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저는 상관 없답니다 >.0 다만 우동이가 HL 지향이라 알고 있어서 아주 조금 아주아주 찌금 개미 눈곱의 눈곱의 눈곱만큼(꼭 짝겜이 성향에 맞아야 하는 건 아니고 그런 쪽으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지만요) 걱정되는 건 있답니다 사실 이런 건 우동주 의사가 제일 중요허구 제 기우일 가능성도 매우 크지만요
알겠습니다 ㅎ▽ㅎ 괜찮다는 인원이 월등하니 이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주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양호선생님은 언제든 열려있고.. 홍현주와 가예주도 많이 아쉽네요.. 못 챙겨 드리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ㅠ▽ㅠ으윽.. 만월 이벤트는 여러분들이 얼마나 선을 잘 지켜주시고 즐겁게 돌려주시느냐에 따라 자주 진행할 수도 있으니 너무 아쉬워 하실 필요는 없으실 것 같아요.
그러면 각자 나온 짝 대로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만 조율하시고, 맞닥뜨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중간중간 설정오류가 있거나 수위를 넘는다 싶으면 바로 찌를 수도 있겠습니다. 모르시는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여쭤봐주시고, 선을 넘는 짓은 하지 말아주시되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연호랑 선관 다시 훑고 왔는데, 그 연호 : 먹어봐도 될까요? (젠틀) 아랑 : (속으로만 띠용) 아니요~ 안 됩니다아~ (겉으론 빵긋 웃으면서 아니~) 이후로 두어번은 더 봤는데, 그때마다 연호가 좀 종잡을 수 없는 타입이어서, 아랑이가 연호를 '나쁜 사람은 아닌데, 조금 이상하고 종잡을 수 없는 아이구나~' + (늑대 같으니 조심하자아) 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그리고 꼭 플러팅을 하셔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늑대로 다가가기 어려우신 분은 "내가 정말 엄청 미친듯이 굶주렸는데 눈 앞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골 집의 베스트 메뉴가 눈앞에 있다." 이 정도로 생각하고 행동해주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또 양은, 이성적으론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감정적으론 지금 혼자 있으면 당장이라도 무언가 저질러 버릴 것 같은 감정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외로움을 절대, 견디고 참을 수 없을 겁니다.
>>82 >>44 아랑이 방과후 야자는 안 할거고... 동아리실 뽀짝거리거나 바로 집에 가거나 도서실 가거나 할텐데... 아랑이가 도서실에서 공부 끝내고 집으로 갈까 하는 길에 연호를 볼 수 있을까요....??? 연호 주로 어디 출몰하나요..??? 좀 까칠한 연호도 보고 싶은데 아랑이가 겁을 쫌 많이 먹을 가능성도 있어요... <:3 어떤 늑대는(혹은 어떤 사람이든) 만나자마자 눈물 팡... 하면서 " 도와줘어... " 할 거 같은데, 까칠한 연호 or 예민한 연호는 어케 반응할까요...?? 반응하는 거 쪼금 맛보기로 보여주시면 그 중에서 고르고 싶습니다아!
이해 어려우신 분들은 시트 설정 꼼꼼히 다시 읽고..행동해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너무 원하시는 것 같아 이르게 진행하게 되었는데 역시 너무 일렀던 것 같네요..ㅠㅠ 캡틴의 역량과 판단 부족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처음이니 만큼 너그럽게 넘어갈테니 너무 부담갖지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다 다들 정신 없으셔서 또 죄송합니다 크읍 ㅠ▽ㅠ....
>>104 앗 그러면 길 밖에서 만날까요? 사실 선하는 특기생이라 옆에 수영장에서 운동했을 것 같아서요 ㅋㅋㅋ 하교하는 도중에 길목에서 만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좋습니다! 그렇게 해요 그러면~! 선레는 누가 할까요? 일이 없다면 다이스를 굴릴까 싶은데 괜찮을까요?
>>74 지구는 야자를 할 때도, 동아리실에 있을 때도, 귀가를 할 때도 있습니다. 새슬이는 학교를 마치고도 학교에 주로 있나요? 굳이 학교가 아니더라도 골목길이나, 공원, 번화가 어디든지 상관은 없긴 합니다만 본관 뒤뜰 쪽이 편하실까요? 아마 새슬이가 있는 위치를 지구가 발견하는 쪽이 쉽게 이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92 맞아요 😊 지구캡께서 써주신 설정은 시트 쓸때 확실히 봤답니다. 다만 이벤트 느낌이 그러그러한 분위기가 조금 짙은바 살짝 전체적인 분위기와 빗나갈까 우려가 됐어요 (´°̥̥̥̥̥̥̥̥ω°̥̥̥̥̥̥̥̥`) 어쩌면 이번 1:1로 소중한 인연을 만들수도 있는 기회가 생기겠네요 ⌒▽⌒ (그렇죠 민규주?) >>93 앗 고마워요 규리주 😆 확인한 뒤에 답레 드리겠습니다!!
※※※다소 서툴게 시작 된 점이 있으므로, 기한을 8월 8일 22시. 즉 1시간을 늘려 내일 밤10시까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이해해주시는 모든 늑양여러분께 무한한 사랑을 바치겠습니다 ㅠ▽ㅠ 다소 정신이 없어서 딱딱한 말투지만 여러분을 누구보다..따뜻하게..바라보고있는 캡틴입니다
>>113 만월의 밤, 지독한 외로움에 사로잡힌 상태의 새슬이라면 어떻게든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느끼는 곳으로 갈 것 같아서요! 그럼 본관 뒷뜰에서 만나는 걸로 할까요? 그렇다면 나무 근처.. 혹은 위에서 맥 없이 쳐져 있던가, 토끼장 앞에 웅크리고 있던가 할 것 같네요 ㅇ(-(
어제 자기 전에 미리 맞춰둔 알람이 내일이 만월임을 알려왔다. 한달에 두어번 있는 이 날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성가신 날이라서 서랍에서 미리 사뒀던 패치를 꺼내 탁상 위에 올려두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일어나서 씻자마자 한 것은 오른쪽 팔뚝에 패치를 붙이는 것. 그렇게 학교에 도착 했을때는 평소보다 두 배의 선도부 인원들이 무언가를 검사하고 있었다. 아마도 패치를 붙였는지, 알약은 먹었는지를 체크하고 있는 것이겠지. 허나 나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어보였다. 부회장이라 알아서 잘 할거라고 생각하는건가. 하지만 나도 오른쪽 팔뚝에 패치를 붙였으니 안심이다.
그렇게 평소와도 같은 하루가 끝났다. 만월이 뜨는 밤이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평소와 다름없는 극히 따분한 일상을 뒤로 한채 나는 교실을 나왔다. 학생회에서 볼 일이 있었기 때문에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했고 덕분에 오늘 아르바이트는 대신 대타를 구해서 내보내야만 했다. 하루치의 일당이 까이는게 좀 마음이 아팠지만 할 일은 해야하니까. 그렇게 학생회에서의 일을 마치고 시계를 확인하자 9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었다. 그렇게 학생회실을 나와서 집에 가기 위해 복도를 걸어갈때쯔음 9시를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창 밖은 만월이 떠있고, 동시에 내 기분은 순식간에 나락 저 끝으로 곤두박질 쳤다.
' 뭐야 대체 왜? '
황급히 왼손으로 오른손 팔뚝을 매만졌지만 느껴져야할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에는 잘 떨어지지도 않는게 왜 하필 지금에서야 떨어진거지? 사둔지 오래 되어서 접착력이 약해졌나? 하지만 지금은 이런 잡다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얼른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복도를 걸어갔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맡아지는 이 향은, 잊을 수가 없는 그런 향이었다. 달큰한 바닐라, 그것도 아주 꾸덕꾸덕해져서 그 달달함이 쌓이고 쌓인 그런 향.
' 아니야, 이건 절대 안돼. '
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미 이성대로 몸이 움직여질리가 없었다. 만월의 늑대에게 이성은 그저 거들에 불과할 뿐이니까. 그렇게 나는 영화감상부라고 쓰여진 동아리실의 문을 열었다. 안된다고 외치는 이성의 메아리는 무의식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뒤였고 그렇게 내 눈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 사하의 얼굴이 보였다.
>>174 >>186 아.. 머릿 속으로 시뮬 돌려봤는데, 몰아세우고 천천히 물려고 하는 쪽이 더 아랑주의 심금을 자극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예민도 조타) 까칠한 연호랑 만나보고 싶네요! 아뇨...!! 전혀 부족하지 ㅇ않아요, 두 상황대로 흘러가든, 다른 상황대로 흘러가든 재밌을 거 같은걸요! 음... 선레는 제가 짧게 써와보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짧더라도 속도는 쫌 느릴 거예요... 88)
>>217 음. 그런 거라면 정말 가볍게 되겠네. 사실 규리를 보면 접점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데. 그냥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라도 좋다면 그것도 난 환영이야. 일단 하늘이는 피아노 콩쿨이나 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을 했으니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은 알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깊게 계기를 설정하고 싶다면 선관스레로 가고!
단언하건데, 만월이 선하에게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었다. 집에 가면 부모님이 언제나 계셨고 바보처럼 패치를 빼놓을 일도 없었다. 고작 이런 일로 연습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방수가 되는 패치는 흔했고, 만원이라고 연습에 빠지는 늑대들은 제 경쟁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답답하지?
선하는 카라 부분에 손가락을 걸쳐 마구 흔들었다. 빈 속에 보드카를 들이부은 것처럼 위장 한구석이 쓰렸다. 목에서는 앓는 소리가 자꾸만 흘러나왔다. 두렵고, 초조해서... 미칠듯이 화가 나고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참을수가... 혹시나 해서 등에 손을 올려보지만 패치는 여전히 제자리에 붙어있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심경이 수세미처럼 얽히고 섥힌다.
몸을 숙이고 걷던 선하가 불쑥 허리를 피며 한 곳을 바라본다. 향이 났다. 아주 달달하고 포근한... 순간 집에 계신 부모님이 머리에 떠올랐다, 거품처럼 사라진다. 정신을 차리니 자신은 뛰고 있었다. 어리석은 축생처럼, 이성은 그다지도 중요치 않게 되었다. 이러면 안되는데,하는 최소한의 브레이크도 말을 들어먹지 않았다. 먹어버리자. 집어 삼켜버리자. 처음 보는 양에게 다가갈 수록 향은 짙어졌다. 선하가 혀를 내밀고 송곳니를 슬슬 건드렸다. 분명 맛있을 거야. 새의 발톱처럼 굽어진 손이 이현의 어깨를 붙잡는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벌린 입을 벌려놓고, 막상 이현의 얼굴을 보자 굳은 듯 멈추어선다.
"..."
내가 양을 먹는다고? 감히? 두려운 사람의 얼굴을 하고는 입을 다문다. 뒤늦게 죄를 깨달은 죄인처럼, 신에게 고해성사하는 신자처럼 유순해진 얼굴이다. 어떻게든 웃기 위해 입꼬리를 끌어올리지만 초조해보이는 얼굴만 떠오른다. "미, 미안해. 내가, 얼른 이거 떼어놓고, 어, 어..." 횡설수설 말하며 어깨에 올린 손을 떼어놓으려 하지만 이상하게 손이 떼어지지 않았다. 이게 왜 이러지, 중얼거리며 울쌍을 짓다 오래지 않아 죽은 듯 표정을 잃는다.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린다.
약 세 알이 사이좋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유쾌한 사람이 있을까. 뭐, 있을 수도 있겠지. 존중한다. 다만 그게 저는 아니었을 뿐이다. 스스로는 알 수 없는 향기가 남을 혹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나의 외로움은 나만의 것, 남의 외로움은 알 길이 없으니. 모든 사람이 이 정도의 외로움은 안고 사는 거 아닌가. 빛이 나 알아볼 수밖에 없는 재능이 없었다면 코웃음 치며 넘겨버렸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약 세 알을 먹은 날이었다. 그것 말고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수업을 들었고, 점심을 먹었고, 또 수업을 들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니 야자는 하지 않았다. 석식에 생선이 나온 걸 두고 가시 바르기 귀찮다는 투정을 한 것 정도가 특별한 일일까. 그걸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야 했다.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따로 남아 문제를 풀었다. 이럴 거면 야자를 할 걸. 생각은 잠깐이었다. 죽 이어지는 문제가 지겨워 책상 위로 엎어졌다.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9시. 이미 해는 지고 달이 뜬 시간이다. 무난한 직선을 그리던 기분이 갑자기 바닥을 친다. 좋지 않은 징조였다. 서둘러 가방을 챙긴다. 돌아가야 돼. 가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으면. 오늘 밤만 지나면. 정리 안 된 생각이 엉켜 발목을 잡았다. 아니, 책상에 다리가 걸려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바닥에 손을 짚고 주저앉은 채 숨을 골랐다.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아니, 마음이. 누가 와서 일으켜주고, <많이 아팠겠다.> 하고 얘기해주면 그 품에 안겨 울고 싶었다.
잃어버렸다. 그런데, "뭐를?" 아무도 없는 텅 빈 자리에서 그리 중얼거렸다.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단내가 난다는 것.
몇 시간 전의 지구를 떠올려보면, 그는 교복을 입기 전 갈비뼈 부근에 패치를 붙이고 등교하여 오늘은 어디도 도망가지 않고 무사히 학교 일과를 마쳤다. 중간고사가 머지 않았으니 자진해서 야자에 남아 공부에 매진하다, 그래 그게 문제였을까. 무리하지 말라던 친구의 말이 아른거리고. 하얗고 검은 문제집 위에 검붉은 핏방울을 투둑 떨어뜨렸을 때. 그때 얇은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고. 손으로 코를 막고 고개를 숙여 화장실로 향한 지구는 대충 처치를 마치고 피가 멎을 때까지 줄담배를 펴댔을 뿐이다. 건물의 뒤뜰에 꽁초를 쌓으며, 멎은 듯한 핏덩어리의 휴지를 꺼냈을 때. 간드러지는 달큰한 향이, 그때의 네가 잘못한 거야.
지구의 감정은 일정한 선에 늘 머물러 있었으므로, 남들을 쉽게 속인다고. 단내음이 잔뜩 풍기는 그곳으로 발자국 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지구는 무정한 눈으로 보름달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네가 잘못한 거야.
"토끼."
지구의 발걸음이 멈춘 곳엔 가엾은 토끼들이 가득 담겨있는 토끼장과, 그 앞에 웅크리고 있는 솜사탕의 토끼가 있을 뿐이었다. 지구는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그 가엾은 토끼를 건조한 눈으로 바라보며 나즈막히 부른다. 전혀 모르는 얼굴. 그녀는 그저 가엾은 토끼일 뿐이지. 그리고 불운하게도 나는 굶주렸고.
"술래는 나지."
그리고 나는 비겁한 짐승이라, 초 따위를 셀 정도로 상냥하지 못하다. 으르렁거리는 듯한 낮게 깔린 저음으로 그리 경고 아닌 경고를 뱉은 지구가, 당신에게로 일말에 망설임조차 없이 다가가고 있다. 우리의 가여운 토끼는, 궁지에 몰려봤어?
밤 9시.주원이 '슬슬 돌아가야지.' 하고 동아리실의 복도를 걷는 도중, 요리부의 부실을 보고 그 앞에서 멈춰섰다. '그러고보니 이전에 식사 약속을 했었지. 아직까지 남아있다면 권해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요리부 부실의 문을 드르륵 연다.
슬혜는 무언가를 요리하고 있었던 것일까? 부실의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상큼함과 단내 섞인 시트러스향이 주원의 예민한 코를 타고 뇌를 향해 직접적으로 냥냥펀치를 날리기 시작했다. 요리부의 부실 문을 열기 그 직전까지, 평범하게 흘러가고 끝나리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분이 어떻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 두 눈을 통해 인식했어야 할 눈 앞의 새초롬한 소녀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 부드럽고 달콤하며 상큼한 핑크빛 시트러스 케이크와 겹쳐보이기 시작했으니까.
