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친구를 데려온 것 같은 산뜻한 말투로 대답한다. 그 말투로 봐서는 컴퓨터에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겠지. 주원을 바라보는 슬혜의 눈빛은 귀여운 장난기 가득 어려있어 그대로 잔뜩 끌어안아 주고 싶었지만 주원에겐 지금 해야하는 것이 있었다.
농담이란 말에 가벼운 웃음으로 대답하곤 문을 닫는다. 그동안 슬혜는 귀찮은듯 침대에도, 소파에도 눕지 않고 몇 걸음 걸어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마치 걷다가 제자리에서 뒹굴거리는 고양이의 행동 그 자체였다. 요즘은 이성을 데리고 오고 싶을 때 '우리 집에 고양이 있는데 올래?' 라고 하는데, 이럴 경우엔 뭐라고 해야하는지. 그 이성이 고양이가 되었을 경우엔?
주원은 아주 차분하고,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문을 닫은 뒤 신발을 벗고, 슬혜와 주원이 벗어둔 신발을 정리한 뒤 책상에 안경을 벗어 올려두었다. 눈이 피곤한건지 왼손의 검지와 엄지로 두 눈을 마사지한 주원은 그대로 슬혜가 누워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이어 위에서 슬혜를 내려다보더니 두 손으로 얼굴 양 옆을 바닥에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치며 어디에도 도망칠 수 없이 가로막는다. 그리곤 위에서 도망칠 길 없이 자신의 몸으로 슬혜를 가둔채로 그저 내려다본다.
피곤해져서인지, 만월의 영향인지 평소보다 더 날카로워보이는 눈으로 주원은 슬혜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오른손을 움직여 그녀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준다. 그것은 '열쇠'였다.
"이 집 열쇠야. 여기서 날 밀어내면 이대로 나갈게. 그리고 네가 진정되면 알아서 나가. 키는 나중에 주고."
그는 이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밀어내지 않으면. 에 대해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겠지. 주원은, 어쩌면 지금 이 상황에서라면 원하는 방식으로 먹어치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마지막의 선택권을 슬혜에게 건네주었다.
금색 늑대는 그저 두 눈으로 새침한 고양이같은 소녀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언제 그 이빨을 드러낼지도 모른다는듯이. 주원의 넥타이가 슬혜 위로 흘러내렸다. 키를 쥐지 않은 손으로 잡아당기기엔, 충분한 거리겠지.
>>32 물론이죠! 오늘 꼭 푹푹 주무세요 잘 주무실 수 있을 거에요 >>33 코난 마취짤 오랜만에 듣네요 과연 마취제가 잘 들을지,,,,, ㅎ ▽ㅎ하하하 다들 현생이 바쁘셔서 새벽에 몰리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ㅋㅋㅋ한편으론 또 감사하고 글네요... 입맛 그다지 없으시겠지만 아침 드세요 민규주!!!
>>43 아랑주도 안녕하세요! 많이 피곤하실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오늘도 잠에 취한 다람쥐님을 볼 것 같네요,,((( 지구도 욕을 많이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욕을 의식적으로 참는 스타일은 아닐 것 같네요 그다지 자각 없달까.. 친한 사람과 있거나 먹잇감을 놓쳤을 때 빼고는 >>44 저는 곰인형 치고는 조금 솜털이 부족할 지도 몰라요 ㅎ▽ㅠ 큽
연호주 주무시는 동안 좋은 꿈 푹 주무시길 바라겠습니다 나중에 봬요 ㅎ▽ㅎ!!!! >>56 ㅋㅋㅋㅋ민규주가 찌굼 하고 단위 나누시는 거 넘 귀여워요 저는 일직선으로 쭉 잘 걷는 민규도 깊이 애정하고 있답니다.. 밍규 같은 현실적이지만 막상 현실에는 없는.. 캐릭터.. 너무 좋아해요 이대로만 지구와 사이좋게 지내주었으면 ㅎ▽ㅎ..!
>>52 ㅋㅋㅋ 와아 캐잘알 칭찬 받았다! 아랑이는 해도 속으로 하거나 밖으로 꺼내도 깜찍한 수준(아...마도?)으로밖에 안 합니다...<:3 잘 참거나 순화하는 편. 가령 민규랑 친하다고 하면. 아랑 : 저 자시기이이, 나빴어요오오.. (힝구하는 표정으로 쳐다봄) (내 편 들어죠!) 민규가 편 안 들어주면 더 힝구 됨. 힝힝구 됨.
>>53 8□8 (쓰담쓰담으로 급선회) 폰은 전자기기.. 어서 폰을 놓고 코코낸내하세요 >:\ (엄격) 근데 에네지드링크 마시고 못자는 것도 이해해요.. 전 커피만 마셔도 그러거든요 ^.ㅠ
>>54 자고 일어나서 뭔가 더 먹으면 지금보단 괜찮아질 거예요 ㅎㅁㅎ 와... >친한 사람과 있거나 먹잇감을 놓쳤을 때 빼고는< 지구캡. 지구의 모에 포인트를 매우 잘 아시는 것... oO 치명적인 새럼..
그야, 제 품 속에서 허우적대는 사냥감의 꼴을 보는 것이란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악취미라고? 그래서 발버둥 칠 수나 있고? 먹이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게 당연하다. 덫을 걸고, 올가미에 붙잡아 두고. 미련하게 잡혀버린 제게 재롱을 부리라는 것과 다를 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지구는 그 감정을 평생토록 느끼지 못할 것이며, 이해해 줄 넓은 아량이 있다 한들 그것이 한낮 먹이에게 적용될 리 없다. 지구는 그저 느긋하게 째로 삼키고 싶었을 뿐이다. 꿀꺽, 늑대가 양을 삼켜버렸습니다.
"그런가."
가엾고 순진한 그녀가 그의 마음을 헤아리려 든다. 참는 게 힘든 것은 매한가지라고. 그는 흐릿한 조소를 흘리며 찌푸린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하다, 눈물에 젖어 있는 그녀의 속눈썹을 혀로 핥아주려 했다. 그리고선 얼굴을 간질거리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려 했겠지. 참는 것은 힘들지 않다. 감정을 누르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숨기는 일 역시 어렵지 않다. 아주 어릴 때부터 훈련 받은 짐승에게 그런 것은 일도 무엇도 아니겠다. 그저 이 달디 단 여유를 진득히 맛보고 싶을 뿐이다. 허기에 허겁지겁 먹어 치워버리고 난 뒤에 남는 것은 상실감의 뼛조각 뿐이다. 그러니 지구는 새슬과 이렇게 밀착하여 끌어안고 있는 순간만으로도 포만감을 채울 수 있었으나 글쎄, 이 애달픈 먹이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애간장이 녹는 듯했다. 그렇다면 좀 더 갈망하며 애원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맛있는 먹이는 음미하며 집어 삼키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싫은데."
그녀는 그가 원한 애원과 달리 다른 숨의 절망을 내뱉는다. 지구는 그런 새슬을 보며 짓궂게 큭큭 웃음소리를 낮게 내뱉고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감정을 토해내는 그녀의 작은 머리를 달리 지독히도 다정한 품 안으로 끌어 안았다. 짐승은 체온이 높아서, 차가운 말과 눈빛과 달리 그 품은 뜨겁다 못해 달은 설탕을 끈적한 잼으로 졸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는 그렇게 품에 넣은 먹잇감의 심장고동 소리를 가만히 듣는 것을 좋아했다. 공포와 애정이 하염없이 뒤섞여 구분되지 않을 만큼 범벅이고 결국 얼룩지고만 두근거림을. 그는 품에 담긴 그녀의 둥근 이마에 입을 맞추며 느른 숨을 뱉는다. 졸여진 달큰한 체취가 뇌를 가득 메우고, 애태우지 말라고 한입에 물어 삼키라고 명령한다. 건방진 토끼라고 생각한다.
"토끼가 너무 아픈 건 싫대."
이전에 네가 했던 말이잖아. 기억은 해? 지구는 다정한 손짓으로 달게 웃으며 공포에 떨고 있을지도 모르는 자그만 토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어차피 먹을 삼킬 것에 굳이 어르고 달래는 이유는 단지 소란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울면 머리가 울리잖아. 남들의 시선을 집는 시끄러운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 뿐이라고.
네가 가장 잘 알 수 밖에. 우리 사이에 그어진 선은 맨 처음 네가 그린 거니까. 네 손으로 직접 그리지 않았다고 해도 너로 하여금 비롯된 것이다. 갑자기 책임의 가장 무거운 부분을 네게 떠넘긴다. 억지스럽다고? 그때 그랬잖아. 난 상처 받지 않으려면 뭐든지 한다고.
사하는 지금 이 상황이, 플롯이 엉망으로 짜인 영화 같다고 생각했다. 타이밍이 한참이나 뒤에, 그것도 이런 시간을 빌어 알게 되는 사건의 전말이라니. 이런 식으로 쓰면 욕 먹어요, 작가님. 해결되는 것도 없는 데다 감정 낭비라구요. 애초부터 잘못됐어요. 양과 늑대라니. 동화도 이렇게 유치하진 않겠어요. 누구라도 붙잡고 비난하고 싶었다. 그러나 각본을 쓴 사람은 없고, 감독이라고 있을 리 없다. 아무리 외로움에 시달려 이성이 무뎌졌다고 해도 현실과 영화는 구분할 줄 알았다.
"걱정하지 마."
눈물이라도 한 방울 흘려줘야 하는 것 같은데, 그냥 기분이 가라앉기만 했다. 그마저도 누가 있다고 바닥까지 치진 않는다. 마른 눈꺼풀을 움직인다. 해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그녀가 캐논의 도입부를 연주하자 그의 시선이 자연히 피아노 건반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눈을 감고 잠시 그 음에 집중하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녀가 연주를 멈추자 아주 자연스럽게 그 뒷부분을 조금 더 연주하다가 두 손을 멈췄다. 정말로 다른 이와 친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선배로구나. 그것이 그가 가진 그녀에 대한 인상이었다. 친해질 마음이 더 생기냐는 물음에 그는 결국 소리를 내 웃었다.
"적어도 꺼려지진 않네요. 연주라던가 그런 것은 상관없이, 사람들과 잘 지내는 건 저도 원하는 거니까요.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친해지는 것에 대한 확신을 받고 싶은 것인지. 뒤이어 눈을 감고 잠시 멈췄던 캐논을 마저 이어나가며 그는 미소를 가볍게 지었다. 아무런 말 없이 연주를 이어나가다 끝내며 그는 약한 숨을 후우 내쉬었다. 그리고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다시 그녀를 시야에 담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확인차 안 물어도 괜찮아요. 갑자기 냉소적으로 변한다거나 그러진 않으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사람을 싫어하거나 하진 않아요. 오히려 좋아하는 쪽이지. 물론 피아노가 조금 더 좋긴 하지만, 그게 다른 쪽을 싫어한다가 되진 않잖아요?"
결론은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그런 의미의 대답이었다. 두 손을 피아노 건반에서 내리면서 그는 크게 기지개를 켜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뒤이어 시계를 확인해보며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시간이란 어느 순간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것이었고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정 존재하는 것은 또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저도 슬슬 준비하고 나가봐야겠네요. 기숙사 근처까지만 같이 갈래요? 어차피 하교하는 길에 잠시 들릴 수도 있는 거니까."
/이 사람들. 대체 잠은 언제 자는거야?! 물론 터질 것 같긴 했지만 밤을 샌 사람들이 있구만!! 아무튼 마무리를 하는 느낌으로 가지고 답레를 가지고 와봤어! 뭔가 잔잔한 영화느낌이어서 진짜 좋았다! 갱신이야!
아무튼 요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구나. 이건 내가 설정으로 안 정했으니 지금 이 다이스가 공설이다!!
.dice 1 5. = 3 1.오오오오오오오 브금이 뜨는 특급요리사 실력 2.그냥 나름 요리 되게 잘하는 실력 3.적어도 굶어죽진 않는 평범한 실력 4.차라리 나가서 도시락을 사서 먹는게 나을 정도의 실력 5.요리? 그게 뭔가요? 일단 이 쌀을 세제에 씻으면 되는거 맞나요? 정도의 실력
무슨 일이 있던간에 내가 사하에게 한 짓은 잘못이니까. 나를 동정해달라고 알려준 것도 아니고 용서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 약점을 마음껏 쥐고 흔들어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처음으로 내 의지로 상처 입힌게 너니까. 그래서 나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어도 그저 고개만 끄덕일뿐이었다. 차라리 그쪽이 마음이 편할테니까.
" 용서해달라고 한 말은 아니야. "
밉다는 소리를 들어도 나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한때는 행복했지만 지금은 이렇다니 사람 일은 한치 앞을 모른다는게 정말인가보다. 몸에 힘을 빼고서 조금 기대듯이 껴안는다. 언젠가 이런 날도 희미한 기억이 되어서 잘 생각나지 않을 때도 오겠지. 그때쯤 되면 서로에 대한 감정도 너무 희석 되지 않았을까.
그의 고개가 느릿하게 움직여, 이마에서부터 시작해 콧등, 볼. 차례로 살며시 누르는 듯한 입맞춤을 하고 나서 완전히 뒤로 떨어질 때까지. 아랑은 숨을 참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당황스러움을 넘어 유혹으로까지 느껴지려는 게 곤란했다.
“ 미쳤나봐아, 화연호오... 농담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뽀뽀해주면 어떻게 해애....? ”
아랑은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를 안고 있으니 그의 목덜미나 가슴팍쯤에 얼굴을 묻었겠지. 붉어진 뺨은 아마 못 봤을 거야. 보였더라도 달빛에 가려져 덜 보였을 거야. 화연호가 나빴다. 사람을 아주 당황스럽게 만들어 놓고, 본인은 여유 있어 보이는 게 아주 나빴다. 부끄러움과 억울함에 페로몬이 더 달짝지근하고 뭉근하게 퍼지는 기분이 들었으나, 늑대가 아닌 아랑은 제 페로몬을 체감하지 못한다.
“ 너어, 입술 간수 좀 잘 해라아. 불쌍한 사람들 심장 떨어뜨리지 말고오...! ”
얼굴을 살짝 틀어, 숨 쉬고 말할 틈을 확보해, 그래도 네 품에선 벗어나지 않아. 자그마한 목소리로 불만 같은 것을 꿍얼거렸다. 어련히 간수 잘할까 싶은 맘도 있었는데, 간수 못 할 것 같은 마음도 있었다. 이상한 놈 –이상한 늑대- 처럼 구는 연호는, 나쁜 남자 –나쁜 늑대- 가 될 소지도 다분해 보였다. 아니면, 농담이라는 말로는 멈추지 않는. 어떠한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 사냥만 하는 게 아니라면 뭐 하는데...? ”
동물 늑대는 먹잇감을 관찰하거나, 쉬거나, 자거나... 하는 걸 알 수 있지만. 사람 늑대는 뭘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늑대 -사람 늑대를 말하는 거다- 를 조심하기 때문에, 이런 걸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너네는 평소에 뭐 하고 사니? 늑대도 양도 사람이라서 결국에는 사는 게 다 똑같은가...? 하지만 포식자와 피식자와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가지게 되는 감정은 제각각 다르긴 할 거야. 아마도오. 피식자 –나- 는 외로움을, 포식자는 —너- 는 갈망을 느끼겠지. 양은 아직까지도 늑대가 무서웠다. 품에 안겨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데도 그랬다.
“ 그러게에, 그게 언제일까... 너무 붙잡아두면 너도 곤란할 텐데... ”
본인의 곤란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연호의 곤란도 생각한 말이었다. 말한 대로 너무 붙잡아두면 곤란해할 텐데, 지금은 떨어지고 싶지 않다. 이대로 안겨서 동이 터 올 때까지 응석 부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만월의 밤이 끝나고 대체 연호를 어떻게 봐야 한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일말의 이성처럼 떠올랐다.
“ 한 입만 더야...? ”
곤란함, 갈등,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과 얄미움,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섞여서. 아랑은 고민하는 듯. 혹은 떠보는 듯 정말 한 입만 더 먹을 거냐고 물었다. 한 입만이 두 입이 되고, 세 입이 될 때도 있는데. 한 입- 두 입째긴 하지만 - 만으로 끝내는 건가...? 꼼지락꼼지락 조심스레 움직여서 가슴팍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고, 포옹도 한껏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불안과 걱정과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한데 섞인 듯, 달밤이라 더 오묘하게 반짝이는 푸른 눈동자로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으응, 허락할게. ”
일말의 이성이 너 그러지 말라고 붙잡는 것도 같지만, 어쩌겠는가. 보름달이 충동질한 감정이 허락의 말을 이미 내뱉고야 만 것을.
마치 친구를 집에 초대한듯 큰 거리낌 없이 말하는 그라곤 해도 역시 컴퓨터는 최후의 보루인가보다. 다만 그것을 억지로 열 생각도, 의욕도 들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예상외의 친절함(?)에 감탄 아닌 감탄사를 흘려보냈을까? 아무리 그녀가 고양이같은 훼방꾼의 성질을 가졌다 한들 가죽은 사람, 그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닥에 드러누운 지금만큼은 그저 사람의 탈을 쓴 고양이나 마찬가지였을까, 단순히 눕는 것도 모자라 뒤척이다가도 똑바로 누워선 한참 윗공기에 있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신발을 정리하는 모습, 책상 위에 안경을 내려놓고선 눈 주변을 마사지하는 모습까지 주욱 지켜보던 그녀는 이쪽 가까이 다가왔던 그가 슬쩍 내려다보는것 같다가도 이내 양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 양 옆에 탁 소리가 날 정도로 내려놓자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살아생전 벽쿵은 들어봤어도 바닥쿵은 들어본적이 없었을까? 그런데도 그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걸 수행하고야말았다.
