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성은 사탕을 입에 넣고 굴리며 그 맛을 음미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옆에서 펠리체가 지렁이 젤리는 먹는 모습을 보았다. 오물오물 거리며 야무지게 젤리를 씹어먹는 모습이 퍽 귀여워 미소를 지었다. 후배를 바라보는 선배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물론 그녀의 덩치가 자신보다 크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지금에서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펠리체는 감초 사탕을 서너개쯤 먹을 때마다 팔이 아프다는 아성의 투덜거림에 전력투구를 해서 그렇다며 핀잔을 줬다. 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래도 이게 재미지 않냐며 웃으며 반문했고 허공에 사탕을 던진 후 자신의 마법지팡이를 크게 휘둘러 사탕을 벽면으로 날렸다.
그리고 반으로 갈라진 채 사람을 물 수 없어진 사탕을 입에 넣는다.
"그래, 맞아. 그런데 사실 이것보다 재밌는 것도 드물잖아?"
그녀가 지렁이 젤리를 오물오물 씹어먹는 모습에 자신도 먹고 싶어져 젤리를 하나 주문한다. 꿈틀거리는 젤리 한봉지에서 젤리를 꺼낸다. 꿈틀거리는 젤리 한마리를 그대로 입에 반쯤 집어넣어 씹는다. 입 밖에 있는 젤리 반쪽과 입 안에 있는 젤리 반쪽이 살려달라는 듯 꿈틀대며 묘하지만 은근히 중독되는 식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다.
자신의 손 끝에 차가고도 기분 좋은 감촉이 전해져오고, 주양은 저도 모르게 히죽 미소짓고 말았다. 여태껏 이런 이상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오묘하고, 미묘하고, 그리고 내기로만 느꼈던 짜릿한 기분을 지금 한껏 느끼면서. 만약 자신이 그것과의 내기에서 진다면.. 그땐 두번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기분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묘했다. 놀랍게도 우리는 이미 내기의 결과에 대해 알고 있다. 허나 주양이 그것을 알 턱이 없었기에, 그저 당신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던 손 끝을 꾹 눌러 매만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퍙생 간직할 수 있겠지?' 하고. 조금은 순수하게 미소지어보이기도 하면서.
"음~ 우리 여보야가 보여주는 모습이라면 다 좋지만~ 그래도 역시 애태우는 모습이 제일 끌리는걸? 열심히 나한테 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구~"
그 모습이 끌리는 데는 이런저런 많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큰 이유는 역시 그렇게 구는 당신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없어서인 탓이 컸다. 다른 모습들도 충분히 끌리고 매력적이겠지만, 역시 상상할 수 없는 모습에 제일 흥미가 끌리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아쉽지만 아직 그건 아니야~ 단지. 우리 여보야한테 아주 잘~ 어울리는 예쁜 물건들을 준비했을 뿐인걸! 기대해도 좋다구~?"
물론 당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그 물건들을 전해줄 타이밍은 전혀 로맨틱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체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좀 더 뒤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미뤄봐야 좋은 건 없으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알아야 하니까. 다만. 아직은 당신의 이야기에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입마개라면 지금도 해줄 수 있어." 하고 당신의 코끝을 톡 건들며 잔망스럽게 웃었다.
"으.. 그. 나도 지팡이 있거든..! 마법 쓸줄도 알고! 다, 단지 주문이 기억나지 않았을 뿐이야.."
방으로 돌아와서. 당신의 이야기에 잠시 수줍어하는것도 잠시, 무릎 위에 앉혀지자 눈을 몇번 깜빡거리던 주양은 이윽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당신에게 부담이 안 갈 정도로만 슬쩍 몸을 기대어오며, '방음주문은 언제까지 쳐둘 생각이야?' 하고 짓궂은 물음을 던졌다.
물음을 던지는 것과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별개의 일. 당신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주양은 눈을 빛내며 흥미를 보였다. 자신만 재밌는 책 읽은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구나 싶다. 정확히는, 읽었다기보다는 그것과 필담을 나누듯이. 바로 옆에 그것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쪽에 가까웠다. 당신의 이야기가 끝이 나고, 주양은 잠시 뜸을 들이며 더더욱 몸을 기대어왔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할 차례구나.
"나는. MA가 재앙이기 이전. 그러니까.. 신이었을 때 그것과 내기를 한 사람에 대한 책을 읽었어."
그게 아닐지도 모르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짜릿했고 고양감이 차올랐으며 흥분감에 몸이 달아오르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하지는 못했다. 이또한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것. 짜릿하고 몸이 달아오를 정도였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네' 정도로 치부하는것. 사실 중탈과 자신이 무엇이 다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우리는 다르며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흑백논리를 펼치는 것이 레오가 할 수 있는 방어기제의 전부였다.
" 아니 그냥, 음.. "
어디서 들었냐는 말에 레오는 잠깐 입을 닫았다. 역사서에서 읽긴했지만 그걸 그대로 말한다고 믿어줄지도 의문이고 자신이 알고있는 내용을 말한다고 한들 조리있게 말할 자신도 없었다. 나름의 추리라면 끝내놓았지만 그걸 말했을때 예의 그 '주인님'이라는 것을 믿고 따르는 버니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기도했고. 레오는 자기 눈을 가리고 있는 버니의 손가락을 살짝 벌려 표정을 보았다.
" 너 표정 보니까 말 안하는게 낫겠다. "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거고 두 번째는...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고는 다시 손가락을 붙여 눈을 가렸다. 어딘가 졸린 느낌마저 드는 것이 의외로 자신은 지금 누워있는 이 자리를 편하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적일텐데, 분명 아즈카반에 수감되었던 죄수일텐데 작은 밀회를 몇 번 가지다보니 금새 편하다고 느껴버리는것이었다.
월식 주막에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버터맥주 레시피를 받고자 한다. 식용 꽃, 설탕, 솔티 캬라멜, 과일 등을 넣고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고자 한다는 데...대체 두가지 이상을 넣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단가가 크게 올라가니 무리인것 같다.
식용 꽃은 넣을 수 없다. 왕건이 한 여성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하자 현명한 여성은 왕건이 급히 먹다 사례가 들리지 않게 나뭇잎을 띄워서 준 것처럼 식용 꽃은 아무리 식용이라할지라도 맥주를 마시는 데 방해만 된다. 무엇보다 결국 꽃잎도 풀때기인지라 굽거나 찌는 등의 열을 가하지 않는 이상 식감이 별로다.
설탕을 중점적으로 사용해보기로 한다. 설탕을 끓여 끈적한 카라멜로 만든 후 버터맥주에 섞는다. 아무래도 그냥 설탕을 넣으면 녹지 않은 설탕 알갱이가 바닥에 가라앉아 씹힐 수 있으며 그런 경험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팡이를 휘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