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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듯한 사하의 표정을 물끄럼보다 고개를 슬쩍 돌리며 낮은 음으로 능청스럽게 중얼거렸다. 이 정도로 그녀가 당황하지 않을 것쯤은 예상된다. 오히려 수긍할 수도 있는 거고. 지구는 그녀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 없겠다 생각했다. 미움받는 것도 별 건 아니지만, 싫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이쯤에서 선을 넘고 싶진 않아졌다.
"좋아해?"
단순한 선호도를 묻기 위해 그리 말하긴 했지만 그보단 <재밌어?>에 가까운 어투였다. 이전에 물었던 질문과 이어져서 대화 내용이 묘해보이는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넘어가자. 바다가 나오는 영화는 정말 많다는 것은 것을 누구나 알 텐데. 그 중에서도 저 영화를 바로 생각해 내어 꼽을 걸 보니 꽤 아끼는 영화인지 궁금해져서 그리 반사적으로 물었다. 그러고보니 사하가 영화 관련 부 였던 것도 같다. 그래서 그런가. 다음에 사하에게로 땡땡이를 치러 간다면 틀어줄지 문득 호기심이 생긴다. 그나저나 안경인가. 안경 속 바다를 떠올려보다 볼을 긁었다.
"너는 인질로 잡히면 안 되겠다."
나름 물을 좇는 사하를 보는 것이 재밌어질 때 쯤 그녀의 빠른 사과가 굴러온다. 지구는 떨떠름한 얼굴로 사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공손한 사하의 손 위에 물컵을 살포시 내려주며 사하의 머리 위에 손을 턱 올리고 쓰다듬는 척 헝클이려 하였다. 굴복이 빠른 건 어찌보면 똑똑한 걸까. 그래도 같은 편은 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보통은 자존심을 먼저 지키지 않나, 그런데 눈앞의 사하는 냉큼 목적을 달성한다. 한 편으론 저것도 능력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지구 역시 물과 타이레놀 한 알을 꿀꺽 삼킨다.
별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은밀해진다. 자연스럽게 마주친 눈을 따라붙는다. 우묵한 두 눈이 그늘져 푸른 빛이 조금 짙어진다. 온 몸의 신경이 시아를 향해있는 것마냥, 선하는 시아의 행동 물밑처럼 조용히 가늠하고 있었다. 눈이 도르륵 굴러간다.
"네가 원하면 자주 맡게 해줄게."
향이 더 짙어졌다는 말에 선하는 그저 웃음을 지었다. 배부른 짐승처럼 목소리가 낮게 목을 기었다. 선심써주는 투인지 납작 업드려 알랑거리는 투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선하가 시아의 말을 기분좋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이었다. 고개 숙이자 그늘진 얼굴 사이로 푸른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시아의 숨결에 움찔 눈을 떤것빼고는 눈은 미동이 없었다.
"포옹이라도 할래? 싫지 않다며."
쓸어내린 팔이 거미다리처럼 가볍고 느리게 시아의 팔을 올라탔다.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시아의 손에 잡혀 멈추어선다. 저항의 뜻은 없어보였다. 선하는 순순히 손을 멈추어섰다. 손 끝을 슬 움직여 시아의 손가락을 문지르는 행동은 불경했으나, 전체적으로 시아의 말을 잘 듣고 있다는 감상이었다.
"단 둘이? 왜, 나랑 비밀이라도 나누게?"
기어코 선하가 시아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천진한 질문 내용과 다르게 히죽거리는 미소가 영 불순하다. 애교라도 부리겠다는 심산인지 얼굴을 부비기까지 했다. 시아의 어깨와 선하의 이마 사이에 낀 머리카락이 고장난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 아마 고개를 들어올리면 정리를 좀 해야할 것이다.
"네가 원한다면 어디든 좋아. 기꺼이 따라갈게."
