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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글게유 그러고보니 정확하게 만난 시점을 안 정햇엇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 언제가 좋으신가요 사실 개차반이엇다가 사람됐다구 해도 외부에서 보이는 차이는 눈치 빠른 사람 아니면 눈치 못 챌 정도긴 혀요 민규 입장에서나 엄청나게 바뀐 거라서
지구의 말에 사하가 입을 꾹 다물었다. 후보군 몇 개를 두고 재는 것처럼 굴더니, 드디어 말하려는 듯 입술이 벌어진다.
"…다음 이 시간에."
뜸 실컷 들여놓고 맥 빠지는 대답이다. 들을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처럼 웃는다. 어쩐지 분한 마음이 들어 한 대 콱 쥐어박더라도 똑같은 얼굴을 할 거다. <아야.> 하고 짧은 소리 정도는 뱉겠지.
"쌍쌍바 이상하게 뜯어서 작게 남은 쪽 줄 건데?"
<기껏 만든 눈사람 얼굴에 흙으로 볼터치 해주기>, <3색 볼펜 색깔 바꿔놓기>, <결말이 중요한 얘기 결말 빼고 다 얘기해주기>……. 사하의 입에서 칼을 간 복수 계획이 줄줄이 나온다. 그렇게 얘기하가 문득 떠올랐는지, 지구를 바라보며 묻는다. <귀신은 존재 자체로 악몽 아냐?> 겁이 없는 편인가. 눈 끔뻑이며 생각한다. 아니면 그런 걸 즐기는 사람인가. 공포영화에서 천천히 기어오는 귀신 인상 쓰고 쳐다보다 결국 웃음 터뜨리고 마는 저처럼.
"나 처음부터 네가 착한 애라고 생각했어."
머리 대충 쓸어줄 때까지만 해도 공 물어온 강아지 취급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는데, 바스락 소리와 함께 손 위로 올라온 초콜릿 과자를 보자 그 기분 싹 사라진다. 샐샐 웃으며 아부성 짙은 말을 뱉었다. 300원짜리 과자에도 사하는 쉽게 제 자존심을 팔아넘겼다. 껍질 까서 입에 넣은 과자가 꽤 달콤해서, 그런 보람이 있었다 생각했다. 지구의 손짓에 쪼르르 쫓아 나간다. 공 물어온 강아지를 자처했다.
가벼운 승리. 실망스러움 가득한 얼굴을 보아 기쁘다기보다는 안심되는 느낌이 맞겠지. 뭐랄까 보건 선생님을 상대로 이겨 보건실의 침대를 뺏었다고 해서 기쁜 것도 이상하니까는 어쩐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복잡 미묘한 표정이었다.라고는 해도 승리의 여운(...)에 잠길 틈도 없이 정신은 손에 쥐여준 무언가에 팔려 금방 잊어버렸지만.
"... 네엡."
이젠 대답에 영혼을 버리기로 했다. 본디 장난이라 함은 상대의 반응을 즐기는 게 아니던가? 그것을 일일이 떠올리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의미는 없는 게 아닌가 싶지마는. 복잡한 머리는 비우자. 생각하다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생각하고 포기하고를 반복하며 느린 발걸음으로 선생님이 안내하는 쪽으로 졸졸 따라갔다. 흰 간이침대와 침대들을 서로 가린 얇은 커튼. 침대에 걸 터 앉고 나서야 양호실에 왔구나 싶은 느낌. 피곤한 건지 들뜬 건지. 자장가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짜게 식은 얼굴로 답했다.
잼잼, 주먹 진 손에 약과 초콜릿을 쥐었다 손을 벌렸다 반복하는 사이에 물과 함께 등장했다. 등장해서는 갑자기 자세를 낮추는...
"감사합니다 어르신, 제가 했어도 되는데... 너무 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나름대로의 복수. 작은 장난. 걸터앉은 침대에서 스르륵 내려와 자세를 낮춘 선생님과 시선이 맞을 정도로 쪼그려 앉았다. 가까우니 느껴지는 냄새. 라기보단 향기라고 하던가? 아까 다가와 이름을 확인했을 때도 그랬었지. 기분 좋은, 향기로운, 깨끗한...
한 번에 다수의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여자도 꺼려졌다. 뒷감당할 것을 생각하지 않고 일을 벌이는 건 여자의 성미에 맞지 않았으니 해인의 조건과 우연찮게 맞아떨어지는 셈이었다. 충분히 나쁜 사람이라는 말에 다소 당황한 얼굴로 응시하다가 눈썹을 늘어뜨리며 웃는다.
"글쎄."
나쁜 사람들 중엔 착한 축에 들 걸. 무뢰한이었다면 널 다치게 해서라도 피를 머금게 했을테니. 우습게도 여자는 머리에 이러한 선택지가 떠오른다는 것만으로도 글러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대가 자신의 편인지 아닌지 가늠해보는 것에 질릴 정도로 익숙해진 백가예는 희게 웃었다.
밤바람이 차다. 이제 헤어져야겠지.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던 찰나 네 말을 알아듣고 빤히 네 얼굴을 바라보았다. 손을 흔들고 학교를 빠져나가는 네게 같이 손인사를 해주고 잠시 뒷모습이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일상 고생했어~~! 역시 산들고 친구들은 다 잘생기고 예쁘다는 사실 배워갑니다..... 배우긴 뭘 배워 사실 첨부터 알고 있었다 이겁니다 ㅇ.<)~* 우리 친구들 완성형 미모라서 할머니는 기쁘다...... >>527 헉 첫 일기까지 공개해주는 연호주는 천사........?? 1년만에 습관으로 자리잡다니 ㅋㅋㅋㅋㅋㅋ 일기 쓰는 게 제법 즐거웠나본데... 연호 일기 언제나 귀엽게 보고 있다구 '-^ 앞으로도 기대해요~~!