그와 동시에 주원은, 지금까지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 한 번도 늑대로서 마땅히 먹어야 하는 것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19년 인생 패치에 의존해, 인간으로서의, 사회에 속해있는 자로서의 규범에 의해 억눌러왔던 그 허기가. 단숨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왜 지금까지 참아야 했지?' '왜 난 지금까지 먹지 못했지?' '누가 먹지 못하게 한거지?' '왜?' '왜?' '왜?' '먹어버려.' '먹어버려.' '먹어버려.' '먹어버려.'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자신의 목소리일까? 아니면 눈 앞의 슬혜의 목소리가 뇌내에서 울리는 것일까? 주원은, 그저 '오늘 뭐라도 같이 먹지 않을래?'라고 가볍게 물어보려고 한 것이. '이제부터 널 먹어도 될까?'로 변해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140센티미터가 조금 넘을까 말까 하는 조그만 소녀가, 어딘지 모를 담벼락 밑바닥에 끈 떨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널부러지듯이 걸터앉아 있었다. 귀가 울리고, 눈앞이 흐려진다. 마치 10일이 넘게 입에 아무것도 넣지 못하고 혹독한 환경을 지나온 것처럼 모든 감각이 발작하며 그 주인을 공격하는 것만 같았다.
"병원에를."
가야 하는데.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머리가 멋대로 움직여서 떠올리려 하지 않았던 수식들과 지식들이 뒤엉킨다. 마음은 병원에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머릿속에는 방금 다음 그랜드크로스가 언제 발생할지에 대한 계산을 포함해, 차마 그 대입되는 지수들이며 그 결과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입조차 벙끗하고 싶지 않은 숫자들이 사라의 머리를 스쳐갔다.
알레르기는 알레르기 유발원에 신체의 면역체계가 과민반응해서 오히려 자신의 몸을 공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던가. 사라는 지금 자신의 몸의 뇌신경들이 과민반응해서 자신을 공격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손가락 하나도 꼼짝 못할 것 같다. 주저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라는 문득 땅에 까만 점이 툭 찍히는 것을 보았다. 아, 코피 난다.
손을 들어서 지나가는 택시라도 부르고 싶건만, 어룽어룽 검어지며 흐려지는 눈을 들어보아도 택시는 보이지도 않고, 택시가 보인다고 해도 택시에 타기는커녕 손이나 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냥 아빠한테 태워달라고 할 걸 그랬나. 아... 아빠는 야근이고 엄마는 동창회 가셨지. 자신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비척비척 걸어나와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기괴한 숫자들이 온통 가득 채워버린 머리에서 사라가 자기 의지로 건져낼 수 있는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두 눈을 감고 그저 손의 흐름에 맡기며 멜로디를 흘려보내니 음악실이 특유의 음으로 가득 찼다.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피아노의 음을 밖으로 끄집어내며, 그 멜로디를 울리게 하는 것 뿐이라는 마음으로 연주를 하니 절로 하늘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늘은 음악실을 쓰는 이가 없다고 해서, 음악 교사에게 음악실을 써도 좋다고 허락을 받아 하늘은 작게 숨을 내쉬며 자신만의 공간 속에서 음을 즐겼다.
대회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콩쿨이 잡힌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 피아노가 너무 좋아서, 어쩌면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것조차 조금 가라앉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그는 이런 연주에 만족했다. 아무도 듣지 못할 자신만이 만족하는 그런 연주에 푹 빠지는 입가의 미소가 한 박자 흘러갔다.
"......"
조금 더 박자를 바꿔보기도 하며, 차분한 멜로디를 울리니 두 손이 한 쌍이 되어 피아노 건반을 무도회 바닥 삼아 춤을 추듯 자연스럽게 흘렀다. 만날듯, 만나지 않는 기묘한 거리가 유지하며 스스로 울리는 연주를 음악 삼아 춤을 추니, 열 손가락은 정말로 예쁘게 춤을 췄다.
스포트라이트가 될지도 모를 불빛은 필요 없었다. 자신이 눈을 감아 들리는 연주는 자신에게 울리는 것이었으니 그 자체에 만족하며 그는 더더욱 멜로디를 흘려보냈다. 여유롭게, 유연하게, 음표로 이뤄진 강을 흘려보내며.
만월의 밤이라도 억제제는 야무지게 3알 챙겨 먹었으니까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 게 오산이었을까. 별관 도서관에서 공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좀 늦은 시간이어도 택시를 타면 괜찮겠지. 묘하게 불안해진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것을 무시하고, 아랑은 학교 정문을 벗어나려고 했다.
아, 그러나. 무시하려 애썼던 불안감이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옥죄고, 아주 가벼운 응석으로 숨기고 있는 깊은 외로움을 깨워낸다. 양은 맡을 수 없는 페로몬이 억제제 같은 것으로 제어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마주치게 된다면, 평소에 응석을 부리던 상대이든 그렇지 않든 참지 못하고 응석을 부려버릴 것만 같아서 아랑은 눈물샘이 느슨해짐을 느꼈다. 그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직은 온전히 흐려지지 않은 시야로 누군가가 보였고, 아랑은 그에게 –조심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응석이라고 부려본 적 없는, 늑대라고 의심하고 있는 종잡을 수 없는 소년에게로- 뛰어가 절박하게 옷자락을 붙들었다.
“ 도와줘어... ”
제발 누군가 나를 도와줘. 외로움 속에 날 혼자 두지 마. 하지만, 날 겁먹게 하고 상처 입혀선 안 돼. 멋대로인 소망이, 도와달라는 음성 속에 그대로 느껴졌으면 어쩌지. 아랑은 울먹울먹한 얼굴로 연호를 올려다보았을 것이다. 커피향이 약간 가미된 달고 쌉싸름한 헤이즐넛 초콜릿 냄새가 그를 자극할 것이라고는, 아직은 깨닫지 못한 채로.
//연호주... 제가 그만 길이 조절에 실패해버리고 말았습니다...ㅇ<-< 더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길어져 버렸네요! 88 연호주는 길든 짧든 편한대로 답레 올려주십셔! 수많은 레스 속에서 눈에 띄어보려고 눈물팡 금아랑 픽크루를 첨부해 봅니다.. 저도 팝콘 줘요ㅕ... (쓰느라 관전하지 못하는 자) https://picrew.me/image_maker/186583/complete?cd=sfjpPhyDhd
분명 집에서 나올때 이런 상황까지 생각할 수 있었을까? 내가 공교롭게도 학교에 늦게 남아있었고 그때 마침 붙이고 있던 패치가 떨어져나갔고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던 은사하를 딱 맞추치게 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실적으로도 확률이 너무나도 낮은데 안타깝게도 그런 확률을 나는 마주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문을 열었을때 바닥에 넘어져있는 사하의 모습이 보여졌다. 문이라는 장애물이 가운데에 있을때는 그나마 생각이라는걸 할 수 있었지만 문을 열었을때 풍겨나오는 이 단내는 이성의 끈을 잡고 있던 손을 강하게 때리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오지마, 라는 말이 들렸지만 사하는 모른다. 너의 향기가 나를 얼마나 미치게 하는지를.
" 괜찮아? "
당장 달려들어서 물고싶다, 라는 욕구는 간신히 누를 수 있었다. 어릴때 만월에 패치를 붙이지 못해서 고통에 떨었던 경험이 지금은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원초적인 본능을 내가 언제까지 누를 수 있을지는 자신하지 못했다. 나는 재빠르게 사하의 옆에 다가가서 부축해주기 위해서 자세를 낮추면서 말했다.
크윽........다들...그렇게........바들바들 하셨지만 역시 모두들 누구보다 캐릭터를 잘 풀어내주시고 계시네요 ㅠ▽ㅠ(왈칵 모두들의 필력 너무 맛있고.. 논란 될 것을 예상했지만 지르고 바로 잡자 생각하고 세운 스레였음에도 지금의 이벤트 일상을 관전할 수 있는 것에 ㅠ▽ㅠ 한 치에 후회도 없습니다..이 자리에서..캡틴은.......(사르륵 그리고 하늘주와 가예주, 규리주도 무사히 일상을 돌리시고 선관을 나눠주시고 계셔서 제가 부족했지만 다들 너무 천사셔서 눈물 바다입니다ㅠ▽ㅠ횡설수설~!!
만월이라고 했었나? 아무튼 위험한 때라고 누누히 들어왔던 때, 가뜩이나 심란한 상황에 안부를 묻는 메시지 또한 가득했기에 쉽게 진정이 되지 않던 그녀는 오늘 자신이 삼켰던 약의 갯수를 확인해보았다. 하나 둘 셋... 정확히 셋, 틀린게 없었다. 그럼 뭐가 문제인 거지?
"......"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잔뜩 가라앉는 기분 때문에 어떤 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알다. 이럴줄 알았으면 집에나 일찍 들어갈걸, 만월일 때는 알아서 찌그러져 있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오가던 찰나... 부실의 문이 멋대로 열리는 소리가 나자 무의식적으로 그곳을 바라봄과 동시에 그녀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제가 뭘 해드릴 기분이 아니거든요...?"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를 보내기위해 손사래를 치던 찰나, 단순한 위기감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팽팽하던 무언가가 놓여진듯 풀린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 풀린건 닻의 밧줄이었는지 아까와는 다르게 몸이 눈에 띄게 무거운 기분이 들었고, 익숙하되 알수 없는 감정 앞에서 그녀는 평소와는 다른 인상을 풍기는 그에게 하소연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들 앞에서 추태부리기 싫으니까요..."
어차피 시간도 시간이니 여긴 둘만 있는 공간이 되어버렸지만 그렇기에 더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주변에 아무도 없길 바라면서, 이상하게도 그 상황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건 이미 글렀을지도, 그녀는 미끄러지듯이 주저앉아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해서 그쯤 가면 사람의 울음이나 사람의 서러움이나 사람의 분노나 사람의 슬픔 같은 것들을 계속 사람의 가슴에 묻어두기가 무안해졌던 것이었는데요
땅 끝, 당신을 처음 만난 그곳으로 제가 자꾸 무엇들을 보내고 싶은 까닭입니다 -박준, 해남으로 보내는 편지 中
하늘에는 둥그스런 달이 말갛게 떠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은 물에 녹아 부서지는 알약 세 개를 의미했다. 만월마다 억제제 세 알. 평소에는 한 알, 하지만 만월에는 언제나 세 알. 최민규는 이 규칙을 단 한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단순히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하여 오늘도 평범한 날들 중 하나로 지나갔어야 했다. 분명, 그랬어야 하는데.
마치 1년 전 같았다. 단 한 번도 어긴 적 없다는 말은 불행히도 거짓말이다. 1년 전, 깜박 잊고 억제제를 한 알만 먹었던 그 날. 그래서 무언가에 홀린 듯 굴었던 날이 있었다. 정확히 1년이 지난 오늘, 민규는 또다시 홀린 듯이 운동장으로 향했다. 분명 봄이다. 그런데 왜 몸이 차갑지, 이상하다. 혼자 중얼거리며 운동장을 서성였다.
차갑다. 아니, 허전하다. 아니, 이건 허전함이 아니다. 추위다. 몸에 구멍이 나버렸다. 텅 빈 구멍으로 서리가 맺혀 시리다. 아무나 제발 도와줘, 작게 신음하려던 그 순간,
"..안녕."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그리고 헛웃음이 이어졌다. 이건 마치 1년 전과 같지 않던가. 최민규는 성우동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유난히도 달이 크다 생각했던 밤, 아직 잠들지 않은 토끼들이 이따금씩 건초를 바스락거리는 소리. 철망 옆에서 숨죽인 채 웅크려 고개를 묻은 인영.
이상한 날이었다. 분명 평소와 똑같은 날이었는데, 변함없이 옥상에서 햇빛을 쬐고, 나무그늘에서 낮잠을 조금 자고, 발길 닿는대로 마구 돌아다니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온 몸을 잠식하는 이 외로움은ㅡ 오늘 약을 먹었던가? 아니면 먹지 않았던가? 몰라. 이미 머릿속에 그런 이성적인 생각을 담을 여유는 조금도 없다. 그토록 싫어했던, 없애려 했던 것에 구속당한다는 것은 얼마나 비참하고 괴로운지.
정신을 차리자 이미 발걸음은 토끼장 앞에서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작은 실소. 작고 보잘 것 없는 조그만 토끼들한테 기대어서라도 달래 보려는 거야? 누군가 비웃는 소리가 귓가에 윙윙대는 것 같았으나, 그딴 거 알 게 뭔데? 한데 뭉쳐 새근대는 토끼들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멀리서나마 기대어 보려는 심정인 영 토끼장 옆에 주저앉아 웅크려 고개를 묻은 것이다.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토끼. 낯선 남성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면 눈에 보이는 것은 키가 큰 남성의 실루엣.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당장이라도 애정과 온기를 갈구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 속이 메슥거렸다. 무기력함과 공허함에 얕게 떨리는 눈동자가 남학생을 마주했다.
“….하하. 술래잡기?”
맘대로 정해 버리다니 너무하네.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망칠까? 글쎄. 평소대로의 새슬이라면 분명 등을 돌려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을 터다. 만월의 밤에, 갑자기 눈 앞에 이끌리듯 찾아온 누군가. 상대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너무도 자명했지만, 애석하게도 도망칠 마음 따위는 들지 않았다. 사막에 내던져져 물 한 모금 마시지 못 한 이처럼, 누군가를 목적 없이 갈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시한 술래잡기야."
피식, 흐릿한 웃음을 지었다. 성큼거리며 다가오는 발걸음을 내칠 몸짓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웅크려서, 가라앉은 눈으로, 눈 앞의 이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맘때면 미칠듯한 외로움이 찾아온다. 누군가는 이를 누군가를 원하는 절망에 가까운 갈증이라 했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꽃이 되어 주변을 돌아다니는 늑대를 유혹하기 위해 달콤한 꽃향기를 흩뿌리는 것이라 했다. 시아 역시 만월이 찾아오고 나서 평소에는 그저 의무감으로 삼키던 알약을 어떻게든 자신을 억누르려 세알이나 다급하게 챙겨먹었다. 그럼에도 목을 죄여오는 듯한 외로움은 가실 줄 몰랐지만.
그럼에도 온몸에선 원치 않게 흘러나가는 향기가 존재할 것 같아서 자신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 타는 것을 느꼈다. 이래선 안돼, 시아는 자신을 다독였다. 그저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니까 그런거야. 그러니까 가볍게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 어두운 밤하늘 아래 깔린 어둠 속을 걷는다면, 혹시나 자신의 향기에 이끌린 늑대의 눈을 속일 수 있을지도 몰라. 이 미칠듯한 갈증 같은 외로움도 바람에 날려 사라질짇 몰라.
그렇게 시아는 핏 좋은 검정색 트레이닝복 팬츠와 흰색 오버핏 셔츠를 걸치곤 밖을 나선다. 편의점이라도 가서 단 과자라도 사오면 기분의 전환이 될거라 생각하면서. 하짐나 자신의 생각은 빗나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골목을 나서 몇분인가 걸었을 때였다.
" 사라...? "
왠지 어딘가 힘들어보이는 자그마한 아이가 쭈그려 앉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아는 그게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야,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온 소중한 친구였으니까. 둘 사이에 어렴풋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던 것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역시 걱정이 앞섰기에 조심스럽게 중얼거린 시아는 걸음을 서둘러 사라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사라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하며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 사라야, 나 시아야. 괜찮아? 어디 아픈거야? "
이 말 한마디가 무엇을 불러올지 모르는 체로 살며시 말을 건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눈 앞에 있는 것이 사라이기에 외면 할 수 없던 것일지도 모른다.
괜찮냐고 묻는 말에 입술을 꾹 물었다. 다들 이 정도의 외로움은 지고 산다고.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저를 실컷 비웃어주고 싶었다. 이런 걸 어떻게 감당하고 살지? 아무한테나 곁에 있어달라고 빌고 싶었다. 이 곤두박질친 마음이 돌아올 때까지만. 아니, 한 시간만. 5분이라도 좋으니까.
"너는 또 아무렇지도 않지."
