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 둘러본 상황은 뜻밖으로 재밌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양을 부축하는 단태와 그런 단태에게 달려드는 검은 짐승, 레오. 선비탈에게 달려드는 이노리와 아마도 기린궁 소속으로 보이는 여학생. 그에 반해 탈들은 둘 뿐. 고작 둘과 고작 학생들이라는 대치 상황이 새삼- 볼만했다.
그러니 생각해보자. 이 속에 정의 따위가 있을까?
"이런. 아프겠다."
그녀는 제가 건 마법으로 나자빠진 이매탈을 보며 중얼거렸다. 자존심은 있는지 끝끝내 부탁은 안 할 듯 한데.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살짝 흔든다. 당장 손 떼라는 낮은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되려 더 단단히, 옭아매기라도 할 듯 윤을 감싸안고 이매탈을 보았다.
"거기가 어딘지 전 모르겠는데요. 아, 공격하지 말고 지팡이 내려달란 말을 돌려 한 건가요? 그런 건 싫은데. 제대로 '부탁합니다' 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거에요. 브라키아반도."
말끝에 자연스럽게 주문을 더하며 지팡이를 가볍게 그었다. 매끈한 지팡이를 잡은 손에서 윤이 끼워주었던 반지가 반짝였다.
"명령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조금쯤은 스스로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할 걸요. 자칭 충신 씨."
그 와중에 선비탈이 쓰러졌으니 이제 이목이 이쪽으로 끌릴 것을 염두에... 두는 건 귀찮으니까 관두기로 한다. 교수도 아닌 학생의 추궁 정도는 별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주양은 더더욱 제 애인의 품 속을 파고들었다. 이미 공격을 못 맞추고 말고는 주양의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그래. 이미 그 수를 쓰기로 한 이상은, 더 이상 짜증내거나 할 것 없었다. 한참 그렇게 제 연인의 서늘한 체온을 느끼듯 몸을 가까이 하고 있던 주양은 이윽고 몸을 움직였다. 자신은. 입만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자.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를 두겠어. 새카맣게 숯검댕이마냥 타버려서 잘 볼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똑똑히 보고 너희 탈한테 알려. 동화학원으로 공격하러 올거면, 이왕이면 뭉쳐서 와 달라고."
그래야 산제물이 늘어나니까. 눈매는 변하지 않은 채 입꼬리만 울려 쎄하게 미소지으며, 주양은 승리를 확신했다. 만약 탈들이 정말 단체로 몰려온다고 해도 자신은 떳떳했다. 그만큼 산제물이 늘어나니까. 자신에게는 탈 몰살계획 말고도 가문원들을 몰살한다는 좋은 계획이 하나 더 있으니까.
".. 한때는 창조신이었던 재앙이시어. 끝 없는 파괴의 산물이시어. 부디 이 자리에 그 존엄성을 이끌고 강림해.. 저 빌어먹을 탈쟁이 놈들의 목숨을 앗아가 주시옵소서."
그것에게 받은 축복 중 하나를, 지금 사용할 생각인 양. 마치 마법 영창마냥 그것에게 간곡하게 올리는 부탁을 읊으며 주양은 미소지었다. 굳이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 이유는, 간절하지 않으면 또 전처럼 너무 아래로 본다면서 그것의 분노를 살 것만 같았기에.
너는 지팡이로 공격하지 못하자 잰걸음으로 뒤로 물러나 상황을 살핀다. 사감 선생님은 전투를 못하시는 것 같고, 노마지 학생은 공격에 실패한다. 감초 사탕을 같이 주웠던 아이는 크루시오에 몸부림친다. 현궁의 아이가 끌어안는 걸 보니 연인인 것 같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시켰던 학생은 임페리오에 조종 당해 현궁의 아이를 물어뜯는다. 스베타의 공격으로 선비탈이 쓰러지고 단말마가 들린다. 자신에게 크루시오를 쏘았던 자의 것이다. 너는 펠리체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정확히는 윤을 향해. 그리고 시선을 거둔다.
탈과 윤은 무슨 관계인지 이로 인해 명백히 드러났다. 최소 호의적인 관계일 것이다. 짧은 추측이긴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다. 저 멍청한 탈이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지한 나조차 내부자는 모른척 하는것이 당연하다는 걸 안다. 덕분에 윤은 저번에 들었던 소문을 이번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탈이 윤에게 집착하는거 알아? 하는 소문은 소곤소곤 퍼져나가고 시선은 더 짙어질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너는 고개를 돌린다. 검은표범이 됐던 학생이 인간이 되었고, 옷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이매탈을 향해 지팡이를 한번 휘두른다.
"오스카우시*." * 일정 시간동안 입을 지우는 마법.
그리고 안개속으로 자박자박 걸어간다. 너는 안개 속에서 일렁이는 그림자를 보고 하오리를 벗는다. 가까이 다가와서 "안심해요?" 라고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려 하면서도 하오리를 입혀주려 한 것이다.
"아무도 네 잘못이라고 생각 안해요. 임페리우스 마법이 잘못한 거예요. 증오의 방향을 네게 돌리면 네 마음이 병들어요? 그러니까 걱정 마요."
너는 시선을 멀리 둔다. 학생에게서 시선을 멀리해 아예 보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안개 속이니 괜찮겠거니 싶어 목소리를 낮춘다. 여전히 소녀의 목소리다.
(첼주 레스 보고 걱정하다가 캡틴 레스 보고 안심!)(일단 창 꺼버린것에 대해서 쓰다다다담)
이매는 이번이 첫 등장이라 처음부터 퇴장시키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뭔가 최강자인것 같아서 얘를 죽이는편이 나을것같고.. 선비는 입딜만 하는 애라고 생각되기는 하는데(???) 너무 오래 등장했고.. 근데 살려둔 채 괴롭히는게 더 재밌을것 같기도 하고....!! (고민)(그리고 또 고민) 좋아, 일단 이매 컷하자..!
그것이 웃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이매탈의 입을 빌려 그것이 말하는군요. 당신들의 주변에 서늘학고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습니다. 당신들의 몸을 얽어매듯, 묶듯 공기가 무겁기만 합니다.
' 날 부르는 법에 대해 잘 알았어. 그러니까 이것을 이렇게..... '
그것이 웃으면서 이매탈의 목을 잡더니, 그대로 위로 들어올렸습니다. 우득, 우득 뼛소리와 찢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머리가 없는 시체가, 툭, 떨어졌습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환히 웃고 있는 기괴한 모습입니다.
천벌! 천벌!!!
미쳐버린신에게경외를!대지는아가리를벌려서피를마시고미쳐버려서잊혀진존재의양식을피워내자!
모든 사감들은 거의 조아리듯 엎드렸습니다. 경외하라! 경외하라! 숭배하라!
더 이상, 기괴한 소리와 공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사라졌습니다.
' ? '
그 모든 상황을 당신들은 물론, 정신 차린 윤이 목격했습니다. 임페리오에 걸린 마범사는 그 주체가 사라지면, 풀려나는 법입니다. 이제더이상여기를 ' ......... ' 봐줄필요가없잖아 윤의 표정이 잠깐 슬픈 듯 변했습니다. 곧이어, 리 사감이 ' 끙... ' 소리를 내면서 일어났습니다.
' 오, 병풍 하이! '
리 사감에게 건 사감이 씩 웃으면서 인사했습니다.
' ....... 그 분께서 왔다 가셨나보네요... 일단, 저 선비탈을 다시 아즈카반으로 넘기죠. '
사감들은 시체를 가리듯 둘러쌌습니다.
당신들은 이제 돌아갈 시간입니다. 돌아가야죠. 암요, 잠깐의 휴식을 즐깁시다.
누군가의 복수심이, 아무도 모르게 피어오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시트캐들은 잊혀진 탈의 분노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모든 레이드 이벤트의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수업이벤트가 줄어듭니다. 내일, 각시탈이 나타납니다.
오른쪽 옆 머리가 유독 길게 내려오는 비대칭머리이며, 뒷부분은 평범하게 어깨 직전까지 잘린 남성입니다. 즐기는 건 아니지만, 필요에 의하다면ㅡ? 크루시오와 아바다카다브라 주문도 사용하죠. 그는 매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버렸습니다. 매구의 곁에 가장 오래 있었습니다. 키는 198CM이며, 주인에게 받은 탈이 소중하기 때문에 허리춤에 달고 다니거나 얼굴에 덧씌운답니다. 회색인 눈은 세로 동공이며, 속눈썹이 굉장히 길고 짙습니다. 매구보다, 훨씬 더 여우 같이 생겼어요. 그것 또한, 주인님과 똑같은 거라며 그는 굉장히 기뻐하고 있습니다. 옆머리는 귀 뒤로 넘겨서 길게 내려오는 쪽을 땋아 내렸습니다. 목에는 붕대를 감고 있는데, 큰 의미는 없습니다. 피를 뒤집어쓰는 걸 좋아합니다.
제갈 윤의 패밀리어 '백설'의 정체가 바로 이매탈이죠. 그는 등록되지 않은 애니마구스이기 때문에 법망을 살짝 빗겨갔습니다. 오직 주인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죠. 뭐, 대다수의 탈이 그렇지만요. 보통은 임페리오 주문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조종합니다. 제갈 가에 먼저 접근한 것도 바로 이매탈이었습니다.
"어차피 이노리 머리카락 아니에요?" 하고 너는 간단하게 답해버린다. 내기에 져도 기분이 나쁠 건 없다. 되레 한서가 민둥하게 밀린 두피를 손으로 쓸어보며 비명을 지르는 걸 보면 쌓였던 한이 조금 풀릴 것 같다. 아직도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와 복수는 늘 방향이 다르다. 너는 새로운 것을 많이 알아간다. 그럴싸한 맛으로 거짓말을 하면 더 재밌다고 한다. 지금까지 배운 건 모두 할 심산이다. 너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배운 것은 참지 못하고 시도해본다. 학구열이 뛰어나기보단 무지로 인한 호기심의 충족에 가깝다.
기분 잡칠때 먹으면 좋나? 너는 어떤 방식으로 화를 다스렸는지 기억을 더듬는다. 놀랍게도 너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다. 꾹꾹 눌러담지도 않는다. 화는 말소되어 사라지고 분노는 삼켜서 다른 감정으로 순화된다. 너는 그런 사람이며, 나 또한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다 이 말이다. 화를 내지도 않고, 지켜만 봐서 악을 써대는 사람만 추하게 만드는 가장 역한 부류.
"노마지 발음 재밌어요? 후배님도 머글 대신 노마지 써볼래요?"
빈말이다. 부르지 않는다면 그냥 넘길 것이다 너는 마법을 쓰지 못하는 존재가 머글이라는 얼간이에 말린 대마초라고 불리는 멸칭을 쓸 부류가 절대 아님을 알고있다. 마법을 쓰지 못함에도 살아남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남들보다 더 잔인하고 누구보다 앞서가려는 심성이 그렇다. 발전을 이룩하고 치밀하게 살아남는다. 서로의 세계가 나뉜 지금, 노마지가 마법사 사회에 와서 차별 받지만 마법사는 노마지의 사회로 가면 어떻게 될 지 안 봐도 뻔하다. 너는 부러 말하지 않는다. 네 이야기를 남에게 해봤자 들어줄 사람 하나 없음을 알며 알려준다 해도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당과점을 사면 서리 아저씨가 슬퍼해요? 이 내기는 안할래요? 이노리는 매출 관리나 재고 관리나 건물 청소도 못할 것 같아요. 애인 고이 넣어둬요?"
괜히 이런 부분에서 현실적이다. 너는 내기를 거절하며 당과점 안을 본다. 재고가 많이 남았다. 감초 사탕은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이고, 젤리도 몇개 더 얹어줄 수 있을 것이다. 너는 환청 케이크라는 언급에 고개를 돌려 물끄러미 학생을 쳐다본다. 탈에게 케이크 한 판을 사주었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와 비교하자면 지금은 내가 아닐 뿐더러 호의를 베풀어 낮출 때가 아니다. 너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미소지었다.
"그거 폭신폭신해서 맛있어요? 환청은 재미 없어요. 이노리는 맨날 누가 옆에서 우리집 고양이 밥 많이 먹였더니 뚱뚱해졌다고 해요? 아저씨! 아저씨! 이노리 환청 케이크 포장 해주세요?"
너는 지렁이 젤리와 사탕을 몇개 잔뜩 집으려 했다. "이건 후배님 몫이에요? 꼭 먹어야해?"
>>97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항상 혼파망이었던거구나..? 좋아 이해했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이 씨가 된다고 정말 그렇게 되어버린걸 보면.. 참 운명이라는 건 복집하구나 싶고. () 그보다 같이 과대해석 하는거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히히 이리와~~! (뜬금포 무지성 볼냠)
우리를 보호하려 했다면 누구도 오지 못하게 했어야한다. 그렇게만 했다면 이 모든 나쁜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인데. 내 몸이 찢기고 부서지고 온 몸의 세포가 불에 지져지는 고통에 시달려 바닥을 구르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제발 멈춰달라고 울부짖었을때. 그 때 교수라는 이름의, 우리를 지키기 위해 탈이 되었다는 그는 어디에 있었지?
" 아... "
부네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레오는 아쉽다는듯 작은 탄식을 뱉으며 함께 딸려올라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것으로 이 지독한 자기혐오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어떤 것의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한서는 마음이 심란했다. 소문을 듣자하니 탈 하나가 백궁 6학년 학생대표에게 집착하다 죽었다고 한다. 한서나 여타 다른 '누군가 곤경에 처해도 다른 사람이 알아서 하겠거니' 부류의 학생들은 얘기를 전해듣고 크게 놀랐다. 그런데 다른 소문이 퍼졌다. 현궁 6학년 학생대표가 금지된 저주인 크루시아투스 주문을 맞았는데, 백궁 6학년 학생대표도 똑같이 금지된 저주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쓰러진 사감 선생님을 제외한 셋 모두가 현궁 대표만을 달래주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는 것이다. 한서는 그 소문이 사실이냐 물었다. 상황을 보고 교수님을 찾기 위해 도망쳐왔다는 학생은 자기가 한 말이 거짓말이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다. 깨트릴 수 없는 맹세를 쓰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한서의 머리속이 새하얘졌다. 가문의 신념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여 약자를 위해 살며 남은 생을 속죄하기로 했는데 덜컥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가족이 공격을 받았단 사실을 들어버렸다.
"그럼 그 현궁 대표는 어디 갔는데?" "몰라. 시체를 보더니 얼굴이 새하얘져서 도망쳤대."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 "기숙사 안에 있겠지. 나라도 그런 이상한 광경을 봤으면 도망쳤을 걸?" "나 먼저 간다." "야, 아직 위험해! 교수님이 나가지 말라고…… 야!! 이한서!! 어디가!!"
한서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현궁을 향해 뛰었다. 분명 아팠을 것이다. 가주님께 듣기로는 당시에 적어도 여섯번이 넘게 맞았다고 들었다. 그런 애가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또 맞았다니! 어린 시절 각인된 고통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을까?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으면 어쩌지? 누군가 보면 한서의 모습을 보고 위선자라고 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았다. 이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차라리 같이 찾아줄 걸 그랬다. 그랬으면 공격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음 한켠에 그간 새겨진 죄책감이 요동쳤다. 하지만 이미 맞아버렸으니, 울지 않게 달래주고라도 싶었다. 현궁 앞을 다른 학생이 사감 선생님께 허락을 맡았냐며 막아 세웠지만 밀쳐서 무작정 들어갔다. 얼음 호수에도 없고, 기숙사 창문으로 부엉이를 날려봤지만 없다. 대체 어디로 간걸까? 조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한서는 그때 금지된 숲 입구에서 작은 소리를 들었다. 희미했지만 울음소리다! 홀린듯이 금지된 숲 금줄을 넘어 뛰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예전에 이렇게 비슷한 괴물이 나타나서 잡아먹으려 했다던데, 그때의 기분과는 전혀 달랐다. 네 울음소리기 때문이다. 한서는 이 울음소리를 아주 잘 안다. 원내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너는 아주 서럽게 울곤 했는데, 지금처럼 서럽지는 않을 것이다. 풀숲을 마구 헤치고 금지된 숲의 한적하고 널따란 바위가 있는 곳에서 우뚝 멈춰섰다. 너를 마주쳤기 땨문이다. 차라리 찾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가 훅 끼쳤다. 너는 다소곳하게 바위에 앉아있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옆으로 훅 꺾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바위를 덮고 네 얼굴은 눈부터 휘어 미소가 온 입가로 퍼진다. 가늘게 찢어질듯 휜 눈 밑으로 발그레 홍조가 띈다.
"으앙-"
네가 입을 벌리자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동안 우는 소리를 흉내내던 너는 한서가 공포에 질려 주저앉자 차갑게 내려다본다. 재미가 없다는듯한 시선이다. 그리고 지팡이 휘두르는 소리와 나지막히 '섹튬셈프라' 하고 읊던 목소리에 한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목에서 피가 튀고 뒤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피끓는 소리를 뒤로 너는 웃었다. 한참을 웃으며 한서가 너를 부축해 데려가는 순간엔 눈을 까뒤집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네 세상은 암전됐고, 정신 잃은 그 사이 드는 생각은 방금 누가 울었더라 하는 것이다.
>>148 천만에. 레이드 때의 땃태에게 이입하면 내가 이벤트 내내 반응이 좀 메말라지거든. 혹시나 불친절하고 관심없는걸로 보일까봐 걱정이였어. 게다가 모바일이다보니 반응 을 다 추려서 하기 힘들고;-; 이렇게 질문해주면 압도적으로 감사합니다......내가 첼 많이 애껴...88
>>150 이입하면 시야 좁아지는 참치 그거 나야~~ ㅋㅋㅋ;;; 솔직히 그런 상황에 주변을 다 신경 쓰는게 대단한거지 내 캐 하나에 몰입하기도 빠듯한데;; 적어도 난 반응 없어도 아무 감정 안 가지니까 걱정 말라구 (찡긋)(꼬리붕붕) 나도...나도 우리 땃태 지켜보고 있어...쭈랑 백년해로하는거 꼭 보고 말테다...!!!
