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먹겠냐는 이야기에 주양은 당신의 병에 잇던 감초사탕 대신 자신의 병에 있던 감초사탕을 집었다. 이건 자신이 찾은 거니까 당신이 찾은 것 대신 이걸로 만족하겠다는 말과 함께 감초사탕의 꼬리 부분을 잡고 유리병에 내리쳤다. 감초사탕을 먹을땐 이래서 꽤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는 화풀이가 되니까. 그 짧은 시간만에 멀리멀리 자취를 감추어버린 감초사탕들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두어번 더 내리치고 나서야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것을 입 안에 넣었다.
"오호라~ 좋아요! 선배님한테만 내기의 꿀팁을 살짝 알려드리자면, 이왕이면 내깃돈으로 걸지 않을 것들을 제시하면 상대의 반응이 훨~씬 재밌답니다? 이를테면 저는 예전까지는 제 패밀리어를 걸었어요. 그리고 요즘은.."
제 연인을 내기에 걸고 있구요. 조금은 짓궂게 미소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누구라도 자기 자신이 내기에 걸리면 싫을법 한데. 그리고 당황스러울 법 한데. 그 애 만큼은 그러지 않았단 말이지. 주양에게는 그 면이 조금 더 끌렸을지도 몰랐다. 계속 연인 생각만 할순 없었기에 주양의 생각은 거기서 뚝 그쳤다. 대신, 내기에 대한 즐거움과. 당신 역시 내기에 재미를 들여주었으면 하는 바렘이 공존하고 있었다. 예전. 아주 오래 전부터 늘 하던 생각이지만, 이런쪽으로 잘 맞는 친구가 하나라도 더 생기면 삶의 질이 달라지니까.
호박 주스 좋아하느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주양은 이윽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잔디맛. 자신 역시도 내기에서 잘못 걸려 씹어본 경험이 있었다. 어떻게든 자신이 먹은 건 라임맛이라던가, 비슷한 색깔의 뭔가의 맛이라고 구라치려고 꾸역꾸역 먹기는 했지만 절대 그냥 먹어주지 못할 맛이었는데. 역시 사람의 취향은 참 다양하면서도 종잡을수 없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음~ 저는 오히려 까나리맛이 좋아요. 그걸 먹은 사람의 반응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답니다~? 어때요. 선배님도 나중에 내기에 재미 들이게 되시면, 그 젤리 사서 내기할때 한번 써보시지 않을래요?"
사실 가장 좋은 아이템은 무지개 음료였으나, 자신만의 루트를 쉽사리 공개할수는 없었다. 명심해야 한다. 무지개음료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학생이 못 사는 것이고, 눈 앞의 당신은 자신보다 한 학년 높은데다가 무려 학생대표라는 사실을. 자신 역시도 학생대표라고는 하지만 한 학년 위의 선배에게는 쪽도 못쓸것이 분명했기에, 친밀함 속에서도 약간의 경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겉으로 당당하게 티내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던 터라, 그 경계가 드러나진 않았다만은.
"어머나. 그 친구분 혹시 맛잘알? 사탕 치고 막 움직이는건 신기하기는 하죠~ 손가락을 깨무는건 조금 성가시지만 줘패서 잠잠하게 만드는 재미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맛까지는 제 취향이 아니지만~ 뭐랄까. 옆에 있으면 계속 하나씩 집어먹게 만드는 맛이랄까요?"
