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또용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Bite/%EB%A7%88%EB%8B%88%EB%98%90 <<< 마니또 이벤트는 위 위키에서 갱신됩니다! 수시로 확인 부탁드리고, 마니또 답변은 가능한 위키에도 기재해주세요.
고양이 그림이 붙은 디퓨저라... 이 한눈에봐도 '고양이 친화적'인 선물은 그녀에게 있어선 '상당히 좋은 선물'임에 틀림없었다. 아마도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 보자면 기쁨 이상의 무언가려나? 단순히 고양이를 키울 사람처럼 보여서, 아니면 고양이를 키운다는 소문을 들어서, 그녀가 고양이 같아서, 아니면 그녀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서 그러한 선물을 준것인지는 선물을 준 마니또 당사자가 아닌 이상 모르는 일이었다.
<커피가 아닌데 아메리카노라... 그럼 캡틴아메리카인가요? 🤭 아무튼 선물 감사드려요~ 제가 동물들이랑 산다는건 어떻게 아신 건진 모르겠지만... 모르셨대도 그런 부분까지 마음써주시는 것에 대한 보답은 언젠가 꼭 해드리고 싶네요~>
그렇게 적고나서 마니또의 선물 답례를 위해 놓아둔 것은 어떤 레스토랑의 VIP패스권이었을까?
<가족끼리도, 아니면 연인끼리도... 인원 따지지 않고 사용할수 있는 듯하네요~ 식사도 자유롭게 가능하구요~ 아무쪼록 좋은데 사용하시길 바랄게요!>
주원이 간질거리는 마음에 웃음을 터트리자 슬혜는 토라진 얼굴과 함께 화난 고양이와 같은 소리를 내었다. 이럴때 보면 그녀는 정말로 고양이의 환생이거나 고양이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대로 그녀는 주원을 보고 멍멍이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래도 주원은 자신의 멍멍이 같음과, 슬혜의 고양이 같음을 생각하면 자신이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진정하려고 마신 물 한 컵에 사래를 들린 주원을 보고 슬혜는 쌤통이라며 '베에'하곤 혀를 빼 내민다. 그 모습에 더 사래가 들려 "켈록, 켈록."하고 연달아 기침을 하다가도 가슴을 쿵쿵 두드리는 것으로 어떻게든 두근거림을 중화시키듯 물을 섞어 가라앉힌다.
"나는 그것보다 더 말했으니까 말이야? 갈비찜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외쳤으니까 100번은 될걸!"
서로 도대체 무엇으로 승부를 하는건지. 그럼에도 주원의 모습은 꽤나 진지했다. 그 진지한 얼굴로 양 손을 펴 10을 만들어 그녀에게 펼쳐보인다. 압도적으로 손가락이 부족해 보이지만, 그것으로 100개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겠지.
그녀가 식사를 끝내자 주원은 기다렸다는듯
"정리할게. 그릇 가져가도 돼?"
하고 물어본다. 아무래도 곧바로 먹은 사람의 그릇을 가져가는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나보다. 그것이 실제 매너기도 하고. 주원은 그녀의 대답을 듣곤 "편하게 쉬고있어. 침대든 소파든 어디를 써도 괜찮으니까." 하고 말한 뒤 슬혜와 자신의 그릇을 가져가 설거지를 하기 시작한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즐겁다는듯 정체불명의 콧노래를 부른다. 그릇이라고 해봐야 카레와 김치, 나물을 담은 작은 그릇이었기에 길게 걸리지 않았다. 설거지를 마친 주원은 곧바로 잘 빤 주방행주를 적셔 방금 식사를 마친 상을 깨끗하게 닦은 뒤 방금 사용한 주방행주를 잘 빨아 행주걸이에 걸어둔다.
뒷정리를 마친 주원은 슬혜가 쉬던 곳으로 걸어가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그녀의 옆에, 그렇다고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조심스레 앉는다. 식사는 마쳤고, 이제 무얼 해야 하는지. 무슨 얘길 해야 하는지. 사실, 식사 다음에 뭘 할지는 마땅히 정해놓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에게 '물어봐야만 하는 것.'이 있었기에. 다만 곧바로 그걸 묻기에는, 조금 뜬금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하고, 주원의 머릿속에선 이 다음의 스텝을 찾는 것으로 가득이었다.
지구 반응 보곤 실실 웃으며 말한다. 아주 잘 뽑힌 예고편을 보여준 사람 같다. 모든 건 까 봐야 아는 거라고, 예고대로 정말 알찬 내용일지 속은 텅 비었는지는 나중에야 알 수 있겠다.
"비대칭 쌍쌍바 열 개쯤 받으면 마음 바뀔걸."
그마저도 모양이 제각각인 아이스크림을 떠올리며 무서워 보일법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고개 젓는 지구를 보니 이번에도 딱히 무서워할 것 같지는 않다. 겁이 없네. 쩝, 입맛 다시며 생각한다. 그러다 눈을 깜빡. 한 방 먹은 얼굴로 지구를 봤다. 얘는 내가 다섯 살쯤으로 보이나.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안 받아."
자존심 팔아넘기는 것도 아는 사람 한정이다. 인질범이라면 고민 좀 해보겠지만. 사하와 아는 사람이 되는 건 꽤 쉬운 일인 것도 맞지만. 줄줄이 딸려오는 생각을 놓고 보니 지구가 한 말이 꽤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사실 다섯 살이었나 봐. 응, 열두 살은 무거워서 집에 두고 왔어. 말했다간 진짜 꿀밤 맞을 수도 있겠다 싶어 입은 다물었다.
여전히 살랑이는 바람에 꽃들이 흔들렸다. 쏠리는 시선 없으니 마음 편히 꽃구경 실컷 했다. 팔랑팔랑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저거 잡으면 소원 이루어진댔는데.> 하고 중얼거리다, 지구를 쳐다본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배신감. …튈까. 선생님 눈 피해 재빠르게 먼지만 숨기고 도망가는 일에도 성공했는데, 학생 하나 못 따돌릴까 싶다. 전자가 떡볶이를 위한 도망이었다면 이건 도망을 위한 도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근데 어디로 가야 하지. 이대로 옥상까지 뛰기엔 체력이 모자랐다. 왠지 뒷덜미 잡힌 채 끌려가던 아까 전 상상이 떠오른다. 실패확률이 높은 건 빠르게 포기하기로 한다. 역시 애원하는 쪽이 낫겠다.
"잘못했다니까. 내가 바다도 알려줬잖아."
<쌍쌍바 큰 쪽 너 줄게.> 덧붙인 사하가 지구의 눈치를 살폈다. 돌아가게 되더라도 제 발로 돌아가는 것과 잡혀가는 건 기분이 사뭇 다를 것 같았다. 이래서 영화 속 범죄자들이 매일 놓으라고 하는 거였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