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랑주 >>992 비랑이 아랑이보단 훨씬 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 어깨동무 하려다가 껴안기가 되버릴 거 같네요...ㅋㅋㅋㅋㅋ 약간.. 비랑이 한팔에 아랑이가 잡혀버리는 느낌으로...ㅋㅋㅋㅋㅋㅋ와! 비랑이 첫인상 보니까 왠지 2-1 보편적인 아랑이 첫인상이 얘가 나랑 동갑? 이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버려요..!! 욕심 못 버리는 비랑주가 너모 귀여워요 ㅎㅁㅎ
지구캡 >994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겨드랑이 냄새 비유 알기 쉬운데 너무 웃겨요!
>>지구캡은 보아주십쇼2<< 저 지구랑 선관 안 까먹었어요... 전에 캡틴이 흘린 1학년 많이 들어오면 멘토 - 멘티... 라는 레스를 얼핏 보았는데, 아랑이가 지구의 멘티이고 싶단 생각을 해써... 근데 지구캡의 생각이랑, 지구캡의 아이디어 뱅크도 보고 싶은 것이야요 <:3
전판 너무 빨리 쓸려가서..... 8ㅁ8 뒤늦게 답니다! 8ㅁ8 좀 늦게 봐서 늦게다는 거예요....ㅠ 새로고침 타이밍이 안 맞아부렀다
주원주 >>996 근본이라면.... 예전에 크게 바뀐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가짜빛 독백 생각함) 그때 이후로 또 크게 바뀔 일 안생기면 <:3 엇.. 지금보다 확실히 나뉘게 되는 건가요...?? <:3 주원주가 해주는 주원이 캐해가 진짜다! 물어보면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항상 좋아요 ㅎㅁㅎ저도... 주원이가 무슨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해요!
>>18 그러니까 이제는...!<< 물론 그것도 조오금 바꾸긴 했지만요. 음 어떻게 바뀔진 모르겠어요. 아마 무슨 경험을 하고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아직 고등학생이기도 하고! 영향받기 쉬우니까요. 으어어 그건 단지 제가 아직 주원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겠지요... 아직 나도 잘 몰러(???)
너는 항상 그랬지. 뭐만 하면 바보같이 웃고, 얼빠지게 돌아다니다가 몸개그를 보여주고. 또 나는 배꼽빠지게 웃고. 그게 어느새 일상처럼 되었다. 너는 언제나 나를 보면 달려왔고, 그럼 나는 달려오는 너에게 뛰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다.
하지만 그런 평온함에 모두가 속아버린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넘어질 때 부모님은 왜 네가 넘어지는지 알아봤을테고, 그랬다면 너는 어느날 갑자기 평소처럼 넘어진 후로 다시 못일어나게 되진 않았을테니까. 그 달콤한 평온함에, 즐거움에 모두가 속아버린거다. 나까지도 속아버렸다. 그래서는 안됐는데.
너를 원망하는 소리도 들었다. 왜 이렇게 될때까지 아무 말도 안했냐면서.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도 지금까지 속아왔으면서, 속으면서 눈을 돌렸으면서. 왜 저녀석에게 화살을 돌려버리는걸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 있잖아. "
어쩐지 어제보다 가늘어진것 같은 목소리로, 네가 날 불렀다.
" 왜. "
나는 평소처럼 대답했다. 시선은 너를 향해있지 않았다.
" 이번 겨울에는, 같이 눈사람 만들자. "
눈사람, 눈사람이라. 나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겨울은 이미 코앞에 다가와있다. 첫눈이 내리기까지 얼마 안걸릴 것이다. 너도 병실인데 점퍼를 입고있잖아. 현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와... 자꾸 귀엽다고 하시니까 왠지 안 귀여운 금아랑 보여드리고 싶어져....ㅋㅋㅋㅋㅋㅋㅋ 탈선 청소년 되는 금아랑(담배 물어보는데, 아무리봐도 사탕으로 보임..) (담배 피는 거 맞음...) 이런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51 사람이... 언제나 귀엽기만 하겠습니까...... (아련) 금아랑 안 귀여운 모습보고 실망하심 어쩌지 (훌찌락)
>>55 비랑이 천재 아냐....?? 납득해버렸읍니다... 금아랑 오늘부터 좋아하는 숫자 제일 쎈 0 해버림
>>54 겉으로 시무룩 해야지 금아랑이가 알아먹어요.... 8ㅁ8 전 민규한테 쓰다듬어질 가능성이 있는 금아랑이 부럽다.... ㅇ<-< 업혀도 보고 싶고, 대롱대롱도 하고 싶고, 민규 앉아있으면 옆에가서 앉아보는 금아랑도 다 보고 싶은데.... 8ㅁ8 (초면한테는 그러지 않는 금아랑을 봄...) (금아랑 너 성격 고쳐...)
>>6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랑주 일부러 그러는거죸ㅋㅋㅋㅋㅋㅋㅋㅋ(담배를 물었는데 아무리 봐도 사탕으로밖에 안 보이는 아랑이)상상만 해도 너무 귀여운뎈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지하게 주원이가 그거 보면 엄청 화낼거 같네요... 으르릉 골댕이야... 골댕이도 아깽이는 교육한다...
아랑이는 존재만으로도 귀여워서 아무런 노력하지 않아도 귀여운걸요... 꽃이 노력하지 않아도 향기를 내는 것과 같다...!
>>67 얘가... 겉으로.. 티를 낼 수 잇을까요 (눈물!) 기껏해야 허공에서 손 꼼질대다가 주머니에 찔러넣기가... 최대일것 으아악 말씀해주신 상황 몽땅 다 러블리 아기다람쥐 으악 으악 아랑이가 자기 무서워하는 거 알고 무서워하지 말란 의미에서 주섬주섬 곰돌이 모양 초콜릿이나 사탕 내미는 최민규라든가요 (어? 일상소재 냠냠굿인가?)
크악... 너무 피곤해서 이만 가야겠어요... 다 답레 달지 못해서 미아내요... 이현주 선관 봤어요.. 고개 끄덕임으로 알겠스빈다... ㅇ<-<
ㅋㅋㅋㅋㅋㅋㅋ 뭘해야 안 귀여워 보일까로 고민하는 금아랑 적어야 할까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귀여워 하셔!)( 담배 피잖아! ) 초면인 1학년한테 가서 " 나 안 귀여워 보이는 방법 좀 같이 찾아줄래애? (조금 심각해 보이는 표정) " 좋아! 일상 소재 하나 생각났다...!!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 (스르륵)
7749%이현주(50%이현주는 주원주 뱃속에 있고 1%이현주는 주원주 목 속의 찌꺼기로 있음)
(a6trzvsXl6)
2021-08-10 (FIRE!) 03:24:02
(약 반쪼가리가 된 이현주의 모습이다.) (약간 더 찌그러져서 식칼처럼 된 이현주의 모습이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지러지고 있는 달이 휘영청 밝았다. 어설프게 깨어버린 잠은 영 다시 들지 않을 모양이다. 밤바람에 벚꽃이 지고 있었다. 문득 귓전에 오늘 하교하면서 귀에 들렸던 말이 다시 들렸다. ○○아, 소원 빌었어? 자신에게는 그 누구에게서도 건네어지지 않을, 걱정과 배려 그리고 호기심이 어린 질문.
그것들은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처럼 스쳐간다. 걱정, 배려, 호감, 선망, 우정, 밝은 웃음. 누구에게는 벚꽃으로 아름답게 수놓일 그것들은 그에게는 손이 닿지도 않는 저 머나먼 하늘을 빠르게도 스쳐 흘러가는 구름처럼 곱고 옅으면서도 아련하게, 스칠 여지도 주지 않고 저만큼 멀거니 흘러가버린다.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어린 소년만이 자신에게 건네어지지 않은 질문에 바보처럼 혼자서 멍하니 누구도 듣지 못할 답을 그려보고 있다.
아니. 빌지 않았어.
이건 그 누구도 이룰 수 없는 소원이고,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소원이니까. 그러니까 그 누구에게도 빌지 않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 차갑게, 안고, 죽어가려고.
이것마저 없으면 내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으니까.
문득 가슴 한가운데가 동그랗게 뜯겨나간 것 같아서 그는 앉은 채로 이지러진 달 아래 가만히 눈을 감았다. 어설프게 깨어버린 잠은 영 다시 들지 않을 모양이다.
산들고에서 매년마다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마니또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이제 반끼리 하는 것이 아닌 전교생을 섞어버리는 엉망진창 마니또. 선후배간 원만한 교우관계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그것을 랜덤으로 섞는 선생님들은 상당한 애를 먹는 모양입니다. 또한 마니또로 이어진 인연이, 특별한 관계로 맺어진 경우가 흔한만큼 학생들도 매년마다 꽤 고대하며 선후배 할 것 없이 적극인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노려 뜻밖의 새 친구는 어떤가요? 둘만의 비밀이 생긴 기분은 어때요? 과연 당신은 누구의 마니또가 될까요? 또 당신의 마니또는 누구일까요?
*전통적인 마니또 이벤트입니다. *참여를 희망하시는 분은 아래 이벤트용 웹박수에 "캐릭터이름/마니또로사용할이름" (ex.사나늘/당근) 을 보내주세요. https://forms.gle/kcRAXMVNmfKJwAiD6 *참여 희망 웹박수는 수요일 밤 10시까지 받습니다. 수요일 밤 10시 이후 마니또 대상자가 공개됩니다. (ex. 당근은 온지구의 마니또입니다. 당근아 지구를 잘 부탁해!) *마니또 이벤트는 다음주 월요일 밤 10시까지 진행됩니다. 그 전까지 열심히 친구의 수호천사가 되주세요. *작고 귀여운 수호천사가 되는 법은, "비밀친구이름/수호천사의 마법" 양식으로 친구를 도와주세요. (ex. 당근/ <안녕 나는 당근이야 어쩌구 내가 누군지 맞춰봐!> (초콜릿선물동봉) or 당근/(지구가 자리를 비운 점심시간, 지구의 책상 서랍에 지구젤리를 잔뜩 넣어두었습니다. 지구가 기뻐했으면 좋겠어요..어쩌구 등 장문/단문/편지 상관x) *이벤트가 끝나는 월요일에 모두 자신의 마니또로 추정되는 인물을 지목하게 됩니다. 마니또를 맞춘 인물에겐 작은 보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벤트 종료 후 이왕이면 직접 '내가 너의 마니또였어' 라고 캐릭터 간으로 밝힌다면 더 재미있겠죠? *모두 열심히 친구를 도와주세요, 또 꼭꼭 숨어있는 비밀친구를 잘 찾아주세요. 그러나 마니또는 자신의 정체를 들켜선 안됩니다.
*서로 즐겁자고 하는 일입니다. 나 하나쯤이야..하고 받기만 하는 건 금물이에요. *따라서 참여 조건을 걸겠습니다. 최소 3번 이상 친구를 도와주시지 않을 분(웹박수를 보내시지 않으실 분)은 참여를 지양해주세요. *수호천사 일 보내기에 일일횟수 제한은 없습니다. 자신 있으시면 마음껏 보내세요. *마니또의 성의를 생각해서, 받은 것을 확인한다면 캐릭터의 짤막한 반응이라도 남겨주세요. 마니또가 무척 좋아할 거에요. *웹박수로만 도울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에서 만나 스릴있게 직접 티 안나 게 도와준다던가, 활짝 웃어주세요! 포인트는 >스릴<입니다 *다른 궁금한 사항은 질문 바랍니다. 꼼꼼히 정독한 뒤 참여 웹박수를 보내주세요.
*마니또:나무위키* -그 친구가 힘들어할 때 슬며시 다가가 도와주자 -그 친구가 모르는 게 있으면 슬며시 다가가 가르쳐주자 -그 친구가 담당하게 된 일을 친구 모르게 미리 해놔서 친구의 일을 줄여주자 -그 친구가 없을 때 책상이나 사물함에 먹을 것이나 편지를 올려 두자 -그 친구와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자.(주의 정색 할 수 있음)
>>163 (왠지 모르게라니 대대대체) 아아니 자꾸 이렇게 밤 새시면 건강에 큰일이 나요~~!!!(우럭)
>>164 헉 문하주도 계셨구나! 반갑습니다 새슬주입니다 ㅇ)-(... 좋은 밤이에요! 대체적인 감상은 보이시하구나~ 군요! 저로서는 생각도 못 한 부분이었지만 다시 조용히 듣고 있으려니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네요.