특별한 메리트가 없으나 손을 멈출수 없게 만드는 그런 맛. 감초사탕에 불호가 극히 큰 사람이 아니고서야 당연한 반응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주양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날 것으로는 못 먹어줄 괴상한 맛이 아니고서야 어지간한 음식 전부 가리지 않고 전부 잘 먹는 사람이었으니, 감초사탕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지렁이 젤리도 막 꼼지락거리는 게 신기해서 그러셨던 거예요? ... 아. 아니. 플렉스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지렁이 젤리. 감초사탕. 둘의 공통점은 음식 주제에 막 살아 움직이는 것. 당신은 그런것에 흥미를 느끼는걸까. 뭔가 정말 동생같다는 생각을 하는것도 잠시, 곧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당신을 살짝 뜯어말렸다. 그냥 그대로 뒀다면 정말 플렉스해서 이 사탕이고 저 젤리고 전부 다 살것만 같은 느낌이었으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머글이라고 부르는 가운데, 노마지라고 부르는 사람은 당신을 포함해서 몇 안되었기 때문에 조금 신기하다는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당과점 문을 열고 들어가던 주양은, 다시 당신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마법사로 태어난다는 건 말야." "우물 속에서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벽을 넘어 밖으로 나가면, 더 큰 세상과 더 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접해보지도 않고 그저 멀리하려고만 하잖아." "나 역시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 "알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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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통이여, 너는 결코 내게서 떠나지 않겠기에
나는 마침내 너를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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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에 입학하고 제일 신기했던 건, 여기저기 있는 움직이는 초상화들이었다. 별거 아닌 것을 신기해하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는지 한 동급생이 뭐 저런 걸 신기해하냐고 면박 아닌 면박을 주었다. 그의 말에 나는 불쾌해하거나 성을 내지 않고,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하다고 순순히 말했더니, 더욱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너네 순혈이래매. 집에 저런거 없어?" "없는데? 순혈 가문은 다 있는거야?"
어린아이의 순박한 대답에 그는 되려 불편해하며 나를 피했다. 이 대화를 들은 주변 학생들도 한동안 나를 피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상황에 불만은 없었으나, 한가지는 궁금하게 되었다.
왜 우리 집엔... 없을까. 초상화도. 기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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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심연의 바닥을 헤맬 때에도
고통은 늘 곁에 앉아 나를 지켜주었으니
어떻게 고통을 원망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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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자유롭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 수 있는 환경.
혈통 나이 사상 가문 종교 지위
etc etc
무엇도 우리를 메어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유의 날개를 펼친 끝에
강렬한 빛을 만나
이카루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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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통이여, 너는 더없이 사랑하는 연인보다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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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쉬운게 뭔지 알아?" "뭔가를 소유하는 거야." "내 두 손은 비었기에, 무엇이든 잡을 수 있으니까." "내 마음은 공허 그 자체이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으니까." "그럼, 살면서 가장 어려운 건 뭔지 알아?" "이미 가진 걸 놓아주는 거야." "쥔 걸 놓았을 때, 찾아올 허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러니 놓을 수 없어." "끝끝내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놓을 바에는," "그래. 차라리 놓아야 한다면."
>>783 오호라~ 첼주 독백 엄청 오랜만에 보는 기분인걸? :) 그동안 첼이한테 있었던 일들을 쭉 나열해둔.. 회고록 깉은 분위기의 독백이라서 읽는 재미가 있었어. 근데 그건 그렇고 뭔가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는데 사실 첼이한테는 쌍둥이가 있었던 걸까..? 내 손이 꿰뚫었던 내 반신의 심장.. 이라는 게 꽤 심상치 않아 :0 (흠터레스팅 이모티콘) 아니면 첼이가 자기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는 그런 과정이려나..?
>>0 [아성/밥주기 대리 의뢰]-수행 '불가살' 쇠를 먹는 괴물. 한 노인이 밥풀을 빚어 만든 인형이 살아 숨쉬게 된 존재. 불가사리는 무척 귀여워서, 노인은 녀석이 좋아하는 쇠를 먹이면서 키우지만 불가사리는 쇠를 먹을수록 점점 커지더니, 결국 거대한 괴물이 되어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다. 결국 불로 인해 불가살은 죽는다.
아성은 이렇게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 죽었어야하는 불가살이가 왜 여기 살아있는 걸까? 아성은 의구심을 느끼며 고철들과 쇠뭉치들, 그리고 포크와 숟가락을 들고 숲으로 향했다. 원래는 포크와 숟가락만을 가지고 가게끔 되어있지만 순전히 호기심으로 고철과 쇠뭉치까지 들고 갔다. 역시 이전처럼 힘이 센 몇몇 녀석들만 독식하지 않도록 흩뿌려 놓는다. 그리고 놈들이 올때까지 기다린다.
아성은 불가살의 모습을 보고 감탄을 했다. 귀엽다. 괜히 노인이 불가살에게 철을 먹인 것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