>>15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귀여워)((쑤다다다담)) 땃태가 따라가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돌아올 곳은 내 옆이라는 의ㄷ...아니 의지의 표명이지(?) 포트키는 위치 지정을 할 수 있다니까:) 진짜 첼이 백년해로한다면 매구님 갱생 안해도 돼.....o<-< 백년해로해줘....
나는 몸을 일으켰다. 기숙사 천장이다. 한서는 나를 숨겨두고 잘도 디터니 원액을 바른 것 같다. 하오리가 없어 허전한 몸을 일으키며 새하얀 눈동자가 디터니 원액이 담긴 병을 내려다본다. 아마 한서는 이걸 두고 정신을 차리면 한번 더 바르라고 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바를 사람이냐면 당연히 아니다. 나는 천천히 마법사 체스판을 본다.
"안타까운 내 도련님. 만일 나와 연이 없더라면 좋은 사이가 되었을 터인데."
나는 전주 이씨 가문에 그렇게 큰 악감정이 없다. 하지만 한서라는 사람을 쓰고 모질게 굴어야만 한다. 물론 사소한 복수도 있지만 뒤로 둔다. 그건 전부 한서의 업보기 때문이다. 죄책감을 덜기 위해 나를 수단으로 쓴다. 내가 그것도 모를 줄 아는 사람으로 보이나? 지금까지 해온 일을 언제든 그만둘 수 있었으면서 한서는 가족의 압박 때문에 그랬다고 합리화를 한다. 교내에서는 보는 눈이 없기 때문에 거짓을 고해도 됐을 것인데 굳이 나를 괴롭혔으면서 이제 와서 약자를 위해 선다니 가당치도 않다. 이번에도 내 몸에 손을 대고 디터니 원액까지 바른 죄는 톡톡히 치를 것이다.
"돌아오지 않은 걸까."
나는 목을 더듬는다. 크루시오로는 고통이 느껴졌기에 다시 감각이 돌아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나는 괜히 목을 몇번 더 만지작거리고는 눈을 감았다. 오늘은 잠이 부족한 날이다. 아니면 피가 부족한 날인가.
>>155 음~~ 그 집착 한스푼...최고야.... (흐뭇)(아낌없이 배를 허락함) 그것은 너무나 멀고 어려운 길... 백년해로... 먼 미래보다는 당장 앞이 더 신경쓰이긴 해! 이매의 죽음으로 인해서 첼이한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지 할미탈은 어떻게 나올지~~ 아까 캡틴이 이매탈을 살릴 수도 있는 가능성을 보여줘서 첼이 그걸 안다면 시도 할거 같기도 하고....블라블라...
>>158 우리 어장에 집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어벙벙한 표정으로 계속 쑤다다담)) 음~~ 맞아 그건 그래. 앞이 먼저 신경쓰이기는 하지. 땃태는 상황도 봤고 바로 옆에서 쭈가 하는 말도 들었으니 이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왱알왱알. 확실히 그건 궁금하다! 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지 말야.((아니 근데 그걸 알게되면 시도한다구???)) 띠용?
>>159 확인을 위한 일상...일상이 시급하다...!! ㅋㅋㅋㅋㅋ 첼이는 어느 쪽이 죽던 상관은 않는데, MA의 개입으로 죽은 건 부조리하다고 생각했거든. 너무 충격적이기도 했고. 이제 교류가 가능할까 말까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사라진게 안타깝기도 하고 무엇보다 윤이가 슬픈 표정을 지었으니까. 멋대로 하진 않고 윤이한테 먼저 묻겠지만?
>>160 아ㅋㅋㅋ진짜로 시급한거 아니냐구ㅋㅋㅋㅋㅋㅋㅋㅋ앗 역시 윤이한테 먼저 묻는거구나. 으음 그럼 윤의 답에 따라서 첼의 선택도 달라지려나?:0 갑자기 등장한 절대적 존재에 의한 사망은 좀 많이 충격적이기는 했지. 아무리 다른 사람들을 많이 해쳐본 땃태도 그 장면에서는 어....((흐린눈)) 자꾸 기승전 땃태 반응으로 가는거야 땃쥐! 정신차려!((셀프 뺨싸다구 챱챱))
>>161 그렇겠지? 윤매구님이 하고싶은대로 하라곤 했지만 그래도 목숨 관련된 일인데 막 하믄 안되지~~ 근데 물었는데 또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하면 그때는 이제 선택장애 오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첼 개인의 선택으로 넘겨지면 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겠지만 :3 왜 왜 나 땃태 반응도 궁금해 진행 막레 후에는 반응을 안 올리니까 다들 어떤지 궁금하단 말야!!!
>>163 아 이런 썰 너무 풀고 싶었어 흑흑...8ㅁ8 너무 좋아...왠지 네 마음대로 하렴 하시면서 다이스가 잘 따른다면 위험성도 알려줄 것 같은데..음~~ 근데 선택장애는 진짜 올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하는 쪽으로 기우는구만 음음 좋은 정보야 ((메모))앟 맞아 다들 약속이라도 한듯 진행에 반응 안한다...궁금하다....
>>166 >>167 다이스...맞다 분명 다이스로 더 풀어줄지 말지 나온다 ㅋㅋㅋㅋ 그리고 난 잘 걸린 적이 없지...젠장... ㅋㅋㅋㅋㅋㅋㅋ 빙 돌아가느냐 직선으로 가느냐 차이는 있어도 결국은 하겠지만, 그러면 이제 제물을 누구로 하느냐가 문제야~~ 지금 시점으로는 가문 밖에 없는데~~ 흠... 땃태가 감정에 관해서 그렇게 반응하는게 어째서인지도 궁금하긴 하네. 첼이라면 아 그래? 하고 넘겨버릴거거든.
>>172 땃태가 감정에 대해 반응하는 이유는 그냥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 정도야:) 큰 이유도 없고 알려준다고 해서 납득만 할 뿐 완벽히 이해는 못하는 주제에 말이지. 가문의 신념만큼 땃태도 되게 변덕스러운 스타일.......왱알왱알. 아이고 다이스가 첼주에게 웃어줘야할텐데:0 조만간 돌려서 꼭 꽁냥하는 걸 구경할테다(?)제물...그러게. 제물:0
"음~ 발음은 머글보다는 훨씬 괜찮은 것 같은데. 입에 붙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겠는걸요~? 그치만 뭐. 한번 써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듣지 못했기에 당신의 말에 담긴 의도가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지금은 자신의 흥미가 이끄는대로, 자신이 생각하기에 더 괜찮은 느낌이겠다 싶은 쪽으로 방향을 정할 뿐이었다. 그 방향이 결국 남들이 듣기에는 머글보다 나은 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마 그 사실을 안다면 한참 벙쪄있다가 또 자기 자신은 무뎌졌다며 매일 하는 뻘소리나 하고 있겠지.
"근데 솔직히 서리 아저씨도 그동안 당과점 일 하면서 돈 많이 벌어두지 않으셨을까요~? 혹시 모르죠. 이 당과점이 팔리게 된다면 더 큰 가게를 여실 가능성도 없지 않을거랍니다~"
당과점 사드리는 내기가 싫다면 이 내기는 어떠신가요? 하고 괜히 짓궂은 웃음을 흘렸다. 또 다시 무한의 내기지옥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내기를 못 걸었던 탓일까, 자제력이 조금 부족해지기는 했으나 그런것을 자각한다면 그건 주양이 아니었다. 아마 훗날 죽더라도 묘비에 '나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죽었다는 데 내 모든걸 걸지!' 하고 써두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될 날은 까마득하게 먼 이후가 될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아마 자신의 다음대 건을 찾기 전까지가 될지도 모르니까.
"풉.. 맙소사. 뭔가 귀여운 환청이네요~? 저는 뭐랄까. 누군가 끊임없이 속삭이는 그런 것만 느껴지던데 말이예요~"
썩 좋은 부류의 환청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은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다. 케이크 자체가 맛있기도 하니 더더욱 그랬다. 환청을 이겨내면서도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한다면 주양은 주저없이 그렇다는 쪽의 선택지를 고를 것이었다.
당신이 환청 케이크를 포장해달라는 말을 듣고 약속했던대로 감초사탕 한 병과 호박주스를 골라 계산하려 하니, 어느샌가 당신의 손에는 지렁이 젤리며 감초 사탕이며 하는 것들이 가득 들려져 있었다. 맙소사. 분명 약속했던 것은 환청케이크 하나, 그리고 호박 주스 하나였는데. 젤리까지 한가득 얹어지게 될 거라는 것은 상상도 못 했는지 눈을 끔뻑이다가도 이내 경박스럽게 웃어대고야 마는 것이었다.
"우리 선배님~ 통이 너무 크신 거 아니예요? 저같은 후배한테 그렇게 이것저것 다 사주고 싶으시다면야, 저도 질 수 없답니다?"
묘한 곳에서 쓸데없는 경쟁심이 불타올랐다. 감초사탕을 한병 더. 그리고 지렁이 젤리도 세 봉지 정도 더 집고는 어깨를 으쓱여보이는 것이다. 이래뵈도 여기서 지렁이 젤리만 60봉을 사다 나른 사람이었기에,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는 듯 했으나.. 역시 쓸데없는 경쟁심과 자부심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쭉 변하지 않을 것이다.
>>186 (음 딜리셔스 땃)(열심히 볼냠)() 앟 그건 오늘 아침 일찍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그런거라고 생각해. 그것 외에는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니까 안심하라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그치. 지금은 나보다 땃주의 볼을 더 걱정해야 할 것이다..! (이빨자국 잔뜩 남기기)()
>>187 땃쥐는 맛이 없다구?:0 앗 그렇구나. 그럼 일찍 쉬어야하지 않을까? 답레도 썼으니까 말이야. 물론....4시 반이 넘은 상태에서 할말은 아니지만:( 아침부터 고생했어. 쭈주. ((너덜너덜해지면서 첼주와 나눈 잡담을 가리기)) 이빨자국이라니 꺄아악 먹혀버렷....!
>>188 그렇지만 기력을 채운 땃주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급기야) 누군가에게는 늦은 시간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른 시간일테니까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해! 고생했다고 해줘서 고마워. 그래도 오늘은 예전처럼 조금 늦게 자고싶은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잡담 가려도 소용 없다구~? 누구 애인이 그렇게 키스를 잘 한다던데 사실인가요~?
>>191 ㅋㅋㅋㅋㅋㅋㅋㅋ 땃주의 볼따구가 맛있는 탓이지 역시~? (대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단 말인가.. 그래도 여기서 잠들어버린다면 내가 아니지! 오늘은 딱 40분까지만 놀다가 자러 갈테다~! (오기)() 아 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반응 안 좋을수가 없다구 이건~? :D
쭈: 우리 여보~ 그걸로 매듭 한번 지어봐. 응? 아니다. 체리꼭지 대신 다른걸 매듭지어보는건 어때? (냅다 키스해버림)()
>>195 아니 내 볼이 맛있을리가 없잖아ㅋㅋㅋㅋㅋㅋㅋ이게 무슨 말이람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쭈주가 40분이 되기 전에 잠들 것이라는 걸 예상해보겠어:) 물론 그때까지 떠들 수 있다면 나야좋지만^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워째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응이 좋을 수 밖에 없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97 어허.. 한번 더 볼냠을 당해봐야 내 말을 이해할수 있겠어 땃주..? (다시 땃주의 볼을 노리는 희번득한 쭈꾸미)() 좋아 그럼 우리도 내기하자구~ 나는 내가 40분에 잔다는 데 땃태를 걸지..! (급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이거 너무 귀여워.. 앞으로도 많이많이 써주길 바래..! 앟 그리고 당연하잖아~ 우리 이쁜이 땃태가 그정도로 키스를 잘 한다는 티미니까. 내가 아주 많이 아끼는거 알지..? (반 협박)(?????)
후후 기습키스에 당해버리는 땃태 너무 최고야.. 체리꼭지로 매듭.. 쭈는 땃태가 알려줘서 가능하다는 쪽으로 ^^.. (땃주:쭈주 나가)
>>201 ((볼 보호하면서 쥐구멍으로 뛰어듬)) 앟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땃태를 거는 게 너무 자연스럽잖아 멈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그 이모티콘이 마음에 들었구나. 그럼 앞으로 잊어버릴 때쯤 사용하도록 하겠어XD 음..그렇게 말하니까 쭈가 키스하다가 매번 먼저 떼는 이유를 알 것도 같소잉:P
?? 뭐지 이거 날조가 너무 맛있는데? 땃태가 알려주는 것도 배우는 쭈도 넘 좋다 상상하니까((차마 표현은 못하는 중))
>>202 (쥐구멍으로 뛰어드는 땃주 쫓아감)(쥐구멍 문 봉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이거 아니야? 아니었어? 좋아 그러면 멈추는걸로~! () 응! 무지 마음에 든다구. 잊어버릴때쯤 또 써주면 내 좌심방 우심실이 아프겠지만 그래도 좋다! 앟 일단 외부적인 요인으로 보자면 입 떼고 이야기해야 답레가 이어질 수 있으니까 그런거였는데 땃주가 떠올린 이유는 뭘지 궁금해. 알려줄거지~? (찰싹 달라붙음)() 앗 마음에 든거냐구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ㅜ 표현까지 하면 수위가 위험해지고.. 분명 땃태가 잘 알려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6 후후후.. 문 두드려봐야 소용 없어야..! (발목 잡고 끌어옴)(그렇게 다시 볼냠이 시작되고)() 앟 칭찬받았다~~! :D 후후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나는 잘 모르겠는걸~? 도대체 어떤 걸 떠올렸길래 그래~ 응~? (꺅 하는 땃주 몰아붙이기)(???) 오너적인 요인 제외하고 보자면.. 땃태한테 한참 압도당해서 더 키스 나눴다가는 쭈가 못 버티고 일상의 수위가 폭주할것을 우려했다~ 라는 게 쭈주의 오피셜이지 ;)
>>207 선생님 40분인데 주무셔야죠 ((볼냠당함))((홀쪽)) 대체....대체 이러지마세요 흑흑흑 쭈주가 땃쥐를 괴롭힌다. 흑흑흑(??) 자세히 풀수는 없지만 땃태 키스할 때 되게 좀 순순히 안해준다는 느낌이 좀 있어서....((부끄러워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상의 수위가 폭주ㅋㅋㅋㅋㅋㅋㅋㅋ할까봐ㅋㅋㅋㅋㅋㅋ 앟 이제 쭈주 자러가겠구나. 나는..과자를 못참아서 과자사러 나왔지!
>>20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잡담이 즐거워서 딱 그 시간에 잠들러 가지 못할것같은데 어쩌지..? () 괴롭히는건 아냐. 그냥 간단한(?) 볼냠일 뿐! 그래도 곧 자야하니까 이게 마지막 잡담 턴이겠지만.. 키스 순순히 안해주는 땃태 너무 좋아 어떤 느낌인지 대강 감이 잡히는것같아 후후.. 후후후...! (상상하고 좋아죽음)(부끄러워진 땃주가 귀여워서 두번 주금)(????) ㅋㅋㅋㅋㅋㅋㅋ 분명 폭주할거야.. 브레이크 떼고 막 질주할거야... 각오하라구? ()
아무튼 이제 6시가 다 되어가네. 늘 해가뜰때 자러가는 나는 사실 박쥐였던 것.. (??) 오늘 이벤트에 늦지 않도록 얼른 깨도록 헤야지. 오늘의 새벽 쭈주는 여기까지~
익히, 시체는 많이 봐왔다고 장담할 수 있다.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도 직접 겪어봤었다. 거듭 말하건데, 단태는 자신의 가문 내에서 유일한 존재였고 그 본성에 기반하여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가문 내 누군가를 괴롭히고 해치는 일이 많았다- 할 수 있다. 그러니 시체를 보는 건 익숙했다.
그런 시체를 보는 건 처음이었을 뿐이다.
손으로 눈과 눈 사이를 누르며 단태는 숨을 내쉬었다. 그 광경이 눈 앞에 선명해서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목이 날아간 시체를 보고 토악질을 하지 않은 건 익히, 시체에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익숙한 것과는 다른 기분이다. 그 말을 뱉은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연인이라는 점도 단태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순간, 느껴지던 감각은 유리병을 열었을 때 느꼈던 감각과 똑같았다.
곱씹고 곱씹어보던 단태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입밖으로 내보였다."혹시, 우리가 적을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중얼거리던 것도 잠시, 스스로의 생각이 우습게 느껴져서 킥킥- 낮게 웃었다. 그럴리가 없지. 여전히 눈과 눈 사이를 손으로 누르며, 다른쪽 손을 뻗으려던 단태의 몸이 움찔- 흔들렸다. 디터니 원액을 발랐지만 하루 정도는 무리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붕대로 단단히 감아놓은 팔이 움직임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애니마구스로 변한 이에게 물렸을 때 무슨 생각을 했던가. 자신의 연인을 부축하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자신을 물어버린 그 아이에게 지팡이를 겨눴을테다. 그건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할 말이고 생각일 것이다. 조금만 더 세게 물렸다면 팔을 못쓰게 됐을까. 몇번 주먹을 쥐었다가 펴고 단태는 그제서야 가문에서 편지와 함께 온 약과와 양갱들이 들어있는 간식 봉지와 동봉된 상자에 시선을 줄 수 있었다.
구미가 당기는 말이다. 종류도 더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너는 다른 지역에서는 찍찍 소리가 나는 코코넛 얼음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종류의 간식이 더 생기면 너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차라리 팔리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가능성일 뿐이다. 진짜로 생기지 않는다. 너는 "애인 넣어둬요?" 하고 재차 말한다. 남의 정인을 함부로 가져갈 생각은 없다. 차라리 다시 돌려줄 것이다. 일단 맛있는 걸 좀 많이 먹여주고 용돈도 쥐어준 뒤에 돌려보내면 될 것 같다.
"끊임없이 속삭여요? 시끄럽겠다. 이노리는 그런거 싫어요?"
이건 사실이다. 소란스러운 것은 딱 질색이다. 축제의 시끌거림은 그나마 버틸만 하지만 그 이외의 것은 신경에 거슬렸다. 누가 이랬니, 저랬니 하는 이야기나 물건이 부서지는 것이면 특히 그렇다. 신경을 곤두세워 처신해야 할 일을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 섞여야 안심할지 그런 시시콜콜한 일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상념에 잠기는데, 그때 누군가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모조리 까먹고 만다. 때문에 너는 복잡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복잡하다.
