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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무정한 텐션과 딱딱한 어조로 돌아왔을 뿐 지구는 딱히 화가 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질문을 하고 있으면서도 끝말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사하가 명확하게 선을 그어 설명했으므로 그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을 뿐이다. 그래서, 과연 너는 뭘 싫어하는데? 부지런하게 움직이던 지구의 손이 멈추고 사하를 건너보며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찰나의 순간이었고 지구는 다시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제 할일을 마저 치룬다.
"사하가 나오는 꿈이 악몽인가?"
사하가 사나운 눈을 하고 있지만 지구의 눈매는 평소와 똑같이 삐딱한 선으로. 탁한 바닷빛의 푸른 눈은 능청과 장난보단 순전한 호기심이 담겨있다. 매번 제 꿈에 나타나서 괴롭히기라도 한다는 이야기일까. 그래봤자 저 조그만 것이 무얼 한다고. 잠깐 상상하다 픽 웃으며 시답잖은 농담으로 넘긴다. 해봤자, 딸기 케이크 위에 딸기를 먹어 치운다던가 가는 길에 바나나를 깔아 둔다던가 우산에 구멍을 낸다던가 하는 그런류일까. 그는 그녀를 얼마나 얄궂게 보는지.
"뭐.. 그래. 상이다."
뜬금없이 악수를 하는 것에 습관적으로 미간이 잠깐 찌푸려졌다가 사하가 직접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오자 곧 반듯하게 펴졌다. 지구는 그런 사하에게 잘 했다는 듯 머리를 툭툭 (건성으로) 쓰다듬어 주려 했고, 그가 손을 뗀면서 그녀의 머리 위에선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을 거다. 보건 선생의 간식을 능청스럽게도 턴 지구가 300원 짜리 본오본 초콜릿 과자를 까서 입에 넣는다. 초코 과자 덕에 무표정의 얼굴로 한쪽 볼이 볼록해진 지구는 사하에게 가자는 듯 손짓하며 먼저 몸을 움직였지만 그녀가 그를 따라 잡는다면 금방 걸음을 맞춰주었을 테다.
모르겠다. 라는 수식어를 붙인것 치고는 그녀 또한 꽤나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익숙해진 것인지는 몰라도 아마 그의 꾸준한 움직임이 그녀 역시 조금씩 움직이도록 만들었던게 아닐까, 어쩌면 그녀 역시 그부분을 인지하고 있기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아가는 부분은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어느 방향인지는 그녀로서도 알 수 없지만.
"음... 그건 좀 상대적이라 애매한데요..."
맛있다 라는 생각을 여러번 하는 것으로 그 맛의 차가 주어질수 있다면... 솔직히 말해 지금 그녀가 먹고 있는 카레도 자신의 10배쯤은 맛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맛있다 생각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말이다.
"후후... 어느정도 선배의 동아리 활동 취지와 비슷하지 않나요? 스스로도 즐거움, 뿌듯함, 성취감을 느끼지만,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눌수 있는 거라구요?"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었다면 그걸로도 오케이인 셈이다. 아얘 모르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사람을 더 성장하도록 만들곤 했으니까, 어쩌면 그의 동아리인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도 설립취지는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타인을 통해서인가, 자신만을 놓고 본 것인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후후후... 선배님은 참 재밌는 분이란 말이죠..."
아마도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모양인지, 눈 딱 감고 먹는 모습은 투정을 부려도 어쨌든 먹긴 하는 아이의 모습과 겹쳐져보이기도 했다.
"......"
보통 이렇게 보조로 손을 잡아줄 때는 어긋나기 쉬울텐데, 그럼에도 그의 손길은 꽤나 매끄러워서 숟가락 안에 든 것을 문제없이 입에 물고, 씹고, 삼키는 것에도 문제는 없었다. 단지 이런 낯뜨거운 행동은 거의 해본적이 없던 그녀에겐 지금 일어나는 상황이 대관절 무엇인지 알수 없을 뿐이지만 말이다. 설마 '밥먹여준다.'는게 이런 의미였던 걸까?
그 뒤에 이어진 것은 누가 봐도 떠먹여주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버릇처럼 그녀가 움직여왔던 패턴대로, 숟가락에 담던 양대로, 흐트러짐 없는 오차로 그것을 자신에게 내미는 것일까.
