥 베이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감사합니다~!
사물도 괜찮으시다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련주는 왠지 치어리딩용 연분홍색 폼폼이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몬가 퐁퐁 귀여우시구 비랑주 레스는 항상 뭔가 굵게 보인다구 해야할까요 왠지 모르게 눈에 띄시는데 폰트로 치면 궁서체까진 아니더라도 굵기와 크기가 큼지막한 반듯 말랑한 폰트..같은.. 뒤에 느낌표 붙어있고.. 연호주는 불붙은 마시멜로 같은 말랑하고 귀여운데 뜨겁..따뜻한 느낌이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번 말하게 되겠지만, 이상한 놈이다 단유신은. 소프트웨어를 단 하나만 설치한 양 단순하고, 그조차 에러로 뒤덮였는지 기이한 언행은 숨쉬기와도 같다. 오늘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남들 잘 하교하는 계단 구석탱이에 쿡 하니 박힌 장애물이 어디 다른 집 자식인가? 높이로 따지면 한 줄 계단의 중간이요, 좌우로 따지면 난간 쪽인 우편이다. 키는 180 넘는 것이 그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해서는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자고 있다. 난간 기둥에 머리와 어깨를 기대고, 웅크리듯 앉아 다소 힘든 듯 눈 내리감고 있다. 오른손은 기둥 잡으려다 만 것 같은 애매한 모양새, 왼손은 무릎에 고이. 구겨질 듯한 책가방은 어깨 선을 따라 흘러내려 계단과 영원히 합체할 기세다. 듬성듬성 헐겁게 교복 입은 그 이상한 놈은 계단 중간이 무슨 양호실 침대라도 되는 양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하교하는 학생들이 숙덕거린다. 그의 악명은 알 사람 사이선 꽤 유명한 수준이었다.
...계단 내려가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현기증이 나서 잠시 쉬겠다고 앉은 게 그렇게 되었노라곤 누가 변명해주랴.
확실한 것은 그 자리가 누군가의 발에 채이기는 딱 좋은 위치라는 것이다. 실수로든 고의로든. 난간 근처에 위치 잡고 내려가는 사람은 꽤 많고.
>>698 들으라고 올려주셨으니 당연히 들어야죠!!!! 저 노래 듣는 거 좋아해서 이런거 있음 좀좀따리 들으러 가요 ㅋㅋㅋㅋ (하트 받기) 플러팅... 사실... (선하봄) all = sl라 적은 이유가 있듯이 걍 플러팅 치고 분탕 치다가 끝날 것 같네요 (머쓱) 그런데 사람일 모르는거니까 관통나고 업보스택에 괴로워할 수 있겠죠...?
아직도 선하의 뺨을 쳐줄 멋진 캐릭터를 기다리고 있음 ^____^ 선관으로도 대환영
저도 노래 추천이나 해봅니다 노래도 노래지만 마고로비가 너무 예뻐서... ㅎㅎ 호옥시 안올라갈까봐 링크도 같이 드림 https://www.youtube.com/watch?v=wz9BQeSb_a4
>>709 이걸... 이걸 어떻게 하셨지...? 참치어장 잘 몰라서 색도 못칠하는 사람에게는 넘 대단하당.. (사실 귀찮아서 잘 안칠함)
>>710 강렬하군요... (머쓱) 제가 마라맛 노래를 좋아해서....... 글쎄요? 사실 선하보다는 오너 취향의 문제 아닐까요? ㅋㅋㅋㅋ 솔직히 관통은... 오너가 마음 동하면 나는거죠 다 비켜; 캐붕나던가 아; 해버리는게 관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하 : 으악 고장난 자동차가 여기있다) 그래서 어떤캐가 될지 저도 잘 모름,,,,,, 아예 안날 가능성도 높고요
>>722 맞아 그런데 과거 관련된 캐릭터?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게되면 완전 일직선으로 관통 당할 수도 ㅎ▽ㅎ >>728 저도 선하가 궁금합니다 은근 많이 만났을 거 같애서... 지구는 썸은 많이 탔는데 정작 연애는 첫사랑이랑 밖에 안해봤을 것 같네요 >>729 아직 오신지 얼마 안되셨는걸요 벌써부터 포기하긴 일러요 ㅎ▽ㅎ!!!!!!! 안돼안돼
무엇이 어찌됐든 등에 뭔가 툭 건들림+끼얏호우+신이한 묘기의 기척+마지막으로 미미미미안해! 는 유신을 깨우는 데 있어만큼은 가히 특기할 만한 매우 훌륭한 결과를 자랑했다. 느리게 눈꺼풀을 들어올린 유신은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잔재 현기를 느끼며 목덜미에 손을 얹고 끙 앓기를 잠깐, 시선을 뒤로 돌리며 상황 파악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벽에 붙어 덜덜 떠는 연호를 끼얏호우의 기재로 파악하는 일도 오래 걸리지 않은 것이다.
"미안해?"
시비로 들릴지 모르겠다. 사실상 순수히 되묻는 말에 가까웠는데 대충 '말끝을 따라하면 다정해; 보인다;'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가볍게 채인 가방이나 등은 신경도 쓰지 않고 목덜미나 마저 매만진 유신은 음영진 눈을 치떠 연호와 눈을 맞추려 방황했다. 맞추고는 왼손을 힘없이 들어올렸다 그것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양 툭 떨구며,
"그렇다면 도와줄래."
하고 대놓고 손 잡아 일으켜주라 요구하는 소리를 한 것이다. 눈 반쯤 감은 무표정은 이렇다 할 감정 담기지 않은 채였다.
>>778 과자 맛있겠다 냠냠~ 그지 많이 먹어야 쑥쑥 크죠 (이미 시기 지나긴함) 사실 캐입 오락가락해서 일상 분위기 따라 다르겠지만 (고민고민) 사실 만월 이벤트때 상당히 당황하긴 햇어요 자기 억제 잘 안될때 당황해합니다 일상적인 부분에서 찾아보자면 역시 의외에 부분에서 챙겨짐받기...? (1초 당황)(헤헤 웃기) 정도의 느낌이지만요...
