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긴요,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할 건 저인걸요? 선뜻 말해주기 어려운 부분일지도 모르는데. "
에미리의 감사에 하루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한다. 좋은 이야기던, 나쁜 이야기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하루는 잘 알고 있기에, 에미리의 감사에 고개를 살살 저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뭐, 이후에는 다림에게 물어보는 차례가 오겠지만 그래도 신경을 써줄 부분은 신경 써주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 맞아요, 다림. 꼭 무언가 독특한게 있어야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
하루는 에미리의 말에 동의하듯 다림을 바라보며 말했고, 작게 웃음을 흘리기까지 했다. 다림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 그런 듯 했다.
" 가벼운 이야기여도 좋으니까 두런두런 이야기 해보도록 해요, 우리. "
말을 고르는 다림에게 너무 부담을 갖을 것은 없다는 듯, 에미리와 함께 다림을 바라보며 상냥하게 시선을 보내는 하루였다.
에미리 양의 염려할 것이 없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하루 양의 고맙긴요. 라는 말에는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머리카락이 흔들리네요.
하루 양과 에미리 양의 말에 조금 눈을 피하지만.. 말을 안하지는 않아요. 다림에게는 그것은... 생소한 느낌이니까요? 미안하다 에미리.. 풋풋하고 청량한 이야기보다는 어딘가 좀 구질구질하고 노란장판 갬성일거야..(아무말) 귀기울여 들을 가치는 없다는 말을 하면서 끝까지 변명을 미리 해둡니다. 그런다고 해도 듣는다면..
"어음... 첫사랑이라면.." 역시 제대로 자각도 못하고 연애도 못했던 건 넘겨야겠지요. 조금 분류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첫사랑과 연애를 한다. 이런 건 좀 봐줄 만도 하지 않을까요? 따지고 보면 다림은 오락가락 하는 만큼 뒤엉켜 있기도 하고.
"중학생 때 즈음이었을까요.." 이야기가 나오는 거는 조금 정석적인 느낌이었습니다. 하루 양이나 에미리 양이 느끼기로는 정말 가볍고 그런 이야기? 우연히 마주하게 되고, 몇 가지 일이 생긴 뒤에, 남자애가 적극적으로 치대어서 사귀게 된 그런 이야기 말이지요. 순정만화로 나와도 아무런 개성이 없는 무색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다림의 연애는 그렇게 된 이후와 다림의 감정적인 면을 봐야 하는 것이지만요. 아마도.. 눈썰미가 좋다면 다림이 말하는 연애에서 묘하게 불길한 것을 암시하는 복선적 말이나 다림의 감정적인 면이 잘린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으려나?
"그런 일이 있었기도 하고요.. 좀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헤어지게 되었지만요?"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식어서 헤어진 것 같은 말로 마무리지으려 합니다. 차를 홀짝홀짝 마시는군요. 목이 타서 그런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정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약함은 유인한다. 강한 것은 뿌리칠 수 있지만 약한 것은 그럴 수 없다. 강한 것에는 저항하고 대들 수 있지만 약한 것에는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무기를 가지고 위협하는 자와 싸우는 것은 필요하고 가능한 일이지만 무장하지 않은 이를 공격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강한 자는 무기를 가지고 위협해야 할 정도로 약하고, 약한 자는 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하다. 약함 자체가 무기이니까 따로 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
" 카사의 일로 싸울 때, 유일하게 내 갑옷을 뚫고 상처를 남긴 것도, 그 말도 안되는 괴물검을 쥐고 휘두르면서 버티는 것도, 나를 대신해서 구변무와 워리어의 포지션으로 임해서 싸운 것도. 전부 인상깊었으니까. 그러니까 너다 "
" 청월로 와라 한지훈. 난 더 높은 곳을 보고 있어. 그러니까 내 전용 랜스가 필요해. " " 내가 널 전력으로 발판삼아 도약해주마, 그러니 너도 날 발판 삼아라. "
>>110
" 제노시아의 그릇이 작다고 깎아내리는 말은 하지 않아 " " 그런 나쁜말은 안하기로 했어. " " 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고 좌절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는 걸 넌 알고 있어. " " 너보다 높이 있는 녀석들에게 언젠간 한방 먹여줄 각오로 스스로를 갈고 닦고 인내하지 " " 그러니 저점인 지금 영입하는게 현명한거 아니겠어? "
상당히 특이한 질문이다, 라고 미나즈키는 생각했다. '가디언은 인류의 창이자 방패입니다' 나 '여러분들이 바로 미래의 영웅입니다' 같은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런 질문은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바란다는 건 자신에게 없다는 뜻 아닌가. 인류를 바라고 있냐는 질문은 인간이 아닌 것한테나 할만한 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애초에 인간이란 뭐란 말인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 인간처럼 생긴 것? 부모가 인간인 것? 인간은 정말로 그저 핏덩이일 뿐인가? 그런 걸 지키는 행위에 의미는 있는가? 죽 이어지던 사고의 흐름이 뇌 속을 (실제로는 얼마 지나지 않았겠지만 자신이 체감하기로는) 한참동안 빙빙 돌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직까지 인류를 바라고 있습니까? 이제는 정말 대답해야 할 때였다. 미나즈키는 손바닥으로 눈가를 꾹 누른 채로 겨우 입을 열었다. 책 때문인지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내뱉는 것 자체가 힘겨웠다.
"저는 다른 사람을 지키고 싶어서, 저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더 생기지 않게 막고 싶어서 가디언이 되기로 결심한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인류가, 사람들이 더는 무언가를 잃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5년 전 사건의 진실 같은 건 없다고 해도. 인류에게 지킬 가치 같은 건 눈곱만큼도 없다고 해도. 이런 책을 제 눈 앞에 몇 권이고 들이민다고 해도. 이 마음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 믿지만.... 이런 건 이수진이 원하는 답이 아닐지도 몰랐다. 어쩌면 다른 의도로 한 질문이었는데 자신이 잘못 알아듣고 횡설수설하고 있는 중일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어쩌지? 이미 다 말해버린 지금에서야 걱정이 밀려오자 미나즈키는 정말로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쉴 겸 다른 일은 어떨까. 그는 문득 예전에 진화와 대화하면서 얻은 이야기를 떠올린다. owo쨩이 이야기했다는 청월의 비밀 도서관인가 뭔가...(사실 이쯤이면 캡틴이 아무고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데이터를 날려버렸겠지만) 찾아보는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고. 청년은 의념의 힘을 끌어올려 영성을 강화한다. 넓고 복잡한 도서관을 살펴보며 무언가 숨겨져 있는 입구나 장치같은 것이 있다면 어디에 있을지, 살펴보려 한다.
악에 받쳐 이를 악물고 한마디 내질렀다. 눈앞에 빨간 핏물이 점점이 튀었다. 그에게 실로 감사했다. 덕분에 제대로 달궈졌으니 말이다.
강해지고 싶다는 스스로의 생각은 틀려먹었다. 강해져야만 하는 게 맞다. 눈앞의 적을 베고 내가 살아남아야 누군가를 지키고 이끌 수 있다. 죽은 다음에 하는 후회는 소용이 없다. 강해지고 싶다는 말랑한 생각은 반드시 강해져야만 한다는 확고한 다짐으로 굳어진다.
저 사람은 단지 연합의 백작이나 리더 나이트라는 윗사람이 아니다. 언젠가, 아니 머잖아 내가 뛰어넘을 거대한 나무이자 산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닿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베어내야 할 상대란 말이다. 벨 수 없다면 두드리고 두드려서 깨부숴줄 테다.
의념으로 건강을 강화해 타격을 입은 내장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유지시키려 해봅니다. 영성을 강화해 고통과 두려움을 잊고 저 기사를 베어내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봅니다. 이미 두려움은 없었지만서도.
벽에 기대었던 몸을 세워, 창 자루를 두 손으로 넓게 쥐고 자세를 바로 합니다. 의념기(벼림) + 과부하. 달구어진 창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더, 더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냅니다. 뜨겁게 달았음에도 이번만은 견딜 수 있도록, 저 나무를, 산을 베어내기 전까지는 부러질 수 없도록 의념을 담아봅니다.
"으아아아...!!"
의념으로 신속을 강화해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왼 발을 그의 앞에 딛고, 남은 의념 모두를 담아 신체를 강화해 우하단을 향하고 있던 창날을 있는 힘껏 사선으로 끌어올립니다. 날붙이로 그저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힘이 실린 창날을 타깃에 쑤셔박듯이, 끝까지 힘을 주어 꽂아넣을 요량으로, 그의 목을 겨냥해 온 힘을 다해서 밀어치려 합니다.
춘심은 자신과 무기 모두를 한계까지 몰아붙입니다. 이번에는 창끝이 비스듬하지만, 하늘을 향합니다. 저 거대한 나무 너머의 높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127 단순히 허난만을 검색한다면 너무 많은 검색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하루가 관심이 있는 것은 허난에서 뿌리를 두었다는 송로문이겠죠. 그러나 송로문을 직접적으로 검색하여도, 지금 당장은 나오는 것이 없을 겁니다. 이번만 드리는 직접적 조언입니다. 다른 행동을 하도록 해보죠.