노래 처음의 대사 부분이 새슬이가 혼잣말을 한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나른한 느낌의 너무 낮지도, 여성스럽지도 않은 목소리... 찾기 힘들더라고요...(죽엇음) 대체 다들 어케 그렇게 찰떡같은 목소릴 잘 찾아오시는지.. 저만 모르는 목소리 공유뱅크라도 있는지😞...
>>166 반가워 새슬주u_u (부활시도) 꽤 많은 참치들이 그러던데, 노래를 모티브로 캐릭터를 쌓아올리는 경우도 있더라구. 내가 보기엔 잘 찾아왔다고 생각하는걸. 새슬이의 홀가분해 보이는 이미지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안개 낀 아침 공원 산책로에서도, 노을지는 육교 위에서도 멋있겠네.
>>204 그럼요 그럼요 ^.^,,,!! 문하와 언젠가 꼭 즐겁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ㅇ(-(...
다들.. 일찍 일어난 자였던 것인가... 사실 밤을 새 버린 사람은 새슬주밖에 없었군요 >:3..... 그렇다면 이제 아침반에게 이 스레를 토스하고 자러 가는수밖에.. 다들 오늘 하루, 오늘 일정 파이팅하시고 잘 마무리하셔요~!!!! 저는 자러 가겠습니다 ^.^,,,~~!!!
잠시 갱신이야! 근데 마니또구나. 난 주말에는.. 정확히는 월요일 저녁까지 못 오기 때문에 그때 시간은 확 비게 되는데. 활동 시간땜에 바로 들키는거 아닌가 싶어지네. 그런 의미에서 참여를 이번 것도 고민하는 수밖에 없어지는걸. 일하면서 어쩔지를 생각해보기로 하면서 출근히러 가볼게! 다들 좋은 하루!!
>>212 (도닥도닥 토닥토닥) >>213 그러고 보니 9스레구나 참. >>214 조심히 다녀와 하늘주. 마니또 활동을 웹박수로 보내서 캡틴에게 임의의 시간대에 대신 올려달라고 해보는 건 어떠려나? 물론 캡틴에게도 동의를 얻어야겠지만.. >>215 절세미인은 인정하지만 한물갔다는 간 인정못한다(단호
홍현은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의외로 홍현에게 교칙을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다. 사실, 약학부에 혼자 남은 것도 원래 합의 봤던 얘기인 선생님의 감시에서만 약재를 다루겠다고 한 것과는 달랐다. 그저 아무런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허락 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저 홍현에게 딱 한가지 걱정되는건 담을 넘다가 다치진 않을지, 그게 걱정이었다.
situplay>1596270072>544 [아, 이런. 깜박 잠들어버렸네요. 이게 무슨 추태람😿] [그나저나, 그런 텔레파시는 되도록이면 직접 만나서 듣는쪽이 더 기쁠것 같은데요?🤔🤔🤔] [저는 남고생이 아니니 모르겠지만... 보통 그런걸 별 문제 있다고 하는 거랍니다 선배님,😾] [물론 원하신다면 언제든 만들어드릴 거지만요~😸] [...] [그래서, 본론은 뭘까요? 갈비찜 때문은 아니실거 같고...]
벚꽃의 꽃말은 아름다운 정신(영혼), 정신적 사랑, 삶의 아름다움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그것은 학생들에겐 통용되지 않는 꽃말이다. 흔히 학생들에게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로 벚꽃이 필 때쯔음 중간고사 기간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교정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때 아름다움을 보고 탄식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벚꽃과 관련된 시간의 흐름을 깨닫고 탄식을 내뱉는 사람도 적지 않았으리라.
중간고사 기간에는 당연히 공부를 하는 것이 마땅하기에 나도 열심히 공부를 시작하긴 했지만 역시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통 열시쯔음 아르바이트가 끝나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서 씻고 공부를 시작하면 1시~2시 사이에 잠을 잘 수 있었고 일어나는 시간은 7시 정도니까 평소보다 한 두시간은 덜 자게 된다. 초반엔 괜찮지만 이게 쌓이고 쌓이다보면 피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고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는 사태가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오늘은 다행히도 내가 아르바이트를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학생회실에서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엎드려서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자고 있을때 학생회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지만 아직도 수면을 요구하는 몸은 금방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때 책상을 똑똑, 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힘겹게 눈을 뜬다. 눈 앞에 보이는건 애쉬 브라운 색의 긴 머리, 진회색 눈동자.
" 아녕 ... "
금방 잠에서 깨어나서 그런가 입이 맘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부정확한 발음을 흘려버렸지만 그런거에 일일이 신경 쓸 상대는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거슬리는 왼쪽 머리를 손으로 걷어내며 시간을 확인했다. 곧 야자 시작할 시간이네 ... 그것 때문에 깨운건가. 작년에 같은 학생회로 많은 시간을 보낸 가예는 지금도 종종 얼굴을 보는 일이 있었다.
" 아까 들어온게 너였구나. "
반쯤 졸린 얼굴로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역시 이 정도 쪽잠으로 피로를 해결하는건 불가능했나보다. 그래도 어쨌든 몸을 깨워야하기 때문에 의자에서 한차례 기지개를 편 나는 웃으면서(상대가 보기에는 헤픈 웃음 같을지도 모르지만) 말했다.
" 내가 보고 싶어서 온거야? "
조금 더 자고싶어하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강제로 깨우기 시작한다. 정말 얼른 방학해야 잠이라도 많이 잘텐데.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 그것은 남주원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동아리였으며, 1학년 2학년. 그리고 3학년에 걸쳐 부원은 자기 혼자인 1인동아리인 것이다. 부실을 갖기 위해 그럴듯한 동아리를 신청하는 학생들을 많았으나 남주원이 애매한 형태로나마 동아리 부실을 받고 동아리로 인정받은 이유는,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찾는 과정을 1학년 때의 학생회장이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사실 여러가지 방법으로 구슬리기도 했지만.)
물론 조건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1학년 때의 학생회장이 내건 조건은 2개. 하나는 활동 내역을 레포트로 작성하고 제출할 것. 그리고 하나는 부원을 5명까지 늘릴 것. 이었던 것이다. 첫번째 조건은 클리어 했지만, 아쉽게도 두번째 조건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크개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동아리 활동에 전념하고 싶은 학생들은 정해져있지 않은 활동에 난색을 표했고, 하나는 단순히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위해 동아리를 찾는 학생들은 반대로 무언가 해야한다는 것이 귀찮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노력하기 위한 동아리와 땡땡이치기 위한 동아리. 그 어느쪽에도 들지 못했기 때문에 그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했으며 결국 아직까지 1인동아리인 상태였다.
1학년 때의 학생회장은 그 판단을 2학년 때 학생회장을 맡은 가예에게 맡겼고, 가예는 1학년 때의 학생회장과는 달리 난색을 표했다. 그것이 당연한 반응이라면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하지만 주원의 필사적인 설득 끝에 아예 폐부가 되는 것은 막아내고, 정식 동아리에서 격하되어 '특별활동부' 가 된 것이었다.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결국엔 '동아리'로서 인정받지 못한 학생 주관의 활동이었기에 동아리 활동비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부실도 배정받지 못할 터였다. 가예의 배려라고 해야할지, 동아리로 배정하기 애매한 낡고 다른 동아리들보단 좁은 애매한 동아리방 하나를 배정받았고, 현재는 주원 혼자 그 곳에서 나름대로의 활동을 하며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리고 오늘! 오늘은 바로 학생회장 '지구'와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에 대한 존폐를 갖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 - 아마 잔뜩 털리고 폐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 주원에게 있어서는 학교의 성적표를 받는 것보다 더 떨리고 중요한 날이었던 것이다. 상대는 온지구. 주원이 직접 만난적은 없지만, 주원은 지금까지의 학생회장중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록 동아리->특별활동부->폐부 의 절차를 밟더라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발버둥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아직, 주원의 고교생활은 끝나지 않았다!
주원은 학생회의 문 앞에서 이리저리 서성이고, "으음..." 하고 할 말을 떠올리거나 노크를 하려다 그만두는 등 망설임의 망설임 끝에 학생회의 문을 두드렸다.
"저기...."
'제발 아무도 없어라. 그리고 어떻게든 도망쳐 다니면 애매하게나마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
산들고등학교의 학생회는 어떻게 보면 다른 학교의 학생회와 별반 차이는 없어보이지만 나름대로 학교 내의 동아리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일이니까 학생들의 최고 기관인 학생회에서 관리한다는게 모토인 것 같았지만 사실 귀찮아서 학생회에 일임해버린 것일지도? 학생회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해결해주고 그게 아니라면 학교 측에 연락해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주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
학기 초에는 동아리들 관련해서 새로운 동아리 창설이라던가, 동아리를 폐부 시키는 일들을 하곤한다. 작년 기준으로 활동이 미비했거나 인원이 부족한 동아리를 폐부하는 것은 작년에도 지켜보았지만 하는 입장에서도 잘 내키지는 않는 일이다. 이번 학기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겠거니해서 학생회에 도착하자 몇명의 학생들이 신청서를 건네주었다. 어차피 동아리를 만드는건 자유로운 일이고 웬만한 동아리들은 기준에만 맞는다면 허가해주니까 겉치레이긴 하지만.
" 들어오세요. "
아직 학생회 인원들이 많이 안왔는지 나 혼자 뿐이었다. 사실 사람이 많이 필요한 일도 아니라서 받은 신청서들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서 잡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누군가 학생회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는 소리에 문쪽을 바라보자 금발과 금빛 눈이 기억에 남는 남학생이 모습을 보였다. 굉장히 인상적인 외모라서 잊어버리기 힘들지. 같은 3학년이라 복도에서 자주 마주치기도 하고 애초에 작년에도 이렇게 학생회에 온 적이 있던 것 같은데.
" 어서와. 이름이 ... 아마 남주원이었지? "
그가 여기 온 이유도 나름 짐작이 되었지만 일부러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마침 나 말고는 학생회 인원들도 없어서 아무 곳에나 앉아도 된다고 말한 뒤에 뒤쪽에 올려져있는 주스를 한잔 따라서 가져오며 얘기했다.
노크를 하고 문에 귀를 갖다대는 주원. 부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보지만, 노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들어오세요.'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큿, 누가 있었구나!'마음을 졸이는 주원은 손잡이를 잡고 돌리기 전 "후으으." 하고 힘 빠지는 한숨을 한 번 뱉어내었다. 동아리가 아니라도 괜찮지 않겠어? 하고 이미 거의 포기한채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학생회실엔 지구는 없는 대신 대화는 나눠본적 없지만 기억 속엔 남아있는 남학생이 앉아 있었다. 반곱슬의 보라색머리를 한 차분해보이는 인상을 한 남학생. 그러고보니 2학년 때 동일한 안건으로 가예와 대화를 나눌 때도 앉아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복도에서 한 번 쯤은 마주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사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어, 어어."
상대는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기억하기론 아마 같은 학년. 이었을 것이다. 지구는 없는걸보니 눈 앞의 남학생이 대신 심사를 하게 되는걸까? 하고 얼핏 생각했다.
주원은 해인의 쥬스를 어색하고 경직된 손놀림으로 받았다. 대화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말이지.
"고마워. 잘 마실게."
받아든 쥬스를 한 모금 마셔본다. 그의 말대로 미지근하긴 했지만 지금 주원에게 있어선 쥬스의 맛이라던가, 시원함이라던가는 아마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거, 때문에 왔는데."
주원은 활동 레포트와 함께 동아리 갱신 서류를 해인에게 건네주었다. 활동 레포트는 지금까지 주원이 해왔던 여러가지 활동들. 가령 옥상에서 종이비행기 접어 날리기. 좋은 낮잠 스폿 찾기. 학교 내 비밀장소 찾기. 옥상에서 별구경. 공원에서 자전거 타기. 맛있는 디저크 카페 찾기 등 굳이 동아리로서 활동해야 하나 싶은 것들과 이런걸 해서 어쩌자는거지 싶은 활동들이 적혀 있었다.
동아리 갱신 서류는 여타 갱신 서류들과 다를바 없었다. 동아리 인원에 1명이라고 적혀있는 것 빼고는.
>>309 (보이진 않지만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붙잡고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다.) [...] [...] [...] [뭐, 뭐어. 나도 준 물건에 대해선 빼앗지 않는 주의라.] [줬다 뺏는게 제일 나쁜 행위라잖아?] [...] [응 그런거야.] [어쩌다보니 그게 열쇠일 뿐이고?] [...] [뭐어, 열쇠는 열쇠니까.] [그 용도에 맞게 써주셔도.] [반 아지트 비슷하게 쓰는 곳이니까.] [...] [아무튼! 그.. 혹시, 나중에 시간 괜찮아?] [...톡으로는 다 말하지 못할 것도, 있고.] [그리고 저번에 같이 식사 하기로 했잖아. 약속, 잊지 않았으니까.]
