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잉여 에너지분만, 자기네들이 위험하지 않고 그렇다고 빅토리아 호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일종의 자체 소형 발전기 같은 느낌?"
그렇게 말하면서 실제로 기가톤케일이 공급하는 에너지 출력을 보여주며 머리를 내젓는다. 자기 입으로 내뱉긴 그렇지만 공부를 잘한다는 편이긴 했다. 하지만 자신의 유일한 약점을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이과계열, 아무리 공부하고 유명한 강사의 강의를 듣더라도 이해하는 것은 단 한순간, 결국 순식간에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그녀가 이런 복잡한 그래프를 이해하는건 절대 무리.
"용이 아니라, 우주 괴물. 정확히는 악역이야. 왜 고지라 있지? 고지라랑 맞장 떠서 사생결단까지 내려 했던 놈이야."
그래서 기가톤케일이 악역이란 말에 민감한 걸지도 몰랐다. 기껏 사력을 다해서 싸우고 열심히 노력하는데 동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괴물 취급을 한다. 그것만큼 짜증나고 회의감 드는 일이 어디있겠는가, 그런 성향때문인지는 몰라도 인간형 모습은 완연한 성기사, 그자체의 모습이었다. 마치 디지몬의 그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다.
"아 그거."
막판에 육탄전까지 불사해가며 응전했던 그녀였다. 가까이서 그 모습을 봤으니 절대로 기억 못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게 그녀는 잠시간 이상하다는 듯이 윤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딜 봐도 용 같은데. 고지라는 있긴 하지만 보진 못했는데 유명한가보네. 그 카이저 기도라 말이야."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윤재는 흥미로운지 조금 관심을 보였다. 물론 정작 집에 간 후에 찾아볼지는 또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무심한 목소리에 아주 조금 흥미가 올라온 것을 보면, 어쩌면 찾아볼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구멍 속에서 나오던 전함이 뭐가 어떻냐는 듯이 묻는 예미의 말에 윤재는 잠시 말을 망설였다. 사실 정말 별 거 없었으나, 아주 조금은 신경이 쓰였기에 윤재는 고민을 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 자신이 느낀 이상함. 그리고 자신이 느낀 무언가를.
"그 전함. ...빅토리아 호와 너무 닮았어. 색만 다를 뿐이지. 이거 우연인걸까?"
처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전함이 적의 모함과 색만 다를 뿐, 완전히 닮았다는 것이 영 신경이 쓰였는지 괜히 윤재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정확히는 구멍이 있었던 그 포인트를 바라보았다. 그때 자신이 모니터로 봤던 모습을 떠올리며 괜히 손가락으로 하늘에 구멍을 그리고, 자신이 봤던 그 실루엣을 손으로 가만히 그리다가 윤재는 손을 아래로 내렸고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너무 억지로 잇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그냥 전함이니까 비슷하게 생긴걸 수도 있겠지. 미안. 이상한거 말해서."
다시 돌아왔어요! 그리고 설화주에겐 정말로 죄송한 말씀이나 그 관련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필살기는 정말로 마무리를 지을 각오로, 그 로봇의 전력을 쏟아서 기술을 쓰는 것이야말로 필살기라고 생각해요. 턴 제한을 두고 여러번 사용할 수 있다면 그냥 강력한 기술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슨 의미인진 알겠지만 적용하긴 힘들 것 같네요.
실제로 다른 메체상에서 삼두룡을 떠올린다면 킹 기도라 쪽이 더 연상이 빠른게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몬스터 버스 시리즈에서 그 위용을 보자면 더욱 유명세를 탄 것도 사실이니까. 물론 메카고지라가 나오면서 조금은 이상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던 와중 그가 하는 말에 잠시간 고민을 하다가 이내 별 생각 안든다는 듯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지금의 지휘관은 너야. 경우의 수를 열어두는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네가 우리를 이끄는거야. 네가 백을 보고 흑이라 하면 그건 흑인거고."
분명 그러한 기분일 것이다. 그에게 지휘권이 쥐어진 것도, 또 전함을 다루는 것도 전부 우연일 것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의 종착점에는 그가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결과고, 또 그 결과를 번복하기에는 이미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미소를 머금은뒤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운뒤 시선을 멀리 봐, 조금은 다른 기분이 들테니까. 그러니까 너무 골치 아파할 필요 없어. 하고 싶은대로 해, 지금의 리더는."
"리더라니. 그런 거 아니야. ...딱히 그렇게 위에 오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자신이 이끈다는 생각을 윤재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서포트라면 모를까. 하지만 전함을 움직이게 하는 이상, 그렇게 생각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휘라. 애초에 자신은 그런 것을 잘 할 수 있을까. 그냥 앞에서 싸우는 파일럿들의 자율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윤재는 말 끝을 살며시 흐렸다. 고등학교 2학년인 자신도 이렇게 생각이 복잡한데 만화 속 초등학생들은 대체 얼마나 생각이 복잡하고 어려웠을지.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윤재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어깨를 두드리는 행위에 고개를 슬며시 돌려 그녀를 바라보다 그는 눈을 감고 작게 피식 웃었다.
"할 수 있는 것은 하겠지만,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마. ...나도 같은 배에 탔으니 노력은 하겠지만."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있었다. 역시 너무 많은 것을 힘겹게 생각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윤재는 예미를 바라보며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무덤덤한 표정이 많이 잡혀있는 그에게 있어선 꽤 낯선 표정이었을지도 모르나 어쩌겠는가.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대단해. ...응. 정말로 대단해. 좋은 의미로."
가볍게 손뼉을 친 후, 윤재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빅토리아 호를 바라보면서 넌지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격려 고마워.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다음에 분수대 근처에 있는 카페에 한 번 찾아와. ...커피 서비스 하나 해줄테니까. 거기가 우리 집 카페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