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알 귀고리(아내의 것으로 추정) 러브레터(누구를 향한 것일까?) 매각 명세서(읽을 수 있는 건 스미스사 지분 포기 3단어) 매각서와 동일한 색의 얼룩(쓰다가 죽은 건가?) 연초(아편) 피묻은 손수건(?) 아내 친구분의 러브레터(누구를 향한? 피아니스트?) 아내와 동일한 드레스(?) 벌어들인 돈과 세금이 다르다는 칙서 각서(족보가..?)
평소, 자신의 형에게 학대를 받는 형수 아비게일을 달래주던 슈미트 스미스. 어느 순간부턴가,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게 된다. 피해자는 평소에 욕심이 많고 씀씀이가 좋지 못했던지라, 그는 형수의 재산을 지킬 겸 형의 사업을 도와주게 된다.
회사의 총무를 맡게 되자, 피해자의 비리를 알게 된 슈미트 스미스는 피해자와 날마다 다투게 된다. 거기에다, 거래처들이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는 건 너무하지 않냐는 편지를 받고 여왕의 칙서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사교회 시즌이 끝나는대로, 황실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겸사겸사, 형과 형수의 이혼을 허가해달라는 청원을 넣고 형수와 결혼을 할 계획이었다.
피해자가 고용한 피아니스트가 피해자와 임금 문제로 크게 다투는 것을 목격한 그는 자신이 형과 이야기 하겠다고 말하고.... 형의 방으로 갔다가 자신과 형수를 죽이려는 계획을 피해자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다, 형수를 향한 학대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리허설 전에 조심스럽게 피아노에 접근해, 피아노 줄을 하나 끊어서 챙긴다.
리허설을 진행하려던 피아니스트는 그 어긋난 음을 잡아내고 피해자에게 크게 화를 내게 되고....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그는 피해자에게 피아니스트의 임금을 제대로 챙겨주라고 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자신과 형수의 불건전한 관계를 알아챘음을 알게 된다.
반강제로 각서를 쓴 그는 피해자가 자신을 해고하려고 하자, 갖고 있던 피아노줄로 목을 졸라 살해하게 된다. 피해자는 버둥거리다, 그대로 사망하게 된다. 슈미트 스미스는 자신의 손에 남은 자국을 검은 장갑으로 가리며, 영원히 이 범죄가 들키지 않기를 바랐다.
>>255 아주 맛있는 시간이었어요!!😋((어깨를 빵빵하게 으쓱으쓱해요!!)) 앗! 앗! 아앗!😳😳😳 독..독이요?! 안 돼요! 잠들 수 없어요...잠들면 출근이..기다려요..잉..😢 출근싫어..날로 먹고 싶어요..잉..이잉...((베개에 안 닿으려고 고개를 빳빳하게 세워요!!))
너는 청궁에 가도 됐지 않느냐는 질문을 유달리 자주 받는 편에 속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현궁 내부에서 크고작은 사고를 치는 비율중 네가 월등히 높은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너는 형광 부엉이를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장난은 치지 않았지만 오르치데우스*를 배운 날에는 머글의 동화책 중 헨젤과 그레텔에서 길을 잃지 않게 빵조각을 뿌렸듯 네가 지나가는 온 길을 꽃다발 천지로 만들기도 했고, 아비스* 마법을 배웠을 때는 새가 유달리 많이 보이기도 했다.
"아-!"
그런 사고뭉치인 너는 최근 금지된 숲 근처로 자주 다녔다. 원내에서 대체 쟤가 뭘 하길래 금지된 숲 입구에서 계속 서성거리느냔 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다만 네가 돌아오는 날마다 머리 위에는 새끼 니플러가 있지를 않나, 아니면 처음 보는 신비한 동물과 빙글빙글 춤을 추며 나오지를 않나, 여러 신비한 동물과 함께 다니는 것으로 보아 다들 늘 그렇듯 네가 동물과 놀다 왔겠거니 싶었다. 정확히는 어제까지는 그랬다는 뜻이다. 오늘은 네가 마법도 아닌 사고를 치는 드문 날이었다.
네가 학교로 돌아오자 학생들이 널 보고 자리에 굳는다. 그도 당연한 것이 네가 맨발로 도도도 달릴 때 뒤에서 무엇이 쫄래쫄래 쫓아왔는가 하면, 바로 문카프다. 대체 어떻게 하면 문카프 한마리를 데려올 수 있는가 싶지만 너는 지금 문카프와 빙글빙글 뛰며 춤을 추는 것이다. 학생이 금지된 숲 근처에서 노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없는 개인의 자유지만, 아무리 그래도.
"문카프야, 이노리랑 놀아요?"
신비한 생물을 데려와서 복도를 우당탕쿵탕 뛰어다니지 않은가. 야생에 있어야 할 동물과 친해진 것도 문제지만 네가 정신없이 뛰어다니면 그 뒤를 문카프가 쫄래쫄래 쫓아다니기 때문에 지나다니는 학생마다 놀라게 하는 것이 문제였다. 오늘 너는 단단히 사고를 치고야 만 것이다.
큰 사건이 있었던 날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모두가 입 다물고 감추기로 했으니 일상은 뒤틀림을 숨기고 언제나와 같은 평온을 가장한다. 교묘하게, 어떤 면에서는 절박하게도. 이질점을 스스로 집어내어 붙잡지만 않는다면 모든 일이 평소와 같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좀처럼 가라앉은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어 갔는지 알 수 없다. 지난번에는 현궁의 학생 하나, 이번에는 교수. 비록 후자는 다른 의도를 가졌었기에 참작한다 치더라도 그들이 내부에서부터 숨어들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택영은 아직 자신이 교수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만약에 그가 정말로 무고하다면 과연 그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지, 그들에게 섞여들기 돌이킬 수 없는 죄업을 하나라도 저질렀다면 영영 그를 두려워해야 할지.
생각이 복잡했지만 과업에 태만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울적해하면서도 부지런히 원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주변에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는지 살펴보는 일을 한 것이다. 움직이니 잡스러운 생각이 덜 드는 듯했다. 생각이 많을 때 고민을 덜어내는 특효약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잡생각 따위가 들 틈도 없이 정신 없는 일에 휘말리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난데없이 사람 하나와 정체 모를 동물 하나가 제 쪽으로 우다다다 달려오는 지금 상황처럼.
이 뭐꼬……. 그는 가장 먼저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눈을 한 번 가리고 깜빡거릴 때마다 영화의 기법처럼 이노리의 모습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이야 지극히 일상적인 광경이니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사람이 급하면 복도에서 좀 뛸 수도 있지. 다치지 않게 조심한다면 괜찮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노리의 뒤를 따라오는 생물이 점점 생동감을 더해가며 덩치를 키워가니 문제였다. 저건 거꾸로 디비져서 봐도 문카프였다. 일반적인 동물도 아니고, 패밀리어도 아니다. 즉 야생동물을 데려와서 우당탕탕을……! 당장이라도 뒷목을 잡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다. 말리지 않으면 그대로 멈추지 않고 온 복도를 휘젓거나 충돌 사고가 생길 게 뻔하니, 택영은 일단 이노리와 문카프가 달려오는 경로의 한가운데에 서서 두 손을 휘휘 커다랗게 휘저었다. ……부디 이노리가 이 동작을 반갑게 인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막내동생의 연애 소식에 라온까지 찾아왔던 파이몬을 맞이한 건 당사자의 싸늘한 대접과 그런 그녀의 곁에 거리낌없이 다가가는 한 남학생의 모습이었다. 냉랭한 엄포에 굳어버려, 돌아서는 그녀를 바로 붙잡지 못 하다가, 뒤늦게 카페테리아에서 나와 쫓던 중 둘이 같이 있는 장면을 보고 만 것이다.
자신에게는 한겨울의 북풍처럼 싸늘하게 굴던 막내동생이 붉은 머리에 키가 훤칠한- 본인의 표현으로 기생오래비 같은 남학생의 옆에서 한없이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파이몬을 그 장면을 보고도 차마 가까이 다가가질 못 했다. 지금 저기에 끼어들었다간, 조금 전 들었던 엄포가 현실이 될 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가서 둘을 갈라놓고 주먹으로 저 놈의 출신성분을 낱낱이 털어내고 싶었다만. 그것은 이루지 못 할 숙원으로만 가슴에 품은 채 그곳에서 나와야만 했다.
풀 길 없는 답답함을 어찌해야하나 싶던 파이몬은 남매들이라면 그나마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 싶어 본가로 모두를 불러모았다. 그냥은 안 모일테니 회심의 술을 미끼로 부르자 다들 귀찮아 하면서도 모여주었다.
"이게 얼마만이야~ 라고 해도, 막내 개학하고 얼마 안 지나서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네~" "그러게 말이다. 난 이 시기에 파이가 여기 있다는게 더 신기해." "...보나마나 리체 관련이겠지..." "거 주둥이가 많으니까 한마디씩만 해도 시끄럽다. 야야, 떠들고 말고 잔이나 들어."
그렇게 간만에 남매들끼리 술자리가 열렸다. 다들 한 주량 하다보니 독한 술 두세병을 비울 때까지도 술기운은 티도 안 났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술이 도는 건 이길 수가 없었으니. 하나들 뭉근하게 술기운이 올라올 쯤 되자 이때다 싶었던 파이몬이 라온으로 그녀를 찾아갔던 일을 슬그머니 꺼냈다.
"야, 내가 있잖냐- 막내 그게 애인 생겼다는 말 듣고 거기, 거 라온까지 찾아갔었거드은?"
알콜의 기운 탓에 다소 말이 늘어지긴 했지만, 가서 무슨 대화를 했고 어떤 대우를 받았으며 저를 그렇게 대한 그녀가 기생오래비-애인으로 보이는 남학생과 얼마나 알콩달콩하던가 상세히 늘어놓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 고민에 동감을 표해줄 줄 알았던 남매들이 보인 뜻밖의 태도들이었다.
"이야- 이 XX 진짜 찾아갔네? 아 이래서 내기하기 싫었는데." "후후! 그 얘길 듣고 가만히 있으면 파이몬이 아니지~ 브리, 나중에 돈 똑바로 내놔? 응?" "재미없긴... 사람이 너무 한결같아도 매력없어..."
자신이 어떻게 할지를 두고 내기를 한 듯한 블리스와 헬리아는 두 말 할 것도 없고, 그나마 자신과 비슷한 마음일거라 생각했던 델피니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 아닌가. 어느 누구도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해주거나 알아주지조차 않는 상황에 파이몬은 그나마 들었던 술기운도 깰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남매들의 입담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본인에게로 화살이 돌려졌다.
"뭐 내기야 그렇다 치고. 파이 너도 참 징글맞어. 리체는 더이상 그 때의 꼬맹이가 아냐. 그렇게 득달같이 굴 필요 없다고." "아니 그래도 아직 성인도 안 된 애인데," "그래서 뭐, 언제까지 싸고 돌 건데? 어? 나이 차면 다 컸구나 하고 놔줄려고?" "그건 그 때 가서 생각-" "하! 야, 말만 보면 아주 그냥 평생 돌봐주기라도 할 거 같이 구는데, 팩트만 까볼까? 우리 중에 가장 먼저 그 애를 포기했던 건 너잖아."
파이몬의 가장 아픈 곳, 아니, 가장 양심의 가책을 찌르는 말에 일순 자리가 조용해진다. 술맛보다 쓴 말을 들은 파이몬이 조용히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자, 블리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를 대신하듯 헬리아가 나긋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 때 정~말 정말 큰 일이었지~ 우리 귀여운 막둥이가 매일 매일 바닥만 보고 다니는데, 그거 달래주느라 얼마나 고생했던지~ 그래도 딱히 파이를 원망하진 않았어. 응.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 "2년이나 돌봤으니까 그만하면 고생했고, 나랑 브리가 졸업한 해에 나갔으니까 그렇게 무책임하지도 않았지. 그러니까~ 우리는 그럴 수 있지 하고 파이의 만행을 넘어가줬어. 나중에 돌아왔을 때, 리체도 아무 말 안 했잖아. 우리는 널 봐줬는데, 넌 왜 그래?" "그거랑 이거는 다르지..." "아니? 뭐가 다르다는 거야. 같은거잖아. 파이가 제멋대로 나간 거랑 리체가 제멋대로 연애하는게 뭐가 달라. 따지자면 리체의 대처가 더 현명하지. 사후 보고긴 해도 말을 해줬잖아. 그런데 파이는? 말도 없이 나가서 2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다가 갑자기 돌아왔었지? 뻔뻔하게 웃는 얼굴로 기어들어온 너를 책망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었나? 그런 대우를 받아놓고, 이제와 무슨 낯짝으로 리체에게 행실이 어떻니 따위를 따질 수 있어?" "...젠장..."
블리스가 묵직하게 치고 들어간다면 헬리아는 특유의 나긋함으로 차근히 짓밟는 스타일이었다. 그것도 정확히 팩트만 짚으니 파이몬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죄인마냥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자신의 답답함을 들어달라 하려고 만든 자리에서 이렇게 역풍을 맞을 줄이야. 반쯤 마음이 꺾인 파이몬을 보고도 누구 하나 달래주지 않는다. 형식상의 위로도 없다. 델피니는 질린다며 술잔을 들고 자리를 피하고, 블리스와 헬리아만이 쿵짝을 맞춰 대화를 나눌 뿐이다.
"아, 맞다~ 브리, 그거 알아? 내가 진짜 재밌는 얘기를 하나 들었거든?" "재밌는 거? 뭔데?" "저~기 어느 나라에 우리랑 비슷한 약소 순혈 가문이 있는데, 유일하게 대를 이을 장자가 지병으로 죽어서 가문의 맥이 끊기기 직전까지 갔었다더라구. 여식도 있긴 한데 걔도 오늘내일 했나봐~ 그래서 그 가문에선 여기까진가보다 하고 가문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어떤 순혈 마법사가 나서서 그 가문의 맥을 이어주겠다고 했다는거야~" "뭐야 그게. 그런게 가능해?" "방법이야 없지는 않지? 듣자하니 이번엔 그 마법사가 그 가문의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걸로 했다던데? 어디서 구했는지 몰라도 여식의 병을 낫게 할 특효약까지 구해왔으니 가문 입장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지~ 그런데 참~" "왜, 그거 말고 뭐가 또 있어?" "있지~ 그게 말야, 그 여식이랑 그 마법사의 나이 차이가 무려-"
쾅!
둘이 술잔을 기울이며 노닥이고 있던 중, 그 때까지 가만히 있던 파이몬이 돌연 술상을 주먹으로 내리쳐 소음을 일으켰다. 마치 헬리아의 말을 끊으려는 것처럼. 그 의도를 읽은 듯 모두가 말을 멈추고 행동을 멈춘 채 파이몬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짓고 있던, 기가 꺾인 표정 대신 은근한 분노를 드러내는 파이몬을 보고 곧 헬리아가 시니컬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어머, 파이, 그렇게 발끈하면 애써 이름을 감춘 보람이 없잖아. 아, 혹시 감춰서 화난거야? 오. 난 네가 열두살짜리 님펫(Nymphet)을 들인게 그렇게 자랑스러울 줄은 몰랐는데?" "뭐야. 파이 얘기였어 그거? 아니 그보다 뭐? 님펫? 몇살?" "...하, 누가 말려. 저 성질머리..."
꽤나 충격적인 얘기에 블리스는 대놓고 놀랐지만 저만치서 듣고 있던 델피니는 이미 알고 있던 얘기인 듯 미간만 찌푸렸다. 이번에도 화두의 중심이 된 파이몬은 좀더 선명히 화를 드러내며 낮게 으르렁거렸지만, 이 파문을 일으킨 헬리아는 되려 소리높여 웃으며 그를 조롱했다.
"헬리아, 너...!" "아하하하! 왜, 왜 그러는 건데? 난 감춰주려고 했는데 파이가 그렇게 반응하니까 감춰주기 싫어지잖아. 자초한거야. 듣기 싫어도 꾹 참았으면 그대로 지나갔을텐데." "됐고.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거야. 분명 어머니 밖에 모르실텐데." "후후. 알다시피 내가 발이 좀 넓잖아~ 단골 손님 중에 하나가 마침! 그 나라에서 온 사람이었거든. 파이는 몰라도 '스피델리' 라는 이름은 아니까, 성이 같은 나한테도 얘기가 들어온거지. 아, 멍청한 파이몬. 알려지는게 싫었으면 적어도 성은 가렸어야지~ 우흐, 흐흐, 아하하하!" "이.... XX!!!"
자신의 일을 갖고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파이몬은 끝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식당을 나갔다. 제법 무게가 있는 문을 쿵! 울릴 정도로 닫고 나가는 걸 보며 남매들은 각자 웃고, 고개를 젓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파이몬이 나간 뒤 제자리로 돌아온 델피니를 향해, 헬리아가 웃으며 물었다.
"그 가문 여식의 특효약 만든 거, 너지? 델피." "...알면서 뭘 물어봐..." "아니~ 뭔 수를 써도 안 낫던 병을 고치는 약을 만들었다니까~ 대단해서 그렇지?" "어, 그러게. 뭘 어떻게 한 거냐?" "......리체랑, 비슷했으니까... 그래서 가능했어..." "흐음, 그렇구나." "뭔 소리야. 니들만 이해하지 말고 설명 좀 해봐 이것들아!"
대화 중간에 끼어든 블리스가 성을 냈지만 남은 둘은 입이 붙기라도 한 듯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저만 따돌리는 상황에 성이 난 블리스에게서 다시 쌍소리가 나오려 하자, 헬리아가 근처에 있던 과일조각 몇개를 그의 입에 쑤셔넣어 말을 막았다. 그런 다음 태연히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우리 꼬꼬마 리체도 애인이 생겼으니 곧 그게 오겠네. 잘 견딜 수 있으려나?" "저번에... 약 보냈어. 그러니까, 괜찮아." "그럼 다행이고~ 아, 델피는 아직 모르지, 그거? 엄청 아프다구~ 누가 심장을 쥐고 이렇게 비트는 것 같이 아픈데-" "아 아 아아아! 아파! 아픈거 알았으니까 그만해!" "어머, 미안. 살짝 예시만 보여준다는게~"
헬리아가 설명과 함께 정말로 델피니의 왼쪽 가슴을 비틀었기 때문에 아픈 비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잘 다듬어진 손톱이 파고들었던 옷 위를 문지르며 궁시렁대는 델피니를 보면서 잠시 키득댄 헬리아는 그제서야 쑤셔넣었던 과일조각을 다 먹은 블리스를 발견하고 말했다.