//너무 늦어서 일단 올려봅니다 과한 스킨십...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 선배가 절 자주 만나준다면 그때마다, 눈을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속삭여줄 수 있어요. "
너무나도 은밀해진 대화였지만, 그런것 따위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태연하게 눈을 마주한 체로 속삭인다. 잔잔한 파도 같은, 그러면서도 마치 가느다란 손을 잡으라는 듯 살랑이는 듯한 목소리로 속삭인 시아는 마주한 눈을 곱게 접어 웃어보인다. 그러면서도 곱게 접힌 눈매 속에선 초콜릿색 눈동자가 푸른 빛이 감도는 선하의 눈을 여전히 마주하고 있었다. 마치, 그 푸른 눈동자를 자신에게만 잡아두려는 것처럼 천천히 장미덩쿨을 뻗어 옭아매는 듯 했다.
" 흐응... 나쁘지 않은 제안이네요, 선배.. 제 향은 어때요? "
분명 땀냄새라도 날까 부끄러워 하던 시아였지만, 오묘해져가는 분위기에 어울려주려는 것인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가는 선하의 말에, 천천히 혀 끝으로 말라가는 자신의 입술을 보란듯 훑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준다. 역으로 자신을 즐기는 것은 어떻냐는 듯한 대담한 말이었다. 그러다 자신의 숨결에 움찔 눈을 떠는 것을 알아차린 시아는 장난스런 미소를 짓더니 후 하고 한번 더 선하의 목 쪽으로 바람을 불어준다.
" 포옹이요? ... 해주시려구요? 저 확실히 안기는 건 좋아해요."
시아는 자신의 팔에 올라탄 선하의 손을 잡은 체, 선하의 손가락이 자신의 손가락을 문지르는 부드러운 느낌에 웃음을 흘리며 대꾸를 하곤 얼마든지 안아보라는 듯 몸을 살짝 틀어, 선하가 안기 좋은 자세로 바꾸어준다. 잡고 있던 손에도 장난스레 힘을 빼는 것은 덤이었다.
" 어쩌면 선배랑 비밀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요.. 누구든, 어떤 사이든 비밀 정도는 가지고 있는 법이잖아요? "
시아는 얼굴을 파묻으며 히죽거리는 선하에게 여전히 음이 단조로운 목소리로 상냥하게 대답을 들려준다. ' 그러다 땀냄새라던가, 땀이 묻어나겠어요. ' 꺄르르, 작게 웃음을 흘리며 시아가 상녕하게 손을 뻗어 자신의 어깨에 부비적대는 선하의 뒷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 손길은 상냥하기 그지 없어 간질거리는 느낌마저 주었을 것이다.
" 왠지 멀리 가자고 하면 선배가 꽤나 답답해 할 것 같으니까, 저긴 어때요? 체육도구 창고.. 이 시간이면 저희 말곤 아무도 안 올거에요. 체육관 열쇠도 제가 가지고 있고. "
다시 한번 자신의 입술을 천천히 훑어낸 시아가 뒷머리를 매만져주던 손길을 멈추곤 살짝 선하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게 만들고는 눈을 마주한 체 고혹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뒷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안정감일까, 얼마전 만월때도 이런 감정은 느끼지 못했는데. 나도 모르게 긴 함숨이 터져나온다. 마치 몸의 긴장이 탁 풀릴때 나오는 한숨 같은. 각인이 안정감의 보장이라 ... 그녀가 하는 말은 전부 맞는 말이었다. 각인을 하게 되면 더이상 늑대의 감정과 양의 외로움을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지지. 그렇기에 그녀가 하는 말은 꽤나, 아니 굉장한 유혹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만약 우리가 그런 관계가 된다면, 나는 얼마든지 너가 원하는대로 해줄 용의가 있어. "
머릿결을 따라서 손가락이 빗질을 하고 있다. 모든 감각이 머리로 집중되고 몸에 조금 힘이 빠지는 느낌이 나서 그녀의 등어리를 조금 더 꾸욱 안는다. 페로몬의 향이 더욱 짙게 느껴지고 나는 그것을 만끽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싶지 않다, 라는 소유욕이 더욱 커지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한채. 만월이었으면 아마 견디지 못했겠지.
