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적으로 하루양의 말씀에 아니라고 부정하였지만 이미 몸은 노곤노곤할대로 되어 눈이 슬쩍 감기려 하였답니다. 여기서 뭔가 물어본다면 진짜로 폭탄발언이 나올지도 모를 만큼 지금의 저는 정말로 노곤노곤하였습니다. 나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위험한 상태랍니다. 이렇게 다림양의 쓰다듬을 반항없이 그대로 받을 만큼 그렇습니다. 저는....오늘 제가 던진 말을 주워담을 자신이 없습니다.....!!! 정말로요!!!!!!
"두분께서 괜찮으시다면 전심전력으로 도와드리겠답니다~? 저는 정말로, 도움드릴 수 있는 것으로 기쁘니까요.....🎵 "
저는 반쯤 감긴 눈으로 말씀드리고는, 애써 허리를 꼿꼿이 세워 정신을 차리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다고 깰 잠이 아닙니다. 부활동과 상담 일로 이미 힘이 빠진 저는....따뜻한 차 한모금에 제대로 노곤노곤사람이 되버린 것이랍니다....!!
"그럼~ 아침에 제가 다림양의 머리를 잠시 손봐드리는 것으로 결정인가요~? 뭔가 기대가 되는걸요....🎵 "
빙그레 웃으며 차를 한모금 다시 머금은 뒤, "혹시 꺼려지신다면 살짝 말려드리는 것만으로 끝내겠답니다? " 라는 말을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뭔가 싫어하시는 기색이 조금이라도 있으시다면 딱 빗어드리는 것만으로 끝내야 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요~ 후후🎵 그럼~ 감사히 먹겠답니다....🎵 "
아무튼 저는 하루양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에그타르트 쪽으로 손을 뻗으려 하였습니다. 일단은 뭐라도 먹으면서....잠을 깨보도록 합시다....
저 경이적인 속도의 식사를 보자니 이게 가디언의 티타임인가 싶고 아무튼 저는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 들고 있답니다. 그래요.....잘은 모르겠지만 정말로 힘든 게이트를 다녀오신 모양이군요.....설탕이 없는 게이트라니 케이크를 저렇게 거의 야생적인 방식으로 드시고 계시는 것이 이해가 가는 것 같고 아무튼 그렇답니다.....솔직히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아무튼 이해하게 된 걸로 칩시다...이제는 살짝 안쓰럽다는 눈길로 선배님을 바라보고는, 거절하시는 것에 대뜸 물어보려 하였습니다.
"그럼 미리 조각조각 내어 두면 괜찮지 않을까 싶사와요~? 한 조각씩 집어들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어요🎵 "
잘은 모르겠지만 의념을 각성한 저희들이라면 한번에 털어넣고 싶은 충동정도야 억누를 수 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미리 쪼개둔다면 바로 먹을 수 없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생각하기 무섭게 케이크 상자에서 칼을 꺼내어 재빨리 자르려 하였습니다. 케이크는 무조건 잘게잘게 잘라 먹어야 고상한 것이어요! 저렇게 한 판을 한번에 다 먹는 것은 고상하지 아니하답니다!
"자아🎵 사양하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어차피 저는 많이 먹지도 못하는 거에요~? "
어느새 반을 자른 케이크를 슬그머니 보고 말했습니다. 설마 진짜로 한번에 네 조각을 다 드시실리가요ㅎㅎ! // 8레스!
"그렇다면.. 같이 먹어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원본 과일이 크다 보니.. 이런 것도 가능하네요. 다림도 과일을 좋아하는 편이니까요 그런데도 들어보지 못한 과일이라는 것에 흥미가 있습니다. 정훈 씨도 흥미가 있어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찬물에 헹궈 가져온 뒤.
"시식 시간이네요.." 들고 있던 칼로 잘라낸 정훈을 따라 포크로 하나를 찍어 먹어보면... 탱글탱글하지만 질기지 않은 엄청나게 맛있는 맛이 느껴집니다. 이제껏 먹었던 과일들과... 비교는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뛰어나네요.
"정훈 씨는 어떤가요?" 생각보다 덤덤하게 다림은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맛있다! 같은 것은 확실합니다. 너구리들의 벼얼미! 가 아닌게 어디에요. 다림은 그래도 맛있다고 해줄 것 같은 기분이긴 하지만. 이걸 용액에 넣어 숙성한 뒤 씻어내서 담금주 같은 거 만들면 볼만하겠다는 생각일지도요?...는 다림주 생각입니다. 다림이 생각 아니야!
부활동 얘기에 밝게 웃으며 대답한 뒤 "선배님은 어느 부 소속이신지요? " 라 덧붙이며 다시금 케이크를 썰어나가다, 갑자기 케이크의 한 쪽이 그냥 휑 하니 새하얘진 걸 목격하게 되었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심정으로 눈 깜짝 할 새 과일들이 사라진 빈 케익조각과 그 사라진 과일들을 한 아름 들고 계시는 선배님을 번갈아 바라보고는...저는 조용히 선배님의 두 손을 가리켜보이며 말하였답니다.
"여기. 들고 계시시답니다? 선배님께서 집고 계시시와요? "
침착하게 웃는 얼굴로 말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만...저는 그냥 선배님께서 너무 케익을 많이 드신 나머지 케익탈트붕괴가 오신거 아닌가 감히 추측해볼 뿐이랍니다......
"보건부. 보건부 좋죠. 저는 뭐... 옛날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요즘은 다 잘 풀렸어요. 어떻게 잘 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찬혁은 옛날에 끔찍한 일을 겪었지만,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전투연구부, 부장이 괴물이라서 한때는 탈주도 생각했지만 희망없는 짓이었고, 이렇게 잘 끝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찬혁은 그 상태로 과일들을 찾다가, 에미리의 지적에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그래서 참으로 황당하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는 질문을 던졌다.
"어! 제 과일이 왜 여기 있죠?!"
강찬혁은 그렇게 말하다가, 어떻게든 이 쪽팔리는 상황을 수습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화제를 급히 돌렸다.
"정식 부원이라... 그러면 이전까지는 정식, 은 아니고, 수습? 견습? 그런 느낌이었나 보네요. 뭐, 보건부는 사람 살고 죽고가 걸린 곳이니 그렇게 규정을 세게 잡아도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