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가 나가자, 비틀비틀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백궁 6학년 학생 대표인 윤이 보입니다. 그는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숲 깊은 쪽으로 걸어갑니다. 그의 옆에는 늘 있던 패밀리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없습니다.
당신들이 따라가자, 각시탈을 쓴 마법사가 탈을 슬며시 벗으며 씩 웃었습니다. 그녀의 옆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납니다. 소의 꼬리가 달린, 호랑이를 닮은 생물이 개 짖는 소리를 내면서 그녀에게 발라당 누웠습니다.
' 어머, 안녕? '
각시가 웃었습니다. 그저 멍하니, 교수들과 학생들이 숲 안 쪽으로 들어가도록 비킨 그녀는, 당신들과 그들 사이를 가로막듯 섰습니다.
' 우리 주인님이, 엄청 화나셨거든. 마침, 나도 우리 뽀삐 밥을 줘야 했으니까 먹이를 주려고 왔지. '
각시는 지팡이를 빼들었습니다.
' 저 안에 들어간 사람들 구하려면, 안에 갇힌 중탈이 구해줘야 할텐데 걔 지팡이 부러졌다면서? 너희가, 시간 내에 먹히지 않게 구할 수 있을까? '
각시가 고갯짓을 하자, 애교를 부리던 호랑이를 닮은 짐승이 후다닥, 숲 안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이제, 당신들의 앞에는 각시탈 뿐입니다. 싸우기에 그만한 장소가 또 없죠. 수 많은 학생들과 모든 교수가 다, 숲 깊숙히 들어갔으니까요. 그녀는 주양을 향해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 너가 죽이게 했다면서? 크루시오. '-대상: 주양 고정. 고통으로 인해, 1턴 행동 불가.
그때 패밀리어가 변한 녀석이다. 레오는 자신도 충격이 컸으니 주인이었던 본인은 얼마나 충격이 클까 싶은 약간의 연민을 느꼈다. 이대로 두면 뭔가 위험한 짓을 할것만 같았다. 항상 챙겨주던 아이가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레오는 일단 가장 가까운건 자신이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일까 레오는 앞서 나가서 윤의 앞을 막아서려했다.
" 야, 너 괜찮냐니까? 대답안해? "
안하면 쳐죽여버린다. 하고 말한 레오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그 때의 그 새다. 온 몸을 찢어놓고 죽음의 문턱에 데려다놓았던. 그리고 버니가 말했던 탈이 보인다. 우선은, 관망이다. 버니가 여차하면 각시를 방해하는 이들을 막으라고 했지만 아직은, 아직은 잘 모르겠으니까. 우선은 관망이다. 레오는 윤의 앞을 막으며 어깨를 밀었다.
아, 궁기다. 너는 궁기를 보고 "예뻐" 하고 감탄을 내뱉는다. 궁기는 악인에게 짐승을 바친다 했던가. 만약 네가 저 사람을 공격하면 궁기의 입장에선 네가 악인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한다. 혹은 정말로 시도해볼지도 모른다. 이미 네가 손에 쥔 지팡이가 그 증거다. 너는 고개를 기울인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기가 보내놓고 왜 화내요? 죽을 거 몰랐대요?"
너는 아이처럼 왜요? 로 운을 뗀다. 네 주특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의도로 질문해서 주변 사람의 피를 말리는 것인데, 사감과 교수에게만 쓰던 것을 탈에게까지 쓰는 지경에 도달한 것이다.
"학생을 죽이려 해놓고 역으로 당하면 배아파서 그래요? 더 잃기 싫으면 앞으로 오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계속 와요? 아무것도 안하면 편하지 않아요? 언니도 편하게 쉬는거 좋지 않아요? 왜요? 이노리 궁금해- 궁기는 왜 보내요? 먹을 거예요? 다른 고기 많은데요? 학생 먹고 배탈나면 어떡해요?"
