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출근하자마자 점장님과 마주치게 된 저는 정말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지금 이렇게 점장님과 다과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진화 선배님께서 상담 얘기를 꺼내신 적이 았었는데 이마 그 이유이지 않을까 하고 짐작해보며, 저는 아아메가 담긴 잔을 빨대로 가볍게 휘젓고는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어라🎵 당연히 가능하답니다~? 점장님이시니 마땅히 해드려야지요🎵 "
변장을 하지 않고 해드리는 상담이라니 솔직히 굉장히 쫄리긴 하지만 지금은 다림양도 진화 선배님도 정훈군도 하루양도 계시지 아니하시니 괜찮을 거랍니다!
조금 망설이는 듯 하던 다림이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자 하루는 자그맣게 소리를 내며 박수를 치고는 경청을 하려는 듯 눈을 반짝인다. 딱히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았다. 그저 다림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에미리에게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듣기 보단 소중한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것일지도.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듣기 위해 좋은 건 역시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니까.
이어지는 이야기 역시 꽤나 정석적인 이야기였다. 우연한 만남, 잦아지는 접점. 그렇게 마주해서 사귀게 된 이야기. 하지만 그게 정석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하루는 상관 없었다. 어찌됐든 이 자리의 세사람은 극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는 아니었으니까.
" 이야기 잘 들었어요, 다림! 풋풋한 연애담이었네요.물론 그 시절의 다림은 어떤 감정들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나저나 에미리가 좋은 질문을 해줬네요. 저는 무슨 질문이 좋을까... "
하루는 먼저 질문을 건내는 에미리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곰곰히 생각을 하듯 자신의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 건드리며 고개를 양쪽으로 갸웃거렸다. 그리곤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방긋 미소를 지어보인다. 왠지 아주 조금만 더 다림의 안으로 파고들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 다림은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 분과 사귀실건가요? 왠지 에미리한테도 물어보고 싶지만 참는게 좋으려나.. 후후. 그나저나 연애를 다시 하고 싶다던 에미리.. 혹시 맘에 둔 사람이라도 있는거에요? "
"네... 그게 사랑이다.. 라고 제대로 자각하고 사귄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맞겠지? 뭐 더 내려가면 사귄다. 라는 게 애매한 게 있겠지만.
"확실히 정석적이었지요?" 하긴. 정석적인 게 아직도 잘 팔리는 건 그것이 정석이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다림이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은.. 당시에는 분명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은 달랐을지도 모르니까요. 애초에... 상대방의 첫사랑.. 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았을지도 모릅니다.
"에미리 양이 연애를 다시 시작하고 싶으실 만큼인가요?" 그래도 조심하셔요. 연애라는 게.. 복잡하니까요? 사실 엄청 싫어했던 게 반발작용 같은 거였어서 싫어하는데 좋아한다로 사귀는 그런 거 에미리 양이 하면 걱정할 수 밖에 없는걸요? 물론 위의 말이 농담이라고 덧붙이니 다행입니다.
"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조금 각색은 해야겠지만(덜어낼 걸 덜어내고 비유를 할 뿐이지 진짜로 있던 겁니다!)... 입을 엽니다.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라고 왜 말을 못해... 일까요?" 물론 나이가 나이인 만큼 저렇게 과격하지는 않았고요. 대충 분위기랑 상황이 비슷했다는 거죠. 대충 헌팅 그런 쪽이었던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해주는군요. 뭐.. 어떻게 보면 집착이나 얀데레 계열로 빠지기 일보직전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 뒤가 진짜인데 그건 차마 말을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요 누가 애기야 가자라는 걸 말하겠습니까! 다른 호칭이었어도 말은 못했겠지만.
"그...글쎄요.. 저는 아무래도 돌아간다면 사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지도요?" 하루 양의 질문에는 망설임이 좀 길었지만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답합니다. 안에 파고들었다라기보다는.. 오히려 조금은 단단하게 만든 걸지도요? 물론 겉으로 보기엔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