>>129 ▶ 황혼의 날에 하늘을 보는 자 ▶ UGN 발급 의뢰 ▷ 게이트 붕괴 현상의 발생으로 도르노드 지방에 보스 급 몬스터 '하비얀'이 발생하였습니다. 특이 의념 파장으로 인해 학생 급의 참여를 중용합니다. ▶ 제한 인원 : 1인 한정, 레벨 20 이상. ▶ 보상 : (개인 당)95,500GP, (개인 당)몽골 지역 기여도 150
>>130 ▶ 그 마차에 탄 마부는 어느 곳으로 향하는가 ▶ 일반 의뢰 ▷ 게이트 '하멜 산맥'에서 발생한 몬스터들을 토벌하십시오. ▶ 제한 인원 : 3인. ▶ 보상 : (개인 당)10,000GP, (1인 한정)돌리와 도트가 끄는 마차?
뭔가 심상치 않은 게 있으리라 예상은 했습니다만 무려 열망자와 관련되 있는 문제라니요. 그것도 일반인은 풀을 수 없는 강력한 저주라니...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도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요? 문득 저는 청망님을 상대할 때 보았던 그 검은 나비를 떠올리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나비가 검어지는 것의 시작 역시 아버지의 죽음이었습니다. 가능성의 미래를 피하고자 어떻게든 발버둥치고 싶었는데 이런 암담한 이야기를 듣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저어...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린답니다, 야마모토 씨.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게 있는데 말이어요, 지금으로썬 정말로 아버지의 저주를 풀 방법이 없는 것인지요? 열망자의 저주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풀리지 아니하는 저주인건가요? "
한숨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고 저는 재차 야마모토 씨께 질문을 올리려 하였습니다. 최대한, 평정심을 찾으려 하며 말하였답니다.
"죄송하여요. 솔직히 말해 정말로 걱정이 되었던 지라......💦 그래도 어떻게든 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여 여쭈어보고자 하였답니다. "
[ 워리어 구함! ] 의뢰 이름 : [ 그 마차에 탄 마부는 어느 곳으로 향하는가 ] 게이트 : 하멜 산맥 의뢰 내용 : 몬스터 토벌 워리어 : 지금 이 글을 보고있는 당신! 랜스 : 정훈이 서포터 : 은후 의뢰 보상 : (개인 당)10,000GP, (1인 한정)돌리와 도트가 끄는 마차? 파티 공통보상 배분 방식 : 기본적으론 다이스 듀얼-!
>>132 이수진은, 하쿠야의 말을 가만히 듣습니다. 그 손에 요동치던 흩어버리는 의념이 사라지고 나자, 그녀는 손 끝을 세워 하쿠야에게 손짓합니다. 그 움직임을 따라, 하쿠야가 눈을 천천히 옮깁니다. 곧 핑 도는 느낌과 함께 하쿠야는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 보건실로 옮기도록 하세요. 당분간 외부 행동을 자제하도록 하시고요. 이건 권고 따위가 아닙니다. 세계 가디언 협회 준장 이수진으로써 가디언 협회 소속의 하사 미나즈키 하쿠야에게 내리는 명령입니다. "
곧 이수진은 손을 턴 채. 생각에 잠깁니다.
" 또, 당분간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자제하도록 하세요. 그들은 자신의 포교서를 읽은 이들에게 찾아간다는 특이한 성격이 있으니 말이죠. "
그 외에 이수진은 조금도 하쿠야의 의문을 채워주려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누나를 찾기 위해서인데. 라는 생각이 끝에 닿기 전에.
" 개인의 사욕을 위해 아카데미를 이용하려 하지 마세요. 지금 당신이 했던, 당신과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 그 일을 해내기 위해선 지금 당신이 굳건해져야 합니다. "
이수진은 한숨과 함께 자리에 앉아 하쿠야를 바라봅니다.
" 온갖 마음과 혼란스러움이 떠올라 스스로를 흑백으로 채우는 순간이 있습니다. 인간의 미지란 그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 하나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 순간도 있는 법입니다. 당신이 주목하고 있는 것에, 누구도 관심이 없다 생각하진 마세요.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
지금 그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상정해야 할지 모를 만큼이니까. 하고 말합니다. 스토리 '죽음과 산 자들, 잃어버린 것들의 장송곡'은 플레이어의 레벨이 35 이상인 경우 개방되는 스토리입니다. 현재의 캐릭터의 발전도로는 스토리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그를 통한 세계 전역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성장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139 하늘에는 붉은 하늘 속에, 붉은 빛을 내는 별들이 비처럼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 먼 곳에는 진득한 악의가 나를 향하고 있었고, 주위는 침묵 속에 으스스한 바람 부는 소리만으로 가득했습니다. 나의 감정이란 것에 자신감을 가지기도 했었지만 그 것은 흐트러진 모래성 위에 세워진 깃발처럼 아슬아슬한 것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두려움 속에 스스로를 세우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시현은 정적 속에서 나를, 스스로를 불러내고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한참이나 소리 높여 부르더라도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언제나의 검은 여백일 뿐입니다. 당연합니다. 나는 내가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까요. 어디까지나 시현이라 부르는 것은 남에게 부여받은 것을 나의 정체성으로 가다듬은 이름과, 나의 성격과 천성이라 부르는 것을 남에게 증명받은 것들이었습니다. 어둠과, 정적과, 두려움과 죽음이 다가오는 밤에 단지 시현이 할 수 있는 것은 온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방향을 잡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어두워지고 짓누르는 것이 강해질수록 오지 않는 나를 부르며 일어서려 하고 있었습니다.
- ......
그리고 그 침묵에서야 보이게 되는 것. 들리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숨이라기보단 들어오고, 내뱉는 것으로 스스로를 구성하고 있는 무언가의 기운. 흐트러지는 나 속에서 시현은 그 끝을 쥐고 겨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여전히 숨은 제대로 쉬어지지 않습니다. 마치 이 곳에 떨어진 채 이제 영원한 마지막을 기다려야만 할 것 같은 순간입니다.
- ......
그래서 시현은 주위를 둘러봅니다. 이 어둠 속에 누군가가 있지도 않을 것인데, 간절히 눈을 돌려 주위를 바라봅니다.
- 그리 간절히 자신을 부를 필요가 있는지. 그 의심 속에 너를 찾고자 하는 것이 우습도다.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그 목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세우기라도 한 것처럼, 혼란스럽던 시현의 머릿속이 맑게 개여 오고,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찬찬히 가라앉아 이제 다시금 시현은 스스로의 의념을, 길을 세운 채 다가오는 힘으로부터 몸을 지켜냅니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곳에는 '나'라 부르는 것만이 존재하고 있진 않습니다. '나'와 대척되는 '나'와는 다른 '너'가 이 곳에 있었습니다. 시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보지만 그 것은,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하는 것은 기꺼운 것입니다. 당연히 있는 것을 믿는 것처럼 말입니다.
- 어느 인간이 그러더군.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길을 가거라. 바보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간에.
시현은 인지합니다.
- 너를 부르고자 하지 말고, 너를 하여금 존재함을 믿으라. 저항이란, 나로부터 다른 것을 피하고자 함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상대의 '존재'로부터 존재하지 않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존재함을 인지하고 그 거리에서 나를 정립하는 것이다.
그것은 중후한 40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방종맞지도 않았고 매우 지적이었으며, 강맹한 기운을 평이한 음 속에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위엄이라 할 법한 카리스마가 담겨 있었고 울림에서는, 그 말을 증명하듯 강한 믿음을 심어냅니다.
- 그러니 즐겁구나. 가장 미물이라 여기던 네가 날 불렀으니. 기나긴 여흥 속에 잠시의 시간 정도는 너를 위해 찰나를 쓰도록 하마.
시현은, 막히는 목으로 물어봅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 나는. - 나를 원하는 무슨 이름이 필요하던가. 변화와 개변의 저항자, 죽음을 꿈꾸게 하는 예언자, 아니면. 그대들이 붙인 나의 이름이 필요하다면.
내 그 이름을 말하도록 하지.
- 크루아. 벨 하시타. 모드론소 드 아이란.
그는 말을 꺼냅니다.
- 인간의 이름으론 날 그리 말하곤 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위로는.
나태의 대공. 그런 이름으로 부른다 말합니다.
- 그러나. 통성명을 할 시간이 길지는 않겠다.
그가 흘리는 강한 기운으로부터 시현은 눈을 돌립니다. 거대한 망념의 줄기가, 이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눈앞이 흐렸다. 인식할 수 있는 건 고막을 파고드는 소리와 뿌연 배경과 달리 선명하게 보이는 이수진의 눈 뿐이었다. 하쿠메이를 찾고 싶은 건 맞았으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묵인할 정도로 비정해질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진정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면 그만큼 강해지는 게 맞겠지. 미나즈키는 들려온 말을 이해하고 맞는 얘기라고 납득하긴 했으나 거기다 대고 길게 대꾸할 할 힘이 없었다. 공기가 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생소한 감각만이 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곤 네, 하는 짧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것 뿐이었다.
