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1. 제모옥은 조별과제입니다 그런데 이제 민규랑 해인이 빼고 전부 잠수를 타버린 그래서 과제하느라 민규네 집에 와두 되구요 >:3 이런저런 이야기두 할 수 있고.. 최민규 분명히 억제제 통 방 구석에 굴러다닐테니까 그거 발견하고 어?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고요 2. 지구한테 자꾸 학생회 일 빼먹고 놀러가자고 하는 원흉 1이 아마 최민규일것같은데 ㅋㅋㅋㅋㅠ 고통받던 해인이가 민규 찾아오는 전개두 생각났답니다...
"야. 강하늘! 너 진짜 개념은 어디에 팔아먹은거야? 네가 그렇게 잘났어?" "......"
악보가 떨어지는 소리가 매우 서늘했다. 조마조마한 분위기 속에서 한 남학생이 하늘을 노려봤다. 누가 봐도 정말 크게 화가 난 얼굴이었기에, 자신보다 한 살 높은 선배의 눈치를 보며 하늘은 시선을 가만히 회피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끼어들지 못했으나, 적어도 하늘의 편은 없었다. 들려오는 말 중에 부장님이 솔직히 화날만하지.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 등이 있다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여기 너만 써? 동아리가 개인 활동이야? 내가 너에게 들어오라고 한 건 맞는데 이렇게 멋대로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들어올때 연습이나 그런 것은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야. 그것도 정도껏이지. 동아리 활동과 병행해야 할 거 아니야. 한 달을 동아리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온다고 해도 잠깐 있다가 다시 돌아가고. 너 뭐하자는건데? 그래. 너 피아노 되게 좋아하는 것 같고 대회 하는거 알겠어. 그런데 그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가 뭔데? 그럴거면 여긴 왜 왔어? 예술 관련 학교로 꺼져. 거기 가서 네가 좋아하는 피아노 실컷 치고 네 마음대로 해."
"......"
"네 실력이 괜찮다고 해서 스카웃했는데 이럴거면 필요없어. 가. 나가."
살벌한 목소리, 살벌한 분위기, 그리고 살벌한 느낌. 하늘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 말에 틀린 것은 없었다.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은 자신은 동아리 부장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민폐겠지. 그건 자신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에 하늘은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저 순순히 인정할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됐고 가. 너 아니라도 피아노 잘 치는 애들 많아. 아니. 그냥 내가 할게. 애초에 내 담당이었으니까. 아무튼 꼴보기 싫으니 당장 가. 활동도 제대로 안 할 이가 있어봐야 도움 하나도 안되니까."
"죄송합니다."
떨어진 악보를 챙기며 하늘은 부실 밖으로 나섰다. 딱히 억울하다는 마음은 없었고, 기껏 스카웃을 해줬음에도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의 행각이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었다. 어쩌면 맞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동아리 자체를 자신은 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자신은 똑같은 것을 반복하게 될테니까.
문뜩 중학교 시절의 일을 떠올리며 하늘은 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보며 하늘은 귓가에서 울리는 피아노 곡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지나간 일. 그리고 자신이 잘못한 일이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눈을 감았다.
호련주와 일상이라. 전에 끊어진 것도 있고 다시 한 번 해보는건 어떨까 싶지만 직장인의 세이프존 너무 슬프다. 내일이나 다음에 시간이 될 때 일상 돌리는 모습을 발견하면 찔러보겠어! 사실 지금 연호주가 일상을 구하는 것 같기도 하니 둘이 돌려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안녕안녕! 연호주!
응. 건방져. 하고 굳이 짚어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사회성이 뒤떨어진다 한들 미움 받는 것을 즐기진 않았다. 사하는 지나치게 태연했다. 평소 지구의 이미지 때문인가? 그녀는 양치고 구는 행색이 너무나 무방비했다. 그것도, 페로몬을 뱉어내고 있는 주제에. 학생회장의 속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여유를 부리는 사하의 모습에 지구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요즘 늑대나 양이 사고를 치는 게 이런 부류가 존재하기 때문인가. 지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가 자꾸만 제 속내를 점치려 드는 듯한 사하를 건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렇든 저렇든 대답해주고 싶진 않았다. 엉터리니까.
"네가 물건이야?"
