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랑이는 선관을 짜지 않을것이다! 왜냐하면 모두와 처음부터 친구가 될 거니까! 이미 편한 사이가 있으면 친해지고 싶다가 재능이 나와서 평소보다 좀 예민해지는 거에 스트레스 받는 비랑이를 꺼낼 수 없지(의미심장) 그리고 만월 때 비랑이도 뭐했는지 생각해볼까... .dice -100 100. = 39의 상황이었단 걸로.
삐걱거리는 사하의 마음을 알 턱 없는 선하는 탐색단계에 있었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맞춰주는 게 목전의 둔 과제인 것처럼 굴고 있었다. 선하가 가느다란 손으로 제 머리카락은 쓸어내린다. 물 밑처럼 조용히 웃는다.
"그러게.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시간 없는 시기때 만나서 아쉽다는 뜻은 아니었다. 수능 공부를 안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부에 전념해야하는 절박함이 비교적 적었다. 요컨대, 선하는 문자 그대로 일찍 만나 말해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동상이몽처럼 미묘하게 말이 맞물린다.
"애들이 자꾸 사하라고 부르더라. 너랑 나랑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가? 우리가 닮았니?"
선하, 사하. 초성과 뒤에 하가 따라붙는 것 말고는 닮은 점이 없어보... 그래, 지금와서 생각하면 닮았다. 뭐, 닮은 점이 많으면 친해질 확률이 높아진다니 만약 내 이름이 천자문이었어도 닮았다 빡빡 우길 생각이었다. 퍽 기분 좋은 상태이기 때문에 선하는 마음을 유하게 먹기로 한다. 충분히 헷갈릴 수도 있지. 그렇고 말고. 이렇게 귀여운 애랑 날 헷갈린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밖에.
"저... 나 보면 인사해줘야해. 알겠지?"
사하는 부끄러운 부탁을 한다는 마냥 수줍게 말했다. 그리고 변명하듯 덧붙이며 말하길,
"나 수영 특기생이거든. 그래서 학교에 친구가 몇 없어. 이렇게 너랑 대화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솔직히, 학교는... 조금 외롭거든."
침하나 안 바르고 내숭질이다. 축 내려간 어깨와 반쯤 감겨버린 눈을 보면 퍽 그럴듯 해보인다는 게 사실 수영 특기생이 아니라 배우 지망생 아닌가 의심할 지경이었다.
>>960 (이야기를 꺼내주는 상냥함에 울어..) 나는 정말로 좋지만, 문하 성격상 '가벼운 교류' 같은 것에는 마음을 전혀 열지 않고 매번 데면데면하거나 퉁명스럽게 대할 수 있어. 문하의 성격상 하늘이랑 비랑이랑 아랑이가 먼저 많이 적극적으로 다가와 줬다고 해야 문하가 마음을 조금 열었을 것 같은데... 괜찮아? (그리고 비랑주랑 아랑주의 말도 들어보고 싶어.)
자고로 하늘은 굳이 자진해서 모범을 보이는 그런 학생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불량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오는 이유는 오늘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이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콩쿨과 대회 수상으로 야자가 면제된 그는 이대로 쓰레기를 버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책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음악실 연습이 아니라 집에 가서 연습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음악실로 갈 생각은 없었다.
커다란 하얀 쓰레기봉투를 쓰레기장에 투척해서 버리며 그는 가볍게 손을 탈탈 털었다. 이제 돌아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어느 한 여학생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브릿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기에 그의 눈길이 그 브릿지에 잠시 고정했다가 그녀의 모습으로 향했다.
짚단 같은 것을 모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의 호기심이 살며시 샘솟았다. 왠 짚단이지? 일단 상대가 누군지 모르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높여 불렀다.
"저기. 무슨 짚단인가요? 그건?"
학교에서 쓰는 곳이 있나? 그런 가벼운 의문을 품으며 그는 답을 기다렸다. 물론 답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상관없었다.