"그야 후배님이 감초 사탕 잡는 것도 도와줬고, 내기도 알려줬고…… 아! 치사해-!"
너는 갈레온을 꺼내들다 볼에 공기를 불어넣는다. 한껏 미간에 인상을 썼지만 그것보다 공기 때문에 불만스러운듯 비죽 나온 아랫입술에 묻힌다. 너는 감초 사탕과 지렁이 젤리를 보곤 더 뭔가 집어내려다 그 이후의 일을 예감하고 작게 꿍얼거린다. 대충 듣자하니 '이노리는 금전싸움 하면 지는데..돈으로도 해결 안 되면 울어버리는데..' 같은 시덥잖은 혼잣말이다. 그러다가도 기어이 계산을 하는데, 크넛 몇개를 거스름돈으로 받고 품에 안은 젤리와 포장된 케이크 상자를 앞으로 쭉 내미는 것이다.
현아는 조카가 이 가문에 온 이후 아이의 방을 무엇보다 귀한 걸로 채웠는데, 그 정도가 매우 호화찬란하여 마치 귀한 손님을 보는 것 같았다. (중략) 인형을 좋아했다는 말에는 한 가게에 있는 모든 종류를 샀는데, 이건 장난감도 마찬가지였다. ─ 이로하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서투른 현아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런 물질적인 것 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좋은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조카는 음식을 먹으면 먹는 족족 모두 게워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옷은 군말없이 입었지만 인형처럼 그 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않았고, 장난감은 손도 대지 않아 방계나 다른 가문의 자제들에게 전부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인형 하나는 소중하게 여겼는데, 바로 유니콘 인형이다. 제 품에도 다 들어오지 못하는 인형을 어찌나 소중히 여기는지 작달만한 체구로 인형을 끌어안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 그리도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아는 인형을 사준 밤이 가장 참담했노라 회고했다. 잘 자는지 확인하러 왔을 때 러그가 깔리지 않은 구석 바닥에 웅크려 앉아 인형을 베개삼아 끌어안고 자고 있었던 것이다. ─ 이로하는 물질적인 것에 큰 부담을 가졌고, 자신이 귀한 가문인 이씨 집안과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며 신뢰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흔히 로맨스 판타지에서 평민으로 살던 아이가 갑자기 공작가의 양녀가 되었을 때 가지는 거부감으로 비유할 수 있다.
(중략) 살아있는 사람 하나 없는 자리에서 홀로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오라버니와 아가씨, 그리고 누리의 피가 바닥을 적시는 걸 봤어도 이렇게 참담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비참한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 직계 몰살의 현장에서 이로하는 홀로 살아 남았다. 현재 동화학원에 재학중인 후부키 이노리가 현재 고인임을 입증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침대 근처로 오더니 어제는 러그에서 편하게 잠들게 됐다. (중략) 아이의 입가는 피투성이였는데, 무언가를 잡아먹은 흔적이 아니라는 것은 부르터진 입술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제 고모가 와도 혀를 연신 자근자근 깨무는데, 초점없는 눈이 아무곳도 향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것이다. ─ 정신적으로 몰린 상태이며 장산범 독백의 기괴한 행동과도 이어진다.
(중략) 곧 학교에 가야 하는데 아이가 불안정하여 어쩔 수 없이 재갈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 해당 독백은 선고와 이어진다. 독백은 캐릭터의 이야기나 악몽, 환각을 포함하기 때문에 언제나 일어난 사실만을 적을 수 없다.
그렇게 3일정도 지났을 때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자해를 멈췄고, 재갈을 물었다는 생각도 감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얌전해졌다. 고분고분 먹었고, 주어진 것을 입었고, 장난감을 품에 안았고, 침대에서 잠든 것이다.
단 사흘만에 일어난 일에 사람들은 아이가 바뀐 것이 아니냐 저들끼리 농담을 던졌지만 진위는 알 수 없는 일이다. ─ 이로하가 이대로면 돌아가기는 커녕 이씨 가문에 평생 묶일 것이라는 현실을 깨닫고 이씨 가문에 순응하여 반드시 후부키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시점.
이노리의 오늘 풀 해시는 길을가다_넘어졌을때_자캐반응 : 쿠당탕, 보기 좋게 넘어진다. 엎어진 모습에서 고개를 번쩍 들더니 너는 무사하다는 양 엄지 손가락을 척 치켜올린다. "이노리 하나도 안 다쳤어요?" 하면서 다시 벌떡 일어나 먼지를 툭툭 턴다. 너는 네 뒤를 졸졸 쫓던 니플러와 함께 가던 길을 마저 간다.
>>368 이..이이...사실 제 볼은 민초맛이에요!!((방어 대책을 내놔요!))((음쪼쪼쪼!)) 지금은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외로움을 넘기지 않고 나 외로웠어 하고 투정과 응석을 부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중이랍니다.😊 물론 그 이전에 거쳐야 할 관문((이로하의 모습을 학생 앞에서 긍정적인 방법으로 보여주거나 한서를 진심으로 용서하거나 등등...))이 많긴 한데..🙄
주 단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무디거나_서툰_감정은 :0 우와(......) 그냥 감정 자체가 무디고 서툰 애는 뭐라고 해야하나?(()) 굳이굳이 이야기해보자면 되게 설명하기 힘든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감정에 무디고 서툰 편..?((예시를 들자면 외롭다 같은?))
자캐의_버킷리스트 (((놀랍게도 버킷리스트가 없습니다)))
자캐의_인성을_거침없이_말해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다들 땃태 멋지다고 그러는데 이런 반사회적 인격(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인성이 바닥을 기어다니는 주제에 집착이랑 소유욕은 쩔어서 집착광공같은데다가 죄책감은 하나도 못느끼고 공감능력까지 떨어지는 애를 그렇게 말하면 못써.....이런 애랑 친하게 지내면 안된다구(?)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370 >>371 민초맛이어요..!! 이제 제 볼은 취향이 갈려요!!((?)) 그렇죠. 이제 성장할 일만 남았어요..😊 감정 자체가 무디고 서투르다고 해도 쭈랑 같이 하면서 몇가지를 배워나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버킷리스트에..이이이..사소한 거라도 넣어보는게 보고 싶어요! 온갖 맛이 나는 젤리를 먹었을 때 맛을 한번에 맞추기..그런것도..?((안 돼요)) 친하게 지내야겠어요!!
레오파르트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말할때_비언어적_반언어적_특징 비언어라면 거짓말할때 뒷통수를 긁적이고 화가 잔뜩나서 말할때는 손이 파르르 떨리고(쳐죽이기 직전) 당황하거나 걱정스러우면 눈에 있는 흉터를 만지작거린다! 반언어라면... 거짓말할때 말이 조금 빨라지고 화가 잔뜩나면 오히려 목소리가 작고 차분해짐당 당황하거나 걱정스러운 경우에는.. 딱히 없네용 :ㅇ!
자캐가_신체_한_곳에_장애가_생긴다면_어디 아무래도 시력이 아닐까.. 여기서 TMI를 마구마구 풀자면 원래 눈에 흉터라는 설정은 없었는데 픽크루에 보니까 눈에 흉터가 있길래 오 이거 괜찮네? 하고 집어넣어서 생긴거고 그 뒤에 눈이 안보이는 설정을 넣을까 하다가 너무 불편할까봐 뺐습니당 :ㅇ! 이때까지만 해도 레오챤은 순둥순둥하고 수동적인 그런 아이였죠 :ㅇ!
자캐식으로_내가_당신에게_사랑한다_말하는_일은_없을_거야 모랄까.. 진지하게 말하면 '내 세계에서 당신을 지웠습니다' 라고 말할것같고.. 평상시의 레오처럼 말하면..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고 꼴도보기 싫으니까 쳐죽이기전에 당장 꺼지라고 소리지르지 않을까 :ㅇ..
>>376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표현과 묘사가 되는 감정을 알아차리는데 얼마나 걸리려나:Q 음! 나도 기대는 하고 있지만 말이야. 땃태가 외롭다는 표현을 하는 거((피폐한 맛이 난다)) 앟 하지만 땃쥐는 깔라만시에이드도 먹는 사람이니 민초도 먹을 수 있다고 할래(???)((잉주 볼냠)) 아니 그 소소한 버킷리스트는 이노리한테 어울리는 거 아니냐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80 (쮸아아아아아아압) 모랄까.. 되게되게 순둥하고 수동적이어서 '이거 해!' 하면 그냥 '응 :D' 하고 가서하고 저것도해! 하면 '그럴게 :D' 하고 그것도 하고.. 싫은 소리 들어도 에헤헤 :D 하고 말아버리는 그런 느낌이었던걸로 기억 하는데 막판에 진로를 확 틀어서 다 죽여버리겠다 >:ㅇ!!!! 하는 레오챤이 완성!
>>381 대신 이걸 받아갑니당! (쮸아아아아아아아아압) >>383 앟 포상이라기보단 레오챤이 정말 저랬다면 그게 누구던 그 사람과의 관계는 영원히 끝입니당. 끝! >>384 아마 그런 순둥순둥 레오챤이었다면... 이 일련의 사건들 견디지 못하고 자퇴해버리지 않았을..까.. (눈치)
재차 애인 넣어두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주양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이쯤 되면 반응은 다 본듯 하니 남은건 만족하며 이 내기를 없던 것으로 돌리는 일 뿐이다. 이래서 내기에 애인을 거는 일은 아찔하고도 재밌는 것이다. 간혹 자신처럼 승부욕이 강한 사람을 만난다면 내기의 짜릿함이 증가되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애인을 거는 자신에게 보여주는 반응의 재미가 있었으니까.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당신처럼 조금은 침착해보이는 말투로 애인 거는건 넣어두라거나. 한 가지의 반응이 아닌, 가지각색의 반응이라 더더욱 그랬다.
"맞아요~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더라구요. 가끔은 고함 지르는 소리도 난다니까요~? 짜증나게.. 그래도 케이크 맛을 음미하면서 먹으면 기분이 좀 풀리지만요~"
그 속삭임은 그저 환청일 뿐인가. 아니라면 자기 내면의 마지막 남은 양심이 주는 충고인가. 그 어느것도 확실히 하지 않은 채, 그저 두 귀를 막고서 끝까지 간식타임을 즐겨왔다. 이번 역시도 그럴 생각이었다. 먼 과거. 제 사촌동생이 무참히 불타버렸을 때, 자신의 인간성도 그 자리에서 함께 잿더미가 되었으니까. 다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잡았다. 그렇다면, 두번 다시는 중간에 끊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일만 남았다.
"음~ 그건 당연한 것일 뿐이지, 선배님한테 친절을 베풀어준 건 아니랍니다? 저는 언제나 지금처럼 굴 수 있다구요. 늘 경계하고, 주의해주세요~?"
자신이 방향성을 잡은 모습대로 보이기 위해 또 다시 노력하기는 했다만, 역시 울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말에는 엗 하고 마는 것이다. 정말 그럴 일이 있겠냐만은, 웅얼거리는 모습이나 볼을 부풀리는 모습이 마치 진짜로 순한 동생같은 느낌이었기에. 그래서 더더욱 빚을 지지는 않으려고 하는 것임과 동시에 순간 멈칫하고야 마는 것이다. 역시 자신은 여려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는 법이라고 느꼈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는걸 알면서도, 결국 보여지는 모습으로 먼저 판단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었기에.
모든 계산이 끝이 났다. 당신에게 사달라고 했던 호박 주스는 은근슬쩍 자신의 돈으로 사는 데 성공했다. 계획대로. 하는 표정을 지으며 괜히 음험하게 웃던 주양은 젤리와 포장된 케이크 상자를 받고 눈을 깜빡였다. 너무 단면적인 것만 보고 있었다. 호박 주스보다 지렁이 젤리가 훨씬 비싼 거였는데. 당신은 가격이나 다른것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으나 괜히 혼자서 당했다는 생각을 하며 키득거리던 주양은 당신에게 감초사탕 두 병과 지렁이 젤리 세 봉지를 쥐어주었다.
"아하핫, 플렉스 해버렸답니다~ .. 음. 흠. 어색하지는 않죠? 선배님의 노마지 친구가 쓰는 단어를 좀 인용해봤는데~ 역시 머글. 아니, 노마지들의 단어는 좀 특이한 느낌이랄까요~"
아까 당신에게 들었던 플렉스를 지금 써먹어보면서, 왠지 모를 어색함에 금새 헛기침을 하고야 마는 것이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평소 쓰던것만 집중적으로 써야 한다. 다른 것을 받아들이려면 그 과정은 꽤 힘든 것이었으니까. 노마지라는 단어는 쉽게 입에 익으면서도, 정작 그들이 사용하는 뭔가 신기한 느낌의 대사는 아직 자신의 입에 착착 감기지 않았다.
"아무튼. 선배님도 맛있게 드셔주세요~ 아참. 이번에도 병 깨버리시면 안된답니다? 그때는 나도 장담을 못 하기 때문에.."
감초사탕 한 병 분량을 찾는것도 힘들었다. 두 병 씩이나 연달아 깨트려 다시 감초사탕들이 자유와 행복을 찾아 떠나버린다면 그땐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것만 같았다. 물론 정말 당신이 병을 또 깨트릴 일이 있겠냐만은, 혹시 알까. 정말 불의의 사고로 다시 병이 깨져, 감초사탕들이 자유를 찾아 떠나고. 먼 훗날 감초사탕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며 마법사와 마녀들. 그리고 노마지에 대한 복수를 일삼고 다닐지.
>>401 앗.. 땃주 미리 화이팅이야! :0 으으 혼나기는 싫지만 늦잠자고는 싶고.. 하지만 잡담은 재밌는걸..! (마지막 발악)(?) 잉주랑 캡틴! 단어로 힐링시켜주는건 확실히 둘이 이 어장의 쌍두마차지. 그치만 땃주도 그 정도라구~ 쌍두마차가 아니라 삼두마차 해야한다니까? () 앟! 안된다 땃태가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건 안돼..! (다급)
사실 이번에 쓴 독백에 대해 좀 물어보고 싶은데 진짜 말했다시피 지금 땃쥐 이해력이 유치원생 수준으로 퇴화한 것 같아서 다 이해가 안되거든..:( 잉주랑 첼주는 은유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을 많이 쓰는 금손들이기도 하고:Q 뭔가 궁금한 점이 있어도 못짚어내겠다? 그런 느낌.
에이 그래도 다 알아버리면 재미 없자너~~ 그럼 첼의 독백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에 가까운 걸로 풀어볼까... 이건 좀 헷갈릴만한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되도록 의도한 부분일거라는거!
하나. 이번에 쓴 독백은 스피델리 가를 세운 초대 당주와 연관 있는 이야기다. 둘. 스피델리 가는 역사가 짧고 불분명한 과거로 인해 순수성이 의심스러운 순혈 가문이지만 초대 당주 때문에 순혈 가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셋. 모든 것은 초대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첼은 "아직" 모른다.
결론. 첼의 비설의 중심은 가문이다~~ 라는 거? 이거 힌트를 준다 해놓고 떡밥만 더 뿌린 꼴인거 같은데 ㅋㅋㅋ;;;
으음, 이런데서 내적 친밀감 느끼고 싶은데 초대로부터 시작된다는 거. 땃태랑 비슷하네........(()) 음~~ 초대에게 쌍둥이가 있었는데 서로 다른 길을 갔다? 라는 게 이번 독백의 핵심인가:Q 그럼 첼의 남매들이 가는 길도 초대의 형제들이 걷던 길을 걷는 것...? ((흐린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너무 치명적이지 않게 풀려니까 아무리 해도 떡밥같이 밖에 안 되더라고~~ 이거참~~ ㅋㅋㅋ
땃주가 생각한 그게 핵심 맞아! 이번 독백의 핵심이면서 비설의 핵심...까지는 좀 과한가. 뭐 영향은 끼쳤다고 하자.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 결과가 현재의 스피델리 가문이니까.
첼의 남매들의 경우는 초대의 형제들처럼 각자의 길을 가지만 초대들과는 달라. 전 독백에서 풀었듯 현 스피델리 가문은 자식들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며 살도록 가르치고 있고 남매들은 그에 따를 뿐인 걸. 그렇다는 건 초대들은 다른 가르침을 받았을지도 모르지? 그 가르침에 한명은 순응했고 다른 한명은 반항해서 그 결과...가 스피델리 가문으로 이어지는 걸..까? 새벽이라 그런가 나도 머리가 돌다말다 하네 히히히
((((아무튼 치사하다고 쫑알거리는 땃쥐)))) 으음~~~ 그렇구만? 이거이거 소중한 정보 감사하다네. 첼주여. 앞으로 독백이 풀린다면 최대한 연결지어서 생각하도록 하지:) 핵심까지는 아니여도 큰 영향을 미쳤다~ 는 맞구나? 음....((생각함)) 머리가 돌다말다 한다면 얼른 자는 게 어때?:Q 나야 아침에 볼일이 있어서 자기 애매하다지만.....((쑤다다담)) 좋은 정보 너무 고마워 첼주. 늘 반응도, 해석도 못하는 땃쥐를 위해 흑흑....((과대해석))
연결짓거나 어렵게 생각할거 없이 곧 풀릴 비설이면 첼의 비설은 거의 다 풀리는 거나 마찬가지라~~ 땃주는 풀리기 전에 미리보기 1분 본 정도려나! (으르릉)(꼬리붕붕)(?) 나도 뭐 일일히 다 반응 못 하는 걸~~ 보고 즐겨준다면 그걸로 만족해~~ 통수는 보장 못 하지만 히히히 잠은 아마 곧 자러 갈...걸? 아마? 어쩌면...?
>>418 요즘 광고도 3분짜리가 얼마나 많은데8ㅁ8 1분 미리 보기라니 너무 가혹하오((징징))((음쪼쪼)) 괜찮아 이미 캡틴의 이벤트와 잉주의 떡밥, 돌아가는 일상들로 냊뒤통수는 이미 너덜너덜해ㅋㅎ......앟 아마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당장 안자러가면 마구마구 땃태에게 질문하라고 해서 붙잡아버릴거야? 땃쥐가 볼일을 보러 갈때까지!!!!>:3 무섭지!!!