"음~ 이 상황은 뭘까요~?"
위아래로도, 양옆으로도 옴짝달싹 못하게된 그녀였지만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눈매를 휘며 웃어보였을까? 날선 눈이 계속 자신을 눈여겨보다가 이내 오른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쥐어주고는 그것에 대해 알려주자 그녀는 못말리겠다는듯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만약 그를 밀쳐낸다면? 예상하건데 별 힘을 주지 않아도 저항했다는 그 자체에서 그는 순순히 물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가 예의바른 늑대라면... 그럼 이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분명 그 뒤는 그녀의 예상대로 흘러가겠지. 최후의 순간에도 선택권을 주다니, 자신의 영역에까지 먹이를 몰아넣은 포식자의 행동치고는 꽤나 관대해보였다.
넥타이가 흘러내리는 모습에 열쇠가 쥐어진 손은 그대로였지만 그녀의 다른 손은 그의 생각대로 위를 향해갔다. 하지만 그것은 넥타이를 휘어감아 잡아당기려는 것이 아닌, 그보다 더 위에 있는 그의 얼굴까지 닿으려 했을까?
"......"
딱히 말을 하진 않았지만 애틋하면서도 그만큼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려 했다. 차분한 웃음과 상냥한 손길, 그럼에도 여전히 냉랭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적막한 실내였지만 그녀는 그런 풍경이 제법 마음에 들었을런지도 몰랐다. 그래도 언젠가 넘겨야 할 고비라면, 이렇게나마 그에게 도움받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라 생각하는 그녀 역시 이 공간에 함께 있었기 때문일까? 분명 고양이는 없는데도, 어디선가 기분좋게 골골거리는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
두 소년이 마주보는 시선은 고작 한칸 사이의 거리. 즐거운 재회라고 할 수 있었을까. 만월에 홀린 양과 늑대는 서로에 가까워졌다 착각했겠지만 사실 그건 달빛이 속삭이는 지독한 거짓말이었다. 감정이란 것은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조차도 바보로 만들어버릴만큼 얄궂다. 그러니 건네오는 손길을 거부할 수 없는 힘은 나에게 없다. 나 역시 달빛 앞에서는 무력한 한마리 늑대일 뿐이니까. 1년만이다. 만월과 마주하기 전까지 우리는 각자의 삶에 속해있었다.
"사는 건 숙제의 연속인가봐. 재미없는 일 투성이야."
오래오래 참았다가 쏟아져 내려오는 구름처럼 감정이 돋아나는 밤에 서로는 그리움을 솟구쳤다. 작게 감긴 목소리가 머나먼 영역을 향해 닿는다. 손이 닿아 멀지 않음에도 왜인지 나는 그렇게 느낄수밖에 없었다. 사실 인사할 기회는 얼마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을 일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1년 전의 밤이. 그래서 형이 보일때면 방향을 틀어 외면했었다. 그러니 마주칠수 없었던거지. 이 좁디좁은 새장 안에서도.
"그때 일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크크, 짓궂다 참. 내가 그걸 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밝은 빛이 내리는 밤, 어리석었던 실수에 응해주었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다음날이 되면 수치심에 침대 시트 위에서 이불을 뻥뻥 찼었지.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와 괜히 타박이 담긴 말을 흘려보지만, 나 역시도 쉽게 잊지 못했다.
밉다는 말에도 웃기나 하는 너. 참, 속도 없지. ……어디서 들은 말인 것 같다. 지금은 뱉고 싶은 말이다. 그때 그 애도 이런 마음으로 말했나. 이런 점이 싫다는 거야. 내가 나쁜 말을 했으면 너도 너를 보호해야지. 상처받지 않는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어떻게 해? 그런 게 나를 외롭게 해. 옆에 있는데도 없는 것 같아서.
"무릎 꿇어도 용서 안 해줘. 울면서 빌어도 안 해줄 거야."
사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해인의 어깨에 걸쳐둔 얼굴 때문에 표정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냥 네가 싫은 거야."
말과는 다르게 사하는 해인을 더 바짝 끌어안았다. 우리는 그냥 각자 난 길대로 뻗다 잠시 겹쳐진 직선에 불과하지. 함께 있던 시간은 순간의 점이고, 각자 가야 할 시간은 억겁처럼 긴. 혼자서는 쓸쓸하니까 그 순간을 붙잡는 거야. 펜을 계속 종이에 대고 있으면 잉크가 번지는 것처럼.
"그래도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봐줄게."
사하가 해인의 품에서 떨어져 나온다. 고개를 숙이고 손등을 덮은 카디건 소매를 걷고, 손목의 셔츠 단추를 풀어 접어 올렸다.
숨통을 끊기 직전의 먹잇감을 도망치지 못하게 포박하듯이 위에서 퇴로를 막은 주원은 슬혜를 내려다본다. 말 없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선 마치 그 시간의 흐름을 알리듯 시계의 초침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사실은 주원의 탁상시계의 소리일 뿐이었지만. 도망칠 곳 없는 방 하나짜리 공간의 단 둘. 그럼에도 주원은 슬혜에게 마지막 선택을 양보했다. 마지막까지도 주원은 치사했다. 눈 앞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생크림 위에 탐스러운 과일 얹은 시트러스 케이크를 먹고 싶어서 안달난 주제에.
'네가 날 밀어낸다면.'
'나는 아마 네 눈 앞에서 사라질거야.'
'더이상 다음은 없겠지.'
그도 그럴것이, 이런 일이 있고도, 그렇게 거절당한 후에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할리 없지 않은가. 페로몬에 취한듯한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슬혜를 내려보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슬혜의 낮잠에 취한듯한 손길이 주원의 상기된 볼을 향해 다가오고 그 손은 부드럽게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주원은 거부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 손길을 느꼈다. 그녀는 아마 마치 화상을 입을 듯이 뜨거운 뺨의 온도에 조금은 놀랄지도 모른다. 긴장하지 않고 있는 듯이 보여도 주원은 그녀가 거부하면 어쩔까 하는 두려움에 초침보다 빠르게 심장을 쿵쾅대고 있었고 그 긴장에 얼굴은 잔뜩 뜨거워져 있었으니까. 다만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써 두려움을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다.
먹이 뿐만 아닌, 포식자도 두려운 것이었다. 주원에게 있어서 이것은 단순히 먹고 끝내는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녀가 대답 대신 주원의 볼을 쓰다듬자 그는 희미하면서도 확실한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퇴로를 막고 있던 왼손을 들어 천천히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주원의 큰 손으로 전부 그녀의 볼을 쓰다듬기엔, 그녀의 얼굴은 작고 가녀려서, 엄지손가락과 엄지기부(엄지손가락이 이어지는 손바닥)로만 그녀의 볼을 쓰다듬는다.
그 어떤 말도 주고 받지 않고 그저 손짓만이 남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것은 확실히, 먹고 먹히는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
미움 받는 것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고작 고등학생이 할만한 생각은 아니었나보다. 있는대로 상처는 다 받아놓고 아무렇지도 않은척. 아물기는 커녕 곯아터지는데도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인걸 어떡하겠어.
" 진짜 울면서 빌어도 안해줄꺼야? "
아까보단 좀 더 여유가 생겨서 농담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은 가라앉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평소의 성격으로 돌아가는건 무리. 그러니까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내가 노출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울면서 빌어도 용서 안해주면 조금 자존심이 상할지도?
" 그래 나한테는 너 밖에 없지만, "
그러니까 지금 감정에 충실하다는 소리는 결국 나 자신이 너무나도 솔직해진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서로를 싫어하는 입장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 너한테도 나 밖에 없는거 잘 알아. 은사하. "
지금 내가 당장 떠나버리면 너는 어쩌게? 은은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인다. 품에서 나온 사하의 얼굴은 아직도 눈물에 젖어있었고 그녀가 보는 내 얼굴도 비슷한 처지이지 않을까. 손목을 드러내는 것은 본체만체도 하지 않은채 얼굴을 아주 가깝게한다.
" 어때, 진짜 갈까? "
손을 들어서 손가락 끝으로 볼을 쓸어내리며 얘기했다. 늑대의 본성이란 원래 이런 것이니까.
사하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안 해.>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상처주고 싶어. 그런데 정말로 해인이 울며 용서를 구할 거라는 생각은 한 적 없다. 말하면서도 또 웃고 넘어가겠거니 생각했다. 말은 안 한다고 했지만, 막상 그런 장면을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 지. 양은 외로움에 취약하니까, 늑대는 양의 약한 구석을 잘 파고들곤 하니까. 저도 모르게 손 내밀지 모른다.
동아리실에는 단 둘 뿐. 복도는 적막하다. 해인의 말이 맞았다. 해인에겐 사하뿐이지만, 지금 사하에게도 해인뿐이다. 처음부터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면 모르지. 잠시나마 외로움을 달래줄 누군가에게는 느껴질 리 없는 단 맛이 났다. 알고 나선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아주 달콤한 맛이었다.
"…가지 마. 옆에 있어."
사하의 얼굴이 다급한 기색을 띠며 일그러졌다. 불안한 눈초리로 해인을 살피다, 애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로지 째깍거리는 시계소리만이 방을 가득 메웠다. 스스로도 시계초침으로 노이로제가 걸릴 거란 생각은 못했건만, 균일한 박자를 맞추어 심장이 두근거리는 기분이 드는 것은 무시할수 없을 터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태연한 그녀는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듯 어떤 저항도 없었고, 오히려 물지 못해 안달난 그에게 보란듯이 가르릉거리며 고양이의 소리를 흉내내고 있었을까? 당연스럽게도, 늑대소굴에 제발로 걸어들어간 것은 자신이었으니... 그 시점에서 무슨 결과가 도출될지는 이미 계산된 영역 내였다.
이미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오가는 것인지, 놀라우리만치 침착한 그의 시선은 마치 어느부분부터 맛을 봐야 케이크 본연의 맛을 느낄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와는 정 반대로, 마치 열병에라도 걸린듯 뜨거운 그의 뺨과 손가락 끝으로 전해져오는 미세한 두근거림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좀처럼 손을 떼질 못하고 있었다.
약하게나마 그에게서 전해지는 긴장감, 그것은 분명 '지금 당장 물어도 될까.'라는 고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있어선 이 다음 일을 생각하며 망설이고 있는 모습이 비추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름의 안심은 되었는지, 희미한 미소를 보이던 그 역시 천천히 왼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그대야, 젠틀한 말은 굳이 마음속으로만 하지 않아도 된다구요? 적당한 언어유희도, 무드를 끌어올리기엔 충분할테니까요..."
살짝 상기된듯하면서도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로 그를 바라보던 그녀는 그제서야 뺨을 어루만지던 자신의 손을 살며시 내려 그의 턱을 가볍게 그러쥐기 시작했다. 누워있는 사람치곤 꽤나 대담한 행동이었지만, 어쩌면 그녀이기에 가능한 도발이기도 했다.
"물론, 여기까지와서 순한 강아지 같은 행동을 하진 않으실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잔망스럽게 휜 눈웃음, 되려 본인이 물려고 하는 것처럼 이를 드러낸 그녀는 그럼에도 그가 움직이는걸 망설인다면 살며시 몸을 일으켜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뺨을 맞대려 했을 것이다.
눈에 잘 띄는 전통 양념 같은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거세게 휘날립니다. 다다다 학교를 뛰는 비랑의 다급한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면서요. 왜 이렇게 야단인 걸까요? 설마 첫 등장을 멋지게 준비하려고 하는 걸까요? 비랑이는 벌써 2학년, 학교에 나오는 거 가지고 첫 등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을 땐데 말이죠. 아무튼 진지함이라곤 없는 이 붉은 늑대가 이렇게 급하게 달려오는 걸 보니 뭔가 큰일이 났나 봅니다.
" 와, 역대급으로 빨랐다. "
...아니었군요. 그냥 혼자 달리고 있지만 빨리 도착하고 싶었나봐요. 땀에 찬 이마에 달라붙는 빨간 머리카락을 손으로 홱홱 걷어 내면서, 숨이 차 쑤신 옆구리를 통통 두드립니다. 대체 어디부터 이렇게 달려온 걸까요? 미련하기도 하지. 정원에 위치한 오래된 벚나무 앞에 선 비랑이 웃는 얼굴로 주머니를 뒤적거려 쪽지 하나를 꺼냅니다. 어디어디, 소원 쪽지를 놓는 곳은 어디일까요? 공간이 있는 곳 반대편에서 손발로 나무에 찰싹 매달려 나무기둥의 단단한 껍질을 만지작거리는 비랑. 분명 누가 보면 벚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였을 겁니다.
" 찾았다! "
그걸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비랑은 끌어안던 불쌍한 벚나무님을 놓아주고 반대편으로 향합니다. 조그만 나무틈에 쪽지를 밀어넣고 아까 전까지 방정을 떨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드물게 진지해 보이네요. 꼬옥 두 눈을 감고 손을 모아선, 요정님이 놀라서 도망갈까 목소리도 내지 않고 속으로 소원을 간절히 빌어봅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짜라란, 쪽지가 있던 곳이 아주 깨끗하네요. 흔적도 없어요! 놀란 비랑이 펄쩍! 뛰어오르자 괜히 쌓여 있던 벚꽃잎만 팔랑팔랑 날리고 있습니다. 벚나무의 요정님이 야단이라며 귀를 막는 것처럼요. 그러거나 말거나, 신난 비랑은 다시 목적지도 없으면서 어디로 우다다다 달려갈 뿐입니다. 이 욕심 많은 소원들이 이뤄지긴 할까요. 하나가 이뤄지면 다른 하나가 이뤄질 수 없을 것 같단 느낌마저 드는, 그런 단순하고 별 거 없는 소원이...
하지만 그녀가 쉽사리 용서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고 용서를 바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 그녀에게는 정말 울며불며 용서를 구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사하는 어떤 반응을 취할까. 그대로 냉정하게 꼴좋다고 비웃으며 날 떠나갈까, 아니면 손을 내밀어줄까. 어떤 것이 되어도 괜찮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 강한척하지마 은사하. 너가 나에 대해서 아는만큼 나도 너에 대해서 잘 아니까. 좀 더 애원해, 그리고 매달려. "
뺨을 쓰다듬는 내 손에 그녀가 기대온다. 늑대가 양을 잡아먹기 전에 행하는 유희 마냥 저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흘러나온다. 나중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본능에 충실하기로 마음 먹는다. 밤이 깊어질수록 만월의 기운이 강해질테니까. 볼을 쓰다듬던 손을 그대로한채 눈을 마주친 나는 그녀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아주 작게 속삭이듯 읊조린다.
" 그만큼 너가 원하는대로 다 해줄테니까. 해달라는건 뭐든. "
분명 눈은 웃고 있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나 자신이 이런 눈빛을 보일 수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 사람, 은사하가 너무나도 먹음직스럽다는 것이다. 휘몰아치던 부정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은 자리에는 이성 대신 본능만이 들어차기 시작했으니까. 볼을 쓰다듬던 손가락이 입술 근처를 지나가려 슥 움직인다.
시아는 조심스럽게 소원을 적은 예쁜 편지지를 접어선 학교 정원의 벚나무 아래로 향한다. 원래라면 이런 소원을 믿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왠지 요즘은 이런 것에도 믿음이 생기는 것은 어째서일까.
조심스럽게 소원이 적힌 편지지를 나무 기둥 틈에 밀어넣고는 눈을 꼭 감아봅니다. 살들 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어주는 느낌이 좀 더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소원을 떠올리는 시아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 별거 아닌 소원일지도 모르지만 부디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
금은보화를 달라는 소원 따위는 아니지만, 시아에게는 의미가 있는 그 소원을 예쁜 편지지에 적어 나무 기둥 틈에 밀어넣은 시아는 두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소원을 빌기시작합니다. 부디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주어 이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몇분이고 두눈을 감은 체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되뇌인다.
(프로주접러들을 피해 도망치는 비랑이) >>264 귤 이모지 단 규리주가 더 귀엽다! >:3 >>266 아닛?! 커다란 벚나무는 누구나 좋아할 만하지! 아쉽게도 귀요미 랭킹엔 출전하지 않을 예정이닷. >>267 378493918662원이라니 너무 많잖아! 길쭉한 과자 짧은 과자 네모난 과자 동그란 과자 바삭한 과자 부드러운 과자 다 사서 바구니 하나 정도 꽉 채워주면 공중제비 돌고 손도 줄 거라굿. >>268 (홍삼캔디 같은 것만 아니면 대부분...)
말 없이 서로의 볼을 쓰다듬는 그 순간이 그녀에겐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 것인지 무엇이라도 말해보라 한다. 그것에 주원은 베시시 웃으며 할 말 마저 잊어버렸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 감정 또한 진실이었으니까.
허기로 가득했던 마음이, 조금씩 채워져간다. 기나긴 공복의 끝에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그것을 입에 넣듯이. 그러나 주원은 그것을 게걸스럽게 입에 채워넣진 않았다. 최대한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남은 마음을 쥐어짜 입을 열었다.
"어쩌면, 내가 맞는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지금이 옳은 때가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나는. 네가 아니면 안돼."
