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악! 강찬혁의 다리를 붙잡고 당기고 있던 허수아비 로봇의 전원이 꺼지면서,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던 균형 상태가 무너지며 허수아비들이 나동그라졌다. 그 와중에 허수아비 하나는 누군가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그를 끝장내려고 뒤에서 다가와 목을 졸랐다. 강찬혁은 이 일이 심각해지면 무슨 여파가 자신을 찾아올지 계산을 끝마쳤다. 단순 월담이나 현수막 훼손과는 다르게, 강찬혁의 무리한 훈련 때문에 죽을 뻔한 사람이 생기거나, 실제로 죽는다면 정학 처분으로만 끝내도 다행일 것이다. 그렇다. 저걸 못 막으면, 강찬혁의 인생은 끝장이었다.
"야 이 미친 허수아비들아! 다른 사람이 엮이면 안 되지!!!!"
강찬혁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저 깡통이 들을 리가 있나. 강찬혁은 어떻게든 자유로워진 팔과 다리를 바동거리다가, 야구 방망이를 잡고 달려들어서 허수아비의 머리통에 휘둘렀다. 콰지직! 스파크가 튀면서 허수아비가 박살났다. 그리고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있던 허수아비의 뒤통수에 달린 긴급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 다음으로, 나머지 두 허수아비에게 머리를 내밀고 달려들어ㅡ
<최후의 1초까지!>
강찬혁의 두개골이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지려는 순간, 의념기가 발동하며 강찬혁의 머리는 보호하고, 허수아비의 머리는 일방적으로 깨부쉈다. 마지막 남은 허수아비 하나와는 몸싸움을 하면서 더럽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넘어져서 서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허수아비가 바닥을 구르는 과정에서 긴급정지 버튼이 바닥에 눌리며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강찬혁은 자신을 도와준 누군가를 보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 험한 꼴을 볼 뻔했다가 청천 덕에 자유를 되찾은 갈색 투블럭 머리 남학생이, 창천을 붙잡고 있는 허수아비를 향해 배트를 휘둘러 머리를 박살내고 긴급정지 버튼을 누릅니다. 그 틈에 청천은 허수아비의 손아귀에서 풀려나서, 캑캑대며 호흡을 고릅니다. 뒤이어 남학생이 와일드하게 허수아비들을 하나하나 박살냅니다...! 휴우, 겨우 진압되었네요.
"저도...고맙습니다! 정말, 큰일날 뻔했네요."
청천도 상대에게 감사의 말을 건넵니다. 그러고보니 마침 좋은 게 있었죠.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힐링팩 하나를 꺼내서 내밀어봅니다.
▶ 힐링팩 ◀ 여러 재료를 이용하여 회복을 보조하는 힐링팩. 효과는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 소비 아이템 ▶ 외상은 그럭저럭? - 부상을 입은 캐릭터를 회복한다.
"...쓰실래요? 아, 저는 성학교 1학년 이청천이라고 합니다. 주 포지션은 서포터고요."
힐링팩을 내밀지만, 강찬혁은 손사래를 치며 힐링팩을 거부했다. 힐링팩이라! 정말로 좋은 문물이다. 박살난 몸을 테이프로 붙이고, 출혈부위를 스테이플러로 찝고, 소독은 대충 알코올로 마쳐서 어떻게든 30초는 더 싸울 수 있게 해주는 것 아닌가? 하지만 강찬혁은 신조가 있었다. 훈련 중에는 그런 문물을 쓰지 않는다. 왜냐? 실전 상황에서는 모든 수를 다 써야 하지만, 훈련에서는 실전에서 닥칠 수 있는 모든 상황, 특히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항상 최악의 컨디션에도 최선의 결과를 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그건 가지고 있다가 좋은 데 쓰세요. 그 쪽이 잘못해가지고 제가 이 꼴이 난 것도 아니고."
대신 강찬혁은 에너지 드링크를 하나 마시고 일어난다. 그리고 이청천이라고 이름을 밝힌 상대에게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강찬혁. 3학년이고 워리어에요. 잘 싸우네요. 동작이 날렵하고 정확하길래 랜스겠구나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