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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마치 마구 풀어둔 실타래처럼 늘어져 흐르는지, 흐르지 않는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느긋하고, 태양은 저 멀리서, 그러나 확실하게 둘이 함께 있는 방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초침만이 흐르는 조용한 방엔 둘이서 만들어낸 은은하게 간지럽고, 단내나는 분위기가 흘렀다. 적어도 주원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후식? 글쎄. 냉장고에 뭐가 있던가?"
과자나 마실건 많은데. 하고 생각하던 그는 잠시 뒤 그녀가 말하던 후식이 그 후식이 아니란것을 깨닫곤 감전된 것 마냥 몸을 떨곤 퐁 하고 머리 위로 달아오른 수증기를 뿜어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얼굴을 붉혔다.
"아, 아하. 그건, 일단, 그, 슬혜도 만들어 줬으니까 나도 요리를 대접하는게 맞지 않을까 하고오..."
주원은 눈을 맞추지 못한 채로 이리저리 도망가는 생쥐같은 변명을 해보지만 고양이 앞에서 그것이 통할리가 없겠지. 아마 스스로도 그것을 알고 있을터이다.
어쩌면 주원은 무의식 속에서 이러한 것을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패치로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늑대의 외로움. 밑빠진 독마냥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항아리와 같은 외로움을, 그 채울 때 만큼은 느껴지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
설령 그것을 바라고 있다고 해도, 주원에게는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다른 양과 늑대에게 어떻던, 주원에게는 그만의 가치관과 생각이 있었으니까.
"저어... 일단, 그, 말이다... 며칠 전의... 그... 만월..."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말의 꼬리를 몇 번이나 흘리며 한마디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기도 어려울 단어들을 나열나간다. 아마 만월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그녀에겐 전달될 터.
"일단... 응... 그, 고맙... 다고 해야하나, 미안하다고 해야하나..."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않은채로 어쩔줄 몰라하며 두 손을 깍지껴 잡았다가 풀고, 무릎을 만지작거렸다가, 볼을 긁적인다.
"...그게 아니라! 그...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인사치레같은 말 뒤에 드디어 본론을 꺼낼 맘이 들었나보다.
"그 때 했던 말..."
'그대야, 원한다면 언제든지 속삭여줘요. 지금이 아니어도, 정말 나중의 이야기라 해도... 원한다면 언제든지, 저는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주원은 그 날에 들었던, 그리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머릿속으로 되뇌인 그 말을 떠올렸다.
" ...무슨, 의미야? 그리고..."
혹여나 주원이 생각했던 의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그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 슬혜를 부른 것 또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고. 주원은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지금까지 낸 적 없는 용기를 끌어내어 혼자 술을 몇 병이나 들이킨 사람처럼 붉어진 얼굴로 슬혜의 얼굴을 응시했다. 올곧은 눈을 하고 슬혜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 속엔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했다.
"...내가 아니어도, 그렇게 말 했을거야?"
그가 말하려는 것은 과연 슬혜에게 닿았을까. 그리고, 그녀가 입으로 말하는 대답은 과연, 어떤 대답일까. 몇날며칠을 고민하고 생각해도 알 수 없었던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그것은 주원 혼자만의 착각인 것일까. 아니면, 자신과 같은. 혹은 비슷한 마음일까. 그저 슬혜의 입 밖에서 나오는 대답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홍현에게 주말이란 이랬다. 집으로 가서 쉴 때도 있지만 영양제 조합을 하루 종일 찾거나 약학 관련 공부를 하는 게 좀 더 자주 겪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운 좋게도 동아리실이 비어있는데다가 심지어 실습을 해도 괜찮다는 허가까지 받아냈던 것이다. 물론 실습하러 모이긴 했지만 중간고사로 다른 부원들은 1시간도 안되어 돌아갔고 홍현은 지난번에 해보려다 말았던 억제제를 이용한 실험을 하기 위해 자신의 방을 잠시 들르게 되었다. 물론 자신이 먹던 영양제와 함께 뒤섞여 어떤 게 억제제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기에 좀 많이 챙겨 가기로 했다. 중간 정도 사이즈의 플라스틱 통 안에 약을 적당히 채우고 빨리 동아리실로 가기 위해 정신없이 빠른 걸음으로 가던 홍현은 문제집을 들고 자신과 똑같이 빠르게 걷던 밝은 갈색 머리의 여자와 부딪히게 되었다.
"아.. 괜.. 괜찮으세요..?"
충격에 잠시 뒤로 조금 물러난 홍현은 자신의 약들이 든 통이 부딪히면서 쏟아졌다는 걸 깨달았다. 홍현은 급하게 약들을 주워 플라스틱 통으로 넣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며 약을 주워 담는 걸 도와주는 여자에게 홍현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