이 도서관의 문을 살펴보자면 어느 장인의 목적성이 가장 크게 들어나는 문입니다. 문 아래에는 약간의 마도를 응용하여 그 끝에서 소리를 잡아 묵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마도의 흔적들이 어지럽게 꼬여 있는데 그 중에는 문에 여러 문양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흔히 우리들이 말하는 음양의 태극과, 사방으로 상징되는 오행진. 그 외에도 문에는 거대한 현무의 모양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힌트 1. 마도에는 '기관'이라 부르는 요소 역시 존재하고 있다. 기관이라 함은 마도의 특정한 상징이나 물건을 통하여 특별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효과를 말함이다. 힌트 2. 이 곳이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야 한다. 힌트 3. 태극은 상징적으로 음과 양, 둘이 만나 이루는 조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완전히 섞인 '공'과 반대되는 어중간한 대립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태극은 '위'를 상징하는 양과 '아래'를 상징하는 음을 가지고 있다. 힌트 4. 사방진은 위, 아래, 왼쪽, 오른쪽. 그리고 중앙을 상징한다. 힌트 5. 현무는 지식과 지혜, 올바름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럼 여기서 질문하겠습니다. 이 문이 상징하고자 하는 상징성과, 문에 남은 문양으로 하여금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해답에 성공하는 것으로 간파(F)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174 최선. 내 최선.
춘심은 겨우 부딪힌 벽을 밀어내고 일어납니다. 창을 쥔 손은 후들거리고, 망념에 흠뻑 젖어 몸은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무시하고 지금 느끼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나를 짓누르고, 짓누르고, 짓누르는. 나를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무지함. 얼마만에 느끼는지 모를 그 알 듯 모르는 감정에 춘심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납니다. 입에 덩어리진 피를 뱉어내고 흐트러져 고통스런 턱뼈를 맞춥니다. 창을 쥐고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던 중화제를 집어 삼킵니다.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 박동에 느끼던 고통마저 사라졌을 때. 춘심은 가닥을 잡습니다. 아하. 아하.... 아하!!!!!!!!!!!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다른 감정이 아닙니다. 내가 보았다 느낀 산을, 가볍게 넘을 수 있다 생각했던 오만함에 대한 감정이기도 합니다. 이 낯선 감정들을 천천히 끌어모아 춘심은 자신의 감정을 기억해냅니다.
이것은 슬픔입니다! 그것은 전에 느끼던 감정과는 다릅니다. 그 전에까지 느꼈던 감정들은 후회와 절망, 비통함으로 이루어진 것을 끌어모아 슬픔이라 불렀다면 이것은 순수히, 떠나지 않는 오만함에 붙일 이름입니다. 슬픔. 슬픔!! 나를, 타인과 다르게 만드는 이 강렬한 감정이여!
춘심은 창을 들어올립니다. 닿고 싶습니다. 저 거대한 나무에, 그 끝을 모를 거대한 산맥 위에, 그 너머.. 저 구름과 푸른 하늘 위에는 무엇이 있을지. 그 감정을 느끼고 싶습니다. 슬픔이 감성적인 것이라, 우울한 것이라 한..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이 감정은 고뇌.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것을! 내 심장을 이렇게 뛰게 하는 것을!
춘심은 제 품에 쥐여주던 인형을 쥡니다. 그 것에는 수많은 우리들의 인연이 붙어 있습니다. 틱틱거리는 에릭과, 아름다운 하루.. 그런,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인연 속에 나를 녹아내리는, 녹아내리게 하여, 내가 모르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런.
당신.
- 사랑해.
그 인연이 춘심을 무겁게 젹신 망념을 씻어냅니다. 천천히 춘심은 창을 기울입니다. 닿아? 닿지 않아? 상관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적어도 이 감정에 솔직해지면 됩니다.
닿는다. 닿지 않는다. 그런 것을 넘어서.
한 걸음을 딛고. 하늘 높이 뛰어올라, 용이 몸을 뒤집듯 반 바퀴 돌아. 창을 끌어안아 땅을 향해 내리며. 분노를 토해내십시오.
용내림
동아리실 내부에 울리는, 거대한 충격파 속. 춘심은 일어날 힘도 없이 몸을 바르르 떱니다. 온 몸을 짓누르는 고통과 아픔. 그것들과 함께. 나를 짓누르는 슬픔에. 또 닿지 못함을 알았기에. 제 최선이 닿지 못하는 것에 눈물을 흘립니다.
" .. "
부장은 말 대신 다가와 춘심의 손을 쥡니다. 그 손으로부터, 수많은 감정과, 대답이 느껴지지만. 그런 것들은 감정의 망에 걸려 흩어지고 맙니다. 지금의 춘심은 오로지 슬픔만을 느끼고 있습니다.
" .. 그 고통의 일부나마. 나누도록 하겠다. "
춘심의 망념의 일부가 리엔에게로 향합니다. 79에 해당하는 망념이 부장을 향하고, 그는 춘심의 망념을 받아낸 채. 천천히 자세를 일으킵니다.
" 그대의 진심. 잘 보았다. "
그는 자신의 팔에 생긴, 아주 미미한 그을음을 춘심에게 보여줍니다. 이것은. 춘심이 이륙한 결과입니다.
- 태극은 '위'를 상징하는 양과 '아래'를 상징하는 음을 가지고 있는데, 위, 아래, 왼쪽, 오른쪽. 그리고 중앙을 상징하는 사방진 또한 문에 그려져있음 - 태극은 단순히 음과 양, 둘이 만나 이루는 조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것 뿐만이 아니라 어중간한 대립을 이야기하기도 함 - 현무는 지식과 지혜, 올바름을 상징
위와 아래를 상징하는 양/음이 있는데 또 사방과 중앙을 상징하는 사방진이 그려져있다라...
어중간한 대립... 위 아래... 동 / 중앙 / 서... 지식과 지혜, 올바름...
그러니까 올바르지 않은 어중간한 지식으로 싸우려고 들다가는 오만 곳에다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이말이죠(급기야 아무말을 하고 마는데)
- 문 아래: 약간의 마도를 응용하여 그 끝에서 소리를 잡아 묵히는 힘이 있음 - 그 외: 여러 마도의 흔적이 어지럽게 꼬여 있음─문양 여러 개 · 음양의 태극(상징적으로 음과 양, 둘이 만나 이루는 조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완전히 섞인 '공'과 반대되는 어중간한 대립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태극은 '위'를 상징하는 양과 '아래'를 상징하는 음을 가지고 있다.) · 사방으로 상징되는 오행진(사방진은 위, 아래, 왼쪽, 오른쪽. 그리고 중앙을 상징한다.) · 문 - 거대한 현무 음각(현무는 지식과 지혜, 올바름을 상징하기도 한다.)
소리를 묵히는 마도와 다른 마도의 흔적과 문의 상징성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음... 뭔가 잘못 읽은건가
위가 북쪽이라고 하면 검은 색의 현무. 아래가 남쪽이라고 하면 붉은 색의 주작. 추위와 더위가 대립을 이룬다? 음... 사방 오행진은 위, 아래, 왼쪽, 오른쪽, 중앙. 조화를 이루어 세상을 이루고. 음양의 어중간한 대립이라면, 그 오행의 조화를 나눈다? 완전히 섞인 공의 조화를 반대하고 세상의 다섯 요소를 분리해서 지혜로서 분석한다? 모르겠다...
이 도서관의 문을 살펴보자면 어느 장인의 목적성이 가장 크게 들어나는 문입니다. < 장인이 만든 이 문의 목적성.. 여러개가 있겠지만 생각나는건 '도서관의 문'? 문 아래에는 약간의 마도를 응용하여 그 끝에서 소리를 잡아 묵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 부분은 그런 문의 목적 중 하나를 나타내는 것 가아요 도서관이니까 문을 여닫을 때 아래에 끌리는 소리가 나지 않게끔 만들었다던가?
그리고 음양의 태극이나, 사방의 오행진, 음각된 현무의 문양은 이 문이 어떤 기관장치의 한 부속임을 나타내는게 아닐까요? 도서관이 청월의 북쪽에 있다면 도서관의 문이 북쪽을 맡고있고, 각각 청월 학교의 서쪽 남쪽 동쪽에 대응하는 사신수의 문양이 있다던가..
"안녕하세요... 지훈 씨.." 다림이 왜 바라만 보고 있냐면 어차피 제노시아산 자판기라고 말해봤자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눌렀다고 해서 멀쩡한 게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다림은 지훈을 빤히 보면서 눈을 몇 번 깜박입니다.
-7J246rCEIO2DhOyCsOy7pO2UvCDrs7XrtoDqsIDqsqkg7Y+0642U7Y+wIOygke2eiOqyjCDtiKzsvoUg7L2w7L2w7L6F6rGw66as6rKMIO2Yge2Yge2VnCDsoITqs7U= (인간 탄산커피 복부가격 폴더폰 접히게 투쾅 콰콰쾅거리게 혁혁한 전공) 그 와중에도 자판기는 매우 충실히 내부기관을 움직이며(아마 냉장기기의 소음이라고 생각되도록 용의주도할까) 탄산커피를 쏘아내어 날려보낼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는 점...