본오본 쪼꼬렛 저거 맛있지 청소년센타에 봉사하러 갔을 때 비치되어 있던 걸 줏어먹은 기억이 나 :3
유치원생 때 미래에 나올 수 있는 기술 상상해 보기에서 내가 칭찬받았던 게... 생각하는 대로 그림 나오는 칠판... 기술자들 뭐하는 거야()
생각해 본 건데 결혼과 각인이 꼭 같이 가는 건 아닐 수도 있겠지....? ;3 늑대는 문어발 각인이 가능하다는 말도 있구.. 각인을 통해 양에게 주어지는 대가가 '외로움의 해소'인데 오히려 각인 맺은 늑대가 여기저기 다리 걸치고 다니면 외로움이 배로 심해져서 애정관계에서 처음으로 성난 양이 뿔로 받아 버리는 상황 나오는 걸까
누군가 이득을 보려면 누군가가 손해를 보는 구조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한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히는건 도덕적 , 윤리적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자신이 인생을 망친 모든 이들에게 보상을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수를 크게 늘리기는 힘들었으니까. 어느 누군가는 변호사가 되어보라고 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은 법을 어기지 않았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상대에게는 무기력한 것.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해버렸다.
" 내가 보기엔 넌 이미 충분히 나쁜 사람인데. "
나쁜 사람들은 지겹게도 보아왔기에 가예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도 대강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라는 나이는 그들만큼 그런 분위기를 낼 수 없었기에 한층 옅은 감도 없지 않아 있었고. 발언을 회수할 기회라 ... 사실 지금의 내게는 그런 기회를 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지쳐가는 심신을 더이상 어떻게 회복할지 감도 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한계치가 슬슬 눈에 보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 안심해. 나갈 생각은 없으니까. "
한층 여유로운 웃음. 감정의 회복이 충분해서일까 초조함과 불안함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피로도 말끔하게 사라진 기분이었다. 정말 피로가 사라진건 아니고 기분 탓이겠지만. 그렇게 팔을 두드리며 가자는 말에 나는 그녀를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주었고, 기숙사 앞에서 그녀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얘기했다.
" 생각보다 시간은 없을꺼야. 아마도. "
기회가 왔을때 바로 잡으란 뜻이었다. 내가 언제 생각이 바뀔지 모르고,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학교를 빠져나온다. 집가서 그냥 자야지.
// 막레이거나 다음이 막레가 되겠네요! 편한대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긴 일상 수고하셨어요 :3
>>502 "씀배임 운동할때 무표정짓지 않씀다!! 공 뜬질때 회전 200번 느주십쑈!!"(버럭버럭) 같은 느낌이지만 맘속으로는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하고있습니다! 캐치볼 그건.... 만화에서 총알 물어서 막는거 보고 예행연습 하는거임... DX
>>506 "마 골댕이! 댕댕력으로 승부다!!!"(?) 뭔가 말로 하기 힘든 동질감 비슷한걸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3 근데 그게 막 친밀감으로 나타난다기보다는 라이벌 의식같은걸로 나타난다고 해야하나...
>>507 빨갱이라고 불리는건 싫지만, 그렇다고 머리색을 바꿔버리면 그걸 의식하는 느낌이라 더 싫은것... 남 눈치 안보고 살고싶은거죠! 그래도 자기 머리색을 좋아하긴 한답니다! 머리색보다는 머리 스타일에 대해 고민중... 나중에 꽁지머리도 시켜볼것임!
>>511 명실상부 여름!! 여름에는 수영장 같은것도 있고... 찜질방 들어가서 수련(??)할 수도 있고... 뭔가 할수있는게 폭이 넓다는 이유로 좋아합니다! 겨울엔 물 얼어서 수영 못한다고 싫어함... 수영장보다는 자연 계곡이나 바다같은델 좋아해서요!
>>512 첫 일기를 쓰기 시작한건 10살부터에요! 첫 일기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XD [오늘은 일기를 쓸 마음을 먹었다. 근데 까먹었다가 오늘이 지나기 전에 쓰고있다...] '오늘 했던 기억에 남는 일' 을 쓰라고는 들었지만 하루하루 막사는 아이들에게... 하루를 기억하라는건 힘든 일이었다나 뭐라나... 습관이 된건 한 1년정도 썼을 무렵이겠네요! 괜히 안쓰면 신경쓰이는 그런 때...
오늘의 지구가 마니또의 선물을 발견 한 건 밥을 먹고 난 후의 점심시간 즈음이었다. 그야 오늘은 책상 서랍에 손을 댈 일이 없었으니까. 체육도 껴 있었고. 지구는 먼저 농구를 하러 간 친구를 보내고 책상 서랍에 넣어 둔 초코비를 꺼내 친구와 나눠 먹을 생각이었다. 또 농구를 하다보면 아슬아슬하게 수업시간에 도착하니 미리 다음 교시의 책도 꺼내놓을 겸. 그런데 서랍에 손을 넣자마자 무언가 낯선 촉감에 지구는 속으로 기겁했지만 겉으론 눈을 한번 깜빡했을 뿐이다. 점심시간이라 해도 반에 남아 있는 아이들도 꽤 있었고.. 또 그렇듯 주위를 살펴 보았지만 지구와 눈이 마주치거나 지구를 살펴보고 있는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또 상체를 숙여 책상 서랍 안을 살펴보니 무언가 납작한 게 들어있다. 덥썩 잡고 꺼내니.. 왼쪽의 장갑 두 개. 의문스러운 표정의 지구는 뒷목을 쓸어내리며 쪽지를 마저 찾아 꺼내 펼쳤다.