몸을 낮춰 다가온 해인을 보며 말했다. 목이 메어 목소리가 엉망이었다. 낯익은 웃음에도 함께 웃지 못했다. 대신 손 잡아 달라는 듯 손을 뻗었다. 바닥도 없는 곳으로 계속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해인은 그 진창에서 저를 꺼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평소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겠지. 근데 하필 오늘, 네가 내 앞에 나타난 거잖아. 내 잘못이야?
"너는 또 날 두고 갈 거잖아."
눈을 깜빡이자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필연적으로 혼자 남을 수밖에 없는 결말을 알았다. 아는데, 분명히 잘 알고 있는데. 사하의 손이 작게 떨렸다.
사람의 말을 인식하고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는 일련의 행위 자체가, 지금 주원의 뇌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슬혜는 분명 그를 거절하고 밀어내고 있었다. 허나, 언젠가 슬혜가 목소리에는 색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주원은 지금 그녀의 목소리에서 색이 아닌, 냄새를 느끼고 있었다. 귀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간지러운 달콤함. 그 감각은 말의 의미조차도 마비시키고, 변색시키고, 아예 뭉개트려 그저 주원을 부르는, 주인을 부르는 소동물의 울음소리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허락하는 거리를 넘어, 데드라인을 넘으려고 한 그 순간. 어쩌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이성이 아닌 주원의 슬혜를 향한 신념과 같은 어떠한 부분이 그의 본능으로 녹아내릴대로 녹아내린 뇌에 찬물을 끼얹었다.
만약 여기서 참지 못했다면 어떤 행동을 취했을지 모른다. 그만의 방식으로 슬혜를 먹어치우려 했을지도. 그녀가 케이크와 겹쳐보이는 것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보다 더 큰 것. 스스로 바뀌길 결심했던 이유. 그것과 관련된 것이 마음 속에서 움직였을 뿐이다.
"그럼 남들 없는 곳으로, 가자."
주원은 흥분을 최대한 가라앉히고, 날카롭고 목에서 그렁거리는 늑대와도 같은 목소리르 최대한 억누르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두 어깨를 잡고 부드럽게 일으키려 했다. 무엇보다 자신 말고 다른 늑대도 이 냄새를 맡는다면, 슬혜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을테니까.
패치, 패치... 패치를 붙였던가?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분명 아침에 붙였을 터인데, 어째서 이런걸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이내 모두 잊었다. 지금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불쾌함이 그를 감싸고 있다는 것. 그걸 떨쳐버리려 체육관에서 샌드백만 몇백번을 두들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있었다. 이건 그딴 운동으로는 간단하게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는걸. 결국에 그것은 시답잖은 체력 낭비였을 뿐이라는걸.
하지만 또한, 이것을 떨쳐버리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기에 기분이 그나마 조금 나아진 틈을 타서 얼른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때,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났다. 평소라몀 초콜릿 냄새 정도야 평범하게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 ...... "
무언가 더 생각하기도 전, 삽시간에 향기가 가까워졌고, 그가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옷자락이 붙들렸다. 그는 마치 무언가에 저항하려는듯, 천천히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진한 향을 내뿜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도 잘 알고있는 사람이었다. 평소 팔을 물어도 괜찮냐며 장난치는 친구였다. 금아랑. 그의 목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를 확인하고서 그의 마음은 잠시동안 혼란에 빠졌다. '왜 네가 여기있어, 왜 그런 향이 나는거야, 얼른 다른데로 가...' 여러가지 생각이 어우러졌다. 그것은 이성이라고 할법한, 하지만 제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엔 너무 작은, 그런 생각이었다...
헉 저도 늦게 봤다... 슬혜주..... ㅠㅠㅠㅠㅠㅠ 괜찮더라도 내일 꼭 병원 가시기...
그리고 연호주... ㅇ<-< 이걸 보고 입맛까지 바꿔버리는 미미라고 하는 거예요... ㅇ<-< 큐아악... 모두가 치명적임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금아랑만이 안치명해서 죄송스러워졌다 8^8 저야말로 입맛에 맞게 써드릴 수 있을지가 걱정이네요... 저 답레 어케 쓰지... ((힘내자))
산들고에서 제일 조그맣고 하찮을 늑대가 거기 쪼그려앉아 있었다. 반바지에 샌들에 커다란 티셔츠 차림. 채 신경써서 입지도 못하고, 어디론가 급하게 가기 위해 차려입은 옷차림을 하고.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린 눈은 초점이 맞지 않았고, 코 밑으로 그려지는 검붉은 선을 손으로 닦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로 사라는 코피를 뚝뚝 흘리며 멍하니 시아를 주시하고 섰다.
사라가 하지 않을 법한 흐리멍텅한 눈을 하고 있는 것은 그러나 시아가 기억하고 있는 사라가 맞았다. 사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가누지 못한 고개가 비스듬히 똑 떨어지다시피 기울어졌다. 피가 흘러나오던 조그만 콧구멍이 벌름이는 게 보였다. 사라는 홀린 듯이 시아에게 두어 발짝 다가왔다.
그러나 시아의 손이 사라에게 툭 닿을 때, 사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초점을 되찾았다.
"......"
떨리는 눈으로 시아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사라는, 어깨에 올려진 시아의 손을 꾹 밀어냈다. 아니, 시아의 손목에 손을 얹었다고 하는 게 말이 되겠다. 그것은 분명히 시아의 팔목을 밀어내고는 있었지만 그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그냥 손을 팔목에 얹은 것과 별다르지 않았으니까.
"시아야."
사라는 시아를 알아본 것 같다.
"떨어져줘. 어서... 네가, 네가 떨어져줘야 해..."
어딘가를 크게 다친 늑대가 낑낑대는 것처럼 애처롭게 앓는 소리가 사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달이 가득 차오른 밤. 착란의 시간이 다가오면 왠지 모르게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아무리 쉬어도 불편함이 가시질 않는 마음에 가슴 위에 손을 올려보지만, 닿은 자리는 더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고. 손가락 사이에 묶인 가엾은 펜은 우지끈 부러져 교실 바닥 위로 추락한다.
거울에 비친 소년의 모습은 바보같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둥근 패치가 하나 둘 셋. 급하게 붙인 티가 역력했지만 창가로 새어들어오는 달빛은 거짓말처럼 소년의 형태를 잠겨왔다. 이제 떠날 시간이야. 어두운 승강장 위에 홀로 서있던 우동은 고요한 경적소리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너는 아마 무언가에 잔뜩 취한 얼굴을 하고 있을거야.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삐그덕거리는 걸음은 여전했고, 야경에 비친 눈동자는 빛을 머금어 반짝였다. 그렇듯 밤하늘에는 달빛이 가득했지만, 소년의 밤하늘에는 별도 달도 사라져 어두운 밤길 하나만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서 있었다. 안녕.
"상상친구."
서로는 쌀쌀한 땅거미 너머로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가벼워 보일지도 모르는 미소가 피어오른다. 만월이 피어오르면 마주치는 얼굴, 짧지만 강렬했기에 쉽게 잊지 않았다.
"졸업은 아직이야?"
그때의 작은 이야기는 닿은적 없던 두 이름을 연결해주었다. 가깝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는 사이는 되지 못했지만, 서로는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리고 오늘 우동의 얼굴에는 너무도 당당하게 감추고 있던 패가 드러나버렸다.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다른 과목을 문제집을 공부하려 했던 걸 수도 있겠지만 오늘만큼은 다른 이유였다. 귀에 익은 것 같기도, 지금껏 전혀 듣지 못해 새로운 것 같기도 한 선율이 귀를 맴돌았던 것이다. 여자는 음미하려는 듯 미간을 살짝 좁혔다가 결국엔 발걸음을 소리의 진원지로 돌렸다.
누가 피아노를 치고 있네. 현악부실과는 살짝 다른 분위기의 음악실을 둘러보다 피아노 위에 앉아 있는 연주자의 모습에 시선이 꽂혔다. 피아노를 치고 있네, 라며 입 밖으로 내뱉었지만 연주에 심취해 듣지 못한 것 같아 너른 웃음을 지었다. 저렇게 심취해 있으니 크게 나가지도 않은 음성을 듣지 못하는 건 당연한가. 그도 그럴게 본인의 눈에 상대방은 정말 자신의 연주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다가가는 것도 민망해질 정도로. 그 분위기에 반해 평소같았으면 바닥을 둔탁하게 두드렸을 굽의 소리를 낮추며 피아노 앞으로 다가갔다. 완주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쇼팽의 녹턴 2번은 서정성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연주를 발판 삼아 변칙적인 멜로디가 난무하지만 거기에서 비롯된 열렬함을 커버해야하는 난이도 있는 곡이었다. 진정성 있는 칭찬은 아끼는 편이었지만 자리를 떠나기 힘들었다. 악장이 끝을 맺으면 그제야 상대의 시야에 들어갈 만한 위치로 들어간다. 그리고, 너른 미소를 띄운 채 피아노의 몸체에 상체를 기대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한다.
지구의 입꼬리가 조금 실룩였다. 그를 웃게 한 것은, 나의 토끼가 그다지 어리석지 않다는 것. 결말을 모두 읽고 다시 첫장의 첫째줄로 넘기는 멍청한 짓이었다. 토끼가 도망치지 않을 것쯤이란 건 너무도 저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아니,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도망친다 해도 그가 반드시 잡아내었을 것이다. 사건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불량한 학생회장. 그거 정말 모순적이지 않나. 그는 그저 뛰어난 사냥꾼에 지나지 않는데. 그래, 그는 능숙했다. 무엇이든지. 그 사실이 어쩜 그리도 끔찍하던지. 비릿한 실소를 떨군다.
"토끼는 외로움을 많이 탄다던데."
그녀의 낮은 시선에 검게 담겨있을 지구는, 온데간데 없는 다정한 눈으로 당신을 내려다보고. 아까와는 사뭇 다른 감미로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지구는 새슬과 같은 자세로 자리에 앉아, 고개를 기울여 차가운 파도가 일렁이는 눈빛은 녹빛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홀로 남겨진 토끼는 외로워서 죽어 버리거든."
그런 말을 건네며 그의 너른 손가락이, 웅크리고 있는 새슬의 손등 위를 살금살금 걷다, 저항도 힘도 없이 잡히는 그녀의 한 쪽 손을 부드럽게 잡아들었다.
"그건 싫잖아, 토끼야."
그렇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웃음을 녹이며 그녀의 자그마한 손가락 사이사이로 지구의 너른 손가락이 간질거리며 파고들어간다. 깍지를 꼬옥 낀 손의 서로 다른 체온이 섞여들어가며 지구는 사랑스러운 얼굴로 눈꼬리를 휜다. 그리곤 단단히 쥔 깍지를 제 품 쪽으로 당기려 하며 가까이 닿을 새슬의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였다. "이젠 네가 술래야."
처음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둘째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엔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의 말이 어떻게든 닿았는지, 아니면 그저 약자를 위한 예우였는지... 물불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야성적인 모습 없이 그는 그저 그녀를 일으키려고만 했다. 맞지 않는 것을 배우면 어긋나듯, 그녀의 생각 역시 차츰차츰 틀어지기 시작했다. 양으로서의 본능인 극도의 외로움이 얽혀 평소의 자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후후후... 속보이네요~"
실수로 엎어버렸던 레몬즙처럼 그저 시큼털털하다는 본분만 지키면 될것을, 흠뻑빠진 설탕 탓에 달큰함이 뒤섞인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늑대가 생각하는게 다 그렇죠, 그대야? 먹잇감을 독식하는 건, 모든 맹수의 염원...
...오늘은, 강아지 털냄새는 나지 않네요~ 정말 늑대라도 되어버린 걸까요~"
마치 정말 냄새를 맡는 것처럼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선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무엇이 그리 행복한지. 과해진 감정은 광기라 불리워도 되거늘... 이상하게도 그 선만큼은 넘지 않는, 하지만 누가봐도 위태로운 형태의 군상이었다.
사하의 옆으로 다가가자 이제 내 후각은 바닐라향에만 온 집중을 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짙은 향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머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갈구하듯이 본능은 계속해서 사하를 어떻게던 잡아먹으라 지시하고 있었다. 나를 책망하는듯한 사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깊은 곳에서 올라는 혐오감과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나는 항상 주변 사람들을 상처밖에 줄 수가 없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 내가 진짜 아무렇지 않아보여? "
잔잔하던 감정의 선은 이미 팽팽해져 있었고 사하의 그 말이 그 선을 한번 톡 건드렸다. 평소 같았으면 한번 요동치고 말았을 그것은 이젠 수없이 요동하며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혐오감, 분노, 죄책감들이 한데 모여 눈물 한방울이 뚝, 하고 떨어졌다.
" ... 내가 망친 인생만 수없이도 많았어. 너도 내 옆에 있으면 분명히 망쳐버릴테니까. 나는 그게 두려워. "
뻗어온 손을 잡으며 이어진 사하의 말에 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녀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 위로, 내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그리고 나는 잡은 손을 살짝 잡아당기면서 얘기했다.
이기적임을 알고 있다. 나는 지금 단순히 옆에 있을 사람이 필요한 것 뿐이지. 하지만, 하지만... 이미 가느다란 이성은 변명을 늘어놓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그 정도 기능에 불과하다. 상상친구라면 그 망상의 주인 옆에 있어주는 게 당연한 의무 아니던가. 그래, 그래, 그런 거다. 단순히 그런 이유다.
이미 해는 저물고, 태연한 달이 뻔뻔스레 그 자리를 차지했다. 네 하늘에도 달이 있는가, 그것은 모를 일이다.
"그러게, 아직 졸업은 멀었더라고."
위태롭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드물게 건조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원래 어떻게 웃었지? 그것 또한 모르겠다.
"..앉을까."
대답을 듣기 전에 운동장 스탠드로 향했다. 몸을 떨어트리듯 앉았다. 어차피 따라올 것이라 짐작했다. 최민규의 짐작이 맞다면, 아마 따라올 것이다. 그러길 바랬다.
"나 없는 동안 잘 지냈어?"
그리고 한쪽 손을 내밀었다. 잡아도 좋아, 하는 무언의 메시지다. 붙들어놓기 위한 수단이다. 이런 것을 사용하는 자신을 조금이나마 싫어할 것은 아주 멀지 않은 미래의 일,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
조용히 연주를 마치며 그는 두 손을 가볍게 털어냈다. 다음에는 무슨 곡을 연주해볼까 생각하던 찰나,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감았던 눈을 뜨니 보이는 건 허리까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안경을 끼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자연히 명찰로 시야가 향했고 그녀가 3학년이라는 것을 그는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아예 처음 보는 이는 아니었다.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작년 기준으로 전교회장이었으니까.
"아직 부족해요."
말은 그리 하나 좋은 평가에 기분이 나쁠 수 있을까? 그의 입가에 미소가 잠시 흘러내렸다. 허나 입술을 아래로 내려 미소를 잠시 지우면서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렇다면 다음에 물을 것은 무엇인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정해져 있었다.
"여긴 무슨 일이신가요? 음악실에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일단 아무도 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사실 누군가가 쓸 예정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볍게 용건을 물어보지만 피아노에서 일어서진 않았다. 그 대신 고개는 그녀의 얼굴로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코피를 뚝뚝 흘리며 멍하니 자신을 주시하고 서는 사라. 그 모습을 시아는 잠시 숨을 멈추고 바라본다. 몸이 멀쩡하지 않다는 것은 굳이 저 자그마한 입술 사이에서 말이 나오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잠시 말을 멈춘 사이 고개가 기울어진 사라가 천천히 홀린 듯한 발걸음으로 다가왔고, 그것을 지켜보던 시아의 손이 툭 닿았을 때에 상황이 조금이나마 변했다. 자신을 밀어내려는 듯한 손은 힘이 하나도 없이 그저 얹혀진 체로 있었고, 애처로운 목소리가 사라의 입술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하.
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사라를 보는 순간, 타오르는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 같아서 그랬던걸까. 아니면 그저 사라를 본 것이 반가워서 그랬던 것일까.
