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이지만, 리치와 함께 라온에 나올 때가 있다. 보통은 그러지 않지만 유달리 리치가 그녀에게 매달리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은 떼어도 밀어도 어떻게든 달라붙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온다. 크로스백처럼 생긴 가방에 리치를 담아 메고서 밖으로 나오면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런 날은 또 평소랑 다르게 마차도 잘 타고 주변 인파도 덜 경계한다. 그래서 혼잡한 거리를 걸어도 갑자기 뛰쳐나갈 걱정은 덜 수 있었다.
"리치리치~ 사람 구경이 그렇게 좋아?"
먀옹!
고개를 빠끔 내밀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는 리치에게 묻자 당연하지 않냐는 듯 곧장 대답이 돌아온다. 가방 안에서 꼬리를 흔드는 움직임이 느껴져 엉덩이 부근을 토닥여주고 느긋하게 거리를 걸었다. 그냥 산책 겸 나온거라 가게 같은 곳에 들르지 않고 걷다보니 외진 곳까지 도착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북적이는 라온 중에서도 외진 곳, 가림빛과의 경계인 귀곡탑과 가까운 곳. 출입이 금지된 곳이 가까우니 자연히 사람도 없고 조용해진다. 이 곳을 저번엔 그와 함께 걸었지. 멀찍이 보이는 귀곡탑을 보면 떠오르는 기억에 괜히 낯이 간지러워진다. 그래서인가, 그녀 역시 그림자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작은 사람에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아."
깜짝아.
놀란 표정 놀란 몸짓과 달리 내뱉는 말은 평소와 다를거 없는 톤이다. 그건 가방 속의 리치도 마찬가지라, 무슨 일이 있냐는 듯 그녀와 앞을 번갈아 볼 뿐이다. 별거 아니라고 머리를 좀 쓰다듬어 준 후 갑자기 튀어나왔던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다. 작은 체구, 검은 머리, 한번 보면 잊기 힘든 특유의 눈. 그녀 역시 초랭이탈을 두고 마주했던 그 학생을 떠올렸다. 그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반걸음 물러섰다. 어딘가 주눅들어보이는 상대를 위한 거리였다.
"부딪힌 것도 아니니 괜찮아요."
그 말대로, 직접적으로 부딪히거나 뭔가 잘못된게 없으니 사과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괜찮다고 말하고 고개를 살짝 꾸벅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여기서 친구를 기다린다, 라. 아무리 봐도 장소가 조금 잘못된 거 아닌가 싶어 말해본다.
"과한 참견이겠지만, 이런데서 사람을 만날 거라면 좀더 조심하는게 좋겠네요. 교수들에게 들키면 귀찮아지니까요."
먀오옹!
그녀의 말에 동조하듯 리치가 고개를 들고 울었다. 그리고 귀를 쫑긋거리며 이노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그래, 그 마음가짐이야. 쉽게 죽으면 재미없어. 그런데, 그 생각이랑 진짜 잘 맞는 놈 생각난다..... ’
선비탈이 생각난 부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그녀가 느끼기에는 레오는 그 쪽이 아니라, 이 쪽과 잘 어울릴 게 분명했으니까요.‘ 흐응, 아. 그렇겠네. 너희한테는 좋은 사람이지. 우리한테는 매ㅡ우 귀찮은 거라. ’
그녀는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괴더니, 픽 웃었습니다. 그리고 레오를 바라봤습니다. 말해줄까 말까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얼굴을 레오에게로 확 가까이 댔습니다.
‘ 내가 알려줄까? 그 놈의 진실? 어느 날, 직접 주인님을 따르겠다고 와서는 [그 학원 학생들에게 살인 저주를 날리지 마세요, 말로는 믿지 못하겠으니까 여기 있는 전원과 깨뜨릴 수 없는 맹세를 하면 이 탈을 받겠습니다] 라고 한 거야. 주인님이 재미있게 여기셔서 그 맹세를 한 거지. ’
진짜일지, 거짓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뒤로 확 물렀습니다. ' ‘ 뭐, 어렵게 생각할 거 있나. 네 편할 대로 생각하면 되는 거지. 나도 내 편할 대로 행동하는 거야. 물론, 그 행동에 일말에 후회는 없어. 중요한 건, 주인님이 거기에서 날 꺼내주셨다는 거지. ’
그 말을 마친 버니가 먼치킨 도넛을 하나 먹기 위해 집어 들었습니다. 곧바로 레오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꽤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리곤 레오의 입에 먼치킨 도넛 하나를 넣어줬습니다.
