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 나름대로 당신의 마음에 닿을법한 선물을 고민했어요. 시대착오적인 선물일지 몰라도 기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구를 바라보며 하늘은 그저 작게 웃었다. 일단 자신을 알긴 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어떻게? 대체 누구인진 알 길이 없으나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마니또라고 하늘은 생각했다. 마음에 닿을법한 선물이라니. 그냥 적당히 아무거나 줘도 상관없었는데. 금색으로 자신의 이름을 새긴 메트로놈을 만들 것은 정말 상상도 못했고, 아무리 못해도 이건 가게에서 적당히 산 물건이 아니라 어쨌든 돌이 들어가는 의뢰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일방적으로 아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알고 있는데 모르는 것인지. 확실한 건 자신이 피아노를 치는 것을 알고 있고, 정말 성실하고 자상한 '사람'임은 분명하다고 하늘은 생각했다. 바늘을 손으로 잡고 옆으로 옮겼다가 놓으니, 규칙적인 느낌으로 똑딱똑딱 바늘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양옆으로 움직였다. 피아노 연습을 할 때, 속도를 조절할 때 정말로 좋은 물건이었기에, 이 선물은 자신에게 있어 크게 기쁜 선물이었다.
"그래서 괜히 미안해지는데."
어쩌면 좋을까. 고민을 하며 하늘은 잠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약 30분 정도 후, 하늘은 메트로놈이 올려져 있던 바로 그 자리에 벌꿀 카스테라를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 옆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는 쪽지를 남겨놓았다.
[마음에 닿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서 준다면 그걸로 좋은걸요.] [하지만 이번 선물은 정말로 기뻤으니까 저도 답례를 드릴게요.] [당신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알게 된다면 그땐 직접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특별히 더 감사인사는 하지 않을게요. 선배인지, 같은 반인지, 아니면 동갑인지, 혹은 후배인지 모를 삶은 계란님.]
뒤이어 하늘은 조심스럽게 메트로놈을 챙긴 후, 교실 밖으로 나섰다. 목적지는 음악실이었다. 오늘은 쓸 수 있다는 것 같으니, 이 메트로놈을 사용하면서 연주를 해볼 생각이었기에 그의 입가엔 미소가 녹아내렸다.
>>5 (흔들려짐)으악! 나는 가끔 캐릭터를 볼 때 '이런 관계가 있으면 재밌겠다'하는 게 떠오르기도 하거든. 그래서 하늘이한테 똑같은 피아노 연주자이자 라이벌이었던 여캐 소꿉친구가 있으면 어땠을까 라는 걸 생각하고 있었지. 하늘이에겐 피아노가 꿈이었지만 그 캐릭터한텐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단지 취미였기에 결국 공부나 다른 일에 시간을 쓸 수밖에 없게 된 그 캐릭터는 부단히 노력하는 하늘이에게 밀려서 더 이상 라이벌이라고도 못 부를 사이가 되고, 하늘이가 이제 저 애는 피아노 안 하나보다 하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찾아와서 너 늑대지? 피아노 잘 치는 거 전부 재능 때문이지? 하고 스스로도 답을 알 질문으로 몰아붙인 다음에 사이가 멀어지고, 고등학교 다시 와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 낼 수 없는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멋대로 관계를 짓는 건 실례가 될 수도 있잖아? 하지만 정말 잠 못 잘까봐 말해주는 거야. (:≡
>>10 난 이런 썰 매우 좋은데 시트캐 중에서 피아노 캐는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 사실 소꿉친구 선관은... 난 매우 좋아하는데, 아마 그런 선관이 있으면 하늘이가 정말로 귀찮게 굴 것 같아서. 차마 그래서 그런 선관을 하자고 할 그런 용기가 안 나더라. 특히 이런 곳에서는 괜히 수작부린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고. 의외로 하늘주는 매우 겁쟁이야. (절레절레)
>>28 1. 제모옥은 조별과제입니다 그런데 이제 민규랑 해인이 빼고 전부 잠수를 타버린 그래서 과제하느라 민규네 집에 와두 되구요 >:3 이런저런 이야기두 할 수 있고.. 최민규 분명히 억제제 통 방 구석에 굴러다닐테니까 그거 발견하고 어?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고요 2. 지구한테 자꾸 학생회 일 빼먹고 놀러가자고 하는 원흉 1이 아마 최민규일것같은데 ㅋㅋㅋㅋㅠ 고통받던 해인이가 민규 찾아오는 전개두 생각났답니다...
"야. 강하늘! 너 진짜 개념은 어디에 팔아먹은거야? 네가 그렇게 잘났어?" "......"
악보가 떨어지는 소리가 매우 서늘했다. 조마조마한 분위기 속에서 한 남학생이 하늘을 노려봤다. 누가 봐도 정말 크게 화가 난 얼굴이었기에, 자신보다 한 살 높은 선배의 눈치를 보며 하늘은 시선을 가만히 회피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끼어들지 못했으나, 적어도 하늘의 편은 없었다. 들려오는 말 중에 부장님이 솔직히 화날만하지.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 등이 있다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여기 너만 써? 동아리가 개인 활동이야? 내가 너에게 들어오라고 한 건 맞는데 이렇게 멋대로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들어올때 연습이나 그런 것은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야. 그것도 정도껏이지. 동아리 활동과 병행해야 할 거 아니야. 한 달을 동아리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온다고 해도 잠깐 있다가 다시 돌아가고. 너 뭐하자는건데? 그래. 너 피아노 되게 좋아하는 것 같고 대회 하는거 알겠어. 그런데 그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가 뭔데? 그럴거면 여긴 왜 왔어? 예술 관련 학교로 꺼져. 거기 가서 네가 좋아하는 피아노 실컷 치고 네 마음대로 해."
"......"
"네 실력이 괜찮다고 해서 스카웃했는데 이럴거면 필요없어. 가. 나가."
살벌한 목소리, 살벌한 분위기, 그리고 살벌한 느낌. 하늘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 말에 틀린 것은 없었다.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은 자신은 동아리 부장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민폐겠지. 그건 자신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에 하늘은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저 순순히 인정할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됐고 가. 너 아니라도 피아노 잘 치는 애들 많아. 아니. 그냥 내가 할게. 애초에 내 담당이었으니까. 아무튼 꼴보기 싫으니 당장 가. 활동도 제대로 안 할 이가 있어봐야 도움 하나도 안되니까."
"죄송합니다."
떨어진 악보를 챙기며 하늘은 부실 밖으로 나섰다. 딱히 억울하다는 마음은 없었고, 기껏 스카웃을 해줬음에도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의 행각이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었다. 어쩌면 맞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동아리 자체를 자신은 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자신은 똑같은 것을 반복하게 될테니까.
문뜩 중학교 시절의 일을 떠올리며 하늘은 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보며 하늘은 귓가에서 울리는 피아노 곡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지나간 일. 그리고 자신이 잘못한 일이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눈을 감았다.
호련주와 일상이라. 전에 끊어진 것도 있고 다시 한 번 해보는건 어떨까 싶지만 직장인의 세이프존 너무 슬프다. 내일이나 다음에 시간이 될 때 일상 돌리는 모습을 발견하면 찔러보겠어! 사실 지금 연호주가 일상을 구하는 것 같기도 하니 둘이 돌려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안녕안녕! 연호주!
응. 건방져. 하고 굳이 짚어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사회성이 뒤떨어진다 한들 미움 받는 것을 즐기진 않았다. 사하는 지나치게 태연했다. 평소 지구의 이미지 때문인가? 그녀는 양치고 구는 행색이 너무나 무방비했다. 그것도, 페로몬을 뱉어내고 있는 주제에. 학생회장의 속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여유를 부리는 사하의 모습에 지구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요즘 늑대나 양이 사고를 치는 게 이런 부류가 존재하기 때문인가. 지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가 자꾸만 제 속내를 점치려 드는 듯한 사하를 건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렇든 저렇든 대답해주고 싶진 않았다. 엉터리니까.
"네가 물건이야?"
원하면 누구든 덥썩덥썩 주나보지? 피곤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딱딱하게 덧붙였다. 양인데다가, 여학생까지나 되면서 왜저리 실없이 구는 걸까.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건지. 겁이라도 주어서 버릇을 고쳐줄까 싶다가도 그녀가 실없는 소리를 지껄이면 금방 또 바람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하긴, 그녀의 입장에선 3년동안 데면데면하게 봐왔던 평범한 남학생이 갑자기 제게 달려 들어 침을 흘리는 것만큼 코미디가 없겠지. 부탁하면 들어주냐는 물음에 굳이 답을 하진 않았다. 안 들어 줄 게 당연하니까. 그녀가 지나치게 자신을 믿는 건지, 그저 이 상황을 즐기는 건지. 또 아니면 애초부터 안전불감증에라도 걸렸나. 제 여동생이 이런식으로 굴었다면 세게 딱밤을 먹여 울렸을지도 모른다. 이 이상 그녀와 말을 나누면 피곤할 것 같으니 어디 테이프로 입을 막아 버리고 들쳐 메어서 양호실까지 갖다 놓는 게 편하려나.
상냥한 바닐라향이 코끝을 간질 거리는 게, 속없는 그녀와 참 닮았다. 이미 물려봤다며 그녀가 물렸었던 자리를 마치 자랑하는 듯한 그녀의 손짓과 행동에 어딘가가 끊어지는 듯한 역한 감정을 느끼며.
"난 맛 없는 거 안 먹어."
유감이다. 여전히 한 팔로 사하를 구석에 가둔 채로, 친히 그녀가 알려준 목덜미 쪽으로 고개를 느릿하게 다가가더니 그대로 턱끝을 올리고 그녀의 귓가에 신경질적인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곤 벽을 짚었던 손을 떼고 그 너른 손 그대로 그녀의 작은 얼굴을 찌그러뜨리 듯 잡아 벽 쪽으로 꾸욱 누르려 시도하며 (그녀가 얼굴이 잡히기 전에 고개를 돌렸다면 실패했겠지만) 지구는 온갖 감정이 가득하다 못해 넘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신경 긁지 마, 은사하. 안 귀여우니까."
나한테 귀여워 보일 필요도 없었겠지만, 불필요한 감정을 굳이 만들지 말자는 말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하가 지구에게 잘못한 점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주변에서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실없이 구는 게- 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저와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이. 묘하게 거슬려서.
또 있다. 하트무늬 포장지. 겨우 두 번째인데 벌써 반가워지려고 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살살 포장을 뜯었다. 이번 것도 고이 접혀 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오늘의 선물은 머랭쿠키였다. 포장지도 하트. 쿠키도 하트. …아니, 복숭아인가. 자두? 살구? 대충 비슷하게 생겼다 생각하는 과일이 줄줄이 떠올랐다. 어쨌든 귀여운 모양에, 한 입에 쏙 들어갈 크기까지 마음에 들었다. <당분간 당 떨어질 일은 없겠네.> 기분 좋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사하가 쿠키를 하나 입에 넣었다. 오늘도 오늘 치의 행복을. 행복이 입 안에서 귀엽게 부서졌다. 혀끝의 단 맛을 음미하며 가방을 뒤적거렸다. 어김없이 희생양은 수첩이다.
<비싼 거 안 사도 돼. 난 다 좋아해. (내가 진짜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님 지갑을 1순위로 하기. 근데 하트 무늬 좋아해?>
서랍에는 북 찢은 수첩에 적은 쪽지 하나와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색종이로 접은 하트가 있었다. 그 와중에 빨간색을 구하는 건 실패했는지, 하트가 초록색이었다. <뽀송한 이불아, 서랍 꼭 봐!> 책상의 낙서도 새 걸로 바꿨다.
아무리 수업 시간을 온통 잠으로 보낸다 해도, 단 한 번, 수업 '도중에' 잠에 깨는 일이 있었다. 4교시,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정확히 10분 전. 최민규는 오늘도 부스럭대며, 4교시 수업 도중에 잠에서 깼다. 다만 오늘은 8분 전이다. 마니또한테 선물로 받은 베개가 지나치게 폭신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일까. 하여튼간, 최민규는 잠에서 깼다.
4교시에 깨는 이유는 단순하다. 밥 빨리 먹어야 하니까. 밥 빨리 먹은 다음엔, 교실에 들러서 농구공 챙겨야지. 그리고 학생회나 3학년 1반으로 쳐들어가곤 했다.
그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최민규는 급식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교실로 뛰어 올라갔다. 가방 안에는 책 대신 농구공이 들어 있었다. (원래 농구공 주머니도 들고 다녔지만, 최근에 찢어먹었다. 최민규는 조금 슬퍼했다.) 가방에 어떻게든 욱여넣은 농구공을 꺼내고, 자리를 뜨려는데,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어딘가 등골이 쎄하다.
뭔가 대단히 잘못하고 있는 기분인데, 나.
그런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하여튼간, 최민규는 교실 밖을 나서서, 학생회로 향하려 했다. 어쩌면 갔을지도 모르지.
먼저, 몽몽씨가 오늘 하루도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 되었으면 하고 기원해요.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어요. 얼그레이 무스는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서,달콤한 생크림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며 조화를 이루는 그런 맛이었어요! 거기에 스폰지 속에 숨은 딸기는 굉장히 아삭하고 상큼했답니다. 덕분에 마실 것도 없이 혼자 다 먹어버렸어요. 얼그레이 무스와 생크림은 워낙 부드러워 목이 막히지도 않더라고요! 친구들이 주위에 몰려들어 한 입만 달라고 했지만 어떻게든 물리치고 저 혼자 독식했답니다. 저 잘했죠? 칭찬해주세요! (*≧∀≦*) 저 케이크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물론 케이크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많이 놀랐어요. 기쁘기도 했고요! 그리고 저에게 천사같은 존재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미 몽몽님은 제 수호천사님인걸요! 몽몽님덕에 매일 하루하루를 두근두근하게 보낼 수 있었고, 선물을 받을 때마다 정말 뛸듯이 기뻐요. 이제 어쩌죠? 저 마니또 기간이 끝나면 굉장히 슬플 것 같아요. 더이상 몽몽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하고, 편지도 주고 받지 못하다니! 음, 그렇지만 매일 선물을 준비하는건 역시 힘들겠죠? 하지만 편지만이라도 매일 주고 받고 싶어요. 내일 하루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마음 기이이이이이이잎고 기이이이이이이이잎은 곳으로부터 기원할게요.
- 몽몽님 덕에 매일 하루가 평소보다 더 달콤해진 주원이가. -
PS. 걱정 마세요! 이번엔 뛰진 않고 두 팔을 번쩍 올렸을 뿐이라 다치진 않았어요! 다만 "선물이다!" 하고 소리친덕에 모두의 시선을 끌긴 했지만요. 다들 부러워 했어요. "에헤 부럽지!" 하고 모두 앞에서 자랑한 탓에 빼앗길 뻔 했지만, 위에 편지에도 썼듯이 빼앗기지 않았답니다! 아, PS가 이렇게 길면 안되던가? 죄송해요! 쓰다보니 오늘 하루 종일 있었던 일까지 전부 써버릴 것 같아요. 언젠가 몽몽님과 마주보고 앉아 시덥잖은 하루 이야기라도 주고받을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로 이만!
>>85 ((곰곰)) 지구는.. 청사과..? 과일을 즐기진 않지만 베어 먹는 과일을 선호하는 편인 것 같아요 >>87 거대 수달 귀엽잖아요 ㅎ▽ㅎ하하하 수달이 거대해지면 그게 곰인가 싶기도 하고.. 지구는 흑표범일까요ㅎ▽ㅎ? 캐릭터 처음에 짤 때는 고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그다지 고양이랑 닮은 점이 없음(..)
>>82 아 저 고집 센친구 조아하는건 어캐 아셨대요~~ 저도 잘 부탁해요 ;) >>83 ㅋㅋㅋㅋㅋ 쓰면서 하... 내캐 능력 넘모 사기 아닌가... 싶었는데 그냥 올렸어요.. 누나들ㅋㅋㅋㅋ..원래 가족 눈이 정확한거에요 :0 >>84 재능 부러워해주셔서 고마워요 쓰면서 너무 사기 아닌가 싶엇거든여..!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고3 의 수업시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이라 함은 역시 수업시간에 엎드려서 자는 녀석들이겠지. 그리고 1교시부터 4교시까지 내리 자고 있는 녀석은 더 눈에 띌 것이다. 그래도 잘때 코만 안골면 남한테 방해는 안되니까 그렇게까지 신경 쓰일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아침 수업을 내리 자던 민규가 깨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건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직전이다. 어디 알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귀신 같이 일어나서 밥을 먹으러 누구보다 빠르게 간다. 그리고 그건 오늘도 변함 없는 일이었고.
" 우리 최민규씨가 어디로 가는 길일까? "
역시나 언제나처럼 밥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농구공을 집어드는 민규를 보고서 나는 그가 들릴만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허어 이 농구공을 보아하니 같이 농구할 사람이 어디 사는 온씨인지 딱 알 것 같은데 말이야. 밥을 빠르게 먹고 온 보람이 있었네.
" 혹시 학 생 회 장 님을 찾아가시는 길이신가요? "
오늘 점심시간엔 우리 온지구씨와 제가 볼 일이 있는데 말이에요. 지구는 일을 성실히 하기는 했지만 가끔씩 어디로 사라져버릴때가 있었다. 사실 어떤 생각으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두번씩 사라질때마다 남는 일은 대부분 내가 처리한다는게 문제. 뭐 그렇게 많은 일은 아니니까 힘든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사라진 지구가 민규와 하하호호 농구를 하고 있으면 ... 좀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글구 나도 일상 굴리다보니까 그 만월 때 해인이랑 있던 얘기가 나와서 해인주한테 얘기해야 할 것 같다 ㅜㅜ 미리 물어봤어야 했는데 미안 ㅠㅠㅠ 괜찮을까? 해인이 이름은 절대로 안 나옵니다........ 아마 만월인 것도 얘기 안 나올 거 같구! 혹시 불편하면 삼지창으로 찔러줘!!!!!
하늘에 떠있던 해가 점점 기울어지며 파랬던 하늘이 어느새 주황색으로 물들 무렵. 체육관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
호쾌하게 죽도를 휘두르면서 상대를 농락하고 있는 모습은... 상대의 입장에서는 고역일테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얼굴에 웃음을 띄울 만한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여러 부위를 치고는 경기가 끝났다고 선언 되자마자 호구를 벗는 연호. 운동중이라 그런지 눈을 살짝 가리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모습이 눈에 띈다.
웃음띈 얼굴로 검도부 인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때마침 체육관 안으로 들어오던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현이 어릴 때 호기심에 둘 다 약 안 먹고 이화를 이불로 똘똘똘 김밥말이 해놓고 밤 되니까 이화김밥 끌어안고 둘이서 엉엉거리면서 만월 보낸 적도 있어요. 중간에 중단했3ㅣ잗
"엉엉엉ㅠㅠㅠㅠㅠ화야ㅠㅠㅠㅠ네가 있어서 다행이야ㅠㅠㅠㅠ" "형, 고맙고 외로워하는 것도 잘 알겠는데 나 약 좀 주면 안 될까..(창백)(너덜너덜)(툭)" "화야!!!! 괜찮아?! 미안해ㅠㅠㅠ약 여깄어!!!" "아니, 나 지금 손이 이불에 파묻혀있어서 약 뚜껑을 열 수가 없는데..." "(손떨림)(힘없음)(뚜껑 못 염)..내 피 줄게!!!" "방금도 먹었는데 더 이상 먹으면 형 과다출혈로 천국 가!!" "너라도 살아야지ㅠㅠㅠㅠ" "아니, 나 안 죽으니까..다만 굉장히 힘들 뿐이지...흐으규ㅠㅠㅠ아니다 나 죽으니까 살려줘ㅠㅠㅠㅠㅠ" "으아아유ㅠㅠ" "으아아앙ㅠㅠㅠ" "이거라도 괜찮으면 먹어ㅠㅠㅠㅠ" "형 또 쓰러지면 어떡해ㅠㅠㅠ미치겠으니까 차라리 치워주면 안 될까ㅠㅠㅠㅠㅠ" "흐아아앙ㅠㅠㅠ" "흐어어ㅠㅠㅠ" "역시 내 피라도ㅠㅠ.." "형!!!!!!!!!! ..경호원!!!!!!!!!" "이불 계속 더럽혀서 미안해ㅠㅠㅠㅠ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흐아아아앙ㅠㅠㅠ" "(벌컥)(쾅!!)도련님들!!!!!!!!!!!!!!" "흐어어엉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
>>111 아랑이 너무 잘 어울리구 또 귀엽네요ㅠㅠ어솨요! >>114 아기치타 귀엽죠 ^▽^ 호련이 닮아써요!!! 그나저나 호련주도 마니또함 한번 확인해 보세요!!! 저희 스레에 천사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117-119 앗 저 정말 일상 봤다가 현웃 터져서 웃겼는데 아니에요ㅠㅠㅠ 아는 사이끼리 원래 언급 나오는 게 자연스럽고 그게 학교니까요 너무 염려 마세요 감사합니다 ㅎ▽ㅎ
>>118 그러게요 ㅎ▽ㅎ 재능쪽이 신체 쪽 발달이 편해서 그른가 싶기두 하고.. >>125 ㅇ유령 임티 넘 귀여워요 ㅋㅋㅋㅋ ㅜ▽ㅠ 휘영주 안녕히 주무시고 내일 또 봬요~
어째서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질 않는 걸까. 최민규는 퍽 어색하게 고개를 돌려 해인이를 바라봤다. 마치 목각 인형이라도 된 움직임이다. 삐걱삐걱, 덜그럭 덜그럭.