물론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긴 하지만 길고양이를 보는건 그녀에게 있어 소일거리나 마찬가지였다.
천성이 고양이를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잠깐의 일탈일지는 그녀만 알고 있겠지만 가끔 다른 고양이의 털을 묻히고 와도 그녀의 고양이는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눈치였다. 어쩌면 그냥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인가보다.' 정도로만 생각하는 걸까? 그래도 함께 산책하러 나갈 때는 오롯이 자신의 고양이에게만 신경쓰는 것 또한 그녀만의 약속이었다.
물론 오늘은 귀찮았는지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어보일뿐 나갈 생각이 없던 모양이지만,
"......"
다만 오늘은 학교 근처 길고양이들이 간식을 흔들어보여도 그저 주변을 맴돌며 부비적거리거나 발라당 드러누울 뿐, 다들 배부른것 같은 행동을 보이기에 평소보다 더 멀리 나왔을까?
조금 떨어진, 사람들이 자주 오가지 않는 곳이라면 아직은 허기진 고양이들을 볼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골목길을 향해 먀, 하고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내어 보았다.
얼마 안가서 머리를 빼꼼 내놓은 고등어 한마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어째 그 시선은 그녀가 아닌 보다 멀리 떨어진 인물에게 꽂힌 모양이었다.
>>312 [그럼 협상 체결인걸로 할게요~😸] [...] [뭐, 왜 하필 열쇠였는지는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아지트라니, 더 돌려드리기 싫어졌는데요?] [...] [...] [나중에라~] [요며칠은 좀 바쁠거 같지만 그것만 끝나면 저도 시간은 널널한 편이니까요~] [...]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요! 기대되네요~] [...] [...] [...] [이번엔 저녁먹자고 하면서 저를 드시거나 하면 안된답니다~?😼] [😴]
사하는 오늘 동아리를 빼먹었다. 대단한 이유는 없다. 날씨가 좋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시험기간이라고 하루종일 책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질리는데, 이런 시간마저 없으면 우울해 접시 물에 코 박게 될 것 같았다. 도무지 그럴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맞다. 그냥 핑계였다. 그리고 사하에겐 다른 핑계가 세 개쯤 준비되어 있었다. 갑자기 저어기 편의점에만 들어오는 음료수가 먹고 싶어졌다든가, 비타민D 합성을 위해서, 또는 운동부족이라 좀 걸어야 하니까. 이 정도면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넘어가주겠지 싶었다.
저어기 편의점도 지나 조금 더 걷던 사하는 핑계를 확정한다. 역시 운동이 제일 좋은 핑계인 듯하다. 그렇게 걷고 걷고 또 걷다보니 거의 와볼 일 없는 곳까지 왔다. 그래봤자 아주 먼 곳은 아니었다. 사하의 걸음은 느렸고, 그만큼 멀리 가진 못 했으니까. 하지만 평소보다 멀리 나온 덕인지 의외의 소득은 있었다. 엄마, 나 고양이랑 눈 마주쳤어!
"안녕."
동물용 목소리를 내며 몸을 낮췄다.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도망갈까 봐 아주아주 느리게 다가가면서.
"거기도 안녕."
똑같은 교복 입은 학생이 있어 인사했다. 사람이 내는 고양이 소리 같은 걸 들었는데, 아무래도 출처가 이쪽인 듯했다.
>>317 [...] [돌려받을 생각은 없어. 절대로.] [...] [요 며칠은 바쁘구나. 어쩔 수 없지..] [😞] [...] [!!!] [너, 너어어...!] [😠😠😡] [그 일은 언급 금지!😡] [...아무튼, 나중에 봐. 시간 괜찮을 때.]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할게.] [오늘도 건강히 잘 지내.]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 하고.] [...무슨 일 없어도, 뭐....] [아무튼 안녕!]
내 이름을 모르는건가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부학생회장인데 이름 정도는 알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 사실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게 당연하니까. 사실 유명한건 학생회장이지 그 옆에 있는 부학생회장은 잘 모르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당장 1학년때 학생회장 말고 부학생회장 이름을 말하라 그러면 나도 잘 모를테니까. 남주원, 이라는 명찰이 눈에 들어온다. 다행히 이름을 틀리지는 않았네. 그가 건네주는 종이는 역시나 내 예상대로의 것이었다.
" 솔직히 작년에도 보긴 했지만 말이야. "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 라는 이름의 동아리. 아무런 목적 없이 그날그날 즐거운 것을 하는 것 같은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포트폴리오 같은 것일까. 종이비행기 날리기, 자전거 타기, 옥상에서 별 구경하기 등등 지금까지 한 내용들이 다 붙어있었다. 사진을 찍은걸 보면 혼자한 것 같지는 않은데 부원 수에는 정확히 1 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 나는 작년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긴 했었거든. 동아리가 분명한 목적 의식이 있는 것도 좋지만 그냥 그날그날 하고싶은거 아무거나 해도 괜찮은거 아닌가. "
작년에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그땐 학생회장이 가예라서 내가 거들어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 학생회장은 지구이고 부학생회장은 나다. 지구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성격상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이 신청서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게 아니라, 부원이었다.
" 교칙에 따르면 동아리가 되려면 세명의 인원을 확보해야해. 인원만 충분하면 동아리 만드는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
사람들 구워삶는거야 일도 아니다. 분명 학교에서는 이런 설렁설렁한 동아리를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야자도 강제이면서 뭘 하던 제재를 안하는 학교가 이런걸 싫어한다니 말도 안된다. 혹여나 태클이 들어오면 그땐 내가 나서서 해결해주면 되는 일이니까. 사진을 보니까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도 몇 있는 것 같은데.
" 맘 같아선 내가 들어가고 싶지만~ 학생회는 다른 동아리를 들어갈 수 없거든. 그러니까 2명만 더 구하면 될것 같아. "
웃으면서 신청서를 돌려준다. 아직 신청서를 낼 수 있는 기간은 남아있고, 그가 할 일은 2명의 사람만 더 구하면 되는 것이다. 신입생들도 많이 들어왔고 기존의 동아리에서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잘 꼬시면 되지 않을까.
주원은 해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하지 못했다기보단, 접점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2학년 때 동아리 갱신을 할 때에도 그의 머릿속엔 가예를 어떻게든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 뿐이었으니 말이다. 해인은 그 화술과 부회장이란 직책으로 학년을 통틀어서도 인망이 있는 학생이었지만, 주원은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말이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고 사는 부류이다보니, 그런 학생들 간의 평가라던가 소문엔 조금 약할지도 모른다.
"그, 그랬었지. 아마? 아하하."
그 당시의 상황이 필사적인지라 눈 앞의 가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잘 생각해보니, 확실히 옆에 있었던 것을 주원은 기억해냈다. 2년 연속 부회장. 그렇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학생회의 일에 제일 익숙하다고 할 수 있겠지. 그만큼 권한도 클 것이고.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것도 그렇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으니까. 그걸 찾기 위한거거든.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는!"
주원은 해인이 그의 활동을 인정하는 듯이 말하자 벌떡 일어나 눈을 빛내며 갑작스레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주원에게 있어서는, 이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뜻이겠지.
"미, 미안. 내가 좀 흥분했네."
주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아 부끄러운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볼을 긁적이곤 손을 거두었다.
"세 명..."
역시나 인원인가. 언제나 그 인원이 문제였다.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각각 원래 부(새슬,사하)가 있거나 부가 없더라도 어느 한 부에 소속되면 친구들이 슬퍼할거라며(아랑)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그 외에 동아리 없음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기도 했고.
"응. 그건 알고는 있지만.."
언제나 묘하게 실패하는 이유는, 주원의 '재능'때문일 것이다. '별로 관심은 없지만 어쩌지.'하는 분위기를 느끼곤 주원쪽에서 먼저 물러나기에 끝까지 권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이대로 세 명을 채우지 못하게 되면.. 부실도 빼앗기는거야?"
주원은 해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낮잠잘 곳이 필요한 것도 이유중 하나였지만, 부실이라는 '공간'이 있기에 모임도 생길 수 있는거라고, 주원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써 아는척할 필요는 없는데. 딱히 자신을 모른다고 해서 기분 나쁠 일도 아닐텐데 어떻게든 기억해내려고 하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긴 했다. 내가 갑이라고 느끼는걸까. 이런 걸로 갑질을 할 생각은 없는데 말이야. 그러다 주원이 벌떡 일어나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에 살짝 놀라 움찔하며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본인에게는 정말 소중한 부라는걸까. 이런 열정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그 동아리를 상당히 좋아하는구나? "
큭큭대고 웃으면서 다시 자세를 가다듬은 나는 인원으로 고민하는 그를 잠깐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두명 정도 채우는거야 일도 아닐텐데. 사실 잘 찾아보면 동아리가 없는 친구들도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포섭하는게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동아리라는 것에 들어버리면 분명 활동도 해야하니까, 그런걸 귀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이런 부를 과연 가입을 할까?
" 작년에는 특별활동부 명목으로 사용하지 않는 동아리방을 받았었지. "
작년에 가예와 함께 있었으니까 내 기억이 분명하다면 그러했을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꽂이에 꽂혀있던 파일철 하나를 들고와서 살펴보았다. 현재 존재하는 동아리들이 어떤 동아리실을 사용하고 있는지 정리해둔 파일이었는데 분명 이곳에는 공실로 표시된 동아리실도 표시해뒀던 기억이 있다. 아, 찾았다.
" 물론 원칙상으론 특별활동부에게는 동아리실이 주어지지 않아. 작년에는 특혜에 가까웠고 실제로도 말이 나왔으니까. 뭐, 불만 잠재우는거야 일도 아니니까 신경은 쓸 필요 없지만. "
고작 부원이 하나인데 동아리실을 주냐고 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비록 다른 동아리보다 낡고 조금 구석진 곳에 배정 받았지만 엄연히 부실이 있는거니까. 그래서 이번년도도 그렇게 되면 입장이 좀 난처해지는 것도 사실이라 나는 조금 고민을 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지구가 있어야 완벽하게 결론을 낼 수가 있는건데.
" 그건 학생회장님이 와야지만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어쨌든 최종적인 권한은 학생회장한테 있으니까. "
지구라면 동아리실을 뺏지는 않겠지만 여기저기서 나오는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힘들것 같았다. 나름 카리스마는 있지만 왜인지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므로 가장 좋은건 역시나,
" 하지만 기왕 노는 부라면 좀 더 넓고 좋은 방이 좋지 않겠어? 비품도 여러개 있어야할테고 낮잠을 잔다면 비밀스럽게 침구를 숨겨놓을 곳도 필요할테니까. "
그러니까 결론은 하나다.
" 정식 동아리가 되면 가능한게 아니겠어? 부원 모집은 ... 내가 도와주면 되는걸까? "
하고 뒤쪽에 있던 인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옆을 돌아보았다. 검게 반짝이면서도 밑으로 내려갈수록 색이 옅어지는 신기한 헤어컬러였을까? 이런 그라데이션 패션은 물론 자주 보긴 하지만 학교에서는 생각 외로 그리 많지 않았다. 왜 학교라고 딱 집어 말할수 있냐면... 상대방 역시 같은 교복이었으니까?
"아, 안녕하세요~ 일단은, 그렇죠?"
사람이 둘이나 웅크리고 있으니, 조금 당황한것 같은 고등어는 앞발을 움찔거리며 다가갈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한참 지나서야 벽에서 슬쩍 몸을 더 빼고는 이쪽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여전히 호기심 반, 경계 반인 고양이였지만 그래도 그런 행동이 나쁘진 않다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고양이란게 그런 동물이니까. 도도해보이지만 사실은 겁이 많고, 자유분방하기에 딱히 관심가져주지 않아도 될것 같지만 누구보다 사랑받기 원하고 질투심도 많은 동물이니 말이다.
"가끔 이렇게 고양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왜 사람들이 고양이에 그렇게 환호하는지 알것 같다는 느낌일까요~?"
어느때부턴가 가방에서 꺼내진 작은 낚싯대가 흔들거리고 있었고, 화들짝 놀라면서도 이미 움직이는 그것에 정신이 팔린 고등어가 금방이라도 달려들듯 몸을 웅크리고선 옴질거리기 시작했다.