주원은 슬혜의 어둠으로 끌어내리는듯한 보라빛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또렷하게. 거짓 한톨 없는 목소리로. 단순한 양과 늑대의 서로를 채우는 행위. 그렇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한낱 하룻밤에 불장난에 불과한 것. 혹은 인공호흡같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되는지도.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 늑대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주원은 그녀의 볼을 매만지던 왼손을 열쇠를 쥐어준 그녀의 오른손에, 주원의 볼을 매만지던 왼손을 오른손으로 거두어 깍지를 끼려 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것에 응한다면, 주원은 천천히 입을 벌리고, 그 먹음직스런 조각케이크에 천천히 이빨을 갖다댈 것이다.
목 위에 이빨을 갖다대어 목에 들어오는 감촉. 허기를 참아온 자의, 입 안의 뜨거울 정도로 농도 짙은 숨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박혀들어오는 이의 감촉. 한순간에 고통을 끝내는 것이 아닌, 시간의 초침보다 느리게 흐르는 아픔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게. 언젠가 목의 상처가 사라지더라도, 슬혜의 기억에서 절대 지울 수 없게. 마치 자신의 이로 각인을 새겨넣듯이.
주원의 심장박동은 점점 빨라지고 피냄새를 맡은 육식동물같이 그것을 더욱, 더욱 추구하고 원하고 있었다. 슬혜의 두 손과 깍지낀 손의 힘이 억누르듯 지그시 강해져간다.
평소에 하는 말은 딱히 들어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아니 이따금은 자기 고집을 좀 부려줬으면 했다. 그러나 사라의 말을 따르는 것이 시아의 고집이었다. 그게 부담스러워서, 사라는 시아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자기 행복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 드물게도... 한 달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할 만큼 드물게 있는, 시아가 자기 말을 들어줬으면 하는 하필 이 순간에. 시아의 얼굴에 미소가 걸리는 순간 사라의 등골에 저주받은 계시와도 같은 섬뜩한 몸서리가 훑고 지나갔다. 그렇잖아도 창백하게 질려 있던 사라의 얼굴은 숫제 납빛이 되었다.
"공원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하는데……."
시아가 손목을 움켜쥐는데도 사라는 변변한 반항 하나 하지 못했다. 사라는 문득 마치 자기 목에 단단한 개줄이 채워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러면……."
안돼. 시아의 손끝이 자기 피에 물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사라는 몸부림을 쳤다... 아니 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비틀거리는 다리는 씰룩이지조차 않았고, 사라의 다른 손이 힘없이 시아의 손을 자신의 얼굴에서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 손마저도 결국 시아의 손을 그러쥐었고.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가득 들어차 있던 기하학적인 수식들이 사라지고, 과부하가 걸려 몽롱하던 의식이 차차 또렷해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생각이 사라진 자리에 본능이 와글와글 들어차고 끓어오르고 있는 것을. 이제 시아를 밀어내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무기력 때문이 아니라 본능 때문으로 바뀌었음을. 아아. 배고파.
"시아야…"
그렇지만 사라는, 시아와 사라라는 관계의 이름이 양과 늑대라는 미친 운명에 더럽혀지도록 두기 싫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 오직 사라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라는 힘겹게 입을 열었지만, 가엾게도,그 입마저 이미 본능이 지배해버리고 말았다.
해인을 보며 말한다. 방법을 모르면서 뱉은 말이다. 사하가 할 수 있는 가장 냉정한 행동은 해인을 모른 척 하는 게 전부였다. 처음부터 몰랐던 사람처럼, 아예 기억이 없는 것처럼 무심하게 눈 돌리는 것. 근데 그게 가능할까? 마음을 꺼내 씻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검게 들러붙은 끈적한 것들은 떼어내고, 물로 잘 씻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고 싶었다. 패인 자리가 있으면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아 언젠가 나을 거라고, 가만히 얘기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간절히 바라는 건 늘 이루어지지 않고.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건 필연적으로 위험을 동반한다. 그 역시 자신을 그만큼 알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걷었던 옷소매가 바닥을 짚은 팔을 타고 내려왔다.
"……외로워."
하고 나서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외로움엔 이미 이골이 날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손 잡을래? 안고 있을까? 물어도 돼. 내가 허락했으니까, 네 탓 안 할게."
입술 근처를 지나가는 손을 붙잡고서 말했다. 이제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네 허기를 채워줄게, 너는 내 외로움을 가져가.
시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한 사라를 바라본다. 서로 어렴풋이 서로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 정도는 시아도 알고 있었다. 그저 서로의 관계가 그저 단순한 늑대와 양으로 변하지 않기를 바랬기에, 둘 다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바보같은 시아라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네가 이렇게 괴로워 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모르는 척 할 수 없어, 시아는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 많이 괴롭지? 많이 힘들지? 많이 배고프지? "
자신을 밀어내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본능이 솟아오른 늑대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시아는 알지 못했다. 평상시의 늑대도 어떤지 모르는데, 만월의 늑대를 자신이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을리가 없었다. 자신의 타는 듯한 외로움을 향한 갈증은 이미 사라를 만나면서 가라앉았지만, 오히려 사라의 굶주림은 커져가는 것만 같아보였다. 하지만 왠지 무섭진 않았다.
" 있잖아, 일단 내 눈을 똑바로 봐줘, 사라야. "
그래서 사라가 어떻게 행동하든 시아는 사라를 평소처럼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본능이 지배해서 번뜩이는 사라의 눈을 부드럽게 자신의 초콜릿색 눈동자로 마주하며 조금 더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착하지, 사라야. 조금만 천천히 생각해보자. 일단 천천히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날 따라오는거야. 그냥 눈을 뜰 필요도 없이, 내 손을 잡고 내가 이끄는대로 따라와주면 분명 좋아질거야. "
널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 시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팔을 붙잡은 사라의 손을 상냥하게 잡아주었다. 그리곤 한손을 뻗어 천천히 사라의 눈을 덮어준다. 마치 늑대나 개에게 잠시동안 안대를 씌워 진정을 시키려는 것처럼 천천히 눈을 가리는 손길은 따스했고, 들려오는 목소리도 잔잔하고 부드러웠다.
모르는 척 할 수 없어- 가 아니라, 절호의 기회야- 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이 조그만 늑대에게 감히 다른 길로 새지 못하도록 절대 벗을 수 없는 목줄을 채울 수 있는? 의지를 꺾어버리고 생각을 죽여버리고 착하지, 하고 어르는 말 한 마디만으로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애완동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손으로 눈을 덮자, 사라는 더 이상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시아의 손이 눈을 가리도록 놓아둔 채로, 나직이 심호흡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시아가 건넨 질문에, 사라는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나 머리가 아파."
맥없이 어리광을 부리고는, 사라는 자신의 눈을 덮고 있는 시아의 손 위에 자신의 작은 손을 톡 포갰다.
"...알것도 같네요~ 귀여운 사람... 하지만 그대야, 멍하니 바라보는 것으론 허기는 채워지지 않아요."
비로소 입을 가져다대어야, 풍부한 크림이 잔뜩 올려진, 케이크 속에 상큼한 과일이 알알이 박힌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를 즐길수 있을 것이다. 바라보는 것은 그저 마음의 위로, 그것을 먹는 것은 몸의 포만감, 양과 늑대를 그런것에 비유해도 좋을지는 알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는 그러했다.
오히려 입을 대는 순간엔 놀랍게도 진정이 된다던가? 그렇게나 안달난 그라 해도 마냥 본능에 몸을 맡겨 달려들지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이 못된 늑대에게 유린당하지는 않을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단지 그것뿐이라 해도, 그녀는 충분히 행복했다.
그저 본능에 몸을 맡기는 것보다야 훨씬 인간적이고 상식적인 처사일 테니까.
"후후후... 그 모든 걱정과 번뇌, 절박함을 모두 담아서... 마음껏 즐기면 되는 일 아닌가요? 아무쪼록 후회없을, 다만 지나간 나날에 확실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만큼... 그대야, 모쪼록 주린 배를 양껏 채우다 탈나는 일이 없기를..."
행여나라도 도망갈까 잡는 것인지, 천천히 맞잡아오는 손을 뒤로 살벌하지만 애틋한 기운이 목덜미에 저릿하게 전해져오는 감각을 음미하는 건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손이라도 자유로웠다면 그의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주기라도 했겠지, 그렇다고 해도 썩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억지로 지배된다 한들 그녀가 그것에 학을 뗄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거칠면 거칠수록 즐거울 뿐이고, 상냥하면 상냥할수록 더 마음이 편할 뿐일까? 어차피 어느 한쪽만 채우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갈증을 채우는 행동은 양이건 늑대건 방식만 다를뿐 결국 같은 것을 추구하고 있었다.
외로움이건,
애절함이건,
안타까움이건,
그녀에겐 딱히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만족할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누군가 잘라내어 이가 빠져버린 케이크를 리필하는 정도는 그녀로서는 손쉽게 할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그의 행동에 잠깐 몸을 맡길 뿐일까, 숨통을 조이듯 물고 있는 목덜미에서 전해지던 금방이라도 녹아내릴것 같은 짙은 숨결이 조용히 물러나기 전까지 그녀는 그저 조용히 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늑대는 제 생각보다도 능숙한 데가 있었다. 지나치게, 위험할 정도로.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 늑대의 이성을 끊어놓기에는, 아직 새슬의 정신이 너무 물렀다. 돌아왔던 약간의 이성이 흩날리는 모래에 덮여 다시 스러져간다. 눈가로 다가오는 입술을 바르작거리며 피해 보려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움찔거림으로만 보일 뿐이다. 다시 뜬 흐릿한 시야에 비친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분하다는 듯 꾹 깨물린 입술이 하얗게 바랬다.
“나쁜,”
자식. 새슬이 힘없이 지구의 품으로 끌려들어가며 낮게 신음했다. 손바닥과는 또 다른, 뜨거운 체온이 뺨으로 전해지니 한층 더 빠르게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다. 열이 펄펄 끓는 감기에라도 걸린 기분이었다. 이마에 닿는 입술이 서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두근, 두근, 이건 누구의 고동소리지? 나? 아니면 너? 어쩌면 둘 다. 조금 빠르지만 규칙적인 박자에 맞추어 하나둘씩 끊어지는 선. 마침내 새슬은 잠시 참았던 숨을 가냘프게 토해냈다. 얇디얇았던 이성의 조각이 심해 속으로 찬찬히 가라앉는다. 난 누구지? 뭘 하는 거지. 몰라, 그렇지만 지금은 끌어안아 줄 온기를 원해. 머리를 쓰다듬는 큰 손을 느끼며, 흐릿하게 풀린 눈이 지구를 다시금 응시한다.
“부탁이야.”
제발. 얕은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배고프니 더 달라고 어린아이처럼 보챘다. 조금 아파도 괜찮으니까. 이미 능숙한 사냥꾼이었던 늑대의 앞에서, 어린 토끼의 발악은 실패했다. 이빨자국 하나 남기지 못 하고. 옷자락을 쥐었던 손이, 조금 더 올라가 지구의 어깨부근을 힘없이 거머쥐었다.
더 냉정해질 수 있다는 말에 대답은 없이 그저 미소만 지어보였다. 얼마나 냉정해질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조금은 초조해지는 마음을 숨기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중적인 내 모습에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꺼야 강해인. 무슨 소리야, 평생을 이렇게 살기로 마음 먹어놓고.
" 그래 사하야. 지금 외로움을 충족 시켜줄 수 있는건 나 밖에 없어. "
그리고 내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것도 너 밖에 없고. 손을 뻗어서 목을 끌어안아 내 품으로 가져온다. 떨어져있을 때 살짝 옅어졌던 달달한 향이 다시금 가득 코를 타고 들어온다. 불안해졌던 감정이 순식간에 안정을 찾아가고 동시에 긴 한숨이 터져나온다.
" 그러니까 너도 하고싶은걸 나한테 다 요구해. 들어줄테니까, 적어도 지금은 그런 관계잖아? "
외로움을 충족시키는게 너가 하고싶은 전부겠지만. 지금이라도 목덜미를 콱하고 깨물고 싶었지만 그것은 최후의, 최후의 이성이 저지하고 있었다.
진정하렴. 아기를 달래듯 천천히 등을 다독이는 손길이 어깨에 머리를 파묻자 한 손길이 머리로 옮겨간다. 그리고는 손에 담긴 따스한 선의로 상대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눈에 담긴 걱정으로 상대를 쓸어내리며, 몸에 담긴 달콤한 향을 풀어 상대의 벽을 허물고 자신과 상대만의 편안한 공간을 새로 만든다. 이건 그의 천성적인 재능이었다. 상담과 소통의 재능. 지금까지는 동생에게만 썼던.
"힘들었어? 무슨 일이 널 힘들게 했을까?"
선하가 괴롭다는 듯 목을 긁자 눈을 동그랗게 뜬 그가 손과 목 사이에 자신의 두 팔을 끼어넣어 목을 꼭 끌어안는다. 그렇게나 괴로운 거구나.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내가 널 더 괴롭게 했다면 미안해. 아무 도움도 못 되어줘서 미안해. 네 안에 있는 널 위해 울어도 될까? 다정한 목소리로 그는 그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보았다면 보는 내가 다 부끄러웠다고, 울보라고 놀릴지 모른다. 누군가가 들었다면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하고도 얼굴 한 번 붉히지 않냐고 놀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놀림 당해도 괜찮다. 지금까지 해왔던 상담자 중에서 그를 놀리며 부끄러워했던 사람이 없던 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쑥스러워해도 아름답게 웃어줬다. 이 달둘인 공간에서만큼은 오로지 자신 하나만을 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기쁘게 울어줬다. 너도 그렇게 내게 웃어주고 울어준다면 좋을텐데.
"배고프면 식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잖아, 그렇지? 오히려 안 먹겠다고 땡깡부리면 부모님 속 썩이는 나쁜 아이가 되는 거라고, 후후."
넌 아직 충분하지 않잖아, 응? 정말로 네 안까지 가득 채울 정도로 배부르니? 나긋한 목소리로 나긋하지 않게 안을 들어내려한다. 이리 그냥 두었다간 다시, 이번엔 더 깊숙히 네 본심을 집어넣을 듯해 마음의 준비도 못한 틈에 억세게 파고드는 방법을 선택한 나를 용서해줄 수 있을까? 내가 아닌 너를 위해서.
"미안해. 나는 친절을 무기로 삼지 않아서, 아무래도 그건 무리겠구나."
그래, 무기 대신 음식으로 삼는 건 어떨까? 즐거운 기색이 담긴 말을 가볍게 던지고 있지만, 한 손으로 선하의 머리를 부드러이 밀어 입을 자기 목에 대게 하는 걸 보면 농담은 아닌 모양이다.
"조금만 먹는 정도는 괜찮단다. 상호 동의 하에 이루어지는 건데, 문제 될 건 없지. 자아, 어서."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는다. 달빛이 그의 눈에 고인 눈물과 머리카락에 부딪혀 찬란하게 부서져갔다.
눈을 감고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며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에 다시 미소를 지었다. 남의 연주하는 선율에 한껏 집중하고, 그것을 그대로 이어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응,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지."
협력적 측면이 아니더라도 혼자 있다보면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타게 되니까. 이 생각을 대변하듯 혹은 뭉뚱그리듯 외롭잖아, 하고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보이는 여자다. 숨기려 함이 아닌 하늘의 연주를 방해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 수면 위로 떠오른 선율로 이루어진 견고하고 연약한 세계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서. 사그라든 낙엽같은 눈을 마주하면 그 세계에 잠시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언어로 형상화될 때 즈음엔 민망한 기색으로 웃는다.
"대답을 들으니 내가 확신시켜달라고 말한 것 같은 걸. 솔직히 말하면 너한테 더 다가가도 될지 살펴보려는 거였지만, 고마워 하늘아. 나 포함 사람이 좋다니 다행이네. 네가 사람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아."
사실 싫어한대도 여자에겐 크게 신경쓰일 부분은 아니었다. 네가 싫어하는 인간상을 보이지 않으면 될 일이니까. 바깥이 어두워지고 있었기에 그것을 의식하며 너와 함께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다. 자기도 기지개를 펴고 싶다는 듯 가벼운 몸짓으로 허리를 양 옆으로 돌려보더니 으쌰, 뒤로 젖히기까지 한다. 허리를 뒤로 35도 가량 젖힌 채 하늘의 얼굴로 시선을 돌려 웃는다.
"그럴까? 좋지. 더 이야기할 수 있겠네."
집에 가면 계속 연습할 수 있어서 좋겠다, 스몰 토크로 막연한 추측을 뱉으며 하늘과 함께 음악실을 나서는 가예다.
/ 저도 음악 플리 들으면서 답레를 썼는데 정말 그 안에 있는 것 같더라고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걸 막레로 해도 좋고 막레 주셔도 좋아요! 수고하셨습니다, 하늘주~ ^^
>>408 대충 선렛거리로 생각했던 건 1.벚나무 아래에서 낮잠 자던 비랑 2.쓰레기 줍는 비랑 3.복도에서 빨간사탕줄까 파란사탕줄까 하는 비랑 4.화단 앞에 앉아서 구경하는 비랑이었지만... 이제 보니 진짜 같은 반이네? 아닛. 적당히 Half에 있는 낭낭이를 데려오겠어.
그러고 보니 정주행하다가 소꿉친구 선관 같은거 본 것 같은데 이건 또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더라. 하늘이가 아마 (느껴졌을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상에서 조금은 보이는) 벽을 어지간하면 거의 다 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상대가 될 것 같기도 해서 민폐가 될 것 같아서 차마 구할 순 없을 것 같지만.
