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긴, 나도 옛날에는 그랬어. 나, 사실 둥둥 뜨는 법보다 발장구 치는 법을 먼저 매웠을걸?"
선하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물에 뜨지 못할까봐 좌불안석한 것도 아니었고, 부유하는 감각을 참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몸을 맡기는 것이 불편하고 답답했었다. "나도 제법 속 섞이는 학생이었지 아마?" 참지 못하고 물장구부터 쳤다. 무형의 물을 이기려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엿다.
"그래도 물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라 다행이다."
머지 않아 선하가 푸핫,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풀장 안에서 가만히 서있을 사하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우습고-나쁜 의도 아님- 귀여울 게 분명했다. 안오면, 뭐 어때. 아쉽고 말 생각이었다. 굳이 수영장 아니어도 만날 일은 많았다.
"그래? 그러면 나중에 뭐라도 입에 쥐어주던가."
간식이라도 사주게? 제 성격 못버린다고 걱정하는 상대의 주머니를 털어먹으려 했다. 심보가 고약하다. 삼시세끼에 밥 버금가는 간식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입장에서 굳이 사하에게서 음식을 뜯을 필요는 없었지만 약속이나 한 번 더 잡아서 얼굴 보자는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선하는 입 작은 척 한동안은 입다물고 있을 생각이었다.
"둘 다 대단하니까 닮은 거 맞네!"
라고 박수치며 말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아무거나 붙들고 접점 찾으려 난리다. '나중가면 우리 이목구비 개수가 똑같네? 닮았다.'라는 망발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레스를 쓰면서도 어? 아닌가? 짝수가 되어야하나 하고 혼동이 왔던 이.) (캡틴이 참여를 하면 이라고 생각했으나 캡틴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니 조금 애매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한 이.) (그러면 어차피 주말에 못 오니 내가 또 빠져도 상관없다고 해야할까라고 생각한 이.) (이 모든 사고 방식이 1분만에 완성된 이.)
첫눈에 반했다는 말 같은 건 안 믿었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순간의 얄팍한 호감.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 일 자주 있으면 큰일나죠."
상상만 해도 싫다는 듯 사하가 고개를 저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디 한군데엔 큰일이 생길 거다. 그러니까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디 한군데엔 반드시 큰일이 생길 수밖에. 물론 사하의 생각이다.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머리 열심히 굴려야겠네."
만들 수 있는 간식이라면 역시 디저트가 떠오르는데, 그쪽으론 조예가 깊지 않아서. 애초에 깊게 파는 게 거의 없었다. 한 우물만 파는 쪽이랑은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얕게 여러 개 파는 것도 아니고. 아마 선천적인 게으름과 연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안 해서 불리할 일 아니면 굳이 열심히 안 하는 거. 그냥 적당히 선선한 곳에서 가만히 숨이나 쉬면서 멍 때리는 일이 좋다. 눈 앞에 스크린이나 커다란 그림이 있으면 더 좋고. 그거 보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안 들거든.
"다음 번에 만날 때 우리 할 거 많은데요."
무릎을 짚고 일어난 사하가 작게 웃었다. 왼팔 소매를 걷어 시계를 확인하니 대충 짧은 영화 한 편 끝나있을 시간이다.
>>172 뭐, 사실 이번에는 조금 나도 이기적이 되어볼까 해서 참여신청을 내보긴 했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미안한 것도 있어서 말이지. 누가 하늘이의 마니또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이것저것 준비해도 주말이라던가 그땐 내가 친구와 놀면서 상판 좀 볼게 하고 상판 접속하진 않기 때문에 반응도 없을 것 같고. 대신에 돌아오면 바로바로 하나하나 다 해줄거야! 이건 저 인간은 정말로 진지한 인간 밎나?! 라고 생각되었을지도 모르는 하늘주의 진지한 멘트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널부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