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걱정하지마. 너한테 갈 공격도 안가게 해줄테니까. 여차하면 내가 대신 막아줄수도 있어. "
탈끼리 정보공유가 되었다면 부네도 자신이 애니마구스라는것은 알고 있겠지만 레오가 동물로 변하면서 알게된 것중 또 한 가지는 짐승의 피부는 생각보다 질기다는 것이었다. 여차하면 동물로 변해서 공격을 대신 맞아주는 방법도 있다.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으니까. 프로테고같은 마법으로 막아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챌수 있으니 네뷸러스로 전장 전체를 감춰버리는 법도 있다.
" 네가 해줘야할건 단 하나야. 절대적으로 날 믿고, 날 지지해주는거. 모두가 멍청하게 속고있는 지금 진실을 아는건 나 하나고 그리고 그런 나를 믿어주고 알아주는 사람은 너 하나니까. 그거 하나면 나는 충분해. "
두 눈에는 공허를 담았다. 그렇게 멍하게 초점이 풀린눈으로 바라보았다. 두 눈에 뭘 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충 두 눈이 향하고 있던것은 뱀과 같았던 그 동공이었다. 이렇게해서라도 그 지독한 자기혐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 지독한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하리라. 거짓이 겹겹이 쌓이면 어느샌가 단단한 기반이되어 진실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달콤하다면 마다할 이유마저 없지.
" 아, 거기. "
턱을 긁어주던것이 여간 기분이 좋았던듯 레오는 슬며시 미소까지 띄우며 얼굴을 부볐다. 그리곤 '응. 맞아.' 하고 긍정했다. 중은 위선자다.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다. 애초에 우리를 지킬 생각이었다면 탈이 여기까지 오게 해서도 안되었다. 살인 저주를 쓰는 것만이 아니다. 일전의 싸움에선 두 명의 탈과 그 이상한 짐승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해 죽음의 문턱을 넘을뻔했다. 우리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 때 중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지? 내 온 몸이 찢기고, 부서지고, 피를 흘리며 죽어갈때 우리를 지키기 위해 그리했다던 중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냔 말이야.
" 잘 해낼 수 있어. ... 머리 쓰다듬어줘. "
슬며시 머리를 내린 레오는 눈을 감았다. 온갖 잡념과 상념이, 쓸데없이 소용돌이치는 생각들이 이제야 조금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하나 먹겠냐는 이야기에 주양은 당신의 병에 잇던 감초사탕 대신 자신의 병에 있던 감초사탕을 집었다. 이건 자신이 찾은 거니까 당신이 찾은 것 대신 이걸로 만족하겠다는 말과 함께 감초사탕의 꼬리 부분을 잡고 유리병에 내리쳤다. 감초사탕을 먹을땐 이래서 꽤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는 화풀이가 되니까. 그 짧은 시간만에 멀리멀리 자취를 감추어버린 감초사탕들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두어번 더 내리치고 나서야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것을 입 안에 넣었다.
"오호라~ 좋아요! 선배님한테만 내기의 꿀팁을 살짝 알려드리자면, 이왕이면 내깃돈으로 걸지 않을 것들을 제시하면 상대의 반응이 훨~씬 재밌답니다? 이를테면 저는 예전까지는 제 패밀리어를 걸었어요. 그리고 요즘은.."
제 연인을 내기에 걸고 있구요. 조금은 짓궂게 미소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누구라도 자기 자신이 내기에 걸리면 싫을법 한데. 그리고 당황스러울 법 한데. 그 애 만큼은 그러지 않았단 말이지. 주양에게는 그 면이 조금 더 끌렸을지도 몰랐다. 계속 연인 생각만 할순 없었기에 주양의 생각은 거기서 뚝 그쳤다. 대신, 내기에 대한 즐거움과. 당신 역시 내기에 재미를 들여주었으면 하는 바렘이 공존하고 있었다. 예전. 아주 오래 전부터 늘 하던 생각이지만, 이런쪽으로 잘 맞는 친구가 하나라도 더 생기면 삶의 질이 달라지니까.
호박 주스 좋아하느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주양은 이윽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잔디맛. 자신 역시도 내기에서 잘못 걸려 씹어본 경험이 있었다. 어떻게든 자신이 먹은 건 라임맛이라던가, 비슷한 색깔의 뭔가의 맛이라고 구라치려고 꾸역꾸역 먹기는 했지만 절대 그냥 먹어주지 못할 맛이었는데. 역시 사람의 취향은 참 다양하면서도 종잡을수 없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음~ 저는 오히려 까나리맛이 좋아요. 그걸 먹은 사람의 반응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답니다~? 어때요. 선배님도 나중에 내기에 재미 들이게 되시면, 그 젤리 사서 내기할때 한번 써보시지 않을래요?"