지금은 점심시간.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하는 다소 계절에 맞지 않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를 뛰는(따라하지 말아요!) 한 학생. 누구나 알듯 오늘도 활기가 넘치는 비랑입니다. 평소에 비하면 조금 기운이 없지만요. 무슨 일일까요? 혹시 아주 슬픈 일이 생겨서 밥이 넘어가지도 않을 지경인 걸까요?
"급식이 맛없으며헌~ 밥이 안 넘어가요호~"
이럴 수가. 그냥 맛없어 보인다고 안 먹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받아서 버리는 것보단 낫다고 해야 할지, 겉만 보고 포기하지 말고 맛이라도 봐 달라고 항의해야 할지. 음식에 입이 없는 게 다행이에요. 아무렇지 않게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교실 문을 열어젖힌 비랑은 누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 멈추고 맙니다. 교실에 사람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럴 수가. 이 수치심 누가 해결해 준답니까. 한창 점심시간인 이 시간, 밥을 안 먹는 학생들도 다 매점에 가 있을 거라 계산했겠지요. 하지만 인생이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랍니다. 그래서 인생이 재밌는 거 아니겠어요? 비랑의 눈동자가 교실 안에 있던 누군가를 빠아안히 쳐다보며 반응을 살피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작게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하늘의 귀를 잘 보면 푸른색 이어폰이 끼워져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그가 듣는 곡은 더 홀 뉴 월드를 피아노로 커버한 곡이었다. 점심은 가볍게 해결했고 남은 시간은 특별한 일 없이 그냥 음악을 들으면서 보낼 생각인지 그는 한창 음악에 심취되어있었다.
아마 말을 거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고, 가볍게 흔들거나 바로 앞에서 손을 흔들거나 하면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그대로 보는 것도 할 수 있는 선택 중 하나였다. 일단 특정 곡의 멜로디를 가볍게 흥얼거리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하늘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의 시선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안 좋은 버릇이라면 안 좋은 버릇이었으나, 결국 푹 빠져말고 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집에 가서 연주해볼까. 이거."
그저 그런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리던 하늘은 이내 다시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음악에 더욱 깊게 심취했다.
>>451 전 스레인가 전전 스레인가 아주 살짝 말한 적이 있는데 하늘이는 클래식보다는 오히려 현대 피아노 곡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이야. 그러니까 음. 커버곡을 정말로 좋아해. 물론 그렇다고 클래식이나 다른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그런 것을 고르는 정도?
같은 반 애인 건 확실하지만 누구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아이, 하늘이를 비랑의 까만 눈이 빠안히 쳐다봅니다. 빠안히 쳐다보고, 빠안히 쳐다보다가, 스르륵 위로 올라갔다가, 뾸뾸뾸 내려왔다가. 그제서야 들리기 시작하는 작은 흥얼거림. 길 잃은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드디어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을 발견하네요. 그래요, 드디어 눈치챘을 거에요! 놀랍게도 상대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이 행운을...!
'이어폰을 핑계로 못 들은 척 하고 있구나!'
비랑은 제멋대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 들어 놓고 모르는 척 하는 게 확실해. 아예 못 들었다는 듯 혼잣말까지 하는 걸 보면 분명 모른척 해줄 테니까 이대로 가란 무언의 의사표현! 이라며 끝도 없이 상황을 왜곡하기 시작하네요. 그러다가 마침내 이런 쪽팔린 짓을 한 나한테 이런 호의를 베풀다니 자존심 상해서 용서할 수 없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살금살금 하늘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장난을 치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왁!"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하늘이를 놀래키려고 나쁜 비랑이는 순식간에 뒤에 다가와 어깨를 붙잡고 흔들흔들거리다 놓아줍니다. 놀란 하늘이가 멜로디를 흥얼거리던 것을 멈추면 태연하게 그 다음에 나와야 할 가사 한 소절을 불렀겠죠.
해인을 바라보는 사하의 얼굴엔 웃음이 없다. 사하는 해인의 미소가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진심 없이 굴렀던 건 아니라고 했지만, 매순간 진심이었다는 말과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사하는 여전히 해인을 알지 못한다. 달 아래서 들은 얘기는 때늦은 고해였을 뿐이다. 그러나 사하는 해인이 끌어가는대로 가서 안긴다. 딱 하나 있는 동아줄을 걷어 찰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자존심 문제를 들먹이는 것도 의미 없었다. 양은 외로우면 죽어. 어쩔 수 없는 거야. 합리화는 언제나 효과적이다.
"나는 네가 옆에 있는 걸로 충분한데."
해인의 귓가에 조곤조곤 속삭인다. 지금처럼 안아주고, 아까처럼 다가와 손 잡아주면 됐다. 그럼 아주 혼자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 여전히 외로워도 죽을 만큼 괴롭지는 않으니까. 근데 너는 다르잖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의 좋은 점은, 잘 알지 못해도 그럭저럭 아는 척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랑의 속마음과는 정말 관계없이 하늘은 음악에 몰두해있었다. 오늘은 이 곡을 연주하고 싶다. 오늘은 음악실 쓸 수 있을까 등등. 한창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갑자기 자신의 몸이 흔들리자 하늘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정말로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몸을 아래로 푹 숙였다.
"으아! 지진이다!!"
허나 당연히 지진이 일어났을린 없었고, 아무런 흔들림도 없다는 것은 둘째치고 벌떡 일어서면서 떨어진 이어폰으로 인해 열린 귓구멍으로 비랑의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하늘은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정말로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안녕. 미안해. 미안해. 바로 눈치채지 못해서. 음악을 듣다보니 그만. 점심? 가볍게 해결했어. 그리고 지금은 쉬는 중이야."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괜히 더 환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안쓰럽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 관련은 절대로 인정할 생각이 없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는 자신의 같은 반 친구인 그를 바라보면서 역으로 물었다.
>>462 부탁하면 쳐주기도 하는데 아마 어느 정도의 친분은 필요할거야. 그냥 잘 알지도 못하는데 무작정 와서 쳐달라고 하면 뭐지? 이 사람? 이런 느낌으로 빤히 바라보기만 하고 거절할 가능성도 있어. 혹은 가예처럼 연주할 때 슬쩍 들어와서 연주 칭찬해주고 리퀘스트를 하면 기분이 좋아서 칠 가능성도 높고!
지진이라며 당황하는 하늘의 모습에, 티는 안 나도 오히려 비랑이 더 당황하며 생각합니다. 내가 이 교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분명 알고 있었을 텐데, 놀라는 거면 몰라도 어째서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놀리는 입장에서야 반응이 크면 놀리는 보람이 있지만 이건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조용해졌다 태연하게 다시 앉고 웃으며 말하는 하늘의 말을 듣고 비랑은 깨달았습니다. 당연히 이 모든 게 진짜 오해라는 것이겠죠?
'아뿔싸! 연기에 속았구나. 이렇게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고 나서 그 아무말 노래를 들었냐고 물어봤자, '놀래키는 것도 모를 만큼 집중하고 있었는데 내가 어떻게 아느냐'라는 반응이 돌아오면 대답할 방법이 없어. 진짜로 지진으로 오해할 정도면 엄청 부끄러울 텐데 그런 티도 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다니 분명 계획적인 연기지만... 아는 게 없어서 섣불리 심문할 수가 없네. 낭패야.'
어림도 없습니다. 상대의 겉모습 하나로 혼자 심리전을 생각하고 있던 비랑은 본인도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의자를 끌고 와서 앞에 앉고 대답하려다 흠짓합니다. 하늘이는 비랑의 이름을 어떻게 알까요? 그야, 같은 반이니까요. 하지만 비랑이는 하늘이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위기입니다! 설마, 이것까지 읽고? (그렇지 않습니다)
"으, 으음. 오늘은 급식 메뉴가 맘에 안 들어서 아직 안 먹었는데. 그냥 돌아다니면 배고프니까 가방에 있는 과자라도 먹으려고 왔지."
일방적인 오해긴 하지만 심리적 약점을 잡힌데다 완전히 휘말리고 있어요. 비랑이는 하늘이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말을 얼버무리며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리려고 합니다.
"다른 걸 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교실에 앉아서 음악만 들으면 심심하지 않아?"
그와 동시에 의자에 앉은 상체를 책상 쪽으로 뻗으면서 시선을 내립니다. 책상 위에 명렬표나 이름이 적힌 물건 같은 게 있는지 슬쩍 살피려는 느낌이네요. 좀 가까워져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긴 하겠지만요.
>>499 ???? 양아치는 고작 손 봉쇄한거 가지고 속박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선생님!!!! (다급) 육체적 속박은 어... 본디지 같은 포박같은걸 싫어하는 거구... 손 봉쇄한건 그냥 좀 '아쉽다' 정도? 정신적 속박은... 다들 알만한 집착인데 딱히 주원이가 그정도 발언 한거 같지도 않구?
자신은 괜찮으니 어서 먹으라고 권하면서 하늘은 편안한 어투로 대답했다. 역시 다른 반 아이들보다는 같은 반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조금 더 편해보이나 그것이 절대적인 차이는 아니었다. 그냥 같은 반이니까 조금 더 편하다는 느낌이었고, 그 때문인지 하늘의 표정 역시 조금은 풀려있는 상태였다.
"......?"
갑자기 자신의 책상 쪽으로 상체를 당기는 그 모습에 하늘은 살며시 몸을 뒤로 움직였다. 뭔진 모르지만 갑자기 훅 들어오는 느낌에 당황한 것도 있었으나, 자신의 자리에 뭐가 있나 싶어 그의 시선이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하지만 특별히 보이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우선 하늘은 물음에 대답했다.
"전혀. 난 피아노가 좋아서 말이야. 피아노 곡을 듣다보면 시간이 어느 순간 훅 지나가거든. 아. 지금 들은 곡도 피아노곡이야. 알라딘의 그 유명한 OST를 커버한 곡."
다시 한 번 멜로디를 흥얼거리던 하늘은 소리없이 웃어보이면서 의구심을 느꼈던 그 부분에 대해서 바로 비랑에게 질문했다.
파리......................... 파리채로... 때리고 왔습니다.... 날아다니는 걸 그냥 때려 잡을 수 있을 줄 몰랐네요............ . . . . . ... . .. . . 찢어지는 소리를 파리한테서 들을 줄은 전혀 몰랐는데.... 다들 응원 감사합니다....
불평하면서 비척비척 움직인 비랑이가 자기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옵니다. 삼각형 모양의 바삭바삭하고 짠, 끝맛이 살짝 매운 과자네요. 포장지에 토리도스라는 영어가 적혀 있습니다. 뜯으라고 있는 부분은 손도 대지 않고 양옆으로 잡아당겨서 봉지를 찢은 다음 하늘이의 책상 위에 과자봉지를 올려놓으려고 합니다. 책상 위에 부스러기를 잔뜩 떨어트려주겠다 같은 건 아니고 같이 먹으려면 먹어도 괜찮다는 뜻으로 하는 행동 같네요. 뇌물일까요? 비랑이는 그대로 입에 과자를 세 개 한꺼번에 집어넣고 가루도 안 나오기 입을 오므리고 우물우물 씹습니다.
"게임하면 시간이 쭉쭉 가는 것처럼 너는 피아노 연주 듣는 게 그렇단 거구나. 무슨 노랜지는 알고 있었어. 아까부터 흥얼거리던 것도 그 노래잖아? 나도 좀 불렀고."
몸을 뒤로하는 하늘이를 보고 비랑이도 슬그머니 내민 상체를 뒤로 물립니다. 비랑이가 보려고 했던 책상을 보는 걸 보니 뭔가 의심을 산 모양이네요. 의구심에 가득 찬 하늘이의 표정을 보고 비랑이는 살그머니 눈을 피합니다. 뭔가 잘못한 강아지가 사람처럼 옆눈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책상이 참 깨끗하구나~ 싶어서?"
남의 책상이 깨끗하건 말건 비랑이가 뭔 상관인가 싶지만요. 상대가 자기 이름을 기억해줬는데 정작 상대가 자기 이름 아냐고 물었을 때 이름을 모른다고 대답하는 걸 생각하면 겪지 않아도 분위기가 싸해질 게 보여요. 비랑이는 누굴 놀리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놀리기 위해서 모르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이 상황이 비랑이에겐 꽤 중요한 일이란 겁니다.
"피아노는 듣기만 해? 아니면 연주도 할 수 있어?"
비랑은 말을 돌리기도 하는 겸 약간의 기시감을 느끼고 그렇게 질문합니다. 어디선가 음악실 관련된 일이라던가, 슬쩍 스친 일이 있었다던지요. 교실에서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던지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었겠죠. 둘 다 기분탓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크읍... 밥 먹고 있는 중이라 레스를 많이 칠 수 ㅇ없는 것... 선하주 벚꽃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그 표현 제가 언젠가 슬쩍 아랑이 묘사할 때 써도 될까요...?? 새슬이 픽크루 너무 귀여워버리는데 저 다람쥐랑 토끼짤 찾아와도 되나요...? :3 이러다 민규와 첫일상레스에 갑자기 뺨 잡혀 조물조물 위기에 처한 아랑이가 생각나는 것...oO 하늘주... 셀피 넘 멋져.... 피아노랑 무대까지 완전 제대로 구현이네요! 슬혜주의 주는 괴도아랑주가 가져가겠다... 귀엽다고 해주신분들, 인사해주신분들, 오신분들 모두 안녕하세요...!!
다른 학교의 친구와 깔깔거리며 통화를 하던 여자는 문득 시야 대부분을 차지한 우뚝 선 나무를 바라보았다. 손목에 감긴 시계를 확인하면 기숙사의 통금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기에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천천히 걸어 커다란 벚나무 앞으로 다가갔다.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
다짐처럼, 주문처럼, 또는 합리화를 하는 것처럼 중얼거린 여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민간신앙을 믿지는 않지만, 하다가 걸리면 좀 부끄러울 것 같아서였다. 주머니에 굴러다니던 메모지를 꺼내 큰 나무의 언저리를 받침대 삼아 소원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것을 적어넣고 접은 메모지를 나무 기둥 틈에 넣는다. 다시 한 번 주변에 사람이 없나 확인하고... 눈을 감은 뒤 두 손을 모아 미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저녁.
자신의 자리에 과자봉지를 올려놓는 그 모습에 하늘은 자신도 먹어도 된다는 표시일까 잠시 고민했다. 물론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권한다면 거절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가벼운 요기거리로는 딱 좋다고 생각하며 그는 금새 하나를 더 집어서 입에 쏙 집어넣었다.
아무튼 책상이 깨끗하다는 그 말에 그의 눈빛은 괜히 더 의구심으로 차올랐다. 보통 남의 책상을 그렇게 구경하나 싶은 것도 있었으나, 일단 그것으로 납득하기로 하며 그는 더 이상 입을 열고 말을 꺼내지 않았다. 허나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는지 그의 눈동자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책상을 훑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겨버리며 그는 땅에 떨어진 이어폰을 줏어서 자신의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할 수 있어. 연주.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거든. 가끔 음악실에서 아무도 없을 때 치기도 하고, 대회나 콩쿨 나가기도 하고."
태연하게 정보를 설명하듯 손가락을 접어가며 하나하나 말을 하던 그는 세 개를 접은 손가락을 다시 펼치면서 입고 있는 교복의 옷맵시를 살며시 정리했다.
"왜? 피아노에 관심 있어? 아. 게임을 더 좋아하려나? 게임 OST 중에 피아노로 커버된 곡도 많아. 들어보면 원곡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텐데 한번 들어보는건 어때? 더 취향인 것도 분명히 있을걸?"
물론 모든 곡이 다 커버된 것은 아니나 유명한 곡은 커버가 되어있다며 하늘은 핸드폰을 꺼낸 후에 동영상 사이트를 보여주면서 가볍게 흔들다가 집어넣었다.
아니, 지구는 여간 나쁜게 아닐지도. 그는 느즈막하게 웃으며 "근데 네가 더 나쁜 건 알아?" 하고 조곤조곤하게 속삭이곤 비틀린 웃음을 짓는다. 별다른 저항은 하지 못하고 몸을 움찔거리거나 눈꺼풀을 파르르 떨 뿐인 이 순진한 토끼를, 양을 어떻게 할까. 품 속에 자그만 새슬을 내려다보며 늑대는 갈등한다. 앙증맞은 입술에 핏기가 옅어질만큼 꾹 깨무는 것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다 엄지 손가락으로 그것을 방해하며 새슬의 입술을 손끝으로 뭉개고 짓누르려 했다. 뭐가 그리 분해? 가엾은 네가 먹이의 위치에 있는 거잖아. 자연의 순리일 뿐인데. 한 평생 먹힐 거, 나에게 먹히는 것에 좀 더 기뻐해도 될 텐데.
"귀여운 것도 같네."
가냘픈 토끼의 애원의 목소리가 늑대를 부른다. 풀린 눈으로 구슬픈 표정을 하며. 자그마한 힘으로 어깨를 움켜쥐며. 능청스레 접힌 눈으로 애끓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한참을 들여다보다 엄지로 입술을 짓뭉개던 손으로 그녀의 턱을 제 쪽으로 들었다. 웃음기는 온데간데 없고, 화염치는 바다의 색이 담긴 눈으로 시선은 부드러운 감촉의 입술에 꽂힌 채 고개를 그녀의 쪽으로 느즈막하게 숙인다. 좁아지는 얼굴 사이의 거리에 낮게 내리깔린 그의 속눈썹이 그녀의 하얀 피부에 닿을 것만 같았다. 망설임 없는 그 행동에 어느새 서로의 뜨거운 숨결이 상대의 입술곁까지 닿고. 숨을 달싹이는 앙증맞은 토끼는 가냘프고 귀엽기까지 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저 맛있는 것을 결코 참지 않고 본능에 충실하며 탐닉하겠지. 먼저 움직인 쪽은 지구였다.