"그 자판기는 역시 제가 사먹을 만한 건 아니네요. 저는 아무래도 조금 더 복잡한 구동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 같고요. 물론 뽑는 걸 말리지는 않겠지만요. 모든 책임은 뽑은 분이 져야 하는 거지요? 예를 들자면 두 개가 나온 게 실수가 아니라 고의라는 것처럼요?" 그 구동음을 들은 다림은 슬쩍 돌려말하려 합니다. 그러니까 저 줄글들의 뜻은 대충 '자판기가 정상 아닌 것 같다'라나 뭐라나.
"그렇죠? 조금 당기지 않는다니까요. 식사가 좋을 거에요." 이 식당이 가성비 세트가 있다니까요.. 라고 말하려는 찰나...
-7JWE7ZSE656A7Iuc7JWIIOyymOy5mCArMTAwIOq4sO2ajCDrhpPsuagg7JWE7ZSE656A7Iuc7JWIIOyymOy5mCArOTkg64us7ISxIOyXheyggS4g7LWc7LSILiDslYTtlITrnoDsi5zslYguIOyVhO2UhOuegOyLnOyViC4g7JeG7Ja07KeQ (아프란시안 처치 +100 기회 놓침 아프란시안 처치 +99 달성 업적. 최초. 아프란시안. 아프란시안. 없어짐) 그리고... 자판기는 누르려던 것이 사라져서 분노 코어가 작동합니다! 어딘가의 포x의 감정 코어에서 영향을 받기라도 한 건가.(?) 그리고는 저 이상한 말들이 스피커에서 나오네요.. 본색을 드러냈군.. 살인 자판기..
-7YOE7IKw7Luk7ZS87YOE7IKw7Luk7ZS87YOE7IKw7Luk7ZS8ISEh (탄산커피탄산커피탄산커피!!!) 근데 묘하게 지훈보다는 다림을 목표로 삼은 것 같은데요? 자판기가 허수아비 형으로 치지직 쿠웅 쾅. 하고 변하더니 키이잉 거리는 시뻘건 안광과 함께 탄산커피를 손에 쥐고 투척합니다! 제대로 복부에 맞으면 진짜로 폴더폰마냥 접혀서 날아가겠는데요?
"지훈씨.. 저희 망한 게 아닐까요?" 저거 보세요. 저거 빔 쏠지도 몰라요? 라고 말하며 지훈의 뒤로 숨어서 머리만 빼꼼 내밀려 시도합니까?
"그..러게요?" 지훈의 말을 듣고는 저 허수아비를 보면.. 슬프게도 저 투척된 탄산커피캔은 모 아프란시안에게 명중해 폴더폰마냥 충격량을 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정작 저 자판기-허수아비는 그걸 몰라서 +99에서 멈춰버렸다면서 슬퍼하고 있는데요. 시뻘건 안광이 그들을 향하고..
"저를 제물로 쓰시게요? 저야 뭐.. 상관은 없지만요?" 라고 말하면서 순순히 목덜미 부근을 내줍니다. 이건 뭐.. 기대를 하지 않으니 실망도 하지 않는다 식인가? 그걸 알 수는 없지만 내미실려면 지금밖에 없는데요?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군요. 허수아비는 점차 에너지같은 걸 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볼을 잡아당기는 행위에서 기쁨을 느끼시는 걸까요? 저는 그것을 하셔도 상관없다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찹쌀떡이 쭉 늘어나면 곤란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서 말이지요." 대충 '잡아당기는 것이 기쁜 걸까요?' 같은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덜렁 들리자 잠깐 꺅 같은 단말마를 지르고는 열심히 도망치는 것에 들려버립니다..
"...으.. 조금 어지럽네요. 건강강화 안했으면.."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그것은... 위력이 약화되어 골을 흔드는 충격량으로 줄어든 지코가 터진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날아오는 걸 슬로우모션으로 보고 건강을 강화했어서 그정도였지요.
"그래도... 못 먹을 건 아니네요?" "원래 음료수는 누군가 먹으라고 내는 것이니까 당연한 걸까요?" 지코를 먹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다림이인가.. 그래도 일단은 멀쩡해 보이니 다행입니다. 좀 더 걸어서 떨어진 뒤에 저 공원은 잠깐 피해서 돌아가면 될 일입니다.
"재미있으시다니. 좋은 건 아닌 느낌이네요.." "짜증이 나셨나요...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라는 말을 할 것만 같은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봅니다. 지이이거리는 시선에 고개를 숙입니다. 음료수가 방울져 떨어집니다.
"네. 괜찮을..거에요." 고개를 들려다가 순간적으로 아찔하게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기에 잠깐 멈칫한 뒤 매우 천천히 들며 괜찮을 거라고 말하려 합니다. 정말 괜찮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요? 그리고 일반인들은 먹지 않을 것 같다는 말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합니다.
"네. 좀... 더 걸어요..." 중얼거리면서 조금 걸으려 할까? 약간은 불안정한 듯한 기분이 들어 조심스러운 걸음걸이였을지도. 좀 더 걸으면 어지럽고 눈 앞이 컴컴해지며...가 될지도 모르지만.
" ..뭐, 안 좋은 느낌이라면 미안해... " " 그러니까 그런 말은 다음부턴 하면 안 돼? "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숙인 다림을 보고는, 직접 허리를 숙여 눈을 마주치려고 시도했을까. 뭔가 이것도 자신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으니까. 혼내려고 한 건 아니었기에.
" 안 괜찮아 보이는데? "
잠시 멈칫하는 거라던가, 고개를 매우 천천히 드는 거라던가... 어딘가 불안한 걸음걸이까지. 안 아픈 척 해봤자 다 티나니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꽤나 깊게.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라고 말해줬던 것 같은데. ...이건 나도 잘 안 지키는 거라 뭐라고 할 자격은 안 되었지만... 아무튼.
" 업혀. 더 걷다가는, 쓰러질지도 모르니까. "
어지럽고 눈 앞이 캄캄해져 다시 쓰러지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별 수 없다고 생각했으려나? 또다시 머리부터 부딪히기라도 하면... 으음. "참고로 안 업힌다고 하면 그대로 안아들고 갈 거니까." 라고 말하며 선택권을 빼앗으려고도 했을까(?)
"..." 하지만 다음부턴 하면 안된다는 말에는 입을 꾹 다뭅니다.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고 부정으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니... 의중을 읽기는 어렵습니다. 허리를 숙여 눈을 마주하면 살짝 동공이 커진 상태의.. 약간 멍한 눈이 보였으려나요.
"안.." 안아드는 것은 조금 그렇지요? 그렇다고 업히는 것도 애매모호한데요.생각을 깊게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업히면 옷이 더러워져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면서 비틀거립니다. 띵한 머리라던가. 사실따지고보면 아프란시아 기숙사에 데려다 드린 뒤 제노시아 쪽으로 가는 게 가장 안전하니까(당연히 다림은 어느 정도는 구분할 수 있으므로) 그러려면 아픈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라고 생각합니다.
입을 꾹 다물자 고개를 갸웃하며 눈을 떼지 않았지. 이번에야말로 대답을 듣고 말겠다. 같은 느낌이려나? 살짝 동공이 커진 상태... 위험한 거 아닌가? 초점이 흐린데? 아까 맞은 충격 때문에 뇌진탕에 걸린게 아닌가 싶다. 자꾸 멍때리는 것도 뇌진탕의 증상중 하나이니. 슬슬 불안해지기도 하고.
" 들처메고 갈 수는 없잖아. "
그건 범죄처럼 보일테니까... 라는 것도 있고 애초에 환자에게 안 좋은 자세니까.
" 옷이 더러워진다고 환자를 걷게 시킬 수도 없지? "
"애초에 별로 신경쓰지도 않으니 빨리 업혀." 라며 억지로라도 업으려고 했을까. 물론 다림은 순순히 업혔을테니 별로 쓸모는 없었겠지만. 천천히 다림이를 업고선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지.
"대답은.."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합니다. 안 하겠다는 말을 하기에는 판단 상태가 제대로 된 게 아닐 것이니까요.
"노력은.. 해보고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인 만큼 잘 안 들릴지도 모릅니다.
"들쳐메.." 그래도 무리인가? 들쳐멘다면 아마도 피가 머리에 쏠려 더 어지럽고 눈 앞에 별이 반짝반짝거렸을 거라고 어쩐지 다림주가 역설적으로 증빙한다!라는기분인데요. 그렇죠. 머리에 피가 쏠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눈 앞이 시커매지고... 띵하고 멍하다 틱 하고 의식이 끊겨버릴지도.
"어디 가요...?" 지금까지의 흐름이면 기숙사로 가는 것 같았는데.라고 생각하다가 업히면 힘이 없습니다. 지훈이 완전 압도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나마 영성만 좀 높았는데 영성이 물리!에 쨍강이니까요? 아마 기숙사나 보건실까지는 의외로 얼마 안 걸렸을지도.
다음부터는 얄짤 없을 거라며 의식이 제대로 있는 것 같지도 않은 다림을 보고는 훈계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환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있는 걸까... 빨리 데려다줘야겠다.