>>779 선하 : (짤참고) 농담식으로 쓴거긴 한데... ㅋㅋㅋ 제대로 쓰면 선하 : 상냥한 사람이 좋더라. 내가 나쁜짓하면 혼내줬으면 좋겠어. 말 잘들으면 칭찬해주고 뽀뽀해주면 좋겠어.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몰라주는 건 나빠. 정도 아닐까요.... 아무래도 부모님 영향이 좀 있긴 함... 사실 기억 남는 전애인 뭉뚱그려놔서 하나 뽑기 힘드네요 헤어질때 그렇게 울더라, 정도로 기억 남는 애 한명 있을듯...
비오는 날. 모종의 이유(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 이런거)로 상대방의 고백을 거절하고, 서로 헤어지는데 그 순간 상대방과 지금까지의 모먼트. 추억이랑 대사가 전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마지막에 미소 떠올리면서 쓰던 우산도 놓고 쫓아가서 잡는 그런...? 그리곤 "나... 역시 네가 아니면 안돼..." 하고 울먹이는... 으 좋다(맛이 감)
>>78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앗 역시 지구는 뭔가 모범적이진 않지만 정석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네요 도움되었어요 감사합니다 ㅎ▽< >>79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름하여 <상야싶>... 구체적이라 좋네요 선하랑 잘 어울리고 선하가 예쁨 받으려고 노력 할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보여요
왠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해야 누군가 도와서 1년이 넘는 기간동안 같은 학교에 다니는 줄도 몰랐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하지만 시아는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누군가 도와줬거나, 아니면 둘 다 알면서도 외면했거나 그게 무엇이 중요할까, 결국엔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는데.
" ...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
미소가 조금 희미해진 체로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슬혜에게 대답을 돌려준다. 말끝을 흐리는 그 말은 마치 슬혜와 헤어지던 날로 돌아간 것만 같아서 시아의 마음에도 파문이 일어난다. 자신도 모르게 감싸안은 팔, 왠지 자꾸만 촉촉해지는 눈, 역시 자신은 그날의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자꾸만 그날의 기억이 선명해지는 것은 슬혜와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이미 그 일이 깊게 새겨진 후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왠지 이대로 있다간 당장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는지 그대로 돌아서 빈 교실로 향했다. 빈교실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 그치..? 그래서 종종 여기로 쉬러 오거든. "
슬혜의 말에 잠시 고개를 돌려 옅은 미소를 보인 시아는 다행히 다시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는지 잔잔한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주며 먼저 안으로 들어선다. 안으로 들어서선 희미한 미소를 지은 체 슬혜를 바라본다. 저 예쁜 아이는 역시나 이렇게 보아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 어째서냐고? "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슬혜의 물음에 작게 대답한 시아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문으로 다가가 스르륵 문을 닫고는 슬혜의 앞으로 돌아온다. 다섯걸음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선 시아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그마한 입술을 닫은 체 커튼이 쳐져서 그 틈으로 햇볕이 들어오는 창문을 바라보다 슬혜에게 다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곤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서 두걸음 정도의 거리에서 슬혜와 눈을 맞추곤 조금 더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 슬혜가 그래도 아예 잘 못지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
천천히 말을 뱉어낸 것은 어쩌면 슬혜를 괴롭게 뒤흔들 수 있는 말일지도 몰랐지만, 시아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걸음 다가간 시아는 가까워진 거리에서 슬혜와 눈을 마주한 체 말을 이어간다.
" 나는 슬혜가 행복하길 바랬으니까.. 내가 곁에 있어서 슬혜가 괴로웠다면, 날 떠난 후에는 행복하길 바랬으니까... 그리고 슬혜는 날 만나기 전까지 기분이 좋은 것처럼 웃고 있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
작은 획 하나로 하나로 의미심장한 예고편은 우스운 재롱잔치로 전락한다. 점보다 조금 긴 획 하나인데. 갑자기 허망해진다. 떨떠름한 얼굴로 지구를 흘기던 사하가 말한다. <너 양호실 다시 가.> 뒤늦게 생각났는지 한 마디 더. <놀리지도 마.>
역시나 쌍쌍바 얘기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얘는 겁이 없네, 생각한다. 옥상에서 마주치지 않았다면 아마 영원히 지구를 양으로 알고 있지 않았을까. 조용하고 온순한. 어쩌면 겁이 많은? 늑대인 걸 알고 난 지금은… 늑대도 양도 아니고 그냥 또래 학생 같았다. 어쩌면 조금은 가까워졌을지도 모르는 친구. 근데 가까워질 수밖에 없지 않나. 예전에 같이 청소할 때나 몇 마디 주고받은 게 전부라. 청소 귀찮아하는데 새삼 청소로 친구 꽤 사귀었다는 생각한다.
"속고만 살았나."
짧게 툴툴댄다. 잠깐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모습에 무슨 말이 날아올까 머리를 굴려본다. 뻥이고 그냥 멍 때리고 있었다. 불쑥 가까워지는 얼굴에 빠르게 눈을 깜빡인다. 어차피 뭘 해도 예상 못했겠다는 생각든다. 씰룩대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래서 가끔 재밌는 일도 생겨.> 가벼운 목소리. 음절만 붙었으면 노래라도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지구 형님."
잠깐의 고민도 없이 냉큼 뱉었다. <업어드릴까요? 아니면 절을 할까요?> 덧붙이는 말까지 가관이다. 한 칸 아래서 지구를 올려다보고 있는 덕에 비굴함은 한층 강화된다.
약간 토라진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녀였지만 그것도 얼마 안가 못말리겠다는 투로 번져나갔다. 아무리 그래도 심한 장난은 안칠테니...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 속의 초콜릿 정도라고 생각해두세요~"
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고양이란게 원래 정해진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마음대로 멈춰서는 동물 아니던가, 물론 그녀가 부러 당신을 약올리려고 하는 걸수도 있지만, 고양이니까. 원래도 그녀는 애태우는 것을 좋아했으니 말이다.
"후후후후~ 숨는다고 하고 숨으면, 그건 숨바꼭질이지 서프라이즈가 아니잖아요? 뭐... 그래도 갈땐 간다고 할게요~
혹시라도 선배님께서 이렇고 저런때에 제가 갑자기 들이닥쳐도... 좀 그렇잖아요...?"