어허 1분이면 됐지 3분까지 바라다니 욕심이 과하면 안되는거야 땃주~~ 곧 풀 예정을 조만간...언젠가...나중이라는 기약 없는 미래로 미뤄버릴지도 모른다구? ㅋㅋㅋㅋㅋㅋ하긴 내 통수도 무사하진 않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 질문공세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하라고 시킨다니 너.무.무.섭.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이....알았다구 이불 속으로 드가면 되자나 드가면.... (꾸물꾸물)(응딩이)(???) 땃주도 잠깐이라도 눈 붙이고 볼일 보러가~~
너는 고함 지르는 소리에서 짜증을 느낀다. 너의 짜증이 아닌 학생의 것이다. 누구나 그런 상황은 싫어하지만 두려움보단 짜증을 느끼는 것을 알아간다. 너였다면 공포에 질렸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좋다. 하지만 이 상황은 원하지 않았다. 너는 볼을 퉁퉁 부풀린다. 이렇게 소맷단에 간식을 잔뜩 담길 지도 모르는 행동이 싫다면 경계하고 주의해야 한다니!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
"치사해. 나중에 복수할거예요!"
네 짧은 머리로는 연인을 꼭 찾아서 각종 간식을 잔뜩 손에 쥐어주겠단 모략과 흉계가 벌써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완벽한 복수다. 배가 부를 때까지 먹여주고, 용돈도 쥐어줄 테다. 네가 이렇게나 무서운 사람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너는 그 무시무시한 계략을 꽁꽁 숨기고 젤리를 넘기는 것으로 무마한다. 너는 하얀 치열을 드러낼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남에게 이렇게 받는 것은 네 안의 남들은 더 잘 먹여야 한다는 생각과 달랐지만 사탕과 젤리를 품안에 가득 받은 것은 막상 기분이 좋았다.
"어색하지 않아요? 노마지 단어 재밌어요? 별걸 다 줄이고 써요?"
그렇지만 너는 줄여 쓰는 단어는 자주 언급하지 않는다. 입에 잘 붙지 않기 때문이다. 네게는 아직 옛것의 향취가 남아있는 단어가 훨씬 잘 붙는다. 너는 병이 달각달각 흔들리자 통통 튀는 감초사탕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괜히 놓칠새라 품안에 더 꽉 끌어안고는 학생의 충고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도 놓치면 후일은 장담할 수 없다. 네 친구가 나타나서 깔깔대며 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것만은 안 된다.
잡생각이 너무 많다. 부네를 돕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 부터 시작해서 계속되는 인지부조화에서부터 자기혐오. 그리고 그것에 내려온 동앗줄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 이상의 것들. 레오는 머리가 어지러워질 지경이었다. 누군가가 덮어주었던 하오리를 꼭 끌어안고 침대에 누워있던 레오는 아기가 우는소리와 방울소리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부네가.
" 일단, 가야겠지. "
이럴땐 생각보다 움직이는게 낫다. 레오는 이노리를 만난다면 돌려줄 요량으로 하오리를 몸에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 지금까지 전개상 가는 방향은 어차피 한 곳이다. 금지된 숲. 아, 그러고보니 울음소리라면 그 때 그 짐승. 죽음에 엄습했던 공포가 다시 한 번 몸을 뒤덮어 레오는 주저하는 발걸음을 옮겼다.
너는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이것저것 챙긴다. 양피지, 깃펜, 잉크… 지팡이까지. 모두 챙겼지만 하오리가 없다. 허전한지 괜히 어깨를 두어번 손으로 문지른다. 짐을 싸들고 품에 안았는데 오늘은 바깥이 조용하다. 수업을 하는 날이 아닌가 싶어서 시간표를 봤지만 날짜를 헷갈리지도 않았다. 너는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일이지? 일단 짐을 내려놓았을 때, 아기 울음소리와 방울 소리가 들렸다. 방울 소리가 익숙해서 가면을 썼던 얼굴을 매만졌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없다. 맨얼굴이라는 소리다.
그러고보니 이런 적이 있다고 했다. 창밖을 보니 교수도, 학생도 어딘가로 향한다. 창문을 열어 어디가요? 하고 외쳐봐도 아무도 답하지 않는다. 고요한 복도는 발소리만 가득하다. 모두 너를 놀리는게 아닌가 싶어 문을 열고 학생을 잡아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다. 너는 기숙사 방으로 돌아가서 가면을 챙겨 얼굴에 쓴다. 평소엔 코와 입을 드러냈다면 이번에 새로 만든 가면은 얼굴을 모두 가리는 것이다. 너는 맨발로 금지된 숲을 향했다.
"고조."
아이 울음 소리를 내어 사람을 꾀어내는 신비한 생물. 먹이는 인간, 개체는 유일하게 남아있으며 탈이 소유중. 혜향 교수의 보호가 닿지 못한다. 고조. 너는 다시금 고조라는 발음을 내어보곤 가면 속에서 아이처럼 맑게 미소지었다.
현궁의 기숙사.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질끈, 감고 있던 단태의 눈이 슬몃 치켜떠졌다. 어둑하게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는 여전히 선득한 빛을 품고 있었으나 아주 조금 피곤한 기색이 묻어나고 있었다.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아기의 울음소리와 방울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간지럽히고 있었지만 단태는 그 소리가 바로 옆에서 울리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익숙한 통증에서부터 시작된 두통이 거셌다.
"염병할-"
식은땀과 통증으로 침대에 가라앉아있던 몸을 일으키고 막혀 있던 숨을 내쉬며 욕설을 중얼거리던 단태의 걸음이 침대를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본다. 아기의 울음소리보다 방울소리가 더 거슬렸다. 외투를 걸치고 지팡이까지 집어든 단태가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홀린 것처럼 움직이는 학생들과 같이 움직였다. 이상하게도 몸이 안좋았다. 그믐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땃태가 너무 철인이여서 살짝....오너가 디버프를 넣어봤다. ((오너가 캐릭 굴리는데 진심인편))
익숙한 울음소리. 지난번과 같은 기현상. 그래. 올 게 왔구나. 주양은 씩 웃었다. 선비탈이라는 그 친구가 잊지 않고 그 이야기를 전달해줬거나, 아니면 그저 늘 있는 탈들의 습격이겠지. 어느 쪽이든 환영이었다. 그것을 불러낼 기회는 이미 끝났으니, 지금부터는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밀고 나갈 차례인것이다.
그 날, 하얀 머리칼의 웃는 얼굴이 바닥을 구르던 그 장면은 오래도록 눈커풀 뒤에 남아 그녀를 괴롭혔다. 그의 슬픔이 어린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죄책감, 미안함 따위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대한 충격에 버무려져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로 인해 잠은 물론 식사까지 거부하게 만들었다. 음식을 두고 입에 넣으려 하면 헛구역질이 올라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새의 죽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생생한 죽음을 목도한 것은 지금까지 그녀가 갖고 있던 생각을 뒤엎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른다. 날은 바뀌고 수업은 들어야 했으며 새로운 위협 역시- 찾아오는게 당연했다.
수업을 듣기 위해 비척비척 걸어가던 그녀에게 언젠가 들은 적 있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주변 학생들이며 교수들까지 멍한 눈을 하고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한다. 저번처럼 듣지 말라며 귀를 막아주는 이는 없었으나 그녀의 정신은 홀리지 않았는지 멀쩡했다. 그랬으니, 그녀는 이들의 행선지를 찾으려면 직접 걸어가야만 했다. 아. 어째서.
"...싫어...!"
스쳐지나가는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서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주저앉았다. 이전과 같은 장면이 펼쳐지는 걸 또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멈추어있건만 홀린 그들은 계속해서 간다. 멈춘 그녀를 두고 전부 가버린다.
"......"
이내 더이상 그녀보다 뒤쳐진 자가 없을 쯤, 그녀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천천히 그들을 따라갔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고개 탓에 내려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 언뜻 보기에 그녀도 홀린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비틀거리는 걸음도 아마 그러했겠지.
레오가 나가자, 비틀비틀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백궁 6학년 학생 대표인 윤이 보입니다. 그는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숲 깊은 쪽으로 걸어갑니다. 그의 옆에는 늘 있던 패밀리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없습니다.
당신들이 따라가자, 각시탈을 쓴 마법사가 탈을 슬며시 벗으며 씩 웃었습니다. 그녀의 옆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납니다. 소의 꼬리가 달린, 호랑이를 닮은 생물이 개 짖는 소리를 내면서 그녀에게 발라당 누웠습니다.
' 어머, 안녕? '
각시가 웃었습니다. 그저 멍하니, 교수들과 학생들이 숲 안 쪽으로 들어가도록 비킨 그녀는, 당신들과 그들 사이를 가로막듯 섰습니다.
' 우리 주인님이, 엄청 화나셨거든. 마침, 나도 우리 뽀삐 밥을 줘야 했으니까 먹이를 주려고 왔지. '
각시는 지팡이를 빼들었습니다.
' 저 안에 들어간 사람들 구하려면, 안에 갇힌 중탈이 구해줘야 할텐데 걔 지팡이 부러졌다면서? 너희가, 시간 내에 먹히지 않게 구할 수 있을까? '
각시가 고갯짓을 하자, 애교를 부리던 호랑이를 닮은 짐승이 후다닥, 숲 안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이제, 당신들의 앞에는 각시탈 뿐입니다. 싸우기에 그만한 장소가 또 없죠. 수 많은 학생들과 모든 교수가 다, 숲 깊숙히 들어갔으니까요. 그녀는 주양을 향해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 너가 죽이게 했다면서? 크루시오. '-대상: 주양 고정. 고통으로 인해, 1턴 행동 불가.
그때 패밀리어가 변한 녀석이다. 레오는 자신도 충격이 컸으니 주인이었던 본인은 얼마나 충격이 클까 싶은 약간의 연민을 느꼈다. 이대로 두면 뭔가 위험한 짓을 할것만 같았다. 항상 챙겨주던 아이가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레오는 일단 가장 가까운건 자신이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일까 레오는 앞서 나가서 윤의 앞을 막아서려했다.
" 야, 너 괜찮냐니까? 대답안해? "
안하면 쳐죽여버린다. 하고 말한 레오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그 때의 그 새다. 온 몸을 찢어놓고 죽음의 문턱에 데려다놓았던. 그리고 버니가 말했던 탈이 보인다. 우선은, 관망이다. 버니가 여차하면 각시를 방해하는 이들을 막으라고 했지만 아직은, 아직은 잘 모르겠으니까. 우선은 관망이다. 레오는 윤의 앞을 막으며 어깨를 밀었다.
아, 궁기다. 너는 궁기를 보고 "예뻐" 하고 감탄을 내뱉는다. 궁기는 악인에게 짐승을 바친다 했던가. 만약 네가 저 사람을 공격하면 궁기의 입장에선 네가 악인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한다. 혹은 정말로 시도해볼지도 모른다. 이미 네가 손에 쥔 지팡이가 그 증거다. 너는 고개를 기울인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기가 보내놓고 왜 화내요? 죽을 거 몰랐대요?"
너는 아이처럼 왜요? 로 운을 뗀다. 네 주특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의도로 질문해서 주변 사람의 피를 말리는 것인데, 사감과 교수에게만 쓰던 것을 탈에게까지 쓰는 지경에 도달한 것이다.
"학생을 죽이려 해놓고 역으로 당하면 배아파서 그래요? 더 잃기 싫으면 앞으로 오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계속 와요? 아무것도 안하면 편하지 않아요? 언니도 편하게 쉬는거 좋지 않아요? 왜요? 이노리 궁금해- 궁기는 왜 보내요? 먹을 거예요? 다른 고기 많은데요? 학생 먹고 배탈나면 어떡해요?"
조잘조잘 쉴새없이 질문을 하던 너는 크루시오에 입을 딱 다문다. 감초 사탕을 사준 좋은 후배가 아파한다. 너는 주양을 한번, 각시를 한번 보더니 가면을 쓰길 새삼 잘했단 생각을 하며 지팡이를 겨눴다.
평소의 말투를 가져오지 못할만큼 두통이 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이 좋지 못했다. 꼭 그믐달 아래에 맨몸으로 던져진 감각이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숲으로 들어가고 앞을 가로막은 각시탈에게 단태는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그 뒤를 따라, 호랑이를 닮은 생물이 숲 안으로 자취를 감춘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단태는 눈과 눈 사이를 손으로 눌러내며 두통을 가라앉히려고 부던히 노력하고 있었다.
숲 안으로 들어간 이들을 구해야한다? 꼭 구해야하나? 암적색 눈동자가 슬몃 숲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각시탈에게 고정되고 이제는 귀에 익어버린 금지된 저주가 연인에게 향하는 걸 보자마자 단태는 늘어트리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올려서 그대로 휘둘렀다.
터벅, 터벅. 누가 지나가는지 어디를 걷는지 제대로 인식도 못 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신발은 어느샌가 금지된 숲의 이끼를 밟고 있었다. 숲 특유의 향이 멍한 정신을 현실로 잡아끄는 듯 해, 고개를 들자 저멀리 숲 안쪽으로 들어가는 학생과 교수들이 보인다. 그리고 저쪽과 이쪽을 가르듯 자리잡은 각시탈의 존재도.
탈. 그 탈을 보자 올라오는 역함을 참으려 한 손으로 입을 막는다. 각시에게는 미안하나 탈이라는 키워드 만으로 또다시 이매의 모습이 떠올라버린 탓이다. 한 손으로는 부족했는지 다른 손으로 재차 그 위를 덮으며 뒤로 물러난다. 넘어질 듯 위태로운 걸음이 한발 두발 뒷걸음질을 쳤다.
그렇게 물러서서 근처의 아무 나무나 짚고 바닥을 향해 몇번의 구역질 소리를 내고서야 좀 정신이 맑아지는 듯 했다. 퉷, 하고 입안에 고인 타액을 뱉어낸 그녀는 비틀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배...?"
여태 오면서 찾지 못 한, 그녀는 보지 못 한 윤의 모습을 찾아 그들에게서 멀어진다. 지팡이를 꺼내들지도 않고 각시와 다른 학생들이 싸우든 말든 상황을 뒤로 한 채 윤을 찾고 있었다. 서서히 숲 쪽으로 가까워지며.
주인이 화났다는 말에 주양은 코웃음을 흘렸다. 이걸 어쩌나. 이 정도로 화나게 된다면 앞으로는 더더욱 자신에게 화낼 일이 많을텐데. 이매를 죽여달라고 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계획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앞으로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질 수많운 계획들 중 극히 일부.
냅다 꽂히는 크루시오는 이제 익숙해지다 못해 무던할 지경이었다. 물론 생각만 그랬다 뿐이지 이 고통에 적응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엇지만, 적어도 처음 두방 연속으로 맞았을때와 같이 버티기 힘들 지경은 아니었다.
".. 후후.. 용캐도 잘 전해들었나봐~? 각오해. 그리고 잘 알아둬. 이건 그저 시작일 뿐이라는 걸.."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탈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들 중에서는 각시탈도. 그리고 다른 탈도 끼어있었다. 물론, 중탈은 예외로 두고.
대표인 그는 다른 이가 챙기는 것 같으니 더 신경 쓰지 않는다. 스베타는 침묵하며 탈을 노려 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내 숲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는 짐승을 보고서는 혀를 쯧 차낸다. 시간이 없다. 대치하는 동안 짐승은 숲으로 들어간 이들에게 계속 가까워 질태니
이내 부적 두 장을 잡아들고선, 각시를 향해 내던진다. 당신도 한 번 불에 타볼 필요가 있어.
레오는 가만히 빙글빙글도는 윤을 보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옆에서는 계속 싸우고 있는듯 한데, 우선 저기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이유라면 여러가지가 있겠지. 첫 째로는 누군가는 이 정신나간 학생을 봐줘야한다. 이건 표면적인 이유고 진짜 이유는 버니의 명령이었다. 각시탈을 도와주라는 것. 하지만 모두의 적인 탈을 도왔다간 무슨 후폭풍이 불어올지 장담할 수 없기에 레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아주 잘 되었지.
" 후.. 야, 니가 이해해라. 인카서러스! "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정도만 되어도 되겠지. 적당히 묶어서 여기다 내려놓고 앞 쪽 상황을 지켜보던가 해야겠다-는 철저한 관망의 태도와 함께 최소한의 배려를 하겠다는 셈이었다.
물론 지금은 어느정도의 위협에 그쳤다. 그것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고 불러낼 수 있는 기회는 저번이 끝이었으니까. 이제 더 불러내려면 의도치 않게 산제물을 바쳐야 한다. 적아도 산제물은 이 학교 학생이 되게끔 내버려둘수 없었다. 저 탈의 애완동물이 출동한 이상은 결국 그거나 그거나겠지만은.
"저주를 안 쓰는 사람과, 저주를 밥먹듯 써대는 너희. 둘중 더 많은 손실을 보아야 할 건 당연히 너네니까~ 그것만은 삼가달라는 이야기야."
한 마디로 손해를 보는 싸움은 싫다는 것이다. 뒤이어 제 애인이 저주 마법에 맞자마자 주양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너는 그 애만큼은 건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람 잘못 건드린거라고 생각해. 날선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며 그때 제 애인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애인을 꼬옥 안아주고 괜찮냐며 다독여준 다음 지팡이를 각시탈에게 향했다.
"전에 너랑 양반탈이 같이 왔을때는 제대로 못 싸웠으니까, 이번엔 한번 누가 먼저 끝장나나 해볼까? 엑스펄소."
눈과 눈 사이를 누르던 손을 미끄러트려서 단태는 식은땀으로 젖은 자신의 목을 훑어내며 지팡이 끝을 가볍게 까딱, 움직인다. 잠긴 목소리가 짐승의 으르렁거림과 비슷했다. "목을 노리고 썼어야했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웃음을 히죽- 지어보이며 단태가 중얼거렸다. 날아온 부적에 불이 붙은 채 뜨겁다고 비명을 지르는 각시탈의 모습이 시야에 닿자, 단태가 낄낄 웃었다.
웃음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안그래도 때이른, 이유모를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몸뚱이에 크루시오는 큰 타격이였다. 비집고 새어나오려는 소리를 참고, 지팡이를 놓치지 않는 게 최선이였다. 터지려는 신음을 짓씹어 삼키는 바람에 안그래도 가파르던 호흡이 튀면서 휘청-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단태는 자신의 지팡이를 있는 힘껏 쥐었다.
