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신이 무슨 책인지 전혀 알 길이 없었기에 윤재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소설인지 비문학인지도 예상이 안 가지만 그래도 소설이 아닐까 생각만 할 뿐이었다. 물론 전혀 다른 철학계열일수도 있지만 그런 쪽은 영 머리가 아픈지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그저 대답만 하며, 계속해서 책을 읽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괜히 무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괜히 말을 걸었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말을 거는 것이 방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기도 하며. 아무런 말 없이 음료수를 딴 후에 그 내용물을 마시던 그는 작게 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했다.
"혹시 방해되었어? 그렇다면 미안."
책을 읽는데 말을 거는 것이 방해가 된다면, 굳이 더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조용히 자리를 뜨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그는 우선 그녀의 답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다 그는 가만히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다 나름대로 이야기를 한 마디 덧붙였다.
동급생의 말에 설화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짤막하게 말했습니다. 그가 말한 실제 의도가 무엇이든 '어렵다'는 표현을 이 책에 대상으로 한다면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하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세 가지 문자에 내포하기에는 많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저마다 각자의 사람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단순히, 설화가 이것을 읽고 있는 것은 그녀가 이것을 읽기 원하기 때문이고 어떤 식으로든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려움이란 표현은 그다지 문제기 되지는 않죠
“아니요, 딱히 방해라고 할 것은 없습니다. 귀하는 자신의 목적으로 이곳에 도달하지 않으셨나요? 자신의 목적을 계속 수행하세요”
설화는 동급생의 자신이 방해되었냐는 물음에 그때가 되어서야 책을 읽고 있던 동작을 멈추고는 동급생을 바라보며 그에게 시선을 맞추고는 도리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태도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그에게는 나름의 일종의 배려심에서 나온 행동이겠지요. 더불어서 더는 계속 관련될 이유도 없다고 판단해서도 그럴 것입니다. 그가 들고 있는 것과 동시에 지금 행하는 행동을 바라보건데 아마도 본래라면 그는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대지가 그 격한 움직임을 통하여 그녀와 그를 이어주었을 뿐입니다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옮은 말이지만, 지진에 대피하고자 한다면 탁 트인 공간이 더 낮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그런 곳에 가장 가깝지요”
이어서 동급생의 걱정 섞인 듯한 충고에 설화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의미로든 간에 동급생은 그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 정도는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말해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선의라는 것이며 그럴 것입니다 간혹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행위에도 큰 의미를 두고는 하여 문제가 됩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하는데 있어 굳이 큰 의미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무런 이유도 없어도 됩니다. 단지 그렇게 하고 싶어서 라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귀하라니. 같은 반에게 그렇게 말을 하는 이가 있을 줄은 몰랐어. ...이상하다는 건 아니고."
그저, 요즘도 그런 표현을 쓰는 이가 있구나 싶어 윤재는 살짝 당황하는 눈빛을 보였다.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법한 표현을 실제로 들은 사람의 심정이 이런 것이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몰라도 상관없는 사안을 하나 배우면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아무튼 방해되는 것은 아니라고는 하나, 목적을 수행하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또 그런 것은 아닌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결론은 편한대로 하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추측하며 그는 뭉개진 빵이 들어간 빵 포장지를 뜯어 빵을 한 입 먹었다. 너저분한 느낌이긴 하나, 그래도 맛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빵을 몇 번 씹으면서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아무리 잘 모르는 이라도 같은 반이면 걱정 정도는 해. ...아예 관계없는 이라면 또 모를까.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의 신경은 쓸 것 같지만."
그저 의미없이, 딱히 답을 기대하지 않는 대답을 하며 윤재는 땅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땅을 바라봤다. 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지진이 나는 것인지. 괜히 땅을 발로 콕콕 찍어보다가 그는 행동을 멈췄다.
"사실 제일 안전한 곳은 대피소 같은 곳이 아닐까 싶지만. ...왜 갑자기 이리 지진이 벌어지는걸까. 날이 가면 갈수록 심해져서 골치가 아파."
동급생의 그런 말에 설화는 작게 웃고는 되묻듯이 말했습니다. 너무 고리타분한 어법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런데도 여전히 옛 시대에 머물러 있고 그에 더해 역행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인제 와서는 그녀의 행동은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동급생보다 책에 우선하고 있는 것이 아닌 책보다 동급생에게 있었습니다. 그와 대화에서 그를 확실히 바라보며 시선에 맞추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표현하듯이 설화가 책을 읽는 것을 완전히 멈췄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냥한 생각이네요.”
