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다잡고 하라고는 해도,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탈이 아니여서 그런지 다잡기가 어려웠다. 사실 혜향 교수님이 잠깐 떠오른 탓이겠지. 탈이면서도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깨트릴 수 없는 맹세까지 했던 사람. 눈을 깜빡이며 단태는 입술을 혀로 핥은 뒤 주문을 외웠다.
"괜찮아. 나는 너의 그런 뻔뻔스러운 모습조차 좋아서 미칠 지경이니까~ ... 어머나. 그거, 엄청 로맨틱한 말인 건 알고 있어~?"
분명 자신의 과대해석일 가능성이 크기는 했지만 또 어떻게 해석해보자면 결국 당신에게는 자신같은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지금만큼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좋게 바라볼 자신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는 안 그랬던 거냐고 한다면 또 그건 아니었지만.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주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자신이야 가문과 완전히 척을 지고 모두를 적으로 돌렸지만 당신은 또 다르니까. '그럼. 그때가 된다면 너랑 나는 끝인걸까?' 하고. 장난스러운 말 한 마디를 던져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 여보는 나랑 한 약속만 잘 지켜주면 돼~ 나머지는 내가 전부 감당하도록 할테니까. 적어도.. 사람 대 사람의 내기였다면 전에 너한테 속삭였던 것처럼 너를 내깃돈으로 걸었겠지만. 지금만큼은 그럴수 없었으니까."
조금은 어두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음만큼은 해사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곱게 들려왔기 때문이라는 영향이 컸다. 자신이 유일한 사람이 되는것은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것이었다. 이윽고 당신의 입질에 주양은 살짝 몸을 움찔거리면서 더더욱 당신에게 몸을 기대어왔다. 방음 마법이 걸리지 않은 지금만큼은 참을 필요 없었으니까. 한껏 몸을 기대고, 당신을 껴안은 손에 힘을 쥐며 그 순간을 즐길 뿐이었다.
"당연하지. 그치만 만약 그렇게 되었을 때의 일이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나. 그것과의 내기라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지금 내 기분.. 엄청 짜릿해."
따지고 보면 자신이 참 수를 잘 뒀다고 느껴지는 것이. 어차피 그 쥐가 학원에서 쫓겨난다면 모두가 죽는다. 그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늘어난다면 내기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단 한명이 움직이는 것보다 여럿이 움직이는 것이라면 결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양은 씩 웃었다. 특유의 자신만만한 그 웃음이 다시 돌아왔다.
자신의 목숨을 건. 어쩌면 이길지도 모를 내기. 이긴다면 그것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진심으로 임하겠노라고 다짐하며, 주양은 히죽 웃었다.
"그렇다면 편지는 필요 없을것같고~ 당연하지. 오늘은 손만 잡고 잘거니까~ 안심해도 좋아, 우리 여보?"
너는 누군가를 걱정하며 슬퍼하곤 한다.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의 사람은 아니다. 네가 손을 멈추자 리치는 가방 안으로 들어간다. 당연한 일이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고개를 올렸다. 할 말을 고르는 표정은 아니었다. 너는 순수하게 그 말을 듣는 것이다. 그리고 한참동안 대답하지 않는다. 당신이 하는 말을 모두 듣고자 함이었다. 이윽고 미소를 본다. 초승달처럼 휘는 금빛 눈동자를 보던 네 입술이 잠시 다물렸다.
사람은 끝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건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된다고 하던들, 어쩐지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애당초 광인을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너는 고개를 들어올리고 가볍게 기울인다. 당신의 말이 옳기 때문이다. 당장 머글 학생이 실종되어 크루시오에 맞았어도 누구 하나 걱정하였나? 이 원내에 출입하려던 어둠의 마법사를 저지하다 죽은 오러는? 없다. 그저 한순간의 안타까움일 뿐이다. 이미 죽은것이 다시 한번 죽어도 눈하나 깜짝 안할 원내의 학생일터이니 그 이전엔 얄량한 동정심을 유발할 생각도 없다.
그리고 그것이 입술에서 호선을 그어올리는데, 오로지 입술만 올라가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감정이 담겼을 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미 선택한 사람을 보는 것의 시선이 잔잔해진다. 그리고 그대로 옹송그리던 것을 무릎을 꿇어내더니 손을 공손히 모으는 것이다.
"이 미천한 자가 펠리체 양의 강한 심상을 알아보지 못하고 선택을 종용하는 실언을 저질렀으니 이 모두 저의 죄이렵디다. 부디 용서해주시어요. 용서해주시어요. 용서해주시어요. 죄인의 죄를 용서하시어요."
나긋하게 흘러나온 발음 뒤로 네가 머리를 크게 땅에 박고 절한다. 한번, 두번, 세번. 기어이 네 이마에서 피가 나던 그 순간 고개를 번쩍 치켜올린 네가 아이처럼 말갛게 웃는다. 아프지도 않은 것처럼 "아- 이노리가 이노리 안에 있을까요? 그러면 좋을 텐데. 영원히 남아있어야 해요." 하고 종알거리던 목소리는 방금 전까지 부끄러워하던 소년의 것이다. 이윽고 방금 전 상황이 재미난 놀이였던 마냥 손을 모아내며 뺨 근처로 가져다대곤 손등에 볼을 부비며 아이처럼 작게 피히히 웃는 것이다.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던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또 다시 기숙사 점수를 차감당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점수를 끌어올려야 하긴 하는데, 요즘 의뢰를 자주 안 뛰다 보니 점수가 그대로 유지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조만간 다시 주궁 학생대표로써 출발해야겠지. 이윽고 들려오눈 말을 들으며. 그리고 대량으로 풀려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는 골든 스니치를 보며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ㄱ..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빠른데요...?"
맙소사. 퀴디치 경기를 뛸 때도 이렇게는 안 잡아봤는데. 씁 하고 입맛을 다시던 주양은 결국 이번에도 꼼수를 부려보기로 했다. 괜히 저걸 따라 날아다니다가 빗자루에서 떨어지는 불상사가 생길 바에야, 존버 또 존버하는 메타를 쓰겠다는 것이었다.
"좋아. 한 마리만 걸려라~!"
마치 포수처럼, 날아올 방향을 대충 예측해서 그리로 손을 뻗어보았다. 동시에 균형까지 잡아야 하니, 아주 지옥이 따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