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하다. 지겨운 곳. 1층에 위치한 양호실 창가에는 그녀가 키우는 자잘한 식물들의 화분이 있다. 그 아이들의 이름은 제각각 달랐지만 그것은 그저 그녀가 기분에 따라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기억한들 소용없었다. 그중에서도 아끼는 것은 자그마한 선인장 화분일까. 이름은.. -그때 창밖에서 아이들의 간드러지는 웃음 소리가 흐른다. 창밖의 풍경엔 학교의 운동장이 가득 담겨있다. 그녀의 할일은 그저 게임 속 npc처럼 이곳에서 갇혀 학생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약품 등의 잡일을 처리하고. 또 퇴근 시간만을 기다린다. 학교를 벗어난 그녀에겐 자유가 있다. 창밖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시끄러웠고 또, 훈련받지 못하는 짐승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 꾸중을 먹곤 한다. 뭔 상관이래.
지루한 그녀의 손에는 두꺼운 책이 들려있다. 커버의 색은 초록이었고, 꽂힌 책갈피는 이미 반을 갈라놓았다. 그녀는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아 그러니까 정말로 창문틈 바깥쪽에 있는 조그만 시멘트 공간 위에 걸터 앉아서. 책장을 넘겼다. 오늘의 책 제목은.. 그쪽에겐 별로 알려 주고 싶지 않으니 그 내용은 그녀만이 알겠다. 나늘, 그녀는 나른하게 뜬 눈으로 눈꺼풀을 조용히 깜박이며 시간을 죽이다 책의 내용이 절정에 다다랐을 즘에 네모난 창틀 벽에 상체를 기대고 펼쳐 놓은 책을 얼굴 위에 덮었다. 오늘은 별달리 구르는 바보 학생은 없나보군. 그녀는 위험한 창가에 여전히 걸터 앉아 얼굴은 책으로 가린 채 팔짱을 끼고 낮잠을 잘 생각인 듯했다. 이젠 완벽하게 흉내낼 수 있을 것 같은 너무나도 익숙한 양호실의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나늘은 소리를 들었음에도 움직이지 않고 무시해버리는 게, 정말 되바라진 양호 선생이구나 싶은 것이다.
아무래도 사라는 나보다 키가 한참 작아서 옹이구멍이 목 부근에 위치해있었다. 뭐 쪽지 하나 넣는거니까 어려운 일은 없겠지만 순간 내가 들어줄까? 라는 장난을 치려고 말이 목구멍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가 꿀꺽, 하고 들어갔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사라한테 쪼인트를 까일만한 말이기도 하고. 키로 놀리는거 싫어하니까 오늘만 봐주자(?) 라는 생각이기도 했고.
" 항상 자신감에 넘치네. "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면서 그녀가 소원을 비는걸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보면 오만에 가까운, 넘치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옆에서 사라를 봐온 나는 이 녀석이 하는 말이 사실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고자 하는 것은 해내는 것이 배사라였으니까. 하지만 또 그녀 말대로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이 되어있기에 고독한 늑대는 혼자만의 왕국에서 왕 노릇을 하다가 쓸쓸히 죽어가게 되는 것이다.
" 그럼 나도 빌어볼까. "
소원은 빌지 않는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옆에서 비는걸 보고 있으니 나도 빌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정말로 밑져야 본전이니까 일말의 기대감 하나 없이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에 추억을 하나 더 새긴다는 생각으로 메모지를 꺼내들어 소원을 적었다. 그리고 가로로 한번, 세로로 한번 접어서 옹이 구멍에 조심스럽게 넣고 눈을 감은채로 두 손을 모아 가볍게 소원을 빌었다. 너무 진심이 되어버리면 기대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 소원 이루어지면 좋겠네. "
이젠 정말 하교만 하면 끝이다. 소원을 빌러 오는 다른 학생들을 뒤로 하고서 나는 다시 교문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얘기했다.
