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가면 갈수록 지진의 빈도는 더욱 커지고 그 규모도 강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땅만 흔들리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건물마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고 자연히 도시 분위기는 혼란 그 자체였다. 이대로 가면 정말로 큰일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고, 피난을 준비하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학교도 휴교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으나, 아직 휴교 발표는 없었고, 학생들은 자연히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을 해결한 윤재는 매점으로 가서 가볍게 마실 빵과 음료수를 하나 사서 학교 뒷뜰로 향했다. 그 순간 갑자기 정말로 큰 지진이 일어나 윤재는 정말로 깜짝 놀라 몸을 아래로 낮췄다.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고 계속 흔들리던 지진 속에서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윤재는 괜히 침을 삼키며 눈동자를 가만히 굴렸다. 그렇게 이어지던 지진이 겨우 멈추자 그제야 윤재는 겨우 몸을 일으켰고 식은 땀을 교복 소매로 닦아냈다.
"...아."
가만히 주변을 바라보던 도중, 그의 눈에 같은 반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시선을 고정하며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설화는 수업이 잠시 멈추어진 시간. 그때 학교 뒷뜰에서 그곳의 작은 자연이 만들어낸 그늘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현대에는 전자 책 혹은 E-book이라 하여 간단하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 쉽게 볼 수 있지만 종이 책은 그 나름의 풍류를 느끼게 해줍니다. 실내에서 읽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오늘은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야외 활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그녀라도 이러한 소박하고 꾸며진 것들이 보여주는 자연의 단편에 불과할지도 모르더라도 자연 그 자체의 자태에서 우러나오는 풍경까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이렇게 굳이 그녀 자신의 태생적인 성질에 불구하고 야외에 나와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강렬한 진동이 그녀와 모든 것을 덮쳐왔고 그 기세를 쉬이 거두지 않았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사그라 들었을때 설화는 몸을 추스리고는 마침 근처에 있었던 동급생의 질문에 그를 한번 바라보고는 그렇게 답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울리며 몸무림치는 땅의 움직임. 그래요, 지진이라고 불리는 현상인 것입니다. 최근 들어서 지역 환경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것은 이 지역의 지질 구조에 무언가 변화가 어떠한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생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전조로 앞으로 더욱 큰 지진이 있을 거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정말로, 대규모의 지진이 본격적으로 덮쳐온다면 많은 피해는 필연적으로 뒤따라 옵니다. 그때 저희는 어찌해야만 할까요 사람은 저마다 다양한 선택을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와 그 가족은 선택해야만 합니다. 어쩌면 자연은 그 선택조차 허용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되었든 아직 그것은 오지 않았으며 설화에게는 지금 할 일이 있습니다. 다시금 책을 펼치고는 독서를 재개하였습니다
그의 말 끝이 좀 더 길게 이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그의 표정은 난감한 느낌으로 뒤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땅이 그렇게 크게 흔들렸는뗴 마치 아무렇지도 않게, 독서를 하고 있는 그 모습이 그로서는 신기할 뿐이었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것일까? 생각을 하며 윤재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대단하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지진이 있었는데."
적어도 자신이라면 시도도 못할 거라고 쌩각하며 그는 두 손에 쥐고 있는 빵과 음료수를 바라봤다. 다행히 놓치진 않았으나, 지진 때문예 괜히 두 손에 힘이 강하게 들어간 것인지 빵 포장지가 살짝 구겨져 있었고, 그 내용물도 살짝 뭉개진 상태였다. 괜히 아쉬움을 느끼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무슨 책을 읽는거야?"
아주 작은 호기심을 느끼며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책을 읽는 것으로 보아 정말로 재밌는 것인지, 흥미로운 것인지. 그로서는 조금 궁금했던 모양이다.
설화는 잠깐 전 동급생의 질문에 그 말을 남기고는 제 일에 몰두하며 자신의 근처의 동급생이 모습이나 행동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설화 자신도 이 앞에 동급생에게도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네, 있었지요... 그런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골적으로 무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설화는 재차 동급생의 그녀를 대상으로 하는 분명한 감탄사와 함께 흘리는 말을 듣고는 곧 여전히 책을 읽으면서도 한번 슬쩍 그에게 눈을 돌려 바라보고는 담담히 되묻듯이 대답함으로써. 아무래도 이 앞의 동급생은 설화의 행동에 조금 놀란 것만 같습니다. 아마도 지진에 관련하여 그런 것이겠죠 명백히 밝히자면 그녀라고 해서 지진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을 두려워하고 움츠려 있어 봐야 아무런 이득도 없습니다. 그 공포를 알기에 더더욱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합니다. 지금, 지진은 지나갔습니다.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지금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는 더 나을 겁니다. 지진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있었고 그렇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대지가 품은 분노가 아직 점잖을 때 우리들은 가능한 많은 것들 누리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이런 사소하고 한가한 여유는 귀중해질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저자인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급생의 질문에 설화는 여전히 그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흘깃 보고기만 하고는 무덤덤하게 저자의 이름과 책의 이름을 말해주며 대답하였습니다. 그것은 종교와 신성에 관하여 과감하게 해체하고 그것을 새롭게 인지하고 정의하며 정리해보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요. 몇몇 사람들에게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내용이 많습니다. 특히 신실하고 독실한 신자의 경우에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