" 미안, 평소라면 네 말을 들었겠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해줄 수 없을 것 같아. "
그치만 이대로 떨어져버리면 갈증이 심해질 것 같아. 그리고 코피를 줄줄 흘리곤 날 밀어내지도 못하는 너를 이대로 두고 갈 수 있을리가 없잖아. 이성과 본능 사이에 서서 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널 두고 갈 수 없어. 날 위해서도, 널 위해서도. 그러니까 네 말을 듣지 않는 나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 자, 일단 코피부터 닦고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자. 내 기억엔 여기 근처에 공원이 있었어. "
손수건을 들고 나올 걸 그랬나 하는 후회를 하면서도, 말라가는 듯한 입술을 혀 끝으로 적신 시아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사라의 코피를 조금씩 닦아내며 부드럽게 말을 이어간다. 따뜻한 사라의 피가 가느다란 손 끝을 적시기 시작했지만 손이 더러워지는 것 정도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듯 했다.
" 이럴 때에는 그냥 나한테 기대도 괜찮아, 사라야. "
조심스럽게 자신의 팔에 얹혀진 사라의 손을 잡아주려 하면서, 힘없는 사라를 근처 공원으로 이끌려고 했다.
고해告解합니다. 나는 아직도 겨울을 살고 있습니다. 내 몸은 여러 차례 봄꽃을 맞이하였으나 내 정신은 아직도 성에에 지나지 않습니다. 설산은 척박합니다. 생명의 가장 선명한 증거, 날숨조차도 희게 맺혀 사라져버리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당신이 찾고자 했던 정답이 있는 곳입니다. 나는 당신이 결국 정답을 찾아냈는지 알아야만 합니다. 아니, 나 자신도 그 정답을 알아야만 하겠습니다. 그래야만, 그런 뒤에야만 나 자신도 비로소 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동백은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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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명칭이라 생각한다. 늑대와 양이라, 아주 바보같은 명칭이다. 최민규는 최초로 이러한 이름을 붙인 이를 찾아내 멱살을 잡고 싶었다. 그로서는 드문 충동이다. 하지만, 그 만큼 그 이름이 싫었기에. 의도가 명확한 명칭이다. 포식자와 피식자, 먹는 자와 먹히는 자, 먹이사슬의 상위와 하위. 그리고 절대 넘지 못할 벽.
이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지금의 최민규는 조금 더 풍화하고 침식했다. 점점 더 둥글어졌다. 무른 부분이 깎여나가 단단해졌다. 단단한 것은 체념이었다. 단념이었다. 그리고 기묘하게도, 저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다. 막연한 것들에 대한 믿음이었다. 상반된 것이 공존하는 기묘한 암석.
주원은 굳이 말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그녀 말대로 어쩌면, 아니. 이미 당연히도 그 행동의 뒷면이 훤히 드러나 있을테니까. 마치 '라면먹고 갈래?' 혹은 '우리집에 고양이 있는데 보러 올래?' 같은. 그의 자취방에는 고양이는 없지만, 라면은 있다. 아니. 곧 고양이도 생기겠네.
그녀의 목소리는 혀와 정신마저 녹여버릴 정도로 달콤하고, 그 달콤함을 더욱 원하게 할만큼 상큼함이 뒤따라왔다. 그녀의 정곡을 찌르는 발언에 주원은 그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뱉어내는 거짓은, 분명 그녀라면 눈치챌 테니까.
"변명은 하지 못하겠네. 하지만 거기에 대답하진 않을게."
울먹이기 직전에 목소리를 내려 한 적이 있는가? 조금만 잘못 말해도 목소리가 어그러질 것 같은 그런 때. 조금만 어그러져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떨리는 때. 주원의 경우엔 조금만 어그러져도 이빨을 드러내고 물어버릴 것만 같았지만, 그 늑대로서의 '재능'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주원은 품에 얼굴을 파묻어 오는 그녀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이대로 꽉 안아야 할까? 부서버릴 정도로? 도망치지 못하게? 꽉 끌어안은 채로 잔뜩 스스로의 '색'을 칠하고?
"아아.... 하아."
주원은 이 자리에서 행하고 싶은 그 모든 탐욕과 거무죽죽한 감정을 한숨으로 뱉어내고 그녀의 어깨를 잡은 뒤 슬며시 떼어냈다.
"일단, 가자. 날 믿으라고 하진 않아. 나도 날 믿지 못하겠고. 하지만 여기보단 나아."
그는 그녀를 부축하듯 그녀의 한쪽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두르게 해 학교를 나와 자신의, '만약의 상황'을 위한 자취방으로 향했다.
>>335 '만약의 상황'을 위한 자취방은.. 캡틴주가 어마어마한 음란마귀라 그런 것이 연상되어서 그런데.. 자취방으로 같이 향하는 건 슬혜주도 동의한 부분일까요? 아무래도 남녀 청소년 둘이 자취방으로 밤늦게 향하는 것은......ㅇ<-< 그렇고..그런.. 꼭 장소는 상관없겠지만서도요.
아름다운 보름달이 뜨는 밤 아래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작디 작은 달은 왠일로 상심에 빠져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왜 이럴까. 분명 아침에 화가 건네준 억제제 3알을 빠뜨리지 않고 챙겨먹었는데, 혹시 한 알 더 먹어야 했던 걸까? 오늘따라 향이 더 짙은 것 같다는 화의 말을 그냥 넘어가면 안 되었던 걸까? 아아, 들키면 안 되는데, 점점 사무치도록 외로워져서, 나도 모르게 그만..
늑대를 찾고 싶어.
그 순간 통제를 잃고 주변에 화악 풀리는 달달하고 포근한 향이 애타게 늑대를 불렀다. 울타리에 애써 가둬두고 있던 감정이 울타리를 뛰쳐나가자 순식간에 이성을 되찾은 그가 뒤늦게라도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퍼져나간 향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어쩌지. 가족이 걱정할 텐데. 당분간은 통금 시간이 앞당겨지려나.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억제제가 든 통을 찾지만 자꾸만 손이 힘없이 미끄러진다. 몇 번 손이 미끄러지고 나서 겨우 찾은 통에는 억제제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아, 맞다. 좀 전에 만난 아이가 급히 필요하다고 해서 전부 건네주었지. 화나 경호원 씨는 항상 나를 위한 여분의 몫은 남겨두니까 당분간은 둘 중 한쪽을 대동하지 않은 이상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것조차 무리겠네. 식은땀이 흐르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와중에도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던 그가 어깨를 붙잡히고, 뒤돌아 마주친 얼굴에 새겨진 표정을 보고, 그의 얼굴을 보고 점점 변하는 표정을 보고, 다급하게 나오는 말들을 듣고, 웃었다.
웃었다.
모든 죄를 포용하는 신처럼 웃었다.
아아, 그렇구나. 너에게도 내가 필요하구나. 괜찮단다. 어쩔 수 없는 거잖니? 마침 나에게도 네가 필요하니, 우리 서로 이 아름다운 만월의 밤 아래에서 서로를 위로해주자구나.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단다. 이 모든 건 너를 유혹한 나의 죄이니, 너에게는 아무 죄도 없단다.
천천히 손을 들어올린 그가 신의 유혹에 넘어간 가엾은 늑대의 허리를 감싸고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에 맞춰 등을 토닥인 그가 달처럼 둥글게 휜 눈으로 따스하게 바라보았다. 나중에 집에 돌아가면 분명 엄청 혼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편안하고 달콤한 향을 점점 진하게 풀던 그가 말없이 웃고만 있던 입을 조그맣게 열어 귀에 속삭였다.
"배고프면, 먹으렴."
#선하주야말로 불편하시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내일 여행 가서 여행 준비 때문에 바빠 답레가 좀 늦습니다..
아까 해인주가 꽤 명확하게 짚어주셨는데, 다시 불러서 인용해보자면 "그냥 흔히 학생들이 할 것 같은 풋풋한 연애 + 약간의 Deep한 스킨십"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약간의 깊은 스킨십이 뭐에요 할 수 있겠지만 "성적인" 묘사가 되지 않으면 됩니다. 대놓고 노골적인 묘사, 행위가 떠오르는 묘사, 또 정말 죄송하게도 직접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연인사이의 애무로 판단될만한 행동 지양 부탁드립니다.
어색한 기색도 없이 말을 붙이던 것도 너. 위협하던 것도 너. 같이 돌아가자 한 것도 너. 제게 해인은 뭘 하든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이것 봐, 또 나만 엉망이잖아. 내가 쌓은 성벽에 있던 작은 문을 너한테는 열어주고 싶었는데, 문은 커녕 선 안에도 들어오지 않았던 게 너잖아. 너를 둘러싼 단단하고 견고한 포장 중 내가 열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었잖아.
사하가 빈 손으로 축축한 눈가를 문질렀다. 고개를 젖히는데 헛웃음이 터졌다. 눈물을 떨어뜨리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런데도 웃음이 나더라. 무서워서 그랬다고. 애초부터 마음의 크기가 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을 파고드는 외로움이 극심해졌다. 잡아당기는 힘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대로 해인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말했다.
아직 부족하다는 말에 하늘이 선배라고 부른 여자는 부정하려는 듯 눈썹을 살짝 들어올렸다가 그 끝을 늘어뜨리며 웃었다. 소위 늑대 쪽의 타고난 실력가를 따라잡는 것은 힘든 일일지 몰라도 가끔 알음알음 아는 사람을 통해 연주회를 다녀온 사람의 귀에도 수준급의 연주였으니까. 확실했다.
"정말 잘 들었는걸."
약하게 뱉는 숨, 다음에 올 나쁜 일을 예상한다는 듯한 기색이네. 티없는 면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하자니 현악부를 포함한 음악 관련 부서에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고개를 가볍게 젓는다.
"아니, 난 기숙사에 가던 길에 모처럼 좋은 연주를 들리길래 가까운 곳에서 듣고 싶었어. 들려주는 거 좋아해?"
현악부 공연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덧붙이며 너의 호불호를 물었다. 공간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기색이라 주관은 있는 애구나 싶어 명찰을 확인하며 살짝 웃는다.
"오늘은 음악실에서 별다른 활동이 없는 걸로 알아. 편하게 있어도 될 것 같은데. 반가워, 하늘아. 나는 백가예라고 해."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 이라면 얼마든지요. 반대로 듣기 싫어하는 이에게는 굳이 연주하지 않지만요."
관심이 있다면 들려주나,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들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어떻게 보자면 그의 가치관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어쩌면 무정할 수도 있으나, 굳이 싫다는 이에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사상을 내심 보이면서 그는 곧 들려오는 말들에는 소리없는 웃음을 냈다.
"동아리에 들어가면 좀 더 조화롭게 연주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회나 콩쿨 같은 것이 찾아오면... 솔직히 피아노에 집념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잖아요? 그러니까 동아리에는 들어간 적 없어요. 못 들을 수밖에 없죠. 당연히."
피아노를 혼자서 독차지할 순 없고, 자신이 연습하고자 하는 곡만 죽어라 혼자 연습할 순 없는 거 아니겠냐고 말을 덧붙이면서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동아리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자신이 그들 입장이라면 자신 같은 부원은 그다지 받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가볍게 치며 반대로 음을 천천히 내렸다.
"이름과 얼굴은 알고 있어요. 작년에 학생회장이었잖아요? 아무튼 마찬가지로 반가워요. 사실 아무도 없는 음악실에 찾아오는 손님은 드물어서. 아무튼 그렇게 말해줬으니 편하게 있을 참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온전히 편하게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만의 공간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어느 정도 힘이 들어간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는 오히려 되물었다.
금방이라도 물어버릴 것 같은 그를 되려 도발하듯 그녀의 손길이 금빛 머리카락에 엉겨붙으려 했었다. 물론 그리 오래지나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안전을 생각한 건지, 아니면 그녀의 스킨십과 가벼운 터치 덕분에 어느정도는 버틸만 했는지, 그리 간단하게 짐승의 영역으로 들어가진 않으려던 그가 어깨를 잡으며 살짝 떼어내자 그녀는 여느때와같은 차분한 미소로 응수했다.
"후후후후... 제 자신도 믿지 못하는데 누굴 믿겠나요? 그래도, 무턱대고 물어뜯는 여느 늑대들 같진 않으셔서 다행이네요... 아아, 어찌나 살벌하던지~ 차라리 독을 머금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는걸요~"
막 나올즈음만해도 축 늘어져있던 그녀의 몸도 이젠 어느정도 괜찮아졌다 볼수 있었다. 일단 맥을 놓지 않을 정도의 갈증은 채워진 기분이었으니까,
"이런 날보다... 조금 더 얌전한 때에 와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썩 좋은 기분은 아니네요~"
방금 눈 앞의 이가 웃었나? 모르겠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몸에 꽂혀오는 시선이 사뭇 다르게 바뀌었다. 살살 달래어 유혹하듯 달콤하게 감겨오는 목소리.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한 번, 저를 대하는 것과는 퍽 다르게 시리게 차가운 마주친 눈동자의 색. 두 번, 손등 위를 지나는 듯 싶더니 단단히 옭아매듯 얽혀오는 손가락. 만들어낸 예쁜 웃음. 세 번, 훅 끼쳐오는 낯선 체향, 날카로운 속삭임.
“....응.”
홀리듯 대답했다. 외로운 건 싫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그렇기에 정처 없이 어딘가를 떠돌았다. 생각하기 싫어서. 누군가의 온기에 기대 볼 수도 있었으나, 얄팍한 애정으로 구속당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외로운 토끼가 되어 죽어 버리는 것이 나아, 그렇게 생각했는데. 비참한 것은, 지금 생판 모르는 이의 손에 붙들려 있는데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잡힌 손을 내쳐 버릴 생각은 티끌조차 없고, 조금 더 붙어 있고 싶다는 욕구가 목구멍에 울컥거리는 것. 하. 희미한 실소가 숨소리에 섞여 터져나왔다.
“심술쟁이네. 토끼는 술래 못 해.”
늑대에게 잡히는 순간, 토끼는 먹혀 버리는 거야. 뼈만 남은 채 늑대를 잡으러 뛰어다닐 토끼는 어디에도 없지. 혹여 운 좋게 술래가 된다고 해도, 그건 변덕스런 늑대의 유흥일 텐데. 마찬가지로 속삭였다.
>>379 음.........................제가 54초 정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본 결과....-▽- 흑흑 놀리지 마세요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가 있을거에요.. >쥐구멍 들어오지 마시오>.
>>380 제가 원래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면 주절거림이 심해져서 ㅠ▽ㅠ흑흑.. 제가 혼자 삽질하고 오해하지 않게 상냥히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규리주ㅜㅜ.... 다들 너무 착하셔가지구..제가..몸 둘 바 몰라서..혼자..앞구르기 옆구르기 하는 거랍니다.. 규리주가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시면 좋겠네요.
그래. 그는 확실하게 말했다. 도와주겠다고. 그가 다가가는것을 그녀는 막지 않았다. 그는 머릿속에 남아있는 최소한의 이성으로,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이성이 조금만 더 남아있었더라면 그녀에게 눈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줄 수도 있었을텐데. 지금은 불가능하다는걸 그 자신이 제일 잘 알고있었다. 구태여 불가능한 꿈을 꾸는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 ......그래. "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의 복잡한 상황을 아랑이 알고있을까, 그런것을 예상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충동을 억누르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고생중이었다. 이내 그것마저, 부숴질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아랑이 요구한 대로 그녀의 품 안으로 들어가서 팔을 그녀의 목에 둘러 감싸안으려 했다. 가까워지자 그녀의 향이 참을 수 없을만큼 강해졌다. 코가 그녀의 헤이즐넛 초콜릿 냄새로 절여진것 같았다.
" 대신 너도... "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그의 목이 조금씩 내려갔다. 더 이상 참는건 불가능하다는듯이, 하지만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망설임이 있는 것처럼. 아주아주 천천히.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그의 고개가 그녀의 목덜미를 향해 내려갔다. 느리지만 확실한 그 움직임은, 그가 어떤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지 그녀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 나를 조금 도와줬으면 좋을것 같은데... "
이성. 그래. 그 마지막 이성. 밧줄이 점점 끊어지다가 마침내 한가닥만이 서로를 붙들고 버티는 것처럼, 그의 마지막 남은 이성이 그의 머리를 그곳에서 멈춰세웠다. 반쯤 그녀의 목덜미를 향해 내려가다가 우뚝 멈춘 머리는, 최대한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듯이 방향을 틀어 그녀의 머리에 기대려고 했다. 그녀의 목에 둘러져있던 팔도 느릿하게 움직여, 그녀의 부드러운 분홍색 머리칼을 쓸어내리려 했다.