".."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최민규도 자신과 농구를 하러 갈 때 남겨진 다른 학생회들을 떠올리며 켕겨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지구가 별 상관없어 하니, -적어도 최민규의 시선에서는 그랬다- 자신도 신경쓰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애초에 난 학생회 임원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게 정당화하며 보냈던 날들이 눈 앞에서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업보를 맞는구나. 아니, 그런데 내가 왜 맞고 있담.
"...."
지구를 원망하고 싶지만 원망할 수 없다. 애초에 꼬신 건 자기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지구한테 가서 왜 나한테 불똥이 튀냐고 투덜대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침묵이 점점 길어졌다. 농구공과 손 틈새에 땀이 조금씩 찼다.
내가 뭘 잘못했나. 아니면 잘못이 현재진행형인가. 다 아니면 원래부터 나를 싫어했나. 가만히 서서 지구를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귀찮다는 표정은 무뎌질 정도로 자주 겪었다. 근데 이건 단순히 귀찮은 것도 아닌 것 같고. 표정을 읽는 재주는 없으니 똑같이 입 다물고 쳐다보고만 있었다.
"물건이 어떻게 움직이고 말을 해."
웃긴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피실피실 웃었다. 이상한 데서 현실감각이 확실했다. 지구가 덧붙인 말엔 꽤 진지하게 고민한다. <…따지고보면 물물교환이긴 했네. 아니, 거래인가?> 그 확실한 현실감각은 작은 바람에도 잘만 날아갔다. 심지어 잘 휘청대기까지 했다. 가늘게 뜬 눈으로 고민하던 사하는 아까 파라솔을 날린 것처럼, 물물교환인지 거래인지도 던져버렸다. 이미 지난 일이고, 골치 아픈 건 질색이다.
답이 돌아오지 않은 부탁에 대한 생각은 잊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받아들이기에도 벅차다. 지구의 목소리를 들은 사하는 신기한 말을 들은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태어나 처음 들은 말이다. 맛있겠다는 말보다 맛 없다는 말을 먼저 들을 줄이야! 믈론 놀란 포인트는 여기가 아니다. 사하가 알고 있던 세계가 통째로 뒤집힌다. <늑대에게도 맛 없는 양이 있을 수 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머릿속에서 빛이 번쩍인다. 읽어야 했던 말투나 어조는 날아가고 정보만 남는다. 여전히 꿈에서 덜 깬 듯한 눈을 깜빡인 사하가 말한다.
"그치, 늑대한테도 취향이 있겠지."
역시나 빠른 인정, 그리고 존중. 그에 대한 답으로 돌아온 게 이런 손짓이라는 건 조금 의아하다. 얼굴을 붙잡은 손이 답답해 고개를 조금 틀어보려 했다.
"너 기분 나쁘라고 한 말 없는데. 기분 나빴으면 미안."
하지만 입밖으로 나오는 건 사과의 말이다. <근데 나 귀여우라고 한 것도 아냐.> 억울한 마음에 덧붙이긴 했다.
나의 근대5종부 설립을 방해한 주축이었던 검도부는 의외로 번듯한 조직 구성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입부 초기인 신입생들은 학년 순과 무관하게 얄짤없이 도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견 불합리한 연공서열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미 검도 유단자인 학생들이(특히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늑대들) 입학하자마자 검도부에 들어와서, 취미로 검도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유세 떠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따라서, 나는 공인 급수로 노란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은 검도부에서 말단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늘도 햇볕에 말린 호구를 두 팔 아름 가득 들고 체육관에 돌아오던 차였다. 엄청 익숙한 얼굴. 나와 함께 근대5종부를 설립할 뻔했지만 바로 이 검도부의 로비로 인해서 좌절하고 말았던 동지.
"연호 선배?! 안녕쉼까!" 배꼽인사!
따지고 보면 우리 둘 다 검도부와 척을 지라면 질 수도 있었을 사람들이었고, 내가 검도부에 가입한 것도 어찌 보면 호련랑이 굴에 머리를 들이미는 짓이라고 할 수도 있었을 법하다. 그런데, 연호 선배까지 왜 여기에?
"선배도 연호랑이 굴에 들어온 거에요?!"
그리고 뒤를 살피자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하! 저번의 원한으로 검도부원들을 개박살내러 온 거구나! 마침 개박살나 있는 부원도 보이고. 나는 납득하고 나서 체육관 한편에 있는 검도부 전용 수납장, 일명 검도존에 호구를 내려다놓고 돌아왔다.
>>164 뭐어 아무래도 자기 즐겁자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선생님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문제아까진 아니더라도 '쟨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고 선생님들이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음.... 선생님들의 대략적인 평가로는 '자기 주관이 굉장히 강함. 성적은 좋지만 수업 태도는 그다지 좋지 않고 가끔 기행을 벌임. 대화를 시도하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되도록이면 학교의 규칙 내에서 활동하려는 의견을 피력함. 상담으로는 해당 학생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그러나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악의를 갖고 행동하진 않기에 일을 벌였을 때 주의를 주는 선으로 두기로 함. 주의를 갖고 지켜볼 필요성이 있음.'
아니! 벌써 1시라고?! 내 시간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음. 혹시 새벽이나 아침에 려문주가 오면 정말로 미안하고 미안한데 일상은 그냥 다음에 정말로 시간이 되면 그때 돌리는 걸로 하자고 전해줄 수 있을까? 일단 출근도 있고 그렇다보니.. 사실 너무 늦게까지 기다리긴 힘들고 그래서. 30분 뒤에는 자러 갈 것 같기도 하고.
>>168 " 가끔씩 나한테 학생회장님 어디갔냐고 물어보면 내가 할 말이 없거든 ... "
아무래도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같은 학년이고 꽤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서 지구가 자리에 없으면 항상 어디갔는지 나한테 물어보곤한다. 물론 대충 어디갔는지 예상이 될때도 있고 진짜 어디갔는지 모를때도 있지만 어쨌든 답변은 항상 나도 잘 모르겠네, 로 통일. 필요하면 내 손으로 직접 잡아오면 되니까.
" 아니야? 응? 뭐가 아니야. "
아무리 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 내가 너무 몰아붙이나 심었지만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한다. 물론 내 말을 들을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지만. 적어도 말이라도 해놓으면 빈도수라도 줄지 않을까?
" 그래 농구 정도는 할 수 있지. 온지구씨와 최민규씨가 하하호호 하면서 할 수는 있는데 ... 굳이 학생회실에 앉아있는 학생회장님을 꼬셔서 데려가지는 말아달라, 하는 이야기에요. "
아니 그리고 주변에 농구 할 수 있는 친구들도 많은데 왜 자꾸 지구를 데려가! 웃고있는 표정과 그렇지 못한 말. 그리고 끝에 작은 한숨을 내쉰 나는 민규에게 얘기했다.
>>173 주원이 평가에서 느껴지는 귀여움 어떻게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골댕이한테 하지 말라구 했는데 하고나서 ^ㅁ^ 하고 있어서 혼내지도 못할 것 같은.. 귀여워억 >>174 그래도 내일만 버티면 주말이다 하늘주! 혹시 려문주 만나면 전해줄게~~ 낼두 파이팅이라구 ㅇ.<
>>18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러다 모든 사람을 마니또로 의심하겠다구~~~~ >>185 친구랑 시간 보내는 것도 즐거우니까 ㅇ.< 주말은 일 안 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러게 주말에 화력 얼마나 좋을까.... 먼산... 감사인사는 넣어두세욧 >>187 휘영주 어서와~~ '-^
>>147 아.. 마니또 신청 깜빡한 건 난데 나 때문에 다른 분들이 괜한 수고를 하는구나... 😿 위키로 답변 써야겠다아.....
련이 반사신경 설정 자체는 >우왕 넘어지려는 거 빠르게 잡아주면 멋지겟당< 에서 나오긴 했는데 그걸 구체화하면서 마침 하고 있던 올림픽의 도움을 받았어. 스포츠클라이밍, 근대5종, 사격, 펜싱.... 다른 일상에서 련이 이름 나와도 괜찮아! 걔 좀 이상해 수준의 뒷담이라도 괜찮아. :3 사실 난 수동적인 캐조종까지도(손 잡거나 불쑥 껴안거나) 문제 없이 받아들이는 타입이라
삶은 계란도 누군지 참 궁금하단 말이야. 일단 내 데이터베이스로 계산을 해보자면 USB 받은 3인방 중 하나 같은데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라는 말까지 합치자면 후보자는 딱 한명 뿐인데... 이게 또 함정 같단 말이지. 음. 사실 이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연주를 엿듣고 있다는 설정이 추가되었다는 플래그인거야? (그거 절대 아님)
연호랑 호련이 돌아가는 일상은 왠지 큰호랑이랑 작은 호랑이의 만남처럼 느껴져 버려요... <:3 이름에 호가 들어가서 그런가...??
>>173 문제학생은 아닌데 주의를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학생.... 일까요....?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저런 의견을 가진 선생님도 계시고, 좋게 봐주시는 선생님도 계시고, 방임주의인 선생님도 계시고 다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3 답변해주셔서 감사해요! ㅎㅁㅎ
>>174 밤~새벽... 특히 시간 너무 빨리가요... ㅇ<-< ★☆려 문 주☆★ 하늘주가 현생을 위해 주무실 시간인지라 다음에 시간이 되면 같이 돌려달라고 전해 달래요!! 자세한 건 >>174 레스를 참고해 주세요! 일단 눈에 띄게 별표를 달았슴미당.. 제가 아직 있으면 전해드리고, 자러가면... 이레스가 대신 려문주에게 전달될 거예요! 그죠... 8ㅁ8.... 미리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해야 할까요? 좋은 밤 되세요 하늘주!
>>175 (홀랑 믿어버리는 사하가 귀엽다...) 사하... 정말... 너무 귀여워요.... 말하는 거에서 느껴지는 무해함이 특히 귀여워... ㅇ<-<
>>178 아랑주 곧 자러갈 거라서 못 돌림미당... 8^8
>>180 ㅋㅋㅋㅋㅋㅋㅋ 왜 맛 없다고 한 거예요 그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읽어봐서 모르겠음) 캡틴 쟈근 질문이 있는데요. 마니또 이벤트 끝나면, 오너입으로 ~가 ~ 마니또 였어요. 라고 밝히는 건가요. 캐입으로 ~가 ~ 마니또 였어! 라고 밝히는 건가요...? (자동으로 공개되는 건 아니죠...??) 꼭 밝힐 필요는 없고, 본인이 원하면 밝히는 건데. 캐? 오너가 상대 마니또를 맞춰버리면 자동으로 밝혀지는 시스템인가요...?? 쪼곰 헷갈려서 여쭤봐요!
그건 할 말이 없다. 최민규가 아무리 무던히 군다 해도, 남의 처지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확실히, 부회장이 이래저래 곤란해질 일이 있긴 했겠지. 문제는, 처지를 생각만 한다는 점에 있었다. 해인의 짐작이 옳다. 최민규는 고칠 생각은 티끌만큼도 하고 있지 않았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학생회 일이 바빠봤자 얼마나 바쁘겠냐는 안일한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다.
"걔 주로 학생회실에 있잖냐. 그... 그런 조건을 달면, 못하는데."
농구 못하는데. 해인이 들으면 복장 터질 소리를 무표정으로 내뱉었다.
"일이 바빠?"
복장 터질 소리를 또 한다. 최민규는 눈을 굴리며 해인의 입장에 저를 대입하려 최선을 다했다. 학생회실에 앉아 일을 한다. (무슨 일을 하냐, 는 대목에서 조금 막혔다.) 일을 한다. 그런데 학생회장은 없고, 농구를 하고 논다...
그럼 나도 나가서 놀면 되지 않나. 영 어딘가 글러먹은 결론이 나와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민규는 처음 당황했을 때를 제하고 내내 무표정이었고, 굳이 생각한 걸 말로 몽땅 뱉는 성격이 아니었다.
호련주는 모바일이라서 멀티 무리! >>203 큰 호 작은 호..... (크흑 귀엽다) >>204 피구 에이스라고 표현하니까 뭔가 엄청 멋있당. 나는 벽 기어서 등교하고 이런 생각밖에 못 했거든 :3c >>206 "(거하게 대련/싸움 한 판) 떴어요?" 못 알아듣는 것을 염두에 두고 쓴 표현이라 못 알아들어도 크게 상관은 없는 질문!
>>203 바닐라향은 지구가 좋아하는 것이지만 사하가 식욕을 돋구지 못해서(귀엽지 않아서?) 맛 없다고 한 것입니다.......또 이미 누구한테 물렸다고 자랑하니까 별로 먹고 싶지도 않고..그런..... 월요일 10시가 되면 누가 누구의 마니또였는지 자동으로 밝혀집니다. 10시에 신청하신 모든 분이 동접하셔서 오너입으로 밝히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공지되서 알게 되는 것은 오너의 입장이지 캐릭터들은 차후의 일이니까 내 마니또가 누구였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도 상관없고 캐릭터들끼리 따로 만나서 (오너는 이미 답을 아는 입장) 내가 네 마니또였어~ 하고 밝히는 일상도 가능하고 그렇습니다 이해가 되실까요?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다시 질문해주세요 ㅎ▽ㅎ
>>215 귀엽죠... (흐뭇) 사실 호련이는 누구랑 붙어있어도 귀엽지만 아직 1학년이라 그런가 선배랑 붙어있으면 더 귀여운 것도 같아요!
>>223 ㅋㅋㅋㅋㅋ 식욕 .... 지구... 까다로운 흑표범...ㅋㅋㅋㅋㅋㅋㅋ ㅎㅁㅎ (귀엽다) 누가 먹은 것은 먹고 싶지 않은 포식자의 마음... 비슷한 걸까...? <:3 헉..... 자동 발표였군요........??? 설명해주시니까 알겠어요! 내가 네 마니또였어~ 라고 밝히는 일상 귀엽겠다! (미리 기대중) 답변 감사합니다 :>
물건이 어떻게 움직이냐고? 그녀에겐 상황 파악 능력이라는 게.... 지금 내 표정이랑, 자기 처지에 대한 이해가... ....결국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른 지구가 날카롭게 한마디 쏘아 붙였다. 이것도 간신히 참고 뱉은 말이라. 스트레스에 자연스럽게 손이 주머니쪽으로 가다가도, 그것 역시 불가능하며 그녀는 아직까지도 제 앞에서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그냥 아까 학생회실로 돌아갈 걸. 아니 애초에 그냥 무시하고 불을 붙이는 게 맞았을까.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알 수가 없다. 지구는 몰아치는 두통에 양호실에 간다면 타이레놀이나 받아 먹어야겠다고. 그녀를 3년 알았지만 이 정도로 무지하게-척인가?-사람 속을 긁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건지, 취향을 운운하고 있었다. 늑대에게 맛 없는 양이 어디있겠냐만은, 지구가 말한 것은 단지 그녀가 그의 식욕을 전혀 돋구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뚝뚝 떨궜으면 떨궜지. 애초에 좋아하던 향이었으니까. 어쩌면 지금도 그렇기에 실낱같이 그녀를 붙들고 괜한 감정 싸움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전혀 모르는 사이에, 그 향과 닮지 않았더라면 평소처럼 늑대에게 뜯기든 말든 무시한 채 연기만 태우고 내려갔을 터였다. 다 저 망할 바닐라향 때문이지.
"너 원래 이렇게.. 물렀나?"
제가 이때까지 생각했던 은사하는 좀 더, 자기주장이 있고. 속절없이 팔랑거리는 나비 보다는 능청거리기를 좋아하는 족제비과에 가까웠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와 깊이 대화했던 적이 없으니 그것도 다 착각이고 편견인게 당연하겠다. 그녀가 고개를 틀자 지구는 곧바로 그녀에게서 손을 놓고 뒷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벅벅 긁었다. 부시시해진 지구의 머리가 스트레스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귀여워 보이고 싶어서 그렇게 물렁하게 군 것은 아니라 한다. 여자애들이야 딸기우유만 고집한다거나, 혀 짧은 말투를 쓴다거나. 하여튼 다양하게 자기를 특징화해서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들 하니까.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냥 바보인가 싶기도 하고.
"그만, 말하지 마. 바보 은사하."
그냥 조용히 하고 따라와. 그런 매서운 눈빛으로 지구는 쉬, 검지를 입가에 대고 사하를 응시하더니 뜬금없이 사하에게 빈 손을 내밀었다. "옷깃도 상관 없으니까 잡아."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며 지구는 사하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먼저 몸을 돌려 팔만 뒤로 뻗은 채 사하가 잡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얘를 안거나 업어서 가긴 좀 그렇고. 사실 업는 게 마음 편했지만(아픈 학생인 척 굴 수 있으니까) 그랬다간 또 사하가 등 뒤에서 헛소리를 중얼거릴 게 열 받아서 관뒀다. 또 굳이 잡고 데리고 가는 이유라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바보나비 같은 녀석이니까 중간에 또 잔소리 듣기 싫어서 튈까봐. 이런 지구의 호의 마저 거부한다면 그냥 말없이 들쳐 업고 양호실까지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냥 얘만 여기 숨겨 두고 양호실에 다녀왔다간 다른 녀석들에게 노려질 수도 있는 일이고. 열 받았다 해서 버려 두기엔 학생회장이라는 직책이 거슬리고.. 피곤하지만 그래. 그럴 수 있다. 녀석은 또 어디가냐고 묻겠지. 바보.
>>237 지금 떠오르는 것으로썬 제일 양호한 관계가 금아랑이 생각 없이 한 칭찬에 휘영이가 뚝딱거려서 아직 스킨십은 못하는 중....이 제일 양호한 관계긴 해요.... <:3 고양이... 고양이에 파묻힌 모습 보면 구해주려고 다가가나....??? 고양이하렘 상태인데 그걸 모르고 "신고 해줘야 하는 상황일까아...? 근데 어디에 신고해야하는 지 모르겠어... (곤란해 보이는 얼굴로 총총 다가감) (그러나 어느 정도 거리는 유지하는 중)" 라고 말트는 게 첫만남인 게 제일 양호한 관계를 쌓을 수 있을까요....??? <:3 (휘영주 바라봄) (보고 계시면 제게 답을 알려주어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구보다 잘난 건 말빨, 밖에 없단 말에는 두 세 번 눈을 더 깜박였을까. 아무래도 무언가 생각할 때, 눈을 깜박이는 게 버릇인 성 싶다. 저건 그냥 하는 말이겠지, 응. 최민규는 강해인을 여러 모로 퍽 높게 사고 있었다. 시게를 힐끔 보았다. 이미 농구하러 가긴 글러먹은 것 같다.
"바쁜지 몰랐어."