그녀는 당신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며 자신의 양 손을 얼굴쪽으로 가져가더니 한쪽은 새끼손가락, 다른 한쪽은 둘째손가락만 펴내고서 새끼손가락쪽 빈 손바닥을 반대편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내는 그녀만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거야, 청소년기에는 그쪽에 호기심이 왕성할 수도 있으니까.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바디랭귀지일지도 모르겠다.
"헤에~ 늦게 보낸다고 하시다가 정말로 밤 넘기면 곤란하다구요~ 저번에도 글쎄가 밥이랑 물만 두고 어디갔다왔냐 추궁했으니까~"
물론 그녀의 고양이는 그러려니, 하고 올 시간을 한참 넘긴 자신의 집사에 대해 무덤덤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고양이에겐 만월은 아득히 먼 이야기였으니,
말은 농담이었겠지만 아이스크림은 농담이 아니었는지 들고 온 아이스크림은 꽤 커보였다.
"...와."
딸기치즈맛,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조합이지 않았을까? 치즈케이크 위에는 딸기나 블루베리가 올라가는게 정석이니 말이다. 그걸 넋놓고 보고 있다 얼떨결에 받아든 숟가락, 포장지를 뜯자 보이는 확실한 비주얼은 만약 그녀에게도 꼬리가 있다면 잔뜩 부풀린채로 눈을 반짝였을 것이다.
//아니 대체 정성 무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상 귀엽다...
업보란게 그런 것일까, 당신을 억지로 떼어놓은 주제에 아직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는 것은 분명 신의 조롱이었다. 버릇처럼 다가가서 괜찮은지, 무슨 일은 없는지 물어보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당신과 멀어지기로 한건 그녀 자신의 선택이었으니까, 그게 1년남짓한 기간만에 무너지는 것도 우습지만 꽤 볼거리는 되겠지. 말 그대로 희극이었다.
"조용하니까요. 학교에 이런 빈곳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도 다시금 진정된 것인지 희미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던 당신이 잠깐 되물었을까, 솔직하게 말해서 가장 궁금한 것이었지만 딱히 대답해주지 않아도, 얼버무려도, 무시하고 넘겨도 좋을 일이었다. 그 어떤쪽이든 자신은 그 대답을 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천천히 문쪽으로 다가가 조용히 닫고서 다시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을까? 가까워질 때마다 무의식적인 뒷걸음질이 쳐졌지만 그런데도 간격만큼은 딱 다섯걸음 정도로 일정했다. 당신쪽으로부터 비춰져오는 스포트라이트의 열기가 전해진듯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발갛게 물들었을무렵, 커튼의 작은 틈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에 잠시 눈길을 주다가도 또다시 가까워져 이제는 두걸음밖에 남지 않은 거리에서 좀 더 환한 미소가 전해졌다.
"...괜한 걱정이니까요. 그런거,"
이제 한걸음, 행여 옆으로 빠져나가려고 해도 퇴로조차 사라져버린 가까운 거리에서 전해진 말은 지난 날의 만행을 상기시키듯 자신을 후벼파고도 남을,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스푼으로 아직도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푸딩을 가차없이 뭉개버리는 것 같았다.
물론 둘 다 자신이 들고 있다는건 변하지 않았지만,
"......"
솔직히 기가 찼을까, 듣고나니 헛웃음이 나오는 그녀였다. 당신에게 했던 생각을 그대로 돌려받는, 하지만 무언가가 더 얹어진 기분이 들었다.
"뭐, 이렇게 마주치기 전까지는 행복했네요."
괴로운 부분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당신을 가까이함으로서 주변에서 전해지는 싸늘한 시선, 규율에 얽매인 이들의 질타, 당신을 만나고 있을 때는 더없이 행복했지만 무대 앞에선 관객들의 시선이 고기를 자르는 날붙이처럼 깊게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밀회는 짜릿했지만, 현실은 따가웠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오바다 얘! 손잡는건 그렇다쳐도 키스라고? 말도 안돼~" "쟤내 설마 '이거'아냐?" "쟤는 뭐가 좋다고 저런 음침한 애랑 어울려다닌대? 성격도 나쁜거 같은데." "알빠? 착하니까 그런 거겠지~"
'고정관념' 모두가 그것에 얽매여있었다.
"친구랑 애인의 구분은 확실히 해야하지 않겠어? 뭐? 여자애?" "왜, 결혼이라도 하게? 양이랑 양끼리 하는건 그렇다쳐도?" "댁의 따님이 어떤 여자아이하고 어울려다닌다던데, 사실입니까?"
"이젠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거짓말은 못하기에 돌려말했다. 사실은 그 어느 때도 행복하지 않았지만, 전보다도 더 작아진것 같은 당신의 모습은 그녀를 괴롭게 하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좀처럼 눈을 맞추지 못한 채 고개를 돌리면서도 시선만큼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지금 어떤 몰골인지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것은 전혀 다행이 아니었다. 평소보다 험악하고 아파 뵈는 꼴을 하고서도 아프다는 티를 내지 않는 게... 아랑의 가슴 속 일부분을 부글부글 끓게 했다.
미간과 눈썹 그리고 눈동자의 모양까지 엄격하게 굳어졌지만, 입술의 모양은 뾰로통해 결과적으로 하나도 무섭지 않은 깜찍한 낯짝이 문하를 빤하게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지.
" 너 지금 얼굴 엉망이거드은...? "
화내고 참견할 사이는 아니란 걸 알지만.
" 반창고랑 연고 정도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 병원 가야지. "
그치만 역시 걱정은 되는 것 같거든.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 원래 내버려 둘 수 없는 쪽에서 먼저 손을 뻗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자기 자리로 자박자박 돌아가려다가 대답하기 위해 멈추어 섰다면, 아랑이 책상을 피해 걸어와 평소보다 아주 살짝 가까운 거리에 멈추어 섰을 것이다. 당신의 옷소매를 쥘 것처럼 손을 뻗었지만, 1cm을 남기고 허공을 쥐었다. 이윽고 뻗지 않은 손의 반창고 상자가 살짝 구겨졌다.