그러나 그는 "기대했어?" 라는. 그런 듣기 좋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녀의 입술을 훔치듯 온기 가득한 혀로 한번 핥아내곤 눈을 곱게 휘며 그 욕망에서 고개를 떼내었다. 어리둥절할 토끼를 가만 내려다보며 무언가 참는 듯한 표정을 짓던 지구는 이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큭큭 터트리며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 귀여운 표정이네."
너희는 정말 재밌어. 유감스럽게도 그 늑대는 배불리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딱 허기를 채울 만큼만, 그 정도면 충분했으니. 뜨겁게 달아 올랐을 것 같은 그녀의 불그스레한 뺨을 손 끝으로 훑듯 간질이며 짓궂은 웃음을 흘리던 지구는 토끼의 반응을 기다려준다. 뺨을 때릴까, 품에서 도망쳐 버릴까. 뭐가 됐든 지구는 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설령 채 다먹지 못했더라도, 양의 귀여운 점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 또 아무리 먹어도 사라지지도 도망치지도 않는 다는 것이겠다. 그러니 그 대가의 앙탈 정도는 받아 줄 아량이 남아 있었고, 그것조차 그 짐승을 즐겁게 하는 것이었으니. 달빛에 푸른 눈동자가 번뜩인다.
아랑이 그의 품으로 파고들자 그가 킥, 하고 짧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웃음도 오래가진 못했다. 어쩐지 아랑의 페로몬 향이 더 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깨문지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약발이 떨어져가는 것일테지. 어느 쪽이던 간에 간신히 붙들고있던 이성이 다시 조금씩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 하, 내 입술에 심장 떨어질 사람도 있나? "
반쯤은 자조적으로, 반쯤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한번 저었다. 그는 그 자신을 잘 알고있는 편이라고 자부했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중에서 '이상한놈' 을 맡고있는 붉은 늑대. 이미 학교 내에서 하고싶은대로 살아온 연호로써는, 본인의 입술에 심장이 반응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할테다.
" 다 똑같지. 평범한 인간을 연기하는 늑대들은, 꽤나 잘 녹아들거든. "
그들은 사냥도 잘 했지만, 연기의 귀재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은 양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서로를 완벽하게 속이며 이어나가는 심리전. 그는 심리전따위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나 늑대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행동들이 그러했다. 그는 자기가 늑대란걸 들켜도 상관 없겠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늑대던, 인간이던, 양이던. 딱히 변하는 것은 없을테니.
" 난 괜찮아. 외박정도야 뭐. "
그의 부모님은, 그를 내다놓고 키우는 편은 아니었지만 보통은 그가 하고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외박같은 것이라도 그저 문자 한 통만 넣어둔다면 신경쓰지 않으리라.
" 너도, 나도. 이대로 떨어지면 아쉽겠지. "
그녀가 고개를 들고,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보며 시선을 맞췄다. 한입만 더냐는 질문에는 대답하는 대신 다른 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그녀가 눈을 감는것에 맞춰 그도 천천히 눈을 감으며 고개를 그녀의 목덜미로 향했다.
" 도움을 주겠다고 했으니까. 네가 원하는대로 해. "
중얼거리듯이 아랑의 귓가에 속삭이고는, 아랑이 허락하자마자 입을 벌려 그녀의 목덜미를 살며시 깨물었다. 아까보다는 이성이 남아있는 편이어서 조금 더 부드럽고, 아프지 않게. 하지만 아까보다는 조금 더 오래 물고있을것 같았다.
등을 다독이는 손길에 선하의 양 눈이 둥글게 접힌다. 선하는 이게 얼마나 달콤한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첨단처럼 날카로운 미소가 서린다. 날뛰는 충동의 고삐를 부여잡고 선하가 아이처럼 속살거린다. "오늘은 학교를 갔어요."로 시작한 말의 내용은 대충 쓴 그림일기마냥 알맹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선하는 그걸로 충분히 피로했다는 듯이 그의 목에 얼굴을 슬 부빈다. "정말정말 힘들었어요." 애교부리듯 말꼬리를 늘여뜨린다.
"이미 울고 있으면서 허락 받기는..."
한껏 예민해진 감각이 온전히 이현만을 향해있는 차였다. 이 비루먹을 축생은 저를 위해 우는 상대를 보며 슬퍼하지 못했다. 달 아래서 하얀 선하의 머리카락이 시리게 빛났다. 문득, 선하가 표정을 굳힌다. 핏발선 두 눈이 이현에게로 모인다. 아마 이현이 부모님을 입에 담은 이후로 생긴 변화였다.
"그렇지만 넌 내 부모님이 아니지."
일순 태도를 바꾼 선하는 한여름밤의 유령처럼 공허하다. 감정 잃은 듯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이 기이했다. 제 목에서 손을 떼어내고 축 늘어뜨린다. 곧이어 몰아치는 페로몬에 비틀대듯 웃음짓는다. 양이기는 하네. 양한테는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 하셨어. 이현의 목에 이빨을 댄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아슬하게 목을 긁고 지나간다. 혀에 닿는 살곁이 젤리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다. 선하는 그보다 신중했다. 제 이빨을 남길 부분을 섬세히 고르고 있었다.
"얘, 명심해. 아무 늑대한테나 먹이를 주면 큰일 나. 영영 잡아먹혀버릴 걸."
바닥 긁는 듯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이현 귓전에 울린다. "다행히도 나는 아주 착하고, 말 잘 듣는 늑대라서." 이어지는 웃음소리가 썩 좋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넌 나한테 감사해야해." 그 말을 끝으로 콰직 소리가 들렸다. 기어코 이현의 목덜미를 물어뜯어낸 것이었다. 애석하게도 행동에는 애정이 없었다. 날 것 그대로의 포식 행위에 가까웠다. 목을 짓누르고 고개를 쳐박고 질근질근 살과 피를 탐하는 모습이 그랬다.
얼마지나지 않아, 이현을 품에서 떼어낸다. 빨갛게 이빨자국난 이현의 목에서 핏방울 약하게 서린다. 그 마저 아쉽다는 듯 가볍게 그 부분에 입을 맞추었다. 방금 전 추태는 어디가고 유순해보이는 소녀가 이현을 마주서고 있었다. 입술에 핏자국이 희미하게 묻은것만 빼면 평범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입술을 손으로 훔치며 입을 벌리자 뾰족한 송곳니가 드러났다. 손에 묻은 피를 쪽 빨았다. 어느정도 여유를 찾은 모양이다.
"오늘 일은 너와 나만의 비밀로 하자."
그 가느다란 손을 뻗어 이현의 입술을 뭉개듯 문지른다. 눈꺼풀을 파르르 떨자 속눈썹이 따라 나풀거렸다. "우리 부모님이 아시면 곤란해. 만월에 이렇게 망아지처럼 날뛰다니. 슬퍼하실거야." 말간 눈동자가 굴러가 이현의 목에 멈춘다. "난 그런 거 싫거든. 무슨 소린지 알지?"
만약 우동주가 오신다면 :3 제가 지금 저녁 약속ㅇㅣ 있어서 6시 반에 가보아야 한답니다 세상에 이런 비극이 아무래도 둘이 시간대가 안 맞은 것 같아서.. 만약 6시~10시 사이에 우동주께서 답레를 주신다면 그게.. 막레가....... 되지 않을까.. 혀유...... 그래도 우동이랑 이쁜 선관 만들고 짧지만 잼게 놀아서 좋았답니다
심장 떨어지는 사람이 없다고....??? (외박?) (눈 비비고 다시 봄) 와.. 졸림취 머리 얻어맞은 기분... >:ㅇ 예스... 깨뭄 허락도 받았다... 혹시 제가 입술 만져도 되냐고 물어본 적 있나요...?? (새벽에 물어본 거 같은데 기억이 안남) 답레... 아마 오래 걸려요.... 8ㅁ8... 어서오세요 연호주
>>923 민규 쿨한듯 다정한듯 덤덤한듯... <:3 너무 신기해요...
>>625 수리부엉이 넘 어울려요...!! 그러고보면 가예 래번클로 이미지도 있지요!
지금 보이는 분들 기숙사 떠올리면 하늘이는 후플푸프, 연호 그리핀도르, 가예 래번클로, 이현 후플프프(+슬리데린), 아랑이.. 그리핀도르갈 거 같아 보이는 후플푸프... <:3
현슬혜: 226 캐릭터 컨셉을 한 줄로 정의한다면? - 극도의 고양이 컨셉 115 지하철을 탔을 때 캐릭터의 앉아있는 모습은? - 상당히 정직하게 앉아있는 느낌? 미동 1도 없어서 가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정도 231 무거운 것을 잘 드나요? - 아무도 없다면 잘 들고 누군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시키는 편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하늘이가 과자를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에 비랑은 안심하며 과자를 꿀꺽 삼킵니다. 학교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 사이에 오가는 것 중 제일 잘 통하는 게 먹을 거지요. 하늘이는 이 우호의 제스처에 응했음이 틀림없습니다. 과자 씹는 소리가 둘밖에 없는 교실을 채워갔을까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책상을 살펴보는 하늘이를 보며 비랑이도 뭔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나? 싶은 마음이 폴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쪽팔린 노래 들킨 것쯤이야 이제 별 거 아니게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대단하다. 완전 전문 피아니스트 같아. 대회 같은 데 나가면 클래식을 쳐? 수상한 적도 있어?"
콩쿨이라는 말도 듣긴 했지만 음악 관련 행사라는 것밖에 비랑은 모르지요. 그 대신 대회라는 말에 반응해서 반짝거리는 눈으로 하늘이를 쳐다봅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옷단정을 하는 모습마저 왠지 멋있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늘이의 말을 들으면서 내심 신기하다고 느끼던 비랑은 질문이 들어오자 대답했습니다.
"난 뭐, 요즘 하는 게임은 디저트 크러쉬나 브레드런 같은... 잘 하진 않지만 배고플 때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라서 자주 하는 편이야."
뭔가에 집중하는 건 배고픔을 잊기 쉬우니까요. 그나저나 비랑이 언급한 두 가지의 게임은, 흔히 말해서 과거의 영광이란 게임이네요. 과거 국민 게임 같은 자리에 오르거나 적어도 누구나 알 만한 게임이었지만, 지금 한다고 하면 "너 아직도 그거 하냐?"란 소리를 들을 만한 게임입니다. 유행했던 이유는 있겠지만요. 디저트 크러쉬는 게임 화면에 있는 디저트를 움직여 같은 종류의 디저트를 여러 개 모으면 터지면서 점수가 되는 퍼즐 게임, 브레드런은 여러 종류의 빵 캐릭터를 써서 달려서 오븐에서 탈출하는 게 목표인 러닝 액션 게임이라는 모양이에요.
"인터넷에 피아노 커버 노래가 많긴 해도 막상 현실에서 피아노 하는 애들 보면 다 클래식 할 거 같던데. 게임 OST나 영화 OST도 좋아하는구나."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비랑은 하늘이를 보며 웃습니다. 좀 더 친밀하게 느껴질 것 같은 느낌이에요. 고민하던 비랑은 이 기분에 맡겨서 이름을 모른다는 걸 이실직고하기로 했습니다. 벌써 잘못했을 때 하는 표정을 장전하고 있네요.
"전문 피아니스트는 아니야. 아직 한참 멀었는걸. 대회에 나가면 아무래도 클래식을 많이 치게 되더라. 아무래도 그쪽으로 조금 무게가 실리는 것도 있고 그래서 말이야. 수상이야 몇 번 있어."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그는 괜히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면서 비랑의 물음에 대답했다. 물론 좋아하는 것은 클래식이 아니라 다른 쪽이었으니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나, 요구하는 것에 맞춰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곧 표정을 관리하고 정리하면서 하늘은 비랑이 말하는 게임이 뭔지 알 것 같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나 두 개 다 알아. 브레드런은 나도 가끔 하는걸. 물론 요즘은 뭔가 되게 캐릭터가 늘어난 것 같아서 정신이 없지만 말이야. 집중해서 하진 않고 그냥 했다가 껐다가 했다가 껐다가를 반복하는 것 같아."
괜히 신이 나서 미소지어 이야기를 이어가는 도중, 자신의 이름을 묻는 것에 하늘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랑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결국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는 자신의 교복에 달려있는 명찰을 손으로 가리켰다.
"강하늘. 내 이름이야. 이름을 기억 잘 못하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다음엔 기억해주면 고마울 것 같네. 정 기억 안 나면 이렇게 명찰을 보면 이름이 쓰여있으니 확인하는 것은 어떨까 싶어."
정말로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과자 하나를 천천히 씹으면서 괜히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참고로 의외로 클래식 말고 다른 곡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아. 뉴에이지 계열이라던가, 커버곡이라던가. 물론 클래식은 진지하게 이 길을 걸으려면 배워야하고 칠 줄 알아야 하지만, 그게 꼭 전부는 아니거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 적어도 난 커버 곡 취향쪽이라서."
너가 웃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알 것 같기도하고 여전히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알았다면 너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겠지. 하지만 그대로 끌려와서 안기는 이유는 너가 이런 상황에서 자존심을 들먹일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귓가에 자그맣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예전과 같이 감미롭게만 들려왔다.
" 그래 그건 맞네. "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도. 역시나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면서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지금 굶주려있는건 나라는 것을 나도 그녀도 확실하게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무얼 했다고?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랬을 뿐인데. 안개가 낀 듯 온통 희뿌연 머릿속에서 작은 비명이 부서져 울렸다. 무언가 중얼거리려는 입술의 움직임은 고작 작은 손가락 하나에 가로막혔다. 시도되기도 전에 짓밟혀버린 의미없는 저항. 짓씹힌 입술이 부어 붉은기가 비치기 시작했으나, 마치 고통이라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몽롱하게 풀린 눈을 내리깔았다.
늑대에게 별 대꾸는 하지 않았다. 그저 다급한 숨소리만이 그것을 대신할 뿐이었다. 분명히 시리게 느껴지는 색인데도 발을 담근다면 델 것 같은 시선. 웃지 않는 얼굴. 잘게 떨리는 눈동자에 열기가 옮기 시작했다. 가까워지는 거리, 앞으로 몇 cm? 이제까지 아무도 도달한 적 없었던 곳까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돌파당한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두 뺨을 차갑게 식혀 주는 것은 서늘한 밤공기 뿐. 그것마저 서로의 숨결에 가로막혀 이대로면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릴 것이라고 저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희미하게 울릴 때. 새슬은 눈을 감았다.
그러나 바라던 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입술에 닿는 아주 잠깐의 따스한 촉촉함, 그리고 다시금 뺨에 부딪히기 시작하는 차가운 공기. 새슬이 눈을 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을 손바닥에 두고 내려다보는 저 웃음. 저 웃는 얼굴이, 태도가, 애정을 갈구하는 새슬을 더욱 미치게. 비참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가늠조차 하지 못 한 채, 새슬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처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을 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모멸감, 수치심, 원망? 뒤틀린 것들이 새슬의 숨을 막는다.
“최악, 이, 야.”
겨우 힘을 짜내어 드문드문 말하면서, 새슬은 있는 힘껏 몸을 뒤틀어 지구의 품 안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아마 바란 대로 되었다면 힘 없이 바닥에 굴러떨어진 새슬이, 이윽고 몸을 일으켜 지구를 등지고 불규칙한 발걸음으로 걸어나올 것이다. 상대가 순순히 놓아줄지, 다시 붙잡을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에이, 말이 그렇단 거지. 이 나이대에 벌써 전문 피아니스트가 될 정도면 완전 천재야, 천재. 그래도 상도 탔다니 대단해!"
재능에 맞는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늑대가 여럿 있다면 천재 늑대 피아니스트도 어딘가엔 존재할지도 모르겠네요. 쑥스러워하는 듯한 하늘이를 보고 오히려 비랑이는 더 반짝거리는 눈으로 하늘이를 띄워줍니다. 진심도 있고 쑥스러워하는 반응을 포착한 장난회로가 발동해서 부끄럽게 만드려는 것도 있겠지요.
"그거야 그렇지. 전에 비하면 많이 복잡해졌고. 그래도 나 이 게임 아직도 하는 사람 처음 봐."
어쩌면 우리는 꽤 취향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겉으로 보이는 성격은 활발함과 차분함으로 정반대긴 하지만요. 비랑은 이런 우연을 좋아합니다. 살짝 흥분하면서 목소리의 음이 조금 올라가기 시작하네요. 감정이 요동칠수록 무의식 중에 내기 쉬운 재능입니다. 매력적인 목소리 같은 종류는 아니고 그냥 조금 높아질 뿐이지만요.
"어? 명찰 달고 있었어?"