>>409 사실 처음에 늑대할까 양할까 고민하다가 테스트 다이스에서 양 나와서 양으로 짜긴 했는데 늑대로 짜도 성격이나 그런 것은 별 차이가 없었을거야. 다만 콩쿨이나 대회에는 중학생때까진 나가다가 고등학생 때부터는 한 번도 안 나가는 그런 캐릭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 별 건 없고 자신의 피아노 실력이 그저 타고난 불공평한 재능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혐오를 느끼는 그런 느낌으로? 그래서 혼자 치긴 하겠지만 연주를 들려주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그런 느낌의 캐릭터가 되지 않았을까 싶긴 해.
"슬혜 너를 지키려고 한다. 라고 하면 그것 거짓말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가 결심한게 있어서."
슬혜의 가느다랗고 우아한 손가락이 주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마치 금색의 보리밭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그녀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푹신푹신한 머리카락들이 따라 고개를 숙이고, 흔들린다. 주원은 그 도발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듯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떼어내려 했다. 그리고 만약 손을 잡는데 성공했다면, 주원은 그 손을 놓기 싫어 망설이면서도 아쉬움을 뚝뚝 흘리며 그 가녀린 손을 놓을 터였다.
"나도 그런 늑대와 다르지 않아."
그녀의 상태는 아까보단 나아진 듯 싶었지만, 그렇다고 주원의 허기를 자극하는 그 냄새가 옅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와 가까워지고, 닿을수록 따뜻한 음식을 눈 앞에 두고 군침을 흘리며 참는 것처럼 인내심이 깎여 나갈 뿐이었다.
끌어안긴 선하의 손가락이 꺽여들었다. 이현의 품에 안기자 페로몬이 훅 끼쳐왔다. 온 몸을 관통하는 페로몬에 기어오르던 악의가 비명을 지르며 흩어진다. 아른아른거리는 눈을 이현의 어깨에 파묻고 선하가 히죽 웃는다. 한때 부모님들이 꺼려한다며 고치려 했던, 그 뱀과 같은 웃음이었다. 선하가 눈을 깜빡일때마다 기다란 속눈썹이 이현의 목에 닿았다.
"오늘 너무 힘들었어."
먹으라는 말에 정작 돌아온 것은 생뚱맞은 말이었다. 선하가 괴롭다는 듯 목을 긁었다. 꺽꺽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선하를 멈추게 한 것은 무용한 사회 규범도, 그 같잖은 이성도 아니었다. 어렸을적 채워진 목줄이었고, 영혼에 새겨진 각인만이 선하의 발을 묶고 있었다. 나쁜 늑대가 되면 미움받게 될거야. 미움 받기는 싫어. 지극히 아이같은 발상이었으나 지금껏 선하를 지탱해온 단 하나의 명제였다. 물론 부모님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지만 눈치 좋은 아이는 가끔 어른보다 앞서나가는 법이었다. 선하의 입에서 힘 잃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니까 이럴때에는 먹지 말라고 친절하게 다독여야지. 나도 지금 착하게 굴고 있잖아, 응?"
난 그거면 충분해. 선하가 작게 속삭이며 이현에게 매달렸다. 거의 항상 단조롭던 목소리가 답지 않게 갈라졌다. 그 말을 하는데에도 여러번 말을 멈춰야 했다. 입을 벌리고 몇 번이고 이현을 깨무려는 자신을 막아서기 위함이었다. 선하가 초조한 듯 입을 다문다.
평생 너의 옆에 있어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을 스스로 깨버렸다. 두려웠으니까, 너가 나 때문에 다칠까봐 두려워서 내 손으로 널 밀쳐냈다. 꿈에서 들려오는 나를 원망하는 소리를 네 목소리로 듣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너가 받을 상처를 나는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날 마음껏 원망해도 좋아, 은사하. ... 미안해.
" ... 그래 너가 원하는만큼 곁에 있어줄테니까. "
솟구쳐 올라오던 감정의 소용돌이는 그 추진력을 약간 잃어버렸고 그 틈새로 나는 이성의 끈을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엄지와 검지로만 끄트머리를 어떻게든 잡고 있는거라 자칫하면 다시 놓쳐버릴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한시름 돌릴 수 있었다.
" ... 우리 사귈때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관계일때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다니. 나는 눈물을 닦아내며 웃어보이고는 귀에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농담이라도 할만한 여유가 생긴게 다행이다. 말을 하는만큼 재능을 사용하는 나는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제어를 못할 정도로 나락의 구렁텅이로 나를 밀어넣는다. 이런 때에 그녀를 만난게 행운일까, 불행일까. 안은채로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 ... 하아. 결국 이럴때 의지할 수 있는게 너 밖에 없다니. 내 꼴이 우습네. "
서로가 늑대와 양이라는걸 알고 있으니까. 어쩌면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있을만한 곳으로 온 것일지도 모른다.
>>414 천재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구나....!! 하지만 이미 하늘군은 훌륭한 피아니스트입니다... 나두 담에 하늘이랑 만나서 연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ㅁ^)~~ 그리고 >>406 귀엽기만 한골.. >>4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 귀여워.. 대사 약간 마법소녀 같은 거 기분 탓인걸까...
>>422 오히려 양이 되어서 고집만 세지고 이를 더 악물게 되었지. 독백으로도 잠깐 쓴 적이 있긴 한데 하늘이를 어릴 때 가르친 교사는 너는 양이기 때문에 다른 길을 택해야한다고 대놓고 이야기했거든. 물론 당시의 어린 하늘이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지금의 하늘이에겐 그게 좀 가슴의 상처처럼 남아있어. 그래서 누구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진짜 집요하게 피아노에 집중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사실 지금도 마냥 밝은건 아니야!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거네. 하늘의 말을 사뭇 진지하게 들으며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아무래도 단체활동에 엮이면 개인 연습시간이 확 주니까. 곧 뒤를 따르는 예술 고등학교로 진학했다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피아노로 단독으로 연습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의구심. 피아노 연주 듣는 거 좋아해, 지나가듯 덧붙이며 다음으로 오는 말에 생각하고 있었던 말을 내민다.
"예고로 갔으면 흔한 피아노 특기생 중에 하나였을텐데. 이 학교에서 피아노 단독 연습이라니 특이하네."
단순한 음이 여자의 눈엔 피아노라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가벼운 준비운동처럼 보였다. 조심스럽게 말하며 음계를 밟는 능숙한 궤적을 따르고, 무수한 연습량을 증명하듯 휘어진 수지를 보다가 하늘이 앉아 있는 긴 피아노 의자의 끝에 걸터앉았다.
"기억하고 있는거야? 알아봐주니 기쁜데. 의외로 작년 학생회장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 없거든. 그런데 있지, 전혀 안 편해 보이는 거 알아?"
알아보길 기다리는 건 섣부르다고 생각해 자기소개는 항상 하는 편인데 알아봐주니까 정말 기쁜걸. 곧게 선 상체를 훑어보다 별안간 손가락을 세워 날렵한 턱선을 지나 콧등을 톡 두드리며 웃었다. 진짜 불편해보인다 너? 선배라서 그런가. 덧붙이며 건반 위로 손을 내려 네가 누르고 있는 한 옥타브 아래에서 박자에 맞춰 도레미파솔라시도, 따라 누르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서린 어색함을 허물기 위한 시도였다.
별로 쓸모없는 연호 TMI) 일상에서 묘사할때 '그는~했다' 로 나타내는건 연호의 심리를 숨기기 위한 방법입니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라는 식으로 추상화된 표현이라면 연호의 생각이 아닌 연호주의 의견입니다. 연호의 진짜 생각은... 연호주의 기슴속에 품는걸로... (?)
>>421 얘가 왜 이러냐 약간의 설명을 해보자면 아무래도 부모님 모두 양이니까 어느정도는 선하 대하기 어려워하셨고... 또 애가 좀 체력이 남아도니까 난폭하게 경향이 있어서 겁 먹으신 적도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눈치 많이 봤어서 이렇게 착한 아이에 집착한다는 설정입니다. 딱히 그 누구도 잘못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됐다~~
비설까진 아니고 나름 시트에 의도한다고 의도했는데 실패한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주절주절 말합니다.......... (머쓱) 이상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뻘설정이었습니다 독백에라도 풀까 싶었는데 제가 그럴 기력이 없을 것 같네요
웃는 건지, 찡그린건지, 알수 없는 비죽임이 그녀의 입가에 걸렸다. 남은 거라곤 그저 평소보다 더 주체할 수 없는 자신,
손을 잡아 떼어놓으려는 부드러운 손길에 아쉬운 표정을 짓는 그녀였지만 대신 능글맞은 웃음으로 먼저 남아있던 감정을 천천히 지워나갔다. 잠깐 망설이는가 싶다가도 이내 결심한듯 과감하게 놓는 그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지금만큼은 불손한 기운을 풍기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어차피 늑대는 늑대, 기대하지도 않는 걸요~"
그의 인내심을 부러 시험하는지, 본래 성격이 그러했는지, 그녀는 그에게 충분히 자극이 될 말을 하면서도 적당한 선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어차피 잡히면 꼼짝없이 먹히게 될지라도 할 말은 하는게 피식자의 본능 아니던가,
예고라는 말에 그는 쓴 표정을 지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그는 그곳을 꺼려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가 스스로 그 이유를 말할 일도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유치찬란한 이유였고, 개인적인 고집에 불과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없었고, 이해받을 생각 또한 없었다. 그저 자신만의 가슴에 품으면서 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입을 꾹 닫았다.
"그냥 저도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아는 편이에요. 자세히 선배를 아냐고 하면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고 자부할 수 있는걸요."
단순히 자신 같은 이일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한 옥타브 아래에서 도리미파솔라시도를 누르는 그 모습에 그는 작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야 완전 편하게 있을 순 없잖아요? 저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예의라던가 그런 것도 있는 법이고요."
방금 톡 쳐진 콧등을 괜히 손으로 가볍게 문지르다가 그는 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작게 숨을 내뱉은 후, 눈을 감고 젓가락 행진곡의 첫가닥을 잠시 연주하다가 멈추면서 그는 두 손을 가볍게 털었다. 아주 편해보이는 자세로 연주에 임하긴 했으나 그것도 아주 잠시. 연주가 끝나자 다시 괜히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면서 몸에 힘이 조금 들어간 자세가 절로 이어졌다.
"그래도 방금 연주할때는 편해보이지 않아요? 그때만큼은 딱히 다른 이를 의식하거나 하진 않아서요."
네가 싫다면 얌전히 굴게. 지구의 목소리가 낮게 속삭인다. 포식자가 다 잡은 먹이에게 상냥하게 구는 것은 변덕일까, 가소로운 지배층의 여유일까. 또 그 무엇도 아니라면. 풀밭에 마주 앉아, 제 힘으로 끌어당겨 품에 안긴 새슬의 몸집은 너무도 작았고, 꽉 끌어안으면 바스라져버릴까 조심스러웠다. 너무도 말랑하고 폭신할 것 같아서 손아귀에 꽉 쥐었는데, 그것은 뭉개지며 날아가 저 하늘 위로 사라져 버리는 거야. 가진 줄 알았는데 눈에 보일 뿐 형체는 달콤한 환상이었던 것처럼. 그는 성급하지 않았다. 다정하고 느릿한 손짓과 그녀를 안고도 남는 너르고 따뜻한 품은 결코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가엾은 토끼를 외롭게 두지 않을 테지. 새슬을 품에 안은 채, 그녀의 부드러운 두 뺨을 잡고 제 눈과 시선을 맞춰 고개를 들게끔 하며. 차가운 눈빛이, 녹빛의 눈을 관통하여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아파도 참아."
네가 너무 달아서. 그래서 그런거니까. 늑대는 맛있는 것을 놓칠 리가 없고, 그녀의 달큰한 체취는 물리지 않고 담긴 본능을 살살 달래며 안달나게 한다. 이마를 마주 대어 새슬의 녹빛을 한참 들여다보던 지구는, 살짝 눈웃음 지으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서로의 코끼리 마주 부볐다가, 그녀의 무른 뺨 체취를 맡듯이 고개를 돌렸다. 뇌가 녹아버릴 것 같은 단내. 나는 이것을 원하는 만큼 갈취할 수 있고. 천천히 옆선을 따라 코에서 뺨으로, 또 뺨에서 매끄럽게 미끄러져 어느새 입가는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닿았다. 참을 수 없는 내음에 길게 숨을 뱉어내고, 먹이의 앞에 입을 연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행위라는 것을, 감히 그 누가 알아주려나.
"잘 먹을게."
선홍빛의 사이로 붉고 하얀 것이 엉켜 있다. 그것은 곧 당신의 신경이 가득한 얇은 피부 위에 닿겠지. 아플지도, 간지러울지도 몰라. 도망치고 싶다면 지금이다. 어느 모습이 진짜인지 모를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면. 과연, 그의 따스한 품을 뿌리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가냘픈 토끼야, 지금이 기회야. 어서 빨리 도망쳐.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외친다.
눈물은 애저녁에 멈췄다. 잔울음 정도가 남아 작게 훌쩍거릴 뿐이었다. 원하는 만큼 옆에 있어준다는 말에 신경이 조금 누그러졌다. 평생은 바라지 않는다는 말로 얻은 안정이라니. 기껏 맞는 퍼즐조각을 찾아 끼웠더니 그림은 딴판인 상황 같았다. 내가 양만 아니었어도 나를 퍼즐조각처럼 여기진 않았을 텐데. 혼자로는 완전하지 못한 것처럼, 누가 꼭 옆에 있어야 땅에 발 붙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깨에 묻었던 고개를 들고 턱을 걸쳤다. 극심한 외로움에 오히려 다른 쪽 감각이 무뎌진 것 같았다. 뭐가 이상하고 이상하지 않은지 구분하는 판단이 흐렸다. 너도 내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잖아. 아닌 척 하지 마. 속으로 되뇌인다.
"오인을 받아 억울하게 혼나게 되었다면?" 강하늘:해명해야지. 그냥 조용히 수긍하고 싶진 않아. 강하늘:그래도 혼낸다면 그냥 잊을 것 같아. 피아노 치면서.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강하늘:그럼 너는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강하늘:사람 속 모르는건 피차 마찬가지잖아. 알아줬으면 한다면 말을 하던지. 강하늘:말을 하지 않는 건 몰라줘도 상관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야.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침착한 대화가 오간다. 하나 그것은 한 명이라도 호흡이 맞지 않는 순간 용암 밑으로 떨어지는 외줄을 아무렇지 않은듯 타고 있을 뿐. 슬혜의 양으로서의 페로몬도. 주원의 그 페로몬에 물들어가는 늑대로서의 욕망과 본능도. 그 어느 것도 가라앉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일그린 표정은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 실망한 것일까. 아니면 웃고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슬혜가 원하는 따뜻하고 상냥한 거짓말을 내뱉을 수 있는 상냥함은, 스스로에겐 없다고 주원은 생각했다.
아슬아슬하게 줄에서 한 번 뛰는듯한 행위가 지나가고, 다행히도 아무도 그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은 채 대화가 이어진다. 이 줄은 계속 계속 타고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용암의 뜨거움에 타들어가진 않을까?
"늑대는 늑대. 맞아."
주원은 부정하지 않았다. 어쩌면 늑대중에서는,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자신을 자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가 그러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외로움도, 굶주림도, 그것을 채우고 싶어하는 욕망도. 다른 늑대보다 더하면 더했지 약하지 않았으니까. 또, 그것을 의식한 순간 그 의식보다 앞서간 본능에 슬혜를 향해 손을 뻗다 뒤늦게 그것을 눈치채고 그 손을 손톱이 살을 찔러 그 고통으로 정신을 차릴 정도로 강하게 쥐고 거둔다.
"숨통을 끊으려면."