"자! 아직 술 남았으니까 한잔씩 더 하자~ 브리, 거기서 안주만 축내지 말고 잔 들어~ 아직 밤은 길다구~" "이 망할! 내가 축냈냐 니가 먹였지! 이 화상아! 오늘이야말로 너랑 나 둘 중에 하나는 죽을 때까지 마실 줄 알아!" "오! 나야 환영이지! 델피, 저기 창고 가서 몇병 더 꺼내와. 오늘이야말로 결판을 내보자구?" "...에휴... 밑 빠진 술독들 같으니..."
그렇게 남매간의 술자리는 최초의 목적을 잃고 파탄 직전까지 간 끝에, 날이 밝을 쯤 블리스와 헬리아가 동시에 쓰러지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파이몬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으며 뒷정리는 그 때까지 조용히 자작하던 델피니의 몫이었다고 한다.
너는 신나게 복도를 누볐다. 복도를 뛰는 건 버릇없는 짓이라고들 하지만 재밌는 일이 있는 걸 어쩌겠나. 문카프는 막대기처럼 쭉 뻗은 토실토실한 몸을 좌우로 흔들며 열심히 네 뒤를 쫓았다. 그 광경이 어미 닭을 쫓는 병아리 같았지만, 그 크기가 달랐다. 너는 여타 1학년 학생과 비등할 정도로 아담했고, 문카프는 너보다는 하나정도가 작았기 때문이다. 그런 두 존재로 인해 원내는 당연히 소란스러워진다. 문카프는 야행성이고, 수줍음이 많으며, 보름달이 뜨는 날 모습을 드러낸다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활기차게 달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소수의 인원은 문카프가 작은 줄 알았지만 제법 컸기에 놀랐던 것도 있으리라.
"야!!! 이누리!!! 멈춰!" "그럴 재간이 있으시다면 어디 한번 멈춰보시든지요." "너 진짜 그럴..악!"
당연히 너를 제지하려 했던 사람도 있다. 한서다. 소란이 있다는 소리에 너를 막아세우려 했지만 그는 문카프의 폭신한 몸에 맞고 쓰러졌다. 방해물을 흘끔 돌아본 너는 메롱, 하고 혀를 쭉 내밀더니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리며 쿡쿡 웃었다. 그리고 다시 질주를 시작했고, 너를 막을 사람은 없어보였다.
"안녕-! 이노리도 안녕이에요?"
단 한사람을 제외하면 그렇다는 소리였다. 너를 누구보다 잘 다루는 원내의 존재 중에는 택영이 있는데, 칭찬 세례를 받다보면 어느새 쳤던 사고도 말끔하게 정리가 되는 편이었다. 누군가의 염원이 무색하게도 너는 택영의 행동을 인사로 받아들였고, 점점 속도를 줄였다. 당연하게도 안기 위해서다. 이대로 안아버리면 넘어질게 뻔했으니 너는 다다닥 달리던 발걸음을 천천히 늦추더니, 어느 지점에서 노련하게 폴짝 뛰더니 나무에 매달리는 매미처럼 착 그를 끌어안으려 했다. 아이처럼 꺄르륵 웃은 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금지된 숲 근처에서 놀고 있는데 친해졌어요? 문카프야- 인사해!"
문카프는 몸을 뒤뚱뒤뚱 움직여 택영의 근처로 다가온다. 뾰로롭 소리를 내며 폴짝폴짝 뛰는것이다. 너는 당연히 이 상황이 재밌다는듯 웃었다.
무엇이 분한것인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자신에게 크루시오를 더 맞지 못한것인지 아니면 더 많이 쓰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탈이 와서 그 녀석을 데려갔기 때문인지. 레오는 감을 못잡겠단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곤 뭐가 됐든 잘 된것 같으니 됐나- 라는 속 편한 생각으로 일관했다. 뭐, 좋은게 좋은거니까. 저렇게 밝은 목소리도 낼 줄 알았구나. 저렇게 기쁜 표정도 지을 줄 알았어. 그럼 지금 나는 어떻지.
" 특별히 챙겨주는거라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챙겨먹어야겠네. "
딱히 좋아하는 음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있으면 먹고 아니면 말고, 굳이 찾아가서 먹지는 않는 그런것. 레오는 별 생각없이 받아 입으로 가져갔다. 생각보다 달콤한 것이 의외로 괜찮았을지도. 레오는 뭔가 말하려던것도 도넛을 먹는 것에 입이 막혀 말하지 못하고 잠시간 도넛만 씹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책에서도 도넛이 나올 정도로 이걸 좋아한다고 했었지. 맞아. 책의 내용들.
" 물어볼 것도 있고, 그냥 얘기하고 싶은 것도 있고.. 아, 하나만 더. "
레오는 자연스럽게 하나를 더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책의 내용을 읽고 나름대로 추리라면 추리한 것은 매구가 일부러 불을 지르고 구성원을 몰살한 후에 버니를 만나 탈을 주고 자신의 휘하로 들였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 운명처럼 기가막힌 타이밍을 설명할 길이없다. 혹시 모르지, 정말로 운명처럼 기가막힌 우연의 일치일지도. 두 번째는 매구가 탈옥시킨 것인지 아니면 책의 내용대로 특별사면이 이루어진것인지. 둘 중 하나는 거짓을 말하고 있으니까.
어쩌면 둘 다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버니가 이 모든것을 알고있고 레오의 추리대로 매구가 불을 지르고 구성원을 몰살시킨뒤 특별사면을 이루어냈다면 어떤 의미에선 매구가 버니를 탈옥시킨게 맞는 셈이지.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책의 내용대로라면 버니는 적어도 누군가에게 '복수'를 이루고 싶다고 했고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읽은 내용과 자신이 아는 것을 토대로라면 대상을 좁힐 수는 있다. 복수라면 자신에게 이루어진 나쁜 일의 원을 찾아 똑같이 보복한다는 의미인데 그녀에게 일어난 나쁜 일이라면 구성원의 몰살과 아즈카반에 끌려간 일 정도다.
우선 전자. 구성원을 몰살시킨 사람. 누구인지 찾을 순 없지만 의심가는 사람은 있다. 자신이 아는 내용이 정답일 경우, 범인은 매구가 된다. 그걸 믿어줄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은 후자. 버니가 아즈카반에 끌려가게 된 이유. 이건 순전히 네 잘못이잖아. 레오는 순간 머리가 지끈 아파와서 윽, 하고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 그냥 누구랑 같이 있고 싶은 기분인데, 학교 사람들하고 같이 있을 수는 없거든. 지금은 별로 같이 있고 싶지도 않고.. 이거 맛있네. "
레오는 도넛을 하나 더 집었다. 적당히 입에 물고 우물거리며 가만히 사색에 잠겼다. 크루시오를 썼을 때 분명 자신의 오랜 라이벌은 그렇게 말했다. 이것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경황이 없어 그냥 넘어갔지만 당장 얼굴보기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그 교수를 두둔하고 나섰을때 분노하고 화를내고 증오심에 휩싸여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며 주먹을 꽂은 것도 자신이고 먼저 자리를 뜬 것도 자신이다. 역시 다른 사람들을 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 교수는 탈이었다. 탈중 하나였다. 레오가 그 교수를 증오하고, 미워하고 그 교수에 대해 분노하며 믿지 못하는 것은 그 녀석이 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레오는? 레오는 탈들 중 하나와 밀회를 가지고 있고 그녀의 숨겨진 패가 되어 교육을 받고있으며 일이 끝난 다음 다른 친구들이 아닌 탈을 찾아와 심경을 토로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있다. 결국 탈을 공격한것도 버니의 교육과 지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평소처럼 굴렀을지도 모르지.
극심한 인지부조화가 찾아왔다.
극심한 불쾌감이 찾아왔다. 그에 따른 방어기제는 자기합리화였는데 레오는 스스로를 방어하고 다음에 또 탈들이 찾아오면 제대로 스스로를 지키고 공격하기 위해서, 그리고 저주에 대한 방어법을 찾기 위해서 버니와 만나 배울 수 밖에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변호했지만 그렇다면 백혜향 교수또한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는 변호가 가능했다. 아니야, 그건 거짓말이야. 그걸 어떻게 믿어. 하지만 그런다고해서 남들이 내 말을 믿어줄까? 아, 또 불쾌감이 찾아온다. 인지부조화에 따른 불쾌감과 죄악감이 몸을 덮치면 자기합리화라는 방어기제가 작동해서 잠깐 기분이 나아졌다가 그 자기합리화에서 또 극심한 인지부조화가 찾아온다. 그러면 다시 자기합리화를 거쳐, 또 다시 인지부조화로. 끊어지지 않은 연쇄의 굴레처럼 불쾌감이, 죄악감이, 혐오감이 목을 졸라온다.
" 잠깐 여기 앉아봐. "
레오는 자신이 앉아있던 넓고 평평한 바위를 톡톡 쳤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덤으로 레오는 다른 사람과 맞닿아 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게 자신의 라이벌이던, 남들보다 체온이 낮은 다른 기숙사의 친구던, 처음 만난 자신에게 친절하다고 말해준 친구이던 아니면 그것이 설사 자신을 죽이려 들었지만 지금은 선배님 노릇을 하고있는 탈이던간에. 레오는 버니가 순순히 앉아준다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허벅지를 베고 누울 생각이었다. 덤으로, 갑자기 하늘이 너무 낮아져 숨쉬기가 힘들었기에 슬며시 손을 잡아 자기 눈을 가리려 들었을것이다.
지난번에 배웠던 문카프의 습성을 다시 떠올려보자. 문카프는 수줍음이 아주 많아 보름이 아닌 날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동물이다, 라는 내용이 첫줄에서부터 커다랗게 써져 있었는데 그렇다면 지금 저기서 쪼르르 달려오는 동물은 대체 뭔지 모르겠다. 이노리가 온갖 동물들과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 정도는 그도 이노리를 보아온 시간이 있으니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그 친화력이 겁 많다는 문카프를 대낮에 학원 안에서 뛰어다니게 할 정도인지는 몰랐다. 안녕이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영혼은 조금 빠져 있었지만 싸늘하지는 않은 표정이다. 황당하면서도 해학적인 상황에 넋이 빠져버린 것이다. 역시나 기대가 무색하게 의미 전달이 잘못되었지만 이노리도 문카프도 멈추었으니 상심하지 말자, 의도했던 결과는 얻어냈으니 말이다.
"예에, 안녕하세요. 오늘도 재미집니꺼."
이노리가 폴짝 뛰며 팔을 뻗자 그는 반사적으로 상체를 조금 숙여주었다. 이런 일이 한 번은 아니었을 테니 저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안 그러려 노력은 한다지만 그가 저보다도 조그맣고 아이처럼 천진한 이노리를 알게 모르게 귀엽게 여기고 있어 그런 탓도 있으리라. 그대로 가만히 목석처럼 서 있기도 무엇하여 그는 손을 들어 이노리의 어깨 부근을 톡톡 두드리는 것으로 화답을 했다. 녹색빛 눈이 한쪽을 넌지시 향하며─눈이 마주치자 문카프의 눈망울이 한층 더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말문을 열었다가, "야는 어떻게……." 질문을 던지기도 돌아온 답에 그대로 끊어졌다. 문카프랑 친해진 거, 그래 보이긴 했다. 너무도 명료한 대답에 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눈동자만 조용히 굴린다.
"진짜 만져도 되는교. 그, 야가 싫어할 수도 있지 않심꺼……."
문카프가 울음소리를 내며 주변을 폴짝폴짝 뛰어다녔지만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눈을 돌릴 뿐이다. 언뜻 불편해 피하는 듯 보였지만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동물을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문카프는 뾰로롭거리는 울음소리도 곱고, 동글동글한 머리도 귀엽지만…… 문제는 택영이 동물에게조차 낯을 가리는 극도의 소심형 인간이었던 것이다. 제 근처를 뛰노는 네발짐승의 깜찍한 모습에 그는 슬쩍 이노리의 눈치를 봤다. 신비한 동물 수업 때는 만나는 동물이야 수업 대상으로 보였기에 스스럼 없이 대할 수 있었는데, 이노리가 데려온 친구로 바라보자니 갑자기 부담감이 생긴 것이다. 흡사 새학기 때 처음 보는 친구를 소개받자 잔뜩 어색해하며 기존의 친구 옆에만 붙어 어색한 시간을 흘려보내려는 내성적인 중학생 같은 모습이었다.
아성은 이름으로 불러 달라는 펠리체의 부탁을 지켜주려고 했으나 펠리체가 성인 지 스피델리가 성인 지 알지 못해 펠리체라고 불렀다. 동화학원은 여러 국적의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녀의 국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일반 영어 이름처럼 이름 앞이 이름이고 이름 뒤가 성이기를 빌었다.
"그럴까요? 그럼 사양않고."
아성은 케이크 접시를 한쪽으로 밀어넣고 감초사탕을 꺼내어 벽에 집어던지고 입에 넣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왜 이곳은 이런 정신나간 간식 밖에 없는 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곳 특유의 중독되는 맛이 있기에 즐겨 먹는다.
자랑이다. 평소에는 말썽을 부려 잉크병을 엎거나, 부엉이를 놀라게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마법으로 인해 난장판을 만들기도 했다. 오늘은 그래도 금지된 숲에서 신비한 동물을 데려왔으니 괜찮…은 것인가? 아무튼 너는 택영을 와락 끌어안았다. 자연스럽게 상체를 숙여주는 것은 네가 워낙 이런 행동을 자주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너는 누군가 안아주는 것을 좋아했고, 어느 순간부터 네 기준에서는 많이 친하다고 생각이 되는 택영을 끌어안는 것이 습관이 됐다. 오늘도 온기에 게이지가 있다면 가득 찬 것이다. 너는 어깨 부근을 토닥여주는 손길에 눈을 잠깐 감고 푸욱 안겨 히히 웃다가 몸을 뗐다.
"그럼 싫어하는지 이노리가 물어볼게요?"
너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가 문카프가 그 행동을 따라하자 또 꺄르륵 웃는다. 문카프는 뾰로롭 울었고, 너는 문카프의 울음소리를 어색하게 따라하며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종종 뛰었다. 뾰로롭, 삐로롭, 뾰로롭…너는 멈춰선다.
"문카프는 택영이 좋대요? 이렇게 안아달래요?"
너는 팔을 벌려 문카프를 꼬옥 끌어안았다 떨어진다. 문카프는 기분이 좋은듯 눈을 감고 삐로로록 소리를 내며 몸을 부비적대더니, 품에서 떨어지자 한층 더 초롱초롱해진 눈동자로 택영을 올려다보는 듯 싶었다. 너는 몸에 문카프의 털이 덕지덕지 붙었지만 허리를 쭉 펴고 당당하게 권유했다.
이름에 붙은 존칭에 눈썹 끝이 실룩였으나 편하게 말을 놓는 걸 보고 저것도 자연히 따라가겠거니 했다. 부디 그래주길 바라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고. 같은 용건으로 말을 번복하는 걸 그녀는 원치 않았다.
주스를 다 마시고 젤리를 꺼내 먹고 있으니 옆에서 퍽 소리가 난다. 돌아보자 기절한 감초사탕을 먹는 아성이 보였다. 맛은 있지만 그 과정이 번거로워 감초류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차라리 살아있는 지렁이 젤리 쪽이 훨씬 낫다. 한입 깨물자 바로 발버둥치는 젤리를 야무지게 씹어 삼키고, 원하는 맛을 찾아 봉투를 뒤적였다.
"적당히 때리면 기절할텐데, 매번 그렇게 전력으로 던지니까 그런거 같은데요."
감초사탕이나 감초케이크 기절시키는 걸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로 삼고 있는 학생들을 몇 보아서 알고 있었다. 어찌나 세게 던지는지, 주변에서 보는 이들이 미간을 찡그릴 정도도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나은가. 그래도 매번 그렇게 던져서 먹으면 본인에게 좋을게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이씨 가문의 전 가주 후계자였던 이한서는 검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를 가졌는데, 키가 훤칠하며 근육이 고루 잡히고 냉철한 인상과 달리 제법 오만하였다. 노마지 학생은 그를 외견은 후회남주 북부대공을 닮아놓고 성격은 서브남주 황태자를 닮았다며 내게 툴툴대곤 했다. 당연히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물어봤고, 노마지 학생은 내게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확실히 한서는 북부대공 같지는 않다. 옹졸하고 편협한 성격도 있지만 전주 이씨는 서남쪽에 있었다는 점도 있겠다. 나는 눈을 굴리며 편지를 물고온 큰까마귀를 본다. 생각하면 북부대공은 한서보다는 이 까마귀의 주인이지 않은가 싶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검은색 머리인데다 붉은 계열의 눈이지 않나. 심지어 영지는 북부에 있다. 그렇지만 성격이 괴팍한 서쪽 마탑주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는 편지를 펼쳤다..
북부대공 섭남...귀하죠..😋 벨이..조금 더 성격이나 신념이 유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그렇다고 신념을 유하게 했다간 벨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껏 쌓아온 모든 사상과 과거의 일로 인해 형성된 현재의 성격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것인지라 참 아쉬웠어요..캐릭터의..성격도 그렇고요. 캐릭터로 싸움이 나면 오너싸움으로 번질까 너무 죄송하기도 했구..😓 저도 많이 그립네요..😢
그렇지만 지금 잉이로는 벨과 비슷해보이지만 유하고 종잡을 수 없는 유동적인 캐릭터상을 가지고 있어서인가 편하게 저나 타 캐릭터에게 맞춰주거나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있어요.😊 여러분께서도 벨일때도 잉일때도 잘 맞춰주셔서 늘 감사하고 행복해하고 있답니다. 음쪼쪼쪼...😙😚😘
딱 하나 콕 집어 말하긴 그렇고, 계열로 따지자면 토파즈 계열이려나. 가문의 상징이기도 하고 눈색을 닮은 노란색도 머리색을 닮은 은빛? 도 있으니까.
도플갱어를_만난다면_자캐는
일단 왜 나타났는지 파악하려고 하겠지? 매구가 변신한거 아닌가 확인도 해보고? 진짜 도플갱어면, 그 도플갱어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다를 듯. 결과적으로는 없애려나.
자캐식으로_날_버리지_마
또옥.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무겁게 울린다. 단지 느낌만이 아니라, 정말로 무겁기 때문에 소리마저 무겁다. 무색투명한 물이 아닌 붉다 못해 검게 식은 핏방울이기 때문에. 또옥. 다시 떨어지는 핏물의 출처는 그 피로 물든 날붙이었으나 날붙이를 든 이의 것은 아니다.
"...전부, 당신을 위해서였어요."