이어지는 동급생의 말에 설화는 그렇게 짧게 소감을 내비치듯 말했습니다. 사람이 좋다고 말해야 할까요 아니면 오지랖이 넓다고 해야 할까요 둘 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사실, 어느 쪽이든 설화에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것이 다 개성이라는 것이 아니겠습니다. 사실, 수년간 늘 함께하게 될 사람을 대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하지 못하거나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학교에는 온갖 인간 군상이 존재합니다
“그렇겠지요, 피난은 과정일 뿐이지요. 갑자기 하는 것은 인간만의 관점이에요. 자연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그 모습과 성질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근 일대의 지각 구조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설화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덧붙여 설명하듯이 말합니다. 지진이란 대지 자체가 갈라지는 것이니만큼 그 대지에 지태 세운 건물은 어떤 식으로든 완전히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적으로 대응할 목적으로 설계와 설비가 갖춰진 건축물이 더욱 더 안전하다는 것은 명백한 것입니다. 동급생이 언급한 것과 같이 지진은 어느 날을 기점으로 점점 거세져 가고 있습니다. 무언가가 다가오듯이. 그 앞에는, 미래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자연의 힘 앞에 무력하게 스러져 비탄에 빠진 사람들? 그렇다 하더라도 여타 많은 지진으로 인한 결과가 그랬듯이 그것조차 그저 한순간에 덧없는 기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간들은 꿋꿋이 쓰러져 간 것들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며 그때보다도 더욱 번창해왔습니다
당신이라는 표현이라니. 역시 동급생끼리 쓸 표현은 아니지 않나 생각을 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상대가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그건 또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이어 그는 편한대로 해도 좋다고 이야기를 하며 더 이상 그 관련으로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이 입을 꾹 다물었다.
빵을 마저 먹으면서 음료수를 먹으니 약간의 허전함이 채워져 그는 괜히 만족함을 느끼며 자신의 배를 교복 위로 가볍게 통통 치다가 오른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무튼 이어 지진에 대한 그녀의 생각에 그는 오른손을 머리에 올리고 가만히 긁적이다가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하지만 그러면 원인불명이라고 하긴 힘들지 않아? ...난 원인불명이라는 자연재해는 들어본 적 없어. 물론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긴 한데."
일단 확실한건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집, 즉 카페를 떠올렸다. 여기에 가게를 차린 만큼 쉽게 피난을 갈 수도 없으니 그저 큰일만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그는 작게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어느 쪽이건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야. 그러니까 조심해. ...나도 조심할거니까. ...교실 들어갈거야?"
다시금 동급생의 언행에 설화는 작게 웃고는 그렇게 지금에서야 그녀는 앞의 동급생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듯이 누군가가 보기를 시대에 엇나가버렸다고 평할 그러한 행위들은 그녀의 선택이며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행동입니다. 그리고 동급생이 말해주었듯이 그 행동들은 그녀의 무언가의 바뀌게 되는 계기가 없는 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지요. 그러나 인간이 규명하지 못하였을 뿐, 모든 것에는 인과 관계가 존재하는 법이에요. 원인 불명이라는 것은 그저 알 수 없다는 것이지 원인 없이 제 스스로 이루워진다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지요”
거듭 이어진 동급생의 말에 수긍하면서 동시에 그에 설명을 겯들이듯이 설화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결국, 그것도 어느날이 되었든 간에 어떤 형태로든지 알려지게 될 것입니다. 머나만 옛날 인간들은 그저 거기에 있었을 뿐이며 계속되어 왔던 자연의 현상들을 경외하거나 하면서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것들로 치부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인간들이 거듭 성장해오면서 달라졌고 되려 그러한 것들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씌이도록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류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 점은, 저도 동의한답니다. 어째서인가 일반적인 지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아요. 그저 그렇게 느껴질 뿐에 지나지 않는 이전 다름이 없는 것일지라도. 교내는 휴식 시간이 끝나면 그에 맞춰 돌아갈 생각이랍니다. 