빈정거림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몰랐다.'.
"그럼, 가끔 도와주면 말이야. 가끔 도와주면,"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생각했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 도와줘야 하나, 단어 선택을 잘못 한 걸까. 아니, 그런 거 신경 안 쓰려나. 또 한참 고민한다. 꽤나 답답한 화법이다. 진지해질 때면 종종 이 사단이 나곤 했다.
그리고 누군진 알 수 없으나 하늘이의 마니또인 분. 음. 내가 주말에는 아마 반응이 진짜 좀 많이 어려우니까..혹시 그나마 토요일 오후에는 숙소 잡고 친구 기다리고 있을 거라서 그때 뭐가 날아오면 보고 반응을 바로 써줄 수 있긴 한데 친구와 합류한 이후라면 정말 헤어지고 집에 올 때까지 반응이 일절 없을거라서..
그러니까 주말에는 괜히 안 보내도 된다라고 미리 언급을. 그래도 혹시 보내면 돌아오고 확인해서 한번에 올려줄게!! (석고대죄) 미안하닷!! 갑자기 반응 없다고 섭섭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물)
오늘의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의 활동은 바로 연날리기. 마침 바람도 나쁘지 않게 불고 있어 연을 날리기엔 꽤 나쁘지 않은 조건이 아닐까 하고 주원은 생각했다. 연을 날리기에 마땅한 종이가 없을까 생각하던 주원은 마침 오늘 쪽지시험 뒤 돌려받은 프린트(점수는 92점)를 떠올렸다. 크기도 그렇고 종이의 재질도 적당하지 않을까.
학생들의 개성을 죽이는 공교육에 반항한다! 라는 대단한 혁명같은 생각은 없었지만, 쪽지시험 프린트로 연을 날리다니, 주원은 터져나오는 장난기와 두근거림에 "이히히."하고 혼자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며 부실에서 혼자 연을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적당히 얇은 플라스틱 막대기 2개를 구해 십자가를 만든 뒤, 프린트를 조금 잘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만든다. 그 다음 종이의 4개의 꼭지점에 구멍을 뚫고 실을 넣어 나무막대에 꿰었다.
수평한 나무 막대의 좌우에 실을 묶은 뒤 나무막대가 교차하는 가운데에 연줄이 될 실을 묶었다. 꼬리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이왕 한다면 화려한게 좋지 않을까? 주원은 얇은 종이를 잘라 금색을 마구 칠한 뒤 연의 각 세 꼭지점에 꼬리를 달아두었다. 이러면 흰 종이가 날고 있어도 금색 꼬리가 휘날려 잘 보이겠지?
연을 완성한 주원은 터져나오는 기대감에 와다다 하고 복도를 달려 옥상으로 올라갔다. 기분 좋게 부는 바람과 청명한 하늘. 연날리기에 이것보다 더 좋은 날씨가 있을까? 절대로 학교를 향한 반항이나, 공교육을 향한 감자주먹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쪽지시험 프린트로 하는 연날리기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인 것이다!
주원은 옥상의 난간까지 가 연종이를 휙 던진다. 다행히도 연은 바람을 타고 천천히 떠올라 옥상 난간 바깥까지 나가 연 겉면의 테스트 문제들과 금색의 연꼬리가 휘날리고 있었다.
순간 깊은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상대방이 반격은커녕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패 버리면 그건 유효격자인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심판을 보면서 말리지 않은 부장의 살짝 뒤틀린 실력주의를 걱정되는 눈으로 흘겨보다가 말했다.
"앗!! 칼 휘두르는 데 재미 붙이면 좋은 꼴 못 본다! 라고, 부장님이 그랬어요."
하지만 연호 선배가 떴다! 라는 말에는 두 손을 만세 하고 들면서 신나게 맞장구쳤다. "와아앙――!" 어쩌면 저 사람은 자신이 나가떨어질 것을 직감하고 닿지 못할 머리를 치려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같은 제멋대로류 검도의 강자 두 사람이 모여들자 왠지 체육관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것도 같았다. 저런 인간이 이 세상에 둘이나 있다니.. 라고 하는 것 같은?
"원래 검도부 신입들은 다들 하는 일임돠―! 그래도 대련만 잘 하면 무시받는 일은 없으니까 오히려 이게 편해요! 히힛."
품새를 몇 번 가르쳐줘도 암기를 못 하는 바보라고 놀림당한 건 이미 까먹어서 입 밖에 낼 여지가 없었다.
"저는 강철의 여인이라, 지치는 일은 없! 지만, 매점 갈래요 갈래요!! 선배도 지쳤을 거 아님까? 같이 시원한 거나 잡수시죠!"
등에 멘 죽도 가방을 다시 제대로 을러매고, 얼이 빠진 채 바라보고 있는 검도부 사람들에게 찡긋 하고 장난스러운 윙크를 보냈다. 그런 다음 앞장서서 폴짝폴짝 뛰듯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고양이 하렘이라는 설정 보고 느낀 건데 고양이(고양이 같은 사람)가 반해 버리는 전개가 나올 것 같아 🥰💗 나중에 가서는 고양이가 모여드는 거 보고 다가와서 꾹꾹이 하고 질투하는.. (개인적인 바람일 뿐) >>245 확실히 2인칭으로 '너'보다도 '선배~'가 어울리는 인상을 의도해서.. :3 그치만 동학년 조합도 로망이 있는걸!
>>283 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식의 놀림인지 자세히 알고 싶은데, 나중에 동접해서 시간 맞으면 그때 선관스레 가요! 아랑이.. 고양이 싫어하진 않는데, 고양이랑 가까운 것보단 그냥 약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쪽이 좋고... 다가온 고양이가 개냥이 타입이면 조금 당황하고... (얌전한 다람쥐됨) 안 다가오면 고양이랑 같이 거리유지하다가 같이 고양이 눈인사나 해보고.... 집사는 못되고, 랜선집사만 할 거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 하: 352 거짓말/연기는 잘 하나요? "...필요없어, 그런 거." 304 선풍기vs에어컨 "글쎄. 쓰려면 둘 다 쓰니까." 272 순발력은 어느 정도? "...그럭저럭, 복싱 특기생 할 만큼."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해, 달? 둘 중에 어디?" 문 하: 어느 쪽도 싫어. 그렇지만 어느 쪽도 없으면 안 되니까.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어떤 목소리로?" 문 하: ...내게 누군가한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없어. "소원 한 가지를 빌 수 있다면? 뭐든 좋아." 문 하: ......... 문 하: 딱히. 말하고 싶지 않네. 문 하: 빌어봐야,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
남주원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부실로 향한다. 언제나와 같이 사람을 모으진 못했지만, 뭐 그러면 어떠랴. 언젠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것을 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부실의 문을 열려 하자 문고리에 검은 비닐봉지가 걸려 있었다.
"으응?"
뭘까. 설마 봉투를 열면 안에서 폭죽이 펑펑 터지지 않을까? 혹은.. 폭탄?! ..그럴리가 없겠지. 주원은 별 의심 없이 검은 비닐봉지를 문고리에서 가져와 안을 살펴본다.
안엔 USB와 딸기쥬스 하나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쪽지도. 주원은 먼저 쪽지를 읽어보았다. "바쁘진 않은데 말이지."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지만 듣는 이는 없다.
마침 노트북도 있었으니, 주원은 부실에서 노트북을 켜고 그 USB를 넣은 뒤 들어있던 딸기 쥬스에 빨대를 꽂고 조금씩 쥬스를 마셨다. 헤드셋을 쓴 뒤 음악을 재생하곤 눈을 감았다.
마치 광활한 바다를 숨이라는 제한 없이 마음껏 헤엄치며 모험하는 그런 기분. 듣고 있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부실에서 뛰쳐나가 어디라도 좋으니 뛰놀고 싶은 그런 기분이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곡이었다.
"으으으으, 좋잖아 이거! 다음엔 직접 치는걸 보고 싶어지는걸."
주원은 그 음악을 몇 번이나 재생하며 콧노래로 음을 따라불렀다. 조용한 동아리 동아리실 복도에 콰활한 콧노래가 홀로 울려퍼졌다.
//음악 찾아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하늘주!!!!!!! XD!!!!!!!!! 주원이를 위해.. 직접 음악을 찾아주시다니.. 감동.. 언제나 생각하는거지만 하늘주는 정말 상냥해요!! 천사야!! 우리 어장엔 천사가 많아..😇😇😇 정말 고마워요!! 하늘이와의 일상 정말 즐거웠어요! 😆😆😆
죽도(竹刀)도 하나의 칼이라는 사실은 이미 저 멀리에 갖다버린것 같다. 그의 머릿속에서 칼은 무언가를 벨 수 있는 도구... 일테니 이런 뭉툭한 죽도는 칼의 축에 안끼는 것일수도.. 여담이지만 그는 서바이벌을 좋아해서, 서바이벌 나이프도 다룰 줄 알았다. 그러니 그가 좋은꼴 못보는건 이미 정해진 일이겠지.
" 하하! 역시 우리 후배님은 그게 어울려! 딴것보단 실력으로 말하는거! "
어째 옆에서 다른 부원들이 '슨배임이 하시는거 검도 아임다!!!' 라고 할것만 같은 표정이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낼 담력은 없는지 조용히 차가운 눈초리만 보낼 뿐이었다.
" 좋아. 오늘은 8명이나 이겼으니 내가 사주마! "
호련이 나가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있으면 또다시 죽도로 대답을 대신하려 했지만, 아무리 야매 검도라곤 해도 참패한 자들이 항의할 수는 없었는지 얼빠진 얼굴만 하고있는 검도부원들에게 한번 웃어주고서, 검도복을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호련을 뒤따라 체육관을 나섰다.
" 으아, 나오니까 시원하다. 안에서 진짜 익어버릴뻔 했다니까. "
나오자마자 앓는소리를 하며 앞으로 넘어오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체육관은 밖과 다르게 청춘의 열기가 항상 넘치는 곳이었다. 그만큼 동아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일까...
죄 없이 깨끗한 얼굴. 완전히 결백한 사람의 얼굴이다. 남의 속 뒤집어 놓은 줄도 모르고, 도리어 제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사하 입장에선 억울하긴 했다. 아니, 맛 없는 건 안 먹는다며. 난생 듣도 보도 못한 늑대의 취향 얘기를 곧장 받아들여준 건 저인데, 언짢은 기색을 표하니 도통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내가 먹어보라고 했어야 돼? 오늘도 어김없이 생각은 멀쩡한 길 두고 이상한 데로 튀었다.
"글쎄다. 생각해본 적 없는데."
대답은 빨리 나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한대로 생각해본 적 없으니까. 애초에 그런 기준도 엄청나게 주관적인 거 아닌가? 무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그 사람이 진짜 무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겉으로는 실실 웃으면서 다 좋은 척 해도, 속으로는 옆자리 하나도 안 내주는 걸 수도 있는데. 진짜 무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슬라임 같은 사람뿐이겠지. 정말로 겉이 물렁물렁한 사람. 앞서 기준이니 어쩌니 하긴 했지만, 아주 솔직한 마음으론 귀찮았다. 그런 거 하나하나 생각하며 살다간 언젠가 머리 터질걸.
"갑자기 바보 소리 들으니까 되게 억울하네."
툴툴대다 조용히 하란 말에 잠깐 입을 다문다. 속도 없이 웃고 사과하던 게 언제였냐는 듯, 약간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멀뚱히 지구가 뻗은 손을 내려다보던 사하는 잠깐 주변을 훑어봤다. 기껏 땡땡이치고 나온 게 좀 아쉬워서 그랬다. 여기 조금만 있으면 어디 그늘 생길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잡으라니까 잡는다. <어디 가는데?> 질문이 한 박자 늦게 튀어나왔다.
사물함에 둔 준비물을 챙겨가기 위해 사물함을 열었던 지구는 넣지 않은 물건이 제 사물함에 자리하는 것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다 조용히 사물함을 닫았다. ..아무래도 다른 이의 사물함을 착각해서 연 것 같다고. 사물함에 주르륵 적혀 있는 이름 중 온지구, 제 자리를 다시 찾고 되열었으나 안에 든 물건은 변함 없었다. 요즘 제가 선행을 하고 다녔던가? 그런..기억은 없는데. 뒷머리를 긁적이며 이번엔 메모지부터 꺼내어 읽었다.
<~..... 이따금 소소한 기쁨들이 회장님께 찾아와주면 좋겠다고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격식을 차려 적힌 말투를 보며.. ..우선 주변에 아는 인물은 아니겠거니 생각했다. 아무리 떠올려봐도 주변에 지구를 이렇게 높혀주며 존댓말까지 적어 줄 인물은 없는데. 오히려 선물 하나 못 받았냐며 놀렸으면 놀렸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낱개의 레모나를 꺼내어 곧바로 입에 털어 넣었다. 시큼한 맛에 미간을 옅게 찡그리며 메모지를 사물함 문 안쪽 중앙에 떡하니 붙여두었다. 그런 중에도 읽었던 메모지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되며 무의식적으로 곱씹었다. 인기가 많다. 인기가.. 부학회장이 저를 찾아다니곤 하는 그런 인기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전 학생회장과 다르게 불량하다고 나도는 그런 소문들? 그런류의 인기는 확실히 부정하지 못했다. 그래도 지구는 그 메모지에 작게 적힌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오늘 치 소소한 기쁨의 몫은 이 사물함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존재감 없는 학생회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그 생각보다 더 기쁜일이라고. 농구공 모양의 그립톡을 꺼내 만지작 거리다 주머니에 넣었다. 이런 건 여동생들이 곧잘 붙이니까 집가서 부탁해겠다 생각하며. 빼빼로를 그 자리에서 바로 까서는 입 안에 오도독거리며 준비물을 챙겨두고 사물함을 닫았다. 주변에 지나가던 반 친구가 친한척 어깨 동무를 걸어오며 야 한입만~ 하고 치근덕 거려도 지구는 초코가 묻지 않은 과자 뒷부분 조차 나눠 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평소처럼 짐을 챙겨 하교하려다가, 자신의 책상에 올려져있는 무언가를 뒤늦게 발견했다. 포장지를 뜯기 전에 편지를 물끄러미 보던 그는, 무언가 함정일지도 모른다며 편지를 햇빛에 비춰보고, 이리저리 뒤집어도 보고, 맛도 보면서(?) 뻘짓을 하고서야 편지와 상자를 열어보았다.
편지는... 신문지를 오려서 이어붙인 독특한 편지였다. 그것만으로도 신기했는데 선물은 닌텐도와 링피트 세트.... 그것도 2개!! 돈이 대체 얼마나 들었을지 짐작도 못하고서 잠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가, 이내 상자 안쪽에 작은 공을 발견하고서 그것을 집어들었다.
삑삑거리는 공을 웃으며 조금 가지고 놀다가, 선물들을 가방에 조심스럽게 집어넣고서 답장을 쓰기로 했다.
[내가 보답할만한 물건이 없어서 아쉽네. 마니또씨만 괜찮다면 다음에 같이 링피트 하자. 혼자보단 둘이하는게 더 재밌지 않겠어?]
"헷―헤에! 그렇죠! 실력... 말해 무엇하리오...! 바로 저임미다! 바로... 저―!"
짠짜잔, 잔짠짠짠.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일단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고 나니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얏호. 그럼 혹시 매점에서 한우도 팝니까?" 바로 옆에 따라붙어서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정말로 얻어먹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채끝살이 좋았다.
내가 저렇게 깡을 부렸다간 곧장 무릎을 꿇고 뼈도 안 남을 때까지 혼났겠지만, 부외자인 선배는 마음껏 저런 짓을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살짝 부러웠다. 점잖은 걸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검도부원들은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지만 다음 번에 대련할 때 나한테 오는 타격에 괜히 힘이 더 실려 있을 것정도는 예측했다.
"호면 쓰면 엄청나게 덥잖아요. 잘도 8번이나 연속으로 대련했네!"
그 말에는 선배가 진다는 경우의 수는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머리를 넘기자 흘러내리는 이마의 땀을 닦아 주려고 발꿈치를 살짝 든 채로 말했다.
사하주 잘 자 ;3 주원주도 졸리면 일찍 코하자..? >>365 화장은 주변 친구들이 얼굴을 캔버스로 쓰려고 할 때 받는 것이다! 물론 오늘은 e스포츠의 날이라는 기분이 들 땐 무난하게 인도어 하기도 하지만. 얘가 또 죽여주는 목석이라 풀메는 누굴 유혹할 때나 하는 거라는 요상한 인식이 있어서 잘 하려고 하지 않는 것도 있구..
끝까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구는 사하가 내어줄 인내심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껏 생각해온 것을 그대로 가감없이 내뱉었다. 그건 걱정보다는 짜증에 가까운 말이었다. 지구가 생각하기에 지금 사하와 나누는 대화는 마치, '밥 굶지마 > 내가? 왜? 밥 말고 다른 건 굶어도 되나?' 그런류의 대화 같았다. 질문의 의도도 뻔하고 대답도 일정한데 굳이 길을 틀어 사람 속이라도 반쯤 죽여 놓을 기세로 작정하고 헛소리를 내뱉는 것. 지구는 진절머리가 났다. 그런 얘기를 설명하면 사하는 또, 내가 이렇게 생각한 거 뿐인데- 같은 대답을 내놓지 않을까. 지쳤으니 포기했다. 자처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이쯤에서 그만둔다.
"약 안 챙겨먹고 페로몬 풍기고 다니는 바보 은사하."
양호실 데려다 줄게. 뒷말은 일부러 끊었다 한 발 늦게 덧붙였다. 바보 은사하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지구에게 있어 은사하는, 좀 더 동족과 비슷한 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그냥.. 그냥 바보 양이잖아. 지구는 손으로 제 이마를 짚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 얘기했으면 그녀도 어련히 알아 들었을까, 하지만 또 반박할 것 같다. 그냥 아까 생각한 대로 입에 테이프나 붙이고 데려갈 걸 그랬다. 양들은 제 페로몬을 감지하지 못한다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그런데 페로몬의 존재를 깨달았음에도 이 정도로 무방비하게 구는 건 진짜 멍청한 거야 순진한 거야.
양호실은 별관 건물이 아닌 본관 건물에 있었으니 계단을 내려서 좀 더 걸어가야했다. 이 바보를 데리고.. 지구는 한숨쉬며 사하가 잡은 것을 확인하고 그녀를 거의 끌고 가다시피 계단을 하나씩 천천히 내려갔다. 다행히 동아리 시간이기 때문에 밖에 나돌아다니는 학생들의 수는 적었고, 또 교실 밖에 있는 학생이라 한들 늑대가 아니여야만 했다.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 사하를 보면 정말 별 생각 없어 보이는데. 지구가 괜히 법석인 걸까. 순진하게 뭐가 나쁜 것인지도 모르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은 내 탓인가. 대충 먹어치우고 버려둘 걸 그랬나. 그런 생각도 든다.
"..흘리고 다니지 마."
그래 생각해서 기껏 돌려 말해 충고해주면, 곧이어 등 뒤에서 들려올 여자아이의 찰랑이는 대답은 '내가 언제?' 라든가, '흘린 거 없는데.' 따위겠지. 이번엔 정말 무시하겠다고 생각하며 지구는 놓지않게 사하의 손을 꾹 잡고 계단을 1층까지 내려간다. 생각보다 피곤한 여자애다.
"호호호.. 정말이지, 이 싸람들이 우리 연호 선배 무서운 걸 모르고 덤비니까 그렇게 돼죠."
일단 때려눕혀 버리면 잔심*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까 마음 속으로는 패배라고 생각하게 되겠지만 검도부원 사람들도 나름 억울한 점은 있을 것이다. 나중에 가서 위로해 줘야지. 강자에게 지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 한우 젤리...? 그건 한우 들어간 거임까―?"