>>5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댕댕력으로 승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주원이는 연호 보고 아마 자신은 재능으로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섣뿔리 다가갈 수 없는데 거침없이 행동하는 연호를 보고 열등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자신은 가짜인데 쟤는 진짜구나 하는...?
>>528 이 때의 민규랑 만나 친해진거구나!!! 넘모!!! 기뻐!!!
>>536 해인이 매력터진다...! 으아악 전 픽크루 고...아니 잘 못해서 다른 분들거 보고 행복해할게요...
'이 바보야, 잘 모르겠으면 이것만 명심해! 호흡은 짧게, 거리는 가깝게, 힘은 그것만을 위해 내며, 막는 것은 곧 흘리는 것. 그리고 오른쪽 조심!'
검도부장이 알려준 검도의 팁을 마음속으로 새기며 나는 호면 속에서 숨을 가다듬었다. 찝찝한 땀과 곰팡이 냄새가 뒤섞여 났다. 안타깝게도 체력과 근력은 내 재능이 아니었고, 그 부분에 한해서 나는 순전히 노력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게는 믿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눈'이다. 상대방의 타격을 받아치거나 막는 건 내가 열심히 해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 궤적이 잘 보였다.
심리전이랍시고 걸어 오는 얄팍한 흘리기도! 비어 있는 오른쪽 손목도!
"끄랴―!"
탁, 하고 기분좋은 소리가 났다.
잽싸게 죽도를 바깥으로 한 바퀴 둘러 손목을 치고 물러나왔다. 한판을 선언하는 팔이 내 쪽으로 올라왔다. 이겼다! 죽도를 든 채로 깡총깡총 뛰며 좋아했는데, 저번에 이러는 나를 보고선 '이건 패배한 상대방의 신경을 긁는 행동이니까 꼭 하는 게 좋다'고 부장이 말한 적 있다.
그 뒤로는 얌전히 마주보고 목례를 하고, 포디움에 올라서 웃으며 브이자를 그리고, "수고씀다―." 하고 시무룩한 검도부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통로로 나와서 제 갈 길을 가면 되는 것이었다.
.... 이 날만큼은 예상치 못한 손님이 있었지만.
"별하, 왔었어?" 앉아 있는 친구의 사각에 은근슬쩍 들어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별하를 보고 놀란 만큼 나도 놀라게 해 줘야지. 무릎을 짚고 허리를 살짝 구부렸다. "연락하지 그랬어! 나 우승했다아?"
옆에 앉을지 말지를 살짝 고민했지만, 역시 앉아 있는 건 질려 버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아 일으켜 주려고 별하에게 손을 뻗으며 나는 말을 이어 갔다. "밖에 비 와? 클났다. 우산 없는데."
오늘의 포장지는 초록색이었다. 역시나 조심조심 뜯어 가방에 넣었다. 다이어리 꾸미기 같은 취미가 있었으면 알차게 썼겠다 싶다. 슬프게도 부지런하지도, 미적 감각이 뛰어나지도 않으니 편지 모아두는 상자에 고이 보관하는 수밖에 없다. 나중에 죽고 나서 같이 태워달라 하겠다 하면 좀 무섭겠지. 누가 들으면 기겁하고 지나갈 생각하며 히죽 웃는다. 포장을 뜯은 귀마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쪽지를 먼저 펼쳐 읽었다. 적힌 글씨를 죽 훑어 읽는데 이 애 엄청나게 섬세하다는 생각이 든다. 손에 맞는 학용품이라니. 사하에게 그런 게 있던가? 잘만 나오면 그만인데. 귀마개 같은 건 써 본 적 없지만, 이 정중한 마니또의 취향에 왠지 신뢰가 간다.
<뽀송아, 수능 잘 보면 네 덕이야.>
오늘은 책상에 적었다.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
진홍색 무언가가 책상 위에 있다. 뭐지, 인형인가? 가까이 가서 확인하니 쿠션이다. 포장 위로 꾹 눌러보니 제법 단단하다. 오늘 푹 자라는 신의 계신가. 어디에서도 먹히지 않을 생각을 한다. 정말로 잘 생각은 없다. 대학은 가야지……. 이번엔 포장 푸는 대신 쪽지를 먼저 편다. 특이하게 생겼다 싶더니 안쪽에 뭐가 있는 것 같았다. 쪽지에 적힌대로 포장을 뜯고, 안쪽에 손을 넣어 당겼다. 담요가 빠져나오며 사탕 한 알이 책상 위로 또르륵 굴렀다. 자두 사탕이다. 그리고 담요 사이에는 쪽지 하나. 펼쳐보니 새콤한 냄새만 났다. 레몬으로 쓴 편지인가. 어디 불 구할 데 없나 생각했다가, 다음 선물을 위해 간직하라는 말에 고이 접는다. 알려주기 전까지는 뭐 안 해보고 잘 가지고만 있을 생각이다.
<뽀송아, 오늘은 내 사물함 확인하고 가.>
책상에 적은 사하가 사물함에 쪽지와 오렌지주스를 넣었다.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최민규는 벚꽃 책갈피를 손 안에 꾹 쥐었다가 펴보았다. 어쩌다가 봄을 선물받아버렸네. 작게 웃었다. 겨울을 사는 사람에게, 봄이 무슨 의미일까. 언젠가 다다라야 하는 곳, 아니면 영원히 닿지 못할 곳.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반드시' 온다고 말했으니까, 그렇게 믿기로 했다. 땅보다 구름에 더 가까운 겨울산에도, 언젠가 꽃이 핀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