등잔 밑이 어둡다고, 명찰이 있는지도 깜빡 못 보고 지나쳤던 비랑입니다. 본인은 명찰 없이 다니니까요. 빨간 명찰을 받을 때쯤엔 색이 마음에 들어서라도 차고 다닐지 모르지만 지금은 파랑입니다. 명찰이 있다는 것도 깜빡하고 있던 비랑주의 잘못이긴 하지만... 비랑은 괜히 명찰을 잡았다 놓으려고 손을 뻗습니다. 무안함을 풀기 위한 것도 있고, 쪽팔림을 풀기 위해 와서 더 쪽팔림을 쌓아버린 것에 가벼운 후회도 있네요.
"클래식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거구나... 아 그러면 혹시 신청곡도 받아?"
그림 그리는 애들은 나 그려줘, 음악 하는 애들은 이거 해줘. 많이 들어봤을 말이지만 대부분 하는 것엔 이유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비랑도 직접 말하기보단 받을 생각이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거절하면 미련없이 놓겠지만요.
대단하다는 말에 하늘은 괜히 실실 웃으면서 시선을 옆으로 회피했다. 다른 건 몰라도 피아노 관련으로 칭찬을 받는 것은 너무나 기분이 좋고 신나는 일이었다. 열여덟 나이의 소년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완전 기분이 좋다는 것을 보이면서 괜히 입술만 꿈틀거리다가 겨우 정지시켰다.
"그야 명찰은 달지. 그래도 못 볼 수도 있는거 아니겠어? 너무 당연하게 다는 거니까 더더욱 말이야."
그럴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하늘은 정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명찰을 안 다는 학생도 있을 수 있고, 자신도 때로는 이것을 떼는 건 어떨까 고민을 하기도 했었으니까.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하는 생각으로 치부하는 대신, 들려오는 말에 하늘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청곡을 받냐는 물음. 사실 연주하지 못할 것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막 연주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허나 같은 반이니까 가끔은 괜찮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다 하늘은 곧 결론을 내렸다.
"매번 받을 순 없지만 한 번 정도라면. 하지만 여기엔 피아노가 없잖아? 아주 가끔은 아무도 쓰지 않는 음악실에서 연주할 때도 있으니까 그때 우연히라도 찾아온다면 들려줄게. 집에도 피아노가 있긴 하지만, 녹음으로 듣는 것하고, 직접 라이브로 듣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
기왕이면 녹음보다는 라이브로 들려주는 것이 더 생생하다고 여기기에 하늘은 그 정도로 제안을 했다. 물론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비랑의 자유였다.
너랑 내가 만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서로가 동류라는 걸 알아보았기 때문일지도 몰라. 나는 고질적인 외로움에 질려 있었고, 너에게도 널 질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겠지. 내 빈곳에는 맞지 않는 퍼즐조각을 쥐고서, 그 빈자릴 채워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다녔던 것 같아. 그게 너일 거라고 생각했어. 결과적으로 우리는 비슷하게 생긴 다른 그림이었지만.
"…해인아."
사하가 손을 들어 해인의 뺨을 살살 쓸었다. 눈꺼풀을 내리깔고 낮게 웃은 사하가 말했다.
"나는 네가 멍청하게 자존심 세우지 않아서 좋아."
굽히게 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건 얻어야지. 지금처럼. 뺨에서 떨어진 손이 해인의 손목을 쥐었다. 잡은 걸 그대로 끌어다 제 목에 가져다댄다. 무언의 허락이었다. 양이 스스로 늑대의 입 앞에 제 목덜미를 숙였다.
313 모친에 대한 생각 (자신의 꿈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응원해주셔서 힘이 되는 대상) 192 타인과 자기 자신 중 더 우선시하는 쪽은? (모두가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저울에 재본다면 타인에게 약간 기울었다고 보여요. 아주 약간이지만) 321 가지고있는 신발의 종류와 개수는? (실내화, 평상시에 신고 다니는 운동화, 실험때 손상 될수도 있으니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는 예비용 운동화. 3켤래)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달짝지근하고 뭉근한 페로몬은 언제쯤 화연호의 폐부를 꽉 채우게 될까. 자기 페로몬이 더 진해지는지, 어떤 식으로 퍼지는지에 대해서 자각이 없는 아랑이 연호의 품속에서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 왜 없다고 생각하는데...? 너 아까 뽀뽀... ”
아랑은 말끝을 흐렸다. 엄청 잘 하던데... 라고 말하는 거 뭔가 이상하지 않아? 엄청 여러 번 해본 것처럼 느껴졌다(그렇게 느껴지긴 했다.)고 말하는 건 실례 아니야? 엄청 간질간질하던데, 라고 말하면 그것도 뭔가 많이.. 만월이 지난 날이 괴로워질 것 같은데...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한 아랑은 입을 꾹 다물었다가, 그냥 한숨만 폭 쉬었다. 이래서 입이 원수란 건가 봐. 왜 없다고 생각하는데, 에서 말을 끝냈어야 하는 건데. 흐린 말을 더 묻지 말아 달라고 응석 부리는 것처럼 그의 품에 얼굴을 두어 번 부비적 거렸다.
“ 넌 왜 티 내고 다녀? ”
그리고 또 아랑의 입은 아랑의 원수가 되었다. 원래 이런 질문은 잘 안 하는데, 궁금했단 말이야. 다른 늑대들이 꽤 인간들 속에 잘 녹아드는 편이라면. 왜 넌 녹아들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지. 너는 네가 늑대란 것에는 전혀 불만이 없어?
“ 내가아, 안 괜찮아아... 얘가 아주 큰일 날 소리를 하네. ”
누가 아무 사람 앞에서 외박 괜찮다고 하래. 그러다 너 진짜 큰일 나 버린다. 아랑은 잠깐만 고개를 퍼뜩 들어 엄격한 얼굴로 그를 보고 이야기 했다. 늑대라고 세상 만만하게 보다가 큰 코 다치면 어떡하지...? 걱정되는 마음도 들어서 그랬다.
“ ....아쉽긴 하겠지이. ”
적어도 보름달이 농간을 부린 오늘 밤은 그렇다. 다른 쪽으로 말머리를 돌린 대답을 듣고 다시 대꾸해주는 대신 얼굴이 살짝 뾰로통해졌을 거 같다. 말머리를 돌려 토라진 것처럼도 보였거나, 아쉽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사람처럼도 보였겠지.
“ 으응, 그렇게 할래. ”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는 그의 말에 만족스럽게 대답했다. 아까전보다 조금 더 길게 목덜미에 닿는 약하고 부드럽고 날카로운 이빨이, 간질간질하게 느껴져서 곤란함을 느끼게 될 작은 미래를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대답이었나보다. 아랑은 그의 허리를 껴안는 대신에, 그의 머리카락에 손을 뻗어 살랑살랑한 느낌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으니까, 쓰다듬어도 될 거야. 그의 이빨이 떨어질 기미를 보였으면 아랑은 천천히 손길을 거두었을 테다.
“ 좀 이상한 부탁이긴 한데에, 나도 너 깨물어 봐도 돼? ”
//연호주! 다음 레스 짧게 주셔도 완전 오케이에요! 생각보다 길게 써져버렸어요... ㅇ<-<
평소의 사라였다면 뭐라고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재잘재잘거렸을 텐데, 지금은 시아가 먼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오는데도 눈이 가리워진 채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시아의 손을 쥔 채로 목줄 채인 짐승마냥 얌전히 따라온다. 코피는 멎었지만 제대로 닦지 못한 붉은 흔적들이 아직 옅게 남아있어 평상시의 모습에서는 쉽게 연상하기 힘들 만큼 처량맞았다.
그러나 가로등 아래에서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시아가 떼었을 때는, 시아의 다정한 미소가 비치는 사라의 눈동자는 여전히 평소와는 다른 낯선 기색을 띠고는 시아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시아가 나직히 말했는데, 그런데 사라는 시아의 손을 놓지 않는다.
"누구 맘대로?"
사라의 목소리에는 아까의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기색이 말끔히 가셔 있었다. 그렇지만 평소보다도 나직하고 평소보다도 단호해서, 사라의 목소리인데 사라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내 이름을 부르며 웃는 사하의 얼굴이 보인다. 무언가 만족스러워보이는 표정일까.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내가 굽히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아서 그런 것일까. 그런거라면 나도 보았으니 서로 주고 받은걸로 하자. 자신의 목으로 내 손을 가져다댄다. 결국엔 이렇게 되어버리는구나. 나는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이며 그대로 입을 목덜미로 가져갔다.
" 잘먹을께. "
그렇게 목덜미를 아프지 않게 깨문다. 양은 소중하니까, 상처는 나지 않게. 하지만 마치 표식을 남기듯이 그 잇자국만큼은 확실히 남기기 위해서 여러번이고 깨물었다. 입안 가득 들어오는 바닐라의 향을 가득 음미하면서. 한동안의 행위가 끝나고 나는 천천히 목덜미에서 입을 땠다. 이미 부정적인 감정은 어디가고 행복함만이 가득찼다. 말을 하면서 조금씩 깎여나갔던 무언가가 한번에 차오르는 느낌.
" ... 이제 집에 데려다줄께. "
학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너무 늦게까지 있으면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이미 어느정도 괜찮아졌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하도 누군가 옆에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강해인: 086 가정은 화목한가요? : 아니요. 165 불확실성과 확실성 중 선호하는 것은? : 확실성. 하지만 도박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죠. 009 오랫동안 준비해온 고백(사랑고백, 비밀 등)을 망친다면 어떤 반응일까요? :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척, 괜찮은척 하면서 나중에 혼자 울 것.
슬혜의 흰 살결을 향해 날카로운 송곳니를 깊게 박아 넣을수록 마음 속의 빈 공간이 채워져간다. 깊은 갈라진 땅으로부터 수맥이 터져나와 주변을 부드럽게 적셔가듯이. 그렇게 흡혈귀가 피를 빨듯 그녀의 살냄새와 페로몬을 목덜미와 두 손으로부터 갈구하고, 그 대신 자신의 색으로. 줄 수 있는 아픔으로 슬혜를 채우려 했다. 주원의 무는 힘은 그것이 처음이라 힘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서투름과 그래도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위선에 가까운 걱정이 섞여 마땅히 깊은 곳까지 송곳니를 박아내진 못했다.
그 모든것에 취해 아득해진 정신을 되찾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동안 그녀는 그 어떤 소리도, 반항도 하지 않고 주원을 그저 내려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채워진 마음에 정신을 차린 주원은 조심히 입을 떼고 본능적으로 깍지껴 억누르던 두 손의 힘을 빼고 깍지를 풀어주었다.
"미안해."
그녀의 목덜미에 난 선명한 잇자국. 피는 흐르지 않았지만 그것은 하루 이틀로 지워지기엔 부족할, 선명한 흉터의 흔적이었다. 그런 자신에 경멸한 것일까.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주원은 누워있는 그녀의 옆에 털썩 쓰러져 벽에 등을 기대로 고개를 숙인다. 확실하게 채워져가는 감각. 그럼에도 아직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죽을 만큼 깊은 허기를 최소한 채운 주원이었지만 그는 아직 갈구하는 눈으로 슬혜를 응시했다.
무엇을 훔칠것인지에 대해선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아랑에게 한소리 듣는것이 두려워서였을까. 뭐가 되었던간에 지금 그에게는 그런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아랑의 진해진 페로몬이 코끝을 간질이고,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고 있어서였다. 지금은 농담보다는 갑작스럽게 자신이 아랑의 목덜미를 물어버리지 않도록 하는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 ...그야, 해본적이 없었으니까. "
그는 아라의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왜 말을 하다 마냐는 의문이 담긴 시선을 그녀에게 보냈다. 그 뒤에 이어진 아랑의 행동에 대충 알았다고 대답하려는 듯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살짝 한번 쓸어내렸다. 아무튼 해본적이 없다는 말은 조금 충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평소 그의 행동거지를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긴 하지만...
" 나를 숨겨서 얻는게 뭐야? 내가 인간이라고 믿고 사귀는 친구들? 그런 허울뿐인 관계는 필요 없어. 내가 늑대라고 생각하면서도 같이 지낼 그런 사람들. 난 그런 관계를 원하는거야. "
늑대라는것에 불만을 품었던 적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남들과는 다른 자신에 대해 슬퍼했지만 그것은 그를 좌절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한발자국 더 나아가는데에 도움을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려운 길이겠지만 그는 늑대라는것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생을 그만두었다. 오히려 자신이 늑대라고 당당히 밝히면서, 그것에 경계하며 떠나가는 사람은 잡지 않았다.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만큼 어리석은 늑대는 아니었으니까.
" 그래? 안좋은건가? "
외박.... 그에게 외박을 정말로 그냥 '밖에서 잔다' 혹은 '밖에서 밤을 샌다'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신체능력 특성상 위험했던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 아랑이 큰일 날 소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조금 의문을 품고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엄격한 얼굴로 훈계하는 아랑에게 뭐라 말대꾸는 못하고, 그냥 눈동자를 슬그머니 다른 쪽으로 돌렸을 뿐이다.
그런 작은 해프닝 뒤라도, 아랑의 목을 물었을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까부터 왠지 모르게 진해진 향이 계속해서 그를 미치게 하고 있던터라, 그는 몇십초 동안이나 그렇게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것을,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닭의 목을 비틀더라도 아침은 찾아오듯이, 입을 떼어내야 하는 순간도 오고야 말았다.
" .......? "
그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아랑을 마주보았다. '문다고? 나를? 그것도, 양이?' 그의 상식에서 벗어낫을듯한 그런 질문에 잠시 혼란에 빠져 뭐라 말하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고개를 느릿하게 한번 끄덕였다.
" 어... 그래라. "
자신은 두 번이나 아랑을 물었으니, 아랑도 한번쯤은 자신을 물어도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테다. 그는 아랑이 편하게 물 수 있도록, 자신의 몸을 조금 낮춰주었다. 위아래로 마주치던 시선이 이제는 거의 정면에서 마주치고 있었다. 그는 아랑의 눈속에 빠져들어갈듯이 바라보다가, 눈을 감으며 목덜미를 내주었다.
우위를 점한 척 굴었지만, 이를 세워 타인의 살을 파고들 권리를 가진 건 늑대뿐이다. 목덜미에 이가 박힌 양은 고작해야 몇 번 바르작댈 수나 있겠지. 동물과 차이가 있다면 숨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걸까. <잘 먹을게.> 귓가에서 들리는 소리에 뒤늦게 덜컥 겁이 났다. 해인의 어깨를 붙잡는다. 목덜미에 이가 닿았다. 어깨를 쥐고 눈을 꽉 감았다. 너무 세게 감은 탓에 이따금 눈가가 경련했다.
늑대의 이는 살을 파고들지 않았다. 상처도, 피도 없었다. 여러 번 깨물린 자리가 조금 쓰리긴 했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수차례 감당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이런 걸로 허기가 채워진다니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뭘 먹는 것도 아니고, 고작 몇 번 깨문 것 가지고. 하긴, 그렇게 따지면 누가 있어줘야 해소 되는 외로움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였다. 타인이 가진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제가 가진 걸 믿을 수 있다니. 진짜 이상한 일이다. 앞으로 이런 일을 몇 번이나 겪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까지도.
"아니야, 혼자 갈 수 있어."
사하가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기분은 아래쪽에서 선을 긋고 있다. 겨우 바닥을 탈출한 셈이다. 하지만 이제 누굴 보고 눈물을 쏟을 만큼은 아니었다. 허기를 채워주고, 덕분에 외로움을 견뎠으니 나쁘지 않은 거래다. 이성적인 사고는 아직까지 무뎠다. 그래도 이제 헤어질 시간이라는 건 알아.
"…시간이 늦었어. 각자 돌아가자."
말을 마친 사하가 그대로 동아리실을 빠져나갔다. 귀 한쪽이 먹먹해서 꼭 물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서히 압박을 가하는 가지런한 치아의 배열, 유독 튀어나온 송곳니의 저릿함, 문제없이 견뎌낼 정도의 고통 사이에서도 그녀는 무언가가 조금씩 채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나름 부족했던 것일까, 힘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과 다르게 깊게 박히지 않은 송곳니가 망설임을 의미했던 것인지 그렇게까지 따가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막상 달려들려고 했지만 역시나 걱정이 되었던 걸까?
"......"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던 건지, 자신의 목덜미에서 살며시 벗어난 그가 맞잡았던 손을 풀고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간신히 억누를 정도의 만족감을 채운 것일까? 그러면서도 끝내 상처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아니면 강압적으로 찍어누른 분위기? 그 어느쪽이건 그녀는 사과를 들을만큼 그가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천천히 몸을 일으키곤 물렸던 목덜미를 매만졌다.
확실히, 피 같은건 흐르지 않았지만 물려있던 부위가 꽤 쓰라린 걸로 보아선 하루이틀 가지곤 쉽게 가라앉을성 싶진 않아보였다. 자신의 옆에 털썩 쓰러져선 벽에 몸을 맡긴채 기대어있는 모습이 어딘가 안쓰러워보일 정도였을까? 죽기 전까지만 간신히 채워낸 갈증으로 허덕이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가 방금 전에 그러했듯, 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상냥하면서도 유혹하는듯한 느낌으로 살며시 벽을 짚던 양 손을 천천히 쓸어내리다가 그의 어깨를 약간 힘주어 붙들었다.
"무엇이 미안한 거죠, 그대야? 욕망대로 휘두르고 싶었으면서도 간간히 채워지던 만족감 때문에 끝까지 송곳니를 밀어넣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인가요?
아아... 유감이네요. 정말 유감이랍니다...?"
둥글게 휜 눈웃음, 부러 이를 드러내며 미소짓는 그녀의 모습은 마냥 고양이라고만 부르기엔 다소 위험한 기류를 풍기고 있었다.