"한번 해보시겠어요? 꽤 눈치를 살피는 편이지만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는 친구라서 곧잘 따르곤 하니까요."
아마 그녀가 고양이낚싯대를 받아든다면, 조금만 흔들어도 이때다싶어 달려든 고등어가 낚싯대 끝에 있는 작은 쥐를 물고선 버둥거리는 풍경이 펼쳐질수도 있을 것이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 경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순순히 인사를 건네줬다. 같은 교복인 덕일까. 사하가 쉽게 말을 붙일 수 있었던 것도 그때문이긴 했다.
아무래도 아직 경계심이 풀리지 않은 건지 머리만 빼꼼 내밀고 이쪽을 보는 고양이. 사하가 느리게 두 번 눈을 깜빡였다. 어디서 고양이식 호감표현이라고 주워들은 기억이 있어서였다. ……효과는 미미했다. 역시 안 먹히네. 처음 만난 사람이 다짜고짜 사랑한다 그러면 어쩌라고 싶긴 하지.
"그렇지. 일단 귀엽잖아요. 한… 세 대 정도는 맞고도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왠지 도도하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만 지낼 것 같고. 근데 또 다른 데 보고 있으면 은근슬쩍 다가와 치대는 게 귀여웠다. 그래그래, 내가 너 말고 다른 데 어딜 보겠어.
"와아, 이런 것도 가지고 다녀요?"
깜짝 놀라며 슬혜가 건네는 장난감을 받아들었다. 손에서 손으로 옮겨가며 흔들리는 것만 보고도 시선이 따라오는 걸 보니, 저 작은 고양이에겐 이 장난감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덕분에 낯선 고양이에게 얻어보는 관심에 조금 신이 났다. 살살 흔들어보니 움찔대던 고양이가 장난감에 달려들었다. <귀여워…….> 혹시라도 큰 소리나 높은 소리를 냈다가 깜짝 놀라 도망갈까 이를 악 물고 중얼거렸다. 불규칙적으로 장난감을 움직였다. 제 손을 따라 휙휙 움직이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아주 멋진 놀이를 즐기고 있나 본데.
중간 크기의 담 보면서 잠깐 고민에 빠졌다. 분명 호기롭게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담 앞에 서니 방법이 애매했던 탓이다. 처음 보는 후배를 제 친구 하듯이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담 한 번, 홍현 한 번 봤다.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담 한 번, 홍현 한 번. 그리고 다시 담 한 번, 홍현 한 번. 그런 뒤에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심이 선 모양이다.
"담 가까이 서 볼래?"
만약 홍현이 담 가까이 다가갔다면, '잠시 실례할게.' 웅얼거리곤 홍현의 양 옆구리 -정확히는 겨드랑이 쪽에 더 가까웠다-를 잡고 들어올렸을 것이다. 라이온킹 짝이다. 다만 최민규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는 게 차이였을까. 하여튼, 최민규가 홍현을 들어올리자, 담을 양 손으로 잡고 넘어가기 좋은 높이가 되긴 했다.
"그래도 기왕이면 안맞는쪽이 더 좋죠~ 특히나 아기들은 힘조절에 익숙하지 않아서 물거나 할퀴면 꽤 아프니까요~"
물론 지금 아이컨택 중인 고등어는 아기라고 하기엔 좀 그런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아기같이 구는점은 가끔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길고양이들하고도 친분을 쌓고 싶더라구요~ 집고양이는 집고양이만의, 길고양이는 길고양이만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이쯤되면 그냥 고양이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닌 거의 캣홀릭에 가깝게 보일 수도 있다지만... 그녀의 삶의 낙이라면 그나마 제대로 효과를 보는게 고양이뿐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말못하는 짐승이라곤 해도, 어쩌다가 사람과 유사한 억양으로 자신들의 언어를 쓸수는 있다 해도, 최소한 동물들은 한번 길들이면 자신이 위험에 처하지 않는 이상 배신하진 않으니까...
고양이 장난감이 손을 옮긴지 얼마 가지 않아 재롱부리기에 가까운 버둥거림이 반복되었고 낚싯줄 끝에 달린 것의 방향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뛰던 고등어는 바닥을 뒹굴면서도 추격의 끈을 놓는 법이 없었다.
"아기때부터 자주 익혀둔 친구긴 해요~ 길고양이니까 이름은 짓지 않았지만요."
보통은 길고양이들에게도 저마다 이름이 지어준다곤 하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길고양이니까, 집고양이가 아니니까. 어딘가에 예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길고양이에게 억지로 이름을 붙여 틀에 가두고 싶진 않았다.
>>361 현생이라기보다는 그냥 성향 차이 같아. 일 급하다고 해서 빨리 해줘야하고 바쁜데 자꾸 옆에서 말을 걸어서 말이지. 하늘주씨! 하늘주씨는 점심 뭐 먹을 거예요? or 하늘주씨는 이런거 할 때 어떻게 처리하세요? or 하늘주씨는 진짜 일하면서 계속 일만 하시는데 힘들지 않아요? 사탕 하나 먹을래요?
컵밥 먹을거고 그냥 엑셀 함수 치면 되고 일하는 시간이니까 일을 하지! 크흑흑. 아무튼 그렇다. 물론 대화는 모두 변경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비슷했지. 어라. 플래그인가? 하지만 바쁜 사람에게 플래그를 챙길 시간 따윈 없다. (아무말 대잔치) 그러니 지금은 널부러지고 힐링할래. (나가요)
홍현은 담 가까이로 다가가 선배에 의해 들어올려졌다. 들어올려지며 홍현은 선배의 힘에 조금 놀람과 동시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잠시 웃을뻔 했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참았다. 공중에 있던 것도 잠시, 홍현은 담 위에 걸터 앉게 되었다.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돌아 앉은 홍현은 잠시 심호흡을 한 후 노란 상자 위로 내려왔다. 상자 위에서 홍현은 안경을 다시 쓴 뒤 눈을 감고 있던 선배에게 말했다. "저..선배님. 저 이제 건너왔으니 눈 뜨셔도 될 것 같아요..!"
물리고 할큄 당해 피 철철 흘리는 제 모습을 생각해본다. ……귀여움을 누린 훈장 같은 거 아닌가? 말하면 이상한 취급 받을 게 분명해서 속으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슬혜의 말에 사하가 끄덕인다. 이미 은총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군. 또 나만 고양이 없어. 왠지 슬퍼져 잠시 먼 곳을 쳐다보다 다시 장난감 흔들기에 집중했다. <모든 고양이를 공평하게 사랑하는 타입이구나.> 덧붙인다. 고양이들은 좋겠다. 가만히 있어도 사랑받아서. 나도 공부 안 하고 누워만 있어도 귀엽다는 소리 듣고 싶어. ……. 세상 모든 고양이들에게 사과하겠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진짜 귀여운 건데.
"고양이 키워요? 그래서 잘 아는구나."
<고양이 이름 물어봐도 돼요?> 열심히 장난감을 흔들며 얘기한다. 우리의 고양이 씨는 슬슬 패턴에 익숙해졌는지 이제 먼저 움직일 자리를 살피는 눈치였다. 초심자는 이런 데서 티가 난다니까. 간파 당했다는 생각에 조금 분해지려 하다가 말았다. 처음인데 서툰 게 당연하지.
"이제 슬슬 지루해하는 것 같은데.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보여주세요."
대신 옆에 있는 슬혜에게 장난감을 넘긴다. 이것저것 많이 아는데다 고양이까지 키운다고 하니,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목소리가 침착한 것을 보아하니 안 다친 성 싶지만은, 확인해서 나쁠 건 없지. 가볍게 뛰어올라 담에 손을 얹고, 그대로 체중을 실어 담을 넘었다. 상자에서 내려오며 손을 털었다. 손바닥에 담 돌가루가 묻은 탓이다.
"생각보다 안 무섭지?"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금 따라오라 손짓했다. 수업 시간에 맞추려면 나름대로 서두르는 편이 낫다.
카페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최민규는 종종, 아니, 자주 이 곳에 들러 음료수를 사먹곤 했다. 주로 아이스초코, 아니면 과일 스무디 정도였을까. 최근에는 망고가 퍽 입에 맞았더랬다. 어차피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일 아닌가. 밖에 나가서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음료수 하나 사먹는 건데, 뭐. 기묘한 합리화의 정점이었다.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동아리인데 폐부가 되는 것은 상대방 입장에서도 고통스러운 일이겠지. 분명 지난 1년동안 한 것을 보면 나름 이것저것 했을텐데 어째서 부원은 모이지 않았을까. 사실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기라도 해서 가입 시키는게 가장 좋을텐데. 그래서 내가 도와주겠다는 말을 꺼냈고 주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어찌나 기뻤는지 벌떡 일어나서 내 손을 잡으려했다. 하지만 그런 기뻐보이는 모습도 잠시 무언가 고민에 빠지더니 이내 거절의 말을 한다.
" 아냐, 충분히 너 말도 일리가 있지. 내가 도와주고 나서는 다시 사람이 빠질지 모르니까 말이야. "
부장이 직접 데려온 사람과 외부의 도움으로 데려온 사람은 그 온도차가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이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닌 내가 적극적으로 홍보했는데, 마침 가입해보니 내가 없다는 사실은 가입한 당사자 입장에서도 뭔가 웃긴 일이 될테니까. 너무 1차원적으로 생각한걸까.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건 세명을 채우는건데.
" 사실 지금 동아리 공실도 약간 남아있는 편이라서 지금 당장 부실을 빼라거나 하지는 않을꺼야. "
부족하지 않은데 잘 쓰고 있는 부실을 빼라고 할 필요는 없다. 불만이야 작년에 나왔던거지 이제 와서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도 없을테고.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 라는 명패만 없다면 거기가 누가 쓰는 곳인지 알아볼 사람도 없기는 하다.
" 다만 나중에 부족해졌을땐 어쩔 수 없게 된다는거지 ... 사실 내년에 졸업하니까 1년만 더 버티면 되는 문제긴 하지만. "
사실상 부원이 주원 하나인 동아리니까 그가 졸업하게 되면 더 이상 문제는 없어진다. 나도 같이 졸업하니까 추후에 무언가 문제가 생기던 나랑은 관계 없는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래도 불안불안하게 다니는 것보다는 1년만이라도 제대로 된 동아리로 인정 받는게 그 입장에서 도 좋은 일이 아닐까.
" 아니면 ... 이건 진짜 편법이긴한데. "
걸리면 조금 큰일날 수도 있는 편법. 하지만 우리가 입을 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편법.
" 보통 동아리 창설이나 폐부는 학기초에 결정하는거니까, 지금 딱 세명 만들어서 동아리 창설을 하고 ... 다시 다음 학기 초반에 또 세명을 만들어놓고 하는 식으로 한다면 유지는 할 수 있을꺼야. "
다만 완전 편법이라는게 문제지. 사실 지금 상태로도 부실을 유지하는건 어려움이 없었지만 불확실한 것보다는 확실한게 낫잖아?
>>475 우리 골댕이 추우면 곤란혀..... 나중에 겨울되면 모자 귀마개 목도리 장갑 다 낀 주원이 주세요..... >>476 이유도 넘 민규다워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할머니는 핫팩 양쪽에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 민규 양손 다 소중하다ㅠ 사하는 안 뛰어서 롱패딩 입어,, >>478 우리 피아니스트 손 얼면 안 되거든요..... 핫팩 삼천박스 당장 바쳐.....
>>428 홍현은 선배가 가볍게 담을 넘는걸 보며 무의식적으로 박수를 칠 뻔 했다. 운동에 관심이 없는 홍연으로썬 마치 올림픽 경기에서 높은 뜀틀을 건너뛰는걸 눈 앞에서 본 느낌이었다.
홍현은 선배의 손짓을 따라 총총총 뛰어갔다. 점심시간에 학교 바깥으로 나온건 처음이라 새로운 기분이었다. 카페에 다다른 홍현은 선배가 자리에 앉자 자신도 따라 앉은 뒤 혹여나 학생들이 땡땡이를 친걸 이상하게 여긴 점원이 어딘가에 말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현실성 없는 생각이라 치부하고 메뉴판을 잠시 바라보았다.
'전 딸기로...'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그 전에 말하려다 잊은게 있었다. 일단 그 질문부터 하기로 했다.
"물론 완전히 아기인 경우엔 무는게 의미가 없는 수준이기도 하지만... 그정도 시기는 대부분 어른고양이가 보호할테니까요~"
그런 완전 아기고양이들을 볼수는 없으니 유감이지만... 그렇기에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어느쪽을 닮았는지 유추해보는 재미 또한 있을 것이다. 길고양이란 생물은 다 그런 법이니까.