놀란 표정과 몸짓을 보며 너는 마찬가지로 눈이 동그랗게 뜨이더니, 손을 앞으로 모았다. 손가락을 꼼질거리는 것이 놀라게 해서 제쪽도 당황한 것 같았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눈을 살짝 들어 확인하니 저번에 만났던 사람이 맞다. 너는 기억력이 제법 좋은 편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향해 시선을 흘끔 옮겨보인 너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는데, 상대방의 배려 덕분이었다. 괜찮다는 말과 함께 반걸음 물러나준 덕분에 너는 한결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조언 감사합니다..."
부끄러운지 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입술을 몇번 뻐끔거리다 뱉은 말은 어린아이가 처음 보는 어른에게 선물을 받듯 머뭇거리는 면도 있지만 제법 차분하다. 너는 눈앞의 학생이 건넨 조언을 듣고 납득했고, 추후 일어날 파문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으슥한 곳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소문이 와전되면 가뜩이나 이상한 애라던 평가가 더 나빠질 수도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학생 중에서도 탈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흉흉하였기에 접선을 시도하려는 어둠의 마법사로 낙인이라도 찍히면 큰일이 아닌가.
하지만 친구는 사람을 통 좋아하지 않고 어린 나이에 흡연을 하기 때문에 으슥한 곳이 필요했다. 친구에게 자신이 있을 때는 흡연을자제하라고는 했지만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늘어놓으며 이건 제법 정당한 일이라는 궤변을 끝으로 자제는 커녕 들어먹을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부터는 학생의 조언대로 다른 곳을 찾아보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덜 어두운 곳이면 될 것 같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친구가 알아서 할 것이다. 물론 그 방법이 섹튬셈프라 이후 오블리비아테면 너는 극구 말려야 하겠지만.
너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린다. "야옹아, 안녕." 하고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눈을 맞추고 천천히 깜빡여보이곤 배시시 눈만 휘어보인다. 이후 고양이에 정신이 팔린 걸 깨닫듯 흠칫 놀라고는 손가락을 꼬물대더니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리고 꼭 사고를 치다 걸린 아이처럼 멋쩍게 웃는 것이다.
팔색조! 좋은 칭찬이라 기뻐요...🥰 소년 이노리는 또 우물우물 하는게 개인적으로 매력이라 생각해요. 아이들한테 이거랑 이거중에 하나만 먹을 수 있어. 뭐 먹을거야? 하고 아주 어려운 질문(ㅋㅋ..)을 하면 "나 이ㄱ..아니 이ㄱ..잠시만요.."하고 입술을 오물오물 하고 조막만하게 벌렸다 다물때가 있는데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녀가 이 학생에 대해 아는 건 같은 학생이란 것과 현궁 소속이란 것 뿐이었다. 그것도 보이는 정보로만 알았지 대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러난 만큼 생긴 거리로 인해 한눈에 들어오는 이 작은 상대를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어딘가 어색하다고.
"별거 아닌걸요."
일단은 그녀의 조언에 감사를 표하는 상대에게 괘념치 말라는 듯 말했다. 그 정도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을 법 하고, 아마 여기서 마주친게 그녀가 아니어도 했을테니까. 적어도 그녀가 아는 사람 선에서는 그랬다. 그러니 그 선을 따라 행동한 것에 어떤 감사도 받을 이유는 없었다. 이유, 보다는 자격일까.