희고 고운 손을 날붙이와 같은 색으로 물들인 그 이는 습기가 가득한 사방과 다르게 건조한 목소리를 냈다. 전부, 그를 위해서였다고. 자랑삼을만큼 은빛으로 반짝이던 머리칼은 역시나 붉은 색이 번진 채 움직일 때마다 옷과 몸에 달라붙는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저벅이는 발소리와 함께 고인 물을 밟은 소리가 함께 울린다. 그 때마다 새롭게 튀는 색채로 발을, 다리를 칠하며, 그녀는 당신의 바로 한걸음 앞까지 다가선다.
"이 모든게, 모든 것이, 당신을 위한 것이었는데."
언제나처럼 닿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다가 그 손이 더이상 희지 못한 것을 보고 주저한다. 주저하나 그렇가도 거두지도 못 하고 허공을 어루만지며 애써 입꼬리를 올려본다.
이노리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랑_성격이_닮은_만화_캐릭터 : 음..제가 만화를 많이 안 봐서 모르겠네요..🙄 앨리스에서 나오는 체셔캣?
자캐의_평소_표정은 : 빙글빙글 미소를 짓고 있어요.
자캐를_지형에_비유한다면 : 영구동토...도 지형에 포함이 되던가요? 사실상 이노리를 비유하는건 영구동토가 아니라 피오르지만요.😊
이노리?의 오늘 풀 해시는 이뤄질_수_없는_사랑을_하는_자캐의_사랑방식은 : 한 순간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감정이었노라 가슴속에 품고 천천히 놓아주려 해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랑한다면 잊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초자연적인 것을 사랑한다면 경외로 순회할 것이며, 이미 다른 사람의 사랑이라면 깔끔하게 잘라내요.
자캐의_풀네임을_자캐의_모국어로_써보자 : 우와...😬 雪吹...🙂
자캐는_커뮤가_엔딩난_후에_가장_먼저_무얼하러_갔나요 : 이건 잘 모르겠어요. 엔딩이 안 났으니까요...🙄 교수가 될 수도 있고, 후부키로 돌아갈 수도 있고, 오러가 될 수도 있고, 어둠의 마법사가 될 지도 모르고, 아니면 평범하게 살아가거나 전주 이씨에 구속되거나..
피오르는 빙하로 만들어진 좁고 깊은 만이어요. 옛날의 빙하 때문에 생긴 U자 모양의 골짜기에, 빙하기가 끝나고 녹아 해안선이 상승하면서 바닷물이 침입한 것..이라고 위키에는 나와있는데 그 생성 과정이나 이후 고립되는 섬이나 그런게 딱 후부키 가문의 사람들 같아서요. 빙하(눈안개의 숲)로 인해 모든게 생겨나고 사라지고...😊
누굴까요!((히히 웃어요!)) 사실 저번 이벤트때 제가 못된 장난을 쳐두긴 했지만요.🙄 일단 저도..출근을 위해 자러 가야겠네요.😓 싫어라! 하지만 해야만 하는 점이 저를 슬프게 하네요..이이이..😬 그래도 오늘은..야구하는 날..한일전...감독님은 비행기 바퀴에 매달려서 오시고요.. 무지개..곰돌이..((고장났어요..))
한 녀석은 그야말로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에 몇 대를 때려줘도 속이 풀리지 않을것같았다. 단순한 문제다. 너 때문에 짜증이나고 너 때문에 화가났으니 널 때려서 화를 풀어야겠다는, 아주 단순한 문제였다. 계속 패다보면 어느 순간 기절할테지. 그럼 보통은 화가 풀린다. 하나는 조금 다른 경우였다. 그 동안 믿었고 좋아했고 존경하며 따르던 사람이 알고보니 적이었다는 황당한 이야기. 왜 그렇게 때렸을까. 화가 나서였을까 아니면 증오했기 때문이었을까. 화가 났다면 무엇 때문일까. 그동안 기만당하고 무시당했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어쩌면.
" 으으으.. 손 좀.. "
레오는 다시 자연스럽게 손을 잡아 자기 눈 위에 올려 하늘을 가렸다. 눈을 감으면 안보이기야 하지만서도 이상한 안정감이 든다고 해야할까. 조금 더 안정감을 느끼며 레오는 아까 하던 생각을 이어갔다. 어째서 그렇게 죽자고 때렸던걸까. 사실은 답을 알고있다. 지독한 인지부조화가 목을 졸라서 자기 방어 기제로 너는 나쁜놈이야 하고 때렸는지도 모르지. 레오에게 화라는 것은, 증오와 분노라는 것은 그런 일종의 방어기제였으니까.
" 나랑 그.. 중? 그 녀석은 다른걸까? 그러니까.. 걔는 탈을 쓰면서 우리 편인척 위장하고 있었고. 아니 뭐, 자기 말대로라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지만 그 말을 어떻게 믿겠어. 그리고 나는 탈을 쓰진 않았지만 지금 너랑 이렇게 계속 만나고 있고. 이것저것 배우기도 했고. "
불편한 진실과 달콤한 거짓말이 있다면 무엇을 택하는게 옳을까. 결국 둘은 본질적으로 똑같다는 것을 알았지만 레오의 작은 방어기제는 계속해서 고개를 들면서 그 둘은 명확히 다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무엇이 다른지조차 말할 수 없었지만 귀를 막고 고개를 돌리는 것 처럼 아무튼 다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레오는 자신을 보호하고 자기 친구들을 보호하고 싸워야할 때 싸울 수 있기 위해서 그리고 어떻게든 주문의 파훼법을 알기 위해서 주문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밀회를 가지기 시작했으니까.
" 아, 그거랑 별개로 크루시오를 쓸 때 기분은 좋더라. "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으면서 자기 눈을 가리고 있는 손 위에 자기 손을 덮었다. 그리곤 하늘이 낮아서 숨쉬기 힘드니까 잠깐만 이렇게 있어줘. 하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덮었던 손을 치우고 머릿속을 계속 휘젓던 생각도 치웠다. 계속 생각할수록 계속 불편하고 계속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며 계속 목이 졸리는 느낌이었으니까. 역사서, 그 책에 나온 내용을 떠봐야겠다.
" 궁금한게 있는데. 넌 아즈카반에서 탈옥한거야? 아니면 특별사면으로 빠져나온거야? 내가 어디서 들었다고할까, 그런게 있어서. "
레오가 손으로 눈을 가리는 걸 보던 부네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왜? 이해하기 어려운 거죠.‘ 그 위선자 새X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난 애초에 그 새X 엿을 먹이고 싶었을 뿐이니까. ’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그리곤 눈을 굴렸습니다.
‘ 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되잖아? 솔직하게, 난 네가 사람에게 그렇게 빨리 쓸 거라고는 사실 조금 생각을 못했었거든. ’
아예 안 쓸 거라고 생각을 했느냐면, 글쎄요. 부네는 자신의 도넛을 베어물었습니다. 음, 딸기잼이 정말 맛있네요. ‘ 사실 나도 그 새X 별로 안 좋아해. 그치? 엄청 기분 좋아지지? ’ 부네가 씩 웃었습니다. 정말로 그럴 때의 기분이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습니다. 그녀는 손을 펼쳐서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아성은 사탕을 입에 넣고 굴리며 그 맛을 음미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옆에서 펠리체가 지렁이 젤리는 먹는 모습을 보았다. 오물오물 거리며 야무지게 젤리를 씹어먹는 모습이 퍽 귀여워 미소를 지었다. 후배를 바라보는 선배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물론 그녀의 덩치가 자신보다 크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지금에서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펠리체는 감초 사탕을 서너개쯤 먹을 때마다 팔이 아프다는 아성의 투덜거림에 전력투구를 해서 그렇다며 핀잔을 줬다. 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래도 이게 재미지 않냐며 웃으며 반문했고 허공에 사탕을 던진 후 자신의 마법지팡이를 크게 휘둘러 사탕을 벽면으로 날렸다.
그리고 반으로 갈라진 채 사람을 물 수 없어진 사탕을 입에 넣는다.
"그래, 맞아. 그런데 사실 이것보다 재밌는 것도 드물잖아?"
그녀가 지렁이 젤리를 오물오물 씹어먹는 모습에 자신도 먹고 싶어져 젤리를 하나 주문한다. 꿈틀거리는 젤리 한봉지에서 젤리를 꺼낸다. 꿈틀거리는 젤리 한마리를 그대로 입에 반쯤 집어넣어 씹는다. 입 밖에 있는 젤리 반쪽과 입 안에 있는 젤리 반쪽이 살려달라는 듯 꿈틀대며 묘하지만 은근히 중독되는 식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다.
자신의 손 끝에 차가고도 기분 좋은 감촉이 전해져오고, 주양은 저도 모르게 히죽 미소짓고 말았다. 여태껏 이런 이상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오묘하고, 미묘하고, 그리고 내기로만 느꼈던 짜릿한 기분을 지금 한껏 느끼면서. 만약 자신이 그것과의 내기에서 진다면.. 그땐 두번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기분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묘했다. 놀랍게도 우리는 이미 내기의 결과에 대해 알고 있다. 허나 주양이 그것을 알 턱이 없었기에, 그저 당신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던 손 끝을 꾹 눌러 매만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퍙생 간직할 수 있겠지?' 하고. 조금은 순수하게 미소지어보이기도 하면서.
"음~ 우리 여보야가 보여주는 모습이라면 다 좋지만~ 그래도 역시 애태우는 모습이 제일 끌리는걸? 열심히 나한테 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구~"
그 모습이 끌리는 데는 이런저런 많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큰 이유는 역시 그렇게 구는 당신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없어서인 탓이 컸다. 다른 모습들도 충분히 끌리고 매력적이겠지만, 역시 상상할 수 없는 모습에 제일 흥미가 끌리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아쉽지만 아직 그건 아니야~ 단지. 우리 여보야한테 아주 잘~ 어울리는 예쁜 물건들을 준비했을 뿐인걸! 기대해도 좋다구~?"
물론 당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그 물건들을 전해줄 타이밍은 전혀 로맨틱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체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좀 더 뒤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미뤄봐야 좋은 건 없으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알아야 하니까. 다만. 아직은 당신의 이야기에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입마개라면 지금도 해줄 수 있어." 하고 당신의 코끝을 톡 건들며 잔망스럽게 웃었다.
"으.. 그. 나도 지팡이 있거든..! 마법 쓸줄도 알고! 다, 단지 주문이 기억나지 않았을 뿐이야.."
방으로 돌아와서. 당신의 이야기에 잠시 수줍어하는것도 잠시, 무릎 위에 앉혀지자 눈을 몇번 깜빡거리던 주양은 이윽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당신에게 부담이 안 갈 정도로만 슬쩍 몸을 기대어오며, '방음주문은 언제까지 쳐둘 생각이야?' 하고 짓궂은 물음을 던졌다.
물음을 던지는 것과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별개의 일. 당신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주양은 눈을 빛내며 흥미를 보였다. 자신만 재밌는 책 읽은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구나 싶다. 정확히는, 읽었다기보다는 그것과 필담을 나누듯이. 바로 옆에 그것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쪽에 가까웠다. 당신의 이야기가 끝이 나고, 주양은 잠시 뜸을 들이며 더더욱 몸을 기대어왔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할 차례구나.
"나는. MA가 재앙이기 이전. 그러니까.. 신이었을 때 그것과 내기를 한 사람에 대한 책을 읽었어."
그게 아닐지도 모르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짜릿했고 고양감이 차올랐으며 흥분감에 몸이 달아오르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하지는 못했다. 이또한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것. 짜릿하고 몸이 달아오를 정도였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네' 정도로 치부하는것. 사실 중탈과 자신이 무엇이 다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우리는 다르며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흑백논리를 펼치는 것이 레오가 할 수 있는 방어기제의 전부였다.
" 아니 그냥, 음.. "
어디서 들었냐는 말에 레오는 잠깐 입을 닫았다. 역사서에서 읽긴했지만 그걸 그대로 말한다고 믿어줄지도 의문이고 자신이 알고있는 내용을 말한다고 한들 조리있게 말할 자신도 없었다. 나름의 추리라면 끝내놓았지만 그걸 말했을때 예의 그 '주인님'이라는 것을 믿고 따르는 버니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기도했고. 레오는 자기 눈을 가리고 있는 버니의 손가락을 살짝 벌려 표정을 보았다.
" 너 표정 보니까 말 안하는게 낫겠다. "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거고 두 번째는...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고는 다시 손가락을 붙여 눈을 가렸다. 어딘가 졸린 느낌마저 드는 것이 의외로 자신은 지금 누워있는 이 자리를 편하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적일텐데, 분명 아즈카반에 수감되었던 죄수일텐데 작은 밀회를 몇 번 가지다보니 금새 편하다고 느껴버리는것이었다.
월식 주막에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버터맥주 레시피를 받고자 한다. 식용 꽃, 설탕, 솔티 캬라멜, 과일 등을 넣고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고자 한다는 데...대체 두가지 이상을 넣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단가가 크게 올라가니 무리인것 같다.
식용 꽃은 넣을 수 없다. 왕건이 한 여성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하자 현명한 여성은 왕건이 급히 먹다 사례가 들리지 않게 나뭇잎을 띄워서 준 것처럼 식용 꽃은 아무리 식용이라할지라도 맥주를 마시는 데 방해만 된다. 무엇보다 결국 꽃잎도 풀때기인지라 굽거나 찌는 등의 열을 가하지 않는 이상 식감이 별로다.
설탕을 중점적으로 사용해보기로 한다. 설탕을 끓여 끈적한 카라멜로 만든 후 버터맥주에 섞는다. 아무래도 그냥 설탕을 넣으면 녹지 않은 설탕 알갱이가 바닥에 가라앉아 씹힐 수 있으며 그런 경험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팡이를 휘두른다.
젤리를 먹는 사이 시선이 느껴져 옆을 힐끔 보니,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짓는 아성이 있었다. 왜지. 제가 뭐 웃긴 말이라도 했던가? 그렇다고 비웃는 건 아닌거 같고. 굳이 따지자면 그녀의 손윗남매가 가끔 짓는 미소 같은 느낌이다. 아, 선배니까 그런가. 대충 납득할만한 이유가 떠올랐으니 그런가보다 하자. 불쾌한 일도 아니니까.
이번엔 지팡이로 휘둘러서 부순 사탕을 먹는 아성의 말에 그녀는 어련하겠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건 몰라도 먹을 걸로 장난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녀로서는 간식을 먹는데 재미를 찾는게 그닥 와닿지 않아서다. 그냥 맛있는 걸 먹는 걸로도 충분히 즐거운데. 굳이 뭘 하면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
"곧 졸업인 선배가 재미를 찾을 여유가 있으실 줄은 몰랐네요."
한참 시험이다 과제다 바쁠 학년일텐데,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다. 이미 진로가 정해져 있다거나 아니거나 한 걸까. 궁금하긴 해도 개인 사정을 파고들 생각은 없어서 다른 말로 흘려넘긴다.
"뭐, 본인이 좋아하는대로 즐기면 그만이겠죠. 던지는 것도 먹는 것도."
진로도 장래도 미래도, 다 같은 거다. 이어야 하는 가업 같은게 있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그녀는 젤리 몇개를 더 집어먹고 남은 봉투를 접어 주머니에 챙겨넣었다. 요기는 되었으니 다시 돌아다니든가, 돌아가던가 해야지 싶었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매우 극소수인 경우라고 생각한다. 아성의 경우는. 실제로 한창 달리는 선배도 제법 있는 걸로 알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한 걸로 안다. 뭐, 그로 인해 극단적인 사례가 백궁에서 나온 적 있었으니까 말 다 했지. 그녀는 문득 한번 만났던 버니가 떠올랐다. 아즈카반에 끌려가기 전은 어땠는지 궁금한데, 흠.
즐기고 싶은 대로 즐기면 그만 아니냐는 말에 아성이 동의를 표하기에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이상 붙잡을거 같지 않으니 이만 자리를 떠야겠지 싶다. 그녀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를 툭툭 털어 정리하고, 가볍게 기지개를 켠 후 아성을 향해 고개를 다시 한번 까딱였다.
"그럼 쉴 만큼 쉬었으니 먼저 가볼게요. 선배."
언제 어디에서 마주칠지 모르는 일이니 다음을 기약하진 않는다. 그래도 복도 같은데서 마주치면 인사는 해주자고 생각하며, 천천히 그 자리를 벗어난다.
애태우는 모습이 제일 끌린다는 말에 단태는 흘끗 시선을 돌려서 주양을 봤다가 다른 곳을 향해 시선을 한번 더 굴렸다. 스스로가 말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애타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태어난 이래 단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랑 똑같네. 나는 우리 키티가 애태우는 모습이 좋은데 말야." 주양의 손을 잡고 있던 단태의 손에 딱 아프지 않을 만큼의 힘이 들어간다. 정확히 말하자면 애태우는 모습보다, 뭔가를 원하고 조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게 더 좋지만. 이건 좀 악취미같으려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잖아? 우리 자기가 날 위해 뭘 준비했으려나~"
대답을 하다가 입마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코끝을 건드리는 행동에, 단태는 슬쩍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손을 잡지 않아서 비어 있는 자신의 손으로 적당히 묶고 있는 머리를 헝크러트리는 것처럼 쓸어넘겼다. 샐쭉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단태가 히죽하니 웃음을 짓는다."가씨나가." 머리를 쓸어넘겼던 손으로 주양의 머리를 쓰다듬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주궁에 있는 방에 도착하고 방음 마법을 방에 거는 자신에게 항의하다가 수줍어하는 주양을 바라보는 여전히 가늘게 눈을 뜨고 있다가 옆자리에 앉기 전에 뺨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입맞춘 뒤 앉아서 주양을 무릎 위로 끌어당겼을 것이다. 분명 자신보다 키가 조금이라도 큰 편이었지만 기대오는 걸 주저하지 않는 주양의 허리세 팔을 두르고 단태는 어깨에 턱을 기대며 대답없이 낄낄 웃을 뿐이었다.