그렇다고 그녀가 딱히 물리거나 할큄당하는걸 싫어하진 않았다. 딱히 좋아하진 않아도 마냥 싫지도 않은, 어찌보면 익숙한 일이라고 할까? 고양이와 가까운 사람들은 으레 그런 일을 겪곤 하니까, 물론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는 젠틀냥이라는 별명이 있는만큼 입질도, 스크래치도 좀처럼 한적이 없지만 말이다.
...한켠으론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하는 그녀 또한 공존하고 있었으려나,
"아, 저희집 고양이 말씀이신가요? 글쎄에요~"
유독 하얀 몸에 꼬리와 고양이부스터(×) 부분만 까만게 물음표가 절로 생각나는 모습이길래 지었던 이름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이름 때문에 종종 오해를 사곤 했지만 이젠 익숙했다. 한 고양이를 3년넘게 키우고 있다면 슬슬 익숙해질만도 했겠지.
"후후후후... 숙련된 조교라뇨~ 그런거 아니니까요? 물론... 조교엔 좀 자신있지만..."
마침 얼버무릴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기에 그녀에게서 다시 고양이 낚싯대를 돌려받고는 잠시 고등어와 아이컨택을 했다. 그리곤 검지를 뻗어 자신의 눈을 가리키고, 고등어의 눈을 가리키고는...
알 수 없는 춤사위와 함께 절도있는 동작으로 낚싯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고양이와 눈을 맞추어 몸을 낮추면서도 휘두르는 궤적만큼은 확실했기에 고양이 역시 그녀의 춤에 움찔거리면서도 계속 앞발로 낚싯대 끝을 건드리려 했고, 그 모습은 흡사 어떤 돼지같이 생긴 마신을 소환하는 의식과 닮기도 했다.
"...후우~ 사실 고양이들도 가끔 신나게 놀다가 갑자기 흥미를 잃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리고 그럴땐... 이만한 것도 없죠?"
가방속을 몇번 뒤적이니 손에 잡혀 딸려나온 것은 다름아닌 츄르, 싫어하거나 까다로운 고양이는 있어도 하나만 먹는 고양이는 못봤다는 고양이간식이었다.
"마침 선배님하고도 잘 놀았으니 직접 줘보시는건 어떤가요? 아, 대신 어느정도 거리는 두셔야 해요~ 길고양이들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거든요~"
해인은 적극적으로 주원이를 도와주려는 것으로 보였고 주원도 그의 호의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관심 없었다면 인원이 부족하니 폐부. 나중에 인원이 생기면 그 때 다시 신청하라는 것으로 금방 이야기를 끝낼 수 있었을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인이는 자기가 사람을 모으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거기에 그렇지 않더라도 당장 방을 뺄 일은 없다고 말해주었다. 주원이 이렇게 좋은 사람을 늦게 알게된 것이 아쉽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1년... 도망다니기엔 부족한 시간이네."
어째서 도망칠 생각만 하는 것인지. 어쨌든, 으음하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는 도중 해인은 편법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주원은 거기에 "편...법?"하고 관심을 보이며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즉, 임시로 이름을 빌려줄 사람을 찾아야한다 이건가?"
계속 활동할 사람을 찾는건 어려울지 몰라도 단순히 이름을 빌려주는 것이라면 매점에서 빵 하나. 아니, 그건 좀 심했나. 던킨도너츠+커피 세트정도면 포섭할 수 있을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방법중엔 제일 가능성이 높긴 했다. 이름만 빌려주는 것 정도야 활동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이라도 조건만 충분하면 빌려줄테고 말이다.
"으... 으으으으으으으으..."
주원은 머리를 숙이고 고통과 고뇌 가득한 신음소리를 흘리다 답이 나오지 않는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크러트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으아아아! 안돼. 안돼! 정말 미안해. 확실히 좋은 방법이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뭔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한숨과 함께 추욱 몸을 늘어트리며 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처음 이 부를 만들기로 결심한건, 내가 뭘 해야 할지 몰라서야. 공부야, 뭐 학교에서 하란대로 하고 있지만. 정확히 나중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무엇을 하고 싶을지 잘 모르겠거든."
주원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를 만들려고 한 경위를 설명해가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동아리에서도 그걸 찾는건 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만으론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것보다 좀 더, 뭐라고 해야할까. 으으으으음..."
이내 설명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지 "으으음..."소리를 길게 흘리며 눈을 감은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더, 기초적인? 좀 더 전 단계의? 그러니까, 무얼 할 때 마음이 기쁜건지. 즐거운건지. 그걸 알고 싶었어. 나부터,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겐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애초에 이런 이야기를 듣더라도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테고.
"아직 이거다 싶은건 나도 찾지 못했지만. 그래서 같이 찾으려고 했거든. 여러 사람들과. 그게 3년째까지 실패했다는게 문제지만..."
현슬혜, 「당신을 위해서 모든것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은 할 수 있지만 이미 모두 잃어서 더 포기할 것이 없어, 더 잃어야 한다는 말은 당신을 포기하라는 뜻이겠지.」 #shindanmaker #사랑하는_이에게 https://kr.shindanmaker.com/743753
숨어 지내는 사랑의 정령, 현슬혜. 누군가의 과거를 노래하곤 합니다. 이겨낼 준비가 되었을 때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shindanmaker #당신이_정령이_되어버린다면 https://kr.shindanmaker.com/1038065
"날 사랑해?"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묻자, 현슬혜는(은)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은 건지 연신 눈만 굴려대다 말했다.
윤 비랑, 「당신은 오늘 죽는다. 당신의 목소리와 당신의 언어, 당신의 손짓과 습관, 눈이 마주치면 말보다 먼저 웃던 눈이나, 바람, 바람이 사랑하던 머리칼. 익숙한 말장난, 낯선 밤인사. 결코 세상에 다시 없을 당신이라는 인간은.」 #shindanmaker #사랑하는_이에게 https://kr.shindanmaker.com/743753
전설로만 남은 불의 정령, 윤 비랑. 누군가의 아픔을 노래하곤 합니다. 진심으로 기도하면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shindanmaker #당신이_정령이_되어버린다면 https://kr.shindanmaker.com/1038065 /!
"날 사랑해?"
울분에 찬 듯 발간 얼굴로 씩씩 거리자, 윤 비랑는(은) 발갛게 부은 눈을 가리고 얘기했다.
저절로 경청하게 되는 얘기다. 고양이 1타 강사라고 해도 될 것 같아. 이런 선생님한테 수업 받으면 수능 고양이 영역 1등급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자기 고양이 이름을 글쎄, 하고 얼버무리는 사람이 있나? 가끔 까먹을 정도로 엄청나게 길거나 복잡한 이름? 사하가 이해 못한 표정으로 보다 <아.> 뱉는다. 이제야 깨달았다. 대답은 <글쎄요.>가 아니라 <글쎄예요.>였다. 고양이 이름이 <글쎄>인 거구나.
"이름 귀엽네요."
속으로 몇 차례의 글쎄를 중얼거린 사하가 말했다. 너무 반복했더니 이제 글쎄가 어떻게 생긴 글자였는지 까먹을 것 같다. 당연히 그냥 하는 생각이다.
"겸손은. 저에 비하면 충분히 숙련되셨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눈을 가리키는 건 준비 동작인가? 사하가 홀린 듯이 슬혜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입술이 절로 모여 감탄사가 새어나왔다. 상당히 활동적이다. 예상은 무슨, 쫓기에도 급급해 보이는 고양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는 건 덤. <고생했어요.> 작게 웃으며 슬혜에게 말했다. 열중해서 놀아준 게 효과가 있는 걸까. 어째 고양이도 조금 지친 것 같다. 고양이 표정 읽는 능력은 없으니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돼요?"
감동 받은 사람의 얼굴이 된다. 아무리 같은 학교라지만,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이런 호의를 받아도 되나. 내가 고양이한테 츄르를 주는 영광을 누려도 되는 걸까. 하지만 다가온 기회를 걷어 차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사하는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츄르를 받아들었다. 츄르를 뜯어 조심조심 내밀자 킁킁대던 고양이가 천천히 다가온다. 놀라게 할까 봐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가까이 오더니 츄르를 받아먹는 모습을 봤을 때엔, 거의 울기 직전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홍현이 직원을 신경쓰는 걸 알아챘는지, 못 챘는지, 이 곳 직원이 꽤 오래 근무했고, 퍽 친절하더란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었다. '알고 보니 옆집 사는 형이더라고.' 하는, 아무도 안 물어본 정보는 덤이다. 긴장하면 말을 많이 하는 편인 성 싶다. 아니, 어색하면 말을 많이 하는 편이란 게 더 옳은 표현이겠다.
"나는 아이스초코 먹으려고."
메뉴판에 한번 시선 뒀다가, 홍현을 바라봤다. 너는?
"내 이름.. 아, 그러고보니 통성명을 안 했네."
멋쩍게 뒷목을 매만졌다.
"3학년.. 최민규라고 해. 그냥 편하게 불러, 응. 오며가며 얼굴을 본 것도 같은데, 이름이 누군지 생각이 안 나네."
'오며가며 얼굴을 본 것도 같다'는 그저 같은 학교라 한 말일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도 그랬고.
도망다닌다니. 설마 우리를 피해다니면 된다고 믿고 있는걸까. 허허, 어떻게 생각하면 귀엽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어리석다. 이걸 우리가 면대면으로 통보해야하는 일도 아닌데 ... 하지만 그걸 모를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도피성으로 도망을 다닌게 아닐까싶다. 그렇게 내가 편법을 알려주자 다시금 고뇌에 빠진 주원. 입으로 신음소리까지 내더니 결국 내린 결론은 안되겠다, 라는 것이었다.
" 말 그대로 편법이니까 거짓말 맞지. 나도 그렇게까지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었어. 말그대로 이런 방법도 있다- 수준이니까. "
물론 걸릴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겠지만 만약 걸렸을때의 파장은 무시 못할 것이 되어버린다. 그때는 나도 어쩔 수 없을테니까 ... 리스크를 짊어지고 계속 운영할바에는 안정적인게 좋겠지. 그렇게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하나 둘씩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왜 동아리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얘기. 사실 거기까진 관심은 없었지만 ... 그래도 하는 얘기니까 듣기는 해야지.
" 만들어진 목적 자체는 괜찮은데 동아리 이름이 그런 식이라 안오는걸수도 있지 않을까? 진로결정부 이런 이름이었으면 그래도 더 낫지 않았을까 ... "
라는 말은 너무나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동아리 이름은 예전에 결정된거고 지금 그걸로 얘기를 해도 이미 다 지난 얘기를 하는 것이니까. 다만 이 동아리를 도와주고 싶은 것은 진심이라서 학생회 차원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보다가 결국 결론을 내린 것은 하나뿐이었다.
" 일단 부원을 구하는게 베스트! 그렇지 않다면 일단 너네가 사용하는 부실을 최대한 보호해줄께. 더 넓은 곳으로 옮기는건 힘들겠지만. 작년이랑 비슷한 것 같아도 그게 학생회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이야. 물론 모든건 지구에게 물어봐야해. "
학생회가 그렇게 거창한 집단이 아니니까. 이만한 일을 하는 것도 다른 학교에 비하면 꽤나 일거리가 많은 편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말을 마치고서 나는 한번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탁할게 있으면 언제던 찾아와. 나는 3학년 2반 교실이나 학생회실에 주로 있으니까. "
안녕안녕! 어서 와! 규리주! 음. 챙겨주려고 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위에서 문하주가 답레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 일단 그쪽 일상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먼저 돌리는 사람이 있고 답레를 기다리는만큼 새로운 일상을 돌리면 원래 돌리던 이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이야.
" 진로라는게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딱딱한 이미지는 아닌데 말이야. 너가 말하는 것도 충분히 진로라고 얘기할 수 있는걸. "
나아갈 진에 길 로. 그저 나아가는 길이라는 뜻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진로결정부라는 이름은 너무 딱딱해서 매력이 없어보이기는 했다. 차라리 지금 이름이 어필하기엔 더 좋아보이긴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가 열변하는 강의를 한 차례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것이겠지. 삶이 즐거운거란 말에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었지만.