상대의 작고 여려보이는 인상 때문인가. 리치는 의외로 하악질도 성난 소리도 내지 않고 이노리를 보았다. 낯선 이가 아는체를 하거나 이뻐해주려 하면 항상 귀부터 깔고 도끼눈을 뜨는 리치였는데 말이다. 안녕하고 인사하는 상대를 향해 먀앙, 하고 대답해주기까지 하니 왠일인가 싶다. 분명 초면일텐데. 그녀는 잠시 리치를 내려다보다가, 상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녀도 라며 묻는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전 그냥 산책 중이었어요. 생각 없이 걷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라고 할까, 이 근처로 가는 건 알았는데 계속 걸은 것 뿐이었다. 설마하니 사람이 있을 줄 몰라서 놀란 거고. 애포에 이렇게 따로 만날 약속을 잡을 친구가- 있었는가부터 생각해야겠지만. 그녀는 무심코 손을 움직여 약지의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익숙치 않은 이질감이 손가락을 감싸고 한바퀴 빙글, 돌았다.
먀옹-
"응?"
잠시 딴 짓을 하던 그녀의 정신을 리치의 울음소리가 불렀다. 뭔가 요구사항이 있을 때 내는 소리였다. 빨리 가자는 건가 싶어 리치를 보자 귀가 쫑긋쫑긋 움직이는게, 손길을 원하는 몸짓이었다. 이건 쓰다듬어 달라는 건데. 그녀에게 해달라는 건 아닌 듯 싶다. 그렇다는 건... 그녀는 리치와 상대를 번갈아 보고, 잠깐 생각한 후에, 몸을 숙여 바닥에 무릎을 살짝 대고 앉았다. 느슨해진 가방에서 몸을 반쯤 내민 리치를 안고 상대에게 말했다.
"리치가 당신에게 쓰다듬 받고 싶대요. 해줄래요?"
대뜸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그녀는 리치가 해달라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 그녀를 닮아 한 고집 하는 패밀리어였으니, 요구를 안 들어주면 얼마나 성을 낼지 모르는 일이었다. 할지 말지는 상대에게 맡기겠다는 듯 그녀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고, 이 잔망스러운 고양이를 어서 자신을 쓰다듬으라는 듯 정수리를 내밀고 귀를 쫑긋거렸다.
너는 그래도 자신에게 이리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어 기쁘거니 한 것 같았다. 너는 고양이가 대답까지 해주자 그쪽으로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너를 비롯해 후부키의 사람들은 동물과 제법 친해질 수 있는 재주를 가졌는데, 숲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지라 거센 바람의 때를 잘 알기에 손을 뻗으면 그걸 피하기 위해 새가 날아들고, 신비한 동물의 습성을 잘 알기에 민감한 곳은 건드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너는 그 재주를 이 고양이에게 사용하지 않았는데, 신뢰를 쌓고 애정을 쏟아주는 상대의 동물을 함부로 길들이는 것은 크나큰 무례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이미 길들인 동물이 네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네 재간이 아닌 동물의 선택일 것이라 짐작하고는 학생의 대답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구나."
너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땅을 쳐다본다. 그리고 머뭇거리다 눈만 들어보였는데, 손가락을 꼼질거리는 것이 이렇게 대화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혼자 있는 세월이 오래였던 아이마냥 조금 위축되었을 무렵, 너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눈을 굴렸다. 고양이는 귀를 쫑긋거리며 움직였는데, 너는 그 모습을 보다 학생이 몸을 숙이자 손가락을 움직이던 걸 멈춘다. 고양이는 어느새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고, 너는 머뭇거리다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래도 돼요..?"
고양이 이름은 리치였다. 어떤 리치일까? 부유함일까, 과일일까, 누군가의 애칭일까, 도달을 뜻하는 것일까. 어느쪽이라도 제법 잘 어울리는 이름인지라 너는 티나지 않게 속으로 쿡쿡 웃고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옹송그려 앉는다. 새하얀 하오리 자락이 바닥에 내려앉지만 더러워지지 않는 것이 청결 마법을 쓴 것 같다. 너는 학생을 잠깐 쳐다보다 리치에게 손을 뻗었다.
"반가워, 리치야. 너 정말 귀엽다.."