군것질은 젤리보다는 과자파! 그렇다 보니 젤리의 맛에 대해서는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포도 젤리에서 포도 맛이 나고 복숭아 젤리에서 복숭아 맛이 나며, 박카스 맛에서 박카스 맛이 나는 것처럼 한우 젤리에서는 한우 맛이 날까? 그렇담 그건 과연 맛이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원래 목적지와 분위기상 가장 정반대인 장소에 와 버렸다. 물론 바보가 길을 찾아서 도착한 곳이 목적지와 정반대라는 건 오히려 그것 나름대로 당연한 상황이라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도서관에서는 채끝살을 팔지 않으니까 고기를 못 먹게 되었다는 점이다. 힝 꼬기.
"..이렇게 된 거, 고기나 읽을까요..." 라고 말했다가 한 3초 지나서야 말실수를 깨달았다. "아니, 책이나 읽을까요..."
본심은 아니었다. 내 입에서 나올 리가 없는 말에 나 자신도 놀랐다. 보통 점심쯤에는 배가 고파져서 발이 저절로 매점 쪽으로 향하는데, 오늘은 감이 영 발동을 하지 않아서 나도 패닉에 빠졌나 보다. 평소에는 이렇게 길치가 아닌데!
"아니며언― 교내를 샅샅이 뒤져 볼래요? 곧 있으면 그 뭐야.. 매점.. 주인? 매점 마스터? 어... 상인? 맞다, 상인! 상인 분도 퇴근하실 것 같긴 한데."
어라? 오늘도 무언가 있다. 이번에는 사물함 안쪽이었다. 헤ㅡ 부지런한 친구네. 보물찾기 하는 것 같아. 생각해 보면, 누군가한테 반창고 따위를 선물받아 본 적은 처음이었다. 보건 선생님께 가끔 찾아갈 때는 있었지만, 그건 ‘선물받았다’고 칭할 수는 없으니.
흠. 기분 좋게 웃음치며, 새슬이 조그만 종이상자 속에서 반창고 한 무더기를 꺼냈다. 본래의 새슬이라면 웬만큼 눈에 띄는 큰 상처들만 반창고로 덮어 두었겠으나, 선물을 받았으니 사용해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는지 조그마한 상처들에까지도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팔꿈치에, 다리에, 손가락에. 새슬의 팔다리에 조그마한 밴드들이 차곡차곡 늘기 시작했다.
대충 눈에 스치는 곳에 반창고를 모두 붙이고 나니, 이제 상자 속에 남은 반창고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누군가 본다면 아까운 짓을 했구나 싶었겠지만, 새슬에게는 나름대로의 성의 표시였다. 네가 준 거, 잘 사용하고 있어ㅡ하는 의미의.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으니 이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새슬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반창고가 행동에 거슬리지는 않는지 확인한 뒤, 남은 반창고를 사물함 한 켠에 잘 놓아두기로 했다. 연고는.. 나중에 큰 상처가 나면 발라야지. 구석에 앙증맞게 자리한 작은 선물을 바라본 새슬이 나른하게 웃는다.
이윽고 새슬이 떠난 사물함에는, 작은 쪽지 하나가 새로이 붙어 있었다.
[ 콜라친구 세심하구나. 다치는 게 내 맘대로 조절되진 않지만, 치료는 잘 할게. 주스는 나중에 먹을 거야. 고마워~ 지금 안 먹었다고 시무룩하면 안 돼ㅡ ( ᐛ ) ]
아무래도 그는 호련과 함께 결성하려했던 근대5종부가 결성되지 못한것이 슬펐던 모양이다. 복수... 라고 하기엔 뭔가 애매했지만, 아무튼 8명이나 때려눕혔으니 만족! 이라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여담이지만 아마 그렇게 위로해버리면 검도부 부원들은 더 큰 패배감을 맛볼지도...
" 닭발모양 젤리에선 닭발맛이 안났는걸... "
시무룩하게 답변했다. 아무래도 젤리에 고기맛을 표현하는건 더 미래의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 가능하긴 하려나...?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젤리의 뭉텅뭉텅한 식감에 한우맛이 곁들여지면 얼마나 끔찍한 괴식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호불호는 엄청 갈리겠지.
" ....도서관 사서님도 저녁먹을 시간이니까 시켜먹는거 빌붙으면 되지 않을까? "
심히 멍청한 생각이다...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호련은 그 생각에 동조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실현된 순간 끔찍한 파장이 일어나겠지... 여튼 그도 시원하고 맛있는걸 먹지 못해서 시무룩해진게 눈에 보였다. 교내에서 가장 활발한 두명이 시무룩해져있는걸 학생들이 본다면 어떤 반응일까?
호련이 매점 주인을 여러 말들로 부르는 것을 듣고 그는 그만 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매점 마스터라니. 맞는 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착착 감기는 말이었다.
" 학교 옥상에 올라가면 보이지 않을까? 높은 곳이니까! "
올라갔다 내려오는 동안 퇴근하면 말짱 도루묵이지만... 아니 것보다 별관 옥상에 올라가봐야 매점이 보일 리가 없었다. 그냥 한층 내려가!!!!!! 라고 외쳐봤지만 들릴 리가 없다...
오늘의 지구는 평범히 책상 서랍 속 교과서를 꺼내기 위해 손을 넣고 뒤적였다. 그런데 뭔가 뾰족한 게 손끝에 닿는 거 같기도. 아침 조례 전의 소란스러운 시간이었고, 지구는 종이라도 구겨졌나 싶어 상체를 숙이고 안에 든 물건을 꺼내보니.. 분홍색 바람개비. 가. 뭐지? 당황스러움에 바람개비를 재빨리 다시 서랍 안에 넣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바람개비를 꺼내던 지구를 눈치 챈 인물은 없어 보였고. 또, 지구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인물도 없어 보였다. 지구는 침착하고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서랍 속에 숨어있는 분홍색 바람개비 하나와, 파란색의 바람개비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이건, 뭘까. 누군가 동아리 시간에 바람개비를 만들고 넣어 둘 데가 없어 지구의 서랍 안에 넣은 게 아닐까. 지구는 의아함에 볼을 긁적이다 일단 교과서를 마저 꺼내고자 교과서를 서랍 속에서 집어드니 조그만 쪽지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바람개비를 맡겨 달라는 쪽지가 아닐까 하고 주워들어 펼쳐 읽어보니.
<~..옥상에 올라가서 연기만 보고 있으면 되겠어요? 양손에 들고 바람을 만끽해보세요.>
지구는 제가 양 손에 각각 바람개비 하나씩을 쥐어들고 바람에 맞춰 빙글거리는...까지 상상하고 관뒀다. 뭐가 뭔진 잘 모르겠지만 지구의 마니또는 그를 꽤 잘 알고 있는 인물인 듯했다. 아마도. 흡연이나 하는 불량스러운 모습이 아닌 지구의 그런 천진한 모습이 진짜 보고 싶었던 걸까 그녀는. 나도 벌써 19살인데. 내년이면 성인인데.. 뒷머리를 긁적이다 우선 바람개비를 하복 상의 앞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주머니에 넣으면 바람개비가 부서질 테니까. 앞주머니에 알록달록한 바람개비가 나란히 들어있으니 칙칙한 그도 꽤 귀여워 보이는 것도 같고.. 친구들이 놀린다면 마니또에게 이를 것이라고 할 생각이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실 때까지 지구는 가만 멍을 때리다, 쪽지에 적힌 마지막 줄이 생각 나 대충 이면지를 꺼내어 반듯하고 정갈한 글씨를 끄적였다.
<한 손에 하나씩 드는 걸로 하자. 너랑 나.> -🌎
지구 그림까지 대충 그려놓고 이면지를 작게 찢은 뒤 쪽지 모양으로 접은 지구는 잠깐 고민하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전해질 수 있으려나. 잘 모르겠다. 답변이 안 올 수도 있는 거고. 그리 큰 기대는 하지말자고 생각하며 지구는 손에 턱을 괴고 하품했다. 1교시가 끝나면 옥상에 올라가야겠다.
진지한 얼굴로 추리를 이야기하고 나서, 이제는 연호 선배의 미친 계획에 찬동하기 시작했다. "오오! 혹시 천재에요? 저도 아직 교내를 다 돌아보지는 않아서 언제 한 번 높은 데서 내려다봐야지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잠깐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별관이 생긴 모습에 대해 떠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생겼더라? 창문을 타고 갈 수 있을까? 아니, 역시 그건 어렵지. 퇴근하는 선생님들한테 걸리면 저번보다 크게 혼난다. 뭔가 매점이 급식실 근처에 있었던 기억은 나는데. 그러다가 손바닥에 주먹을 통 내리치면서 무언가 깨달았다는 얼굴을 했다.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역시 옥상에 올라가면 매점 위치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깨달은 것과 논리가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입학한 지 반 년도 안 된 내가 학교의 구조를 외우라니 너무 가혹한 처사다. 우리 집 화장실 위치도 겨우 외웠는데. 자고로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직감으로 때우며 불의의 위협은 대충 동체시력으로 피하는 내가 학습이라는 걸 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높은 곳에서 살펴본다는 발상 자체가 이례적으로 머리를 쓰는 일인 것이다.
85점도 나쁜건 아니지만, 이해했다고 생각한 단원에서 점수가 이따구로 나오니 씅 안내고 배기겠나, 뭐 그렇게까지 짜증난건 아니고 그냥 쪼끔 심기불편 한 것 뿐이다. 아주 조금, 정말로 조오금.
그는 팔짱을 끼고 게슴츠레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이걸로 종이비행기라도 만들어 날려버리면 좀 개운할까, 싶었지만 자신 이전에 어떤 놀 줄 아는 선배가 옥상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된통 깨졌단 소문을 기억하곤 볼 안쪽 살을 살짝 씹었다. 종이 비행기는 외국 문물이니 욕먹은 거고, 전통적인 걸 만들어 날리면 혼날리 없지- 의미없는 무의식의 흐름대로 손을 움직여 있는 재료로 연을 만들어 보았다. 뼈대를 대신할 것도 교실엔 없어서 그냥 모양만 연일 뿐인 종이장이지만. 턱을 괴곤 가오리 모양으로 장식한 야매 연을 살펴봤다. 실도 없고, 뼈대를 붙인다 해도, 날순 있으려나? 옆자리 짝궁한테 이거 어떠냐고 물어보자 돌아오는건 영혼없는 '오...' 뿐이였다.
"튕기긴, 멋있잖아?" 마음에 드는 답을 못 듣자, 그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선 옥상으로 설렁설렁 걸음을 옮겼다. 이왕 만든거 던져라도 보자는 별 의미 없는 마인드였다. 실내화를 끌며 계단을 올라 슬며시 옥상 문을 열어보니, 벌써 다른 누군가가 연을 날리고 있었다. 이런 건 상상도 못 했는데? 이때 주원이 옥상 출입구 쪽을 돌아봤다면 황당한 기색의 그를 볼수 있었을거다. 제멋대로 뇌내회로가 돌아가선, 그는 복도에서 몇번 봤을 뿐인 키 큰 금발의 선배에게 묘한 동료애가 느껴졌다. 저 선배도 분명 시험을 망쳤던 걸꺼야! (아님)
보아하니, 저쪽은 준비도 완전 제대로 했는지, 연이 제대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여기서 상식인이라면 잘 놀고 계신 선배를 건들이지 않고, 눈치 채시기 전에 빠른 후퇴를 했겠지만 그는 그딴 눈치보단 자기 자신이 즐거움이 더 중요한가보다. 조용히 발걸음을 주원이 있는 쪽으로 옮겼다.
"우와, 제것도 도와줘요 선배님-"
의미 모를 의성어도 넣어가며 기세 좋게 다가간것 치곤 주원과 조금 멀찍히 떨어져선 부탁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초면인 사람한테 완전히 친한척 하는건 너무 쑥스러운가 보다. 가오리 모양 연을 든 손을 살랑거렸다. 다른 한 손은 갈 곳을 잃어 어색하게 허공을 짚은채로...
저지를 벗자 드러나는 맨투맨과 셔츠 조합. 둘 다 사복을 입고 있으니 벌써 밖에서 만난 듯한 기분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허락을 맡고 나왔다고 해도 너무 늦게 들어가면 안되는 신세지만. 슬쩍 웃으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인적이 드문 기숙사 뒤뜰로 손을 잡아 이끌었다. 선선한 날씨, 따뜻한 손. 이 손이 누구에겐 안정제일 수도 있을 터다. 궁금하다는 것처럼 손끝이 손바닥에 닿을 때부터 완전히 맞잡을 때까지 네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던 여자는 흔쾌한 수락과 함께 네 옆자리를 차지하고 이어지는 질문에 고개를 으쓱였다.
"아직 이렇게 입기엔 이르지. 이런 취향이야? 참고해야겠네."
사복이긴 하지만 따뜻해져가는 날씨에도 좀 추워서 몸이 웅크려지는 건 사실이다. 이때 네 가방에서 다시 꺼내지는 저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서 웃으며 기꺼이 받아 무릎에 덮었다. 음, 옷에 남은 네 체온이 마음에 들어 발목을 꼰 채 여전히 얽혀 있는 두 손을 내려다 보았다. 늑대라기엔 한없이 무해해 보이는 손인걸.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고. 감상에 젖어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 이렇게 입기 이르다면 이유를 설명해야 할 테니.
"편하게 먹으라고 이렇게 입고 온 건데? 모처럼 해인이가 나랑 충전하는데 포옹이나 하고 가라고 야박하게 굴긴 싫고, 그렇다고 보이는 곳에 흔적이 남으면 곤란하거든."
늑대와 양이 상호 협의 하에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은 채 같이 있는 상황은 줄다리기 같은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고 뚜렷했기 때문에 백가예는 팽팽한 줄끝을 틀어쥐고 먼저 잡아당겼다. 꽃향기도, 먹음직스러운 향기도 아닌 마른 흙과 잎을 층층이 쌓아올린 사이에 달디 단 머스크 향이 스며들어 매캐하게 마무리되는 페로몬이 가로등 불빛 아래 불길처럼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늑대마저 삼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양이 해인의 반대편 어깨에 잡지 않은 쪽의 손을 올리며 속삭였다.
"우리 만난지 참 오래 됐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랬더라, 해인아."
그게 나쁘지 않아. 백가예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옷에 걸고 가까운 거리에서 해인의 얼굴을 지그시 주시했다. 언제라도 접촉을 하겠다는 듯이.
>>436 뭐어 전체이용가가 아니니까. 가족이 다 같이 보는건 아니긴 하지. 막내 동생은 못 봐!
>>437 그게 손을 베일수도 있는거구나. 난 또 비늘 얘기하는줄 알았어. 참치로서 말하는 것인가, 진짜 슬혜주의 머리카락을 말하는 것인가. 흐~음 그렇구만. 그렇다면 사이버- 쓰담쓰담이니 관계 없다! 나는 슬혜주를 쓰담, 는다는 기분만 내는거니까! 쓰다듬는다! (쓰담쓰담)
낮이면 모를까 밤에는 저런 옷차림이 추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지금 입기에는 얇은 옷차림이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서 외투를 입고 다니는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없이 웃어보이기만 한다. 확실히 내 취향이기는 하지만 가예가 입어서 더 돋보인다는 것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적이 명확한 양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게 좋은 일도 아니고. 물론 이런 관계가 계속 되다보면 언젠간 내가 지는 날이 와버리겠지.
" 역시 늑대를 잘 알고 있네. "
이렇게 충전하는게 하루 이틀은 아니니까 잘 알 수 밖에 없겠지. 가예 스스로도 늑대에 대해서 많이 알아본 모양이고. 그냥 달콤한 향이 아니라 켜켜히 쌓인 흙내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오는듯한 달달한 향이 내 주변의 공기를 잠식해나간다. 늑대에게도 취향이 있기 마련이지만 기본적으로 페로몬이라는건 어느 것이던 거절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까 편식은 잘 없다는 뜻이랄까.
" 하지만 단순히 충전이 목적은 아니야. 너를 완전히 내껄로 만들고 싶다는 소유욕. 누구에게도 뺏기기 싫다는 욕구가 기저에 깔린 것이 늑대니까. "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훤히 드러나는 곳에 자국을 남기는걸 좋아한다는거지.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 나는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볼을 쓰다듬으려하며 말을 잇는다.
" 이렇게 된건 별로 안됐지. 알고 지낸건 오래 됐지만. "
2학년때는 학생회 생활을 하면서 같이 있을 시간도 많았고 투닥거리는 일도 있었다. 그때는 이런 관계가 될 줄 꿈에도 몰랐지. 그리고 이런 아슬아슬한 관계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 단순한 친구 사이에서 늑대와 양이라는 어찌보면 위험한 관계가 되어버렸지만 어쩐지 싫지는 않았다. 애초에 늑대에겐 양이 필수불가결한 존재니까.
확실히 농구하기엔 시간이 꽤 지났다. 오늘 학교 끝나고 놀자고 하는 게 나으려나, 속으로 중얼거렸다. 중간고사는 이미 머릿속에서 아주 뒷전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학생회 일이 많으면, 시험 공부도 힘들겠네. 멍하니 생각했다. 저를 찾아온 이유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농구공을 교실에 둔 채, 해인을 따라갔다. 짐꾼 노릇은 퍽 익숙하다.
"그나저나 어쩌다가 부회장이 되고 싶어진거야?"
그동안 쭉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최민규는 임원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선거철에 아, 그거. 누군가 하겠지, 툭 내뱉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신기했다. 부회장이 되겠다 연설하고, 공약을 세우고, 자발적으로 일하고. 사실 민규의 뇌리에 해인의 연설이 남아있는 탓도 컸다. 그거 꽤 인상깊었지.
>>509 이거 마따. 전문가 말이면 빼박이다. 난 창작업이랄지... 만드는 일 했었으니까 느낀건데, 내 작품에 애정을 느끼지 못하면 아무리 쌔벼판 작품이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더라구, 반대로 겁나 하찮은 조각 하나라도 내가 자부심을 가지면 다른 사람들이 귀엽게 봐주거든! 관점의 차이인 거지~
내가 각 동아리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사람은 원래 자기 하는 일 이외에는 관심을 잘 가지지도 않고 남이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던간에 자기 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니까. 이기적인게 아니라 원래 자기 자신을 가장 우선시하는 경향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안그런 사람들도 간혹 존재하지만.
" 여기도 학교인데 학생회한테 과로하게 일을 시키거나 하지는 않아. 다른 학교보다 학생회가 하는 일이 조금 더 많을 뿐이니까. "
다만 학교에 대형 이벤트가 있을때는 확실히 바빠지는 편이다. 동아리들을 관리하는게 학생회고 주로 주관하는 것도 학생회가 하게 되니까. 물론 돈 관련해서는 학생회에는 일절 권한이 없어서 그렇게 권력이 있는 편도 아니다. 그러니까 ... 생기부에 한줄을 적기 위한 쌩쇼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 흠 ... 이유? "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역시나 1등은 생기부지. 하지만 그런건 재미가 없으니까.
" 남자라면 한번쯤 권력을 쥐어봐야하지 않겠어? "
장난 섞인 말이긴하다. 진짜 권력을 쥐고 싶었으면 학생회장을 했겠지. 하지만 남들 앞에 나서는건 귀찮고 나름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부회장에 지원한 것뿐. 근데 현실은 그냥 다른 학생들보다 더 바쁜 고3 이 되어버렸을뿐이다.
" 근데 할꺼면 작년에 할껄 그랬다. 고3 이랑 병행하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라서. "
가예가 학생회장일때 했어야했는데 역시 그녀가 현명했다. 말만 잘하면 뭐해 머리가 안돌아가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쉰다. 어느새 본관을 빠져나와서 별관으로 들어온 나는 입구에 놓여있는 책들을 보며 말했다.
" 이거 학생쉼터쪽에 가져다놔야 하거든. 양이 좀 있어서 몇번 왕복해야해. "
책뭉치를 두손으로 간신히 들어서 품 안에 안는다. 운동을 안하는건 아니지만 평소에 할 시간이 별로 없는데 이럴때마다 짬내서 운동 좀 해둘껄, 하는 생각이 든다.
뒷북이라면 뒷북이겠지만, 주원주. 내 지인 중에 현직 소설 작가가 몇 분 있어. 그 분들이 늘 하는 말이 자기들 글도 모든 사람에게 재미 없을 거라고 하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내가 행복하면 된다고 하더라. 자기만의 색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사실 나도 내가 쓴 글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인데(거기다가 과거에 쓴 게 지금 쓰는 것보다 더 잘썼다고 느끼는 중) 내가 글 잘 쓴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나보고 글 잘 쓴다고 정말 재미있다고 하는 거 보고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게 되었어.
