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구보다 잘난 건 말빨, 밖에 없단 말에는 두 세 번 눈을 더 깜박였을까. 아무래도 무언가 생각할 때, 눈을 깜박이는 게 버릇인 성 싶다. 저건 그냥 하는 말이겠지, 응. 최민규는 강해인을 여러 모로 퍽 높게 사고 있었다. 시게를 힐끔 보았다. 이미 농구하러 가긴 글러먹은 것 같다.
"바쁜지 몰랐어."
빈정거림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몰랐다.'.
"그럼, 가끔 도와주면 말이야. 가끔 도와주면,"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생각했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 도와줘야 하나, 단어 선택을 잘못 한 걸까. 아니, 그런 거 신경 안 쓰려나. 또 한참 고민한다. 꽤나 답답한 화법이다. 진지해질 때면 종종 이 사단이 나곤 했다.
그리고 누군진 알 수 없으나 하늘이의 마니또인 분. 음. 내가 주말에는 아마 반응이 진짜 좀 많이 어려우니까..혹시 그나마 토요일 오후에는 숙소 잡고 친구 기다리고 있을 거라서 그때 뭐가 날아오면 보고 반응을 바로 써줄 수 있긴 한데 친구와 합류한 이후라면 정말 헤어지고 집에 올 때까지 반응이 일절 없을거라서..
그러니까 주말에는 괜히 안 보내도 된다라고 미리 언급을. 그래도 혹시 보내면 돌아오고 확인해서 한번에 올려줄게!! (석고대죄) 미안하닷!! 갑자기 반응 없다고 섭섭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물)
오늘의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의 활동은 바로 연날리기. 마침 바람도 나쁘지 않게 불고 있어 연을 날리기엔 꽤 나쁘지 않은 조건이 아닐까 하고 주원은 생각했다. 연을 날리기에 마땅한 종이가 없을까 생각하던 주원은 마침 오늘 쪽지시험 뒤 돌려받은 프린트(점수는 92점)를 떠올렸다. 크기도 그렇고 종이의 재질도 적당하지 않을까.
학생들의 개성을 죽이는 공교육에 반항한다! 라는 대단한 혁명같은 생각은 없었지만, 쪽지시험 프린트로 연을 날리다니, 주원은 터져나오는 장난기와 두근거림에 "이히히."하고 혼자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며 부실에서 혼자 연을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적당히 얇은 플라스틱 막대기 2개를 구해 십자가를 만든 뒤, 프린트를 조금 잘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만든다. 그 다음 종이의 4개의 꼭지점에 구멍을 뚫고 실을 넣어 나무막대에 꿰었다.
수평한 나무 막대의 좌우에 실을 묶은 뒤 나무막대가 교차하는 가운데에 연줄이 될 실을 묶었다. 꼬리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이왕 한다면 화려한게 좋지 않을까? 주원은 얇은 종이를 잘라 금색을 마구 칠한 뒤 연의 각 세 꼭지점에 꼬리를 달아두었다. 이러면 흰 종이가 날고 있어도 금색 꼬리가 휘날려 잘 보이겠지?
연을 완성한 주원은 터져나오는 기대감에 와다다 하고 복도를 달려 옥상으로 올라갔다. 기분 좋게 부는 바람과 청명한 하늘. 연날리기에 이것보다 더 좋은 날씨가 있을까? 절대로 학교를 향한 반항이나, 공교육을 향한 감자주먹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쪽지시험 프린트로 하는 연날리기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인 것이다!
주원은 옥상의 난간까지 가 연종이를 휙 던진다. 다행히도 연은 바람을 타고 천천히 떠올라 옥상 난간 바깥까지 나가 연 겉면의 테스트 문제들과 금색의 연꼬리가 휘날리고 있었다.
순간 깊은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상대방이 반격은커녕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패 버리면 그건 유효격자인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심판을 보면서 말리지 않은 부장의 살짝 뒤틀린 실력주의를 걱정되는 눈으로 흘겨보다가 말했다.
"앗!! 칼 휘두르는 데 재미 붙이면 좋은 꼴 못 본다! 라고, 부장님이 그랬어요."
하지만 연호 선배가 떴다! 라는 말에는 두 손을 만세 하고 들면서 신나게 맞장구쳤다. "와아앙――!" 어쩌면 저 사람은 자신이 나가떨어질 것을 직감하고 닿지 못할 머리를 치려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같은 제멋대로류 검도의 강자 두 사람이 모여들자 왠지 체육관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것도 같았다. 저런 인간이 이 세상에 둘이나 있다니.. 라고 하는 것 같은?