스베타는 무심하게 독설을 쏘아내고서, 다시 부적 두 장을 손에 쥔다. 고열에 상대가 고통스러워 하긴 했으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성가시지. 까맣게 불타버렸을 각시를 건너다보다, 귓전에 맴도는 말에 순간적으로 흠칫 몸을 떤다.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할수록 위험도는 배가 될 것이다. 조급함에 스베타는 입술을 씹어대다, 다시 각시를 향해 부적을 내던진다. 이번에는 각시의 팔을 향해서. 손에 화상을 입으면 지팡이를 잡기 힘들지 않을까.
등 뒤로 마법이 튀는 소리가 들린다. 불이 타오르는 소리도 들렸다. 들리기만 할 뿐 그녀의 걸음을 되돌리지는 못 했다. 떨리는 손이 찾는 건 지팡이가 아니라 윤이었으니까.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눈이 숲과 근처를 헤메이다 누군가의 주문 읊는 소리에 고개가 홱 돌아갔다. 인카서러스. 주문과 공시에 밧줄로 묶이는 윤을 발견한다. 그녀의 눈에 그의 모습이 담기자마자 다리가 곧장 움직인다. 조금 전까지 비틀거리던 걸음은 어디가고 쏜살같이 달려가 묶인 윤을 끌어안으려 한다.
"선배... 한참, 찾았잖아요..."
설마하니 그가 홀렸을 줄은 몰라서, 그럴 거라곤 생각도 못 했기에. 그녀는 안심하여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윤을 붙들고 있으려 했다. 그 와중에 힐끔, 레오를 보긴 했으나, 그 어떤 말도 ㅏ지 않고 오직 윤만 챙긴다.
너는 가면을 양 손으로 잡고 들어올리는 시늉을 한다. 이윽고 비밀 이야기를 하던 아이처럼 입가에 양 주먹을 가져다대고 쿡쿡 웃는다. 가면속의 눈을 휘어낸다. 진실 없는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 우스운 소문으로 전락한다. 구어로 내려오는 역사가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와전되는 것도 그 탓이다. 말의 힘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작은 돌 하나가 호수에 큰 파장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아무도 몰라- 언니가 아무것도 안 알려주면 의심한대로 학교에서 퍼지고 그럴까봐.."
지팡이를 다시금 겨누고 너는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정말 모른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언니가 안 알려주니까- 그 다음 일은 이노리도 안 알려줄게요."
살인 저주가 아니면 무엇이든. 너는 흘끔 지팡이를 본다. 그건 이쪽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탈이 죽었다고 해도 여기 교수진은 죄다 눈감고 넘어갈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백번의 선행을 해도 한번의 악행으로 평생 악인 취급을 받고 살 것이니, 차라리 악행을 여러번 저지르는게 수지타산에 맞다. 자연은 약육강식, 머리를 굴려도 죽을 자는 죽는다.
지금 자신의 마법이 아무리 막히더라도, 정말 그것을 불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더 초조하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훗날. 지금 받은것의 제곱으로 상대에게 돌려주면 그만이다. 완벽한 복수를 위해서는 때로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법이기도 했다. 당장 탈들과 그들의 주인에게 왠수 비슷하게 찍힌 자신이 하기에는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었으나, 그걸 자각하고 멈춘다면 그건 주양이 아니었다.
".. 어머나,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러니.. 당신의 뜻대로."
아니. 그게 아닌데. 하는 이성마저도 달콤한 황홀경 뒤로 파묻히고야 말았다. 지팡이는 각시탈이 아닌 제 연인을 향했으며, 그 행동에는 한치의 머뭇임조차 없었다.
금지된 저주가 난무하고 공격하는 사람은 단 둘밖에 없을 상황에 처한다. 너는 이런 상황을 놀이라고 생각할 사람이었다. 무지하고 순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새 배운 것이 몇 있답시고 기분이 또 나빴다. 네가 알기로 붉은 머리의 후배는 아주 좋은 사람인데 괴롭히기 때문이다. 너는 고개를 기울인다. 그리고 잠시 발을 동동 구른다. 그리고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과연 영민하신 분이십니다."
몸을 날리더니 손을 쭉 뻗어 향한 것은 목이다. 제 또래를 훨씬 웃도는 악력과 더불어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난 손으로 목을 틀어쥐려 한다. 너는 그리고 낮게 "이매 경과 같은 길을 걸으시려 하다니, 두분의 우애에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속삭이고는 아이처럼 쿡쿡 웃는 것이다.
빗나가는 부적을 보고 아랫입술을 짓씹다, 까칠한 어조로 또다시 말을 쏘아낸다. 이렇게 대치만 하는 사이에 시간은 계속 더 흘러갈 뿐이다. 안 좋은 예감이 들자, 생각이 많아지고 짜증이 쌓인다. 이내 익숙한 두통이 찾아와 뇌를 압박해오자 스베타는 앓는 소리를 냈다. 안 좋은 예감은 언제든, 틀린 적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방금 전과 같이 상대의 팔에 화상을 입힐 생각으로 부적 두 장을 쥐고 내던진다.
정신을 잃거나 하지 않은 건 통증이나 고통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겪고 있는 고통에 더 큰 고통을 덧씌우면 도리어 무뎌지고 만다. 단태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호흡이 딸려서 두통이 더 심해지고 조금 더 아플 뿐. 자신을 안고 다독이는 연인의 모습이 뿌옇게 흐릿한 시야에 닿아서 단태는 연인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기대고 호흡을 가다듬다가 능청스레 웃음을 흘렸다. 부러워? 하는 말을 내뱉으려다가 단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어진 주문은 임페리오였다.
"하."
헛웃음을 흘리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주문을 막지 않고 그대로 맞으면서 단태가 주양의 몸을 붙들어 끌어당겼다. "내가 널 어째야할까. 응?" 들리지 않을 말을 주양의 귓가에 나직히 속삭이고 단태는 지팡이를 들어 각시탈을 겨냥했다.
그토록 찾던 윤이 품에 안겼음에도 그녀는 순수히 기뻐할 수가 없었다. 줄이 떨어진 꼭두각시마냥 멍한 표정을 한 모습에 되려 마음이 아팠다. 빈자리 하나가 그에게 어떤 상실감을 안겨줬기에 이렇게까지 된 걸까. 그녀는 모르는 일이기에 입술만 꾹 깨물었다.
뒤에서 레오가 뭐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도 그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그곳에 그녀와 윤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디핀도로 잘린 밧줄을 성급하게 풀어 내쳐놓고 재차 윤을 끌어안는다. 여전히 멍하게 늘어진 제 연인을 안고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그녀 역시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윤을 보고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해요. 같은 말을 다시 중얼거리고서 떨리는 손을 들어올려, 한박자 심호흡을 하고, 휙 하고 움직인다. 윤의 뺨을 쳐서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한번이 뭐 그리 힘들었는지, 그 새 입술이 터져 붉게 물들고 있었다.
임페리오에 걸린 사람을 제압하는 주문은 알고 있었다. 배웠고, 실습도 해봤지만 실전에서는 단 한번도 성공해보지 못한 주문. 크루시오에 맞았던 몸은, 뒤이은 주문에 맞았음에도 통각이 무뎌졌는지 은은한 통증만 주고 있었다. 참을만 하다는 소리였다.
주양을 붙들어 안고 있던 한팔에 힘을 주면서 단태는 지팡이를 다시 명확하게 각시탈을 향해 겨눴다. 통각이 무뎌졌다고는 하지만, 이유없는 통증과 크루시오로 인한 고통. 그 위에 덧씌워진 엑스펄소 주문까지 연이어 겹겹히 쌓인 통증에 잘게 손이 떨리는 것과 흐릿한 시야를 바로 잡지는 못하고 있었다.
레오는 어깨를 으쓱하곤 뒤를 돌았다. 여기 더 있어봐야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으니 둘이 알아서 상황을 잘 해결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뒤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아야하니까. 정말 가고싶지 않았는지 느린 걸음으로 느릿느릿 걸어가던 레오는 대판 싸우고있는 모습을 보곤 머리를 쓸어넘기며 후- 하고 한숨을 쉬곤 그 자리에 털퍽 하고 앉았다.
" 그러니까.. 저걸 도와줘야한다는건데.. 그러면서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라면은.. "
일단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떠오르는 방법이라면 몇 가지 있다. 우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프로테고를 쳐서 우리를 가둬버려 각시에게 공격이 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 네뷸러스를 펼쳐서 우리를 숨긴다는 명목으로 시야를 가려 공격을 막는 방법. 마지막으로 가장 심플하게 표범으로 변해서 달려드는척을 하며 공격을 대신 맞아버리는 방법. 레오는 으으.. 으으으.. 하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머리아프다.
" 이것도 저것도 뭔가 좀 그렇단.. 말이지... 안하고싶지만서도.. 하지만 버니의 명령인걸.. 그러니까 이걸 이렇게.. 아니면.. "
레오는 그냥 다 쳐죽여버릴까, 하는 말까지 뱉어냈다. 그리곤 마음을 잡았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도 없으니, 일단 여기서 변신부터. 레오는 옷을 가지런히 정리해 내려놓고 이제는 익숙하게 검은 표범으로 변했다. 달려들어서 한 두대 정도 대신 맞아주면 적어도 의심할 틈은 없겠지. 게다가 이 몸이라면 몇 대 맞더라도 견딜 수 있다. 좋아. 가자.
어두운 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검은 표범은 금방이라도 공격할 듯 으르릉 하고 몸을 낮췄다. 타이밍이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그래도 직격으로 맞으면 견디지 못할수도 있으니 살짝 흘려맞는다는 느낌이라던가, 궤적을 바꾼다는 느낌으로. 몸을 낮추고 학원의 사람들과 각시탈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마법이 캐스팅되는 순간에 눈을 번쩍뜨고 지금이다. 하는 생각과 함께 날아올랐다.
황홀함에서 벗어난 주양은 역으로 자신이 제 연인에게 안겨있는 꼴을 보고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고, 상황 파악은 금방 끝났다. 중간에 갑자기 기억이 사라졌다. 정신을 차리고 났을 땐 여전히 그 장소였으나 자신의 자세만 바뀌었을 뿐이다. 중간에 기억을 잃을 이유는 역시. 입술을 슬쩍 물어뜯으며, 제 연인의 품 속에서 몸을 꼼지락거렸다.
".. 우리 여보. 내가 여보에게 큰 실수를 범한 것 같은데-"
다음에도 또 내가 조종당하게 된다면 그땐 그 어떤 공격이라도 가해줘. 그렇게 말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자신의 내기 친구가 될지도 모를 선배에게 크루시오가 향하는걸 보며 표정이 살짝 굳었다. 기어코 그렇게, 내 주변 사람들만 근드리겠다는 말이지.
"내 공격때문은 아니지만~ 아까 쿨찐인 척 할때보다 훨씬 볼만한 표정인데! 어때. 아까전보다 훨씬 재밌지~?"
분노로 이글거리는 각시탈의 눈빛을 보면서도 경박스럽게 웃음을 터트리고야 마는 것이었다. 역시 이런 시비와 도발이 없으면 이젠 자기 자신이 어색할 지경이었다. 지팡이를 바로잡아, 다시 각시탈에게 겨누었다.
기껏 마음먹고 손을 휘둘렀는데도 윤은 정신을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휘청이는 그의 몸을 받쳐 안으며 그녀는 초조함에 재차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힘조절을 했어도 그정도면 정신 차리기에 충분했을텐데. 뭔가, 뭔가 다른 걸 해야 하는 건가? 잇새로 뭉개지는 입술에서 새빨간 피가 번진다. 창백한 얼굴에 유일하게 색을 띈 입술은 어색하기만 하다.
"......"
애꿎은 입술만 괴롭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대론 안 된다. 생각, 생각하자. 전에 같은 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그가 어떻게 해서 그녀를 막아줬었지? 소리를 들은 직후에 손으로 귀를 막아줬었다. 하지만 그건 들은 직후였지 지금처럼 이미 홀린 후가 아니다. 그러면? 그 다음은?
어찌어찌 기억을 더듬던 그녀가 떠올린 그 날에 고개를 확 들었다. 설마 그게 통할까 싶은 의구심이 먼저 들었지만 지금은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때리기까지 했는데 그 정도를 못 할까. 좀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숨을 한번 쉬곤 얼마 안 되는 키차이를 좁히려 발꿈치를 들었다. 윤이 넘어지지 않게 꼭 끌어안으면서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친다.
얄량한 세 치 혀로 도발이 먹혀든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늘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법은 아니다. 상대는 금지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는 두번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았던 주문 뒤로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저번처럼 울부짖으며 가족을 찾거나 살려달라 빌지 않았다. 모습이 바뀌지도 않았다. 사람은 위기의 상황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곤 한다. 다행히 오늘은 행운이 따르는 날이다.
바닥을 구르는 대신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동안 고통 때문에 몸을 벌벌 떨고 중심을 잃을 뻔 하다가도, 너는 기어이 우뚝 섰다. 가면을 써서 다행이었다. 그 고통을 견디는 시간동안 입술을 꽉 깨물어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손톱은 주먹을 파고들었고, 희게 쥔 손에서도 피가 떨어졌다. 너는 그 상황에서도 욕 한번 하지 않는 독한 녀석인 것이다. 그렇지만 충격은 있는지 숨을 몇번 씨근덕댔다.
너는 심호흡을 몇번 하고 평소의 모습을 되찾는다. 이죽이는 모습에 맞장구를 치듯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 웃어주며 뒤로 빠르게 물러난다. "이번엔 친구로 안 끝나요?" 하고 도발하면 어떻게 될지 알려주듯 고개를 기울인다. 만약 저 여자가 죽는다면 친구에게 친히 부탁해 이매의 곁으로 보내달라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묘비에 우리 둘은 평생을 사랑했다 적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누굴 닮아 이런 흉수만 두는 지, 아마 네 친구일 것이다.
"함부로 학생 건드리지 마요? 리덕토."
너는 다시금 리덕토를 날린다. 이번엔 정확하게, 배를 향해서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생각하는 것이, 다음에는 오블리비아테가 좋겠다는 것이다. 어째서냐면 네가 그 마법이 주특기이기도 하지만, 소중한 걸 잃게 해준다는 말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중한 것. 매구에 대한 추억을 죄다 불살라 없애버리면 과연 저 사람은 어떻게 될까?
레오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기껏 들키지않고 의심없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일단 레오는 분하다는듯 으르렁대고 이빨을 드러냈다. 다시 몸을 추스리곤 상황을 지켜보았다. 프로테고, 네뷸러스. 좋은 방법들이 있었지만 굳이 몸을 던진 이유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이 몸은 어느정도 구른다고 한들 픽 쓰러져버리지 않으니까.
자, 다시 해보자. 레오는 몸을 낮추고 으르렁 하고 낮은 초저주파를 흘렸다. 몸을 던져 우리쪽이 쏘는 마법을 대신 맞아 마법의 궤적을 틀어냄과 동시에 각시탈이 마법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시야를 가려서 우리쪽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면 이거니까.
통증으로 인해 지끈거리며 뇌를 헤집는 정도로 지독하던 두통은 되려 감각 너머로 사라져버려서, 단태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주양의 말에 대답을 꽤 오래도록 고민했다. "내가 너를?" 말도 안되는 소리. 각시탈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저런 소리를 하는 입을 막아버렸을텐데. 치켜올렸던 눈썹을 내리고 단태가 느릿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모든 사람을 구할 생각따위 안하고 있다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이 못되거든. 샐쭉- 가늘게 뜬 암적색 눈동자에 검은 표범이 끼어드는 모습과 자신과 같은 기숙사의, 한학년 위의 대표가 크루시오를 맞는 모습. 그리고 기린궁의 여학생에게 주문을 쏘는 각시탈의 모습이 한꺼번에 담겼다.
"프로테고 막시마."
단태는 아직 자신의 품에서 주양을 놓아주지 않고, 아니 되려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흐르는 식은땀에 호흡을 가다듬고 주문을 외웠다.
붉어지는 윤의 얼굴을 보며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길게 고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게 맞는 방법이라 다행이야. 아직 상황이 끝난게 아님에도 그저 그가 정신을 차렸다는 사실만으로 옅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선배가 가르쳐준 대로 했을 뿐인걸요. 저번에, 이렇게 해줬잖아요."
수척한 얼굴에 미소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기뻤으니까. 그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중얼거리는 그녀에게 이 이상의 일은 없으면 좋으련만.
깊디 깊은 숲 안쪽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공기에서 희미한 철향이 그녀에게 닿는 순간, 미소는 사라지고 창백한 얼굴은 더욱 창백해진다. 동시에 윤을 붙든 손이 한겨울 냉기라도 맞은 것처럼 부들거린다. 떨림을 없애려는 듯 윤을 더욱 세게 붙잡은 그녀는 어떻게 해줄까, 라는 속삭임에 조금은 다급하게, 초조하게 말했다.
"ㅅ..선배도 무사하고, 이미, 이미 많이... 그런 거 같으니까, 오늘은... 이쯤 하면 안 되요? 더 있으면, 더 다치기만 하잖아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게 해줘요..?"
누구를 걱정하는 건지 그저 그런 척을 하는 건지 애매하지만, 이 상황을 끝내주길 원하는 건 확실했다. 그저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났을테니.
섹튬셈프라. 오싹한 느낌이 등 언저리를 스치고, 두통과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는, 죽기 직전만큼의 고통이 온몸의 핏줄을 타고 퍼지며 머릿속을 가득 매운다. 뒤로 넘어지는 스베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며 흩어진다. 보이지 않는 파편들에 난도질당한 듯. 노출된 피부 곳곳이 베인 모습은 마치 바닥에 떨어진 낙과 같을까. 스베타는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억누르며, 피투성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숨죽여 흐느낀다.
단태의 어둑하게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가 각시탈의 말에 그쪽으로 움직였다. 이러한 상황에 놓였을 때 누군가가 구해주러 왔던 적이 있던가. 단태는 각시탈이 하는 말에 담겨있는 것을 이해했으나 납득하기 힘들었다. 어째서 저런 말을 하는걸까.
각시탈이 허공에 거꾸로 매달리는 모습에 단태는 겨누고 있던 지팡이를 아래로 늘어트리며 눈을 깜빡인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타난 것은 할미탈이었고 그는 각시탈을 설득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느리게 깜빡여지는 단태의 눈동자에 숲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두 짐승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단태는 말이 없었고 각시탈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연인을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은 풀릴 기미가 없다.