마법을 끝내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였다. 자신이 본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짤막하지만, 지나친 미사여구없이 담백하게 사실만을 말한 뒤 단태는 주양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잠깐 치켜올렸던 눈썹을 제자리에 뒀지만 곧 찌푸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현아는 조카가 이 가문에 온 이후 아이의 방을 무엇보다 귀한 걸로 채웠는데, 그 정도가 매우 호화찬란하여 마치 귀한 손님을 보는 것 같았다. 이불과 침대는 현아조차 내심 이런 곳에서 잠들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고, 바닥은 혹시라도 넘어질까 아주 푹신한 러그를 깔았다. 어찌나 푹신한지 침대 대신 써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옷은 하나하나 비단까지 귀한 걸로 짜입혀 맞췄고, 음식도 귀한 재료로 보양식을 늘 해먹인 것이다. 조카가 가장 좋아하는 닭죽에는 절대 평범한 재료를 넣지 않았다. 산삼을 구해다 넣었고, 닭도 아주 좋은 것을 직접 잡아다 손질을 했다. 인형을 좋아했다는 말에는 한 가게에 있는 모든 종류를 샀는데, 이건 장난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결과는 늘 좋은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조카는 음식을 먹으면 먹는 족족 모두 게워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옷은 군말없이 입었지만 인형처럼 그 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않았고, 장난감은 손도 대지 않아 방계나 다른 가문의 자제들에게 전부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인형 하나는 소중하게 여겼는데, 바로 유니콘 인형이다. 제 품에도 다 들어오지 못하는 인형을 어찌나 소중히 여기는지 작달만한 체구로 인형을 끌어안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 그리도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아는 인형을 사준 밤이 가장 참담했노라 회고했다. 잘 자는지 확인하러 왔을 때 러그가 깔리지 않은 구석 바닥에 웅크려 앉아 인형을 베개삼아 끌어안고 자고 있었던 것이다.
현아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숨죽여 울었다. 비참했기 때문이다. 조카는 믿을 사람이 유니콘 인형 뿐이었고, 자신이 여기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던게 분명하다. 그 생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이 참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현아는 결국 이 아이의 마음에 닿지 못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 하나 없는 자리에서 홀로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오라버니와 아가씨, 그리고 누리의 피가 바닥을 적시는 걸 봤어도 이렇게 참담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비참한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아가."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침대 근처로 오더니 어제는 러그에서 편하게 잠들게 됐다. 조금만 지나면 마음을 열고 침대에서 잘 것이라는 상담사의 말에 빌어본 적도 없는 천지신명에게 감사를 표했을 정도였다. 오늘은 침대에서 잠들지 않을까 기대하던 현아는 문을 열었다. 그날따라 유달리 초승달이 예쁘더니만, 방안에 비친 달빛도 그렇게 투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더 잘 보였는데, 현아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입가는 피투성이였는데, 무언가를 잡아먹은 흔적이 아니라는 것은 부르터진 입술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제 고모가 와도 혀를 연신 자근자근 깨무는데, 초점없는 눈이 아무곳도 향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것이다. 당연히 현아는 조카를 뜯어 말렸지만 상처가 어찌나 컸는지 실력 좋은 마법사 둘이 와서야 흉터 하나 없이 치료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곧 학교에 가야 하는데 아이가 불안정하여 어쩔 수 없이 재갈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일정도 지났을 때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자해를 멈췄고, 재갈을 물었다는 생각도 감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얌전해졌다. 고분고분 먹었고, 주어진 것을 입었고, 장난감을 품에 안았고, 침대에서 잠든 것이다.
단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에 사람들은 아이가 바뀐 것이 아니냐 저들끼리 농담을 던졌지만 진위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여보자기 하다가도 어느 순간 가시나가. 하면서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당신의 모습에 주양은 다시 한번 아찔함을 느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매번 이렇게 자신에게 이런 새로움을 주는 당신에게, 자신은 어쩌면 큰 걱정을 끼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함께 들어 조금은 미안해지기도 했다. 당신을 마주보고 히죽 웃던 주양은, 아직은 비밀이라는 말과 함께 농담을 마치고. 방금 전 당신의 입맞춤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고개를 젖혀 제 어깨에 턱을 올리고 있는 당신의 볼에 가벼이 입을 맞춘 채, 눈을 반쯤 감았다. 어쩌다 우리가 이런 사이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만큼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기분 좋은 일이니까.
"응. 놀랍지 않아~? 무려 그 MA님과 내기를 한 사람이라니! 그래서 내가 책인데도 흥미롭게 읽었던걸지도 모르겠는걸~?"
뭐. 정확히는 그게 아니라 직접 그것이 등장해서 내게 이야기를 전달해준 것 같지만. 조금은 진지하게, 웃음기가 지워진 목소리로 주양은 차분하게 읊조렸다. 슬슬 진중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되었으니만큼, 웃음기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MA님은 그럴수 없다는 것에 세상을 걸었어. 내기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갔지. 예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신이 될 수 없었어. 왜냐하면, MA는 처음부터 그 사람을 죽여 그 무엇도 될 수 없게끔 만들 생각이었거든."
그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절대 그것을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 그런 내용의 책 이야기를. 아니, 정확히는 그런 내용으로 나눴던 대화를 당신에게 전해주며 조금씩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내기라면 언제든 자신 있었고, 자신이 가장 잘 해낼수 있으며, 그 무슨 악수를 두더라도 이겨먹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만큼은 그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일찌감치 횃대에 앉아있던 청이 잠들고, 주양은 그쪽을 한 번. 그리고 당신을 한 번 바라보며. 조금은 애잔하게 미소지었다.
"결국 세상은 한번 뒤집어졌어. 아마.. 이건 우리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 아주 까마득한 날의 이야기였을거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이러고 있을 리도 없잖아?"
안 그래? 하고. 그대로 다시 당신의 볼에 가벼이 입을 맞추며, 한참 열리지 않던 입을 겨우 달싹여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다.
"... 그리고 MA님은, 그 책을 읽은 나한테 흥미를 느꼈나봐. 나한테도 내기를 걸어오더라고? 내용은.. 우리 학원에 숨어든 쥐가 있는데. 그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느냐 없느냐~ 뭐 대강 이런 내용이었어."
그 쥐가 죽거나 아즈카반으로 쫓겨나면 우리 모두가 죽고 그러지 않으면 살 거라는 말까지 전해주고 나서, 주양은 다시 한껏 몸을 기대어왔다. 오늘따라 이 서늘한 느낌이. 차가운 감촉이, 자꾸만 자신을 이상하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절대. 절대 나는 너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당신에게 보이지 않게끔 앞을 바라보며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나는 보호할 수 있다는 쪽을 골랐어. 우리 여보, 내가 이 내기에... 뭘 판돈으로 걸었는지 알아?"
허리에 두른 손을 살짝 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미리 당신에게 선물해줄 목걸이와 귀걸이가 있는 쪽으로 향해. 그것들을 손에 쥐고는 한참동안 뒤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뒤돌아보지 못했다. 이 묘한 감정. 기묘한 감정은, 대체 무엇이길래... 그동안 어떤 행동에도 거리낌이 없으며 당당했던 자신을 이렇게 움츠러들게 만드는가. 살짝 몸이 떨리고. 목걸이와 귀걸이를 손에 쥔 채 다시 뒤를 돌아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에게 돌아와서는, 당신과 마주보는 자세로 무릎 위에 앉았다.
"나는. 너를 걸 수 없었어. 그래서, 내 목숨을 판돈으로 걸었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미래를 함께하기로 약속한 너를. 재앙과의 내기에 함부로 내던질 수 없었어.
자신의 애인-그러니까 굳이 사이를 정의하는 단어를 택해야한다면 말이다-의 어깨에 턱을 올리고 배불리 먹고 만족하는 짐승처럼 샐쭉-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단태는 비밀이라는 말에 대해 반응하듯, 한쪽 눈썹을 휙 치켜올렸다. 뺨키스를 받고 나서야 불만스러운 것처럼 치켜올라갔던 눈썹이 제자리를 찾아갔고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양 허리를 감싸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며 당신의 뺨과 입가에 짧게 입을 맞췄을 것이다. 그 행동으로 그치지 않고 단태의 입맞춤은 몇번 더 뺨에, 입술에, 그 외에도 닿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닿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교활하기는 하지만 죽이지 않는다거나 하는 조건이 달리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빈틈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이 되지 못한다, 라는 말은 맞다. 주양에게 입맞추던 단태의 행동이 잠시 멈췄다.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단태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저 표정을 뭐라고 정의하고 어떻게 느껴야할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내기를 했다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내가 미래에 대한 책을 읽은 것보다 네가 읽은 게 더 신기한데." 까마득한 옛날의 이야기지만, 그건 동화처럼 전해지는 게 아닌 정말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일 거라고 생각하던 단태는 다시 자신의 뺨에 입맞추는 주양을 마주보면서 눈을 깜빡였다. 학원에 숨어 있는 쥐. 주양을 보던 붉은 암적색 눈동자가 잠시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방음마법을 사용하기를 잘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면 그것만큼 귀찮은 일은 없을테니. 아니, 잠깐만. 단태는 잠시 학원에 숨어 있는 쥐가 자신이 읽은 책에 적혀있던 배신자와 같은지 생각하다가 문득 다시 주양을 바라봤다. 능청스러운 웃음이 자취도 없이 깨끗하게 안면에서 사라진다.
"서주양, 너-."
쥐가 아즈카반으로 쫒겨나면 우리가 죽고, 그러지 않는다면 산다는 말까지 듣던 단태는 웃음기가 없는 메마른 표정으로 자신에게 기대오는 주양의 모습에 팔에 힘을 줬다. 이어지는 말에 단태가 가볍게 웃었다. 그래. 내기에 응했구나. 이름만 불렀다가 이어지지 않은 말이 맴돌았다. 해야할 말이 많은데 고르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자신의 팔을 풀고 일어서기 전에 했던 말을 생각하다가 단태가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었다가 조금 거칠게 쓸어내렸다. 이 생각이 아니길 바라지만, 바람일 뿐이다.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내가 했던 말을 잊어버린 건지 물어봐야하는지 모르겠는데 말이다. 서주양. 주양아. 내 연인."
자기야.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와 다르게, 안면에 웃음을 걸고 단태는 자신을 마주보고 앉은 주양을 올려다보며 그 턱에 손을 대고 끌어당겼다. "나는 내것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다고 이야기했잖아." 가까워진 거리에 입맞출 것처럼 단태가 고개까지 올려서 더 거리가 가까워졌다.
"네가 내 손을 잡은 그날부터, 너는 내건데. 누구 마음대로 목숨을 걸어. 응? 그 말을 할 때 내가 돌아버릴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은거야?"
대답해. 대답을 종용하는 단태의 목소리가 가라앉아서 꼭 짐승이 으르렁대는 것과 닮아있었다.
잘 지내나? 원내 생활이 어지간히 재밌는지 이젠 라온에도 나오질 않는군 그래. 최근에 기이한 시체가 몇 있던지라 이리 편지 올리네.
금지된 마법으로 인해 죽은 시체가 유독 많네만, 자네의 원내 생활은 안온한가?
*
— 삼가 아뢰오니 벗에게 편지 올리오.
편지의 요지는 심심한데 나타나지도 않으니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겠다 그 말이오? 원내에 추종자가 있던지라 소란스러워 쉬이 접선할 수가 없을 뿐이지 아직 명줄이 다하지 않았네만.
이번엔 무슨 일인지? 망자에 관한 것인가?
*
— 친애하는 벗에게
눈치 빠른 자를 이래서 참 좋아하네. 다만 그것 참 아쉽군! 죽었으면 참 좋았을 게야. 자네 머리카락을 담을 유발함을 내 직접 만들었으니 말입세. 박제는 어떤가? 그것보다 이젠 추종자가 뭔지는 좀 아는가보군?
다름이 아니고 인카서러스 마법을 예술적으로 쓸 수 있음을 알게 됐네. 쓸 때 손목을 원을 그리듯 휘면 포물선으로 날아가던 줄이 손목을 향해 꺾이는데, 조금 더 응용하면 매달 수도 있겠어. 나무를 향해 팔을 포박해보고자 하는데 자네가 도와줄 수는 없나?
*
— 삼가 아뢰오니 친애하는 양파에게.
내 죽을 날은 멀었으니 포기하시지. 유발함에 내 머리카락이 들어갈 일은 절대 없을 테니. 박제는 거절하겠소. 자네의 비스크돌 목록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니 말입세. 그것보다 질리게 배울 줄 누가 알았겠는지? 아직도 선악을 구분하긴 어렵지만.
나는 자네의 그 뒤틀린 성벽을 알고 싶지도 않고 도와주고 싶지도 않네. 제발 좋은 건 혼자 알았으면 좋겠네만..
*
— 친애하는 낙엽에게.
사람 일 모르는 법이네. 나보다 자네가 빨리 죽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무슨 목록인가? 내 아직 사람 하나 죽여본 적 없는 아주 착한 장의사인데. 선악을 구분지을 필요는 없네. 선이고 악이고 파헤쳐보면 다 엿같은 것 뿐인데 무얼 구분짓나.
상대방을 벼랑 끝까지 밀어놓고 품는것이 취향인 누군가보단 낫지 않나. 그간의 정이 있으니 돕기나 하세.
*
— 장의사에게.
내 그 치를 찾을 때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도 죽지 아니할 것이네. 신에게 빌고 공물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자네의 의견에는 동의하나 파헤치지 않아도 잘 알 것 같네만, 이 사안에 대해선 이만 말 줄입세.
지금 내 얘기 하는 건가?
*
— 낙엽에게.
자네도 참 독한 자야. 이노리의 모습과는 정 반대로군 그래. 그런 모습으로 어떻게 버티고 살아온겐가? 나였다면 진즉 미쳤을 게야. 자네의 의견은 잘 알았네. 입다물고 있도록 하지.
오! 자네 얘기는 아니었네만..혹시 찔렸나? 그런 취향인가?
*
— 친애하는 벗에게 삼가 아뢰오니.
무슨 소리. 이노리는 곧 나고 나는 곧 이노리일세. 선택을 종용하였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이지.
한번만 더 입을 놀린다면 자네도 벼랑 끝에서 밀릴 줄 알게.
사흘 뒤 해가 숨어버린 날 시계의 뻐꾸기가 세번 우는 때 라온으로 나오길 바라며 이만 총총.
"잘 가려무나."
나는 편지를 달링이라 불리는 큰까마귀에게 물려주고 창문을 열어준 뒤 생각에 잠겼는데, 편지를 주고받는 벗에 대한 것이다. 이 벗은 나에 대하여 모든것을 알고 있으며 나도 벗에 대해 알고 엤는데, 우리는 근본적으로 무언가를 향한 결핍이나 상처가 있는 것은 같으나 받아들이는 태도와 현재의 성격의 대를 세운 생각이 또 다른 것이다. 그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음에도 자연스럽게 이해하였는데, 내가 전주 이씨의 사람들과 맞지 않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다. 하지만 그것엔 내 부덕함도 있는데, 나는 살고 싶어서 고모님의 말을 고분고분 듣고 후부키로 도망칠 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내가 후부키로 돌아가면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들이라 더욱 이러는 것이다.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고자 나는 편지를 다시 읽어보는 것으로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한다.
버니가 아닌 다른사람이 물었더라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 대답했을것이다. 뒤에 나오는 말이 조금 달랐겠지만.
" 오히려 더 버텨줬으면 했는걸. 더 살아있었으면했어. 계속 아파하는게 보고싶고.. 계속 살려달라고 비는게 보고싶었고 그리고 계속 계속 아파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지. 픽 죽어버리면 너무 싱겁잖아. "
솔직한 감상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이 사람에게는 그 때 당시의,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할 솔직한 감상을 말할 수 있었다. 그 탈은 자신을 아프게 했었다. 무시했고, 기만했으며 욕보이고 지옥같은 고통을 줬으니 적어도 그에 몇 배에 달하는 고통을 맛보게 하기 전에는 죽어버려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레오는 또 이히히.. 하고 웃었다.
" 노력은 해볼게, 노력은.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
선비탈이라면 그 때의 그 녀석인가. 그 자리에서 아즈카반으로 끌려갔다고 하던데 또 탈옥했구나. 레오는 파- 하고 한숨을 쉬었다. 아즈카반, 어쩌면 굉장히 물렁한 곳일지도 모른다. 아즈카반이란 단어를 듣자 레오는 또 다시 자신이 세워놨던 가설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어쩌면 버니의 집이 불타고 모든 구성원이 죽은 것부터 특별사면-그녀의 말에 따르자면 탈옥,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는 모른다-이 전구 매구의 계획이었다는 자신의 가설.
" 신경쓰이지않는다면 거짓말이지. 나, 그 교수님 꽤 좋아했거든. 신비한 동물도 좋고. 사람도 좋아보이고.. "
레오는 다시 슬쩍 손을 잡고 입으로 가져와 입술에대고 부- 하고 바람을 불면서 조금은 정신사납게 장난을 쳤다. 초콜릿 향기와 딸기향이 난다. 도넛의 향이구나.
" 그 사람하고 내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불편한 생각이 들어. 그 사람은 탈을 썼고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러고 있고.. 그 사람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 탈을 썼다고 하고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저주를 배웠고. 그 둘 사이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 아니, 그런데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수틀리니까 거짓말 한걸수도 있잖아. 그치? "
레오는 자기 눈 위에 덮어둔 버니의 손을 살짝 치우고 눈을 뜨고 올려다보고는 다시 눈을감고 손을 눈 위에 얹었다. 극심한 인지부조화. 불쾌감이 계속해서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자꾸만 목을 조르는 느낌이다. 레오는 파- 하고 한 숨을 쉬었다. 불편한 진실과 달콤한 거짓중 무엇을 따를지는 스스로가 선택하는 길이겠지만 지금으로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으니 무조건 스스로가 맞다고 믿는 수밖에.
라온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인카서러스 마법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묶거나 목에 초커를 매주는 등, 자신의 사람임을 표시하는 걸 좋아하는 기묘한 성벽에 어울려주거나 할 생각은 없었지만 궁금한 것이 많았기 때문에 필히 만나야만 했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여러 죽음을 마주해서 아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너도 치료사 가문의 사람인지라 여러 응급처치는 알고 있지만, 직접적인 사인을 꿰뚫는 그라면 조금 더 자세한 지식도 당연히 있을 테니 누군가 다쳤을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 약속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새벽 3시는 어려울 것 같네만 뻐꾸기 여덟번 우는 시각은 어떤가.] [전날 약속을 바꿔버리는 사람이 세상 어디 있나.] [나도 일이 이렇게 생길 줄은 몰랐네. 시체가 세 구나 들어왔어. 금방 처리하고 오지.]