원하면 누구든 덥썩덥썩 주나보지? 피곤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딱딱하게 덧붙였다. 양인데다가, 여학생까지나 되면서 왜저리 실없이 구는 걸까.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건지. 겁이라도 주어서 버릇을 고쳐줄까 싶다가도 그녀가 실없는 소리를 지껄이면 금방 또 바람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하긴, 그녀의 입장에선 3년동안 데면데면하게 봐왔던 평범한 남학생이 갑자기 제게 달려 들어 침을 흘리는 것만큼 코미디가 없겠지. 부탁하면 들어주냐는 물음에 굳이 답을 하진 않았다. 안 들어 줄 게 당연하니까. 그녀가 지나치게 자신을 믿는 건지, 그저 이 상황을 즐기는 건지. 또 아니면 애초부터 안전불감증에라도 걸렸나. 제 여동생이 이런식으로 굴었다면 세게 딱밤을 먹여 울렸을지도 모른다. 이 이상 그녀와 말을 나누면 피곤할 것 같으니 어디 테이프로 입을 막아 버리고 들쳐 메어서 양호실까지 갖다 놓는 게 편하려나.
상냥한 바닐라향이 코끝을 간질 거리는 게, 속없는 그녀와 참 닮았다. 이미 물려봤다며 그녀가 물렸었던 자리를 마치 자랑하는 듯한 그녀의 손짓과 행동에 어딘가가 끊어지는 듯한 역한 감정을 느끼며.
"난 맛 없는 거 안 먹어."
유감이다. 여전히 한 팔로 사하를 구석에 가둔 채로, 친히 그녀가 알려준 목덜미 쪽으로 고개를 느릿하게 다가가더니 그대로 턱끝을 올리고 그녀의 귓가에 신경질적인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곤 벽을 짚었던 손을 떼고 그 너른 손 그대로 그녀의 작은 얼굴을 찌그러뜨리 듯 잡아 벽 쪽으로 꾸욱 누르려 시도하며 (그녀가 얼굴이 잡히기 전에 고개를 돌렸다면 실패했겠지만) 지구는 온갖 감정이 가득하다 못해 넘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신경 긁지 마, 은사하. 안 귀여우니까."
나한테 귀여워 보일 필요도 없었겠지만, 불필요한 감정을 굳이 만들지 말자는 말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하가 지구에게 잘못한 점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주변에서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실없이 구는 게- 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저와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이. 묘하게 거슬려서.
또 있다. 하트무늬 포장지. 겨우 두 번째인데 벌써 반가워지려고 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살살 포장을 뜯었다. 이번 것도 고이 접혀 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오늘의 선물은 머랭쿠키였다. 포장지도 하트. 쿠키도 하트. …아니, 복숭아인가. 자두? 살구? 대충 비슷하게 생겼다 생각하는 과일이 줄줄이 떠올랐다. 어쨌든 귀여운 모양에, 한 입에 쏙 들어갈 크기까지 마음에 들었다. <당분간 당 떨어질 일은 없겠네.> 기분 좋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사하가 쿠키를 하나 입에 넣었다. 오늘도 오늘 치의 행복을. 행복이 입 안에서 귀엽게 부서졌다. 혀끝의 단 맛을 음미하며 가방을 뒤적거렸다. 어김없이 희생양은 수첩이다.
<비싼 거 안 사도 돼. 난 다 좋아해. (내가 진짜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님 지갑을 1순위로 하기. 근데 하트 무늬 좋아해?>
서랍에는 북 찢은 수첩에 적은 쪽지 하나와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색종이로 접은 하트가 있었다. 그 와중에 빨간색을 구하는 건 실패했는지, 하트가 초록색이었다. <뽀송한 이불아, 서랍 꼭 봐!> 책상의 낙서도 새 걸로 바꿨다.
아무리 수업 시간을 온통 잠으로 보낸다 해도, 단 한 번, 수업 '도중에' 잠에 깨는 일이 있었다. 4교시,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정확히 10분 전. 최민규는 오늘도 부스럭대며, 4교시 수업 도중에 잠에서 깼다. 다만 오늘은 8분 전이다. 마니또한테 선물로 받은 베개가 지나치게 폭신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일까. 하여튼간, 최민규는 잠에서 깼다.
4교시에 깨는 이유는 단순하다. 밥 빨리 먹어야 하니까. 밥 빨리 먹은 다음엔, 교실에 들러서 농구공 챙겨야지. 그리고 학생회나 3학년 1반으로 쳐들어가곤 했다.
그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최민규는 급식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교실로 뛰어 올라갔다. 가방 안에는 책 대신 농구공이 들어 있었다. (원래 농구공 주머니도 들고 다녔지만, 최근에 찢어먹었다. 최민규는 조금 슬퍼했다.) 가방에 어떻게든 욱여넣은 농구공을 꺼내고, 자리를 뜨려는데,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어딘가 등골이 쎄하다.
뭔가 대단히 잘못하고 있는 기분인데, 나.
그런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하여튼간, 최민규는 교실 밖을 나서서, 학생회로 향하려 했다. 어쩌면 갔을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