" 잡는 건 역시 싫지? "
옷자락을 질질 끌고서라도 양호실이든 병원이든 데려가야 할 것 같은데. 으, 짧게 앓는듯한 소리를 낸 아랑이 문하를 똑바로 바라봤다.
" 난 지금 네가 걱정이 되고, 이대로 내버려 두고 싶지도 않은데, 네가 귀찮지 않을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 좀 알려주지 않을래? “
무언가가 끓었다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결국 지금 내보일 수 있는 건 절제된 상냥함 정도겠지. 허공을 쥐었던 손도, 반창고 상자를 구겼던 손도 천천히 뒤로 보내 뒷짐을 진다. 문하를 보고 있던 시선도 천천히 내려간다.
“ ...부탁할게. ”
부탁이란 말을 하면서 빤하게 쳐다보면, 좀 부담스럽겠지. 그래서 내려간 시선이 걱정을 담고서 발치 부근을 맴돈다. ...당장 보이는 건 얼굴의 상처뿐이지만, 몸은... 몸도 다쳐있을 거 같은데. 역시 병원에 보내고 싶다...
하지만 저 애가 가진 제일 큰 상처는 얼굴의 상처도 아니고, 몸의 상처도 아니고, 마음이나 영혼 쪽의 상처일 거 같은데, 그건 진짜 어떡하지...? 그것은 의사 혼자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의 것도 아니고, 시간이 흐른다 해서 저절로 회복되는 류의 것은.... 아닐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아주 어렵다.
문하주의 힌트는 잘 보았습니다... (받아먹음) (그러나 제대로 소화하진 못한듯하다) 새벽의 졸림취주와 점심의 배고픈 아랑주가 힘을 합쳐 써보아서 글이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머리 싸맴2)
반창고 범벅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요.... k- 사람이 문하 병원 보내야 해... 소리치고 있습니다... 8ㅁ8 왜 병원 안 가.... 글구 왜 통각 못 느끼는데요.... ㅇ<-< 너무 다치면 통각 못 느낌인가, 이거저거 무감각해진 편이라서 통각 못 느끼는 건가 모르겠다.. 흑흑
안녕하세요 여러분 배고픈 점심입니다... <:3 (꼬르륵) 모두 점심은 잘 먹었나요! 아랑주는 답레 먼저 올려놓고 좀 나중에 올게요~ 나중에 뵈요~
+금아랑 하나도 안 무섭게 생긴 엄격한 얼굴 픽크루... https://picrew.me/image_maker/186583 는 여기서 만들었습니다. (n번째 픽크루)
+수박씨는 좀 기다려달라... 8ㅁ8 (오늘내로 답레스 못 쓸수도 있을 거 같은 자의 몸부림)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의도치 않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아는 딱히 대답을 바라지 않고 말했을 슬혜의 말에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준다. 누군가의 호의로 만들어진 공간이든, 그저 딱히 관심이 없어서 버려진 공간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저 두사람이 써먹기 좋으면 될 일이었으니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뒷걸음질을 치는 슬혜,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시아. 두사람은 그럼에도 서서히 가까워져갔다. 아니 시아가 슬혜가 가까워지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 괜한 걱정... 하긴 이젠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아닐테니까.. 이런 걱정도 의미없는게 되어버리는 것이겠지.. 하지만 역시 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 나는 예전부터 널 옆에서 지켜봤으니까. "
시아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체, 얼굴이 조금 발갛게 물든 슬헤를 바라보며 상냥하게 대답한다. 괜한 걱정이지만, 너와 관련된 일이라면 걱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듯 한없이 덤덤하고 잔잔한 목소리였다. 자신의 행동이 쓸데없는 일이라는 평가를 들어도 시아의 어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수긍과 순응,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들은 마음 한켠에 쌓아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마음 속의 댐 안에.
" ... 마주치기 전까지는.... 행복했구나.. "
잔잔하던 호수에, 슬혜가 던진 말 한마디가 파문을 일으켰다. 슬혜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폭력을 당했을 때처럼, 천천히 떨려오는 손으로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한 가느다란 팔을 감싸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주 작게 ' 내가 미안해 ' 라는 서글픔이 담긴 말을 흘린다.
" ...1년이나 지났는데도 나는 너의 아픔이고, 너의 고통이고, 너의 치부인거네. "
가녀린 팔을 감싸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파르르 떨리던 고개가 한순간 축 쳐져 바닥을 향한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든 시아는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고통에 파르르 떨려오는 입술을 어떻게든 움직여 웃는 낯을 만들고, 눈물을 방울방울 매달면서도 눈을 곱게 휘어 웃어보이고 있었다. 고통을 쌓아둔 댐이 한순간 흔들리기 시작햇다.
" ... 어쩌면 이렇게 널 만났으니까, 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1년이나 지났으니까..너도 나도 떨어져서 지내면서 쉬었으니까..그랬는데 역시 네 입으로 그런말을 들으니까 조금 아프네, 후후.. "
눈물이 새하얀 볼을 타고 흐르고 팔을 감싸쥔 손은 이미 힘을 너무 많이 주었는지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 ..날 만나서 행복하지 않아졌다면, '그날'처럼 날 때리면 조금이나마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
네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은 자신을 내어줄 수 있다는 듯 슬헤를 바라보며 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울고 있는 시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하곤 아이스크림을 가져온다. 아이스크림을 찾던 도중 뒤에서 슬혜의 목소리가 들린다. 밤을 넘기면 곤란하다며, 밥과 물을 두고 추궁했다는 것은 분명 고양이의 이야기겠지. 과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얘기를 들었었으니까. 너무 늦게까진 곤란할 것이다. 주원은 그것을 염두하도록 했다.
"되게 평가가 좋더라구. 웬만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파는 딸기치즈맛과 그렇게 다르지 않대."
하고 말하며 포장지를 뜯는다. 포장지 안의 아이스크림을 본 그녀의 표정은, 흡사 츄르를 보고 빨리 먹고 싶어하는 고양이의 표정과 비슷하게 보일 정도였다.
"제일 먼저 한 숟가락 먹는 영예를 누리도록 해주마. 자. 아~"
주원은 생글생글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한 자신의 숟가락으로 떠 그녀의 입 근처까지 가지고 간다. 카레를 먹여줄 때보다도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랑을 가만히 바라보던 문하는 손을 들어올려 얼굴에 얹었다. 그리고는 딱히 어디랄 것도 없이 얼굴을 매만져본다.