하지만 죽음의 앞에서는 아무리 천방지축인 너라도 조용해진다. 너는 군말없이 라온의 뒷골목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것이다. 늘 그렇듯 귀곡탑 근처의 골목이다. 너는 이곳은 인적이 드문 걸 잘 알고있다. 여기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저번엔 마노 경을 만났다. 추종자는 그래도 상처를 치료해주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탈을 만나보니 아니었다는 걸 깨닫긴 했지만 말이다. 너는 돌멩이를 발끝으로 톡 때렸다. 머글이니 혼혈이니 다 어려운 말이다. 사람은 그냥 사람이지 않은가. 친구는 운 좋게 품종교배가 잘 된 녀석들이 짐승의 삶을 우월하다고 으스대는 것이 꼴보기 싫다 했지만 너는 그정도까진 아니었다. 어려운 고민을 떠안던 그때 인기척이 느껴지자, 너는 조심스럽게 그림자 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왔ㅇ.."
헉. 너는 깜짝 놀라며 다시 그림자 속으로 후다닥 숨는다. 다른 사람이다! 어린 소년의 목소리를 한 너는 그 목소리에 걸맞게 수줍은 행동을 보였다. 고개를 빼꼼 내민 너는 누군지 알아보곤 입을 우물거렸다. 탈과 조우했을 때, 하마터면 공격을 맞을뻔한 친구였다. 너는 가면이 없는걸 깨닫고 얼굴을 잠깐 더듬더니 눈을 내리 깔았다.
아주 가끔이지만, 리치와 함께 라온에 나올 때가 있다. 보통은 그러지 않지만 유달리 리치가 그녀에게 매달리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은 떼어도 밀어도 어떻게든 달라붙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온다. 크로스백처럼 생긴 가방에 리치를 담아 메고서 밖으로 나오면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런 날은 또 평소랑 다르게 마차도 잘 타고 주변 인파도 덜 경계한다. 그래서 혼잡한 거리를 걸어도 갑자기 뛰쳐나갈 걱정은 덜 수 있었다.
"리치리치~ 사람 구경이 그렇게 좋아?"
먀옹!
고개를 빠끔 내밀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는 리치에게 묻자 당연하지 않냐는 듯 곧장 대답이 돌아온다. 가방 안에서 꼬리를 흔드는 움직임이 느껴져 엉덩이 부근을 토닥여주고 느긋하게 거리를 걸었다. 그냥 산책 겸 나온거라 가게 같은 곳에 들르지 않고 걷다보니 외진 곳까지 도착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북적이는 라온 중에서도 외진 곳, 가림빛과의 경계인 귀곡탑과 가까운 곳. 출입이 금지된 곳이 가까우니 자연히 사람도 없고 조용해진다. 이 곳을 저번엔 그와 함께 걸었지. 멀찍이 보이는 귀곡탑을 보면 떠오르는 기억에 괜히 낯이 간지러워진다. 그래서인가, 그녀 역시 그림자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작은 사람에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아."
깜짝아.
놀란 표정 놀란 몸짓과 달리 내뱉는 말은 평소와 다를거 없는 톤이다. 그건 가방 속의 리치도 마찬가지라, 무슨 일이 있냐는 듯 그녀와 앞을 번갈아 볼 뿐이다. 별거 아니라고 머리를 좀 쓰다듬어 준 후 갑자기 튀어나왔던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다. 작은 체구, 검은 머리, 한번 보면 잊기 힘든 특유의 눈. 그녀 역시 초랭이탈을 두고 마주했던 그 학생을 떠올렸다. 그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반걸음 물러섰다. 어딘가 주눅들어보이는 상대를 위한 거리였다.
"부딪힌 것도 아니니 괜찮아요."
그 말대로, 직접적으로 부딪히거나 뭔가 잘못된게 없으니 사과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괜찮다고 말하고 고개를 살짝 꾸벅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여기서 친구를 기다린다, 라. 아무리 봐도 장소가 조금 잘못된 거 아닌가 싶어 말해본다.
"과한 참견이겠지만, 이런데서 사람을 만날 거라면 좀더 조심하는게 좋겠네요. 교수들에게 들키면 귀찮아지니까요."
먀오옹!
그녀의 말에 동조하듯 리치가 고개를 들고 울었다. 그리고 귀를 쫑긋거리며 이노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그래, 그 마음가짐이야. 쉽게 죽으면 재미없어. 그런데, 그 생각이랑 진짜 잘 맞는 놈 생각난다..... ’
선비탈이 생각난 부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그녀가 느끼기에는 레오는 그 쪽이 아니라, 이 쪽과 잘 어울릴 게 분명했으니까요.‘ 흐응, 아. 그렇겠네. 너희한테는 좋은 사람이지. 우리한테는 매ㅡ우 귀찮은 거라. ’
그녀는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괴더니, 픽 웃었습니다. 그리고 레오를 바라봤습니다. 말해줄까 말까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얼굴을 레오에게로 확 가까이 댔습니다.
‘ 내가 알려줄까? 그 놈의 진실? 어느 날, 직접 주인님을 따르겠다고 와서는 [그 학원 학생들에게 살인 저주를 날리지 마세요, 말로는 믿지 못하겠으니까 여기 있는 전원과 깨뜨릴 수 없는 맹세를 하면 이 탈을 받겠습니다] 라고 한 거야. 주인님이 재미있게 여기셔서 그 맹세를 한 거지. ’
진짜일지, 거짓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뒤로 확 물렀습니다. ' ‘ 뭐, 어렵게 생각할 거 있나. 네 편할 대로 생각하면 되는 거지. 나도 내 편할 대로 행동하는 거야. 물론, 그 행동에 일말에 후회는 없어. 중요한 건, 주인님이 거기에서 날 꺼내주셨다는 거지. ’
그 말을 마친 버니가 먼치킨 도넛을 하나 먹기 위해 집어 들었습니다. 곧바로 레오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꽤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리곤 레오의 입에 먼치킨 도넛 하나를 넣어줬습니다.
놀란 표정과 몸짓을 보며 너는 마찬가지로 눈이 동그랗게 뜨이더니, 손을 앞으로 모았다. 손가락을 꼼질거리는 것이 놀라게 해서 제쪽도 당황한 것 같았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눈을 살짝 들어 확인하니 저번에 만났던 사람이 맞다. 너는 기억력이 제법 좋은 편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향해 시선을 흘끔 옮겨보인 너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는데, 상대방의 배려 덕분이었다. 괜찮다는 말과 함께 반걸음 물러나준 덕분에 너는 한결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조언 감사합니다..."
부끄러운지 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입술을 몇번 뻐끔거리다 뱉은 말은 어린아이가 처음 보는 어른에게 선물을 받듯 머뭇거리는 면도 있지만 제법 차분하다. 너는 눈앞의 학생이 건넨 조언을 듣고 납득했고, 추후 일어날 파문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으슥한 곳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소문이 와전되면 가뜩이나 이상한 애라던 평가가 더 나빠질 수도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학생 중에서도 탈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흉흉하였기에 접선을 시도하려는 어둠의 마법사로 낙인이라도 찍히면 큰일이 아닌가.
하지만 친구는 사람을 통 좋아하지 않고 어린 나이에 흡연을 하기 때문에 으슥한 곳이 필요했다. 친구에게 자신이 있을 때는 흡연을자제하라고는 했지만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늘어놓으며 이건 제법 정당한 일이라는 궤변을 끝으로 자제는 커녕 들어먹을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부터는 학생의 조언대로 다른 곳을 찾아보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덜 어두운 곳이면 될 것 같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친구가 알아서 할 것이다. 물론 그 방법이 섹튬셈프라 이후 오블리비아테면 너는 극구 말려야 하겠지만.
너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린다. "야옹아, 안녕." 하고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눈을 맞추고 천천히 깜빡여보이곤 배시시 눈만 휘어보인다. 이후 고양이에 정신이 팔린 걸 깨닫듯 흠칫 놀라고는 손가락을 꼬물대더니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리고 꼭 사고를 치다 걸린 아이처럼 멋쩍게 웃는 것이다.
팔색조! 좋은 칭찬이라 기뻐요...🥰 소년 이노리는 또 우물우물 하는게 개인적으로 매력이라 생각해요. 아이들한테 이거랑 이거중에 하나만 먹을 수 있어. 뭐 먹을거야? 하고 아주 어려운 질문(ㅋㅋ..)을 하면 "나 이ㄱ..아니 이ㄱ..잠시만요.."하고 입술을 오물오물 하고 조막만하게 벌렸다 다물때가 있는데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녀가 이 학생에 대해 아는 건 같은 학생이란 것과 현궁 소속이란 것 뿐이었다. 그것도 보이는 정보로만 알았지 대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러난 만큼 생긴 거리로 인해 한눈에 들어오는 이 작은 상대를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어딘가 어색하다고.
"별거 아닌걸요."
일단은 그녀의 조언에 감사를 표하는 상대에게 괘념치 말라는 듯 말했다. 그 정도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을 법 하고, 아마 여기서 마주친게 그녀가 아니어도 했을테니까. 적어도 그녀가 아는 사람 선에서는 그랬다. 그러니 그 선을 따라 행동한 것에 어떤 감사도 받을 이유는 없었다. 이유, 보다는 자격일까.
상대의 작고 여려보이는 인상 때문인가. 리치는 의외로 하악질도 성난 소리도 내지 않고 이노리를 보았다. 낯선 이가 아는체를 하거나 이뻐해주려 하면 항상 귀부터 깔고 도끼눈을 뜨는 리치였는데 말이다. 안녕하고 인사하는 상대를 향해 먀앙, 하고 대답해주기까지 하니 왠일인가 싶다. 분명 초면일텐데. 그녀는 잠시 리치를 내려다보다가, 상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녀도 라며 묻는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전 그냥 산책 중이었어요. 생각 없이 걷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라고 할까, 이 근처로 가는 건 알았는데 계속 걸은 것 뿐이었다. 설마하니 사람이 있을 줄 몰라서 놀란 거고. 애포에 이렇게 따로 만날 약속을 잡을 친구가- 있었는가부터 생각해야겠지만. 그녀는 무심코 손을 움직여 약지의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익숙치 않은 이질감이 손가락을 감싸고 한바퀴 빙글, 돌았다.
먀옹-
"응?"
잠시 딴 짓을 하던 그녀의 정신을 리치의 울음소리가 불렀다. 뭔가 요구사항이 있을 때 내는 소리였다. 빨리 가자는 건가 싶어 리치를 보자 귀가 쫑긋쫑긋 움직이는게, 손길을 원하는 몸짓이었다. 이건 쓰다듬어 달라는 건데. 그녀에게 해달라는 건 아닌 듯 싶다. 그렇다는 건... 그녀는 리치와 상대를 번갈아 보고, 잠깐 생각한 후에, 몸을 숙여 바닥에 무릎을 살짝 대고 앉았다. 느슨해진 가방에서 몸을 반쯤 내민 리치를 안고 상대에게 말했다.
"리치가 당신에게 쓰다듬 받고 싶대요. 해줄래요?"
대뜸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그녀는 리치가 해달라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 그녀를 닮아 한 고집 하는 패밀리어였으니, 요구를 안 들어주면 얼마나 성을 낼지 모르는 일이었다. 할지 말지는 상대에게 맡기겠다는 듯 그녀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고, 이 잔망스러운 고양이를 어서 자신을 쓰다듬으라는 듯 정수리를 내밀고 귀를 쫑긋거렸다.
너는 그래도 자신에게 이리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어 기쁘거니 한 것 같았다. 너는 고양이가 대답까지 해주자 그쪽으로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너를 비롯해 후부키의 사람들은 동물과 제법 친해질 수 있는 재주를 가졌는데, 숲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지라 거센 바람의 때를 잘 알기에 손을 뻗으면 그걸 피하기 위해 새가 날아들고, 신비한 동물의 습성을 잘 알기에 민감한 곳은 건드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너는 그 재주를 이 고양이에게 사용하지 않았는데, 신뢰를 쌓고 애정을 쏟아주는 상대의 동물을 함부로 길들이는 것은 크나큰 무례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이미 길들인 동물이 네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네 재간이 아닌 동물의 선택일 것이라 짐작하고는 학생의 대답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구나."
너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땅을 쳐다본다. 그리고 머뭇거리다 눈만 들어보였는데, 손가락을 꼼질거리는 것이 이렇게 대화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혼자 있는 세월이 오래였던 아이마냥 조금 위축되었을 무렵, 너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눈을 굴렸다. 고양이는 귀를 쫑긋거리며 움직였는데, 너는 그 모습을 보다 학생이 몸을 숙이자 손가락을 움직이던 걸 멈춘다. 고양이는 어느새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고, 너는 머뭇거리다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래도 돼요..?"
고양이 이름은 리치였다. 어떤 리치일까? 부유함일까, 과일일까, 누군가의 애칭일까, 도달을 뜻하는 것일까. 어느쪽이라도 제법 잘 어울리는 이름인지라 너는 티나지 않게 속으로 쿡쿡 웃고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옹송그려 앉는다. 새하얀 하오리 자락이 바닥에 내려앉지만 더러워지지 않는 것이 청결 마법을 쓴 것 같다. 너는 학생을 잠깐 쳐다보다 리치에게 손을 뻗었다.
"반가워, 리치야. 너 정말 귀엽다.."
하고 작게 종알거린 너는 능숙한 손길로 리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처음엔 손을 뻗어 냄새를 맡게 하고, 리치가 허락한다면 귀와 귀 사이를 가볍게 긁어주듯 쓰다듬으며 엄지로 슥슥 밀었을 것이다. 너는 이 작고 따뜻한 생명의 온기를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느끼며 아이처럼 배시시 웃었다. 말갛게 지어보인 미소는 입부터 시작해서 온 얼굴로 번져나간다. 수줍지만 활짝 웃어보이고는 네가 입술을 다시금 오물거렸다. 말을 고르는 것이다.
오늘의 tmi는 바로, 벨과 잉이의 차이점이에요. 우와..시트 내린 캐릭터 엄청 우려먹어요..잉주 양심 없어요..그렇지만 tmi 풀게 더이상 없고 오너 tmi를 풀자니 오늘 야구 지고 눈물 찔끔 흘린 거만 있어서..🙄
tmi의 잉이 기준은 이노리?를 기준으로 잡았어요.
1. 벨이가 계속 독백에서 등장하고 제가 '친한 벗'으로 설정해둔 이유는 서로 캐릭터 설정의 근본이 같되 다르기 때문이어요. 가장 밀접한 키워드는 죽음과 삶이네요.🙄 1-1. 왜요? 라고 하실까봐..ㅎㅎ 둘 다 죽음을 겪어보았고, 죽음과 밀접하면서도 성장하는 과정이나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벨은 산자에게 내쳐져 죽음 속으로 도피하였지만 삶을 누구보다 바라던 자였고, 잉이는 죽음을 포용하지 못하고 삶으로...이 이후는 비설이니 비밀이어요. 메롱!😝 아무튼 죽마고우랍니다.
2. 벨과 잉이는 서로 가장 비슷하지만 외형과 근본, 그리고 어조와 성격의 폭이 다르다에 가까워요. 서로간의 퍼스널 컬러부터 다른데, 각각 블랙/핑크&화이트/블루고, 캐디 포인트도 그렇게 잡았어요. 벨은 병약하지만 우아해서 누군가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세차게 비가 오는 날을 떠올리게 하여 안의 내면의 상처를 가리는 느낌으로 외형을 잡았다면 잉이는 여린 느낌이지만 차분하고 담담한 모습을 보여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고요한 설원을 떠올리게 하여 그 안의 ■■를 숨기는 편이에요. 그 외의 서로 다른 점은 의지할 가족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와 1번의 성장차이, 사상 차이가 있네요. 벨이는 악인을 품는다면 그 이후 악인이 속죄하여도 그 죄가 씻기지 않기 때문에 내가 직접 처단해야 한다. 라는 극단적인 편이에요. 제가..이것 때문에 고삐를 놓쳐버려서...놓치지만 않았더라면 퇴폐의 끝을 찍었겠죠..((울어요)) 훌쩍..😢 반면 잉이는 아주 유한 편이지만 악인을 품는다면 악인이 속죄하여도 그 죄가 씻기지 않을 뿐더러 내 자신도 죄를 짓기 때문에 차라리 내가 품고 씻어내야 한다. 정도네요.😂
그 외의 나머지는 비슷해요. 일단 저지르고 보자라는 성격이라 뒤도 안 돌아보고 주문부터 날리는 성격도 그렇고, 어투도 비슷하고((잉이가 조금 더 부드럽고 단호하지만 반말일때는 둘을 붙여두면 차이가 거의 없어요!)), 리덕토 마스터((아니에요))인 점도 그렇고, 성향도 조금 비슷하고, 벨이는 속박과 더불어서 흔적을 남기는 걸 좋아하는데 잉이는 매도 하기를 좋아하고 흔적을 들킬까 묘하게 들뜨는..옹알옹알...어버버버..응애..? 아무것도 못 들은 거예요..!!🙈
Q. 그러면 잉이도 퇴폐 있나요? A. 네!
Q. 퇴폐 어렵다면서요.. A. ((잉이의 비설을 봐요)) 음, 그렇게 됐네요..🙄
3. 벨의 tmi...못다한 이야기네요. 벨은 시한부가 맞고, 그 증거로 제가 매일같이 일상이나 독백에서 언급했던 '머리가 아프다'라는 지문이 있었어요. 못해도 30살 이전엔 죽었을 거예요. [지독한 편두통이 그와 늘 함께한다. 이는 불시에 찾아오며, 씻은듯이 사라지기도 하고, 하루내내 이어지기도 한다. 머리카락을 산발로 둔 이유도 빛을 최소화 하여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 어둠속이 그나마 편안하였다. 차가운 것이 편안하게 두통을 조금씩 눌러줘 현무를 택하였다. 물론 그마저도 성치 못하여 담배라는 기호식품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아니하였지만.] 하고 제가 비설에 적어뒀네요. 그것 말고도 가주라는 자리는 죽음을 대리하는 자리이니 유일신의 자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숭배 받았다. 하는 설정도 있고. 이것 때문에 오만한 것이기도 하고요. 옹알옹알.
잉이는 조금 다른 노선의 비설인데, 일단 시한부..는..아니니까요.🙄 아마도요? 얘는 병은 없는데..옹알옹알..자세한 건 에버노트에.. 비설도 집안의 굴레는 비슷하긴 한데 근본적으로 다르네요.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는 것과 더불어 가문원의 규모가 많아 그 안의 결집력이 강했던 벨과 달리 잉이는 소규모였기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규모의 비극과 이후 이 가문이라는 대규모 가문으로 넘어옴으로 인한 텃세나 서로간의 갈등이 중점이네요.
4. 앞서 썼던 독백처럼 잉과 벨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고는 하는데, 양파와 낙엽이라는 멸칭 내지 애칭으로 부르곤 한답니다. 왜 이렇게 친하냐면 공백기가 2년이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4년이나 만났으니까요...🙄 치근덕치근덕, 티격태격 해도 결국 서로가 가장 의지되는 벗이네요. 현재는요.