그러니까 주원주의 글을 싫어하는 사람의 말을 기억한다기보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어차피, "너 글 재미없어" 하는 사람들은 그 만큼의 글 쓸 실력이 안 되는 경우도 수두룩빽빽이야. 실제로 그런 경우도 봤고 내가 빡쳐서 "그럼 네가 써보던가!" 했는데 맞춤법도 모르고 가독성이 엄청 떨어지는 경우 진짜 많았어. 그러니까 너무 괘념치 말아.
나도 여기까지 받아들여지는 데 고민이 엄청 많았던 건 사실이야ㅋㅋㅋㅋㅋㅋ... 칭찬해도 나한테 와닿지 않는 느낌? 나중에 지인이 내가 힘들어하는 걸 봤었다, 나는 네 특유의 이러이러한 문체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네가 쓴 소설이 참 좋다. 하는데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ㅋㅋㅋ 그 후로는 조금씩이나마 내 글을 좋아하기로 했어:P
뭔가 오늘은 두번이나 일하다가 레스 쓰게 되네. 원래 꼭 써야할거 아니면 안 쓰는데. 이거야 원. 주원주의 글에 대해서 평가는 안할게. 내가 누구 글 평가할 입장도 아니고 솔직히 하고 싶지도 않아. 놀려고 온거지, 글 평가하러 온건 아니니까. 하지만 난 같이 돌리는 일상이 즐거웠어. 주원이는 이런 애구나를 일상을 읽으면서 잘 알 수 있었지. 적어도 난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싶다. 고민도 좋지만 같이 돌린 상대는 즐거워하는구나 정도는 알아주면 고마울거 같네.
뭐 암튼 할말 남기고 이제 진짜 일만 하러간다! >>531을 보고 주절주절하는 하늘주는 이제 퇴근 후에나 올게!
후힛 하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쥔 실을 쥐고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며 연의 높이를 조절한다. 연의 실을 잡고 조금 옥상을 돌아다녀볼까 했는데 마침 출입구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위험해. 설마 선생님? 하고 생각하고 그대로 얼어버렸지만, 다행히도 자신과 같이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었다. '다행이다아~'속으로 안도와 함께 "휴으."하고 겉으론 낮게 한숨을 내쉰다.
순하고 귀여워 보이는 백색의 머리를 한 남학생. 명찰을 보니 2학년이었다. 도와달라는 목소리에 두 손에 쥔 것을 보니 자신과 같이 종이로 만든 연을 들고 있었다. 보아하니 마찬가지로 쪽지시험 종이 같은데. 그는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주원에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처음 보는, 명찰을 봐 이름을 알았을 뿐인 학생의 부탁에 주원은
"좋아!"
하고 두 눈으로 반달모양을 만들어 쾌활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처음 본다든가 하는 것은 완전히 상관없다는 듯이. 그리곤 "으음~"하고 휘영이 만든 연을 살펴보았다.
"나쁘진 않은데, 제대로 날리려면 좀 더 개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 따라와!"
주원은 줄을 성큼성큼 당겨 자신의 연을 회수한 뒤 가벼운 뜀걸음으로 옥상 입구까지 달려가 휘영을 향해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만약 휘영이 따라온다면 주원은 그를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의 좁은 부실까지 안내해줄 것이다. 기계체조부인 휘영의 부실보다는 물론이요, 다른 큰 부실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동아리 방의 반정도 크기. 애초에 동아리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공간이었지만 그 공간엔 알뜰살뜰하게 케비넷, 책상, 의자, 소파 등 필요한 것들은 전부 구비되어 있었다. 그만큼 공간이 꽉 차버렸지만. 동아리방이라기보단, 좁은 자취방이라고 부르는게 옳을지도?
주원은 좁은 부실로 휘영을 안내한 뒤 콧노래를 부르며 케비넷에서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실, 가벼운 나무 막대, 가위 등. 연의 재료가 될 것들이었다.
"우선은 이거부터. 가오리 모양은 되어있으니까, 뼈대를 만들어보자."
주원은 그렇게 말하며 휘영에게 제작에 쓰이는 깔끔하고 얇은 나무 두 개와 작은 톱을 건네주었다.
>>593 >>604 고마워요잇~~! 모야모야 긴머 해인이 잘생겼잖아 코트 입었잖아 >>595 선하도 예쁜 거 다 봤어 흑흑 픽크루 조용히 다 본 사람 나....... 증말 고오져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구 생각해 >>596 슬혜 머리 묶는 거 늘 예쁘다구 생각..... 머리는 매일 스스로 묶고 빗나요 ㅠ 알려주세요... >>599 비랑이 이미지 웃는 늑대 되어버렸어...... 근데 사실 넘 귀여워서 늑대보단 대형견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 >>601 아이구 홍현이 딸기 사 먹여야 하는데!!!!!!!! 내가 오늘 내일은 멀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담에 찔러볼게........ 담에 딸기 98374726박스 선물할 것
못 물려서 안달이었던 적이 있나? 생각해본다. 외롭기야 했다. 어쩔 수 없다. 양이잖아. 옆에 누가 있으면 좋다.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면 더 그랬다. 그럼 그 물물교환인지, 거래인지 하는 걸 할 수 있으니까. 꼭 허기가 아니더라도 외로움과 바꿀만한 건 많았다. 사하는 꽤 오래 걸린 끝에 결론을 도출한다. <은사하는 못 물려 안달나지 않았다.> …그럼 뭐지? 슬프게도 거기까진 생각해본 적 없다. 그래도 일단 반박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입을 연다.
"…그런 건 아닌데."
은근히 눈치보며 말했다. 적절한 타이밍은 이미 지난 것 같지만. 귀찮다는 시선은 그럭저럭 버틸만 했어도 미움받는 건 싫었다. 근데 지금 보이는 건 지구의 뒤통수뿐이라,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짐작가는 건 딱히 밝은 표정은 아닐 거라는 것. <너 머리 엉망이다.> 티끌 만큼의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말해본다. 도움되면 좋잖아. 어쩌면 마음이 좀 너그러워질지도 모르지.
"이유를 만들어주니까 할 말이 없네."
역시 논리정연한 말엔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겨먹을 생각도 없었다. <네, 바보가 잘못했습니다.> 말하며 허공에 대고 꾸벅꾸벅 고개 숙인다. 목적지가 양호실이라는 말에는 안심 반, 실망 반인 복잡한 표정을 했다. 귀찮은 일 생기는 거 막으려면 지금 가야 하는 거 아는데, 달콤한 땡땡이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그래도 경중을 따지면 땡땡이보다는 양호실이다. 고분고분하게 따라간다.
안 따라갈 생각은 한 적도 없는데 어쩌다보니 질질 끌려가는 것처럼 됐다. 양호실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계단을 내려가며 보이는 창문에 족족 눈길을 주며 생각했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양호실이나 가고 있다니. 간 김에 잠이나 잘까. 잔머리가 여정을 떠난다. 멀리 가지는 못 했다. 지구가 던진 말이 앞을 막아서서. 사하가 다시 고민에 빠진다.
"안 주우면 되잖아."
고민치고 대답이 빨랐다.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내놓고선 뭐가 잘못됐냐는 듯 눈만 깜빡인다. 머릿속에선 어린 남매가 빵 조각을 떨어뜨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둘은 마녀의 집에서 나올 수 있을까?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부분에 불과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의 외로움을 채워줄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승화해 스스로를 채워나간다.
돈을 사랑하는 이는 돈을 모으는 것으로 외로움을 채우고, 명예를 사랑하는 이는 수많은 업적으로 외로움을 채우고, 지식을 사랑하는 이는 모든 분야의 최고가 되어 외로움을 채우고, 인맥을 사랑하는 이는 다양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외로움을 채워간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야.
결국 사람은 가장 중요한 것을 원하게 된다. 일시적인 여흥이 아닌 진정한 안식처를, 나중에 자신이 스러져 일어나지 못해도 편안하게 잠들수 있는 기댈곳을 원하게 된다.
그래... 무릇 살아있는 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대를 남기는 것이라곤 하니까. 간혹 이를 포기하고 스스로 <탈락된 자>라 일컫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본능은 남아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게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이 세계이자 무대에 존재하는 양과 늑대인 것이다.
그말인즉슨, 나 역시 어딘가에 최소한의 본능은 남아있을 것이다. 다만 그 모든 것이 희뿌옇게 바래서, 언제부터 그랬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옅어져서 느낄수 없을 뿐이다.
가령 이전의 극에서 예를 들어본다면 나에게 손이 내쳐진 이, 지금 되돌아와 생각해보면 이 경우에 어느정도 들어맞을 것이다.
지루함에 먼저 객석을 떠날 이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아이는 나를 좋아했었다. 단순히 좋아한게 아닌, 연애의 감정으로 좋아했었다.
...... 사실 확실하지 않아. 고백을 받았어도 난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은 그 아이가 완전히 나를 잊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이젠 알수 없기에, 과거형으로 결론지은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난 그 아이를 사랑할 수 없었으니까, 사랑한다는 연기를 할 수는 있어도, 그것은 내 진심이 아니니까.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랑은 할 수 없었고 그 아이 또한 그런것을 싫어했다.
그럼에도 그 아이는 계속 갈구하고 있었다. 맡을 수 있을 리 없는 페로몬이 아닌 순수한 나의 체취를 쫒고 있었고, 흔해빠진 말이어도 좋으니 거짓없이 말하길 바라고 있었다.
양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본능적으로 그런 공허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채운다 한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아이가 겪고있는 감정의 소용돌이, 그 아이가 품고 있는 감정의 씨앗을... 난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어.
두근거린다는 것은 뭘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뭘까?
사람은 어떤 이유로 그걸 갈구하는 걸까? 정말 본능에 이끌리지 않은 욕망도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욕망의 끝은 무엇을 향하고 있을까?
나에게도 그런 감정이 남아있을까?
......
나도 모르겠어. 오로지 붕 뜬 기억만 남았다. 받아들이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기에, 몸은 움직이는대로 따랐지만 머리는 냉소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결국, 언제나처럼 난 그 아이를 쳐냈다. 나와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밝게 빛나는 색을 가진만큼 양지에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이대로 계속 반복된다면 상처받는 건 그쪽이 될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렇기에 난 조금씩 그 아이가 싫어할만한 행동을 해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트집을 잡았고, 멋대로 행동했고, 억지를 세우며 괴롭히기도 했다.
그리고, 나로선 하지 않을만한 행동까지... 그때서야 그 아이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서서히 멀어져갔다.
좀 멀리 돌아와 오래걸리긴 했지만 이걸로 되었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더이상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때때로,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하는 법이 있었다. 분에 넘치는 결과는 언제나 화를 불렀다. 그렇기에 나는 이해하지 못할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게 사회에서 손가락질 당하지 않을 현명한 방법이기도 했다. 나와 엮여 화를 보는 것보단, 서로 떨어져 안정적인 미래를 보는 것이 더 좋은 일이었다. 그걸로 그 아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 아이는 잘 살고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모든 것은 내 분수에 맞는 일이었다.
쪽지와 함께 전해진 영상을 튼 시아의 입가에는 금방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분명 제일 좋아하는 곡을 추천해준 것이 분명했다. 저번에는 곰돌이 젤리, 이번에는 리듬 좋은 음악. 누구일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자신을 생각해주는 것이 제대로 느껴져서 마음 한켠이 따스해지는 것만 같았다.
" 덕분에 재생목록에 한곡이 더 추가되었네.. 정말 누굴까.."
시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그 음을 따라한다. 그렇게하면 정체 모를 마니또의 기분을 알게 되어 조금이라도 그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지.
주원을 뒤따라 터벅터벅 걸음을 내딛었다. 웃음기 서린 인상에 더붙어, 속을 알수 없는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정말로 들을 필요도 없는 얘기지만, 만약 주원이 귀 기울여 뒤에서 쫑알대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면 시험을 잘 본줄 알았는데 그닥 못 본것부터 자신의 저녁 메뉴 (역 앞 회전초밥집) 까지 전부 알수 있을거다. 그 와중에 사회와 거릴 두는 건지, 쑥스러운 건진 몰라도 주원과 1 미터 쯤 떨어져서 재잘대고 있다.
홀로 내적친밀감을 쌓아올리던 그는 주원이 부실 안으로 들어가자 잠시 머뭇거렸다. 다른 부원이 있을려나, 조심히 부실 안으로 눈길을 돌렸다. 속삭이는 듯한 혼잣말로 "저 낮가리는데." 라며 방을 둘러보자, 쇼를 했던게 무색하게도 아무도 없었다. "실례하겠슴다-" 말 끝을 늘어뜨리곤 조심히 들어와 부실을 흩어보았다. 학교에 살림을 차린듯한 동아리방이 꽤나 아늑해보여 마음에 들었는지, 애꿎은 소파를 만지작거렸다.
"여긴 뭐하는 데에요? 신입 받으실 의향 있으신가요?"
"저 재롱 잘 부려서 심심하진 않으실텐데. 코로 사이다 마실수도 있고." 반쯤 혼잣말인 자기어필을 하곤 캐비넷을 뒤적이는 주원 쪽을 쳐다봤다. 별의 별게 다 나온다고 생각하곤, 어색하게 서 있기를 계속한다. 주원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어정쩡 서 있자니 뼈대 대신 이라고 추정되는 나무 두 개와 작은 톱을 받았다. 뭐하는 동아리길레 톱이 있을까, 잠시 의문을 가졌다 주원을 살짝 올려다 보았다. 아, 자신보다 키 큰 사람을 보니 자존심이 조금 상했나보다. 난.. 언제... 180을 넘을가... 영혼이 빠져나간다..
"네, 조심할게요."
책상 위에 나무를 놓곤 톱질을 어영부영 해 보았다. 애초에 손재주가 좋은 편도 아니니, 설렁설렁 해서 대충 맞기만 하면 장땡이라는 심정이였다. 그리하여 나온 결과물은 으스러져버린 나무 막대와 당혹감 뿐이었다.
"선배 피카츄에요? 이거 갖고 저걸 어떻게 만들었대?"
말하려 한건 피카소였다만, 당황했는지 말이 헛나온 모양이다. 주원이 만든 연을 가르키며 툴툴댄다. "저 그냥 비행기나 접어서 날릴까요? 예전에 누가 그랬다가 된통 혼났단 소문 있었지만. 역사는 반복되는 거잖아요." 포기가 빠른 걸까, 아니면 의식의 흐름대로 말 하는 거려나.
산들고등학교 학생회. 이 학생회는 다른 학교의 학생회들과는 다르게 학교 내부의 동아리들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 물론 돈이 들어가는 것들은 학교의 허가를 받아야지만 가능한 일이니까 보통은 학교와 동아리 사이의 소통 창구가 주가 되고 있다. 그렇기에 불만이라던가 요구 사항을 학생회에 전달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불만 사항이 접수 되었다.
' 약학부에서 밤늦게까지 빛이 새어나온다고? '
약학부. 처음에 동아리 목록을 봤을때 이게 고등학교에 있을법한 동아리인가 싶었다. 물론 우리 학교는 동아리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해주기에 부원만 있으면 뭐든 만들 수 있지만 원래라면 대학교에 있을법한 것이 고등학교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쨌든 불만을 해결해야하긴 하니까 나는 약학부가 위치한 동아리실로 향했다.
" 실례합니다. 학생회에서 나왔습니다. "
약학부의 앞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린다. 학교가 끝난 시간이라 동아리가 있는 사람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도 적어도 한명 정도는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669 간단해! 시간상 산들고 오기도 전의 일이니까! 주원이가 그동안 '꾸준히 말을 걸어온 것'도 그렇고 '아무리 쓴 소리를 해도 담담한 것'때문에 자꾸 예전 기억이나서 싱숭생숭할거야! 양아치라서 그걸 표면에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스스로도 '과거는 과거, 현재는 현재'라고 덧씌우는 것도 있고! 열쇠를 가져간 것도 반은 그런 골댕이에게 흥미를 느껴서, 반은 정말 자신이 이걸 가질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야!
평범한 일상을 보낸 홍현은 늘 그렇듯 약학부 모임을 끝내고 혼자 동아리실에 남아 집중하며 비타민 알약을 만들고 있었다. 이번에 만들려는 비타민 알약은 상당히 진한 농도로 제작시키며 조금 큰 감이 있던 지난번 알약에 비해 최대한 크기를 줄이려 하고 있었다. 창가에 놓인 가루가 들어있는 비커를 조심스레 들어 올린 홍현은 창문에 뭔가 위화감을 느꼈지만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비커를 책상 옆에 놔두었다. 가루 몇 숟가락을 넣고 뚜껑을 닫은 홍현은 마스크를 벗고 강장제라도 조금 마시며 잠시 숨을 돌리기로 했다. 그때, 갑자기 정적을 깨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것과 함께 학생부에서 나왔다는 말이 들리자 홍현은 혹시 자신이 잘못한 게 있나 싶어 불안해졌다. 이대로 있으면 뭔가 실수라도 할 것 같았지만 일단 홍현은 문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확실히, 자신도 학생회에 관심이 없었다. 그냥 가끔 동아리 공지가 내려오면 뭐가 이렇게 또 바뀐대, 하고 투덜대고 마는 정도. 그것마저도 육상부 특성상 그다지 체감이 안 되기도 했다. 최민규가 동아리 부장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래서 다른 학교보다 일이 많은지도 몰랐다. 과로가 아니라 하니 다행이지만.
"그런데 지구가 튀었다는 거구나."
한 마디 툭 던지고 씩 웃었다. 나름 농담이라고 한 말이다.
억누른 웃음 소리가 났다. 바람 섞인 웃음이 처음에 이어지다가, 그 다음에는 조금 큰 소리로. 하하하, 하하..
"남자라면 한번쯤 쥐는 권력 치고는 영 소박한데. 꿈을 크게 가지라고."
웃음기 섞인 목소리다. 두세 번 더 호흡 섞어 웃은 뒤에는 언제 그랬냔 듯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지만, 최민규를 둘러싼 분위기가 약간 풀어졌을지도 모른다. 긴장을 푸는 데엔 웃음만한 게 없다.
"하기야... 대학 갈 거면 힘들지."
최민규는 대학 진학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니까, 열 아홉이 간절하지 않은 축에 속했다. 어쩌면 태평한 것도 그 영향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그냥 이러다가 농사나 짓겠지, 나중에 여행이나 한번 가지 않을까, 정도가 최민규가 그리는 20대의 전부였다. 그래서 최민규는 대학 진학을 바라는 동기들에게 기묘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해인처럼 남들보다 더 '무언가'를 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어느 학과 가고 싶은데?"
별관에 쌓인 책은 꽤 양이 되었다. 확실히 해인 혼자서 하기엔 무리가 많아 보였다. 최민규는 양 팔에 책뭉치를 안아들었다. 힘이 좋은 게 이럴 때 쓰일 줄이야.
다행히 안에는 사람이 있었는지 인기척이 들리고 잠깐 기다려달라는 소리가 들렸다가 이내 문이 열린다. 짙은 남색의 머리카락이 길게 길러져있는 여학생 한명이 흰 가운을 입은채 서있었다. 이름이 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흰 가운에 가려진 명찰이 보이지 않아서 우선 내 소개부터 하고 볼 일을 얘기하기로 했다.
" 부학생회장 강해인이라고 해요. 혹시 본인이 부장? 아니면 부장이 안에 있을까요? "
명찰색도 안보이니까 이 학생이 몇학년인지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명찰은 가급적 보이게 착용하는게 좋은데. 교복에 관련된 학칙은 잘 안지켜지니까 어쩔 수 없지. 나만해도 지금 사복을 입고 있는 형편이니까. 나는 문 안쪽으로 보이는 풍경을 한번 쓱 둘러보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 여기가 약학부구나 ... 평소에 뭐하는 곳인지 궁금하긴 했는데. "
고등학교 동아리 같지 않은 이름. 그래도 나름 전문적인지 안쪽에는 비커도 보이고 여러가지를 계랑할 수 있는 도구들이 늘어져있었다. 다들 장래희망을 약학쪽으로 잡은 사람들일까. 고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하다보면 대학도 좀 더 쉽게 갈 수 있을테고. 좋네.