혹은, 저와 함께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설화는 동급생의 말에 긍정하여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도 그러한 유사한 느낌을 지닌다는 식으로 소감을 답하며 동시에 동급생의 질문에 조금 장난스럽게 묻듯이 설화는 말했습니다. 조금 장난스럽게 묻기는 했지만 정마로 그가 그것들 원한다면 하지 못할 것도 아니였습니다. 휴식 시간이 끝나기 전에 교내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보통, 더 빨리 복귀하면 좋으면 좋았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참 별별 호칭은 다 듣는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귀하, 당신, -씨. 평소에는 듣지 못할 표현들이니 나중에 집에 가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자랑 정도는 해도 좋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그는 스스로 결론을 내리며 마무리를 지었다. 물론 대수롭지 않은 대답이나 돌아올 것 같았지만 말을 한다고 해서 딱히 손해볼 것도 없었고 나쁠 것도 없다는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아무튼 그녀의 말에는 크게 동의하며 그는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인이 없을 수는 없었다. 허나 대체 그 원인은 뭐란 말인가. 대체 뭔데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며칠전부터, 정확히는 땅이 흔들리기 얼마 전부터 느끼던 불안함의 원인도 스스로 알 수 없었다.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하지만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가장 불안한건, 부모님에게 물어도 그런 느낌은 딱히 없다는 것이었다. 그 점이 그를 내심 불안하게 만들었다. 애초에 자신은 부모님의...
딱 거기까지만 생각을 하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이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하며 그는 곧 그녀의 말에 이어 대답했다.
"네가 돌아가겠다면 같이 돌아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같이 안 가도 상관없어. ...그냥 지진이 요즘 벌어지니 밖에 있으면 조심하는게 낫지 않나 싶어서 말한 것 뿐이야. ...말했다시피 난 전에 등교할 때 화분이 떨어지는 것도 봤으니까. 물론 여기는 그런 건 없지만..."
그래도 건물이 혹시나 잘못되어서 벽돌이라도 떨어지면 크게 다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설화는 동급생의 그런 말에 아무 말 없이 그저 또다시 작게 웃어 보였습니다. 대지의 흔들림은 날로 거세져 가며 사람들에게 불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화에는 오늘날에는 조금 고마운 느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그와 그녀, 오늘날 이 둘은 그저 스스로 행동을 할 뿐 서로 다르게 흘러갔을 뿐인 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때마침 대지가 그 몸을 흔들어서 그 둘의 사이를 메꾸어 이어지도록 한 것만 같습니다. 같은 상황을 겪고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그렇게 끝을 맺는다. 설화에는 나름대로 좋은 일이었습니다. 한 가지보다는 두 가지를 겪고 지내는 게 더 좋습니다
“저에게 맡겨두도록 하시겠다는 거로군요? 온전히 스스로의 선택으로 하여금 존중하고자? 어느 의미로든 좋은 모습이네요. 그렇게 말해주신 것만으로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죠”
설화는 여전히 제자리에 남아있는 것으로서 동급생에게 전했던 말에 대답을 대신에 하였고 이어 동급생의 말에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거듭 자신을 자신의 상태를 신경 써주는 것에 설화는 이 동급생에게 더욱 큰 관심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이전에 생각하였듯이 그저 단순한 그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자그마한 호의일지라도 상관없는 사항입니다. 이처럼 그녀 역시도 그저 그렇게 느끼고 싶기에 그럴 뿐입니다
“네, 아무쪼록 좋은 일과가 되기를. 짧은 순간이 이였지만 재미있었답니다”
설화는 돌아가겠다고 말한 동급생을 향해서 정중하게 행동를 취하면 작별 인사를 건네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던 소감을 더하여 말했습니다. 그는 최후의 마지막까지도 그녀를 걱정합니다. 어찌 그를 좋게 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갈수록 더 마음에 드는 인물상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사람의 그 하나의 행동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일을 크게 그르치기 쉽습니다. 그것은 서로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현상이 될 것입니다
>>649 어찌하여 그렇게 시선만을 돌아보고 계십니까? 저희는 무엇입니까? 한치 흐트러짐 없이 믿어왔던 선에게 배반당해 버려진다면 선이 저희를 내버렸듯이 저희도 선을 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선을 지키고 악를 쳐서 멸하라고 라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악이란 대체 무엇이며 그 끝에는 무엇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