Q. 둘에게 너희 그런 사이니? 하고 물어보면 뭐가 오나요? A. 잉이의 친절한 아바다 케다브라와 벨이의 상냥한 화장터 안내요...🙄
5. 벨은 만나서 잉이가 미소 지을 때마다 아주 끔찍하게 싫어해요. 쟤가 웃는 순간은 사고를 쳤을 때인데..오늘은 또 누굴 조졌을까? 같은 느낌..? 잉이도 비슷한 느낌으로 벨이의 미소를 아주 싫어해요. 쟤가 또 오늘은 어떤 시체를 봤길래 저러지..누굴 조질 생각으로 똘똘 뭉쳤을까..? 결국 둘 다 서로 인성이 거기서 거기라는 건데..개인적으로 손에 쥐었을 때 제 판단으로는 성격 면에서는 벨이가 훨씬 천사네요..얘는 그래도 시원하게 다 털기라도 하죠..옹알옹알..잉이는 성격 나쁘게 웃지도 않고 호호 웃으면서 예 당신이 옳습니다 하지만 저는 머리가 아둔하신 분의 의견도 모두 포용할 줄 아는지라..하니..🙄((?))
"그치? 이래서 내기라는 건 재밌어. 판돈은 정해져있지만..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그 어떤 악수도 둘 수 있으니까."
추가적인 조건이 아무것도 없는 내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신 역시 내기를 할 때 그 내기의 허점만 파고들어가서 상대를 철저하게 괴롭히지 않았던가. 그 점이 내기의 이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내가 먼저 치지 않으면 상대가 친다. 수가 읽힐 뻔한 수는 오히려 돌파당하고 역공당함다. 하지만, 그런 것을 즐기는게 바로 주양 자신이었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이런 반응도 어느 정도는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 씨가 된다는 이야기처럼, 결국 계속 나쁜 사람이라고 자처한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었다. 기분이 오묘했다. 자신은 제 내깃돈보다 소중한 사람에게마저 걱정을 끼치면서도 이런 묘한 희열이나 느끼고 있단 말인가. 자신은 과연 당신에게... 행복이. 되어줄 수 있는가.
"하지만 그것과의 내기에... 차마 너를 걸 수 없었어. 단태. 내 사랑. 내가 제일 좋아하고, 내깃돈 이상으로... 내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그게 바로 너니까."
이 와중에도 차마 이기지 못할지도 모를 내기라는 이야기는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알량하고 얄팍한 자존심 하나만큼은 챙기고 싶었던 탓일 것이라고 주양은 그렇게 믿었다. 속 모를 검은 눈빛이 당신을 한참 응시하고, 주양은 곧 당신을 품에 꼬옥 안았다가 몸을 떼어놓았다. 몸을 떼고 나서도 당신에게 향한 시선은 절대 다른 곳으로 향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이 순간만큼이라도, 당신의 모습을 더 깊이 기억하고 담아둘 수 있도록.
"단태. 만약 내가 그것과의 내기에서 진다고 해도.. 질 수밖에 없는 내기를 했다고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말아줘. 나는 끝까지 내기꾼으로써 살다 가는 걸테니까."
그리고. 만약 그렇게 두번 다시 나를 못 보게 된다면... 이 물건들으로나마. 날 조금 더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주양은 마냥 곱게 웃으며, 당신의 목과 귀에, 들고 온 목걸이와 귀걸이를 직접 손수 해 주며. 그리고 살짝 거리를 두고 당신을 다시 한참 바라보다가, 곧 다시 해사하게 웃었다.
"예쁘다. 우리 단태~"
엄청 잘 어울려. 진심으로. 묘하게 목소리가 떨렸다. 그 아이. 내 사촌동생이 내 곁을 떠나기 전에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괜히 뭔가 마음 한 켠에서 복받쳐오르는 기분이 느껴지고, 주양은 다시 당신을 품에 안았다. 지금만큼은 절대 떨어지기 싫다고. 오늘 하루종일 너의 곁에 붙어있고 싶다고, 당신의 귓가에 한 없이 속삭였다.
상대의 이름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가 후부키의 재주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그러니 이 별난 상황을 그저 리치의 변덕으로만 여기며 기꺼이 쓰다듬을 권유한 것이지만. 그래도 실제로 행할지 어떨지는 온전히 상대가 선택하도록 두었다. 대화에 어색해하는 모습이나 손을 꼼지락거리는 걸 본 탓도 있었다. 저를 불편하게 여기는 상대에게 제 패밀리어의 고집을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 사양한다면 그대로 물러나 가만히 리치를 달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그녀에게나 리치에게나 좋은 일이었다.
"그럼요."
재차 허락을 구하는 말에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먼저 권한 일이다. 이제와 매몰차게 아니라고 할 리가 있나. 상대의 작은 체구가 더욱 작게 앉고, 그녀는 바닥에 닿았음에도 더러워지지 않는 옷자락을 힐끔 보았다. 꽤나 공을 들인 물건인가. 찬찬히 보니 귀하게 대해진 듯한 느낌이 어렴풋이 드는 것도 같다. 오, 아마도 이름난 가문의 사람인가보다. 그녀가 이런 저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 무렵, 리치는 한창 상대의 손에 애교를 부려대었다.
그륵그륵그륵... 아우우웅...
희디 흰 털을 쓰다듬어 주는 손에 제 머리를 부비기도 하고 되려 코끝으로 손바닥을 간질이기도 하며 보기 드문 재롱을 떤다. 딱 거기까지만인지, 상대를 배려한 건지, 멋대로 뛰쳐나가 앵기는 일은 없었지만. 기분 좋은 듯 목 울리는 소리를 내고 새끼고양이 같은 소리도 낸다. 장난으로라도 무는 일은 없었으니 서로 놀랄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대신 질문은 있었다.
"그 때?"
그 새를 못 참고 딴 생각을 했는지, 상대의 물음에 대한 그녀의 반응이 한박자 늦었다. 되묻듯 중얼거리고서 아, 하고 제가 깨닫는다. 그 날 말이구나. 질문에 확인은 필요했어도 대답에 고민할 필요는 없었는지 그녀가 대답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전혀요. 그 날 잡혀갔던 학생 말고는 다친 사람 없지 않, 은 건 아니구나. 아무튼 전 괜찮아요. 다칠 일도 없었고."
눈 앞에서 크루시오를 맞는 학생이 있었음에도, 부상의 위험이 없는게 아님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어느 누가 무슨 일을 당하든 그녀는 고의적으로 공격당할 일이 없었다. ...킥. 그녀는 무심코 흘러나온 웃음을 감추지 못 했다. 시선을 옆으로 굴리며 한쪽 입꼬리만 올려 짓는 웃음은, 찰나였지만 선명히 한 순간 그녀의 얼굴을 장식했다. 웃음기가 지나간 후엔 태연히 말하기도 했다.
"전 펠리체에요. 펠리체, 스피델리. 백궁 4학년이에요."
기회가 기회이니 이름이나 알아두라는 듯, 되물음이 없는 말이었다. 이 역시 배려라면 배려일까. 아니면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다는 걸까. 담담히 제 할 말만 하고서 리치와 같은 금빛 눈으로 상대를 응시한다.
내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단태는 할 이야기가 크게 없었다. 하지만 내기의 허점을 파고들어서 이득을 취하는 쪽이 잭팟을 터트리기 좋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거야,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내기에 미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오래 보다보면 그 사람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주양의 말에 자신은 대답을 내놓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화의 방향이 다른 곳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말에 대답할만큼 자신의 기분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붉은 암적색 눈동자가 주양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알수 없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는 눈동자는 이내 단태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가늘게 뜨자, 평소와 똑같이 가라앉은 어두운 빛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을 걸 수 없었다는 네 말은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단태는 다시, 자신의 얼굴을 거칠게 매만졌다. "너는 절대 좋은 연인은 아니야." 매만지던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단태는 낮고 작게 주양에게 속삭였다.
"그런 네가 스스로를 걸었다는 점을 내기의 결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도, 제정신은 아니지."
자신을 품에 안는 행동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태는 그렇게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주양을 마주 끌어안은 뒤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체취를 가득 들이마시고, 단태가 뻔뻔하게 낄낄거리는 웃음을 작게 터트리며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해야한다는 양 가볍게 입을 맞췄다. "원망? 그건 너무 가벼운 감정 아닌가."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난 뒤에 단태가 히죽- 입가를 끌어올려서 미소를 짓는다.
"나한테 진짜로 바라는 걸 말해봐. 기회를 줄게. 주양아. 예를 들어서 같이 가달라던가, 사실은 무섭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너외의 누구도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말라던가."
지금 이야기하면 들어줄 수 있어. 목걸이와 귀걸이를 해주는 주양을 향해 능청스럽게 중얼거리던 단태는 거리가 조금 떨어졌을 때 목에 걸린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매만지고는 다시금 히죽하니 웃었다. 자신은 졸업한 뒤에 가주가 되는 게 당연한 가문의 소가주였다. 평생 반려를 만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후에 누군가를 만날 수는 있을 것이다. 주씨 가문의 명맥을 잇기 위해. 예쁘다는 말에 단태가 눈썹 한쪽을 치켜올린다.
"너는 나한테 평생 풀 수 없는 걸 남겨놓을 생각이군?"
떨어지기 싫다고, 오늘은 붙어있고 싶다는 속삭임에 단태는 의문형의 문장을 뱉어내고 잠깐 시선을 다른 곳-정확히 말하자면 기숙사 방문-으로 향했다가 다시 주양에게 향하고 그 볼에 입맞췄다.
"그럼 저번처럼 같이 자면 되는걸까. 내 룸메이트에게 언질을 못주고 왔는데 말야."
볼에 입맞춘 단태의 목소리는 주양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몰라서 되물어보는 뉘앙스였다. 가문의 명맥을 잇기 위해 누군가를 또 만날테지만-자신의 평생, 죽는 날에 이르기까지 같은 성별의 사람을 또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너는 이씨 집안에서 제법 귀하게 자랐다. 너는 방학중에 절대 내려가지 않으려 들었지만 고모님께서 방학중에 학교로 찾아오신다. 너는 주변의 시선도 그렇지만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큰지라 끝내 이기지 못하고 내려갔다. 당연히 고모님은 네게 이런저런 것을 챙겨주신다. 여전히 방에는 뜯지도 않은 선물의 포장이 가득하다. 그런 호의를 너는 늘 거절했는데, 복에 겨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하오리에 대해서는 겸허히 은혜를 받아들였는데, 이번에 한서가 디핀도를 써서 하오리가 찢어졌기 때문이다. 고모님께서 직접 걸어주신 청결 마법과 네가 엉거주춤 썼던 레파로는 아주 좋은 것이었다. 너는 쓰다듬지 않는 손으로 짧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듯한 동작을 보인다. 짧게 잘렸기 때문에 금방 다시 넘어오긴 했지만 얼굴을 간지럽히는 일은 더이상 없었다.
"응."
머리를 부벼오는 리치의 애교에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짧게 깎인 손톱 덕분에 리치를 한결 편하게 만질 수 있었다. 긴 손톱이었다면 찔리거나 긁혔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너는 신비한 동물을 만질 때 닿는 면적을 넓게 해서 아주 많이 느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손톱을 짧게 깎는 부류에 속했다.
"다행이에요..그때 다친 줄 알고 걱정했거든요. 다음에도 또..탈이 온다면요, 그게...조심하세요. 다치면 다들 슬퍼하니까.."
너는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그때를 회상한다. 돌을 던졌을 때 프로테고를 보았고, 공격은 막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너는 다리라도 다쳤던게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불가피하게 움직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웃음소리에 눈을 흘끔 들어보인 너는 공교롭게도 선명한 웃음을 마주했고, 아무것도 못 본 사람처럼 다시 눈을 내리깔아 리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픈 건 싫잖아요. 몸 말고 여기도."
너는 리치를 쓰다듬기를 멈추고 손을 들어 너의 가슴팍을 꾹 누른다. 아마 타인과의 분쟁이 일어나서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사소한 것도 걱정하는 것이다. 너는 이런것에 제법 능숙한 것 같았다.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도 침묵하며 자신을 낮추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양, 걱정으로 포장하여 덮어 상황을 무마하는 것이다. 너는 느릿하게 학생의 이름을 발음한다. Felice Spidely, 하고 한번 입속으로 굴려본 너의 발음은 어째서인지 몰라도 정확한 영국 악센트를 구사하고 있었다.
"저는..이노리에요. 후부키 이노리. 누리라고 불러주셔도 돼요. 현궁 6학년이고요.."
부끄러운지 네 뺨이 물든다. "전혀 6학년 같지 않죠.." 하고 말하는 것이 자신이 남들보다 훨씬 작은 체구임에다 여린 인상임은 인지하는 것 같았다. 너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살짝 들어올린다. 좋은 눈은 아니다. 생기도 없고 죽은지 시간이 오래 지난 사람처럼 새하얗게 물들어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_자캐의_오른뺨을_때린다면_자캐는 : ((이노리 시점이어요.)) 철썩 소리와 함께 고개가 돌아갔다. 얼얼한 뺨을 부여잡고 당사자를 가만히 쳐다본다. 애써 감정을 다잡으려 했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입을 몇번 뻐끔거리다 하는 말이라곤 고작 "이제 행복한가요?" 하고 더듬어 뱉는 것 뿐이다. 이윽고 너는 애써 미소를 짓는다. 서러워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미소에 덮여 가려지면 그만인 것이다.
"이노리가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네가 훌쩍거리며 고개를 내릴 무렵, 네 뒤에서 누군가 뛰어와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왼 뺨을 주먹으로 거세게 후려치려 들었다.
"내 동생 괴롭히지 마, 이 개XX야!!"
하면서 주먹을 내다꽂는 것이 무려 이씨 가문의 전 후계자인 한서라면 당신은 믿겠는가?
((이노리?의 시점으로 이어져요!)) 한서의 흉흉한 붉은 눈 뒤로 뺨을 부여잡은 그것은 당신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더니, 주먹을 내리꽂는 모습에 놀라울만치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며 보란듯이 입술을 뻐끔거렸다.
' 안타까웁기 그지 없어라. '
그것은 어느새 눈을 휘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캐의_자신에_대한_믿음은 : MAX여요!😊
할_때_자캐가_가장_좋아하는_행동 : 네..??😳 네?😳 네에..??😳😳😳 겨..경찰 아저씨!😭😭 이노리?는 수치심을 주고 그걸 감상하거나 역으로 교육 받는 앗 제가 아니에요, 경찰 아저씨! 제가 아니..((끌려가요..))
이노리?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너_몇살이야를_듣는다면_반응은 : ((긍정적인 너 몇살이야? 의 질문이어요!)) 나는 눈을 휘었다. 잔잔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을 다소곳이 모았다. 공손하면서도 차분한 태도로 당신을 응시하고는, "올해로 열 하고도 아홉이 되었습니다." 하고 답한다. 만족하였냐는듯 제법 상냥한 태도로 당신의 답을 기다리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이어요..)) 나는 손을 든다. 입가를 긴 손가락으로 덮어 가리며 놀랐다는 양 눈을 커다랗게 뜬다. 이내 당신을 천천히 훑어보고는 눈이 기묘하게 휜다. 그럼에도 비웃는 것이 아니었다. 어울려주는 것이 좋겠다 판단한 나는 나긋나긋하게 답했다.
"시생(侍生)의 연배는 이녁*보다 적으나 현명하기로는 갑절을 살았지 않겠소이까."
하며 쿡쿡 웃어보이니, 이 위화감은 분명 어린아이를 보는 어른의 시선을 조잡하게 흉내내는 것이다.
* 이녁: 상대를 조금 낮춰 부르는 인칭대명사.
너의_꿈을_꿨다로_자캐_단문_연성 : 너의 꿈을 꿨다. 신비한 동물과 함께 후부키의 숲을 노니며 말갛게 웃고 있었다. 그러다 나를 발견했는데, 내게 종종 다가와서는 괜찮느냐 묻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꿈임을 알아챘음에도 네게 괜찮다고 하였다. 그리고 괜히 입술만 자근자근 물다 너는 괜찮아? 하고 물었는데, 너는 침묵하며 미소를 짓더니 나를 안아줄 뿐이었다. 그 순간 나는 꿈에서 깨었다. 비참한 일이라 한참을 울고 나는 이제 네 얼굴도, 부모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기에 서러워 잠들 수 없는 밤을 홀로 지새웠다.
자캐가_죽음의_위협을_받는다면 : 죽음의 위협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법이다. 당장 원내로 들어오는 탈의 위협도 있지만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씨 가문에서 입지를 위협받는 순혈파의 위협이다. 나는 그것이 이 사람들이 행복할 선택이라 믿었다. 그렇지만 내 믿음에는 모순점이 있기 마련인데, 바로 내 선택도 있다는 점이다. 생명에 관해서는 후자가 더 강한지라 나는 한 손으로 지팡이의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 검지로는 지팡이의 끝단을 지그시 눌렀다. 오늘 밤은 아주 길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생명의 무게는 제법 무거웁기에 함부로 죽였다간 그 후의 일을 장담할 수 없어 쉬이 손대지 아니하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얌전히 받아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하며 미소를 지어내는 것이다.
이윽고 승자의 우월감에 도취한 눈으로 "헌데 이녁의 목숨은 어찌 이리도 가벼우신지요?" 하는 일은 나중의 질문인 것이다.
주단태의 오늘 풀 해시는 어린_자캐가_거부할_수_없는_유혹은 어린애가 거부 못하는 유혹...그것은 역시나 간식 아닐까((막무가내로 빡빡 우겨대는 땃쥐)) 사실 애는 어릴 때부터 어떤 유혹을 하더라도 낼름 잘 넘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오너피셜의 무언가가 있어. 감정적으로 공감수치가 낮은 사람일수록 유혹에 약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Q 그렇기 때문에 미약한 반사회적 장애를 선천적으로 타고난 주가놈이라면 더욱 그쪽에 가깝지 않았을까? 간식이든, 간단한 놀이든...그 외의 자극적인 것이든. 여담이지만 지금에 이르러서야 조금 유혹을 참아내는 쪽에 가까워졌지.