" 자 그럼 집에 갈까? 오랜만에 이 오빠가 데려다줘? "
어릴때 내가 막 데려다준건 아니었지만 등교도 하교도 같이 했던 날이 많다 보니까 내가 사라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일도, 그 반대의 일도 많았다. 지금에서야 바쁘니까 같이 하교하는 것도 시간이 잘 안맞지만 오랜만에 기회가 왔으니 기왕이면 예전처럼 데려다줄까, 하는 생각이었다.
주원은 흰 이를 살짝 드러내며 쾌활하게 미소지었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아랑이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알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하고. 막연한 기대를 품은 것이었다.
아랑이 소원은 적는동안 주원은 담요에 앉아 나긋한하게 불어오는 봄향기에 보이지 않게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응, 괜찮아.' 그렇게 혼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되뇌었다.
아랑이 소원 작성을 끝내고 가자고 말하자 주원은 일어서서 "가자!" 하고 밝게 대답했다. 그녀의 보폭에 맞추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거대한 벚나무로 향한다.
아직 완전히 변하지 못했던 1학년. 그 때의 소원은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이었지만, 마음 속으론 그렇게 되기 위해 자신이 변하기를 빌었다.
편안하게 진짜 자신을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미소지을 수 있게 된 2학년. 1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소원은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이었지만, 마음 속으론 타인에게 빛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빌었다.
그리고 3학년. 글쎄, 무엇을 빌까. 그에게 남은 1년의 시간동안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지만, 그것은 위선적인 소원이었다. 단지 스스로를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자애를 가진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그런 소원. 주원은 그렇게까지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주원은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고 스스로를 위한 소원을 빌었다. 모두가 행복하게 오래- 따위가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소원. 그저 행복과 같은 막연한 것이 아닌, 그가 행복해질 수 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을.
누군가가 슬퍼지더라도.
누군가가 상처받더라도.
누군가가 자신을 원망하더라도.
주원은 아랑이와 함께 내려다보는듯한 벚나무 아래에 서서 그 종이를 나무 기둥 틈에 넣어두고 두 눈을 감고 손을 모아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두 눈을 감고 그다지 평소엔 기대지도 않는 신에게. 어느 신일까?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 벚나무의 신? 아니면 다람쥐의 신?
누구에게 비는지도 정확하지 않은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다니. 편리하기도 하지. 적당하기도 하지. 하나, 그 신이 변덕쟁이 신이라면 그의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다. 모두 ~하길 따위가 아닌 오직 자신만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타인따윈 신경쓰지 않은 이기주의의 극을 달리는 소원이었으니.
소원을 빌고난 뒤, 벚나무에서 작은 벚꽃잎 몇개가 하늘하늘 떨어져 내렸다. 본능적으로 떨어지는 벚꽃 하나를 시선으로 쫓다보니, 그 벚꽃은 취한 것 마냥 봄바람을 타고 흔들흔들거리다 소원종이를 넣어둔 나무 기둥속으로 들어가 주원이 방금 넣어두었던 자신의 종이 위에 정확하게 안착했다.
머지.. 반달가슴곰이랑 다람쥐랑 곰 검색하다가 이거 조금 민규 생각난다.. 하는 이미지를 찾은 것입니다... :3 무해한 게 민규같아 ㅎㅁㅎ
인사해주신 분들 다들 곰마워... 하지만 아랑주는 기절잠할때까진 깨있고 싶고, 새벽에도 같이 놀고 싶은 것입니다.. ㅇ(-(
졸림이라서 레스가 잘 안 읽히는데 선하 나쁜 여자의 매력...이 이런걸까 싶고... 사라주는 저랑 마음 통했나요...?? 저 아랑이 만들고 있던 픽크루가 저거 였는데...oO 사라 귀엽다.. 이 분이 아랑이 친구시다.. (사방팔방 자랑) 양호쌤과도 일상 너무 끌리네요.. 엄청.. 귀찮게하고 싶은데 그러나 양호실에서 쫓겨날 것... 8_8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는 말은 일반적으로는 칭찬이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집중하지 않을 때의 사라는 별생각 하지 않는 마음편한 꼬맹이였고, 사라는 잘난체하는 웃음을 얼굴에 함빡 걸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오는 해인의 손에 발돋움을 해서 머리를 디밀었다. 이래서야 늑대라는 이름이 웃기다. 그렇지만 웃기다고 하더라도 들어줄까? 라는 말은 안 하기를 잘했다는 것을 고지해둔다. 방금 그 정도면 쪼인트가 아니라 어디 한 군데를 와그작 물렸을 테니까.