조잘조잘 쉴새없이 질문을 하던 너는 크루시오에 입을 딱 다문다. 감초 사탕을 사준 좋은 후배가 아파한다. 너는 주양을 한번, 각시를 한번 보더니 가면을 쓰길 새삼 잘했단 생각을 하며 지팡이를 겨눴다.
평소의 말투를 가져오지 못할만큼 두통이 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이 좋지 못했다. 꼭 그믐달 아래에 맨몸으로 던져진 감각이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숲으로 들어가고 앞을 가로막은 각시탈에게 단태는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그 뒤를 따라, 호랑이를 닮은 생물이 숲 안으로 자취를 감춘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단태는 눈과 눈 사이를 손으로 눌러내며 두통을 가라앉히려고 부던히 노력하고 있었다.
숲 안으로 들어간 이들을 구해야한다? 꼭 구해야하나? 암적색 눈동자가 슬몃 숲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각시탈에게 고정되고 이제는 귀에 익어버린 금지된 저주가 연인에게 향하는 걸 보자마자 단태는 늘어트리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올려서 그대로 휘둘렀다.
터벅, 터벅. 누가 지나가는지 어디를 걷는지 제대로 인식도 못 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신발은 어느샌가 금지된 숲의 이끼를 밟고 있었다. 숲 특유의 향이 멍한 정신을 현실로 잡아끄는 듯 해, 고개를 들자 저멀리 숲 안쪽으로 들어가는 학생과 교수들이 보인다. 그리고 저쪽과 이쪽을 가르듯 자리잡은 각시탈의 존재도.
탈. 그 탈을 보자 올라오는 역함을 참으려 한 손으로 입을 막는다. 각시에게는 미안하나 탈이라는 키워드 만으로 또다시 이매의 모습이 떠올라버린 탓이다. 한 손으로는 부족했는지 다른 손으로 재차 그 위를 덮으며 뒤로 물러난다. 넘어질 듯 위태로운 걸음이 한발 두발 뒷걸음질을 쳤다.
그렇게 물러서서 근처의 아무 나무나 짚고 바닥을 향해 몇번의 구역질 소리를 내고서야 좀 정신이 맑아지는 듯 했다. 퉷, 하고 입안에 고인 타액을 뱉어낸 그녀는 비틀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배...?"
여태 오면서 찾지 못 한, 그녀는 보지 못 한 윤의 모습을 찾아 그들에게서 멀어진다. 지팡이를 꺼내들지도 않고 각시와 다른 학생들이 싸우든 말든 상황을 뒤로 한 채 윤을 찾고 있었다. 서서히 숲 쪽으로 가까워지며.
주인이 화났다는 말에 주양은 코웃음을 흘렸다. 이걸 어쩌나. 이 정도로 화나게 된다면 앞으로는 더더욱 자신에게 화낼 일이 많을텐데. 이매를 죽여달라고 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계획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앞으로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질 수많운 계획들 중 극히 일부.
냅다 꽂히는 크루시오는 이제 익숙해지다 못해 무던할 지경이었다. 물론 생각만 그랬다 뿐이지 이 고통에 적응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엇지만, 적어도 처음 두방 연속으로 맞았을때와 같이 버티기 힘들 지경은 아니었다.
".. 후후.. 용캐도 잘 전해들었나봐~? 각오해. 그리고 잘 알아둬. 이건 그저 시작일 뿐이라는 걸.."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탈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들 중에서는 각시탈도. 그리고 다른 탈도 끼어있었다. 물론, 중탈은 예외로 두고.
대표인 그는 다른 이가 챙기는 것 같으니 더 신경 쓰지 않는다. 스베타는 침묵하며 탈을 노려 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내 숲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는 짐승을 보고서는 혀를 쯧 차낸다. 시간이 없다. 대치하는 동안 짐승은 숲으로 들어간 이들에게 계속 가까워 질태니
이내 부적 두 장을 잡아들고선, 각시를 향해 내던진다. 당신도 한 번 불에 타볼 필요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