"괜찮답니다. 전혀 화나지 않았어요? 저를 너무 생각한 나머지 기세 좋게 저지르진 못했던 거죠? 하지만 그대야... 가끔은, 저도 휘둘리고 싶은 때가 있는 법이랍니다..."
고양이가 으레 그러하듯, 마주보고 딱 붙어선 뺨을 맞대어 부비다가도 천천히 어깨를 쥐고 있던 힘을 풀어 그의 목에 살포시 포개었다. 누군가 본다면 목이라도 조를양 감싸쥔 모양이었지만, 보는 사람도 없는 공간일뿐더러, 엄지에만큼은 힘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목덜미 뒤에 진한 손톱자국을 새겨낼 뿐이었다.
"하지만 다음에도 망설인다면... 그대야, 얌전한 강아지가 될거란 생각은 포기하는게 좋을 거랍니다? 고양이는 언제든지 기회를 노리는 존재니까요..."
느끼하다며 크림을 걷어낸 채로 케이크를 먹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일 것이다. 대신 그녀는, 여전히 채워내지 못하는 갈증에 허덕이는 그에게 몸을 맡기듯 안겨있는 것으로 충당해주려 했다.
굳이 하루만에 먹고 먹히는 관계성 하나로 끝나지 않을 거라면, 나중을 위한 여흥정도는 남겨두는게 당연했기에... 정말 그럴 거라면, 부러 그를 안달나게 하는 것도 하나의 사육방식일지도 모를 일이다.
>>767 그건 그렇지만! 뭔가 만원의 느낌으로 써내려가다가 시간이 바뀌자 '어 어라? 싫은건 아닌데 갑자기 그렇게까진 배가 안고프네. 설마 지금 이 상황에서 끝..났..' 이런 느낌으로 해볼까 하고! 물론 10시 전에 끝내도 괜찮지만요! 그나저나 대사 좋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85 아니 (연호주 맞죠? 나메가 화연호-금아랑이라...ㅋㅋㅋㅋ) 왜 힝구하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대사는 '왠지 ((생각 덜 해둠)) 비설과 관련 되어 있을 것 같은 뉘앙스의 말' 그 행동은 '마냥 뽀쟉하기만 하지 않은 플러팅'입니다..! 무해뽀쟉하게 끝나려면 역시 둘 다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3
평소와는 다른 기색을 띈 사라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을 건내는 시아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단호함, 그리고 나직한 그 목소리는 꽤나 낯설어서 다른 사람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알 것 같았다.
" 네가 불안하다면, 네가 마음에 들지 않다면 같이 가자. "
시아는 아까처럼 상냥하게 손을 내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가 그러고 싶다면 나는 얼마든지 해줄거야. 네가 다시 코피를 흘리지 않는다면, 평소와는 다르게 기운 없이 주저 앉지 않을 수 있다면 난 무엇이든 해줄 수 있어. 그 마음만큼은 외로움이 사무치는 달 아래에서도 변함없다고 자부할 수 있어.
" 달이 밝아, 사라야. 그리고 지금도 너와 함께라서 기뻐.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
잠시 고개를 올려서 달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내려 널 바라보며 말해. 혀를 이용해 축축하게 만든 입술이 기분 좋게 움직여.
이대로 도망가버리는건 아닐까. 늑대도, 개도 되지 못한 나를 환멸하는건 아닐까 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던 주원의 생각과는 달리 슬혜는 몸을 일으키곤 주원에게 다가왔다. 체념한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주원은 슬혜가 다가오는 낌새가 느껴지자 고개를 든다. 체념과 포기에 색바랜 그 눈빛은 시트러스향이 가까워 올수록 다시 빛을 되찾고 이어질 일을 상상하지도 못한채 그저 침을 꼴깍 삼킬 뿐이었다.
슬혜는 방금 주원과 했던 것처럼. 그러나 그것보단 부드럽고 상냥하게 주원의 얼굴 양 옆의 벽을 짚곤 천천히 내려와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곤 부드럽게 그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주원을 붙들었다.
"그건."
무엇이 미안한 것인지 주원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고통을 준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끝까지 행하지 못한 망설임을 보인 것에 대해서인지. 둘 다겠지.
그녀의 미소는 마치 주원을 상냥하게 위로하는 것 같으면서도 단순한 위로에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하게 하는, 위험함을 감춘 미소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내가 되먹지 못했다는거겠지. 제대로 어금니를 박아넣지 못할 정도로."
주원이 그녀에게 말 한 것처럼, 아마 스스로 실망시켰다. 라고 주원은 생각했다. 어느 쪽으로도 되먹지 못했다. 완전히 그녀에게 손대지 않는 것도. 그렇다고 끝까지 밀어 붙이는 것도 하지 못한채.
그러나 슬혜는 그것에 대해 책망하지 않고 위로해주듯이 부드러운 그 뺨을 주원의 아직 상기된, 열 식지 않은 뺨에 갖다댄다. 슬혜의 차가운 뺨이 주원의 마냥 뜨거워진 뺨을 차갑고 상냥하게 감싸안는다. 그 부드러운 차가움은 열기와 증기 가득한 주원의 머릿속을 식혀주었다.
이어 슬혜는 어깨를 쥐고 있던 두 손을 점차 주원의 목으로 좁혀오더니 그 목을 양 손으로 감싼다. 이대로 힘을 주면 주원의 숨이 막힐지도. 그럼에도 주원은 그 행동을 제지하기는 커녕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 어떤 행위라도 달콤하게 받아들이겠다는듯이.
슬혜는 목 뒤의 네 손가락의 손톱을 세워 점차 힘을 넣어가기 시작했다. 주원이 그녀의 목덜미를 깨물고 이빨로 흔적을 만든 것과 같이.
"언제든지."
주원은 그렇게 말한 뒤 두 팔을 들고 천천히 벌려 그녀가 읽을 수 있는 움직임으로 보란듯이 부드럽게 그 팔을 좁혀 그녀의 등을 감싸려 했다. 만약 그녀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리곤 천천히 그 팔을 자신 쪽으로 당겨 슬혜를 가까이, 조금이라도, 조금씩이라도 더 가까이 당길 것이다.
"나중일은 어찌되든 좋아."
"지금은 그저. 네가 필요해."
본디 생각에서 끝났어야 할 그 대사들을 그녀를 가까이 끌어안으면서도 입 밖으로 낸다. 끌어안던 팔은 숨쉬기 어려워지기 직전에 멈춰 꼬옥 끌어안은채로, 그리고 그의 숨결이 슬혜의 귓가에 닿는 곳까지 끌어안았다.
비랑은 칭찬으로 부끄럽게 만든다는 전략이 조금 약빨이 부족했는지 실패로 끝난 걸 아쉬워하면서도, 하늘이의 흐물한 모습을 보니 그 아쉬움도 날아간다는 듯한 표정입니다.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아부하는 것도 아니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 것이잖아요? 기분이 나쁠 수 없는 일이랍니다. 입술 떨리는 게 다 보인다구요!
명찰 관련한 얘기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에 비랑도 금방 의식의 저편 너머로 날려보냅니다. 하늘이랑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잊어버린 흑역사 노래 관련된 기억이 오들오들 떨면서 이쪽으로 날아온 명찰 관련된 기억에 손을 흔드네요. 언젠가 이 순간을 다시 회상하게 된다면, 그때는 별 감정 없이 떠올릴 수 있게 될 겁니다.
"양심없게 여러 곡 해달라고 하진 않지!"
한 번 정도라면 괜찮다고 말하는 하늘이의 말을 듣고 얼굴이 확 밝아진 비랑이 책상 위에 슬쩍 두 팔을 올리려 하며 고개를 들어올립니다. 그리고 하늘이의 말을 찬찬히 들어본 다음 대답합니다.
"이 노래인데 말야..."
핸드폰을 꺼내서 아까 하늘이가 보여줬던 동영상 사이트와 같은 사이트를 켭니다. 그리고 자판을 톡톡 두드리더니 한 영상을 재생하네요. 브레드런의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의 테마곡을 변주한 게임 OST입니다. 시계와 시간을 테마로 해서 몽환적이고 불안한 느낌을 살렸네요. 일단 말하긴 했는데 딱히 신청할 만한 노래가 생각나지 않아 게임에서 들었던 좋은 노래를 가져온 듯합니다. 검색 시간이 조금 길었으니까요, 급한 티가 날 수밖에.
"음악실 인원이 언제 비는지 정도는 아니까, 비는 시간마다 쭉 음악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거지?"
당연하지만 비랑은 합창부니까요. 방음 차원에서도 음악 교사에게 허락을 맡아 음악실에서 자주 부활동을 하기도 했을 겁니다. 음악실이면 다른 악기부 아이들과 합을 맞출 수도 있고요.
"사실 너네 집에 놀러가서 듣는 게 제일 확실한데, 아직 그러기엔 부담스럽잖아."
집은 프라이빗한 곳이니까요. 당장 비랑이도 당장 누가 기숙사 방으로 놀러온다 하면 받아줄 순 없을 겁니다. 안 치웠으니까요. 손님맞이는 중요합니다.
물론 특정 누구라고 하진 않으나, 적어도 비랑이 알 만한 이들은 아니었다. 어쩌면 꽤 옛날의 기억일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그냥 대충 흘러간 그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확실한건 그런 경험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었는지 하늘은 분명하게 거론했고 괜히 미소를 내비쳤을 뿐이었다.
아무튼 곧 비랑이 들려주는 곡을 들으면서 하늘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몽환적이고 불안한 느낌의 곡. 어쩌면 조금 연습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가만히 손을 푸는 모습을 보였다. 악보가 있고 평소에 자주 연습했다면 또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아무래도 조금 연습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정말로 음악만 듣고 그게 무슨 음인지 알 정도의 절대음감의 소유자가 아닌만큼. 자신이 늑대라면 과연 어땠을까. 조금 어두운 생각을 하기도 하다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하늘은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그래? 하지만 꼭 빌 때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러면 다음에 음악실에서 사적으로 볼 수도 있겠네. 그때까진 연습을 해볼게. 일단 지금 곡은 내가 친 곡이 아니라서 조금 연습을 해야할 것 같거든. 그리고 우리 집? 그건 그렇긴 하네. 다음 기회에. 그건."
확실히 지금은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을 하며 하늘은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언젠간 초대할 날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하늘은 곧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혹시 알아? 정말로 초대해줄지. 그게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내키면 그땐 꼭 초대해줄게. 와도 크게 별 건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개인 연습실 정도는 있어. 오로지 내 연주만을 위한 공간처럼 말이야."
나도 알아. 지구는 옅게 웃었던 것 같다. 새슬은 기분이 몹시 상했는지 있는 힘껏 품에서 빠져 나가려 하는데도 지구는 꿈쩍하지 않으며 그녀가 힘이 빠져 포기할 때까지 그렇게 끌어 안고 그녀의 등을 느릿한 템포로 다독였다. 그녀가 진정할 수 있도록. 어쨌든 먼저 지치는 쪽은 내가 아니었다. 그리고 또 이게, 바로 이 최악의 방법이 그가 그동안 사고를 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 바로 사냥감을 몰아 넣어 애원하고 매달리게 만들어 놓고, 그걸 뜻대로 이루어주지 않았을 때 사냥감의 갈곳잃은 애정과 원망, 배신감은 지구에게 있어서 높은 포만감을 선사해 주었다. 정말이지 최악, 악취미 중 악취미. 그는 게걸스럽게 물어 뜯는 쪽이 아닌 말려 죽이는 쪽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최상위 포식자. 그런 짐승에게서 나오는 빌어먹을 여유. 어쩌겠어, 세상이 정해 준 불리한 놀이인데. 나름 그녀가 다치지 않게 배려해서 포식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그녀가 토라져 버린 것은 그런 이유 따위가 아니었겠지. 하지만 보름달의 늑대에게 양이란 그런, 자신을 만족하게 하는 매개에 지나지 않았으니 너무 많은 것을 바란 네 탓이야. 진실은, 결코 새슬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것 정도는 머저리가 아닌 이상 알 테다. 지구는 단지 이기적인 인간일 뿐이었다. 혹은 그 이하거나. 새슬이 싫어하든 말든, 울거나 자신을 때려도 지구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평온한 얼굴로 새슬의 두 무릎 아래에 팔을 넣고, 다른 한 팔로는 그녀의 등을 받치고 번쩍 안아 들었다. 그녀의 몸집은 몹시 작았고, 또 솜사탕처럼 가벼웠으니 그런 토끼가 발버둥을 쳐봤자 별 타격을 받지 못했다. 어차피 야자는 끝난지 오래고, 시간이 꽤 지났으니 다른 사냥꾼에게 내 사냥감이 물리지 않게 지켜는 드려야지. 제멋대로인 제 행동에 당황스러울 새슬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다
"어디로 가?"
평소의 무정한 얼굴과 답지 않은 다정한 목소리로 그것만을 물으며 지구는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새슬과 눈이 마주치면 대꾸는 하지 않고 조용히 웃어보였다. 그래봤자 새슬에게는 이제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만. 어차피 못 벗어날거면, 얌전히 납득하고 착하게 굴어줬으면 좋겠다고.
"자꾸 그러다 진짜 잡아먹혀."
그래서 낮은 목소리로 그리 읊조린 뒤에야 지구는 보다 편히 목적지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막레입니다! 반응 레스 달으셔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10시 세이프 하겠습니다! 지구가 정말 제멋대로라 많이 당황스러우셨을텐데 템포 따라와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새슬주ㅜㅜ 새슬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돌리는 내내 지구주는 죽어갔구요.. 참느라 힘들었고 또 무척 재미있게 캐입해서 돌릴 수 있었습니다 새슬이와 이벤트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새슬주 혹시 불편하셨던 점 있으셨으면 언제든지 부담없이 찔러주세요!
연호주 선생님 계십니까... 아랑주가 비설 들어가게 쓴 1안과 비설을 삭제한 2안이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잇기 편하시겠습니까....? 뽀쟉하지 않은 플러팅은 적으로려다가 수위.. 수위 절대 지켜...! 라는 마음으로 뽀작한 걸로 바꿔보았습니다... ()() 1안 비설 비스끄므리 대사 + 조금 뽀쟉한 행동 / 2안 비설 비스끄므리 대사만 있음 + 뽀작 없음 / 3안 대사 없고 뽀쟉한 행동만 있음
...? 한 번도 뽀뽀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있지이...?
의문이 크게 떠올랐지만,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아랑이 느끼기로는 그랬다. 알았다고 대답하는 것처럼 머리를 한 번 쓸어주는 손 덕분에, 아랑은 생각으로만 했던 질문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수 있었다.
“ ...너는, 용감하구나. ”
나를 숨겨서 얻는게 뭐야? 내가 인간이라고 믿고 사귀는 친구들? 그런 허울뿐인 관계는 필요 없어. 내가 늑대라고 생각하면서도 같이 지낼 그런 사람들. 난 그런 관계를 원하는거야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기에, 아랑은 잠깐보다 오래, 그러나 어색하지 않을 시간동안 침묵에 잠겨있다가. 그저 담백한 투로, 너는 용감하구나, 라고 속삭였다. 그러나 그 담백한 –담백하려고 애쓴- 말끝이 흔들린 것도 같다. 무언가를 삼키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아랑은 자신이 많은 것을 참을 수 있게 애를 썼다. 더 이상 울지 않게 매달리는 것처럼, 그의 품에 깊게 파고 들었다.
“ 내가 처음 만난 늑대가, 너였다면 좋았을 거야. ”
속삭임보다 훨씬 자그맣게 떨어진 말이지만, 신체 능력이 좋은 그라면 들렸을까. 내가 처음 만난 늑대가, 너였다면 좋았을 거야. 그랬다면 나는 지금보다 용감한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깨물리는 행위도 덜 두려웠을 테야.
*
대꾸는 못하고 슬그머니 눈동자를 돌리는 모습이, 꼭 혼날 때 주인의 시선을 외면하는 강아지 같다. 완전 늑대같은 애라고 생각했었는데. ....늑대도 결국에는 갯과라 다 조금쯤은 강아지 같은 구석이 있는 걸까 싶었다. 다 종은 다른 강아지들이겠지만... 폼피츠, 골든 리트리버, 셰퍼드, 그리고 시베리안 허스키...
살랑살랑 쓰다듬는 손을 연호가 싫어하지 않는 것은 다행인데, 아프지 않게 오래 깨물고만 있어서 뭐라고 할까. 간질간질하다 못해 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 고양이가 아기고양이를 물고 이동할 때 아프지 않게 문다던데, 그게 설마 이런 느낌인가....?
응, 너를, 깨물어보고 싶어.
살면서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았다. 양이 늑대를 깨물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평소라면 망설이고 망설였을 행동도 지금은 충동처럼 해낼 수 있으니까. 잠시 혼란에 빠져 아무 말도 못 하는 모습이. 꼭 연호가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했을 때 당황했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입꼬리가 만족스레 올라갈 뻔 했다. 아랑은 손으로 자연스럽게 입가를 가렸다.
...? 기껏해야 손가락을 깨물 생각이었는데에...?
몸을 낮추어주고, 시선이 정면에서 마주친다. 아무래도 이거 목덜미를 깨물어도 된다는 의미 같지. 금아랑의 머리가 팽글팽글 돌았다. 아아니, 진짜 목덜미 물어도 돼? 그래도 되는 거야?