"...커팅이라도 났나 보네, 주먹에 스쳐서."
얼굴 어딘가에 상처라도 났나 찾아헤매는 듯한 손이었다. ...그래, 당연히 상처가 나 있었다. 거의 열 군데 가까이. 상처가 어디에 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아무데나 짚어보는 손도 세 번에 한 번은 상처를 정확히 짚을 정도였다. 병원 가야지, 하고 걱정하는 아랑의 말에 문하는 나직이 반복했다.
"말 그대로 스친 상처야."
그 말대로다. 스친 상처들은 하루이틀이면 빨간 자국만 남고 일주일 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들이다. 멍자국도 일주일 뒤면 거의 눈에 안 띌 정도로 흐려지겠지. 겉보기만 요란할 뿐 그것들은 하잘것없는 생채기에 불과했다. 오늘 있었던 6회 18라운드의 로테이션 매치 내내 문하는 단 한 번의 클린히트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야 당연하지. 문하의 권투 스타일은 방어와 회피, 반격 위주의... 능력이 아까울 정도로 수비적인 스타일이었으니까. 문하가 그런 수비적인 스타일을 갖추도록 계기를 제공한 누군가가 예전에 있었다. 링 위에서 글러브에 살짝 긁혀 커팅만 나도 울면서 잔소리하고 멱살을 잡아가며 소독약이니 연고니 하는 것들을 부산스럽게 발라주던 누군가가.
그래서 그때는, 정말로 커팅 하나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노 데미지 플레이를 지향했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게 끝나버린 지금, 적어도 권투만큼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하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마음놓고, 좀더 공격에 무게를 실었는데.
평소보다 몇 밀리미터 정도 더 가까운 간격에서 멈춰선 아랑을 바라보며, 문하는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숙였다. 생기없는 검은 눈동자를 아랑에게 그대로 둔 채로, 아랑의 눈높이와 자신의 머리높이가 비슷해질 때까지.
"상처가 어디어디 나 있는데."
아랑과 눈높이를 맞춘 문하는 가만히 말을 건넸다. 아랑이 동정심을 가능한 한 마음껏 베풀 수 있도록.
예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었다. 그녀는 변함없이 당신을 비꼬았고, 그런 당신은 변함없이 그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제는 좀 익숙해질 때도 되었을텐데, 전혀 그러질 못하는가보다. 지난 1년간, 그녀는 학습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솔직해지지도 못했으며, 알기 쉽게 말하지도 못했고, 당신의 감정에 제대로 답하지도 못했으며, 뒤늦게 깨달은 그것조차도 희미했었다.
아무리 당신을 다시만나 잊고 있던 감정이 화한다 한들, 그것을 멋대로 내비칠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희미한 미소, 여전히 상냥한 목소리가 언제나 그래왔듯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노라 밝혀왔다. 과연 자신은 그런 걱정, 관심, 호의를 받을수 있는 존재인지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제팔을 힘주어 감싸쥐는 것도, 파르르 떨면서도 눈물이 맺힌 채 웃고있는 것까지... 모든게 자신의 망상인것 같았다.
"아... ㄴ..."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라리 수많은 젤로 속에서 목이 막혀 숨이 끊어졌으면, 할 정도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서글픔이 담긴 소리가 작게 퍼질 때도, 서로 쉴만큼 쉬었으니 이제 다시 돌아갈 때도 되지 않았냐는듯한 당신의 말에도 제대로 대꾸를 할 수 없었다. 단지 당신이 팔을 감싸고 있는 손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을 주고 있다는 것에 시선이 갔고 지금이 행복하지 않다면 자신을 때려 감정을 풀어내서라도 행복해지라는 당신의 말에 그녀는 우선 꽉잡은 손을 떼어 다시 움츠러들지 못하도록 양 팔을 잡은채 벽쪽으로 밀치려 했다.
"제정신이에요? 저보고 똑같은 짓을 또 하라구요?"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만큼은 두번다시 저지르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억지로라도 떼어놓기 위해서 손을 들었던 것이기에, 그럼에도 그때의 자신이 느꼈던 희열감이 지금 떠올리면 너무나도 역겨웠기에...
이번에는 그녀가 당신에게 가까워진 형태가 되었을까? 약간의 거리감에도 여전히 닿아있는 몸, 그만큼 가까워진 거리에서 보이는 시야는 확실하게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얼굴로만 나타나지 않을뿐, 평소같지 않은 불규칙적인 심장박동과 가다듬어지지 않은 숨결이 닿을 정도로 맞닿은 상황에서 그녀는 한참동안 그렇게 당신을 몰아세우다가 힘이 풀린듯 자조섞인 한숨을 흘려냈다.
"...진심인가요?"
짓이겨버린 푸딩을 입에 대충 털어넣은듯, 이미 굳어버린 설탕시럽이 날카롭게 벼려져 입속을 찌르는듯한 착각 속에서도 그녀는 어떻게든 평정심을 되찾으려 했다.
"그렇게 언제까지고 멍청하게... 잊어버리라고 으름장을 놓은 사람에게 정말 끝까지... 그렇게 바보같이 걱정하는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멋대로 세운 신념에 차츰차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또 다시 그런 일을 저지를까 두려운 마음에 세운 벽인데도, 당신의 말 한마디에 보기좋게 커다란 구멍이 나버렸다. 쐐기처럼 박혀드는 지극히 이타적인 당신의 말과 행동이
지난날, 슬혜에게 당했던 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것은 자신과 슬혜만이 안고 가야할 일이었으니까. 슬혜에게는 어쩌면 앞날을 막을지도 모를 치부일지도 모르는 그 일을 떠들고 다닐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러다 슬혜의 앞에 방해물이 되어버린다면, 그 고통을 시아는 견뎌낼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마음에 그것을 품은 체, 1년이 넘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일주일 정도 집에서 그저 아프다고 둘러대며 쉬기는 했지만, 몸을 추스르고 슬혜가 없는 일상으로 돌아와 여태까지 살아왔다. 잊은 듯, 잊지 않은 듯 지내왔던 그 시간들은 슬혜를 만나자 마자 무너져내렸고, 지난날의 기억을 되살릴 때가 찾아왔다는 것처럼 시아의 감각을 일깨웠다.