잘생겼단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이지만 싫어보이진 않는다. 뒤따라오는 휘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시험을 잘 본 줄 알았는데 그다지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그건 안타깝네. 하지만 잘 본 줄 알았다는건 '알고 있었다.'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틀렸다는거잖아? 그럼 그게 틀렸다는걸 알았으니, 더 잘 알 기회가 됐겠네." 하고 그다지 고심을 거치지 않은듯 하지만 마음이 담긴 대답을 해준다.
이어 저녁 메뉴의 이야기에도 "회전 초밥? 나도 좋아하는데! 초밥이라. 나는 밥이 촉촉한게 좋아. 너무 물기가 많으면 좀 그렇지만, 아예 물기가 없는건 목넘김이 힘드니까."하고 자신의 취향을 대답한다. 주원은 휘영의 말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그러나 깊은 고심을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대답해주는 것이었다.
그를 부실까지 데려온 주원은 휘영의 낮가린다는 말에 가볍게 "아무도 없으니까."하고 흘리듯 말해주었다. 이어 연 만들 재료를 찾는 동안 뒤에서 휘영이 소파를 만지작거리며 뭐하는 곳이냐며 묻자
"내 아지트, 이자 나 혼자 뿐인 부의 부실이지. 신입은 언제든지 모집중!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나 혼자지만."
하고 캐비넷을 뒤적이며 대답한다. 재료를 다 찾았는지 그것들을 꺼내어 책상 위에 올리며 휘영의 장난스런 말을 듣곤 "푸하하."하고 짧게 마른웃음을 터트렸다.
"코로 사이다 마시는건 대단하네. 코 아프지 않아? 익숙해지면 아프지 않나? 아무튼, 사이다는 입으로 마시는게 좋아. 아닌가? 코로 마셔도 맛을 느낄 수 있나?"
하고 진지하게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말투로 말한다. 이어 조심한다는 휘영을 옆에서 지켜보며 톱질을 살펴본다. 단번에 초보자의 손짓이라는걸 눈치챈 주원은 휘영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피카츄? 푸하하하하핫! 왜? 머리색이랑 눈 색이 이래서? 나쁘지 않은 별명이네. 전기를 쏘는건 불가능하지만!"
아무래도 휘영이 피카소를 말하려고 했던 것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한듯 싶다. 휘영이 주원이 만든 연을 보며 불평하듯 말하자 "이왕 만들려고 한거잖아? 끝까지 만들어보자. 내가 도와줄게." 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어루듯이 대답한다. 이어 케비넷에서 방금 휘영이 부러트린 나무와 동일한 것이 들어있는 통을 꺼내어 책상 옆에 두었다.
>>687 참을성이 없는 댕댕이군요! >:3 이것은 밀당이 아니라 단순히 양아치만의 관점의 차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사람을 확신하도록 만드려면 직접 부딪혀서 진상을 알아내는 거야요! 오너인 참치들끼린 알고 있어도 캐릭터들은 모르는 상태니까!! 아, 근데 그러려면 양아치 한번 더 물려야 하는데. 또 냠냠엔딩인가, (얼감)
일단 다음번에는 사람 말고 제대로 밥 먹기로 약속했으니깐... 그 다음에? 만약 밥을 자취방에서 먹는다면 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암튼 그럼! 사실 나도 빨리 써먹어보고 싶다 ㅋㅋㅋㅋㅋㅋ
파란색의 명찰. 2학년이구나. 명찰에는 양홍현이라는 이름 석자가 잘 보이게 적혀있었다. 물론 귀에 들려온 자기소개로도 그녀의 이름이 양홍현이라는걸 알 수 있었지만. 근데 말하는게 좀 더듬거리는게 긴장을 했나 싶었다. 내가 그렇게 높은 사람은 아닌데.
" 그럼 말 편하게 해도 괜찮죠? "
기본적으론 모르는 사람에겐 말을 높이지만 같은 학생들을 대할 때는 말을 편하게 하려는 주의였다. 어차피 같은 학교에서 다니는 학생들이니까 편하게 하는게 더 가까워지기 좋을 것 같고. 지금은 3학년이니까 나랑 같은 학년이거나 후배일테니 무조건 말을 높여야하는 사람도 없었다.
" 아, 딴건 아니고 약학부가 밤에 빛이 새어나온다는 말이 있어서요. "
새어나와봤자 얼마나 새어나오겠냐만은 근처에 사는 기숙사생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테니까. 그리고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것도 좋은 행동은 아니다. 남학생이나 여학생이나 위험하거든.
>>704 양아치주가 바라는 목표도 그거야! 있는 그대로의 부족한 자신이라고 가면이 필요 없이 당당하게 내비치는거! 그래서 얘가 친해질수록 자기 본성을 드러내니까 점점 양아치가 된다 그런거구... >>705 입술? 음... 🤔🤔 얼굴에 매직클로 3연타 맞고 싶다면야. ^^...
>>706 (찔림)(뜨끔) 사실 만월일상때 주원이가 정말 아무것도 안했다면 오히려 양아치가 물었을 거야. 마치 사냥할줄 모르는 새끼에게 직접적으로 가르치듯... 얘! 니가 사냥감이 되어보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방금 해인의 말은 조금 의외였을지도 모른다. 뭔가, 굉장한 야망이 있을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말이지. 조금 지친 걸까? 아니, 그냥 내가 성격을 지나치게 지레짐작한 걸 지도. 그래도,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있는 사람은 싫지 않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가까웠다.
"나중에 심심해지면 귀농하러 내려와."
복숭아 과수원 한 켠 정도는 떼줄게, 장난스레 덧붙였다.
"경제랑 통계라.. 둘 다 어울리는데. 수학 좋아하나봐, 응."
해인이 말을 잘 했던 걸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를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 또한 개인의 몫이지.
"힘이라도 세야지."
해인의 어깨를 수고했다며 두들겨주려 했다. 땀이 조금씩 삐질삐질 배어나왔다. 덥다, 중얼거렸다.
이번엔... 정체불명의 큐브가 자리에 놓여있었다. 마치 우주를 담아놓은듯한 기묘한 상자, 그리고 함께 있던 쪽지엔 <저번에는 너무 무례한 말을 써놓은것 같아 사과드립니다. 이번에는 재미있는 선물로 준비해봤습니다. 좋아해주시려나요?> ...라고 써있었을까?
"딱히 무례한거 같진 않았지만요..."
그것보단 다소 엉뚱한 사람인것 같다, 정도의 생각을 했을까? 몽환적인 상자를 열자 그 안에 또 상자, 그리고 또 안에 다른 상자, 그러곤 진짜 상자 안에는 사탕 속에 파묻혀있는 고양이 마트료시카가 있었다. 대체 얼마나 마트료시카를 좋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보면 까도 까도 똑같은 자신을 닮은듯해 좀 재미있었을까? 마트료시카를 싫어하지도 않을뿐더러 사탕 역시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이건 오히려 분에 넘치는 장난감이 아닐까 싶었다.
<딱히 불쾌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재치있는 발언이다 생각했지만요~ 그러니 사과하실 필요 없답니다! 이번에 주신 것도 꽤 마음에 들었어요! 그냥 받는건 좀 그런것 같아서 저도 나름대로의 성의를 표시하도록 할게요~> 라는 쪽지와 함께 있을리 없는 엄지를 치켜올리는 하얀 고양이 스티커와 설탕범벅으로 유명한 모 도넛 회사의 베이직 세트를 답례로 놓아두었다.
...이전에 도넛을 주었던 사람에게 도넛으로 받아치는건 조금 그러나? 하지만 그녀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것 같진 않았다.
[오늘 카레 만들건데 먹을래?] [올거면 연락해.] 슬혜에게 톡을 보내둔 뒤 적당한 시간이 흐르자 주원은 "읏샤."하고 일어서서 남색 앞치마를 입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만들기로 한 것은 바몬드 카레. 카레는 만들기도 쉽고 왠만해선 맛을 실패하지 않으니 말이다. 양을 조절하지 못하는게 아니면. 먼저 감자, 당근, 양파,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싹둘썰기 한다. 주원이 칼이나 날붙이를 다루는 것은 요리보단 무언가를 만들때긴 하지만, 그만큼 익숙해져 있다보니 재료를 써는 것도 능숙했다. 균등한 크기로 잘린 감자, 당근, 고기를 먼저 넣고 볶은 뒤 고기가 반쯤 익었을 때쯤 양파를 넣고 마저 볶는다.
"이대로 밥 비벼먹어도 맛있긴 하겠다."
카레를 포기하고 밥을 함께 볶을까 하는 유혹이 드는 냄새. 그러나 카레를 만든다고 했는데 왠 고기야채 볶음이 되어있으면 그건 이상하지 않겠나. 주원은 그 유혹을 억누르며 나무 뒤집개로 재료들을 볶았다. 양파가 투명해질 즈음 4인분 정도의 물을 넣고 카레를 꺼낸다. 마침 카레는 1인분이 하나의 블록으로 되어있어 구분하기 쉽다. 4개의 카레 블록을 잘라 넣고 뒤집개로 천천히 젓기 시작했다.
"원래 이렇게 묽은가? 양이 틀린건 아니겠지?"
의심이 들 정도의 묽은 색이었지만 어느정도 볶고 있다보니 카레의 색이 점점 진해지며 카레의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방을 채웠다. 묽은 색에서 어느정도 붉기를 띄우자 주원은 인터넷에서 본대로 꿀을 한 스푼 넣은 뒤 다시 카레를 젓기 시작했다.
양과 상반되고 때론 상호적인, 포식자의 입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늑대에 대한 사전조사는 필수였다. 동등하게 바라본대도 가질 수 있는 건 기껏해야 피소유권이 전부인 양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양 자체가 일종의 감정 억제제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이용해야 했으니까, 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모두가 알지만 회피하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니. 뺨에 닿는 손의 감촉에 눈을 감으며 손바닥 안쪽에 부드럽게 뺨을 비볐다가 다시 바로 마주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는데 누군가의 피소유자가 되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쁘지 않지. 그런데... 현재 너만 볼 수 있는 곳에 자국이 남는 걸론 안될까?"
너만이 아니라 나도 볼 수 있겠지. 나 혼자 있을 때 그걸 볼 때마다 너를 생각할 거야. 감언이설이라 하던가, 듣기엔 좋은 말을 뱉으며 소유욕 깃든 성음을 음미한다. 듣는 것만으로도 태초의 고독이 해소되는 것 같은 느낌에 참을 수 없었다. 그럼, 당연히 안아도 되지. 정다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외로움으로부터의 해방이 목전에 있는 것 같아 바로 일어나 벤치에 앉아 있는 네 앞에 마주 서 몸을 살짝 굽히고 네 목에 팔을 감았다.
폭렬하는 본능의 수치가 페로몬화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지금 시각화된다면 스며나오다 못해 왕비가 양딸을 해하려 사과에 묻힌 독처럼 표면을 타고 흘러내릴 터다. 해인아, 네 재능을 질투해. 동시에 네가 필요해. 자세가 고정되면 뒤늦게 입을 연다.
"누군가를 목줄을 걸고 싶거나, 목줄에 걸리고 싶으면 훨씬 많은 걸 줘야 할 거야."
그건 일개 기질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큰 리스크일 거야. 네 재능은 쓰지 않기엔 굉장히 유용하고 나로선 그 재능을 이용하고 싶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테니까.
천천히 생각해봐. 확인시키듯 읊조리며 아까 전보다 가라앉아 보이는 보랏빛 머리칼에 가볍게 입술을 눌렀다.
오늘은 사하가 부실을 청소하는 날이다. 그래서 많이 귀찮았고, 조금은 슬펐다. <명색이 고3인데 청소 하나를 안 빼주네.> 공부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괜히 시간 아까운 척 중얼거린다. 그냥 귀찮은 거다. 의욕없이 걸어가 의욕없이 부실 문을 열었다.
…이상하네. 우렁각시가 왔다가 갔나?
기분 탓인가. 굳이 청소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부실을 쓴 사람이 양심적이다 못해 도덕성이 하늘을 뚫었던 걸까? 사하의 눈썹이 가파르게 꺾인다.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데. 의문은 쉽게 풀렸다. 세 번만에 익숙해진 필체와 말투. 뽀송한 이불이다. 가방을 뒤적거려 포스트잇을 꺼낸다. 필기용은 아니고, 마니또에게 답을 보내기 위해 며칠 전에 샀다. 검정 볼펜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글씨를 적어나갔다.
<뽀송아, 넌 짱이야.>
어디에 나타날지 몰라 부실 책상에 하나, 다음 날 교실 책상에 하나 붙였다. 다정한 간섭에 절로 웃음이 샜다.
그가 톡을 보내도 그녀는 답이 없었다. 원래도 목적은 일부러 안읽씹을 하는 것이었겠지만...
몰래 그의 집 붙박이장 안에 숨어들었다가 들어올 때쯔음 놀래켜주려는 상황이었을까?
하지만 너무 일찍 와서인지 그가 오는데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고, 설상가상으로 개어놓은 이불이 너무나도 포근했기에 그대로 고로롱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볼수 있었다. 덕분에 요리를 하는데에 훈수를 두진 않게 되었으니 그에겐 다행이었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다른 차원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가령, 그가 고민하다가 제대로 카레를 완성하고 다시금 답장이 있었는지 확인할무렵...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붙박이장이 밀리듯 열리며 무언가 검고 분홍색인 커다란 것이 굴러떨어진다던가 말이다.
더욱이 고양이같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으..."
머리를 감싸쥐며 주변을 둘러보다 그와 눈이 마주쳤을무렵, 빠르게 시선을 굴려 주변 스캔을 마친 그녀가 태연하게 말을 걸어왔다.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나 짓고 사는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곳은 사람들의 주목도 적을테고 혼자서, 혹여 가족을 이뤘다면 가족끼리 단촐하게 지낼 수 있을테니까. 근데 요즘 땅값도 비싸다는데 민규가 준 땅을 받아서 팔면 ... 이라는 상상을 혼자서 해본다.
" 그나마 수학을 제일 잘하니까. "
말을 잘하는 것과 언어라는 과목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었다. 수학은 A 이면 B 라는 명확한 대답이 나오니까 공부하는 맛도 있었지만 언어는 그렇지 않았고. 그리고 최대한 내가 가진 재능을 이용하지 않는 영역으로 진로를 정하고 싶었다. 그게 마음대로 안될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야.
" 학생회실로 가자. 점심시간 끝나려면 시간이 좀 남았고 거기엔 찬물도 있으니까. "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엔 좀 마음이 찔리긴 했지만 뭐라고 할 사람도 없으니까. 다행히도 근처에 학생회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민규를 데리고 학생회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에어컨을 틀고서 정수기에서 찬물을 떠다 민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 그럼 너는 귀농하는거야? 졸업하면 농사 지으러? "
지금은 운동을 하고 있는데, 운동에 대한 재능이 아깝지 않을까 싶었지만 곧 '진짜' 재능을 가진 이들이 운동계에도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나도 어쨌든 그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니까.
홍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오자 당황하였다. 분명 본인이 조금 늦게까지 있긴 했지만 분명히 슬슬 해가 노을로 변하는 시간대에 불을 끄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보통 이렇게 불가능한 미스터리에는 진정하고 곰곰이 생각해야 효과가 있겠지만 홍현은 불안함에 진정이 전혀 되질 않았다.
"그.. 그건 제가 한 게 아닌데요.. 잠깐만요..."
홍현은 급하게 책상 위에 놓여있던 강장제를 따더니 어린이용 감기약에서 볼 것 같은 플라스틱 계량컵을 꺼내 따르고 빠르게 들이켰다. 지금이 딱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너무 남용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강장제를 마신 홍현은 진정이 되자 한숨을 쉬고 애써 조금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마 여기 안에 있는 물건들 중 하나에서 빛이 나서 그런 걸 거예요.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아까 제가 마신 건 그냥 제가 직접 만든 딸기맛 강장제에요..! 위험한 건 아니고, 혹시 드셔보시겠다면 드셔도 돼요..!"
요리를 하는 내내 기대했던 폰으로부터의 알람은 없고, 듣지 못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폰을 확인해도 여전히 답장은 없었다. 답장이 없는 정도인가, 들어가보니 [1]도 지워지지 않은 상태이지 않은가. 이건 중대한 문제다. 물론 보내자마자 읽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요리할 시간정도면 읽지 않을까, 답장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아."
주원은 멍하니 슬혜와의 톡을 켜둔채로 한쪽 손으론 카레를 젓고 있었다. 원래 요리를 할 땐 딴생각을 하거나 딴짓을 해선 안 되지만, 오늘정도는 방황하는 남학생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겠는가. 그리고 운 좋게도, 카레도 타지 않고 더 저어야 했기에 결과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았다.
"됐어. 나 혼자 먹지 뭐. 쳇."
어느정도 카레를 저어갈즈음, 갑자기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붙방이장이 열리며 무언가 굴러 떨어지는게 아니던가!
"으아아아아아악!"
주원은 너무나도 갑작스런 상황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어버리고 말았다. 안심하시라, 카레는 멀쩡하니. '뭐지? 귀, 귀신? 아니 아직 한낮이잖아! 그럼 도둑? 제발 귀신이나 괴물만 아니길!'하고, 이 나이가 되도록 비과학적인 것들을 믿는 주원은 떨어져 내린것이 무려 도둑이기를 바라고 있던 것이었다.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떨어져 내린것은.... 검분홍색의 큰, 아주 큰 '고양이'였다.
"..."
그것은, 아니 그녀는 고양이가 놀랄 때와 같은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떨어져 머리를 감싸고 주변을 둘러보다 그만 주원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녀는 태연하게 주원에게 물어왔다. 카레가 다 되었냐고.
언젠가 둘이 함께 들었던 탁장시계의 초침 지나가는 소리. 바깥에서 부우우우웅하고 차가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꼬마들이 서로 장난치며 외치는 소리. 그리고... 보글보글 카레 끟는 소리. 몇가지 소리가 지나간 후,
"........."
주원은 대답 없이 일어나 카레의 불을 끄고 카레를 몇 번 저어보았다. 다행이 타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주 적절한 시간에 불을 끈 것이 된 것이었다. 이것을 고양이의 도움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불을 끈 주원은 고개를 숙인채 털벅턱벅 그녀에게 다가가
"네가 왜 거기서 나오는건데!!!!"
하고 잔뜩 찡그린 얼굴로 말하며 그녀의 양 볼을 아프지 않게, 하지만 볼의 감촉의 확실히 느껴지게끔 꼬집으려 했다.
일반적으로 늑대와 양은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로 양은 늑대를 마주치면 무조건 잡아먹히는 수 밖에 없다. 허나 늑대와 양이 인간 정도의 지능을 가지게 된다면 서로가 서로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할 것이지. 특히나 피식자인 양은 늑대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백가예라는 양은 늑대 앞에서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게 아닐까. 뺨에 닿은 손에 그녀가 볼을 부비는 것을 느끼며 답했다.
" 오늘은 그렇게 할까 그러면? "
어차피 밖에 훤히 드러나는데 자국을 남길 생각도 없었다. 밴드를 붙인다고 하더라도 위치를 보면 요즘 애들은 그걸 뭘 가렸는지 잘 알테니까. 그런 소문이 도는걸 나는 원치 않았고 가예도 원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목에 손을 감으며 안아오자 나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등허리를 감싸안는다. 자세가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금세 자세를 잘 잡는듯 했고 그와 동시에 유혹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 목줄에 걸리는 입장에서도 많은걸 주는건 불공평한데? "
내가 널 목줄에 건다면 모를까 말이야. 고개를 어깨에 파묻은 상태로 그녀에게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널 목줄에 걸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그렇게 되도록 가만히 있을 여자가 아니니까. 차라리 나를 목줄에 걸었으면 걸었지. 그리고 지금 나는 그녀의에 내 목줄의 끄트머리를 쥐게 해주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젠 심적으로 지쳐가고 있었으니까.