레오는 켕! 하고 우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이리저리 굴러 털에 붙은 불을 끄기위해 움직였다. 대충 비껴나가게만 하면 충분했는데 하필 이 정도일줄은 몰랐는데. 바닥에 한참이나 몸을 비비자 불길이 잦아들었고 화끈거리기야 했지만 이 짐승의 피부는 생각보다 강인했다. 그래도 아프기야 아팠는지 레오는 절룩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어떻게 보아도 공격하려던 레오가 실수로 공격을 대신 맞는 그림이었으니 의심할 이는 없으리라.
레오는 학원의 사람들 곁에 섰다. 이 곳이 자신이 있을 곳라는 것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 마법을 맞은 부위를 연신 핥아주다가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금새 경계를 취하며 몸을 낮추고 으르렁댔다.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게끔, 어둠속에 몸을 낮추고 두 눈을 빛내며 이빨을 드러냈다.
대화를 하자곤 하지만 이 상태론 대화를 할 수 없는데다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목을 물어버리고 싶었다. 버니의 명령이라면 각시탈을 도와주라는 것이었지 저 녀석은 아니었으니까. 으르릉, 하고 다시 낮은 울음소리를 낸 레오는 주변을 서성였다. 처음은 이노리의 곁에 서서 주변을 돌며 보호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고 다음은 단태와 주양의 곁을 돌며 대신 경계해주는듯 했고 마지막으로 스베타의 곁을 돌며 언제라도 공격하겠다는듯 이빨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자리를 잡은 곳은 진영의 중앙이었다.
또 핵꿀밤 맞고싶어?! 하고 윽박지르기는 했으나, 그것이 당신의 행동의 의도를 눈치채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중간에 공격 동선이 꼬인것이라 판단하고 평소 늘 하던 것처럼 나올 뿐이었다. 얄미운 탈에게 가하려던 공격이었기에 그 위력도 꽤 강했을테니 나름대로의 걱정도 섞여 있었다. 주영의 신경은 숙적과 탈에게서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제 연인은 자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보였는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으니까.
".. 우리 여보. 괜찮아? 내가 아까. 너한테 꽤 심한 짓이라도 한거야?"
숨기는거 없이 사실대로 전부 이야기해줘. 그렇게 말하는 주양의 목소리는 묘하게 침울한 느낌으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조종을 당한 것은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제 애인에게 큰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기를 빌었다.
"늘 중간에서 중재하느라 수고가 많아~ 적대심이 없는 사람에게 딱히 악감정은 없으니,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지금은 상황을 정리하러 나타난 할미탈에게 신경을 기울일만한 상태가 아니기도 했고. 그래도 짧은 말 한 마디는 아끼지 않고 건네는 것이었다. 탈 몰살을 강행하게 된다면, 지금의 태도를 잔뜩 비틀어 드러내야겠지만 그것은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다.
너는 각시탈의 공격이 그대로 스베타를 향하는 것을 본다. 익숙한 광경이 겹쳐보인다. 피끓는 소리를 내며 죽어가던 너. 너는 높은 비명을 내지르며 헐레벌떡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
"스베타! 안 돼요, 스베타, 안 돼…… 괜찮아요? 안돼, 피가 나요? 안 돼..아무도 죽어서는 안 돼, 다쳐서도.."
너는 정신없이 상처를 살피려고 했다. 그리고 마법을 쓰려 했다. "Vulnera Sanentur." 하는 것이 치유 주문이다. 이윽고 각시탈을 휙 바라봤다. 지팡이를 겨눴을 때, 할미탈이 나타났다. 너는 그 모습을 절대 잊지 않았다. 원내에 태연하게 들어와서 수업을 하고 갔기 때문이다. 네가 주문을 쓰려던 순간 각시탈은 피묻은 두마리의 동물과 함께 사라졌다. 허망한 결과다. 죽일 수 있었는데 못 죽였기 때문이다.
"자네는 사람이 죽었는데 싸우려고 온게 아니라며 말로 하라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오?"
너는 곁에 누가 있어도 이제 상관치 않는다는 듯, 네 친구와 아주 닮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래, 자네와 함께 하던 사람이 죽었소. 이 일은 유감일세. 다만 그것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는 전혀 고려치 않고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구려. 자네 주인은 지금 악수를 두는 것이 아니!!!. 탈도, 학생도 몇이나 더 죽어나갈 지도 모르는 상황이오. 고작 학생 몇 더 죽이겠다고 남의 목숨을 쓴다고?! 갈!!!"
목에 핏대가 섰다. 사람이 죽었다. 더는 바라지 않던 것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졸업은 커녕 생존을 고려해야 한다. 이 상황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 너는 기어이 갈! 하고 외쳐 꾸짖는 것이다.
"그래, 자네 주인은 대체 무얼 바라고 이 원내에 계속 공격을 가하는 것이오? 복수요? 심상의 복잡함 때문이요? 그래서 죽였소? 양심이 있소? 혼자서만 잃었소? 누구는 위협을 가만히 받아들이고 죽어야 옳은 게요? 그러면 대체 왜? 대체 왜!! 이대로면 어느쪽이든 파멸로 갈 수밖에 없소!!! 원내의 학생을 몇 죽이는 걸 대가로 자네 주인은 모든 패를 잃어야 만족하오? 현명한 사람 아니오!!! 원내의 사람을 죽여놓고 이만하면 됐다, 저만하면 됐다!!! 경중이 가장 중한 것을 두고 깃털보다 가벼이 여기는 것이 말이 되냔 말이야-!!!"
고작 학생따위가 무엇을 아냐는 말이 나와도 괜찮다. 이미 죽음을 겪었고 위협은 사절이다. 계속 나오면 금지된 마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아즈카반에 가기 전에 죽어버리면 되는 일이다. 너는 오늘 가면을 써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분노 때문에 일그러진 얼굴이 보였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군...말도 안 돼. 이딴 상황은 바라지도 않았어. 평범하게 졸업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대체 무얼 잘못한 것이라고……."
남들을 생각하기에 앞서, 나 역시 생각해야 했었는데. 간신히 신음을 삼킨 채, 스베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그대로 다시 무너진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걸. 그렇다면 이렇게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눈물이 뺨을 타고 투둑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때문에, 시야는 마치 불투명한 유리 판을 끼고 있는 것 같았을까. 잠깐 초점이 또렷해지면 자신의 주변을 돌고 있는 당신과, 절 호명하며 다가오는 선배를 본다. 치유주문을 받자 스베타는 잠시 비틀거리며 낮고 길게 신음하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윤이 펠리체의 등을 쓸어내리려 하며 말했습니다. 그는 할미탈에게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습니다. 할미탈은 그런 모습에 속으로 욕을 내뱉었습니다. 지금내가누구때문에이고생을하는데 ' ..... '
그는 지팡이를 휘둘러, 당신들에게 디터니 원액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이노리의 분노를 전부 들었습니다.
' 아쉽게도 주인님은 너희가 우리 중 누군가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예상을 못하신 모양이야. 우리도 마찬가지지. 특히, 이매는 주인님이 특별히 아끼시던 녀석이거든. '
조용히, 낮게 말하던 할미탈은 자신의 머리에 꽂힌 지팡이를 빼냈습니다. 공격할 용도는 아닙니다. 그는 다시금 자신의 머리를 틀어 올려 묶었습니다.
' 주인님은, 타인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시거든. 쓸모가 있는 상태에서 죽어버리면, 그것에 분노를 느끼시니까 그 분 입장에서는 이게 벌주기 같은 거겠지. 쓸모 있는 도구가 죽었으니까. 너도 알겠지만, 각시의 애완동물은 인간을 먹고 우리는 너희를 죽일 수 없으니까. 주인님 다운 발상이지. '
주인님 다운 발상, 할미탈이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 지금은 무슨 생각이신지 나도 모르겠네. 그저, 이 상황을 하나의 유희로 즐기실지도. 애초에 우리도 왜 이 학원을 골랐는지 모르니까. 아무 의미 없이 골랐는지도 모르고. '
할미탈은 거기까지 말하곤 한숨을 작게 내쉬었습니다.
' 그리고 난, 동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
레오를 동물로 인식한 모양입니다.
' 나도 이 학원 학생들은 제법 마음에 드는데 말이지. 한 번 뿐이지만,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고. '
점술 수업을 떠올린 듯 할미탈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탈을 똑바로 썼습니다.
' 나름 나도 구한다고 구했는데 전부 구하지는 못했네.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 그나마, 각시가 나머지 한 마리도 데리고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되도록이면, 내 쪽에서 너희들을 치지 못하게 막기는 해보지. '
정말로 미안한 건지,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았습니다. 할미탈도 사라졌습니다. 조용할 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절반을 날렸어요..... 대강 이 정도면., 나름 했다고 생각합니다......(우럭)
한서는 이로하를 기숙사 방에 데려다두고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 옆에 뒀다. 반지는 팔찌와 얇은 은 사슬로 결속 됐는데, 이대로 디터니 원액을 바르면 은이 닿아 상처가 곪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팔찌까지 모조리 빼고나서야 한서는 이로하의 목에 디터니 원액을 바르고 주변의 피를 손수건으로 닦았다. 아무리 학교 차원에서 학생을 보호한다고 해도 목에 섹튬셈프라를 쓸 줄은 몰랐다. 분명 아팠겠지! 웃는 모습으로 우는 소리를 낼 때는 몰랐는데,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던 것 같다. 그때는 가주님이 재갈을 채웠다. 혀를 깨물었다고 들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을 따라 엉거주춤 비웃기만 했는데 이젠 아니다. 지켜야 할 범주에 있기 때문이다. 한서는 눈을 감고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는 기도를 끝마치고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오느라 손에 늘 휘감고 다니던 독특한 형태의 반지를 놓고 나온 것도 몰랐다. 한서가 팔찌와 반지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건 기숙사 방에 돌아온 직후였지만, 이로하가 회복되면 알아서 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하지만 팔찌는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혹시 버린건 아닐까 싶어서 쓰레기통 주변을 살폈는데도 없었다. 한서는 초조했다. 어릴 때부터 함께 했던 거라 그만의 부적이었다. 나쁜 것에서 지켜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잘때도 몸에 떼놓지 않았던 것인데! 결국 한서는 패밀리어를 쓰기로 했다. 마침 패밀리어는 물 한사발을 싹 비우고 기분 좋게 발라당 누워있었다. 한서와 눈을 마주치자 슬슬 시선을 피할 정도로 아주 영민하다. 한서는 패밀리어의 이름을 불렀다. "보리야, 이보리."
패밀리어는 이름을 듣자마자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 예감하고 싫다는듯 몸을 이리 틀고 저리 틀어대며 반항했다. 군데군데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는 걸 들어보니 확실히 싫은 것 같다. 하지만 한서가 품속에서 커다란 간식을 꺼내자 좋아서 펄쩍 뛰었다. "네가 로하의 기숙사 방에서 내 팔찌를 찾아오면 이걸 줄게. 다녀와. 알겠지? 들키면 안 돼." 하고 당부했다. 들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도둑으로 몰릴지도 모른다. 내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정학이나 퇴학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야, 인마. 이보리. 누가 이런거 물어오래. 응?"
그런데 왜 이렇게 됐지? 한서는 패밀리어의 코에 딱밤을 놓았다. 패밀리어는 불만스럽게 우우 울었다. 다시 돌려놓으라 하기엔 시간이 늦었다. 내일 아침에 몰래 가져다두는 수밖에 없겠다. 한서는 패밀리어를 노려봤다. 하지만 개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에휴, 뭐라도 가져왔다는게 다행이긴 한데."
한서는 약속했던 간식을 입에 물려주며 노트를 손에 쥐었다. 이 안을 절대 열어봐서는 안 될것 같았다. 하지만 이 안에 단서가 있을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한서는 한참 고민하다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노트를 펼쳤다. 이러고 싶지 않았다.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 한서는 최근 순혈주의 사상에서 머글과 혼혈을 위하는 개혁파의 편에 서게 됐다. 하지만 그 이유가 속죄와 살해의 위협 때문이었는데, 뭔가 더 있는 것 같았다. 그날 기숙사로 돌아와 잠들었다 깨니 뺨에 피가 묻어있던 것도 그렇고, 이로하가 한서를 때렸던 날,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것은 지웠지만 오블리비아테를 썼다는 기억만은 생생하게 남겼던 것도 있다. 그 의문이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용은 예상과 달랐는데, 이것저것을 잡다하게 적어둔 노트였다.
"닭죽이 나왔다. 맛있었다.. 고양이랑 친해졌다, 노마지 친구가 자기한텐 하악질을 하더니 나는 인간 캣닢이라며 이를 갈았다..뭐야, 안심해도 되겠네. 그냥 내일 가져다 둬야. 이건?"
─ 6월 25일, 수업 출석. 어둠의 마법 방어술 - 에반스 그린폴드 크루시아투스 저주의 역마법을 구상중이다. 시전학 전 미리 통각 자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개발하면 될 것 같다. 이론이 들어맞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 마법의 역마법을 개발하면 내 통각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 마법의 비약적인 발전은 동기라는 이름의 연쇄적인 연결고리가 있기에 이루어진다. 여담이지만 도련님을 때렸다. 그때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노리는 화를 내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려도 참지 않던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한서는 한장 뒤로 넘겼다.
─ 금지된 숲 근처에서 서성거렸다. 문카프를 관찰하고 싶었지만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또 네 잘못이 아니라는 중얼거림이 들려서 쑥을 피웠다. 고모님은 아무것도 모른다. 알면 또 재갈을 물려서 다 나를 위한 것이라고 할 지도 모른다. 덕분에 친구가 생겼다. 가끔은 이런 상황도 도움이 되는 법이다. 후부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날이다. 하지만 내 모습을 보면 경멸하겠지. 나는 누군가와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시 한장.
─ 세스트럴을 보여주었다. 과연 그 존재가 부단히 노력하여 보이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 누군가 죽는 걸 봤다는건 좋은 일이 아니니 함구하기로 했다. 가족의 언급을 할 줄 몰랐다. 순수한 무지는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또 한장.
─ 백정, 홍마노, 탈로 추정된다. 한서에게 당한 상처를 치료해줌. 주인이라는 언행을 하였음, 단죄를 자처함, 이노리를 닮았음. 무지한 것으로 추정됨. 사탕은 왜 입으로 넘겨주는 거지? 비밀을 유지해주는 대가로 당과점에 가서 케이크 한판, 사탕과 젤리를 사줬다. 이정도면 좋은 거래다. 혜향 교수의 패밀리어로 추정. 나중에 만나면 떠봐야하나?
─ 교수가 탈이 맞았으니 패밀리어는 백정이 맞다. 읽었던 책에서 나온 배신자가 교수가 맞았다. 죽여서는 안 된다. 원내의 흉흉한 사건이나 시선으로 보아 이 교수는 위협을 받을 것이 뻔하다. 지켜야 한다. 조만간 계약을 청해야겠다. 거절한다면 거절할 수 없게 만들면 된다. 나는 졸업해서 후부키로 돌아가야 한다.
대체 왜 후부키에 이렇게 집착하는 거지? 한서는 다음장을 넘겼다.
─ 택영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미안해진다. 나를 보면 경멸할게 뻔하다. 속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겠지. 괜찮다. 감내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내가 이리 남에게 상처를 주느니 차라리 평생 이노리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니, 나는 이미 이노리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노리가 되기로 맹세하지 않았나. 여담. 문카프도 후부키의 친화력이 통하는 날임을 깨달음.
문카프가 원내를 뛰어다녔다는데 로하의 짓이었구나 싶어 뒤로 넘긴다.
─ 즐거우면 됐다. 무슨 짓을 하고 어떤 사상을 접해도 그 사람의 선택이다. 파멸할 길을 걷는다면 단 한번 막아서주고 그래도 간다 하면 작별을 고하는게 당연하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라. 날 경멸해도 상관 없다. 죄인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덕분에 들개를 길들였다. 한서가 졸업 이후 온건파를 모조리 몰살하면 관심이 돌아갈 것이다. 그 틈을 타 나는 후부키로 돌아가면 된다. 나는 이씨 가문에 있으면 해만 될 뿐이다.
또 한장. 홀린듯이 한서의 눈과 손이 바삐 움직였다.
─ 위험하다. 원내의 초빙교수로 탈이 들어왔다. 이런 기본적인 위협조차 지키지 못한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하루 빨리 기숙사 점수를 올려서 외박을 신청해야한다. 이대로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날게 뻔하다. 그 새끼를 찾아야 한다. 찾으면 이노리..나? 모르겠다. 찾아서 뭘 어떻게 해야하지? 죽여야 하나? 하지만 그 사람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다. 발렌타인은 아직도 연락이 없다. 아무래도 시체로 발견된 건 아닌 것 같다. 살아있다면 끝까지 찾아낼 것이다.
아! 그때 점성술 교수가 초빙 교수라고 했는데. 설마. 한서는 다시 뒤로 넘겼다.
─ 내기를 좋아하는 후배. 연인이 있다. 기필코 찾아서 간식을 배불리 먹여줄 것이다. 많은 것을 배웠다. 서로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 안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지만 아이를 아끼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아끼는 것은 이노리에 국한된 것이라 내가 아니니, 이노리의 모습으로나마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 너를 아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너는 이미 져버린 꽃이다. 나는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 걸까.
그리워 하는 건가? 다시 한장. 이번 장은 휘갈겨 썼다. 일기같지 않고 추측만 난무하는 글에 한서는 아찔함을 느꼈다. 대체 뭘 이렇게 많이 써둔 걸까? 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계속 한글자씩 읽게 됐다.
─ 윤현성. 현궁의 수치. 사감을 공격 ->아바다 케다브라까지 서슴지 않음. ─ 원내에 탈이 넷? 백정(패밀리어), 중(혜향 교수, 아군?), 윤의 패밀리어, 저번에 출입한 할미탈. 이번에도 계속 온다면 확정. ─ 윤의 패밀리어로 변신하고 있던 크루시오를 맞았음. 고통이 느껴져서 이후 섹튬셈프라로 실험한 결과 여전함. 크루시오에 국한된 것으로 추정. 역마법을 개발해서 빨리 내 통증을 되찾아야 함.
