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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사하가 입 다무는 시간이 찾아왔다. 지구가 나란히 적는 글자들을 쳐다보고 있던 덕이다. 남의 손으로 적히는 제 이름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음 학기에는 옆에 앉은 애한테 교과서에 이름 써 달라 해볼까. 미래의 짝이 질색할 생각도 짧게 해본다.
"좋아하는 게 많은 거랑 다 좋아하는 거랑은 다른 거야."
사하가 지구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말투는 거의 선생님이다. <거기 자는 애 좀 깨워라. 여기 시험에 꼭 나오니까 빨간 줄 그어.> 하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지구가 정리하는 종이를 따라 시선이 왔다갔다 움직이다 컵에 조금 남은 물로 향한다. 거의 바닥에 몇 방울 남아 있던 걸 마저 마셨다. 몰랐는데 목이 말랐나 싶다. 도와줄까 물어보기엔 이미 늦은 것 같고, 사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히 서 있었다. 하는 일이라곤 지구의 살벌한 말에 입을 벌리는 것뿐. 아니, 끊어졌던 머릿속 영상을 다시 재생하는 것도 있었지. 유유히 범인들의 손을 빠져나가던 –상상 속의– 사하가 뒷덜미를 잡혔다. 탈출에 실패한 –역시 상상 속의– 사하는 딱 봐도 수상한 건물로 끌려들어간다. 아까 갇혀있던 거기다. 문이 쿵 닫히고, 페이드 아웃. 배드엔딩이다.
"…만약에 내가 생각하는 길동무가 맞으면 맨날 네 꿈에 나타나서 악몽 꾸게 할 거야."
사하가 사납게 눈을 치뜨며 말했다. 물론 오래 가진 못했다. 아픈 이유로 댄 게 너무 터무니 없어서 웃음이 났던 탓이다.
"저런. 내가 분리수거 더 열심히 해볼게."
지구가 내민 손을 물끄러미 보던 사하가 그 손을 잡아 가볍게 악수하려 했다. 양호실까지 끌고 와준 것에 대한 감사와 분리수거 발언에 대한 약속의 의미였다. 지난 번엔 실수했지만, 이번엔 분명히 악수요청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곤 홱 돌아 쓰레기통에 제가 쓴 종이컵을 버리고 다시 돌아왔다.
>>438 참고로 본 오너는 불호 요소가 0에 수렴한다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거의 모든 관계성을 환영하니 그 점 부디 알아주시고 그..럴까? 일상 조질까>:3! 낮까지는 내가 딴 일정이 있어서 조금 힘들겟고, 그 다음부터는 비록 텀이 있는 편이지만 괜찮은데 슬혜주는 어떨까??? ㅇㅎㅇㅎ 그랬던 거였군 궁금증이 풀려 행복하구먼^ㅇ^
피부 표면에서 얇은 살결이 떨어지자 저도 모르게 가늘게 벌린 잇새로 날카롭게 공기가 들이쉬어졌다. 전보다 한층 과감해진 행위는 일전에 우리가 만났을 때보다 네가 극에 몰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또는 페로몬에 취한 상태에서 감당하지 못할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각인을 해서 영영 묶어둘까, 싶다가 손이 잡아 풀렸다.
"그랬구나."
재능을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더니 그런 일이. 여자는 해인이 상대가 본인을 이용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아두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대강 넘겨짚을 수 있었고 대신 말을 아꼈다. 누구나 속사정이 있고 드러내기 민감한 부분이 있으니까. 네 손짓을 보고 같은 자리에 다시 착석했다. 팔뚝 위에 피가 몰려 울혈이 남았지만 동복 착용 기간이 남아있으니까. 흔적을 멀뚱히 내려다 보다 다시 겉옷을 추스르며 시선을 마주헸다. 물꼬가 트이고 있었다.
"남을 속이는 행위만?"
네 재능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를 꼬아 상대를 설득하는 것인데도. 의문을 표시하면서 만족스러운 침음을 냈다. 그렇단 말이지. 여자는 땅바닥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일말의 속삭임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말을 아끼다가 쩝 하고 입소리를 내더니 가볍게 입을 연다.
"해인아,"
깊은 호흡이 오고 간다.
"매력적인 제안이야. 내가 좀 더 나쁜 사람이었다면 그 제안을 여기서 받아들였겠지만 기회를 줄게. 그 발언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요지는 이것이었다. 권하고 있었다, 페로몬을 발산하고 있는 상태인 본인을 앞에 두지 않은 상태로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것을. 이 시간 이후로 지금 생에 있어 최약의 실수 중 하나로 남을 궤적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것. 대신 이것이 왜, 어떻게 실책이 될 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것까지 알려줄 정도로 착한 사람은 또 아니라.
"난 내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 사람을 절대 놔주지 않아."
본연의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한 음절 한 음절 짓씹듯 내뱉는 건 착각일까, 여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말이 없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해인의 팔 언저리를 정답게 두드리더니 가자, 늦었다. 더없이 낭랑한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