사실 가장 좋은 아이템은 무지개 음료였으나, 자신만의 루트를 쉽사리 공개할수는 없었다. 명심해야 한다. 무지개음료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학생이 못 사는 것이고, 눈 앞의 당신은 자신보다 한 학년 높은데다가 무려 학생대표라는 사실을. 자신 역시도 학생대표라고는 하지만 한 학년 위의 선배에게는 쪽도 못쓸것이 분명했기에, 친밀함 속에서도 약간의 경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겉으로 당당하게 티내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던 터라, 그 경계가 드러나진 않았다만은.
"어머나. 그 친구분 혹시 맛잘알? 사탕 치고 막 움직이는건 신기하기는 하죠~ 손가락을 깨무는건 조금 성가시지만 줘패서 잠잠하게 만드는 재미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맛까지는 제 취향이 아니지만~ 뭐랄까. 옆에 있으면 계속 하나씩 집어먹게 만드는 맛이랄까요?"
특별한 메리트가 없으나 손을 멈출수 없게 만드는 그런 맛. 감초사탕에 불호가 극히 큰 사람이 아니고서야 당연한 반응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주양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날 것으로는 못 먹어줄 괴상한 맛이 아니고서야 어지간한 음식 전부 가리지 않고 전부 잘 먹는 사람이었으니, 감초사탕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지렁이 젤리도 막 꼼지락거리는 게 신기해서 그러셨던 거예요? ... 아. 아니. 플렉스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지렁이 젤리. 감초사탕. 둘의 공통점은 음식 주제에 막 살아 움직이는 것. 당신은 그런것에 흥미를 느끼는걸까. 뭔가 정말 동생같다는 생각을 하는것도 잠시, 곧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당신을 살짝 뜯어말렸다. 그냥 그대로 뒀다면 정말 플렉스해서 이 사탕이고 저 젤리고 전부 다 살것만 같은 느낌이었으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머글이라고 부르는 가운데, 노마지라고 부르는 사람은 당신을 포함해서 몇 안되었기 때문에 조금 신기하다는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당과점 문을 열고 들어가던 주양은, 다시 당신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마법사로 태어난다는 건 말야." "우물 속에서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벽을 넘어 밖으로 나가면, 더 큰 세상과 더 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접해보지도 않고 그저 멀리하려고만 하잖아." "나 역시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 "알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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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통이여, 너는 결코 내게서 떠나지 않겠기에
나는 마침내 너를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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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에 입학하고 제일 신기했던 건, 여기저기 있는 움직이는 초상화들이었다. 별거 아닌 것을 신기해하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는지 한 동급생이 뭐 저런 걸 신기해하냐고 면박 아닌 면박을 주었다. 그의 말에 나는 불쾌해하거나 성을 내지 않고,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하다고 순순히 말했더니, 더욱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너네 순혈이래매. 집에 저런거 없어?" "없는데? 순혈 가문은 다 있는거야?"
어린아이의 순박한 대답에 그는 되려 불편해하며 나를 피했다. 이 대화를 들은 주변 학생들도 한동안 나를 피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상황에 불만은 없었으나, 한가지는 궁금하게 되었다.
왜 우리 집엔... 없을까. 초상화도. 기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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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심연의 바닥을 헤맬 때에도
고통은 늘 곁에 앉아 나를 지켜주었으니
어떻게 고통을 원망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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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자유롭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 수 있는 환경.
혈통 나이 사상 가문 종교 지위
etc etc
무엇도 우리를 메어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유의 날개를 펼친 끝에
강렬한 빛을 만나
이카루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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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통이여, 너는 더없이 사랑하는 연인보다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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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쉬운게 뭔지 알아?" "뭔가를 소유하는 거야." "내 두 손은 비었기에, 무엇이든 잡을 수 있으니까." "내 마음은 공허 그 자체이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으니까." "그럼, 살면서 가장 어려운 건 뭔지 알아?" "이미 가진 걸 놓아주는 거야." "쥔 걸 놓았을 때, 찾아올 허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러니 놓을 수 없어." "끝끝내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놓을 바에는," "그래. 차라리 놓아야 한다면."
>>783 오호라~ 첼주 독백 엄청 오랜만에 보는 기분인걸? :) 그동안 첼이한테 있었던 일들을 쭉 나열해둔.. 회고록 깉은 분위기의 독백이라서 읽는 재미가 있었어. 근데 그건 그렇고 뭔가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는데 사실 첼이한테는 쌍둥이가 있었던 걸까..? 내 손이 꿰뚫었던 내 반신의 심장.. 이라는 게 꽤 심상치 않아 :0 (흠터레스팅 이모티콘) 아니면 첼이가 자기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는 그런 과정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