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급식 시간. 홍현에겐 급식시간이란 그저 배를 채우는 시간일 뿐이었다. 오늘 같이 딸기맛 음식이 나오는 날이 아니라면 말이다. 홍현은 즐거운 기분으로 빠르게 급식을 먹은 뒤 짜 먹는 요구르트를 천천히 음미해가며 먹었다. 인공적일 수도 있는 맛이었지만 하나하나 씹히는 딸기 입자는 홍현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마지막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조심스레 껍데기를 내려놓은 홍현은 잠깐 심호흡을 하였다. 딸기를 먹고 나면 잠시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급식실에서 나온 홍현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자신의 교실로 가서 읽던 약학 책을 읽을 수도, 아니면 운동장에 앉아서 잠시 자...는 게 아니라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고민을 하던 홍현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광경을 보게 되었다. 다름 아닌 딸기맛 짜 먹는 요구르트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홍현은 급하게 달려나가 버리려던 사람의 손목을 잡고 쓰레기통의 입구 바로 위에서 치웠다. 결국 요구르트가 손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홍현은 바로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뭐 하시는 거예요!"
평소와 다르게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간 홍현은 자신이 저 무서워 보이는 선배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자신보다 키도 최소 20cm가 더 커 보였기에 홍현은 바로 주눅 들 수밖에 없었다. 평소처럼 말을 더듬지 않을 뿐, 홍현은 어떻게든 말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저... 그러니까 먹지도 않은걸.. 이렇게..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안... 되죠!"
>>304 ......그러네요!!!! 현재 새학기라면 초면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가예는 3학년 1반 실장이라 웬만하면 주원이 얼굴을 알고 있을텐데..흠 주원이가 문제를 저지르는 편도 아니고 같은반 친구로서 원만한 관계일 것 같네요!! 첫만남을 선관으로 설정해야할까요?
>>310 얜 아무튼 즐거운 하는 것을 하는 부라는 이름을 들으면 일단 웃고 볼 것 같은데...ㅋㅋㅋㅋ 처음엔 귀엽다고 생각했겠지만 학생회 안에서 얘기가 나온다면 같은 반이니까 내가 말해볼게~ 했을 것 같군뇨! 2학년때 그랬을 수도 있고요~ 선관란 확인하고 왔는데 시아와 새슬이는 가끔 활동만 같이 하고 정식 부원은 주원이 한 명 뿐인 건가요?
놀라 입만 벙긋거렸다. 아주 드물게 눈이 커졌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좀 흘러서야 겨우 한 마디 했다.
"내.. 내 묵을 거 버리는디 와 이래 화가 났나."
눈을 정확히 여섯 번 깜박였다. 놀랐다. 정말로 놀랐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아차 싶을 것이다. 하기야 제 눈 앞에 있는 이가 하는 말이 맞긴 맞았다. 먹을 걸 버리면 안 된다. 하지만 먹기 싫은 것도 사실이었다. 어지간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걸 싫어하는, 그러니까 환경을 생각하는 애거나, 단순히 교칙을 지키는 걸 좋아하는 애거나. 아니면, 정말로 저 딸기맛 요구르트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그.."
놀란 것을 진정시키려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놀라 그런지 심장이 벌렁거렸다.
"나는 이거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야."
'뭔진 몰라도 미안해', 하고 덧붙였다. 선도부일 수도, 속으로 생각했다. 너 먹을래? 하고 제안하려다가 말았다. 버리려던 걸 먹으라 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좀 그렇다.
"..먹고 버릴까?"
#오너가 사투리를 잘 못 써서 야매사투리를 쓴답니다 >.0..................
>>316 으음...산들고 학칙은 정확히 모르지만.. 가예는 일단 부원이 한 명이면 동아리가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건 알아요. ㅜ.......가예: 부원이 한 명이면 그건 동아리라고 할 수 있는지부터.. <이런말 하면 주원이 상처받을까요?ㅠ 길어질 것 같으면 선관스레 가도 괜찮습니당당~
홍현이 들고 있는 짜 먹는 요구르트에 진동이 보일 정도로 홍현은 손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자신을 어떻게 볼지, 혹여나 화를 내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걱정들이 다 도망가 버렸는지 그 이상의 걱정은 없었다. 아니, 그 걱정이 너무 커서 다른 걱정들이 묻혀버렸기에 그랬을 수도 있었지만 홍현에게 딱히 중요한 질문은 아니었다. 뜬금없이 사투리를 쓰는 걸 보자 당황한 것 같아 보였고 자신 때문에 화가 나진 않았을지 더욱 걱정하게 되었다. 짧은 침묵 후 자신이 요구르트를 버리려는 이유를 침착하게 설명하자 홍현은 조금 안심하며 자신도 사과했다.
"그.. 갑자기 손목을 잡은 건 정말 죄송해요.. 제가 딸기를 정말 좋아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하지만 선배가 직접 자신이 먹고 버릴지 말하자 자신이 먹기 싫어서 버리려는 것을 억지로 불러 세우고 먹이는건 아무리 그래도 아닌 것 같았다. 마침 급식을 먹으며 조금 아쉬웠기 때문에 한개 정도는 더 먹어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들은 홍현은 짜 먹는 요구르트를 뜯으며 조심히 물었다.
"아.. 별로 안 좋아해서 버리시려는 거였다면 굳이 드실 필요 없어요. 저... 그 대신 지금 제가 먹어도 괜찮을까요?"
손을 떠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고, 속으로 작게 탄식했을지도 모른다. 멋쩍어 뒷목을 매만졌다. 사실 최민규는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당황했다면 당황한 것이고, 놀랐다면 놀란 것이지만, 화가 난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민규가 제 얼굴이 퍽 험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일까. 일부러 표정을 유하게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 노력이 통했을지는 미지수다.)
"아.. 좋아하는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그럴 수도 있다. 홍현의 눈치를 살피다가,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색으로 학년을 추측했다.
"그.. 겁먹은 것 같은데, 안 그래도 돼. 2학년 같은데 말이야... 어, 응. 그렇지. 괜히 선배랍시고 군기 잡는다던가 그런 성격은 아니니까."
괜히 말이 길어졌다. 최민규는 아주 짧게 후회했다.
"애초에 화도 안 났고 말이야."
그래서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될 한 마디를 덧붙였다.
대답도 전에 요구르트를 뜯는 걸 보고 조금 입꼬리를 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웃음은 웃음이고, 저 버리려던 걸 먹는 건 아무래도 기분이 좀 그렇다. 아무리 초면이어도, 아니, 초면이라 미안해지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계속해서 긴장하던 홍현은 화가 나지 않았다고 말하며 최대한 좋게 보이려고 애를 쓰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화가 나지 않았다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이걸 그냥 버리긴 좀 그러니까..."
홍현은 빠르게 요구르트를 마시고 생각하기로 하며 입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런데 긴장이 풀려서 그랬는지 홍현은 먹기 직전의 요구르트에서 위화감을 찾았다. 사람이 긴장하면 감각이 예민해질 때도 있지만 홍현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감각이 보내온 정보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이거... 불량품인데요?"
오묘하고 시큼한 냄새. 이전부터 딸기 요구르트도 자주 먹었던 홍현으로썬 잘못되었다는 걸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아마 제조 공정 중에 실수가 있었거나 보관 중에 이것만 문제가 생겼던 거겠지. 딸기 요구르트가 아깝긴 했지만 먹었다간 병에 걸릴 수도 있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버리기로 했다. 홍현은 요구르트가 튀지 않도록 조심히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이거.. 참.. 그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서 홍현은 머릿속이 하얘진 것 같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