"간단하게 타로점 보는 느낌으로 빌어보라구. 심지어 이 나무는 복채*도 안 받잖아?"
별 무게 싣지 말고, 가볍게. 내가 빌었던 것처럼. 사라는 해인이 소원을 빌 수 있도록 물러서 주었다. 소원 이루어지면 좋겠네- 하는 말에,
"글쎄 소원따라 다르지."
하고, 대체 왜인지 모르겠는데 어째 불신이 묻어있는 것 같은 시선으로 해인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라는 닫는 것을 깜빡했던 브리프케이스를 탁 닫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너한테 득이 되는 소원이면 좀 이뤄졌으면 좋겠는데 말야."
이젠 정말 하교만 하면 끝이다. 하교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잠오는 데 도움되는 진정음료를 사주는 것을 빼면 말이다. 해인을 따라 교문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사라는 아까 관뒀던 장난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지, 집에 가자구. 다만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는 들러주셔야겠어. 오. 빠."
사라는 짐짓 사악하고 짓궂은 미소를 얼굴에 씨익 띄웠다. 물론 편의점에서 사주게 될 것은 테아닌이 충분히 든 진정음료였지만, 편의점에 도착할 때까지는 고추튀김맛 과자나 불닭치즈맛 찰떡아이스나 계란후라이맛 감자칩 등으로 신나게 놀려먹어줄 작정이다. 얘 세상에 끔찍한 혼종이 이렇게나 많단다.
# 슬슬 일상 마무리각이 보이는데 여기서부터 마무리해주면 돼! # 다만 다음 레스가 잇기 좋은 레스라면 이어올게!
흐억... 주원주 장편 고퀼 레스와 반전 내용에 아랑주 반쯤 잠ㄲ깬취가 되어버려.... ㅇㅁㅇ ((띠용)) 일단 자고 일어나서 레스를 경건히 쓰겠ㅅ습니다... 지금 약간 졸림취와 깬취를 왔다갔다해서 안 되겟어요.... 헉... 주원주 넘 멋있다... (스포? 긁고 있는 내용에 띠용함)
>>127 그런 말 하시면 엄청 쓸데 없는 거 선물하는 민규에게 선물하는 아랑이 생각나잖아요....ㅋㅋㅋㅋㅋㅋ 아냐.. 쓸모 있는 거 선물할 거야...
>>128 (쓰담 받음) (행복한 졸림취가 되었다) 선관스레에 잇고 왔어요... 아마 12시쯤 기절할 거 같지만, 보고 오셔요... <:3
>>129 졸림취인 상태에서도 느껴져요... (두근) 근데 양한테는 착한 여자 해준다면 더 두근해버려... ㅇ.<.... (졸려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의 레스입니다)
>>아랑주 >>138 고퀄이라니 아니에요 그냥 막 쓰고 싶은거 늘어놨을 뿐인걸.. 경건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럴 필요 없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물론 피곤하면 당연히 나중에 써줘도 되는데 <<경건히>>는 괜찮다는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몸 마음 에너지 충분할 때,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대로 써주세요! 마음 가는대로. 멋.. 없다.. 으아.. ㅇ<-< 아랑주 언제나 말을 너무 이쁘게 해줘서 마음이 벌렁벌렁해.. 저 공략하시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