" 어쨌든 사람을 구하는데 성공했으면 좋겠는걸. 이번 년도에는 신입생들이 또 많이 들어왔으니까 두명 정도 낚는건 어렵지 않아보이니까. "
화이팅이야? 하고 다시금 윙크를 하며 응원을 건넸다. 이번엔 확실하게 오른쪽 눈으로 했는데, 이러니까 왼눈을 감은게 안보이잖아. 허어 ... 상대방이 보기에 이상한거 아닌가 몰라.
" 아 그렇게 부르면 돼. 정확한 내 이름은 강해인이야. "
저 쾌활한 미소. 금빛 눈의 미소 아래엔 어떤 사람이 숨어있을까 궁금하기는 했다. 과연 그대로의 사람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일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론 같이 웃어보이며 건넨 손을 잡아서 악수를 한다. 이렇게 아는 사람이 한명 더 늘어난다.
" 이 계획서는 보관해둘께. 나중에 필요할때 우리가 같이 첨부해야할 수도 있으니까. "
주원이가 건넨 계획서를 파일철 안에 집어넣으며 얘기했다. 그나저나 시간이 슬슬 학생회 인원들이 올 시간인데...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마침 한두명씩 학생회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 슬슬 학생회 회의 시간이라서. 다음에 또 보면 좋겠네. "
그렇게 얘기하며 미소 지은 나는 들어오는 인원들 한명마다 인사를 해주며 주원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물론 그녀 역시 처음은 당황한 모양이다. 글쎄라는 이름을 다시 되뇌이는걸 보면 잠깐은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그래도 금방 이름의 정의를 깨닫고는 바로 납득한거 같았기에, 불필요한 설명을 덜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을까. 이해력이 빠른 사람은 대화할때 이런점이 좀 편했다고 생각했다.
"후후... 제가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이름 같았으니까요~ 아마 실제로 보신다면 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이해가 가실걸요?"
나름 가장 큰 고양이 반열에 드는 대형종인만큼 그 존재감은 확실하기에, 게다가 어지간한 고양이들보다 머리 한두개는 더 큰 지금도 한창 성장중이니... 그 꼬리에 시선강탈이 되는 것도 당연할거라고 스스로 납득할 정도였다.
"...적어도 고양이 훈련만큼은 숙달된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고양이와 놀아주면서 '고생했다'라는 말을 들은건 꽤 오래간만인지, 평소보다 한층 더 밝은 미소로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일단 이런 격렬하게 놀아주기 방법은 다른 사람들 앞에선 좀처럼 해본적이 없으니까, 왜냐고 물어도... 남들 보여주긴 조금 뻘쭘한 춤 아닌가, 덕분에 고양이도 따라하기 쉬운 춤이라곤 하지만 말이다.
"헤에~ 고양이와 노는데에 소질이 꽤 있으신가 본데요?"
아무리 츄르로 유혹했다곤 해도 고양이가 놀라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건 물론이거니와 과장된 행동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 그녀였기에,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지도 모른다. 물론 날름날름 움직이는 고등어의 혀를 보고선 울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준 선배님쪽이 더 귀엽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건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다가가보면 얼마 안가서 부르기만 해도 알아서 나올 거랍니다~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지만, 한번 마음을 트면 꽤나 깊게 신뢰하는 동물이니까요~"
물론... 그만큼 고양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 다시 그 관계를 회복하는데 사람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나는 연호주의 말을 이제야 봐버렸네. 독백 끄적이다보니 말이야. 아무튼 맥주 한 캔 하고 다 쉬고 오면 적어도 11시 30분은 훌쩍 넘어버리겠지? 그때면 내가 일상이 힘들 것 같아. 직장인이라서 새벽 1시에는 자러 가거든. 그래서 거의 초반부터 무조건적인 킵이기도 하고.. 난 퇴근하기 전까지는 참치를 접속을 거의 하질 않아서 일상이 중간에 이어지는 일도 없어. 그래서 초반부인데 진행되는 것도 없이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하고. 그런고로 결론은 다음에 시간이 되면 돌려보자!
너무 열변을 토한 것과는 달리 해인이의 반응은 꽤나 담담했다.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서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고 말 할 수 있는 것도 학생회에 필요한 능력일테니까.
"고마워. 해인이 네 말대로 열심히 모아볼게. 이번에야말로!"
2년 내내 실패했지만 말이다. 주원은 해인의 윙크를 보고 윙크로 대답해야 하나. 하고 잠깐 멈칫하고 고민하듯 눈을 몇 번 꿈벅인다. "어... 이거 맞나?" 하곤 해인이를 향해 동일하게 오른쪽 눈으로 맞윙크를 해 화답했다.
"해인이는 좋은 사람이구나. 고마워."
주원은 자신이 해인에게 느낀 것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상대방은 주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그는 주원의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를 존속시키기 위해 최대한의 조언을 해주고 도움을 주려 했다. 주원으로선 호의를 느끼지 않을리가 없지. 머릿속의 해인의 얼굴에 동그라미가 쳐지며 빨간 글씨고 '좋은 사람'이라는 메모가 붙는다.
"응. 어차피 그건 여기에 제출하려고 가져온 거니까."
해인이가 자신이 건넨 자료를 정리하는 것을 보며 말한다.
"그래? 지구 오기 전에 도망쳐야겠다. 그럼 나중에 또 봐. 아, 해인이도 나중에 같이 하자.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 활동! 같은 부가 아니라더라도 활동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학생회의 문을 열곤 마지막으로 나가기 전에
"우리 부실 위치 알지? 기다리고 있을게. 나중에 또 봐!"
하곤 마지막까지 미소로 손을 흔든 뒤 학생회실에서 도망치듯 달려 빠져나갔다.
//막레입니다! 수고하셨어요. 주원이가 해인이의 본모습(?)을 알기엔 역시 부족하겠다 싶어서..! 일단은 주원이 머릿속엔 날 도와주려고 한 좋은 사람! 이라는 인상으로 남았네요!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더 빨리 등교한 하늘은 텅 빈 교실 안에 들어서서 자신의 가방을 내려놓았다. 원래라면 좀 더 느긋하고 여유롭게 움직였겠지만 오늘은 개인적인 사적 용무가 있었기에 그는 조금 더 빨리 등교했다. 이어 하늘이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USB 3개였다. 작게 숨을 내뱉으며 하늘은 우선 자리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같은 반 아이의 자리에 하나, 그리고 교실을 빠져나와 2학년 3반 교실의 어떤 자리에 하나, 3학년 1반 교실의 어떤 자리에 하나. 각각 3개의 USB를 내려놓고 교실 밖을 빠져나갔다.
누군가는 있었을지도 모르는 교실. 허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종이 쪽지 3개를 각각 동봉하며 나가는 하늘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당신의 분위기. 그냥 연주해보고 싶어서. 창작곡은 아니고 이미 있는 피아노 곡이지만. -별 거 없는 거지만, 그래도 듣고서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연주한 곡. -실례되는 행동이었다면 죄송해요. 그래도 최근 만났으니, 뭔가 들려주고 싶어서.
종이 쪽지에 적혀있는 내용은 누구에게나 다를바 없이 동일했다. 아마 USB를 핸드폰 등에 연결한다면 직접 연주한 피아노 곡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들을지, 아니면 애초에 수상하다고 생각하고 갖다 버려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누가 부탁한 것도 아니고 하늘이 멋대로 한 거였으니까.
자리로 돌아온 하늘은 조용히 책상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을 꼬물락거리면서 핸드폰과 이어폰을 연결해서 자신의 귀에 꽂았다. 어차피 자신의 반에 학생이 오려면 아직 멀은 것 같으니, 이대로 피아노 곡을 들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생각이었다.
눈을 감으며 들려오는 멜로디는 하늘색 평화로운 멜로디였다. 그 또한 자신이 보고 연주해본 무언가의 곡이었다.
금방 납득하게 될 거라니 사진이라도 보여달라고 할까. 근데 나는 3학년, 저 후배님은 2학년. 자칫하다 <야, 고양이 사진 좀 있냐?> 같은 상황이 될까 봐 말을 꺼내진 못했다. 조금 심드렁한 얼굴일까, 아니면 의문스러운 얼굴? 하고 혼자서 추측이나 해볼 뿐.
"음… 있잖아요, 나중에 학교에서 마주치면 고양이 사진 보여줄 수 있어요?"
<딱 한 장만이라도 좋으니까.> 덧붙이며 최대한 무해하게 웃어보인다. 구질구질한 은사하! 완전히 포기하진 못하고 대신 조건을 걸었다. 처음은 우연이지만, 두 번째부턴 운명이라 치고. 뒷말은 괜히 치근덕대는 것 같을까 봐 안 했다.
"좀 더 자신감 가져도 될 것 같은데요."
사하가 말하며 웃었다. 순도 100%의 진심이다. 슬혜가 웃어주는 걸 보고선 조금 놀란 표정을 했지만, 곧 마주 웃었다. 무의식 중에 고양이를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새초롬하게 올라간 눈매나 분위기 같은 게. 웃으니까 귀여운 게 역시 고양이 닮았나 싶기도 하다. 왜 새침떼기 같던 고양이가 다가와서 코로 콩, 해주는 거. 세상에, 나 기절할지도 몰라.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인데요. 낯선 고양이한테 관심 받는 것도 처음이에요."
<덕분입니다.> 말한 사하가 고개만 꾸벅 숙인다. 여태 마주친 고양이들은 재빠르게 도망가거나 아니면 근처에 숨거나 본 척도 안 하고 제 갈 길 가기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려 고양이가 놀아주고, 주는 것도 먹어주고… 역시 옆의 후배님 덕분이라는 생각 밖엔 들지 않는다.
"한 번 마음 트면 깊게 신뢰한다는 거 되게 좋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너는 나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지? 확신하면 기꺼이 곁을 내어준다는 거. 고양이가 양껏 츄르를 먹을 때까지 가만히 내밀고 있던 사하가 슬혜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라고? 그거 비랑이가 아주 흥미있어할 거 같은데? 비랑이는 이미 합창부에 들어 있지만 학생회도 아니고 병행은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정 안 돼도 그런 부가 성립한다는 것 자체가 비랑이한테 '재미있는 일'로 여겨질 테니까 일상 중에 만나면 이름만이라도 올려 주지 않을까?
>>700 처음 듣고 처음 연주하는 곡이 아닌 모든 곡! 오만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자신의 연주에 자신이 있어. 하지만 그 중에서 정말로 하나를 뽑자면 겨울 2악장! 하늘이가 좋아하는 클래식 곡 중 하나야. 그만큼 상대적으로 많이 치기도 했었고! 그렇다면 질문 가겠어! 규리는 서예를 집에서도 한다고 했는데 가장 많이 쓴 문구가 있을까?
>>701 들어온지 5일차 되는 신입에게 너무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구나! 하긴 스레가 스레니까. 하늘이의 이상형이라. 이것저것 있겠지만 사실 제일 많이 신경쓰는 것은 역시 자신이 늑대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주는 이가 아닐까 싶어지네. 저게 뭔 소리야? 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상응하게 가야겠지? 이상형 가르쳐줘! (나쁨)
>>713 순간 상황파악을 못해서 멍한 하늘이에서 급 상황을 파악하고 진짜 강하게 뿌리치는 하늘이를 볼 수 있겠지. 거기에 더하기로 경계하는 모습도 나올지도 모르겠네. 일단 하늘이는 연호에 대해서 잘 모르니 초면이라는 가정하에 써봤어. 그렇다면 상응하는 가벼운 질문이야.
>>714 입성대길!! 아주 좋은 의미지! 그리고 네덜란드 단어도 쓰는구나! 뭔가 다양하게 쓰는 것 같아!
>>715 >>720으로 답을 하면 되려나? 일단 지금 단계에서 하늘이는 규리를 잘 모르니까.
>>716 천재까진 아니야. 그냥 자신이 부족하고 어쩔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그것을 노력으로 개척하려고 하는 애일 뿐이지. 생각보다 되게 고집 강해.
>>717 음악을 제외하고 좋아하는 것이라면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걸 좋아해. 시트에 없는 것으로 가자면 카페에 가서 시간 보내는 것도 상당히 좋아해. 밤에 나와서 별 보는 것도 좋아하고. 수학여행을 가게 되면 혼자 조용히 숙소 밖으로 나와서 옥상에 올라간 후에 벽에 기대고 이어폰 끼고 별 볼지도 모르겠네!
자. 상응하는 질문이야. 사하가 타인에게 영화를 추천한다면 어떤 것을 추천할 것 같니? 그냥 일반적인 취향을 가졌다는 가정 하에!
>>718 물론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말이지! 아무튼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인가. 그거 의외로 찾기 힘들지!