주원은 그녀의 희고 가녀리며 탐스러운 목을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간지러움이 남을 정도로 어루만지고 지나가려 했다.
늑대들에겐 재능에 따른 리스크, 양들은 그저 극심한 외로움. 그래 어쩌면 양들은 늑대를 시기하고 질투할지도 모른다. 그 어떤 특별한 재능조차 받지 않고서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려야하니까. 허나 늑대들도 재능에 걸맞는 기대감을 만족시켜야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약한 늑대는 결국 무리에서 도태되고 배척 당한다는 것. 너무나도 약한 늑대였던 나는 그렇게 홀로 자랄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외로웠으니까, 그 외로움을 채워줄 상대가 필요했다.
" ... 여전히 당당하네. " " 고마워, 은사하. 예전이고 지금이고 역시나 나한텐 너 밖에 없네. "
머리를 더 쓰다듬어 달라면서도 하는 말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지만 그녀가 하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드러난 하얀 목덜미에 잠시 깨물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참을 인자 세번으로 간신히 참아내고선 그저 조금 더 세게 끌어안는 것으로 대신했다.
" 어쩔 수 없어, 나는 늑대라서. " " 우리 당당하신 양님이 평생 필요하니까. "
양이 없으면 그 어떤 방법으로도 감정을 극복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멀리 가고 싶어도 허리에 메여진 고무줄 같은 관계성 때문에 다시 돌아와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난 너를 밀어내도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만, 계속해서 밀어내는 것밖에는 나에게 주어진 답이 없다.
" 좀 더 쎄게 끌어안아주면 안될까? "
재능을 매일 같이 사용하는만큼 그 반동도 심하게 온다. 내가 끄고 켤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에 관련된 재능은 내가 잘때를 빼곤 계속해서 사용할 수 밖에 없으니까. 너무나도 불편하고 마음에 안드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나는 거스를 수 없다.
평소라면 눈물을 닦아주려는 손이 다가오기 전에 씩씩하게 닦았을 텐데, 옷소매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나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방긋방긋 웃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조심하고 있는 상대라면 닿지 않으려고 노력할 텐데. 오늘은 그게 안 돼. 뻗어온 손이 눈물을 닦아주었다면 얌전히 눈을 감았을 것이고, 닦아주지 않고 멀어졌다 하면 눈물이 굴러떨어져 흐릿해진 시야로라도 열심히 그를 바라봤을 것이다.
“ 고마워어. ”
애교 있게 늘어지는 목소리는 눈물로 젖었는데, 기쁨이라는 감정이 파릇하게 고개를 들어. 누군가가 충동을 누르느라 한참 고생 중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아랑은 무구하게 웃었다. 연호의 팔이 아랑의 목을 감싸 안으려고 했다면, 아랑의 팔은 그에 뒤따라 연호의 허리를 살포시 감싸 안으려고 했을 테지.
대신 너도?
너무나 가깝게 들리는 낮은 목소리에, 아랑은 그가 평소완 비교도 할 수 없이 가까워진 것을 깨닫는다. 도망치는 것도 피하는 것도 이미 늦었다. 게다가 도망치고 싶단 생각도 피하고 싶단 생각도 지금은 들지 않아. 다만 허락 없이 목덜미를 물 것처럼 가까워지는 게 무서워서 몸이 살짝 빳빳하게 굳었다.
연호 너 진짜로 늑대구나.
“ ....조금만이라면, 깨물어도 괜찮아. 대신 아프지 않게 살살 깨물어야 해. ”
평소라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았을 허락. 늑대란 걸 깨달았다면, 더욱더 엄격하게 굴어야 하는 법인데. 입 밖으로 굴러나오는 것은 소심하고도 응석어린 허락의 말이다.
“ 도망 안 쳐. 너 두고 어디로 가고 싶지도 않아. 늑대도... 만월의 밤은 힘들잖아. ”
양이어서, 어떤 느낌으로 힘든지는 완전히 이해 못 하겠지만 그래도. 외로움과는 다른 갈망으로 힘들겠지. 잠잠해도 어딘가 으르릉거리는 듯한 목소리에 몸이 잠깐 움찔했어도, 아랑은 몸을 바로 폈다. 아까부터 응석을 받아준 덕인지, 아주 조금은 덜 외로워진 것 같고. 차분한 목소리도 낼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아직은 외로우니까.
“ 내가 연호를 의지하고 싶은 것처럼, 연호 너도 나를 의지해도 괜찮아. ”
차분해진 목소리가 달고 사근하게 귓가로 감겨든다. 아랑은 그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아랑에게 의지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그의 자유에 맡겨두었다.
...사실 내가 너무 작고 귀여운 나머지, 별로 의지가 되지 않는 타입인 거 알고 있어. 라는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말은 덧붙이지 않고 속으로만 했다.
피아노에게 질투가 난다는 ㅡ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엔ㅡ 장난끼로 들리는 말에 그는 작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꺼려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자신이 싫거나 마음에 들지 않다는 이들과 거리를 둘 뿐이었다. 그 이외에는 나름대로 무난하게 잘 지낸다고 스스로 생각을 하며 그는 두 손으로 깍지를 긴 후에 앞으로 쭉 뻗었다가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초면인 이와 적어도 1년 이상을 같이 한 피아노와 비교하면 선배랑 안 기간이 짧잖아요? 물론 저도 농담이에요. 그저,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그냥 좋아서요. 피아노가. 이걸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네."
아름다운 음색도 좋고, 자신이 이렇게 멜로디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좋고, 그리고... 거기까지만 생각을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눈을 잠시 감았다.
"선배도 그런 거 있지 않나요? 무엇보다 좋아하고 그러는 거. 저에겐 이거예요."
괜히 피아노 건반을 꾹 눌러서 한 음을 쭈욱 길게 냈다가 떨어뜨린 그는 아- 소리를 내면서 두 손을 이어 휘저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와 있는 것이 불편한 건 아니에요. 전 싫은 사람에게는 그다지 말 안하거든요. 그러니까 선배나 다른 이들이 싫은 건 아니에요. 절대로, 네버."
나름 침착하고 논리적인 대화가 오간다 해도 그의 본능이 사그라들기란 쉽지 않고, 그녀의 충동 역시 억누를 수 없었다. 그저 누가 더 단정하게 구는가의 경쟁, 하지만 이런 날에 굳이 체면을 차릴 필요가 있던가? 결국 미쳐가는 것이었다. 양도, 늑대도 그녀도, 그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만월에 멋대로 돌아다닌 죄는 꽤나 무거운 법이니까,
"후후후... 꽤나 살벌한 이야기를 하시네요~?"
키득거리는 웃음의 톤이 한층 더 높아졌다. 더이상 속으로 웃는 것이 아닌, 누가 봐도 그를 향한 웃음 위기감에 뇌가 어떻게 되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이것이 그녀의 본성인 것일까? 눈앞에 있는 늑대의 '어떻게든 입질을 하고 싶으면서도 참으려는' 모습이 못내 사랑스러워보이면서 동시에 우스워보였다.
"그럼... 진짜 먹잇감을 들고 가듯 해야하지 않으시겠어요 그대야?"
분명 걸을 힘이 있건만 그녀는 부러 맥빠진 행색을 취하며 쓰러졌고 의식없이 널브러진 몸에 머리에만 숨이 붙어있는 것마냥 그를 올려다보았다.
>>581 어렵네. 굳이 따지자면 하늘이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에 가까울 것 같아. 사실 스킨십을 나눌 정도면 어느 정도 친숙하다는거니, 그 정도면 그냥 자기가 먼저 할 것 같기도 하고, 해도 아무렇지 않게 받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처음에 할 때만은 조금 고민을 많이 할 것 같긴 하네.
사하는 해인이 제게 질 거라곤 생각도 해본 적 없다. 져줄 생각은 조금도 없을 테니까. 사하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냥 이길 수가 없었을 뿐이지. 그랬으면서, 이제 와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는 게 어이가 없다. 진짜 어이가 없는 건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제 마음이다. 괜히 억울하고 괘씸한 마음에 해인의 어깨를 꽉 깨물었다.
"평생은 안 돼."
이번엔 사하가 먼저 선을 긋는다. 필사의 방어였다. 해인으로 인해 이미 한 번 다친 적이 있었다. 누군가는 고작 한 번에 불과하다 해도 그 한 번이 사하에겐 치명적이었다.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등을 기댔다. 너는 두드리지도 않겠지만, 애초에 그 문 앞에 서 있을 리도 없지만.
"……그래."
네가 한 것처럼 나도 똑같이 할 거야. 나는 지금 외로우니까 네가 필요한 거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해로운 감정은 사라지겠지. 그럼 나도 네가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 갈 거야. 그러니까, 오늘로 끝이야. 여전히 해인의 어깨에 턱을 기댄 채, 사하가 눈을 감았다. 빨리 이 빌어먹을 만월이 지나갔으면.
얌전히? 작지만 선명한 웃음소리가 잇새로 흘러나왔다. 늑대가 얌전히 군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살살 깨문다고 먹잇감이 느낄 고통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얄팍한 친절과 달콤한 가식은 마지막 순간에 짙은 배신감만으로 깊게 자국을 새길 뿐이다. 금방 날아가 사라질 것을 만지는 것처럼, 사뭇 부드럽고 진지하게 자신을 다루는 손길이 감질났다. 외로움이 깎여나가는 속도가 파도쳐 몰려오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 했다. 차라리 난폭하게 날뛰어서, 마구 물어뜯기고 할퀴어져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면 목을 태우는 이 갈증이 조금이나마 사라질까. 차라리 목숨이 끊어져서라도 이걸 없앨 수 있다면? 뒤틀린 생각과 망상이 머릿속을 마구 잠식했다.
“너무 아픈 건 싫어.”
바라는 걸 입 밖으로 내뱉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아도 이야기하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공허함에 텅 빈 눈동자가 푸른 눈동자를 마주한아. 두 뺨에 닿은 손바닥의 체온에 갈증이 나서 마른침을 삼켰다. 그 체온이 이마로, 코 끝으로, 뺨으로, 마침내 목덜미로. 연한 살에 깊고 따듯한 숨결이 닿자,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것은 체념이었나, 포용이었나, 무력함이었나.
목덜미를 파고드는 생경한 감각. 그러나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참으라고 했으니까. 허공을 작게 허우적거리던 길 잃은 손이 지구의 옷자락을 움켰다. 감은 눈에 작은, 아주 작은 눈물방울이 맺혔다가 금새 떨어져 사라졌다. 아프지만 뿌듯하게 차오르는 이상한 느낌. 싫거나 혐오스럽다기보다, 오히려 흡족스러워지는ㅡ 어딘가 뒤틀린 것. 입술을 달싹였다.
나 아마 다음 답레까지는 못 쓰고 잘 것 같아서 미리 인사할게 ^-T... 오래 버텼다 늘근몸.... 다들 잘 자구~~~ 이벤트 마저 화이팅이야! 해인주 이벤트 답레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선하주도 편한 때 암때나 레스 남겨주면 확인할게~~ 아예 이벤트 끝나고도 좋아 ^ㅁ^)~~ 다들 행복하구 즐거운 꿈꾸길 바랄게 안녕안녕~~
주원은 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머릿속이 빙빙 돌고 슬혜의 페로몬에 취해간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달콤하며 상큼한 감귤을 계속 입 안에 집어넣고 온 몸을 그 감귤이 채울 때까지 밀어 넣고 밀어 넣고 밀어 넣고 목이 메이고 막혀 게워낸 후에도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다.
그래야만 했다.
여기에서 초월적인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 할 수록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막연한 예감이 주원의 몸을 가득 채운 슬혜의 페로몬가운데 유일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얌전히 먹히지는 않겠다는거야? ...어느쪽이든."
주원은 일부러 넘어지는 그녀를 보곤 고개를 들곤 침을 꼴깍 한 번 삼켰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잘 차려진 상이 아니다. 언제든지 먹어도 되는 '나의 케이크'가 아니었다. 그것을 주원은 계속 스스로에게 주입시키고 있었다. 고개를 든채로 도수 없는 안경을 고쳐쓴 주원은 몸을 돌려 두 무릎을 굽히고 그녀에게 등을 내밀었다.
"업혀."
그리곤 고개를 돌려 등 뒤의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휘어잡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블러핑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먹음직한 양을 향해 말했다.
(99%이현주는 자러 갔지만 1% 불면증 찌꺼기가 눈을 반짝인다.) (두리번거리며 레스들을 살피던 찌꺼기는 모두의 인사에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 찌꺼기는 배은망덕한 찌꺼기라 별로 귀여운 드립이라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고 캐팁한테 항의한다!) (게다가 이 찌꺼기는 쓰레기라 이현이 말고도 자기한테도 인사해달라고 두루미 님께 쨍알거린다. 어차피 안 잤으면서! 마치 여우 같다.) (골똘히 생각하다 여우에게 사과한다.) (주원주는 드디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대화하는 거냐고도 쫑알거린다.) (이 찌꺼기는 역시 음식물 쓰레기에 버려야 할 찌꺼기인 것 같다.)
"응, 그렇게 알아들었지. 하늘이랑 더 친해지고 싶다는 뜻이었어! 전 전교회장 백가예, 라고만 기억되는 건 아쉬우니까."
인간 불신이라는 말에 낯빛이 미세하게 바뀌었다가 눈살을 구기며 익살스레 웃었다. 사람을 믿고 싶어서 더 확인을 받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을 누르고. 굳이 적극적인 제스쳐를 취하지 않을 뿐이지 무난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아이구나. 행진곡이 끝나면 건반 위의 손가락은 실없는 멜로디를 만들 뿐이다.
좋아하는 일을 보다 자세히 묘사하려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즐거워져서 소성을 흩어놓았다. 자칫 건조해보이는 사람도 좋아하는 것을 설명할 때 이렇듯 순수해지는구나. 되돌아온 질문에 덩달아 따라서 골몰한다.
"생각 안해봤지만, 친구들? 사람이랑 만나서 노는 게 좋더라."
지금은 고삼이라 잘 못하지만. 손을 내저으며 해명이라도 하는 듯한 태를 가만히 바라보다 하하하, 하고 크게 웃는다.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고 쉽게 생각한 적도 없고 싫어한다고 해도 눈치 채는 편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거이거 놀려주고 싶은데. 그래도 참자. 오랜만에 웃었네. 선반에 팔꿈치를 올려 턱을 괴고 장난스레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맙다는 말을 듣고, 웃음짓는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남아있는 이성이 버티지 못하고 폭풍우를 만난 것 처럼 흔들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만 눈을 돌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거센 폭풍우 속에서 등대라도 발견한 것처럼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직시했다.
그녀는 겁을 먹은게 분명했다. 끌어안고 있는 몸이 뻣뻣하게 굳은게 느껴졌다. 남은 이성이 끊어지기 직전의 비명을 지르고 있을 무렵, 아랑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것은 좋은 신호였다. 오히려 거절당했다면 그것을 참아내느라 끊어졌을지도 모르는 이성이, 허락받았다는 안심 덕에 그나마 끊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그녀가 허락하자 그는 멈췄던 고개를 다시 밑으로 천천히 내렸다.
" 그거 다행이네. "
이제 거의 완전히 가까워져 숨이 닿을것 같다고 생각될 무렵, 그녀의 대답을 듣고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눈을 슬며시 감으며 중얼거리듯 말을 이어나갔다.
" 나도 네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그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깨물었다. 본디 깨문다는 행위는 고통을 동반하곤 하지만, 그는 아랑이 사전에 요청한 대로 최대한 살살 깨물기 위해 노력했다. 깨물자마자 퍼져나오는 만족감을 잠시동안 맛보다가, 이 정도면 이성을 유지할 정도는 되었다 싶을 무렵에 입을 열고 고개를 다시 들었다.
" ....나는. "
그 자신도 잘 알고있었다. 지금 자신의 기분은 혼자 발산할 수 없는것이다. 늑대로써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도없이 맛보았던 이 불쾌한 기분. 그것에 더불어, 양들이 힘들어하는것도 알고있었다. 지금까지는 이성을 유지하느라 미처 생각지 않았던 사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랑은 양이다.'