" 응? "
한순간 입술이 달싹이며 소리를 내는 슬혜를 바라보며 시아는 여전히 미소를 머그믄 체 고개를 살짝 기울여 바라보았다. 편하게 말을 해도 좋다는 듯, 자신을 탓하는 말도, 비난하는 말도, 헐뜯는 말도 상관없다는 듯 차분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 말을 하는 시아 역시도 용기가 필요했다. 애초에 시아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망부석도, 흘러가는 물도 아니었다. 그녀 역시 감정을 가진 사람이었으니까, 그녀가 애정을 품었던 사람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아무렇지 않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역시 애정을 품었다면 그런 것까지 감싸안아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용기를 낸다. 두려움에 떨려오는 팔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손이 새하얗게 변하도록 감싸쥔 체로.
" 읏.. "
그러다 슬혜가 자신의 양팔을 잡곤 벽쪽으로 밀쳐오자 벽과 부딪치면서 작은 소리를 낸 시아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곤 바라본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에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가 놀란 표정을 지우곤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 ... 그래서 슬혜가 편해질 수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난 괜찮아. 응, 나는 그렇다면 받아줄 수 있어. "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몸을 맞닿은 체 거친 숨을 내쉬는 슬혜에게 상냥하게 대답을 돌려준다. 단 한번도 너와 마주하고 거짓말을 한 적은 없어. 그렇게 말하는 듯, 눈을 마주하고 있는 시아의 눈은 흔들리지 않고, 물기를 머금은 체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울고 있는, 그러면서도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은 그 모순된 광경을 보여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 보였다.
" 왜 없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사람을 그렇게 멍청하다고, 잊어버리라고 욕하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도 있다면.. 이렇게 그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법이잖아? "
평정심을 되찾으려 애를 쓰는 슬혜를 바라보며 곱게 눈을 접어보인 시아가 천천히 손을 뻗어 예전의 두사람으로 돌아간 것처럼 천천히 뺨으로 손을 가져간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내려앉은 손을 움직여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상냥하게 대답을 돌려준다.
" 나에게 '현슬혜'는 몇년 전부터 그런 존재였어. 네가 나와 사귀는 것을 모두에게 감추고 다닐 때에도, 그걸 이해하면서도 받아들이는 동안 느껴지는 슬픔과 서운함을 감당하고 품을 때도, 그러면서도 너와 만나서 시간을 보낼 때면 이세상 모든 것을 잊고 너만 보였던 그 황홀함도, 네게 버림 받으면서 온갖 욕을 듣고, 네 자그마한 손에 맞아 상처가 날 때 느껴지는 고통도 결국은 네가 소중해서 그 모든 감정들도 소중했어. "
또르르, 투명한 눈물 몇방울이 흘러내린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여 슬혜를 바라보던 시아는 길었던 말을 끊고는 잠시 숨을 고른다.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천천히 내뱉는 달콤한 숨결이 흔들리는 것은 분명 그녀 역시도 감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 같아 보였다.
" 그 모든 걸 소중하게 여길 정도로 넌 내게 엄청나게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네게 나는 어떤 존재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존재가 아니리도 모르지만.. 너와 남들 몰래 사귈 때에도, 비참하게 헤어질 때에도, 지금도 그건 변하지 않았어. "
한때는 문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침 태양이 말갛게 빛나고 사파이어같은 하늘이 아름답던 시절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의 삶의 주인이 자신이 된 것만 같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오만한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평탄하게 쭉 뻗은 길에는 목적지가 없었으며, 자신의 삶을 정말로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던 한 줄기 빛은 너무도 쉽게 까스러져 버리고 말았다.
내 탓이라고 참회도 해 보았다. 왜 떠났냐고 원망도 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그 어디에도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고 공허한 바다로 퍼져나갔다가 역조처럼 되돌아와 자신을 후려치고 깎아먹을 뿐이었다. 아무리 애를 써봐도 자기 스스로는 자기 자신을 고칠 수 없었다.
어디엔가 제대로 마음을 기댈 곳을 찾는다면 이 상처를 핥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처가 곪아터지고 비루먹어 볼품없는 꼬락서니가 된 비참한 떠돌이개를, 누군가 동정어린 시선으로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을지언정, 누가 다가오려고나 할까. 누가 기꺼이 들여보내줄까. 스스로의 피와 삭막한 마음에서 흘러내린 고름으로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터럭을 누가 안아주고 싶어할까. 볼썽사나운 떠돌이 개에게 돌아오는 것은 손가락질과 돌팔매질뿐이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이라곤, 길도 잃고 주인도 잃어버린 유기견 역할. 꼴사납게 청승떠는 구남친 역할. 재수없이 마주친 불행 역할. 이야기 전개에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기용하는 꼴보기 싫은 악역 혹은 엑스트라 역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역할. 멋진 주인공의 손에 통쾌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보스 역할. 구원 없이, 이야기에 쓰이다 버려지는, 그저그런 장치 역할.
오늘 일정을 마치고 조금 있다가 집 가는 기차에 몸을 실을건데 다들 마니또 재밌게 즐기는 것 같아서 함박미소야! 다들 예상하는 마니또 적중하길 바라고 하늘이가 누구의 마니또인진 7시간 뒤를 기약하자구! 사실 예상하는 이들 많을 것 같긴 한데 암튼 잠깐 갱신이야! 안녕안넝! 다시 가볼게!
