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은 전혀 모르는 타인 얘기를 하는 것 마냥 대꾸한다. 정말 모른다는 것인지,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그녀의 장난스런 손짓 후
"세상에 있을 누군가씨에게 말해줘야겠네. 철썩같이 믿어도 된다고. 아니면 누군가양인가?"
하고 또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 양, 저 멀리 상관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양 대꾸한다. 그 누군가가 누구라고 하든, 스스로 믿지 못할 말을 한 기억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으니.
"누군가와 함께 있는건 즐거운걸. 사람마다 그 즐거움의 형태는 다르지만, 난 그걸 찾는게 좋아. 함께 하는 사람마다 느껴져오는 즐거움의 크기나 형태가 다르니까."
주원이 말하는 것은 아마 자신이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사람 자체와,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이유.
"상관 없는 일이라는 말. 무슨 의미로 받아들일지는 너에게 맡길게."
당연한 말을 굳이 슬혜에게 건넨다. 굳이 한 번 더 말함으로서 생각하게 하려는 것일까?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행동이다. 비 그친 거리를 말 없이, 그 거리를 유지한채로 함께 걷는다. 평소 같으면 스스로 이것 저것 말을 쏟아 내었을 주원이지만 갑자기 말이 없다.
먼저 말을 꺼내주길 기다리는 것인지, 단순히 화젯거리가 없는 것인지. 그저 입을 닫은채로 그녀의 옆을 따라 걷고 있다. 무언가 할 말이나, 하려는 행동이 있다면 사람이라면 으레 입술이 달싹거리든, 두 손을 꼼지락거리든 해야 하는 법인데 그런 행동의 전초조차도 없다. 그저 더 가까이도, 더 멀리도 떨어지지 않은채로 옆에서 함께 걷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해인주를 콕 집어 인사를 아직 안 했군. 해인주 안녕! (쓰담쓰담) >>255 이 할미는 눈이 어두워서 저 세 가지 핑크를 구분할 수가 없구나... 홀홀홀.. >>256 ||<bgcolor=#nnnnnn> {{{#!html ...}}} || 이런 구조로 되어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html 내부에서 style로 background 이미지를 설정하면 그게 위키 자체의 테이블 문법보다 위에 와서 bgcolor가 보이지 않는 구조인가 봐. 잠깐만 확인해 볼게!
주인에게 간식을 받아먹는 강아지마냥 눈을 빛내며 그녀가 포크로 떼어주는 솜사탕을 "아~앙."하고 받아 먹는다. 받아먹을 때마다 헤벌레 하고 웃는 것이 기쁜 것인지 아니면 그 솜사탕이 맛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아랑이 먹여주기 때문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것일지도.
"아~아! 치사해. 나도 먹여줄래."
하고 주원은 아랑에게 두 손을 내밀었다. 아마 컵솜사탕과 포크를 달라는 손짓 같다. 아랑이 저대로 혼자 먹는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주원은 아마 실망할 것이다. 받는다고 한다면 기뻐하며 아랑에게 "아~"하고 컵솜사탕을 먹여주겠지.
"딸기 뷔페? 좋다!"
주원은 눈을 감고 딸기와, 딸기로 만든 온갖 디저트가 장식된 곳을 상상한다. 단 것을 좋아하는 주원이기에 그는 화색을 띄고 "가고 싶어!" 하고 적극적으로 외친다. 그리고 아랑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알. 하는 말에 "새콤달콤..." 하고, 두 알. 하는 말에 "달달 아삭아삭!" 하고, 세 알. 하는 말에 "달고 식감 좋은 초코맛 딸기..." 하곤 입맛을 다셨다.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돈 것인지 주원은 꼴깍 하고 평소보다 몇 배나 흘러나오는 침을 삼켰다. 점점 컵솜사탕이 사라지고, 마지막 한 입을 자신이 먹던 포크로 건네자 주원은 어깨를 살짝 늘어트리고 조금 실망한 눈치로 입을 벌려 그 솜사탕을 먹는다.
"예정은 없었어. 어제 새벽까지 만화책을 보고 쭉 자고 있었거든. 그러던 도중 아랑이 온거지! 음... 아, 아무튼! 완전히 비어있어. 완전히! 그렇지.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둘이서 뭘 할지 생각할까?"
하곤 자신의 옆자리의 소파를 톡톡 치며 그녀를 불렀다. 봄날의, 한낮. 아직 밤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으니까.
>>262 복잡하군요! :3c.... 어디서 막혀 있는지를 잘 모르겠어서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아! 호옥시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방금 발견한 건데, transparent라고 하면 html 안에서는 투명색으로 기능하는 것 같은데 시도해 볼래? 이러면 뒤에 있는 bgcolor이 보이던데.