" 들쳐메는건 안 되니까. "
그러다가 그 상태로 기절해버리면 정말로 납치범이 되어버려...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제쳐두고, 어디 가냐는 말에
" 보건실. 이 상태로 기숙사 가면 악화될지도 모르니까? "
조금 걱정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으려나. 힘이 없어 자신을 붙잡고 있진 않았지만, 다림이 워낙 가벼웠으니 딱히 상관은 없었겠지. 하여튼, 왜 하필 그게 머리에 맞아가지고... 는 머리가 아니었으면 장기 파열... 같으 엔딩이였으려나. 다림의 몸을 생각해보면 그쪽이 더 신빙성 있다. 톡 치면 부러질 것 같았으니.
하여튼 얼마 안 걸리는 새에 보건실에 도착했고, 지훈이가 다림이를 보건실에 눕혀주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었을지도...?
미나즈키는 약 2시간하고도 37분째 보건실 천장 타일의 무늬를 노려보고(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올려다봐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있었다. 두통이나 어지럼증은 이제 꽤 나아졌지만 애매하게 몽롱한 기분이 영 가시지를 않았다. 평소였다면 우동이라도 먹으러 나가거나 했을텐데 외출도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도 자제하라는 얘기를 들은 이상 그럴 수는 없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드디어 천장에서 눈을 떼고 자신의 빈약한 가디언넷 연락처 목록을 살펴보던 미나즈키는 다림이 접속중이라는 걸 발견하고 먼저 톡을 보내봤다.
[뭐 하고 있어] [나 심심해]
평소였다면 절대 보내지 않을 내용이었지만 지금 상태에 그런 걸 알아챌 정신이 있을 리가 없었다.
가디언넷에 접속해서 이런저런 것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은근히 정보같은 게 있기도 하고요
"의념속성 절단이냐.. 분위기 절단냈네..." 그런 것도 있지요. 그러다가 깜박이는 것에 누군가에게서 연락이 온 건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합니다. 하쿠야 씨?
[아. 안녕하세요] [저는 잠깐 가디언넷 돌아보던 중이었어요] 심심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조금 의외기는 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미묘한 긍정의 다림은 천천히 연락을 하나 더 보냅니다. 가디언넷에 올라온 깔깔유머집을 보고 있던 다림이 그걸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은 이해해 주세요(?)
[대화 정도는 나눌 수 있어요] [농담 같은 건 잘 못하지만요?] 어쩐지 묘한 미소를 짓는 게 생각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절히 대화를 나누며 이런저런 것도 알아보고(말이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선호하는 걸 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라는 그것이다) 즐거운 이야기나.. 권유같은 것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다림은 답신을 기다렸습니다. 그것에 돌아온 것이 이런 상황에서는 처음 해본다.. 라는 것이었다는 게 약간은 문제였지만
"음?" 가느다란 손가락이 움직입니다.
[이런 상황이 어떤 것인지는 저는 말씀해 주시지 않는 이상 잘 모르겠지만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셨던 걸까요?] [(걱정 이모티콘)] 하긴. 다림이 하쿠야가 시체와 칼날의 노래 관련 포교서를 읽고 뻗었다는 사실을 알겠습니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서 품에 안은 쿠션을 조금 더 꼭 끌어안았습니다. 일단 문자 자체를 못하는 상황은 아니니 괜찮겠지만요...
도서관에 누나 졸업앨범을 찾으러 갔다가 새 책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하나 읽어봤는데 그게 사실 이상한 책이어서, 같은 말을 늘어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고. 미나즈키는 잠시 고민하다가 지금 상황을 최대한 별 일 아닌 것처럼 요약해서 설명해보기로 했다.
"큰 일은 아니면 좋을 텐데요. 그렇지요?" 중얼거립니다. 어떤 일이 있어서 이런 상황이라고 표현하는 걸까.. 하고 답변을 기다리다가 온 것을 봅니다. 음... 그러니까 2시간 째 천장 타일과 눈싸움.. 누워 있다는 것은 확실한데요. 거기가 보건실이냐. 기숙사냐. 아니면 다른 어딘가냐에 따라서 대응은 달라지겠지만요.
[...] [2시간..아니 2시간 43분이니까 거의 3시간 가까이나 누워있을 정도면..] [음. 캐묻지는 않을게요.]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는 손가락으로 톡톡.. 하고 화면을 건드리다가 한 문장을 더 보냅니다.
[정말로요. 하쿠야 씨가 청월생도인 만큼 4월과 5월 시험까지 도외시하려고 게이트 다이빙을 하셔서 손가락만 까닥할 수 있게 붕대가 둘둘 감긴 채로 보건실에 계신다 해도 이해해 드려요?] 이건 안 보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문장이었지만. 짖궂은 표정의 이모티콘이 하나 보내지는 걸 보면 조금 놀리는 모양입니다.
>>9 >>10 이번 첫사랑 이야기는 굉장히... 정석 중의 정석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얘기를 듣고 있자니 뭔가 다림양께선 정말로 그나잇대에 걸맞는 연애를 하셨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얘기를 들었을 때 들은 느낌으로, 저희가 들은 것과 실제는 다를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제 설명이 부분적으로 많이 잘려나간 것처럼 다림양의 설명도 그러하였으니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저는 이 연애에서 다림양의 감정이 어떠하셨는지를 알기가 어려웠답니다? 정말로 상대에 대한 감정이 정확히 어떠하였는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다림양의 첫사랑분께서는 굉장히 적극적인 분이셨었군요…..뭔가 부럽답니다….🎵 “
하지만 굳이 그걸 티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림양의 말씀을 경청하였습니다. 조용히 그저 듣고만 있다…. 얘기가 다 끝날 무렵에 손을 꼭 모으고 말을 꺼내려 하였답니다.
“후후🎵 뭔가 말이어요~ 이렇게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뭔가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 같답니다~? 저는 말이어요, 뭔가 이런 정석적인 연애 같은게 굉장히 로망이고 그런지라,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굉장히 두근거리는 것이와요. 쉬고 있던 연애를 다시 하고 싶을 만큼 말이어요🎵 “
뭔가 제가 지금 방금 전까지 노곤하여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이정도 얘기 한다고 제 또다른 정체가 들키지는 아니하겠지요?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이정도야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좋아요, 넘어가도 괜찮을겁니다.
“참, 맞아요! 저희 질문을 해야지요! ”
하고 운을 떼며, 저는 조용히 다림양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좋아요. 그럼 이제 질문 시간 시작이어요!
“혹시 말이어요, 다림양. 괜찮다면 첫사랑이었던 분과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던가를 들어보아도 괜찮을까요~? “
질문은 역시 이정도면 적당하겠지요. 궁금한 것은 많지만 저만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양도 질문하실 것이니까요. 그렇기에 되도록이면 무난한 질문으로 골라 가보도록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출근하자마자 점장님과 마주치게 된 저는 정말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지금 이렇게 점장님과 다과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진화 선배님께서 상담 얘기를 꺼내신 적이 았었는데 이마 그 이유이지 않을까 하고 짐작해보며, 저는 아아메가 담긴 잔을 빨대로 가볍게 휘젓고는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어라🎵 당연히 가능하답니다~? 점장님이시니 마땅히 해드려야지요🎵 "
변장을 하지 않고 해드리는 상담이라니 솔직히 굉장히 쫄리긴 하지만 지금은 다림양도 진화 선배님도 정훈군도 하루양도 계시지 아니하시니 괜찮을 거랍니다!
조금 망설이는 듯 하던 다림이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자 하루는 자그맣게 소리를 내며 박수를 치고는 경청을 하려는 듯 눈을 반짝인다. 딱히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았다. 그저 다림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에미리에게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듣기 보단 소중한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것일지도.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듣기 위해 좋은 건 역시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니까.
이어지는 이야기 역시 꽤나 정석적인 이야기였다. 우연한 만남, 잦아지는 접점. 그렇게 마주해서 사귀게 된 이야기. 하지만 그게 정석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하루는 상관 없었다. 어찌됐든 이 자리의 세사람은 극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는 아니었으니까.
" 이야기 잘 들었어요, 다림! 풋풋한 연애담이었네요.물론 그 시절의 다림은 어떤 감정들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나저나 에미리가 좋은 질문을 해줬네요. 저는 무슨 질문이 좋을까... "
하루는 먼저 질문을 건내는 에미리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곰곰히 생각을 하듯 자신의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 건드리며 고개를 양쪽으로 갸웃거렸다. 그리곤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방긋 미소를 지어보인다. 왠지 아주 조금만 더 다림의 안으로 파고들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 다림은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 분과 사귀실건가요? 왠지 에미리한테도 물어보고 싶지만 참는게 좋으려나.. 후후. 그나저나 연애를 다시 하고 싶다던 에미리.. 혹시 맘에 둔 사람이라도 있는거에요? "
"네... 그게 사랑이다.. 라고 제대로 자각하고 사귄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맞겠지? 뭐 더 내려가면 사귄다. 라는 게 애매한 게 있겠지만.
"확실히 정석적이었지요?" 하긴. 정석적인 게 아직도 잘 팔리는 건 그것이 정석이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다림이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은.. 당시에는 분명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은 달랐을지도 모르니까요. 애초에... 상대방의 첫사랑.. 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았을지도 모릅니다.