책상 위에 올라간 건 아마 폭죽. 그리고 빨간색 라이터. 도대체 학생이 이런 걸 왜 가지고 있는 거야. <…너 담배피니?> 얼굴 보면 뺨 잡고 늘리면서 물어봐야 하나. 근데 또 속눈썹 올리려 쓸 수도 있고, 친구 생일초 켜느라 쓴 거 넘겨준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단 편지 읽으려면 라이터 써야 하니까 필요는 했다. 그래도 실내에선 좀 그러니까, 옥상으로. 적당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종이 아래를 살살 그을리자 글씨가 나타났다. 조금 오래 대고 있어서 군데군데 구멍이 났지만, 읽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비밀편지의 내용. 사하가 웃었다. 엄청나게 경박스러운 웃음이었다.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찔끔 났다. 손가락 끝으로 눈가를 훑고선 편지를 다시 읽는다. 레몬냄새 솔솔 나는데 내용은 살벌하다. 미처 정리 못한 잔웃음이 피실피실 샜다. 또 길기는 엄청 길다. <쓰느라 고생 좀 했겠네.>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도 웃음기가 샜다. 그와중에 뒷면엔 농담이라고 써 있다. 이거 받고 화 낼까 봐 걱정 좀 했나. 이런 걸로 화 안 내는데. 아직도 웃겨서 계속 들여다보다가 쉬는 시간 끝나는 종이 울렸다. 그 소리에 편지 일곱 장을 두고 고민하던 마음이 안 쓰는 쪽으로 확 기운다. 행운이든 불행이든, 선물로 받았으니 전부 제가 갖기로 했다.
사하가 옥상 문을 열고 교실로 돌아가는 걸음을 뗐다. 그나저나 폭죽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폭죽 터뜨릴 수 있는 장소 찾으려면 얼마나 개고생을 해야 하는 줄 아니. 근처에 바닷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걸 어쩌나, 고민하다 이 정중하고 괘씸한 마니또를 잡아다 같이 보기로 마음 먹는다. 장소 결정도 머리 하나보단 둘이 낫겠지. 또, 혼자 보기엔 아까운 풍경이잖아. 계단을 내려가는 가벼운 걸음에 기대감이 섞였다. 즐거운 봄날이었다.
>>952 제가 쓴 레스 중에서 제일 긴 거 같은데... <:3 (A4 두 장 채운 거 같음...) 어딜 잘라내야 할지 모르겠단 거예요...
>>953 3학년! 금아랑이랑 아직 일상 한 번도 안 돌린 분! (추측) 추측하고 있지만, 틀리면 민망할 거란 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3
끙, 오늘 10시까지 레스 써야 하지만 7시반? 7시쯤에 자리 비울거라 마니또 시간 맞추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8ㅁ8 (아랑주가 없을 사이에 공개될 마니또 명단...) (우럭 됨) 그리고 오늘 금아랑이 날뛰고 있는 관계로... 수박씨에게 보내는 편지도 쫌 고민되요... <:3
>>954 시아주 안녕! 시아주는 시아주 마니또 알겠어요...? <:3
>>957 (((릴렉스 그런 거 모르는 금아랑 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순한 동정심은 아니지만, 언젠가 괜찮아지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 것도 지뢰입니까...?? (글 갈아 엎을까...?) 걍... 걍... 입 다물고 연고 발라주고 반창고 붙이는 게 좋을까요...??
도경아, 오늘의 문장은: 영원한 행복같은 건 없어. 꽃도 시들잖아? #shindanmaker #나를위한문장 https://kr.shindanmaker.com/707038 일단 이걸로 턴을 마치겠습니다. 잘 나오는 날도 있는데 오늘은 진단 뒤에 있는 사람이 잠시 외출 갔나봐요.
사실 당신이라면 방금 전에 맛보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매콤하고 씁쓸하고 떫은 것보단 달콤한 것을 맛보게 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였다.
가끔은 달디 단, 너무 달아서 쓰게 느껴지는것 또한 존재하겠지만.
"후후후... 솔직하지 못하시네요~ 누가 쑥맥 아니랄까봐~"
물론 당신 역시 과거에 그런 경험쯤 한번은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그 이상으로 약올리진 않았다. 어차피 자신도 마찬가지일테니, 더 공격해봤자 그녀 역시 피해를 입는 자충수임이 확실했다. 아무렴 어떨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앞에 있는데.
"헤에... 공장에서 찍어지는게 다 거기서 거기일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닌가보네요?"
말은 시니컬하게 할지언정 흥분한 나머지 꼬리펑까지 해버린 고양이같은 그녀에겐 지금 눈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은 쉬이 무시할수 없는 것이었다.
"아, 에이 참~ 아까도 먹여놓고서 또요?"
순간적으로 들어오는 아이스크림을 떠낸 숟가락,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부드럽게 들어올린 손을 보고 못이긴척 덥석물어낸 그녀는 문득 자신이 들고 있는 숟가락이 신경쓰였는지 양껏 퍼올린 방금것보다 높은 아이스크림의 산을 똑같이 당신에게 물려주려 했다. ...물론 자신이 입에 물고 있는 숟가락을 놓아줄 생각도 없었다. 잔뜩 인상쓰는 모습은 누가봐도 숟가락을 꽉 깨문 모양새였으니까,
그녀에게 있어 세상은 수수께끼 그 자체였다. 분명 사람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잇속을 챙기며 필요하다면 상대방을 배신하기도 하거늘,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 있으면 그의 안티테제도 동시에 존재한다는듯 헌신적인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그런 후자격인 사람들의 스스로를 희생하는 행동을 이해할수 없었다.
자신의 감정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겐 당연한 이야기지만,
"......"
솔직히 말해서 되돌리고 싶었다. 지금의 감정, 지금의 생각 그대로... 헤어지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게 아닌, 당신을 만나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랬다면 아픈 기억도, 슬픈 추억도, 뇌리에 박힌 고통도, 각인된듯한 두려움도 없이 그저 달콤한 밀월을 즐길 뿐이었겠지.
지금처럼 빛이 가려진 어두운 곳에서... 어느 누구의 시선도 없는 외딴 공간에서... 그것에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벽으로 몰아세우자 놀란듯하면서도 이내 차분해진 당신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옆에서 재잘거리던 작은 새와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새의 날개를 꺾고, 다리를 부러뜨렸는데도 그런 너덜너덜한 몸으로 여전히 자신에게 재잘거려온다면...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잘근거리던 아랫입술이 찢겨 피가 배어나왔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당신이 그동안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이정도는 새발의 피에도 견주지 못할 것이다. 당신 역시 그만한 용기 정도는 가진 사람이라는듯 이런 자신을 피하지 않고 마주친 눈길도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언제나 그래왔다는듯 조심스레 뻗어진 손이 자신의 뺨에 와닿자 잠깐은 놀랐지만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소를 머금었으면서도 눈물진 얼굴이, 기어코 흘러내린 눈물과 함께 떨리는 당신의 목소리가 자신을 더 참담하게 만드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녀가 짊어질 죄책감이었으니까.