그러지 마. 우리 잘못이 있다면 처음부터 결함투성이로 태어난 것뿐인걸.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설계된 것뿐인걸. 존재하지도 않는 괴물 위로 얊은 천을 씌워놓고, 목숨처럼 껴안고 살아가지 마. 잠 못 이루지 마. 악몽을 꾸지 마. 누구의 비난도 믿지 마. - 한강, 노랑무늬영원/밝아지기 전에 中
벚나무 아래 섰다. 최민규는 아직도 몇 년 전 맡았던 벚꽃 향을 잊지 못한다. 벚꽃한테 무슨 향이 있냐고, 길어봤자 일주일도 가지 못하는 꽃에게 무슨 향이 있냐고 말하는 내게 벚나무 가지를 꺾어 건네주던 이가 있었다. 꽃에 얼굴을 묻고, 온 정신을 집중해보라 말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날 벚꽃에게서는 정말로 향기가 났다. 아주 연하고, 부드럽고, 선명한 향기가 났다.
자전거를 잠시 벽에 기대 세워놓았다. 그리고 나무 그늘 아래로 걸어들어갔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었다. 향기가 나니? 아니, 잘 모르겠어.
넘어져 우는 저에게 다시 일어날 것을 종용하던 이가 있었다. 싫어, 나는 양이잖아. 양이래잖아. 목놓아 울던 아이가 있었다. 내가 노력하면 뭐 해, 어차피 훌륭한 선수도, 훌륭한 사람도 모두 늑대일텐데. 나는 그 발뒷꿈치에서 몸부림치며 허덕이다가 조용히 말라갈텐데. 노력은 거짓말이다. 노력하면 된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타고난 재능을 노력이 메울 수는 없다. 어차피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 또한 나만큼 노력할텐데. 그리고 그 빌어먹을 재능이 그 노력마저 효율적으로 만들어버릴텐데. 배신감에 치를 떨며 몸을 옹송그리던 새벽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눈물을 닦아주던 사람이 있었다. 괜찮다고 말해주던 사람 또한 있었다.
최민규가 향기를 다시 믿기로 한 것은 그러한 까닭이다. 그는 단순한 사람에 속했다. 단순한 신념을 가지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였다.
'그거 들었어? 학교 정원의 커다란 벚나무 아래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주머니에서 꾸깃거리는 포스트잇을 꺼내 소원을 꾹꾹 눌러적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기도를 하자. 소원을 빌자. 나는 이제 막연한 것들을 믿는다. 막연하고, 작고, 하찮고, 그래서 소중한 것들을 믿기로 했다. 그러니 기도를 하자. 나 뿐만이 아니라 순간을 스쳐간 모든 온기를 위해.
눈을 떴을 때는, 바람이 불어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던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자전거 소리.
규리주 어서와~!! 호련이도 빨리 소원을 정해야 하는데.... 며칠째 피곤보스라 일상을 시작도 못 했엉 선관이라도 열심히 구해야겠다 😅 >>282 로맨틱.... 인가! 인가..? 거기에는 조금 더 숨은 이야기가 있으니 채널고정! 어떻게 될지는 나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지! :3c >>283 원래 비 온 뒤에 풀빛이 푸르다는 말도 있듯이 다크다크한 캐릭터일수록 가장 파릇한 전개가 가능해지는 법이당... >:3
이정도 되면 노골적으로 피하는거라 봐도 되지 않을까? 그의 행동이나 어투엔 모르는척하는 느낌이 다분히 어려있었다. 한두번 그런다면야 그냥 천연이라며 넘긴다 해도... 이정도로 모른다 할 정도면 조금은 의심해볼 여지도 있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으려나,
"흐응... 거짓말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말이죠. 뭐, 그부분은 그냥 넘어갈게요~"
의심스러운 눈초리, 조금 더 올라간 입꼬리가 살짝 꿈틀거리면서도 그녀는 정말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딱히 못믿을 이야기를 한건 아니다. 어떻게보면 당연하리만치 정형화된 이야기니까,
"그건 그렇네요~ 저마다 원하는게 다른만큼 그 바람의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다르죠. 말에도 색이 스며들어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 즐거움을 나눌 이가 있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일상이자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당연하겠지만, 그런 평범한 것들조차 가지지 못한채 혼자서 웅크리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다만 그곳에 그녀를 대입하기엔 다소 어긋나는 부분이 존재했다.
사람은 원초적인 고독감을 안고 살 것이고 그것은 평범한 인간도, 양도, 늑대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다만 그 고독의 행동반경이 어떻게 뻗어나가냐만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그녀 또한 양으로 태어난 이상 외로움을 필히 느낄 것이다. 다만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뿐,
마치 생각할 시간이라도 주는건지, 아니면 딱히 할 말이 없거나 그녀가 말을 걸길 기다리는 건지, 그 어떤 전조도 없이 그는 그저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를 그저 나긋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입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을까? 작게 들려오던 웃음이 평범하게 흘려내는 웃음으로, 그리고 가끔씩 보여주던 배를 부여잡을 정도의 큰 웃음으로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침착해져선 한곳에 멈추어섰다. 그래도 웃은건 단순히 과장한게 아니었는지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혀있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닦아보이는 것 또한 그녀의 천성이었다.
"알면 알수록 재밌는 분이네요. 단순히 로망을 찾아 떠나는 살짝 푼수끼 있는 선배님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람 심중도 꿰뚫어보시고...
조금은...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네요."
비어있는 손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대었기에 행여 뻥긋거린다 해도 입모양을 읽을수는 없었지만 얊게 뜬 눈매만큼은 확실하게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보듬으려고만 하진 말아주세요. 고양이도... 입질 정도는 할 수 있거든요.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