'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
누군가에게 이용 당하는 삶은 더이상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내가 재능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모여드는 승냥이 같은 존재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얼마전에도 편의점에 사람들이 왔다갔으니까. 그럴 생각 없다고하며 돌려보냈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생길수록 지치는건 나였다.
" 너가 오롯이 내것이 된다면 생각해볼께. "
그럼에도 늑대의 소유욕은 가라앉을줄 몰라서 이런 행위로 부정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꼿꼿이 고개를 치켜들고서 나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양을 갖고, 먹어치우라고.
" 오늘은 안가는 날이야. 그러니까 너랑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겠지? "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흡사 숲속에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진한 페로몬의 향이 코를 찌른다.
머리랑 옷이 흐트러진건 딱히 상관 없었다. 갈아입은 옷도 짧은 바지였기에 스커트가 뒤집힌다거나 하는 대참사도 없었다. 우선 제 굴러떨어졌던 곳이 내심 신경쓰였는지 그쪽을 올려다보았지만 다행히도 이불에 자신이 웅크려있던 자국만 좀 크게 남았을뿐 어디가 망가지거나 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놀란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뒤로 넘어져 주저앉은 모양새였는데 한동안 그렇게 정적이 흘렀고, 째깍거리는 초침의 소리, 주변을 스치는 차의 배기음, 그 뒤를 따르는듯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 스토브 위의 카레가 끓어오르는 소리가 지나갈즈음이 되어서야 그가 아무 말도 없이 일어나 불을 끄고는 카레를 몇번 저어보았다. 혀를 찬다거나 하는 것도 없는걸 보면 늘러붙은곳 없이 잘 된거 같지만-그전에 그녀가 냄새를 맡아보아도 그런 느낌은 나지 않았지만- 고개를 숙인채 수상할 정도로 터벅거리며 오는 그에게 느껴지는 아우라 때문인지 그녀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이윽고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와 잔뜩 찡그린 얼굴, 심지어 자신의 양쪽 뺨에 쇄도하는 꼬집기 행렬에 저도 모르게 새된 비명을 지르며 머리 위로 X표시를 만들어보였다.
>>793 악 귀엽게 봐줘서 고마워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우렁각시가 왔다가면 누구나 따봉을 날릴 수밖에 없을 것...! 마니또 대신 나중에 선하한테 직접 응원의 선물 주는 날을 기다리구 있어 ㅇ.< >>79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슬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97 시아주 어서와! 좋은 저녁이야~~
되게 내향적인 성격인걸까. 내가 양홍현이라는 학생을 보고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내가 부학생회장이라는 직위에 있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사실 다른 학생들이랑 별반 차이도 없는데. 하여튼 지금도 뭔가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책상으로 향하더니 무언가를 쭉 들이키는 것이었다. 뭐지, 저건 하는 사이에 사람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아서 나는 저 약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아 ... 사양할께. 약은 나랑 좀 거리가 멀어서. "
딸기맛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약이라는건 애초에 쓴 맛이라는걸 타고나는 존재라서 어떤 인공적인 향이나 맛을 넣어도 그 쓴맛을 감추는건 힘들었다. 물론 내 혀가 쓴맛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래서 상대가 권하는 것을 손사레까지 치며 거절했다. 허나 빛이 난다니 대체 뭐가?
" 음 ... 그러니까 막 혼자서 빛이 난다거나 그런거야? "
그 영화에서 보면 시약끼리 섞으면 막 빛이 나면서 폭발하거나 그러던데 약간 그런걸까. 화학쪽에는 문외한이라서 알 수 있는게 없었다. 확실한건 밤에 다른 사람 눈에 보일 정도면 그 빛이 결코 약하지는 않다는 것.
" ... 위험한건 아니지? "
나중에 불시로 동아리실 검문을 돌아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물었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 덕목이었다.
사실 어제 꿈이 영 안 좋았단 말이지. 그래서 출근하고 별 생각 없이 접속해봤다가 주원주의 레스를 본 것으로 보아 주원이의 마니또가 나에게 그런 꿈을 꾸게 한 모양이야. 그러니까 주원주는 감사를 자신의 마니또에게 하면 되는거야. 물론 그게 나인지 아니면 다른 이인진 나도 모르겠지만!
오늘도 역시나 학생회실 부회장 자리에 선물이 놓여있었다. 작년 마니또 때는 이렇게까지 많이 받은 것 같지는 않은데. 미리 와 있던 인원들이 좋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뒤로하고 자리에 앉아서 사진과 함께 붉은색 포장지로 싸여있는 어떤 상자 같은 것을 들어서 가볍게 흔들어본다. 무게감이 있지는 않은데. 사진에는 시커멓게 타버린 무언가가 찍혀있었는데, 쓰여있는 글을 보아하니 저번에 굽다 실패한 버터쿠키인 것 같았다. 이어서 포장을 풀자 고급스러워 보이는 만년필이 눈에 들어왔다.
" 이거 비싼거 아니야? " " 그러게! "
주변에서도 그걸 보고 몰려들어서 한마디씩 하는데, 나는 잘 모르니까 아, 그냥 비싼가보다. 하는 생각으로 만년필을 꺼내서 손에 쥐었다. 쥐는 촉감이 좋았는데, 예전에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만년필은 길을 잘 들여야한다고 하던데.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왕 받은 선물이니까 집에서라도 써보자는 생각에 다시 보관되어있던 상자에 잘 넣는다.
' 이런 비싼건 좀 부담되는데 말이야. '
태어나서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걸 사본건 노트북이었으니까. 그것도 집에서 독립하면서 정말 필요해서 산거라 이런 물건 자체를 받는다는게 좀 떨떠름했다. 그래도 소중히 사용하자, 라는 생각과 함께 포스트잇을 하나 뜯어서 책상에 붙여두고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저번에 사준 버터쿠키는 잘 먹었어요. 그리고 만년필이라니, 한번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해볼께요.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ㅇ]
이 정도면 괜찮겠지. 포스트잇 정리하지 말 것! 이라는 글도 같이 적어두고서 나는 자리를 뜬다.
"으이구우우우!"하고 애증이 교차하는 목소리로 볼을 꼬집다가도 슬혜가 빼액 하고 비명을 지르며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자 더 힘을 세게 주려다가도 그러지 못하고 그저 눈을 크게 꿈뻑이며 볼을 약하게 쥔 상태가 되었다.
그 말을 다 듣고 나서 의심하듯 엺게 뜬 눈으로 슬혜를 지이이- 뚫어져 보면서도 "내가 놀란 건 둘째치고, 그러다 떨어지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거야? 이불이 그나마 얼마 높지 않아서 다행이지. 다음부턴 그러면 안돼. 차라리 침대에 누워있어. 알았어?"
하고 말하곤 아직 양 볼을 엄지와 검지로 잡은채로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가 어떤 식이든 대답을 하고 나자 주원은 그제서야 양 볼에서 손을 떼곤 일어나 카레쪽으로 향한다. "밥먹자. 준비할테니까 소파에 앉아있어."라고 무심하게 말한 주원은 카레에 다시 약불을 올리고 찬장에서 햇반을 꺼내어 데우기 시작했다. ...사실 그다지 반응이 없어보이면서도
'방금 뭔데?! 이런 슬혜 모습 처음봐. 언제나처럼 차가운 모습이 아냐... 싫냐고? 아니.... 너무 귀엽잖아! 심장에 위험할 뻔 했어. 아니, 위험했다고! 끄으으으으 하, 하지만 이런 모습 보여줬다간 또 기세등등하게 놀리려고 할테니....'
라며 어떻게든 귀여워하는 반응을 참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도 속마음이 새어나와 "으흐흐."하고 음흉하게 슬혜에게 들릴듯 말듯 웃곤 "크흠흠!"하고 괜히 헛기침으로 그것을 날려버리려 하고 있었다.
"아, 미안. 상좀 펴줄래?"
애써 마음을 가다듬으며 먹을 준비를 하던 주원은 고개를 돌려 슬혜를 보곤 상을 펴달라 부탁했다. 둥그렇고 흰색의 상은 다리가 접힌채로 주방의 싱크대쪽에 눕혀져 있었다. 주원은 흰색의 둥근 접시에 데운 햇반을 깔끔하게 반으로 놓고, 남은 반쪽에 카레를 적당량 붓는다. 그렇게 두 접시를 슬혜가 편 상으로 들고가 조심히 내려두었다.
지루하다. 선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수영 연습은 일찍이 끝이 났다. 오후 시간에 예약이 있어서 수영장 사용이 불가능하다나 뭐라나. 별로 중요치 않은 정보라 한 귀로 흘렸던 것 같다. 문제는 시간이 붕 떠버렸다는 점에 있다. 아무도 없을 집에 가고픈 마음은 없었으니 체육관 근처나 어슬렁거리며 시간이나 죽이고 있는 차였다.
투명한 체육관 문 너머로 홀로 달리기 연습을 하는 학생이 보였다. 비이상적으로 눈이 좋은 탓에 먼 거리에서도 이목구비가 훤했다. 미인이다. 노골적으로 성의없던 선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설렁설렁 가벼운 걸음걸이로 체육관 내부로 들어선다. 운동화가 체육관 바닥에 미끌어지며 나는 고무 소리가 퍽 듣기 좋았다.
"안녕? 혼자서 연습하고 있는 거야? 대단하다."
유들유들한 미소와 함께 선하가 슬금 다가왔다. 선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본다면 뒤에 꼬리 살랑거린다 욕했을지도 모를 모습이었다. 가방에서 물병을 꺼낸다. 스포츠용으로 입 닿는 부분이 툭 튀어나온 형식이었다.
비랑은 신기한 듯이 이웃집 토토로 열쇠고리를 만지작거리네요. 오래전의 명작 애니메이션이라 어떤 캐릭터인지 알고는 있지만 비랑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 우연도 있는 거겠죠? 열쇠고리라면 열쇠에 달아 주어야 마땅하겠지만 비랑은 열쇠고리를 달진 않고, 그저 옷 안주머니에 소중히 집어넣을 뿐입니다. 열쇠를 잃어버렸다가 같이 잃어버리고 싶지도 않고, 그러면 마니또인 누군가를 볼 낯도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뭔가 오해가 있는 게 아니려나요... 비랑은 장난기 있는 눈으로 포스트잇에 뭔가를 쓰기 시작합니다.
비와 관련된 동요의 가사 두 줄이네요. 어릴 때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은 노래입니다. 그리고 마니또를 위한 이번 답례는 생수 한 통입니다. 새벽이슬이라는 이 생수는 인지도가 적은 편입니다. 목넘김이 좋고 물맛이 깔끔해서 미즈와리(水割り)용으로 들여놓는 바도 몇몇 있지만, 청소년들에겐 여전히 먼 이야기네요. 다만, 몇 년 전 <네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되고 싶어>라는 광고 카피라이트가 반짝 떴을 때라면 이름을 들어봤을지도 모릅니다. 새벽이슬을 아는 사람은 다 이 카피라이트를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비랑은 생수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책상 위에 올려놓습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되네요.
시아는 홀로 거친 숨을 내쉬며 체육관 안을 달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늘어트리고 다닐 머리카락도 힘을 주어 포니테일로 묶고 몸에 핏 좋게 입은 검정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시아는 누가 보아도 진지한 얼굴로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영락없는 운동선수의 모습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꽤나 느릿느릿한 달리기였다는게 문제였다.
" 헉...헉... "
열심히 다리를 움직여 달려보지만 오히려 속도는 더 느려질 뿐이었고, 땀만 비오듯 쏟아질 뿐이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는 것이 느껴지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 하지않고 무식하게 앞으로 달려나갈 뿐이었다.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산 운동화는 꽤나 좋았지만, 역시 그녀의 달리기를 빠르게 만들어주진 않았다.
" 어... "
시아는 몇바퀴, 몇분이나 뛰었을지 모르지만 한참을 달리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자 거친숨을 몰아쉬며 멈춰선다. 땀에 젖은 셔츠를 걸친 시아의 가슴팍이 빠르게 오르락 내리락하며, 그녀의 호흡이 꽤나 흐트러진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잇었다. 모르는 얼굴, 적어도 동급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 여유는 분명 후배도 아닐 것이 분명했다.
" 선배...이신가요..?감사합니다.. 헉..헉.. 아얏.. "
타는듯한 갈증이 밀려왔기에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내며 손을 내밀던 시아는 다리가 풀려버린 듯 뒤로 주저 앉아버린다.
" ...에..그.... 그게.. "
시아의 얼굴이 붉은 빛을 머금어가기 시작했다. 땀에 젖은 새하얀 피부 위에 홍조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분명 부끄러움의 감정이었다.
그녀는 무언가 짐작가는 것이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열려있던 커튼들을 다시 다 닫고서 불을 꺼도 되냐고 물어본 뒤에 부실의 불을 꺼버렸다. 그러자 한 비커에서 야광 빛이 나고 있었는데, 뭔가 동화에 나오는 마녀가 만드는 시약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흐음, 옛날 사람들은 저런걸 보고 마녀라고 생각한걸까.
" 신기하네. "
아무래도 약학부의 불빛은 형광등 같은 것이 아닌 저렇게 은은하게 나오는 야광의 빛이라 보는 사람을 더 섬뜩하게 했던 것 같다. 진짜로 귀신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을테니까. 다행히도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 그럼 다음부턴 보관에 유의해줘. "
개인적으로 이런 일로 부실에 들락날락하는걸 별로 안좋아한다. 괜히 쓴소리 했다가 싸움 날뻔한 적도 있고,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이나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꾸준히 접수되는 불평불만을 해결해야하는게 학생회니까.
" 음 ... 그럼 이건 해결이 됐고. 기왕 여기에 온거 건의사항이나 좀 들어볼까. 추가로 놓고 싶은거나 요구사항 같은거 있어? "
점심시간이었다. 문하는 어제 귀갓길에 여기저기 들러 사두었던 물건들이 든 봉투를 쥐고 교실로 올랐다. 평소에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계획된 운동특기생 일정을 따라가느라 교실에 얼굴 비추는 게 드문 문하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스스로도 그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방과후에 확인해도 될걸 왜 굳이? 왜 굳이 지금 확인하고 싶어지는 걸까?
스스로를 향해 스스로가 던진 의문에 뭐라 반론을 제기할 틈도 없이, 문하의 발은 어느새 그를 그의 교실 앞에 데려다놓고 있었다. 문하는 뒷문을 드르륵 열었다. 역시나 점심시간의 교실은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삼삼오오 자기 볼일을 보러 가거나 교내의 다른 어딘가로 놀러가 있기에 반이 한산했다. 그나마 아직 반에 남아 있던 너더덧 명의 아이도 뜬금없이 교실에 얼굴을 비춘 문하를 신기하다는 듯이 한번씩 힐끔힐끔 돌아보는 게 전부였다.
문하는 머릿속에 떠오른 쓸데없는 의문을 접어두고, 사물함을 툭 열었다. 오늘은 어떤 모양 장식을 넣어놓았을 것인가. 육해공에서 해는 해마, 공은 알바트로스였지. 둘 다 바닷가와 관련이 있는 짐승들인데, 육에는 바다사자 같은 것이라도 넣어놓았을까?
그러나 문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 사물함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문하는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조금 고급스런 젤리들로 가득차있는, 크리스탈 장식 3개를 한꺼번에 보관할 만한 아크릴 케이스가 거기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문하는 그걸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다가, 봉지를 뒤적여 뭔가를 꺼냈다. 알바트로스와, 원래 같았으면 오늘 마니또가 놓고 갔어야 할 세번째 크리스탈 장식품을 위한 전시용 케이스 2개였다. 문하는 그것을 허탈한 손길로 그 큰 케이스 옆에 늘어놓아 보았다. 전시용 작은 케이스 3개가 졸지에 쓸모없는 것이 되었다.
문하는 푸흐흐흐흐, 하고, 실소를 소리내어 푸들푸들 흘려버리고 말았다. 자기들끼리 이야기나누고 있던 반 아이들이 자기가 방금 뭘 들은 것인가, 하고 뜨악한 표정으로 문하를 돌아보건 말건.
'이런 안 도와주는 마니또를 봤나...' 누가 들을 사람도 없는 한탄을 마음속으로 한가득 실소 담아 뇌까린 문하는, 마니또가 두고 간 3개의 전시용 케이스에 들어있던 젤리 봉지를 가볍게 툭툭 빼냈다.
그리고 자신이 산 케이스 안에 들어있던 해마와 양철 보관함 안에 들어있던 알바트로스를, 마니또가 두고 간 새로운 전시용 케이스에 테마별로 옮겨담아 전시해두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빈 전시 케이스 3개를 주르르 줄지어세워놓고, 문하는 다시 봉지를 뒤적여서는 어떤 카페의 멋들어진 로고와 약도, QR코드가 적혀있는 티켓 같은 것을 케이스 앞에 놓아두었다. 마니또를 위한 선물이었다.
역 앞에 있는, 어떤 카페의 카푸치노 쉐이크 교환권이었다. 문하의 피부로도 최근의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는 게 와닿고 있었기에, 이 이상한 컬렉션을 제공해주기 시작한 이 별난 마니또에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보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었다. 마니또가 그것을 가져갈 수 있도록, 문하는 포스트잇에 간략하게 글자를 휘갈겨적어 교환권 위에 붙여놓았다.
1. 케이스 내가 산다니깐. 2. 이거 괜찮더라. 한 잔 마셔봐.
그걸 붙여놓고, 문하는 다시 한 번 나직이 소리내어 실소했다. 나 원 참, 내가 무슨 바보짓을 하고 있는 거지.
시아가 달리기에 탁월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았다. 운동을 하는 선하 입장에서는 달리기에 서투르구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하는 내색 않고 있었다. 애초에 상대도 저도 전문가가 아닌지라 함부로 평가하지 못한다. 선하가 집중하고 언급해야할 부분은 시아의 노력이지 실력이 아니었다. 슬쩍 시아의 옷차림과 운동화를 캐치해낸다. 신경쓴 티가 났다. 어렴풋이 작년 자신이 이맘때즘 치룬 시험을 떠올린다. 그때 자신도 달리기를 했었다.
"아마 맞지 않을까? 난 3학년이거든. 친구는 몇학년이야?"
선하의 시선이 떨어지는 땀방울에 머문다. 그 다음에는 그 물자국이 머문 볼,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잠시 지켜보았다. 이런 작은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를 못한다. 퍽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기 때문에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이런, 내가 널 놀라게 했나보네. 어떡하지, 내가 네게 부담을 준걸까? 그게 아니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네 곁에 있을게."
애증인지 앓는건지 모를 소리 뒤에 일단 내뱉고 보는 자신의 말에 그가 볼을 잡은 힘을 주려다가도 이내 느슨해진듯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의심을 거둔 것은 아닌지 수상하다는 눈초리로 지켜보던 그였지만 이내 위험한 행동을 했던 그녀를 걱정했다는듯한 의사를 보냈다. ...그렇다고 잡은 볼을 쉬이 놓아줄 양상은 아닌듯 하지만...
마치 대답을 기다리는듯한 그의 행동에 그녀는 잠시 옷을 뒤적거리다 어딘가에서 안경을 꺼내 쓰곤 살짝 치켜올리며 당당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치지 않는답니다! 어릴적에 친구들 따라 주공아파트 2층난간에서 뛰어내린적도 있으니 이정도는 낙법으로 쉽게 무마시킬수 있죠! 게다가 고양이니까요~"
볼만 잡히지 않았다면 그럭저럭 넘어갈만한 언변력도 통하지 않을만큼 다소 황당한 마무리를 지은 그녀는 다시 안경을 벗어 도로 집어넣고선 생긋 웃으며 볼을 잡고 있는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치만 침대에 누우라 하시는건 조금 설렜네요~ 저희, 침대도 공유할 정도의 사이인가요 선배님?"