"...이래서... 이래서... 떨어뜨려놓으려고 했던 거라구요. 그대야, 너무나도 분에 넘치는 사람. 그대야처럼 밝은 사람은 어울리면 안될텐데도... 그 빛을 받아들이기에는 전 너무나도 초라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도..."
붉어진 눈시울에 어느정도 물기가 어렸지만 그것이 눈물로 흐르는 일은 없었다. 그것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자신을 억제할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였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전보다 더 야윈듯한 당신의 모습이 못내 안타까워서, 눈물 탓에 맑아진 시선으로 지긋이 당신을 바라보던 그녀는 고양이가 으레 그러하듯 혀를 내밀어 눈물이 타고 흘러내린 자리를 훑어내려 했다.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그것은 바로 옆 사람에게도 들릴까 말까 한 아주 작그마한 음성이었지만, 분명하고도 기묘하게 자조의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지를 걸쳐 주는 손길을 피하지 않은 것은, 피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어깨에 둘러진 얇은 옷감 하나가 주는 온기를 애써 무시하면서, 새슬은 옷 다 젖을 텐데ㅡ. 따위의 실없는 생각을 해 댔다. 이 작은 친절 하나가, 메마른 자신의 갈증을 적시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손 쓸 새도 없이 거기에 붙들리게 될 것 같아서. 뒤늦은 추위가 찾아들었다. 어깨에서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도록 저지 끝자락을 잡고 여며가며, 새슬은 대답 대신 웃었다. 그러고서는 문하의 움직임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유새슬이야.”
내 이름. 한참동안 말 없이 걷다가 툭 튀어나온 뜬금없는 한 마디. 눈이 마주치면 웃을 것이다. 그리곤 이름이 뭐야? 하고 나직하게 묻는 것이다. 나중에 젖은 옷을 돌려 주려면, 이름 정도는 알아야겠지. 언제까지고 우연히 마주칠 때까지 옷가지를 품고 다닐 수도 없으니.
...커팅이라도 났나 보네, 주먹에 스쳐서. 문하의 목소리가 들려서 아랑이 시선을 천천히 올렸다. 얼굴을 더듬거리는 문하의 손이 세 번에 한 번꼴로만 상처를 제대로 짚는다. ...손이 떨려서 제대로 못 짚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왜 자기 상처를 자기가 다 모를까.
그러나 그것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내다. 사람을 자기 상처를 알고 있을 때보다, 모르고 있을 때가 더 많은 법인지도 모르고.
-말 그대로 스친 상처야.
“ ... ”
나 같으면 이미 맞아서 기절하거나, 심하면 죽었겠는데... 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래, 문하에게는 스친 상처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 그런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스친 상처라고 볼 수가 없거든. 할 말 많은 얼굴로 쳐다봤을지도 모르지만, 뭐라고 말을 얹기가 어렵다.
문하가 무릎을 꿇고 몸을 숙이기 시작했을 때 조금 당황했다. 생기 없는 눈동자를 제게 둔 채로, 눈높이를 맞춰주었을 때는 심장이 조금 덜컹해서... ...뭐지, 이거? 싶었다.
겉모습은 어디로 보나 훌륭한 흰 늑대 같은데... 왜 삽살개 닮은 말티즈 생각나지...?
아마 금아랑이 보는 문하의 내면이 작고 연약한 흰 눈으로 만든 사람 같은 부분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 잠깐만 기다려 봐. ”
상처가 어디 어디 나있느냐며, 알려달라는 문하에게 아랑이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제 가방이 있는 곳으로 가서 후시딘을 찾고, 문하의 책상에 놔두었던 종합 반창고도 들고 왔다. 기다리게 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다. 바쁘게 움직였으니까.
“ 약 바르고... 반창고 붙여줘도 되니...? ”
무슨 말을 이렇게 어렵게 꺼내나 싶다. 작고 여리고 상처 입기 쉬운 것들이 다치는 것을 염려하는 사람처럼 금아랑은 조심조심 말을 붙였다. 문하가 그래도 된다고 허락해 주었다면, 어렵게 붙인 말보다 더 조심스럽고 또 살짝 떨리는 손으로 얼굴에 연고를 펴바르고, 반창고를 붙여도 될 만한 위치의 상처에는 반창고를 붙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친 참새를 치료하는 것처럼. 최대한 살살하고 있는 건데도 아플 것 같아서, 중간중간 손이 멈추었다가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 넌 스친 상처라고 했지만, 난 그거 한 번만 스쳐도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 ”
폭력-좀 더 정확히는 강압적으로 행동과 상황, 그러한 사람이겠지만-만 무서운 게 아니고 폭력이 남긴 흔적도 무서운 거구나. 자신에게 남은 흔적을 보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남은 흔적을 보는 것도 무서운 건가, 나...? 겁쟁이인 자신이 늑대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것은 –신체적 접촉이 있는 행위니까- 꽤 용기를 낸 행동이었다는 것을 행하고 나서야 알았다.
“ 남은 반창고랑 연고 챙겨줄 테니까, 집에 가서도 바르고 치료할래? 물론 병원에 가는 게 제일 좋겠지만... 가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니니. ”
반창고를 다 붙여주고도 간헐적으로 조금씩 떨리는 제 손을 모아 붙잡아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진정할 수 있다. 지금은 만월의 밤이 아니고, 억제제도 제대로 먹었으니까 감정 과잉의 상태에는 쉽게 빠지지 않을 거야. 금아랑은 평소와 같은 얼굴로 방긋 웃으려다가 입꼬리가 떨리는 것을 깨닫고 머쓱한 표정이 돼서 눈을 굴렸다. 떨리는 범위가 손을 넘어 몸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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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게 ~~좋겠다고 바라(A4 반 페이지 분량)를 삭제한 버젼입니다... ㅇ<-< 문하주가 마음놓고 작성해도 좋다고 하셔서... 8^8 (상냥한 새럼) 일단 쓴 거 올리고... 수박씨 답편지 쓰러 가요... 여러분 좋은 오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