<~.... 옆에 서서 같은 바람을 맞아 주실 건가요, 도련님? 그러실 리가 없지요.> -🌠🌠🌠
쪽지를 다 읽은 지구는 약간 복잡한 얼굴로 머리를 헝클였다. 뭔가 미움 받은 걸까. 쪽지를 180˚ 돌려 읽었다가 이내 파란 포스트잇과 샤프를 꺼내어 반듯한 글씨를 적어내려갔다.
<업히는 건 싫어?>
그 여섯 글자가 다였다. 그가 그녀를 업는다면 바람개비는 그녀의 두 손에 쥐고, 지구에 떨어지는 별 조각들을 함께 볼 수 있지 않을까. 거절 당할 것 같긴 하지만. 지구는 상상한 그 그림이 꽤 좋았다. 남녀가 업고 있는 뒷모습을 그려 넣을까 하다, 친구가 아래에서 기다릴 것 같아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가방을 뒤적거린다. 곧 그의 너른 손에 담긴 파란 초승달 모양의 키링은 곧 그의 서랍으로 옮겨간다. 꼭 초승달이 돌고래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이대로만 놔두면 전달이 되지 않을 것도 같아, 잠깐 천장을 보며 미간을 찡그리더니 이내 메모지의 끝자락에 조그만 지구와, 그 곁을 맴도는 달을 그린다. 그리곤 친구의 인내심이 터져 운동장을 지구의 이름으로 가득 메우기 전에 교실을 뛰어 나갔겠지.
부끄러워 하는 슬혜를 보곤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아 그저 불그스름해진 볼을 힘껏 당겨 수줍은 미소를 지어 스윽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이상하네. 가슴속이 간질간질해. 긁고 싶지만 닿진 않을 것 같아.'
이어 투닥투닥(?)오가는 몇 배로 맛있냐는 이야기에 주원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인거니까, 어쩔 수 없으려나? 하지만 나에게 그렇게 느껴졌다는 것! 정말 맛있었어."
하곤 결론을 짓듯이 말한다. 눈 앞의 슬혜는 반대로 스스로 만든 요리보다 방금 주원이 만든 카레를 맛있다고 느끼는 것에는 전혀 눈치채지도 못한 채.
"맞아. 내가 찾는 것일지도 몰라. 어쩌다보니. 하지만..."
하지만, 하고 말을 잇지 못한다. 그 이유를 알고 있으니까. 말로 했다간, 그대로 사라져버릴까봐. 요리를 즐겁다고 느낀 것은 순전히 슬혜 덕분. 다른 것이 아닌, 오직 한 사람 때문이니까. 주원은 두려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속으로 '네가 아니면 그렇게 느끼지 못했을거야.'라고,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을 삭힐 뿐이었다.
"나도 슬혜가 재밌어. 같이 있으면 질리지 않는걸."
야채 얘기로 언제 풀이 죽었냐는듯, 재밌는 분이라는 얘기에 고개를 홱 들어 짓궂은 미소로 부끄러운 마음을 어떻게든 무마하려 하지만, 그 배싯거리는 얼굴의 볼은 슬쩍 달아올라 있어 부끄러움을 무마하려고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능숙하게 슬혜의 손을 잡고 한 번 먹여준 주원은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받아 그녀가 먹던 양 그대로 카레와 밥을 숟가락에 담아 그녀의 입 근처로 옮긴다.
부끄러워하며 슬혜의 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도망치지만 주원의 흔들리지 않는 태도 때문인지 그녀는 한 번 숨을 크게 몰아쉬더니 눈을 감았다.
그런 모습이 어찌나도 귀엽게 느껴졌는지 주원은 소리 없이 환하게 미소짓곤 눈을 질끈 감는다. "크으으윽..." 슬혜에게 들릴듯 말듯 마음에 입은 타격을 입으로 힘겹게 흘리는 소리를 내곤 천천히 눈을 뜬다.
주원은 천천히 숟가락을 그녀의 입으로 옮긴 뒤 눈을 감은 그녀가 알 수 있게 숟가락의 앞부분부터 입술에 갖다댄다. 그리고 방금 한 번과 같은 움직임으로 그녀가 숟가락의 카레와 밥을 전부 입으로 옮긴 뒤 부드럽게 위로 호를 그리며 숟가락을 빼낸다.
그렇게 한 숟갈 더 그녀에게 카레를 먹여준 주원의 얼굴은 두 눈은 초승달이 되어 떠있고, 입술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흰 이를 드러내며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