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 사실 처음에 늑대할까 양할까 고민하다가 테스트 다이스에서 양 나와서 양으로 짜긴 했는데 늑대로 짜도 성격이나 그런 것은 별 차이가 없었을거야. 다만 콩쿨이나 대회에는 중학생때까진 나가다가 고등학생 때부터는 한 번도 안 나가는 그런 캐릭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 별 건 없고 자신의 피아노 실력이 그저 타고난 불공평한 재능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혐오를 느끼는 그런 느낌으로? 그래서 혼자 치긴 하겠지만 연주를 들려주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그런 느낌의 캐릭터가 되지 않았을까 싶긴 해.
"슬혜 너를 지키려고 한다. 라고 하면 그것 거짓말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가 결심한게 있어서."
슬혜의 가느다랗고 우아한 손가락이 주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마치 금색의 보리밭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그녀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푹신푹신한 머리카락들이 따라 고개를 숙이고, 흔들린다. 주원은 그 도발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듯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떼어내려 했다. 그리고 만약 손을 잡는데 성공했다면, 주원은 그 손을 놓기 싫어 망설이면서도 아쉬움을 뚝뚝 흘리며 그 가녀린 손을 놓을 터였다.
"나도 그런 늑대와 다르지 않아."
그녀의 상태는 아까보단 나아진 듯 싶었지만, 그렇다고 주원의 허기를 자극하는 그 냄새가 옅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와 가까워지고, 닿을수록 따뜻한 음식을 눈 앞에 두고 군침을 흘리며 참는 것처럼 인내심이 깎여 나갈 뿐이었다.
끌어안긴 선하의 손가락이 꺽여들었다. 이현의 품에 안기자 페로몬이 훅 끼쳐왔다. 온 몸을 관통하는 페로몬에 기어오르던 악의가 비명을 지르며 흩어진다. 아른아른거리는 눈을 이현의 어깨에 파묻고 선하가 히죽 웃는다. 한때 부모님들이 꺼려한다며 고치려 했던, 그 뱀과 같은 웃음이었다. 선하가 눈을 깜빡일때마다 기다란 속눈썹이 이현의 목에 닿았다.
"오늘 너무 힘들었어."
먹으라는 말에 정작 돌아온 것은 생뚱맞은 말이었다. 선하가 괴롭다는 듯 목을 긁었다. 꺽꺽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선하를 멈추게 한 것은 무용한 사회 규범도, 그 같잖은 이성도 아니었다. 어렸을적 채워진 목줄이었고, 영혼에 새겨진 각인만이 선하의 발을 묶고 있었다. 나쁜 늑대가 되면 미움받게 될거야. 미움 받기는 싫어. 지극히 아이같은 발상이었으나 지금껏 선하를 지탱해온 단 하나의 명제였다. 물론 부모님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지만 눈치 좋은 아이는 가끔 어른보다 앞서나가는 법이었다. 선하의 입에서 힘 잃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니까 이럴때에는 먹지 말라고 친절하게 다독여야지. 나도 지금 착하게 굴고 있잖아, 응?"
난 그거면 충분해. 선하가 작게 속삭이며 이현에게 매달렸다. 거의 항상 단조롭던 목소리가 답지 않게 갈라졌다. 그 말을 하는데에도 여러번 말을 멈춰야 했다. 입을 벌리고 몇 번이고 이현을 깨무려는 자신을 막아서기 위함이었다. 선하가 초조한 듯 입을 다문다.
평생 너의 옆에 있어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을 스스로 깨버렸다. 두려웠으니까, 너가 나 때문에 다칠까봐 두려워서 내 손으로 널 밀쳐냈다. 꿈에서 들려오는 나를 원망하는 소리를 네 목소리로 듣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너가 받을 상처를 나는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날 마음껏 원망해도 좋아, 은사하. ... 미안해.
" ... 그래 너가 원하는만큼 곁에 있어줄테니까. "
솟구쳐 올라오던 감정의 소용돌이는 그 추진력을 약간 잃어버렸고 그 틈새로 나는 이성의 끈을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엄지와 검지로만 끄트머리를 어떻게든 잡고 있는거라 자칫하면 다시 놓쳐버릴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한시름 돌릴 수 있었다.