" 시간은 별로 없을꺼야. 나는 ... 많이 지쳐있거든. 더이상 붙잡을 곳이 내겐 없어. "
처음으로 남에게 뱉는 내 속마음. 하지만 얼마든지 기다릴 용의는 있었다. 다만 기다리는만큼 내가 점점 지쳐갈 것이라는게 문제였지. 밤바람에 차갑게 되어버린 그녀의 손이 목 언저리에 닿는 것이 느껴진다. 갑작스러운 차가움에 몸이 움찔했지만, 이내 드러난 어깨에 그런 것들은 순식간에 날아가버리고 하나의 본능만 남게 된다.
" 얼마든지. "
그녀의 대답을 돌려주며 어깨를 가볍게 문다. 조금 강해지려는 힘을 어떻게든 조절하고자, 최대한 잇자국만 내고자 노력했지만 쉽사리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깨뿐만 아니라 그녀의 팔뚝 윗부분까지 나는 나의 자국을 내고 있었다.
만약 그녀에게도 50가지의 그림자가 존재한다면, 가능성이 있을까? 라고 물어도... 속박쪽에는 취미도, 취향도 없는데다 경멸하는 부분이었으니 기껏해야 수시로 오락가락하는 감정선의 변화가 전부일테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론 어떤 것이든 전부 그녀의 본심, 혹은 그와 유사한 무의식일 것이다. 설령 이런 표정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그녀가 사실 속으론 어떤 생각도 없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그녀가 이 행동을 하기 싫다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진심을 내비치고 싶은 대상에겐 자신의 무미건조한 면을 드러냈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에게 몇번인가 단편적으로 보여주었을 것이다.
...물론 그녀는 그에게 그런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되도록이면 피했던 모양이지만 말이다.
"음~ 그럼 번갈아 먹는 걸로 하죠~ 아니면 한단계씩 올리거나 낮춰가면서... 이것도 패턴이 질리거나 할수 있으니, 그냥 그때 먹고 싶은 걸로 만드는게 낫겠네요~"
그래도 싫어하진 않는다며 도리질을 해보이는 그였기에 그녀는 조금 더 화사하게 웃어주었다.
"음~ 글쎄요~ 선배님께서 그러시다면 그런 거지만... 쉽게 와닿진 않는 수치인데요?"
6배라니, 그것을 강조하듯 제 손가락까지 꼽아 말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거랍니다~ 세상 그 어떤 감정이든, 강제성이 담기면 그 의미를 잃고... 요리에 마음을 담지 않는다면 자신이 먹는다 해도 볼품없는 요리가 될 뿐이랍니다.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그 사람에게 맞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만들다보면, 정말 마법같이 맛있어지는 경우도 있다구요~ '요리를 함에 있어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은 대충 그런 것이죠~
...음~ 그런 의미에서도 선배님이 야채를 좀 잘 드시면 좋겠는데..."
그녀는 곧이곧대로 좋은 말만 늘어놓는 성격은 아니었다. 감동할만한 말 뒤에는 항상 어깃장을 놓곤 하는 버릇이 있었으니까, 대개는 자신의 본심을 차단시키기 위해서였지만, 이 경우에는 단순히 농담이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앗..."
역시 놀려먹는다는걸 그가 눈치챘는지 살짝 앓는 소리와 함께 짐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손과 숟가락을 잡아오자 그녀는 눈에 띌 정도로 뺨이 붉어진 채 잡힌 손을 바라보았다. 물론, 지금의 성격(보통의 여학생)이었기에 가능했던 반응이지만 말이다.
"...... 아..."
이것은 먹여주는 것인지, 먹는걸 도와주는 것인지, 나름 우스꽝스러워보일수도 있는 행동이었지만 지금의 그녀는 홍당무가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아마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면 그녀 나름대로의 망상회로가 타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222 사실 미자인 학생끼리 서로 저희 각인했어요~^^호호 하면서 학교에서 하루종일 붙어있고 하는 게.. 평범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아마 몇년 뒤 졸업 후~ 이런 식으로 묘사되어야 하지 않을까요ㅠ▽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엔딩쯤에도 아이들끼리 각인하는 걸 보기 어렵겠....네......요 (그생각을..미처..못했읍니다..)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