"말도 안 돼...그때 섹튬셈프라를 목에 썼던 이유가 고작 통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리며 다시 내용에 집중한다. 왜 통증을 되찾으려 하는걸까 하는 의문을 뒤로 한다. 지금은 내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대치 끝, 이매의 자살. -> 시체가 환히 웃었던걸 보니 본인이 행복할 선택을 한 것 같음. 좋은 일, 본받을 것. 사인은 경추 골절로 인한 즉사로 추정. 목을 잡아 뜯던 순간 골절된 것일 가능성 높음. 과다출혈 가능성 없음. 주양의 기도 이후로 자살, 신? 무슨 사이? 신관? ─ 매구는 대체 무슨 목적으로 원내를 공격하는가? -> 백정을 원내에 들여보낸 이유는? 중에 대한 것을 모르나? 알고도 받아준 것인가? 어느쪽이든 석연치 않음. 원내에 무언가 있거나 불만이 있는 것이 분명함.
신관이니 뭐니 하는 글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저 읽으면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윤 -> 의심. 지금까지 들어온 소문과 본것을 종합하면 탈끼리의 사이는 그렇게 좋지 않음. 당장 이매라고 불렸던 윤의 패밀리어와 현성만 봐도 서로 친해보이진 않았음 그런데 왜 집착하는 거지? 양반이라 불렸다는 탈도 윤에게서 손 떼라는 말을 했다고 학생 사이에서 말이 나돔. 수상함. 그때 현성의 공격에 윤도 괴로워 했다고 말했음. -> 내가 모습이 변했을 때 임페리오에 맞았는데도 사감은 전부 신경 X? 탈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건 맞는 것 같지만 사감까지 불신할 정도의 인물? 아니면 상황이 상황이었나? 윤조차 탈이라면 원내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내부자가 가장 깊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 죽거나 죽이는 건 누군가의 선택이라 넘겨야 하지만 내 행복도 위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윤과 탈이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같다.
한서는 헉 소리를 내며 고개를 쭉 빼들어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기숙사 방 안이라 누군가에게 들킬 상황은 아니지만 불안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비밀을 알아도 되는 건가 싶었다. 사실 누구나 이런 의심은 가지고 있었다. 지난번에 윤이 현성이 공격받자 같이 고통스러워 했다는 것도 그렇고, 이상한 소문도 낟돌았다. 학생이 이렇게 의심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이로하마저 이렇게 의심을 한다는 건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한서가 아는 이로하는 늘 덤덤하고 차분하면서, 의심 한치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한서는 마법으로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렸다.
─ 두렵다. 나는 언제까지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는 걸까. 이대로라면 죽을 지도 모른다. 새삼 후부키로 돌아가려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차라리 죽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올까봐 두렵다. 더이상 네가 없는 삶은 의미가 없는걸 불현듯 깨닫기도 했다. 내가 후부키로 돌아가면 뭐가 달라지지? 내가 네 삶을 살고 있는데 내가 돌아가서 내 삶을 제대로 살 수나 있을까? 모르겠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네 곁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차라리 내가 대신 죽었어야 했는데… 아니다. 그랬다간 너도 나와 같이 수백번의 선행을 하더라도 한번의 악행이 평생이 남을 것이다. 너는 여린 사람이니 내가 대신 이 죄의 값을 다 이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차라리 악인이 되는게 좋겠다. 미안해, 이노리. 내가 이런 사람이라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우리가 행복하려면, 자연보다 더 잔인한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방법 뿐이야. 내가 여기서 강하게 살아남을게. 그리고 그새끼를 꼭 찾아서 네 복수를 해줄게. 금지된 마법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반드시 복수할게.
한서는 마른 침을 삼키며 다음 장을 넘겼다. 노트가 손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한서는 입을 틀어막고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고는 공포에 젖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 이걸 찾는다면 다 읽으신 것이 분명하지요. 함구하십시오. 그리고 다시는 제 눈에 띄지 마십시오.
반절 남은 자리를 파내고 그 속에 팔찌와 반지가 담겨있다. 패밀리어의 모습이던 이로하가 어느새 곁에 다가와 뒤에서 한서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였다.
같은 기숙사의, 한학년 위의 학생 대표가 내지르는 노호에 단태는 슬몃 눈썹을 찡그렸다. 미약하게 남아있는 두통 때문이었다. 낮게 신음을 삼키고 있다가 들려오는 연인의 말에 슬그머니 입가를 당겨서 히죽 웃었다.
"아무것도 안했으니까 괜찮아."
할미탈이 전달하는 디터니 원액을 보던 단태의 눈동자가 샐쭉 가늘어지고 이내 머리를 기대고 슬슬 문지를 뿐이었다. "컨디션이 좀 안좋을 뿐이니까." 경계하는 것처럼 주위를 맴도는 검은 표범이 레오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할미탈의 대답을 듣던 단태는 자신의 품에서 주양을 놓아주고난 뒤에 다시 눈과 눈 사이를 손으로 눌렀다.
할미탈이 사라지고, 원내는 조용해졌다.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단태는 숲 안쪽에서 스멀스멀 풍겨오는 피냄새에 그저 시선을 줬다가 걸음을 돌렸을 것이다.
복수. 참 좋은 어감이다. 비록 이렇게 사소한 것이 될지라도 이후 그 어떤 방법으로든 복수를 받는다면 기분이 더더욱 아찔해지기 마련이니까. 자신이 상상하지 못한 색다른 방법으로. 자신에게 주어질 아찔함을 한껏 만끽하기 위함이라면. 그 어떤 복수라도 달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주양의 입꼬리가 슥 올라가고, 한껏 오만해진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좋아요~ 어떤 방법으로 복수해도 좋아. 내가 예상하지 못할 기상천외한 방법이라면 더더욱 그러니까, 기대할게요?"
물론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해도 당신이 떠올리고 있는 돈쭐내주겠다는 생각을 예상하지는 못한 상태였으니. 만약 그 사실을 안다면 분명 크게 웃어재끼고 말 것이었다. 괜히 쓸데없이 분위기를 잡고 이야기하는 버릇은 여전해 주양에게 조금의 뻔뻔함마저 얹어주고 있었다.
"어색하지 않다니 다행이예요~ 아직은 조금, 저한테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보니 영 어색해보이면 어쩌나 했거든요! .. 어머나?"
자신의 소소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털어놓고서, 당신이 내미는 새끼손가락을 잠깐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던 주양은 이윽고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맙소사, 이렇게까지 하니 더더욱 동생같다는 느낌이 커지려고 하고 있었다. 분명 선배인데 말이지. 웃음을 가라앉히고 손가락을 걸며 약속이라고 말하고는 가볍게 눈을 찡긋였다.
"만약 또 병을 엎으면? 그때는 탈주한 감초사탕들이 몰려다니면서복수하고 다닐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꼭 다 드시는거예요~?"
정말 그렇다고 한들 어찌 되었든 사탕일 뿐이니까 눈에 보이는 족족 부숴버리거나 마법으로 녹이면 그만일테니 그저 시덥잖은 농담에 불과한 말일 뿐이었다. 방싯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건 손을 살살 위아래로 흔들고는 풀어주었다.
"아무튼 이제 슬슬 각자 갈 길을 갈 시간이네요~ 저는 라온에서 조금 더 시간을 떼우다가 갈 생각이니까, 기숙사로 가신다면 병 안 깨도록 꼭 조심하세요!"
/막레 가져왔어! 감초빌런 잉이 너무 귀엽구.. 진짜 뭔가 애기애기함 물씬 풍겨서 좋았다! :D 상냥하다니 그것은 과찬..! (숨음) 일상 수고 많았어~~!!
할미탈이 사라진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여전히 원내는 금이 가기 직전의 찻잔처럼 평화롭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바뀐다. 타인의 희생에 애도하는 학생도, 분노하는 학생도 있다. 희생자와 만나보지도 못한 학생이면서도 꽃을 헌화하며 훌쩍이거나 아예 목놓아 울기도 했다. 너는 복도를 지나치는데 마련된 추모공간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늘 그렇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행동하는 부류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할미탈이 사라지자 디터니 원액을 쥐고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미안하다 사과하며 자리를 박차 떠났다. 그 당시에는 무슨 말을 들어도 심성이 배배 꼬여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기를 빌었다. 하지만 사과를 들으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누군가 죽었는데 도구라고 말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봤다. 너도 한서를 도구로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가 꼬인 걸까? 할미탈의 말은 꼭 내 주인이 이런 사람이니 불쌍하게 봐달라는 것 같았다. 너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 있는 피해자들은 같잖은 동정 따위를 줄 사람이 아닌데 굳이 그런 말을 했어야 하나 싶다. 너는 그날 감초사탕을 반병이나 비웠고, 오늘은 속도를 높여 금지된 숲 입구를 향해 뛰었다.
매끈한 복도를 지나면 돌과 흙길이 있고, 흙길을 지나면 잡초가 밟힌다. 금지된 숲 근처는 벌써부터 여러 신비한 생물이 우는 소리로 가득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죽었던 장소인데 을씨년스럽긴 커녕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입구에 도착한 너는 지팡이를 꺼낸다. 날카로운 면으로 대뜸 손바닥을 그어 피를 내자 세스트럴이 느릿느릿 걸어나온다. 이제 네 냄새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너는 세스트럴이 상처를 혀로 핥아주자 목을 끌어안는다. 그대로 가만히, 한참을 서있는다.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돌아갈 수 없어. 어떻게 해야할까."
갈기에 고개를 파묻고 몸을 잘게 떤다. 누가 나타나도 너는 가만히 있을 것이다. 고장나고 굳어버린 인형처럼 가만히.
그 날, 숲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혈향은 구역질을 하는 내내 그녀를 괴롭혔다. 괜찮다고 쓸어주는 손길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겨우 숨을 돌리고 기숙사로 돌아왔을 적에도 그녀의 주변에서 향이 가시지 않아 피부가 부르트도록 씻어도 소용이 없어 결국 약에 손댔다. 집에서 보내준 그 약은 잠드는 것 하나에는 특효였다. 그렇게 약에 의지해 사흘을 보냈다.
참혹한 그 날로부터 달이 세번 뜨고 세번 진 후 맞이한 아침에, 그녀는 그 전까지 앓았던게 허무할만치 초연해졌다.
그 전에 있었던 일들에 괴로워했던게 거짓말처럼.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핑계로 수업도 빼먹은 그녀는 낮부터 별궁 구석방에 처박혔다. 뭐, 아픈게 아주 핑계는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은 피라도 한사발 쏟은 것처럼 안색이 희었고 몸뚱이 역시 옷깃 사이로 붕대가 보였으니까. 붕대는 한쪽 어깨와 가슴팍을 감싸고 있었다. 별다른 습격도 없었는데 왜 그런 꼴을 하고 있는지는, 그녀만이 알고 있을 일이었지.
"......"
누구도 쉬이 찾지 않을 구석의 구석진 방에서 그저 누워만 있던 그녀는 낮잠이라도 잘려는지 그대로 눈을 감았다. 별궁에 올 적에 걸치고 있던 얇은 겉옷을 담요 삼아 덮고서 무방비하게 늘어져, 눈을 감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금방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든다. 그렇게 자고 있었다.
죽음을 상징하는 동물이라면 난폭할 것 같지만 제법 온순했다. 죽음 자체가 상냥할지도 모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갈기에 가면을 파묻자 시야가 어두워진다. 너는 어둠속에서 눈을 감았다. 모든 동물은 감정이 있고 영민하다. 이 존재도 그렇다. 우울한 감정을 알고 위로할 줄도 아는 존재인데 왜 누군가를 죽이고 먹게 하는걸까. 부리와 입에 피가 묻어있던 것이 떠올랐다.
"체, 고조."
너는 그 상황이 떠올라 심란했다. 그 동물은 먹이가 인간일 뿐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죽이기엔 미안하고, 살리기엔 엄두가 안난다. 비유하자면 나는 고작 2학년인데, 6학년이 배우는 수업의 어려운 시험문제를 마주한 기분이다. 배우지도 않은 건데 감으로 하자니 너무 위험한 것이다.
그렇다고 도망치기엔 이미 너무 멀리 온 기분이다. 해결하고 가지 않는다면 끝까지, 평생 쫓아올 것 같았다. 세스트랄은 귀를 한번 까딱이더니 앞발을 하나 들어 땅에 직직 긋고 위로하듯 입술을 푸르르 떤다. 피가 멎지 않던 손을 꽉 쥐고 다른 손으로 갈기를 쓸었다. 누군가 오자 세스트랄은 푸르릉 소리를 낸다. 너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는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할 배신자의 것이다.
"교수님 말고 다른 인간은 마주치지 않으니까 가끔 오라고 했잖아요. 세스트랄 보고 싶어서 부르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어요?"
너는 여전히 세스트랄의 목을 안은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있다 몸을 뗀다. 발을 돌리자 세스트랄은 네 주변에 한걸음 더 다가와 선다. 코와 입을 내놓던 가면은 이제 얼굴까지 덮었다. 너는 몸을 잘게 떨었다. 주먹을 꾹 쥐자 새하얀 손에서 피가 몇방울 고이다 떨어진다. 세스트랄이 걱정하듯 고개를 숙였다.
"다들 추모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노리가 이런 곳 오는건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뛰어왔어요. 다들 추모하자 하는데 해봤자 죽은 사람은 안 돌아와요."
그런걸 해봤자 아무도 안 기뻐한다. 죽은 사람도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걸 부각할 수단밖에 안 되는 것을 하고싶지 않았다.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는 교수를 훑어보듯 가면속의 눈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별궁의 방 중에서도 이런 구석방을 고른 건 단순히 조용하고 어딘가 아늑해서였지만, 어쩌면 이런 상황을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눈에 띄지 않는 방까지 찾아올 사람은 사감이거나 학생대표 중 하나일 테니까.
윤이 방으로 들어왔어도 그녀는 미동도 없이 자고 있었다. 포근한 침대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편안한지 안색에 비해 표정은 괜찮았을 것이다. 절대 열리지 않을 것처럼 감긴 눈에 일정하게 흐르는 숨까지. 그대로 담요만 덮어주고 나갔다면 그녀 역시 계속 잠을 잤겠지만, 단 한번의 부름으로 그녀는 잠에서 깨었다. 감긴 눈커풀이 움찔, 하더니, 천천히 올라가 금빛 눈으로 윤을 보게 했다.
"...선배...?"
명백히 잠 덜 깬 눈에 갓 일어나 잠긴 목소리가 윤에게 향했다. 느릿느릿 깜빡거리는 눈이 윤의 얼굴 근처를 멍하니 응시하다가 도륵 굴러가 그의 손과 들고 있는 담요를 본다. 윤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상황 파악은 할 수 있었다. 뻑뻑한 멧돌마냥 구르는 머릿속으로 판단을 마친 그녀는 두번 정도 눈을 깜빡인 후에, 몸을 움직였다. 오른팔 만으로 몸을 감싸며 둥글게 웅크리곤 여전히 잠기운이 남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고 있는 사람한테 뭘 하려고 하는 거에요... 선배, 이 변태야..."
그저 친절히 담요를 덮어주려 했던 사람에게 뜬금없는 모함을 하며 눈을 가늘게 뜬다. 웅크린 탓에 눈만 빼꼼 드러난 얼굴이라 흘겨보는 눈이 더 부각된다. 못된 사람 보듯이 윤을 흘겨보며, 웅크린 몸을 뒤척이자 흐트러진 옷매무새 사이로 흰 살갗이 무방비하게 드러난다. 목덜미나 허리, 혹은 다리 같은 곳이. 지금 제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발칙하게도 말을 이었다.
"변명은 됐으니까, 지금 같이 있어주지 않으면 비명 질러서 사감님 오게 할 거에요. 잔소리 듣게 할거야.."
그러면서 그를 잡을 듯 손을 뻗는데, 어째서인지 이번에도 오른손만 뻗는다. 왼팔 왼손은 장식마냥 늘어뜨려놓고. 잡아달라는 건지 일으켜 달라는건지 의미를 모를 한 손을 뻗어놓고서 부루퉁한 얼굴로 윤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 표정을 달리 해석하자면, 나 두고 나갈거야? 정도 되시겠다.
세스트랄은 머리를 숙여 손에 머리를 알아서 부비며 앞발 하나를 한번 굴렀다. 이렇게 영민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이 어딜 봐서 죽음일까? 다들 불길하다 하지만 외형 때문에 생기는 오해일 뿐이라고 너는 생각했다. 가면 때문에 네 표정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너는 웃고 있을까? 아마 아이처럼 순수하게 웃을 지도 모른다. 미안해요! 하고 사과하는게 너였다. 너는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었다.
"뭐가 옳고 그른지 가늠하기엔 늦었어요. 누군가 죽었다고 애도할 시간을 만드느니 그 시간에 하루라도 더 살 궁리를 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해서 최악의 상황에서 도망치도록 도울 기회를 만들고 있을 뿐이에요. 아무도 움직이지 않으니까. 백정도 이 학교 안에 있고 할미도 초빙교수로 왔던 상황에서 학교에서 지켜준다 해도 믿을 수 없어요. 그 안에 묘수가 있어도 본인만 아는 상황에서 언질없이 때만 기다리는 건 다른 사람에게 악수일 뿐이에요?"
상황은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너는 그 부정적인 것을 받아들였다. 몇번의 위협 끝에 기어이 사람이 죽자 초조했기 때문이다. 다음 희생자가 네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성을 지배했다. 네가 아니라 네 친구. 너는 후부키였기 때문이다. 순혈주의자를 봐도 그 사람의 선택이라며 받아들인다. 하지만 네 선택도 중요하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만 한다. 가장 먼저, 네가 살아남아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다. 네 방에 있는 마법사 체스판은 벌써 몇번이고 수를 무르고 다시 두기를 반복한 상태다. 어떻게 해도 상대편에서 체크메이트가 되기 때문이다. 손을 들어 세스트랄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완벽하게 야생에서 살고있는 세스트랄은 이것과는 다를 것이다. 손도 대지 못하게 할 지도 모른다. 이 친구는 자주 찾아가서 쓰다듬고, 이노리도 소개시켜준 보람이 있는 것 같다. 도망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는 미리 잡아둬야만 했다. 그래서 너는 애도조차 하지 않고 왔다. 전에 서술했듯 애도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차라리 내 명줄 생각하는게 더 이롭다. 돌아오기라도 하나? 누군가 죽는 건 이제 지긋지긋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피가 바닥에 뿌려지는 건 한번이면 족하다.