자캐의_유언은 ((땃쥐는 주가놈의 유언을 정해놓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애는 잘먹고 잘살아서 순리대로 살다가 갈 것 같아서......((흐린눈))
자캐의_약간_중간_엄청_화날때_단계별_반응 약간(저):달링, 자꾸 그러면 나 화낼거야? 중간(중):(말이 조금 줄어들고 히죽 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엄청(고):(웃는 낯이 사라진 무표정으로 자기 목에 손을 대고 슬슬 문지른다.) 여물어.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땃태의 진단!!((후다닥 가서 먹어요!!)) 제가 첫 입을 야금야금 갉아먹었어요!!((뿌듯해요!!)) 유혹..간식의 유혹도 귀엽구 뒷설정도 매력적이에요..🥰 잘 산다는 땃태...제가 기억할 거예요! 나쁜 길로 가면 안돼요!😳 그리고 마지막..마지막....((이리뱀뱀 땃태의 멋진 모습에 기절해요!!))
점성술 시간이다! 너는 점을 보거나 그걸 믿는 성격은 아니었다. 운명은 흐르는 것이다. 흐르는 자에게는 행운이 있겠지만 거슬러 올라간다 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용기가 함께한다 믿는 사람이었지만, 최근 일을 보면 그것도 맞는 말은 아닌 것 같았던 것이다. 너는 기숙사 안에서 쑥을 피우다 수업을 듣기 위해 일어섰다. 그리고 본 것이 조금은 익숙한 사람인 것이다.
"너 왜 여기 있어요?"
너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더니, 자리에 앉고는 깨달았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먹을 쥐면서 입가에 가져다대며 히히 웃는 것이었다.
"혹시 학교가 재밌어서 온 거예요? 그러면 이노리 이해해요? 진작 말하지. 너도 입학 하면 돼요?"
옷에 닿았던 눈길이 머리를 넘기는 손짓을 따라 머리카락으로 옮겨간다. 새까맣고 짧은 머리칼은 그녀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같으면서 또 다른 느낌이다. 같은 검은색인데. 생각해보면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남매간과도 같은 은발이면서 색이 다르다. 혈육간에도 그런데 타인간에 그런게 이상할 리가 없다. 오히려 당연하다. 타인이기에.
머리카락 다음으로 본 짧은 손톱은 약간의 강박증을 느끼게 만들었으나 그녀는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리치가 순순히 쓰다듬을 허락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 느꼈을테니. 이 영악한 작은 짐승은 그런 눈치를 볼 줄 알았다.
"흠."
걱정, 슬픔. 상대가 언급하는 그 말들에 의미심장한 소리가 짧게 흘러나간다. 누가 누구를 걱정하며 무엇을 슬퍼한다는 걸까. 뭐, 굳이 물을 것도 없겠지. 쓰다듬던 손이 거두어지자 리치는 만족했는지 다시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몸을 가방 안에 쏙 넣고 이따금 흔들리는 꼬리 끝만 살짝씩 보여준다. 기분 좋은 그륵거림과 함께. 그녀는 안은 팔을 고치고 가방을 추슬렀다. 그런 뒤에야 말했다. 상대의 자기소개까지 다 마친 후였다.
"저에 대한 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노리 선배. 행여나 제가 다친다고 해도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선배가 누구에게 다치든, 혹은 죽는다고 해도, 전혀 슬퍼하지 않을거라서요."
상대가, 이노리가 가슴을 짚어가며 분쟁의 아픔에 대해 말한 것이 무색하게 만드는 말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질감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생각한 그대로를 말로써 꺼내는 그 태도는 이노리가 어떻게 반응하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의도도 그랬지만.
"글쎄요. 어떤 모습, 어떤 행동을 해야 6학년 같은 건지, 누가 그런 걸 정해두긴 했는지, 저는 알지도 못 하고 알고 싶지도 않네요. 선배. 제 자신은 제 안에 있으니,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이노리의 하얀 눈과 그녀의 금빛 눈이 마주쳤다. 생기를 잃고 죽은 눈과 극을 달리 하듯 생기가 넘치는 금빛의 눈은 서서히 가늘어진다 싶더니 신월이 가까운 초승달처럼 휜다. 어스름한 그늘을 지고서 짓는 미소는 이 순간만의 것이었다.
"물론이죠. 잘 부탁해요. 이노리 선배."
곧 악수라도 내밀 듯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저 천천히 눈을 깜빡이기만 할 뿐. 결코 손을 내밀지도 거리를 좁히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를 대신하듯 가방에서 리치의 꼬리가 쏙 튀어나와 두어번 까딱까딱 흔들거렸다.
그녀도 교실에 들어서 칼 교수를 보았으나,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참관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오히려 칼 교수가 있는 편이 좀더 흥미로운 수업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대신 다른 생각으로 교실 안을 둘러보았으나 그녀의 연인은 보이지 않았다. 뭐, 그렇게 되도록 피한 것도 있긴 하지만.
"......"
에반스 교수의 말에 뭔가 바글바글 움직여대는 주머니를 보고 적당히 자리를 잡는다. 픽시를 이용한 실전 연습이라. 이미 많이 하지 않았나 싶지만 그게 수업이라니 어쩌겠는가. 따라야지. 지팡이를 빼 한 손에 들고 까딱까딱 흔들며 수업 진행을 기다린다.
둘러보는 것을 딱히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으니까, 칼 교수가 그런 말을 해도 특별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정말 확인차 둘러본 것이기에. 있다고 해서 곤란하지도 않고, 없다고 해서 아쉽거나 하지도 않다. 라고 하면 역시 100% 진심은 아니긴 하지만.
"?"
수업에나 집중하자고 생각하며 에반스 교수를 보고 있으니 오, 이 무슨 뜻밖의 소식인지. 그녀는 역사서에서 봤던 글귀를 떠올렸다. 그레이엄 가문과 그린폴드 가문은 사촌지간이라던 글귀. 지금 수업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잠시 잡생각을 밀어 머릿속을 비우고 수업으로 신경을 기울였다.
픽시들로 인해 시야가 어지러운 것도 잠시였다. 눈앞을 가리는 픽시를 손으로 휘휘 저어 물러내고 에반스 교수의 설명을 들으니, 굳이? 라는 의문이 드는 마법이었다. 밧줄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가 그렇게 클까. 의외로 클지도 모르겠다. 보이면 자를 수 있고, 보이지 않으면 쉽게 풀 수 없을테니.
"쯧."
주문이야 어찌 되었든 이것들을 치우는데는 쓸만한 듯 싶다. 그녀는 달려드는 픽시 한마리를 피하곤 그 녀석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알려주면 안되는 주문을 알려주는 이유가 뭔지, 단태는 칼 교수님과 에반스 교수님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책상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주문이라는 말을 듣고나자 책상을 두드리던 단태의 손이 내려가더니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 빛난다. 인카서러스와 비슷하지만 밧줄이 보이지 않는 주문이라는 에반스 교수님의 설명은 단태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 반짝임이 더 강해졌다. 픽시가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에 오, 하고 감탄하다가 눈을 깜빡인다. 임페리오에 걸린 사람을 포박하는데 쓰는 용도의 마법-인데 이게 가문의 주문이라고?
"브라키아반도."
생각에 잠겨 있던 단태는 걸고 있는 목걸이를 노리는 것처럼 날아오는 픽시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생소한 주문이라 한번에 성공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dice 1 2. = 1
내가 누누히 말했지.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조곤조곤하게 말을 이어가면서도, 쉽게 당신과 거리를 두지 않았다.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이 내기는 승산이 있을지 없을지조차 불분명한 그런 내용의 것이니까. 일개 인간보다 인간 이상인 그 존재가 자신보다 훨씬 앞서서 악수를 두게 된다면 자신이 내기에서 이길 확률은 0에 수렴했다.
당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에 주양은 그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 한껏 더 끌어안아줄 뿐이다. 내기의 결과가 최악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자신이 내기에 목숨을 판돈으로 건 것이 원인이었으니. 그러니까 당신이 충분히 중요시할만하다고 생각하며 당신의 어깨에 슬쩍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다 뒤로 물러나고. 한참 말 없이 있던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무섭지 않아. 최악의 상황이 오면.. 나 대신 다른 사람을 만나도 상관 없고. 그 대신, 전에 약속했던 것처럼. 만약 내가 내기에서 져서 MA가 내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 찾아온다면, 그때 내 곁을 지켜주지 않을래? 내 마지막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하고 싶거든."
주양 자신이. 자신의 내깃돈보다도 훨씬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바라는 소원은 딱 이거 하나뿐이었다. 그것 이상으로 바라는 것은 없었다. 단지.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아무도 없는 것만 아니라면. 그렇다면 자신은 언제든지 환영이었으니까. 목걸이를 매만지는 당신을 바라보며 사랑스럽다는 듯 한껏 웃어보이던 주양은 당신이 귀에 한 귀걸이가 훨씬 더 잘 보일수 있도록, 당신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귀 뒤로 넘겨주었다.
"후후.. 그런 셈이지? 내가 죽어있든. 살아있든. 언제나 너의 곁에서 함께할거라는 뜻이기도 해."
동시에. 자신이 내기에서 이길 경우 당신은 영원히 자신만의 것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물건이라는 앙큼한 생각도 숨어 있었다. 조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의 폭을 넓힌 영향인지 주양의 눈빛이 생기를 되찾고 살짝 빛났다. 감정적으로 구는 건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항상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건 자신이 아니었으니까. 이제는 조금 긍정적인 쪽으로. 평소 다른 사람들의 앞에 내비치던 평소같은 모습의 서주양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이젠 내가 애매하게 말해도 척하면 착이네? 맞아. 그 뜻이야~ 우리 여보네 룸메이트한테는 나중에 내가 잘 말해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애초에 당신을 방으로 부른 것부터 오늘은 같이 곁잠을 자기 위한 것이었기도 하니까. 불안한 내기를 앞두고. 제 연인을 품에 안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안심되는 일은 없을테니까. 항상 혼자였으니, 지금만큼은 자신이 마음 편하게 기댈만한 사람이 필요했으니가. 행여나 당신의 룸메이트가 외박으로 꼬투리를 잡을 기세가 보인다면 그 즉시 일주일마다 기숙사 점수 5점 차감으로 응징하겠다는 투지를 활활 불태우며 주양은 짓궂게 웃었다.
"음.. 지금 당장 알려야 한다면. 내가 편지를 써서 보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여보?"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시간이 돌아왔다. 그것과의 내기에서 이긴 다음이라 주양의 발걸음은 한껏 가벼워진 상태. 이젠 어떤 탈이 오더라도. 그 어떤 위험이 도사리게 되더라도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을 손에 넣은 오만한 자의 콧대는, 그렇게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것이었다.
난 좋은 사람이랑 어울리는 사람이 못되니까. 자신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주양을 향해 말하며 단태는 샐쭉- 눈을 가늘게 뜨고 히죽- 웃음을 지은 채 이야기했다. 거리는 누가 먼저 다가오든지, 금방이라도 입맞출 수 있는 정도의 거리였으나 쉽게 거리를 두지 않는 주양의 행동처럼 단태또한 쉽게 입맞추지 않았다. 고개를 내젖는 행동에 단태가 붉은 암적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어깨에 고개를 묻는 주양이 더 잘 기댈 수 있도록 머리를 살짝 기울이면서 능청스럽게 낄낄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보면, 네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언제가 되든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여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졸업을 하기 전이기는 하지만 우리네 가문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나는 누군가를 만날 수 밖에 없기는 해." 하고 작고 낮게 중얼거리다가 문득 단태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순혈가문의 명맥은 그렇게 유지되는 것이니까.
"약속했던대로 네 마지막은 내가 지켜볼 거야. 그리고 이후에 만나는 사람이 누구던지 간에 너는 내가 죽는 순간까지 좋아하던 유일한 사람이 될테지."
조금은 기뻐해도 된다. 단태는 그렇게 말하고는 평소와 다르게 건조하고 메마른, 느릿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의 머리를 넘겨주자, 주양의 턱을 감싸서 입맞출 것처럼 끌어당겼다. 다만 단태는 주양에게 입맞추지 않고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던 것도 잠시, 목과 어깨를 몇번 지그시 물었다가 놓기를 반복하고 입맞추기까지 했다.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강도가 강한 편이였고, 진심을 담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정도로.
"악령이든 원귀든 상관없으니까 죽는다면 유령이 되어서 내 옆에 머물러 있어야할거야. 내 옆에 함께할 거라면 그정도는 해줘야하지 않겠어, 자기야?"
생기를 되찾은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주양의 말에 단태는 자신이 물었던 부위를 손으로 가볍게 문질러주며 히죽-하니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이어지는 말을 가만히 듣던 단태는 감싸서 붙잡고 있던 주양의 턱을 붙잡은 채 이번에는 당연하다는 듯,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스치는 것처럼 맞댔다가 떨어졌다. 깜빡이던 암적색 눈동자에 잠깐 빛이 반짝였다가 사라진다.
"굳이 편지까지 보낼 필요는 없을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우리 달링은, 내 손만 잡고 잘 생각일테지? 이럴 줄 알았으면 교복이라도 미리 챙겨올걸 그랬네."
단태는 한손으로는 침대를 짚고 다른 손으로는 주양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예의 헤죽이는 웃음을 지으며 찡긋, 윙크를 해보였다.
에반스 교수님이 손가락을 튕기자 지팡이를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이 등 뒤로 향하면서 결박되는 느낌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강제적인 움직임이여서 지팡이를 놓치고 말았다. 인카서러스에 당하는 게 이런 기분인가. 그래도 그 결박은 오래 유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태는 잠시 결박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손목을 문지르며 떨어진 지팡이를 아씨오 주문을 외워서 다시 손에 들었다.
"...네?"
에반스 교수님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이 단태가 되물으려다가 봄바르다를 계속 날릴거라는 말과 함께 겨눠지는 지팡이에 자연스럽게 마주 지팡이를 겨눴다. "교수님을 공격하는 건 영 내키지 않는데-" 하고 중얼거린 것도 잠시였고 단태는 주문을 외웠다.
방금 주문은 그저 시범이었는지 에반스 교수가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그녀의 몸이 결박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결박되었다. 손이 뒤로 묶이며 움직여지지 않는다 싶더니 에반스 교수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고서야 풀려났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인카서러스와 차이를 알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것 역시 강점이기도 하고.
숙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풀려난 팔을 움직여보다가, 에반스 교수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수업이라면 해버리면 되는거지.
"브라키아반도."
이제 갓 익히기 시작한 주문을 지팡이 없이, 무언으로 할 만한 재주는 그녀에게 없었으니. 정석적으로 지팡이를 휘둘러 에반스 교수의 다리를 묶어 넘어뜨리려는 시도를 한다. 뭐, 본인이 어둠의 마법사라고 생각하랬으니까 말이지.
그는 매달리는 반동에 밀려 몸을 돌리다 그대로 한 바퀴를 빙 돌고는 말했다. 어깨를 톡톡 두드리던 손으로 엄지를 척 올려 보이는데, 사람 하나를 매달고 있는 자세로 그러느라 폼이 꽤 우스웠다. 사고를 안 쳤다 하면 남들에겐 별것 아닌 표준이겠지만, 그동안 그것을 최선을 다해 성칭한 결과는 제법 나쁘지 않다. 그는 알지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면을 크게 쳐주는 말이 호감을 사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 결과가 스스럼없이 매미처럼 매달리는 사이라면 좋은 일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나 동물, 심지어는 낯선 장소에 들어가는 일에도 용기를 끌어모아야 하는 성격을 지닌 택영이 이 정도로 태연하게 남을 대하는 일은 잘 없으니 그 역시 이노리를 꽤 친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였다.
간단한 안부 인사 같은 것이 끝나자 이노리는 문카프와 무어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정말로 저런 몇 마디 울음소리로 말이 통하는가 싶기도 했다. 불신이 아닌 감탄의 의미로 말이다. 뾰로롭 삐로롭, 몇 마디 울음소리가 오가는 동안 그도 덩달아 집중해서 둘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빙글빙글 돌던 이노리가 척 멈추어서고 꺼낸 말에 그는 힘 빠지게 웃었다.
"진짜요. 아가 성격이 좋네……."
뒷문장은 혼잣말에 가까웠다. 해달라는데 피하기도 미안하다. 커다란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얼굴이 귀여워서 내심은 먼저 다가와주길 기대하기도 했고. 조심조심한 동작으로 택영은 팔을 뻗었다. 허리를 조금 숙이고 문카프가 놀라지 않도록 팔을 천천히 두르자 복슬복슬한 털이 목 부근을 간지럽혔다.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감각이다. 무언갈 굳세게 각오라도 한 듯 꾹 눈을 감은 채 그대로 수 초가 흐르고, 그는 천천히 몸을 떼어 일으켰다. 잠시 우물쭈물 말이 없더니 조금 머뭇거리다 이노리를 바라보며 쑥스레 웃는 얼굴을 한다. 그렇게 설택영은 성공적으로 문카프와 교감을 나누는 데 성공하였다…….
앗, 그러고보니 이게 아닌데. 하마터면 훈훈하게 넘어갈 뻔했다. 주변에서 하나 둘 달라붙기 시작하는 시선이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다.
"……참. 이 친구랑은 실내보다는 야외로 가는 기 나아 빔더. 복도에서 뛰댕기면 사람들이 놀래요."
가장 좋은 해결책은 숲으로 돌려보내는 것이겠지만 우선은 밖으로 나가는 게 먼저일 듯했다. 둘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말하려 했지만 그렇게 들렸을지는 모르겠다.
집갱할게요..((마른세수를 해요..)) 랑종 처음 볼때도 놀랐는데 아마 오늘 두번 보면서 더 놀란 것 같아요....😂 불쾌하거나 징그러운 걸 그나마 견딜 수는 있는데..굿 장면이나 그런 부분에서 계속 머리가 깨질 것 같더니 기어이..🙄 지금은 좀 괜찮아요.😊 걱정시켜드려 죄송해요.😢
주양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꾹꾹 참고 있었다. 우리의 유쾌한 건 사감님이 또 장난을 치러 오셨을지는 몰랐는데 말이지. 저 모습을 보고 과연 웃음을 참지 못할 신입생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주양은 괜히 근처의 학생들한테 그냥 웃어도 된다면서 장난을 쳐보는 것이다. 그래도 역시. 이대로라면 자신 역시 못 참고 웃음을 터트릴것만 같아 주양은 한가지 꼼수를 부리기로 했다.
"크흠.. 교수님~? 건 사감님 보고 웃는건 괜찮죠~?"