하고 작게 종알거린 너는 능숙한 손길로 리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처음엔 손을 뻗어 냄새를 맡게 하고, 리치가 허락한다면 귀와 귀 사이를 가볍게 긁어주듯 쓰다듬으며 엄지로 슥슥 밀었을 것이다. 너는 이 작고 따뜻한 생명의 온기를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느끼며 아이처럼 배시시 웃었다. 말갛게 지어보인 미소는 입부터 시작해서 온 얼굴로 번져나간다. 수줍지만 활짝 웃어보이고는 네가 입술을 다시금 오물거렸다. 말을 고르는 것이다.
오늘의 tmi는 바로, 벨과 잉이의 차이점이에요. 우와..시트 내린 캐릭터 엄청 우려먹어요..잉주 양심 없어요..그렇지만 tmi 풀게 더이상 없고 오너 tmi를 풀자니 오늘 야구 지고 눈물 찔끔 흘린 거만 있어서..🙄
tmi의 잉이 기준은 이노리?를 기준으로 잡았어요.
1. 벨이가 계속 독백에서 등장하고 제가 '친한 벗'으로 설정해둔 이유는 서로 캐릭터 설정의 근본이 같되 다르기 때문이어요. 가장 밀접한 키워드는 죽음과 삶이네요.🙄 1-1. 왜요? 라고 하실까봐..ㅎㅎ 둘 다 죽음을 겪어보았고, 죽음과 밀접하면서도 성장하는 과정이나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벨은 산자에게 내쳐져 죽음 속으로 도피하였지만 삶을 누구보다 바라던 자였고, 잉이는 죽음을 포용하지 못하고 삶으로...이 이후는 비설이니 비밀이어요. 메롱!😝 아무튼 죽마고우랍니다.
2. 벨과 잉이는 서로 가장 비슷하지만 외형과 근본, 그리고 어조와 성격의 폭이 다르다에 가까워요. 서로간의 퍼스널 컬러부터 다른데, 각각 블랙/핑크&화이트/블루고, 캐디 포인트도 그렇게 잡았어요. 벨은 병약하지만 우아해서 누군가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세차게 비가 오는 날을 떠올리게 하여 안의 내면의 상처를 가리는 느낌으로 외형을 잡았다면 잉이는 여린 느낌이지만 차분하고 담담한 모습을 보여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고요한 설원을 떠올리게 하여 그 안의 ■■를 숨기는 편이에요. 그 외의 서로 다른 점은 의지할 가족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와 1번의 성장차이, 사상 차이가 있네요. 벨이는 악인을 품는다면 그 이후 악인이 속죄하여도 그 죄가 씻기지 않기 때문에 내가 직접 처단해야 한다. 라는 극단적인 편이에요. 제가..이것 때문에 고삐를 놓쳐버려서...놓치지만 않았더라면 퇴폐의 끝을 찍었겠죠..((울어요)) 훌쩍..😢 반면 잉이는 아주 유한 편이지만 악인을 품는다면 악인이 속죄하여도 그 죄가 씻기지 않을 뿐더러 내 자신도 죄를 짓기 때문에 차라리 내가 품고 씻어내야 한다. 정도네요.😂
그 외의 나머지는 비슷해요. 일단 저지르고 보자라는 성격이라 뒤도 안 돌아보고 주문부터 날리는 성격도 그렇고, 어투도 비슷하고((잉이가 조금 더 부드럽고 단호하지만 반말일때는 둘을 붙여두면 차이가 거의 없어요!)), 리덕토 마스터((아니에요))인 점도 그렇고, 성향도 조금 비슷하고, 벨이는 속박과 더불어서 흔적을 남기는 걸 좋아하는데 잉이는 매도 하기를 좋아하고 흔적을 들킬까 묘하게 들뜨는..옹알옹알...어버버버..응애..? 아무것도 못 들은 거예요..!!🙈