"에미리 양이 연애를 다시 시작하고 싶으실 만큼인가요?" 그래도 조심하셔요. 연애라는 게.. 복잡하니까요? 사실 엄청 싫어했던 게 반발작용 같은 거였어서 싫어하는데 좋아한다로 사귀는 그런 거 에미리 양이 하면 걱정할 수 밖에 없는걸요? 물론 위의 말이 농담이라고 덧붙이니 다행입니다.
"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조금 각색은 해야겠지만(덜어낼 걸 덜어내고 비유를 할 뿐이지 진짜로 있던 겁니다!)... 입을 엽니다.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라고 왜 말을 못해... 일까요?" 물론 나이가 나이인 만큼 저렇게 과격하지는 않았고요. 대충 분위기랑 상황이 비슷했다는 거죠. 대충 헌팅 그런 쪽이었던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해주는군요. 뭐.. 어떻게 보면 집착이나 얀데레 계열로 빠지기 일보직전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 뒤가 진짜인데 그건 차마 말을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요 누가 애기야 가자라는 걸 말하겠습니까! 다른 호칭이었어도 말은 못했겠지만.
"그...글쎄요.. 저는 아무래도 돌아간다면 사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지도요?" 하루 양의 질문에는 망설임이 좀 길었지만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답합니다. 안에 파고들었다라기보다는.. 오히려 조금은 단단하게 만든 걸지도요? 물론 겉으로 보기엔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유흥가에 좀 유명한 점집이 있다고 하네요.] [거기에서 점 보면 꽤 신선하다고 할까.. 그렇단 이야기를 들었어요] 쌀집아들과 Iro가 그냥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혹은 그냥 1대1로 은후-다림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에 이야기가 나온 점집에 서로가 의기투합하여, 만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저런 점집이 유명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유명해져서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다면 다림은 제대로 못할 게 분명한걸...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네요." 다림은 가벼운 차림으로 약속 장소에 있었습니다. 아마 전자(쌀집아들-Iro의 경우에)만나게 된다면 은후는 다림을 바로 알아보지 않을까..? 그건 다림도 마찬가지겠지만...
"점집에 고양이가 있다고 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어때요? 고양이가 있으면요?" 서로 만나면.. 당연히 점집으로 가겠지요! 다림은 긴장하면서 점집의 문을 열었습니다. 옆에 누가 있어도 긴장될 수밖에 없다고요? 기본적으로 두툼한 천으로 가려져 있고 뭔가 독특한데 좋은 향이 나는 것을 느끼면서 걷어올려 먼저 들어가라고 말하려 할까요?
[ 유흥가에는 그런 곳도 있군요 (๑´0`๑) 의외로 없는게 없는 유흥가라던가? ] [ 재미있겠다… 같이 갈 사람 구해요! (๑•̀ㅂ•́)و✧ ]
가디언 넷에 올라온 Iro 의 점집에 대한 소문을 본 건 우연이었다. 평소같았으면 관심도 없었을 점집이, 시험기간이 되니 얼마나 가고 싶은지. 충동적으로 가디언 넷에서 같이 갈 사람을 찾아 (라고 말해도, 그 이야기를 꺼낸 Iro 였지만 말이다) 약속 장소인 유흥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 있는 것이 다림이라니! Iro의 정체에 묘하게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인사의 표시로 한 쪽 팔만을 어쩡쩡하게 올려 좌우로 흔들어 보이고선 시덥잖은 이야기를 이어간다.
"예전부터 마녀의 상징은 고양이었으니, 놀랄 일은 아니겠지만…" "설마 너구리나 미어캣처럼 의념을 각성한 고양이가 점을 봐주는 거라면 조금 놀랄지도…"
긴장한 다림과 같이 다른 이유로 긴장한 은후도 멍한 표정으로 내부를 보다가, 다림의 말에 먼저 점집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우려와는 달리, 의념을 각성한 고양이가 가게의 주인이 아니라, 화려한 옷 때문에 단번에 성별을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이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쓰다듬으면서 있을 뿐이었다.
"환영합니다. 어서오세요, 손님." "아, 아하하… 친구랑 점 보러 왔는데… 요…"
다림보고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친구'임을 강조하지만… 둘이 친구는 맞긴 한가 하는 은후주의 의문이 남아있음(메타 발언 타임…) //2
"은후 씨..?" "쌀집아들 분이... 아." 여주... 라는 것을 납득합니다. 다림은 쌀집아들의 정체에.... 놀랐습니다! 놀랐는걸요? 진짜에요. 가디언넷에서 이야기하곤 하던 이들이 알던 분이라면 당연히 놀라는걸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깜박이다가 시덥잖은 이야기를 같이 이어갑니다.
"사실 고양이가 아니라 두꺼비가 있어도 놀라진 않겠지만요" "오...그럴지도요?" 의념을 각성한 고양이가 점을 봐준다면 그건 정말로 신기한 것이라고 공감하는 다림입니다. 천천히 들어가면 검은 고양이와 사람이 있자. 전형적이기 때문에... 기대감은 좀 되는 느낌입니다.
"네.. 친구죠. 같이 점 보러 왔어요." 메타적으론 누가 봐도 친구 맞는데 다림이가 친구인데 완벽하게 선 안에 들여놓은 게 아니라면서 본인이 쓸데없이 부정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친구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게 아니니 다행인가?
"볼 수 있는 점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대들이 원하는 게 타로일까. 스크라잉일까. 아니면 찻잎일까. 라고 낮게 성별을 알기 어려운 사람이 목소리마저도 중성적이라서 알기 힘들어요.
사실 어떤 내용의 점을 볼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점술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온 은후는 다림의 말에 강력한 피해를 입었다. 뭐, 청월이 시험 기간인건 당연한 거지만.
"그럼 나는 시험 운으로 볼까…"
다림을 향한 점술가의 말이 무슨 의미일까. 그런것을 잠깐 생각해보다가, 운이 너무 좋으니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대충 넘겨짚으며 찻잔을 든다. 꽤 맛있는 차라고 생각하며, 안내에 따라 컵받임에 잔을 뒤집자, 이리저리 퍼져나가지 못하고 한 곳에 뭉쳐있는 찻잎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다 다림의 받임도 슬쩍 바라본것이다.
"하지만 청월은 매달 시험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누군가에게서 들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강력한 데미지를 줬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찻잔에 달라붙은 찻잎의 잔해들을 바라봅니다. 시험 운이라는 말에 점술가는 교복이 같은 이들을 많이 봤다는 웃음섞인 말을 해봅니다.
"아가씨는... 좋은 것들이 많네요." "저는 잘.. 체감은 안 되네요." 점술가는 이 모양은 이런 식으로 운이 트인다라던가. 몇 달 후에는 큰 일이 일어나겠네요. 라고 말하는 등의 전반적인 운세를 보아줍니다. 그냥 좋은 것들을 많이 말하면 그게 그거입니다.
"은후 씨는요..?" 뭐. 나올 수 있는 문양은 뱀, 말발굽, 별, 하트, 사자, 물고기, 반지... 뭐 이런저런게 있지요? 호기심을 가진 다림의 얼굴이 찻잔에 남은 희미한 물기에 비춰지나요?
방패를 쓸 때의 움직임은 다른 무기술보다는 체술을 더 닮았다. 보통 손에 쥐는 무기라면 손의 연장선, 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검 같은 무기랑은 많이 다르지. 창하고는... 비슷한 부분이 있을까? 찌르는 무기... 내가 찾는 건 봉술과 관련된 걸 찾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하고 열심히 논문을 뒤지다가...
왠지, 캡틴한테 >>0의 정산 어장 앵커가 어그로 때문에 터진 어장으로 걸려 있다고 알려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가 아니라 망념이 빵빵해진 기분이었다. (일상을 안돌린 자의 말로) 더 뭔가 하는 건 무리인 거 같고, 다른 사람들이 활동하는 걸 볼까...
뭔가 심상치 않은 게 있으리라 예상은 했습니다만 무려 열망자와 관련되 있는 문제라니요. 그것도 일반인은 풀을 수 없는 강력한 저주라니... 의식을 방해하였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댓가가 있을 수가 있는지요. 부정적인 의미로 놀라워 말이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런 일이........있었던 거군요........."
문득 저는 청망님을 상대할 때 보았던 그 검은 나비를 떠올리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검은 나비가 되어 날아오른 것의 발단 역시 아버지의 죽음이었답니다. 가능성의 미래를 피하고자 어떻게든 발버둥치고 싶었는데 이런 암담한 이야기를 듣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것도, 본의아니게 알아버린 미래가 훤히 보이는 이야기를요.
"저어...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린답니다, 야마모토 씨.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게 있는데 말이어요, 지금으로썬 정말로 아버지의 저주를 풀 방법이 없는 것인지요? 열망자의 저주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풀리지 아니하는 저주인건가요? "
모든 얘기가 끝나고 난 뒤, 한숨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고 저는 재차 야마모토 씨께 질문을 올리려 하였습니다. 굉장히 눈의 초점이 떨리고 말을 꺼내기 힘들었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찾으려 하며 말하고자 하였답니다.