그렇게 하면서 동시에 지금 곤 사감의 모습을 보고 참았던 웃음까지 터트릴수 있다면 완벽하지 않겠는가. 작게 킬킬거리던 주양은 교수님의 말에 곧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오호라, 오늘 수업은 그게 끝이예요? 이거 못 하는 사람은 없곗네요! 우리 청도 횃대에 한 발로 잘 앉아있으니까요~"
물론 새와 사람은 다르지만.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아씨오 주문으로 자신의 빗자루를 가져와 한 발로 선 주양은 처음에는 조금 위태위태한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균형을 잡는 데에는 성공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제대로 다잡고 하라고는 해도,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탈이 아니여서 그런지 다잡기가 어려웠다. 사실 혜향 교수님이 잠깐 떠오른 탓이겠지. 탈이면서도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깨트릴 수 없는 맹세까지 했던 사람. 눈을 깜빡이며 단태는 입술을 혀로 핥은 뒤 주문을 외웠다.
"괜찮아. 나는 너의 그런 뻔뻔스러운 모습조차 좋아서 미칠 지경이니까~ ... 어머나. 그거, 엄청 로맨틱한 말인 건 알고 있어~?"
분명 자신의 과대해석일 가능성이 크기는 했지만 또 어떻게 해석해보자면 결국 당신에게는 자신같은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지금만큼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좋게 바라볼 자신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는 안 그랬던 거냐고 한다면 또 그건 아니었지만.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주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자신이야 가문과 완전히 척을 지고 모두를 적으로 돌렸지만 당신은 또 다르니까. '그럼. 그때가 된다면 너랑 나는 끝인걸까?' 하고. 장난스러운 말 한 마디를 던져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 여보는 나랑 한 약속만 잘 지켜주면 돼~ 나머지는 내가 전부 감당하도록 할테니까. 적어도.. 사람 대 사람의 내기였다면 전에 너한테 속삭였던 것처럼 너를 내깃돈으로 걸었겠지만. 지금만큼은 그럴수 없었으니까."
조금은 어두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음만큼은 해사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곱게 들려왔기 때문이라는 영향이 컸다. 자신이 유일한 사람이 되는것은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것이었다. 이윽고 당신의 입질에 주양은 살짝 몸을 움찔거리면서 더더욱 당신에게 몸을 기대어왔다. 방음 마법이 걸리지 않은 지금만큼은 참을 필요 없었으니까. 한껏 몸을 기대고, 당신을 껴안은 손에 힘을 쥐며 그 순간을 즐길 뿐이었다.
"당연하지. 그치만 만약 그렇게 되었을 때의 일이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나. 그것과의 내기라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지금 내 기분.. 엄청 짜릿해."
따지고 보면 자신이 참 수를 잘 뒀다고 느껴지는 것이. 어차피 그 쥐가 학원에서 쫓겨난다면 모두가 죽는다. 그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늘어난다면 내기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단 한명이 움직이는 것보다 여럿이 움직이는 것이라면 결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양은 씩 웃었다. 특유의 자신만만한 그 웃음이 다시 돌아왔다.
자신의 목숨을 건. 어쩌면 이길지도 모를 내기. 이긴다면 그것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진심으로 임하겠노라고 다짐하며, 주양은 히죽 웃었다.
"그렇다면 편지는 필요 없을것같고~ 당연하지. 오늘은 손만 잡고 잘거니까~ 안심해도 좋아, 우리 여보?"
너는 누군가를 걱정하며 슬퍼하곤 한다.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의 사람은 아니다. 네가 손을 멈추자 리치는 가방 안으로 들어간다. 당연한 일이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고개를 올렸다. 할 말을 고르는 표정은 아니었다. 너는 순수하게 그 말을 듣는 것이다. 그리고 한참동안 대답하지 않는다. 당신이 하는 말을 모두 듣고자 함이었다. 이윽고 미소를 본다. 초승달처럼 휘는 금빛 눈동자를 보던 네 입술이 잠시 다물렸다.
사람은 끝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건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된다고 하던들, 어쩐지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애당초 광인을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너는 고개를 들어올리고 가볍게 기울인다. 당신의 말이 옳기 때문이다. 당장 머글 학생이 실종되어 크루시오에 맞았어도 누구 하나 걱정하였나? 이 원내에 출입하려던 어둠의 마법사를 저지하다 죽은 오러는? 없다. 그저 한순간의 안타까움일 뿐이다. 이미 죽은것이 다시 한번 죽어도 눈하나 깜짝 안할 원내의 학생일터이니 그 이전엔 얄량한 동정심을 유발할 생각도 없다.
그리고 그것이 입술에서 호선을 그어올리는데, 오로지 입술만 올라가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감정이 담겼을 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미 선택한 사람을 보는 것의 시선이 잔잔해진다. 그리고 그대로 옹송그리던 것을 무릎을 꿇어내더니 손을 공손히 모으는 것이다.
"이 미천한 자가 펠리체 양의 강한 심상을 알아보지 못하고 선택을 종용하는 실언을 저질렀으니 이 모두 저의 죄이렵디다. 부디 용서해주시어요. 용서해주시어요. 용서해주시어요. 죄인의 죄를 용서하시어요."
나긋하게 흘러나온 발음 뒤로 네가 머리를 크게 땅에 박고 절한다. 한번, 두번, 세번. 기어이 네 이마에서 피가 나던 그 순간 고개를 번쩍 치켜올린 네가 아이처럼 말갛게 웃는다. 아프지도 않은 것처럼 "아- 이노리가 이노리 안에 있을까요? 그러면 좋을 텐데. 영원히 남아있어야 해요." 하고 종알거리던 목소리는 방금 전까지 부끄러워하던 소년의 것이다. 이윽고 방금 전 상황이 재미난 놀이였던 마냥 손을 모아내며 뺨 근처로 가져다대곤 손등에 볼을 부비며 아이처럼 작게 피히히 웃는 것이다.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던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또 다시 기숙사 점수를 차감당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점수를 끌어올려야 하긴 하는데, 요즘 의뢰를 자주 안 뛰다 보니 점수가 그대로 유지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조만간 다시 주궁 학생대표로써 출발해야겠지. 이윽고 들려오눈 말을 들으며. 그리고 대량으로 풀려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는 골든 스니치를 보며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ㄱ..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빠른데요...?"
맙소사. 퀴디치 경기를 뛸 때도 이렇게는 안 잡아봤는데. 씁 하고 입맛을 다시던 주양은 결국 이번에도 꼼수를 부려보기로 했다. 괜히 저걸 따라 날아다니다가 빗자루에서 떨어지는 불상사가 생길 바에야, 존버 또 존버하는 메타를 쓰겠다는 것이었다.
"좋아. 한 마리만 걸려라~!"
마치 포수처럼, 날아올 방향을 대충 예측해서 그리로 손을 뻗어보았다. 동시에 균형까지 잡아야 하니, 아주 지옥이 따로 없었다..
장난스럽게 키득키득 웃으면서도, 이윽고 자신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에 안도하며 주양은 웃었다. 그래. 역시 퀴디치 선수 짬이 어디 가겠냔 말이지. 동체시력..을 썼다고 호언장담하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꽤 잘한 축에 속할거라고 믿으며 뿌듯한 기분으로 미소지었다.
"좋습니다~ 바로 갈게요!"
빗자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주양은 행여나 놓칠새라 골든 스니치를 쥔 손에 힘을 잔뜩 주고서 균형을 잡으려 애를 썼다. 방해하러 온다면 너네 기숙사점수는 없다. 하고 눈빛으로 한참 주변 사람들에게 경고를 날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해석해도, 괜찮을 것 같은걸. 로맨틱한 느낌으로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내 뻔뻔스러운 모습까지 좋아한다니 나를 그정도로 사랑하는지 몰랐어. 우리 토끼 아가씨?"
주양의 말에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대꾸하는 단태의 목소리는 역시나 뻔뻔스러웠다. 그렇게까지 말하면서도 절대 너는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거북하게 느껴질만큼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그런건가. 잠시 생각하다,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단태는 주양의 장난스러운 말에 볼을 잡아당기고는 "나는 네가 후실 한명 정도는 모르는 척 넘어가줄거라고 생각하는데?" 하며 능청스레 대답을 건넸을 것이다. 비슷하게 장난기가 담긴 목소리였다.
약속만 잘 지켜주면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단태는 주양의 목과 어깨를 깨물고, 입맞추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마땅히 어떻게 대답해야할지도, 대답을 원하고 하는 말이 아닌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지만. 잘근잘근 입질을 할때마다 더 가까이 붙다못해 더 세게 끌어안는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힘조절을 안하고 세게 물 뻔해서 고개를 뒤로 물러냈다. 하마터면 진짜로 물어버릴 뻔했다. 아니, 진짜로 세게 물어버렸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사실 계속 그러고 있다가는 정말 무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내가 걱정하지 않길 바랬다면 그 이야기를 먼저하는 게 아니었지 않나."
뻔뻔하게 느껴질만큼 능청스러운 어조로 중얼거리며 불만을 토로하려던 단태는 결국 주양의 자신만만한 웃음에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보였다. 저렇게 나오는데 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그냥 이제부터는 내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기도 했고, 손만 잡고 자겠다는 주양의 대답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자꾸 대답할 말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인데. 단태는 슬쩍 눈썹을 찡그리면서 생각했지만 곧 주양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가져다댔다.
"정말? 손만 잡고 잘 수는 있고? - 막이래."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단태는 헤죽- 하고 웃어보였다. 방금 전까지 입질에 반응하는 모습에 갈등하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뻔뻔스럽게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우리 자기가 그렇게 말하니까 방음 마법은 풀어도 되지?" 하고 단태는 주양을 감싸고 있던 팔을 풀어서 놓아주며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피니테 주문을 외우기 위함이었다.
그녀가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이해받길 원했다면, 지금처럼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되려 자신을 숨기고 적당히 보기 좋은 꼴을 꾸며내어 그것이 제 진실인 양 굴었겠으나. 그녀는 타인의 이해를 바라지 않았다. 타인 뿐일까. 피를 나눈 가족은 물론 심지어 그녀의 연인에게조차 빈말로라도 하지 않겠지. 그녀에게 이해란 믿음의 일부 같은 것이었으니.
저는 당신이 다치고 죽는다 한들 걱정은 커녕 슬퍼하지조차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을 지키듯 그녀는 이노리가 땅에 머리를 박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보았다. 하나, 둘, 셋. 어렴풋한 광기마저 느껴지는 행위가 지나간 뒤 다시 좀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노리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 이노리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가방이 아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하나 꺼낸다. 아직 쓴 적 없는 새하얀 무명 손수건으로 이노리의 이마에서 나는 피를 닦아주려 하며, 혹은 그 손수건을 건네 쓸 수 있도록 하며 나직하게 속삭인다.
"남아있길 바란다면, 미치는 한이 있어도 붙잡고 있어요. 이노리 선배. 이미 잃은 건 돌아오지 않고, 그나마 남은 것마저 사라진다면 선배는- 텅 비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그녀는 이노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이름, 학년, 소속, 그런 걸로 그 사람에 대해 무얼 알겠다 하겠는가. 그러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말했다. 당신이 영원히 남아있길 바라는 걸 제대로 붙잡고 있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먀오오옹...
정체된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듯, 혹은 환기하듯, 리치의 울음소리가 길게 울렸다. 놀만큼 놀았으니 돌아가자는 의미였다. 그래그래, 하고 가방을 토닥여 리치를 달래주고 앉았던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엉거주춤한 가방 끈을 다시 고친 다음, 이노리도 일어나게 도와주려는 듯 한 손을 내민다. 곧게 뻗은 흰 손이 얼마든지 잡으라는 것처럼 보였을거다.
"리치가 보채기 시작했으니 전 이만 돌아갈까 싶은데, 선배 친구분이 올 시간은 아직이려나요?"
이미 어두운데 여기서 더 어두워지면 이 작은 선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진 않을지 걱정하는 말 같아도, 그저 말뿐인 것이었다. 늘 그렇듯. 모두에게 그렇듯이.
너는 약속을 하듯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이건 친한 사람을 위한 특권인데, 바로 서스럼 없는 행동이다. 신체에 닿는 행동을 최소화 하던 네가 안거나, 새끼 손가락을 걸거나 하는 것은 드물다. 알게 모르게 마음을 놓았다는 뜻이다. 잠깐의 포옹 이후 떨어진 너는 이윽고 빙글거리며 뾰로롭 소리를 내고, 그 뒤로는 털범벅으로 허리를 쭉 뻗었다.
"친해졌어요! 둘이 이제 친구야?"
택영이 문카프를 끌어안자 문카프는 뾰로롭 소리를 내며 몸을 부볐다. 복슬복슬한 털을 부비는 교감을 바라보던 너의 뺨이 발그레 물들고, 눈동자는 생기가 없어도 반짝거렸다. 그리고 문카프를 한번, 택영을 한번 쳐다보고는 택영이 일어나 쑥스레 웃자 박수를 짝짝 치는 것이다. 너는 문카프가 신나서 폴짝 하고 뛰자 손을 뻗어 자연스럽게 쓰다듬는다. 손으로 머리를 신나게 긁어주던 너는 고개를 기울인다.
"야외? 그러면 택영이, 이노리랑- 문카프랑 같이 산책 가요?"
너는 이상한 뜻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택영의 수에 걸려들었다. 문카프가 산책이란 말을 알아들었는지 둘의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어쩐지 네가 길들이려던 시도가 하루이틀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너는 학생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꺄르륵 웃었다.
너는 피를 보고도 고통스러워 하지 않으며 되레 이 일로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 지도 고민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었다. 누군가 너를 싫어한다면 그럴 이유가 있기 때문에 넘겼고, 괴롭힌다면 행복하면 됐다며 넘겼으며,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면 할 말이 없으니 수긍했다. 피를 닦아주자 너는 고개를 기울인다. 피가 났냐는듯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떻게 반응하지? 너는 눈을 고양이처럼 느긋하게 감았다 뜬다. 이후의 표정은 미묘하게 달라졌는데, 아마 생각에 잠기는 것 같다. 조금 내려간 눈꼬리와 눈썹, 그리고 굳게 다물린 입술 뒤로 표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줍던 모습도 금세 사라지고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제법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래보여요?"
미치는 한이 있더라도 붙잡으라 했지만 이미 놓친 걸 다시 쥐기엔 너무 죄인이 아닌가 싶고, 텅 비어버릴지도 모른다지만 이미 비어있기 때문이다. 이를 몰라서 다행이다. 채우기 위해서 뭐든 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안 된다. 그 절망감에 빠지다보면 다시 일어서게 되고, 기어이 또 하나를 데려온다. 너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리치를 바라보던 너는 손을 잡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윽고 친구 이야기에 고개를 기울인다. 뻐꾸기 여덟번 울 시간은 지났기 때문이다.
"좀 늦긴 했는데 아마 곧 도착하지 않을까 싶어요?"
하고 고개를 기울이다 당신 너머로 무언갈 보고 배시시 웃는다. "왔어요?" 하는 인삿말 뒤로 손을 붕붕 흔든다. 발걸음 소리도 없이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장신의 남성이 다가온 것이다. 남성은 잠시 회중시계를 꺼내 바라본다. 지금의 시간은 오후 8시 47분 32초다. 본인이 늦긴 했지만 이런 상황을 요구한 적은 없었기에 둘을 바라보곤 상황을 설명하라는듯 미간을 구겼다.
"내 굳이 지금 이 상황에 해명을 요구해야하나?" "여전히 친구 싸가지 없어요? 내 나중에 설명할게요? 안녕, 펠리체. 다음에 또 봐요? 그때는 이노리 많이 채워서 봐요?"
너는 펠리체의 제지가 없다면 한바퀴 빙그르 돌고 토도도 달려 친구의 곁에 서려 한다. 종이로 만들어진 조잡한 비행기처럼 바람에 몸을 싣고 휘날리듯 떠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윽고 친구가 뒤로 돌아 에스코트를 하듯 너에게 손을 뻗으며 입술을 벙긋거리는데, 그 내용이 무엇인가 함은 "저녁부터 기분 나쁘게 왜 실실 웃고 그러나." 였다. 그러자 네가 눈을 기묘하게 휘며 명백한 소녀의 목소리로 조근거리기를. "채울 것이 생긴지라 일단 들개부터 길들일까 하여." 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아무도 알지 못하리라.
"어머. 내가 어떻게 하면 우리 여보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을까. 응?"
알려줘. 우리 허니. 조금 부끄러운 애칭을 입에 담아 부르고는 뒤늦게 후회하기 시작하는 주양이었다. 당신이 사용하는 그 달달하고도 귀여운 호칭들을 자신도 한번 사용해보고자 싶은 마음에 써 보기는 했는데, 이렇게까지 부끄럽고 쑥스러운 이야기일줄은 몰랐던 것이다. 살짝 볼을 붉히고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나서 주양은 다시 히죽 웃었다.
"흐응~ 정실으로써 후실은 용납 못해. 역사적으로 다른 왕비들이 다 그랬듯이 말이야~?"
오직 나만 바라보고. 오직 나만 사랑해주고. 오직 나한테만 달콤한 이야기를 속삭여줘. 너의 시선을 뺏어가고, 나한테만 주어질 애정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건 절대 용납 못해. 주양은 히죽 웃으며 다시 당신의 귓가에 속삭였다. 자신 역시 남들에 대한 소유욕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고, 그것이 자신의 연인이라면 더더욱 그랬으니까. 거리를 좁혀 당신을 마주보고 미소짓는 것도 잠시였다.
당신의 입질이 멈추고. 주양은 당신에게 한껏 몸을 기댄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우리 여보. 이렇게 날 자극해줄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하며, 주양은 간신히 다시 미소지었다. 아직 몸에 남은 자극이 가시지 않아. 한참동안 당신을 끌어안고 있다가 다시 몸을 살짝 뒤로 물렀다.
"그치만~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하고 있다가 나중에 일 터지고 나서 이야기하는것보단 낫잖아? 같이 방법을 생각할수도 있고~ 만약의 상황이 온다면,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고. 라고 할 뻔~"
내기에서 진다면 서주양이 아니지. 그치? 그렇게 뒷 말을 이어나가며 주양은 다시 곱상하게 미소지었다. 손만 잡고 잘수는 있느냐는 말에 주양은 대답을 덧붙이지 얺은 채 마냥 웃을 뿐이었다. 꼭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지 않느냐는. 그런 뜻이었지만, 차라리 이야기를 해주는 편이 더 나았을거라는 생각이 뒤늦게서야 들었다. 당신이 피니테를 쓰려 하자, 주양은 다시 거리를 확 좁히며 당신이 못 움직이도록 끌어안고. 한껏 입을 맞춰왔다. 꽤 시간이 지나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던 주양은, 자신의 숨이 딸릴때쯤 되어서야 천천히 입을 떼어냈다.
".. 아직.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해. 적어도 내일쯤은 되어야 풀만하지 않겠어? 응? 여보, 우리 자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