너무나 뒤늦게 깨달은 것이지만 상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 중요한 것은 다른 어디에도 없었다. 아랑은 어쩌면 몸집이 작으니 의지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지하는데에 몸집이란 상관이 없을테다. 집채만한 사람이 겁이 많아 전혀 의지가 되지 않을때가 있고, 키가 작은 어린아이라도 그의 용기에 의지가 되는 일도 있는것이다.
아무튼 지금 이 순간에 진실은 딱 하나뿐이었다.
" 난 네가 아니면 의지할 수 없어. "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밝게 올라오는 달을 의지할 수는 없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의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의지할 것은, 내 곁에 있는 너. 아랑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를 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며 그녀에게 몸을 조금 기대었다. 말로만 의지하는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신도 의지하고 있으니, 너도 그러고싶어하지만 말고 의지해라' 라는 말을 담았을테다. 그녀가 알아차려줄지는 둘째치고서.
" .....더 도와줄건? "
기꺼이 깨물게 해주었으니 그녀가 원하던 '도움'을 가능한 주고 싶었다. 덕분에 이성이 버틸 수 있었으니까.
자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그 말에 그의 눈빛에 살짝 의아함이 흘렀다. 물론 자신도 다른 누군가와 친한 사이를 유지하는 것은 좋았기에 별 말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알게 되고 만나면 또 친해질 수도 있는거고, 적어도 그가 아는 인간관계란 그런 것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완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이들에게는 비할 수 없는 법이 아니겠는가.
"그럼 친하게 지내요. 그럼 되잖아요? 지금은 아는 사이지만, 만나서 인사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교류하면 친해질 수도 있을테고요. 그 어떤 피아니스트도 처음에는 도레미파솔라시도와 4분의 4박자를 배우는 것처럼요."
묘사가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나, 그에게 있어선 이것만큼 탁월한 묘사도 없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또 다시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친한 지인이 늘어나는 법이니까. 아무튼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충분히 이해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삼이면 힘들 것 같네요. 지금만 해도 공부해야 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기도 하고. 저도 내년에는 어쩔 수 없이 연습량을 조금 줄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포기는 못하겠지만."
괜히 소리를 내어 웃으면서 다시 한 번 건반을 꾹 눌러 높은 한 음을 길게 내다 하늘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정할지도 모르지만 그래요. 좋아하지 않은 것에 그렇게 신경쓰고 싶지 않아요. 세상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도 모자랄 정도니까요. 설사 그게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해도, 제가 선택한거니 후회는 안 해요."
단순히 사람만일지, 아니면 다른 것이 포함되어있을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말을 하며 부가설명을 하지 않으며 하늘이는 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이야기했다.
그의 힘없는 쓴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그저 웃어보일 뿐이었다. 다만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와 조금 들뜬듯한 입매가 약간의 즐거움마저 표현하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말도 안되는 농담까지 던져가며 굳이 그의 반응을 확인하려고 했던 걸까? 어느쪽이던 얄궂은 질문임엔 변함이 없었다.
"그대야가 생각해도... 얌전히 당해줄 양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후후후후~"
불필요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부러 교태를 보이는 것은 분명 그녀의 본성이라, 그것을 받아넘겨 무시하던, 그대로 물어뜯던 하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일이었다. 다만 그 역시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진 않겠다는듯 그녀에게 등지고서서는 몸을 웅크렸을까?
둥글게 말린 그의 등은 그의 말 뿐만이 아니라도 업히란 제스처를 내포하고 있었고, 그녀는 순순히 그의 등에 몸을 맡기는가 싶다가도 더 달라붙어서는 오른손을 뻗어 가볍게 팔을 그의 목에 휘감았다. 왼쪽 귀에서부터 천천히 내려가던 손은 가볍고 약했지만 마냥 가녀리게만 느껴지던 손길이 더이상 갈곳이 없자 그의 목에 손톱자국이라도 남기려는듯 그러모아 살짝 힘을 주었다.
>>688 :D ((다행이다)) 편한대로 쓸게요! 길게 써지면 길게 가져오고, 짧게 써지면 짧게 가져오고! 연호주도 편한대로 해주세요...! +)이것도 쪼꼼 고민하고 있는 게, 연호주는 포곤포곤한 분위기가 좋으세요. 살짝 잔망 떨어보는 분위기가 좋으세요...? :3 (이것도 아랑주 맘대로...??)
>>689 전... 떽띠 치명을 보고 싶은 건데요... ^ㅠ... ((하지만 치명적 레벨인 건 기쁘다...)) 아랑이 귀여워 해줘서 언제나 감사해요!
잠시 공기를 메운 듯한 정적은 착각일까. 그 뒤에 친하게 지내자고 응했으니 그때 눈빛에 스친 이질적인 감각도 착각일까. 피아노 특기생다운 묘사에 웃음이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역시 특이한 애라니까.
"그래. 우리가 만나서 인사하고 이야기하는 게 네가 말하는 도레미파솔라시도와 4분의 4박자가 될 수 있겠지. 해보자 한 번, 생각보다 즐거울 거야. 네가 하는 말이 맞아. 교류하는 거 줄이고는 있지만 고삼이 돼도 포기 못할 정도라니까."
네 표현을 인용하며 가볍게 아는 선율을 연주한다. 하늘의 감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캐논이었다. 캐논의 도입부를 연주하다가 잠시 멈추고 대답을 들었다. 사족은 붙이지 않았고 그저 하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갈 뿐. 본인과 같지 않다고 해서 고칠 수 없고, 고쳐서도 안 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다.
"선택한 결과에 후회하지 않는 건 나랑 같네."
이따금씩 고개를 주억이다 교집합에 반응을 했다. 이어지는 뒷말엔 슬쩍 웃어보인다.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한테 들려주는 건 좋다고 했지? 나는 좋아해. 너도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즐거운 시간이 되겠네. 어때, 친해질 마음이 더 생겨?"
아까 친해지자고 대답은 했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뿜뿜하는 느낌은 아니었단 말이지. 떠보는 것 같기도 하고,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한 말투.
선을 그어버리는 너의 행동에 나는 그저 쓴웃음만 지을뿐이다. 너에게 상처를 너무 많이 주었고 그것을 의도한건데 직접 이렇게 들으니까 조금은 아픈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 어깨를 콱 무는 너의 행동에도 나는 그저 얼굴만 찡그릴뿐 떼어내거나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나는 감정에 너무나도 나약하고, 휩쓸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 그렇다.
" 알아. 나도 잘 알고 있어 ... "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분명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야하는데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린다. 강해인, 이런걸 원하는게 아니었잖아.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나는 원래 나약한 사람인데. 있는대로 강한척, 위험한척 다 하면서 나는 원래 겁쟁이에 나약하잖아. 나를 더욱 끌어안는 사하의 두 팔을 느끼면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지금 내가 해주는 얘기는 사라도 모르는 얘기야. 어쩌면 내일은 너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 것도 후회하겠지. "
그녀를 끌어안은채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은 가난해. 어릴때부터 가난했고 지금도 그렇게 잘 사는 편은 아니지. 늑대들의 재능은 어릴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나는 재능을 금방 개화한 편이라서 말로 누군가를 회유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되었어. "
내가 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그냥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에 대한 자그마한 벌이라고 할 수도 있고.
" 어느날은 부모님이 날 어디로 데려가더라. 무슨 투자 설명회 같은 곳이었는데 어린이 관련 제품에 관한게 아니었을까. 어쨌든 나는 거기서 무서운 아저씨들이 하라는대로 얘기를 열심히 했고, 그 날 엄마가 피자를 사줬어. " " 그걸 시작으로 나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똑같은 짓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피자를 먹었어. 어릴땐 피자를 먹는다는게 마냥 좋았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내가 좀 더 컸을때 드디어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버렸어. " " 어느날 도착한 회사 앞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몇몇 사람들이 날 잡으려고 쫓아오는거야. 물론 금방 회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나는 그 사이에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다 들을 수 있었어. " " 나는 그날부터 안하겠다고 선포했지만 ... 나약한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 그날부터 그냥 반강제로 끌려다녔어. 물론 위해는 가하지 않았지만 우리 집은 돈이 필요했고 그들은 돈으로 협박했으니까. " " 중학생때까지 그렇게 끌려다니다가 그 일당이 잡혀들어간 이후에는 우리 집은 자유를 얻었지만 ... 결국 이 모양 이 꼴이 되어버린거야. 생각보다 재미없지? "
큭큭대며 웃으며 다시금 한숨을 내뱉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왜 했는지, 본론을 얘기하기 위해 다시금 입을 열었다.
" 결국 내가 겁쟁이라 널 상처 입혔고 그건 부정할 수 없어. 그러니까, 날 평생 미워해줘. 원망해줘. 내가 너로부터 멀어질 수 있게. "
속삭이듯이 미안하다는 말을 끝으로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 복잡한 감정을 없애는 방법을 난 모르니까. 끝까지 너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서 미안해.
다정하게 군 것은 가냘픈 토끼를 위한 소꿉놀이였는데. 조그만 토끼가 겁을 먹고 달려나갈까봐. 귀찮아지는 일은 질색이라. 적당히 토끼가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억누르고 있었는데-. 단 것을 뭉쳐 놓은 것 같았던 토끼는 주제를 모르고 안달낸다. 나는 사실 아직 한참 부족하거든. 작은 토끼를 위해서 그것을 잘게 부수고 부숴 고운 가루로 으스러뜨리고, 조각난 것들을 감질나게 조금씩 조금씩 채워가며 쉽게 차오르지 않는 것을, 만족되지 않는 갈증을, 본성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네가 무서워하며 도망가지 않게, 아주 조금씩 공간을 좁혀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 가두어도 자각하지 못하게,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게. 그런데 이 작은 토끼가 옷깃을 움켜잡으며 인내를 시험한다. 붉은 빛의 입술을 달싹거린다. 지구는 고개를 들고 낮게 내려 뜬 눈으로 새슬을 깊이 내려다본다. 바다가 담긴 깊은 눈엔 드디어 온기가 일렁였을까. 그 순간 지구가 새슬의 목덜미 뒤를 움켜 잡고 꽉 끌어안으며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다.
"명령은 네가 하는 게 아니야, 토끼야."
건방진 토끼. 하지만 제가 참으라던 것을 눈물을 삼키며 잘 참아 내었으니 토끼에겐 당근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먹고 싶은 걸. 한 손에 쥐어진 새슬의 가냘프고 얇은 목은 정말이지 너무 연약해서. 힘을 주어 으스러뜨리면 정말 큰일이라도 날 것 같잖아. 나른한 웃음을 지으며 손아귀에 쥐었던 것을 놓고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아 장난치며, 혹은 부드럽게 매만지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부탁은 들어 줄 지도 모르지."
원한다며? 능청스러운 지구의 눈이 사륵 접혀 호선을 그린다. 새슬과 마주보는 듯 하더니, 목덜미에 선명하게 잇자국이 난 그녀가 흘렸던 눈물이 지나간 자국을, 뺨을 혀로 핥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단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는 먹잇감을 교양없이 마구 뜯어 먹는 짐승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너는 하필 머리 검은 짐승에게 한참 잘못 걸린거겠지. 지구의 손끝이 새슬의 귀 끝에서, 얇은 목덜미, 여린 어깨, 가냘픈 팔을 거치며 간질이듯 먹잇감을 가만히 애태운다. 날카로운 눈이 그녀의 감정이라도 읽어낼 듯 깊이 꿰뚫는다. 벌써 이런 모습을 보여 유감스럽지만, 지구는 이런 인간이었다. 잘 다듬어진, 매우 훌륭한 교육 받은 뒤틀린 검은 짐승. 모든 것은 속아 넘어 간 네 탓이겠다.
주원은 평소처럼 담백하고 산뜻한 말투와는 달리, 능글맞은 태도로 대답한다. 그럼에도 장난기 남아있다는 것은 그가 완전히 남주원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을지도. 장난스레 미소짓는 슬혜의 모습에 주원은 마음 속으로 안도했다.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읽을 수는 없을테지만, 그녀 또한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그런 기분이 전해져 온 것 같았으니까.
"있다고 해도, 슬혜는 아닌걸 잘 알아."
그녀는 어딜 봐도 얌전히 먹힐 양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양의 탈을 쓴 고양이에 가깝지 않을까. 언제 변덕을 부리고, 언제 할퀴고, 언제 물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고양이. 일부러인지, 아니면 정말 힘이 빠져서인지 넘어진 그녀는 주원의 등에 업히는가 싶으면서도 오른손을 내밀어 주원의 목을 부드럽게 휘감았다. 전해져오는 따뜻한 체온. 양과 늑대가 아니더라도 기대고 싶어지는, 사람의 온기. 그 온기는 그 곳에서 멈추지 않고 주원의 왼쪽 귀까지 향한다. 이전, 그의 코에 닿지 않아던 가녀린 손가락이 주원의 귀를 타고 간지럽게 쓸고 내려간다. 마냥 부드럽고 따뜻할 것만 같았던 손길은 주원의 목에서 멈추어 고양이가 발톱을 세우듯 그 손톱으로 주원의 목을 지그시 눌러왔다.
목을 파고드는 날카롭고도, 따뜻한고통. 그냥 입질이라고 부르기엔 피하고 싶은 고통이었을지 몰라도, 주원은 오히려 그 손톱이 누르는 쪽으로 목을 갖다대었다. 더욱 깊숙히 그 자국을 새겨도 된다는 듯이.
"물려도, 변명은 없는거다?"
그리고 네가 흔적을 남긴 만큼 자기도 흔적을 남기겠다는 듯이.
등을 가득 채우는 따뜻한 체온. 그리고 주원을 향해 드라이아이스 같이 피워내며 흘러내리는 향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도 계속 그 시간을 누리고 싶었지만 그는 애써 다리를 움직여 집으로 향했다.
허락했지만 역시 조금(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 페로몬이 풀린 상태가 아니었다면 많이 무서웠을 것이다.) 무섭다.... 연호의 이빨이 부드럽게 깨물기 전까진 그랬다. 주사를 참는 것처럼 살짝 따끔한 정도? 게다가 이것 가지고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작은 통증의 시간이 길지도 않았다. 눈을 깜박거렸다. 깨물리고 있는데도, 눈물이 멈춰가는 게 신기해서.
“ 신기해... ”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약간 이어지는 공백 끝에, 네가 아니면 의지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는 활짝 웃었다. 눈물을 흘리고 난 이후에 보이는 깨끗한 반짝거림이 둥글게 휘었다. 네가 아니면 의지할 수 없다는 말이 아주 기뻤던 모양이다. 이래서 만월은 좋지 않다. 이성을 좀먹고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어 버려.
그가 안아주는 팔에 힘이 들어가고, 조금 더 몸을 기대어오는 게 느껴져서. 아랑은 약간 더 꽈악 연호를 안아버렸지만, 연약한 힘으로는 꽈악이 아닌 꼬오옥이 될 뿐이었다. 공격력이 남들보다 현저하게 부족한 말랑햄찌가 꼬오옥 달라붙은 기분이 들었을까?
더 도와줄 건 있느냐고 물어보는 말에. 조금 더 반짝반짝한 표정이 되었다.
“ 뽀 쪽? ”
방금 건 농담이야. 덧붙이며 별사탕이 굴러떨어지는 것처럼 꺄르르 웃었다. 남들보다 배로 야성적으로 보여 조심했던 늑대는 의외로 참 젠틀했다.
“ 연호 너는 야성적으로 생겼는데, 생각보다 되게 자상하다아. ”
그 이야기는 눈을 마주보며 하고 싶어서, 아랑은 팔에 힘을 느슨하게 풀고, 꿈지럭 움직여 연호와 시선을 마주했다. 오늘처럼 페로몬 조절이 되는 밤에 만난 게 아니라면, 그래서 계속 조심하고 있었으면 모를 뻔 했다. 그러고 보면 연호는 팔을 물어도 되냐며 물어올 때, 아니이 라고 답변하면 제대로 내 말을 들어주는 편이었지. 종잡을 수 없어 사람을 당황하게는 해도 하지 말란 것은 안 했다.