"죄송하여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정말로 아버지께서 걱정이 되었던 지라......💦 그래도 어떻게든 저주를 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여 여쭈어보고자 하였답니다. 자고로 의념각성자에게 있어 불가능이란 없으니까요. 웬만해선 말이어요... 그렇지요? "
비각성자가 해주하기 어렵다면 의념각성자가 해주해드리면 되는 것이랍니다. 그깟 저주 타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풀어버리면 그만입니다. 분명 저주를 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학생들이 공부에 지친 채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인지, 많은 사람들로 거리는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너구리와 미어캣들은 전단지를 들고 각자 다른 가게의 홍보를 하며 거리의 활기를 더했고 그 활기 속에 친구와 연인, 가족과 같은 인연들로 화목해진 거리의 분위기가 진화에게 깊게 다가옵니다.
>>770 ▶ 사특한 무덤의 철거자 ▶ 일반 의뢰 ▷ 대결형 게이트 '비바에노'를 클리어하시오. ▶ 제한 인원 : 1인 ▶ 보상 : 10,500GP
>>771 오답입니다.
지식은 곧 조화를 이룹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아왔던 것들(음)과 지금 자신이 알아낸 것(양)이 서로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완벽히 뒤섞여 올바른 앎이 되지는 않으므로 둘은 서로를 끌어당기나, 기이하게 서로 뒤섞이진 않은 태극이 되는 것입니다. 사방진의 북쪽, 현무의 방향은 태극에서는 양을 상징합니다. 또한 사색으로 표현하면 현무의 색은 흑색이 됩니다. 이는, 태극의 양이 검은 색인 것과 일치합니다. 도서관은 상징적으로 지식. 또한 지혜를 상징하고, 그를 수호하는 현무의 그림을 새겨둔 것으로 이 전체적인 의미를 표현하자면 '모르는 이는 알게 될 것이고, 아는 이들은 완벽히 배우고자 함을 의미하라.'는 의미가 새겨진 것입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고막을 뚫고 속을 후벼파는 느낌이었다. 하쿠메이를 찾고 싶은 건 맞았으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묵인할 정도로 비정해질 수는 없었다. 진정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면 그만큼 강해지는 게 맞았다. 이수진의 말에는 틀린 게 없었다. 당연한 얘기라고 납득했다. 그러나 걱정시키지 않겠다고, 미안하다고 말할 힘은 없었다. 공기가 몸을 짓누르는 것만 같은 감각 속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지쳤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곤 네, 하는 짧은 대답과 함께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뿐이었다.
나는 주머니에 가디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놓곤 주변을 바라보았다. 옛날이었으면 저런 광경에 참으로 씁쓸하고, 또 부러워 했겠지. 어쩐지 연인이 보고 싶어지는 날이다. 나는 잠깐 하늘을 올려다봤다.
기왕 놀러 나와서 이런 기분이 되는 것도 우스워서 나는 어딜 가볼까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점이라도 봐볼까. 원래부터 나는 내 미래에 몹시 비관적이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말이라도 들으면 마음이 꺾일 까봐 피했지만. 조금 안정된 지금은, 솔직히 한번쯤은 남에게 물어보고도 싶은 것이다.
>>785 야마모토는 말 대신 침묵을 삼킵니다. 그 저의가 너무나도 명백했기 때문에 에미리는 무언가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사오토메라는 가문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 가문에 이제야 마음을 붙이려는 찰나에 그 기둥이던 아버지가 무너지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음이 결코 편해지지 않습니다.
" ..열망자의 저주란. "
그 침묵을 깨고 야마모토는 천천히 입을 엽니다.
" 쉽게 해주할 수 없습니다. "
열망자의 저주란, 순수한 의념 자체를 이용합니다. 사람의 죽음 속에서 나오는 혼을, 의념으로 태워내어. 증폭하여 이뤄내는 것. 그렇기에 열망자의 저주는 더없이 순수한 의념이며, 그렇기에 깊게 파고듭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혼. 산재물을 쓰었기 때문에 그 힘은 더더욱 강해집니다.
" 그날에 회장님께 걸린 저주는 일곱 가지가 넘었습니다. 넷은 풀어냈고 둘은 옮기었으나. 남은 하나만큼은 여전히 회장님께 남아있습니다. "
갈망의 손톱. 꾸준히 저주 대상자의 신체 일부분에 상처를 입히기 시작하는 이 저주는, 날이 갈수록 강해집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치료로도 간단히 회복할 수 있지만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살점을 뜯어내고, 뼈를 긁고, 근육을 끊어내어 마침내 몸이 무너지게 만드는. 그러면서도 대상자의 후회와, 그런 마음을 집어 삼켜 더욱 강해지기에 이 저주를 해주하기 위해서는 감정 그 자체를 절제해야만 합니다.
"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이를러선, 그 해주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감정을 도려낸다면 그것은 말을 하고, 생각을 하고, 혼을 가졌을지언정 표현할 수 없는 인형이 되는 것이니까요. 사업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그것은 죽음이라고 회장님은 말하셨습니다. "
그렇기에 오토기는 지금까지도 그 저주를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저주가 새겨지고 십 년. 하루마다 다리를 찢어내고 긁고 바스러트리는 고통을 참으며, 여전히 강철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겁니다. 의념 각성자도 아닌.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말입니다.
>>800 꾸준히 바깥으로 나가면 게이트에서 탈출하게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게이트의 탈출은 지금까지 의뢰를 포기하는 것에 한정하여서만 허락되어왔고, 그 의미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생각합니다.
재진입할 수 없습니다.
>>824 획득합니다.
간파(F) - 의념으로 강화된 영성을 통해 숨어진 것에 대한 해답을 찾아낸다. F등급에서는 본인의 추리를 대부분 요구하게 된다.
아무래도 점집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뭘 할까.... 이렇게 생각하던 와중, 자신은 정말 놀줄 모른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이마를 짚고 스스로의 심각성을 조금 다시 느낀다. 내가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이었나? 오늘 여기서 뭔가를 찾아서, 나중에 데이트 코스로 쓰고 말겠다. 일단은....그래, 아까 보니 전단지들을 많이 돌리고 있던데. 그 중에서 살펴보도록 할까.
외부 활동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면 제일 할만한 건 역시 공부였다. 하지만 보건실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공부를 하는 건 뭔가 이상했으므로(더할 나위 없이 청월 학생다운 행동이라곤 생각했지만 무리하다가 또 보건실에 실려오는 신세가 되고 싶진 않았다), 미나즈키는... 일단 진정하고 우동을 해먹기로 결심했다.
>>836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자 성현의 전재산이 날아갑니다. 5000GP를 놓아주었습니다. 바이바이 내 돈...!!
곧 수정구에서 오색의 빛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수많은 빛무리들이 수정구를 통해 새어나오고, 그 중 하나의 빛에 고양이는 고개를 들이밀어 살핍니다.
"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할 때는 때로는 먼 곳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냥. 보아하니 너는 무식하고 머리 쓸 줄 모르고 배운 거라곤 힘 쓰는 법만 있다냥. 그러니 기술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그 기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주 먼 곳에 있다냥. 대충...... 얼마나아아 머냐며어어언.... "
고양이는 세계지도에서 발자국을 꿍 하고 한 곳에 찍습니다. 동남아시아 지방에 냥발바닥 자국이 남습니다.
" 여기 어딘가에 너의 인연이 있다냥. "
고양이가 말을 마치자 곧 수정구의 빛이 꺼집니다.
" 끝이다냥. "
>>838 - 주제 넘는 질문이라면 하지 않는 게 좋겠지.
그는 단호하게 대답을 하다가, 곧 먼 곳을 바라봅니다. 갈무리되었던 망념이 크게 몰아치기 시작하고, 그 부서지기 직전의 몸이 천천히 떠올라 먼 곳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곧, 망념이 너울처럼 다가와 경호를 짓누르기 시작합니다. 그 틈새에서 버티며 경호는 억지로 숨을 고릅니다.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 해도, 쉬이 파악할 수 없어서 대신 지금 눈 앞에 '동자'라 불린 존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살피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수휘씨. 신 은후입니다.] [청월고교는 슬스 4월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도서관에 보이고 있어요(´ᴗ ·̫ ᴗ`)💭 제노시아에는 벚꽃이 피었다고 하고요. 성학교는 요즘 어떤가요?] [4학년이시니 저랑 어울려주실 시간이 없으실지도 모르겠지만 (◞‸◟) 안부인사 겸 이렇게 연락을 드립니다.]
가슴속을 가득 메운 해소될 수 없는 슬픈 갈증은 연못에 기는 암구렁이가 감히 하늘을 바라본 오만함의 대가이다.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섧고 애달파 우는 것은 아니나 가슴이 저린 감각만은 그와 똑 닮았다. 처마에 흐르는 빗물처럼 소리 없이 줄줄 새는 눈물 탓에 목덜미가 축축하고 내뱉을 때마다 모진 희열을 느끼게 만드는 단숨 탓에 눈앞 공기가 눅눅하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내 손을 쥐었고, 천근같이 온몸을 짓누르던 고통과 함께 마음에 남아있던 허무와 절망을 내게서 거두어갔다. 나는 그 앞에서 무력했으나 결코 나약하지 않았음이다. 여태 오만했음을, 여전히 오만함을, 앞으로도 죽 오만할 것임을 깨달은 것에 대한 환희로운 슬픔이 속을 잘게 저며놓는다. 나는 닿지 못했던 그를 올려다보는 것이, 계집애처럼 눈물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고개를 빳빳이 치켜세우고 내려보는 눈을 하는 것이다.