너는 머트랩 용액을 받아들인다. 손을 뻗고 병을 쥔다. 코르크 마개를 열어 냄새도 맡지 않고 무작정 병을 기울여 손바닥 위에 용액을 몇방울 떨어뜨렸다. 그리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믿어요. 이게 독이라도 이노리는 교수님 믿고 발랐을 거예요?"
아직 너는 교수를 신뢰한다. 너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수가 이 자리에서 죽인다 해도 행복한 선택이면 됐다. 그렇지만 나도 행복해야 하니 저승길 동무로 데려갈 것이다. 치료하면 좋은 사람이다. 너도 은혜를 갚을 것이다. 네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고 손가락을 오므린다. 환부에 담가둘 여건이 안 되니 이렇게나마 상처를 담근다.
"교수님이 사과 할 일이 아니에요? 매구의 분풀이랬어요. 누가 감히 막았겠어요? 아끼는 도구를 잃어도 여러 다른 자의 선택을 잃게 한 원한보다는 적을 것의 경중을 재지 않는 악수에서 최선을 다했을 거라고 믿어요."
너는 그렇게 말하곤 웃음조차 뱉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면 속의 표정이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은 안봐도 뻔했다. 타인의 죄를 탓하지 않는다. 죄인이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것만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내재된 것은 사랑한다. 너는 그렇구나, 하고 입술을 한번 벙긋이더니 한걸음 다가오려 했다. 조금 더 가까이, 아예 옆으로. 상처를 위해 은혜를 갚을 시간이다. 하지만 네 모습으로는 신뢰가 되지 않는다.
"가면은 교수님 거예요. 이노리가 교수님 드린 거예요? 그래도 같이 갈래요. 그런데 교수님은 이노리 의심 안해요? 이노리가 가짜면 어떡해?"
당황하고 부끄러워하는 '윤'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 듯도 싶다. 그야, 그녀는 저 모습들이 그저 그런 척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고개까지 돌려가며 말을 더듬는 모습은 그대로가 진짜라고 해도 믿겠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믿지 않았지만.
윤이 옆에 앉자 그녀도 손을 내렸다. 잡아주지 않아서 아쉬워한다던가 그런 기색은 없다. 되려 멍한 눈으로 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앉는 것도 담요를 덮어주려 하는 것도. 그녀는 어땠는가 하면, 웅크렸던 몸을 잠들었을 때처럼 늘어뜨리기는 해도 일어나려고는 하지 않았다. 윤을 향해 비스듬히 누운 채로 눈만 이리저리 굴리다가 의무실 얘기가 나오자 그 때는 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가면 분명히 시끄럽고 귀찮아질 걸."
어떤 의미로든 귀찮아질테니 지금 그녀의 상태를 학원 측 누구에게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능한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 지금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고 잠시 천장을 보던 그녀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나마 움직이는 오른손으로 제 왼손을 덮고, 그대로 팔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어깨에까지 다다른다. 잠시 어깨에 머무르던 손이 쇄골과 그 근처로 옮겨가자 윽, 하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손을 떼지 않고 누르며 그의 안색을 살피는가 싶더니, 희어진 얼굴로 웃으며 그리 말하는 것이다.
"다행이다. 전부를 공유하는 건 아니라서."
그녀의 화법은 가끔 불친절한 때가 있는데 오늘은 유독 그런 날인가보다. 그런 날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손을 다시 아래로 늘어뜨리고 말을 잇는다.
"선배. 저 사랑해요?"
투명하리만치 맑은 금빛 눈이 윤의 푸른 눈을 지그시 응시한다. 한번 깜빡 움직이고서 한마디를 더한다.
그래서 싫을 리가 있을까. 그녀에게는 내숭을 떠는 윤도 본성을 드러낸 매구도 전부 한 사람이었다. 주제넘지만 그의 전부를 사랑하겠다고 맹세해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짓 따윈 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샤오의 말도 윤의 의도도 그녀에게 일어난 이변도.
괜찮느냔 물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다. 말로 하기에는 자신이 정말로 괜찮은지 의문이 들어서다. 그러니 그가 안심할만한 표현만 해주고, 그녀의 물음에 대한 답을 기다렸다. 제 위로 몸을 수그리는 윤을 빤히 응시하던 눈이 슬며시 가늘어지더니 곧 호선을 그리며 웃음지었다.
"바보 같은 질문을 했네요. 선배는 직접 손에 피를 묻혔는데. 음."
킥킥... 하고 작게 웃으며 중얼거리고 몸을 살짝 일으킨다. 윤이 피하지 않는다면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겠지. 그리고 다시 풀석 늘어져서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하며 말할 것이다.
"샤오...할미탈의 말도 신경 쓰이긴 했지만, 물어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담아두고 있지 않았어요. 그런 걸 신경 쓰기에는 너무 힘들었고."
조곤조곤 얘기하다가 힐끔, 장지문 쪽을 본다. 누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듯이. 방음마법이라도 쓰면 될 것을, 그렇게 하지 않는 건 귀찮아서일까.
"깨끗하다는 건 말을 잘못 한 거였어요. 맞지 않는 비유였어. 그렇지만 흠집은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생겨버려서. 이래도 절 사랑해줄까 싶었어요."
그리고 손을 옮겨 저고리로 된 자신의 상의에 가져간다. 단정하게 매듭진 끈을 잡고 스윽 당기다가... 멈추고 조금은 장난스레 물었다.
"지금은 좀 흉할지도 모르지만 봐줬으면 하는데, 선배가 싫다면 안 보여줄게요. 어떡할래요?"
가면 뒤의 표정은 알기 어렵다. 너는 웃고 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어조가 평탄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너는 뒷짐을 졌다. 네가 한가지 교수에게 장난을 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 음료는 어떠셨나요? 마노 경이 무지개의 끝엔 보물이 있다고 기뻐하셨는데." 하고 묻는다. 이것으로 백정과 만났다는 증거는 충분히 입증하게 됐다.
"저주는 이매와 각시가 썼어요. 각각 크루시오. 한 번씩, 할미는 내게 혼났어요. 사람이 죽었는데 싸우러 온게 아니란 말을 할 수 있냐고."
너는 해야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번 구분하게 되면 앞으로도 가늠질 해야하는 사실도 막막하지만, 모든것을 꼬아듣고 말한다면 본질을 알 수 없게 된다. 너는 느리게 아무는 상처를 본다. 아프지 않지만 괜히 손을 몇번 까딱인다.
"그걸 받아들이는 건 이노리의 의지예요. 교수님이 행복하면 된 일이지만, 독을 마신다면 살인 저주를 써서 같이 저승길 동무로 삼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돼요?"
당하고만 살지 않지만 끝에 도달해야만 발악한다. 너도, 나도 그런 사람이다. 인간의 모든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끝내 죽기 직전에야 분노를 느끼고 슬퍼할 것이다. 그리고 한치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선택을 할 것이다. 너는 못 지켰다는 말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앞으로 지키면 되는 일이에요. 이젠 학생도 움직일 거니까요."
너는 교수를 가만히 바라본다. "제가 왜 같은 동류라고 하는 지 교수님은 모르시죠." 하고는 고개를 돌린다.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 너도 오갈 장소 하나 없는 존재라는 걸 미리 알려줄 뿐이다. 후부키로 도망가도 평생 죄책감을 떠안을 것이다.
"그 가면으로 살인을 저질러도, 음해를 해도 돼요. 누군가를 죽여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면 되는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자랐어요. 누군가 선택한 것이라면 존중하고 주시해요. 그리고 기회는.단 한번 뿐이고요."
세스트랄은 푸르릉, 하더니 너를 바라본다. 교수의 제안 때문이다. 너는 과연 누가 다가오겠거니 생각하지만 등에 탈 기회는 별로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작은 체구로 몇번 폴짝거린다. 한껏 분위기를 다 잡았더니 이 몸이 문제다. 잠깐 멈춰서서 한참동안 세스트랄을 바라보던 너는 고개를 돌렸다.
입맞춤을 받아주며 웃을 땐 언제고, 그녀가 할미탈의 이름을 입에 담자 그새 이름까지 알았냐며 질투난다고 입술을 비죽이는 윤. 그런 윤을 바라보고 있으면 새삼 그녀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전이라면 그저 그 생각만 했겠지. 마냥 그가 좋다, 라고.
"말로만 질투난다 하구 실은 안 그런 거 아닌가 몰라요. 보이게 표현해준 적이 있어야 말이죠."
표현이라면 그녀도 박한 편이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거짓으로 꾸며낸 적은 없었으니. 베에, 하고 짧게 혀를 내밀었다 쏙 집어넣곤 그가 지팡이를 겨누는 걸 본다. 늘어진 그녀를 대신해 방음 마법을 쳐준 그에게 고마워요, 선배, 라면서 웃는 것도 잊지 않고.
흠집이 정말로 생겼다. 그 말을 들은 윤의 표정이 굳고 목소리까지 낮아지니 아무리 그녀라도 조금은 오싹하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찔리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래도 곧 웃어주었기에 저도 모르게 꾹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 수 있었다.
"으음... 아마 알아도 아무것도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누가 흠집을 냈는지 알아야겠으니 보여달라는 말에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린 그녀는 만지던 옷자락 대신 손을 내려 바닥을 짚었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앉는데 무심코 왼팔도 움직여 아으... 하는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달에 한번 있는 그날도 이렇게 아프진 않다고 투덜대는 걸 보면 살만한가 싶어보이지만. 아무튼 앉아서 담요와 겉옷을 밀어놓고 어수선한 머리카락도 재주껏 손으로 밀어 넘긴다. 그런 뒤에야 다시 옷깃을 잡고 풀어내리면서, 약간 엄포를 놓듯 말한다.
"선배가 본다고 한 거니까, 보고서 흉하다고... 그러면 안 되요? 저 삐질거에요. 진짜."
아마 삐지는 정도로 안 끝나겠지만 말은 그렇게만 해두기로 했다. 이제 와서 안 보여주겠다고 무를 생각도 없으니 말이다.
말을 해둔 뒤에 상의, 저고리를 내리자 얇은 내의 안쪽으로 왼쪽 가슴께와 어깨를 감싼 붕대가 드러났다. 내의의 어깨끈을 내리고 붕대를 슬슬 풀어내니, 가려진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는데, 어느 정도 드러나자 대뜸 검붉은 색이 흰 피부를 물들이고 있다. 그것만 보면 어디서 맞았나 싶을만한 피멍으로 끝났겠으나. 붕대를 다 풀고, 그 안에서 새로이 나타난 피에 반쯤 젖은 손바닥만한 천을 살살 떼어내자 피멍 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날카로운 무언가로 피부를 그어 그린 듯한 문양이 그 자리에, 심장이 위치한 그녀의 가슴팍에 있었다.
"...어때..요..?"
한 팔로 몸을 감싼 그녀는 당당하던 좀전과 달리 떨리는 목소리로 묻고, 어느새 치밀은 불안에 삼켜지지 않게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903 로하는 행복해질 수 있어요! 이건 장담할 수 있답니다. 신비한 동물을 돌보는 교수가 될 지도 몰라요! 중간에 멘탈을 몇번이고 더 부수는 일이 터지지 않는다면요..🙄 멘탈이 박살나면..어버버..어법...멘헤라..쿠로미프사..심리적 불안..빙빙 도는 눈...((기절해요))
>>906 ((불투명한 앞날을 떠올려요)) 이..이겨낼 수 있겠죠! 동기가 생길 거예요! 지금은 온건한 방법으로 학생을 모두 지켜야 한다!가 중점이고...이제 멘탈이 박살나면 어차피 누가 죽어도 잠깐 슬퍼하고 마는 것 같은데 이참에 저주로 죄다 죽여버리고 살아남으면 안 되나가 되는...어버버..어버버버....😬
"반갑습니다. 오늘부로 여러분과 함께 신비한 동물에 대해 알아가게 될 후부키 이로하입니다."
그것은 여러마리의 신비한 동물과 함께 나타났다. 하얀 털이 드문드문 난 새끼 니플러는 머리 위에서 갈레온을 소중히 안았고, 스낼리개스터는 많은 학생을 보고 신기한지 부리를 딱딱대며 날개를 펼쳤다.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자 어디선가 말이 푸르릉대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마 소문의 세스트럴인 것 같다.
"신비한 동물과 인간은 같은 자연의 밑에서 태어나 자란 형제이며 자매이자 남매인 즉. 이 시간만큼은 그 어떤 학부생 여러분도 절대 이 동물을 지배하거나 지배당하지 않고 서로의 경이로운 삶을 이해하며 존중하고, 끝내 공존하였으면 합니다. 또한 이 시간 외에 학부생 여러분은 저와 일절 연관이 없을 것이니 부디 짧은 이 순간만큼은 교수님이 아닌 이로하, 후부키, 누이, 형님, 야, 너, 그 어떤 칭호로 부르셔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부디 심리적 부담이 없는 편안한 수업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지요."
오호라. 교수님 버전 잉이란 말이지~? 평소에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라 그런가 엄청 잘 어울리는것같아! 픽크루도 잘 봤어! :) 동화학원 사람들 졸업하고 니서 전부 동화학원 관계자로써 남아있어도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912 현생에서 갈려나가면 갈려나갈수록 지갑도 두꺼워지고 삶이 알차게 되기는 하지 :) 쉬어가는건.. 가능하면 지금처럼이라도 짤막짤막하게 들러서 편하게 쉬고 싶은 느낌이기는 하지만! 일단 내일 정확한 스케쥴 좀 알아봐야겠다. 사회 초년생이 이래서 힘들구나 진짜.. :0 (말라비틀어졌다가 부둥받고 탱탱해짐)(?)
>>913 뭐 늘 그랬듯이 지금 힘든것도 나중에는 적응하게 될 테니까~ 그 전까지의 과정이 문제일 뿐이지. 아직 어느쪽으로 나아가야할지 감이 안 잡히기도 하고.. 첼주 말대로 언젠가는 편하게 일상 영위해 나가면서 어장에도 자주 들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 (토닥받고 행복)
>>922 크흡 쭈주 귀여워... (눈물)(?) 휴가 직후면 더 어수선하고 그럴 수 있지 그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일이면 더욱 그렇구. 고비라는 건 언제나 넘어가기 마련이니까 넘 겁먹지 말고 차근차근 나아가자. 글구 바쁜 와중 늦게라도 얼굴 비춰주는 것만으로도 난 너무 반갑고 좋은걸! 히히히 XD
>>924 아니 눈물까지 흘릴 정도냐구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으아앟 부끄러워서 못 버텨야..! :0 (일단 숨음)() 우리 팀장님도 원래 요즘은 한참 바쁠때라면서 조금 더 힘내보자고 격려해주시더라구. 차근차근 착실히 나아가야지! 중간에 꽈당 넘어져서 아야하거나 제자리걸음이 되게 하지 않도록 :D 히히 첼주가 반가워해주니 무지 기쁘다구~? (방방)
>>925 쭈주가 숨었어...? (희번득)(수색견 첼와와!) ㅋㅋㅋㅋㅋㅋ 좋은 팀장님이시네!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면 엄청나게 기운이 나는거 까진 아니라도 좀 버틸 만 하고 그러니까~~ 우리 쭈주 직장에 좋은 상사가 계신 듯 하니 나는 이만 안심하고 성불해도 되것어....(?) 심해동지 쭈주를 어찌 반기지 않겠어 ㅎㅎㅎㅎㅎ 그간 새벽 심해 쟁탈전(?)을 치른 정이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926 앟 어쩌다 보니 한시간이나 있다가 잡담을 잇게 되어버렸구.. () 수색견에게 걸리면.. 국물도 남지 않아버려야 :0..! (더 꽁꽁 숨기)(????) 맞아맞아. 가끔 이 팀장쉨.. 할때가 있기는 해도 나쁘지는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 앟 근데 성불하지는 말구.. (꼬옥 붙잡고 안 놔줌)() 심해 쟁탈전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이래서 첫인상이 매우 중요한 법..! (?)
무엇이냐 하면은, 못내 사랑스럽단 듯 토해낸다. 결국 사소한 추억을. 내가 네게 사랑에 빠진 장장함이니 뭐니 하는 게 없더라도 어느 한 켠에 네가 남아있을 사소한 것을. …차라리 말이야. 차라리. #shindanmaker #백가경 https://kr.shindanmaker.com/1039412
그리고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장 자체가 예뻐서 가져온 진단:) 구몬은 이것으로 대신하겠다:D
너는 손을 들고 가면의 입가에 가져다댔다. 고개를 기울이니 유달리 얄밉다. 백정은 진짜 모습에 대해 언질도 주지 않았나보다. 거래한 내용을 그대로 이행했다는 안심이 든다. 너는 가면 속에서 소리 없이 웃었다. 약점으로 쥐고 흔들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참 고맙다. 이래서 선악의 구분이 어렵다. 너는 아물어가는 손바닥을 본다.
"임페리오는 강한 충격으로 벗어날 수 있댔어요? 교수님이 임페리오에 걸리면 세게 때려줄게요."
어느새 주먹을 쥐고 얼굴 주변에서 손목만 까딱인다. 마네키네코₁를 흉내낸 것 같다. 너는 "숲 안으로 가면 알려줄게요." 하고 지금은 입을 다문다. 정말 얘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굳이 지금 얘기해도 설득력은 없다. 너는 교수님이 너를 잡아 올리자 팔을 쭉 뻗어 등에 앉고는 세스트랄의 목을 끌어안는다. 이노리가 가벼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세스트랄의 갈기를 능숙하게 긁고 손가락으로 빗어준다.
"순찰 나올 때도 가끔 만나고 그랬어요. 하지만 세스트랄이 착해서 빨리 친해질 수 있던 것 뿐이에요."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부볐다. 갈기털의 느낌이 가면 너머로 느껴질 리가 없다. 그렇지만 포근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너는 교수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세스트랄이 먼저 다리를 일정한 모습으로 움직이며 한발짝씩 걸어간다. 길찾기 능력이 아주 뛰어나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알고있는 이 영민한 동물은 교수님을 쳐다보는 시선을 꼭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