방금 전 농담이 너를 당황하게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너도 나 때문에 당황할 때는 있어야지. 그래도오, 네가 하지 말라는 건 안 할게.
“ 더 도와줄 거... ”
눈을 깜빡거리다가 빵긋 웃는다. 네게도 익숙한 미소일 테다. 직접 눈앞에서 보았건, 지나가다 옆 눈으로 보았건. 아랑은 자주 그렇게 웃으니까.
“ 외로움이 가실 때까지, 곁에 있어 줘~ ”
라고 했지만, 이 밤 내내 함께 있는 건 역시 곤란하지이. 아랑은 잠깐 하늘을 보았다. 12시가 넘어서 들어가면 역시 가족들이 걱정하겠지. 연호의 가족도 연호를 걱정할 거야. 그럼, 외로움이 가시면서도 서로의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을 적정한 시간은 어느 정도로 잡으면 좋을까...?
으레 봐왔던 능글맞은 태도, 그럼에도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진 절대 그 목줄을 풀지 않겠다는듯이 선을 지키고 있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무언가 모를 희열을 느꼈다.
쉽사리 입질을 할수 없다는걸 알기에 괴롭히고 싶어졌다. 물고 싶어 안달나게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든 정도를 지키려 할수록 그녀는 집요하게 그를 유혹했다. 결국 넘어지는쪽은 그녀라 할지라도 그리 만만하게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잘 아시네요... 저에 대해서도, 그대야에 대해서도..."
고양이는 원래 그런 동물이던가. 순순히 따르다가도 대등해지길 원하고, 때로는 보다 우위에 서길 바라는 존재, 어쩌면 눈에 보이는게 없어 달려드는 양보다야 나은 처사일 수도 있었다. 설령 그가 빨갛게 피어오르는 자국을 남긴다 해도, 그것 또한 희극을 위한 잉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손톱을 세워 그러쥔 그의 목덜미가 도리어 가까워지자 그녀는 변명하지 않기로 못을 박으려하는 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그대야가 책임질수 있는... 후회되지 않는 선에서 즐기는 거랍니다...
달밤은 길지 않아요. 아무렴 한낮에도 본능은 언제든 살아 숨쉬죠."
목을 옥죄는듯 하면서도 꿈틀거리는 혈관에 맞추어 가볍게 리듬을 타던 그녀의 손이 앞으로 쭉 뻗어져 그의 앞을 살짝 가렸다.
슬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주원은 많은 것들을 그저 군침에 담아 목 너머로 꿀꺽 삼켜 넘기고 있었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 행동. 그런 것들을. 그녀의 행동은 눈 앞에서 음식을 참는 동물의 코에 대고 음식을 흔들거나, 음식을 향해 부채를 부쳐 냄새를 더욱 잘 맡게 하는 그런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주원이 눈을 감고 버티는 것은 단순한 자제력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것들을 전부 쌓아두고 둘만의 '공간'에서 뱉어내려고 하는 것일지도.
"잘 몰라. 너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주원은 '더 알고 싶어.'라는 목구멍 너머로 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삼켜냈다. 그것이 비록 이 만월때문이라고 하여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패치때문이라고 하여도. 지금만큼은 그 감정이 거짓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아니라면? 이 시간이 끝나면 거짓이 되어버린다면? 과연 이 일련의 일과 행동들이, 단순히 '헤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일까? 그저 웃어 넘길 수 있는 것이 될까?
"글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 어떻게 될지는."
그는 아무것도 확정 짓지 못했다. 이미 스스로의 손으로 슬혜의 손을 끌어당겨 모든것을 확정시키고 싶은 마음을 안고 있으면서도.
'이제 막 옆에서도 밥을 먹을까말까 한 정도니까요'
주원은 그 관계를 깨고 싶지는 않았다. 한순간의 결정으로, 그 후의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어쩌면 그것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지.
이어 그녀는 낮고 유혹하는듯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혈관을 어루만지려고 하던 손을 뻗어 눈 앞을 가린다. 주원은 참지 못하고 그 가린 손을 향해 고개를 움직여 얼굴을 부빈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전해져 오겠지. 그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는.
//슬혜 그대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나만 쓰면서 떨고 있는건가....!
온 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낮은 목울림. 저 어딘가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미세한 진동이 온 몸의 신경을 잘게 울린다. ㅡ, 윽, 목 뒤로 겨우 삼킨 울먹임. 저항할 새도 없이 목덜미를 잡힌 새슬이 지구의 지휘에 힘 없이 따랐다. 닫혔던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며 다시 열렸다. 어두운데도 눈물에 촉촉히 젖어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흐릿하다. 꿈을 꾸는 듯 몽롱한 눈으로 잠시나마 허공을 휘돌던 녹색이 다시 지구의 푸른 색을 마주했을 때ㅡ그것은 그의 눈동자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과 닮았으면서도 조금 다른 것을 품고 있었다.
“애원하기를 바라는구나.”
이성이 아주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더니, 아주 티끌만 한 것이 매달려 살아있었나 보다. 아니면 외로움이 깎여나간 탓에 돌아올 조그마한 빈틈이 생겼나. 도망갈 힘도 없이 조용히 앉아 있는 먹잇감이 온전히 손에 들어왔으니,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선명히 느껴지는 달콤한 속삭임. 악취미다. 여전히 갈증은 심했고, 신경은 온통 예민하게 곤두서 있었으며, 머릿속에서 더 갈구하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어쩌지, 나는 마냥 얌전한 토끼는 아닌데.
“참는 게 힘든 건 매한가지잖아.”
너도, 나도. 새슬의 미간이 미약하게 찌푸려지며, 쓴 웃음을 지어 보인다. 눈 앞의 당근은 얼핏 보기에 아무 위험도 없이 맛있어 보이겠지만, 그게 덫 안에 들어있는 당근이라면. 뺨에 닿는 입술, 머리칼을 건드리는 손길, 여기저기를 스치고 지나가는 체온. 그건 정말 돌아버릴 정도로 달콤해서 금방이라도 정신줄을 놓아버릴 것만 같다. 싫어. 토악질을 할 정도로 혐오하던 외로움이란 괴물이 자신을 마음대로 휘두를 때 느껴지는 지독하게 검은 패배감.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 그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기혐오. 새슬은 그것들에 발악하듯 중얼거렸다.
“차라리 거칠게 숨통을 끊어.”
그럴 수 없다면, 그럴 기세로 물어뜯어. 그럼 덜 비참할 것 같으니까. 꿰뚫릴 듯 날카로운 시선에 진득하게 눈을 맞춘다. 하하, 하. 쓰게 말아올린 입가 사이로 힘 없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그것은 웃음이었나? 어쩌면 울음일지도 모른다. 부탁이야. 울 것 같은 얼굴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온 목소리는 금방 부서지듯 흩어졌다.
>>862 사실 예약을 취소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만월 이벤트를 보고 홀린 듯이... 시트 쓰는 도중에 이미 지나간 얘기란 걸 알게 됐지만 그냥 돌진했습니다. TMI지만... 원래 시트를 낸다면 일요일 밤쯤에 낼 생각이었어요. 늦었다 늦었다 하면서 호다닥 소원빌러 갈려고😅
그녀가 신기하다고 말했을때, 그는 순간적으로 '뭐가?' 라고 물을뻔한 것을 참아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저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을 뿐인데, 그녀가 신기하다는 발언을 했으니 오히려 그게 더 신기했을 터다.
그녀가 조금 더 그를 강하게 끌어안고서, 더 도와줄 것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돌아온 답변에는 조금 놀란듯한 눈치였다. 다음으로 들려온 농담이라는 말에는 그럼 그렇지- 라며 피식 웃었지만, 이내 그의 눈빛이 날카롭기 빛나는게 보였다.
" 여기서 농담은, 오늘이 빌어먹을 만월이라는거면 충분해. "
그러니까 다른 농담은 필요 없어. 라며 그녀가 던진 농담을 농담이 아닌 것으로 만들겠다는 듯이 그의 고개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이마에서부터 시작해 콧등, 볼. 차례로 살며시 누르는 듯한 입맞춤을 하고나서야 고개가 뒤로 떨어졌다. 작게 숨을 내쉬는 그의 입술은 옅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만월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였다. 패치가 없어도 곁에 양이 있어서 그런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잡생각은 지우기로 했다.
" 늑대는 사냥꾼이지만, 언제나 사냥만 하는건 아니지. "
추상적인 표현이었다. 오늘은 만월이었으니까. 다들 힘들어하는 날이다. 특히나 늑대에게 패치가 없거나, 양들이 억제제를 먹지 않은 날이라면 더더욱. 그런날에 사냥을 하는 늑대는 바보다. 늑대란 자기 자신이 사냥을 할 때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 그게 언젠진 모르지만... "
아마도 만월이 다시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 까지겠지.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확신은 못했다. 양들과 늑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존재였고, 다르면서도 서로 닮았다. 양들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는건 금물이다.
" 한입만 더, 먹게해주면? "
그는 아랑의 헤이즐넛 초콜릿 향이 퍽 마음에 든 듯,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어보이며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 아까는 조금만 깨물었다고 해도 송곳니가 닿았기에 조금 아픈 편이었을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그가 이성을 붙잡았으니 송곳니를 쓰지 않을수도 있는 일이지.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ㅇ<-< 연호주 혹시 아랑주 심쿵사 시키려고 작정하고 레스 쓰셨어요....??? 금아랑 하나도 안 치명한데 연호가 치명적인 거 다해서... 금아랑(주)이 죽어난다.... 천천히 읽고... 아마 답레는 내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호주 자러가고 싶으시면 아랑주 다음 답레 안 기다리고 주무시러 가셔도 좋아요!
그를 애태우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한다면, 과연 그는 어떤 말을 할 것이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치를 떨며 분노할까? 어쩔줄 몰라 숨으려들까? 아니면 담담하게 사실을 마주할까?
어느쪽의 선택지로 흘러간다 한들 그녀에게는 그저 즐거움만이 남을 뿐이었다. 비록 만월의 효력이 다하고 원래대로 돌아간다 해도 그 촉감과 기억은 여전할터이다. 정말 이성을 잃어서 어떤것도 보이지 않는게 아니라면... 그녀는 모든 것을 기억할 것이다.
외로움, 고독감, 우울함, 공허함이 그녀의 내부에서 뒤엉켜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결국 남는 것은 공허함이라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언제나 그러했다.
'과연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까요 그대야는?'
지금은 눈앞을 가리는 잔망스러운 손짓과 함께 그를 약올릴 뿐이었다. 이렇게 움직이는 자신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멈추면 더욱 더 공허해질 것을 알기에, 채워지는 것보다 닳아 없어지는게 더 빨랐기에, 그러면서도 작게작게 스치는 손끝의 감각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즐거워할 수 있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저에 대해서도,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하기에 알아가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 손등에 입을 맞추고, 원하는만큼 끌어안고, 성에 찰만큼 물어 뜯는 것은 짐승의 본성...
...그대야,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그것이 그녀를 향한 말인지, 그를 향한 말인지는 부러 입밖에 내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녀는 그를 괴롭히는 것에 점점 심취하기 시작했을테니.
>>889 ((안 괜찮은데)) ((새벽스레가 너무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그런 드라마는 본 적 없지만, 영화는 본 적 있거든요.... ((씁쓸한 기억)) ㅁ제목도 기억은 안 ㄴ 나는데... 엄청 재미 없고, 예산만 잔뜩 들어간 거 같은 그런 영화..
>>899 아랑이랑 연호 돌리다 지구랑 새슬이 보면 치명적임에 잠시 숨참기 해버려요.... ㅇ<-< 맞아... 다 맛있다... (울며 허겁지겁 먹기222)
>>902 (훌찌락) 감사... 합니다... 8^8 지금 새벽이라서 연호 한테 "나쁘은...! 나쁘은...!! (얼굴 새빨개져서 부들부들 떨며 뒤에 욕은 차마 못하고 울먹울먹)" 이런 대럼쥐가 생각나거든요... 자고 일어나면 다른 대럼쥐 반응 생각나겠져 뭐 <:3 새벽동안 같이 놀아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ㅋ 안 잘 예정이라도 잠자고 싶어지시면 주무세요!
과거 그리스 로마 신화에, 식탐의 저주를 받은 한 왕이 있었다. 그 왕은 음식을 전부 먹어 치우고, 백성까지 먹어치우고도 배가고파 스스로를 먹어치웠다고 한다.
끝 없는 식탐 끝엔, 파멸이 있을 뿐이라고. 주원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을 그 왕이 모르고 있었을까? 아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분명 음식마저도, 사람마저도 먹어치우던 그 왕은 울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그 식탐을 거둘 수 없어서. 그저 먹어도 먹어도 주린 배를 안고 갈증과 굶주림에 몸을 빼앗길 수 없었을 것이다.
더이상 주원은 양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등 뒤의 온기의 주인을 추구하고 있었다. 막연하게 누군가를 갈구하는 것이 아닌, 특정된 한 사람을. 그것 또한 이 만월이 내려준 저주겠지. 옳지 못한 관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주원은 그저 몸을 맡기고 빠져들고 싶었다. 그 숨막힐 것 같은 달콤한 핑크빛 소다 속으로. 설사 그것이 숨을 막아 죽음에 이르더라도.
"확실하게 말해두지. 난 널 실망시킬거야. 아주 크게. 그리고 너도 날 실망시키겠지."
주원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확신에 가득 차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어."
이대로 엑셀을 계속 밟고 있으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뿐이겠지. 그렇다고 해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추락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주원을 발을 옮겼다. 그 발걸음은 침착하면서도, 머뭇거림은 없었다. 그저 당연하다는듯이 그리고 이미 모든 것이 정해져있다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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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슬혜를 업은채로 학교 가까이의 자취방으로 들어와 그녀를 내려주려 했다.
//지금 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ハゼ馳せる果てるまで』듣고 있는데 지금 상황에 왠지 딱 맞는거 같아서....
실망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멈출수 없다. 제법 부정적인 단어로 점철되었음에도 그의 의사는 여느때보다도 확고하게 느껴졌다.
설령 그것이 오늘내로 끝날 일이래도, 그녀는 그를 이해할만했다. 설령 그가 잊는다 해도 그걸로 끝날 일이었으며 잊지 않아도 이견을 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늑대는 양을 잡아먹고서 가죽과 뼈만 덩그러니 남겨둘 뿐, 그것으로 장례를 치뤄주진 않을테니까...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대부분의 늑대들이 취하는 기본 행동기전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개처럼 복종하는듯 보이고, 부러 약자의 위치에 서는 늑대들이 못마땅했다. 잘 짜여진 봉제인형탈을 머리에 쓰고서 착한 늑대를 연기하는 존재들이 가증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에와선, 그런건 어찌되든 좋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적어도 그는 요지부동인 것 같았으니까,
그가 머무르고 있다는 자취방에 다다르자 그때서야 업고 있던 것을 내려놓으려는듯했고,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듯 가볍게 발을 딛고선 주변을 둘러보았다.
"원래 이럴 땐 숨겨둔 비밀의 책이 있나 봐야 할텐데... 찾게 가만둘 생각은 없으신 거죠?"
낮선 환경에 예민하다가도 그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잔망스럽기 그지없었다.
"후후후후... 농담이니까요~"
그의 행동을 살피듯 멀찍이 지켜보다가도 다시금 거리를 좁혀 눈을 마주보던 그녀는 방금까지 그랬듯 다시금 드러눕기 시작했다. 집의 주인을 앞에 두고 손님이 먼저 눕는 모습이란건 얼핏 충격적일지도 모르겠지만, 고양이라고 생각하면 딱히 이상할게 없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녀는 늑대에게 잡아먹힐 양이었고, 딱히 이렇다할 힘도 없는 여자애일 뿐이란 것이다.
"자, 이젠 어떻게 할 셈인 거죠 그대야...?"
970(슬혜주에게 먹힌 3.5점짜리 주원주 뱃속에 찌꺼기처럼 남아 새슬주를 먹은 1%이현주)
(4UaSdxx9VU)
2021-08-08 (내일 월요일) 05:05:14
>>965 (그래, 그렇게 피식자의 위치를 되새겨라...그리고 언젠가 복수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