Q. 그러면 잉이도 퇴폐 있나요? A. 네!
Q. 퇴폐 어렵다면서요.. A. ((잉이의 비설을 봐요)) 음, 그렇게 됐네요..🙄
3. 벨의 tmi...못다한 이야기네요. 벨은 시한부가 맞고, 그 증거로 제가 매일같이 일상이나 독백에서 언급했던 '머리가 아프다'라는 지문이 있었어요. 못해도 30살 이전엔 죽었을 거예요. [지독한 편두통이 그와 늘 함께한다. 이는 불시에 찾아오며, 씻은듯이 사라지기도 하고, 하루내내 이어지기도 한다. 머리카락을 산발로 둔 이유도 빛을 최소화 하여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 어둠속이 그나마 편안하였다. 차가운 것이 편안하게 두통을 조금씩 눌러줘 현무를 택하였다. 물론 그마저도 성치 못하여 담배라는 기호식품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아니하였지만.] 하고 제가 비설에 적어뒀네요. 그것 말고도 가주라는 자리는 죽음을 대리하는 자리이니 유일신의 자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숭배 받았다. 하는 설정도 있고. 이것 때문에 오만한 것이기도 하고요. 옹알옹알.
잉이는 조금 다른 노선의 비설인데, 일단 시한부..는..아니니까요.🙄 아마도요? 얘는 병은 없는데..옹알옹알..자세한 건 에버노트에.. 비설도 집안의 굴레는 비슷하긴 한데 근본적으로 다르네요.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는 것과 더불어 가문원의 규모가 많아 그 안의 결집력이 강했던 벨과 달리 잉이는 소규모였기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규모의 비극과 이후 이 가문이라는 대규모 가문으로 넘어옴으로 인한 텃세나 서로간의 갈등이 중점이네요.
4. 앞서 썼던 독백처럼 잉과 벨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고는 하는데, 양파와 낙엽이라는 멸칭 내지 애칭으로 부르곤 한답니다. 왜 이렇게 친하냐면 공백기가 2년이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4년이나 만났으니까요...🙄 치근덕치근덕, 티격태격 해도 결국 서로가 가장 의지되는 벗이네요. 현재는요.
Q. 둘에게 너희 그런 사이니? 하고 물어보면 뭐가 오나요? A. 잉이의 친절한 아바다 케다브라와 벨이의 상냥한 화장터 안내요...🙄
5. 벨은 만나서 잉이가 미소 지을 때마다 아주 끔찍하게 싫어해요. 쟤가 웃는 순간은 사고를 쳤을 때인데..오늘은 또 누굴 조졌을까? 같은 느낌..? 잉이도 비슷한 느낌으로 벨이의 미소를 아주 싫어해요. 쟤가 또 오늘은 어떤 시체를 봤길래 저러지..누굴 조질 생각으로 똘똘 뭉쳤을까..? 결국 둘 다 서로 인성이 거기서 거기라는 건데..개인적으로 손에 쥐었을 때 제 판단으로는 성격 면에서는 벨이가 훨씬 천사네요..얘는 그래도 시원하게 다 털기라도 하죠..옹알옹알..잉이는 성격 나쁘게 웃지도 않고 호호 웃으면서 예 당신이 옳습니다 하지만 저는 머리가 아둔하신 분의 의견도 모두 포용할 줄 아는지라..하니..🙄((?))
"그치? 이래서 내기라는 건 재밌어. 판돈은 정해져있지만..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그 어떤 악수도 둘 수 있으니까."
추가적인 조건이 아무것도 없는 내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신 역시 내기를 할 때 그 내기의 허점만 파고들어가서 상대를 철저하게 괴롭히지 않았던가. 그 점이 내기의 이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내가 먼저 치지 않으면 상대가 친다. 수가 읽힐 뻔한 수는 오히려 돌파당하고 역공당함다. 하지만, 그런 것을 즐기는게 바로 주양 자신이었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이런 반응도 어느 정도는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 씨가 된다는 이야기처럼, 결국 계속 나쁜 사람이라고 자처한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었다. 기분이 오묘했다. 자신은 제 내깃돈보다 소중한 사람에게마저 걱정을 끼치면서도 이런 묘한 희열이나 느끼고 있단 말인가. 자신은 과연 당신에게... 행복이. 되어줄 수 있는가.