"으윽..."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다지고 싶었는데, 다음에는 팔을 잘라버릴 거라고 농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나를 한 사람의 기사로 인정한다는 말과 아득한 곳에서 내려보는 시선이 나를 더욱 슬프게 만들어서 작게 다문 입술에선 울음을 삼키는 소리밖에 나오질 않았다.
어엿한 기사가 될 수 있도록 저를 지도해 주세요. 그런 눈으로 그를 올려보고 노려보는 게 고작이었다.
"........풀 수가 없단 거라니 어떻게 이런 저주가 있을 수 있는지요....... "
절망스럽습니다. 정말로 절망스러운 저주입니다. 감정을 절제하지 않는 이상 풀리지 않는 저주라니 열망자의 저주란 어찌 이렇게 잔인할수가 있을까요. 아버지께서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답니다. 이 말씀대로라면 역시 어떻게 하여도 아버지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요? 본인께서 저주를 해주하길 바라지 않으신다면 결과는 정해진 것입니다. 해주가 불가능하다하니 바뀔 리가 없었답니다.
"답변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리와요, 야마모토 씨. 덕분에 큰 궁금증이 해소가 되었답니다. 굉장히.....충격적인 이야기였긴 하지만.....그래도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리는 거에요. 많이 무거운 이야기라 말씀해주시기 어려우셨을 텐데 정말로 감사드리와요. "
일단은 이 굉장히 무거운 질문에 답해주신 야마모토 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려 하며... 저는 방금 전에 집사님께서 드신 것을 떠올리며 잠시 하나 더 여쭤보고자 하였답니다.
"... 그으, 속은 혹시 괜찮으신지요? 아무리 그래도 독을 드신것인데, 정말 괜찮으신 것인가 이 에미리는 걱정이 된답니다....? "
그냥 독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극독이 될수도 있는 것들이 들어간 사실상 사약이었답니다??? 괜찮으신지 물을 수밖에 없는 거에요???? 딱히 엄청 걱정되었다거나 하진 않았으니까요???? 정말이니까요????
상황.. 과일젤리라도 드실래요? 그 악성데이터 과일젤리(개당 5GP)말고! 식당가에서 하루에 한정 몇개로 과일젤리를 판다는 유명 젤리가게(다림이와 첫 일상에서 나왔던 소재)에 간다는 느낌으로..! 줄 서서 순서대로 사가는데 정훈 앞이 비아고, 하필 비아 차례에서 마지막 과일젤리가 나와 정훈이 과일젤리를 못 산다던가 하는..?
그렇...지 사이의 공백을 눈치채고는 슬쩍 그만둡니다. 그러니까 대놓고 청월의 시험이 매우 자주 있다거나 하는 일들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결과가 좋다거나 안 좋다거나. 그런 건 보기 전까지는 모르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지도 모르잖아요?" 라는 말에 호응하듯이 컵받침을 본 점술가가 해석을 해주네요.
"물고기는... 보통 돈을 의미하곤 하고... 나쁜 의미는 아니네요. 오히려 좋은 의미입니다." 다만 시험 점이라는 것에서 돈이라는 게 어떻게 다가올지는... 어쩌면 gp를 써서 실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게 나을 것이다.. 식이 될 수도 있는 애매모호한 점괘이긴 합니다.
"또 다른 걸 보고 싶기도 하나요?" 위자보드나, 흑경으로 스크라잉을 하거나, 타로 카드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조곤조곤 흘러들어가는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입고 들려오는 소리들에 다림은 더 볼까요? 라고 고개를 기울입니다. 타로 쪽이라면 다이스를 빌어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위쟈면... 폭발엔딩일 거고.. 스크라잉이면 거울에 은후는 정훈이가 비치는 사태가 일어나고 다림의 표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다림은 하쿠야의 행동에 쪼금 당황했습니다. 안 하던 짓을 하는 하쿠야라서 그런 게 분명하지요. 카레우동을 거는 거야 우동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만. 셀카를 찍는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걸요. 물론 하쿠야가 사실 셀카장인인데 그것을 완벽하게 숨겼을 확률도 있지만. 셀카를 보면 절대 아니거든요. 다림의 손가락이 꿈실거리며 답변을 씁니다. 좀 망설이는 듯하면서도 보내긴 보내다니.
[....몸은 확실히 괜찮은 것 같아 보지만요] [카레우동을 걸고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음식점의 카레우동 기프티콘)] [그런데.. 평소 안 하던 일 같으신걸요. 혹시 뭔가.. 금서같은 거라도 읽거나, 게이트 내에서 환청 및 환각증세라도 겪으신 걸까요..?] 셀카를 보내는 짓을 꼬집어 말한 게 분명합니다. 아니 몸이 멀쩡한데 평소라면 절대 안 할 것 같은 짓을 하는 경우라면 정신력이 개망한 거라던가.. 그런 것부터 생각나는걸요?
"병문안을 가야겠네요." 지금은 아니고요. 라고 생각하면서 답장이 올 때까지 조금 기다리려 합니다.
누구인가? 누가 지금 악성 데이터 소리를 내었어? (GUNGYEmiyagugizzada풍) 이런... 어디서 괴전파 수신이. 아무튼 나는 지금, 어느 젤리가게 앞에 줄을 서 있다. 이유는 터무니없다. 가디언넷에서 요즘 핫하다고 유행하고 있는 이 가게의 하루 판매갯수가 한정되어 있는 젤리를 사기 위해서다. 이런 건 상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에서 계속 한 번 먹어보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다. ...아니! 나도 학생이니까 이런 거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잖아? 하고 듣는 사람도 없는 변명을 속으로 했다. ...그치만 아직 줄이 빠질 기미가 안 보이네. 가디언넷은 뭔가 다운받는 중이라 다른 창을 켜도 될지 모르겠고. 머엉하니 줄을 바라보던 나는 (나중에 돌이켜보면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게 될 일이지만)문득 어떤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내 뒷줄에 서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미나즈키는 사레가 들려 기침이 나오는 것을 참기 위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평소랑 똑같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애초에 자신이 매우 수상한 행동을 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그는 한참동안 답장을 보내지 못하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폭신폭신한 베개의 촉감에 어쩐지 더 슬퍼졌다...
"그러게요. 좋은 결과라서 다행이에요." 시험도 잘 보고 돈이 생기게 된다거나 그럴 수도 있겠다면.. 게이트를 돌 일이 생긴다. 로도 해석할 수 있을지도요? 라고 속닥속닥거립니다.
"스크라잉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투영이나 소환에 가까운 일입니다." 마음 속에 담고 있는 염원을 투영하는 검은 거울에 담겨 보여지는 것이지요. 라고 말하며 은후에게 검은 거울의 양 옆을 잡게 하고는 진 위에 서서 눈을 감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강렬한 것에 호응한 흑경에서 투영될 것이라고 말하며 향을 피웁니다. 옅은 연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안개처럼 발목을 휘감습니다.
"흠..." 속으로 얼마간의 시간을 잰 은후가 눈을 뜨면.. 흑경에서 뻗어나온 빛이 마치 빔 프로젝트처럼 벽면에 정훈이와 은후가 꽁냥꽁냥하고 연애하는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은후정훈 결혼식도 점점 흘러나오는데요. 가장 두근두근거리고 황홀할 것 같은 미래를 그리는 것이 일종의 소환으로 평행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 걸지도... 은후가 흑경을 놓치거나 마음의 평정이 흔들리면 금방 꺼져버리겠지요. 그건 그렇고 다림의 표정은..
"은후 씨. 매우 청춘이네요..." 다림의 표정은 ㅍㅁㅍ 라기보다는 생각보다는 침착했습니다. 근데 정훈이에게 듣지 읺았으면 진짜 ㅍㅁㅍ 표정이었을거야. 그치만 지금의 표정이 완전히 좋은 건 아닙니다. 약간.. 짖궂은 표정? 그것이라고요?
하쿠야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는줄은 모르는 다림은 태연하게 아프시다면 그런 행동을 할 만 하지요. 라고 납득하면서 얼마나 심각하길래 몸은 멀쩡한데 셀카를 찍는 것처럼 안하던 행동을.. 게다가 신 한국은 몰라도 예전 한국에서는 사람이 안하던 행동을 하면 죽을날 올 거를 예견하는 걸지도 모른다.. 라는 게 있었는걸요. 이런 걸 잡아내다니. 뿌듯해도 되는 겁니다.
[하지만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시는걸요.] 한참을 기다린 답변은 몰 라 라는 단답에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이 답변은 본인이 추측한 것이 거의 정답이거나, 정곡을 찌른 것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하쿠야 씨?] [보건실이라면 병문안 가도 되나요?] 슬쩍 보내봅니다. 카레우동 밀키트 사서 가요? 라는 농담성 문자도 보내봅니다. 하지만.. 확실히.. 걱정의 뉘앙스가 보이는 문자들입니다. 어느 정도 친구로 생각하고는 있다는 증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