고양이 사진이라면 딱히 지금 보여줘도 상관없었지만 굳이 다음에 학교에서 마주치면, 이라고 선례를 거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녀만의 무언가가 있는듯 싶었다. '너가 그렇게 고양이 사진이 많아? 핸드폰 가지고 옥상으로 따라와.'라고 해도 결국엔 수많은 고양이 사진에 매료된다던가,
"후후, 그러도록 할까요? 딱히 지금 보여드려도 상관은 없지만요~"
딱 한장만, 이라고는 하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여러 고양이들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나중에 보기를 원한다면 그것에 따르는게 맞겠지만, 무해한 웃음, 그러면서도 확실한 요구, 역시 저런 미소는 선배들이라면 하나둘쯤은 가지고 있는걸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곤했다.
"자신감이라~ 노력은 해볼게요!"
아무렴 어떠랴, 진심이 담긴것 같은 저런 웃음이라면 누구든 오케이를 할거라 생각했다.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된다곤 하지만, 옛말에 고양이나 개를 좋아한다는 사람 치고는 나쁜 사람이 없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돌았으니...
게다가 덕분이라며 고개도 꾸벅 숙여보이는건 확실히 선배라기엔 어딘가... 미묘하게 귀여운 느낌이라고 할까, 대체적으로 학교의 선배들이 좀 순한 인상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마 그녀 또한 고양이의 신뢰 같은 부분에 대해서 적잖이 큰 인상을 받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츄르를 주는 손길이 한결 더 다정해진 느낌이 든 걸수도 있고... 단순한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음~ 요 고양이는 간혹 학교 담을 넘어오기도 하니까요~ 안에서도, 밖에서도 자주 보이죠?
아, 아니면... 혹시 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후후후... 안될 것도 없는 걸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러다가 나중에도 이렇게 같이 고양이를 보게 된다면 그것만큼 재밌는 일도 없을 것이다.
맞아. 캡틴. 질문이 있어. 나는 이번주 주말은 물론이고 월요일 저녁까지는 친구와 놀러가서 못 오거든. 일단 이벤트에는 참여하긴 할건데 그러면 아무래도 목금에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빨리 우다다 해버리면 바로 들킬 것 같거든. 그래서 그 웹박수 보낼 때 이 날에 공개해주세요. 라고 요청하면 그게 될까? 문하주가 아이디어를 내줘서 한번 물어볼게! 물론 안된다면 안된다고 해도 괜찮아! 토요일까지 시간을 어떻게든 연장해서 할 수도 있을테니까. 안 걸리게 좀 조절해야겠지만.
>>720 ㅋㅋㅋㅋㅋㅋㅋ초면이라면 확실히 그렇겠네요! 연호는 보통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해요. 혼자보다는 다른 부에 껴서... 민규네 육상부에도 놀러가고, 호련이랑 놀기도 하고... 혼자 하는게 아니라면 거의 다 하는 편이겠네요! 놀이부 부장은...ㅋㅋㅋㅋㅋㅋ 그래봤자 존재하지도 않는 부지만요...
카페 콜라보라고 하긴 했지만 비랑이는 왠지 식사 메뉴가 떠오르는걸. 빨개서 엄청 매워 보이지만 사실 케챱으로 색을 낸 소스를 얹은 스파게티 위에 햄으로 핑크색 늑대가 올라가 있다던가. 딸기라떼 위에 라즈베리 소스를 채우고 화룡점정으로 까만 초콜릿 두 개! 같은 느낌일지도.
늑대는 양으로만 채울 수 있구나... 비랑이의 만월은 정말 외로웠겠는걸. TMI지만 비랑이는 만월 땐 기숙사에 있었을 거야. 쓰다가 하늘 너머로 날려 버린 만월 IF의 내용도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소음들에 시달리면서 소음을 덮으려고 동물 소리를 흉내내다가 노래를 부르는 내용이었지... 재능을 제어하지 못하고 막 써버릴수록 허기가 더 강해져서 괴롭기만 했겠지만.
마시멜로 이야기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잘 참았다가 두 개 먹는 마시멜로와 지금 당장 먹는 하나의 마시멜로. 지금 보는 고양이 사진 한 장, 다음에 보는 고양이 사진 한 장. …둘 다 한 장이잖아. 그래도 얘기한 게 있으니 무르진 않기로 한다. 나름의 이유도 있다.
"오늘 귀여운 거 너무 많이 봤다가 잊어버릴 것 같아서요. 나눠서 봐야겠어요."
<근데 두 장 보고 싶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한 입으로 두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저 진짜 나쁜 사람 아니거든요. 그냥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데, 가까이 볼 일도 없구 고양이 키우는 친구도 없구, 그런 불쌍한 사람이랍니다. 역시나 말로는 안 하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첫인상 중요해.
"노력 좋죠. 그렇다고 무리는 말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말한다. 귀엽게 돌아온 대답에 작게나마 응원하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 나쁜 일 권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의도는 상대에게 꼭 전달해 알게 해주고 싶었다. 말 안 하면 모르니까.
학교 담도 넘어서 들어오는구나. 나도 한 번도 안 넘어봤는데! 이게 아니라.
"맨날 뒤꽁무늬만 봐서 못 알아봤나보다. 미안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실망의 대상은 다름아닌 저 자신이다. 요 귀여운 것도 못 알아보고 말이야. 내가 눈치가 없었지. ……이것도 아니었네. 고양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얼떨결에 휩쓸렸다. 저인지를 묻는 슬혜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응, 후배님이요. 다음에 보면 인사하고 고양이 사진 구경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글쎄말이에요."
<혹시 좋아하는 거 있으면 말해요. 젤리, 캐러멜, 초코우유…….> 손가락 하나씩 접어가며 간식거리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사하주 지구주 비랑주 안녕하심까~~!! (노곤노곤) 만월 if에 대해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가예는 아침에 억제제 3알을 챙기는 건 물론 컨디션이 안 좋으면 선생님께 일목요연하게 상황 설명하고 조퇴증까지 받아 무사귀가할 위인이기 때문에(개근상이 걸리지만)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은게 현실적인 결과로 이어진 걸지도요.... 😮
아무튼 이 스레 어딘가에 가예에게 보낸 선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해! 정확히는 >>618에! 별 건 없고 일상 돌려주면서 놀아줘서 고맙다는 나름대로의 감사인사 같은 거지만! 아무튼 홍현주가 오면 또 이걸 말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다음에는 좀 더 다른 방식을 구상해봐야겠어. (고민)
일어난 듯 눈이 천천히 뜨이고 시선이 본인을 향하자 여자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먼저 깨워야 일어나냐느니, 이러다 야자 시간 출석 못하겠다느니 언제나 그러던 것처럼 사족을 늘어놓다가 어눌한 발음에 쿡 하고 삼키는 웃음 소리를 낸다. 일어나자마자 하는 게 졸린다도 아니고 피곤하다도 아니고 상대에게 인사 먼저 건네는 것이 너다워서.
"그래. 안녕이다, 강해인."
푹 잤냐. 대답 뒤로 여자는 소탈한 말투로 안부를 물었다. 시험 기간 아니랄까봐 해인의 낯빛에 피곤이 잔뜩 묻어있는 것 같아 책을 내려둔 뒤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덩달아 허리를 곧게 펴고 눈을 접어 가볍게 마주 웃었다. 중간에 그만둔 게 아니라면 지금껏 알바를 이어하고 있을텐데 풀 차징된 컨디션도 아니면서 일어나자마자 저렇게 빙글거리는 웃음이라. 턱을 괸 채 관망하는 시선이 무연하다.
"네가 자고 있을 때를 말한 거라면 내가 맞을 거야. 이후로 아무도 안 들어왔거든."
물음에 대한 답을 해주면서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는가 싶더니 학생회실에 비치된 종이컵을 하나 들고 주변의 정수기에서 찬물을 가득 따라 네 앞에 놓아두며 뒤따르는 질문에 완전히 확신하진 않는단 투로 말하며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시선은 맞은편의 네게 고정된 채다.
"보고 싶은 사람 중에 너도 있었어. 너는 나 안 보고 싶었니? 아, 자느라 그럴 겨를이 없었으려나."
장난을 던지며 슬쩍 웃고는 아까부터 궁금하던 주제를 부상시키려 한다. 손가락을 깍지 끼우듯 교차해 요즘 들어 한결 얄쌍해진 턱을 그 위로 얹는 것이 그 증거였다.
"너, 원래 이렇게 못 일어났던가. 시험기간인 것도 있지만... 병행하는 일 때문에 그런 거야?"
문하는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불러세운 그 친구의 등 뒤 너머로 찰찰 흔들리다 못해 풍차처럼 윙윙 돌아가는 꼬리가 보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런 거겠지. 그뿐인 감상은 거기까지로 접어두고, 문하는 1학년생에게 지갑을 내밀었다.
"...그렇지."
하고, 대답이라기보단 추임새 비슷한 말을 덧붙이면서.
명찰이 노란색인 것으로 봐서는 1학년인가, 하고 문하는 짐작했다. 그러나 상대가 문하의 학년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지금 학교 체육복 바지에 져지 차림이었으니까. 거기에 더플백까지 옆구리에 끼고 있는 모습에서, 학년 대신 운동특기생이라는 사실 정도는 추론할 수 있겠지만.
"조심해, 지갑."
문하는 지갑을 툭 떠넘겨주고는, 다시 시내 쪽으로 발걸음을 뻗기 시작했다.
# 규리주에게 여기서 말해두자면, 문하가 상당히 드라이한 애라 여기서 보답을 하겠다느니 하고 붙들지 않으면 문하가 정말로 횅하니 가버릴 거야😭 물론 규리주나 규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짧은 핑퐁으로 돌리고 싶다면 여기서 문하를 보내줘도 OK야. # 물론 규리주도 규리주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지만 문하 특성상 맥브레이커처럼 느껴질 부분이 있기에 종종 이렇게 말하게 될 거야..
회색 하늘에 하얀 게 나풀나풀 흩날린다. 하늘에서 잡아채 보면 차갑게 손 안에서 이지러진다. 그러니 눈이려니 한다. 그렇게 느껴지기에. 저벅, 하고 내딛어보면 아름다운 4월. 뭇 사람들이 푸른 하늘 아래서 흐드러져 흩날리는 벚꽃잎에 잠기는 계절. 그들에게는 봄이라고 불릴 계절.
그러나 그 하늘이 푸른색이라 할지라도 그 꽃잎이 연연한 분홍색이라 할지라도 그가 올려다보는 세상은 색이 달아나, 남아 있는 것이라곤 막막한 무채색의 하늘과 새하얗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발을 내딛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숨을 쉬어도 어떤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앞에 놓인 무채색의 나날들뿐. 한 줄기 빛 없는 밤하늘에 홀로 남은 조그만 별처럼.
그에게서 이별은 무언가를 남긴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앗아갔다. 그 스스로는 영영 찾을 수 없을 무언가를. 삶이 아름다운 색을 띄고, 고운 소리를 머금고, 좋은 향을 내게 해주는 그 모든 것들을. 벚꽃잎을 머금은 산들바람이 수놓는 푸른 날을 봄날이라고 느끼게 해줄 그 무언가를.
첫사랑에 앓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면 먹어갈수록 어리석은 바보짓으로 인식되곤 하지. 세월을 좀더 살아가면서 첫사랑과 비슷하거나 더 무거운 시련들이 삶에 얹히기에, 빛바랜 옛날 추억의 무게는 그만큼 쉽게 잊혀져가곤 하거든. 정확히는 그것에 적응해간다고 해야 하나 무덤덤해져가는 거지.
그렇지만 문하는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이고, 작년에 있었던 일을 문하는 올해 초까지도 극복하지 못했어. 무기력하게 현실에 발을 두고 살아갈 줄만 알던 어린아이한테, 마음도 시간도 모두 멈춰버리는 충격은 쉽게 잊을 수 없는 일이겠지. 문하가 흑백의 세상에 무덤덤해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거야.
그러고 보니 픽크루 출처 링크하는 걸 잊었네. https://picrew.me/image_maker/54346
귀여운걸 너무 많이 봤다가 잊어버릴것 같다. 라는 이야기에 조금은 의문을 품을만 하지만 그래도 납득은 빠른 편이었다. 원래 사람이란게 여러개를 늘어놓아도 결국 하나만 파고들곤 하니까, 가령 지금 상황에서 코끼리땃쥐의 귀여움을 설명한다면 고양이는 또 금방 잊어버리는게 사람이다.