물어보지 않아도 빠져들어올 듯 바라보는 눈동자 안에 무언의 허락이 보였기에. 금아랑은 지금만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만용이라고 불러도 좋았다. 이 모든 건 달이 둥글게 뜬 게 나쁜 거야. 응. 넥타이도 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입은 셔츠 위에, 살포시 손을 올려. 카라를 조금 당겨 물기 좋게 드러난 목덜미에 천천히 가지런한 이를 가져다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한번쯤은 아프게 깨물어보고 싶기도 한데...
- 제발 누군가 나를 도와줘. 외로움 속에 날 혼자 두지 마. 하지만, 날 겁먹게 하고 상처 입혀선 안 돼.
제멋대로의 소망과 응석을 넌 전부 들어주었으니까, 아프지 않게 깨물어 줄게.
*
생각한 대로 아프지 않게 깨물고 나서 거의 잇자국이 남지도 않은 연호의 목덜미를 보다가 아랑은 제 가방 안을 뒤져서 알콜스왑과 귀여운 캐릭터 반창고를 꺼냈다. 아랑은 알콜 스왑으로 물었던 부분을 살살 닦아준 후에 캐릭터 반창고를 붙이고 뿌듯하게 웃었다. 반창고 같은 거 붙이지 않아도, 하루가 뭐냐,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라졌을 자국일 텐데도. 귀여운 반창고를 붙이고 나니 왠지 모르게 흐뭇해졌던 것이다. 아마 달밤이 부린 마법의 탓일 테지. 유감스럽게도 그 마법의 시간은 곧 끝날 터이지만. 불쌍한 어린 양은 그것을 모르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 보름달이 먹구름에 가려지고, 우중충해진 밤 하늘은 하염없이 우울한게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다. 보름달에 홀린 것만 같던 당신은 어느새 희미했던 정신이 흐릿하게, 또 점점 선명하게 되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캄캄했던 눈동자에 되찾은 생기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 먹은 솜처럼 축 늘어졌던 낮은 감정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굴러간다. 무사히 보금자리를 찾아 제 시간에 돌아왔더면 치욕을 면했을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하, 표정이 말이 아니네. 정신을 놓았던 순간 오로지 본능만 좇으며 숨을 내뱉었던 순간들의 파편들이 조각조각 당신의 깊은 곳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아니야, 이건 분명 내가 아니야. 아니, 이건 내가.. 분명.. 내가. 분명. 그러나 우리들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우리들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滿月 종료되었습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은 감정들을 추스리시고, 또 다시 해가 뜰 내일을 준비합시다.
>>871 처음 만났다면 당연히 더 어렸을 때! 아랑이에게 주원이든 그저 골댕이 인 것을...☆ (아랑주 캐해 : 자기가 골댕인 줄 아는 금빛 늑대) (아랑이 캐해 : 골든 리트리버인 척 하는 늑대 선배애. 근데 가끔 늑대인 걸 까먹고 골든 리트리버라고만 생각할 것 같아서 조금 곤란하네에.) 아랑주랑 아랑이 캐해엔 약간의 (..?) 차이가 있습니다. ㅇ.<
>>875 해인이 이미지 강아지 중에 없고, 늑대 아닌 다른 동물 너구리예요 (소곤) 해인이 피크루랑 시트보고 처음 떠오른 동물이 너구리라 그만... 금아랑의 해인이 첫인상이 너구리가 되고 말았던 것...ㅎㅁㅎ.... (해인이에게 말해준 적 없음)
모습을 숨기고 살다가 훗날 들키면 사람들이 싫어할까봐, 처음부터 숨기는것을 거부하고 솔직하게 나가는 것일수도 있다. 그는 그녀가 용감하다고 하는것에는 확신이 없었지만, 적어도 그 자신은 지금의 모습을 좋아하고 있다고 확신 할 수 있었다. 꿈같은 거짓과 냉혹한 진실.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그가 더 원하는 쪽은 누가 뭐래도 냉혹한 진실이었다.
처음 만난 늑대...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그는 어떻게든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아랑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지 못했다. 심한 일을 당했을수도, 슬픈 일이 일어났을수도 있다. 그녀가 처음 만난 늑대가 자신이었다면 좋았을거라는 말은, 여러 의미가 숨어있을 테다. 무언가 위로라도 건넬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머리가 그렇게 명석하지 못한 그로써는 아무 말도 못한채로... 할 수 있는것은 그저 그녀의 머리를 더 부드럽고 상냥하게 쓸어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는 몸을 숙이고, 그녀가 목덜미를 깨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녀는 조금 혼란스러운 듯 했지만 이내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깨물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은 느낌을 받으면서 목에 들어오는 감촉을 느꼈다. 전혀 아프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한 짖궂은 장난 때문에라도 아프게 깨물릴거라 예상했건만. 괜히 조금 긴장했던것 같아서 뻘쭘해진 모양이다.
......? 뻘쭘해졌다?
무언가 이상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녀의 페로몬에 의해 헤롱거리면서 다른 감정은 느낄 새도 없이, 그저 무언가를 취할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 차있었다. 그녀가 깨믈던 자신의 목에 반창고를 붙이는 동안에도 그 이상함을 깨달으려 노력하다가, 노력하다가...
결국에는 깨달아버렸다.
" 아. "
짧게 나온 탄식을 기점으로 그의 표정이 조금씩 파리하게 변했다. 무언가 복잡한 감정들이 하나둘 앞다투어 머릿속으로 밀려오는 가운데, 집나갈뻔 했던 이성도 다시 돌아와 머릿속에 자리했다. 되찾은 이성 덕분에 다른 생각들과 감정들을 머리 한켠으로 미뤄두고서, 그는 다시 눈동자를 도륵 굴려 아직 품에서 내보내지 못한 아랑을 보았다. 아직 목을 깨물린 뒤로 낮추었던 자세를 일으켜세우지 않아서 서로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구도에 있었다.
적어도 비랑은 그 이들 사이에 끼지 않으니 그걸로 충분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상 그 사람들에 대해 비랑이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의 너와 나니까요.
비랑은 노래를 들으며 가만히 눈을 감고 손을 푸는 하늘이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노래만 듣고 있으면 심심하니까요. 평소라면 댓글창으로 넘겨서 이미 읽은 댓글이라도 또 읽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댓글을 읽을 수 없습니다. 책상 위에 팔을 올려 턱을 괴고 가만히 사람구경을 하다가 하늘이가 말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네요.
"빌 때 아니면 음악실을 다른 사람이랑 쓰기도 해?" "오, 기대할게-!" "응, 다음 기회를 꼭 노려봐야겠네."
막상 가서도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뭔가 보거나 먹기만 하고 오거나 하는 일도 있지만, 남의 집에 놀러간다는 건 기본적으로 두근두근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것만이 목적인 건 아니지만요.
"와, 개인 연습실. 완전 멋지다. 부잣집 같아."
하늘이네 집은 두 명의 자리가 있나 봅니다. 그냥 하늘이의 방과 연주자 하늘이를 위한 방이 따로 있으니까요. 물론 비랑은 외동이라 집에서 개인 방이 없진 않았지만, 집에 개인 서재나 전시장을 둔다는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감탄을 뱉던 비랑이는 손이 하도 들락날락하다 보니 어느새 텅텅 비어버린 과자봉지를 보고 봉지 안에 손을 털었습니다. 잠깐 얘기했는데 벌써 다 먹어버렸네요.
"으... 난 매점 가서 뭐 좀 먹어야겠다. 과자만으로는 배가 안 차."
볼멘소리를 하는 식탐 많은 빨간 늑대는 가져온 의자를 원래 자리에 갖다두고 일어나 하늘이를 향해 손을 흔듭니다. 봉지는 이미 종이비행기로 접어서 쓰레기통 속으로 쏙 날려버렸지요. 하늘이는 이미 적당히 떼웠다고 하니 같이 갈 필요는 없겠죠? 하늘이가 인사를 받아주면 그대로 미련없이 교실을 떠나려 할까요? //슬슬 막레... >.-
늑대가 되지 못하고, 개로부터도 벗어나지 못한 그런 애매한, 늑대개라고도 하기 애매한 상태에서 그 무엇도 이루어낼 수 없었던 남주원. 좀 더 밀어 붙였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고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시간은 흐르고 난 뒤이니.
그녀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던, 그녀가 보여준 것은. 그녀가 준 것은 온기와 상냥함 뿐. 평소의 그녀에게서 받을 수 없었던 것들을 만월의 시간을 빌려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주원은 생각했다.
그녀를 강하게 안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시트러스향에 몸을 맡긴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침잠이 많은 소년이 그 빠르게 도망쳐가는듯한 시간을 붙잡으려는듯 필사적인 마음을 안지만.
"언제든지. 잊지 않아. 그 말."
만월이 지나간다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비록 이 기분이 아니게 되더라도 말이다. 그녀는 마치 이 만월에 끝을 고하듯 손가락을 튕긴다. 그런 것으로 끝날린 없다, 아직 시간이... 어라?
꼬옥 안은 슬혜의 감촉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 따스함과 포근함까지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아무리 채워도 구멍난 바닥같던 외로움이 슬혜의 핑거스냅에 '뿅'하고 사라져버린듯 자취를 감추어버린 것이었다.
"..."
'꿈을, 꾼거지?'
아직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아니, 현실로 돌아왔다간 폭발해버릴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주원의 자세는 그 자세에서 바뀌지 않고 - 슬혜를 안고 있는 - 잠시동안 유지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그녀를 꽉 끌어안은 두 팔이 부드럽게 풀려간다. 이렇게 보면 정신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 잠든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고개를 들었다간 토마토보다 새빨개진 얼굴을 들키게 될 테니까.
비랑이는 선관을 짜지 않을것이다! 왜냐하면 모두와 처음부터 친구가 될 거니까! 이미 편한 사이가 있으면 친해지고 싶다가 재능이 나와서 평소보다 좀 예민해지는 거에 스트레스 받는 비랑이를 꺼낼 수 없지(의미심장) 그리고 만월 때 비랑이도 뭐했는지 생각해볼까... .dice -100 100. = 39의 상황이었단 걸로.
삐걱거리는 사하의 마음을 알 턱 없는 선하는 탐색단계에 있었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맞춰주는 게 목전의 둔 과제인 것처럼 굴고 있었다. 선하가 가느다란 손으로 제 머리카락은 쓸어내린다. 물 밑처럼 조용히 웃는다.
"그러게.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시간 없는 시기때 만나서 아쉽다는 뜻은 아니었다. 수능 공부를 안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부에 전념해야하는 절박함이 비교적 적었다. 요컨대, 선하는 문자 그대로 일찍 만나 말해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동상이몽처럼 미묘하게 말이 맞물린다.
"애들이 자꾸 사하라고 부르더라. 너랑 나랑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가? 우리가 닮았니?"
선하, 사하. 초성과 뒤에 하가 따라붙는 것 말고는 닮은 점이 없어보... 그래, 지금와서 생각하면 닮았다. 뭐, 닮은 점이 많으면 친해질 확률이 높아진다니 만약 내 이름이 천자문이었어도 닮았다 빡빡 우길 생각이었다. 퍽 기분 좋은 상태이기 때문에 선하는 마음을 유하게 먹기로 한다. 충분히 헷갈릴 수도 있지. 그렇고 말고. 이렇게 귀여운 애랑 날 헷갈린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밖에.
"저... 나 보면 인사해줘야해. 알겠지?"
사하는 부끄러운 부탁을 한다는 마냥 수줍게 말했다. 그리고 변명하듯 덧붙이며 말하길,
"나 수영 특기생이거든. 그래서 학교에 친구가 몇 없어. 이렇게 너랑 대화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솔직히, 학교는... 조금 외롭거든."
침하나 안 바르고 내숭질이다. 축 내려간 어깨와 반쯤 감겨버린 눈을 보면 퍽 그럴듯 해보인다는 게 사실 수영 특기생이 아니라 배우 지망생 아닌가 의심할 지경이었다.
>>960 (이야기를 꺼내주는 상냥함에 울어..) 나는 정말로 좋지만, 문하 성격상 '가벼운 교류' 같은 것에는 마음을 전혀 열지 않고 매번 데면데면하거나 퉁명스럽게 대할 수 있어. 문하의 성격상 하늘이랑 비랑이랑 아랑이가 먼저 많이 적극적으로 다가와 줬다고 해야 문하가 마음을 조금 열었을 것 같은데... 괜찮아? (그리고 비랑주랑 아랑주의 말도 들어보고 싶어.)
자고로 하늘은 굳이 자진해서 모범을 보이는 그런 학생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불량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오는 이유는 오늘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이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콩쿨과 대회 수상으로 야자가 면제된 그는 이대로 쓰레기를 버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책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음악실 연습이 아니라 집에 가서 연습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음악실로 갈 생각은 없었다.
커다란 하얀 쓰레기봉투를 쓰레기장에 투척해서 버리며 그는 가볍게 손을 탈탈 털었다. 이제 돌아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어느 한 여학생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브릿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기에 그의 눈길이 그 브릿지에 잠시 고정했다가 그녀의 모습으로 향했다.
짚단 같은 것을 모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의 호기심이 살며시 샘솟았다. 왠 짚단이지? 일단 상대가 누군지 모르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높여 불렀다.
"저기. 무슨 짚단인가요? 그건?"
학교에서 쓰는 곳이 있나? 그런 가벼운 의문을 품으며 그는 답을 기다렸다. 물론 답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상관없었다.
>>974 데면데면하거나 퉁명스럽게 대하는게 뭐 좀 인격 모독급이 아니라면 하늘이는 그냥 그런 애구나 하고 별 생각이 없이 넘어갈 것 같아. 일단 그냥 클래스메이트로서 서로 알고는 있는 사이가 될 가능성이 커보이긴 하는데... 그런 것도 일단은 선관이 아닐까 생각해서! 아무튼 깊게 선관을 짜야 할 것 같으면 다음에 제대로 기회를 잡아서 선관을 짜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아무튼 내 생각은 그렇다!
>>982 딱 그 느김이었어! 아주 깊거나, 아주 얕거나! 문하주 엄청... 설명 잘해... ㅇㅁㅇ>> 최근 실연을 당해, 늑대로서의 자신감을 상당히 상실하고 있습니다<< 시트 읽고 신경쓰인 문장인데 문하주 첫등장 때 유기견이라고 해서... 혹시 실연 당한 상대가 양이었을까...? (물어봐도 괜찮은 질문이면 대답해주고, 아니면 패스! 를 외쳐주세요! <:3)
코끝을 간질이는 향을 맡고 나는 숨을 참는 우파루파같은 얼굴로 멈춰섰다.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는다. 만월의 날 내내 혼자 강당에 스스로를 가두고 짚단을 몇 아름씩 베어넘긴 이후라, 페로몬 갈증으로 시야가 깊고 좁아진 것은 물론이요 몸 자체도 상당히 지쳐 있다. 방금 막 만월이 끝났으니 끓어오르는 충동의 고비는 넘겼지만, 다시 평소와 같이 갈증에 익숙한 상태로 되돌아가기에는 인터벌이 필요하다.
강당의 문을 따고 들어오지 않은 것에는 감사해야겠으나,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에 양을 만나게 된 것도 충분히 야속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나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으며 물었다.
"너... 너, 양?" 흘끔, 하고 명찰의 색을 살폈다. "이... 세요? 선배?"
심호흡. 심호흡. 페로몬을, 어쩌다가 깊게 들이마시는 순간 끝이다. 입 밖에서 돌게끔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심스레 호흡하는 수밖에 없다. 소매로 입을 살며시 가린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베기에 쓰는, 짚단, 이에요. 검도부에서. 진검은 학교에 들고 오면 안 돼서, 잡초 베는 대낫으로... 이렇게."
그러고 보니 곱게 묶인 짚단은 모조리 토막나 있는 것이 보였다. 집중해. 집중해.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돼. 어떻게 만월을 버텼는데. 지금 맡았다간 이 모든 게 헛수고로 돌아갈 거야.
<우리가 닮았니?> 하는 질문에 사하가 선하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본다. 낯선 사람의 얼굴을 빤히 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지만, 이제 낯선 사람도 아니잖아. 역시 아무리 봐도 닮은지는 잘 모르겠다. 얼룩덜룩한 제 머리와는 다르게 선하의 머리는 깨끗하게 희었다. 속눈썹도 하얗고, 눈도 파랗고. 굳이 닮은 점을 찾자면…… 이름?
"이응, 시옷, 히읗. 자음이 닮았네."
<이것 때문에 헷갈렸나?> 덧붙이곤 웃는다. 글씨로 쓰면 더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발음하는 것보다는 써뒀을 때 같은 모양이 더 잘 보이니까. 혼동하려면 충분히 할 수도 있지. 더군다나 둘 다 알고 있으면 더. 우리 엄마는 가끔 나 부를 때 비슷하지도 읺은 이모 이름으로 부르는데, 뭘. 인정이 빠른 편이었다.
인사 얘기에 약간 어리둥절한 눈으로 선하를 보던 사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부탁하지 않아도 인사야 당연히 할 생각이었는데. 차근차근 뱉어지는 선하의 말을 듣고서야 이해한 표정을 했다.
"수영 하는구나. 멋있다. 나는 물에도 못 뜨거든."
다들 힘 빼면 가라앉는다는데 그 힘 빼는 게 안 됐다. 제가 튜브에나 의존해 둥실둥실 떠내려가고 있을 때, 옆에서 시원하게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부럽기도 했다. 나는 저만큼의 재미는 모르고 사는구나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