몰래 숨어든사람치고는 다소 천연덕스러운 말이었을까? 어쨌든 그제서야 포기한듯 손을 떨어뜨리고선 다시 카레쪽으로 향하는 그의 말대로 소파에 앉아있던 그녀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설마하니 직접 요리할줄이야. 그가 부실에 있는 자신을 찾으려 했던 전례도 있는만큼 나가서 먹는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도중에 생각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익숙한듯 찬장에서 나오는 햇반의 모습에 그녀는 정색한 표정과 함께 소리없이 이마를 쳤지만 어쩔수 없었다. 보통 자취하는 사람에겐 밥 같은건 어려움을 넘어서 귀찮음일테니까, 자신처럼 요리가 일상인 사람이면 몰라도 보통 사람에겐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닐테다.
물론 뒤돌아있는 그의 심경이나 표정을 알 턱이 없기에미세하게 헤죽거리는 웃음 뒤 막바로 들려오는 헛기침소리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네~"
대답은 간결하게, 그가 말했던 상은 싱크대쪽에 눕혀져있는 하얗고 둥근 것인가보다. 그것 말곤 딱히 없는것 같기도 하고, 주변을 살피며 적당한곳에 다리를 펴 놓아두었던 그녀는 그 위를 손가락 끝으로 싹 쓸어 유심히 살펴보더니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애매한 표정으로 한동안 자신의 손끝을 바라보다 그가 움직이는듯 하자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872 그거 열개 모으면 상품은 뭐가 있어? 혹시 큰 스티커 하나와 교환된다는 그런 건 아니겠지? 아무튼 말이 착하다고 해야할까. 그냥 아무말대잔치인데. 사실 그렇잖아. 다들 일상 돌리는데 일상 돌릴 사람 없다고 이 자식들이 2멀티, 3멀티 하면서 왜 나는 자리가 없어! 이러면 이건 그냥 이상한 놈이잖아. 일상 돌리는 사람은 돌리는 것이 맞는걸. 사실 뭐 구하다보면 누군가는 돌리자 이러겠지. 뭐. (끌려나감)
시아는 당신을 바라보았어. 다리가 풀려 주저 앉아버린 것이 못내 부끄럽지만 선배가 다가와서 말을 거는데 부끄럽다고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미안해지니까. 하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볼은 아직 더 남았다고 더욱 더 붉어져. 아무래도 이런 못난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은 몇번이든 부끄러운 모양이니까.
" ... 선배 때문에 주저 앉은건 아니에요.. 그냥 저, 운동 같은 건 못 해서 연습하다가 그런거지.. 선배 탓은 아니니까요. "
자신에게 다가와 무릎과 허리를 굽히고 시선을 맞춰오는 선하를 보며 시아는 눈을 잠시 이리저리 굴려. 분명 땀냄새라던가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아무래도 익숙치 않은 운동, 서툴기 그지 없는 행동들을 한 탓인지 평소보다도 땀이 많이 난 상태였으니까. 그래도 다행인건, 오늘도 약을 잘 챙겨먹었다는 점일지도.
" 네..네에.. "
여전히 거칠게 호흡하다가 선하의 나긋한 말에 이끌리듯 천천히 숨을 고쳐, 그러다 자신의 다리를 살펴보는 선하의 모습에 괜스레 두손을 가슴팍에 모은 체로 꼼지락거려. 별다른 감정 없이 그냥 성한지 확인하려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얇고 새하얀 다리를 보이는 것이 괜히 부끄러운 모양이야.
" 선배도 체육관 쓰시러 오신거에요..? 혹시 방해라도 된 건 아닐지... "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한다. 몇번이고 달싹이던 입술은 할말을 정하고 시선을 다시 선하에게로 옮긴 시아가 조심스럽게 속삭여. 혹시나 자신이 이런 못난 모습을 보이면서, 체육관을 쓰는 것도 방해한 것은 아닐지 걱정을 하는 듯 해. 이래저래 연기 같은 것은 아닌게, 누가 보아도 시아의 성격 그대로인 듯한 모습이야.
선배든 언니든, 별로 신경쓰지 않겠다는 투였다. 실제로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고. 달아오는 얼굴에 선하가 웃음을 픽 터뜨린다. "너 그러다 토마토되겠다."라고 말하는 데에 얄망궂은 구석이 있었다.
저때문에 주저앉은게 아니라는 말에 선하는 안심하는 얼굴을 했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야 잔뜩이었지만 괜히 질척거려서 부담스럽게 굴 생각 전혀 없었다. 그정도의 상식은 있었고, 19년간 배워먹은 게 있었다. 선하는 굳이 운동을 못한다는 말을 끄집어 내지 않는 대신 마구 칭찬해주기로 했다. 흑심이라고는 없었다.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모종의 친근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대견하기까지 했다.
"수행평가 준비하는거지? 체육 점수 신경 안쓰는 애들 많은데 넌 따로 연습까지 하는구나? 멋진걸."
예리한 신경이 시아의 반응을 잡아냈다. 땀 흘린 걸 신경쓰는 걸까? 그러나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괜한 오지랖인 걸 알면서도 선하가 중얼거리듯 툭 말한다. "땀 흘린게 신경쓰여? 난 오히려 열심히인 것 같아서 좋던데." 이내 별 말 아니었다는 듯 푸스스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얼핏 보면 잘못들었다 착각할 정도였다.
"음... 사실 난 그냥 심심한 것 뿐이야."
혹여 문제라도 있을까 싶어 한 행동인데, 너무 유심히 봤나 싶어 멋쩍게 웃는다. 그제야 고개를 들고 질문에 답한다. "마침 네가 보여서 말을 걸었고. 방해는 내가 되겠는 걸." 굽히고 있던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방해되지 않게 일어나겠다는 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바로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상대가 원치 않으면 돕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나마 자외선 때문에 형광빛이 난다 해도 변질된 것은 아니고 시간을 두면 원상복귀되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자칫했으면 이 비타민들을 다 버리게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에 홍현은 확실히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건의사항은 없었다. 아직 약재가 부족하지도 않았고 있는 장비들 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회용품들이 많이 사용되긴 했지만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저렴한게 대부분이었고 자금이 부족해질 정도로 자주 모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홍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 건의사항은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나중에라도 건의사항이 생기면..바로 학생부로 가서 건의하면 되겠죠?"
새로 들어온 별하 시트보고 놀랐단 거예요.......oO 금아랑시트를 빨리 뜯어고치지 않으면... (손톱깨물)
캡틴 도움! 도움!! 도움이 필요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늑대와 양이라고 하지만.. 그걸 태어난 병원에서 알 수 있나요?) 본인이 늑대와 양인 걸 깨닫는 시기가 보통 언제쯤이고, 교육 받기 이전의 늑대가 양을 깨물면 그게 양의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까요....???
즐겁게 놀란 건 오랜만인 것 같아. 고마워. 라는 문장에 마음이 훈훈해졌다가, 네가 주고 싶은 게 내 취향이라고 해도 되겠다. 라는 문장에 멈칫했다. ...? 글자로만 이렇게 스윗함이 느껴져도 되는 것인가...? 자칫 잘못하면 플러팅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수박씨는 멘트에 좀 주의하는 게 좋겠다아... 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뭐어, 나한테 플러팅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 플러팅 멘트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오해 같은 건 하지 않는 아랑이 답장과 주고 싶은 것을 고민했다. 뭐해주지이...? 수박씨를 본받아서 자연스럽게 스윗한 멘트 같은 거 치고 싶지만, 난 그런 거 잘 모르고. 주고 싶은 게 내 취향... 이라는 말을 들어도 수박씨에 대해 잘 모르니까 뭘 주고 싶은지 정하기 좀 어렵다는 거지.
< 수박씨 좋아하는 사람 손 들어! 하면 지구가 성게 모양이 될 거야!
수박씨 문장처럼 자연스럽게 예쁘고 달콤한 문장 쓰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그런 걸 잘 못하는 모양이야. (´⌒`。)
준 박하사탕은 입가심으로 잘 먹을게! 수박씨가 준 편지들도 잘 간직할 거야. ...있지이, 혹시 마니또 이벤트가 끝나면 나한테 수박씨의 정체를 밝혀줄 생각이 있어? (*´꒳`*) >
자연스럽게 스윗한 멘트 같은 건 모르겠으니, 아이돌 춤 커버 영상에서 본 주접 멘트를 적어보았다. ...이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상냥하면서도 잔잔한 스윗함이 느껴지는 예쁜 문장은 생각이 안 난다는 거야. 애교는 있어 보이지만, 스윗함 같은 건 1도 느껴지지 않는 제 메모지를 다시 한 번 읽다가 포로록 한숨을 내쉬었다. 고심 끝에 고른 답례품은 무난한 디자인의 연습장이다. 이거라면 남녀 누구나 쓸 수 있을 법하고, 학생이니까 언젠가 연습장은 필요할 테고, 가격도 부담 가지지 않고 주고 받을만한 상식선의 선물이지! 이모저모 꼼꼼하게 따져 골랐으니 취향 저격까지는 아니어도 싫거나 불쾌한 선물은 아닐 것이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흙이 묻지 않게 잘 포장된 답례품 위에 귀여운 포스트잇을 붙였다. 포스트잇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지우개도 하나 얹어놓았다. 키 작은 나무들이 마니또가 오기 전까지 제 선물을 잘 지켜주길 바라면서.
>>912 하하 나는 이해했지롱 캡틴은 신세대!!!!!(안궁금했어요 >>913 앗 왜 고치시나요 겹치는 점이 있었나요 ㅎ▽ㅎ??
병원에선 알 수 없어요 아이가 유아기를 거치며 점점 자라나면서 늑대와 양이 그 나잇대 시기에 보이는 행동발달로 판단합니다 (보름마다 지나치게 외로움을 많이 탄다거나, 울음이 많다거나/주변아이들을 깨무는 것을 좋아하고 무언가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거나..등등) 본인이 난 늑대다! 양이다! 깨닫는 시기는 보통 유치원졸업~초등학교 입학때부터 아이의 두뇌발달이 뚜렷해지니 유치원 때 늑대와 양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이해한 뒤부터-부모님이 너는 양/늑대니까 조심해 라고 일러주신 뒤부터 확실히 정체성을 알게되겠죠? 교육 받기 이전 늑대가 양을 깨물면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어린아이인 늑대는 자제성이 떨어지긴 해도 인간의 손에서 자리기 때문에 본능이 정신을 모두 지배할 정도는 못되기 때문에 심하게 깨문다기보단 딱 어린아이끼리의 장난(흔히 강아지들끼리 물고 장난치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호칭은 선배로 하기로 정했는지, 시아는 얄망궂게 놀려오는 선하에게 작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해. 안그래도 얼굴이 뜨거운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원인 제공의 당사자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더욱 화끈거리는 것만 같아서 괜히 선하를 바라보게 돼.
그래도 선하 탓에 주저앉은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자 밝아진 얼굴을 보니, 시아도 안심이 된 듯 옅은 미소를 지어보여. 그저 자신의 부족함으로 주저앉은 것 뿐인데, 그 책임을 남이 느끼는 것은 옳지 않기도 했고, 시아가 바라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 그...그...그래도 어느정도는 해야 선생님도 신경 써주신 보람이 있고, 부끄럽지도 않고, 친구들이랑 어느정도는 했다고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
대견한 듯 칭찬을 해오는 선하의 말에, 시아의 눈이 한순간 커져. 그러더니 부끄러움이 다시 차오르는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천천히 대답을 돌려줘. 점수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노력의 문제일 뿐이라고.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정도로는 되어서 같이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 뿐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너무나도 못해서, 특별한 취급을 받고 싶진 않았으니까.
" 괜히 땀냄새 때문에 선배 기분이 나빠질까 싶어서.. '
툭 말하는 선하의 말에, 눈치를 살피던 것이 들킨 것을 알아차린 시아는 한순간 윽, 하는 소리를 내지만 이미 걸린 마당에 숨길 것이 뭐 있나 싶은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지금도 괜히 이상한 냄새라도 나는건 아닐가 걱정이엇으니까.
" 그.. 혹시 달리기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선하 선배..? 저보다 훨씬 잘 하실 것 같아서.. "
왠지 운동을 하는 느낌이 나는 선배였으니까, 멋쩍게 웃고는 어디론가 가려는 듯 몸을 일으키는 선하에게 다급하게 시아가 불러세우듯 말을 건다. 왠지 이대로 보내면 아쉬울 것만 같은 만남이라서, 그리고 왠지 좀 더 이야기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도움을 바라는 손길을 내밀었다.
어서 와라. 려문주 안녕안녕! 사실 어제라면 내가 그대로 돌려도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오늘은 내가 일상을 킵하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아서 (+미안해서) 힘들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 오늘 끝날 수 있는 일상이라면 상관없긴 한데 그게 아니라면... 다음에 돌려도 좋을 것 같아.
>>928 유신이가 하는 플러팅은... 항상 패턴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대체로 상투적인 언행 위주로 시작된다! '어울린다', '예쁘다', '멋지다', '귀엽다' 같은 표현이랑 이것저것 은근 마음 있는 것처럼 구는 행동들... 그러다 꼴에 애교랍시고(...) 뭔;가;;를 부리기도 하고 상대의 눈치를 적당히 봐서 스킨십도 시전한다! 왜냐면 유신이 자체도 선 넘지 않은 적당한 스킨십을 좋아하는 놈이기 때문이지! 그러다 점점 무슨 애인이라도 대하듯한 행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안 그런 척 스멀스멀 기어오다가 훅 들어오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캐해를 못 마쳤기 때문에 확언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느낌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해해주면 꼬마워용 >.0!
>>945 내가 이런 연애스레를 관전할때마다 느끼지만 꼭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이 플러그 달성을 하고 있더라구. 그러니까 난 구경할거야. (하늘:(끌고 감)) 일상? 같은 반이니 러닝기간동안 한 번은 보고 싶지만 오늘 내로 끝내기엔 아랑주가 되게 힘들 것 같아서. 걍 다음에 찔러주면 좋을 것 같아.
>>945 앗 그런데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라면 그 정도도 충분히 트라우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도 어린아이에게 큰 개가 장난친답시고 달려들었다가 넘어져서 피나고 그러면 트라우마로 반영되는 경우가 있긴 하고 트라우마는 개개인마다 다른 부분이라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본인이 상처였다면 상처인거죠 ㅎ▽ㅎ 유아기 때의 늑대들은 페로몬을 맡으면 앗 맛있는거! (이빨도 다 나지 않은 유치로) 친구 앙냥냥 할짝 달라붙기 하는 그런 느낌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덩치가 큰 아이가 그렇게 붙어들면 무섭기도 하고 그렇겠죠 ㅎ▽ㅎ 케바케~지 않을까요
>>951 배려해줘서 고마워. 주말과 월요일 저녁까지는 내가 친구랑 놀러가서 일상이 힘들거든. 그래서 일상을 구하고 있지만 오늘 끝날 수 있는..그런 일상으로 일단 구하는 중이다보니. 사실 내가 생각해도 되게 이 자식 뭐지? 하는 느낌의 발언이라서.. 그냥 잡담이나 할까 생각 중이야.
음. 아니야! 이렇게 얘기해줬으니 된거다! 사정이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거고, 급하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나중에라도 이야기를 해주면 난 그걸로 괜찮아.
>>957 (토닥토닥) 가끔 그럴 때가 있긴 해. 이미 날아간 것은 어쩔 수 없는걸. 그러니까 이현주. 지금은 시원한 물이나 혹은 좋아하는 것을 먹거나 좋아하는 영상을 보면서 잠시 머리를 가라앉히자. 억지로 글을 다시 쓰는 것보다는 잠시 휴식을 하면 더 좋은 글이 써질수도 있을거야.
앗 그리구 위에서 선관 얘기 나와서! 내가 선관 찌를 때도 있고 안 찌를 때도 있는데 뭐가 파바박 떠오르면 찌르는 편이구 평소처럼.. 머리가 일을 안 하면 가만히 있읍니다.... 나는 선관 자체도 좋아하구 웬만한 관계 다 상관 없어서 혹시 선관 필요하면 편하게 찌르시면 됩니다 ㅇ.< 당연히 초면도 짱 좋아함~~!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하늘이와 같은 중학교 출신이어서 당시 음악부 관련으로 하늘이에게 있었던 일을 아는 이 (=하늘이가 동아리를 하지 않는 이유를 제대로 아는 이) 정도의 선관은 있었으면 하고 생각도 되네. 소꿉친구는 내가 차마 못 구하겠고 그나마 조금이나마 인연이 있는 이 정도는 이것밖엔 없을 것 같네. 사실 비랑주의 아이디어를 기출변형해서 만든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하더라.
나중에 환영해준 사람도 일일이 앵커는 못 달지만 안뇽안뇽이야~~~~~~~~~~~~~~~~~~~!!!! 만반잘부!
유신이의 플러팅에 관해 부언하자면... 상당히 여우스러워서 누가 봐도 '이거 어장 아님????' 싶은 수준의 무언가다... 절대로 순애보의 플러팅이 안니야... 평소 쌓은 퇴폐+이성동성밝힘+흑막미소 같은 이미지 때문도 있고... 그냥 플러팅 자체도 분위기가 어장이고...암튼 그럼🤔 문제는 이게 유신이 본의는 아니라는 것,,
>>936 슬혜의... 밀당력이 장난 아니에요... <:3 우리 아랑이 슬혜 앞에 서면 좀 휩쓸리지 않을까....??? (아직 안 만나봐서 모르겠음) 고양이 앞의 (다람)쥐가 될 거 같은데 어케 될지는 모르겠네요... ㅎㅁㅎ
>>947 이현주도 안녕하세요!! (쓰담쓰담쓰담) 오늘은 좀 괜찮으신가요..!!
>>949 화력 넘 좋아요..... (쓸려감)
>>948 상투적인 언행 정도라면..... 초면이면 우리집 금아랑이 백 퍼 못알아먹겠군요! >:D (와하하) (일부러든 진짜 모르든) 애교랍시고 부리는 무언가가 몹시 보고 싶네요... (큽) (초면도 재밌을 거 같은데) (애교도 보고싶어) 대화는 잘 받아주는 편인데 스킨십 하려고 하면 슉 피하는 애한테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3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아... 우리집애가 스킨십 덜 가리는 애였다면 더 재밌었을 거 같아서 손수건 물어뜯)
아랑이 성격상 초면 플러팅이 더 무난하게 흘러갈 거 같으니까 나중에 일상에서 봐요! ㅇ.<
>>950 ....? (금아랑 봄) (쟤 어디에 플러그가 꽃혀있단 말인가...?) 구경하는 사람이 먼저 품절되는 경우도 보았단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이는 끌고 갈 수 없습니다! <:3 하늘이랑 하고 싶은 상황이 있긴 했는데... (여름에 있을 상황이다) (지금 봄인데 말해도 되나...??)
반창고 세 개를 보고 조금 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마법의 부적', '갑자기 행운이 찾아오는 부적', '마음이 편안해지는 부적'... 어쩌지, 다치지 않았음 좋겠다 했지만, 오늘 운동장에서 무릎이 조금 까져버렸다. 최민규는 한참 고민하다 마법의 부적 쪽을 택해 무릎에 붙였다.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행운도 찾아오겠지. 일종의 어거지다.
연습장 한 장을 부욱 찢어 그 위에 글씨를 꾹꾹 눌러 썼다. 저번에는 미처 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답장을 써주는 게 맞겠지.
[고마워. 다치지 말라고 해줬지만 이미 하나 써버린 건... 미안하지만.... 다음부터는 안 다치게 조심하겠다고 약속할게.
>>988 무슨 소리야! 당연히 >>986의 유신이지! 하늘이는 그냥 피아노를 즐기는 소년 A일 뿐이야!
>>990 아앗. 문하주가 문제가 아니야! 내 일정이 문제인거지! 내가 이번에 킵하면 월요일 저녁까지 쭉 킵이라서 그게 걸려서 그러는 거니까. 그래서 다른 이들과의 일상도 좀 생각해봤지만 조금 미안해서 결국 일상은 월요일 저녁에 구하겠다고 한거고!! 뭔가 시간에 쫓기듯이 해도 재미없을 것 같아서! 그래도 다음에 꼭 여유로울 때 돌리고 말거야! 같은 반 아이들은 어떻게든 최소 한 번은 러닝 기간에 꼭 만날거야! 각오해라 2학년 1반!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