"그렇게 마시멜로식 딜 같은거 하지 않으셔도 된다구요~ 고양이는 많이 볼수록 좋은 거잖아요?"
기다리면 하나 더, 라던가 굳이 그러지 않아도 그녀가 원하는만큼은 보여줄 심산이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덧붙여진 말에 그저 웃어보였을까, 단순히 조심스러운 편인지, 그저 눈치를 많이 보는편인지 모를 행동을 하는 선배님이라곤 생각했지만 그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사람관계란건 무조건 수그리는 것도 사는데 불편하겠지만 주변 따위 알 바 없다는듯 행동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테니까, 자신은 어느쪽이냐면 아무래도 후자였기에, 만사가 귀찮고 불편한 고양이의 까탈스러운 삶이란 늘 그런 법이다. 어쩌다 들어맞은 이해관계가 아닌 이상은...
"걱정 마세요~ 이래뵈도 무리다싶으면 칼같이 거절하는 타입이니까요?"
그래도 작은 언행 하나하나에까지 세심하게 반응하며 꼭 말해야겠다 싶은 부분은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의 모습이 썩 괜찮게 와닿은 것은 사실이었다. 좋게 말하면 배려심이 많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그만큼 자신을 잘 나타내지 않는 거고...
"길고양이들의 움직임을 알아챈다는게 더 신기한 일이니까요~ 그것까지 감지해낸다면 그건 이미 사람이 아닌 고양이죠~
후후후... 안될 것도 없죠? 오히려 환영이라고 해야 할지~ 그러고보니, 간식 같은거 꽤 좋아하시나보네요?"
가예가 늘어놓는 잔소리 비스무리한 것들을 들으면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한다. 머리가 짧은게 아니라서 이렇게 엎드려서 자고 나면 앞머리가 엉망진창이 되곤 하는데, 정리하는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짧게 칠까도 생각했지만 별로 어울릴 것 같지는 않았고. 그나저나 아까 문 열리는 소리가 너였구나.
" 아까 들어왔을때 일어났는데 금방 다시 잠들어버렸지 뭐야. "
아직도 몸 구석구석이 피로에 잠겨있었지만 누워서 자는 것도 아니고 엎드려서 자면 온 몸이 비명을 계속해서 질러댈 것은 자명할 일이라 부족한 잠은 집에 가서 자기로 결심했다. 가예가 가져다주는 찬물을 마시자 정신이 확 들면서 조금 감겨있던 눈이 완전하게 떠진다. 그래봤자 큰 눈은 아니라서 미미한 변화였지만.
" 보고싶었지~ 하루에도 몇번이고 찾아갈까 고민했다니까? "
바로 옆반이니까 말이야. 장난 섞인 웃음으로 응수하고선 맞은 편에 앉은 가예를 바라보았다. 작년보다 턱이 얄쌍해진게 그녀도 3학년이 되면서 이것저것 고생을 하고 있는듯 했다. 그래도 성격은 어디 안간 것 같아서 다행이네. 남아있던 물을 다 마셔버리고 들려온 질문에 답한다.
" 아무래도 아르바이트 끝나고 공부까지 하려면 수면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다가 " " 재능을 사용할 일이 아무래도 많아져서. "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남들 앞에서 얘기할때나 공적인 대화에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거라서 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재능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지쳐가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충전을 아무때나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렇게 전체적인 컨디션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 어쩔 수 없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으니까 숙명으로 여기고 사는 수 밖에. "
그리고 이 재능으론 먹고 살 생각이 없거든. 그렇게 계속해서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다가 계속 부스스한 상태가 지속되자 나는 앞머리를 만지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 너도 많이 힘든가보다. 예쁜 얼굴 다 상하겠어. "
진심으로 걱정되는 얼굴로 바라본다. 나야 원래부터 이런 삶이었으니까 익숙하지만 대다수의 고3 들은 바뀐 패턴에 한동안 적응을 못하던데.
생각보다 더 착한 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작정하고 나쁜 짓을 하지 않는 이상, 대체로 사하가 타인에게서 받는 첫인상이 그렇지만. 이왕이면 좋게좋게 생각하는 게 좋잖아. 혹시 몰라 그러다 안 풀릴 일도 잘 풀리게 될지.
"나 그런 걸로 상처 잘 안 받으니까 싫은 거 있음 딱 잘라 거절해요."
은근히 다정한 것처럼 보이면서 또 단호하긴 엄청나게 단호하다. 고양이를 닮은 건 비단 눈꼬리만은 아니었을지도. 사하가 웃었다. 오히려 이렇게 확실한 편이 다가가기엔 편할 수도 있겠다. 다 알려주면 들은대로만 하면 되니까. 다 괜찮은 척, 아닌 척하면서 숨기고 있는 게 더 어려웠다. 남의 마음 읽는 능력 같은 건 없어서.
"그럼 우리 통성명 할래요? 사실 명찰 보긴 했는데 그래도 말로 듣는 거랑은 다를 것 같아. 나는 은사하구요, 3학년. 간식은… 싫어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나?"
자문하듯 중얼거린 사하가 슬혜를 바라봤다. 고양이 눈인사하는 것처럼 가만히 보다 은근슬쩍 손을 내밀었다. 어쩌면 조금 촌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악수를 청하는 손이었다.
안녕 좋은 점심~~ 답레만 남기구 이따 다시 올게! 참 주원주 물어본 거 봤는데 사하가 딱히 자기 연애한다고 누구한테 얘기했을 것 같진 않아서 ㅋㅋㅋㅋㅋ 근데 또 엄청 숨기는 것도 아니라.. 눈치채고 물어봤음 어 맞는데..? 하긴 했을 거여... 눈치 빨라서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뭐 그런 사이 아녔을까 생각하구..
"음... 사진으로 인사하고도 부족하시다면 직접 보여드릴수도 있지만요~ 아, 그건 아무리 같은 학교 학생이라도 너무 이른가요? 후후후..."
약간의 발랄함마저 느껴질 정도의 목소리와 그렇지 못한 얄팍한 눈길, 버릇처럼 검지를 들어 자신의 아랫입술을 매만지는 행동은 누가 봐도 초면인 그녀에게 보일 인상은 아니었지만... 아무렴 어떨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그정도로 위험한 사람은 없으니.
"글쎄요~? 그런건 오히려 제쪽에서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참고는 하도록 할게요?"
사실 단호한만큼 누군가에게 쉽게 가로막힌다는 것 또한 자각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일단 스스로가 만족하지 않으면 어떤 요청에도 어깃장을 먼저 놓고 보는 성미였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중심적으로 구는 사람과 타인의 신경을 쓰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들어맞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봤자 극과극이던지, 그럭저럭이던지 둘중 하나겠지만 겉으론 그렇게 보일진 몰라도 자신 역시 은근히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쓰고 있으니 어쩌면 극만 다를뿐 비슷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과연 누가 먼저 상대방에게 불만을 표할지, 그것조차 기대된다는 생각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음~ 그렇네요~ 역시 그냥 읽는 것과 그 사람에게 직접 듣는건 느낌이 다르단 말이죠..."
가만히 마주친 시선에 그저 빙긋 웃어보이다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어왔으려나, 어떻게 잡을지 잠깐 고민하다가도 양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사이에 두고 살며시 포개었다. 만약 그녀가 평범한 인사를 하듯이 손에 힘을 주지 않는다면 그대로 끌어 자신의 뺨에 가져다댈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현슬혜랍니다~ 뭐, 보시다시피 2학년이구요~ 간식이라면... 먹는 것도 좋지만 만드는쪽을 더 좋아하려나요? 아무래도 요리부다보니까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이름표를 읽었다. 파란색인 걸 보니 2학년인 모양이었다. 평소 다른 학년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눈살을 조금 찌푸리고 홍현이에 대해 떠올리려고 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최민규는 빠르게 포기했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그런 걸로 가오 잡으면 좀.. 모양새 그렇잖냐."
걸린 적이 있냐는 말엔 조금 찔린 표정을 했을지도 모른다. 곧이어 다시 무던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애초에 교칙이 엄한 학교가 아닌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뭐..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대충 얼버무렸다.
"응, 운동.. 육상부야. 너는? 동아리 든 곳 있어?"
딸기에이드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산대를 향했다. '여기 딸기에이드 하나랑, 또.. 아이스초코랑.' 낮은 목소리가 사람 목소리들 틈새에 드문드문 들렸다. '아뇨, 테이크아웃 할 거예요. 네.' 주문을 마무리하려다가, 저 멀리 홍현을 한번 힐긋 보았다. 그리고 뭔가를 하나 더 주문했겠지.
또한 진심이었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니 모처럼 보건실에서 푹 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보통 내신을 빡빡하게 관리하는 학생이라면 시간을 아껴 공부하려고 할 테니 깨운 거지만. 바로 뜬 눈 안으로 형연한 이채를 감지하며 마찬가지로 넉살 좋게 대꾸했다.
"몇 번이나 고민할 정도면 그냥 오지. 시험 끝나면 내가 갈게. 자고 있으면 어떡할까?"
간만이라고 느껴지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볼일이 있어 2반에 들릴 때마다 해인이 있는 곳을 훑긴 했지만 그때마다 눈에 띄게 피곤해 보이거나, 쪽잠을 자고 있거나 바빠 보였으니. 양으로 태어난 지도 어언 18년 가량. 늑대에 대한 사전조사를 진즉에 끝마치고 남은 여자는 품은 의문과 별개로 대꾸없이 해인의 말을 경청했다. 말을 고르는가 싶다가 입을 열었다.
"아쉽네. 적절히 사용하면 좋은 능력인데 조절이 안된다니. 따로 생각해둔 진로라도."
나라면 그렇게 했을 것 같은데, 라는 듯한 뉘앙스가 담긴 투였다. 말재주 만으로 사람을 제 편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면 쓰임새가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처지가 안 좋은 형편이라면 타고난 재능으로 숙명이라는 올가미를 벗어던질 것 같은데. 윤리 면에서는 걸리지만.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 또한 그렇기에 여자의 눈에는 육체적인, 정신적인 피로로 곤혹에 빠진 늑대가 사람과 겹쳐 보였다. 이어지는 걱정에 바람빠지는 소릴 내며 살짝 눈을 감았다 뜬다.
"시험기간이 되면 수면 시간을 한 시간씩 줄이거든. 난 괜찮아. 적어도 몸만 힘들잖아."
그리 말하며 천천히 손을 뻗어 해인의 앞머리를 결을 따라 정돈해주었다. 심지가 강한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모습을 보며 웃어버린다. 반곱슬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곱슬기가 강한 걸. 느른히 웃으며 물었다.
"해인아. 너도 그래? 누군가... 필요하진 않고?"
지나가듯 물은 질문이다. 충분히 도와줄 의사가 있었기에 던져보는 것이 가능한. 오늘치 억제제는 복용했지만 약속 정도야 잡을 수도 있겠지. 연료가 필요한 재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어찌 되었든 현재는 필요한 상태가 아닌가? 불온한 연상 작용은 백가예의 머릿속에서 은밀하게 조직된다.
직접 보여준다고? 그래도 되는 걸까. 제가 감히. 미천한 제가 위대한 고양이 님을. 하지만 달콤한 유혹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고, 사하는 그 희귀한 케이스에 해당되지 않았다.
"직접 만날 수 있으면 나는 진짜 좋죠. 나중에 기회 되면 직접 인사할게요."
처음 만난 사이인데 푼수처럼 떠들어대고 싶지 않아 최대한 침착하게 대꾸하긴 했다. 얼굴에 서린 기대감까지 완전히 감추진 못 했지만. 좋은데 어떻게 해.
"참고해준다니 고맙네요."
제 손을 포개는 양손을 보고 사하가 눈을 깜빡거렸다. …고양이식 인사법인가? 어리둥절한 표정도 잠깐, 슬혜와 닿은 손가락 마디를 굽혀 잡곤 가볍게 흔들었다. 아무렴 어때. 반가움만 전달됐다면 그만이다. <현슬혜.> 가볍게 중얼거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잊지 않고 잘 기억해두겠다는 나름의 다짐이다.
"잘 부탁해요."
요리부에서 한 번, 간식을 직접 만든다는 말에서 두 번 놀랐다. 아무것도 안 하면 중간이라도 갈까 싶어 가만히 있는 사하. 사실은 못 하는 게 많았다. 일단 몸 쓰는 일은 형편 없었고, 뭘 만드는 일에도 영 소질이 없었다. 말 그대로 먹고 죽지 않을 정도의 요리가 최선이었다. 간이 맞지 않는 건 다반사요, 태워먹지 않으면 다행이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