>>974 데면데면하거나 퉁명스럽게 대하는게 뭐 좀 인격 모독급이 아니라면 하늘이는 그냥 그런 애구나 하고 별 생각이 없이 넘어갈 것 같아. 일단 그냥 클래스메이트로서 서로 알고는 있는 사이가 될 가능성이 커보이긴 하는데... 그런 것도 일단은 선관이 아닐까 생각해서! 아무튼 깊게 선관을 짜야 할 것 같으면 다음에 제대로 기회를 잡아서 선관을 짜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아무튼 내 생각은 그렇다!
>>982 딱 그 느김이었어! 아주 깊거나, 아주 얕거나! 문하주 엄청... 설명 잘해... ㅇㅁㅇ>> 최근 실연을 당해, 늑대로서의 자신감을 상당히 상실하고 있습니다<< 시트 읽고 신경쓰인 문장인데 문하주 첫등장 때 유기견이라고 해서... 혹시 실연 당한 상대가 양이었을까...? (물어봐도 괜찮은 질문이면 대답해주고, 아니면 패스! 를 외쳐주세요! <:3)
코끝을 간질이는 향을 맡고 나는 숨을 참는 우파루파같은 얼굴로 멈춰섰다.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는다. 만월의 날 내내 혼자 강당에 스스로를 가두고 짚단을 몇 아름씩 베어넘긴 이후라, 페로몬 갈증으로 시야가 깊고 좁아진 것은 물론이요 몸 자체도 상당히 지쳐 있다. 방금 막 만월이 끝났으니 끓어오르는 충동의 고비는 넘겼지만, 다시 평소와 같이 갈증에 익숙한 상태로 되돌아가기에는 인터벌이 필요하다.
강당의 문을 따고 들어오지 않은 것에는 감사해야겠으나,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에 양을 만나게 된 것도 충분히 야속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나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으며 물었다.
"너... 너, 양?" 흘끔, 하고 명찰의 색을 살폈다. "이... 세요? 선배?"
심호흡. 심호흡. 페로몬을, 어쩌다가 깊게 들이마시는 순간 끝이다. 입 밖에서 돌게끔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심스레 호흡하는 수밖에 없다. 소매로 입을 살며시 가린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베기에 쓰는, 짚단, 이에요. 검도부에서. 진검은 학교에 들고 오면 안 돼서, 잡초 베는 대낫으로... 이렇게."
그러고 보니 곱게 묶인 짚단은 모조리 토막나 있는 것이 보였다. 집중해. 집중해.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돼. 어떻게 만월을 버텼는데. 지금 맡았다간 이 모든 게 헛수고로 돌아갈 거야.
<우리가 닮았니?> 하는 질문에 사하가 선하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본다. 낯선 사람의 얼굴을 빤히 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지만, 이제 낯선 사람도 아니잖아. 역시 아무리 봐도 닮은지는 잘 모르겠다. 얼룩덜룩한 제 머리와는 다르게 선하의 머리는 깨끗하게 희었다. 속눈썹도 하얗고, 눈도 파랗고. 굳이 닮은 점을 찾자면…… 이름?
"이응, 시옷, 히읗. 자음이 닮았네."
<이것 때문에 헷갈렸나?> 덧붙이곤 웃는다. 글씨로 쓰면 더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발음하는 것보다는 써뒀을 때 같은 모양이 더 잘 보이니까. 혼동하려면 충분히 할 수도 있지. 더군다나 둘 다 알고 있으면 더. 우리 엄마는 가끔 나 부를 때 비슷하지도 읺은 이모 이름으로 부르는데, 뭘. 인정이 빠른 편이었다.
인사 얘기에 약간 어리둥절한 눈으로 선하를 보던 사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부탁하지 않아도 인사야 당연히 할 생각이었는데. 차근차근 뱉어지는 선하의 말을 듣고서야 이해한 표정을 했다.
"수영 하는구나. 멋있다. 나는 물에도 못 뜨거든."
다들 힘 빼면 가라앉는다는데 그 힘 빼는 게 안 됐다. 제가 튜브에나 의존해 둥실둥실 떠내려가고 있을 때, 옆에서 시원하게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부럽기도 했다. 나는 저만큼의 재미는 모르고 사는구나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