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경청하게 되는 얘기다. 고양이 1타 강사라고 해도 될 것 같아. 이런 선생님한테 수업 받으면 수능 고양이 영역 1등급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자기 고양이 이름을 글쎄, 하고 얼버무리는 사람이 있나? 가끔 까먹을 정도로 엄청나게 길거나 복잡한 이름? 사하가 이해 못한 표정으로 보다 <아.> 뱉는다. 이제야 깨달았다. 대답은 <글쎄요.>가 아니라 <글쎄예요.>였다. 고양이 이름이 <글쎄>인 거구나.
"이름 귀엽네요."
속으로 몇 차례의 글쎄를 중얼거린 사하가 말했다. 너무 반복했더니 이제 글쎄가 어떻게 생긴 글자였는지 까먹을 것 같다. 당연히 그냥 하는 생각이다.
"겸손은. 저에 비하면 충분히 숙련되셨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눈을 가리키는 건 준비 동작인가? 사하가 홀린 듯이 슬혜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입술이 절로 모여 감탄사가 새어나왔다. 상당히 활동적이다. 예상은 무슨, 쫓기에도 급급해 보이는 고양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는 건 덤. <고생했어요.> 작게 웃으며 슬혜에게 말했다. 열중해서 놀아준 게 효과가 있는 걸까. 어째 고양이도 조금 지친 것 같다. 고양이 표정 읽는 능력은 없으니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돼요?"
감동 받은 사람의 얼굴이 된다. 아무리 같은 학교라지만,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이런 호의를 받아도 되나. 내가 고양이한테 츄르를 주는 영광을 누려도 되는 걸까. 하지만 다가온 기회를 걷어 차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사하는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츄르를 받아들었다. 츄르를 뜯어 조심조심 내밀자 킁킁대던 고양이가 천천히 다가온다. 놀라게 할까 봐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가까이 오더니 츄르를 받아먹는 모습을 봤을 때엔, 거의 울기 직전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홍현이 직원을 신경쓰는 걸 알아챘는지, 못 챘는지, 이 곳 직원이 꽤 오래 근무했고, 퍽 친절하더란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었다. '알고 보니 옆집 사는 형이더라고.' 하는, 아무도 안 물어본 정보는 덤이다. 긴장하면 말을 많이 하는 편인 성 싶다. 아니, 어색하면 말을 많이 하는 편이란 게 더 옳은 표현이겠다.
"나는 아이스초코 먹으려고."
메뉴판에 한번 시선 뒀다가, 홍현을 바라봤다. 너는?
"내 이름.. 아, 그러고보니 통성명을 안 했네."
멋쩍게 뒷목을 매만졌다.
"3학년.. 최민규라고 해. 그냥 편하게 불러, 응. 오며가며 얼굴을 본 것도 같은데, 이름이 누군지 생각이 안 나네."
'오며가며 얼굴을 본 것도 같다'는 그저 같은 학교라 한 말일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도 그랬고.
도망다닌다니. 설마 우리를 피해다니면 된다고 믿고 있는걸까. 허허, 어떻게 생각하면 귀엽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어리석다. 이걸 우리가 면대면으로 통보해야하는 일도 아닌데 ... 하지만 그걸 모를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도피성으로 도망을 다닌게 아닐까싶다. 그렇게 내가 편법을 알려주자 다시금 고뇌에 빠진 주원. 입으로 신음소리까지 내더니 결국 내린 결론은 안되겠다, 라는 것이었다.
" 말 그대로 편법이니까 거짓말 맞지. 나도 그렇게까지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었어. 말그대로 이런 방법도 있다- 수준이니까. "
물론 걸릴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겠지만 만약 걸렸을때의 파장은 무시 못할 것이 되어버린다. 그때는 나도 어쩔 수 없을테니까 ... 리스크를 짊어지고 계속 운영할바에는 안정적인게 좋겠지. 그렇게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하나 둘씩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왜 동아리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얘기. 사실 거기까진 관심은 없었지만 ... 그래도 하는 얘기니까 듣기는 해야지.
" 만들어진 목적 자체는 괜찮은데 동아리 이름이 그런 식이라 안오는걸수도 있지 않을까? 진로결정부 이런 이름이었으면 그래도 더 낫지 않았을까 ... "
라는 말은 너무나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동아리 이름은 예전에 결정된거고 지금 그걸로 얘기를 해도 이미 다 지난 얘기를 하는 것이니까. 다만 이 동아리를 도와주고 싶은 것은 진심이라서 학생회 차원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보다가 결국 결론을 내린 것은 하나뿐이었다.
" 일단 부원을 구하는게 베스트! 그렇지 않다면 일단 너네가 사용하는 부실을 최대한 보호해줄께. 더 넓은 곳으로 옮기는건 힘들겠지만. 작년이랑 비슷한 것 같아도 그게 학생회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이야. 물론 모든건 지구에게 물어봐야해. "
학생회가 그렇게 거창한 집단이 아니니까. 이만한 일을 하는 것도 다른 학교에 비하면 꽤나 일거리가 많은 편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말을 마치고서 나는 한번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탁할게 있으면 언제던 찾아와. 나는 3학년 2반 교실이나 학생회실에 주로 있으니까. "
안녕안녕! 어서 와! 규리주! 음. 챙겨주려고 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위에서 문하주가 답레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 일단 그쪽 일상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먼저 돌리는 사람이 있고 답레를 기다리는만큼 새로운 일상을 돌리면 원래 돌리던 이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