"원래 검도부 신입들은 다들 하는 일임돠―! 그래도 대련만 잘 하면 무시받는 일은 없으니까 오히려 이게 편해요! 히힛."
품새를 몇 번 가르쳐줘도 암기를 못 하는 바보라고 놀림당한 건 이미 까먹어서 입 밖에 낼 여지가 없었다.
"저는 강철의 여인이라, 지치는 일은 없! 지만, 매점 갈래요 갈래요!! 선배도 지쳤을 거 아님까? 같이 시원한 거나 잡수시죠!"
등에 멘 죽도 가방을 다시 제대로 을러매고, 얼이 빠진 채 바라보고 있는 검도부 사람들에게 찡긋 하고 장난스러운 윙크를 보냈다. 그런 다음 앞장서서 폴짝폴짝 뛰듯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고양이 하렘이라는 설정 보고 느낀 건데 고양이(고양이 같은 사람)가 반해 버리는 전개가 나올 것 같아 🥰💗 나중에 가서는 고양이가 모여드는 거 보고 다가와서 꾹꾹이 하고 질투하는.. (개인적인 바람일 뿐) >>245 확실히 2인칭으로 '너'보다도 '선배~'가 어울리는 인상을 의도해서.. :3 그치만 동학년 조합도 로망이 있는걸!
>>283 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식의 놀림인지 자세히 알고 싶은데, 나중에 동접해서 시간 맞으면 그때 선관스레 가요! 아랑이.. 고양이 싫어하진 않는데, 고양이랑 가까운 것보단 그냥 약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쪽이 좋고... 다가온 고양이가 개냥이 타입이면 조금 당황하고... (얌전한 다람쥐됨) 안 다가오면 고양이랑 같이 거리유지하다가 같이 고양이 눈인사나 해보고.... 집사는 못되고, 랜선집사만 할 거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 하: 352 거짓말/연기는 잘 하나요? "...필요없어, 그런 거." 304 선풍기vs에어컨 "글쎄. 쓰려면 둘 다 쓰니까." 272 순발력은 어느 정도? "...그럭저럭, 복싱 특기생 할 만큼."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해, 달? 둘 중에 어디?" 문 하: 어느 쪽도 싫어. 그렇지만 어느 쪽도 없으면 안 되니까.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어떤 목소리로?" 문 하: ...내게 누군가한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없어. "소원 한 가지를 빌 수 있다면? 뭐든 좋아." 문 하: ......... 문 하: 딱히. 말하고 싶지 않네. 문 하: 빌어봐야,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
남주원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부실로 향한다. 언제나와 같이 사람을 모으진 못했지만, 뭐 그러면 어떠랴. 언젠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것을 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부실의 문을 열려 하자 문고리에 검은 비닐봉지가 걸려 있었다.
"으응?"
뭘까. 설마 봉투를 열면 안에서 폭죽이 펑펑 터지지 않을까? 혹은.. 폭탄?! ..그럴리가 없겠지. 주원은 별 의심 없이 검은 비닐봉지를 문고리에서 가져와 안을 살펴본다.
안엔 USB와 딸기쥬스 하나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쪽지도. 주원은 먼저 쪽지를 읽어보았다. "바쁘진 않은데 말이지."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지만 듣는 이는 없다.
마침 노트북도 있었으니, 주원은 부실에서 노트북을 켜고 그 USB를 넣은 뒤 들어있던 딸기 쥬스에 빨대를 꽂고 조금씩 쥬스를 마셨다. 헤드셋을 쓴 뒤 음악을 재생하곤 눈을 감았다.
마치 광활한 바다를 숨이라는 제한 없이 마음껏 헤엄치며 모험하는 그런 기분. 듣고 있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부실에서 뛰쳐나가 어디라도 좋으니 뛰놀고 싶은 그런 기분이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곡이었다.
"으으으으, 좋잖아 이거! 다음엔 직접 치는걸 보고 싶어지는걸."
주원은 그 음악을 몇 번이나 재생하며 콧노래로 음을 따라불렀다. 조용한 동아리 동아리실 복도에 콰활한 콧노래가 홀로 울려퍼졌다.
//음악 찾아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하늘주!!!!!!! XD!!!!!!!!! 주원이를 위해.. 직접 음악을 찾아주시다니.. 감동.. 언제나 생각하는거지만 하늘주는 정말 상냥해요!! 천사야!! 우리 어장엔 천사가 많아..😇😇😇 정말 고마워요!! 하늘이와의 일상 정말 즐거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