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 나름대로 당신의 마음에 닿을법한 선물을 고민했어요. 시대착오적인 선물일지 몰라도 기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구를 바라보며 하늘은 그저 작게 웃었다. 일단 자신을 알긴 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어떻게? 대체 누구인진 알 길이 없으나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마니또라고 하늘은 생각했다. 마음에 닿을법한 선물이라니. 그냥 적당히 아무거나 줘도 상관없었는데. 금색으로 자신의 이름을 새긴 메트로놈을 만들 것은 정말 상상도 못했고, 아무리 못해도 이건 가게에서 적당히 산 물건이 아니라 어쨌든 돌이 들어가는 의뢰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일방적으로 아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알고 있는데 모르는 것인지. 확실한 건 자신이 피아노를 치는 것을 알고 있고, 정말 성실하고 자상한 '사람'임은 분명하다고 하늘은 생각했다. 바늘을 손으로 잡고 옆으로 옮겼다가 놓으니, 규칙적인 느낌으로 똑딱똑딱 바늘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양옆으로 움직였다. 피아노 연습을 할 때, 속도를 조절할 때 정말로 좋은 물건이었기에, 이 선물은 자신에게 있어 크게 기쁜 선물이었다.
"그래서 괜히 미안해지는데."
어쩌면 좋을까. 고민을 하며 하늘은 잠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약 30분 정도 후, 하늘은 메트로놈이 올려져 있던 바로 그 자리에 벌꿀 카스테라를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 옆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는 쪽지를 남겨놓았다.
[마음에 닿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서 준다면 그걸로 좋은걸요.] [하지만 이번 선물은 정말로 기뻤으니까 저도 답례를 드릴게요.] [당신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알게 된다면 그땐 직접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특별히 더 감사인사는 하지 않을게요. 선배인지, 같은 반인지, 아니면 동갑인지, 혹은 후배인지 모를 삶은 계란님.]
뒤이어 하늘은 조심스럽게 메트로놈을 챙긴 후, 교실 밖으로 나섰다. 목적지는 음악실이었다. 오늘은 쓸 수 있다는 것 같으니, 이 메트로놈을 사용하면서 연주를 해볼 생각이었기에 그의 입가엔 미소가 녹아내렸다.
>>5 (흔들려짐)으악! 나는 가끔 캐릭터를 볼 때 '이런 관계가 있으면 재밌겠다'하는 게 떠오르기도 하거든. 그래서 하늘이한테 똑같은 피아노 연주자이자 라이벌이었던 여캐 소꿉친구가 있으면 어땠을까 라는 걸 생각하고 있었지. 하늘이에겐 피아노가 꿈이었지만 그 캐릭터한텐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단지 취미였기에 결국 공부나 다른 일에 시간을 쓸 수밖에 없게 된 그 캐릭터는 부단히 노력하는 하늘이에게 밀려서 더 이상 라이벌이라고도 못 부를 사이가 되고, 하늘이가 이제 저 애는 피아노 안 하나보다 하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찾아와서 너 늑대지? 피아노 잘 치는 거 전부 재능 때문이지? 하고 스스로도 답을 알 질문으로 몰아붙인 다음에 사이가 멀어지고, 고등학교 다시 와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 낼 수 없는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멋대로 관계를 짓는 건 실례가 될 수도 있잖아? 하지만 정말 잠 못 잘까봐 말해주는 거야. (:≡
>>10 난 이런 썰 매우 좋은데 시트캐 중에서 피아노 캐는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 사실 소꿉친구 선관은... 난 매우 좋아하는데, 아마 그런 선관이 있으면 하늘이가 정말로 귀찮게 굴 것 같아서. 차마 그래서 그런 선관을 하자고 할 그런 용기가 안 나더라. 특히 이런 곳에서는 괜히 수작부린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고. 의외로 하늘주는 매우 겁쟁이야. (절레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