" ... 우리 사귈때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관계일때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다니. 나는 눈물을 닦아내며 웃어보이고는 귀에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농담이라도 할만한 여유가 생긴게 다행이다. 말을 하는만큼 재능을 사용하는 나는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제어를 못할 정도로 나락의 구렁텅이로 나를 밀어넣는다. 이런 때에 그녀를 만난게 행운일까, 불행일까. 안은채로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 ... 하아. 결국 이럴때 의지할 수 있는게 너 밖에 없다니. 내 꼴이 우습네. "
서로가 늑대와 양이라는걸 알고 있으니까. 어쩌면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있을만한 곳으로 온 것일지도 모른다.
>>414 천재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구나....!! 하지만 이미 하늘군은 훌륭한 피아니스트입니다... 나두 담에 하늘이랑 만나서 연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ㅁ^)~~ 그리고 >>406 귀엽기만 한골.. >>4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 귀여워.. 대사 약간 마법소녀 같은 거 기분 탓인걸까...
>>422 오히려 양이 되어서 고집만 세지고 이를 더 악물게 되었지. 독백으로도 잠깐 쓴 적이 있긴 한데 하늘이를 어릴 때 가르친 교사는 너는 양이기 때문에 다른 길을 택해야한다고 대놓고 이야기했거든. 물론 당시의 어린 하늘이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지금의 하늘이에겐 그게 좀 가슴의 상처처럼 남아있어. 그래서 누구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진짜 집요하게 피아노에 집중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사실 지금도 마냥 밝은건 아니야!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거네. 하늘의 말을 사뭇 진지하게 들으며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아무래도 단체활동에 엮이면 개인 연습시간이 확 주니까. 곧 뒤를 따르는 예술 고등학교로 진학했다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피아노로 단독으로 연습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의구심. 피아노 연주 듣는 거 좋아해, 지나가듯 덧붙이며 다음으로 오는 말에 생각하고 있었던 말을 내민다.
"예고로 갔으면 흔한 피아노 특기생 중에 하나였을텐데. 이 학교에서 피아노 단독 연습이라니 특이하네."
단순한 음이 여자의 눈엔 피아노라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가벼운 준비운동처럼 보였다. 조심스럽게 말하며 음계를 밟는 능숙한 궤적을 따르고, 무수한 연습량을 증명하듯 휘어진 수지를 보다가 하늘이 앉아 있는 긴 피아노 의자의 끝에 걸터앉았다.
"기억하고 있는거야? 알아봐주니 기쁜데. 의외로 작년 학생회장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 없거든. 그런데 있지, 전혀 안 편해 보이는 거 알아?"
알아보길 기다리는 건 섣부르다고 생각해 자기소개는 항상 하는 편인데 알아봐주니까 정말 기쁜걸. 곧게 선 상체를 훑어보다 별안간 손가락을 세워 날렵한 턱선을 지나 콧등을 톡 두드리며 웃었다. 진짜 불편해보인다 너? 선배라서 그런가. 덧붙이며 건반 위로 손을 내려 네가 누르고 있는 한 옥타브 아래에서 박자에 맞춰 도레미파솔라시도, 따라 누르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서린 어색함을 허물기 위한 시도였다.
별로 쓸모없는 연호 TMI) 일상에서 묘사할때 '그는~했다' 로 나타내는건 연호의 심리를 숨기기 위한 방법입니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라는 식으로 추상화된 표현이라면 연호의 생각이 아닌 연호주의 의견입니다. 연호의 진짜 생각은... 연호주의 기슴속에 품는걸로... (?)
>>421 얘가 왜 이러냐 약간의 설명을 해보자면 아무래도 부모님 모두 양이니까 어느정도는 선하 대하기 어려워하셨고... 또 애가 좀 체력이 남아도니까 난폭하게 경향이 있어서 겁 먹으신 적도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눈치 많이 봤어서 이렇게 착한 아이에 집착한다는 설정입니다. 딱히 그 누구도 잘못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됐다~~
비설까진 아니고 나름 시트에 의도한다고 의도했는데 실패한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주절주절 말합니다.......... (머쓱) 이상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뻘설정이었습니다 독백에라도 풀까 싶었는데 제가 그럴 기력이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