"하지만 그것과의 내기에... 차마 너를 걸 수 없었어. 단태. 내 사랑. 내가 제일 좋아하고, 내깃돈 이상으로... 내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그게 바로 너니까."
이 와중에도 차마 이기지 못할지도 모를 내기라는 이야기는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알량하고 얄팍한 자존심 하나만큼은 챙기고 싶었던 탓일 것이라고 주양은 그렇게 믿었다. 속 모를 검은 눈빛이 당신을 한참 응시하고, 주양은 곧 당신을 품에 꼬옥 안았다가 몸을 떼어놓았다. 몸을 떼고 나서도 당신에게 향한 시선은 절대 다른 곳으로 향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이 순간만큼이라도, 당신의 모습을 더 깊이 기억하고 담아둘 수 있도록.
"단태. 만약 내가 그것과의 내기에서 진다고 해도.. 질 수밖에 없는 내기를 했다고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말아줘. 나는 끝까지 내기꾼으로써 살다 가는 걸테니까."
그리고. 만약 그렇게 두번 다시 나를 못 보게 된다면... 이 물건들으로나마. 날 조금 더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주양은 마냥 곱게 웃으며, 당신의 목과 귀에, 들고 온 목걸이와 귀걸이를 직접 손수 해 주며. 그리고 살짝 거리를 두고 당신을 다시 한참 바라보다가, 곧 다시 해사하게 웃었다.
"예쁘다. 우리 단태~"
엄청 잘 어울려. 진심으로. 묘하게 목소리가 떨렸다. 그 아이. 내 사촌동생이 내 곁을 떠나기 전에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괜히 뭔가 마음 한 켠에서 복받쳐오르는 기분이 느껴지고, 주양은 다시 당신을 품에 안았다. 지금만큼은 절대 떨어지기 싫다고. 오늘 하루종일 너의 곁에 붙어있고 싶다고, 당신의 귓가에 한 없이 속삭였다.
상대의 이름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가 후부키의 재주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그러니 이 별난 상황을 그저 리치의 변덕으로만 여기며 기꺼이 쓰다듬을 권유한 것이지만. 그래도 실제로 행할지 어떨지는 온전히 상대가 선택하도록 두었다. 대화에 어색해하는 모습이나 손을 꼼지락거리는 걸 본 탓도 있었다. 저를 불편하게 여기는 상대에게 제 패밀리어의 고집을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 사양한다면 그대로 물러나 가만히 리치를 달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그녀에게나 리치에게나 좋은 일이었다.
"그럼요."
재차 허락을 구하는 말에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먼저 권한 일이다. 이제와 매몰차게 아니라고 할 리가 있나. 상대의 작은 체구가 더욱 작게 앉고, 그녀는 바닥에 닿았음에도 더러워지지 않는 옷자락을 힐끔 보았다. 꽤나 공을 들인 물건인가. 찬찬히 보니 귀하게 대해진 듯한 느낌이 어렴풋이 드는 것도 같다. 오, 아마도 이름난 가문의 사람인가보다. 그녀가 이런 저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 무렵, 리치는 한창 상대의 손에 애교를 부려대었다.
그륵그륵그륵... 아우우웅...
희디 흰 털을 쓰다듬어 주는 손에 제 머리를 부비기도 하고 되려 코끝으로 손바닥을 간질이기도 하며 보기 드문 재롱을 떤다. 딱 거기까지만인지, 상대를 배려한 건지, 멋대로 뛰쳐나가 앵기는 일은 없었지만. 기분 좋은 듯 목 울리는 소리를 내고 새끼고양이 같은 소리도 낸다. 장난으로라도 무는 일은 없었으니 서로 놀랄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대신 질문은 있었다.
"그 때?"
