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요?" 지훈의 말을 듣고는 저 허수아비를 보면.. 슬프게도 저 투척된 탄산커피캔은 모 아프란시안에게 명중해 폴더폰마냥 충격량을 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정작 저 자판기-허수아비는 그걸 몰라서 +99에서 멈춰버렸다면서 슬퍼하고 있는데요. 시뻘건 안광이 그들을 향하고..
"저를 제물로 쓰시게요? 저야 뭐.. 상관은 없지만요?" 라고 말하면서 순순히 목덜미 부근을 내줍니다. 이건 뭐.. 기대를 하지 않으니 실망도 하지 않는다 식인가? 그걸 알 수는 없지만 내미실려면 지금밖에 없는데요?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군요. 허수아비는 점차 에너지같은 걸 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볼을 잡아당기는 행위에서 기쁨을 느끼시는 걸까요? 저는 그것을 하셔도 상관없다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찹쌀떡이 쭉 늘어나면 곤란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서 말이지요." 대충 '잡아당기는 것이 기쁜 걸까요?' 같은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덜렁 들리자 잠깐 꺅 같은 단말마를 지르고는 열심히 도망치는 것에 들려버립니다..
"...으.. 조금 어지럽네요. 건강강화 안했으면.."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그것은... 위력이 약화되어 골을 흔드는 충격량으로 줄어든 지코가 터진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날아오는 걸 슬로우모션으로 보고 건강을 강화했어서 그정도였지요.
"그래도... 못 먹을 건 아니네요?" "원래 음료수는 누군가 먹으라고 내는 것이니까 당연한 걸까요?" 지코를 먹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다림이인가.. 그래도 일단은 멀쩡해 보이니 다행입니다. 좀 더 걸어서 떨어진 뒤에 저 공원은 잠깐 피해서 돌아가면 될 일입니다.
"재미있으시다니. 좋은 건 아닌 느낌이네요.." "짜증이 나셨나요...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라는 말을 할 것만 같은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봅니다. 지이이거리는 시선에 고개를 숙입니다. 음료수가 방울져 떨어집니다.
"네. 괜찮을..거에요." 고개를 들려다가 순간적으로 아찔하게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기에 잠깐 멈칫한 뒤 매우 천천히 들며 괜찮을 거라고 말하려 합니다. 정말 괜찮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요? 그리고 일반인들은 먹지 않을 것 같다는 말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합니다.
"네. 좀... 더 걸어요..." 중얼거리면서 조금 걸으려 할까? 약간은 불안정한 듯한 기분이 들어 조심스러운 걸음걸이였을지도. 좀 더 걸으면 어지럽고 눈 앞이 컴컴해지며...가 될지도 모르지만.
" ..뭐, 안 좋은 느낌이라면 미안해... " " 그러니까 그런 말은 다음부턴 하면 안 돼? "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숙인 다림을 보고는, 직접 허리를 숙여 눈을 마주치려고 시도했을까. 뭔가 이것도 자신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으니까. 혼내려고 한 건 아니었기에.
" 안 괜찮아 보이는데? "
잠시 멈칫하는 거라던가, 고개를 매우 천천히 드는 거라던가... 어딘가 불안한 걸음걸이까지. 안 아픈 척 해봤자 다 티나니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꽤나 깊게.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라고 말해줬던 것 같은데. ...이건 나도 잘 안 지키는 거라 뭐라고 할 자격은 안 되었지만... 아무튼.
" 업혀. 더 걷다가는, 쓰러질지도 모르니까. "
어지럽고 눈 앞이 캄캄해져 다시 쓰러지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별 수 없다고 생각했으려나? 또다시 머리부터 부딪히기라도 하면... 으음. "참고로 안 업힌다고 하면 그대로 안아들고 갈 거니까." 라고 말하며 선택권을 빼앗으려고도 했을까(?)
"..." 하지만 다음부턴 하면 안된다는 말에는 입을 꾹 다뭅니다.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고 부정으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니... 의중을 읽기는 어렵습니다. 허리를 숙여 눈을 마주하면 살짝 동공이 커진 상태의.. 약간 멍한 눈이 보였으려나요.
"안.." 안아드는 것은 조금 그렇지요? 그렇다고 업히는 것도 애매모호한데요.생각을 깊게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업히면 옷이 더러워져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면서 비틀거립니다. 띵한 머리라던가. 사실따지고보면 아프란시아 기숙사에 데려다 드린 뒤 제노시아 쪽으로 가는 게 가장 안전하니까(당연히 다림은 어느 정도는 구분할 수 있으므로) 그러려면 아픈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라고 생각합니다.
입을 꾹 다물자 고개를 갸웃하며 눈을 떼지 않았지. 이번에야말로 대답을 듣고 말겠다. 같은 느낌이려나? 살짝 동공이 커진 상태... 위험한 거 아닌가? 초점이 흐린데? 아까 맞은 충격 때문에 뇌진탕에 걸린게 아닌가 싶다. 자꾸 멍때리는 것도 뇌진탕의 증상중 하나이니. 슬슬 불안해지기도 하고.
" 들처메고 갈 수는 없잖아. "
그건 범죄처럼 보일테니까... 라는 것도 있고 애초에 환자에게 안 좋은 자세니까.
" 옷이 더러워진다고 환자를 걷게 시킬 수도 없지? "
"애초에 별로 신경쓰지도 않으니 빨리 업혀." 라며 억지로라도 업으려고 했을까. 물론 다림은 순순히 업혔을테니 별로 쓸모는 없었겠지만. 천천히 다림이를 업고선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지.
"대답은.."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합니다. 안 하겠다는 말을 하기에는 판단 상태가 제대로 된 게 아닐 것이니까요.
"노력은.. 해보고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인 만큼 잘 안 들릴지도 모릅니다.
"들쳐메.." 그래도 무리인가? 들쳐멘다면 아마도 피가 머리에 쏠려 더 어지럽고 눈 앞에 별이 반짝반짝거렸을 거라고 어쩐지 다림주가 역설적으로 증빙한다!라는기분인데요. 그렇죠. 머리에 피가 쏠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눈 앞이 시커매지고... 띵하고 멍하다 틱 하고 의식이 끊겨버릴지도.
"어디 가요...?" 지금까지의 흐름이면 기숙사로 가는 것 같았는데.라고 생각하다가 업히면 힘이 없습니다. 지훈이 완전 압도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나마 영성만 좀 높았는데 영성이 물리!에 쨍강이니까요? 아마 기숙사나 보건실까지는 의외로 얼마 안 걸렸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