그 새를 못 참고 딴 생각을 했는지, 상대의 물음에 대한 그녀의 반응이 한박자 늦었다. 되묻듯 중얼거리고서 아, 하고 제가 깨닫는다. 그 날 말이구나. 질문에 확인은 필요했어도 대답에 고민할 필요는 없었는지 그녀가 대답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전혀요. 그 날 잡혀갔던 학생 말고는 다친 사람 없지 않, 은 건 아니구나. 아무튼 전 괜찮아요. 다칠 일도 없었고."
눈 앞에서 크루시오를 맞는 학생이 있었음에도, 부상의 위험이 없는게 아님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어느 누가 무슨 일을 당하든 그녀는 고의적으로 공격당할 일이 없었다. ...킥. 그녀는 무심코 흘러나온 웃음을 감추지 못 했다. 시선을 옆으로 굴리며 한쪽 입꼬리만 올려 짓는 웃음은, 찰나였지만 선명히 한 순간 그녀의 얼굴을 장식했다. 웃음기가 지나간 후엔 태연히 말하기도 했다.
"전 펠리체에요. 펠리체, 스피델리. 백궁 4학년이에요."
기회가 기회이니 이름이나 알아두라는 듯, 되물음이 없는 말이었다. 이 역시 배려라면 배려일까. 아니면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다는 걸까. 담담히 제 할 말만 하고서 리치와 같은 금빛 눈으로 상대를 응시한다.
내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단태는 할 이야기가 크게 없었다. 하지만 내기의 허점을 파고들어서 이득을 취하는 쪽이 잭팟을 터트리기 좋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거야,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내기에 미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오래 보다보면 그 사람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주양의 말에 자신은 대답을 내놓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화의 방향이 다른 곳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말에 대답할만큼 자신의 기분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붉은 암적색 눈동자가 주양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알수 없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는 눈동자는 이내 단태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가늘게 뜨자, 평소와 똑같이 가라앉은 어두운 빛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을 걸 수 없었다는 네 말은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단태는 다시, 자신의 얼굴을 거칠게 매만졌다. "너는 절대 좋은 연인은 아니야." 매만지던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단태는 낮고 작게 주양에게 속삭였다.
"그런 네가 스스로를 걸었다는 점을 내기의 결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도, 제정신은 아니지."
자신을 품에 안는 행동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태는 그렇게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주양을 마주 끌어안은 뒤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체취를 가득 들이마시고, 단태가 뻔뻔하게 낄낄거리는 웃음을 작게 터트리며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해야한다는 양 가볍게 입을 맞췄다. "원망? 그건 너무 가벼운 감정 아닌가."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난 뒤에 단태가 히죽- 입가를 끌어올려서 미소를 짓는다.
"나한테 진짜로 바라는 걸 말해봐. 기회를 줄게. 주양아. 예를 들어서 같이 가달라던가, 사실은 무섭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너외의 누구도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말라던가."
지금 이야기하면 들어줄 수 있어. 목걸이와 귀걸이를 해주는 주양을 향해 능청스럽게 중얼거리던 단태는 거리가 조금 떨어졌을 때 목에 걸린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매만지고는 다시금 히죽하니 웃었다. 자신은 졸업한 뒤에 가주가 되는 게 당연한 가문의 소가주였다. 평생 반려를 만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후에 누군가를 만날 수는 있을 것이다. 주씨 가문의 명맥을 잇기 위해. 예쁘다는 말에 단태가 눈썹 한쪽을 치켜올린다.
"너는 나한테 평생 풀 수 없는 걸 남겨놓을 생각이군?"
떨어지기 싫다고, 오늘은 붙어있고 싶다는 속삭임에 단태는 의문형의 문장을 뱉어내고 잠깐 시선을 다른 곳-정확히 말하자면 기숙사 방문-으로 향했다가 다시 주양에게 향하고 그 볼에 입맞췄다.
"그럼 저번처럼 같이 자면 되는걸까. 내 룸메이트에게 언질을 못주고 왔는데 말야."
볼에 입맞춘 단태의 목소리는 주양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몰라서 되물어보는 뉘앙스였다. 가문의 명맥을 잇기 위해 누군가를 또 만날테지만-자신의 평생, 죽는 날에 이르기까지 같은 성별의 사람을 또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은 하지 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